Chapter Text
이전의 시간을 기억하기란 어려웠다. 힘이 눈을 뜨기 이전, 모든 것이 끔찍하게 실패하기 이전, 대지에 파괴와 죽음이 번지기 이전, 그녀가 이 대지에 종말에 대한 유예를 주기 이전, 대재앙 이전을 말했다.
그녀는 어떤 날에는 기억할 수도 있었다. 푸른 언덕과 무성한 숲을 기억했다. 하늘로 솟은 첨탑이 있는 짙은 색의 성과, 근면하고 성실한 이들이 사는 작은 마을을 기억했다. 거대한 강의 수원 위쪽의 거대한 돌기둥에 위치한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를, 용암의 시내에 둘러싸인 돌로 된 집들도 기억했다. 거대한 사막과 눈이 덮인 산도 기억했다. 새벽과 저녁, 뜨거운 낮, 그리고 살을 에는 밤도 기억했다. 분노, 애정, 공포, 희망, 절망, 증오, 사랑까지. 그녀는 그의 삶을 대재앙 이전의 형상으로 기억했다.
다른 날에는, 낮과 밤조차도 생각할 수 없던 날에는, 극히 조금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감정도 없이, 생각도 없이, 몸도 없이, 그녀는 그녀보다 더 작으면서도 더 큰 힘에 맞서고 있었다. 그녀는 살아 있던 것도, 죽어 있던 것도 아닌, 정신과 영혼이 대재앙에 의해 산산조각난 채로 그 사이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맞서고 있었다. 모든 의지가 사라졌어도, 희망이 머나먼 기억으로만 사그라졌어도, 어둠만이 감싸고 있어도, 그녀는 맞섰다. 나날이, 다달이, 그리고 해마다, 그녀는 약해졌다. 그녀 속 어딘가, 그녀가 누구이고 무엇에 맞서는지 알고 있는 작은 구석에서는, 그녀는 결국 힘이 다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쓰러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대재앙에 맞설 것이었다.
100년, 누군가에게는 평생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일부인 그 시간. 그 시간의 깨달음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데스마운틴의 능선에 햇빛이 비추자 그녀의 조각난 이성에서 깨어났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며 새 생명이 피어났다. 해가 떠오르자 그녀는 다른 날보다 그녀의 흩어진 정신을 더 집중하였다. 그녀는 산산이 부스러져 흐트러진 정신을 모았다. 거의 영겁에 가깝게 느껴진 시간 중 처음으로, 그녀는 그녀의 대지를 보았다. 대재앙이 지난 이후의 대지였다.
망가졌지만, 아직 살아있는 대지. 그녀의 생각처럼, 그녀와 비슷했다. 사슴이 건물의 허름한 뼈대 근처에서 풀을 뜯었다. 몬스터들이 그들만의 괴상한 언어로 불 근처에 모여 앉아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렀다. 꼬꼬들이 근처 마을에서 여명을 알리는 울음소리를 내었다. 무너진 투기장에서는 접근하는 이들에게 경고하듯이 라이넬이 울부짖었다. 그녀는 이를 모두 보고 왜 이러한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이를 보았고, 가까이에 있는 그녀의 적수도 이를 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 더 많이 깨달을수록, 대재앙도 그러한 깨달음을 키워 갔다.
그러나 그녀는 대재앙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다.
저 멀리 외딴 대지에서, 한 남자가 산 속의 깊은 방에서 몸을 떨었다. 그녀는 이를 보았고 기억해 냈다. 대재앙 이전의 삶을 기억해냈다. 그녀가 누구인지, 왜 대적하는지 기억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도, 그녀는 링크라고 불린 남자를 기억한 것이다.
Notes:
So, here we go, on my translation project. I am starting to translate the fiction written by the original author. It kept the original atmosphere and gameplay of Breath of the Wild very well, while also giving nice nods to the previous installments. It almost felt like an official novelization by Nintendo.
I can't be sure I will update this very frequently. I am writing something, and there is a university curriculum problem. But I will finish this. I am devoted to this.
Also, if you have a chance, go check the work of the original author. I promise you, it is truly a masterpiece.이렇게 제 번역을 시작합니다. 젤다 야숨의 게임플레이를 잘 유지하는 동시에 분위기도 유지하고 이전 시리즈의 작품도 잘 반영했더군요. 거의 닌텐도 공식 소설과도 같았습니다. 자주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는 반드시 완성할 겁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영문 원작도 읽어보세요. 정말 대단합니다.
Chapter Text
‘눈을 뜨세요…’
목소리는 마치 금색 화살과 같이 어둠을 갈랐다. 이전까지는 어둠과 적막만이 가득했다가 갑자기 빛과, 소리와, 감각이 들어왔다.
“눈을 뜨세요…”
천천히 그는 그 말을 따랐다. 어둠이 물러나며 가볍고 흐릿한 푸른 빛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뜨세요…”
빛은 더 뚜렷해지고 명확해졌다. 무엇을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는 보였다. 이상한 금속으로 되어 있고 푸른 빛이 나는 돔이었다.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보였다.
“일어나세요, 링크.”
단순히 돔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가벼운 푸른 빛이 나는 액체의 웅덩이에 누워 있었다. 단단한 바닥이 등을 받치고 있어 그의 얼굴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미묘하게 신비스러운 액체가 빠져나가고, 그의 몸에서 떨어지자 추위가 느껴졌다.
그의 눈은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여서 빛이 나는 돔과 그가 있는 더 큰 방을 보았다. 천장과 벽은 이상한 돌이나 금속으로 보이는 물질로 되어 있었다. 단조롭지 않은 무언가의 소용돌이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벽의 회오리와 주름 문양이 원형을 이루면서 무언가의 미로와 같은 형태를 그렸다. 작은 불빛이 방의 벽 곳곳에 박혀 있어 부드러운 주황색 빛을 내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과 같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지만 그의 몸이 항의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이 묵직하게 찌뿌듯했다. 그의 몸을 내려다보자 그가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이를 생각하였다. 왜 나체란 말인가, 옷을 입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이러한 생각이 천천히 들어왔다.
그는 그가 누워 있던, 이제 비어 있는 탕의 모서리로 다리를 뻗어서 몸을 풀었다. 다시 그의 몸은 이러한 간단한 움직임도 버거웠는지 묵직했다. 아마 그런지도 몰랐다. 왜 그가 여기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그의 발이 바닥에 닿았다. 돌은 꽤 차가웠다. 그의 발에서는 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는 몸을 일으켰고 그가 몸을 세우자 그의 등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 그렇게 일어서고 나서 그의 몸을 돌아보았다. 두 팔과 두 다리는 가늘면서도 근육도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서 그의 머리를 어루만졌고 그의 어깨에 긴 머리가 내려왔다. 그는 머리 한 움큼을 잡아 얼굴로 가져왔다. 옅은 금발이었다. 아마 자연스러운 색이었으리라.
그는 머리칼을 놓고 실눈을 뜨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벽으로 된 방에서 출구가 바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누워 있던 탕에 있던 액체와 비슷한 색으로 빛이 나는 작은 단상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이 단상에 다가가자 그 표면에 벽에 있는 문양과 비슷한 문양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다만 이번에는 주황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빛났다.
단상 가운데에는 작은 틈새가 있었으며, 거기에 박혀 있는 듯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무언가를 찡그리며 보았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그는 이를 건드리려 손을 뻗었으나, 그의 손가락이 표면에 닿기도 전에 단상에서 빛이 나더니 돌끼리 긁는 소리가 났다. 그는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고, 그때 단상에서 작은 원형이 올라오더니 그 직사각형의 무언가가 일어섰다. 이제는 단상의 빛을 받고 있었으며 표면에 화려하게 새긴 눈이 보였다. 눈동자는 밝은 푸른색으로 빛났고, 세 개의 뾰족한 눈썹이 위에서 주황색으로 빛났다. 눈의 밑에는 눈물 하나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주황빛의 선 여럿이 이 물체의 위와 아래 모서리에서 가볍게 빛나고 있었다.
“챙기세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갈라지는 놀라는 소리와 함께 눈이 커지며 뒷걸음질을 쳤고 말을 한 여성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방에는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가 누워 있던 탕에 순간 눈길이 갔다. 아마 그 여성은 그 뒤에 숨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숨을 고르고 방의 벽 부분을 돌아다니면서 움직임을 찾았다.
“링크, 저는 지금은 당신 곁에는 없습니다.” 그 목소리가 말했다. 이번에는 무언가가 새롭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멀리 있는 것 같았고 탕 뒤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방을 한번 돌아보았다. 방을 다 돌아보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어디…” 그의 목소리는 거칠어서 목을 한번 골랐다. “어딥니까?”
“멀리서 당신의 머리 속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목소리는 멀리서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혹시…
그는 한번 소리를 막아보기 위해서 귀를 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녀가 다시 말을 했을 때에는 목소리에 재밌다는 어조를 숨기고 있었다.
“정신으로 바로 말하는 겁니다. 그런다고…안 들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는 손을 낮추고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녀는 다시 말을 꺼냈다.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약속해요. 최대한 설명할게요. 하지만 일단은 단상의 물체를 챙기세요. 그것의 이름은 시커 스톤,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그 목소리에 다시 돌아보았지만, 이제 이를 들어보려 하다 보니, 귀로 듣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머리 속에 그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그 여성이 시커 스톤이라 부른 물체에 갔고, 잠시 망설이더니 이를 집어 들었다. 인상을 쓰며 내려다보며 이를 손에서 돌려보았는데 신기하게도 등 쪽이 마치 다듬은 돌처럼 매끄럽고 검었다.
방에 새로운 소리가 울렸고 그는 고개를 들어서 그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그의 옆의 벽을 보자 바로 그 소리를 알게 되었다. 방의 주황색 빛은 그가 벽에 있는 소용돌이 문양을 비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마치 아치 길과 같이 되어 있었다. 일단 지금은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가 보는 동안 아치의 가운데를 막고 있던 벽이 위쪽의 돌 안으로 올라갔다. 벽은 큰 울림과 함께 올라가더니 거친 쿵 소리와 멈췄다. 단단한 벽이었던 곳이 더 작은 방으로 이어지는 아치 길이 되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치로 다가가 놀라움에 돌아보았다. 손에 닿은 돌은 단순하고 단단했다. 벽이 여기에 있었다는 흔적도 볼 수가 없었다. 그가 놀라움을 표하기도 전에, 그 여성이 다시 말했다.
“당신을 다시 보게 되어…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링크.”
본다니?
순간적으로 그가 나체라는 사실이 확 와닿았다. 그는 고개를 치켜들더니 목소리가 어디서 오는지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았다. 여기에 있지도 않은데도 그를 보고 그와 말할 수 있는 여성을 찾았다. 그의 마음 속에 무언가의 낄낄대는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가 시커 스톤으로 나체를 어떻게든 가리려고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방을 돌아보았고 이번에는 주황색으로 빛나는 비슷한 단상에 옷 한 벌이 걸쳐져 있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여겼다.
누가 두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신경쓰지 않은 채, 그는 단상으로 바로 넘어가 시커 스톤을 내려놓고 옷을 들었다. 바지와 윗도리였다. 그는 우선 바지를 입었는데 허리에 조금 크다는 것만 빼고는 잘 맞아서 안심이 되었다. 바지에는 간단한 허리띠가 있어서 이를 조였다.
그가 윗도리의 목 부분으로 머리를 내밀자 단상의 빛이 푸른 빛으로 바뀐 것을 보고 놀랐다. 시커 스톤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가 돌이라고 생각했던 매끄럽고 검은 돌에 반대쪽에 있던 눈 문양과 비슷한 푸른 빛의 눈의 형상이 나타나 있었다. 그는 윗도리의 소매로 팔을 빼고 팔을 뻗어서 시커 스톤을 들었다. 단상이 잠시 빛나더니 그가 들어온 문의 반대편의 또 다른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는 동안 문 아래에서는 밝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동안 그는 시커 스톤을 내려다보았는데, 매끄럽고 검은 표면에 푸른 글씨로 ‘시커 스톤 확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문구는 한동안 있다가 사라졌다.
그는 시커 스톤을 다시 단상에 내려놓고 잠시 보더니 몸을 굽혀 방금 눈에 들어온 장화에 발을 밀어 넣었다. 이 역시 잘 맞았다. 이제 장화도 신었으니, 그는 시커 스톤을 다시 집어 들고 이제 열린 문 밖으로 다가갔다. 단순한 돌벽으로 된 벽의 끝에 동굴의 입구가 눈에 들어오자 무언가의 흥분이 몸에 뻗쳤다.
그는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얕은 웅덩이를 달려갔지만 그의 다리를 적신 물은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가 왜 그 방에서 깨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쩌다가 그곳에서 잠이 들었는지,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심장이 크게 뛰고 숨이 짧고 크게 들락날락하면서 그는 알아볼 무언가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앞에는 동굴의 입구로 들어오는 밝은 햇빛이 들어와서 식물의 형태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뒤로는 의문의 방이 어둑하게 열려 있었다.
여기는 어디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그리고, 그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링크,” 그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녀는 그를 그렇게 불렀는데, 그게 그의 이름이었을 것 같았다. 그는 이번에야 말로 그녀를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 몸을 돌렸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어볼 것이 많을 것은 압니다. 이에 대한 답도 차차 생길 것입니다.” 이번에는 더 멀고 긴장된 것 같았다. “시작에 도움이 될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계속 가십시오.”
여성의 목소리가 흐려지면서 동굴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는 다시 말을 꺼내면서 빠르게 말을 잇기 시작했다. “저…저기요?” 그가 말했다. “저, 혹시 계세요? 여기가 어딥니까? 아무…아무것도 기억이 안 납니다!” 적막만이 돌았고, 그는 말을 이었다. “링크라고 했는데, 그게 제 이름인가요? 무슨 일인 겁니까?” 그러나 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를 떠난 듯했다.
그녀가 링크라고 부른 그는 눈을 꽉 감아서 동굴 밖에서 오는 빛을 차단했다. 그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이름도, 출신지도, 이곳에 오게 된 연고도 알 수 없었다. 그럴 수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는 몇 분 동안 그의 기억이 있어야 했을 구멍을 메우려고 애를 쓰며 그 자리에 섰다. 마침내 그는 그 목소리가 말한 마지막 내용을 기억했다. 도움이 될 누군가, 그 누군가를 찾아야 했다.
링크는 눈을 뜨고 한 발짝, 두 발짝 내디뎠다. 그는 동굴의 입구에서 들어오는 빛을 향해 갔고, 빛에 적응하기 위해서 눈을 빠르게 깜박이며 눈을 손으로 가렸다. 빛이 덜 강렬해지자, 그가 잔디가 깔린 언덕의 어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언덕이 절벽으로 끝나는 곳까지 언덕을 좇았다. 그 너머에는…
그의 눈이 다시 커지더니 그는 언덕을 뛰어올라가 언덕의 꼭대기에 도달했다. 감정이 큰 숨으로 울컥하는 모양새였다. 그의 앞에는 엄청난 장관이 펼쳐졌다. 그의 앞에 너른 녹색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가 보이는 끝까지 숲과 초원이 보였다. 서쪽 끝에는 갈색의 고원들이 보였고 북쪽에는 눈과 얼음으로 덮인 산이 있었다. 북동쪽에는 흐릿하게 거대한 화산이 있었고 마그마가 붉은 빛을 내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너른 들판과 언덕, 그리고 물길이 있었고, 모든 산과 골짜기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초원의 정북 방향에는 한가운데의 첨탑이 더 높이 우뚝 서 있는 성 한 채가 서 있었다.
머리 위로 새들이 날아갔고, 그들이 햇빛 밑을 날아가면서 그림자를 내며 지저귀었다. 그의 곁에 가벼운 바람이 불면서 풀과 나무, 꽃의 냄새를 불려왔다. 그의 발 밑의 잔디는 이슬이 맺혀 빛나고 시원하면서도 촉촉했다.
그의 앞의 광경을 보는 동안 그의 주변 환경이 이 앞과 같은 높이에 있지는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선 바위 절벽의 바닥에는 거대한 숲이 펼쳐지더니 다른 절벽에서 다시 끝났다. 이 자리에서는 확실히 할 수가 없었지만, 보아하니 그는 멀리 보이는 여러 숲과 들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자연이 덮은 고원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주변에 있는 환경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또 다른 절벽으로 깎아 들어간, 그가 깨어난 동굴이 있었다. 그의 오른쪽, 그러니까 그의 동쪽에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 있었다. 마치 또 다른 언덕 위에 위치한, 직사각형 모양의 건물에 커다란 한 첨탑이 서 있는 무슨 신전 같았다.
그는 그 건물에 대해서 낯익은 것을 어떻게든 생각해 내려고 그 건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건물은 꽤 낡았다. 회색 벽에 담쟁이가 타고 올라가고 있었고, 목조 지붕은 빛이 바래고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신전 앞에는 낡은 건물들의 잔해가 있었다. 집이었는지, 다른 성당들이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이 신전을 알아야 했던 것일까? 여기가 그의 고향이란 말인가? 아니면 여기가 객지여서 아는 것이 없는 것이란 말인가?
그 낡은 신전을 얼마 동안 바라본 뒤, 그는 그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언덕을 내려가며 멀리 있는 건물을 향해 갔다. 그가 걷는 동안 절벽 밑의 나무 밭을 지나갔다. 그가 지나가자 나무 밑동의 토끼 한 마리가 놀라서 덤불로 도망쳤다. 그는 덤불을 좀 바라보더니 이 대지에 있는 동안에 사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배에 손을 얹었다. 허기가 느껴진 것이다.
갑작스레 지는 허기에서 생각을 돌릴 겸, 그는 얼굴 쪽으로 좀 묵직한 시커 스톤을 들어올리며 인상을 쓰면서 바라보았다. 그는 손에 이를 좀 돌려보더니 푸른 눈이 빛나고 있는 매끄러운 검은 표면이 앞면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래도 이것이 어디에 쓸 데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까 글귀가 잠시 나타났다는 것이 기억났지만, 그게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허리띠에 묶을 수 있을 고리는 눈에 들어와서 이제 손이 자유로워지기는 했다. 이에 마음이 놓이면서 그는 절벽 밑을 지날 때 머리 위로 흘러가는 흰 구름을 실눈으로 보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렸다.
링크의 몸이 굳더니 몸을 빠르게 돌렸다. 왼손에 주먹을 쥐자 그 손에 호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잡혔으면 했다. 그가 지나친 간단한 나뭇가지 같은 것도 상관이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낸 이를 보자 위협을 느껴야 했는지 아닌지 확실하게 할 수가 없었다.
땅에 작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앉은 이는 큰 외투를 입은 노인이었다. 그는 꽤 몸집이 컸고, 팔이 컸으며 가슴 한가운데까지 덥수룩한 흰 수염이 내려왔으며, 그가 섰다면 링크보다도 키가 컸을 것 같았다. 어떻게 그를 지나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노인의 푸른 눈빛은 재미있다는 듯이 풀어졌고 링크는 긴장을 더 풀었다.
“흠…이곳에 낯선 젊은이라니, 참 반갑군. 이런 곳에서는 다른 사람을 만나기가 흔치 않거든.” 그의 목소리는 꽤 중후했고 그의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에 비해서는 더 교양이 있어 보였다. “이런 곳에 젊은 자네가 무슨 일이지?” 그는 그의 낡은 옷차림과 흐트러진 매무새를 위아래로 돌아보았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건 무슨 꼴이고?”
링크는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확실히 하기 어려워서 머뭇거렸다. 이 사람이 그 여성이 말한 도움이 될 누군가였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꽤 신기하게 표현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여기에 사는 평범한 노인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 되었던 간에, 그는 도움이 간절했다.
“저…” 그의 목소리는 오래 쓰지 않은 듯 여전히 거칠었다. 그래서 링크는 다시 목을 고르고 입술을 침으로 축이고 물었다. “여기는 어디죠? 이곳은 어딥니까? 당신은 누구죠?” 그는 자신이 누구인가도 물으려다 간신히 멈추었다.
노인은 눈썹을 치켜떴다. “여기는 시작의 대지, 하이랄의 한가운데라네. 사실 전설에 의하면 하이랄 왕국 그 자체가 이 대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 그는 힘을 쓰며 나무 지팡이에 의지해 몸을 일으키고 링크에게 다가가며 불의 주변을 돌아서 왔다. 링크는 예의주시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노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노인은 바위 절벽 밑에서 나오자마자 발을 멈추었고 신전과 주변의 유적을 가리켰다.
“저 신전은 시간의 신전일세. 오래 전, 이 땅의 주된 신앙의 장소였다는군. 허나 왕국이…” 그는 말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더니, 낙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왕국이 몰락한 이후론, 완전히 버려지고 잊혔지.”
링크는 시간의 신전을 다시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하이랄, 시간의 신전, 왕국의 몰락…이 말 중 어느 것도 그에게 와닿지 않았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여성이 말한 그의 이름조차도 낯설었다. 그게 그의 진짜 이름인지 알 방도도 없었다. 노인은 링크의 기분을 눈치챈 듯 그의 곁에 다가가 큰 손을 그의 어깨에 얹었다.
“이 외딴 대지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말동무라도 해 주지 않겠나? 사과를 불에 구울 참이었는데, 원하면 좀 나눠주지.”
링크의 대답은 배에서 들린 큰 울림 소리와 크고 빨간 사과 여러 개가 들어 있는 노인의 가방으로 시선을 슬쩍 돌린 것이 전부였다. 노인은 웃더니 불가로 되돌아와 앉았고, 링크도 뒤따랐다.
노인을 만날 때까지 링크가 기억나는 것을 모두 말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의문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숨겼지만, 그가 누구이고 어떻게 왔는지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 채, 이상한 방에서 깨어났고 옷가지와 시커 스톤이 있었다는 것은 말했다.
“어쩌다 그 동굴에 가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과거의 삶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건가?” 장대로 불을 쏘시면서 묻는 노인의 목소리에는 무거움이 담겨 있었다. 링크는 확실히 할 수가 없었지만, 노인은 마치 낙담한 것 같았다.
그는 허리에 달린 시커 스톤을 보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가 뭐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그가 누구인지도,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는데, 이 노인은 그에게서 뭐를 기대했단 것인가?
둘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으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불꽃이 탁탁 튀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마침내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찾고 있는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알고 있지는 않네. 뭐, 하지만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며칠 간 내 집에서 머물러도 좋네. 아마 좀 쉬다 보면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하겠지.”
노인은 다시 힘을 쓰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링크는 그의 제안에 답하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노인이 지팡이로 그의 허리춤의 시커 스톤을 가리키자 말을 멈추었다. “그런데, 그 허리에 달고 있는 거는 신경이 쓰이는군. 자네가 한 설명을 들어보고 그걸 좀 보아하니, 이 대지에는 그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네. 그런 거는 항상 내 딸이 더 관심을 가졌고 난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아마 자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 걸세.”
링크는 일어서서 시커 스톤을 미심쩍은 듯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 장치가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가 이걸 챙기라고는 했으니 손해 볼 것이야 없을 것이었다. 그는 다시 노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의 얼굴에 미묘한 인상이 비쳤다. 만족이었는지, 흥미였는지, 링크는 확실하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그들이 섰던 돌의 벽 너머로 손을 뻗었고, 링크가 아까는 보지 못했던 작은 자루를 잡았다. 그는 그 자루를 링크에게 기대하듯 건넸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루를 받아들었다. 자루를 풀자 낡고 닳은 검이 나왔다. 날은 이미 빛을 잃었고 곳곳에 이가 빠져 있었으며 다른 곳에도 녹이 확실히 슬어 있었다. 링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최근 들어서 보코블린들이 가까이 오는 이들을 가만히 두지를 않아서 말이야. 난 주로 피해 다니고, 그놈들도 내 집에는 가까이 오지는 않더군. 그런데 우리가 갈 곳은 놈들이 얼마 전에 자리 잡은 곳인데다가, 나보다는 자네가 검을 더 잘 다룰 것 같아서 말이야.”
링크가 그 검의 오래된 가죽 손잡이를 잡자 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오른손에 검을 잡아 보았지만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바로 왼손으로 잡자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노인에게서 좀 멀리 떨어지고 나서 양 손으로 검을 잡고 몇 차례 휘둘러보았다. 움직임이 많이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꽤 낯익었다.
몇 차례 더 연습 삼아 검을 휘두르고 그의 자세를 고쳐본 뒤, 링크는 다시 노인을 보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그가 대답했다.
노인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고 검을 싸고 있던 자루를 들었다. 링크는 검을 싸고 있던 것을 바닥에 버린 것이 쑥쓰러웠지만 노인은 아무 말없이 자루를 그에게 건넸다.
“필요하기 전까지는 감춰두는 게 좋을 거다. 보코블린들은 우리를 위협으로 여기지 않으면 반격하지 않지만, 천성이 도적이라서 말이야. 진짜 검같이 제대로 된 전리품을 보면 그것만 노리고 공격할 수도 있다.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링크는 천을 받아 검의 날을 다시 쌌다. 검을 찰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손잡이를 잡고 천으로 싼, 날이 서지 않은 면을 어깨에 걸쳤다. 노인은 잠시 신기하다는 듯이 그를 보더니 지팡이로 불을 흩어서 껐다. 불을 완전히 잡기 위해 흙을 덮은 뒤 그는 링크에게 다시 몸을 돌렸다.
“자, 그러면 길을 가자. 네가 앞으로 큰 모험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구나.”
Notes:
Here is the first chapter of the translation. I have actually translated 16 chapters in advance, but I won't post them immediately. I wish to look over any possible translation errors and continue to translate further before progressing.
Also, remember that there will be different terms used when it comes to locations, since I will be using the Asian terms. The Great Plateau, for example, is translated into 시작의 대지 in Korean, which means "Plateau of Beginnings".
Chapter Text
노인이 말한 곳으로 그와 같이 걸어내려가며 링크는 그가 아직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되새겼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말을 하는 것은 알고 있던 것이었다. 걷는 방법이나 다른 기본적 동작을 하는 법도 알고 있었고, 기본적인 것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의 길에 새가 가로질러 날아가자 그것이 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종까지는 몰랐지만, 그것이 그의 기억 상실로 인함인지, 아니면 그 분야에 대해서 잘 몰랐기 때문인지는 확실하게 할 수 없었다.
다른 것들도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 여성이 그를 링크라고 불렀을 때, 처음에는 꽤 낯설었다. 그런데 노인과 대화를 하다 보니, 링크라는 이름이 그에게 잘 맞는 것 같았다. 뭐라도 마음에 어떻게든 걸어 보려고 그러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그 이름이 낯익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랐다.
그런데 그의 과거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성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성이 있기나 했는지도 몰랐다. 그가 어느 지역 출신이었는지도 몰랐지만, 노인은 그가 자신과 비슷하게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아서 그가 하이랄의 주민, 정확히 말하자면 하일리아인이라고 하였다. 링크는 그 표현이 그에게 무슨 의미가 있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들이 언덕을 다 내려오자, 흙길이 반쯤 흙에 덮인 돌길로 이어졌다. 뒤를 돌아보자 링크는 이 돌길이 한때는 그가 눈을 뜬 동굴까지 이어졌다는 흔적을 알아보았다. 그는 다시 노인을 바라보았다.
“저는 저 언덕 위의 작은 방에서 깨어났는데, 정말 왜 그런지 모르는 건가요? 기능도 모르는 겁니까?”
한동안 노인은 대답을 하지 않았고 둘 사이의 침묵은 그가 지팡이를 땅에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소리만이 깨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여기는 꽤 오래된 곳이다. 시간의 신전은 수천년간 이곳에 있었고, 어느 전승에서는 처음부터 여기에 있지는 않았다고도 해.” 그는 링크를 바라보았다. “저 시커족의 동굴도 그 정도의 시간동안 있었을 테고, 기능은 잊혔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누군가는 저게 뭐고 제가 왜 저기 있었는지는 알 겁니다.” 링크는 천으로 감싼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면서 말했다. “여기에 사는 다른 이는 없습니까?”
“나 말고 말이냐?” 노인은 어깨 너머로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없다. 보코블린을 뺀다면 말야. 나도 얘들이 언제 어떻게 여기로 올라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럼 다른 사람을 본 적도 없습니까?” 링크는 노인에게 약간 짜증이 올라오면서도 수상하게 여겼다.
“젊은이 말고는 없었다.” 노인이 대답했다. “수십년 동안은 없었어.”
“그럼 왜 여기서 사는지요?”
노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그의 눈길은 멀리 시간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 답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그가 한참 뒤에 말했다. 그는 다시 링크에게 고개를 돌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 얘기는 그렇게 재미난 게 못 된다.”
링크는 그의 눈을 보았는데 그의 청록색 눈에 고뇌와 슬픔이 담긴 것을 감지하였다. 링크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성함도 모르는데요.”
노인의 눈가가 주름이 잡히며 미소를 지었다. “그랬지…”
둘이 서로 눈을 보면서 링크는 그가 숨기고 있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입을 열었지만 노인의 등 뒤에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한순간에 링크는 앞으로 나서서 노인의 팔을 잡아 그의 뒤로 밀었다. 다른 손으로 그는 머리 위로 싼 검을 꺼내어 더 투박하게 생긴 무언가가 투박하게 생긴 곤봉으로 내리치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그 생명체에는 큰 코와 빨간 피부, 그리고 둥근 푸른 눈이 있었으며 마치 돼지처럼 보였다. 머리 양 옆에 큰 귀가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이 난 입이 있었으며, 머리에는 땅딸막한 뿔 하나가 있었다. 링크보다 키가 작았고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빼빼 말라 보였다. 헝겊 하나만 걸치고 있었지만 녀석이 쥐고 있는 곤봉은 꽤 단단해 보였다. 노인의 답변을 바탕으로 짐작해보건대 놈은 보코블린이었다.
그는 보코블린을 뒤로 밀쳤고, 그것은 짜증난 듯한 울음과 같이 뒤로 밀려났다. 링크는 한발짝을 내디뎌 감싼 검을 녀석의 머리로 휘둘렀지만 녀석은 꽥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이를 갈면서 양 손으로 검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보코블린은 갑자기 곤봉을 링크의 옆으로 휘두르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공격을 쳐내고 곤봉을 붙잡은 뒤 검을 위로 베었다. 그 공격으로 보코블린은 곤봉을 놓쳤고 곤봉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는 두 손으로 검을 쥐고 옆을 베어 보코블린의 갈비를 정확히 쳤다. 녀석은 천으로 감싼 날에 맞은 부분을 아프다는 듯이 붙잡더니 땅으로 쓰러졌다. 천으로 쌌기 때문에 날은 녀석을 베지는 않았지만 날에 맞은 부분은 짙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보코블린은 허둥지둥 일어나서 말리려는 듯 손을 들고 다른 손으로 옆구리를 쥐고 급하게 후퇴했다. 그것은 링크를 비난하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아들을 수 없는 꽥꽥거리는 소리를 질러댔다. 링크는 눈살을 찌푸리고 더 가까이 갔다.
“링크, 안돼!” 노인이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빨간색과 짙은 푸른색의 두 보코블린이 첫번째 보코블린이 쓰러진 곳 뒤에 있는 작은 부서진 벽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빨간 보코블린은 두 손으로 잡은 더 긴 곤봉을 쥐고 있었고 파란 종은 검을 쥐고 있었다. 링크가 가진 검보다 더 나아 보였다.
큰 곤봉을 쥐고 있는 빨간 보코블린이 이를 휘둘렀는데, 이들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란 링크는 공격을 되돌리거나 피할 틈을 찾을 수 없었다. 간신히 검으로 막았지만 힘이 꽤 세서 손이 욱신거리며 검이 튕겨 나가버렸고 그 역시 뒤로 몇 발짝 밀려났다.
보코블린들은 이런 우위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빨간 녀석이 어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쥔 곤봉은 깡마른 자가 잡기에는 꽤 크고 묵직해 보였다. 하지만 링크가 그런 묵직한 강타를 쳐내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을 보아서는 겉으로 보기보다는 꽤 강해 보였다. 그는 다음 공격을 땅으로 밀쳐냈는데, 곤봉을 되찾은 저번의 보코블린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어깨에 꽤 아픈 공격을 맞아서 신음을 내뱉고 뒤로 물러났다. 그는 언덕을 내려가 셋이 모두 위에 있도록 두었다. 파란 보코블린은 지금은 다른 두 녀석들이 공격을 하도록 두는 것 같았다. 아마 그들의 주장이었던 것 같았다.
큰 곤봉을 쥔 보코블린이 링크의 발에 곤봉을 휘둘렀고, 이번에도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뒤로 뛰면서 그는 곤봉을 쉽게 피했지만 착지는 조금 어설펐다. 어쨌든 그것과 보코블린들의 놀란 눈빛이 합쳐져서 천에서 그의 검을 빼낼 틈이 생겼다.
두 보코블린의 반응은 거의 즉각적이었다. 더 짧은 곤봉을 쥔 보코블린은 신이 난 듯 소리를 지르더니 곤봉을 거칠게 휘두르며 링크에게 덤볐다. 링크의 검이 탐난 것이었다. 다른 보코블린도 마찬가지 행동을 취했는데 황당하게도 그 긴 곤봉으로 다른 보코블린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그 놈도 그에게 덤볐는데, 넘어진 자신의 동료의 등을 밟고 몸을 던졌다. 꽥꽥거리는 소리를 지르고 더 무거운 곤봉을 링크의 머리로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링크는 옆으로 비켜서고 검을 빠르게 앞으로 베었다. 검이 보코블린의 노출된 배를 가르자 어느 정도의 저항이 느껴지더니 금방 풀렸다. 보코블린은 괴성을 지르더니 피가 흐르는 채로 바닥으로 쓰러졌고 몇발짝 근처에 곤봉을 떨어뜨렸다. 놈은 다시 일어서지 않았다.
다른 보코블린은 그의 동료가 처치당한 것을 달갑게 보지 않았다. 놈은 두 발로 벌떡 일어서서 곤봉을 휘두르며 링크에게 덤벼들었다. 링크는 첫 타를 되돌렸는데 검에서 무언가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옆으로 뛰면서 다음 공격을 피했다. 보코블린은 힘을 너무 많이 실었는지 비틀거렸고, 틈을 타서 링크는 검을 보코블린의 등에 찔러넣었다. 보코블린은 입에서 보라색 피를 토하며 켁 소리를 내더니 곤봉을 떨어뜨렸다. 링크는 검을 뽑고 보코블린을 차서 그의 동료 옆으로 굴러떨어지게 했다.
심호흡을 하면서 링크는 그가 벌인 일을 꽤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적 둘을 처치한 것이다. 그는 왼손에 잡은 피가 묻은 검을 내려다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자 잠시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는 조금 뒤로 떨어져서 이러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노인을 한번 돌아보았다. 링크는 빠르게 반응해서 그를 위험에서 보호하고 그 노인과 보코블린 무리 사이에 끼어들었던 것이다. 아마 과거에…
세번째 보코블린이 분노한 듯 소리를 지르고 링크의 등으로 검을 찔렀다. 그는 빠르게 몸을 돌려 첫 타를 쳐냈지만 이 보코블린은 빨간 피부의 다른 이들보다는 전투의 경험이 더 많아 보인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한 손에 검을 쥐고 다른 손에는 대충 깎아 만든 나무 방패가 있었다.
산 넘어 산이군, 그가 푸른 보코블린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생각이 스쳤다. 보코블린은 방패를 들어 링크의 검을 막아냈다. 날카롭게 부러지는 소리와 거칠게 밀리는 느낌과 함께 그의 검은 손잡이 바로 위에서 부러져 버렸다. 그는 앞으로 비틀거리다가 열이 더 오른 보코블린의 검을 피해 옆으로 간신히 몸을 던져 피했다.
링크는 보코블린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보코블린의 입가에는 조소하는 듯한 인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보호할 무언가를 찾으려 두리번거리던 그의 눈에 처음의 보코블린이 쓴 듯한 곤봉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 보코블린을 잠시 흘긋 보아 눈을 잠시 마주친 그는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놈은 짜증이 난 듯 소리를 지르고 뒤쫓았지만 빠르지는 않았다. 링크는 곤봉을 바로 집어들고 그의 목을 향한 검격을 제 시간 안에 막아 내었다.
그는 곧바로 곤봉을 보코블린의 머리로 휘둘렀지만 놈은 제 시간 안에 방패를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한 번 더 치려 했으나 녀석은 다시 방패를 올렸다. 세번째로 치려 했을 때에는 보코블린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놈은 더 이상 조롱하는 눈치가 아닌, 분노한 눈치로 그를 보았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방패를 내리쳤다. 그러나 녀석의 동료들처럼 이 보코블린도 생각보다 강해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다시 앞으로 검을 찔렀는데, 옆으로 피하는 링크의 배에 꽤 위험하게 가까이 와 있었다. 링크가 빈틈을 찾아내는 그 순간, 마치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보코블린이 팔을 앞으로 뻗고 검은 허공을 찌르고 있었다. 싸움을 끝내려고 너무 멀리 뻗은 것이었다.
놈은 자신의 실수를 너무 늦게 알아차렸고 링크는 보코블린의 팔에 곤봉을 내리찍었다. 그의 힘에 녀석의 팔뼈가 으스러졌고 검을 떨어뜨렸다. 한 번 더 곤봉을 휘둘러 보코블린의 턱에 맞추자 놈은 어지러운 듯 뒤로 비틀거렸다. 검을 쥔 팔은 확실히 망가진 상태였다.
링크는 검을 집어들고 부상을 입은 보코블린에게 다가갔다. 보코블린은 검을 보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팔을 붙잡고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쳐버렸다. 녀석은 시간의 신전을 향해서 도망쳤는데, 그는 그 낡은 건물에 더 많은 보코블린들이 자리를 잡았는지 의문을 가졌다. 시간의 신전으로 쫓아가 남은 보코블린들을 모두 토벌할지 어쩔지 생각하고 있는 동안 노인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그가 몸을 돌리자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면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검술 실력을 보니 확실히 자네는 굉장히 실력이 좋은 전사였나 보군.” 그가 링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는 검을 잠시 보더니 생각에 잠겨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보아하니 옛 하이랄 병사의 검이다. 칼자루 끝에 있는 문양이 보이지? 그렇게 상태가 좋은 검은 찾기가 꽤 어려운데.”
링크는 검을 내려다보았고, 세 정삼각형이 모여 하나의 큰 정삼각형을 형성한 모양 밑에 새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날개를 뻗은 형태가 칼자루에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문양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이 문양은 그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어 보였다. 생각을 하지 않고 그는 일어서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그는 노인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았고 그는 힘을 풀면서 검을 내렸다. 제대로 된 칼집만 있으면 되었다.
그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보코블린이 숨어 있던 벽의 뒤로 향했다. 그를 기습하기 위해서 숨어 있던 것이었을까 싶었으나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작은 거처의 흔적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그들은 방금 잡은 토끼를 해체하여 꺼져가는 불길에 가볍게만 구워서 먹고 있던 것 같았다.
얼기설기 엮어 만든 나무와 뼛조각으로 만든 조악한 장신구 같은 것들이 널려 있었지만 링크는 벽에 걸쳐져 있던 낡은 칼집에만 신경이 쓰였다. 그는 이를 집었고 끝에 고리가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검을 칼집에 밀어넣었고 칼집을 등에 걸쳤다. 좀 조절을 하기는 했지만 이런 자세에서 편히 검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벽의 건너편에서 걸어나와 링크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하이랄이 무너진지 얼마라고 했죠?”
“흠, 꽤 됐다네.” 노인이 대답했다. “한 세기 정도 되었나.”
링크의 속이 무너졌다. 그 말은 그의 과거에 대한 의심을 부정해 버렸던 것이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대지와 그 밑의 평원 건너편으로 눈길을 돌려 멀리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한 세기, 백 년이라면… “어쩌다가 무너진 겁니까?”
“대재앙이다.” 노인은 이 말만 하고 계속 언덕을 걸어내려갔다. 링크는 그를 보았는데, 더 몸을 굽힌 자세로 걸어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좌절감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고 그는 노인의 뒤를 따랐다.
둘은 계속 침묵하는 채로 언덕을 계속 걸어내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그들은 망가진 분수가 위치한 넓은 광장의 일부를 거쳐갔다. 주변에는 더 많은 부서진 건물들이 있었다. 일부는 지붕이 날아갔고 일부는 마치 큰 괴물이 뚫고 간 것처럼 벽에 큰 구멍이 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주위에는 보코블린이 없었거나, 있다 하더라도 그들을 공격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그들이 걸으면서 링크는 시간의 신전을 자주 돌아보고 있었다. 그 건물은 다른 건물보다 확실히 풍파를 더 잘 견뎠다. 창문의 유리창은 거의 다 부서져 있었고 정비가 되지 않았던 것은 확실했지만, 링크가 보기에는 건물은 멀쩡해 보였다. 최소한 지붕은 멀쩡했다.
“저기라네.” 노인이 또 다른 광장의 밑에 멈춰서면서 말했다. 링크는 그의 옆에 서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이 걷던 길은 왼쪽으로 조금 이어지다가 낡은 석조 건물 주변에 있던 깊은 물웅덩이에서 끝이 났다. 노인은 오른쪽으로 가리키고 있었는데, 큰 바위들이 있었다.
링크는 그의 시선을 따랐다. 그는 다시 노인을 보았는데, 이제 손을 내리고 그를 기대하듯 보았다.
“괜찮다면 여기 있겠네. 좀 쉬어야겠어서.” 그는 지팡이를 옛날 건물의 토대에 세우고 기대어 앉았다. “게다가, 또 놀라는 일이 있고 싶지는 않거든.”
그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눈길을 주며 링크는 몸을 돌려 바위들로 향해 갔다. 그는 옛 광장을 거치면서 공격을 가할 이들에 조심스러운 눈길을 주며 나아갔다. 내려가는 길에 그는 나무에 조악하게 만든 화살이 여러 대 박혀 있는 것을 보자 내심 활을 든 보코블린들의 표적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바위에 다가서자 바위의 한가운데에 작은 틈이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어떤 정자와 같은 건물이 한때 거기에 있었다가 바위로 덮인 모양새였다. 결국 그 바위가 부서지면서 속의 건물을 다시 드러낸 것처럼 보였다.
링크는 속이 열린 바위 안으로 들어갔고 그가 눈을 뜬 방에 있던 것과 비슷한 단상을 보고 놀랐다. 표면에 직선과 곡선의 문양이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표면은 몇 개의 고리로 나뉘어 있었고 가운데의 원형은 조금 올라와 있었다. 올라온 원에는 그가 든 시커 스톤과 비슷한 틈이 나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무너진 벽에 기대어 그를 여전히 지켜보고 있는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결국 허리춤에서 시커 스톤을 꺼내어 틈 안에 밀어넣었다.
잠시 동안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더니 시커 스톤과 단상이 주황색 빛으로 빛나더니 금방 빛이 사라졌다. 중앙에 올라온 원판은 단상으로 다시 들어가서 시커 스톤이 가운데에 있는 채로 하나의 매끄러운 표면이 되었다. 링크는 시커 스톤의 앞면에 다시 글귀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시커 타워를 기동합니다. 낙석에 주의해 주십시오.”
낙석이라니…?
링크가 무슨 반응을 더 하기 전, 발 밑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작은 울림으로 시작했지만 금방 거센 진동으로 커졌다. 그는 비틀거리더니 중심을 잃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건물을 에워싼 바위가 금이 가더니 큰 조각으로 부서졌다. 머리 위의 돌 중 일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진동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속이 불쾌하게 밀리는 느낌과 함께 그는 바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물 주변의 돌이 계속 떨어지더니 링크가 올라와 있던 발판이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손과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며 몸을 돌렸고 그가 선 발판이 빠르게 위로 오르고 있는 것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선 발판은 납작한 원판 모양이었고, 지붕을 받치는 지지대가 안쪽의 작은 고리를 이루고 있는 것 외에는 밖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지붕 밑에서 기어나와 모퉁이로 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원판의, 아니 이제 보니 탑의 바로 밑의 땅은 갈라지면서 오래된 바위와 흙을 흩뿌렸다. 노인은 벽에서 일어서서 놀라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링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탑은 계속해서 올라갔고, 링크가 어느새 시간의 신전의 가장 높은 첨탑과 비슷한 높이까지 올라간 뒤에야 흔들리며 멈추었다. 정확하게 어림할 수는 없었지만, 수십미터는 올라온 것 같았다. 노인은 탑의 발치의 작은 점으로 보였다.
무언가의 소리가 들리자 주의가 그곳으로 향했다. 작으면서도 원뿔형의 지붕 주변에 있던 다리 같은 지지대 셋이 갑자기 위로 일어서더니 하늘을 바로 바라보았다. 동시에 탑의 발치부터 푸른 빛이 중심까지 올라왔고 단상이 푸른빛으로 빛났다. 탑의 다른 곳까지 푸르게 빛나고 있는 것도 보였다. 링크가 알아볼 수 없던 푸른 글귀가 지붕의 주변에 새겨져 있었고 지붕의 다른 문양과 바닥까지도 푸르게 빛났다.
그때 링크는 지붕의 가운데, 단상의 시커 스톤 바로 위에 마치 종유석처럼 이상한 돌이 매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상하면서도 빛나는 문양들이 검은 표면에 나타나더니 아래로 이동하면서 그 끝에 모였다. 링크는 그 끝에 무슨 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맑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물은 큰 방울이 되더니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커 스톤의 바로 위로 떨어졌다.
링크는 천천히 일어서서 돌이 다시 어두워진 것을 보고 단상에 다시 다가갔다. 그가 단상에 다가가자 가운데가 올라왔고 시커 스톤도 곧바로 섰다. 그는 표면에 새로운 글귀가 새겨진 것을 보았다.
“부가 기능을 해제합니다.
“타임 록, 기능 정상.
“마그넷 캐치, 기능 일부 이상/수리 요망.
“리모컨 폭탄, 기능 정상.
“아이스 메이커, 기능 정상.
“워프, 기능 이상/수리 요망.
“사진기, 기능 이상/수리 요망.
“맵, 기능 정상.
“망원경, 기능 정상.
“마스터바이크 제로, 기능 이상/감지 실패.”
몇 초 뒤에 글귀가 사라지고 다른 화면의 형상으로 대체되었다. 색이 입혀진 몇 개의 사각형이 화면의 가운데에 나타났다. 각 화면의 가운데에는 비슷한 색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만, 링크는 각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는 호기심에 가운데에 푸른 원이 그려진 사각형으로 손을 가지고 갔다.
“기억하세요…”
그는 그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자 놀라서 뛰었다. 이번에도 머리 속에서 들렸지만 이번에는 어느 방향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리자 멀리 있는 성에 눈길이 갔다. 가운데에서 나오는 흰 빛이 그녀가 다시 말을 하자 가볍게 떨렸다. “기억…기억하세요, 링크.”
그는 발판을 건너가서 떨리는 빛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가 물었다. “제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저는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당신은 지난 100년간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말했고, 그는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스치면서 멈추어 섰다. 100년이라니, 그럴 수가 없었다. 가능할 수조차도 없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발밑에서 다시 땅이 흔들렸고 이번에는 몸을 낮추어 준비했다. 탑이 다시 내려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올라갈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탑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멀리 있는 성은 조금 변했다. 이상한 불그스름한 안개가 주변의 땅에서 올라왔다. 성 주변을 에워싸면서 창백한 빛을 가리기 시작했다.
“마수가…! 링크, 당신은 아직 기억을 못하겠지만, 대재앙이 다시 힘을 되찾으면, 모든 것을 파괴할 것입니다!” 여성의 목소리는 긴장한 듯한 어조와 함께 더 다급해졌다.
그가 성을 다시 보는 동안 안개는 어떠한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성 주변을 계속 돌았지만, 가장 앞쪽이 더 어두운 형상으로 굳어져 갔다. 멀리서는 확실히 할 수는 없었지만 작은 차이가 보인다는 것은 그 존재가 굉장히 거대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언가의 생물의 코 같은 것이 만들어졌고, 멧돼지와 같은 엄니가 돋아났다. 계속해서 모습이 변하더니 안개의 가장 앞에는 일그러진 돼지의 형상이 보였다. 그 마수는 거대한 입을 벌렸고 발 밑의 땅이 다시 흔들렸다. 마치 무언가의 거친 괴성을 들은 것 같았다. 그 형상은 성을 돌다가 다시 울부짖고 중앙의 첨탑 위의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성 가운데에서 흔들리던 빛이 위로 오르는 안개를 뚫고 나왔고 그 괴수의 머리가 부서지더니 다시 형상이 없는 안개로 되돌아갔다. 안개는 하얀 빛이 마치 흡수라도 하고 있듯이 다시 성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고 기세가 꺾인 채로 성의 발치 주변에서 계속 돌았으나 일단 그 괴수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고 링크는 그에 안도했다.
“대재앙이 무언가가 변한 것을 느낀 것 같습니다. 지금도 속박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으니, 그 속박을 어떻게든 강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서는 안 됩니다. 어서 가십시오! 서두르세요, 링크, 너무 늦기 전에…!”
멀리 있는 성의 가운데에서 흔들리는 빛은 다시 사그라들었고, 링크는 갑자기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Magnesis = 마그넷 캐치 (Magnet Catching)
Stasis = 타임 록 (Time Locking)
Cryonis = 아이스 메이커 (Ice Maker)
Calamity = 대재앙
Chapter Text
탑을 내려가는 것은 링크의 처음의 생각보다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탑의 옆면의 돌에는 격자무늬가 새겨져 있어 발판과 손잡이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 그 외에도 탑의 옆면에는 나선의 형태로 발판들이 배치되어 있어 탑을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다 내려왔을 때 손이 조금 욱신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쉬웠다.
사실 그는 이것보다 더 어렵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그 목소리의 말이나 탑의 꼭대기에서 본 것을 잠시 잊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의 긴장을 느꼈고 그 괴수를 대하는 것에서 힘겨워하는 것을 느꼈지만, 대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그에게 가라는 말 외에는 그 어떤 지시도 주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지만 그 위험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알 수 없었다.
그가 기억을 조금 가지고 있더라면 이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그는 그녀가 말하기 이전만큼이나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의 생각 속의 어둠을 뚫어보려 했지만, 오래 전에 잊어버린 꿈을 다시 떠올리려는 것과 비슷했다. 과거가 거의 느껴졌지만, 손에서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참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탑의 발치에 도착하자 그는 노인에게 그 의문의 여성과 그가 본 괴수에 대해서 말해보기로 하였다. 그 노인도 그 목소리를 들었을지도 몰랐으며 최소한 그 괴수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설명이라도 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링크가 노인이 앉아 있던 무너진 벽을 보았을 때 그 자리에는 노인의 지팡이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루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두려움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그는 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정신이 곤두서서 두리번거리면서 주변에서 반드시 오게 될 공격을 기다렸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무언가가 그의 머리 옆으로 날아갔고 그는 옆으로 뛰었다. 얼마 뒤 다른 화살이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뚫고 날아가 근처의 땅에 박혔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빨리 돌아보자 링크는 보코블린 세 마리가 근처의 언덕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둘은 조잡한 나무 활을 쥐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꽤 낯익어 보였다. 대충 만든 붕대를 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 팔이 부러진 것 같았다. 아까의 푸른 보코블린이 동료를 데리고 돌아온 것 같았다.
그의 손에 검을 강하게 쥐며 링크는 자신에게 날아온 두 대의 화살을 옆으로 피했다. 보코블린의 겨누는 솜씨는 꽤 안 좋아서 가만히 서 있어도 자신을 맞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대만 제대로 맞는다면 끝이었다.
그는 바로 언덕으로 달려갔다. 사수 둘에게 돌격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탑을 제외하고는 좋은 은신처가 없었을뿐더러 사수들이 자리를 잡고 자신에게 정확하게 겨눠서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
좌우로 움직이면서 그는 두 발을 더 피했고 다행스럽게도 언덕에 도달했다. 그가 달린 쪽은 가팔랐지만 어느 정도 빠르게 달렸기에 단숨에 올라갈 수 있었다. 언덕을 오른 순간, 다른 보코블린이 화살을 겨눈 것을 보았다. 이번에는 그의 심장을 바로 겨누고 있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대신 앞으로 내달리며 두 사수 사이의 틈으로 달렸다. 오른위팔에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대신 그는 검으로 넓게 베면서 몸을 돌렸다. 첫번째 사수의 목을 꿰뚫었고 다른 하나는 두번째 사수의 활을 두 동강을 내었다. 고통의 소리를 들은 걸로 보아서는 그 보코블린의 손까지 베어버린 것 같았다.
링크는 계속 돌았고 갑작스러우면서도 짧은 순간의 저항을 느꼈다. 푸른 보코블린이 놀란 붉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의 손에는 무방비였던 링크의 등을 노리고 찍으려고 하던 날이 선 단검이 있었다. 얼마 뒤 그 보코블린은 피를 흘리는 배를 움켜쥐고 단검을 떨어뜨리더니 거꾸러졌다.
이 보코블린이 드디어 그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부서져 버린 활을 버린 채로 당황한 소리를 지르며 언덕 아래로 도망치는 보코블린을 보았다. 이러한 상황을 또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링크는 검을 칼집에 밀어넣고 다른 보코블린이 떨어뜨린 활을 집었다. 그는 화살 한 대를 걸고, 그의 뺨까지 시위를 당긴 뒤, 조심스레 겨누었다. 바람에 맞추어서 조절을 어느 정도 한 뒤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허공을 갈라서 무방비의 보코블린의 등에 박혔고 그것은 앞으로 넘어져서 엎드린 채로 쓰러진 뒤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보코블린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는 활을 떨어뜨리고 아까 몇 초동안 자신이 벌인 이 학살극에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쳤다. 세 마리의 목숨을 죽였거나 죽게 한 것이었다. 아까 둘까지 더하면 다섯이었다. 쉽게 목숨 다섯을 빼앗아버린 것이었다.
대체 그는 누구란 말인가?
이제 그는 답을 알기가 두려워졌다. 보코블린이 해괴하고 위험했다는 사실을 주지해도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게 했다는 것의 부끄러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과거의 그는 누구였단 말인가? 그 여성의 말을 믿는다면, 그 먼 과거의 자신은 누구란 말인가?
팔에서 온 고통 때문에 그의 어지러운 생각에서 깨어났고, 팔을 내려다보자 그의 소매가 아까 그에게 쏜 화살에 의해서 잘린 것을 보게 되었다. 그저 스치기만 했을 뿐인 듯했지만 피가 그의 팔에서 흘러내려 소매를 적시고 있었다. 주변의 시체들을 돌아본 뒤, 링크는 자신의 옷이 이 보코블린들이 쓰던 더러운 헝겊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의 오른 소매를 찢었고, 피가 묻은 부분을 잘라낸 뒤에 남은 천으로 팔을 감쌌다. 그렇게 깊이 베인 것은 아니었지만 붕대가 필요할 정도로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 이를 처리한 뒤에는 그가 챙길 수 있을 법한 것을 돌아보았다. 그는 죽은 푸른 보코블린을 보았고 그것이 쓰던 방패가 등에 매여 있다는 것을 보자 살짝 놀랐다. 날이 녹슨, 녀석이 떨어뜨린 단검은 머리 옆에 떨어져 있었다.
링크는 보코블린의 등에서 방패를 조심스레 떼어냈고, 가슴 부분에서 긴 끈을 밀어올려서 확인했다. 전투에서 많이 버티지는 못할 법했던 간단한 나무 방패였다. 나무에는 깊은 균열 몇몇이 있었고 그 중에는 링크 자신이 새긴 균열 여럿도 있었다. 전투할 때에 팔에 걸 단순한 가죽 띠가 둘 있었고 등에 맬 때 쓸 긴 띠 하나가 있었다. 그는 이를 오른팔에 걸쳐서 무게를 시험해 보았다. 그에게는 너무 가벼웠다. 단순한 곤봉과 녹슨 검만 간신히 막을 정도였고 근거리에서 쏜 화살을 막을 수 있을지 조차도 의심스러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는 어느 정도의 방어 수단을 찾았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방패를 등에 메었고 다른 보코블린을 보았다.
그는 입을 다물면서 아까 떨어뜨린 활을 집었다. 그렇게 좋은 상태도 아니었고, 그가 보기에도 질이 좋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보코블린은 확실히 손재주가 굉장히 나빴다. 그래도 겨누는 것은 꽤 위협적이었고, 멀리서 공격을 당했을 때 아무런 방비도 없는 채로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활에 더 무리가 가지 않도록 활시위를 풀었다. 다음에는 간단한 가죽 화살통을 찾아서 그의 허리춤에 찼고, 쓰러진 보코블린의 주변에서 화살을 더 주웠다. 마지막으로 푸른 보코블린의 단검을 집어서 그의 허리띠에 끼워넣었다.
아까보다는 준비를 더 잘 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는 언덕을 내려와 버려진 지팡이와 자루를 향해 갔다. 그는 지팡이는 두고 자루를 들어서 어깨 너머로 들었다. 둥글게 말린 활시위를 그 안에 넣고 잠시 뒤에 그 안에 있던 사과 하나를 꺼냈다. 반쯤 남은 수통도 그 안에서 발견했다. 노인의 사과를 꺼내 먹는다는 잠깐의 미안함을 무시하고 그는 한 입을 베어물고 시간의 신전을 올려다보았다.
노인이 아직 살아있는지, 보코블린들이 납치했다면 그곳으로 끌고 갔는지는 몰랐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확실히 할 수가 없었다. 그 노인은 그가 이 이상하고 기묘한 세계와 가진 유일한 연결고리였으니 최소한 찾기는 해봐야 했다. 링크 자신을 도운 것으로 인해서 그가 잡혔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링크가 전생에 정말로 무슨 전사였다면, 목숨을 빼앗기 보다는 지키기 위해서 사용하기를 바랐다.
시간의 신전으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는 동안에 링크는 자신의 전투 기술 중에서 은신은 없다고 확신했다.
그가 걸으면서 그의 등의 방패가 계속해서 낡은 칼집과 부딪혀서 걸을 때마다 쿵쿵대는 소리가 났다. 방패를 더 강하게 조일 수도 없었고 이를 그냥 버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하지만 아까의 그 기습을 생각하면 일단 지금은 가지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러면 링크, 넌 그걸로 뭘 할 거야? 한쪽 끝에 서 있는 제단과 그 가운데의 무너진 조각상을 바라보면서, 이 건물이 예배에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주변을 돌며 그가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었다. 화살을 다시 되돌리려고?
어느새 그는 그 자신을 링크라고 칭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치 오랜만에 보게 된 친구처럼 자신의 입에 자연스러웠다. 그렇다면 그 여성이 자신의 이름을 바르게 알고 있다면, 다른 것도 바른 것이었을까? 아니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 리는 없어. 그렇다 하더라도 왜 난데? 그러더니 그는 아까 보코블린을 처치한 것을 생각하더니 입을 깨물었다.
그는 시간의 신전으로 이어지는 언덕은 여러 층으로 나뉘어서 각각의 층이 각양각색의 건물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오래된 침대의 틀을 보아하니 몇몇은 사제들의 숙소였을 것이었다. 다른 건물들은 예배당이었거나 작은 무리에게 포교하는 데에 쓰이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지어졌을 것 같았다. 아니면 여기에 마을이 한때 있어서 이 건물들이 다 집이거나 상점일 수도 있었다. 그는 정말로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시간의 신전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가는데, 길이 갈라지기 전 마지막 건물에 도착할 때까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큰 건물은 지붕과 한쪽의 벽의 일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멀쩡했다. 그는 이곳에서 잠시 정비를 하고 신전으로 향하는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이 건물이 아래의 건물보다도 더 큰 건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크고 빈 건물을 돌아보는 동안 몸을 돌리자 아까 보지 못한 구석을 보았다. 그는 헉하고 숨을 들이쉬고, 눈이 커지며 뒷걸음질을 쳤다.
링크 앞에는 거대한 구조물이 있었다. 의문의 조각상은 그가 서 있는 건물만큼이나 높았다. 여섯 개의 촉수 같은 다리가 있었고 각각에는 세 개의 발톱 같은 구조물이 있었지만 세 개의 다리만이 온전해 보였다. 다른 세 다리는 짧은 마디로 부러져 있었다. 몸체는 원통형이었는데, 바닥은 넓고 꼭대기는 더 좁았다. 검은색의 눈 하나가 몸의 가운데에 새겨져 있었고, 그 안에는 불길한 검은 눈처럼 검은 구가 박혀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겁이 나는 모습이었지만, 이 무언가를 올려다보면서 느낀 공포는 그 모습이나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어딘가로 도망쳐서 숨고 싶었다. 이 건조물과 자신 사이에 무언가를 세워서 보호하고 싶었다. 보기만 해도 속이 뒤틀리고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래도 솟아오른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목덜미의 털이 곤두섰다. 마치 그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건물을 사용할 그의 계획을 완전히 버려서 문가로 갔고, 보코블린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뛰어나왔다.
벽을 사이에 두자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 도움이 되었지만 아직도 마음이 크게 뛰고 있었다. 손바닥에도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건물은 시간의 신전으로 올라가는 두 계단 사이에 있었기에 그는 그 계단 중 하나로 바로 뛰어갔고, 내내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링크가 계단 중 하나에 도착하자 비슷하게 생긴 이상하고 여러 다리를 가진 이런 조각들이 신전 근처에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전을 보고 있는 것 같았고, 아까의 것처럼 여러 형태로 파손되어 있었다. 다리가 없거나 원통형의 머리에 있는 지느러미 같은 돌기 하나가 없기도 했다.
링크는 잠시 가능성을 고려했지만, 그 노인을 생각하자 다시 의지가 솟아올랐다. 그저 조각일 뿐이었다. 그랬을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꽤 낡아 보였다. 금속에 이끼가 끼어 있고 저 다리의 틈에 새가 둥지를 튼 흔적도 보였다.
그는 이러한 이상한 판단을 뒤로 밀어버린 채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돌을 조심하면서 계단을 올랐다. 시간의 신전 주위의 땅은 참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새소리와 곤충의 소리로 살아 있어서 그가 내는 다른 여러 소리들을 막아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망가진 세 개의 금속 조각들을 천천히 지나치고 나서 그는 시간의 신전의 외벽에 도착했다. 낡은 입구가 거의 2미터 앞에 있었고, 이제 가까이 보니 신전 안에서 작은 움직임이 들렸다. 그는 활시위를 푼 활을 돌벽에 걸쳐 두고 등에서 방패를 꺼내어 오른팔에 걸쳤다. 그런 뒤에 그는 등 뒤로 손을 뻗어 소리가 최대한 안 나도록 검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뽑았다. 그는 벽을 따라서 천천히 움직이다가 입구에 도착했다. 심호흡을 한 뒤, 그는 입구 안에 머리를 살짝 넣어서 안을 엿보았다.
신전 안에는 오래된 돌 의자들이 대부분 부서진 채로 양 옆에 있는 긴 회랑이 있었다. 회랑의 끝에는 길고 흘러내리는 듯한 드레스를 입은, 날개가 달린 여성의 큰 조각상이 있었다. 발치에는 비슷한 모습을 가진 작은 조각상들이 여럿 있었다. 링크는 시간의 신전이 생각보다 피해가 적었다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았다. 서쪽 벽은 거의 온전해 보였지만 동쪽 벽은 몇몇 부위만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그는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그곳까지 무너졌다면 건물 자체 또는 지붕이 오래 전에 완전히 무너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빛은 무너진 벽을 통해서 들어와서 신전의 돌 바닥에 탁탁 튀는 모닥불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불 옆에는 죽은 멧돼지가 놓여 있었고, 몇몇 고기덩이가 꼬챙이에 꽂혀 불 위에서 구워지고 있었다. 이것만 보면 눈을 뜨고 나서 사과 두어 개만 먹은 링크에게는 꽤 맛있어 보였지만, 불가에 보코블린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보자 입맛이 다 가셨다. 그것은 먹음직스럽게 구운 고기를 한 움큼 게걸스럽게 뜯어먹었다. 녀석은 등을 돌리고 있었고, 링크는 그것의 무기인, 곤봉과 하얀 뼈가 정면에 묶여 있는 나무 방패가 몇 발짝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신전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그는 양 옆에 측면의 방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 모두 보코블린은 없었지만 이전에는 창고로 쓰인 것 같았다. 지금은 이 보코블린 한 마리가 신전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놈들은 사냥을 나갔거나, 주변을 정찰하고 있었거나, 링크가 다 죽였는지도 몰랐다.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었지만 안도는 그렇게 크게 되지는 않았다.
링크는 몸을 낮추면서 자신의 몸을 돌 의자의 뒤로 숨기며 이동했다. 하지만 많은 양의 부서진 돌과 파편 사이에서 몰래 움직이는 것이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실수로 돌조각을 발로 차버렸다. 보코블린이 반응하는 것이 들리자 그는 돌 의자 바로 뒤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었고, 주변을 돌아보듯 발을 디디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각오를 하듯 검을 꽉 쥐었다. 적이 이 하나뿐이었다면 쉽게 처치할 수는 있지만, 다른 이들까지 부른다면…
링크는 보코블린이 다시 앉고 고기를 한입 더 물면서 낄낄 웃는 소리를 들었다. 링크는 의자 너머로 고개를 뺐다. 아마 남의 몫을 남기지 않고 자신이 이를 다 먹어버리겠다는 이 기회를 기쁘게 받는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을 위협하지도 않는 이 보코블린을 공격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하는 순간, 그의 검의 끝이 옆의 돌 의자의 표면을 긁어버렸다.
보코블린은 곧바로 반응해서 벌떡 일어서더니 몸을 돌렸다. 녀석은 이상한 말로 소리를 질렀고, 링크는 검을 쥔 채로 앞으로 덤볐다. 그는 녀석의 심장이 있을 법한 위치로 칼을 찔러 넣었다. 잠깐동안 그것은 링크를 놀라고 겁에 질린 눈치로 보더니 숨이 꺼져버렸다. 이를 다시 물면서 링크는 보코블린의 팔을 잡아서 천천히 시체를 바닥으로 조용히 내렸다.
그는 곧바로 부서진 벽으로 달려가 밖에 다른 보코블린들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여러 다리가 있는 금속 조각상 몇몇만 빼면 다른 위협은 없었다. 하지만 그 노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그는 몸에서 긴장을 풀고 신전 안을 돌아보았다. 의자 중 하나에는 낡고 더러운 헝겊 하나가 있었다. 그는 이것으로 그의 검에서 보라색의 보코블린 피를 닦아냈다. 그가 바라던 것보다도 더러웠고 이전에도 닦은 적이 없었기에 지금은 칼집의 안쪽도 더러울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칼을 닦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검을 다시 칼집에 밀어넣고, 방패를 등에 맨 뒤, 부서진 의자 중 하나에 앉아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은 그저 자신의 식사를 하다가 죽은 보코블린에게로 향했다. 링크에게 어떤 위협도 없었다. 아까의 싸움도 포함한다면 그렇지 않을 지도 몰랐다.
그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이 더 편했을까? 그렇다면 그것대로 좋은 것이었을까?
“무슨 생각에 깊이 잠겨 있는 것 같구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링크는 두 발로 벌떡 일어나 놀라 뒤를 돌아보았는데, 신전의 입구에 노인이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어디 다친 구석도 보이지 않았고 어느새 지팡이를 다시 주운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냥 어디로 걸어간 것이 다였던 것이어서 굳이 여기로 올 필요도 없었던 건가 싶었다.
“저는 당신이…” 링크는 말을 꺼내려 했으나 노인의 웃음소리에 입을 닫았다.
“자넨 누군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 바로 달려나가곤 했지.” 노인이 말했다.
“예?”
노인은 지팡이를 땅에 두드렸는데, 소리가 생각보다 더 크고 울려퍼지는 것 같아 링크는 입을 다물었다. “첨탑으로 올라오거라. 보여줄 것이 있고, 줄 것도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체…” 다시 링크는 입을 다물었는데, 노인이 몸을 돌리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아까까지 거기에 서 있더니 그 다음 순간에는 흔적도 없이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더니 그는 그가 가는 것을 놓치기라도 했는지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문쪽으로 달려가 밖을 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마침내 그는 결국 호기심에서라도 노인의 지시를 따를 것을 짐작했는지, 무너진 벽 중에서 탈 수 있을 것 같은 벽을 보고서는 타기 시작했다. 노인은 링크를 아는 듯했다. 그는 노인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아내려 했다.
그는 거칠고, 발판의 흔적이 있으며, 탈 수 있을 것 같은 조금 부서진 벽의 표면을 발견하였다. 가끔 죽은 보코블린에게서 빼낸 단검으로 벽돌 몇 개를 뽑아내야 했던 일 빼고는 별 큰일은 없었다. 지붕에 도달하자 그는 빨간 기와로 몸을 끌어올렸다. 일부는 깨져 있었고 어느 부분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지붕의 꼭대기로 올라갔고 최악의 피해가 동쪽에만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올라선 뒤에는 큰 피해가 가해진 첨탑에 눈이 갔다. 링크의 앞에는 한때 창문이 있었을 법한 자리였던 큰 구멍이 나 있었다. 반대쪽 창문과 주변의 돌도 오래 전에 무너져 내려서 반대쪽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지붕을 건너서 갔지만 첨탑에 가까이 가서야 링크에게서 등을 돌린 채로 서서 큰 구멍으로 보이는 하이랄의 대지를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노인은 뒷짐을 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무언가가 달라보였다. 키가 더 크고 강해 보였으며 그의 지팡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노인은 링크가 열린 첨탑 안으로 천천히 들어올 때까지 등을 돌리지 않았다.
노인은 미묘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링크.” 그가 말했다. “이전의 기억은 없지만, 실력과 천성은 그대로구나.” 링크는 노인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조용히 있었다. 노인은 조용히 웃었다. “그럼 내 본모습을 보여주도록 할까.”
노인은 몸을 돌려서 멀리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나의 이름은…” 그는 크게 숨을 쉬더니 말을 이었다. “…로암 보스포라무스 하이랄이다. 한때 이 땅에 존재한 나라 하이랄...” 그는 말을 멈추더니 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 마지막 왕이다.”
노인의 몸에 갑자기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푸른 빛이 감돌아서 링크는 눈이 부셨다. 빛이 가라앉자 노인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낡은 망토를 입지도 않았고, 그의 수염도 어질러져 있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금으로 둘러진 푸른 조끼를 흰 웃옷과 흰 바지, 그리고 바닥에서 어느 정도 떠 있는 검은 가죽 장화 위에 걸치고 있었다. 허리띠의 큰 버클에는 링크의 검에 있는 것과 똑같은, 하이랄 왕족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의 수염과 머리는 더 정리가 되었고 깔끔했으며, 머리에는 금으로 된 왕관을 쓰고 있었다. 아까의 밝은 빛은 줄었지만, 그 노인이었던 왕은 비슷한 빛으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링크는 마치 머리 위에 찬물이 쏟아져 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는 뒷걸음질을 했지만 발 끝이 첨탑의 방의 모서리에 닿았다. 그는 등의 검을 잠시 생각했지만, 이 존재, 유령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나라는 100년 전, 대재앙에 의해서 멸망했다, 라고 말했었지.” 로암 왕은 등을 돌려 쓸쓸한 표정으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때 목숨을 잃고 지금은 영혼 뿐인 존재가 되었다.”
“무슨…” 링크가 말을 하려 했다가 입을 다시 축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재앙이 뭡니까? 당신이 도움이 될 이입니까? 그 여성이 말한 이요?”
로암 왕의 표정이 무언가 변한 것 같았다. 더 거세졌고 그의 눈도 링크와 마주했다. “내가 죽은 뒤, 나는 이 영혼의 형태로 이곳에 남아 있었다. 왜인지는…오랫동안은 몰랐다. 아마도 왕족들과 이곳의 연결고리, 즉 우리의 역사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그녀도…결국 나에게 말을 걸었지.”
왕은 몸을 돌려서 무너진 벽 근처로 몸을 옮겼다. 움직이기 위해서 다리를 옮기지 않고 그저 떠서 이동할 뿐이었다. “깨어나자마자 바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것 같았다. 기억이 꽤 불안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대신에 임시로, 덜…위압적인 모습을 취했다.” 그는 멀리 있는 성을 다시 보았다. “용서해라. 이제 보니 의지가 꽤 강하구나.”
링크는 왕 옆에 서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가 이제 좌절하는 말투를 섞으면서 말했다. “뭐라도, 아무것이라도, 도움이 될 말이라도 해 주실 수 있다면…”
로암 왕은 링크를 내려다보았고 그의 표정도 쓸쓸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주마, 링크. 들으면 무언가가 생각이 날지도 모를 거다.” 그는 성을 다시 보았는데, 보라색 안개로 이루어진 괴수가 다시 올라서 성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성 주변의 땅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재앙 가논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오래 전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한다. 마왕은 오래 전, 이 왕국에 태어났다. 전승에서는 한때는 사람이라 했고, 다른 데에서는 괴물이었다 했다. 어느 쪽이든, 전설은 그가 깨어나면 늘 끔찍한 전쟁과 파괴가 벌어졌다고 말하였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저것은, 그 존재의 남은 것뿐으로, 죽음과 부활의 끊임없는 고리와 원념에 사로잡힌 존재이다.
“왕국의 대다수는 가논에 대한 진정한 이야기를 잊어갔다. 전설로, 동화로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직 젊은 청년일 때, 한 예언가, 점술가가, 나에게 예언을 남겼다. 그는 대지에 가논의 부활의 징조가 뚜렷했고, 그에 대항할 힘도 대지 속에 숨겨져 있다고 말하였다.”
왕은 링크를 다시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차차…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여러 증거들이 나왔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곧 자취를 감추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링크는 조용히 있었고, 로암 왕은 말을 이었다.
“우리는 예언을 따라서 넓은 땅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우리의 먼 선조들이 만든 여러 고대의 유물들을 발견했지. 이 유물들은, 입에 올리기도 힘드나, 전사들이 조종하는 거대한 기계들이었다.” 그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그의 반투명한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는 가디언들도 발굴했다. 신전의 밖에서 보았겠지. 이 기계 병사들은 자의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었고, 수백년 전에 만들어져 재앙 가논에 대항하도록 되어 있었다.
“전설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었고, 학자들도 이 전설에는 어느 정도의 사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전설에는 봉인의 힘을 지닌 공주와 퇴마의 검, 봉마의 검에 선택을 받은 그녀의 기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 둘만이 가논에 맞서고 봉인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그 성스러운 힘을 물려받을 공주와, 그녀의 곁에 선 재능 있는 기사가 있었다.” 로암 왕은 링크를 보면서 말했다. 그의 등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들도 선조들처럼 진을 치고 기다리기로 하였다. 이에 우리는 신수들을 조종할, 실력이 뛰어난 네 명을 하이랄 각지에서 선발하였다. 조라족의 미파, 고론족의 다르케르, 겔드족의 우르보사, 그리고 리토족의 리발. 공주를 필두로 하여 우리는 이 조종사들을 영걸이라 불렀다. 그들의 결속을 더 강화할 이름이었다.”
로암 왕은 성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 괴수는 다시 성 깊숙이 끌려들어갔는데, 그 의문의 여성이 붙잡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왕은 슬픈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공주와, 기사와, 다른 영걸들은 가논을 봉인할 준비를 마쳤다. 거의 다 왔지만…아니었다. 교활한 가논은 우리가 상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부활하였다.
“그는 하이랄 성 깊숙한 곳에서 나타나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 백성들이 준비해둔 신수들과 가디언의 지배권을 빼앗아 우리를 공격하였다.” 왕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분노에 찼고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영걸들은 목숨을 잃었고, 성과 그 주변의 마을에 살던 이들도 그렇게 되었다. 선택받은 기사도 공주를 지키다가 크게 부상을 입었다.”
그러자 링크의 속에서 무언가가 피어올랐다. 실제 기억이라기 보다는 감정이었다. 두려움, 고통, 절박함, 분노, 그리고 낙담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뻗어 조각이 난 벽에 받치고 고개를 저었다. 참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하이랄 왕국은 재앙 가논에 의해 괴멸당한 것이다.” 왕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는 링크를 다시 보고 그의 기분을 조용히 받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말을 이었다. “공주는 살아남았다.” 안도, 큰 안도가 느껴지고, 마치 링크의 가슴에서 억눌린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주가 살아남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에게는 중요했다. “그리고 그녀는 홀로 가논에게 맞서러 갔다.”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링크는 무엇을 말할지, 무엇을 물을지 몰랐다. 속으로는 마치 이것을 다 알고 있던 것 같았는데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억도, 지식도 없이, 갑자기 솟아오르고 또 동시에 가라앉은 감정들만 있었다. 왕은 몸을 완전히 몸을 돌려 링크를 바라보았고, 잠깐 링크는 가볍게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주의 이름은 젤다, 나의 딸이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젤다를 지키던 용맹한 기사는…지금쯤 짐작했겠지만, 바로 그대였다, 링크.”
링크는 일부러 천천히 숨을 내쉬었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의 실력과 능력이 설명이 되었다. 그가 살육을 즐기는 이가 아니라는 설명이 있다는 것에는 안도가 되었다. 게다가 그는 누군가를 수호하는 이, 기사였다. 하지만 그것 이상이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잠시 머뭇거렸다. 그저 기사가 아닌, 전설 속의 존재였다. 저 멀리 있는 성에 주둔하고 있는 괴수를 처치해야 하는 임무를 맡기 위해 선택을 받았던 이였다. 그는 어떻게 반응했고, 어떻게 이행했을까?
“그날, 그대의 운명은 한번 끝났었다.” 왕은 링크의 생각에 제약을 받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대는 시작의 대지의 암석 깊이 묻혀 있는 회생의 사당으로 옮겨진 후, 100년에 걸쳐서 비로소 소생하여 여기에 서 있다. 그대가 눈을 뜨고 난 후, 몇 번이나 들었을 인도하는 목소리, 그것은 젤다의 목소리이다.
“지금도 그녀가 하이랄 성에서 가논을 억누르고 있는 동안, 그녀는 그대와 말을 하고 싶어하고,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한다. 허나, 내 딸의 힘도 곧 다하게 될 것이다.” 왕의 얼굴은 굳어갔고, 링크는 뱃속에서 두려움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마수 같은 가논은 그녀의 통제에 더 강하게 저항하는 것 같았고, 내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그녀의 힘이 다하면, 가논은 완전히 힘을 회복할 것이며, 젤다의 목숨을 빼앗고 이 땅을 지배할 것을 막을 이가 없을 것이다.”
왕은 말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떨구었다. 링크는 그의 표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결국 나는 내 왕국을 구하지 못했다. 아니, 내 과오로 인해서 멸망했는지도 모르지. 내가, 이미 많은 것을 희생한 자네에게, 이를 부탁할 자격은 없지만…나는 여기에서는 무력하다. 그대는 그녀를 구해야만 한다, 링크. 딸을 구해라. 그리고 반드시 가논을 무찔러라.”
그 말은 링크 주변을 어지러이 도는 것 같았다. 숨을 쉴 수도,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깨어난 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그가 누구인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어쩌다 여기에 왔는지도 모르고 있는 그였다. 그리고 지금 이 임무, 이 책임까지.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었는지, 왕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왕은 그의 의사를 묻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영혼의 눈에는 더 위엄이 섰고 그의 어조에는 명령적 어조가 담겼다. 그는 노인이나 부탁하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행이 되어야 하는 명령을 내리는 왕이었다. 어딘가 그 모습도 꽤 낯익었다.
“이 대지 너머의 상황은 딸이 수년 전에 말해준 것 말고는 잘 모른다. 가논이 성 주위에 있는 가디언들을 아직도 지배하고 있는지, 아직도 기동중인지도 모르고, 신수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금 바로 가논을 무찌를 수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준비를 해야겠지.” 그는 부서진 창문 밖으로 손가락을 가리켰고 링크는 그가 가리키는 것을 보기 위해서 그의 옆에 섰다.
산 한 쌍이, 내지는 마치 반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하나의 큰 산이,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동쪽에는 저 대지에 마을이 하나 있다. 쌍둥이산 건너편의 북쪽으로 가는 도로를 타고 가면 카카리코 마을에 도착하게 될 거다. 만일 아직 살아있다면, 마을의 원로 임파를 만날 거다. 나처럼 그녀도 그대의 귀환을 100년간 기다리고 있었으니, 앞으로 있을 여정을 잘 설명해 줄 거다.”
로암 왕은 잠시 말을 멈추고 링크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왕족의 근엄함이 거의 사라지고 불가에 앉았던 그 노인 같은 분위기가 났다. “지금 다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은 안다.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이기 쉽게 해 줄 수도 없겠지.”
링크는 왕을 올려다보고 다시 하이랄을 바라보았다. 푸른 초원을, 멀리 있는 화산을, 꿰뚫린 산을, 그리고 성을 보았다. 마수는 지금은 진정된 것 같았지만, 금방 다시 나타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다음이야말로 완전히 풀려나게 될 것이었을까? 지금까지 계속 봉인해 왔다면 조금 더 봉인해 둘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얼마나 남았단 말인가?
그는 망망대해에 맨몸으로 빠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왕이 한 모든 말은 그의 머리를 짓누르면서 더 깊이 밀어넣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나이든 왕이나 그의 딸을 버리고 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과거였든 현재이든 이와 같은 임무에서 도망치려고 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의무감이었거나,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었거나, 아니면 링크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공주를 그저 구하고 싶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지금은 이유는 몰랐지만 할 것이었다.
“어떻게…어떻게 가논을 처치하죠?”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만약 왕이 알고 있었더라면 진작에 말했을 것이었다. 아니면 그 일을 진행할 다른 이를 찾았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물어는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잘 모른다.” 로암 왕은 씁쓸한 미소를 다시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임파는 그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시커족 중에서는 가장 수완이 뛰어났으니. 그리고 젤다가 너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은, 재앙 가논에게서 약점을 찾았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시작의 대지에서는 어떻게 내려갑니까?” 링크가 왕의 대답에 가슴이 더 철렁하면서 물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왕은 이번에는 호탕하게 웃고 영적인 손을 링크의 어깨에 얹었다. 마치 차갑고 느낌조차도 없는 것 같았다. 링크가 그를 보코블린에게서 끌어냈을 때에도 그런 감촉이 느껴졌었는지 생각이 들었다. “자, 그것은 도와줄 수 있지.” 그는 몸을 돌려 링크 근처에 떠 움직여 첨탑 구석의 작은 포대로 갔다. “여정에 필요할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필수품을 챙겨두었다.” 그가 포대 근처에 서면서 말했다.
링크는 그 꾸러미로 가서 무릎을 꿇고 안에 손을 넣어서 손에 잡히는 첫번째 물건을 꺼냈다. 아까 왕이 입고 있던 것 같았던 두꺼운 양모 망토였다. 링크는 로암 왕 같은 영혼이 어떻게 실제 물건을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깨어난 뒤로 더 이상한 것도 보아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망토 외에도 장갑 한 쌍과 밧줄, 그리고 육각형으로 깎인 여러 색의 보석이 담긴 주머니가 있었다. 대부분은 녹색이거나 푸른색이었지만, 몇몇은 빨간색이었고 보라색도 하나 있었다. 그는 노인을 모르겠다는 듯이 보았다.
“루피다. 지난 100년간 상황이 크게 변한 것이 아니라면, 하이랄에서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화폐다.”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얼마 없지만, 대지에서 찾을 수 있는 전부였다. 보코블린들이 여기에 자리를 잡으면서 꽤 많이 훔친 것 같더구나. 하지만 상인들에게서 살 기본적인 물건값이나 여관비 정도는 될 거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꾸러미 바닥에 있는 마지막 물건을 확인하였다. 처음에는 평범한 갈색 천으로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천에 나무로 된 구조가 묶여 있었다. 그 구조물은 나무에 있는 단순한 쇠 경첩을 따라 접혀 있었다. 그는 구조물을 펴고 경첩을 고정했는데, 그의 생각보다 꽤 컸다. 구조물을 펴자 갈색 천이 펴졌고 그 천에 간략한 형상의 새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래쪽에는 구부러진 나무 막대 두 개가 손잡이처럼 엮여 있었다.
“그것이 내 패러세일이다.” 왕이 자부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특별한 거다. 여러 해 동안 나를 잘 섬겨 주었지. 지금 내 상태로는 아무 쓸모가 없지만, 너에게는 아주 유용할 거다. 특히 이 땅 곳곳에 저런 탑들이 솟아났으니.”
링크는 패러세일을 그의 손에서 돌려 보면서 이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쓸모가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 패러세일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특수한 리토의 천으로 만들어서 굉장히 가볍고 가벼운 바람도 쉽게 잡고, 어떤 높이에서도 날을 수 있으며, 착지 시의 충격도 최소화시킨다. 물론, 처음에는 무섭겠지만, 적응만 한다면 하늘도 너의 영역이다. 뛰기 전에 손잡이를 꽉 잡는 것을 잊지는 말고.”
링크는 모르겠다는 듯이 나이 든 왕을 올려다보았고, 그는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로암 왕이 말을 이었다. “그게 시작의 대지에서 나가기 위해서 필수적일 것이다. 그대가 회생의 사당에 뉘였을 때, 대지로 올라오는 길이 무너졌고 그 길에 물이 고여버렸다. 보코블린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마 타고 오는 방법을 알아냈거나, 처음부터 여기 있었는데 아무도 오지 않자 최근에야 더 대담해진 것일지도.”
링크는 패러세일을 모르겠다는 듯이 내려다보았고, 다시 왕을 보았다. 로암 왕은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영적 빛이 더 강해진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링크가 보니 왕이 반투명해지고 있었다.
로암 왕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굉장히 가벼우면서도 차가웠다.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구나.” 그가 더 투명해지면서 말했다.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만요!” 그는 벌떡 일어섰는데 왕의 손이 그의 어깨에 있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그는 크게 놀랐다. 손은 이제 링크의 배 안쪽에 있었다. 불편하면서도 차가운 기색이 들었고 왕은 재빨리 손을 치웠다. “아직…아직 기억이 없습니다. 말해준 것도 거의 없잖습니까! 여기에 더 못 있으시는 겁니까?” 그는 애걸하는 그의 목소리가 싫었다. 그가 왕이 말한 영웅이었다면, 이것보다는 더 강해야 했다.
“나의 목적은 너를 길로 인도하는 것일 뿐이었다, 링크.” 로암 왕이 말했다. 그의 발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의 다리도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잘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말한대로, 임파를 찾아 나서라. 그녀가 세상을 떴다면 그 지식을 맡긴 이를 찾거라. 거기서 네가 바라는 정보를 알게 될 것이다.” 왕은 잠시 말이 없어지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들어 링크를 바라보았고, 그의 눈가의 주름은 미소를 지으며 펴졌다. “그리고, 부탁이다. 내 딸을 부탁하마. 그녀는 너를 오래 기다렸다. 그럼…”
링크는 왕의 신성한 빛이 그의 몸과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어느새 그는 시간의 신전의 첨탑에서 홀로, 하이랄의 마지막 왕이 서 있던 곳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하이랄 성을 보여주고 있는 벽의 구멍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멀리서 마수가 한 번 더 일어섰다. 그것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고 흔들더니 다시 성 안쪽으로 끌려들어갔다. 그것을 보아도 아무런 용기가 나지 않았다.
Notes:
There are several differences in the translation of Rhoam Bosphoramus Hyrule's dialogue. The translation attempted to use the Korean dialogue's subtitles from the official release of the game, yet several translations from the fiction text remains since the writer made changes to the dialogue. Thus, if you are an English speaker, you will see that the dialogue does not match. I might continue to do my translation in such way. Tell me if you wish to have it translated from the text of the fiction, or you think it is better to use the official release dialogues.
이 번역본은 정발된 게임의 대사를 기준으로 번역하였지만 원작자가 창작한 대사나 일부 대사들은 원작의 번역을 가져왔습니다. 따라서 원작 영문판의 대사와 차이가 다소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Divine Beast = 신수
Paraglider = 패러세일
Chapter Text
링크는 보코블린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려가지 않고 첨탑에서 밤을 보냈다. 아까 보코블린이 굽고 있었던 멧돼지 고기를 주우러 내려간 것이 전부였다. 그는 왕이 입고 있던 긴 망토로 몸을 쌌는데, 영혼이 쓰던 것 치고는 꽤 따뜻했다. 그는 차가운 벽돌 벽에 기대어 고기 몇 조각을 뜯어먹고, 간신히 잠을 청했다. 자면서 꿈을 꾸기도 했다. 불안과 혼란을 마음에 심으면서 그의 정신을 깨워버리는 그림과도 같은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의 내용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꿈의 내용은 그의 기억처럼 정신의 끝에서만 맴도는 내용이었지만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아마 기억 그 자체였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확실하게는 몰랐다.
마지막으로 깨었을 때에는, 해가 로암 왕이 말한 쌍둥이산의 왼쪽 봉우리를 넘어서서 뜨고 있었다. 서쪽 하늘은 아직 어둑했지만 동쪽은 먼 쪽에서 보라색과 분홍색으로 밝아오고 있었다. 잠깐동안 그는 모든 땅을 비추는 일출을 보는 것을 즐겼다. 참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대지의 아침은 쌀쌀했기에 보는 동안에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곧 일어서서 장비를 모두 챙겨야 할 때가 왔다. 그는 다시 등에 검과 방패를 매었다. 전날 왕에게서 받은 루피 자루를 주머니에 따로 넣었다. 그 뒤 양손에 장갑을 끼고, 오른어깨에 밧줄을 걸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패러세일을 들어서 의심하듯 바라보았다.
그는 한 발짝 내디뎌 첨탑에서 땅을 내려다보았다. 왕은 패러세일이 그의 낙하를 느리게 해 줄 것이라 했다. 시간의 신전에서 뛰어도 통할까 싶었다. 그는 그와 땅 사이의 거리를 어림해 보았다. 꽤 높기는 했지만 잘만 착지한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잘못 착지했다가는 다리가 부러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뭐…” 링크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참 좋은 생각을 하네.”
그래서 그는 장갑을 낀 손에 패러세일을 잡은 채로 그의 결정을 후회하기 전에 첨탑에서 바로 뛰어내렸다. 잠깐 그는 추락하였으며 그의 속이 목 위로 빠져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 긴장되는 순간이 끝나자, 패러세일이 자신의 머리 위에서 바람을 받으면서 그의 하강을 느리게 한 것을 느꼈다. 놀랍게도 그는 왕이 말한 그대로 땅으로 천천히 내려온 것이다. 착지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다리는 무사했고 발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패러세일을 내려서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감탄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패러세일을 한동안 바라보아서 다시 접을 수 있도록 경첩을 푸는 방법을 알아내었다. 접은 뒤에는 들고 다니는 것이 꽤 편했다. 보따리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꽤 가벼워서 한 손으로 들고 다녀도 문제가 없었다. 나중에 더 많은 물건들을 들고 이동하는 방법을 차차 알아야겠지만 말이었다. 일단 지금은 여행하는 데에 사용할 장비나 식량도 없었다. 무기 몇 점과, 루피를 어느 정도 담은 작은 주머니, 낡은 활시위, 밧줄, 그리고 마법이 걸리기라도 한 패러세일이 전부였다. 더 멀리 가려면 이것보다는 장비를 더 갖춰야 했다.
한숨을 쉬면서 링크는 전날 활시위를 푼 활을 둔 신전의 바깥 벽에 다가갔다. 다행스럽게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그를 집었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식량으로, 시간의 신전으로 들어갔지만 멧돼지의 사체와 남은 구운 고기가 모두 없어진 것을 보았다. 분명 이 주변에 보코블린들이 더 있다는 뜻이었다. 이거 참 좋군, 그가 생각했다. 기습이 또 있을 수도 있던 것이다.
그는 계속 걷기 시작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 주변에 보코블린이 있다면 분명히 그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아무런 공격도 없었다. 아마 전날 남겨둔 사체더미가 겁을 먹여 쫓아버렸는지도 몰랐다. 그것이 아마 링크가 한 일의 한가지 장점이었는지도 몰랐다.
링크는 어제 있던 자리에 서 있는, 가운데에서 푸른 빛이 나고 머리 위 멀리에 발판이 있는 시커 탑에 금방 도달했다. 오는 길에 그는 근처의 큰 사과나무에서 사과 여럿을 따서 보따리 안으로 밀어넣고 세 개를 허겁지겁 먹은 뒤였다. 사과는 배도 채웠고 목도 축여주었지만, 조금 더 배가 차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멧돼지 고기가 조금 남아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금방 동이 날 것이었다. 오늘 하루 먹으면 다 없어질 것이었다.
그는 과거에 사냥을 한 적이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그가 은신을 시도해 본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술에는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함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잠시 생각을 한 결과, 그는 과거에 무슨 능력을 가졌든 간에, 함정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화살로 쏠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한발로 끝내야 했다. 그것은 차차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일단 지금은 구운 멧돼지 고기와 사과가 있으니 어느 정도는 버틸 만했다.
탑에 도착하기 전에 마지막 언덕을 내려오자 그는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 양쪽에 부서진 돌기둥이 있는 작은 저수지였다. 꽤 이상해 보였는데, 링크가 다가가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돌기둥은 자세히 보니 낡은 돌 아치의 일부였고, 물 밑에는 대지 주변을 감싸는 돌벽으로 이어지는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낡은 가디언 하나도 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왕께서는 대지로 올라가는 길이 무너지고 물이 고였다고 했지…링크는 잔잔한 못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확실히 그 길은 로암 왕이 알려준 방법보다 한때는 훨씬 더 쉬운 방법이었을 것이었다. 잠시 생각을 한 뒤, 링크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으로 물을 받았다. 이어서 물을 입가에 가져간 뒤 조심스레 한 모금을 마셨다. 물 맛이 괜찮고 어느 정도 깨끗하다고 판단하자 그는 수통을 채워서 쭉 들이켰다. 한 통을 다시 다 비우고 나서 시작의 대지를 둘러싼 돌 벽을 바라보았다. 근처에 부서진 부분이 있었기에 링크는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얼마 뒤 그는 작은 구릉, 큰 나무, 그리고 꽤 많은 양의 건물 옛터가 널린 아름다운 초원을 보게 되었다. 그것 외에도 굉장히 높은 절벽도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 링크는 비틀거렸고, 실수로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여기서 떨어졌다간 절대로 살아날 수 없었다.
그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그 누구라도 이런 높은 절벽에서 나무에 매인 천에만 의지한 채로 이 절벽을 뛰어내리라 하면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었다. 아마 하일리아인은 모두 그런지도 몰랐다. 어쨌든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결국 링크는 내려갈 다른 방법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벽은 다듬어진 큰 돌로 이루어졌고 잠시 숨을 돌릴 몇몇 틈도 보였지만, 손으로 붙잡을 만한 틈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왕의 말이 맞아 보였다. 패러세일을 써야 이 대지에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하면 될 것이었다.
링크는 절벽 근처에 서서 두려움을 삼키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멀리 아래에는 무언가의 초소의 옛터가 보였다. 멀리 밑의 도로 양쪽에는 몇 개의 큰 깃대들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한때 거기에 걸렸을 법한 낡은 깃발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시작할 장소로는 알맞아 보였다.
머리 위로 패러세일을 걸친 채, 그는 심호흡을 하고 시작의 대지의 모서리에서 뛰어내렸다.
패러세일은 바로 바람을 탔고 신기하게 하늘에서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그는 두 손잡이를 꽉 잡았고 발밑에서 땅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을 꽤 놀랍게 여겼다. 단순히 대지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 밑의 세계 위를 활공하고 있던 것이었다. 초소의 옛터는 발 밑에서 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이미 생각보다 더 북쪽으로 가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느끼고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마치 어린이가 새로운 장난감에서 재미를 느끼듯이, 그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허공을 활강하고 있었다. 바람 한줄기가 불어오자 그의 머리카락이 얼굴 근처에서 날렸고 패러세일은 그 바람의 방향을 따라갔다.
그는 작은 나무 숲 위를 날아가서 경로에 있는 무너진 건물을 보게 되었다. 여기라면 착륙하기 알맞을 것이었다. 무너진 벽을 건너자 그는 패러세일의 각을 조심스럽게 조절하여 전진을 멈추었고 바닥이 땅에 닿을 때까지 천천히 땅으로 향했다.
반쯤 무너진 낡은 건물의 지붕은 이미 오래전에 썩어 없어졌고, 이를 받쳤을 대들보는 이미 바닥의 잔해가 되어 있었다. 낡은 침대 여럿은 다 부서진 채로 한쪽 벽에 어질러져 있었다. 무슨 병영의 옛터에 착륙한 것 같았다. 그는 그에게 유용한 것이 남아있지 않을까 하면서 방의 물건들을 돌아보았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여기 있던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다 사라진 뒤였다.
그는 열린 문을 나와서 반쯤 풀로 덮인 넓은 돌길로 나왔다. 그가 나왔던 건물과 비슷한 종류의 건물들이 각자 무너진 채로 길의 양 옆에 있었다. 근처에서 여우 한 마리가 한 건물 옆에 있는 덤불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근방의 나무에서 새 몇마리가 지저귀는 것만 빼면 주변은 조용했다.
시작의 대지에서 뛰어내릴 때 링크가 느꼈던 희열감은 금방 사라지고 불안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시간의 신전은 100년 동안 모든 사람들에게서 방치되어 있었다. 그는 그것이 신전이 그렇게 무너진 상태에 대한 이유라고 생각하고 바랐다. 그런데 여기서 링크는 더 많은 폐허를 보았다. 이 병영은 아마 100년 전 가논의 공격으로 인해서 무너진 뒤에 재건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 공주가 마수를 봉인할 당시에는 대체 상황이 얼마나 안 좋았던 것이란 말인가?
그는 병영에 오래 있지 않고 다른 건물들을 더 확인해 보았지만, 풍파를 겪은 다른 장비들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다른 망가진 가디언들도 보이기는 했으나 최대한 무시하려 애썼다.
그는 길을 따라서 갔고, 가끔 보이는 야생동물들 말고는 다른 생명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서 있는 돌다리에 도착했다. 이 높은 위치에서 그는 여러 보코블린들이 근처 불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중에는 몸집이 더 큰 몬스터도 있었다. 그 몬스터는 옆의 보코블린보다 몸집이 두 배는 되었지만 몇몇 모습은 비슷해 보였다. 길고 돼지 같은 코, 하나의 뿔, 그리고 떨어져 가는 넝마만으로 몸을 걸친 이전에 본 것과 비슷한 의복 차림이었다. 여기에 길고 두꺼운 팔과 짧은 다리도 있었다.
그들의 주둔지는 길에서는 좀 떨어져 있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이제 그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다. 그는 다리를 건너면서 몸을 낮추었고, 다른 몬스터들이 그를 보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한 뒤에야 몸을 펴고 이동했다. 쌍둥이산은 아직 꽤 멀었기에 링크는 내심 빨리 도착했으면 했다.
그는 속이 다 뚫린, 오래된 쓰러진 나무 줄기 안에 거처를 세웠다. 마치 한때는 수백 미터는 높이 뻗은 듯하였고 그 지름 역시 거의 집채만 했다. 나무 줄기는 여러 해가 지나면서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고, 링크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언덕의 가장 아래쪽에 있었다. 나무의 부분들은 언덕의 여러 곳에 나뉘어 있었고 언덕의 정상에서 끝이 났다. 링크는 이 나무의 나이가 문득 궁금해졌다. 분명 수백, 아니 수천년도 더 된 나무였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쓰러진지 얼마나 되었단 말인가?
짐을 내려놓기 전에 링크는 언덕을 올라가 주변을 돌아보며 다른 생명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가 보는 자리에서는 다른 보코블린 주둔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안전하다고 파악한 뒤에 그는 식량을 찾아다녔다.
그는 사냥에는 아무런 실력이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본 토끼 한 마리는 그가 실수로 나뭇가지를 밟자 도망쳐버렸지만 나무 밑에서 먹어도 될 것 같은 버섯을 찾기는 했다. 다른 언덕에서는 사과나무 세 그루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나무는 사과가 하나만 있었지만 셋째는 사과가 많이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그는 각각의 사과를 따서 넣고 그가 거처를 세운 곳으로 돌아갔다.
식량을 모으고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자 그는 작게 불을 피웠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당장 근처에는 나무가 충분했고 모두 마른 채여서 불이 붙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한 번 더 익힌 멧돼지 고기와 구운 사과와 버섯으로 끼니를 때웠다. 썩 좋은 식사는 아니었지만 언덕의 능선에 긴 망토를 펼치고 그 위에 누웠을 때 마음이 놓였다.
밤이 되자 여러 풀벌레 소리가 들렸고 많은 수의 반딧불이들이 나무 주변에서 빛을 발하면서 살아나는 것이 링크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꽤 아름답네.” 링크는 특정 누구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말을 했다.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게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무언가가 부족했다. 갑자기 슬픈 느낌이 들었고,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는 옆을 돌아보았고 바로 옆의 비어 있는 땅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공주의 호위 기사였다고 했으면, 과연 둘이 같이 길을 떠났을까?
그는 한숨을 내쉬고 일어나 앉아 꺼져가는 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은 근처에 있던 그의 소지품들 중에서도 특히 시커 스톤에 갔다. 그는 갑자기 탑에서 벌어졌던 변화를 기억해냈다. 각각의 표식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확인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는 손을 뻗어 집어들고 나서 각각의 표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여러 모양이 안에 그려진 여섯 개의 정사각형 표식들이 화면에 나타나 있었다. 첫번째 사각형에는 푸른 원형이 그려져 있었다. 두번째에는 빨간색의 U자형이 있었고, 세번째는 노란색의 자물쇠가, 네번째는 하얀 눈송이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다섯번째는 간단하게 점선의 끝에 빨간 X자가 그려져 있었고, 여섯번째는 이상하게 생긴 여러 개로 분리되어 있는 주황색 원통이 있었다.
링크는 마지막 그림에 손을 대었는데, 갑자기 시커 스톤의 화면이 투명해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시커 스톤의 가운데가 마치 유리로 변한 듯 뒤의 불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그의 주변을 화면을 통해서 보게 되면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마 뒤, 그는 화면의 십자 표시를 건드렸는데, 갑자기 화면의 그림이 커졌다. 마치 나무 줄기 바로 앞에 서서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자그마한 티가 다 보였다. 십자 표시를 한 번 더 누르자 더 가까이 볼 수는 있었지만 화면이 흐릿해지고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일어서서 바로 밖으로 나왔다. 주변이 어두워서 자세한 차이는 볼 수는 없었지만, 이 장치가 확대를 해 준다면 주변을 정찰하는 데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달에 겨누었고 육안으로 보기보다 표면에 있는 더 자세한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링크는 다시 보니 십자 표시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음을 보았고, 대신 바로 아래에 일자 표시를 보았다. 이를 건드리자 시커 스톤의 확대 형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씩 웃고 나중에 얼마나 유용할지 즐거운 생각으로 한동안 이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 마침내 그는 왼쪽 위 모퉁이에 있는 작은 화살표를 건드렸고, 화면은 다시 불투명해지며 아까의 색이 있는 표식들을 다시 화면으로 불러내었다.
그는 바로 오른쪽에 있는 표식을 눌렀고, 화면은 다시 변하여 여러 색의 조감 지도로 변하였다. 가운데에 있는 작은 표식은 링크가 현재 있는 위치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의 주변에 있는 중요 지역들을 이름과 같이 나타내고 있었으며, 아까 둘러볼 때에 보지 못했던 작은 연못까지도 나타나 있었다.
그 화면에 있는 여러 표식들을 시험해 본 결과, 링크는 각 지역을 확대할 수도 있었으며, 지도에 그만의 표식과 메모까지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 장치가 제공해 주는 상세함과 기능성에 놀라며 그는 원래 화면으로 돌아가서 다른 표식들을 확인해 보았다.
눈송이 표식은 처음으로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지고 왔다. 이를 눌러보자 화면 밑에 빨간색으로 “아이스 메이커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근처에 수원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라는 문구가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이다. 이를 보자 다음에 물가를 지나가면 한번 사용해 보자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음 표식인, 노란색의 자물쇠 표식을 눌러 보았다. 이를 누르자 시커 스톤의 화면이 다시 변했다. 다시 투명해졌지만 이번에는 화면에 비친 모든 것이 신기한 노란색의 빛에 감싸인 모습이었다. 가운데에는 작은 십자 형상도 나타났다. 그 십자가 몇몇 물체를 겨누자 그 물체가 더 밝은 노란색으로 표시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바닥에 있는 작은 막대기를 겨누었고 화면 오른쪽 아래의 또 다른 자물쇠를 눌렀다.
갑자기 시커 스톤에서 노란 빛이 나오더니 막대기에 박혔다. 그 즉시 그 막대기는 그 화면이 나타내던 노란 빛에 감싸였고, 시커 스톤을 통하지 않아도 노란 빛은 그대로 보였다. 그 막대기를 조심스레 보면서 링크는 무릎울 꿇고 다가갔다.
노란 빛은 가볍게 점멸하면서 주변의 잔디를 밝혔다. 그는 망설이며 손을 뻗어 막대기에 손을 대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가 손을 대었는데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를 집어들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더 큰 힘을 주면서 인상을 찡그리며 강하게 당겨 보았다. 시커 스톤을 내려놓고 양손도 써 보았지만 막대기 밑으로 손가락을 넣기도 어려워서 제대로 잡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마침내 그는 시커 스톤이 막대기를 그 자리에 고정시킬 수 있는 그 능력에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다시 보니 노란 빛은 더 빨리 점멸하고 있었다. 빛이 점멸하는 속도는 빨라지더니 순간 막대기에서 그 빛이 번쩍이며 공중으로 휙 날아가 멀리 돌면서 날아갔다.
확실히 이것은 더 많이 조사를 해 봐야 했다.
얼마 뒤, 그러니까 그가 다른 여러 사물들을 밤하늘로 날려보내고 나서야, 타임 록이라고 불린 이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잡았다. 모든 사물의 모든 움직임을 짧은 시간 동안 정지시킬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편으로, 미는 것이나 당기는 것과 같은 모든 운동의 에너지는 다 저장이 되어서 정지가 멈추는 순간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볍게 여러 번 치는 것만으로도 큰 반응을 보일 수 있었다.
물론 한계도 있었다. 더 크고 무거운 사물들은 정지되어 있는 시간이 더 짧았다. 그가 머무르고 있는 통나무에 써 보려고 하자 정지되는 순간은 순식간에 끝나 버린 것이었다.
주변을 밝히는 반딧불이에게도 통하는 것으로 보아 생물에게도 통하는 듯하였다. 정지시키는 것 자체로는 아무런 위해가 가해지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으깨버리지 않을까 우려하여 그는 정지시킨 곤충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았다. 또 한 번에 하나만 정지시킬 수 있었고, 시간이 다 끝나기 전에 자물쇠 표식을 다시 눌러 수동으로 풀어줄 수도 있었다.
다음 표식의 기능에 대한 기대감에 링크는 마그넷 캐치라고 적힌 다음 아이템을 눌렀다. 아까 전의 타임 록과 비슷하게 화면이 투명해졌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붉은 빛으로 감돌았다. 그는 화면을 들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살짝 인상을 찡그렸는데, 오른쪽 아래의 표식이 아무리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다가 시커 스톤의 화면이 다른 것을 나타냈는데, 불가에 놓여 있는 그의 검을 보자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그 화면에서 검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표식을 누르자 갑자기 시커 스톤이 그의 손에서 가볍게 떨렸다. 검에도 무슨 변화가 생겼는데, 갑자기 흔들리더니, 그가 시커 스톤을 고쳐 잡자 검은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는 머리 위로 시커 스톤을 들어올려 보았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의해서 끌려 올라가듯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는 한번 웃고서 공중에서 검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는데, 검은 화면이 가리키는 곳 어디에라도 움직였다. 하지만 화면에 있는 다른 기능들도 눌러 보려 하자 화면이 검게 변하더니 검이 땅으로 떨어져 박혔다. 화면은 얼마 뒤에 다시 켜지더니 “오류: 마그넷 캐치 기능이 손상되었습니다. 기능 복구를 위해 수리가 필요합니다.” 라는 문구가 아래로 지나갔다.
살짝 실망하여 그는 그 아이템으로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연습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통나무에 검 끝을 박아 넣자, 연습을 충분히 한다면 이 아이템도 꽤 강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커 스톤의 기능에 더욱 감탄하면서 링크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며 마지막 표식을 눌렀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화면이 투명해지지 않았고, 대신 그의 발 앞에 무언가가 번쩍했다. 그가 아래를 보았을 때, 간단하면서도 푸른 빛으로 빛나는 공이 몇 발자국 앞에 있었다. 그는 푸른 표식을 다시 눌러 보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수였다.
강렬한 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강한 폭발에 맞아서 뒤로 날아가 버렸다. 한 3미터 뒤의 땅으로 날아가 버렸고 귀가 울렸으며 마치 덤벼드는 황소에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깐동안 그 강한 빛과 소리 때문에 잠시 눈과 귀가 먹먹해져 버렸다. 그의 가슴쪽도 꽤 아팠다. 생각해 보니 온몸이 다 아팠다. 시력이 다시 되돌아왔지만 아직도 흐릿했다. 아프다는 신음과 함께 그는 배로 엎드려서 갑자기 몰려오는 울렁거림을 막기 위해 거칠게 기침을 내뱉었다.
기침이 줄어들고 시력이 다시 제대로 돌아오자 그는 서서히 무릎으로 일어섰다. 시커 스톤이 그의 손에 없는 것을 알자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고 그에게서 몇 센티미터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일어서려 했지만 갑자기 어지러워서 그렇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신에 그는 시커 스톤 쪽으로 기어가서 화면을 보기 위해 한번 돌려보았다.
아래쪽에는 빨간 글씨로 간단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경고: 리모컨 폭탄에 가까이 서 있을 경우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이 있습니다.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날린 파편에 의해 주변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십시오.”
“이런…” 링크는 기침을 내뱉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주의사항을 꼭 읽어야겠어…” 그는 등으로 다시 굴러서 눕더니 끙하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다음 날에도 링크는 꽤 몸이 욱신거렸지만 다행히도 리모컨 폭탄을 써 본 뒤에 멍 몇 개 들고 조금 긁힌 것이 다였다. 하지만 폭발로 인해서 괜히 주의를 끌까 싶어서 더 이상 시험을 해보지는 않았다.
그가 다시 깨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고 나무 줄기 속의 공기도 꽤 따뜻했다. 그는 빨리 익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긴 뒤 다시 길을 나섰다. 언덕을 내려오자 그는 전날 밤에 폭탄이 폭발한 자리에 잔디가 검게 탄 원형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꽤 놀랐다. 위험하지만 꽤 유용한 무기였다. 결국 그는 시커 스톤이 그에게 제공해 준 여러 기능에 꽤 만족스러워했고, 멍이 든 자국이 나아지면 다시 여러 개를 한 번 더 시도해 볼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끼어 햇빛을 가리고 가벼운 찬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망토를 두른 덕에 어느 정도는 비를 막았지만 금방 안쪽까지 축축해졌다. 그는 비가 금방 그치기를 바랐지만 불행히도 몇 시간 더 내려서 오후 늦게 되어서야 그쳤다. 링크가 걸은 길은 이미 진흙탕이 되어 있었고 다 젖어버린 망토는 차가우면서도 무거웠다. 비가 그치고 나서야 망토를 벗어버렸지만 그런다고 해도 몸이 덥혀지지는 않았다. 전날보다 날이 더 서늘했지만 등에 내리쬐는 햇빛은 어느 정도 기분을 낫게 했다.
비와 진흙 때문에 그는 전날보다 더 많이 이동하지는 못했다. 도로에는 아무런 여행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쌍둥이산에 가까워지는 정도가 다였다.
그가 둘로 나뉜 큰 산에 다가가자 그는 이번에는 주황색으로 빛나는 또 다른 시커 탑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쌍둥이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 한가운데에 있어서 헤엄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는데, 비를 맞고 나서는 그렇게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 탑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지난번에 탑 하나를 기동하자 시커 스톤의 추가 기능이 열린 것이었다. 이 탑도 그렇게 해 줄까 싶었다. 그 생각을 하는 동안 그가 아직 기능을 알아보지도 시험해보지도 못했던 아이템 하나가 남아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수원 근처에 있어야 했던 아이템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적격이라고 생각해 그는 시커 스톤을 허리띠에서 풀어 물을 바라보며 들어올렸다. 눈송이 표식을 다시 누르자 이번에는 화면이 투명하게 변하면서 흐르는 강의 물을 푸른 빛으로 표시하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는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있는 같은 모양의 눈송이 그림을 다시 눌렀다.
날카롭게 금이 가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링크는 놀라서 뛰었는데 시커 스톤이 표시하고 있던 곳의 물이 소용돌이치더니 육면체 모양의 얼음으로 굳으면서 오르는 것을 대단하다는 듯이 보았다. 눈 같은 얼음 결정이 얼음덩어리 근처에서 만들어져 아래에 흐르는 물로 가볍게 떨어져 내렸다. 이상하게 생긴 시커 문양들이 얼음의 표면에서 빛났다. 신기하게도 그 얼음 기둥은 물의 흐름과 무관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링크는 자신이 참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숨을 내뱉었다. 참 놀라웠다. 거세게 흐르는 물에 단단한 얼음이 서게 된 것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는 시커 스톤을 다시 내려다보고 잠시 뒤 아이스 메이커 아이템을 다시 눌러 보았다. 시커 스톤은 아직도 굳어 있는 얼음 덩어리를 가리켰고, 이를 누르자 덩어리의 가운데에 금이 갔다. 그리고 금이 한 번 더 가더니 여러 덩어리의 큰 얼음 조각으로 나뉘어 강에 떠내려갔다.
그는 씩 웃으며 새로운 아이템을 여러 번 가지고 실험해 보았다. 그저 얼음 덩어리 하나만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높이와 너비의 얼음 덩어리도 만들 수 있어서 계단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제한점도 있었다. 먼저 만들어 둔 얼음이 스스로 부서지는 것을 보아 한 번에 서너개만 만들어 둘 수 있었다. 그 얼음 덩어리에는 일종의 시간 제한도 있어서 몇 분이 지나면 스스로 부서지고 금이 갔다. 그렇다 해도 물을 건너는 데에는 꽤 유용해 보았다.
그럼 한번 시험해볼까. 그가 생각하였다.
그는 얼음으로 강에 작은 징검다리를 세웠다. 셋을 모두 발자국 거리에 세운 뒤에는 첫번째에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그의 발 밑에서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 자리에 굳게 서 있었다. 표면이 완전히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미끄러웠다. 얼음 위에 마치 가볍게 눈이 올라서 있어서 어느 정도의 마찰은 있었다. 그래도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조심스레 앞으로 나서서 발판을 둘 더 세우자 등 뒤에서 얼음 덩어리들이 금이 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꽤 위협적인 소리였고 손바닥에서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것이 실수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래도 그는 어떻게든 강을 건너갔다. 더 거친 물살에 다가가면서 물에 빠질 뻔하기는 했다. 거센 물살이 얼음의 표면으로 튀어서 그는 잠깐 미끄러졌고 물에 빠지지 않도록 팔을 마구 휘저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는 그는 물이 더 위로 튀어오르지 않게 얼음을 더 높게 쌓아 올렸다.
마침내 링크는 탑의 발치에 위치한 큰 돌에 도착하였다. 이 탑도 시작의 대지의 탑처럼 땅에서 솟아나와 위에 있던 바위들을 부숴 버린 것 같았다. 얼음이 아닌 단단한 바위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어서 안도했지만 그래도 그가 건너온 거리를 뒤돌아보게 되었다. 대체 이 장치가 할 수 없는 것이 뭐란 말인가?
이 탑은 꽤 높아서 탑을 오르는 것은 꽤 어려웠다. 하지만 이전의 탑처럼 몇몇 발판이 나선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발을 풀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었다. 정상에 올라오자 일어서서 주변의 땅을 돌아보았다. 시작의 대지는 참 놀랍게도 꽤 멀리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 꽤 먼 거리와 어둑해지는 주변으로 인해서 벽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생각보다 꽤 멀리 이동한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더 멀리, 더 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 모닥불로 보이는 작은 불을 볼 수 있었기에 그는 바로 시커 스톤으로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가장 가까운 모닥불들은 보코블린들과 꽤 몸집이 큰 무언가가 점령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는 그런 녀석들 여러 마리가 있는 것 같았다. 시작의 대지에서 만난 정도만큼이나 위협적이지 않아서였는지, 아니면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하일리아인들이 이들을 다 몰아낼 힘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 여기에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틀간 길을 걷고 있었는데도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보코블린과의 교전도 최대한 피하며 다녔다. 길이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 않았는데 다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정말 가논의 힘이 그렇게 끔찍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가 어떻게 변화를 불러일으켜야 한단 말인가?
그는 탑의 모퉁이를 천천히 걷다가 멀리 떨어진 하이랄 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숨을 들이쉬고 목을 조금 풀었다. “공주님?”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공주님, 제 말이…들립니까?” 그는 아무 답을 못 들었고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찌 해야 합니까? 어떻게 이를 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은 겁니까? 제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침묵 뿐이었다.
그는 말을 더 하고 싶었다. 말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왕께서는 제가 공주님의 호위 기사라고 하였습니다…끝에 공주님이 저를 구해 주셨다고도 하셨고요. 그게…고맙습니다. 더 기억이 났으면 좋겠지만…”
그는 이 말을 하고 다시 침묵하였고, 탑의 가운데에 있는 작은 단상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지난번과 같이 단상 바로 위에 종유석 같은 검은 돌이 있었다. 링크는 단상의 가운데의 틈새에 시커 스톤을 올려놓았고 그 위의 바위에 푸른 문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끝에 모이더니 다시 시커 스톤의 화면에 푸른 방울이 떨어졌다. 그러자 이전의 탑과 비슷하게 탑의 빛이 푸른 빛으로 변했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들었지만 화면에 아이템이 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문구 하나만이 아래에 있었다.
“시커 타워를 기동합니다. 워프 지점이 설정되었습니다. 오류: 워프 기능 이상. 근처의 가디언을 감지합니다. 오류: 가디언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인상을 찌푸리며 링크는 화면을 다시 건드려서 문구를 지웠지만 있던 아이템들만 화면에 나타났다.
조금 실망하여 링크는 시커 스톤을 다시 허리에 차고 먼 강가를 바라보면서 모퉁이로 다가갔다. 바람이 부는 거리를 고려한 뒤, 그는 왕이 일찍이 준 밧줄로 만든 임시 가방에서 패러세일을 꺼내어 펼쳤다. 바람의 방향을 다시 고려한 뒤 그는 뛰어내려서 강 바로 위를 떠갔다.
땅에 도착한 뒤 그는 바로 야영지를 세웠다. 저녁이 이미 저물고 있었고 아까 탑 위에서 둘러보니 그가 이 지역에 혼자 있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식량이 바닥이 나고 있어서 아침에는 다른 식량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소한 깨끗한 물이 근처에 있었으니 다행이었다.
짐을 풀만한 큰 나무를 찾은 뒤 그는 작게 불을 피웠다. 하루의 일찍이 비가 온 뒤로 자신의 옷을 제대로 말릴 수도 없었으니 지금이라도 말리는 것이 좋았다. 사과와 버섯 몇 개를 더 구워 먹고 나서 그는 바로 잠을 청했다.
강가의 나무 밑에서 자는 그날, 그는 긴 금발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을 멀찍이서 보는 꿈을 꾸었다. 그녀의 머리는 얼굴에서 뒤로 정리되어 두 뾰족한 귀 뒤에 묶여 있었다. 그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간단한 갈색 가죽 샌들만을 신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움직여서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한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한두 발자국 걸어나갔지만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몇 발자국을 더 걷더니 그는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는 그녀에게 도달해야 한다고 느껴다. 보고, 듣고, 보호해야 한다고 느꼈다.
어둠이 둘 사이에 내려앉아 링크는 바로 섰다. 여성은 그의 눈에서 사라졌지만 바람에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링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이를 갈면서 그 여성을 찾기 위해서 어둠을 뚫고 가려 했다. 그녀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그는 벌떡 일어났다. 마치 손에 담은 물처럼 꿈은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미묘한 절박감과 바람을 타고 들려온 그 한 단어만이 뇌리에 남았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Dueling Peaks = 쌍둥이산Every yard-pound system is converted into metric system.
야드파운드법 단위는 미터법 단위 내지는 관용적 단위로 변환하여 번역합니다.
Chapter Text
그날 아침은 쌍둥이산 사이의 계곡으로 찬바람을 동반했다. 밤새도록 불가에 둔 그의 망토는 이제 잘 말라서 링크가 사냥을 나서기 전에는 이미 좋은 옷차림이 되어 있었다.
쌍둥이산의 너머로 아직 해가 뜨지 않아서 링크 주변의 땅은 어두웠지만, 머리 위의 하늘은 어느 정도 밝아졌다. 그는 아래의 강 근처에 있는 언덕에 엎드려서 움직임을 전부 확인했다. 얼마나 엎드리고 있었을까, 토끼 한 마리가 굴에서 나와 물가로 향했다. 그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한 대 꺼내 활에 걸고 뺨까지 시위를 당겼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링크는 토끼를 보면서 기다렸다. 토끼는 잠시 서서 공기를 잠시 맡는 것 같았다.
그는 힘을 놓아 화살이 허공을 갈라 토끼를 향해 가도록 했다. 머리 위에서 독수리가 울부짖었고 토끼는 도망쳐 버렸다. 화살은 아까까지만 해도 토끼가 서 있던 땅에 박혔다. 링크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떨궜다. 겨누는 것은 정확했다. 그는 머리 위의 독수리를 짜증스럽게 노려보며 저 화살을 주우러 가기 전에 놈에게 한발 쏴 버릴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오늘도 아침은 사과로 때우게 될 모양이었다.
그가 화살을 주우러 갔을 때 그는 강을 흘긋 보았는데 강가에서 느릿느릿 헤엄을 치고 있는 물고기가 보였다. 그는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얼마 뒤 그가 불가에서 방금 잡은 녹색의 배스를 굽고 있을 때 그는 이 타임 록이 자신에게 상황을 너무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겼다.
쌍둥이산을 거쳐가는 바람은 꽤 추웠다. 머리 위에 햇빛이 내리쬐기는 했지만 이 깎아지른 두 바위 절벽 사이에서는 그 온기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두번이나 길 위로 불어났던 발목 높이의 물까지 거쳐 가야 했다. 그나마 배가 부르다는 것이 기분이 상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였다.
계곡의 벽들이 넓어졌을 때에도 해는 아직 높이 떠 있어 그는 햇빛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는 계곡의 끝이 보이는 것을 보자 미소를 지으면서 발걸음을 빨리했다. 쌍둥이산을 거쳐서 끝에 도달하자 그는 무언가를 보고 마음이 뛰기 시작했다. 말 머리의 형상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큰 건물이었다.
마치 큰 목마의 머리가 지붕에 붙어 있는 건물처럼 보였다. 다만 이렇게 말의 머리 형상을 한 건물이 있어서 놀란 것은 아니었다. 이유를 대어 보자면, 우선은 그 건물이 여러 색의 천으로 만들어지고 동물을 가둔 큰 울타리가 아무런 피해 없이 멀쩡하게 있다는 것에서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는 이것이 보코블린들이 정교하게 세운 또 다른 주둔지가 아닌가 시커 스톤으로 확인해 보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이상한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린이 둘이 털이 덥수룩한 갈색 개와 밖에서 놀고 있었다. 마구간지기 몇몇이 말 세 마리의 털을 손질하고 있었다. 한 남자는 화롯가에 있는 검은 냄비 근처에 앉아서 무언가의 국을 끓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광경만 봐도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그는 발걸음을 빨리했고, 강을 가로지르는 나무 다리를 향해서 거의 종종걸음으로 달음박질을 쳤다. 얼마 뒤에 그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개의 짖는 소리가 들렸다. 말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여물통의 여물을 먹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어린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개가 신이 나서 짖으며 천에 싸인 작은 공을 가까운 어린이에게 밀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냄비 근처에 앉은 남자는 일어서서 링크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마구간지기 한 명은 바로 안으로 들어갔고 얼마 뒤에 허리에 칼을 차고 가죽 투구를 쓴 남자가 걸어나왔다.
링크는 확실히 자신이 낯설게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이틀간 누구도 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쌍둥이산을 건너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무장까지 하고 있었으니 더 의심할 만했다.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그는 후드를 내려서 그의 어질러진 머리를 손으로 정리했다. 얼굴에서 치우기 위해서 무언가 묶을 것이 확실히 필요했다.
“거기, 낯선 당신!” 검을 든 남자가 말했다. 그는 침착하게 보이려는 듯이 한 손을 칼 손잡이에 편하게 두었지만 링크는 그가 불안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링크는 자신의 허리 양 옆에 손을 두었고 한 손은 아직 활시위를 끼우지 않은 활을 쥐었다. 그는 그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100년간이나 제대로 목욕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의 옷은 거의 넝마에 가까웠고 어제 내린 비로 인해서 몰골은 더 말도 아니었다.
“그 정도면 충분한 거리일거요.” 링크가 열 보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가자 그 남자가 말했다. “어디서 온 거요? 여행자는 최근 들어 많이 못 봤는데, 특히 쌍둥이산 너머에서 오는 거는 더더욱 말이요. 그 길을 여행하는 상인이라면 모두 알고는 있소만, 그쪽은 상인같이 생기지가 않았는데?”
링크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진실을 말한다 해도 분명히 믿지 않을 것이었고, 그렇다고 썩 좋은 거짓말도 생각나지는 않았다. “그게…서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카카리코 마을로 향해서 누굴 좀…”
“서쪽? 당신 무슨 겔드족이라도 되는거요? 꽤 창백한데다가 키도 작은데…겔드족 맞는 거요?”
링크는 잠시 머뭇거렸다. 겔드족, 창백, 작음…대체 겔드족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지만,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이 든 왕이 그가 하일리아인이라는 것은 확실하게 했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저었다.
“겔드족이 아니라? 그럼 어디서 온 거요?” 무장한 남자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을 때 두드러지기 시작한, 참 신기한 끄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무언가의 답변은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링크는 목을 한번 골랐다. “겔드족은 아닙니다. 그런데…어, 그들과 좀 지낸 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로…말을 전하러 왔습니다. 카카리코 마을의 임파에게 말입니다.”
“시커족이 겔드족과 교류한다는 말은 못 들은 것 같은데. 뭐, 시커족이 뭘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긴 하지. 확실히 수수께끼에 싸인 이들이니까. 정말 비밀스럽기도 하고. 한번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는 거를 봤소만, 그것도 본 적이 있소?”
“아뇨, 그게…”
“그럼 혼자 여행하는 건데, 그건 더 드문데.” 남자는 검 손잡이를 여전히 편하게 쥐고 있었지만 자세에서 무언가가 어색했다. 불안한 것은 확실했지만 이 남자가 검술 훈련을 받기나 했는지 궁금했다. 반사적으로 그는 그조차도 검술에 훈련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것을 되새겼다.
“예, 그렇기는 한데…”
“그럼 밖에서 보보클린들은 봤소?” 그 남자는 그 어투로 보코블린을 잘못 발음하면서 물었다. “길에서 여행자들한테 마구 덤벼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 예. 한 두어마리 정도…”
“싸움을 썩 잘할 것 같게 생긴 것 같지도 않고…그쪽 정말로…”
“롯소, 그 소년을 그냥 둬요!” 새 목소리가 들렸다. 링크와 롯소라고 불린 그 남자는 건물에서 나오는, 키가 크고 붉은 머리카락을 여러 곳으로 땋은 여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키가 클 뿐만이 아니라 롯소보다도 더 힘이 강해 보였다. 간단한 검은 원피스에 보라색과 푸른색으로 수가 놓인 숄을 걸치고 있었다. 양쪽 귀에는 금색의 고리 귀걸이를 걸고 있었으며 팔목에는 금색 팔찌 여럿을 차고 있었다.
“텔마, 당신이야말로 날 그냥 둬도 괜찮을 거요. 여기 오는 수상한 사람들을 확인하는 게 내 일이니.” 그 사람이 머뭇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잘도 하시네요.” 텔마라 불린 그 여인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링크를 흘긋 보더니 눈짓을 한번 하고 롯소에게 다시 눈길을 주었다. “그러면 길이 무사한지만 좀 확인해줘요. 최근 체리블랙 평원에 있는 보코블린들이 엄청나게 대담해져서 마음에 걸리니까.”
“저 텔마, 지금 그냥 그렇게…”
“자, 자!” 텔마라 불린 그 여인은 롯소에게 손가락을 젓더니 말을 막아버렸다. 그녀는 그에게 가라는 듯한 손짓을 하더니 그를 넘어서 가서 링크의 어깨에 한 팔을 걸쳤다. “어서 와. 보니까 오랫동안 좋은 차를 마신 적이 없어 보이는데. 방금 새로 내리기 시작했어. 겔드 향이니까 마음에 들 거야.”
“저 텔마…” 롯소는 말을 하려 했으나, 키가 큰 여인은 그를 무시하고 건물 안으로 링크를 데리고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 링크는 따스한 광경을 보았다. 방의 가운데에 원탁이 여러 개가 있었고 각각 의자가 네다섯개가 있었다. 다른 여러 사람들이 탁자에 앉아서 다양한 음식을 먹거나 나무 잔에서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몇몇은 그를 수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롯소를 통과했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링크보다도 텔마를 더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식당 뒤쪽에는 문이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는 주방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는데, 그곳에서 대접을 위한 한 소녀가 나무 잔 여럿을 가지고 나오면서 확실해졌다. 다른 방은, 여기가 여관이라는 것이 확실했다면, 아마 숙실로 이어질 것이었다.
텔마는 작은 은색 찻주전자가 있는 테이블로 그를 이끌었다. 그는 링크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한 잔에 향이 나는 차를 따르고 그에게 넘겼다. 그녀는 직원 중 한 명에게 손짓을 했고, 그 소녀는 깨끗한 잔 하나를 더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그 앞에 있는 잔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마셔. 몸이 따뜻해질 거니까. 좀 추워 보여서. 계곡 바람은 꽤 매서운 거는 나도 알아.”
그는 그녀를 잘 모르겠다는 듯이 보더니 잔을 입에 가져다 댔다. 향은 좋았는데 생각보다 더 강했다. 그는 한 모금을 마셨는데 바로 잔을 내려놓고 기침을 하면서 켁켁댔다. 입에 갑자기 불이 붙은 것 같았다.
텔마는 껄껄 웃었다. “역시 사막에서 온 것이 아니었네!” 그녀는 몸을 굽혀 잔을 집어 들고 입으로 들고 갔다. 이를 들이켜더니 입맛을 다시면서 잔을 내려놓았다. “겔드 화염차가 있으면 아침에 번뜩 깨지.”
링크는 아직도 말을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기침을 뱉었다. 마침내 말을 할 수 있게 되자 그는 다시 목을 골랐다. “대체…대체 뭐가 있던 겁니까? 이건 예상을…전혀 못해서요.”
“그래도 몸이 따뜻해지기는 했지?” 텔마가 눈짓을 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도 맞았다. 굉장히 조금 마시기는 했지만 몸이 바로 따뜻해지기는 했다. “밤에는 사막이 꽤 추워져서 겔드족이 주로 밤에 마셔. 뭐, 브아이 밋 브오이에 취해서 뻗어있을 때가 아니라면 말이야.”
링크는 텔마가 말하는 것을 하나도 못 알아들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를 알아차린 듯 가볍게 웃었다.
“딱 봐도 겔드족이 아닌 거를 안 거는, 일단은…키가 별로 크지가 않거든. 그리고 남자잖아. 그런 특성이라면 그들 사이에서 살기가 굉장히 어려워.” 링크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하자 그녀는 눈썹을 한쪽을 올렸다. “겔드족을 본 적도 없다는 거야? 뭐, 놀라운 것은 아니야. 동쪽까지 오는 일은 굉장히 드무니까. 나야 거기 가서 조금 교역을 하기는 해. 할머니가 겔드족이셔서 다른 상인들보다 나와는 좀 관계가 호의적이거든. 최근 들어서는 그걸로 면죄부를 받기가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그럼 대체 어디서 온 거야? 겔드족도 아니고, 리토족과 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거기서 살았다면 옷차림을 더 든든하게 했을 테니까. 나크시 마을에서 온 것도 아닌 것 같고…”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말을 할 수나 있는지도 몰랐다. 무슨 거짓말을 한다 한들 이 여인은 바로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그냥 사실을 말해야 했을까?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기억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의 대지에서 눈을 떴다고 말을 하는 것이 나았을까?
“그게…” 링크는 입에 남아있는 따가움을 어떻게든 없애보려고 목을 고르며 말했다. “그게…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고?” 텔마가 그에게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이제 보니까 그냥 겔드족 출신이라고 하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어디에서 왔는지 모릅니다. 그냥…며칠 전에 길가에 있는 옛터에서 눈을 뜬 게 다입니다. 어쩌다 거기로 가게 되었고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면…네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
“제 이름이 링크인 것은 압니다.”
“그래, 네 이름은 링크이지만, 여기가 어디이고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거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랫입술을 생각하듯 두드렸다. “임파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카카리코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그 정도까지만 기억나는 건가.”
그렇기는 했다.
“그게…그냥 이름과 장소만 갑자기 머리 속에서 떠오른 거였습니다.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모르겠고 그냥…아는 거였습니다.”
그냥 겔드족 이야기를 유지할 거를 그랬다. 그게 더 그럴 듯했는데,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텔마는 눈썹을 올린 채로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녀는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그러면 카카리코 마을로 가서 임파를 만나봐야겠구나. 그 검은 어떻게 쓰는지는 알고 있는 건가?”
“압니다.”
“흠, 그것도 신기하네.” 그녀의 눈빛이 빛나면서 말했다. “마침 나도 카카리코 마을에 가려던 참이었거든. 마을에서 교역을 좀 해야 해서. 겨울이 꽤 거칠어서 자주 못 간 것도 있고. 게다가 내 보통 때의 호위가 아침에 뭔 먹지 말아야 하는 버섯을 먹고서는 배탈이 났다나 뭐라나. 그래서 좀 대기중이었지. 그런데 검술 실력이 좋다면, 나와 같이 가도 되겠네. 말을 안 탄 것 같은데, 카카리코 마을은 여기서 좀 더 걸어야 돼. 하지만 지금 당장 출발하면 말을 타고서는 초저녁에는 도착하겠네.”
링크는 안심하더니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아, 저…그러면 고맙겠네요. 그게 사실 마을이…어딨는지도 잘 모르거든요.”
“이가단은 아니지?” 텔마가 손톱을 보면서 지나가듯 물었다.
“어…예?”
“그냥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텔마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어서 가자. 경호를 해 주겠다면 지금 출발해야 해. 내 말이 좀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하니까.”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길에 서 있었다. 링크와 텔마는 천을 싼 마차의 앞에 앉았고, 쌍둥이 마구간이라고 하는, 말 머리가 있는 그 건물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향했다. 중앙 하이랄로 향하는 상인과 여행자들의 중간 거점이었다.
흑색과 백색이 섞인 텔마의 말 루이스는 꾸준한 보폭으로 길을 따라서 갔다. 뒤를 보자 링크는 그녀의 마차가 각양각색의 나무 상자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상인이시군요.” 링크가 말했다.
텔마는 그를 돌아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뭐, 그런 셈이지.”
“서쪽으로…자주 가시는 건가요?” 그가 키가 큰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제가 길을 걸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안 보였거든요. 그냥 길이 엇갈렸던 건지 아니면…”
“가끔 그러지만, 주로 경비가 더 서거나 다른 무리와 같이 어울려서 가. 하이랄 평원을 거쳐서 가다 보면 길이 더 위험해지거든. 최근에 보코블린하고 모리블린들이 그 지역 폐허에 자리를 엄청 더 많이 잡았어.”
“모리블린이요?”
“큰 놈들 말야.”
“아.”
“동쪽으로 오면서 몇몇을 보거나 마주쳤을 거야. 최근에 문전 역참 마을 옛터 근처에서는 꽤 많이 공격적이 되었더라고.”
“오면서…많이 피하기는 했어요. 보코블린들은 싸우기는 했지만요.” 링크가 말했다. 그는 수레에 탈 때 무릎에 올려놓은 검을 손으로 건드렸다. “그래서 이걸 손에 넣었고요. 사실…저것 대부분을 그렇게 가지게 되었어요.” 그는 활시위를 푼 활을 포함한 그 옆에 있는 물건 보따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맨손으로 싸웠다는 거야?” 텔마가 조금 놀란 듯이 물었다.
“그거는…아뇨.” 링크의 얼굴이 붉어지며 대답했다. 말하기 전에 생각을 해야 했다. “검이 한 자루 더 있기는 했는데, 싸우는 중에 부러졌어요.”
“그래. 그럼 이 주변의 모리블린하고는 싸워 봤고?”
“아뇨. 몇 번 보기는 했는데, 대부분 피했어요.”
“그게 나을거야. 한번은 단칼에 말을 두 동강을 내 버리더라고. 힘이 꽤 세.”
그는 주변의 환경을 둘러보았다. 서쪽에는 쌍둥이산이 있는 능선이 있었지만, 동쪽에는 무언가의 무너진 폐허가 눈에 들어왔다. 이것은 그가 보았던 폐허보다도 더 오래되어 보였다. 부서진 아치와 수풀이 무성한 건물 벽이 폐허를 이루고 있었다. 가끔 그는 아직 서 있는 벽의 일부를 보았지만 거의 없었다.
그는 폐허 중간에 가디언의 모습이 보이자 움찔했다. “가디언들이 여기도 부숴 버린 겁니까?”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이 오래된 기계들 말야? 여기는 아냐. 얘들이 공격하기도 전에 이 상태였어.” 텔마가 말했다. 그녀는 다시 그를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기억을 잃은 사람 치고는 의외로 많은 거를 알고 있네.”
“가디언 정도는 알아요.”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말했다. 설마 나머지도 이런 꼴일 것이란 말인가? 폐허로 가득하고 망가진 기계들로 많을 것인가?
그 뒤로 그들은 주로 조용히 나아갔다. 텔마는 주로 특정 위치에 대해서 말하고는 했지만 링크는 필요한 때가 아니라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서 가디언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가디언이 공격했을 때 얼마나 죽었단 말인가? 한때 이곳은 왕국이었는데, 왜 지금까지 본 사람들은 중간 거점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란 말인가? 왜 도로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충분한 병력을 모을 수가 없었다는 건가? 링크가 이틀 동안 문제 없이 도로를 걸었으니 이 도로를 순찰하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았을까? 그는 보코블린들을 한 번에 여러 마리씩도 싸웠었는데 팔에 스친 상처가 전부였다. 싸움에 그렇게 능하거나 똑똑한 것도 아닌 것으로 보였으니 작은 부대만 데리고서도 도로변의 주둔지를 다 정리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거 안 좋은데?” 텔마의 말에 그의 신경이 곤두서면서 고개를 빠르게 들었다. 앞의 도로에서 넘어진 나무가 그의 길을 완벽하게 막아 버린 것이었다. 돌아서 갈 수야 있기는 할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무 뒤에 숨은 보코블린이 숨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옆으로 밀쳤고 그 순간 화살이 옆을 스쳐서 뒤쪽에 있는 나무상자에 박혔다. 텔마는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링크는 빠른 솜씨로 활에 활시위를 다시 걸었다. 다른 화살이 날아와 이번에는 그들이 앉은 자리의 나무에 박혔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계속 가요.”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마차에서 서서 화살을 걸고, 그의 첫번째 표적을 겨누면서 시위를 당겼다. 보코블린은 다시 나무 뒤에서 고개를 들어서 겨누고 있었다. 링크는 활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바로 날아가서 보코블린의 가슴의 한가운데에 꽂혔다. 다른 화살이 날아오자 그는 다른 화살을 걸고 몸을 돌려서 오래된 아치에 서 있는 다른 보코블린을 보았다. 링크는 다시 조심스레 겨누었지만, 길에 있는 둔턱 때문에 조준이 흐트러지면서 보코블린의 곁을 아무 문제없이 지나쳐갔다.
그래도 보코블린은 꽤 놀란 것처럼 보였고, 허리춤에서 나팔 하나를 꺼냈다. “세상에…” 텔마가 옆에서 말했다. 보코블린은 나팔을 불었고 그의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났다.
그 다음에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앞쪽의 큰 바위 언덕에서 보코블린 둘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하나는 붉은 몸집에 창을 들었고, 다른 하나는 푸른 몸에 큰 가시가 끝에 박혀 있는 무시무시한 곤봉을 들고 있었다. 특히 푸른 보코블린은 더 위험해 보였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고 귀 하나가 잘려 있었다. 그리고 귀가 날아간 것에 대한 보복을 위함이었는지 귀를 잘라서 목걸이에 엮어 목에 걸고 다니고 있던 것 같았다.
텔마는 겁에 질린 듯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았다. “길가에 이런 마적들이 있는 일은 없었는데. 겨울에 틈을 타서 이곳에 눌러 앉았나봐!”
링크는 숨을 깊이 쉬더니 아치 위의 사수를 다시 겨누었다. 우선 사수를 처리하고 말에 탄 놈들을 잡을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정확히 맞추어서 보코블린의 눈을 맞추어 뒤로 떨어지게 했다. 만족한 뒤 그는 이번에는 말에 탄 놈들에 집중하려 했으나 너무 빨랐다. 그들은 큰 호를 그리며 마차 뒤로 이동해 뒤에서 습격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활을 놓고 검과 방패를 꺼냈다. 창을 든 보코블린이 텔마의 쪽에 먼저 다가왔다. 그녀는 그가 제대로 듣지 못한 무언가를 외쳤고, 그는 그녀의 쪽으로 빠르게 넘어가서 텔마를 창으로 찔러 버리는 것을 방패를 들어 간신히 막아냈다.
링크는 그 자리에서 자세를 다시 잡아 좋은 위치를 잡으려 했으나 보코블린이 한 번 더 찔러서 방패로 막아야 했는데, 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가운데에도 금이 갔다. 다음에 또 찔리면 이번에는 방패가 꿰뚫릴 것이었다. 그래서 보코블린이 한 번 더 창으로 찌르려 하자 방패로 쳐냈고 보코블린을 거의 말에서 떨어뜨렸다. 보코블린은 으르렁거리더니 말을 다시 잡아서 물러났다.
“링크, 말이!”
그는 몸을 돌리더니 텔마가 그렇게 비명을 지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파란 보코블린이 그들을 제자리에 세울 가장 좋은 방법은 마차를 끄는 말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벌써 말의 옆으로 다가가서 가시가 달린 곤봉을 내리쳐서 말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링크는 욕을 내뱉고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어서 그의 검을 보코블린에게 던졌다. 검은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서 놀랍게도 보코블린의 곤봉을 쳐서 손에서 날려버렸다. 보코블린은 놀란 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그를 노려보았다. 그것은 자신의 무기를 되찾으려 말을 돌렸지만 링크의 경우는 다음 계획을 할 시간을 시간이 부족했다.
다행히 뒤에서 들린 즐거운 웃는 소리가 그의 목숨을 살리게 되었다. 제시간에 등을 돌려서 보코블린이 그의 등을 향해서 창을 찌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방패로 창을 받아내었지만, 이번에는 그의 우려대로 방패가 반으로 갈라져서 그 끝이 그의 위팔을 깊이 찔러버렸다. 그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고 팔을 당겨서 빼었다. 보코블린이 한 번 더 찔러서 끝을 내려 하자 그는 창대를 잡았고 그의 심장 바로 위에서 멈추었다. 나뭇조각이 그의 손에 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녀석의 표정은 링크의 표정과 비슷했는데 성공했다는 것에 놀란 그의 얼굴과 비슷했다. 즉시 그는 보코블린의 손에서 창을 빼앗아 창 손잡이를 얼굴에 내리찍었다. 그것은 고통에 울부짖더니 뒤로 넘어졌다.
말이 도망치기 전에 링크는 창의 손잡이로 말의 고삐를 쥐었고 말을 마차 근처로 끌고 왔다. 그는 한 손에 창을 들고 천천히 말의 안장으로 옮겨탔다. 안장에 앉고 나서는 그는 다른 손으로 고삐를 잡고 속도를 늦추어 한바퀴를 돌았다. 그와 동시에 텔마가 넘어진 나무를 돌아서 가기 위해서 마차도 속도를 줄였다.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땅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파란 보코블린이 곤봉을 되찾고 무기를 들고 마차로 덤비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링크는 자신의 말을 이끌어 습보로 이끌어냈다. 보코블린은 그가 옆에서 덤비는 것을 보지 못하고 마차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다.
녀석이 마차에 도착하자 공격을 하려는 듯 신이 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링크가 보이지 않아서인지 잠시 머뭇거렸다. 링크는 고함을 질렀고 보코블린은 놀라 눈이 커진 상태로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하지만 링크는 놈이 반응할 새도 없이 창을 등에 찔러 넣어서 갈비 사이로 꿰뚫어버렸다.
보코블린은 안장에서 몸이 힘없이 떠올랐고 링크는 자신도 낙마하지 않도록 창에서 손을 놓아 놈이 땅으로 떨어지게 했다. 그의 말은 길에 떨어진 통나무를 뛰어넘었고 이에 링크는 떨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안장을 잡아서 균형을 잡았다. 그는 다시 고삐를 잡아서 말의 속도를 늦추고 몸을 돌렸다.
그는 천천히 텔마가 세운 마차로 향해 갔다. 그녀는 아직도 마차에 앉아서 창에 꿰뚫려 쓰러져 떨고 있는 보코블린을 보았다. 이 녀석은 이제 가망이 없었지만 아직 한 녀석이 남아 있었다. 링크는 그제서야 마차로 달려오는 녀석을 보았다. 녀석은 머리 위로 링크의 검을 잡고 무언가의 함성을 질렀다.
링크는 말에 박차를 가해서 나무를 돌아가 남은 보코블린을 향해서 돌진하였다. 보코블린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그 자리에 자빠져서 기겁을 하며 검을 놓쳐 버렸다. 하지만 놈이 피할 틈은 없었고, 말이 보코블린을 짓밟아버리자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잘했어…” 그들이 멈추자 말의 땀에 젖은 목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말은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고, 콧김을 심하게 불면서 눈도 굴리고 있었다. 보코블린이 확실히 말을 굉장히 거칠게 탄 것이 분명했다. 그는 말에서 내려 말의 고삐를 잡고 보코블린이 검을 떨어뜨린 장소로 천천히 이끌었다. 검을 다시 되찾자 그는 말을 텔마의 마차로 다시 이끌어갔다.
텔마는 마차에서 내려서 그가 다가오자 큰 눈으로 그를 보았다. “대체…당신은 누구야?”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그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더니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진정을 되찾았다. “뭐…싸움 실력은 거짓이 아니었네. 여신님 맙소사, 그거만 보면 겔드 출신이라고 해도 믿겠다. 딱 그렇게 싸우니까.”
링크는 그 말에 안심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가 계속 고삐를 잡고 있는 말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큰 말로 갈색 피부에 검은 갈기과 꼬리털을 가진 말이었다. 발목 부위에 자란 털은 더 두껍고 하얀색이었다. 눈 사이에는 흰 줄이 있었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진정했지만 그래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는 가벼운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 가까이 갔고, 얼굴의 옆에 손을 얹어서 가볍게 쓰다듬었다. “좋아…” 그는 잠시 머뭇거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착하지.” 그는 말을 더 자세히 확인해 보았는데 거칠게 탄 흔적을 보았다. 옆구리와 목에 상처가 많이 나 있었고 재갈은 너무 강하게 물려 있었다.
안장과 고삐, 그리고 말의 숙련도를 다 보았을 때 보코블린은 확실히 이 말을 누군가에서 빼앗아 온 것이 보였고 이러한 거친 학대가 이전 주인에서 온 것인지 보코블린에게서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찌 되었든 링크는 일단 재갈부터 시작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보기로 했다. 그는 말에서 재갈을 풀고 가볍게 코를 쓰다듬었다.
“이제 낫지?” 그가 말했다. 말은 고마워하는 것 같았고 앞으로 나서서 그의 머리의 냄새를 맡았다. 그는 잠깐 웃고 뒤로 물러나서 귀의 뒤를 긁었다. “잠깐 기다려.” 그가 말하고 잠시 텔마는 잊은 채 다시 마차로 다가갔다. 그는 자루에서 사과 두어개를 꺼내어 말에게 건넸다. 말은 기꺼이 이를 받아서 그의 손에서 입으로 받아들었다.
링크는 몸을 돌려서 자신에게서 멀리 물러난 다른 말에게로 다가갔다. 이번 녀석은 회색 몸에 갈색 점이 있었다. 링크는 공격 의지 없이 두 손을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괜찮아…” 그는 부드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말은 숨을 내뱉더니 불안하게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바로 뒤에 마차가 있어서 더 물러날 수는 없었다. “쉬이…” 그는 한발을 더 나아가서 말과 눈을 맞추었다.
마침내 말이 진정한 것 같았고 그는 마지막 한발을 내딛고 가볍게 말의 고삐를 잡았다. 그는 마차에서 말을 이끌어와 입에서 재갈을 풀었다. 재갈을 풀고 나서 그는 두번째 사과를 건넸고, 이번에는 지난 말보다 더 조심스레 사과를 받아들었다.
“말과도 실력이 좋은가 보네.” 텔마가 은근슬쩍 말했다.
“그런가 봅니다.” 링크가 두 말이 사과를 각각 먹는 것을 보고 만족감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보코블린이 결국 두 말들을 죽게 했을 것은 확실했다. 텔마를 보호하는 데에 성공했을 뿐만이 아니라, 말까지 살린 것이었다.
“다쳤네!” 텔마가 그의 다친 상태로 아직 피가 꽤 흐르는 위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는 인상을 썼지만 그녀가 한 상자에서 흰 천으로 상처를 싸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이제 상처가 잘 묶이자 그녀도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고맙습니다.” 링크가 위팔을 아프다는 듯이 문지르며 말했다. 어깨에 화살을 맞은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이 두번째로 오른팔에 부상을 입은 것이다. 더 다쳤다가는 싸움을 더 못하게 될 것 같았다.
둘은 그 자리에 더 서서 각각의 말의 부상을 조심스레 확인했다. 이 지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말의 피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두 말 모두 상태는 꽤 괜찮았지만, 둘 모두 거칠게 다루어졌고, 회색 녀석은 목 부분에 가볍게 베인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회색 말을 풀어줄까 고민했지만 다른 곳에 있을 법한 보코블린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 말을 잡으면 또 다치게 될 것이었다. 텔마는 말을 카카리코 마을로 데려가서 더 자세히 관리를 해 주자고 했다. 누군가가 사려고 할 지도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침내 그의 관리에 만족한 뒤, 그는 재갈을 다시 입에 물리고 회색 말을 마차의 뒤에 줄로 맸다. 그는 그 다음에 갈색 말의 목을 쓰다듬으면서 올라탔다. 텔마는 그에게 미소를 짓더니 혀를 한번 튕기면서 마차의 길을 마저 나섰다. 링크는 이제 기분이 나아진 채로 마차 옆에서 말을 타고 이동했다. 안장에 앉아 있는 것이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말도 그에게 마음을 연 것 같았다.
이제 그의 새 동료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나서 그들은 카카리코 마을에 도착했다. 그들은 나머지 길을 여러 언덕 사이와 위로 구불구불 넘어가는 고갯길을 타고 갔다. 그와 텔마는 어느 정도 조용하게 타고 갔다. 링크는 스피릿이라고 이름을 붙인 그의 말을 탔고, 그녀는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하늘이 어둑해지자 텔마는 마차의 앞에 작은 등불을 걸어서 주변의 암벽을 비출 충분한 빛을 제공해 주었다. 그의 시커 스톤에 그려진 것과 같은 문양이 그려진 나무 아치 여럿을 지나자 그는 카카리코 마을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한번 고개를 돌자, 카카리코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마을은 녹음이 우거진 골짜기에 있었으며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높은 층은 여러 농지가 있었는데, 링크는 몇몇 농부들이 종이 등과 동쪽에서 뜨는 보름달의 빛을 받아서 밤에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본격적으로 봄의 파종기가 온 것 같았으며, 링크는 많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비슷한 흰색과 빨간색의 옷을 입었으며 대다수는 기묘하게 생긴 뾰족한 갓을 썼다.
마을의 건물들은 모두 목조였으며 초가지붕은 높이 쌓기보다는 돔과 아치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에는 크게 구부러진 나무가 있어서 링크는 이것이 지붕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었지만, 가장 아래층의 큰 건물은 달랐다. 마지막 건물은 여러 폭포가 떨어지는 작은 호수 가운데에 있는 섬에 위치하고 있었다. 최소 2층은 되어 보였고 다른 집들보다 지붕의 각이 더 뾰족하였다. 링크는 저 집이 임파가 기거하고 있는 곳이라고 바로 짐작하였고, 텔마는 그렇다고 하였다.
그들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가자, 링크는 주민들이, 특히 어린이들이, 텔마의 마차 뒤로 몰리는 것을 보았다. 다른 주민들은 그녀에게 말을 걸며 인사하거나 무슨 물건이 있는지 물었고, 그녀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말로 대답했다. 확실히 그녀는 여기서는 반가운 인물이었다. 그는 그녀가 겨울에 대해 말을 한 것을 기억했고 봄이 되어 얼음이 녹자 그녀가 처음으로 이 마을에 오게 된 상인인가 싶었다. 겨울이 마을을 오랫동안 외부와 단절시킨 것 같았다.
“저, 텔마, 그 새로운 경비는 누구예요?” 하얀 머리의 중년 여성이 물었다. “이쁘장하게 생겨서 마음에 드는데!”
링크는 벌떡 앉더니 얼굴이 붉어지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때 그는 늦은 십대나 이른 이십대 정도로 젊어 보이는 여성 한 무리가 모두 그를 보면서 서로 조용히 말을 나누는 것을 보았다. 모두 비슷한 백발 또는 회색 머리였는데 이것이 시커족의 특징이었던 것 같았다. 멀리서 한 사람이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그 뒤로 앞을 계속 보기로 했다.
그들은 마침내 마을 광장과 같은 곳에 멈추었다. 큰 집은 반대쪽에 폭포로 둘러싸여 있었고, 집으로는 밧줄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집의 반대편에는 시간의 신전에서 본 것과 비슷한 여신상이 서 있는 작은 성소가 보였다. 여신상은 연못 가운데의 작은 섬에 서 있었고 나무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연못에는 그가 알아보지 못한 알록달록한 색의 물고기가 보였다.
그가 말에서 내리자 다리 양 옆에 서서 경비를 서던 두 시커족의 남성이 등을 들고 그에게 다가갔다. “전투를 좀 한 것처럼 보이는데.” 남자가 천으로 싸맨 링크의 팔을 보면서 말했다. 링크는 이를 내려다보았는데, 피가 흰 천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하, 그렇게 걱정은 안 해도 돼, 보가드.” 텔마가 마차에서 말했다. “타모늪을 지나가는데 보코블린한테 공격받았어. 여기 링크가 다 처리해 줬지만 말야. 그 도로에서 더 이상 방해가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 그녀는 링크에게 눈짓을 하였다.
“얼마나 있었던 건가?” 보가드라 불린 그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한, 넷 정도. 기습을 하려고 했어. 우리도 당할 뻔했는데, 어쩌다가 길에서 마주친 이 여행자가 싸움에는 꽤 달인이지 뭐야?” 텔마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있었다. 링크는 이전에 없었던, 좀 긴장한 느낌을 받았다.
보가드는 흥 소리를 내다가 링크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여행자? 그리고 낯선 이라고? 어디서 온 건가?”
“임파를 만나러 왔다고 하네.” 텔마가 말했다.
보가드는 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경계하듯 뒤로 물러났다. 링크는 다른 경비가 길고 구부러진 허리에 찬 칼에 손에 얹은 채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링크는 텔마를 통과했다면 이제 믿을만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던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을 보아하니 의심만 더 키운 것 같았다.
“여행자, 한 번 더 묻겠다.” 보가드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눈빛은 더욱 경계하고 있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그게…” 링크는 말을 하려 했으나 보가드 옆의 경비가 말을 막았다.
“보가드, 저 자의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을 보게.” 경비는 링크, 특히 그가 허리에 찬 시커 스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보가드는 말을 시작했으나,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바로 서더니 그의 동료에게 고개를 돌렸다. “두런, 바로 임파님에게 말을 전하게.” 두런이라 불린 다른 남자는 바로 몸을 돌려 큰 집을 향해서 나무 다리를 건넜다. 신기하게도 그의 발걸음은 나무와 닿아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보가드는 링크에게 다시 몸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좀 불안해 보였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최근에 근교에서 이가단의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해서요. 그리고 두런의 아내 분에게도…뭐, 어쨌든 주의는 많이 해야 했습니다.”
“흠…” 텔마가 링크 뒤에서 말을 했다. “아까 그 모습만 보면 진짜 위장한 이가단이라 해도 믿겠단 말이지.”
“이 남자는 절대로 이가단 소속이 아닙니다.” 보가드는 몸을 세우더니 밝게 웃었다. “허리에 찬 저 장치의 주인은 단 하나입니다. 옛 하이랄의 용사 말입니다.” 그는 링크와 눈을 맞추었는데, 놀랍게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임파님이 여러 해 동안 당신의 귀환을 말하였는데 이제 뵙게 되다니…영광입니다, 링크님.” 그는 한 손을 그의 배에 올리더니 허리까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링크의 속에 두려움이 가득 찼고 지금은 카카리코 마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텔마나, 보가드나, 이를 엿듣고 서로 얘기하고 있는 다른 시커족들 사이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속삭이는 소리와 그를 가리키는 모습을 곁눈으로 보았다. 게다가 다른 시커족들이 보가드의 깊은 경례를 따라하고 있었다.
큰 집의 문이 열렸고 두런이 두 여성과 같이 나왔다. 한 여성은 젊은 모습으로 키가 크고 말랐으며, 호기심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여성은 키가 더 작고 나이가 들어 있었으며 넓은 챙이 있는 갓을 쓰고 있었다. 갓에는 시커족의 문양이 확실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으면서 걸었다. 멀리서도 링크는 그녀의 눈이 자신을 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의 주변의 속삭임은 드디어 조용해졌다. 그리고 여성이 말했다. “여기로 오너라, 소년이여!”
천천히 숨을 내쉬고 주변의 시커족의 눈길을 피하며 링크는 존경을 담아서 뒤로 물러난 보가드를 뒤로 하고 나이든 여성을 향해서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뒤의 사람들의 속삭임은 다시 시작되었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Blatchery Plains = 체리블랙 평원
Noble Pursuit = 브아이 밋 브오이
Gerudo = 겔드족
Lurelin Village = 나크시 마을 (likely an extension of 낚시, meaning 'fishing')
Yiga Clan = 이가단
Dueling Peaks Stable = 쌍둥이 마구간
Moblin = 모리블린
Gatepost Town Ruins = 문전 역참 마을 옛터
Ash Swamp = 타모늪[Name glossary]
Dorian = 두런
Cado = 보가드
Rosso = 롯소 (Looked up the name in Zelda Wiki, name derived from A Link Between Worlds)
Telma = 텔마 (Looked up the name in Zelda Wiki, named derived from Twilight Princess)
Chapter Text
링크가 들어온 방은 대들보에 걸린 종이 등으로 밝혀 있었다. 벽은 다양한 그림과 태피스트리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은 고대의 시커족의 눈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방의 가운데에는 길고 짙은 파란색의 깔개가 깔려 있었고, 양 옆에는 작은 사각형의 방석들이 방 다른 쪽 끝의 단상을 바라보는 듯하게 깔끔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시커족의 원로는 천장에 걸린 큰 구리색 눈 조형물 밑, 단상 위의 방석 더미위에 앉았다.
그는 천천히 나아갔는데, 머리를 위로 올려묶고 나머지는 어깨로 흘러내리도록 한 더 젊은 여성이 단상의 옆으로 비껴서 섰다. 그녀는 불안하게 손을 모았다. 그녀는 그를 보는 것을 피하는 것 같았는데, 눈을 돌리기 전에 그에게 다시 한번 더 눈길을 주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그가 찾던 임파라고 짐작이 되는 나이 든 여성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였다. 일단 옷으로 가려져 있지 않아서 눈에 보이는 그녀의 얼굴과 손은 많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점도 많이 잡혀 있었으며, 지팡이에 많이 의지하는 채로 몸을 많이 굽힌 채로 걸었다.
“그래…” 임파는 이가 많이 빠진 것처럼 보이는 입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푸근해 보이는 회색 눈으로 링크를 올려보았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그는 이제 그녀의 이마에 보라색으로 새겨진 시커족 눈 문양을 볼 수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링크.”
그의 이름을 다시 듣자 마음이 크게 뛰기 시작했고 그가 왕과 공주에게서 들은 사실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그의 이름은 링크였다. 그리고 그는 성공할 수나 있는지 알 수조차도 없는 거대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는 이 만남이 이루어지기 전 준비를 더 할 수 있었다면 했다.
마침내 그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눈을 더 잘 볼 수 있기 위해서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녀의 미소가 더 밝아지고 눈가의 그녀의 주름은 더 두드러졌다. “당신이…임파입니까?” 그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녀의 미소가 약간 사라졌다. “지금이야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날 기억하는지?” 링크는 바닥으로 시선을 떨어뜨리고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임파도 약하게 한숨을 쉬었고 그녀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이전의 기억은 뭐든 가지고 있나?”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고개를 저었고 꽉 쥔 그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몸은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검을 쓰는 것이 어딘가 익숙하고, 싸울 때도…” 그는 아까 그러한 살상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한 것을 생각하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 전에 대한 기억은…없습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녀를 놀란 얼굴로 올려보았다. “자신의 죽는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제가…죽었단 말입니까?”
“아니, 하지만 굉장히 가까워졌지.” 그녀가 말했다. “그대는 기력이 다할 때까지 젤다 공주님을 지켰다. 그 뒤, 공주님은 성스러운 힘을 사용해서 그대가 신성한 잠에 들때까지 그대를 보호했지.”
“회생의 사당이군요.”
“그래. 그대가 그게 무엇인지 기억한다니 다행이군. 그대가 사당에서 잠이 든 뒤, 그분은 홀로 가논에 맞서러 갔다네. 공주님은 그대가 다시 깨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그대를 다시 이끄는 것의 일을 나에게 맡겼다네. 공주님은 가논을 막을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대가 그 계획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리라고 믿으셨지.
“100년간 그대를 기다렸다네, 링크. 100년간 공주님의 말씀을 지켜왔고,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가 새어나갈까 우려하여 말을 하지 않았지.”
“저…할머니는 제게는 말씀하셨어요.” 젊은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말하기가 불안한지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너와 네 어머니한테도 말은 했었지.” 임파가 한심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이랄의 존망이 달린 중요한 문제이니 이 내용을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가족 내에서는 말해도 되니까 말이다. 자, 이제 가보아라. 링크와 단둘이서 말하고 싶다.”
젊은 여성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머뭇거렸다. “저…저는 그러니까…예!” 그녀는 몸을 돌리고 바로 나갔다. 다만 링크는 그녀가 밖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앙 단상 뒤의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자, 어디까지 말했더라? 이전과 같이 기억이 좋지는 않아서 말이야.” 임파가 말했다. 링크가 이 사실에 조금 놀라서 그녀를 보자 그녀는 씩 웃었다. 그 웃음은 얼마 뒤에 사라졌고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다. “더 말을 하기 전에, 그대가 묻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리고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지. 더 많은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여정에서 조금 쉬고 나서 얘기하고 싶다면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말하지. 100년을 기다렸으니, 하룻밤이라고 큰 대수겠나?”
링크는 푸른 깔개를 보면서 이 제안을 고민해 보았다. 이 깔개에도 시커의 눈 문양이 그려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 마름모꼴이었다. “시작의 대지에서 로암 왕을 만났습니다.” 임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분이…딸을 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그럴 것인가?”
“저…예. 저는 한때…아니, 지금도, 그녀의 호위 기사입니다. 제 의무이니까요.”
임파는 따뜻하게 미소를 짓고 무릎을 한번 쳤다. “기억이 모두 없어졌다 하더라도 용맹과 의무감 하나만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구나. 젊은 그대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한번의 용사는 영원한 용사인가 보군.”
그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가 용사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는 이를 해야만 했다. 마치 빚을 진 것 같았다. 공주는 그의 목숨을 구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제아무리 소용이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라도, 한번 정도라도 그녀의 목숨을 구하려 해야 했다.
“좋다.” 임파가 다시 얼굴이 진지해지며 말했다. “그렇다면 선왕이 하신 말씀을 다시 말하면, 빈 이야기들을 내가 최대한 채워보지. 그런 뒤, 공주님이 그대에게 맡긴 임무를 다시 이야기해보자.”
링크는 로암 왕이 그에게 한 말을 모두 말했고, 임파는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왕이 사용한 표현보다는 더 편한 말투를 사용하면서 상황을 다시 정리하여 설명하였다. 그녀는 가논이 역사에서 여러 차례 부활하거나 구속에서 풀려 나왔다는 말을 하였고, 그 때마다 여신의 피를 이어받은 공주와 전설의 검을 사용하는 용사가 가논에 맞서서 다시 봉인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그녀는 등 뒤의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를 보여주었다. 하이랄 성의 주변을 날아다니는 마수와 비슷한 형체가 있었고, 푸른 검을 휘두르는 남성과 노란 옷을 입은 여성이 양 옆에 있는 것을 보았으며, 수백 대의 가디언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각각의 네 모퉁이에는 서로 다른 동물들이 있었는데, 각각 독수리, 도마뱀, 코끼리, 그리고 낙타의 형상이었고, 각 동물에는 특징이 뚜렷한 다른 종들이 있었다.
그녀는 일만년 전의 가논과의 전투에 대해서 설명하였는데, 그녀의 선조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사용하여 가디언과 신수 넷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가디언들은 용사와 공주를 보호했고, 네 기의 신수들은 가논을 공격하여 약화시켰다. 용사는 가논을 베었고, 공주는 여신의 힘을 사용하여 가논을 다시 봉인한 것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임파는 말이 부드러워지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선조들의 대비를 다시 따르려 했다네. 가논의 귀환에 대한 예언이 들려왔고, 우리는 고대의 가디언과 신수들을 찾아냈지. 여러 해동안 조사하고 계획해 왔지만…우리는 가논의 힘과 교활함을 얕보았지.”
링크는 다음에 무슨 말이 올지 예측하고 있었다. 가논이 신수와 가디언들의 지배권을 빼앗았고 그와 젤다 공주를 공격했으며, 그러는 중에 하이랄의 시민들이 학살당한 것이다.
“가논이 그렇게 강하다면…제가 어떻게 쓰러뜨린단 말입니까?”
“거기서 공주님의 계획이 시작되는 것이다.” 임파의 눈이 다시 좁아지면서 말했다. “젤다 공주님은 아직 신수를 가논의 수중에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계신다.” 그 말을 듣자 링크의 속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분이 가논을 봉인하러 가기 전에 그대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깨어나면 네 신수를 가논의 원념에서 해방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군요.”
“지금 상황처럼, 마스터 소드도, 신수의 도움도 없이 가논을 공격하려 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계획이 아니다. 그런 공격을 이미 많이 대비해 두어 있었고 다시 시도라도 하는 순간 그가 장악한 모든 기계들로 그대를 공격할 것이야.”
임파는 그를 딱하다는 듯이 인상을 쓰며 그를 보았고 목소리는 더 부드러워졌다. “그분의 힘이 깨어났을 때 공주님이 무엇을 보았는지는 모르겠다. 무엇이 벌어졌는지는 더 잘 아시는 것 같았다. 아마 여신께서 무언가를 알려주신 건지도 모른다. 미래를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지. 무엇을 보셨건 간에, 그분은 링크 그대를 믿었다. 그분은 그대가 신수를 오염에서 정화하고 원래의 기능을 되돌릴 것이라고 믿었다.”
링크는 이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있었다. 공주가 그의 힘을 믿기야 했겠지만, 과연 그가 기억을 다 잃을 것이라는 것 역시 짐작했을까?
“아, 공주님은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은 하셨다.” 그가 이런 걱정을 밖으로 표현하자 임파가 말을 하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나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은 링크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 분은 그대가 기억까지 되찾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기억이 없다 하더라도 그대가 가논을 완전히 무찌를 희망이 되리라고 믿으셨다.”
“하지만…왜입니까? 왜 접니까? 왜 제가 선택받은 겁니까?”
“그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링크는 그 말에 속이 불편해지면서 다시 조용해졌다. 만약 그가 하이랄의 유일한 희망이라면 이 나라는 완전히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젤다 공주께서는 시커 스톤에 남겨진 몇몇 그림들이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혹시…본 적은 있는지?”
그는 임파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림이요?” 그는 허리띠에서 시커 스톤을 풀었다. 임파가 손을 내밀자 그는 시커 스톤을 건넸고, 그녀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면서 인상을 찡그리기만 했다. “푸른 원은 누르지 마세요.” 링크는 임파가 집을 실수로라도 부수지 않을까 갑자기 걱정을 하면서 말했다.
임파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눈으로 그를 한번 흘긋 보았다. 하지만 다시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시커 스톤을 내려다보았다. “사진기가 없다니…이해가 안 되는군. 공주님이 쓰셨을 때에는 사진기와 지도 아이템만 쓸 수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것이 더 많지만 사진기가…”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링크를 다시 보았다.
“시커 타워를 기동하는 데에 쓰고 나서 그것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이 정보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프루아 누님이 조금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군.”
그녀는 화면을 빠르게 옆으로 여러 번 튕긴 뒤 그에게 보이기 위해서 돌렸다. 지도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현재의 위치를 보여주도록 표시가 되어 있었다. 임파는 남동쪽에 좀 떨어진 곳에 표식을 하나 더 남겼다. 그의 어림짐작으로는 하루이틀 걸으면 도달할 것 같았지만, 지도의 축척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누님은 이곳, 하테노 마을에 산다. 시커 스톤과 아이템과 같은 고대 시커족의 기술을 연구하는 데에 평생을 바쳤는데, 시커 스톤의 기능을 복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그는 임파에게서 시커 스톤을 받아들고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표식을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신수로 먼저 가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녀는 약한 미소를 짓고 시커 스톤에 손을 얹었다. “링크, 이 장치는 귀중한 물건으로 그대의 여정에 유용한 도구가 될 거다. 그리고 이 장치에는 공주님께서 그대가 기억을 되찾을 때 시작할 수 있을법한 곳에 대한 정보를 담아 두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신수로 먼저 출발하겠다면 막지 않겠다. 그대의 집념에 오히려 감탄을 해야겠지. 하지만 준비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시커 스톤의 수리도 도움이 될 거다.” 임파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게다가, 하테노 마을을 먼저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그는 임파를 한동안 보았지만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지도의 노란 점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어서서 허리띠에 시커 스톤을 매었다. “그럼 그곳으로 먼저 가 봐야겠군요.”
“어리석기는, 지금 당장 출발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맙소사,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질 것 같은데! 100년이나 지났는데도 조금도 변하지 않다니. 나야 연륜이 좀 생겼다고 하고는 싶지만.” 임파는 그의 팔을 잡고 다시 앉혔다. “파야! 듣고 있는 것 다 안다. 차 내려라.”
“혹시…겔드의 차는 아니지요?” 링크가 갑자기 목에서 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물었다.
임파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제, 깨어난 뒤에 벌어진 모든 것에 대해서 말해주어라.”
다음날, 마을 여관에서 눈을 뜬 링크는 전날보다 더 나은 기분이었다. 보가드 덕분에 어느 정도의 목욕도 할 수 있었으며 파야가 그가 입은 옷을 빠는 동안 그의 시커족 옷 한 벌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그는 푸른 끈으로 그의 머리를 뒤로 묶었고 옆머리는 그의 얼굴 양 옆으로 흐르게 했다.
전날 전투에서 입은 부상은 마을의 의사라고 하는 이가 치료했다. 그의 위팔은 냄새가 고약한 연고를 바른 뒤 깨끗한 천으로 묶여 있었다. 그의 새 말도 그가 임파와 말을 하는 동안 여물과 물을 주었었다.
그가 여관에서 나오자 그는 활기가 도는 농촌 마을을 보는데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 소년이 거름을 수레에 싣고 빠르게 지나갔고, 언덕 위에는 소가 밭을 갈면서 한번 울었다. 어린 시커족 소녀가 링크 곁을 달려갔고 자신의 언니에게 잡아보라고 소리를 질렀다. 언니같이 보이는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다른 여자아이가 그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그가 둘러보자 포목점의 주인이었던 중년 여성이 옆 건물에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눈짓을 하였다.
링크는 목을 한번 고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는 텔마가 그녀의 마차에서 물건을 묶는 것을 보았다. 보아하니 여기에서 장사를 꽤 잘했고 다른 곳에서 팔 것도 많이 모은 것 같았다. 그가 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바로 서더니 그에게 밝게 미소를 지었다.
“링크! 와서 다행이다. 줄 게 있었거든.” 그녀는 마차에서 내려 그에게 손짓을 하였다. “어제 살려준 것에 대해서 제대로 답례를 못해서, 여행에 필요할 것 같은 거를 좀 모아줬어.”
그녀는 물건들을 모아서 마차 뒤에 나열해 두었었다. 그 앞에 있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빨간색과 흰색, 녹색이 두드러진 상의와 긴 소매의 옷이 여러 벌 있었다. 새 연갈색 바지와 한 쌍의 장화와 양말, 그리고 짧은 망토가 달린 남색의 두건이 있었다. 여러 가죽 방어구도 있었다. 갈색 완갑, 어깨보호대, 그리고 가슴 보호대가 있었다. 그 외에도 시커족이 사용하는 활과 화살이 가득 든 화살통도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시커족의 눈 문양이 그려진 새 나무 방패도 있었다.
“텔마, 이거는…너무 많은데요.” 그가 그녀를 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없었다면 거기서 죽었을 거라고. 목숨을 구해줬는데다가, 아까 말을 들어보니, 이 여행이 끝나면 모두의 목숨까지 구하게 될 거라는 것 같더라고.” 그녀는 그의 어깨를 살짝 눌렀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해 보이는걸.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단 말이지.”
“저…” 그는 갑자기 부담감이 몰려오면서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았다. 그녀가 정말 그가 하이랄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건가? 보코블린 네 마리와의 전투도 힘겨워했는데, 가논은 어떻게 쓰러뜨리라는 말인가? 그러나 반박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아, 다른 말은 팔았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녀는 스피릿에 새 안장과 고삐를 채워 주는 작은 마구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새 여행 장비와 기본 도구도 챙겨줬고.” 링크는 스피릿의 안장에 불룩한 자루와 요리기구, 그리고 침낭도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대답을 하기 전에 그녀는 링크를 꼭 껴안았다. “한시간 내에 마을에서 다시 나설 거거든. 같이 길을 갈래? 임파와 얘기를 해 봤더니 동쪽 하테노 마을로 간다고 했으니까 길이 겹치거든.”
“네, 물론이죠.” 링크는 목을 한번 고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한시간 뒤, 링크는 다시 스피릿 위에 앉아 있었는데, 마을 전체가 그를 배웅하기 위해서 나온 것을 어색해했다. 그는 이제 새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전에 입고 있던 옛 상의와 바지보다는 더 몸에 잘 맞았다. 새 방어구에 등에 방패를 맬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고, 그의 새 활도 안장에 달아 놓을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이제 여행하는 것이 확실히 전보다 더 쉬워진 것이다.
그는 임파를 돌아보았고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파야가 손을 흔들더니 얼굴을 붉히고 가슴 쪽으로 손을 모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였고, 그는 스피릿이 움직이게 해서 텔마의 마차 앞으로 말을 타고 갔다. 그는 모인 시커족들의 응원을 귓등으로 흘기려 하였고, 마을을 벗어나서 고개를 향하자 마음이 놓였다.
쌍둥이 마구간으로 돌아가는 길은 꽤 평화로웠다. 그들은 카카리코 마을을 나오는 길을 나오고 나서 잠시 멈추어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 이후 그들은 다시 길을 걸었지만, 링크가 텔마를 뒤로 하고 앞의 길을 먼저 정탐하였다. 다행히도 이번에 그들은 보코블린에게 공격을 받지 않았고, 쌍둥이산 뒤로 해가 져서 계곡이 어둠에 싸일 때 즈음에 다시 마구간으로 돌아왔다.
마구간에 도착하자 말들이 이틀이나 그런 긴 거리를 걸은 것을 꽤 힘들어한 것이 보였다. 텔마는 오늘 밤의 링크의 숙박비를 대고 링크의 말도 여물을 줄 것을 제안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그의 가방에 있는 보석들의 총 값이 얼마인지도 말해주었기에 그는 스스로 창피를 당하지 않고 숙박비를 낼 수 있었다.
다른 경비에게 질문공세를 당하거나 텔마가 그가 한 위업을 크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식사를 들고 그의 숙실로 들어갔다. 하루 동안 말을 타서 몸이 피곤했기에 좀 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전의 실패에 의한 생각으로 인해서 그날 밤은 편하게 쉴 수가 없었다. 그가 기억을 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아보였지만 생각이 도무지 떠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고 심지어 100년이나 기다린 이도 있었는데, 그가 정말 성공하게 될지 자신감도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시도는 해볼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심 이 여정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밖에서 꼬꼬가 우는 소리가 들리자 벌떡 일어났다. 이른 새벽 빛이 창문살을 통해서 들어왔고 다른 침대들은 깨고 나서는 숙취와 싸우게 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차 있었다. 링크는 가능한한 조용히 일어나 그의 물건들을 조용히 챙겼다.
그가 큰 식당으로 들어가자 그 외에도 다른 이들도 깨어 있었던 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다른 깨어 있는 이들도 별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이것에 대해 별로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방 가운데의 탁자로 향했다.
그는 계란과 소시지, 그리고 치즈로 이루어진 아침식사의 값을 지불하고 떠날 수 있도록 스피릿의 채비를 해달라고 하였다.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시원한 아침 공기로 나섰고, 텔마가 이미 자신의 매물들을 점검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으며 일반적이었던 경비인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벌써 가려고?” 그를 보자 그녀가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텔마는 그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잡으며 경비에게서 그를 이끌어냈다. “먼 여행이 있는 것은 알아. 정체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어. 난 비밀 하나는 잘 지키거든.”
그는 이 말에 마음이 편해졌고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가 마구간을 떠날 때 느낄 각종 시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링크,” 그녀는 잠시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몸을 돌렸다. “임파가 말한 모든 것을 난 믿지는 않지만, 너는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어. 너의 그 자리가 어떤지는 난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고, 분명 느끼는 압력도 다 거대할 거야. 다른 길을 선택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어.”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아니면 누가 합니까?”
그녀는 그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지금껏 계속 살았으니까. 계속 생존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생존, 이것이 생존이라니. 하일리아인의 남은 이들은 하이랄의 작은 일부에서만 살고 있는 것 같았고 그가 들은 다른 종족들도 다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한편 가장 크고 풍족한 지역은 사악한 무리가 서서히 점령해 가고 있었고 이 무리도 더더욱 커지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고 의지를 다지더니 눈을 다시 보았다. “고맙습니다만…지금 물러나면 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 기회가 주어졌으니…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할 겁니다.”
텔마는 따뜻하게 미소를 지었고, 이를 보자 그녀가 만족했다는 것을 알았다. “참 대단하네.” 그녀는 그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몸조심해, 링크. 차차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으니까.”
둘은 그렇게 길을 서로 떠났다. 텔마는 서쪽으로 향했는데, 조라의 마을로 갈 수 있는 길 중에서 마차가 지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쌍둥이산의 반대쪽이라고 한 것이었다. 그는 여행에 불안을 표했지만 교역을 할 수 있는 길은 아직 멀쩡하다고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불안이 담긴 어조가 있었다. 시커족의 마을로 가는 길도 원래는 안전해야 했던 것이었다.
반면 링크는 북쪽의 길로 향해서 동쪽으로 갔다. 동쪽 길은 링크가 전날 가디언들이 버려져 있었던 습지의 북쪽을 돌아서 갔다. 스피릿은 이미 휴식을 충분히 취한 것 같았고 링크도 걷고 달리는 것을 서로 번갈아 하도록 해 주었다. 그 덕에 그는 꽤 시간을 많이 줄였고 텔마의 마차와 같이 달릴 때보다 더 빠르게 도착하였다.
그는 해가 중천에 뜰 때 정도에 쉬기 위해서 멈추었다. 그는 큰 부러진 나무 그루터기에 등을 대고 말린 과일과 당근으로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시커 스톤을 꺼내들었다.
임파는 그에게 시커 스톤이 그의 기억을 깨우지 않을까 하면서 시커 스톤을 준비해 주었다고 하였다. 대체 그게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는 화면의 표식들을 보면서 한번 속으로 곱씹어 보았다.
마침내 그는 한숨을 쉬고 인상을 찡그리며 일어섰다. 그는 100년 전에 어떻게 여행했는지는 기억이 안 났지만 지금은 안장 위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여행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이틀이나 여행하자 등과 다리가 모두 아팠던 것이다. 하테노 마을로 갈 때까지는 이틀 더 여행해야 할 것이었으니, 그는 다시 길을 걷기 전에 거기서 며칠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스피릿을 보았고 몇 분 더 쉬게 해 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더 멀리 떨어지고 시커 스톤을 들었다. 마침내 그는 리모컨 폭탄 아이템을 다시 눌렀다.
다시 그의 발치에 푸르게 빛나는 공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실수로 한 번 더 누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무릎을 굽히고 폭탄을 확인해 보았다. 그는 불안한 듯 손가락으로 한번 건드렸고 꽤 단단한 감촉을 느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바닥에 내려놓고 폭탄을 손으로 들어올렸다. 아주 무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꽤 묵직했다.
손에서 몇 차례 돌려 본 뒤, 그가 선 언덕을 내려다보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던졌다. 폭탄은 허공을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고, 폭발하지 않고 계속 언덕을 더 빠르게 굴러내려갔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집어 들어서 표식을 다시 눌렀다. 멀리서 폭탄은 번쩍이는 푸른 빛과 큰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였다. 근처의 분홍 깃털의 새들이 놀란 듯 소리를 지르며 하늘을 날았다. 근처의 바위 층에서 산염소가 울음소리를 내었다. 스피릿은 불안한 듯 콧방귀를 내었다. 폭탄이 폭발한 곳에서는 검게 탄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링크는 이 아이템이, 신중하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꽤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함부로 썼다가는 스스로가 오히려 다칠 수도 있었다. 만족한 모습으로 링크는 시커 스톤을 다시 허리띠에 매고 아래의 평원을 보았다.
학살이 벌어진 평원이었다. 수많은 가디언들이 버려져 있었다. 몇몇은 이제 원기둥형의 몸체만 남아있었고, 다른 것들은 여섯 다리가 아직 멀쩡해서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았다. 몇몇은 부서진 건물 위로 올라타고 있기도 했고 다른 것들은 옆으로 누워 이끼가 끼고 있었다.
여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왜 여기로 다 모이고서 다 망가지게 되었단 말인가? 왕이나 임파 그 누구도 이 가디언들이 어떻게 다 기능을 정지하게 되었는지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그는 어느 정도 희망적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그들이 가논과 대적해야 했을 때에는 이런 기계들과 싸워야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이제 기능을 하지 않으므로, 가논은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얼마나 약해졌을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차이라면 다 좋았다. 그렇기를 바랐다.
링크가 하테노 요새라고 들은 거대한 석조 벽에 도착한 때에는 늦은 오후였다. 그가 요새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다가가는 것이 더더욱 두려워졌다. 가디언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확실히 기능을 정지시킨 무언가가 작동하기 전까지 서로를 타고 올라가서 요새에 도달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양의 가디언이 하테노 요새에 다가갔다는 것은 꽤 무시무시했다. 이렇게 많은 양의 쇠로 된 괴물들이 늪을 건너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는 방비군들의 마음 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요새는 완공되지도 않아 보였다. 몇몇 위치는 벽돌과 시멘트로 쌓여 있었지만, 다른 곳은 급하게 쌓은 돌 내지는 나무로 땜질해 두었는데, 지난 100년 동안 그 나무도 썩어가고 있었다. 벽은 두 절벽 사이의 협곡에 세워져 있었는데, 남쪽에 흐르는 강까지 수십 킬로미터나 이어져 있었다. 벽 너머로는 계곡이 계속 이어져서 더 많은 절벽과 고원, 벼랑, 그리고 먼 산으로도 이어졌다.
많은 양의 가디언에게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 그는 스피릿을 타고 녹슨 쇠창살 밑을 지나가 평화로운 숲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는 다시 쇠창살을 뒤돌아보았는데, 마치 링크가 타임 록을 사용한 것처럼 제자리에 멈춘 가디언들 여럿이 보였다. 이곳을 돌파했다면 숲을 파괴해버렸을 것이었다. 그는 잠시 떨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요새를 건너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뒤에 야영지를 세웠다. 강을 따라서 가다가 큰 벼랑 밑에 도달한 것이다. 간혹 다른 여행자들도 만났는데, 그들은 길을 잘 따르고 있다고 말해주었지만 하루 더 가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여기에서 밤을 지내는 것은 별로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 나이가 든 한 여행자가 말에서 내린 링크를 보면서 말했다. “길을 잃은 원혼들이 여기에 떠돈다고 한다던데. 수천년 전의 옛 전쟁에서 전사한 장병들이라던가.” 그는 길을 따라서 새로 떨어진 계곡을 표시했는데, 바위산의 그늘에 작은 협곡이 있었다. 서로 떨어진 나무와 풀 사이에서 링크는 많은 무덤의 표식들을 볼 수가 있었다.
링크는 정보는 고맙다고 하기는 했으나 움직이겠다는 뜻은 조금도 없었다. 그나 스피릿이나 모두 피곤했던 것이다. 하루 동안 많이 걸은 것이었다. 노인은 할 말은 다 했는지 마저 이동을 계속했고, 링크는 계속 자신의 야영지를 세웠다.
그날 밤, 그가 달빛과 별빛을 아래에 야영지를 한번 더 세우고 있을 때, 그는 무덤 사이에서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계속 스스로 다독였고 어둠 속에서 보랏빛의 눈이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고 계속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결국 그는 하테노 마을로 향하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야영을 하게 되었다. 한 길은 동쪽 길로 계속 이어졌지만 다른 길은 남쪽으로 가면서 근처의 호수를 돌아서 갔다. 남쪽 길의 방향에는 시커의 탑이 있었지만 아침이 되면 동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말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돌아오는 길에 탑을 기동하기로 했다. 기능을 안다면 그러할 것이었다. 아마 그 프루아라고 하는 이가 더 자세히 알 것이었다.
그날 밤, 그가 텔마가 준 물품을 이용해서 비를 피할 작은 천막을 세우는 동안 그는 스피릿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 속 한구석이 무언가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한번 더 공주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공주는 그에게 여러 차례 말을 걸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번 탑에서처럼, 그는 아무 대답도 받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이렇게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그녀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가 이 여정을 너무 오래 끌어버렸을 때에 벌어질 법한 상황에 대한 끔찍한 생각이 그가 잠이 들 때부터 마음에 맴돌기 시작했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Shrine of Resurrection = 회생의 사당[Name glossary]
Paya = 파야
Dorian = 두런
Cado = 보가드
Chapter Text
다음날은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다.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링크가 여행하는 길은 금방 진창이 되어서 스피릿의 말발굽이 발을 디딜 때마다 빠지고 있었다. 링크는 텔마가 준 두건에 노인의 망토까지 다 둘렀지만 비를 막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피릿은 천천히 걸었고, 길도 점점 높아지는 것을 보아 하테노 마을의 도착할 날도 하루 늦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는 가능한 많이 나아갔다. 그는 강을 따라서 가다가 강이 그에게서 멀어지면서 어느새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길 바로 남쪽에 옛 경마장 터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진흙길의 가운데에는 오래 전에 무너진 낡은 건물들이 있었지만, 아직 무사한 몇몇 건물들이 있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장화로 진흙을 디디면서 스피릿의 고삐를 잡고 옛 경마장으로 향했다.
무너진 관문 하나를 지나자 그는 ‘승마 훈련 및 연습장’이라는 간판을 보았다. 관심이 가는 듯, 그는 스피릿을 보면서 큰 눈을 바라보았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홀로 너무 오래 여행했다고 생각한 그는 아직 멀쩡해 보이는 가운데의 건물로 향했다.
그가 다가가자 창문 중 하나에서 주황색 불빛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가 이미 이 뇌우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링크는 문에 다가가면서 머뭇거렸다. 안에 있는 누군가를 방해해도 괜찮았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천둥번개가 한번 더 세게 울려퍼지자 그는 이미 마음 속에 결정을 내렸다. 그는 문을 두드렸다.
얼마 뒤 그는 한번 더 문을 두드렸다.
두번이나 노크했는데도 대답이 없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 녹슨 경첩으로 인해서 여는 것도 느렸다. “저,” 그가 방이 하나 있는 건물을 보면서 말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건물 안에서 그를 보는 것은 하일리아인 일행이 아니었다. 대신 보코블린 한 무리와 더 커다란 모리블린 두 마리가 단순한 화롯불이라고 하기에는 꽤 큰 불 주변에 모여 있던 것이었다. 모리블린 중 하나는 크고 녹슨 검을 쥐고 있었고 다른 두 보코블린이 근처에서 자신의 무기를 쥐러 뛰어갔는데, 이번에는 밭의 쇠스랑 같았다.
크게 욕을 내지르면서 링크는 스피릿을 건물에서 빼내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번개는 그의 뛰는 심장과 비슷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망토를 빠르게 벗어내어 스피릿의 안장에 던지고 말의 뒤허벅지를 쳐서 나오게 했다. 그는 칼집에서 검을 꺼내어 몬스터들이 뒤쫓아나오기를 기다렸다.
모리블린은 문가에 비를 맞지 않는 곳까지만 서서 그에게 크고 위협적인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검 끝을 집의 바닥을 가리키면서 지루하다는 듯이 잡고 있었다. 뒤에서 링크는 쇠스랑을 쥔 보코블린 둘이 머리 위로 무기를 들어올리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다. 위협적인 행동과 동시에 위협적으로 들리는 말에도 불구하고 온기가 있는 건물에서 나오는 녀석들은 없었다.
그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문가에 서 있는 몬스터들을 보는 동시에 매복의 가능성을 보면서 양 옆까지 보았다. 하지만 아무 매복도 없었고 그는 짜증난 듯이 콧방귀를 뀌는 스피릿에게 금방 도달했다. 모리블린은 그에게 한번 더 소리를 지르고 투실투실한 주먹을 가슴에 쳤다. 경고하는 것인가, 그가 생각했다.
한숨을 쉬며 그는 스피릿에 다시 올라타 움직이도록 했다. 말은 링크처럼 지금 상황에 정말 기분이 나빴는지, 늘 그랬던 느릿한 걸음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의 뒤에서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문이 조용한 쾅 소리와 함께 닫혔다.
링크는 그렇게 하루 내내 기분이 언짢았다.
밤이 될 즈음에는 비가 그치기는 했지만 이미 몸 속까지 스며든 추위를 해결해 주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테노 마을에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숲에 도착하자 스피릿은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았고, 링크가 움직이게 하려고 했을 때에는 그저 짜증난듯 숨만 내쉬었다. 하테노 마을까지 차라리 자신이 걸을 생각까지 했지만, 이 말은 오늘 밤에는 더 이상 걷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그가 말한테 욕지거리를 쏟아내고 어느 정도 찾은 마른 나무로 불을 붙이자 링크는 차라리 낮에 하테노 마을로 들어가는 것이 더 낫겠다고 느꼈다. 지난번에 카카리코 마을을 밤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에 굉장히 결과가 안 좋았던 것을 생각한 것이다. 그는 스피릿에게 욕지거리를 다시 한번 중얼거리더니 푹 젖고 차가운 망토 위에 누워서 뒤척이면서 잠을 청했다.
링크는 다음날 아침에 울려퍼지는 비명소리에 잠에서 깼다. 해는 이제 머리 위의 하늘을 밝히고 있었고 시원한 안개가 링크 주변의 숲에 감돌고 있었다. 그가 피운 작은 불은 이미 꺼져버린 뒤였고 몸이 더 마르거나 따뜻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언니, 조심해!”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뒤에 다른 여성이 용을 쓰는 것인지 고통에 신음하는 것인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그를 싸고 있던 망토를 벗어던지려 했다. 망토를 처리하고 나서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콧소리와 웃음소리에, 사람 같지 않은 소리, 그리고 귀에 낯익은 지르는 소리였다. 보코블린이 최소 셋은 되는 것 같았다. 링크는 검과 방패를 잡고 소리를 향해 달려갔다. 짙은 안개를 뚫고 보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지만 그는 문제의 소리를 쫓아갔다. 그는 곧 횃불의 불빛같이 보이는 것을 보았고, 얼마 뒤에 그 속의 혼란을 보았다.
배낭을 맨 편한 옷차림과 장화 차림의 두 여성이 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공터에서 서로 등을 대고 서 있었다. 하나는 횃불을 앞으로 들고 있었고 다른 여성은 짧은 칼을 쥐고 있었으나 그렇게 잘 잡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칼을 쥔 여성은 한쪽 다리에 힘을 못 싣고 있었다. 둘은 세 보코블린들에 둘러싸여 있었는데, 둘은 곤봉을 들었고 하나는 낡은 쇠스랑의 반쪽을 들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곤봉을 든 보코블린은 링크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고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것의 표정은 링크가 든 검을 보자 탐이 난다는 얼굴로 변했다. 그것은 그에게 덤볐지만, 곤봉을 휘두르는 각은 너무 쉽게 예측이 되어 쉽게 방패로 쳐내었다. 그는 보코블린의 가슴으로 검을 찔러 넣어 거꾸러뜨렸다.
하나 처치.
다른 두 보코블린은 쓰러진 그들의 동료보다는 더 생각이 있어서 링크를 돌아서 양 옆에서 공격해 왔다. 부러진 쇠스랑을 든 보코블린은 고함을 지르면서 그에게 내질렀고 다른 쪽에서는 다른 놈이 머리로 곤봉을 휘둘렀다. 그는 뒤로 뛰어서 두 공격의 범위에서 모두 벗어나 몇 발짝 뒤로 떨어진 땅에 내렸다. 젖은 잔디에 미끄러질 뻔했으나 자세를 다시 고쳐 잡고 앞으로 달려서 곤봉을 든 보코블린을 베어 넘기고 방패로 쇠스랑을 든 보코블린의 공격을 막았다.
둘 처치.
보코블린이 성급하게 링크를 한 번 더 찌르려 하자 그는 쇠스랑을 옆으로 쳐내고 검을 배 안으로 깊숙이 찔러 넣었다.
마지막도 처치.
마지막 보코블린까지 쓰러지자 링크는 심호흡을 하는 두 여성에게 몸을 돌렸다. 칼을 든 여성은 다른 여성에게 기대고 있었고 아직도 한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횃불을 든 여성은 링크를 감탄과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야…” 칼을 든 여성이 말했다. 그녀는 어깨 정도까지 오는 갈색 머리와 녹색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봤지, 메구? 마을 근처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
“괜찮다고?” 메구는 짧은 검은 머리와 회색 눈을 가졌다. 목소리는 거의 날카로웠고 겁에 질려 있었다. “나츠 언니, 우리 죽을 뻔했다고! 이 근처에 보코블린들이 목격되어서 다 제거되기 전까지는 나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잖아!”
“이제 제거는 되었네.” 나츠라고 하는 여성은 바닥으로 몸을 서서히 내려서 칼을 내려놓고 발목을 다리를 타고 내려간 손으로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삐었나봐.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지만…”
“두 분…괜찮으세요?” 링크가 물었다.
“아!” 메구는 갑자기 당황스러운 듯 링크를 다시 돌아보았다. “미안, 아까 구해줘서 고마워. 언니가 아침 일찍 나와서 버섯을 찾자고 난리를 쳐서…”
“트러플이거든?”
“그래…트러플.” 메구는 언니에게 짜증난 듯 눈을 흘기며 말했다. “이 근처에 몬스터들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마을 이렇게 가까이 올 거라고는 생각을 안 하더라고.”
“오늘 저녁 해주면 입이 쏙 들어갈 거면서.” 나츠가 장화를 조심스레 벗으면서 말했다. 그는 그녀의 발목이 약한 횃불빛 아래에서도 심하게 부은 것이 보았다.
“하테노 마을에서 오신 건가요?” 그가 횃불 근처에 서도록 앞으로 나서면서 물었다. 안개가 아직도 끼어 있어서 숲의 주변을 확실히 보기가 어려웠던 것이었다.
“응. 난 메구고 이쪽은 나츠 언니. 그쪽은…?”
“링크입니다. 야영지에 말을 세워 뒀고, 어차피 마을로 가는 길이었으니 말에 타셔도 됩니다. 다시 공격받지 않게 해 드리죠.”
나츠는 발에 힘을 실어보았지만 조용히 이를 갈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민망한 듯 링크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야겠네. 메구, 이제 보코블린들이 없어졌으니 계속 보는 거는 어때?”
그는 뒤이어 벌어진 말싸움에 끼지 않도록 조용히 되돌아갔다. 안개 속을 몇 분간 더듬어서 그의 작은 휴식처를 찾았고 그가 벌려 놓은 장비들을 정리했다. 몇 분 뒤 그는 자매에게 스피릿을 데리고 갔다. 보아하니 메구가 설득을 한 모양이었는데, 나츠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여동생 말고 링크가 말에 태워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렇게 셋은 마을로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했다가는 자매들이 다시 말다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그는 그 작은 마을에 대해서 들어는 보았는데, 농사를 짓고 염료를 수출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자매 중 그 누구도 프루아라는 노파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에 링크는 좀 걱정되었다. 고대 시커 기술에 대해서 묻자 자매는 하테노 마을의 언덕 위에 있는 낡은 건물에 대해서 언급했다. 둘 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누가 사는지는 몰랐지만 그곳에 사는 남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잘 말을 하지 않고 꽤 어린 딸이 있어 보인다고만 알고 있었다. 썩 좋아보이는 정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아는 것이었다.
두어 시간이 지난 뒤에 그들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때가 되자 해가 제대로 떠서 아침 안개가 물러났고 셋 모두가 따스한 햇볕을 받게 되었다. 길의 굽이를 한번 더 돌자 마을이 마침내 눈에 들어왔다.
마을은 여러 높이의 언덕에 세워져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의 모든 건물은 언덕의 경사에 서 있었고 입구에 가장 가까운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더 낮은 높이에 지어져 있었다. 마을 더 너머에서는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 높은 언덕 여럿이 있었고 더 뒤에는 거대한 설산이 있었다.
하테노 마을의 건물은 모두 간단한 벽돌과 시멘트로 지어져 있었고 모두 붉은 기와 지붕과 높은 굴뚝이 있었다. 언덕과 들판 곳곳에는 풍차가 여럿 있었다. 마을 입구 근처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이미 있던 건물들에 비해서는 여러 색으로 채색되어 있으면서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붕도 평평하여 꽤 대비되었다. 여유로워 보이는 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을은 꽤 활력이 넘쳤다. 농부들은 농사를 짓고 있었고, 어린이들은 길에서 놀았고,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으며, 몸집이 좀 큰 남성들이 반쯤 지어진 집들을 향해서 당당히 걸어가고 있었다. 마을의 입구를 표시하는 나무 입구를 지나가고 있을 때 링크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피어 있었다. 쇠스랑을 들고 졸려보이는 한 남자가 경비를 서고 있었다. 메구는 그 남자의 이름을 사드라고 하였고, 그의 역할은 하테노 마을로 들어오는 길을 감시하는 것이었다.
사드는 나츠의 부상을 물어보았고, 그녀가 아무것도 아니며 숲의 보코블린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 답답한 듯 메구가 설명하려 했지만 나츠는 계속 가자고 하면서 멀쩡한 다리로 스피릿의 옆을 한번 쳤다. 그러자 사드는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밀짚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적였다. 링크는 속으로 인상을 썼다. 이 두 여성을 구해줬다는 소문이 금방 나게 될 것만 같았다. 물론 전설 속의 용사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그 때에도 여성을 구하기는 했었으나 그래도 관심은 너무 과도했다.
그가 이를 생각하는 동안 마을의 건물들과 집들 뒤에 숨어 있는 이상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전부 검은 돌로 만들어져 있었고 거의 원뿔 형으로 넓은 바닥과 납작한 꼭대기로 되어 있었다. 빛나는 주황색 시커족 눈이 그려져 있었으며 그 밑에는 회생의 사당의 방의 문과 비슷했던 문이 아직 닫혀 있었다.
저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저거?” 이를 물었을 때 나츠가 물었다. “몰라. 저게 한…일주일 전부터 빛이 났던가, 메구?” 등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일주일이라. 대체 그가 깬 지 얼마나 되었단 말인가? 벌써 일주일이나 되었단 것인가? 나츠가 둘을 계속 마을 깊이 이끌고 있었기에 지금은 조사를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그에게서 스피릿의 고삐를 받아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말을 타고 갔지만 그래도 접질린 발목은 아픈 것 같았다.
나츠와 메구의 집은 여러 색의 천과 깃발, 그리고 옷으로 장식되어 있는 앞이 뚫린 건물의 건너편에 있었다. 자매에게서 들은 하테노 염료 가게였다. 메구에 말에 의하면 이 곳에서 만드는 염색약은 멀리 겔드 고지와 리토 마을까지도 수출된다고 하였다. 링크는 그 가게의 광경이 꽤 신기해 보였다. 앞이 뚫린 가게 안에 그는 밖에 표기된 여러 색의 천을 보았고, 안에는 더 다양한 색도 있었다.
그들이 집에 도착했을 때 링크는 나츠가 스피릿에서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메구는 나츠가 땅에 내려오자 언니의 팔을 잡아서 받쳐 주었다. 두 여성이 집의 문에 도착하자 그는 스피릿의 고삐를 다시 잡았다.
“벌써 가려고?” 메구가 큰 눈으로 보면서 그를 막아 세웠다. 링크가 그녀를 보자 그녀의 볼이 살짝 빨개졌다. “우리를 구해줬으니 무슨 답례라도 해야지.”
순간 상황이 좀 어색했다. 그는 답례를 원하지 않았다. 그저 위험에 처한 이를 보고 도움을 줬을 뿐이었다. 누구든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그렇기를 바랐다. “정말…괜찮습니다. 보러 온 사람을 좀 찾아야 해서요.”
“식사라도 하고 가지.” 나츠가 입을 열었다. 링크는 꽤 놀랐다. 두 여성 중에서 메구가 더 감사 표현을 많이 했다. 나츠는 그저 들어가서 쉬고 싶었을 것만 같았다.
“그럼. 금방 될거야. 언니가 좀 누우면 바로 시작할 거야.” 메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메구가 요리를 할 것이라면 나츠가 답례를 건넨다는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냥 가고 싶기는 했지만, 식사 한번 한다고 많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었다. 전날 먹은 것도 없었고 이미 오전이 다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정도는 괜찮겠네요.” 그가 말했다. 스피릿을 집 밖에 매어 두고 곡물 한 바가지를 제공해 준 뒤, 링크는 그녀의 뒤를 따라서 마구간 이후 한 적이 없는, 제대로 된 따뜻한 식사를 생각하며 기분을 다소 낫게 했다.
얼마 뒤에 링크는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은 상태로 자매의 집을 나섰다. 둘은 저녁도 먹으러 오라고 했었고 그는 시간이 된다면 그럴 것이라고 했다. 식사를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이 마을의 지리까지 알려주었는데, 근처의 여관과 프루아가 있을 법한 위치, 내지는 그가 확인을 가장 먼저 시작할 곳을 알려주었다.
이 정보를 알게 되자 그는 스피릿을 마을을 나누고 있는 작은 여울에 세워져 있는 다리 위로 이끌었고 언덕을 향했다. 그는 큰 파티오가 있는 2층 크기의 여관을 보았다. 근처에는 작은 마구간이 있었는데, 그의 나이 정도(그의 나이가 얼마인지는 몰랐지만)의 남자가 그를 경계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사실 그를 보고 있던 사람은 그 혼자가 아니었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여행자와 방문자를 그렇게 달갑지 않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링크는 아무래도 낯선 이가 마을에 들어와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여관을 지나서 마을 위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는 이상한 건물을 향해서 구불구불 번져가는 길을 올라가는 동안에 그를 불러 세운 사람은 없었다. 꽤 오래 걸었기 때문에 멀리 있는 굴뚝에서 연기를 보자 꽤 마음이 놓였다. 누군가는 확실히 있었던 것이다.
언덕 위의 건물은 아무리 봐도 꽤 이상했다. 마치 한때는 거대한 풍차였었지만 그 날개를 다 떼어버린 형상이었다. 풍차의 아래쪽에는 한 집이 세워져 있었고 그 풍차의 끝에 무슨 건물이 더해지며 그곳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새로 세워져 있었다. 두번째 층계에는 거대한 망원경이 서 있었으며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풍차의 탑 꼭대기에는 가디언이 있었다. 그는 여섯 개의 다리를 탑 밑으로 늘어뜨린 잠잠한 그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위압적이었다. 링크가 다른 곳에서 본 것들은 그 자리에서 멈추거나 전투 중에 파괴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올려서 위에 올려 두었는지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건물의 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조심스레 주먹을 들어서 문을 두드렸다.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작은 소녀가 문을 활딱 여는 것을 보았다. 회백발을 보아하니 시커족이었고, 밝은 빨간색 안경을 썼으며, 머리에는 푸른색으로 빛나는 눈과 부리가 있어 부엉이의 얼굴과도 비슷한 정말 이상하게 생긴 금색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링크를 짜증스러운 듯 올려다보더니 헉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눈이 커지더니 그에게서 한 발짝 물러났다. “아!” 그녀는 그의 허리에 찬 시커 스톤을 보고 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아, 소장님을 보러 왔나요?” 그녀는 놀란 모습을 굉장히 사무적인 말투로 간신히 막고 있었다.
링크는 앞의 이 소녀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여섯 살이나 일곱 살 정도 되는 나이였는데 눈빛에는 무언가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었다. “어…응. 카카리코 마을의 임파에게서 왔어. 누님이신 프루아님을 만나라고 했는데 혹시…”
소녀의 입술이 살짝 떨렸고, 그녀가 흰색 옷의 앞자락을 두 주먹으로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예. 소장님은 뒤쪽에 계셔요.” 그녀는 어깨 너머로 방 뒤쪽의 다른 사람을 엄지로 가리켰다. 시커족 남자로 링크와 소녀를 불안한 입모양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프루아님이 안 계시는 건가…”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는 다시 소녀를 돌아보았다. “뭐, 일단은, 어, 소장님께 말해볼게. 고마워.” 그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는데 뒤에서 소녀가 낄낄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뒤를 돌아보았는데 소녀는 바로 자세를 고쳐 잡고 진지한 표정을 다시 짓고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고 이제 꽤 피곤한 듯한 인상의 시커족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넓은 방을 건너서 가는 동안에 방 안의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탑에서 본 것과 같은 큰 종유석 같은 돌과 단상이 있었다. 다른 쪽에는 가디언의 부속품과 같은 기계 장치들이 있었다. 다만 대부분은 엄청난 양의 책들과 빽빽한 글씨가 적힌 종이 낱장이었고 방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바닥, 방 가운데의 책상, 선반, 그리고 구석의 책상까지 모두 각자의 더미를 쌓고 있었다. 정말 혼란스러웠다. 사실 가장 정리가 잘 된 곳은 그 남자가 서 있는 구석이 유일했다. 그 구석은 깔끔했고 정리가 잘 되어 있으면서 책은 책장에 잘 꽂혀 있었다. 링크는 어떻게 그가 자신의 자리는 잘 정리하면서 다른 곳은 어질러지도록 두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링크가 도착하자 시커족 남자가 말했다. 링크는 그가 허리에 있는 시커 스톤을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고 알아보는 표정을 짓자 불안해했다. “아! 그것이 실제 시커 스톤이군요?” 그가 유심히 그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럼 그쪽이 링크 용사님이군요, 그렇죠?”
“예.” 링크가 인상을 쓰는 것을 막으면서 말했다. 그가 기억을 전혀 모르는 와중에 그를 아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임파가 보냈습니다.”
“아, 예. 임파님이 곧 도착하실 것이라고 전서를 보내셨죠. 어제 그 전언을 받았습니다. 아마 로베리님에게도 하나 더 보내셨겠죠…” 그는 턱에 손가락을 두드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만일을 위해서 저도 따로 하나 더 보내야겠습니다. 그분도 당신의 복귀를 알기를 바라실 테니까요.”
링크는 이 로베리라는 자가 누구인지 몰랐고, 지금은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프루아님과 말을 좀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임파의 말에 의하면 시커 스톤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프루아님이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고요.”
“뭐?” 소녀가 그에게 달려가서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채 가더니 마구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 저기!” 링크는 놀라서 말했다. 소녀는 그를 무시하고 방 가운데의 식탁으로 달려가 높은 의자에 올라가더니 시커 스톤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화면을 마구 눌러대기 시작했다.
링크는 프루아와 말을 하기도 전에 이 소녀가 시커 스톤을 망가뜨리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뒤를 쫓아갔다. “그걸 가지고 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장난감이 아니라고. 더 일이 벌어지기 전에 돌려…” 그는 말을 멈추고 기계를 바라보았다. 시커 스톤의 화면은 다양한 아이템을 보여주고 있는 대신에 엄청난 양의 문자를 보여주고 있었고 소녀는 이를 유심히 읽고 있었다.
시커족 남자는 그의 뒤로 다가가 그의 어깨 너머로 소녀와 장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링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자 그는 약하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링크님, 제 이름은 시몬입니다. 소장님의 조수이지요. 이 분이 진짜 소장님이자, 찾으시는 분인 프루아님입니다.”
“체키!” 소녀는 의자에서 한번 돌더니 링크를 웃으며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링크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눈짓을 했다. “속았지! 링키, 정말 시몬이 소장이라고 생각한 거야?”
링키라고? 링크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시 시몬을 바라보았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임파는 제가 누님 되시는 분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그래.” 소녀가 말했다.
“그분은 누님이 이곳인 하테…”
“그래.” 소녀는 링크가 지금 시몬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그가 말하는 동안 계속 끼어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임파의 친언니 되시는 분이 이렇게…”
“예뻐? 귀여워? 꽉 깨물어 주고 싶어?”
“어릴 수가…”
“음, 체키, 그건 좀 재밌는 얘기가 있어!” 소녀는 손가락을 튕겨 링크의 주의를 끌며 말했다. “그게, 나이를 되돌릴 아이템으로 실험을 좀 하고 있었는데, 체키! 이렇게 됐지! 가장 어린 백이십 얼마의 여성이 눈 앞에 있는 거야!”
“당신이 임파의 친언니?”
“바로 그런 셈이지!” 그녀는 링크에게 주의를 다시 끄는 것처럼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임파는 내 여동생이지!” 그녀는 이것이 꽤 재미있다고 여겼는지 낄낄거렸다.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여동생이라니.”
신기하게도 링크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본인도 백살이 넘었고, 영혼과, 육체가 없는 공주와도 말했었고, 몬스터와도 싸웠고, 고대의 괴물과도 싸워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도 알게 되었다. 불가능한 일이 더 벌어져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시몬은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줬고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다. “그러면…임파는 당신을 만나러 오라고 한 것이었군요. 시커 스톤이 몇 개의 아이템이 없다고 하면서 몇 개는 기억을 되살리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요.”
“아하! 그러면 우리 생각이 맞았군. 회생의 사당은 확실히 기억의 손실을 유발했어. 알아서 잘됐네!” 그녀는 종이와 깃을 잡더니 이미 적은 문단 밑에 한 줄을 더 긋고 그 줄 밑에 빠르게 휘갈기면서 중얼거렸다. “예상대로…100년간 회생의 수면 이후, 대상자는 기억을 모두 잃음…메모 메모...” 그녀는 깃을 종이에 한번 찍고 다시 병에 찔러 넣는 것으로 말을 강조했다.
“임파의 말이 정말 옳을까요? 다른 아이템으로 제 기억이 돌아온다는 것 말입니다.”
그녀는 눈썹을 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고대 기술과 기계에 대해서 연구하지, 하일리아인의 머리를 연구하지는 않으니까.” 그녀는 다시 시커 스톤으로 눈을 돌리더니 아랫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자, 이제 왜 이 아이템들이 없어졌는지 알아내야겠어. 내가 널 100년 전 회생의 사당에 넣었을 때에는 확실히 있었거든.”
“당신이 절 넣었다고요?”
그녀는 일부러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깃을 잡아 쓰기 시작했다. “대상자는 100년의 수면 이후 꽤…질문이 많은 것 같음…기억 손실의 부작용 추정, 불확실함. 시커 스톤 작업 완료 후 고찰 필요.”
그녀는 깃을 내려놓고 링크를 보면서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내가 그랬지! 뭐, 우리가 다 한 거지만. 시작의 대지로 옮기는 것까지 말이야. 몸도 꽤 무겁더구만. 그래서 널 거기에 넣고, 시커 스톤도 같이 봉인해 뒀으며, 네가 깨어날 때 우리 중 누군가는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각자의 길을 갔지. 참 운이 좋게도 우리 모두가 살아있어. 좀 신기하지. 시커족의 수명은 하일리아인보다는 꽤 길기는 하지만, 그 면은 좀 운이 좋아 보이더라고.”
링크는 하나 더 물으려 입을 열었으나 그녀가 말문을 막았다. “자, 그러면 이제 착하게 굴어서…” 링크는 거의 여섯 살 정도 되는 소녀에게 ‘착하게 굴라’는 말을 듣는다는 기분 자체가 묘했다. “…가서 좀 놀든지 해. 검술을 연습하든 나무를 베든 말야. 그냥 지루하면 하는 거, 알았지? 시커 스톤을 고쳐야 하니까.”
그러면서 그는 이제 가게 되었다. 프루아는 다시 시커 스톤을 확인하는 것을 시작했고, 그에게 가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헷갈려 하면서도 짜증이 난 채로 그는 그녀의 말대로 여유 공간을 좀 주러 밖으로 물러났다. 얼마 뒤 시몬이 그에게 차를 한잔 가져다주면서 프루아의 괴짜 행동을 사과했지만 시커 스톤은 금방 고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시몬이 얼마 뒤에 다시 나왔는데, 이번에는 프루아가 완전하게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 밤새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들의 연구소에 손님용 숙소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미안해했고 여관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도 말해주었다. 이미 늦은 오후가 되면서 공기가 추워지고 있었기에 링크도 동의했다.
그는 다시 언덕을 내려갔다. 다행히도 그는 더 빠르게 내려갈 수 있어서 해가 지기 전에 하테노 마을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것도 간신히였다. 그는 먼저 여관에 들러 그의 루피로 숙박비와 스피릿의 마구간 자리의 값을 내었다. 여관지기는 식사도 제안했지만 메구와 나츠의 저녁 식사 초대를 기억하고 사양했다.
그날 저녁은 링크에게는 꽤 잘 지나갔다. 자매는 생각보다 꽤 많이 다투는 것 같았지만 서로를 아끼는 것은 확실했다. 얼마든지 알려줄 이야기도 있었다. 나츠의 경우에는 그 지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전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는데, 마을 근처에 숨겨진 악마가 지배하는 조각상과 하테노 요새에서 수십 대의 가디언에 맞서다가 전사한 이 마을 출신의 용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링크는 이 이야기에는 조금 불안해져서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면서도 그 이야기는 링크의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날 밤 여관에 누운 뒤에도 계속 생각이 들었다. 마을의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서 한 용사가 나고 자랐다고 했다. 그 기사는 하테노 요새의 최후의 전투에서 가디언에 맞섰다고 했다. 그는 결국 숨을 거두었지만 그의 희생 덕분에 하테노 마을의 파괴를 막았는데, 그 가디언들은 다른 마을들에 했던 것처럼 하테노 마을까지 쑥대밭으로 만들러 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굉장히 링크의 이야기와 비슷해 보였다. 그는 하테노 마을에서 살거나 가디언과 맞선 기억은 없었지만 나츠는 그 전설은 사실이었고 그 옛 용사의 집은 지금도 주인이 없는 채로 서 있다고 했다. 그는 아침에 프루아에게 이 이야기에 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뒤에 그는 간신히 잠에 들었다.
Notes:
[Name glossary]
Nat = 나츠
Meghyn = 메구
Thadd = 사드
Purah = 프루아
Symin = 시몬
Robbie = 로베리
Chapter Text
푹신하고 따뜻한 침대의 감촉을 즐기면서 그는 아침 해가 높이 떠서 아침이슬을 걷어 낼 때까지 다음날 아침에도 누워 있었다. 그는 다른 여관의 손님들이 각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서 내려갈 때까지도 누워 있었다. 식사의 냄새는 꽤 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어나기가 싫었다. 침대는 꽤 부드럽고 따뜻했는데다가 며칠간 힘들게 여행한 뒤에는 떠나기가 싫었다. 아침식사는 나중에 먹어도 될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런 생각이 아닌 모양이었다.
“자, 링키…”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 높은 목소리, 즐거워하는 듯한 목소리, 소녀 같은 목소리였다. 링크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냥 자는 척을 더 할까…
“링키…”
손가락이 그의 다리를 찔렀다. 그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분만 더…
“링키!”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그의 얼굴을 쳤고 그는 눈이 뜨이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콜록거리다가 놀라서 얼굴에 머리카락이 다 내려온 채로 돌아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머리를 눈에서 치우고 작은 몸집의 프루아를 째려보았다. 그녀는 대신에 등 뒤에 손을 깍지를 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 좋아! 일어났구나!” 프루아가 그녀의 앞에 손뼉을 한번 치면서 말했다. “일어나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의 침대로 걸어가서 그의 항의를 무시하고 침대 이불을 잡아당겼다.
“프루아…!” 링크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얼굴이 벌게지며 말했다. 그는 속옷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자, 자.” 그녀는 콧방귀를 한번 뀌었지만 눈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나는 여섯 살이지만 그래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어. 볼만한 것은 다 봤다고. 그리고, 체키! 회생의 사당에 옷을 다 입혀 놓고 넣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 생각에 링크는 얼굴이 벌게졌지만 프루아는 말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잠깐, 설마 옷을 다 입은 채로 깨어난 것은 아니지? 그러면 꽤…재미있었을 지도 모르겠거든.”
“아뇨.” 링크는 바지를 붙잡고 입으면서 말했다. 그 뒤에는 상의도 입었다. “아니라고요. 옷은 입지 않고 일어났어요. 예?”
“그래!”
그는 한숨을 쉬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며 양말을 신었다. “왜 여기까지 다 오신 거예요? 아침식사 하고 나서 바로 올라가려고 했는데요.”
“아침식사? 그럴 시간은 없지!”
링크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요?”
“방금 시커 스톤을 다 고쳤으니까!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네 도움이 필요하거든.”
“아침 식사 시간도 없어요?”
“없지!”
“10분 정도는 괜찮죠.”
“과학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어깨 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턱을 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꽤 우스꽝스러운 자세였지만 한 마디라도 더 하면 베개를 한 번 더 맞게 될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았다.
“과학이라는 거는 진짜 무례하네요.” 그는 그의 장화를 묶으면서 그 말을 대신하였다.
“링키!” 프루아가 숨을 들이쉬면서 말했다. 그는 흠칫하면서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라도 했는지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농담을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았는데!”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을 붉히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무시하고 아랫입술만 건드렸다. “아마 이게 회생의 수면인지, 아니면 기억 상실의 영향인지…아니면 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던 것인지도? 잘 모르겠네…어떻게 한 사람의 성격이 그런 힘겨운 사건과 기억 상실의 뒤로 변하지?”
이 대화를 더 잇고 싶지도 않았고 농담도 더 내뱉고 싶지 않았던 그는 등을 돌려버렸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느낌을 더 낫게 하기 위해서 바닥에 장화를 몇 번 두드렸다. 가죽이 여러 날 여행한 뒤에 조금 헐거워지기는 했지만 며칠 지나면 발에 편해질 것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시작의 대지에서 받은 신발보다는 더 편했다. 그 신발을 신고 걷자 발에 물집이 잔뜩 잡힌 것이었다.
“오, 좋아, 준비 다 됐나? 시간이 다 됐네! 어서, 어서!” 프루아는 링크가 방을 빌린 여관의 로비로 향했다. 문을 열자 베이컨과 달걀의 맛있는 냄새가 그의 코를 간질였다. 그의 배가 꼬르륵거렸고 그는 슬프게 배를 문질렀다.
최소한 이틀 이상은 방을 빌렸기 때문에 그의 장비를 챙길 일은 없었지만, 프루아가 그를 보자 막아세웠다. “얘, 검과 방패 정도는 챙겨.”
“어디 위험한 데라도 갑니까?” 링크는 어제의 보코블린을 생각하며 그녀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체키! 무슨 위험이 오는지는 모르지! 늘 준비해 두라고.”
그 소리가 안심이 되는지는 확실히 몰랐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을 들어서 검과 방패를 챙겼고, 기본적 물품이 있는 작은 가방과 화살통, 그리고 시위를 푼 활 하나를 챙겼다. 그들이 계단을 내려 여관의 로비로 향하자 그는 몇몇 사람들이 여관으로 들어와서 꽤 맛있어 보이는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신선한 꼬꼬의 알과 베이컨, 그리고 비스킷이 나무 접시에 높이 쌓여 있었다. 다른 이들은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입을 다물더니 의자 하나에 털썩 앉았다. 그녀는 그를 돌아보더니 눈썹이 안경 위로도 올라갈 정도로 치켜떴다. “뭐 하는 거야?”
“과학보고 이 사람 정도는 기다리라고 해요.” 그의 말은 확고했다. 그것은 확실했다. 애초에 그녀가 전날 그를 밖에 여러 시간 동안 세워 놓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그녀가 그를 휘두르고 다니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그를 짜증스레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바심이 나는 듯 바닥을 발로 탁탁 쳤다. 그는 그녀의 눈을 조금도 마주치지 않고 젊은 여관지기 프리마가 그를 보자 손짓으로 불렀다. 그녀는 와서 그의 주문을 받았다.
“10분이다.” 프루아가 여섯 살 아이 치고는 가능한 한 위압적으로 보이게 하면서 마침내 말했다.
“좋아요.”
10분 뒤, 프루아는 주먹을 양쪽에 쥐고 링크가 뒤에 따라오는 채로 하테노 마을의 아침 인파를 밀어내면서 갔다. 어느 순간, 자기 나이 또래의 소녀를 본다는 것에 신이 난 한 소년이 달려왔지만 프루아는 그를 무시하면서 툭 밀고 지나갔다. 링크는 미안하다는 듯한 눈짓을 그에게 보냈지만 그는 그저 혀만 한번 낼름 내밀었다.
버릇 없네, 그가 다시 프루아의 발걸음과 맞추려고 급하게 뛰어가며 생각했다. 몸집이 작은데도 그녀는 꽤 발걸음이 쟀다.
그들은 계속 언덕 밑을 내려가 큰 곡식 창고에 도착했다. 링크는 그들의 도착지를 짐작하고 있었고, 프루아가 창고를 돌아서 뒤에 서 있는 원통형의 시커 형식의 건물에 도착하자 이는 사실이 되었다. 작은 둔덕에 서 있던 그 건물은 올라서기는 꽤 쉬웠는데, 급한 곳 한 곳을 올라가기 위해서 프루아를 도와주기는 해야 했다.
건물 앞에 서자 프루아는 이를 씨익 웃으며 올려다보더니 그를 돌아보았다. “여러 해 동안 이거를 열어보려고 했어. 젤다 공주님과, 로베리와, 내가.” 그녀의 말에는 어조가 조금 달랐다. 흥미가 감돌았지만 그래도 생각에도 잠겼고, 한편으로는 경외도 있었다. “로베리는 여기에 무슨 무기와 유물이 있었는지 더 관심이 있었지만 공주님과 난…그 과정에 더 관심이 있었지. 그 역사에 말이야. 오래 전 소실된 기술과, 발견을 통해서 복원할 수 있는 것들...”
프루아는 고대 사당 앞의 둥근 발판 위에 서서 닫힌 문 옆에 있던, 회생의 사당 안에 있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단상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서 시원한 표면을 만져보았다.
“아무것도 안 통했어. 수년간 우리를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면서 들어갈 방법을 찾아보았지. 물론 그 안에 가논을 막을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는 다시 링크를 보았는데, 링크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보고 꽤 놀랐다. 그녀는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 고개를 돌려 안경을 벗고 눈을 비벼댔다. 안경을 다시 끼고 링크를 돌아보자 이전의 활달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물론, 제대로 전원을 공급할 방법을 못 찾아낸 것도 있었지만, 뭘 놓치고 있었던 거겠지? 그래, 하이랄 곳곳에 솟아오른 탑과 무언가 연결이 되어 있었을거야, 그렇지? 네가 한 거야?”
링크는 사당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프루아에게 다가갔다. “그게…시작의 대지에서 하나를 찾은 것이 답니다. 반쯤 묻혀있기는 했는데, 연구소에서 있던 단상과 비슷한 단상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다 시커 스톤을 꽂아넣었더니…” 그는 바닥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그 말은 재앙 가논이 깨어났을 때에 벌어진 그 지진 덕에 드러난 건가! 체키, 시작의 대지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어 조사했다면 찾기까지 했을 터인데…뭐, 젤다 공주님이 바로 가논을 봉인하러 가셔서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러면…아니, 뭐 우리가 가동시킬 수는 없었겠네! 시커 스톤을 너와 같이 봉인했잖아?”
링크는 손을 뻗어 그 단상을 생각에 잠긴 채로 건드렸다. “그러면 이걸로 시커 스톤이 수리되는 겁니까?”
“뭐?” 프루아는 살짝 놀란 채로 그를 보다가 잠시 뒤 손가락을 튕겼다. “아! 아니야. 그건 이미 했어. 이미 있는 아이템도 다 강화했고. 그건 쉬운 일이었어.”
링크는 지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커 스톤 수리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아니, 이 사당을 기동시키러 온 거지!”
“그럼…이 사당은 뭘 하는 거죠?”
“모르지!” 링크의 인상이 더 찌푸려지자 프루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가설은 있어.”
“그…가설이 뭡니까?”
“우리는 거의 일만년 전의 고대 시커족들이 너와 같은 전설의 용사를 가논을 쓰러뜨리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것도 그저 가설이야.”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수년의 연구와, 고대 문자의 해석본과, 이 몸의 지성을 통한 가설이니만큼, 꽤 정확할 거야.” 그녀는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전설의 용사를 훈련시키기 위한 사당, 링크는 그 말에 속이 다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이것까지 가논을 무찌르고 젤다 공주를 구하기 위한 여정의 한 과제란 말인가?
“이게 유일합니까?” 그가 위쪽의 주황색 시커의 눈 문양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 답도 왠지 마음에 들 것 같지가 않았다.
“당연히 아니지! 하이랄 전국에 이게 다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다 묻혔을 것 같아. 몇몇을 발굴하기는 했는데, 모두 찾지는 못한 것 같고.”
“그러면 다 찾아야 하는 겁니까?” 링크는 이 일을 해결하게 될 희망이 다 사그라드는 느낌이 들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가논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이것까지 다 찾아야 했다면…
“뭐?” 프루아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를 보았다. “제정신이야? 링키, 네가 용사가 되기 위해서 훈련을 거쳐야 하는 시간은 이미 다 지났어! 어쩌다가 찾으면 그냥 확인해도 괜찮을 거야. 재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거를 발굴해야 할 시간까지 있는 것은 아니야.”
이에 그는 안심해야 하는지 확실히 몰랐다. 이 고대의 사당까지 다 찾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마음이 놓였지만, 이것이 결국 가논과 대적하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면, 확인하지 않으면 결국 패배할 것이 아닌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프루아는 그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튕겨 정신을 되돌렸다. “시몬보다도 더 쉽게 주의가 흐트러지네. 집중해!” 그녀는 어깨에 맨 작은 가방에서 시커 스톤을 꺼내들었다. “자, 우리는 역사를 새로 쓰는 거야. 링키, 이제 체키!”
“어…예?”
“체키! 훌륭하게 체키! 한번!”
링크는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입을 열었고 마침내 목을 골랐다. “어…체…키…?”
프루아는 그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보고 눈을 굴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몸을 다시 세워서 단상을 보더니 납작한 표면에 시커 스톤을 올렸다.
단상은 푸른 빛으로 빛났고, 그들이 선 둥근 발판도 빛이 났다. 사당이 떨리면서 서로 맞물린 가로형의 돌로 이루어진 사당의 문이 돌끼리 갈리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프루아는 사당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환호하며 웃었다. 링크는 이 소녀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가, 프루아가 사실은 100살이 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상황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사당 내부에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어보였다. 작은 돌 굴에 빛나는 발판 하나가 전부였다. 푸른 빛을 보면 확실히 시커족이 세운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고 그 발판은 사당 밖의 큰 원형보다도 많이 작았다. 시커 스톤을 쓸 다른 단상조차 없었다.
프루아는 링크의 손을 잡고 안쪽의 원형으로 그를 끌고 들어갔다. 그들이 그 위에 서자 바닥이 밑에서 흔들렸다. 그는 잠시 비틀거렸고, 발밑의 푸른 원형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자 눈까지 휘둥그레졌다.
프루아는 다시 웃었고 그 눈은 흥분으로 더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링크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무기는 챙겼지만 무슨 지하 동굴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무엇이 올지 예상할 수가 없었고 더욱이 프루아도 있었으니, 그녀를 지켜야 했을 것이었다.
바닥은 더욱 가라앉으면서 곧 돌 벽으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유일한 빛은 발판의 푸른 빛과 이제 멀리 있는 머리 위의 둥근 빛이 다였다. 그러다가 그는 다른 마을 사람들이 사당을 보러 오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 하나가 빠지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이를 하는 것이 꽤 무책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에 답이라도 하듯 멀리 위의 빛이 갑자기 작아졌다. 그리고 그는 돌문이 다시 닫히는 것을 들었다.
뭐, 그 문제는 해결됐군. 이제 나갈 길만 찾으면 돼, 그의 마음이 더 가라앉으며 말했다.
몇 초 동안 빛은 발 밑에서만 올라왔고 그는 프루아의 흥분한 표정만 간신히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빛이 그들이 지나가던 작은 통로로 쏟아져 들어왔다. 발판이 돌의 끝을 지나가더니 밝게 빛나는 동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광경을 보자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여러 개의 돌 고리와 수직으로 쏘아 올려진 빛줄기가 만드는 원통같은 무언가 안에 있었다. 그는 이 발판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 문제 없이 잘 내려가고 있었다. 이 원통 밖에는 거대한 동굴이 있었다. 사실 확실히 자연적으로 생긴 것도 아니었기에 동굴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친숙한 주황색 빛과 선이 검은 돌 벽에 마치 별자리와 비슷한 그림을 그려 두었다. 천장은 일종의 푸른 빛을 냈고 무엇을 받치는지 모를 여러 대들보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장 이상한 것은 바닥이었다.
바닥은 바닥이 아니었다. 사실 진짜 바닥은 너무 밑에 있어서 알아보기조차도 어려웠다. 그들은 단단하고 육면체 같은 큰 발판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그 바닥이 그와 프루아 뒤의 벽에 붙어있는 형태를 제외하고는 허공에 떠 있을 수가 없다고 여겼다. 발판의 크기를 생각하면 꽤 약해 보였지만, 아무 문제 없이 서 있었다. 다른 것들도 그러했다. 사실 방의 발판들은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어서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링크와 프루아가 내려가고 있는 발판 바로 앞의 또 다른 발판은 마치 풍차의 날개와 같은 것 두 개가 있었는데, 위를 향하고 있어서 돌아가는 발판이 되어 있었다. 이 돌아가는 발판은 다음으로 향하는, 벽에 붙어 있는 고정된 다음 발판으로 길을 잇고 있었다.
프루아는 이를 모두 보면서 숨을 들이쉬었고, 공책을 꺼내 들어 흑연으로 빠르게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적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적는 데에만 힘을 다 쏟고 있는 것 같았다. 눈썹 사이를 찡그리고 혀를 조금 내민 집중하는 그 모습은 다른 때라면 꽤 재미있어 보였지만, 링크는 꽤 압도된 느낌이었다. 고대 시커족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어떻게 이것을 다 지하에 짓고, 평범한 지형 밑에 숨기기까지 했는지, 꽤 놀라웠다.
그들은 가볍게 바닥에 도달했고 그들을 이끌었던 빛이 흐려지면서 큰 발판으로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그가 나오자마자 방에 큰 징소리가 울렸고, 그는 그 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경계하며 눈이 커지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크고 울리는 목소리가 한번에 그 방 전체에서 들리는 것 같았고 링크의 귀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사당을 찾은 자여…” 링크는 어안이 벙벙해져 프루아를 돌아보았지만 그녀도 그 목소리에 놀란 것 같았다. “나는 미야마 가나.” 프루아는 그의 옆에서 다시 숨을 들이쉬더니 다시 쓰기 시작했다. “여신 하일리아의 이름으로 시련을 내리노라.” 그리고 징소리가 한번 더 울리더니 침묵만이 감돌았다.
링크는 말을 걸기 위해 프루아에게 몸을 한번 더 돌렸지만 크게 조용히 하라고 쉿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저었다. 계속 필기를 하다가 공책의 아래쪽에 도착하자 다음 장을 넘겨서 뒷장에 더 쓰기 시작했다. 이 새 장의 절반 가까이 채우자 그녀는 연필을 한번 찍더니 링크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도 벌겠는데, 그렇게 열심히 써서 그런 것인지 궁금했다.
“좋아!” 프루아는 종이와 작은 받침을 다시 가방에 넣고 시커 스톤을 꺼내어 조용히 들어다 보더니 링크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시커 스톤을 다시 보았고 곧 그 어깨가 처졌다. 그러더니 이를 링크에게 건넸다. “이 사당은 링키 너를 훈련시키려고 한 거니까, 이걸 받아 둬.”
“고맙군요.” 그는 시커 스톤을 받아서 허리에 끼웠는데 프루아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서 그의 앞에 돌아가는 발판을 보았다. “이걸 건너야 하는 것이겠죠?”
“그럴 지도? 뭐, 고대 시커족들이 우리 더러 여기서 좀 기다리라고 지시한 거라면 또 모르지.” 그녀의 미소는 냉소적인 말투와 반대되었다. 그는 이를 무시했다.
그는 돌아가는 발판을 유심히 보았다. 벽에 붙은 돌아가는 축에 연결되어 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의 무게를 버티기나 할는지 몰랐다. 하지만 첫번째 입구가 적절한 높이가 될 때 뛰어오르면 바로 달려서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더 가팔라져 저 밑의 구멍으로 빠지기 전에 가능할 지도 몰랐다.
링크는 깊은 숨을 쉬면서 뒤로 조금 물러나며 준비했지만, 순간 망설였다. 당연히 어리석은 행동, 아니 자살 행동이었다. 한 발만 잘못 디디거나 너무 느리게 뛰는 순간 저 밑으로 추락해 버리는 셈이었다. 그러면 하이랄은 어쩌고 공주는 누가 구한단 말인가? 확실히 생각이 짧았다.
“프루아, 그냥 올라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링크는 고개를 저으며 몸을 세웠다. “안전하지가…않네요.”
“체키, 당연하지!” 프루아는 허리에 손을 얹으며 그에게 웃었다.
“저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서는 달려갈 수가 없어서요. 링크는 짜증스러운 듯이 말했다. “게다가 당신도 건너야 하는데, 할 수 있을지가…”
“달린다고? 눈 멀었어? 달려갈 리가 없지!” 프루아의 젊은 눈에 이상한 빛이 돌면서 계속 웃음을 유지했다.
그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서서히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저, 뭐 알고 계시는 것이 있으면 좀…말해 주세요.”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그에게 다가가서 허리의 시커 스톤을 툭툭 쳤다. “이거 없이는 못 들어온 거 기억나지? 그러면 생각해봐. 여기서 이걸 써야 하는 지도 모르지.”
그는 그녀의 말을 생각하면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의 입술을 바로 가늘게 물었다. 이제 생각이 났다. 그는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빼어 사용 가능한 아이템을 확인해 보았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 몇 개가 보였지만 일단 이를 무시하고 노란색의 타임 록 아이템을 눌렀다. 바로 화면이 투명해지고 이를 통해서 돌아가는 발판을 보았는데, 밝은 노란 빛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적절한 순간에 그는 이 아이템을 가동했고 발판은 한번 번쩍이더니 서서 그들이 건널 편평한 발판이 되었다.
프루아는 재미있게 웃더니 발판을 건너는 동안 발을 뛰었다. 링크는 화면에서 타이머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그녀의 뒤를 재빠르게 쫓았고 안정된 바닥에 다시 서자 마음이 놓였다. 무사히 넘어가자 프루아는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자, 자!” 그녀는 몸을 돌려 발판 사이의 틈으로 이어지는 작은 경사를 뛰어내려갔다. 이번에는 두 발판을 잇는 돌 트랙과 그 트랙에 붙은 쇠 발판이 있었는데 어느 쪽도 뛰어가기에는 가깝지 않았다. 프루아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웃었다. “이거는 알 수 있겠어?”
그는 마그넷 캐치로 바꾸고 기묘한 빛을 가장 가까운 쇠 발판에 쏘았다. 시커 스톤의 기능이 복구되었기에 그는 화면의 표식으로 추가적인 조작을 하여 그와 발판 사이의 거리를 조작할 수 있었다. 그는 발판을 가까이 끌고 왔고 프루아는 거의 뛰듯이 올랐다. 링크는 뒤를 따라서 다시 다른 발판을 가까이 가지고 왔다. 이 발판을 건넌 뒤 다시 마그넷 캐치를 이용해서 이전의 발판을 끌고 와 다시 건너갈 수 있도록 했다. 두 금속 발판을 징검다리처럼 사용하면서 둘은 그 틈을 아무런 사건이나 말도 없이 나아갔다.
다음 두어 시간도 비슷하게 지나갔다. 링크는 이 사당이 시커 스톤의 각각의 기능을 낯익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아이스 메이커로 폭포를 건넜고, 마그넷 캐치로 다리를 만들어 넘어갔고, 반대쪽으로 가기 위해서 돌아가는 발판 몇 개를 타임 록으로 정지시키기도 했다.
이 연습 과제들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장소에 비해서 꽤 쉽다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문을 거쳐서 더 큰 방으로 들어섰다. 이 다음 방에는 바닥이라고 할 것이 없었고 안정된 발판 사이에 움직이는 발판과 금속 발판, 그리고 몇몇 폭포가 있었다. 이것이 이 사당의 본격적인 과제로 보였다.
다음 두 시간 동안 그들은 방을 조심스레 건너갔다. 꽤 느렸고 이전 방보다 더 위험하기도 했다. 프루아의 농담도 그녀가 완전히 건너기 전에 시소 같은 비탈이 타임 록에서 벗어나면서 흔들린 뒤로부터는 완전히 사라졌다. 발판이 아래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링크가 있는 쪽으로 뛰었다. 링크가 빠르게 반응하여 손목을 잡지 않았다면 바로 밑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으로 떨어졌을 것이었다. 그런 뒤에 한숨을 돌리고 다시 일어서서 마지막 발판으로 다가갔다. 마음이 놓이면서 링크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댔다.
“이게 다인가요?” 그가 숨을 다 고르고 물었다. 프루아는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 역시 얼굴이 벌게진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마지막으로 둘은 계단을 더 내려가서 큰 넓은 방으로 들어섰다. 몇몇 돌 기둥들이 천장으로 솟아 있었고 가운데에는 뚜렷한 사각형 구멍이 있었다.
“링키?” 프루아가 말했다. 그는 그녀를 눈썹을 올린 채 돌아보았다. “네 질문을 대답하자면, 아니야.” 그는 한숨을 내쉬고 시커 스톤을 쥔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한쪽에 무거워 보이는 철 상자들이 보였지만 그 이유들이 당장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방 가운데에서 들리는 울림소리가 그의 정신을 다시 구멍으로 되돌렸다. 그가 보는 동안 아까까지 없었던 바닥이 구멍 깊숙한 곳에서 올라왔다. 바닥이 덜컥 소리를 내며 멈추자 바닥이 다 차게 되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그가 하이랄 곳곳에서 본 망가진 가디언과 비슷하게 생긴 기계가 있었다.
이 기계는 그동안 링크가 본 가디언보다는 키가 훨씬 작았고, 거미 같은 다리 셋에 이를 연결하는 땅딸막한 몸체가 있었다. 푸른 눈 하나가 있는 둥근 머리도 있었다. 언뜻 보면 그렇게 큰 위협은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소형 가디언이잖아! 한 60년만에 제대로 기동하는 것을 보는 거네?” 프루아는 이 존재에 꽤 놀랐으며 종이와 받침을 꺼내어 적기 시작했다. “색상도 주황색이네. 흥미로워!”
프루아의 목소리에 가디언의 머리가 돌아가더니 푸른 눈이 링크에 주목했다. 참담하게도 머리가 올라와서 몸체가 원기둥형으로 늘어났고 이제 링크의 키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더해서 기계팔 두 개가 몸체에서 나왔다. 빛이 한번 번쩍이면서 손으로 보이는 그 기계팔에서 이상하게 생긴 무기로 보이는 것들이 나타났다.
각각의 무기는 마치 검과 방패 같았는데, 빛이 나면서도 반투명했다. 가디언이 이를 움직이는 동안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둘 다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검은 링크가 쥔 검보다는 짧았고 방패도 꽤 작았지만 그 모습을 믿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 팔에서 털이 곤두섰고 그의 숨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이 작고 하찮아 보이는 기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눈도 그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것이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다시 허리에 차고 검과 방패를 꺼내들었다. 소형 가디언은 링크가 무장을 하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많은 연결부위로 되어 있어서 엄청난 이동 속도를 준 다리는 유연하게 움직였고, 그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링크에게 다가갔다. 경고 없이 그것은 검을 가로로 휘둘러서 뒤로 뛰어서 피했는데 그 검은 자칫하면 그의 목을 베었을 수도 있었다.
그는 빠르게 숨을 들이쉬면서 앞으로 뛰어서 가디언의 푸른 눈으로 검을 휘둘렀는데 꽤 빠른 속도로 방패를 들어서 막았다. 그의 검은 아무 힘없이 튕겨나갔고 뒤이은 반격을 막기 위해 그가 간신히 방패를 들었다. 가디언의 검은 꽤 강하게 그의 방패를 쳐서 그를 뒤로 밀어냈다.
망설이지 않고 가디언은 링크에게 덤볐고, 그는 공격을 더 피하고 튕겨내야 했다. 다른 틈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다시 검을 휘둘렀지만 다시 푸르게 번쩍이는 방패에 막힐 뿐이었다.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프루아는 링크에게 무언가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디언은 그의 주변을 방패를 든 채로 돌아다녔다. 링크가 그의 다음 동작을 할 것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왼쪽으로 베는 척했고 가디언은 그가 있을 법한 위치로 위에서 아래로 검으로 허공을 베었지만 링크는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그는 오른쪽으로 발을 디뎌 그의 검으로 소형 가디언의 방패를 피해 무방비로 노출된 가디언의 몸체를 바로 찔렀지만, 이 역시 튕겨나갈 뿐이었다.
순간 링크는 가디언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그 사실에 멍하니 눈만 뜨고 바라보았는데, 가디언이 방패를 휘둘러 그의 검을 받아 손에서 날려버렸다. 검은 그의 손에서 날아가 바닥을 덮고 있는 물에 떨어졌다. 그것도 언제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뒤로 비틀거리자 이제 방 전체가 발목 높이 정도의 물이 차 있는 것을 알았다.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걸음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었다.
가디언은 링크를 계속 보는 채로 전진했고, 무기가 없는 링크는 다른 무기를 찾기 위해서 계속 물러나는 수밖에는 없었다. 프루아의 옆에 활시위를 달지 않은 활은 남겨 두었는데, 그를 돕지는 않고 계속 그에게 손만 흔들고 있었고 무슨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커 스톤! 그걸 써…”
링크는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잡아서 아이스 메이커를 눌렀다. 그는 가디언의 다리 아래를 급하게 겨누어서 다리 중 하나의 아래에서 얼음이 솟아나오게 했다. 그것은 몸이 기우뚱하며 넘어질 뻔했지만 다시 자세를 고쳐 얼음 덩어리를 돌아 다시 나아갔다. 하지만 그 덕에 가디언과의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릴 수 있었고, 얼음 둘을 더 세워 다시 짧은 시간동안 길을 막을 수 있었다.
다시 얼음 덩어리를 돌아서 오자, 링크는 타임 록을 선택했고, 갑자기 가디언은 낯익은 노란색 빛으로 반짝이며 그 자리에 섰다. 이제 기분이 좀 나아지면서 그는 손가락을 여유롭게 움직여 푸른색의 리모컨 폭탄을 선택했다. 폭탄은 그의 앞에 나타났고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가디언에게 폭탄을 차서 보내고 여러 보 뒤로 달렸다. 타임 록이 끝나자마자 그는 폭탄을 격발시켰고, 가디언은 다리가 엉킨 채로 뒤로 날아갔다. 정말 놀랍게도 두 팔이 폭발로 뜯겨나가 이 가디언도 이제 무기가 없었다.
어깨에서 이제 짐이 덜어진 느낌이 들며 그는 미소를 지으며 시커 스톤을 내렸다. 그 순간 그것의 눈이 하얗게 번쩍였다.
그의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해 눈에서 흰 색의 빛줄기가 쏘아져 나오자 옆으로 피했고, 빛줄기는 그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해 그 자리에서 증기가 허공으로 솟았다. 가디언은 그가 다시 제대로 설 틈을 주지 않은 채 다시 빛을 여러 차례 발사했고 그는 물에서 미끄러지면서 이를 간신히 피했다.
링크는 돌 기둥 주변을 뛰어서 가디언의 두 빛 공격을 피했지만, 기둥은 불안하게 흔들리며 가볍게 먼지와 작은 조각들을 머리 위로 떨어뜨렸다. 그는 가디언의 발이 그에게 다가오는 첨벙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그는 그가 쓸 다른 무기들을 찾기 위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의 눈은 근처의 큰 철 상자에 갔다.
마그넷 캐치의 행동은 무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링크는 자세한 것은 몰랐지만, 그 아이템으로 이 묵직한 것을 공중으로 들 수 있는데도 아무런 무게를 못 느낀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세게 옆으로 휘둘렀고, 철 상자는 바로 쇠가 돌에 끌리는 거친 소리와 함께 물을 가르며 갔다. 가디언의 눈은 돌아가서 그것이 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 상자가 가디언과 부딪혀 그 기계를 허공으로 날려버릴 정도로 세게 칠 때까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3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간신히 멈추었다. 링크는 조심히 그것을 보면서 이 철 상자를 의문의 힘으로 붙잡은 채였고, 다시 일어서려 하자 그는 상자를 들고 큰 힘으로 내리쳐 그 상자와 그 아래의 가디언 모두를 으스러뜨렸다.
그는 큰 숨을 들이쉬고 뒷걸음질을 쳐서 돌 기둥에 몸을 기댔다. 이런 넓은 투기장 같은 방의 건너편에서 마지막 문이 열렸다. 물은 방의 구석에 열린 작은 배수구로 흘러나가며 빠졌다. 계단에서 프루아는 노트에 무언가를 마구 적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그를 보면서 씩 웃었다. “잘했어, 링키! 판단이 정말 빠르네! 잠깐 동안 용사 한 사람을 또 찾아야 되는 건가 고민하기도 했어…” 그녀는 숯 연필로 입술을 가볍게 쳤고 입술에 검은 얼룩이 남았다. “내가 같이 안 왔으면 이 사당에서 아무것도 못 했겠지?”
당신이 오자고 해서 온 거잖아요, 그가 생각했다. 그는 이 말을 하지는 않고 고개만 저었다. “이게 다겠죠? 설마 저것 말고 또 있지는…않을 텐데…저게 뭐라고요?”
“소형 가디언!”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박살난 가디언을 향해서 달려갔다. "가논의 영향 하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 소형 가디언이지.” 링크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보자 그녀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 “모르겠다고? 우린 가논의 영향에 없는 가디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전혀 안 했어! 이 사당이…일종의 보호를 한 셈이야. 이건 연구를 좀 해 봐야겠어.” 손을 문지르면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좀 신이 난 것 같았다. “큰 혁신이 될 거야…”
그녀가 가디언을 조사하도록 놓아 두면서 그는 그가 떨어뜨린 검을 주우러 갔다. 참 짜증스럽게도 검의 끝이 가디언을 공격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뜯겨 나갔다. 아직 한동안은 쓸 만했지만, 이 약점이 검의 나머지를 계속 약화시키지는 않을지 걱정이 들었다. 일단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검과 방패를 다시 매고, 호기심에 가디언의 팔이 날아간 곳으로 걸어갔다.
그가 찾은 팔에는 세 개의 둥근 손가락이 난 손이 있었다. 각 손가락은 이상하게 만들어진 검의 손잡이와 가디언의 방패로 보이는 둥근 판을 잡고 있었다. 각각 가디언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검은 철로 만들어진 것 같았으며, 낯익은 시커 양식으로 되어 있었다. 링크는 몸을 굽혀 가디언의 부서진 손을 펴서 열고 검 손잡이를 꺼냈다. 그는 이를 손에서 돌려보며 검은 표면을 확인해 보았다. 마침내 그는 옆에 작은 전원 스위치를 찾았다. 그의 몸에서 이를 멀리 하면서 링크는 스위치를 눌러 보았다.
푸른 점멸과 진동과 함께 검의 푸른 날이 손잡이에서 뻗어져 나왔다. 링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숨까지 들이쉬었다. 그는 검을 조심스레 돌려 보았는데, 아무런 두께가 없는 것 같아서 꽤 놀랐다. 그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얇았고, 이의 베는 힘이 궁금했다. 이 검이 그를 베었다면 그의 팔다리를 쉽게 잘라버렸을지도 몰랐다. 그의 방패가 이를 버틴 것이 대단했다.
그는 검의 날을 가디언의 부러진 팔에 대고 힘을 가했다. 참 대단하게도, 푸른 날은 쇠로 된 팔을 깨끗하고 쉽게 잘라버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단면이 마치 녹은 쇠나 돌처럼 붉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검이 정말 뜨거웠다는 것인가? 열이 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의 살갗에 대어 보지는 않기로 했다.
그는 나중에 더 확인해 보기로 결정을 내리며 가디언 나이프를 꺼서 허리에 찼다. 그는 방패라고 생각했던 둥근 판을 들어 마찬가지로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전투에서 망가졌는지 켜지지도 않았다. 그는 이를 버려진 팔에 다시 남겨 놓고 프루아에게 다가갔다.
“링키, 봐!” 그녀는 가디언의 잔해에서 일어서서 작은 노란 구를 들며 미소를 지었다. “가디언의 코어가 그 싸움에서 살아났어! 여기서 중요한 정보를 뺄 수 있겠어. 새 물건들은 챙겼어? 좋아, 그러면 이제 연구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고.”
그들은 새롭게 열린 문을 향해 몸을 돌려 더 작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한 계단이 푸른색으로 빛나는 상자가 있는 단상으로 이어졌다. 링크는 호기심에 다가갔는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오래된 채로 미라화가 된 옛 시커족이 있었다. 굉장히 어둡고 종이 같은 피부 밑으로 뼈가 앙상히 드러날 정도로 말랐고, 눈과 코, 입은 오므라들어 있었다. 하얀 시커족 문신이 이마 한가운데에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 미라는 다리를 모은 채로 앉아 손을 가슴 높이로 하여 엄지와 검지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간략한 시커족 상의와 바지 차림이었고, 긴 하얀 머리는 위로 묶여 있었다.
프루아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 시커족을 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미라가 되어 있는 채로 있는 그녀의 동족에 대한 농담을 할 수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이 남자는 최소 수백년, 아니 수천년 전에 세상을 떠났던 것 같았다. 그래서 갑자기 이 시커족의 눈이 열려 빈 공간을 드러내고, 입이 열리면서 이가 모두 빠진 입과 말라 비틀어진 혀가 드러나는 것이 굉장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프루아는 뒤로 넘어지더니 소녀가 하기에는 꽤 부적절한 욕설을 내뱉었다. 링크는 칼집에서 검을 꺼내어 다음 공격이나 시련에 대비했다. 하지만 공격은 없었다. 대신 그 시커족은 그들이 사당에 들어왔을 때 들린 그 깊은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련을 극복하고 이곳에 도달한 자…그대야 말로 의심할 여지없는 용사.” 고대의 시커족은 천천히 움직였는데, 다리를 풀고 일어섰다. 움직이는 동안 뼈에서 뚝뚝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링크는 그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꽤 놀랐다. 대체 무슨 마법으로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란 말인가? 그 시커족은 일어서서 몸을 조금 굽혔다. “그대는 이 땅을 지배하는 악을 처치할 첫 발을 내디뎠도다. 이제 가서, 능력을 기르라. 남은 이들을 구하라.”
링크는 시커족을 보면서 천천히 검을 칼집에 다시 넣었다. 놀랍게도 시커족 남자는 손을 모으더니 허리를 굽혀 절을 올렸다. 그는 망설이며 따라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것이 아닌가 싶었던 그 노인에 대한 경외감이 섞여 있었다. 그 시커족이 다시 몸을 일으키자, 빈 눈을 프루아에게 하였고, 갈라진 입술은 미소를 지었다.
“어린 이여, 굳건하라.” 그도 놀란 얼굴을 한 프루아에게 허리를 숙였다. 마침내 그녀도 정신을 차리고 손을 모아서 연습이라도 한 듯이 허리를 숙였다. 그 시커족이 다시 고개를 들자 그는 프루아를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용사를 인도하라. 우리가 실패한 것처럼 실패하지 않기를.”
시커족은 빈 시선을 앞으로 향하더니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링크와 프루아는 그 시커족이 많은 청록색의 빛으로 흩어지며 떠가면서 사라지는 것을 보자 숨을 들이쉬었다. 그를 둘러싸던 푸른 막도 흐려지면서 빈 단상만이 남았다.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프루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그가 했을 법한 말도 프루아의 발이 아까 그 시커족처럼 푸른 빛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자 다 막혀버렸다. 그녀도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발도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느낌은 몸으로 올라가 다리와 몸체가 다 없어지고 있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려 입을 열었지만 그 느낌이 머리까지 올라오더니 주변이 다 하얗게 변했다.
얼마의 시간 뒤에 세상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흰색은 흐려져서 뭉게구름이 흘러가는 푸른 하늘을 보여주었다. 나무는 가벼운 바람에 흔들렸고 새는 즐겁게 지저귀고 있었다. 사당에 있는 동안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모양이었다.
그는 숨을 들이쉬고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아까 그 시커족의 사당의 발판에 다시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면의 주황색 문양은 푸르게 변했고 문은 닫힌 채였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자 프루아가 자신이 다 있는지 확인하는 듯 그녀 자신을 여러 번 두드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큰 눈으로 보는 동안에도 아직 말을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오래가지 않았다.
“체키! 워프 기술이네! 이전에 읽어본 적은 있는데, 진짜 경험하다니, 이거는 연구 좀 해야겠어. 내 시커 스톤으로 써 볼 방법도 찾아보고…” 그녀는 가방에서 종이를 다시 꺼내어 여러 노트를 적었고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한번 손목을 털면서 이를 마무리하자 그녀는 종이와 연필을 치우며 링크를 씩 웃으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그 경험으로 그녀가 꽤 놀랐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웃음이 눈까지 도달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소로 돌아가자. 네가 다시 가기 전에 시커 스톤을 한번 더 확인해야 하니까. 알겠지?” 프루아는 사당에서 내려와 변한 것을 보기 위해서 모인 마을 주민들을 무시했다. 링크는 이들 중에서 그들이 돌아온 방법을 본 이들이 있는지 몰랐지만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다시 질문공세에 답변을 할 자신은 없었다.
주민들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지나갈 때 길을 비켜주었지만 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메구도 보았지만 그녀 역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둘은 여관의 마구간으로 향해서 스피릿과 프루아의 노새를 데려갔다.
둘이 다시 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지난 뒤였다. 사당에 다녀온 이후 둘 모두 생각에 잠겨 있었고 그들이 탄 말과 노새의 느린 발걸음도 생각을 더 키우고 있었다. 마침내 프루아가 입을 열었다.
“링키, 나 좀 놀랐어.” 그녀는 말 그대로 ‘노새’라고 부르는 노새에서 그를 부르면서 그를 돌아보고 미소를 지었다.
“예?” 링크는 이번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게, 어제는 질문을 마구 나한테 던져서 괴롭히더니 오늘은 물어본 게 없었잖아.”
링크는 전날 그녀에게 무슨 질문을 마구 던져서 괴롭혔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그런 효과를 줄 말도 하지 않았다고 여겼다. 사실 그는 그가 물어야 할 것만 물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가 무엇을 묻기도 전, 그녀는 말을 이었다.
“혹시…이전의 삶에 대해서 알고 싶어? 널 그렇게 많이는 알지는 않았지만, 공주님과는…” 프루아는 여섯 살의 몸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이게 미소를 지었다. “좀 많이 가까웠거든. 나에게는 여동생 같은 분이셨어. 그리고 넌 늘 그 분 뒤에 있었고.”
그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스피릿의 끄덕이는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프루아의 시선을 느꼈지만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어서, 링키. 알고 싶은 것이 있을 거 아냐. 공주님이 널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고 싶어? 아마 네가 자고 있을 때 너에 대해서 무슨 말을 했을지도 모르지.”
“마을 사람들이 가디언에게서 마을을 보호하다가 죽은 용사 하나에 대해서 말을 하더라고요. 그 용사가…”
“너였냐고? 그럼!” 프루아는 안장에서 몸을 한번 뛰었다. "너는, 지금도, 하테노 마을의 수호자와 같은 이야. 그렇게 썩 괜찮은 질문은 아니었지만, 뭐 그래. 넌 여기서 살았었어.”
링크는 그녀를 잠시 올려다보다가 아래에 있는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했다. 계속 보아도 낯익은 구석이 없었다.
“뭐, 네 가족도 여기서 살고 있었겠지. 기억이 있어도 많이 기억하지는 못할 거야. 네 아버지는 근위 기사셨으니까.” 링크는 다시 프루아를 확 돌아보았다. “그래서 너는 성내 마을이나 성에서 많이 생활했어. 여기에도 땅을 조금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듣자하니 제 옛…” 그는 머뭇거리고 목을 골랐다. “…그 용사의 옛 집이 아직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마을에 자주 가는 것처럼 보여? 몇 년 전이기는 했지만…”
“제 가족이…아직 살아 있습니까?”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아는 바로는, 재앙 가논이 풀려났을 때 네 가족은 다 성 근처에 있었어.”
그의 가슴이 철렁했지만 그렇다고 애도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의 부모나 있었을 법한 다른 가족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을 애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둘이 프루아의 연구소로 올라가는 동안 둘 사이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러다가 그녀가 그의 시커 스톤을 가리키며 침묵을 깼다.
“그건 확실히 고쳤어. 아이템을 보면 다른 것도 보일거야! 녹색은 사진기야. 실제와 같은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지.” 링크는 사진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꺼내어 그 아이템을 눌러 보았다. 바로 화면은 투명해져서 망원경 아이템의 기능이 생각이 났다. 그가 녹색의 아이템을 다시 누르자 화면이 한번 반짝이더니 아까 보고 있던 그 광경인, 위에서 본 하테노 마을의 전경이 멈춘 채로 나타났다. 그 정지된 모습은 몇 초 동안 있다가 사라지며 투명한 화면으로 되돌아갔다.
“옆의 표식을 눌러서 찍은 사진들을 볼 수는 있어. 그게 사진 앨범이야. 거기에…” 프루아는 목소리가 메어지며 머뭇거렸다. 숨을 들이쉬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거기에 옛 사진이 엄청 많았어. 이전에 지운 것이 없었던 거지…”
링크는 그녀의 말대로 사진 앨범을 열어보았다. 그는 그가 찍은 사진을 바로 보았지만, 그것보다도, 그 자신이 보였다. 푸른 옷차림에 지금과 비슷한 머리 모양이었지만 다소 키는 작았다. 그는 불 앞에 앉아서 요리하는 냄비 안을 긴 막대로 젓고 있었다. 냄비 안에는 익어가는 고기 조각 여럿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꽤 만족스러워 보였다. 사진 속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진들도 돌아보았다.
사진은 수십 장이 있었다. 몇몇 사진들은 아름다운 일몰이나 흥미로운 표지들을 그렸다. 고대의 시커족 사당과 위협적이지 않게 서 있는 가디언의 사진도 있었다. 동물들, 곤충들, 심지어는 바위와 나무도 있었다. 그가 본 적이 없는 종족들도 있었다. 키가 큰, 새 같은 사람으로 부리와 깃털이 있던 이, 키가 작은 부드러운 눈빛과 지느러미가 있던 여성으로 보인 이, 크면서 갈색 피부를 가지고 그만큼 큰 미소를 지닌 이, 그리고 빨간 머리에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키가 큰 여성까지. 그의 사진도 있었다. 갈색 말을 타고 있거나, 보라색 손잡이가 있는 검을 정리하거나, 그저 앉아있거나 서 있는 그도 있었다. 그가 보고 있지 않는 것을 보아서 대부분은 그가 모르는 중에 찍힌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한 사진에서, 하얀 드레스 차림의 아름다운 여성의 사진에 멈추었다. 그녀는 큰 연못에 서 있었고 주변은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의 금발머리는 둥근 얼굴 주변에 내려왔고 어깨를 넘어 등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사진에서는 미소를 지었지만 녹색의 눈은 무언가 슬퍼 보였다.
링크의 가슴이 움찔하더니 바로 앨범을 닫았다. 목청에 무언가가 메이더니 가시지를 않았다. 그 순간 왜 그런 강한 슬픔이 그에게 울컥 올라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슬픈 눈빛을 도무지 뇌리에서 잊을 수가 없었다.
젤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로암 왕이나 임파, 프루아가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은 없었고, 어떻게 알고 있는지 짐작할만한 실마리 하나조차 알지 못했다. 헌데 그는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왜 그가 깨었을 때에 상황이 어색했는지 알 수 있었다. 왜 야영지를 세우는 동안 외로웠는지 알 수가 있었다. 무엇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와 보낸 그의 시간에 대한 기억은 얼마 없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프루아는 그를 한동안 보았지만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그가 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신호를 느꼈거나, 그 사진들이 그의 기억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무엇이었든 간에 그녀는 그에게 침묵을 허락해 주었다.
링크는 스피릿의 고삐를 꽉 움켜줘었다. 그의 주먹이 다 하얘졌다. 그는 기억하려고 최대한 애를 썼다. 무엇이라도, 아무것이라도, 간절히 기억하고 싶었는데, 그의 마음 속에는 그의 기억이 사라진 빈 틈만이 있었다. 무언가라도 기억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을까? 그는 턱이 아플 때까지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오래 같이 여행했는데, 그녀가 그에게 그렇게 중요했는데, 왜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단 말인가?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알고 있었고, 사진도 보았으니 얼굴도 알고 있는데, 그녀에 대해서는 무엇을 안단 말인가? 둘의 여행은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그녀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움찔했는데, 어째서 그녀에 대해서 기억을 하려고 가면 아무것도,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단 말인가?
둘은 계속해서 말을 타고 이동했다. 프루아는 더 이상 링크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았고 그는 그의 생각을 홀로 가지고 있게 되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들이 다시 고대 연구소에 도착하자 그녀는 그에게서 다시 시커 스톤을 챙겨 안으로 들어갔고, 링크는 그저 밖에 서서 자기 앞에 펼쳐진, 한때 자신의 고향이었던 낯선 땅을 바라보았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Guardian Scout = 소형 가디언 (Miniature Guardian)[Name glossary]
Prima = 프리마
Myahm Agana = 미야마 가나
Chapter 10: 9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해는 이른 저녁부터 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황혼이 지기 시작했다. 공기도 시원해져서 그는 어깨에 어두운 망토를 둘렀다. 들어가도 프루아의 일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한소리 들을 일도 없었을 테니 차라리 들어가는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그저 밖에 있었다. 그는 잔디에 앉아 참 공교롭게도 사과가 열리는 고목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하이랄에는 정말 사과나무가 많았다. 이러한 재밌는 생각은 멀리 있는 설산에 눈이 가자 멈추었다.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 봉우리에 모이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흩어졌다.
링크는 내심 시커 스톤의 사진을 다시 보면서 모든 것이 파멸로 흘러가기 전에 그가 살았던 삶의 조각을 돌아보고 싶었다. 동시에 그는 프루아가 그 끔찍한 잔상을 담은 것을 자신에게서 가져갔다는 것을 의외로 감사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이를 쥐고 있었다면 다시 젤다 공주의 사진을 보고 있었을 것인데, 그녀의 소탈한 모습에 감탄하고 나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로 프루아가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와 프루아가 다시 사당의 바닥으로 워프했을 때와 비슷한 신기한 소리가 들렸다. 그는 인상을 쓰면서 나무 주변을 돌아보았고, 고대 연구소 앞의 낯익어 보이는 푸른 원형에 작은 사람의 형상이 푸른 빛이 모아지면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 어떻게 이를 못 보았는지 몰랐다. 입자들은 부엉이 모양의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하다가 뚜렷해지더니 밝은 빛으로 번쩍였다.
“아하!” 프루아가 허공으로 뛰면서 외쳤다. “됐다, 됐다, 됐어! 됐다고!” 그녀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마구 뛰더니 그가 그녀를 보는 것을 안 것 같았다. 그녀는 밝게 미소 짓고 크게 웃더니 그에게 달려갔다. “링키, 봤어?”
링크는 그 자리에서 그녀를 어안이 벙벙한 채로 바라보았다. “그게…어떻게 하신…”
“여기서 시작의 대지의 탑의 꼭대기로 워프하고, 다시 돌아왔지!” 그는 그녀가 그의 시커 스톤을 들고 있는 것을 본 뒤에 다시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시커 스톤이 그것도 할 수 있는 겁니까?”
“이제 할 수 있는 거지.” 그녀는 약간 정신이 나간 듯이 크게 웃었다. “그 아이템이 사당으로 가기 전까지 싸매고 있던 유일한 아이템이었어. 그런데 우리가 워프해서 돌아오는 것에서 무슨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좀 조정을 했더니, 짜잔! 바로 텔레포트가 되더라고!”
“대체…어떻게…”
“뭐, 고대 기술에 있어서는 내가 최고 권위자니까.” 그녀는 이 말에 허리를 곧게 펴는 것 같았고, 링크는 그녀가 까치발을 들고 있다는 것을 조금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보았다. “로베리는 이인자나 다름없고. 그 사람 보려고 워프할까 했는데, 시커 스톤은 최근에 이게 가 본 지역으로만 갈 수 있는 것 같더라.”
“그럼 어디든 갈 수 있는 겁니까?”
“아니, 최근에 간 곳 말이야. 말했…”
“제 말은, 최근에 간 곳 어디든 말입니다.”
“그게…아니.” 그녀는 고개를 젓고 시커 스톤의 화면을 링크에게 보여주었는데 하이랄의 지도가 나타나 있었다. 지도에는 여러 표식들이 새로 있었는데, 모두 밝은 시커족 특유의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있잖아,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문제가 있었던 거더라고. 난 처음에는 원하는 곳 어디로든 가려고 하고 있었어. 그런데 아까 우리가 그 사당 앞의 푸른 원형에 도달한 것을 생각해 보니까, ‘가만, 그러면 그 사당과 탑이 모두 워프 위치가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좀 조정을 하고, 시험을 했더니…되었지!”
링크는 놀란 채로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이것이 그녀에게는 꽤 큰 발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그가 바라는 대로 작동만 한다면 그의 여행에도 꽤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러면 제가 찾는 시커족 사당이나 시커 타워로 늘 갈 수 있는 겁니까? 말하고도 갈 수 있어요?”
“링키, 이게 네 손만 옮기지 않는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 말은 더 안 될거야. 해봐도 안 통할걸.” 프루아는 코를 찡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링크는 이 땅 어디든 쉽게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살짝 낙담했다. “얘, 일단은 너 혼자만 이동시킬 수 있을거야. 아마 시간이 좀 더 있으면…”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얼굴이 진지해지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필요 이상으로 널 여기에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내가 따로 만든 시커 스톤도 있으니까. 네 것처럼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 어떻게 되는지 알았으니까 내 것에다가도 워프를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로는 쉽게 돌아오는 거죠? 연구소로는 어떻게 돌아와요?”
“체키, 체키! 이 땅의 원형 보여?” 그녀는 방금 그녀가 나타난 지점을 가리켰다. “이것 때문에 여기에 연구소를 세운거야. 보아하니 옛 시커족들이 여기에 사당을 하나 세우려 하다가 그냥 포기한 것 같더라고. 이걸 처음 봤을 때에는 사당을 몇 개 더 본 뒤라서 여기에 바로 연구소를 지었어. 그때는 옳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까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들어. 생각해 봐. 내 시커 스톤에도 워프를 넣으면 저 언덕을 다시 걸어 올라갈 필요도 없어진다고.”
링크는 진심된 미소를 짓고 그의 목 뒤를 긁적였다.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요.”
“되기는 한다고…” 프루아는 코웃음을 쳤다. “전투에 도움이 될 방법만 생각하는 거지?”
뭐, 이제 말이 나온 김에…
“이걸 쓰면서 날 자주 보러 와야 할 거야.” 그녀의 표정은 다시 진지해졌다. “네 원본 시커 스톤을 계속 연구해서 내 것이 잘 되도록 해야 하니까. 그리고…” 프루아의 얼굴이 살짝 빨개지더니 등 뒤로 손을 숨기고 땅을 발가락으로 건드리기 시작했다. “다시 보니까 반갑거든. 뭐, 나이 좀 든 고집쟁이 치고는 재미있으니.”
“고…집쟁이…?”
“뭐, 예전에는 그랬다고!”
내 과거가 그랬다니…
그의 기분은 다시 상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들어와! 시몬이 수프를 좀 끓이고 있는데, 네 몫도 하라고 했어.” 그 말에 링크의 기분은 좀 풀렸고 연구소 뒤편의 더 편해 보이는 쪽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들어갔는데, 야채와 쇠고기의 좋은 냄새가 방을 채우고 있었다.
얼마 뒤 프루아와 링크는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그는 그의 말에 다가가서 스피릿의 가방에 시몬이 챙겨 준 추가적인 물품들을 넣었다. 말은 다시 길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 같았는지 여러 차례 흥흥거렸다. 링크는 안장을 잡고 올라탔다.
“링키?” 프루아가 그 미묘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다시 지으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도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네가 좀…놀랐다는 거는 알 수 있어. 하지만 할 수 있을 거야.”
그는 정말 작은 미소를 지었지만 진심에서 오는 미소는 아니었다. 로암 왕에서 시작해서 다음엔 임파, 텔마, 이제는 프루아까지. 모두가 그를 믿고 있는 것 같았는데, 왜 그는 그런 자신감이 오지 않는지 몰랐다.
“우리도 도와줄게! 나랑, 임파랑, 그리고 네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려준 다음엔, 로베리까지 말이야. 임파는 이미 했는지도 모르겠네.”
링크는 갑자기 그의 밑에 있는 그 여성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고 그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스피릿의 고삐를 더 단단히 쥐었다. 이런 간단한 말 하나에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프루아 앞에서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로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가 그를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것이 지금 그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이었다.
“프루아, 그런데요…” 링크는 눈을 끔벅이고 목을 다시 골랐다. “계속 로베리를 말하시는데, 누군가요? 기억이 잘…”
“아! 시커 스톤 좀 보자.” 링크는 이를 그녀에게 건넸고,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마구 놀았다. 그녀는 잠시 뒤에 그에게 다시 건넸는데, 화면에 사진 하나가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세 사람이 서로 팔을 낀 채로 서 있었다. 링크는 가운데에 서 있는, 둥근 얼굴에 금발인 여성을 바로 알아보았다. 젤다 공주가 금발 머리를 이전에 본 사진처럼 등으로 보내면서 서 있었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마치 왕관을 쓴 것처럼 위로 땋은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하얀 복식이 아닌, 금색 띠로 두른 하얀 허리춤의 푸른 블라우스, 그리고 꽉 끼는 갈색 바지를 입은 상태였다. 그녀는 다른 사진에 비해서 이 사진에서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젊은 여성을 보는 그 순간 그의 마음이 아렸다.
젤다의 양 옆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붉은 눈과 하얀 머리칼을 보니 확실히 둘 모두 시커족이었다. 하나는 젤다보다 몇 살 더 많아 보이는 여성으로, 낯익은 건방진 미소와 더 낯익은 부엉이 모양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링크는 조금 놀란 채로 프루아를 내려다보았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른 시커족을 보았다. 조금은 어질러져 있지만 그래도 치장은 제대로 된 흰 머리의 낯선 남자였다. 그는 젤다보다는 키가 조금 컸고 허리에는 구부러진 검을 차고 있었다. 사진에서도 그의 눈은 꽤 날카롭고 주의가 있어 보였다.
그의 눈은 다시 젤다의 얼굴로 돌아갔다. 이제 보니 그녀의 볼은 마치 가볍게 붉어진 홍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그 홍조가 왜 있는지 생각했다. 그 사진에서 무언가가…
무언가가…?
“어서, 공주님! 지금이 가장 좋지!”
“어, 그런데…아까까지 발굴을 하고 있어서 제 머리가 아직은…”
“에이, 그 정도만으로도 꽤 아름다우신데! 호위 기사도 그렇다고 할 걸! 그렇지, 링키?”
“예? 프루아, 그 말은 좀…”
“자, 어서 여기로! 링크, 준비됐나? 모두, 스마일!”
바다를 바라보는 등대, 그의 피부에 스며드는 시원하고 바다 내음이 나는 바람, 같이 서 있는 두 여성과 한 남성. 가운데의 여성은 꽤 당황하고 얼굴도 조금 빨갰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들고...
그리고…
링크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눈이 커지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른 저녁이었고, 그리고 그는 스피릿 위에 타고 있었다. 프루아는 그의 옆에서 그의 이름을 가볍게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걱정스레 올려다보고 있었다.
“링키? 너 지금…?”
“로베리, 그가…이 사진에 있는 남자입니까?” 링크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지더니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어, 그래. 방금 말한 게 그거야. 지금은 추낙 지방 근처에서 자신의 연구소로 개조한 옛 등대에서 살아. 내가 알기로는 가디언을 연구하면서 피해를 더 많이 입힐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데스마운틴 근처에라도 가면 한번쯤 들러봐. 링키, 정말 괜찮은 거야? 너 좀…”
“바닷가의 등대요?”
프루아는 입술을 조금 물면서 그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 사진 속의 그곳. 그곳 근처에서 시커족 사당이 하나 발견되었다고 해서 거기로 갔어. 너랑 젤다 공주님이 그 지역에서 데스마운틴 쪽으로 갔다는 것을 들었는데, 공주님이 우리가 찾은 것을 보고 싶어할 것 같아서 둘에게 바로 전언을 보내서 오라고 했지.”
그는 다시 사진을 내려다보았을 때 멀리 찍혀 있는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사진을 보았을 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링키?” 프루아가 작은 손가락으로 그의 종아리를 건드리면서 말했다. “방금…뭘 기억한 거 맞지?”
그는 그녀를 다시 내려다보고 숨을 들이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사진을 찍었었죠.”
그녀는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그거 좋네! 계속 사진을 보고 있어봐. 기억이 더 돌아오게 될 테니까! 사실 임파가 먼저 맞춘 거기는 하지만…” 그녀는 여동생이 무언가를 맞추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그래도 보면 네 첫 기억이 내가 찍힌 사진에서 왔다고 말해둬.”
“언제 돌아가서 볼 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뵈면…”
“말을 안했다고?” 프루아의 얼굴은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로 밝아졌다. “그 늙은이가 나이가 들으니까 건망증이라도 생기나 보네.” 그녀는 조용히 낄낄 웃었다. 링크는 그녀가 웃음을 멈출 때까지 조금 기다렸다. “다시 카카리코 마을로 와 달라고 했어. 줄 게 있다고 한 것도 있고, 카카리코 마을의 언덕 위에도 사당 하나가 있거든. 다시 거기로 쉽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 사당도 가동시키는 것도 도움이 될 거고.”
줄 것이 있었다면 차라리 아직 있었을 때 전해주지.
그래도 프루아의 말도 어느 정도 말이 되었다. 카카리코 마을 근처에 정말로 사당이 있었다면, 여정 중에 임파의 조언을 듣기만 하는 것에도 꽤 도움이 될 것이었다. 임파야말로 가논을 무찌르기 위해서 그가 갖춰야 하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프루아는 그가 저녁 식사 도중에 물었을 때 젤다의 계획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았던 것이다.
그는 길을 떠나기 전에 카카리코 마을을 한번 더 들른 뒤, 임파가 처음 제안한, 누구인지는 잘 모르는, 조라족을 만나기 위해서 북쪽으로 가기로 했다. 그는 프루아에게 마지막으로 한번 작별하고 하테노 마을로 내려가는 언덕을 내려갔다. 마을에 도착하자 그는 잠시 여관 앞에 서서 하룻밤만 더 자고 갈까 했지만, 로비에 모인 사람들을 보자 생각을 달리 했다.
아까 그와 프루아가 사당에서 한 일에 대해서 질문이 마구 들어올 것이라는 것이 생각이 들었기에 지금은 사람들 근처에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그는 그의 침대가에 둔 그의 나머지 물품들을 모으고, 간략한 몇 개의 여행용구를 구입한 뒤, 저녁을 거쳐 나섰다.
그는 곧 하테노 마을에 들어갈 때 거쳤던 그 숲에서 다시 야영했다. 거기서 그는 작은 불을 피우고 프루아가 그가 요리하는 사진을 보자 챙겨준 작은 솥을 꺼냈다. 처음에는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진 간단한 요리를 하려 했다가 불빛에 비친, 근처에서 자라던 큰 진회색의 트러플을 하나 발견했다. 그는 이에 다가갔고 이 숲에 트러플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서로 다투던 나츠와 메구에 생각이 미치자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그의 요리에 이 트러플을 넣었고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친 뒤 링크는 간단한 침구를 다시 펼쳤고 한동안 머리 위의 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고 가벼운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다. 근처에서는 부엉이가 울었다.
“젤다 공주님?” 그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고요 속에 울렸다. “공주님, 제 말 들리십니까?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이전처럼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질문에는 아무 답변이 없었고 답을 기대하는 자신이 짜증나게 느껴졌다. 그는 옆으로 돌아누우면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쉽게 눈이 감기지가 않았다. 한동안 뒤척이다가 링크는 시커 스톤을 집어서 전원을 켰다. 화면의 밝기가 눈이 부셔 처음에는 그 표식들이 나타난 화면을 찡그리며 보았다.
그는 앨범 아이템을 열어서 시커 스톤에 남겨진 많은 사진들을 열어보았다. 임파는 젤다가 그의 기억을 되찾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사진들을 남겨 두었다고 추정했다. 어떻게 보면 잘 생각한 것이었는데,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러한 일이 저녁 일찍이 일어난 것이다. 프루아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 기억 속의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찰나였다.
그래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난 주에 깨어난 뒤로 처음으로 깨운 무언가였다.
링크는 시커 스톤에 저장된 사진들을 다 둘러보면서 많은 시간을 썼다. 그의 사진 여럿과, 젤다의 사진 여럿, 그리고 전날 밤에 본 다른 네 종족들의 사진도 여럿 있었다. 이들을 보아도 무언가가 낯익었는데,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이전의 기억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그는 그와 젤다 공주와 다른 네 종족을 포함한 여섯이, 비슷한 푸른 상의나 스카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와 젤다 공주는 가운데에 있었고 주변에 다른 이들이 둘러싸여 있었다. 큰 갈색 피부와 큰 미소를 지닌 한 종은 뒤에서 그들을 다 한꺼번에 끌어안은 것 같았고, 다른 이들의 놀란 표정과 자세를 보니 무슨 혼란을 일으켜버린 것 같았다.
그 사진에 링크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 여섯을 한꺼번에 모아 둔 유일한 그 사진에서, 그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의 옛 친구들이라는 이들이 하나로 모인 것을 보자 꽤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러고 보니 나머지 넷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조라족의 미파, 고론족의 다르케르, 겔드족의 우르보사, 리토족의 리발. 로암 왕이 말한 네 영걸들이었다. 링크와 젤다 공주와 같이 여행했던 그 네 영걸, 가논이 풀려났을 때 신수 안에서 사망한 그 네 영걸들이었다.
그는 시커 스톤의 전원을 끄고 그의 다른 소지품에 던져두었다. 속이 계속 메슥거렸다. 여섯이었던 자리에 이제는 그 혼자만이 남아있었다. 그의 속이 기억나지도 않는 실패로 인한 수치감으로 뒤틀리고 있었다. 그가 더 열심히 했다면, 그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재앙 가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다음 사흘은 링크에게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시커 스톤의 사진을 보는 것을 피했지만 다른 기억이 나지 않을까 하면서 가끔은 빠르게 돌려 보았다. 하지만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고 기억나는 것이라면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그가 하테노 요새로 돌아가고 있을 때 하테노 마을 근처의 주황색 시커 타워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한번 가서 가동시킬까 했지만, 정탐을 잠깐 갔을 때 탑의 바닥 근처에 몬스터들 여럿이 주둔지를 세워둔 것이 보였다. 당시에는 그냥 가기로 했었지만 그래도 하테노 마을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루 정도는 가야 마을에 도착하는 거리였지만 그래도 공격을 하기로 한다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래도 중앙 도로에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당장에는 마을과 도로에 큰 위협이 없다고 판단한 링크는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커 스톤을 사용해서 시간이 되면 가끔 이 몬스터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확인만 하면 충분할 것이었다. 그 혼자서 저 보코블린들과 모리블린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하테노 마을의 용사의 이야기에 생각이 미치자 잠깐 머뭇거리기는 했다. 그 전투에도 그가 혼자였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의 여행 둘째 날의 막바지가 되어 체리블랙 평원을 하이랄 평원과 나누는 큰 산맥 너머로 해가 지자 그는 카카리코 다리 바로 건너, 마을로 올라가는 경사 바로 앞에서 야영지를 다시 세웠다. 차라리 남쪽으로 향해 쌍둥이 마구간에서 묵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시간을 더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날 저녁에는 활로 토끼를 어떻게든 잡는 데에 성공하여 그의 여행 막바지에도 배는 든든했다.
셋째날의 오후 중반 정도에 그는 카카리코 마을의 입구를 다시 거치고 있었다. 스피릿의 등에서 내리고 마을을 거치는 동안에도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일부는 그에게 인사하였고 한 여성은 포목점에서 물건을 보라고 부르기까지 했지만 그는 최대한 정중하게 물러갔다. 마침내 그는 언덕의 마지막에 도달하였고, 낯익은 시커족 경비 남성 둘이 임파의 집 앞에서 경비를 서는 것을 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링크님!” 보가드가 링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손을 들어서 불렀다. 두런도 비슷하게 그를 맞이했지만 보가드보다는 더 침착했다. 지난번에 만난 뒤로 링크는 이 둘과 있는 것이 꽤 마음에 든다고 여겼다. 알아보니 두런은 오래 전에 그의 아내가 죽은 뒤, 딸 둘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고 했다. 보가드도 결혼했지만 무언가의 갈등으로 인해서 별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가드, 두런.” 링크는 각각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임파님과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가기 전에 저에게 다시 할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두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금방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를 하셨기에, 돌아오면 바로 들여보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말을 여관으로 보내 두지요.” 보가드가 링크에게서 스피릿의 고삐를 받으며 앞으로 나섰다. “오늘도 여기서 묵고 가십니까?”
링크는 해가 서산으로 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보가드에게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임파의 집을 둘러싼 해자 같은 호수 위에 걸쳐진 나무 다리를 건넜다. 그가 위에 도착하자 그는 파야가 안으로 들어가는 문 근처에 엎드린 채로 나무 바닥을 문지르는 것을 넘어 광을 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았다.
“안녕, 파야.”
그녀가 그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벌떡 일어섰다. “어…엇! 링크님! 돌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러니까, 오늘 말이에요. 할머니께서 곧 돌아오실 것이라고는 들었는데 오…오늘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링크는 파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확실히 몰랐다. 그가 보면 마치 다른 이들 주변에서 말을 하는 것을 꽤 어려워하는 것 같았고, 불안증도 있었는가 싶었다. 그래도 그녀만의 매력 정도는 있었고, 항상 매사에 열심인 것 같았다.
“방금 하테노 마을에서 왔어. 프루아가 그쪽 할머니가 잠깐 들르라는 말을 전했거든.”
“아, 프루아 고모 할머님을 보셨어요?” 그녀의 얼굴은 더 밝아지고 더 곧게 일어섰다. “5년 전에 여름을 같이 보냈어요. 편지도 가끔 쓰고요. 좀…괴짜시기는 하죠.”
링크는 그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파야는 한편으로는 기겁을 하는 것 같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귓불까지 빨개진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행동에 살짝 당황해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래, 괴짜라는 말이라면…어울리겠다.”
어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서로 조금 미소를 지었다가 파야가 갑자기 필요 이상으로 큰 소리로 임파에게 그가 도착했다고 알릴 것이니 그동안에 응접실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그런데 둘이 집 안에 들어가자 이미 임파가 방석에 앉아 있고 옆에는 김이 나는 차 두 잔이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나이가 든 시커족은 그에게 안다는 미소와 눈짓을 주고 파야를 보았다.
“파야, 링크를 위해서 준비한 꾸러미를 가져오너라.” 그녀는 건너편의 다른 방석을 가리켰고 링크는 그의 검과 방패를 풀고 그 자리에 앉았다. 파야는 말을 들은 대로 서둘러서 계단 위로 올라갔다.
임파는 파야가 올라가는 것을 편한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그를 보았다. 그녀는 차를 입으로 가져다 대면서 그를 똑바로 보았다. 그녀가 다시 찻잔을 내리자 입을 열었다. “누님을 만나보았겠지? 시커 스톤의 기능도 다시 되돌렸고?”
링크는 허리띠에서 시커 스톤을 풀러 앨범 아이템을 켜서 보여주었다. "사진은 보았습니다. 이게 공주님이나 임파 당신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아,” 임파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내렸다. 그녀는 시커 스톤을 받아들어서 유심히 이를 보았다. 그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고, 얼마 뒤에 파야가 갈색 종이와 노끈으로 묶인 꾸러미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을 때 마음이 놓였다.
“할머니?” 파야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을 열었다. 그녀는 임파 옆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어, 저 분이…?”
“그래, 얘야. 젤다 공주님이다.” 임파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무겁게 실려 있었고, 링크는 둘 사이의 나무 바닥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꽤 아름다우시네요…” 파야는 이 말을 하자 링크에게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어! 여기는 링크님이네요. 그리고…또 계시고요.”
링크는 이 말에 살짝 얼굴이 빨개졌다. 시커 스톤에 그의 사진이 여럿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공주가 당시에는 시커 스톤을 들고 있었고, 자신이 그녀와 늘 있었으니, 그녀의 사진에 많이 찍혔을 것이었다.
사진을 한동안 둘이 더 보더니, 임파는 자신과 링크 둘만의 시간을 다시 달라고 하였고, 파야는 그가 왔을 때 하던 것처럼 마루를 닦기 위해서인듯 다시 밖으로 나섰다.
임파는 목을 골랐고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눈이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 사진을 보면서 느낀 우수는 다 사라진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차를 마시면서 그를 침착하게 바라보았고, 마치 그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링크도 그의 찻잔을 들어 그의 차를 마셨다. 따뜻하고 향이 좋았다. 이전에 텔마가 준 그 겔드족의 차와는 비교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지금의 침묵을 편하게 여기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임파가 입을 열었다. “기억을 되찾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는지?”
그는 이를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몰랐다. 무언가를 기억하기는 했지만, 그 사진을 볼 때의 느낀 감정들은 차라리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거의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사진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기억했습니다. 일부분일 뿐이지만...”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도움이 될 것은 없었습니다.”
“링크.” 그녀의 굳은 목소리에 그녀에게 시선이 다시 돌아갔다. “프루아 누님에게 그대를 보냈을 때에 가논을 무찌를 때에 도움이 될 기억을 되찾을 거라고 기대하며 보낸 것이 아니다. 그 기억 속에서 도움이 될 것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워. 그대는 100년 전에도 가논을 무찌를 방법을 알지 못했으니까.”
링크는 그 말을 듣자 흠칫했고 얼굴에 돈 무슨 표정으로 인해서 임파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그래, 그대는 실패했다. 공주님도 실패했고, 우리 모두가 실패했다. 그리고 왕국은 그 실패에 큰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또 한번의 기회가, 하이랄에 벌어진 이 끔찍한 상황을 타개할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실패에만 너무 집착해서 앞의 희망을 못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의 얼굴은 더욱 뜨거워졌고 아직도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임파는 젊음에 대한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서 다시 차를 깊이 마셨다. 찻잔을 내리자 그녀는 다시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기억을 되찾는 것은 너를 위해서라고 하고 싶다. 공주님도 그렇게 바라셨을 거야. 그대의 기억에는 꽤 많은 고통이 있어 기억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 과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즐거움과 밝은 기억도 있다. 그 기억이라면 다시 찾기는 해야 한다.”
“기억은 하나가 다였습니다. 정말 간단한…일이요. 다른 사진을 보기는 했지만, 아직 기억이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는 젤다 공주의 사진을 볼 때마다 느껴진 이상한 끌림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에 대한 기억은 조금 더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네가 기억하게 될 전부일지도 모르지.” 임파는 쓸쓸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속은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기억들도 돌아올 것이다. 이 사진이 그대를 이미 도와주었고, 이 사진에 찍힌 장소들을 가 보면 효과가 더 클지도 모른다.”
링크는 갑작스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설마 사진의 장소를 일일이 다 가 보라는 뜻이라는 말인가? 이 걱정을 물어보자 임파는 웃었다.
“어리석긴, 아니다. 일일이 하나씩 다 가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수를 해방하기 위해서 떠나게 될 여정은 100년 전 그대와 젤다 공주님이 다녔던 여정과 큰 차이가 없을 거다. 그대는 신수들을 보기 위해 하이랄 각지의 종족들을 찾아서 돌아다녔고, 그게 이 사진에 반영된 것이다.” 그녀는 시커 스톤을 돌려서 큰 물 위에 서 있는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하얀 돌로 된 아름다운 도시를 보여주었다. 도시의 길에는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와 사람이 섞인 것 같은 종족들이 보였다.
“조라의 마을이다.” 임파가 설명했다. “거기를 가장 먼저 가 보거라. 여기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기가 가장 편한 데다가 최근 그 지역에서…문제가 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다만, 신수가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대의 깨어남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르겠다.”
그는 그 소식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젤다 공주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말을 했을 때에는 가논이 아직 그의 깨어남을 모른다고 하였다. 이제 알게 되었다면, 공주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고, 그의 여정에는 무슨 일이 생길 것이란 말인가?
“이들이 조라라고요?” 그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임파는 그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더니, 이들이 조라족이 맞고, 이들은 조라강의 상류에 사는 수생 종족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그에게 데스마운틴의 발치에 사는, 돌처럼 생긴 종족들인 고론족도 보여주었다. 리토족은 서쪽의 타반타 설원에 서는 비행형 종족이었다. 링크는 텔마가 한 설명을 바탕으로 겔드족이 어떤 종족이었는지 예상할 수는 있었고, 임파는 그들이 하이랄의 남서쪽의 큰 사막에 산다는 사실까지 알려주었다.
얼마 뒤 임파는 목을 다시 고르고 그에게 갈색의 꾸러미를 건넸다. “떠난 뒤에 이걸 다시 만들었다. 다시 불러서 미안하다만, 이것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꾸러미를 받았다. 그는 노끈을 풀고 조심스레 이를 펼쳤다. 모두 풀자 그 안에는 놀랍게도 그가 사진 속에서 입고 있던 하늘색의 상의가 있었다. 하얀 실이 소매와 허리에 하이랄의 왕족과 각지의 종족을 나타내는 것 같은 간단한 문양들을 그리고 있었으며, 목에는 마치 목에 걸린 것 같은 검의 형상을 그리고 있었다. 상의 밑에는 간단한 흰 상의에 붉은색과 녹색의 띠가 목 부위와 소매에 그려져 있었다.
“영걸의 옷이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각 영걸은 하이랄의 영걸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옷과 장신구가 있었다. 그것을 입은 그대를 보면 그대가 누구이고 의무가 무엇인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입이 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이를 왜 그에게 주는지 의문도 들었다. 그는 영걸이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가 들은 바로만 생각하면, 그는 이 임무를 그에게 주었던 그 한 가지도 없었다. 그가 전투를 하면서 전설의 검까지 잃었다고 들은 것이었다.
임파는 눈치가 빨랐는지 그의 생각을 다 아는 것 같았다. “100년 전에도 그대는 이 옷을 입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그러했지만, 지금은 그대가 우리의 영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우리는 그대가 필요하다, 링크.”
그는 다시 그녀를 보면서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이가 없단 말입니까?”
“그대는 가논을 무찌를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목소리는 그러했든 진지했다. “젤다 공주님이 늘 그러했던 것처럼, 그대도 그렇다. 그대는 수년 전에도 그러했듯, 여신에게 선택을 받았다.”
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옷의 검은 마치 그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저, 임파?”
“그래?”
“검은 어찌되었습니까?”
그녀는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링크에게는 이게 나쁜 징조처럼 여겨졌다. “전설의 검은 수년간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퇴마의 검, 봉마의 검, 마스터 소드 등.” 그녀의 말은 침착했지만 이 질문이 그녀의 마음에 걸렸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대는 이에 선택을 받았고, 정말 그 검도 자네를 선택했다. 그 검이 잠든 곳에서 이를 뽑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 어디 있습니까? 필요할 것 아닙니까?”
다시 그녀는 망설였다. “그건…잘 모르겠다, 링크.” 그는 다시 낙담하였다. “그대가 쓰러지기 전, 검은 가디언과의 전투에서 파손되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고 그 이야기는 공주님이 전해주었다. 헌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검이 복구될 것이고, 그대가 다시 사용할 자격이 생기면 그대에게 위치가 알려질 것이라 하였다.”
링크는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고 팔 위로 고통이 솟아올랐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알려질 것이라고요?” 이 말은 마치 악문 이 사이로 씩씩거리듯 나왔다. “제가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무기는 100년 전에 파손된 데다가, 이제 살아있는 이 중에서 위치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군요!”
“공주님은…”
“말도 안한다고요! 깨어났을 때, 제가 길을 떠나도록 할 수 있게 한 말이 전부였고, 이제 다시 부르려고 하면, 아무 말도 없습니다. 어떻게…” 그의 목이 메였고 그는 눈을 감았다. “어떻게 100년 전보다 지금이 더 가능성이 있냔 말입니다!”
임파는 서서히 일어서더니 그는 그냥 돌아서 가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만도 했다. 그에게도 그 자신이 마치 반항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였으면, 그녀는 그를 어떻게 볼 것이란 말인가? “링크,”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이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뺨을 굉장히 강하게 후려쳤다.
링크는 신음을 한번 하더니 볼에 손을 얹고 임파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난주 내내 젤다 공주님이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거냐? 얘야, 그 분은 나에게 100년이 넘도록 말 한마디도 없었어. 그대가 여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을 하실 수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살아 계신지도 몰랐다!
“재앙이 하이랄에 닥쳤을 때 공주님은 열일곱이셨다. 그리고 17년 내내, 그 분은 가논에 대적할 힘을 깨우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셨다. 그대는 그분과 여행한 때가 얼마되지 않았지만, 잘 알아둬라. 그분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힘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분은 힘이 깨어나게 해 달라고 매일, 정말 매일을, 여신에게 기도하셨다. 그런데도 깨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 깨어났다, 링크!” 그녀의 목소리가 올라가며 그의 말을 막아버렸다. “가논이 깨어나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그분이 아낀 모든 것을 다 앗아가고 나서야 깨어났던 거다. 가장 가까운 친구 분들이 모두 죽고, 그대가 전투에서 쓰러지고 나서, 그 모든 것 뒤에서야 그 분의 힘이 깨어났단 말이다.
“그러니 그대가 자격이 없다느니, 필요한 무구가 없다느니 하기 전에, 젤다 공주님이 그와 같은 생각을 평생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래도, 자격이 없고 확신도 못하고 당신의 나라를 다 실망시켰어도, 우리의 젤다 공주님은 100년 동안이나 가논을 묶어두었단 말이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 손가락을 찔렀고 그는 뒤로 잠시 비틀거렸다. “그대에게 깨어날 시간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공주님은 곁에 기사가 필요하니까.”
그는 임파의 불호령에 놀란 채로, 그리고 깊이 부끄러워진 채로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한 모든 말이 그의 마음에 비수처럼 꽂혀서 속의 나약한 그를 드러낸 것 같았다. 그 자신이 정말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 그럼,” 그녀가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말을 이었다. “어찌할거냐? 그냥 포기할 거냐? 그때도 그랬지만, 그대의 선택이다.”
그는 푸른 옷을 내려다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아뇨.”
“링크.” 그는 그녀를 다시 올려다보았고 다시 맞을까 속이 불안했다. “이 여정은 더 어려워질 거다. 앞으로 마주할 시련은 100년 전과 비교해서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할 것이냐?”
100년 전보다도 어려운 시련이라, 100년 전에 그는 이 시련을 마주하고 죽음에 가까워졌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것입니다.”
임파는 마치 할머니와 비슷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녀는 다시 방석에 앉아서 차를 들더니 한 모금을 마셨다.
“임파?”
“그래, 링크?”
“그 분은 어떻게 하신 겁니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하셨습니까?”
임파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미소를 지었다. “공주님은 꽤 강인하셨다. 다른 이들보다도 강인하셨다. 그 누구의 생각보다도 더 강인하시다고 해도 믿을 거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내가 반항하는 십대에게 처음으로 뺨을 후려친 거라고 생각한 거면 오산이지.”
그는 뺨을 어루만지며 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십대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그래도 내가 연장자다. 그러니 할 수는 있지.”
그는 다시 옷을 내려다보고 그 천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입거라.”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이에 시선을 맞추었다.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이 주어질 거다. 대부분은 그대가 누구인지, 그 옷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기억하는 이는 있을 거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를 퍼트릴 거다.”
“예.”
링크는 푸른 상의와 속에 받치는 옷을 팔에 걸친 채로 문을 나섰다. 그가 나오자 파야가 나무 난간을 문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보자 바로 꼿꼿이 섰다.
“어…아! 링크님! 말이 관리가 다 되었고 여관에도 머물 자리를 마련했다고 알리라고 했어요.” 그녀의 볼이 빨갰고 그가 임파와 같이 있는 동안에도 열심이었다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흰 머리의 일부가 땀에 젖어서 볼에 달라붙어 있었다.
“고마워, 파야.” 그가 미소를 지르며 말했다. “저녁 잘 보내고.” 그는 다시 다리를 건너러 내려갔다.
“저…링크님?” 그녀가 머뭇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는 무슨 일인가 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저도 모르게…아까 말을 조금 들어서…”
“아,” 그는 볼이 빨개지면서 등을 긁적였다. 그는 다른 이들이 이를 엿듣지 않기를 바랐다.
“할머니는 볼을 한번 후려치면 그것 자체로도 효과가 굉장히 좋다고 잘 알려져 있어요.”
링크는 뭔지 모르겠다는 듯 파야를 바라보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솟아올랐다. “아, 그럴 것 같더라.” 그는 볼을 만져 보았다. 아직도 욱신거려서 손자국이 남았는가 싶었다.
“저도 자랄 때 좀 많이 맞아서요…” 파야는 일단 지금은 편히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링크를 보지 않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먼 산을 보고 있었다.
“글쎄, 네가 맞을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는 아예 광이 나는 마룻바닥을 보면서 말했다. “일을 안 하는 모습은 못 본 것 같은데.”
“어…어!” 파야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꽤 빨개졌고 마치 손을 놓으면 쓰러지기라도 할 듯 난간을 꽉 잡았다. “리…링크님, 그 말은 고마운데…”
“그냥 링크.”
“어…예?”
“그냥 링크라고 불러. 정말로. 그게 더 편하거든.”
파야는 그 순간에 조금 불편해 보였고 링크는 기분을 상하게 하기라도 했는지 마음에 걸렸다. 굉장히 예의를 차리는 것처럼 보인 여성이었다. 그와 말할 때 존칭을 붙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는 않기를 바랐다.
“어…예, 링크.” 파야는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좀 나아졌다.
“그래, 고마워.” 링크는 다시 몸을 돌려서 다리로 걸어 내려갔다. “좋은 저녁, 파야.”
“그…쪽도요, 링…크!”
링크는 다시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가 가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그가 그녀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파야는 꺅 소리를 한번 내더니 다시 난간을 닦기 시작했다. 속으로 조용히 웃으면서 그는 따뜻한 식사와 침대에 마음이 가면서 여관으로 향했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Akkala = 추낙 (The name comes from the overall fall-like atmosphere of Akkala. 추 has an implication of autumn in a Chinese character, and 낙 has an implication of fall in the same way.)[Name glossary]
Mipha = 미파
Daruk = 다르케르
Urbosa = 우르보사
Revali = 리발
Chapter 11: 10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그럴리가 없어, 푸리코!”
“코코나 언니, 맞거든! 봤다고!”
“이야기 하나는 참 잘 지어내네.”
“안 지어냈어! 진짜 들어갔다고!”
“어떻게? 문도 없는데?”
“있었다니까!”
자매 한 쌍이 카카리코 마을 위 높이 있는 사당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그들이 아는 바로는 이 사당은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여덟 살이었지만 그래도 언니인 코코나는 바난나가 옆에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덩굴을 정리하기 위해서 늘 올라오고는 했다는 것을 보고서 이 오래된 사당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반면에 여동생인 푸리코는 다섯 살이라서 그렇게 주의력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꽤 상상력은 좋았다.
“푸리코, 내려와야 한다고! 거의 저녁 시간이고 늦으면 아빠한테 혼날걸!”
자매의 아빠는 다른 마을 주민들이 두런이라고 부르는 이였다. 코코나와 푸리코의 어머니는 2년 전에 이미 죽었지만 푸리코는 아직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반면 코코나는 이를 알고 있었고, 어머니의 작은 묘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러 갔다. 다만 아빠에게는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는 않았다. 두런은 그들의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추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가했었다. 다만 코코나는 꽤 눈치가 빨랐다.
“코코나 언니, 나오는 것은 보고 싶다고!” 푸리코는 코코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수준으로 언니의 이름을 불렀다.
“푸리코, 안 나온다고…문도 없잖아.”
“있다니까!”
지난 2주동안 오래된 사당은 변했었다. 오랫동안 카카리코 마을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검은빛으로 오랫동안 서 있을 뿐이었다. 올라가는 길은 딱 하나 뿐이었는데, 푸리코와 코코나가 신비의 여인이 있어서 마법의 숲이라고 부르던 곳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가는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황색의 빛이 빛나고 있었다. 사실은 두번째로 변한 것이었는데, 기반의 빛이 푸른색이 되었고 위의 시커족의 눈은 주황색 그대로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푸리코가 링크가 사당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옳을 리가 없었다. 문이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이기는 했어도, 처음부터 문이 없었던 것이다. 그걸 보면 푸리코가 지어냈을 것이었다. 아니면 잠결에 꿈에서 보았거나. 가끔 둘이 마법의 숲 근처나 그 안에서 잠이 들면 반짝이는 목걸이를 한 긴 금발의 여인과 그들이 노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이것도 그와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마침내 여동생에게 짜증이 있는대로 난 코코나는 푸리코의 손을 꽉 잡고 집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고갯길 쪽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푸리코는 손을 풀려고 했지만 코코나가 더 크고 나이가 많았기에 손의 힘이 더 셌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고, 코코나는 등을 돌렸는데, 사당의 바닥도 푸른 빛이 나면서 푸른 빛이 바닥에 모이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푸른 빛깔은 더 빠르게 휘돌더니 모여서 형상을 만들더니 빛이 저물었다. 그 자리에는 링크가 서 있었다. 어깨가 쳐져서 마치 코코나가 잠들었다고 생각했을 때에 아빠가 보인 모습처럼 피로한 것 같았다. 밝은 푸른 상의를 입기는 했지만 회색의 먼지로 덮여 있었다. 볼에는 피가 말라붙은 상처가 있었다.
링크는 사당을 올려다보았는데, 코코나에게는 놀랍게도, 시커족의 눈 문양까지 모두 푸른색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지만, 링크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몸을 돌리는 것을 보자 그는 아는 것 같았다. 그의 눈은 코코나와 푸리코에 가자 눈이 커지면서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리…링크 오빠!” 코코나는 링크가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정말 푸리코가 사실을 말했나 싶었다. “혹시…사당에 있었던 거예요?”
그는 푸리코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자세를 바꾸었다. 허리를 펴고 숨을 들이쉬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앞의 땅으로 몸을 굽혔다. 코코나는 볼의 상처가 아프지는 않을까 싶었다. 언뜻 보면 꽤 아플 것 같았다.
“안에 있었어. 해야 할 일이 좀 있었고, 임파님도 허락하셨어.” 그는 코코나와 푸리코를 보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마침내 그는 입으로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쉬잇…이건 비밀이다.”
코코나는 비밀을 지킨다는 것에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꽤 괜찮은 비밀이었다. 당연히 푸리코는 비밀을 지키지 못할 것이었다. 입을 닫아 두는 것에는 소질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해가 뜨자마자 마을 동네방네에 다 말하고 다닐 것이었으니 당연히 코코나는 말릴 것이었다.
링크는 자매에게 미소를 짓더니 한 손을 들며 일어섰다. 그는 절벽가의 나무로 가더니 무언가를 땅에서 꺾어 들었다. 얼마 뒤 그는 작은 노란 꽃 두 송이를 들고 돌아왔다.
“자,” 그는 소녀들 앞에서 다시 몸을 낮추었다. 그는 각각 한 송이씩 주었다. “이걸 봤는데 마음에 들 것 같아서.” 당연히 아직 어린 소녀들이었기에 둘은 꽃을 기쁘게 받아들었다. 코코나는 머리에 꽂았고 푸리코는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서 그저 잡고만 있었다.
얼마 뒤 링크가 인사를 하자 코코나는 거울 앞에서 많이 연습한 시커족의 인사를 한 뒤, 링크를 뒤로 하고 여동생을 데리고 고갯길을 내려갔다.
저 시커족 도사라는 자는 정말… 그는 새롭게 가동한 사당의 바닥에 앉으면서 스스로 생각했다. 볼에 손을 올렸을 때 따가움이 솟자 인상을 썼다. 사정을 몰랐다면 나를 죽이려고 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
이번 사당은 리모컨 폭탄의 사용에 중점을 두었는데, 몇몇 벽과 문을 폭탄으로 폭파하면서 가야 했다. 고대 시커 사당의 일부를 부숴야 했다는 것은 조금 기분이 묘했지만, 일부를 부숴야만 하는 사당을 만든 시커족들의 지혜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최소한 그 방향이 맞기를 바랐다. 다른 방향은 보이지가 않은 것이다.
첫번째 사당만큼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 돌을 폭파할 때에 얼마나 멀리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은 직접 얻게 되었다. 폭발이 파편을 꽤 놀랍게도 멀리까지 날려보냈는데, 그 파편에 맞는 바람에 그의 볼을 베어서 피가 흘렀고 옷 아래에 멍이 들기까지 했다.
그는 하늘색의 영걸의 옷을 입었는데, 이것은 꽤 그의 몸에 잘 맞다는 느낌이 들어서 잘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파가 그의 몸을 미리 재기라도 한 듯 정말 잘 맞았고, 텔마가 사준 옷과 갑옷보다도 움직임이 더 편했다. 결국 그는 옷의 편의성보다도 시커족이 이 옷에 지닌 의미를 더 크게 보아서 입게 되었다. 그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었고, 그것이 그의 의무의 일부라고 여겼다.
그 희망이 설령 헛된 것일지라도…
그는 가볍게 숨을 내뱉으며 일어섰는데, 그의 무릎에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날아온 파편에 맞아서 생긴 통증이 아니라 걸려서 그 위로 넘어지는 바람에 생긴 것이었다. 지금 임파가 따뜻한 목욕을 제안하면 받아들일 것 같았다. 그날 아침에는 거절했는데, 마치 임파가 파야를 놀리려고 일부러 링크에게 제안을 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파야는 그가 그들의 욕실에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벌써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하고 싶었다. 하룻밤을 카카리코 마을에서 더 지내고 다음날 아침에는 임파가 북쪽에 표시한 조라의 마을을 향할 것이었다.
그가 길을 걸어내려가려 하자, 눈가에 있던 무언가가 신경을 끌었고, 그는 사당 뒤편에 있는 숲을 보았다. 그는 무언가의 푸른빛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는데, 처음에는 시커족의 기술의 무엇인가 싶었다. 빛이 다시 나타나지 않자 한번 확인하러 갔다.
언덕을 올라 숲을 향했는데, 신기하게도 어두웠다. 나무가 위로 크게 우거져서 대부분의 햇빛을 가렸다. 어둠만이 그 숲이 기묘했던 이유는 아니었다. 분위기도 신기했는데, 너무 조용하고 공기도 적막했다. 더 깊이 들어가 보자 무언가가 이상했다. 땅에 나뭇가지도, 낙엽도 없었다. 무성한 나무로 인한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두꺼운 녹색의 잔디만이 모든 것을 덮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꽃들이 잔디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
어두운 숲을 더 깊이 들어가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이 곳에서는 그 어떤 것도 방해를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잔디조차도 그가 발을 떼자마자 일어서서 그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는 것 같았다. 물론 일부 동물들은 눈에 들어왔다. 나뭇가지에서 큰 갈색의 다람쥐가 그를 보았고 멀리 숲에서는 큰 뿔을 가진 수사슴이 풀을 뜯고 있었다. 숲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조금도 나이를 들지 않은 채로 살아 있어 분위기가 신비로웠다.
다른 푸른 빛이 눈에 띄었고, 그는 풀을 뜯는 것을 멈추고 그를 본 수사슴에서 눈을 돌렸다. 그의 눈길은 그 앞에 펼쳐진 길에 도달했다. 몇 보 떨어진 자리에서는 링크가 본 적이 없는 무슨 생물이 하나 있었다. 마치 큰 토끼와 비슷한 크기와 형상이었는데, 큰 뒷다리와 더 작은 앞다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얼굴은 조금도 토끼 같지가 않았다. 대신에 부엉이의 머리를 한 것 같았는데, 빛나는 노란색 눈과 작고 둥근 부리를 가지고 있었다. 머리에는 마치 토끼의 귀가 있을 자리에 고사리 잎과 같은 것이 서 있었다. 온 몸이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어서 주변의 잔디도 비추고 있었다.
그 이상한 생물에 놀라서 그는 천천히 몸을 굽히고 눈빛을 유지했다. 그 동물의 눈에는 눈동자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링크는 그 눈이 그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동물의 귀 중의 하나는 마치 호기심을 나타내는 듯 섰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갸우뚱했다. 얼마의 침묵 뒤, 그것은 앞으로 몇 발짝 뛰어왔다. 그 동물은 그의 손을 유심히 보며 고개를 갸웃했고, 링크는 숨을 죽였다. 마침내 그 동물은 몇 발짝 더 조심스레 내딛더니 얼굴을 더 가까이했다. 링크는 그 동물의 부리가 그의 손가락 끝에 닿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의 충격이 그의 팔 위로 솟았고 그는 온 몸에 그 충격이 다 전달되는 것이 느껴지면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푸른 동물은 뒤로 물러나며 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링크의 얼굴을 계속 보는 것 같았고, 그는 그의 놀란 표정이 그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둘은 그동안 계속 눈을 응시하면서 이대로 서 있었고, 링크가 느낀 그 이상한 충격은 서서히 사라졌다. 충격이 사라지자 그는 그 이상한 느낌을 다시 받아보고 싶었고, 다시 손을 서서히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푸른 동물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에 그 동물은 그의 손을 보며 물러났고, 가볍게 고개를 젓는 것도 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몸을 돌리더니 덤불 속으로 몸을 숨겨버렸다. 푸른 빛은 반짝하며 사라졌고, 그 동물이 있는 동안에 밝게 느껴진 숲은 다시 어두워졌다.
링크는 그 동물이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덤불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다시 나와서 숲을 그 편안한 빛으로 비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물이 무엇이었건 간에 이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 확실해졌다. 그 빛이 완전히 사라졌고 덤불은 바스락거리지도 않았다.
그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어두운 숲을 다시 돌아보았다. 모든 움직임이 멈추었다. 아까의 수사슴이나 다람쥐도 볼 수가 없었다. 공기 중의 미묘한 적막은 그대로 남았고, 일단 그의 궁금증은 해결되었다고 짐작했다. 그가 다시 걸어나가는 동안에도 그의 무릎이 더 이상 아프지가 않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저녁에 그가 임파에게 부탁한 그 더운 물에서 목욕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을 때가 되어서야 말라붙은 피 딱지 아래의 볼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날 저녁에 이러한 이상한 일들을 알아차리게 되자 그는 아까 그 이상한 푸른 토끼 같은 생물에 다시 생각이 돌아갔다. 무슨 동물이 그를 한번 건드리는 것으로 바로 치유하고 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일까? 다만 그는 이를 임파에게 묻지는 않았다. 왜인지는 몰랐지만, 개인적인 질문 같았던 것이다.
그 다음날, 그는 새벽에 카카리코 마을을 나섰다. 대부분은 아직 자고 있거나 그들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일부는 길을 밝히기 위해서 횃불을 밝히고 그를 배웅해 주었다. 그 전날처럼 그는 그 전날의 시련에서 입은 먼지들을 다 털어낸 푸른 영걸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만일을 위해서 그의 검과 심안의 방패를 그의 등에 매고 있었다.
그렇게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그는 더 좁은 길을 타고 가서, 임파가 라넬 습원이라고 말한 지역을 내려다보는 고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 길은 텔마가 조라의 마을로 가기 위해서 탄 길보다는 더 짧았는데, 그녀는 쌍둥이산으로 다시 내려가서 북쪽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제대로 닦인 길도 없었고 멀리 있는 길에 도달하기까지 간혹 나타났던 급한 내리막으로 인해서 수레를 끌고 가기에는 부적합한 길이기도 했다.
링크가 말을 타고 나오자, 그의 눈은 다시 멀리 있는 하이랄 성으로 향했다. 이제 이전보다는 더 가까이 있었고, 몇몇 특징들이 눈에 잘 띄었다. 시커족의 양식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기둥들이 땅에서 나와서 성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은 성의 큰 첨탑만큼이나 컸고 평범한 푸른색이나 주황색이 아닌 이상한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링크의 시선으로 보자면 그 기둥 다섯 개가 성과 그 아래쪽의 마을의 폐허를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스피릿에 올라탄 채로 멀리 있는 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그 거대한 괴수가 일어서는 것을 보게 될 것이었을까? 정말 가논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다시 성 안으로 끌려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젤다 공주의 손에서 풀려날 것인가? 젤다가 얼마나 재앙 가논을 묶어둘 수 있을 것인가? 링크가 모든 노력을 다 해도 변화를 주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닐 것인가? 부활한 그는 결국 이 땅이 황폐화되는 것을 다시 보게 될 뿐일 것인가?
그는 이 생각에 부끄러워하며 성에서 시선을 돌려버리며 인상을 썼다. 다행히도 그가 스피릿을 천천히 경사를 따라 몰면서 길로 내려오는 내내 성 밖으로 가논이 다시 나타나지는 않았다. 공주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링크 자신도 최소한 자신의 일을 해야만 했다.
링크가 습원의 마구간에 도착할 즈음에는 해가 이미 서쪽으로 진 뒤였다. 그가 이런 작은 건물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하이랄 평원과 성에 가까운 것이 이 여행자들의 중간 기점지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였다.
라넬 습원과 하이랄 평원을 가르는 남쪽으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는 이 언덕에 위치한 습원의 마구간은 방비를 염두에 두고 세워진 것이 분명했다. 주변의 숲은 벌목이 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나무는 마구간 주변을 두른 목책을 만드는 것에 쓰였다. 게다가 북쪽과 남쪽으로 망루 둘이 세워져 있었는데, 링크는 각 망루에 경비병들이 활을 들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구간 외에도 다른 건물들도 있었는데, 가장 가까운 건물은 긴 직사각형이었다. 이 건물에서 그는 가죽 갑옷을 입으며 창으로 무장한 남성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병영의 일종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마구간이 조금 더 크고 마차를 수용하는 마당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그가 본 다른 마구간과는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링크가 다가가자 목책이 세워진 변두리에 불탄 잔디가 눈에 띄였고, 그 변두리 바깥에 부러진 화살 여럿이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이 거점지는 전투를 염두에 두었을 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도 전투가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이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자 그의 속에 고마움과 기쁨이 섞이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망루의 경비병이 그를 멈춰세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스피릿을 몰고 마당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를 막은 이는 없었다. 마구간에 가까워지자 음악소리와 노래소리가 들렸는데, 그것을 듣기만 해도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그는 말에서 내려 스피릿의 고삐를 마구간의 종자에게 넘겼고, 마구간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편안하면서도 조금 헷갈리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큰 로비에는 나무 탁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대부분의 나무 의자에는 가죽 갑옷을 입은 남성과 여성이 앉아 있었으며, 여행자나 상인으로 보이는 더 작은 이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탁자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음료나 음식들을 옮겼다. 로비의 사람들은 서로와 말하거나, 웃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즐거워 보였다. 링크가 이 로비를 한번 둘러보자 그 이유가 눈에 보였다.
로비의 가장 뒤쪽에, 나무 상자로 만들어진 큰 단상에 리토족 한 명이 서 있었다. 그 리토족은 링크보다도 꽤 키가 컸고 어깨와 가슴이 벌어졌으며, 푸르고 흰 깃털과 크고 검은 부리가 있었다. 그는 아코디언으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면서 짙으면서도 울리는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연주를 즐기는 것 같았다. 부리로는 표정을 지을 수는 없었지만 눈빛과 얼굴의 근육들은 마치 그가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고 짐작하게 했다.
링크가 방을 건너가서 이 노래를 듣고 식사도 주문할까 하는 동안, 리토족의 눈이 그와 마주쳤다. 잠깐 동안 리토족의 노래가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그의 누런 눈은 링크의 예리하고 집중력 있는 푸른 눈과 마주쳤지만, 바로 눈을 감았다. 노래는 이어졌다. 이를 눈치챈 이가 있기는 했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링크는 앉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 아까 그 표정은 마치 링크를 알아본 듯한 표정이었다. 결국 그는 괜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그 생각을 잊어버린 뒤 앉았다.
몇 분 뒤 리토족은 그의 노래를 마쳤고 모인 사람들은 큰 박수를 보내었다. 그는 미소를 짓고 가볍게 목례를 한 뒤 모인 이들을 돌아보았다. 조금 취한 이들은 벌써 새 노래를 신청하고 있었지만, 그 리토족은 한 손으로 아코디언을 받치면서 깃이 달린 다른 한 손을 들었고, 그의 눈은 방금 식사를 주문한 링크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자, 여러분,” 리토족은 손을 다시 아코디언에게로 돌려 길고 부드러운 한 곡조를 연주했다. “신청은 차차 받겠습니다. 아직 밤이 깊지 않았으니까요. 허나, 지금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노래 하나를 연주할 기분이 나는군요. 용사와 악당, 용기와 마법, 그리고 대승리의 노래입니다. 실화이기도 하지만, 오래전의 이야기지요.” 관중은 좋은 반응을 보였고, 리토족은 미소를 지으며 아코디언에 곡조를 느리고 부드럽게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몸을 조금씩 기울였다.
“넓고 유구한 역사를 지닌 왕국 하이랄, 사악한 손아귀에서 놀아나곤 했던 대지.”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방은 금방 조용해졌고 종업원들도 보기 위해서 하던 일을 멈추었다.
“수도 없이 퇴치된 파괴의 힘이 깨어나네, 그 이름은 가논, 재앙의 화신.”
링크는 등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허나 하이랄에 희망이 남고,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으니.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수호할 두 이가 있다네. 여신의 피를 이은 공주와 용맹한 기사, 시대마다 나타나 정의의 편에 선다네. 가논과의 전투는 노래로 남아, 시대를 불문하고 영원토록 이어지리.”
두려움이 그의 속에 자리잡으면서 그는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 그의 여정을 계속하고 싶었다. 이번 밤에 그의 실패에 의해서 몰아세워지지 않기를 바랐고,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다시 듣고 싶지가 않았다.
“두번째 장이 펼쳐지면, 들으면서 알게 되리, 일만년 전에 벌어진, 가논과의 전투. 하이랄 왕국은 영원한 평화의 땅, 강한 힘과 지혜의 문화, 고통이 사라지는 대지. 허나 가논은 지하에 숨어 힘을 길렀고, 하이랄의 고대 민족은 그들을 돕기로 했네.
“그 노력으로 탄생한 자동화 군단은 재앙을 원초부터 봉인할 것이었네. 힘이 끊이지 않는 네 거대한 생명체, 거대 생물들의 그 이름 ‘신수’. 목표를 추적하는 자의를 지닌 병기, 전투에 참전할 튼튼한 가디언.”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지만, 그의 얼굴은 붉어지고 그의 손은 그의 무릎을 꽉 쥐고 있었다. 이 노래는 임파와 로암 왕이 말한 것 그대로였다. 전설의 용사이자 그의 선임이었던, 수년 전에 가논을 무찌른 그 용사였다. 그 노래가 자신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부끄러움과 안도가 섞인 감정이 올라왔다.
“신수들을 이끌기 위한 전사가 필요해, 네 영걸이 가논을 막기 위해 결의했네. 신수, 영걸, 공주와 기사, 그들의 혼신을 다해 가논을 막을 계책. 재앙 가논이 고개를 들자 하이랄도 일어났고, 그들의 긍정은 이를 더욱 지폈다네.
“증오에 찬 가논은 공격을 시작했고, 위협을 가하고 저항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네. 가디언은 용사들을 시시각각 보호하고, 신수들은 공격으로 가논의 힘을 빼었네.”
그 노래는 어딘가 링크에게는 낯익게 들렸다. 손에 잡히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그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이 노래를 어딘가에서 들은 것 같았는데, 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리토족은 이 노래가 고대에 대한 노래라 하였는데, 그렇다면 과거에 들은 적이 있다는 말이었을까?
“퇴마의 검을 지닌 용사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공주는 성스러운 힘으로 가논을 봉인하였네. 이것이 일만년 전의 용맹한 대첩, 재앙 가논과의 전투이네.”
리토족은 노래를 멈추었고 느리며 애잔한 곡조를 얼마 더 이어서 연주하다가 마지막 긴 음정 하나로 마무리를 지었다. 한동안 로비에는 침묵이 돌았다. 그 침묵은 술에 취한 듯한 한 남성의 말에 의해서 깨어졌다.
“이보슈, 카시와! 그 노래는 실화라 한 거 아니었슈?”
카시와라 불린 그 리토족은 그 남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했습니다만.”
“그러면 대체 왜 저 성은 아직도 폐허인 거고, 매일같이 몬스터들하고 싸워야 되는 거요?”
카시와의 미소는 살짝 흔들렸지만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이 노래는 일만년 전의 고대의 용사와 공주의 노래로, 재앙 가논과 승리한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몰락의 시대의 이전인, 100년 전 가논에 대항한 이들이 아닙니다.”
“뻔하지.” 근처의 여성이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이들이 동의한다는 듯 말을 중얼거렸다. 링크는 더 속이 가라앉았다.
“여러분.” 카시와가 다시 손을 들며 말했다. “100년 전의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오늘 저녁에 할 노래는 아닙니다. 다만, 그 용사와 공주를 조금 변호하자면, 일단 지금은 재앙 가논이 봉인된 것은 사실입니다.”
링크 옆의 여성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요? 하이랄 평원에 몇 발짝을 디디자마자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것에서 그치면 다행이죠. 공주도 용사도 없는데다가 성에는 그 괴물이 돌아다니는데, 제 딸은 매번 그것의 악몽을 꾼다고요. 아직 여기서 나가지 않은 이유는 정말 쫓아오기 시작하면 어디 숨을 데도 없을 것 같아서라고요.”
링크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이에 카시와를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을 무시하고 밖으로 나서서 시원한 밤공기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고 밤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그는 마구간의 바깥 벽에 서서 그 벽 안으로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냥 시커 스톤으로 카카리코 마을이나 하테노 마을로 워프해버릴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아니면 차라리 그 시작의 대지로 돌아가서 100년 더 자는 것이 더 나을지 생각했다.
그는 눈을 감고 깊은 숨을 쉬면서 그의 잃어버린 기억이나 그의 실패, 그의 부끄러움이나 이 모든 것을 다 차례차례 생각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가벼운 발소리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값을 받으러 온 종업원이라고 생각한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눈을 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곁에는 카시와가 서 있었다.
“좋은 저녁이군요.” 카시와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링크는 다시 인사하며 이것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말을 계속 이었다. “낯선 분이군요. 저는 이 땅의 여행자의 대부분을 안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꽤 괜찮은 이야기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링크는 어설픈 거짓으로 인해서 곤경을 치렀던 것에서 어느 정도 교훈을 얻은 적이 있기에 다음 말을 신중하게 정했다. 최소한 지금은 더 정확하게 아는 것들이 있었으니 말이었다. “하테노 마을에서 왔습니다. 혹시 가본…적이 있습니까?”
카시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하테노요? 아뇨, 아직 그 먼 동쪽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만, 언젠가는 한번은 가보고 싶군요.”
링크는 긴장을 풀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꽤 괜찮은 동네입니다. 정말 편하고요.” 그는 그가 말한 것 중에서 거짓은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비록 100년 전이기는 했지만, 그가 하테노 마을 출신인 것이 맞기는 했다.
“이 질문이 무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어떻게 이 먼 서쪽과 북쪽으로 오시게 된 것인지요?” 카시와는 꽤 깊은 목소리로 많이 정돈된 말투로 말을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링크는 조류 종족이 할 법한 목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꽥꽥거리는 소리일리는 없다고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저는 지금 조…”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금은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라의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카시와의 눈이 커지더니 미소를 지었다. “조라의 마을이라고요? 꽤 놀라운 우연이군요. 저도 지금 조라의 마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고대의 신수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들어 직접 볼까 했거든요.”
링크의 속이 철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신수를…조사하시는 겁니까?”
“아, 혹시 신수에 대해서 아시는 건가요? 다행이군요! 제가 그대의 출신 지역에서 물은 이들은 그에 대해서 잘 모르더군요. 100년은 그들의 존재를 그저 전설로 치부시키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대부분은 그저…위험성을 모르더군요. 사실 제가 말한 대부분의 어린이들이…앗!” 카시와는 그의 목의 깃털이 서더니 잠시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어린이와 비교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링크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카시와는 안도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제 말은, 그 신수의 바로 아래에서 살지 않는다면, 그 존재를 그저 우화나 과장이라고 치부하기가 쉽다는 거죠. 저희 리토족은 지난 100년간 바 메도의 근거리에서 살아왔기에, 그들의 진실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신수 바 메도, 리토족 리발이 조종했던 신수, 가논의 부활과 함께 사망한 영걸. 이 사실이 그의 머리 속에 마치 구호처럼 울려 퍼졌다. 그는 카카리코 마을을 떠나면서부터 이 사실을 기억하려고 하고 있었다. 기억은 못하겠지만 최소한 알고는 있게 되는 것이었다.
“허나, 질문을 던지셨지요? 신수 바 루타를 조사하고 있는지 물으셨으니까요. 그게 제 의도는 아닙니다. 사실, 지금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여행하는 음유시인입니다. 한때 저명한 시커족 시인이셨던 라오님 문하에서 수학하였는데, 그 분은 100년 전 하이랄 왕가가 멸하기 전에 궁중 시인이었습니다.”
카시와는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성을 다시 보았다. 붉은 안개가 성 주변을 돌면서 아래쪽을 비추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마수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 분은 재앙 이전의 용사들과 그 시대에 대한 노래를 오래 전에 지으셨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젤다 공주님과 그 분의 기사, 그리고 가논의 부활을 막기 위해서 정해진 네 영걸의 노래 말이죠.”
이거 참 잘됐군, 링크는 속으로 생각했다. 길에서 마주치는 많은 이들 중에서 과거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아는 리토족을 마주치게 될 줄이야.
“그렇습니까?”
“그리고 이제 저는 돌아가신 스승님의 작품을 완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라의 마을에 가서 조라의 영걸 미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아서, 애석하게도 수년 전에 그 노래를 완성하기 전에 작고하신 스승님의 노래를 완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링크는 카시와의 말을 듣는 내내 바닥을 내려다보며 찡그리는 얼굴을 숨겼다. 무심코 대체 왜 이 일이 자꾸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지 곱씹었다. 사실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100년은 그의 정체가 다 잊혔어도 그의 실패까지 잊힐 정도로 긴 세월은 아니었다.
“혹시…괜찮으십니까?” 카시와는 조심스레 그를 보았을 때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좀 걱정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 그게…” 그는 머뭇거렸다. “그냥 좀…슬프네요. 그 분과 다른 영걸들에 벌어진 일이요.”
카시와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진정한 비극이죠. 여섯 분들에게 모든 희망이 지워졌는데, 그렇게 참혹하게 끝나다니…”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다가 카시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저는 모든 희망이 다 사라졌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링크는 눈썹을 치켜뜬 채로 카시와를 올려다보았다. 카시와가 그의 표정을 보자 그는 조용히 웃었다.
“뭐, 좀 더 희망찬 결말을 좋아하는 것이 제 성향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레 해결되고는 했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패했습니다.”
“그런가요?”
“모두 죽지 않았습니까?”
“정말 그럴까요?”
링크의 말문이 막혔고 그는 카시와의 누런 눈을 올려다보았다. 이 금빛의 눈은 정말 잘 아는 것 같았다. 마침내 카시와는 미소를 짓더니 깃이 많은 그의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물론 이 여섯 분들은 저희와 계시지 않죠. 당연히 네 영걸들도 전사하였고요. 전승에 의하면 기사는 하테노 요새의 기슭에서 공주의 곁에서 명을 다하였다고 하죠. 하지만 그 공주는…” 그는 성을 돌아보았다. “스승님은 그 분에 대해서 말을 하시면서 홀로 성으로 향해 봉인의 힘으로 재앙 가논과 맞섰다는 말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난 뒤, 저희는 아직도 이렇게 살아있죠.”
“그 여자분의 말은 어떻게 설명합니까? 몬스터가 여행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요. 제 경험을 보자면 쌍둥이산의 서쪽으로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카시와는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의 길에 이런 몬스터들이 급증한 것은 이 여섯의 잘못이 아니라 하고 싶습니다.” 링크가 반박하려 입을 열자 카시와는 손을 들었다. “설명을 해 드리지요.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가논이 다시 깨어나면서부터 몬스터들이 다시 강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가논의 부활 이전에도 있었고 쓰러져도 계속 있을 것입니다.
“허나 하이랄이 멸망하기 전, 당시의 국왕은 젤다 공주님에게 길에서 모리블린을 정리하라 명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일반 병사들의 책무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대다수의 정비된 군사를 가논에게 잃기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남은 이들이 일어서서 싸울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하지만 그 병사와 기사들이 죽었다면…” 링크는 말을 하려 했지만 카시와는 아직 할 말이 남은 것 같았다.
“그대에게서는 전사와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군요. 예상을 좀 해 보겠습니다만, 이들과 대적하며 쓰러뜨린 적이 있지요?” 링크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카시와는 예상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시겠습니까? 그대와 같은 이들이 더 많이 있다면 이 도로는 위협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모든 종족들에게도 전사들이 있습니다. 시커족은 여전히 은신술과 정확성에 있어서는 훌륭하고, 고론족은 홀로 적을 많이 무찌를 수 있고, 조라족은 빠르면서도 지금도 체계적인 군사 조직을 가지고 있고, 겔드족은 종족 자체가 하나의 전사의 무리이며, 저희 리토족은 가장 빼어난 사수들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그대와 같은 하일리아인들도 훌륭하고 위대한 전사들을 배출하였죠.
“그러니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대재앙은 당연히 끔찍하기는 했습니다만, 이는 100년 전의 일입니다. 허나 저희는 가논의 수하에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 하기보다는, 그저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면, 누군가가 구해주러 오기를 기다리거나요.”
링크는 멀리 있는 성을 보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카시와의 말을 받아들여서 현 상황의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전가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선뜻 그럴 수가 없었다. 그의 실패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카시와가 더 부드러운 음성으로 침묵을 깼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리죠. 그대와 같은 분들이 책임을 더 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저희 같은 하이랄에 사는 여러 민족들이 그저 자신의 영역에만 틀어박히지만 말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미였죠.”
링크는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저 침묵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성함을 묻지 않았군요. 어찌 보면 좀 무례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 이름을 아시니, 그대는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링크입니다.”
“링크요?” 카시와는 무언가가 떠오른 것 같았다. 링크의 등에 다시 식은땀이 흘렀고 속으로 자신을 질책하였다. 과거를 정말 잘 아는 이 앞에서 대체 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사용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 옷을 입고 계신다는 것도 참 신기하군요.”
“그렇습니까?” 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침착하게 하였으나 카시와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보고 싶지가 않았다.
“제가 들은 바를 바탕으로 생각해 보니 과거의 영걸들의 복식의 색과 같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링크는 공주의 호위 기사이자 마스터 소드를 지닌 이였지요.”
“그건…몰랐습니다.” 링크는 카시와를 억지로 바라보았고 마치 모르는 것 같다는 미소를 어떻게든 지어 보았다.
“그렇죠, 자세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곤 하니까요. 특히 용사의 이름은 전승을 전달하는 이나 판본에 따라서 이야기와 신화 속에서 자주 바뀝니다. 누군가는, 참 어처구니없게도, 공주의 이름이 용사의 이름이라고 여기기도 하죠.” 카시와는 조용히 웃었다. “허나 제 스승님은 그 이를 잘 알고 있었고, 그 이의 이름은 그대와 같은, 링크라고 하였습니다.”
“그거 참 신기하군요.” 링크는 다시 시선을 피해 성 쪽을 바라보았다.
얼마 뒤, 카시와는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이 주제가 그대에게는 많이 예민한 주제인가보군요. 이 말에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으며 카시와를 바라보았다. “아뇨, 그게…좀 생각나는 것이 많아서 그럽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리토족은 다시 뚫어보는 눈빛을 주었다. “그러면 찌릿찌릿프루트 과일주라도 하시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효과가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제 주머니에도 효과가 꽤 좋더군요.”
링크는 리토족의 말을 알아들으면서 가볍게 웃었다. 카시와는 입을 열었는데 어떻게 보아도 씩 웃는 것 같았다. 그 농담 덕에 링크의 어깨에서 긴장이 풀렸고 어두운 성에서 시야를 돌릴 수 있었다.
밤의 남은 시간은 처음보다는 더 쉽게 흘러갔다. 둘은 이후에 다시 들어갔는데, 그나 그의 전생에 대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카시와의 노래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편해졌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Lanayru Wetlands = 라넬 습원
Voltfruit = 찌릿찌릿프루트[Name glossary]
Cottla = 푸리코
Koko = 코코나
Nanna = 바난나
Kass = 카시와
Rao = 라오 [Failed to find the original source. Decided to just translate it directly]
Chapter 12: 11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카시와는 그 다음날 링크와 같은 길을 가지는 않았는데, 링크는 말을 타고 카시와는 날았던 것이었다. 링크는 그 전날의 만남으로 불편했던 것만을 제외하고는 그 리토족이 꽤 마음에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카시와는 대재앙이 링크에게 좀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을 이해했고 다시 그 주제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좀 불안한 호기심이 있기는 했지만 링크는 카시와에게 그의 과거에 대해서 아는 것을 묻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 두 개가 더 이상 다루어지지 않게 되자, 둘은 밤이 깊어가는 동안에 말을 더 쉽게 터 놓았고, 링크는 그가 만났던 다른 이들에게서 듣지 못했던, 하이랄의 현황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다시 출발했을 때 그는 사나흘 뒤에 조라의 마을에 도착할 즈음 되면 카시와가 벌써 길을 떠났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 그의 행적을 퍼뜨리는 한 음유시인까지 걱정하게 되면 신수에 대항하는 것이 꽤 어려워질 것이었다. 이것은 물론 그가 신수를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여기에 그가 살아남는다는 전제도 깔려 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지기 시작하자 링크는 비가 오는 것의 전조를 느꼈다. 조라의 마을 주변의 산에 먹구름이 끼어 있는 것이 보인 것이다.
“오늘 밤에도 또 축축하게 생겼네.” 그는 스피릿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은 고개를 돌려서 큰 갈색 눈으로 그를 한번 바라보았다. “비를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할게.”
스피릿은 흥소리를 내더니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링크는 입을 잠시 물었지만 다시 힘을 풀었다. 사실 말에게 말을 걸고 그 반응을 해석하는 것은 자기 혼자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밤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길을 가고 해가 져도 비가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날 깨어났을 때에도 조라의 마을에 먹구름이 계속 껴 있는 것이 보이자, 이것은 다른 것이라고 깨달았다. 무언가 우려되는 것으로, 춥고 축축한 밤보다도 나쁜 것이었다.
그가 조라의 마을에 가까워지자 그와 나란히 달리고 있던 강이 불어나기 시작했는데, 수면이 오르고 흐름도 더욱 강해지다가 끝내는 둑을 넘고 있었다. 여러 차례 그는 길까지 불어난 얕은 물을 통해서 스피릿을 조심스레 몰아야 했다.
마침내 카카리코 마을을 벗어나고 나서 사흘째가 된 저녁에, 주변이 어둡고 축축해졌다. 조라의 마을의 하늘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비 속으로 들어선 것이다. 머리 위에서 아주 시커멓던 구름은 링크의 망토와 옷까지 푹 젖게 할 정도로 끝도 없는 폭우를 쏟아부었다. 길은 진흙탕이 되어 위험했고, 스피릿의 발굽이 진창에서 떨어질 때마다 쑥쑥 빠지는 소리가 났다.
링크는 좀 되는 거리에 시커 타워가 눈에 들어왔지만 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스피릿의 안장으로 몸을 기울여서 부드럽게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스피릿은 비 속으로 들어온 뒤부터 꽤 짜증이 나 있던 것 같았고, 그도 그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이 비는 조금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이 정도로 꾸준히 오기에는 꽤 많이 오고 있었다. 그런데 폭우라고 부르기에는 폭풍이라고 볼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천둥이나 번개도 없고, 느낄만한 바람도 없었다. 그냥 꾸준히 내리는 폭우가 전부였다.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르는 시간 뒤에 다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비로 인해서 굉장히 거칠어진 강 위를 건너가는 다리였다. 다리는 하얀 돌로 되어 있었으며 양쪽 끝에는 아름답게 만들어진 망루가 있었다. 망루의 각 기반은 푸르고 하얀 빛이 나고 있는 반투명한 수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회색 돌은 흰 수정에 격자를 그리며 올라가다가 꼭대기의 발판과 가운데의 기둥을 형성했는데, 그 위에 마찬가지로 푸르고 하얀 빛이 나는 또 다른 수정이 있었다. 그 모습은 꽤 놀라웠고, 링크는 이 다리를 건너면 바로 조라의 마을에 도착할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런데 불안하게도 어느 망루에도 그 수생 종족의 일원이 없었는데, 그에게는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카시와가 일찍이 언급한 신수로 인한 문제와 이 비정상적인 비까지 감안하면, 링크는 그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덜컥 불안해졌다.
그들 밑에서 거칠게 흘러가는 강물 소리가 돌다리를 건너 조라의 마을로 들어가는 스피릿의 말발굽 소리를 가리고 있었다. 진창길은 다리를 건넌 뒤에 이어져서 도로의 일부가 물에 잠길 정도로 불어난 강물의 넓은 지역을 한번 돌았다. 인상을 쓰면서 링크는 깎아지른 돌의 절벽을 돌아서 통하는 얕은 물가로 스피릿을 이끌었다.
암벽을 돌아서 갔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처럼 등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인상을 쓰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길은 다시 둥글게 돌아가면서 그가 지나간 벽의 위로 이어지는 길로 이어졌다. 무성한 나무가 도로의 양 옆에서 자라고 있었고, 나뭇가지가 많은 빗물에 의해서 구부러지고 있었다. 길에는 웅덩이가 생겨서 스피릿의 말발굽이 이를 지날 때마다 큰 물소리가 났다.
조심스레 링크는 그의 검과 방패를 꺼내들었다. 본능적으로 누군가가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주변의 나무들을 다 돌아보았다. 하지만 무겁게 기우는 나뭇가지 외에는 움직임이 없었다. 비가 계속 내려서 나무 사이를 잘 볼 수가 없었고, 빗물도 계속 눈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푹 젖은 망토가 앞으로 밀려내려오고 있어서 이를 펴려고 손을 들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밤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어두워지면서 숲을 더 가려버렸다. 누군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은 링크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그를 기습할 순간을 노리면서 그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앞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분 동안 긴장한 채로 걷다가 링크는 주변의 나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계속 가기로 하였다. 그는 횃불이나 등불이 없었기에 (비 속에서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었지만) 정말 제한된 그의 시야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스피릿은 인도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링크의 불안함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스피릿은 진창에 계속 발굽이 더 빠지고 있었더라도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빗소리로 인해 아까 전에 있던 전투의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그 상황에 가까이 가서야 바닥에 내팽개쳐진 흐릿한 푸른 등불이 보였고 금속 무기가 금속 방패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가 나무 사이의 작은 굽이를 돌아서 이 모든 것이 보인 순간,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앞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일부는 꼿꼿이 서서 은빛의 무기와 방패를 든 형상들과, 땅에 가까이 몸을 굽힌 채로 검은 금속의 무기를 든 여러 형상들이, 빠른 속도로 서로와 교전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링크의 왼쪽의 숲에서 쉬잇 소리를 내었다.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다가 무언가가 링크를 세게 쳐서 스피릿의 등에서 그를 밀어 땅으로 넘어뜨렸다.
미리 검과 방패를 꺼내 둔 덕에 그의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잠깐동안 링크는 자기 위에 올라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녀석과 씨름을 했다. 하지만 녀석의 공격은 꽤 산만했고 링크는 그의 몸과 자신을 공격하는 몬스터 사이에 방패를 꺼내 두었기에 대부분의 위협적인 공격은 다 막아낼 수 있었다. 공격은 얼마 뒤에 약해졌고, 그 몬스터는 고통의 쉿 소리를 내더니 마침내 축 처졌다. 녀석이 링크를 습격했을 때 링크의 검이 그의 배를 찔러버렸고 버둥거리는 동안 기력이 더 빠져나간 것이었다.
짜증이 난 채로 그는 그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크기의 몬스터의 시체를 그에게서 밀쳐내고 일어섰다. 근처에서 스피릿이 불안한 듯 발을 굴렀고 앞에서는 두 세력이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땅의 푸른 등불로 간신히 비춰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링크는 더 몸집이 큰 이들이 그가 들었던 조라족의 설명과 맞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피부색이 붉은색과 푸른색의 여러 색조로 되어 있었고, 끝이 갈퀴로 모이는 긴 팔다리가 있었고, 팔꿈치에는 지느러미가 나 있었으며, 머리는 다양한 모양으로 되어 뒤쪽에 서로 다른 지느러미와 꼬리 형상이 달려 있었다. 그들이 맞서는 적은 크고 도마뱀같이 생겼는데, 길고 구부러진 몸체에 긴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박혀 있었고 발과 발가락에 낫 같은 발톱이 있었다.
조라족은 나무에서 습격한 것으로 보이는 이 도마뱀 종족들에게 완전히 에워싸여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더 숙련된 것으로 보였는데, 모두가 원형 대열로 서로의 등을 대고 서 있었고 은빛의 창과 날카로운 모서리가 있어 그 자체로도 무기가 될 것 같은 은빛의 방패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푸른 등불은 이 조라족의 무리의 주변으로 원형으로 던져져 있어서 주변에서 다가오는 적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빛을 제공해 주었다.
링크가 보고 있는 동안 도마뱀 중 하나가 앞으로 덤벼서 자신의 창으로 조라족 하나를 찌르려 했지만, 딱 맞추어서 조라족은 자신의 방패로 공격을 막았고 동시에 그녀의 파트너가 그의 창으로 도마뱀의 가슴에 창을 찔러넣었다. 링크의 어림짐작으로는 이런 강한 저지선과 조화를 보아서 그의 도움 없이도 조라족이 승기를 잡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얼마 뒤, 나무에서 누런 빛이 번쩍였다.
“전기의 화살이다!” 조라의 원형에서 이 비명이 울려퍼졌고 그 무리는 바로 흩어지면서 피할 곳을 찾아 뛰었다. 노란 촉의 화살이 나무에서 튀어나와서 조라족이 서 있던 물웅덩이로 바로 박혔다. 빛이 한번 번쩍이더니 노란 전기의 스파크가 물웅덩이에 튀었다. 그 조라족 중 하나가 빨리 뛰지 못해서 화살이 웅덩이에 박혔을 때 아직 발이 웅덩이에 있었다. 그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전기가 그의 몸에 솟구치자 몸이 굳었다.
“리트반!” 다른 이들보다 조금 키가 더 큰 조라족 하나가 창을 내던지고 전류로 인해 굳어버린 그의 동료에게 몸을 내던졌다. 둘이 부딪히자 전기가 한번 번쩍였고, 키가 큰 조라족은 그의 동료를 물웅덩이에서 밀쳐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역시도 비명을 질렀다.
링크는 화살이 날아온 숲으로 달렸다. 그는 어두운 피부의 도마뱀이 노란 화살촉의 화살을 다시 활에 거는 것을 보았는데, 허리의 화살통이 빈 것을 보니 그것이 마지막 발인 것 같았다. 그가 몬스터의 허리에 검을 찔러넣자 녀석은 분노로 소리를 지르며 활과 화살을 떨어뜨리고 뒤로 뛰어 링크의 검에서 자신의 몸을 뺐다. 그 몬스터는 발톱이 있는 자신의 손을 찔린 곳에 대고 내려다보다가 다시 그를 보았다. 녀석의 눈은 빛을 띠었는데 어두운 밤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링크는 자신의 일격이 치명적이기를 바랐다. 그런데 이번 밤은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도마뱀은 몸을 숙이며 갈지자를 그리며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내달렸다. 무기가 없었기에 놈은 자신의 발톱을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이 전투를 빨리 끝낼 생각으로 링크는 검을 휘둘렀지만 이 도마뱀은 옆으로 쉽게 피하더니 큰 쉿 소리를 내면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그의 방패로 발톱이 달린 손을 막았지만, 팔에 솟구친 다른 고통을 느끼자 다른 팔에서 온 공격을 맞았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는 그 고통을 이를 악물며 버티고 뒤로 비틀거렸다.
도마뱀은 숨을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녀석은 이빨이 달린 입을 열면서 그의 목을 노리며 앞으로 뛰었다. 그는 몸을 숙이고 옆으로 비켜서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둘은 그렇게 교전하면서 누구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링크는 검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진창과 같은 지형과 어둠은 도마뱀을 도와주는 것 같았다.
그는 도마뱀의 꼬리를 어떻게든 잡아서 꿈틀거리는 부분의 3센티미터 가랑이를 잘라버렸다. 그 도마뱀은 크게 쉿소리를 내면서 몸을 비틀면서 발톱을 마구 휘둘렀다. 녀석의 손 중 하나는 그의 방패의 손잡이에 걸리더니 그의 팔에서 뜯어내 버렸다.
그는 재빠르게 뒤로 뛰었고 큰 호를 그리며 검을 휘둘렀는데, 도마뱀은 다시 뒤로 피했다. 놈은 몸을 굽히면서 위협적인 소리를 냈고 그 눈은 길에 있는 푸른 등불의 창백한 빛에 빛나고 있었다. 링크는 기다렸지만 도마뱀은 그러지 않았다. 녀석은 앞으로 뛰면서 발톱이 달린 발을 앞으로 하면서 발톱을 그의 가슴으로 겨누었다. 그는 옆으로 비켜서서 검을 치켜들어 그 몬스터의 가슴 부분을 깊게 베었다. 도마뱀의 몸은 그의 검에 기대버렸고 그 속도로 인해 링크의 손에서 검이 날아갔다. 도마뱀은 땅에 부딪히더니 한동안 구르다가 멈추었다.
그는 녀석이 다시 일어날지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시커족 사당에서 꺼내 온 가디언 나이프를 꺼내면서 앞으로 뛰었다. 날은 진동하면서 밝은 푸른 빛과 함께 나타났고, 그는 이를 아래로 향하게 하면서 도마뱀의 무방비한 몸에 찔러 박았다. 도마뱀은 격렬하게 몸을 떨면서 발톱이 달린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더니 축 늘어졌다.
그는 떨어진 검을 다시 주웠고 가디언 나이프를 다시 허리에 찼다. 길에서 들리는 소리와 그림자를 보자 아직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그 도마뱀이 저격을 하고 있던 지점을 바로 찾아갔다. 그 자리에 선 그는 그 전기의 화살 한 대로 인해 조라족이 열세에 몰린 것을 보자 꽤 낙담했다. 조라족 둘이 쓰러졌고 남은 이들이 그 둘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부상과 피로가 그들의 반응 속도를 이미 느리게 했다. 그가 보고 있는 동안에 도마뱀 하나가 창격 하나를 피하면서 앞으로 달렸고, 발톱으로 조라족 하나의 허벅지를 베었다. 그녀는 한 무릎으로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고 동료는 그의 창으로 도마뱀을 막아냈다.
링크는 검을 다시 칼집에 넣고 도마뱀이 떨어뜨린 활과 노란 촉의 화살을 집었다. 그는 그가 화살을 당길 때 그 촉에서 빛이 나면서 전기가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자 꽤 놀랐다. 전기가 화살촉에서 끝나지 않고 뒤로 튀어서 그의 손으로 흐르자 그의 팔에 경련이 들었다. 그 충격으로 인해서 화살을 놓아버릴 뻔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조라족에 공격을 가하려 하는 도마뱀들을 겨누었다. 아까 쓰인 전략을 기억하면서 그는 녀석들이 서 있는 아래쪽의 물웅덩이로 목표를 낮추고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떠나가자 그의 팔에서 바로 마비가 사라졌고 그는 활을 내던진 뒤에 손가락의 힘을 풀었다. 화살은 곧게 날아가서 물에 살짝 박히더니 강렬한 전기의 빛으로 번쩍였다. 완전히 예상을 못한 채로 당한 도마뱀들은 전기가 그들의 몸을 내달리자 고통에 씩하는 소리를 내었다.
찰나의 순간 나머지 조라족과 도마뱀들이 도마뱀 측이 전기로 인해서 부들거리며 쓰러지기 시작한 상황에 당황하여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조라족들이 함성을 지르며 방어선에서 뛰어나왔다. 남은 도마뱀들은 자신들의 동료들이 쓰러지는 상황에 당황하여 저항할 틈도 없이 은빛의 조라의 창에 하나둘 쓰러졌다.
링크는 천천히 나무에서 나왔고, 조라족이 그에게 창을 겨누자 그는 위협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두 손을 들었다. 그의 예상대로 조라족은 서로를 보더니 창을 내렸다. 그러나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조라족 중의 한 명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링크? 당신이야조라?”
“링크라고?” 다리를 다친 조라족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올려보았다. 그녀의 피부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연보라색이었다.
“링크? 그럴 리가, 그때 분명 죽었을…” 다른 조라족이 헷갈려하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의 눈에 알아본다는 눈빛이 돌았다. “여신님 맙소사…”
링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조라족의 일부는 그가 누구인지 정말 잘 아는 것 같았다. 이 조라족은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남색 피부를 가진 조라족이 미소를 띠며 그에게 다가온 것이다.
“접니다, 스바바! 아마…기억을 못하겠군요조라. 그대가 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저는 많이 어렸고, 이제는 거의 100년이 지났으니까요. 그런데…” 스바바라 불린 그 조라족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100년이나 지났는데, 제가 지난번에 뵈었을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군요조라. 그것은 하일리아인에게는 일반적이지 않은 특징이지요?”
“그…그게…” 링크는 눈이 커진 채로 말을 더듬었다. 갑자기 조라의 마을로 가는 것에 후회가 몰려왔다. 그를 알아보는 조라족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들은 적이 없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조라족의 수명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지만, 더 나이가 들었어야 맞았을 것이었다.
“가디슨, 그일 리가 없어조라.” 다른 조라족이 보랏빛의 여성 조라족을 보면서 말했다. “그는 죽었어.”
“리트반, 자세히 봐.” 가디슨이라 하는 보랏빛 조라족이 말했다.
“그러고 있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군요.” 링크가 말했다. 더 숨겨봐야 의미도 없었다. “그쪽이 생각하는 그 사람은 맞는데 기억이…다 없어졌습니다.”
이 말의 뒤에 침묵이 이어졌다. 조라족의 눈 여럿이 그에게 향했고 그는 지금 이 상황을 만든 신들에 속으로 짜증을 냈다. 대비를 조금도 시켜주지 않은 임파와 프루아에게도 속으로 분노했고 애초에 그를 구해준 공주에게도 원망을 하려 했지만 간신히 막았다.
물갈퀴의 손 한쌍이 서로 박수를 쳐서 모든 조라가 벌떡 일어나게 했다. 가장 키가 큰 이 조라족은 붉은 피부에 어깨에 견장이 붙어 있는 것 같았고, 그는 다른 조라족의 뒤에서 걸어 나오더니 큰 미소를 지으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뭐, 나는 그대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은 없어.” 그가 걸어오면서 말했다. 갑자기 그 조라족은 링크의 손을 잡더니 신이 나서 흔들었다. “그대가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까! 아까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없었을 거야.”
키가 큰 조라족은 계속 링크의 손을 흔드는 동안에도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경비병들이여! 우리는 이 하일리아인에게 은혜를 입기는 했지만, 여기 그저 서서 리잘포스들이 다시 우리를 기습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겠지?” 그의 목소리에는 편안한 근엄함이 담겨 있었다. “모두 나아간다! 숲을 수색해라. 충분히 정찰한 것 같으니, 아침에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
다른 조라족들은 주먹을 그들의 가슴에 대면서 경례를 하더니 도로 양 옆의 나무로 흩어져 나갔다. 스바바라고 한 조라족은 링크의 어깨에 손을 한번 얹더니 힘을 주고 다시 숲 속으로 나아갔다.
다른 조라족들이 모두 가자 키가 큰 조라족은 미소를 유지한 채로 링크의 손을 놓았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고개를 낮추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이제 괜찮나?” 링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조라족은 그가 찾던 대답을 들은 듯 다시 꼿꼿이 섰다.
“링크라고 했던가?”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라족은 모습이 특이했다. 그의 눈 바로 위의 코에서 작은 돌기 둘이 양옆으로 날개를 펼친 것처럼 나와 있었고, 머리 뒤쪽의 등지느러미는 그의 등 한가운데까지 나 있었다. 그가 본 다른 조라족과는 달리 정수리에 등지느러미가 하나 더 있었고, 마치 조라족의 왕관처럼 보이는 은빛 장신구가 있었다.
“훌륭하군! 내 이름은 시드, 조라의 마을의 왕자지. 그리고 그대는 내가 찾던 이야.”
“제가 오는 거를 아신 겁니까?”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아, 그건 아니야!” 시드는 늘 미소를 짓는 것 같았고 목소리도 쾌활했다. “헌데 우리 조라족이 좀 어려운 상황에 있어서…”
“신수 말입니까?”
시드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얘기를 들었나 보군! 그래, 루타가 최근에 폭주하고 있어. 이 비도 다 루타가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를 빨리 멈추지 않으면 동쪽 저수지가 범람해서 조라의 마을과 하이랄의 대부분이 물에 잠길까 염려가 돼.”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조라의 마을과 하이랄을 물에 잠가 버린다니… “사실 그 때문에 온 겁니다. 무슨 임무를…받아서요. 신수의 기능을 되찾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좋아!” 그의 외침으로 링크는 깜짝 놀랐지만 조라의 왕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다시 크게 손뼉을 쳤다. “정말 잘 되었어. 아버지는 이 말에 굉장히 기뻐하실 거야. 그리고 그 늙은 고집쟁이 상관이 전기의 화살에 감전을 안 당하게 되겠지.”
“시드 왕자님, 저…”
“아, 그냥 시드라고 불러. 모두가 그러니까.”
“예. 시드, 신수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일단 알려주시면 바로 가서…”
“아니, 그건 너무 일러. 일단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고 아침에 조라의 마을로 향할 거야. 아버지가 그대와 말을 하고 싶을 테니까. 그분은 그대를 늘 높게 평했고 또…” 시드의 태도가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았는데, 잠시일 뿐이었다. “누님에 대해서 자네와 말하고 싶어할 테니까.”
“누님…이라고요?”
“미파 누님 말이야.”
찬 기운이 그의 심장을 감싸더니 움켜쥐는 느낌이었다. 시드 왕자, 미파 공주, 조라족의 왕. 임파는 분명 이를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링크가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왜 임파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인지, 왜 그 누구도 이것에 그를 대비시키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시드는 다시 외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좋아!”
링크는 하나도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날 밤 내내 비가 왔는데 조라족은 조금도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편하게 땅에서 잤지만 링크는 가장 두꺼운 나무 그늘을 찾아 그 밑에서 몸을 웅크렸다. 천막을 쳐 보았지만 비를 피할 공간은 많이 만들어주지 않았고 불을 피울 수도 없었다. 조라족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날로 먹었다. 그들은 잡은 고기의 일부를 링크에게 건넸지만 그는 남은 양식을 먹기로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날 밤에 리잘포스의 공격은 더 없었다. 몇몇 조라족이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지만 심각한 부상은 없었고, 그나마 리트반이 감전을 당하는 바람에 아직도 정신이 흐릿한 것 같았다. 보아하니 조라족은 전기에 꽤 취약한 것 같았는데, 시드는 이를 사실이라 했고, 그는 링크가 리잘포스의 전기의 화살로 반격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꽤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시드를 따라온 대부분의 조라족은 대재앙 이전의 링크를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스바바는 링크가 조라족 여럿에게 검술과 창술을 가르쳐 줬다고 하였다. 시드는 그 말에 꽤 신이 난 것 같았고, 링크에게 그의 경비병은 조라의 마을의 전사들 중에서는 가장 강한 이 중 하나라고 하였다.
하는 수 없이 링크는 조라족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와 이 조라족들은 한때는 서로 친한 것 같았고, 이들에게 진실을 설명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났다. 그들은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었고, 그가 설명을 마치자, 모두는 그의 기억 손실이 중요하지 않다고 선뜻 말했다. 그들의 친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링크는 이에 어떻게 말할지 몰라 조용히 있었다.
다음날 아침은 안개로 흐릿했고 비가 더 많이 와서 다시 길로 돌아가서 걷고 싶었다. 서로 논의를 마친 뒤 시드는 조라족 몇 명을 그들의 마을로 강을 거슬러서 돌려보내 무슨 일이 일어났고 링크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렸다. 시드와 남은 셋인 스바바와 가디슨, 그리고 리트반은 그와 같이 걷기로 했다. 그는 처음에 그들이 걷는 동안 자신이 말을 타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곧 그들이 진흙을 걸어갈 때에 그만큼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링크보다 키가 컸지만 그들의 갈퀴 발은 진흙에 빠지는 것이 아닌 진흙 위를 걷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고 그들의 발자국도 깊게 나지 않았다.
그날은 링크의 예상보다 더 편하게 흘러갔다. 시드를 포함한 이 조라족은 확실히 서로 알고 있던 친구들이었던 모양으로, 서로 편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그들은 100년 전의 이야기들도 링크에게 들려주었다.
링크가 처음 조라의 마을에 왕실 기사였던 아버지와 왔을 때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고 하였다. 스바바와 가디슨과 리트반은 그때에는 아직 어린이었기에 소년이었던 링크와 즐겁게 놀았다고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링크는 나이를 먹었지만 조라족은 하일리아인보다 나이를 먹는 속도가 더 느렸다. 가디슨은 링크를 마치 오빠처럼 보았다는 말을 했고 그 말에 다른 두 조라족은 껄껄 웃었다.
이 성숙한 정도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링크가 이 세 조라족에게 검술을 가르쳤다고 하였다. 전투 기술을 배우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링크는 어릴 때부터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나이를 먹자 그 어린이들에게 그가 알고 있는 것을 기꺼이 알려주었다.
“물론, 나중에는 공주님과 같이 오셔서 저희와 같이 시간을 보낼 틈을 내지 못했죠.” 리트반이 지나가듯 말했다.
“그래도 미파님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셨잖아?”
“그렇기는 하지…”
링크는 이 말에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시드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과거의 링크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는 했다. 다른 조라족보다 스무살은 더 어렸기 때문에 대재앙 이전의 기억은 많이 흐릿했다고 한 것이었다. 링크는 그렇다면 미파에 대한 기억도 없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것도 꽤 비극적이었다.
그러다 그들은 다시 리잘포스들을 더 마주쳤다. 이들은 전날의 무리보다는 정돈이 잘 안되어 있었고 다행히도 전기의 화살도 없었다. 그래도 링크는 조라족과 같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놓였다. 그들이 없었다면 상류로 홀로 올라갈 수 있었을지 자신이 없었다. 리잘포스들은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본능에 충실한 몬스터처럼 싸워서 보코블린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전투 이후 링크는 조라의 영역 근처에 리잘포스가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조라족과 리잘포스들은 많은 세대 이전부터 서로 숙적이었어.” 시드가 창을 길에서 조금 떨어진 웅덩이에 잠깐 담갔다가 꺼내 끝에 묻은 녹색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전설에 의하면, 오래 전, 그러니까 하일리아인이나 고론족이 이 땅에 나타나기 전, 조라족과 리잘포스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았다고 해. 허나 그 당시에는 땅은 물이 얼마 없는 덥고 메마른 대지였다고 하지. 조라족은 물에서 살고 리잘포스들은 작열하는 대지를 차지했어. 시간이 지나면서 리잘포스는 조라 강의 시원한 물을 탐내기 시작했고, 조라족에게 물의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어.
“당대의 조라족은 중심 강의 지류들을 넘기는 것에 동의했지만, 어린이들의 놀이터이자 최상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강 그 자체를 넘기는 것은 거부했어. 리잘포스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조라족을 강에서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공격했지.
“두 종족은 여러 차례 격돌했지만 리잘포스는 그들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고, 조라족은 강에 계속 남게 되었어. 차차 조라족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현명해졌지만 리잘포스 종족은 내분으로 서로 분열되었지. 일부는 서쪽의 사막으로 가서 반대쪽에 있을 물을 찾아나섰고, 다른 이들은 산으로 이주하여 만년설에서 더운 열을 피하게 되었지.
“하지만 일부는 조라족 근처에 남아 오래 전, 조라족과 리잘포스가 큰 강을 두고 격전했던 옛 시대를 기억하고 있어. 이제 땅은 더 이상 메마른 땅이 아니고, 대부분의 지류들도 각각의 강으로 늘어났지만, 이 리잘포스들은 아직도 조라족을 강에서 몰아내고 수원지를 자신들이 차지하기를 바라고 있어.”
시드의 이야기가 끝나자 한동안 침묵이 감돌다가 시드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뭐, 전설에는 그래. 내가 볼 때는 그냥 내 창에 찔려 죽으려고 달려드는 멍청한 도마뱀 떼로 보이거든.”
다른 조라족은 웃고 왕자를 칭송했고, 링크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시드는 잠시 경비병들이 다시 북으로 여정을 계속하기 위해 길로 돌아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그들이 귓가에서 멀어지자 그는 굳은 표정으로 링크를 돌아보았다.
“사실, 리잘포스들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 그가 말했다.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그를 보았다. “예전까지는 그냥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처리하기가 꽤 쉬웠는데, 최근에 들어서 더 큰 무리를 이루며 모이고 있어. 20년 전만 해도 어제 마주쳤던 그런 매복작전을 세울 수가 없었을 거라고. 더 교활해지면서 그들의 전략도 바뀌고 있어.”
“얼마나 나쁩니까?” 링크가 조금 다가가면서 물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강 상류 쪽에서 우리가 싸웠던 무리 정도의 크기는 없었던 것 같아. 아버지에게 말씀을 올려서 정찰을 더 강화해야한다고 해야겠어. 바 루타의 비가 저들을 더 대담하게 하는 것 같아.”
시드는 억지 미소와 함께 링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른 조라족을 향해서 갔다. 링크는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스피릿에게 돌아가서 푹 젖은 안장을 조심스레 잡고 다시 올라탔다. 스피릿은 이 비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는 스피릿의 목을 편하게 쓰다듬었다.
“거의 다 왔어…”
그날 저녁에는 조라대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걸어서 여행하는 동안에는 각자의 훌륭한 석조로 되어 있는 여러 다리를 거쳐갔는데, 강의 지상 수원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다리에는 비견될 수 없었다. 루토산을 돌아서 이동하자 링크는 지금 그들이 강 위에 얼마나 높이 있는지에 놀랐다. 돌다리가 산에서 시작해 발 밑 멀리 있는 강을 건너서 조라강 한가운데에 서 있는 돌기둥으로 이어졌다.
이 큰 돌기둥에서 조라대교가 시작된 것이다. 다리 그 자체는 거의 최소 6미터는 되는 것 같았는데, 확실히 보이는 지지대가 없는 것을 제외한다 해도 그 자체로도 꽤 대단한 건축물이었다. 이 다리는 기둥의 양 옆으로 파고들어갔고 조라강 상류로 따라 올라가서 큰 폭포를 올라가 조라의 마을의 주요 광장으로 이어졌다. 마을은 아직 비에 의해서 가려질 정도로 멀리 있어서 그 모양과 크기만 링크가 간신히 알아볼 정도였다.
다리는 망루들과 비슷했던 아름다운 흰색과 회색의 돌로 되어 있었으며, 돌의 아치들이 비슷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다. 각 기둥은 아름답게 조각된 돌로 그 꼭대기에는 빛이 나는 흰색 보석이 있어 밤에 여행하는 이들을 위해서 길을 밝혔다. 그 다리의 광경은 꽤 대단했는데, 그 위를 걷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동시에 불안했다.
그는 다리에 도착하자 스피릿에서 내려 고삐를 이끌고 다리 위로 이끌었다. 가능하다면 다리 위에서 말을 타고 가기는 싫었다. 강이 그들 밑에 굉장히 멀리 있어서 링크는 자신이 떨어지자마자 패러세일을 펼쳐도 충분히 붙잡고 있을 수 있을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두려움은 그가 이 돌길을 건너가면서 느낀 그 놀라움에 다 밀려서 사라졌다.
“아, 처음 보는 광경이겠군.” 시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기억상으로 처음이겠지?”
링크는 그를 흘긋 보았고, 처음으로 자신이 기억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별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시드가 옳았다. 이것은 그가 이전에 기억을 못하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의 장관이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스바바가 멀리 있는 그들의 마을 쪽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제대로 된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조라.”
그들은 꾸준히 내리는 비를 헤치면서 다리를 건너 10분을 걸었고 그제야 조라의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까워지자 링크의 눈에 몇몇 발판과 길, 돌기둥, 그리고 가운데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무언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까이 갈수록 마을이 더 눈에 들어왔고, 그에게 내리는 비에서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비구름의 그림자 아래에서도 마을은 꽤 아름다웠다. 원형의 여러 층을 따라서 지어졌고, 많은 돌길이 복잡한 길과 발판을 둥글게 돌아가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더 먼 쪽에서 다리의 끝이 가장 낮은 층으로 이어졌는데 가운데에 분수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서있는 광장으로 이어졌다. 가장 아래의 층은 가장 넓어서 광장을 넘어 도시의 기반을 만들고 있었다. 이 층에서 구불거리며 올라가는 길이 마을 주변을 감쌌고 여러 발판으로 연결되면서 위의 층들과 이어졌다.
광장의 양 옆에서는 반원형의 계단이 올라가면서 조라의 마을의 2층으로 이어졌다. 링크의 시야에서는 여기에서 대부분의 길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마치 바퀴살처럼 여기서 나오는 다리들이 조라의 마을이 위치한 분지의 양 끝의 암벽들로 이어졌다. 링크는 더 멀리에 다리와 암벽을 따라서 더 많은 건물들이 지어져 있는 것도 보았다.
마을의 가장 위의 층에는 웅장하면서도 빛이 나는 궁전이 세워져 있었다. 링크가 시커 스톤의 사진 앨범에서 본 건물이기는 했지만, 사진은 실물로 보는 것의 웅장함은 재현하지 못했다. 마치 거대한 물고기의 형상으로 꼬리 지느러미가 뒤집혀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수천 수백의 은빛 비늘이 물고기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꼬리지느러미는 다른 조라족 건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희고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어 흐릿한 빛을 궁전 위에서 내어 아래로 비추고 있었다. 물고기의 입은 궁전의 입구를 만들고 있어 모두가 들어갈 수 있었지만, 비로 인해서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을 전체는 강의 수원지인, 아래에 있는 거대한 호수에 세워진 크고 하얀 돌기둥 위에 서 있었다. 마을의 크기에 비해서 기둥들은 너무 가늘어 보였지만, 그가 들은 바를 정리하면 이 다리들은 수천년 동안 끄떡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을은 돌과 머리 위의 회색 구름이 반사되어 보이는 반짝이는 수정으로 이뤄진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을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링크는 확실히 이를 본 적이 있었다. 사진이나 기억 속에서 본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딘가 깊이, 링크의 마음속 깊이에서, 그는 여기에 온 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저 궁전을 본 적이 있었다. 이 길을 걸은 적도 있었다. 놀기도 했는데…
“어서, 스바바! 나를 잡으려면 더 빨리 달리라고!”
갑자기 머리 속에 무언가 스쳤다. 거대한 호수를 내려다보던 길을 달렸었다. 잘못 디디면 바로 끝에서 떨어지지만, 어린이가 그것을 고려할 리는 없었다…
“링크, 천천히! 조심하지 않으면…링크!”
발이 미끄러지고 허공으로 갑자기 몸이 날았고, 한 손이 그의 팔을 굳게 잡았다.
“조심해야지, 얘. 너 같은 하일리아인은 여기서 떨어지면 큰일나…”
금빛 눈, 둥근 얼굴의 양 옆으로 내려오는 붉은 지느러미, 지느러미의 양 옆에 걸린 금빛 장신구, 그리고 따뜻한 미소까지.
“고맙습니다, 미파님! 조심하라고 하려고 했어요.”
조라의 마을, 스바바, 미파. 모든 것이 여러 소리와 색으로 그의 생각 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피릿의 두꺼운 목에 손을 얹으면서 몸을 지지해야 할 정도로 비틀거렸다. 앞에서 조라족들이 길에 섰지만, 그를 돌아본 이는 없었다.
“아하, 무즈리가 오는군! 늙은이가 나를 걱정하고 있던 건가?”
그는 조라의 마을에 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아직 어린이에 불과한 때였다. 스바바도 당시에는 어린이였다. 그들은 조라의 마을 양 옆으로 뻗어나간 다리 위에서 뛰고 있었는데, 그 같은 하일리아인이 놀기에는 위험한 곳이었다. 그가 계단에서 발가락이 채였고, 비틀거렸고, 그 밖으로 떨어질 뻔했었다. 그러다가…
“시드 왕자님!”
미파, 그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이 아닌 진짜 기억 속에서였다. 그는 그녀의 목소리도 기억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가 전부였던 짧은 기억에 불과했지만, 그는 그 기억에 매달렸다. 지금까지 되찾은 기억 중에서는 더 큰 것이었는데, 이 기억이 이전과 비슷하게 맥락이 없어서 헷갈리는 것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무즈리, 무슨 일이요? 왜 그렇게 놀란 거요? 무슨 큰일이라도 났소?”
그는 그녀를 더 기억하고 싶었다. 이 기억에서 그는 어린이였지만, 그가 나이를 좀 먹고 나서는 어떻게 되었는가 몰랐다. 영걸로서 여행하던 때도 아직 기억이 없었다. 그는 네 영걸들과 젤다 공주, 그리고 그가 한 자리에 모인 사진을 떠올렸다. 과연 가까웠을지, 친구와도 같았는지...
“왕자님, 아뢰옵니다조라. 당장 저 하일리아인을 마을에서 쫓아내셔야 합니다! 여기에 있을 자가 아닙니다!”
링크는 그의 앞의 광경에 바로 고개를 들어서 생각에서 깨어났다. 시드, 스바바, 리트반, 그리고 가디슨이 그의 앞, 다른 조라족 무리 앞에 서 있었다. 가운데에 서 있는, 납작하고 넓은 머리에 양 옆 멀리에 눈이 있는 조라족은 간신히 억누르는 분노로 링크를 보는 것 같았다. 그의 양 옆에는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조라족이 창을 들고 서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링크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보며 창을 단단히 쥐었다.
“무즈리,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요?” 시드가 물었다. “그가 누구인지 아는 거요?”
“시드 왕자님, 전 이 자를 잘 압니다. 이 자는 말입니다…” 무즈리라 한 자는 떨리는 손가락을 링크에게 가리켰다. “왕자님의 누님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란 말입니다.”
링크가 아직도 머리에서 보이던 미소를 짓던 미파의 아름다운 모습이 깨어져 버렸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Lizalfos = 리잘포스
Shock Arrow = 전기의 화살 (Electric Arrow)[Name glossary]
Bazz = 스바바
Rivan = 리트반
Gaddison = 가디슨
Sidon = 시드
Muzu = 무즈리
Chapter 13: 12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가만, 저 사람 말야…”
“미파님이…”
“책임이라고?”
속삭임이 들려왔다.
조라족이 그를 마을 안으로 데려가고 있을 때 링크는 이 말을 들었다. 주변의 조라족, 스바바와 그의 동료들 사이에서, 무즈리와 나이 든 조라족 사이에서, 그리고 이 무리를 본, 정확히 말해서는 그를 본, 여러 조라족 성인들 사이에서 들린 소리였다. 조라의 마을에서 그는 정말 잘 알려진 것 같았다.
“링링이라…?”
“빼앗아 버렸다니…”
“미파님의 죽음에 관여라고…”
그저 속삭임일 뿐이었다.
밤이 늦었지만 조라족은 그를 궁전으로 이끌어갔다. 보아하니 링크가 정말로 이 마을에 들어가고 있다면 왕이 그를 보고 싶어한 것이 확실했다. 그는 자신 때문에 딸을 잃은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우려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더 끔찍한 것은 그가 원망을 당하는 정확한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었다. 가논을 무찌르는 것에 실패한 것이 이유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비난에는 무언가 더 개인적인 것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생각으로 도피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더 많이 있기를 바랐다.
궁전에 가까워지자 마을의 아름다운 면모가 더 드러났지만, 일반적인 하일리아인의 마을과 두드러지는 차이도 보였다. 우선, 링크는 집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아래층에 작은 마구간이 딸린 여관 비슷하게 생긴 곳과 가게 몇몇은 보였지만, 집이라고 할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조라의 마을에 대한 다른 신기한 차이는 물이 늘 있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비로 인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도시의 대부분의 바닥에 물이 고이도록 지어졌다는 것이 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궁전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도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링크의 장화에는 이전보다 더 많이 물이 차고 있었다.
첫번째 의문에 대한 답은 그가 조라의 마을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다 올랐을 때 알게 되었다. 그는 조라족 어린이들이 궁전 밑의 공중목욕탕과 비슷한 곳으로 이끌리는 것을 보았고, 그냥 물 속에 눕는 것도 보았다. 다른 몇몇 어린이들은 이미 물 밑에서 잠이 든 것 같았다.
가디슨이 그의 얼굴을 본 것 같았는데, 얼마 뒤에 설명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조라족은 도시 밑의 물과 강에서 삽니다. 하지만 강의 흐름은 어린이들에게는 자는 중에는 알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어린이들이 잘 수 있도록 작은 물웅덩이들을 만들어 두었죠.”
“부모들은요?” 링크가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부모요? 대부분은 아래에서 자죠.”
“어린이들과 떨어져서요?”
“예, 그렇죠.”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웅덩이는 성인이 들어갈 정도로 크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성인들은 어린이들과 비교해서 강의 흐름에 많이 익숙합니다. 다만 지금은 급류가 늘어나서 하류에 있던 조라족들도 다 도시 밑으로 올라오기는 했습니다. 폭포가 있어도 더 조용하기는 해요. 그리고 조라의 마을 밖에 거주하는 이들도 이제는 얼마 없고요.”
그들이 궁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착하자 시드는 한번에 세 계단씩 올랐다. 무즈리의 얼굴을 돌아보자 링크는 그가 왕자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늘 그러했던 느릿한 발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궁전의 입구에 도착하자 시드의 경비병과 무즈리를 따라온 경비병들이 떨어져서 다른 길로 갔다. 대부분은 다른 일을 하러 보내져 스바바와 무즈리를 따라온 나이든 조라족 하나만이 입구에 경비를 서게 되었다. 스바바는 링크를 보며 미소를 지었고, 들어가 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링크는 무즈리 뒤 몇 발짝 떨어진 채 궁전으로 들어섰다. 들어선 뒤 그는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궁전은 당연히 굉장히 컸지만 개방적이기도 했다. 링크가 예상한 것처럼 여러 층이나 방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하나의 거대한 돔이었다. 바닥에는 깊은 연못이 있어서 방 밖에 반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궁전의 바깥쪽 벽에는 주변 지형이 보이는 열린 창이 있었으며, 방 양쪽에는 두 폭포가 아래의 호수로 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방의 가운데에는 큰 왕좌와 같은 조각이 조라의 마을을 지은 것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마치 큰 그릇 형태로 기울어진 형태였다. 왕좌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도 보였다.
링크는 이 궁전 전체를 한번 돌아보았지만 왕좌에 앉은 한 인물에 특히 눈이 향하고 있었다. 시드가 일찍이 링크에게 언급했던, 도레판 왕은 링크가 본 다른 조라족보다도 훨씬 컸다.
다른 조라족이 물고기였다면, 도레판 왕은 고래의 크기였다. 그는 왕좌에 앉아 있었는데도 오른쪽으로 기운 그의 머리는 링크와 시드보다도 높이 있었다. 그의 피부는 링크가 본 다른 조라족처럼 남색이며 흉부는 흰색이었다. 그리고 그도 다른 조라족처럼 그의 머리의 양 옆에서 두꺼운 지느러미가 넷이 나 있었고 그의 눈 위에는 코가 얼굴의 가운데로 내려오는 것처럼 나 있었다. 그는 다른 조라족보다 몸집이 컸지만 그게 다 살인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근육으로 보였는데, 그의 팔과 가슴, 어깨까지 다 육중했던 것이었다. 그의 팔만 보아도 링크의 몸보다 커 보였다. 왕은 팔과 가슴, 그리고 머리에 여러 개의 상처가 나 있었다. 활동을 하던 과거에는 전사였던 것으로 보였다.
왕은 머리를 숙여서 링크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말하고 있는 무즈리의 말을 듣고 있었다. 허나 왕은 무즈리와 동의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고개를 젓고 링크를 다시 유심히 바라본 것이다. 그는 곁눈으로 시드가 왕좌 앞의, 참 다행스럽게도, 방을 덮고 있는 발목 높이의 물의 위로 올라온 마른 바닥을 슬쩍 가리키는 것을 보았다. 그는 조심스레 계단 위로 올라가 바닥 위에 섰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도레판 왕이 크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이랄의 영걸, 링크여.”
그는 왕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로서 왕족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것이다.
도레판 왕은 미소를 지어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었고 더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몸을 굽혔다. “다시 보게 되어 반갑구나. 내가…우리 모두가, 대재앙에서 자네도 쓰러졌다고 들었다네. 친구여, 살아난 것이 다행이네. 헌데 어떻게 살았고 지난 100년간 어디에 있었는지는 궁금하네만.”
링크는 숨을 들이쉬고 입을 축였다. “그게…” 그는 목소리를 크게 하기 위해 목을 조금 가다듬었다. “대재앙 당시에 쓰러진 것은 맞습니다. 고대 시커족의 공간으로 보내져서 회복하기는 했지만…”
“시커족이 그런 기술이 있었는데도 알리지 않았다는 말인가?” 무즈리가 입을 열었다. “그 기술이 있었다면 아마도 목숨을 구할…”
“무즈리, 진정하게.” 도레판 왕이 손을 들며 말했다. “계속 말해보라, 링크.”
“회복을…하기는 했지만, 꽤 느렸습니다. 지난 100년간은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폐하. 그리고…기억을 다 잃었습니다. 깨어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도레판 왕은 씁쓸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참 안된 일이군. 자네가 여기에 있을 때 꽤 좋은 추억이 많이 있었는데 말이지. 잃은 기억을 되찾을 방법은 없는 건가?”
“그게…” 그는 마을로 오면서 떠올랐던 기억의 조각을 생각하며 머뭇거렸다. “차차 돌아올 것 같습니다. 몇몇 조각들이 기억이 나기는 했지만…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도레판 왕은 미소를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대는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여기 머물다 보면 더 떠오를 걸세.”
“그렇기를 바랍니다, 폐하.”
“그럼 딸 미파에 대해서는…” 왕은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기억도 다 사라진 건가?”
링크는 그 질문에 인상을 썼고, 마을에 들어서면서 떠오른 작은 기억을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결국 그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랬습니다만, 마을에 들어서자 무언가…떠올랐습니다. 일부일 뿐이기는 하지만, 나머지도 다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친구였다는 것은 기억납니다.”
“둘도 없는 친구 그 이상이었지.” 왕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그대와 미파는 꽤 가까웠다네, 링크. 여기에 있는 동안 더 기억이 나기를 바라네.”
“아바마마,” 시드가 왕좌의 옆에서 말을 꺼냈다. “누님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링크는 다른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으로 압니다.”
“아, 그렇지.” 도레판 왕이 그의 아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 그렇고 말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 말고도 중요한 일이 더 있었으니까.” 왕은 다시 링크를 보며 몸을 앞으로 굽혔다. “시드 왕자는 자네가 우리가 바 루타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는 일로 왔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폐하. 허나 또 있습니다.” 링크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네 신수를 모두 탈환하려 합니다. 재앙 가논을 막기 위해서 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침묵이 감돌았다. 왕은 얼굴이 굳은 채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링크는 그의 눈을 바라보면서 별로 느껴지지 않는 자신감을 억지로 보이려 했다. 희망, 임파는 그가 희망이라고 했었다. 과연 그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친구여, 그대가 맡은 임무에 대해서는 꽤 안타깝게 생각하네.” 왕은 마침내 말을 꺼냈다. 그의 눈에 희망이 다시 감돈 것 같지는 않았다. “허나 그대가 도움을 주겠다니 꽤 고맙군.”
무즈리는 흠칫하더니 거칠고 급하게 말을 하였다. “폐하, 하일리아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저 신수를 진정시킬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번에 그들과 연루되었을 때 그 결과로 저희는…”
“그 대가는 잘 알고 있네.” 도레판 왕은 아까는 없던 예민한 말투로 말을 하였지만 그의 신하의 눈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조라족보다도 더 큰 문제네. 우리 모두가 대재앙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으니.”
무즈리는 말을 더 하고 싶은 눈치로 입을 머뭇거렸지만 왕의 질책은 확실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뒷짐을 다시 지었다. 그의 노려보는 눈빛은 다시 링크에게로 향했다.
“자.” 왕이 시드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시드, 지난주에 네가 말했던 그 계획 말이다. 그때는 불가능하다 생각되었는데, 이제는…”
“아바마마, 제가 생각하기엔…그것은 조라족의 문제에 더 가깝지 않습니까? 링크가 이곳에 오게 된 목적 그 이상의 빚을 지우는 것은 과한 것 같습니다.”
링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조라족을 바라보았다. 둘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도레판 왕은 가볍게 웃었다. “시드, 뇌수산을 점령한 마지막 놈을 처치한 것이 누구였다고 생각하는가?”
“폐하?” 링크가 말을 꺼내자 두 조라족이 시선을 끌었다. “신수를 제압할 수 있는 계획이 있으면 듣고 싶습니다.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도레판 왕은 이 말에 따뜻하게 미소를 짓더니 시드를 한번 바라보았다. 시드는 알겠다는 듯 한숨을 가볍게 쉬고 링크에게 다가갔다. 그는 높은 발판에 선 링크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로 키가 컸다.
“그래, 그대의 도움은 이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큰 도움이 되겠군.” 그가 말했다. “사실은, 루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했는데, 단 하나를 빼고 아무 소용이 없었어. 전기의 화살이야.”
“리잘포스가 사용하던 것 말입니까?”
“그래, 그거야.” 시드가 말했다. “얼마 전에 루타의 몸체에서 정확한 지점에 전기의 화살을 쏘면 임시로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 하지만 그대가 우리가 리잘포스와 마주쳤던 그 일에서 알 수 있듯이, 조라족은 전기에는 취약해. 우리가 전기의 화살을 문제 없이 쓸 방법이 없어.”
링크는 그가 화살을 쓸 때 느꼈던 그 충격을 기억했다. 화살을 쓰는 것은 불편한 것을 넘어서 쓰렸지만, 그렇다고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조라족이 더 취약하다면, 그 답은 하나였다.
“물론 그래도 시도는 해 보았지. 그리고 우리 중 한 명이 화살 한 대를 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두번째를 쏘려고 하자, 죽기 직전까지 갔어.”
“그러면 신수를 약화시킬 때에 전기의 화살을 제가 쏘면 되는 겁니까?”
“흠, 그래.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당연히 쉬울 리가 없었다. 시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게, 우리 조라족은 전기의 화살을 쓰는 적이 없어. 내가 알기로는 서쪽의 겔드 고지에서 찾는 재료로 만든다고 해. 우리는 전기에 약하다 보니 여기에는 볼 일이 없지.”
“그러면 처음 쏜 그 화살은 어디서 찾았습니까? 리잘포스들은요?”
시드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문제야. 신수에 쐈던 그 화살은 우연히 찾은 거야. 리잘포스들은…어디서 구했는지 알 방법이 없고. 마주친 모든 리잘포스 주둔지는 다 수색해 보았지만, 어제 쓰였던 그 화살은 정말 오래간만에 찾은 거야.”
“상인에게서 살 수는 없습니까?”
“가능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 루타가 자리를 잡은 동쪽 저수지가 안전 범위를 넘어서서 넘치고 있어. 둑이 무너지면 그 결과는 끔찍할 거야.”
링크는 시드가 말을 머뭇거리며 잇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조라족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남은 방법은 단 하나야. 뇌수산의 라이넬이다.”
“라이넬이요?”
“산에 자리를 잡은 무시무시한 몬스터다. 그 종족이 그런 적은 아바마마의 말처럼 처음이 아니야. 지난번에 놈이 그 자리를 점령하자 그대가 미파 누님의 부탁으로 쓰러뜨렸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링크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라이넬을 쓰러뜨리는 것과 신수를 제압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놈이 전기의 화살을 쓰기 때문이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물론 우리 나름대로 라이넬을 쓰러뜨리거나 몰아내 보려고 했지만, 녀석은 꽤 교활하면서도 위험한 적수야. 우리 중 용맹한 전사 여럿이 도전했지만, 살아 돌아온 이는 없었어.” 시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더 하려 했지만 아버지를 보며 말을 멈추었다. 링크는 시드가 아직 말을 하지 않은 자세한 사정이 있음을 느꼈다.
“링크, 이것으로 자네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한다는 것은 아네.” 도레판 왕은 다시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루타를 돌파할 유일한 방법은 전기의 화살이 유일하다는 생각이 든다네. 세곤이 쏜 화살 한 대는 효과가 좋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네. 우리 측의 학자들은 여러 대를 더 쏘면 완전히 가동을 중지시키거나, 최소한 잠재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네.”
링크는 시드와 도레판 왕의 얼굴을 각각 보아 그들의 씁쓸하면서도 부탁을 하는 얼굴을 보았다. 마침내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겠습니다, 폐하.”
라이넬을 무찌르겠다고 약속한 뒤 시드는 링크를 궁전 밖으로 데려갔다. 그는 무언가 실망스러운 얼굴로 따라오려는 스바바를 손짓으로 막으며 그저 링크를 여관으로 인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었다. 스바바는 하는 수 없이 둘만이 가도록 하였다.
둘은 한동안 조용히 걷다가 시드가 입을 열었다. “그게, 새 건물을 더 짓기 위해서 야광석이 더 필요하다고 들었어. 여기에 있는 동안에 그것도 좀 처리해 줄 수 있을까?” 그는 시드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시드는 눈이 마주치더니 씩 웃었다. “미안, 농담이야. 그냥…우리의 일을 다 그대가 처리하게 하는 것에 별로 마음이 내키지가 않아서. 라이넬은 우리 문제이면서 당장 급한 것도 아니거든.”
“전기의 화살을 구할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없지. 최소한 시간 내에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말이야.” 시드는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대가 할 일은 아니었어. 최소한 자네 혼자서 할 일은 아니야. 허나 아바마마는 내가 라이넬에 도전하러 가는 것은 막고 있어. 다른 조라족이 목숨을 걸어서라도 가겠다고 하면 막지 않으시는데, 내가 가려고 하면 막으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링크는 조용히 있었다. 시드는 링크를 바라보며 멋쩍어 하며 웃었다. “미안, 내 문제에까지 끌어들이려 한 것은 아니야.” 둘은 계속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계단은 링크가 멀리서 본 분수가 서 있는 넓은 마을 광장으로 이어졌다. 이제 가까이서 유심히 보니, 단순한 분수 그 이상이라는 것이 모였다. 삼지창을 아래로 향하게 하면서 서 있는 여성 조라족의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이었고, 삼지창의 양쪽의 촉에서 물이 튀겨지는 것 같이 돌이 조각되어 있었다. 물은 분수의 바닥에서 아래 바닥으로 흘러내려갔다.
링크는 그 조각을 유심히 바라보았고, 그 가녀린 여성스러운 몸체와, 창을 든 모습과, 꼼꼼하게 새겨진 그 부드러운 표정에 눈길이 갔다. 그러더니 그는 숨을 들이쉬었다.
“저것이 설마…?” 그는 광장을 빠르게 가로질러서 조각 바로 앞에 섰다.
시드는 그의 뒤를 따라서 그의 옆에 서서 조각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미파 누님이야. 영걸이었던…”
미파, 가까이서 보니 링크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에 대한 기억은 꽤 흐릿했지만, 조각가가 그녀의 얼굴의 작은 특징을 전부 묘사하는 데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링크는 허리띠에 손을 가져가 시커 스톤을 꺼냈다. 그는 화면을 몇 번 건드려서 곧게 서 있으면서 조금 수줍어하는 조라족 여성의 사진에 도착했다. 그녀는 긴 코와 큰 몸체, 그리고 네 다리가 나 있는 코끼리 모양의 거대한 기계 앞에 서 있었다. 신수 바 루타였다.
그는 그 사진을 조각과 비교했고, 그 모습을 꽤 비슷하게 묘사하기 위해서 들인 공에 꽤 놀라워했다. 조라족이 그녀를 얼마나 경외했는지에 대한 방증이었다.
그는 그의 옆에서 숨소리를 들었고 갑자기 시드의 얼굴이 링크와 비슷하게 내려와 있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큰 눈과 열린 입으로 보고 있었다.
“그것은 참…놀라운데.” 그는 놀란 채로 말을 꺼냈다. “그렇게나…”
링크는 시드를 슬쩍 보았고 그의 얼굴에 솟은 감정을 읽자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도 시커 스톤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무언가가 그의 기억에서 떠오르는 것 같았다. 무언가…
“100년 동안 누님을 이런 모습으로 본 적은 없었어.” 시드는 감정이 북받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지금은 잘 기억나지도 않아. 누님이 세상을 떴을 때, 난 아직 스물도 되지 않았으니까…
“정말 일부의 기억만이 떠올라. 한 예를 들자면 누님이 나와 세라의 폭포를 타고 올라간 일이 있었어. 내 기억상으로는…그대의 공주도 있었지.”
링크는 그의 주의를 다시 시드에게 돌리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 미파 누님이…우리의 고향을 지켜야 한다고 했고, 그리고…” 시드는 한동안 말을 망설였다. 마침내 그의 목소리에 의지가 굳은 채로 대답하였다. “그대가 라이넬에 맞서러 갈 때, 같이 가겠어.”
링크는 조라족을 바라보면서 이 일이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였다. 분명히 왕은 시드가 가도록 허락할 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도레판 왕의 자식 중 하나가 더 죽게 될 때 그가 책임이 있기를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시드가 이 부탁에 진심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는 이를 드러내며 웃고 곧게 섰다. “그래. 이 몬스터를 같이 처치하는 거야. 그대가 100년 전에 누님과 같이 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신수를 같이 제압하고 이 땅을 구하는 거야. 역사에 길이 남겠군!”
링크는 그에게도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가 있기를 바랐다. 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왕족의 자손을 또 치명적인 위기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신수에서 그들이 무엇을 마주할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제압을, 미파도 실패한 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어서 와!” 시드는 링크의 등을 한번 치며 몸을 돌렸다. 그는 여관을 향해서 가기 시작했다. “내일 라이넬을 쓰러뜨리려면 오늘은 좀 쉬어 두어야지.”
링크는 시커 스톤과 미파의 미소 짓는 얼굴을 다시 내려다보았고, 허리띠에 다시 차며 시드의 뒤를 따랐다.
링크가 도착한 여관은 꽤 편했지만 그가 있던 다른 여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다른 조라족의 가게처럼 반벽만 있어서 안으로 밤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그래서 여관의 공기는 시원하고 습했지만, 몇 개의 곤로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따뜻했다.
하나의 방에 여러 침대가 반원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고, 그 중에는 물로 찬 것으로 보이는 매트리스도 있었다. 참담하게도 그 침대에는 카시와가 자고 있었다. 그는 그 리토족이 벌써 갔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카시와는 당연히 링크가 조라의 마을로 온 일과 신수를 제압할 그의 계획을 캐물을 것이 분명했다. 그 사실은 주지해야 했을 것이었다. 이 시인에게 조용히 있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둘은 코다라고 하는 여성 조라족도 만났는데, 그녀는 링크를 보며 밝게 웃고 “링링, 정말 당신이네!” 라고 말했다.
시드는 링크에게 멋쩍은 웃음을 주고서 잘 자라고 말했고, 링크는 아주 신이 난 코다에게 지난 100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야 했다.
다음 날 아침, 한 조라족 어린이가 그에게 전언을 전달했는데, 지금 당장 궁전으로 와 달라고 하였다. 무언가 더 나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링크는 바로 옷을 입고 그 어린이를 쫓아서 왕궁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하자 카시와가 이미 도레판 왕과 시드, 그리고 무즈리와 같이 있는 당연한 광경을 보았다. 그가 일어났을 때 카시와가 이미 없는 것을 보았고 분명 이 음유시인의 태도와 목적을 생각하면 미파에 대한 정보를 왕족이라 할 지라도 그 가족들에게 물어볼 것이 분명했다.
카시와는 그 안다는 리토족의 미소를 지었고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이 조용히 지나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링크는 미소를 지으며 왕에게 눈짓을 하는 시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링크는 다시 올라선 바닥으로 올라가 큰 도레판 왕을 올려다보았다.
“링크, 잘 잤는가?”
“예, 폐하.” 링크가 대답했다.
“좋군. 금방 일을 시작하기를 바라는 것은 알지만, 지난 밤에 시드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조라의 마을이 그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최선을 주지 않고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네.”
“좀 언짢았다면 미안하지만, 전날 밤에 그대가 가지고 있던 검을 좀 봤어.” 시드가 앞으로 나서면서 은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에 사파이어가 장식되어 있는 아름다운 칼집을 들었다. 칼집의 바닥은 칼끝보다 넓었고, 반대쪽에는 칼 손잡이가 나와 있었다. “조금 닳은 것 같아서 말이야.” 그는 그 칼집을 링크에게 건넸고 그는 아무 말없이 이를 받았다.
그는 칼집에서 검을 꺼냈는데, 은빛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칼 손잡이는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갈고리 한 쌍 아래에 날개 한 쌍이 쌍십자 가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십자 가드의 가운데에는 사파이어가 박혀 있었다. 검은 바닥쪽은 넓고 가운데가 가늘어서 마치 창이 연상되었다. 그 끝은 다시 넓어지면서 창 끝처럼 되어 있었다. 조라족에 맞는 형태이면서도 꽤 가벼웠다.
꽤 아름답기는 했지만 그는 검이라면 조금 더 표준적인 모습이 낫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사용하던 검보다 질이 더 좋기는 했지만, 검이 가벼운 것이 그 내구성에 대한 암시가 아니기를 속으로 바랐다. 싸움 중에 검이 부러지면 다 끝인 것이었다.
그는 검을 집어넣고 시커족의 행동대로 인사를 하였다. 그게 감사를 표하는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는 하이랄의 궁의 정식 예법이 무엇인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고맙습니다, 폐하. 꽤…좋은 것 같습니다.”
그는 카시와가 조용히 웃는 것을 들었고 그는 인상을 한번 찡그리며 쏘아보았다. 리토족은 살짝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바로 세웠다.
“그래, 아주 좋군!” 도레판 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검이 사람을 더 빛나게 하는군. 오늘의 일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네. 자, 이제 아들이 뇌수산의 발치까지 자네를 배웅해 주겠다고 들었네.”
링크는 시드를 영문을 모른 채 바라보았지만 그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냥 혼자 보내서 길을 알아서 찾아가라고 예상한 것은 아니었겠지?” 그는 링크의 눈을 보며 눈짓을 한번 보내었다. 전날 링크가 느낀 두려움은 더 커졌다.
둘은 동쪽으로 향하는 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링크가 다시 여관으로 가서 그의 짐을 챙겨 온 것이다. 그는 방패, 활과 화살 (비에서 쓰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하루 분량의 식량, 그리고 망토를 챙겼다. 조금 생각을 한 뒤에 그는 산의 정상에서 재빨리 물러나야 할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챙겨두면 괜찮을 것 같아서 패러세일도 같이 들었다. 그 일이 없기를 내심 바라기는 했다.
그가 시드를 다리에서 다시 만나자 그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땅에 꽂은 채로 창을 당당히 들었고, 손을 들어서 맞이했다. 링크는 그가 자신이 든 검과 비슷한 검도 허리에 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참 좋은 날이지, 안 그래?”
이미 푹 젖은 망토로 인해서 벌써 한기가 느껴진 링크는 이 날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드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다시 다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링크는 시드의 넓은 보폭에 맞추기 위해서 발걸음을 빨리 해야 했다.
“저와 같이 가겠다고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은 겁니까?” 다리에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지자 링크가 물었다. 시드는 그를 놀란 얼굴로 보았다.
“당연히 말하지 않았지! 말했잖아, 아바마마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다고.”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럴 일은 없어. 하일리아인 영걸이 곁에 있잖아?”
링크는 그 자리에 서서 입을 잠시 깨물었다. “시드.”
시드는 서서 링크를 미소를 거둔 채로 보았다.
“저에 대한 무슨…전설들이 돌아다니는지는 모릅니다.” 링크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마 다 사실이고 제가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무슨 일을 마주하게 될 것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라이넬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러뜨려야 하는지 조금도 몰라요. 이것은 제가 해야 할 일이라서 하는 거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지고 다소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이 새겨졌다. “그럼 나는 좋아서 하는 줄 알아?”
“그게 아니라…”
“난 그 몬스터에게 친구 여럿을 잃었어.” 시드는 굳은 말투로 말했다. “여러 달 동안 우리를 위협했고 많은 조라족들이 놈을 처치하려고 덤벼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그럼 조라 여럿을 보내면…”
“그렇게 안 한 줄 알아?” 시드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링크, 우리는 부대 단위로 병사들을 보내서 놈을 처치하려 했어. 하지만 라이넬은 교활해. 그래서 전기의 화살을 쓰는 거야. 잘 들어, 조라족이 그 화살에 한 대만 맞아도 즉사야. 전날 리트반이 그 화살에 바로 맞지도 않았는데도 죽기 직전까지 갔다고.”
“그러니까 저 혼자서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니.” 시드는 팔을 가로저었다. “이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야.”
“왜요?”
“왜냐면…” 그는 링크를 한동안 보다가 다시 마을을 보았다. “고향을 지켜야 해서다.”
링크는 더 말리고 싶었지만 시드의 눈은 더 이상 설득될 눈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냥…조심하세요.”
“난 늘 조심하니까.” 시드는 다시 몸을 돌려서 멀리 있는 산을 향해 나아갔다. 링크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마침내 다리를 다 건너 산 발치의 풀밭으로 올라섰다. 뇌수산은 푹 파인 것으로 보이는 바위산으로, 북쪽에는 더 완만한 경사가 있었지만, 남쪽 능선은 안으로 들어가서 그 정상이 바 루타가 자리를 잡은 저수지 위에 걸려 있었다.
산을 오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비로 젖은 땅은 그 일을 더 위험한 일로 만들 것이었다. 혼자서 산을 오르려면 하루 종일 걸렸겠지만 시드는 이미 대비를 한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자 그는 근처의 수풀에서 큰 보따리를 꺼내어 링크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를 바닥에 두고 풀어서 여러 장비를 꺼냈다. 은빛의 조라의 활과 화살 한통, 긴 밧줄 뭉치와 등산용 대못이 있었다.
“사실, 조라족에게 산을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아. 그냥 폭포를 헤엄쳐 올라가면 되니까. 하지만 그대 같은 하일리아인은…이런 비가 오는 절벽을 타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야.” 시드는 그의 가슴에 밧줄을 두르고 활도 걸었다. 그는 허리에 화살통을 차고 그 안에 대못을 넣었는데, 그 화살통은 마치 물을 막을 수 있는 형태로 보였다.
“전날 밤에 두신 겁니까?” 링크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물론이지.” 시드가 다시 곧게 서며 말했다. “이거를 다 들고 그대와 같이 나왔다면 수상해 보이겠지, 안 그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죽지 마십시오.” 그가 말했다. “왕족이 또 죽고 제가 책임이 있다고 하면 무즈리가 절 저 물 밑으로 던져버릴 것 같으니까요.”
링크가 통제를 하기도 전에 그 말이 튀어나왔고 그는 인상을 다 써버렸다. 시드의 누나를 언급한 것이었다. 그조차도 이런 농담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시드의 기분은 더 상했을 것이었다.
시드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링크를 바라보았다. 얼마 뒤 그는 씩 웃고 크게 웃었다. “그걸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맞는 말이야!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무즈리와 원로들이 정말 그대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네.”
생각하지도 않았다니, 링크는 충격을 받아 그를 멍하니 보며 한 대 치기라도 해야 하는지, 아래에 물은 있으니 절벽에서 밀어버리기라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시드는 그의 입술에 손을 얹고 생각하듯 두드렸다.
“뭐…” 시드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아바마마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실 거야. 오랫동안 내가 라이넬에 맞서겠다고 의지를 표하는 모습을 보고 계셨거든. 사실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여기에 경비병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것이 좀 신기하기는 하지만…뭐, 어찌 되었건, 절대 죽지 않도록 노력해야겠군.”
“그래요.” 링크는 간신히 말을 했다. “그렇게 하세요.”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가자 둘은 놀라서 위를 올려다보았는데 큰 새의 형상이 머리 위로 지나갔다. 날개를 한번 펄럭이며 그 형상은 둘 앞에 내려 곧게 섰다. 카시와였다. 이번에는 악기를 들지는 않았지만 등에 작은 활을 메고 있었다.
“카시와,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링크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카시와는 시드에게 살짝 예를 갖추고 링크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일에 동행을 허락하시면 안되실까 해서요.” 그가 링크과 시드를 돌아보고 그가 챙긴 다른 장비들을 바라보았다. “허나 이제 보니 시드 왕자님께 여쭙는 것이 더 어울리겠군요.”
시드는 카시와가 나타난 것에 조금도 놀란 것 같지 않았고 늘 짓던 미소를 지었다. “시인이여, 새로운 노래의 영감을 찾으려 하는 건가?”
카시와의 목덜미의 젖은 깃이 살짝 흔들리고 그는 시드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말씀대로입니다, 전하. 제가 링크를 길에서 만났을 때에 그 분의 정체를 살짝 의심했습니다. 링크, 이를 일찍이 말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그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꺼림칙해 하시는 것 같아서요. 허나 이게 사실임을 확인했으니, 이 기회를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카시와, 이 일은 위험한 일입니다.” 링크는 이마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 먼저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정말 카시와가 마음에 들었지만 이것은 선을 넘는 것 같았다. “그냥…돌아가서 다 말하면 안 되겠습니까?”
“위험한 상황에서는 다 벗어날 것이라고 약속드리죠.” 카시와는 링크의 반대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이것은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링크, 괜찮을거야.” 시드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링크는 그를 보았고 그가 카시와가 조라의 마을로 돌아가 계획의 변경을 도레판 왕에게 알리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인가 싶었다.
입을 살짝 물면서 링크는 시드의 눈을 잠시 보더니 카시와를 보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습니다. 하지만 카시와, 지금은…과거의 일에 답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카시와는 조금 놀란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일을 불편해하신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더 물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니, 그런 게…아닙니다. 과거를 기억을 못하는 겁니다. 기억을 잃었습니다.”
“그렇군요.” 카시와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듣고 싶군요.” 그는 잠시 부끄러워하는 듯 머뭇거렸다. “오늘이 지나고 나서 말입니다. 일단 지금은 일에 집중하지요.”
링크는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진정한 정체를 모두가 알기 전에 자신의 일을 마칠 가능성이 계속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남기라도 하면 그의 귀환이 더 널리 알려질 것은 뻔했다.
“좋군! 말동무가 많으면 늘 즐겁지.” 시드가 손뼉을 한번 치면서 말했다. “그럼 출발할까?”
그렇게 셋, 하일리아인과 조라족과 리토족은 산을 향해 올라갔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Gerudo Highlands = 겔드 고지
Ploymus Mountain = 뇌수산
Veiled Falls = 세라의 폭포[Name glossary]
Seggin = 세곤
Kodah = 코다
Chapter 14: 13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젖은 돌을 잡으면서 어떻게든 붙잡고 있으려고 애썼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오르는 중간에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해서 그는 몇 차례 미끄러질 뻔했다. 그의 바로 옆에는 폭포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먼 아래로 떨어졌다. 이미 아래를 보아서는 안됨을 진작에 잘 알고 있었기에 그는 손발을 넣을 틈을 찾아가며 산을 올랐다. 마침내 절벽의 위에 도달하자 붉은 조라의 손이 그를 잡고 끌어올렸다.
그가 도착하자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그의 동료를 바라보았고, 뇌수산의 정상으로 향하는 남은 언덕을 올려다보았다. 조라족을 위협하는 라이넬은 거기에 서서 다음 도전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링크는 저 끔찍한 몬스터 때문에 벌써 몇 명의 조라족이 죽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링크, 정말 괜찮겠어?” 그의 동료가 물었다.
링크는 몸을 돌려 더 호리호리한 조라족을 돌아보며 그녀의 눈을 맞추었다. 미파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좋았다. 어려운 절벽 몇몇을 타는 것에 도움을 준 것이었다. 뇌수산은 하이랄의 다른 산이나 언덕과는 다르게 올라갈 수 있는 편한 길이 없는 산이었다. 이 산은 조라의 영역에 맞추어진 산으로, 여러 지하의 수원에서 오면서 대부분의 강의 물을 채워주는 폭포가 여럿 있었다. 쉽게 말해 폭포를 타고 오를 수 있다면 다른 길이 필요하지 않은 산이었다. 링크는 산을 타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폭포 옆의 미끄러운 돌을 타는 것은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편으로 그는 그녀가 여기에 있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이것이 그의 의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이 땅의 수호자로 선택을 받았다. 영웅이자 영걸, 그의 역할이 아니면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의 친구는 그를 따라왔다.
그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가벼운 능선을 돌아보았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미파가 뒤를 따르는 것이 들렸다. 그는 그녀가 뒤에 남기를 바랐다. 이 라이넬은 전기의 화살을 사용하는데, 미파는 그녀의 사범이었던 세곤과는 달리 전기를 잘 버티지는 못했다. 게다가 그조차도 라이넬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죽음을 피해 도전의 곶에서 동쪽 저수지로 뛰어들어야 했었다.
이 라이넬은 특히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이게 그의 마음에 걸렸다. 라이넬은 일종의 원시적인 언어 체계는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일리아의 언어를 하지는 않아서 그가 라이넬과 말을 한 적은 없었지만 꽤 지능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영역성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관대하기도 했다. 누군가가 실수로 그들의 영역에 들어오면 그저 경고만 보냈고, 그 경고를 무시하면 그제서야 공격을 하였다. 하지만 이 라이넬은, 링크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렇지 않는 것 같았다.
뇌수산의 정상인 도전의 곶으로 가려면 봉우리 바로 밑에 있는 다소 편평한 잔디밭을 거쳐야 했다. 조라족에게는 휴식처인 동시에, 그가 만난 몇몇 조라족의 말도 더하면 연인들이 만나는 곳이기도 했다. 작은 고원의 바닥에는 잔디가 깔려 있었고 정상의 근처에는 나무들이 조금 자라고 있었다. 평원의 북동쪽에는 산 위로 올라가는 고갯길이 있었고, 링크와 미파는 그 길을 타고 올라갔다. 둘이 정상에 가까워지자 링크는 몸을 숙여서 그의 목표물을 찾기 위해 키가 큰 잔디 너머로 확인해 보았다. 당장은 라이넬이 보이지 않아서 아마 고원의 반대쪽의 나무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돼? 난 어떻게 도우면 되고?” 미파가 그의 뒤에서 물었다.
뭐…?
링크는 몸을 돌려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여긴 안전하지 않아.”
“너에게도 그래, 링크.”
“혼자서 괜찮을 거야. 미파, 어서 돌아가.” 그는 목소리를 굳히며 말했다.
“널 도울 실력은 충분하다고.”
“그게 아니라…” 링크는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야. 그냥 이건 내 일이라…”
큰 울부짖는 소리에 둘은 바로 입을 닫았고 링크는 몸을 돌리며 단번에 전설의 검을 칼집에서 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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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그는 크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몸은 긴장하면서 전투를 준비했다. 그는 검의 손잡이를 더 강하게 쥐려 했는데 손에 검이 없었다. 대체 왜…
폭포, 그 소리는 그냥 폭포에서 오던 것이었다. 근육질의 무시무시하며 거대한 몬스터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폭포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뇌수산의 정상이 아니라 그저 산의 발치에 있을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링크는 세게 숨을 들이쉬더니 뒤로 비틀거렸고, 시드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자 눈이 더 커졌다. 그 표정은 바로 뒤에 서 있던 카시와도 마찬가지로 짓고 있었다. 주변에서 비가 계속 내리면서 링크의 머리카락이 그의 이마에 힘없이 매달렸다. 물이 그의 눈으로 흘러떨어지자 깜박여서 털어냈다.
“링크, 무슨 일이야? 괜찮아?” 시드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 자리에 얼어붙으셨습니다. 산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 바로 섰습니다.”
링크는 둘을 바라보고 대답을 하려 입을 열었는데 주변의 습기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이 다 말라 있었다. 어떻게 아까의 일을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기억의 일부라는 것은 확실했다. 시드의 누나에 대한 기억이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어 그가 본 모든 것을 이해해 보려 했다. 대체 얼마나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 몰랐다. 머리 위의 먹구름 때문에 시간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링크?”
링크는 마침내 시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목을 가다듬었다. “괜찮…습니다.” 그가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숨을 들이쉬고 다시 말을 꺼냈다. “뭔가를…봤습니다. 그쪽…누나를요.”
“누님을?” 시드가 놀라서 말했다.
“기억에서 말입니다.” 링크가 말을 이었다. “저희는 라이넬에 맞서려 했고, 미파가 같이 왔습니다. 돌아가라고 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입씨름을 하는 동안 놈이 덤벼들었습니다. 어떻게…”
“놀랍군요.” 카시와가 흥분하는 듯하면서 말했다. “물론 현대에는 그런 식으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최근의 이야기에 그대는 언급도 안 되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이런 전설에는 조금의 변형이 있는 것을 감안해야죠.”
시드는 링크를 바라보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링크는 이 조라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그의 눈을 바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시드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고 그는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거 잘됐군, 링크! 뭐, 미파 누님의 생각을 하면 바로 무슨 기억이 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겠지.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대는 누님과 많이 가까웠으니까. 다른 것도 기억 나나?”
“아뇨, 그냥…정말 뚜렷했습니다. 마치 거기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과 기분까지 다…” 그는 그 짧은 순간에 그가 미파를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하였다. 그녀는 그의 친구, 정말 친한 친구였다. 그의 가슴은, 비록 얼마 없는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 기억을 잃었다는 것에 쓰렸다. 그 모습은 기억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였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어찌 보면 당연하죠.” 카시와가 시드 옆에 섰다. “그대의 행적을 다시 되짚는 것이니까요. 아마 100년 전에 이 길을 타서 라이넬을 잡으러 갔고, 지금 그 길에 다시 선 거겠죠.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참 묘하군요.”
“그래, 그렇지.” 시드는 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날이 지나면 노래 여러 곡을 짓겠군.”
“한 두어절은 생각이 날 것 같기도 합니다.” 카시와는 생각에 잠긴 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링크는 마침내 긴장을 억지로 풀었다. 이것은 확실한 기억이었다. 조각도, 얼굴이나 향의 일부도 아닌, 아까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던, 진정한 기억이었다. 얼마 전까지 미파가 살아있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쓰라렸다. 그것이 얼마나 그를 쓰리게 했는지 꽤 놀랐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 몇 분 동안에 느낀 생각과 감정만을 알고 있었고, 이는 이제 마주할 싸움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래도 기억은 기억이었다.
“그럼, 다시 출발할까?” 시드가 링크의 생각에서 그를 깨우며 말했다. 링크는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드는 미소를 짓고 그의 등으로 팔을 뻗더니 폭포의 발치에 있는 호수로 다가갔다. 시드는 이것이 미카우호라고 하였다. 링크의 기억이 되살아났을 때 그는 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산이 젊은 조라족 연인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는 말을 마친 참이었다.
시드는 어깨에 활을 걸치고 허공으로 뛰어서 물로 바로 훌륭하게 뛰어들었다. 그는 거의 물보라도 없이 물로 뛰어들었고 얼마 뒤에 다시 튀어올라 폭포를 향해 뛰었다. 링크는 놀란 채로 그가 다리를 힘차고 빠르게 차면서 그의 팔을 이용해서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시드는 링크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의 속도로 마치 연어가 급류를 거슬러서 올라가는 것처럼 폭포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가 폭포의 끝에 도착하자 그는 허공으로 튀어올라 공중제비를 한번 돌고 바로 시야 밖으로 사라져 앉았다.
링크는 옆에서 카시와가 신기한 얼굴로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게 꽤 무례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냥 날아서 올라갈 수는 없습니까?” 그가 물었다. 카시와도 시드가 밧줄을 내려줄 것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카시와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반은 맞습니다. 사실 저희 리토족은 어려운 비행은 잘 못합니다. 날 수는 있지만, 더 오래 날아야 하는 경우에는 안정적인 기류가 있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다른 새들처럼 뼈가 더 많이 비어 있지 않거든요. 그리고 수직으로 곧바로 올라가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맑은 날이라 해도 충분한 높이를 올라가는 것에 꽤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런 산을 여러분과 같이 오르는 것에 있어서는 저도 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높은 산봉우리에서 뛰고 이렇게 비가 많이 오고 있지 않다면, 제가 경로를 잘 선정했다는 가정 하에서, 하이랄의 반을 중간에 쉬지 않고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몰랐습니다. 저는 그냥…”
카시와는 조용히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저희 종족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이니까요. 물론 다른 이들 중에는 저보다 비행에 더 숙달된 이도 있습니다. 제 아내같은 경우에는 비행에 있어서 꽤 훌륭합니다. 하늘에 있어서는 거의 춤을 추는 것 같죠. 저를 아내와 비교한다면, 저는 그냥 돌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날개 달린 돌덩이요.”
링크는 이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고 긴장도 풀렸다. 카시와가 동행한다는 것이 이제 마음이 놓였다. 그는 링크 본인의 과거를 너무 많이 알고 있었기는 했지만 비록 짧은 시간 동안만 같이 있었어도 옆에 있는 것이 편한 이였다.
“아내 분은 같이 여행하십니까?” 링크가 물었다.
“아뇨.” 카시와의 얼굴에 그리워하는 눈빛이 돌았다. 그는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내와 자식들은 리토 마을에 남았습니다. 딸들이 날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도보로 여행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요. 제 염원은 제 스승님의 노래를 완성하고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것 같거든요.”
링크는 그를 보았고, 카시와의 눈에서 슬픔이 느껴져 무어라도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위의 절벽에서 밧줄이 내려왔고 시드의 머리가 바로 보였다.
“자, 거기!” 그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서 올라와!”
카시와는 링크를 미소를 지으며 보았고 깃이 달린 손으로 그가 먼저 올라가라고 하였다. 링크는 그 말에 따라서 앞으로 나서서 줄을 잡았다. 빗물로 미끄러웠지만 그래도 잡을 수는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몸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절벽을 발로 디디며 올라갔다. 발을 디딜만한 틈을 찾기는 쉬워서 그가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몇 분 뒤에 그는 벽을 다 타고 올라갔고 카시와를 내려다보았다. 카시와도 절벽을 별 탈 없이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날개 끝에 있는 손가락이 밧줄을 잘 잡았고 그의 발톱 덕에 절벽을 더 굳게 잡을 수 있었다.
카시와와 링크가 모두 벽을 타고 올라오자 시드는 다시 밧줄을 올려서 어깨와 허리에 다시 차고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잘 진행되었어!” 그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고 이 절벽 위의 다른 호수로 걸어갔다. 그들이 선 절벽의 위는 다른 폭포의 발치였고 시드는 그 폭포를 바로 타고 올라갔다. 링크는 봉우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폭포를 올라야 하는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그의 기억 속의 폭포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이것 뒤에 폭포가 최소 하나 더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결국 절벽을 타고 오르는 것의 최악의 적수는 비였다. 뇌수산으로 올라가는 길의 폭포는 세 개였다. 첫 두 개는 별 문제 없이 타고 올라갔지만, 기억 속의 그 폭포였던 세번째 절벽을 탈 때 손에서 밧줄이 미끄러져 버린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떨어졌을 때 그렇게 높이 있지는 않았지만, 등으로 떨어져서 매었던 장비에 등을 찍히는 것은 꽤 아팠다.
링크는 배로 구르면서 숨을 헐떡였다. 조금 뒤에 숨을 다시 고르자 그는 신음을 하면서 무릎으로 앉았다. 카시와는 그의 옆에 앉아서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링크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면서 칼집에 눌린 그의 등 부분을 문질렀다.
“괜찮은 거야?” 시드가 절벽 위에서 불렀다. 링크는 눈이 커지더니 몸을 돌려서 시드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보냈다. 빗소리를 감안하면 아직도 라이넬에게서 멀리 있다는 판단을 들었지만, 그래도 듣기라도 하면…
시드가 결국 라이넬에 홀로 맞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링크는 등의 고통을 이겨내면서 일어섰다. 그는 이를 갈면서 다시 줄을 잡고 타기 시작했다. 손을 번갈아가며 잡고, 발을 작은 틈과 구멍에 걸어 가면서 올라갔다. 오랫동안 타고 올라가다 보니 손도 아팠고 올라갈수록 비도 차가워져서 또 미끄러질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밧줄을 잡아서 주먹 부분도 하얗게 될 정도였다.
마침내 붉은 비늘의 조라의 손이 그의 손목을 잡고 그를 끌어올렸다. 그는 100년 전의 이와 똑같은 상황을 생각했고, 그 자신이 시드의 누나와 같이 있던 상황에 그대로 처해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카시와가 역사가 반복된다고 한 말은 사실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의 최종 목표에 도움이 될는지는 잘 몰랐다.
카시와는 현명하게도 밧줄의 끝을 그의 허리에 매달고 링크의 생각과는 다르게 절벽을 꽤 안정적으로 타고 올라왔다. 깃털이 많다 하더라도 리토족의 손은 꽤 강한 듯 보였다.
셋은 얼굴이 굳어진 채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제 시작이었다. 정상까지 가려면 조금 더 걸어야 했지만, 사실 라이넬은 언제든지 그들에게 덤벼들 수 있었다. 더 이상의 웃음도, 이야기도 없었다. 그들이 승리하거나, 그들이 사망할 것이었다. 그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셋은 다시 몸을 돌려 산을 올라갔다.
링크는 과거에 그가 어떻게 라이넬을 쓰러뜨렸는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것이 그가 본 기억 중에서 가장 끔찍한 일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는 그의 기억에서 본 언덕의 언저리에 도착했고, 키 큰 풀에 몸을 굽혀서 이를 통해서 보는 동안에도 무엇을 각오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문제는 무엇을 각오해야 하는지 안다고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까지 안다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평원의 가운데에서 라이넬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끔찍하게도 그의 기억 속에 있던 라이넬과 비슷하거나 더 커 보였다. 몸뚱이는 큰 말의 모양이었고 상체는 굉장히 근육이 많은 사람 같았으며, 머리는 붉은 갈기를 가진 사자의 모습이었다. 진회색의 털이 몸의 대부분을 덮었고 손과 팔의 일부와 꼬리, 그리고 갈기에 붉은 털의 일부가 있었다. 몸 곳곳에도 상처가 있었는데, 회색 털이 나지 않은 흰 피부가 상체와 허리, 그리고 팔 곳곳에 보였다. 이마에는 구부러진 뿔 한 쌍이 나 있었다. 거칠게 꿰맨 가죽 갑옷이 가슴과 허리 부분을 덮었고, 긴 갈기가 머리 뒤로 꽁지로 묶여 있었다. 그의 옆구리에는 놈의 무기가 있었다. 링크의 검의 길이보다 반은 더 길어보이고 끝이 널따란 검, 날이 선 방패, 나무와 쇠로 된 활, 그리고 화살통이 있었다.
라이넬은 그를 향해 몸을 돌렸고 링크는 숨을 참으면서 땅에 그의 몸을 낮추었다. 잔디의 위로 그는 라이넬의 머리를 간신히 볼 수 있었다. 그는 거기서 기다렸고, 얼마 뒤 라이넬은 몸을 돌려서 멀리 걸어갔다.
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링크는 언덕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내려갔고 시드와 카시와가 선 곳으로 되돌아갔다. 그가 도착하자 셋은 서로 가까이 서서 빗소리에 그들의 목소리가 가려지기는 해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에 있습니다.” 링크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뭐 하고 있어?” 시드가 정상을 다시 돌아보았다. 아까의 그 자신감은 없어 보였다.
“그냥 걸어다닙니다. 경계하는 것 같고요.”
“공격을 받은지 꽤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아는 거야. 분명 이전보다도 더 많은 병사들을 쓰러뜨릴 준비까지도 하고 있겠지.” 시드는 말을 멈추었다. “화살은 아직도 가지고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화살통에 화살이 있었어요.”
“그럼 그게 전기의 화살이겠군.” 시드는 링크를 바라보며 인상을 굳혔다. “원래의 작전대로 하자. 가까이에서 주의를 끌면 내가 화살로 약화시키는 거야.”
“궁술에 자신은 있습니까?” 링크가 갑자기 그 계획에 의문이 생기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꽤 괜찮아 보였지만, 생각해보니 그도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시드는 씩 웃었다. “그럼.”
링크는 눈이 커진 채로 카시와를 돌아보았다. 그는 그와 시드가 작전을 논의하는 동안 내내 조용히 있었던 것이다.
“가능하면 전투에서는 멀리 있겠습니다. 봉우리를 볼 수 있는 자리를 잡을 수는 있을 겁니다. 눈에 뜨이지 않고 산의 주변을 날아다닐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카시와의 목소리도 진지했다. 그도 링크와 시드가 걱정하는 것처럼 그 전투에 긴장감이 맴도는 것 같았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드를 다시 보았다. 왕자는 이제 보니 가장 위험한 일을 맡고 있었는데 링크는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드가 라이넬에게 화살을 쏘아 보내어 링크가 전기의 화살에 맞지 않고 가까이 갈 수 있게 할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가 그 화살에 맞을 위험에 처해지게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링크는 아주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시드는 그에게 고래를 끄덕이고 어깨에서 조라의 활을 꺼내들었다. 그는 다른 손에 창을 쥔 채였다. 이제 시작이었다. 링크는 천천히 검을 꺼내들고 다른 팔에 저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 방패를 묶었다.
“행운을 빌지요.” 카시와가 깃이 있는 손을 각각의 어깨에 얹으면서 말했다. 그는 둘이 몬스터에 도전하는 순간을 기다린 뒤에 움직일 것이었다. 링크는 그를 데려오는 것이 정말 현명한 생각이었는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비전투원을 이러한 위험한 상황에 데려오는 것이 정말 좋은 생각이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제 어쩔 수는 없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시드와 링크는 언덕 위로 올라가 꼭대기에 도착하자 양 옆으로 갈라섰다. 시드는 거의 배로 기어가면서 오른쪽으로 향했고 링크는 왼쪽으로 가면서 큰 바위 뒤에 숨었다. 잘만 되면 시드는 화살을 쏘아 라이넬의 주의를 끌고, 링크는 몬스터에게 덤빌 것이었다. 신호만 잘 맞는다면 라이넬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 놈이 제대로 반격하기도 전에 숨통을 끊을 수 있을 것이었다. 계획은 좋았다. 잘만 한다면…
라이넬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내질렀고, 링크는 전기의 화살이 당겨지면서 내는 지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그는 돌 앞으로 돌아가서 라이넬이 그 화살을 아직 화살을 당길 틈도 잡지 못한 시드에게 겨누는 것을 보았다.
“이봐!” 링크가 검을 방패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라이넬은 몸을 돌려서 링크를 겨누고 전기의 화살을 쏘았다. 그는 노란 촉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것을 보았고 앞으로 굴러서 가슴에 맞는 것을 간신히 피했다. 뒤이어 그는 활시위가 튕기는 소리를 들었다. 링크가 고개를 들자 시드의 화살이 라이넬의 어깨에 박히는 것이 보였다. 라이넬은 분노에 차서 괴성을 지르고 화살을 하나 더 걸면서 시드에게 몸을 돌렸다.
링크는 벌떡 일어나서 앞으로 뛰면서 방패를 휘두르며 라이넬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함성을 한 번 더 질렀다. 이번에는 링크를 무시한 채로 시드에게 화살을 쏘았는데, 그는 이를 간신히 피했다.
링크는 앞으로 달리면서 검을 다시 꺼내어 라이넬에 찔러 넣어 이 싸움을 끝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라이넬은 그를 내려다보고 코를 한번 벌렁거리더니 마치 몽둥이처럼 활을 그에게 휘둘렀다. 활은 링크의 어깨를 강타했고 링크는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면서 옆으로 튕겨 날아가 온 몸에서 통증을 느끼며 땅에 굴러떨어졌다.
오른팔이 그 강타로 인해서 아직도 아프고 멍한 채로 링크는 한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다가 얼마 뒤에 라이넬의 큰 발굽이 땅을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눈이 커지면서 링크는 팔을 몸으로 모아 옆으로 굴렀다. 라이넬은 그의 곁을 달려가서 발굽 중 하나가 그의 몸을 짓밟을 뻔했다.
시드는 라이넬에게 화살을 한 대 더 쐈고 이번에는 놈의 허리에 박았다. 이번에도 라이넬은 분노한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느려진 것도 아니었다. 라이넬은 한번 괴성을 지르고 눈이 분노로 커지면서 화살통에서 전기의 화살 두 대를 꺼냈다. 그 화살을 큰 활에 걸치고 시드가 노출된 곳을 겨누었다. 왜 피하지 않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안돼!” 라이넬이 화살을 쏘자 링크가 소리를 질렀다. 두 화살은 비켜서 날아가서 어느 것도 시드를 향해 가지 않았다. 이를 뒤늦게 본 그는 두 화살이 그의 양 옆의 땅에 박히자 그 자리에 바로 섰다. 그런데 이것이 라이넬의 의도 같았고 링크는 전기가 시드가 선 젖은 바위로 흐르는 것을 기겁하며 바라보았다.
시드는 전기가 그의 몸에 흐르자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활을 떨어뜨렸고 경련하면서 땅에 떨어졌다. 링크는 조라의 왕자가 다시 일어서지 않는 것을 보았고 최악의 경우를 상상했다.
힘이 다 들어간 주먹으로 링크는 그의 검을 다시 쥐고 일어나 라이넬에게 덤볐다. 라이넬은 다시 그를 보고 활을 휘둘렀다. 링크는 이를 예상하고 몸을 낮추면서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비록 라이넬을 완전히 베지는 못했지만 앞다리의 가랑이 쪽에 얕은 상처를 입히기는 했다.
라이넬은 뒷다리를 뒤로 세게 찼고 링크는 그 발길질을 피해서 옆으로 굴렀다. 발굽이 다시 내려오자 링크의 발 밑에서 땅이 울렸다. 이제 가까이 보니 이 라이넬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컸다. 그의 머리는 놈의 가슴에 간신히 닿을 정도였다. 대체 어떻게 이 몬스터를 처치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링크는 일어서서 검과 방패를 뒨 채로 라이넬과 눈을 마주쳤다. 그 눈은 매서운 녹색이었다. 한동안 둘, 두 전사는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며 서 있었다. 라이넬은 활을 다시 등에 매고 검과 방패를 꺼내들었다. 링크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시드를 잠시 보았다. 그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았다. 살아있기는 한 것인지 두려웠다.
라이넬은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소리를 지르고 링크에 덤벼 그를 두쪽이라도 낼 것처럼 검을 쥔 팔을 뒤로 당겼다. 링크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기다렸다가 옆으로 피해서 발굽과 그 예리한 검의 날을 피했다. 라이넬은 계속 앞으로 달려서 큰 호를 그리며 돌아왔고 링크는 내내 기다렸다. 라이넬은 다시 그에게 달려왔으며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링크는 다시 옆으로 비켰다. 라이넬은 더 크고 강했으며, 팔도 길고 높이에 있어서도 우위였지만, 링크는 더 날쌔다는 장점이 있었다. 라이넬이 그를 다시 지나칠 때 링크는 엉덩이 쪽을 얕게 칼로 베었다. 라이넬은 뒤로 검을 휘둘렀지만 링크는 이미 범위 밖이었다.
라이넬은 분노한 채로 다시 몸을 돌렸고 코를 벌렁거렸다. 이번에는 뛰는 대신 링크에게 천천히 다가왔고, 링크의 거리에 다가오자 멈추었다. 검을 휘둘렀지만 링크는 뒤로 뛰어 피했다. 라이넬은 분노해서 소리를 지르고 다른 쪽으로 검을 휘둘렀고 그러면서 더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링크는 다시 몸을 돌려 그 날카로운 검을 피했다.
이 몬스터를 싸우는 것이 더 편해진 것 같았다. 비록 그의 정신은 뇌수산의 라이넬을 싸운 것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날쌔게 피하면서 심기를 건드려서 차차 지치게 해야 했다. 이 싸움의 흥분으로 그의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의 마음 속에서 이 전투가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지가 눈 앞에 선했다.
그가 다시 라이넬을 돌아보았을 때, 그는 눈에 쌍심지를 켰고 그의 표정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 공포는 다 사라지고 이제 확신으로 대체되었다. 라이넬은 다시 검을 휘둘렀고 링크는 그 범위에서 피해 그의 검을 찔러 라이넬의 위팔을 베었다. 라이넬은 방패로 링크의 머리를 치려는 듯 휘둘렀지만 링크는 그의 방패로 이를 막아내고 피했다.
이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링크는 라이넬 주변을 마구 뛰어다니면서 발을 조금도 쉬지 않았다. 비록 유효한 상처를 내는 것은 어려웠지만, 시간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라이넬이 더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놈은 다시 그를 보면서 몸을 돌렸고, 그의 검을 링크의 가슴 쪽으로 찔러 넣었다. 링크는 옆으로 비켜서고 방패로 라이넬의 검을 땅에 박아버렸다. 그는 한바퀴를 돌면서 검을 라이넬의 방패 바로 아래로 크게 휘둘러 앞다리를 깊이 베었다.
라이넬은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뒤로 몸을 들었고 링크는 바로 앞으로 달려 그의 앞다리 밑의 무방비한 곳으로 향했다. 그는 검을 라이넬의 옆구리로 찔러넣었고 놈은 갑작스러운 고통에 온몸을 떨었다. 라이넬은 링크에게서 재빨리 벗어나고 링크가 찌른 옆구리에 큰 손을 가져다 대어 보았다. 그가 다시 손을 들자 그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
라이넬은 분노로 소리를 지르고 아주 놀랍도록 강한 힘으로 뒤로 뛰었다. 몇 미터는 뒤로 뛰고 링크는 돌격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라이넬은 덤비지 않았다. 대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뭐를 하려고…
놈은 불을 뿜었다. 라이넬이 불을 뿜은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링크가 옆으로 피했을 때, 큰 불덩이를 내뱉은 것이다. 불덩이가 지나갈 때의 열기가 느껴졌고 그 경로의 푹 젖은 잔디가 검은 재로 타버렸다. 라이넬은 숨을 한번 더 들이쉬었고 링크의 눈이 커졌다. 그는 다시 벌떡 일어나 넓은 반원으로 달렸고 불덩이는 바로 그의 뒤를 지나갔다.
불을 피하는 것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는 땅을 울리는 발굽소리를 듣지 못할 뻔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라이넬이 그에게 덤비는 것을 보았다. 무기는 들지 않았지만 위팔을 다리 삼아서 여섯 사지로 그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머리는 낮춘 상태로 그 뿔을 링크의 가슴으로 겨누고 있었다.
링크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서 막았고, 짓밟히거나 그 뿔에 찔리는 대신에 옆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온 몸에서 통증을 느끼며 땅을 굴렀다. 다시 일어서자 그의 왼손이 비어 있었다. 검이 손에서 튕겨 나가 버린 것이었다. 그는 놀란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이미 키가 큰 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라이넬은 이미 검과 방패를 다시 꺼낸 채로 몸을 돌려 링크에게로 덤볐다.
링크는 뒤로 뛰어 처음 공격을 피했고, 다음에는 옆으로 뛰어 두번째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지금 그는 무방비였다. 시커 스톤이 있기는 했지만 이를 꺼내서 아이템을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타임 록은 유용했겠지만 허리에서 꺼내어 라이넬을 가리키기도 전에 죽을 것이 확실했다.
라이넬은 분노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퍼부어 댔다. 링크는 검격 하나를 방패로 막아내어 라이넬의 검이 그의 몸을 베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자 어깨에 찌르는 통증이 느껴졌다. 이를 계속하다가는 어깨가 탈구되거나 팔이 부러질 것이었다.
라이넬은 검과 방패를 동시에 앞으로 휘둘렀고 링크는 뒤로 뛰어 두 날이 바로 그의 밑으로 흘러가게 하였다. 이러자 라이넬은 살짝 놀란 것 같았는데, 실눈으로 그를 바라본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얼마 안 갔고 놈은 다시 링크에게 다가가서 당당히 섰다.
링크는 크게 놀라면서 그가 바위를 등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라이넬도 이를 알게 된 것 같았는데, 그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날카로운 송곳니 넷이 보인 것이었다. 놈은 링크가 옆으로 피할 것을 대비해서 방패를 옆으로 내밀고 검을 들어 끝을 내려 했다.
갑자기 방패를 든 라이넬의 팔에 화살이 박혔다. 라이넬은 고통과 혼란에 소리를 질렀고 링크는 바로 방패의 밑으로 몸을 빼내었다. 라이넬은 간발의 차로 그 방패를 내리찍었기에 링크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시드는 근처의 풀숲에서 활을 내리고 몸을 낮추었다. 그는 다시 일어서서 링크를 불렀고, 그에게 무언가를 던졌다.
그것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자 링크는 이를 잡았다. 시드의 은린의 창이 그의 손에서 반짝였다. 창끝은 물고기의 지느러미같이 생겼고, 굽은 꼭지와 그 사이에 날카로운 날이 있어서 찌를 끝과 벨 날이 모두 있었다.
라이넬은 링크의 등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링크는 괴성을 들었고 그 발굽에 땅이 떨리는 것 모두를 느꼈다. 시드의 눈이 커졌고, 링크는 세게 몸을 돌렸다.
그는 창대를 땅에 박은 뒤 그 끝을 위로 향하게 했다. 라이넬은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알아챘고, 햇빛에 가볍게 빛나는 창끝은 그의 가슴 한가운데, 명치 바로 밑을 꿰뚫었다.
그러나 링크에게는 놀랍게도, 이것조차도 숨을 끊어 놓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완전히 뚫어서 심장을 찔렀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도 검을 링크에게 휘두를 힘이 있었다. 그는 간신히 뒤로 뛰어서 베이는 것을 피했다.
라이넬은 그 창이 가슴을 꿰뚫은 상태에서도 곧게 섰다. 정말 놀랍게도 링크는 그 창이 몸을 완전히 꿰뚫어서 그 날카로운 끝이 등을 뚫고 나온 것을 보았다. 놈은 소리를 질렀지만 더 앓는 소리로 나왔다. 피가 입 밑의 붉은 갈기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놈은 다시 링크에게 다가갔지만 이미 움직임이 굼떠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리가 다 떨리고 있었고 방패를 든 팔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놈은 링크를 다시 공격해서 자신 역시 죽기 전에 필사적으로, 분노에 차서, 링크를 죽이려 들었다. 그때 다른 화살이 허공을 갈라서 옆구리에 깊이 박혔다. 라이넬은 움찔했지만 링크에게 계속 다가갔고 그는 뒤로 서서히 물러났다.
풀숲에서 무언가가 밟혔고 그가 아래를 보자 그의 검이 아닌 또 다른 조라의 창이 보였다. 아마 라이넬에게 도전했던 다른 조라족이 떨어뜨린 것 같았다. 그는 이를 집어 들었는데 쇠로 된 창대가 반으로 부러졌다는 것에 놀랐다. 거의 검과 비슷한 길이였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라이넬은 피투성이 입에 독이 오른 채로 검을 다시 링크에게 휘둘렀다. 링크는 부러진 창으로 아까보다도 힘이 덜 실린 검의 공격을 쳐냈고, 창끝을 라이넬의 배에 찔러넣었다. 그는 이를 다시 빼어 라이넬의 앞다리에 다시 박아 넣었다.
라이넬의 두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놈은 신음을 하면서 무릎을 꿇었다. 화살 두 대가 라이넬의 허리와 등에 또 박혔다. 링크는 뒤로 물러나서 무릎을 꿇고 움직임이 없어진 라이넬을 바라보았다. 두 팔은 이제 힘없이 양 옆으로 처져 있었고 몸 곳곳에 난 수십 개의 상처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놈은 사자 같은 머리를 들어 링크를 보았고 그는 그 녹색 눈에 분노를 보았다. 괴성을 지르려 했지만 놈이 낸 소리는 피가 끓는 소리 뿐이었다. 시드는 화살 한 대를 더 날렸고 이번에는 라이넬의 머리 뒤의 목에 박혔다. 링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라이넬의 녹색 눈에서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입은 힘없이 열리고 몸은 앞으로 기울어 시드의 창에만 지지되어 섰다.
시드는 조용히 있다가 천천히 다가가 링크의 옆에 서서 그들의 힘겨운 승리를 바라보았다. 얼마 뒤 시드는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한번 힘을 주었다. “고마워.” 그가 긴장이 된 목소리로 말했다. “조라족이…내가, 큰 은혜를 입었군, 링크.”
링크는 입술을 문 채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 기억이 마구 지나갔다. 이것과 비슷하지만 더 작고 젊은 라이넬이 방패도 없이 빛이 나는 검 주변을 마구 뛰어다녔었고 그는 그 검으로 놈에게 피해를 입혔다. 미파도 도움을 주었었고 그녀의 삼지창으로 정확히 찔렀었다. 링크가 그 당시에 마지막 일격을 가했는데, 검으로 큰 원을 그리며 휘둘러 다리를 베어버린 것이었다.
그 날에도 완벽하게 승리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같이 왔던 다른 이였던 카시와가 링크가 떨어뜨린 검을 들고 잔디밭을 걸어왔다. 높은 곳에서 그의 검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본 것이 분명했다. 링크는 아무 말없이 검을 받아 칼집에 넣었다. 방패도 등에 매었고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는 전사이자 목숨을 빼앗는 이였다. 하지만 수많은 조라족을 죽인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 몬스터를 쓰러뜨린 것이었다. 이 사실에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고 그래야 할 것이었다.
얼마 뒤 시드는 링크를 내려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서 와.” 그가 말했다. “꼭대기로 가자고. 거기서 바 루타가 보일 거고, 그 다음의 작전을 짜는 거야.”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이넬의 시체에 다가가서 허리에서 화살통을 조심스레 빼내었다. 그는 화살 하나를 꺼내었고 그 촉이 노란 것을 보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수를 제압하는 데에 쓰일 전기의 화살이었다. 오늘의 전투의 두번째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신수 바 루타는 도전의 곶 아주 멀리 밑에 서 있었다. 폭우로 인해서 하이랄에 홍수가 벌어질 것을 대비해서 오래 전 세대의 조라족이 세운 둑이 만든 동쪽 저수지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물론 당시의 조라족은 지금과 같은 폭우가 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루타는 자세한 모습을 보기에는 꽤 멀리 있었지만, 물에 있는 큰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임파의 집 벽에 있는 그림의 모습과 많이 비슷해 보였다. 코끼리와 비슷한 형상으로, 통통한 몸집에 두꺼운 네 다리, 그리고 긴 코가 있었다. 코는 하늘을 향하고 있었고 거기서 물과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물안개는 허공으로 올라와 자리에서 맴돌다가 지금 이 높이 근처에 있는 구름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루타가 비를 뿌리게 하는 방법일 것이었다.
“참 놀랍군요.” 카시와가 그의 옆에서 말했다. 링크는 그가 새와 같은 눈이 있어서 신수를 더 잘 볼 수 있는가 궁금했다.
시드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는 해석하기 어려운 얼굴로 루타를 내려다보았다. 링크는 그 얼굴에 슬며시 슬픔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다. 마침내 얼마 뒤 시드는 링크를 보고 둑을 이루고 있는 멀리 있는 검은 벽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앞에서 다가가야 할 것 같아.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루타는 자신이 선 수원지에 누군가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거든.” 시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 저 둑을 올라가서 저수지로 가는거야. 거기서 그대는 전기의 화살을 바 루타의 몸의 주요 부위에 쏘는 거지. 그러면 올라탈 수 있을 틈을 줄 수 있도록 기능을 잠시 정지시킬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서는…” 시드는 머뭇거렸고 링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링크가 루타에 타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링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가 말했다. 정말 그러할지는 확실히 모르기는 했다.
“아, 당연히 되겠지.” 시드는 링크에게 씩 웃으면서 말했다. 링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왕자를 바라보았다. “링크, 오늘 일을 보았는데 그대는 마주하는 것 무엇이든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강하게 믿어.”
모든 것을 다 이길 수는 없어. 링크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더더욱…
셋은 바 루타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았다. 그들의 밑에서 신수는 큰 울음소리를 내었고 얼마 뒤 비가 더 거세게 오는 것 같았다.
시드는 목을 고르고 곶에서 물러나 각각을 바라보았다. “그럼, 갈까?”
링크와 카시와는 신수를 등졌고, 이윽고 셋은 같이 뇌수산을 하산하기 시작했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Shatterback Point = 도전의 곶 [Challenger's Cape]
Mikau Lake = 미카우호
Chapter 15: 14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마을로 다시 내려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는 쉬웠다. 링크는 시드의 도움으로 절벽에서 밧줄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카시와는 그의 큰 날개로 천천히 날아서 내려왔다. 링크가 땅에 완전히 내려오면 시드는 줄을 풀어서 그에게 던졌고 그는 폭포 밑으로 뛰어내렸고, 한번은 무슨 수를 써서 빠르면서도 신중하게 폭포를 발로 타고 내려왔다.
“흠, 내가 없어진 것을 누군가가 알아챘나 보군.” 시드가 마지막 절벽을 내려오고 마을로 향하는 다리를 건너는 동안에 생각에 잠긴 듯이 말을 꺼냈다. 해가 지고 있었고 링크는 다리의 입구에 몇몇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조라족이 푸른 끝에서 하얀 빛이 나는 지팡이를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몇몇은 시드의 경비병이었고, 그 중에는 그를 경멸한 조라족 노년층 몇몇도 보였다.
“시드 왕자님!” 세곤이라는 노인이 셋이 시야에 들어오자 불렀다. 다른 이들도 같이 불렀고 스바바를 포함한 젊은 조라족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왔다.
여러 조라족이 한꺼번에 왜 그가 링크와 같이 갔는지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물으면서 잠시 소란이 벌어졌다. 마침내 왕자는 손을 들어서 굳고 권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 목소리는 잠잠해졌고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라이넬을 처치하기 위해 링크와 같이 가기로 했소.”
세곤은 창을 단단히 잡고 링크를 돌아보았다. 그의 표정 역시 매서웠다. “미파님에게 그런 일을 벌여 놓고 왕족의 목숨을 다시 위협했단 말이냐? 네놈은 이 자리에서 당장 죽여도 부족하다!”
시드는 재빠르게 링크와 나이를 먹은 조라족 사이에 서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 의지로 간 것이오, 세곤. 링크가 등을 떠밀지 않았소. 사실 그는 정말 필사적으로 나를 말렸소.”
“허나 시드 왕자님, 아바마마는 왕자님이 가시는 것을…”
“아바마마의 명령은 잘 알고 있소.” 시드의 목소리가 싸늘해지며 말했다.
“그럼?” 스바바가 말했다. “하신 겁니까? 라이넬이 죽은 겁니까? 그런 것 맞죠?”
시드는 미소를 짓고 어깨 너머를 돌아보았다. “링크?”
링크는 라이넬의 전기의 화살이 담긴 화살통을 어깨에서 풀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머리 위로 들었다. 많은 조라족은 그 모습에 환호했고, 스바바는 다른 경비들과 같이 가까이 가서 등을 두드리거나 그들의 승리를 축하했다.
세곤과 다른 원로들은 썩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큰 소리로 말할 만한 표현이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마을로 다같이 돌아갔고 카시와는 그들의 승전 과정을 듣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전개를 다시 설명해주고 있었다. 링크는 카시와가 이 전투를 꽤 감명 깊게 여겼다는 것을 보았다. 둘의 힘겨웠던 순간까지 다 설명했는데 이렇게 들으니 더 장엄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 이야기가 100년이 넘는 시간 뒤에도 그와 미파가 가장 최근에 쓰러뜨린 라이넬의 이야기처럼, 계속 전해지게 될 것인지 속으로 곱씹었다. 이것은 그가 신수에서 모두를 구한 뒤에야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들의 승전 소식이 아직 널리 퍼지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그들이 도착한 것을 바로 알게 된 이들만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그래도 마을은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몇몇 조라족은 다리 근처에 서서 그들이 지날 때 서로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 말이 들리지는 않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라이넬을 마주했고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그것은 단 하나만을 의미했다.
그들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 무리는 다 흩어졌다. 이제 시드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대부분은 다시 가족으로 돌아가거나 경비를 다시 설 것이었다. 링크는 그들의 승전 소식이 금방 퍼질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들이 궁전에 도착하자 시드는 자신이 먼저 들어가 자신의 행동을 먼저 설명한 뒤에 그를 부르겠다고 하였다. 그는 세곤과 스바바와 같이 왕궁 입구에 서 있게 되었다. 더 나이가 든 조라는 여전히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해서 입구의 반대쪽으로 섰다.
스바바는 세곤을 한번 보더니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갔다. “그래서, 어땠습니까? 그 라이넬이요?”
링크는 스바바를 보았고 그 젊음의 혈기가 느껴졌다. 그는 그의 어릴 적의 기억을 완전히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침내 그는 말을 꺼냈다. “꽤 크더군요.”
스바바는 웃고 링크에게 자세한 것을 묻기 시작했고 그는 마지못해 설명했으며 시드의 공적을 크게 돌렸다. 그가 생각해도 시드 덕에 그가 살아난 것이다.
몇 분 뒤 링크와 카시와가 모두 왕궁으로 불렸다. 왕궁 내의 방은 크게 비어 있었고, 가운데의 도레판 왕과 오른쪽의 시드, 왼쪽의 무즈리만 있었다. 무즈리는 링크가 들어오자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미소를 짓는 도레판 왕의 얼굴에 집중했다.
“잘 돌아왔네, 친구여.” 도레판 왕이 앞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아들이 그대의 임무에 성공했다는 말을 전했네. 조라족을 위해서 그런 몬스터를 잡은 것이 이걸로 두번째로군. 수 세대에 걸쳐서 자네의 공적은 기록으로 남겠지.”
링크는 단상 위로 올라가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폐하.” 그가 목소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말했다. 그는 왕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고 있었다. 속으로 그는 젤다 공주와 여행하고 있는 동안에도 어떻게 대했는지를 궁금해했다. 시드가 그의 경비병과 그러한 것처럼 서로 편하게 대했을까 싶었다.
“허나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시드 왕자께서 그 라이넬을 쓰러뜨리는 데에도 큰 도움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의 도움이 없었으면 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링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리고 라이넬의 숨을 끊은 것은 그였고요.”
그는 곁눈으로 시드가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뭐, 사실 내가 마무리를 하기 전에 벌써 숨이 끊어져 가고 있던 것 같았는데.”
도레판 왕은 시드를 슬쩍 보고 다시 링크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웃었다. “아들의 말을 들으면 자신이 한 일은 적다고 하고, 그대는 아들이 한 공이 높다고 하는군. 누가 말하건 간에 겸손은 꽤 훌륭한 덕이지만, 왕이 그대의 행동에 무언가 답례를 하려 하는 자리에서는 조금 거두어도 좋네.
“그리고 아들의 행동에 있어서는,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 썩 좋지는 않지만…” 도레판은 미소를 거두면서 시드를 바라보았다. “둘이 모두 훌륭한 일을 해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네. 무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난할 수가 없군.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 왕의 책무이고, 나 역시도 그런 큰 전투에 여럿 참여했으니 말이야. 시드, 넌 굉장히 훌륭한 왕이 될 것이야.”
시드는 이 칭찬에 감정이 북받쳐서 그의 아버지를 감사의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허나 그 날이 금방 다가오지는 않았으면 하는군요!”
“물론이지!” 도레판 왕은 다시 웃고 링크과 카시와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인이여, 이 일을 자세히 보기 위해서 동행하였다고 들었네.”
“그랬습니다, 폐하.” 카시와가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언젠가 만들어질 그 노래를 한번 듣고 싶네.”
카시와는 미소를 지었다 “벌써 몇 행을 머리 속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폐하. 완성되면 바로 돌아와서 낭송해 드리겠습니다.”
“좋네!” 도레판 왕은 두 손을 다시 서로 마주 치고 그의 태도가 조금 바뀌었다. 갑자기 몸에서 긴장이 풀린 것 같았고 그가 다음에 한 말은 위엄을 조금 내린 것 같았다. “무즈리, 그 갑옷은 아직 가지고 있나?”
“예, 폐하.” 무즈리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허나 이를 정말 그에게 주어도 되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이는 조라의 보물이고 그는…”
“이는 그의 것이네.” 도레판 왕이 말했다. “그녀는 그를 위해 만들었네. 자네도 이를 잘 알지 않는가.”
“아직도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얘기를 했겠지만, 내 뜻은 변함이 없네. 그녀의 바람대로 링크에게 줄 것이네. 자네보다도 내 딸의 의도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네.”
그가 둘의 대화를 듣는 동안 링크는 더 어안이 벙벙했다. 미파가 갑주를 만들었다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마침내 무즈리는 질책을 한번 듣고서는 잘 개어진 옷 한 벌을 가지고 왔다. 그 옷 위에는 푸른 천이 둘러진 형태가 간단한 은색 투구가 있었다. 링크는 단상의 아래에서 무즈리 앞에 서서 그 옷을 받았다. 갑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딸이 그대를 위해서 그 갑주를 만들었네, 링크.” 도레판 왕의 목소리에 애수가 섞이면서 말했다. “대재앙 이전에 그대가 공주와 같이 여행하고 있는 동안에 완성했지만, 그대에게 줄 적절한 시간을 찾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보네.”
링크의 손에 있는 옷과 가죽과 은의 결정체가 이제 링크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이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 내려다보았고 이 흉갑의 대부분이 마치 사슬이 엮인 것 같이 서로 엮인 형상을 한 비늘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았다.
조라의 비늘인가…?
이를 건드려보며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의 손에 갑옷이 개어져 있어서 자세한 모습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꽤 정교한 조합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미파가 그를 위해서 이를 만들었다니…
“그대가 신수를 제압하러 갈 때 이를 입고 가기를 바라는 나의 선택을 딸은 반대하지 않을 걸세.”
링크는 이 선물에 조금 놀라 왕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는 미파에 대한 그의 유일한 기억이었던, 이전 세대의 라이넬을 잡기 위해 뇌수산을 오르던 것을 떠올렸다. 조라의 마을에 도착하기 전 그가 미파와 친분이 있었다고는 들었지만 그 기억은 그의 속에 있는 한가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확실히 친구를 넘어서서 굉장히 절친했다.
이 선물은 감사의 의미에서 받은 텔마의 선물이나 상징의 의미로 임파에게서 받은 것과는 달리,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주는 것이었다.
현재 링크가 받는 것에 대해서 가진 유일한 기억이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이상했다. 그는 미파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데도 이 행동을 정말 고마워하고 있었다. 속이 북받치고 목이 메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링크가 다시 입을 열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고맙습니다, 폐하. 그게…네. 반드시 입을 것입니다.”
“좋네.” 왕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딸도 기쁠 걸세. 미파, 그 아이는…” 그는 이 말을 해야 하는지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았다. “흠, 자네를 아꼈네. 아주 깊이 아꼈지.”
왕의 표정을 보자 링크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무언가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가 알아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와 미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랬는지 몰랐다. 둘의 관계에 관해서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곧 그의 생각에서 벗어났는데, 도레판 왕이 라이넬의 처치와 앞으로 루타를 제압하게 될 것에 대한 축하연을 열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는 그의 장비를 다시 여관에 놓고 연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왕궁을 나섰다. 그는 아직도 그 상징성을 잘 모른 채로 미파의 갑옷도 같이 챙겼다. 기회가 있다면 시드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하늘에서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조라족은 정말 오랜만에 이런 축하를 하는 것 같았다. 연회는 링크의 편의를 위해서 식탁을 세워 둔 왕궁에서 벌어지고 있었지만 축하는 마을 곳곳에도 벌어지고 있었다. 일부 가게들은 할인을 내세웠고, 즉석에서 다이빙 대회도 열렸다. 링크도 해 보라는 제안을 들었지만 그는 거절했다. 조라족만큼이나 도시에서 호수로 훌륭하게 뛰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은 것이다.
그가 연회장에서 드디어 벗어난 시점은 저녁 늦은 시간이었는데, 이때 카시와는 도레판 왕을 포함한 곡 하나를 포함한 고대의 조라의 영웅에 대한 노래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서 조라의 마을의 아래층과 그의 숙소로 향하고 있을 때, 시드가 마을의 광장에서 미파의 조각상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왕자가 벌써 잠자리에 들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물에 계속 첨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다가갔다. 결국 그는 그냥 신발을 벗어서 그의 숙소에 두고 바지를 종아리 위로 걷었었다. 그 덕에 조라의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이 조금 편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물은 꽤 차가웠다.
시드는 그를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짓다가 다시 조각상을 올려다보았다. “한때는 그대와 누님 사이를 조금 질투했었어. 그거 알아?”
링크는 시드와 조각상을 번갈아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몰랐습니다. 아직 기억이.”
“그래, 그렇겠군. 미안하다.” 시드가 멋쩍어하며 재빨리 말했다. “자신감이 그렇게 넘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기억을 아직 다 되찾지 못했다는 것을 잊기가 쉬워서.”
자신감이라…그게 나에게서 보인다고?
링크는 놀라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아직 자신감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미파도 죽은 마당에 자신이라고 성공할 수나 있는지 더더욱 확신이 들지 않았다.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미파와 다른 영걸들을 살해한 이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시도는 해 볼 뿐이었다. 미파, 젤다 공주, 그리고 그에게 의지하고 있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하일리아인과 시커족, 고론족, 조라족, 리토족, 그리고 겔드족을 위해서.
“아뇨…괜찮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을 했다. “질투하신 이유가 뭡니까?”
시드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그가 말을 꺼냈다. “그대였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어. 나 역시 누님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거든. 그런데 한 하일리아인 검사가 누님과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약간의 기억은 있어. 그가 누님을 나에게서 빼앗아간다고 걱정했지.”
링크는 내내 조용히 있었고 시드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나 역시 기억이 얼마나 흐릿하든 간에, 100년 전의 그대를 기억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 시드는 다시 미파의 조각을 올려다보았다. “상황이 다를 수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좀 묘하네. 아바마마의 말씀에 의하면, 그대와 미파가 결혼했을 수도 있어. 그대가 매형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지도.”
링크는 흠칫했다. “예?” 그는 조각에서 눈을 떼고 시드에게로 눈을 돌렸다. “저희가…”
시드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웃었다. “뭐, 나도 모르니까 굳이 묻지는 말아. 다만, 아버지가 오랫동안 하신 말씀에 근거해서 아는 거라면, 누님은 그대를 아꼈어. 사랑했지. 그래서 그 갑옷을 만든 거야.
“그 갑옷은 조라의 왕족들 사이에서는 거의 전통이야. 조라의 공주와 여왕들은 앞으로 결혼할 이들을 위해서 갑옷을 만들고는 해. 그것에도 전설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약혼할 때 그 갑옷을 주게 돼. 그들의 남편이나 약혼자들은 둘 사이의 사랑과 믿음의 의미로 그 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가는 것이 관례야.
“그러니, 아바마마가 그대가 내일의 전투에 그것을 입고 가라는 것은…” 시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 상징적인 의미겠지. 아바마마는 누님의 뜻을 지지했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소원을 들어주려는 것인지도 몰라.”
링크는 이를 머릿속에서 생각했다. 미파가 그에게 가진 애정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걸렸다. 그도 그녀를 사랑했는지 몰랐다. 그녀가 죽을 때 그가 잃은 것이 친구였는지, 연인이었는지 몰랐다. 이를 모른다는 것이 끔찍하게 나쁘고 무례하게 느껴졌다.
시드는 링크가 이를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이 불편해졌으면 미안하군. 아마 그래서 아바마마가 말씀하지 않으신 걸 거야. 하지만 그 갑옷을 왜 만들었는지 알았으면 했어.”
“아뇨, 그게 아니라…” 링크는 정교하게 조각된 미파의 조각상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냥 더 기억했으면 합니다. 저도 미파를 사랑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곧 기억할 거야.” 시드가 그의 어깨를 한번 꽉 쥐더니 손을 놓았다. “하지만 그 전에라도, 그 갑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누님은 기쁠 거야.” 그가 갑자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무즈리가 방방 뛸 테니 그 정도로도 꽤 재미있지.”
링크는 그 말에 도무지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고, 얼마의 침묵 뒤에 그의 마음에 내내 걸려 있었던 질문을 꺼냈다. “왜 저를 원망하는지 압니까?”
시드는 이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미파 누님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모양이야. 누님은 이렇게 높은 단상 위에 세워져서 불패하는 동시에 성스러운 모습이 강했거든. 차라리 누님의 죽음을 보고서 누님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대와 그대의 공주의 탓으로 돌리기가 쉬운 거지.
“재앙 가논이 깨어났고, 많은 조라족은 놈이 깨어나고 나서 목숨을 잃었는데, 누님은 이를 막는 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어야 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우리가 모두 실패했잖아요.”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 영걸 모두가 사망했고, 저도 죽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미파가 죽은 게 미파의 탓은 아니죠.”
“그렇지. 헌데 그것 말고도 우리들이 우리의 마을에 쭉 남아 있을 또 다른 핑계가 되는 것 같아. 밖으로 나서서 새 동료를 찾고, 거기에 더해 잃은 영역의 일부를 되찾기 보다는, 우리의 강에만 계속 앉아 있을 뿐이잖아.”
“동의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절대로. 대부분의 조라족도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일거야. 하지만 저 생각을 하는 이들은 아바마마와 가장 가까운 참모인 동시에 장성들이기도 해. 그리고 아바마마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누님의 죽음이 그대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종족들이 서로 연루되는 바람에 이 일이 생겼다고 여기시는 것 같아. 분명 아바마마와 다른 이들은 우리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시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더니 말을 이었다. “수명이 긴 종족 치고는 시야가 좀 편협하다는 것이 흠이라고나 할까. 누님만이 유일하게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이야. 누님은 위험도 알고 있었고, 조라족을 넘어서서 이 땅 전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링크는 그와 미파가 같이 뇌수산을 오른 때를 생각했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서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가 산을 오른 것은 그가 오르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생각이 그의 마음 속에 계속 무거웠다. 설마 그녀가 영걸이 되겠다고 한 것도 그 생각에서 온 것이었는지, 그녀가 사랑한 그가 영걸이 되겠다는 운명이었기 때문에 같이 하겠다고 한 것이었는지 갈등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죽은 것은 결국 그의 탓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은 링크가 시드와 헤어지고 침대에 누울 때까지 밤 내내 그의 마음 속에 무겁게 있었다. 그의 침대 머리맡의 작은 상에 있는 갑옷을 보기만 해도 두려웠다. 미파가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링크는 그날 밤에 아무 꿈도 꾸지 않았고, 깨어난 뒤에도 그렇게 많이 잔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의 온 몸, 특히 오른 어깨가, 전날에 한 일 때문에 꽤 뻣뻣하고 욱신거렸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면 그렇게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그가 눈을 뜨자마자 옆의 작은 상에 있는 갑옷에 시선이 갔다. 시드가 솔직하게 말해준 것은 고마웠지만 차라리 신수를 제압하고 나서 그 갑옷의 진짜 의미를 알려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불필요한 잡생각만 들게 만든 것이었다.
여관에는 옷을 갈아입을 작은 커튼이 있었다. 조라족은 복식을 그렇게 많이 차리지 않았기 때문에 탈의할 때 개인적인 공간은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조라족이 아닌 이들을 위해서 커튼이 있어서 그는 이를 다행으로 여겼다. 그는 갑옷을 커튼 뒤로 가지고 가서 착용해 보았다.
조라의 갑옷은 그가 입은 옷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갑옷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 가장 안쪽에는 푸르게 염색된 조라의 비늘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천으로 된 상의와 하의가 있었고, 그의 심장이 위치하고 있는 부분에는 큰 은빛의 비늘 하나가 있었다. 이는 아주 얇아서 링크는 이것이 얼마나 방어를 해 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튼튼하지도 않아 보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흘러내리거나 끼는 부분 없이 그에게 굉장히 잘 맞았다.
그의 등과 위팔, 그리고 허벅지는 비늘로 된 또 다른 갑으로 보호되어 있었다. 이 층은 조금 더 두꺼운 갈색의 가죽 느낌이 나는 비늘로 되어 있었다. 여기에 그의 팔다리와 취약 지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판금이 되어 있었다. 꽤 얇은 장화가 그의 발을 덮고 그의 발가락이 셋으로 나뉜 갈퀴 발로 들어갔다. 장갑도 비슷하게 나뉜 갈래로 손가락 사이에 간략한 갈퀴가 나 있었지만 그의 엄지와 검지를 덮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투구를 써 보았다. 이마와 정수리를 보호하는 덮개와 머리와 목덜미, 그리고 그의 얼굴 양 옆으로 내려오는 조라의 비늘 천이 있었다.
방어구는 꽤 가벼웠다. 판금조차도 생각보다 많이 가벼워 확실히 유연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여실했다. 이렇게 많은 부분을 입는 동안에도 링크는 자신의 움직임이 많이 방해를 받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미파가 그의 재빠른 공격 스타일을 보완해주기 위해서 이 갑옷을 만든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그는 그의 검을 들고 방의 가운데에서 검을 몇 차례 휘두르면서 그의 기동성을 시험해 보았다. 갑옷은 마치 그의 피부의 일부인 것처럼 착 달라붙어서 그의 움직임을 조금도 방해를 하지 않았다. 판금도 서로 부딪히거나 불편하게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계속 조용했다. 링크는 뒤돌아뛰기로 그의 운동을 마무리했고 안정적으로 다시 두 발로 착지했다.
“와, 링링!” 여성 조라족 여관지기인 코다가 입구에서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문도 없어서 그 자리에서 계속 그를 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의 볼이 빨개지면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그냥 한번 시험해볼까 해서…”
“그거 미파님이 만드신 갑옷 맞지?” 그녀가 그를 자세히 보기 위해서 가까이 가며 물었다. 링크는 코다가 이 갑옷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궁금증이 들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달이나 걸려서 만드셨어.” 코다는 링크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입고 있는 것을 보시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 링링 너한테 주기를 바랐는데 용기를 못 냈거든.”
“저와…결혼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까?” 그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아, 누가 이미 말해줬나봐? 뭐, 그래. 그게 바람이었지.” 조라족은 열린 벽 밖의 먼 산을 보며 말했다. “재료만 모으시는 것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다 모으신 뒤에도 누구의 도움도 거절하셨어. 전통대로 그 분의 손으로 다 해야 한다고. 그 은색 비늘도 말이야.” 코다는 은빛 비늘이 박혀 있는 링크의 가슴을 한번 찔렀다. “그게 미파님의 비늘이야.”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비늘에 손을 대어 보았다.
“잘 어울리는데, 링링.” 그녀가 물러나며 말했다. 그녀는 링크에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기뻐하실 거야.”
멀리서 링크는 나팔소리를 들었다. 코다는 그 자리에 얼어붙으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그녀 옆에 다가섰다. “저게 무슨 소리입니까?”
“전투 소집인데…” 코다가 떨리듯 말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듣네. 대재앙 이후로는 말이야…”
링크는 신수를 제압하기 위해서 따로 떼어 둔 그의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검과 방패, 활, 전기의 화살, 그리고 시커 스톤도 포함이었다. 코다가 그의 장비를 다 착용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보아하니 미파는 이것도 다 생각해둔 듯 활과 화살통을 찰 자리와 등에 검과 방패를 편히 매어둘 자리까지 모두 마련해 두었었다.
마침내 그는 코다에게 감사를 표하고 어머니와 같이 있기 위해서 여관 안으로 들어오는 코다의 딸 피네를 지나쳐 밖으로 달려나왔다.
“링크!” 시드가 여관에서 나오는 그를 보며 불렀다. 그는 창을 들고 링크에게로 달려왔다. “리잘포스야. 어찌된 일인지 밤 사이에 강을 다 타고 올라왔어. 보초 중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링크는 이를 갈았다. “얼마나 가깝습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어떻게라도…”
“그럴 시간이 없어.” 시드가 재빨리 말했다. “방금 둑에서도 보고가 왔는데 둑도 공격을 받았어. 누군가가 그 구조를 약화시키려고 폭탄을 쓴 모양이야. 물까지 새고 있어서 당장이라도 무너질 수도 있어. 공병들이 이를 늦추려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는데, 비가 이 정도로 많이 오고 있어서 고칠 수준까지는 안돼. 당장 신수에 가서 기능을 정지시켜야 해. 이를 그대에게 말하려고 오는 순간 리잘포스가 발견된 거야.”
모든 것이 다 맞아 떨어졌다. 비, 둑의 피해, 리잘포스, 그리고 어쩌면 라이넬까지. 이것은 우연히 동시에 벌어진 서로 다른 일이 아니었다. 오래 계획된 계책이었다. 링크는 시드를 보고 그의 굳은 얼굴을 보자 그도 이를 알아챈 것 같았다. 둘의 눈빛이 교차했다.
“어서 가요.” 링크가 말했다. 시드는 고개를 끄덕이고 둘은 전날 건넜던 다리로 다시 뛰어갔다.
동쪽 저수지 둑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꽤 길었다. 링크는 시드가 그 없이 리잘포스와 맞서는 그의 병사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 신수의 제압의 도움에 다른 이를 부르자는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설명 없이 이것이 그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동쪽 저수지 둑은 그들 앞에 우뚝 서 있었지만, 지금은 다리와 비슷한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는 그 둑을 감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대신에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서 뛰어 올라갔다. 시드는 한번에 서너 층계를 뛰어 올라가서 링크가 뒤쫓아가는 것이 꽤 힘들었다.
마침내 그들은 둑의 가장 꼭대기에 도착했다. 보통 때였다면 둑의 가장 위에 발판이 있고 둑을 열기 위한 조종실로 가는 길이 드러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폭우로 인해 수면이 올라 물이 발판까지 덮었고 조종실은 완전히 물에 잠겨버렸으며, 조라족이 압력을 낮추려고 하는 각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서리를 넘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들이 물을 가르고 나아갔을 때 링크는 저수지의 너머까지 바라보았고 그 먼 가운데에 신수가 눈에 뜨였다. 코는 아직도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물보라와 물을 쏘아 올이면서 머리 위에 먹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깊은 호수의 한가운데에 서 있어 혼자 갈 방법이 없었다.
“좋아, 링크.” 시드가 물에 잠긴 돌의 길의 끝에 도달하자 물로 들어가며 말해다. 여기서 물이 더욱 깊어져서 굉장히 어두웠다. “내가 헤엄치는 동안 내 등에 타는 거야. 우리가 가까이 가면 공격을 시작할 거야. 그럴 때는 그냥 움직이지 말고 타고만 있어. 화살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가까이 보내줄 테니까.” 시드는 조금 머뭇거렸다. “물에는 쏘지 말아줘. 전기가 얼마나 멀리 가는지 모르겠으니.”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물을 헤치며 시드에게 다가갔다. 이미 물이 넘치고 있는 것 같았다. 둑이 무너질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지, 시간은 충분할지 몰랐다.
상관없어. 시도는 해야 해.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시드는 여유롭게 물을 거치고 깊은 물로 향했으며 그는 뒤를 따랐다. 그는 그의 장비로 인해서 몸이 무거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물에서 가볍게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등에 멘 무기들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을 가르고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신기해서 놓친 것이 없는지 등을 확인해 보았을 정도였지만 전부 있었다. 조라의 갑옷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가 조라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도 아니면 둘 다여서 그랬는지도 몰랐다. 무엇이었건 간에 그는 안심이 되었다.
“준비됐어?” 시드가 그에게 가까이 가고 링크에게 등을 보이며 물었다.
“안됐다고 말하면 믿어요?” 그가 쌀쌀맞게 말했다.
시드는 뒤를 보고 씩 웃었다. “아니.”
“그럼 준비됐어요.” 링크는 가까이 가서 그의 손을 시드의 어깨에 올렸다. 시드는 배로 엎드렸고 링크는 조금 불편하게 그의 등에 올라탔다.
그가 꽉 잡자마자 시드는 곧바로 출발했다. 그는 팔을 양 옆으로 하고 발로 물의 대부분을 밀어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나갔다. 고요한 호수를 얼마나 빠르게 달리던지 떨어지는 비에 얼굴을 맞자 따가울 지경이었다. 링크는 놓치지 않도록 그의 등을 단단히 붙잡으면서 그의 등에 통통 튀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전기의 화살을 쏘아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들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호수를 건넜다. 곧 그들은 링크가 신수 바 루타의 자세한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갔다. 가까이 갈수록 그 모습은 더더욱 커졌다. 신수는 굉장히 거대했다. 코끼리 같은 형상으로 거대한 네 다리가 모종의 원리로 이 깊은 호수 위로 신수의 몸체를 드러내 주고 있었고, 몸은 두꺼운 원기둥이었으며, 두 개의 큰 귀 같은 돌기를 가진 머리와 길고 여러 개로 나뉜 코가 있었다. 톱니바퀴와 이상한 적갈색의 빛으로 덮여 있는 등 모든 부분이 기계로 되어 있었다. 몸에 있는 무언가가 늘 움직이거나, 돌거나, 증기를 내뿜는 것 같았다. 이는 확실히 고대의 시커족의 기술로 만들어져 있었다. 몸체가 다른 시커 건축물들의 건축 재료와 비슷한 금속과 돌의 조합이었고 시커 양식의 도형도 새겨져 있었다.
“링크, 다리 바로 위쪽의 등에 있는 빛나는 부위가 보여?” 그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시드가 물었다. 그는 속도를 늦추면서 루타의 주변을 큰 원으로 돌기 시작했는데, 이 덕에 마음이 놓였다. 그는 일찍이 그가 접근하면서 언급한, 아직 신수가 그들에 반응하지 않을 만한 거리를 두면서 돌고 있었다.
신수의 몸에서 빛나는 부분은 꽤 여러 개가 있어서 찾는 데에는 좀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알아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 바로 위, 등 위쪽으로 튀어나온 돌의 우리에 둘러싸인 네 개의 붉은 빛이 보인 것이었다.
“루타에 대해서 가진 설계도를 참고했는데 대부분의 기능이 그 네 지점에 집중되어 있어.” 시드는 더 속도를 늦추고 그가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링크를 돌아보았다. “그 네 지점을 모두 전기의 화살로 맞추면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을 거야. 최소한 그게 우리의 바람이기는 하지만.”
이 거리에서 보아도 맞춰야 하는 표적들은 아주 커서 이동하고 있는 동안이라도 화살로 맞추는 것은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시드의 등에 타고 있는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준비됐어?” 시드는 그를 돌아보고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간다!”
시드는 바로 출발해서 신수를 향해 돌진했다. 링크는 그의 활을 꺼냈다. 조라의 디자인으로 된 새로운 활로 젖은 기후에도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활이었다. 다른 무기와 비슷한 은빛의 금속으로 되어 있었고 활시위는 물로 인해서 장력을 잃지 않도록 무언가로 덮여 있었다. 그는 이 활의 구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사정거리가 그가 이전에 쓰던 시커족의 활에 비해서는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인 것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비에 의해서 기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신수는 큰 울음소리를 냈고 이에 시드가 외쳤다. “우리를 알아챘어!” 링크는 고개를 들었고 신수가 물에서 몸을 돌려 몸의 옆쪽을 그들에게 향하게 한 것을 알게 되었다. “꽉 잡아, 링크!”
링크는 신수 옆의 물이 위로 솟구쳐서 일정한 모양으로 굳어지는 것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우면서도 낯익은 금이 가는 소리가 나면서 물이 단단히 얼어붙었고 그 얼음은 조각과 눈 결정을 흩뿌렸고 이는 금방 비로 흩어져갔다. 물이 있었던 그 자리에는 이제 사람의 팔 길이 정도의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있었다.
“널 정말 싫어하나 봐!” 첫번째 얼음 가시가 링크에게 바로 날아가자 시드가 외쳤다. 물에서 몸을 빠르게 돌리는 바람에 링크는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몸을 낮춰야 했다. 얼음 가시는 그들을 비켜 가 물 깊이 빠졌다. “보통은 얼음 덩어리만 내던지거든!”
루타는 곧 두번째 얼음 가시를 그들에게 발사했고 시드는 다시 몸을 빠르게 돌렸다. 얼음 가시는 그들을 지나쳐갔고 그 뒤를 이어서 하나가 더 날아왔다. 신수가 다시 얼음 조각 여럿을 만들자, 링크는 저 신수가 아이스 메이커를 사용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애초에 시커 스톤을 만든 이들이 저 신수를 만들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가까이 가줘요!” 링크는 얼음 가시에서 눈을 돌리고 신수의 등에 있는 빛나는 지점을 보면서 말했다.
“그러고 있어!”
시드는 돌아서 신수로 돌진하였다. 얼음 가시가 또 날아오자 그는 길을 살짝 바꾸어서 가시가 링크의 어깨를 스쳐가게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이전보다 더 가까웠다.
가시가 하나 더 날아오자 링크는 고개를 숙였다. 얼음이 지나가자마자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서 화살을 걸고 당겼다. 그러자 전기의 화살에서 전기가 발생하면서 그의 근육이 조금 굳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리잘포스가 쓰던 화살에 비해서는 충격이 덜해서 질이 더 좋은 화살인 것 같았다. 하지만 무릎 밑에서 시드가 숨을 들이쉬며 살짝 떨게 할 정도는 되었다.
“괜찮아요?” 링크가 그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며 물었다. 화살의 전류가 그를 통해서 시드에게까지 전달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괜찮아!” 시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냥 해!”
링크는 입을 깨물고 다시 앞을 보면서 무릎으로 시드의 몸을 붙잡았다. 루타가 얼음 가시를 더 만들면서 갈라지는 소리가 더 울렸다. 그는 활의 길이를 유심히 보면서 몸집이 큰 조라족인 시드를 타는 동안 그의 조준을 일정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전기의 화살을 쏘자 그는 곧바로 그가 잘못 겨누었다는 것을 알았다. 화살이 빛이 나는 지점이 아니라 신수의 몸체의 옆을 맞추면서 전기만 번쩍인 것이었다. 이에 루타는 조금 떨고 다시 나팔소리를 내었지만 얼음과 물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괜찮아!” 시드가 신수의 앞을 거쳐서 반대쪽으로 헤엄치면서 말했다. “다시 해봐!”
링크는 다시 화살을 당겼고 팔에 다시 충격을 느꼈다. 시드는 그의 밑에서 움찔했다. 신수 주변을 빙빙 돌게 되자 신수가 반대쪽에도 가시를 새로 만들어야 했기에 방비가 약해졌다. 그래서 시드가 조금 속도를 늦출 틈이 생겼고 링크가 더 잘 겨눌 여유도 생겼다.
이번에는 누런 번개 빛을 내면서 허공을 갈랐고, 목표물에 적중했다. 붉은 지점을 전기를 번쩍이면서 맞춘 것이다. 전기가 그 지점 주변을 돌면서 빛을 번쩍이게 하다가 곧 꺼뜨리자 신수가 몸 전체를 떨었다. 코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이 멈추는 것을 보자 링크도 마음이 크게 놓였다.
“됐어, 링크!” 시드가 불렀다. “어서, 이제 반대쪽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야 해서 말을 멈추었고 이에 링크는 떨어질 뻔했다. 그들 바로 앞에 거대한 얼음 벽이 쩍 소리를 내면서 생긴 것이다. 신수에서 몸을 돌려 얼음 벽을 따라 나아가고 있을 때 링크는 그들의 뒤로 얼음 가시 여럿이 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를 가두려 하고 있어!” 시드가 목소리가 굳어지면서 말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얼음의 벽이 곡선을 그려서 시드가 반대로 돌아가야 했던 것이다. 링크가 주변을 돌아보자 얼음이 시드가 헤엄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생기는 것이 보였다. 원형을 그리면서 그들을 가두고 있던 것이다. 시드가 혼자였다면 위로 뛰거나, 아래 깊이까지 가지 않았다면 잠수해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링크가 타고 있었다.
“잠시만요!” 링크가 활을 어깨에 걸면서 말했다. “얼음을 향해 가세요!” 그는 짐작만을 바탕으로 시커 스톤을 허리에서 끌렀다. 시드는 그의 말대로 얼음을 향해서 조금 느린 속도로 나아갔다. 그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링크를 보았다.
링크는 잠시 그를 보지 않고 아이스 메이커를 선택했고, 시커 스톤의 화면이 투명해지자 이를 들었는데 물이 전부 하늘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화면에서 얼음 벽을 찾았는데 이는 붉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다시 아이스 메이커 표식을 눌렀고 그러자 얼음 벽의 일부가 부서지면서 조각이 다시 저수지로 떨어졌다.
“대체…” 시드가 신수의 함정에서 벗어나면서 놀라워하며 말했다. 링크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시커 스톤을 다시 묶고 활을 들었다. 생각보다는 너무 멀었지만 그는 다시 화살을 걸었다. 그의 밑에서 시드가 신음소리를 내었다.
“시드!” 링크가 그의 동료를 보면서 말했다. 시드의 진한 붉은 피부가 이제 빛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괜찮아!” 시드가 굳은 얼굴로 링크를 다시 보았다. “계속 가!”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링크는 시드의 말대로 화살을 그의 볼까지 당겼다. 그는 정확한 순간까지 기다리다가 바로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허공을 갈라서 높은 붉은 지점에 다시 명중했고 전기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신수는 다시 나팔소리를 내었고 링크는 이제 신수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여겼다. 머리 위에서 비도 계속 약해졌다.
“통하고 있어!” 시드가 루타의 등 뒤로 돌아가면서 외쳤다. “계속 해, 아직은 버틸만해!”
링크는 당장은 화살을 걸지 않고 다음 행동을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바로 오지 않아서 링크는 조금 헷갈렸다. 두 번 맞추자 방비 기능이 정지된 것인가 싶었다. 신수는 얼음 가시를 쏘지도, 얼음 벽으로 가두려고 하지도 않고 있었다.
링크가 화살을 다시 당기려 하고 있을 때 그는 시드의 물장구 소리에 거의 묻힌 물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고 시드의 발에서 거의 팔 길이 뒤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거대한 얼음의 구가 물 위를 엄청난 속도로 굴러오고 있었다. 그 구에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박혀 있어 마치 커다란 철퇴의 머리처럼 보였다.
“뒤를 조심해요!” 링크가 외쳤다. 시드는 보지도 않고 반응하여 제 시간에 옆으로 피했다. 얼음의 구는 물 위를 굴러 지나쳐갔지만 링크가 숨을 돌릴 틈은 없었다. 충격적이게도 가시가 난 구가 물에서 방향을 바꾸어 다시 목표를 잡더니 그들을 쫓아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구는 다시 가까이 오고 있었다.
링크는 화살을 다시 당기면서, 시드의 반응을 무시하고 얼음에 화살을 쏘았다. 그의 예상대로 얼음 구는 금이 가더니 부서져서 물보라를 튀기며 물로 떨어져내렸다. 그런데 그 구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가시가 달린 구가 바로 뒤에서 물을 가르며 쫓아오고 있던 것이었다. 이전에 공격하여 부서지고 남은 얼음 조각은 이를 늦추지도 못했다.
그는 활을 다시 매고 시커 스톤을 꺼냈다. 바로 아이스 메이커를 선택한 뒤 그는 이를 구로 겨누고 그들에게 닿기 전에 얼음을 부숴 버렸다. 안도하면서 링크는 다시 신수를 보았다.
“더 온다!” 시드가 경고하듯 말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링크도 이미 다 본 것이다. 가시가 달린 구 셋이 신수로 가는 그들의 경로 한가운데에 서서 그들에게 정면으로 다가오고 있던 것이었다.
“가운데로 가면서 속도를 올려요!” 링크가 가운데의 구를 시커 스톤으로 겨누면서 말했다. 세 구는 그들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만약 링크가 시간 계산을 잘못하면 그들은 저 가시들에 바로 갈려버릴 것이었다. 너무 늦게 하면 얼음이 제 시간에 부서지지 못할 것이었고, 너무 일찍 하면 다른 두 얼음들이 그들이 통과하기도 전에 따라잡아 버릴 것이었다.
“링크?”
“계속 가요!”
가시가 달린 공은 계속 다가오며 이윽고 시커 스톤의 화면을 뒤덮었다.
“링크!”
지금이다!
링크는 아이스 메이커를 다시 눌렀고 가운데의 공이 산산조각나며 물로 떨어졌다. 바깥의 두 공은 바로 틈을 좁혔지만 시드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링크는 얼음 조각들이 그의 경갑을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의 뒤에서 두 얼음 구가 서로 부딪히면서 거칠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링크는 바로 활과 화살을 꺼내어 세번째 표지점에 전기의 화살을 한 대 더 쏘았다. 화살이 목표에 박히자마자 신수는 바로 반응했다. 몸체 전체가 떨더니 몸을 덮던 붉은 빛이 잠시 튀다가 다시 안정되었다. 그래도 확실히 빛이 연해지기는 했다.
“한 번 더!” 시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링크는 화살통에서 화살을 한 대 더 꺼내어 겨눌 준비를 했다.
그때 그들의 앞에서 물이 얼음판이 되었다.
“잡아!” 시드가 몸을 빨리 돌리면서 외쳤다. 하지만 너무 늦어 링크는 그의 등을 놓쳐버렸고 시드의 등에서 날아가 얼음 위로 떨어졌다. 그는 구르면서 조라의 활을 놓쳤는데 그에게서 멀리 미끄러져 가버렸다.
“조심해!”
시드의 경고 덕에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얼음판 바로 위로 얼음 가시가 내리찍으려는 순간에 피해서 꿰뚫려버리는 것은 면했다. 그는 바로 일어섰는데 그가 입은 조라의 경갑이 그의 일반적인 장화보다 얼음을 더 잘 잡고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는 곧 불안한 발걸음으로 뛰기 시작했고 얼음 가시 하나를 더 간신히 피했다.
떨어진 활로 다가가는 동안 그는 그의 소지품을 빨리 확인했다. 허리춤에는 아직 화살통을 차고 있었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반대쪽에는 시커 스톤이 그대로 있었다. 그것도 좋은 상황이었다.
그는 다시 루타를 올려다보았는데, 더 많은 얼음 가시가 생기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 루타는 시드는 완전히 무시하고 링크만 총력을 다해서 공격하고 있었다. 가시가 그의 갑옷을 스치는 것을 느끼자 그는 비틀거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가시가 바로 그의 눈앞에서 바로 옆을 스쳤다.
링크는 바로 몸을 낮추어 미끄러지면서 조라의 활을 손을 뻗어 잡았다. 그때에 얼음 가시 둘이 다시 머리 위로 날아갔다. 발 밑에서 얼음이 끝나자마자 그는 바로 위로 뛰었다. 허공을 도약하는 동안 그는 화살통에서 전기의 화살을 꺼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링크가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의 숨소리와 볼로 활시위를 당길 때 들린 활이 구부러지는 소리가 전부였다. 화살을 겨누자 화살은 바로 빛으로 번쩍였다.
그는 화살을 놓고 물로 다시 떨어졌다.
전기의 화살은 허공을 갈라 마지막 붉은 지점의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신수는 몸 곳곳의 모든 붉은 빛이 빠르게 번쩍이다가 꺼지는 동안 한번 더 큰 울음소리를 내었다. 코는 힘이 빠진 채로 물로 떨어졌다. 신수가 만든 얼음도 다 금이 가면서 부서졌다.
얼음이 충분히 부서지자 시드는 이제 물에서 헤엄을 치면서 루타가 잠잠해지는 것을 보고 있는 링크에게로 다가갔다. 머리 위에서 비도 멈추었다. 링크는 고개를 들어 미묘한 소용돌이를 그리면서 흩어지고 그 틈으로 햇빛을 들여보내는 구름을 보았다. 며칠 간 우중충한 비만 보다가 햇빛을 보니 눈이 부셨다.
“해냈다.” 시드가 경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링크를 보았고 그의 눈이 커지더니 입에 미소를 지었다. “링크, 해냈어! 비가 멈췄어! 정말 대단해!”
링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에 미소를 조금 지었다. 그때 갑자기 신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붉은 빛이 다시 들어오자 링크의 속이 철렁했다. 다리가 일어서면서 몸체를 저수자의 물 밖으로 들기 시작했다. 그는 시드의 표정을 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비는 멈추었지만 그렇다고 신수가 해방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가논의 영향, 그러니까 미파를 살해한 그 존재를 무찌르지 못한 것이다. 그러려면…
“시드,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가 이를 살짝 갈면서 말했다. 시드는 그를 보면서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입구는 어디인지 알아.” 링크는 시드의 등에 탔고 시드는 다시 출발하여 신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링크는 신수의 방비가 다시 켜지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했다.
그들이 계속 헤엄을 치는 동안에 시드는 부드럽게 말했다. “안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어. 우리 모두가 말야. 최소한 누님이…” 그의 시선은 다시 루타에게 갔다. 링크는 그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에 그리움이 담긴 것은 들었다. “이렇게까지 가까이 갈 수가 없었거든. 아까처럼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접근하는 것은 막아왔으니까. 그래서 결국 멀리 거리를 두게 되었지.”
“입구가 어디있는지는 어떻게 아신 겁니까?” 링크가 몰라서 물었다. 아까 그들이 헤엄칠 때 입구로 보일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는데 시드가 설계도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이다.
“누님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기억하거든.”
둘 사이에 한동안 침묵이 감돌다가 시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링크, 그대와…같이 있을 수는 없어.”
“병사들을 보러 가야 하는군요.” 링크는 그의 속을 안다는 듯이 말했다.
시드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래. 그들이 지금도 리잘포스와 맞서고 있다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그곳이야.” 그는 다시 신수를 돌아보았다. 그는 이제 물 바로 위에 있는 작은 발판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링크는 아까 그것을 보지 못했기에 아무래도 물에 잠겨 있는 동안 물 밑에 숨어 있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누님을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대가 그대의 의무를 해야 하듯이, 나도 나의 의무를 해야 해.”
링크는 조용히 있었다. 그는 이것이 그에게는 아주 어려운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 그는 링크와 같이 신수에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리잘포스의 습격만 아니었다면 같이 들어갔을 것이었다.
시드는 발판으로 다가갔고 링크는 위로 올라갔다. 그는 그의 장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하며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지 다시 확인했다. 전부 있음을 확인한 뒤 그는 미소를 짓고 있는 시드를 내려다보았다.
“행운을 빌어.” 시드의 목소리에는 쾌활함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적수에 절대로 두려워하지 말아, 링크. 오늘 밤에는 조라의 마을에서 승리자와 이 땅의 구원자로서 대잔치를 벌이는 거다!”
“그래도 날생선은 안 먹을 겁니다.” 링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드는 웃고 뒤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대가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불을 따로 피워 놔야겠군!” 그는 손을 들어서 인사하였다. “이 일을 마쳐줘, 링크! 그대를 믿어!”
시드는 몸을 돌리고 빠른 속도로 붉은 점이 되어 헤엄쳐갔다. 링크는 그가 가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시드가 저수지의 물가에 도착했다고 보았을 때 그는 신수의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미파가 입구에서 따스한 미소를 짓고 손을 모은 채로 입구에 서 있었다.
“안녕, 링크.”
Notes:
N.B.
East Reservoir Dam = 동쪽 저수지 둑 (It was not marked on the map, so I directly translated it.)[Name glossary]
Kodah = 코다
Finley = 피네
Chapter 16: 15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바로 사막으로 돌아가지.” 우르보사는 이를 물면서 그녀가 느낀 불안을 숨겼다. 그녀는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링크는 젤다를 위해서라도 그녀가 그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 조심히 가세요, 우르보사.” 젤다의 얼굴은 걱정과 두려움을 숨기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모두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리발이 가장 먼저 출발했다. 그는 재앙 가논의 부활을 알리고, 그가 최대한 알아볼 수 있는 상세한 정보를 전부 전달한 뒤에 곧바로 리토의 마을로 날아갔다. 다르케르는 그의 바로 뒤에 서서 링크와 젤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무언가 위안이 될 법한 말을 하려고 애썼으나, 결국 그는 그가 그들 곁에 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몸을 낮추고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길을 따라 굴러서 가기 시작했다.
우르보사는 젤다를 한번 안더니 이마에 한번 입을 맞추었다. “강인해지거라, 우리 공주님.” 그녀는 팔을 풀고 바로 말에 올라탔다. “잘 보호해줘, 링크!” 그녀는 말을 돌려서 라넬 로드를 따라서 카카리코 마을을 향해 서쪽으로 달렸다. 그녀는 가장 멀리 가야 했기 때문에 가논과의 전투에 가장 마지막으로 참전하게 될 것이었다. 중간에 말을 갈아탄다 할지라도 사막까지 가기에는 여러 날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미파만 남았다. 그녀는 지상과 지하수로 여럿을 타고 라넬강을 타고 올라갈 것이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출발해도 가장 먼저 신수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녀는 손을 모은 채로 젤다를 보았다. “이 말을 해도 소용없겠지만…” 미파는 앞으로 나와서 젤다의 손을 잡았다. “분명 이길 수 있을 거예요. 두분 모두를 믿어요.”
“고마워요.” 젤다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 이 말에 젤다는 고개를 들어서 미파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끝은 아니에요.”
젤다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미파는 젤다의 손을 한번 쥐고 나서 이를 풀고 링크를 보았다. 한동안 그녀는 링크의 눈만 보면서 양 눈을 돌아보기만 했다.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다시 닫았다.
그는 한때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와 링크를 안았다. 그는 그녀를 마찬가지로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와 키가 비슷하기는 했지만 그의 팔에서는 너무 작게 느껴졌다.
“무사히 있어줘, 링크.” 그녀가 말했다. “가능한한 빨리 성으로 갈게. 공주님을 지켜줘. 하지만…” 미파는 잠시 머뭇거리면서 링크의 눈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뒤로 물러났다. “루타를 조종하는 동안에는 널 치유해 줄 수 없을 거야. 너무 무모하게는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해 볼게.”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그도 팔을 풀었지만 이번에 그녀는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조심해.”
“내가 가장 큰 위험에 직접 처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녀 역시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한 것 같았지만 그저 젤다만 보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링크에게로 돌아갔다. “강하게 있어줘, 친구야.”
미파는 손을 들어서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은 늘 그랬듯이 시원했고 이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 둘을 한번씩 보더니 몸을 돌렸다. 그녀는 팔을 벌리며 공중으로 뛰었고 바로 라넬강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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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
링크는 아까 머리 속에 번쩍인 기억과 신수 바 루타의 입구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나서는 무릎에 힘이 풀릴 뻔했다.
미파는 아무 말 없이 서서 따뜻한 표정만을 지어 그가 진정할 시간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본 그 따스함이 그대로였는데, 그는 방금 그가 본 그 기억이 그들의 마지막 인사였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는 100년 전의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작고 연약해 보였고 그동안 만난 다른 조라족과는 달리 링크보다 키가 작았다. 몸은 시드의 몸의 대부분처럼 붉었지만 얼굴과 몸통의 앞쪽만은 하얬다. 물고기와 같은 코는 금빛의 눈 바로 위에 있었고 빨간 입술은 남동생보다는 덜 두드러졌으며 날개지느러미와 같은 형상은 없었다. 그녀의 지느러미는 조금 구부러져서 얼굴을 한번 감쌌다. 머리와 목, 그리고 목덜미에는 은색 장신구가 물방울 형상의 사파이어 여럿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링크의 영걸의 옷과 비슷한 색과 재료로 된 푸른 띠가 그녀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엉덩이로 지나고 있었다.
링크는 잠시 진정하고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한 가지만 빼고 말이었다.
그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미파는 로암 왕처럼 미묘하면서도 흐릿한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살아있는 것이 아닌 영혼이었다.
“그래…” 미파가 그의 표정을 읽으면서 말했다. 그의 눈을 보고 미소가 엷어졌다. “가논의 함정이…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교활했지? 그렇게 많이 희망했는데…”
순간 모든 것이 그의 앞에 쏟아지는 것 같았다. 하이랄의 멸망, 그의 기억 손실,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 그녀의 죽음과 그로 인해 조라족이 겪은 상실감까지. 그의 실패이자 치부였던 것이다. “미안해. 이건 다 내 탓이야. 내가 더 강하고 준비를 더 잘 했다면…”
“링크.”
그녀의 눈이 커지면서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그는 바로 말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링크, 이걸 다 너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어.” 그녀는 조심스레 앞으로 나와서 그의 팔에 자신의 영적 팔을 올렸다. 그는 그녀의 감촉을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가논이 승리하기 위해서 세운 모든 계책을 우리가 다 대비할 수는 없었잖아.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싸워봤어. 신수가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가논은 신수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수단을 우리에게로 되돌려버렸지. 넌 실력이 훌륭했지만 가논 뿐만이 아니라 가디언의 무리까지 모두 싸울 수는 없었을 거야.”
링크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말이 위안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아마 그녀에 관한 기억을 더 되찾으면 그럴지도 몰랐다. 그의 현재 상황에 대한 씁쓸함이 그의 속에 올라왔고 그는 왼손을 세게 주먹을 쥐었다.
“기억이 나지를 않아. 싸울 때 무엇이 벌어졌는지, 가디언하고, 젤다 공주님하고…아무것도 말이야.” 이것을 미파에게 털어놓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말하는 것보다 더욱 침통했다.
“기억이…안 난다고?”
“회생의 사당이 내 기억을 다 지워버렸어.” 그가 말했다. “그 뒤에 조금 되찾은 것은 있어. 너와 뇌수산을 오르는 것은 기억하고 또…”
최후도.
그는 둘의 마지막 순간도 기억하고 있었다.
“아, 링크, 그건…참 끔찍하다. 유감이야.” 그녀는 감정이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서 팔을 그에게 감쌌다.
잠깐동안 그는 그녀가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비늘이 있는 팔과 어깨에 댄 그녀의 볼이 느껴졌는데 다시 사라졌다. 그녀는 다시 팔을 풀었는데, 충격적이게도 이전보다 더 흐려진 것 같았다. 그녀의 몸집 뒤의 광경이 그대로 보여서 그런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그녀에게 무리를 가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고 했지?” 그녀가 물었다.
그는 억지로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조금은 되찾았어. 조금씩 번쩍이는 기억이야.”
“잘됐다.” 미파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돌아올거야. 넌 이루겠다고 다짐한 것은 반드시 이루어냈으니까.”
“그렇게 쉬운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살면서 뒤쫓아야 하는 것이 쉬울리는 없지.”
그는 그녀를 보면서 표정을 읽어보고 있었다. 슬픔과 연민이 담겨 있었다.
“내 갑옷을 입고 있구나.” 그녀의 눈이 알아보는 듯이 커졌다. 그녀는 조금 속으로 갈등하는 눈치였다. “잘 어울리네. 생각보다도 잘 맞아.”
“정말 훌륭해. 그리고 고마워.”
“그…그 갑옷의 진짜 의미를 혹시 들었어?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지면서 시선을 피해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어…응.”
“아…”
“미파…”
그녀는 고개를 빨리 저었고 지느러미가 휘날렸다. “아니, 괜찮아. 그냥…좀 웃기지? 지금 쑥쓰러워하는 거 말이야. 100년간 죽어 있었는데.”
“미안해.” 그가 두번째로 이 말을 하였다. “그냥, 내 기억이 다…”
“아니, 그만.” 그녀가 다시 그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여기 네가 살아있는 것만 봐도 충분해. 그리고 내 갑옷을 입고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고마워.”
링크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그는 그가 그녀에게 100년 전에 무슨 감정을 느꼈었는지 아직도 잘 몰랐지만 꽤 절친한 관계 그 이상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라고 의심하고는 있었다. 가깝기는 했지만 그가 기억한 것만 보면 그녀와의 관계는 연인보다는 남매에 더 가까웠다. 그저 알지 못할 뿐이었다.
“고마워.” 그는 한참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금은 이 정도만 말할 수가 있었다. “이것과 네가 해준 모든 것에서 말이야.”
미파는 서서히 발판의 모서리로 다가가서 거기에 앉고 저수지를 보았다. “비가 그쳤네.” 그녀가 말했다. “이건 잘됐어. 수위가 너무 높아져서 둑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했거든.”
그는 그녀의 옆에 앉아서 표정이 우려로 바뀌었다. 그녀가 아까보다도 더 흐려진 것 같았다. “시드와 내가…”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숨을 들이쉬며 보았다. “그게 시드였어?”
“어…응.”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모른 거야?”
“몰랐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해졌다. “그날 이후로 루타에서 나올 수가 없어서…참 많이 컸네.”
머뭇거리며 링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에 올리려 했는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으면서 그냥 통과해 갔다. 그는 바로 손을 치웠다. 그녀는 한번 그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멀리 있는 조라의 마을을 다시 보았다.
“가논이 깨어났을 때 아직 어린애였어.” 미파가 말했다. “아직도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법을 가르쳐 준 날이 기억이 나. 젤다 공주님에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시드가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지.”
“그러면 잘 가르쳐 줬네.” 링크가 전날에 시드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서 말했다. 정말 쉬운 일인 것처럼 보여준 것이다. “꽤 강인한 전사로 성장했어. 어제 뇌수산에서 같이 라이넬을 쓰러뜨렸거든.”
그녀는 그를 모르겠다는 듯이 보았다. “또 있었어?” 링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와 같이 갔고? 그것도…잘 됐네. 어울려.”
둘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돌다가 그녀는 갑자기 아버지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아는 만큼 다 말했다. 도레판 왕의 환대, 시드가 라이넬의 공격에 동참하려 했을 때의 그의 반대, 스바바와 다른 이들에게서 알게 된 친분, 그리고 원로들 사이에 있던 링크에 대한 적대감 등등을 말했다. 어느 순간에 그는 그가 깨어난 뒤에 벌어진 그의 경험과 그가 느낀 부끄러움 및 혼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여겨 말을 멈추었다. 본인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한 미파야말로 그의 문제를 다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계속 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마저 말을 하였다.
그가 경험한 모든 시련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대해서 털어놓자 속이 꽤 후련해졌다. 그는 어느새 그녀에게 그의 앞에 놓인 일을 어떻게 성공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했고 그가 다시 실패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말하고 있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미파는 그를 약간의 안타까움과 자랑스러움이 섞인 것처럼 보이는 눈빛으로 보았다. “참 신기하네. 예전에 네가 마스터 소드를 뽑고 공주님의 호위 기사가 되었을 때 넌…어, 말을 하는 것을 멈추었잖아. 결국 공주님에게는 말을 터 놓은 것 같기는 한데, 내가 너의 고충에 대해서 물었을 때에는 넌 말을 하지 않았어. 많은 것을 그냥 억누르고 있었구나.”
링크는 그동안 한 고백에 대해서 피곤하면서도 미묘하게 후련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를 보았다. “그러면 내가 바보였네.”
미파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지만 시야가 좁을 수는 있지.” 그녀의 눈에 잠시 미안하다는 기색이 돌았지만 다시 말을 이었다. “너와 같은 부담을 우리 모두가 짊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내가 바보였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파도 이에 미소를 지었다. “가끔은 그랬지.”
둘 사이에 다시 침묵이 돌았다. 아래의 루타의 다리에서 물결이 치면서 고요한 소리가 났다. 머리 위로는 새가 날아갔다. 햇빛이 비나 구름에 막히지 않고 그들에게 내리쬐었다.
루타가 약간 몸을 떨었고, 링크는 입구를 다시 보았다. 안에는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그는 침묵을 깨기가 좀 그러한 생각이 들어서 미파를 보기만 했다. 그녀는 꽤 편해 보였다. 약간 반투명하고 발목에서 꼰 그녀의 다리가 물에 닿고 있었다. 움직일 때면 가볍게 물결파가 일었다.
마침내 그가 말을 꺼냈다. “미파, 무슨 일이 있었어? 어떻게 죽은 거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자 링크도 일어섰다. 그녀의 시선은 어두운 입구로 향했다. “가논이…내가 걸릴 함정을 세워 두었고 아마 다른 영걸들에게도 그러했을 거야. 신수에 올라탔을 때, 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싸우려고 했는데, 너무 강했어. 날 죽여버린 뒤에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신수를 인상을 찡그리며 올려다보았다. "다시 성으로 돌아가서 기다렸지. 마을을 공격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는데, 아마 그냥 경고만 하려고 했나 봐.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이 무기를 조종할 수 없었거나. 자세한 것은 모르겠어.”
“가디언이 공격했어.” 링크가 주먹을 쥐면서 말했다. “신수를 필요로 하지도 않았던 거야.”
미파는 링크를 돌아보았다. “그랬구나.”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고 앞으로 나서서 입구에 섰다. 그녀는 그를 보도록 몸을 돌렸다. “링크, 난 여기에 갇혀 있어. 루타도 갇혀 있고. 가논이 남긴 오염이 이곳을 일그러뜨리고 더럽히고 있어. 사실상의 감옥이야.”
가논의 원념에서 신수를 해방하라, 이것이 임파가 전한 말이었다. 링크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고, 그녀 역시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미파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여기에 갇혀 있다고?”
미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00년간 루타에서 나올 수가 없었어. 그저 나와…그 녀석만 있었어.” 그는 그녀의 얼굴에 그녀가 겪었던 두려움을 볼 수 있었고 그의 마음이 쓰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누구였든 상관없었다.
링크는 방패를 팔에 걸고 그의 검을 들면서 시선을 굳혔다. “그럼 그걸 토벌하면 신수가 해방되는 거야?”
“그럴 거야.” 미파는 잠시 머뭇거렸다. “링크, 아직 가논을 처치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루타와 내가…연결되어 있어. 미약하게나마도 느껴져. 아마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직 조종할 수 있을 거야.”
그가 깨어난 뒤로 링크는 그의 지위에 대해서 한탄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그의 기억, 그의 실패, 그의 짐까지, 그는 이를 모두 후회했다. 이를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미파를 보고 있는 동안 그의 의지는 더욱 굳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이제 이 짐을 당당히 지기로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파의 영혼의 모습을 지나쳐 신수 바 루타의 심장부로 걸어들어갔다.
문지방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그는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기부터 이상했다. 무거우면서도 끈끈했다. 고약한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그의 몸도 이상했다. 약해지면서 몸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마치 이 순간에 그가 그동안 느꼈던 모든 통증과 근육통, 그리고 고통이 몇 배는 커져서 그의 모든 감각을 지배해 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잃어버린 기억 어딘가에서 그는 이 느낌을 알고 있었다. 가논의 존재가 원인이었다.
넓고 뚫린 큰 방을 돌아보는 동안 그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신수의 내부 구조는 굉장히 복잡하고 낯설었다. 거대하고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들이 벽에 붙어 있었지만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바닥에는 여러 크기의 물 웅덩이가 고여 있었고 그곳에서 여러 크기의 쇠로 된 관이 나와 신수의 머리로 향했다. 가장 큰 웅덩이 둘에는 거대한 물레방아 둘이 있었는데, 이들도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각각의 칸에서 물이 천천히 떨어졌다. 거대한 방의 곳곳에는 금속 창으로 된 발판이 서로 교차하며 지나갔다.
바닥은 대부분은 돌이었지만 대부분은 거품이 나면서 끈끈하게 보이는 괴상한 진보라와 검은색의 물질로 덮여 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불안한 것을 넘어 구역질이 났다. 팔의 털이 다 곤두서고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을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다.
미파는 굳은 얼굴로 그의 곁에 서서 그 물질을 바라보았다. “건드리면 안돼. 루타를 빼앗아 버린 녀석과 관련이 있는 거야.”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에 있어?” 그가 그녀를 죽인 그 존재의 흔적을 찾아보면서 물었다. 거대한 방은 물레방아에서 아래의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만 제외하고는 불안한 침묵에 싸여 있었다. 아까 밖에서는 잘 들렸던 물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링크, 정말 괜찮겠어?” 미파의 목소리는 불안함을 간신히 숨기는 것 같았기에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 녀석은…꽤 강해. 날 죽였다고.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괜찮을거야.” 그가 부드럽지만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고 그는 거기서 두려움을 보았다. 자신이나 하이랄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그에 대한 우려였다. 그녀를 조금 더 안심시키고 싶었다. 사실 그도 그렇게 자신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도해야 했다. 놈에 의해 목숨을 잃은 미파를 위해, 누나를 잃은 시드를 위해, 영걸을 잃은 조라족을 위해, 그리고 가장 가까운 친구를 잃은 그 자신을 위해.
“이쪽이야.” 그녀는 마침내 말을 이렇게 하고 몸을 돌려 신수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녀가 그를 이끌어가는 동안 공기는 더욱 무거워지고 지독한 냄새는 더 심해졌다. 무언가 썩는 냄새에 다른 냄새도 더해져 그의 코가 따가울 정도였다. 속도 메슥거렸지만 참아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따라 더 많은 복도와 작은 방들을 지내서 마침내 마지막 방으로 이어지는 작은 경사로가 이어진 복도에 도달했다. 그의 높은 자리에서 보았을 때 링크는 방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미파는 그를 한번 더 보았고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방으로 내려갔다.
방은 크고 웅장하면서 둥근 벽에는 시커의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반대쪽 벽에는 호수를 내다보는, 바닥에서 출발해 천장까지 뻗은 창문이 있었다. 그 창문의 바로 앞에는 무언가의 장치가 있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꽃봉오리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 장치는 조금씩 흔들리는 주황색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바로 앞에는 주황색 빛이 더 나는 납작한 표면의 허리 높이의 단상이 있었지만 그것 외에는 보이는 것은 없었다. 바닥은 발목 높이의 물로 덮여 있었다.
미파를 죽인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미파?” 그가 조용히 물었다.
“여기에 있어.” 그녀는 방 가운데의 장치를 가리켰다.
처음에는 별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주황색 장치에서 붉으면서도 보랏빛인 안개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장치 주변을 천천히 돌던 안개는 더 두꺼워지면서 짙어졌다. 이를 한동안 더 보고 나서야 가논이 성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 성을 감싸던 안개와 같은 종류라는 것을 눈치채었다.
안개는 장치 앞에 모이면서 더 진하고 불투명한 색으로 변했다. 그러는 동안에 바닥에 흘러나오는 괴상한 물질과 분위기가 비슷하게 변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둘이 같은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뒤이어서 이는 안개가 아닌, 떠 있는 구형의 굳은 형상과 비슷하게 변했다.
“조심해, 링크.” 미파가 말했다.
구형의 물질은 다른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길고 가느다란 모습으로 늘어나다가 양 옆으로 사지가 돋아났다. 허공에 떠 있으며 둥근 모양으로 끝나는 땅딸막한 다리 한 쌍이 돋았다. 그 뒤에 가느다란 한 팔과 그 팔의 두배 길이 정도 되면서 더 두꺼운 팔도 돋았다. 머리도 늘씬하면서 삐죽한 형상으로 확실하게 나타났다. 라이넬의 갈기와 비슷한 붉은 머리칼이 머리 뒤에서 돋아 등 뒤로 내려왔다. 굳이 공중에 뜨지 않더라도 링크보다도 더 큰 몸집이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가 보는 내내 바 루타의 돌의 재질과 비슷한 갑옷이 그 몸에 나타났다. 짤막한 다리와 허리, 그리고 가슴이 다 그 갑옷으로 덮여갔다. 긴 팔은 팔꿈치 아래로 같은 갑옷으로 완전히 덮였다. 머리도 비슷했지만 이 경우에는 머리의 양쪽으로 마치 납작한 뿔처럼 돋아나 있었다.
머리의 가운데에 둥근 푸른 눈 하나가 나타나자 링크는 기겁을 했다. 가디언의 눈이었다. 그를 겨누는 번쩍이는 푸른 눈의 기억이 순간적으로 나타났지만 그는 그 기억을 재빨리 치워버렸다. 지금은 신경이 쏠릴 때가 아니었다. 그 푸른 눈이 그를 보자 놈의 자세가 바뀌었다. 위협적으로 앞으로 몸을 기대었고 더 큰 팔이 늘어났다. 그 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링크의 크기의 세 배 정도 되는 푸른 창이 나타났다. 허리에 찬 가디언 나이프와 같은 빛이 나고 있었다.
녀석은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히면서 팔과 머리까지 뒤로 젖히며 벽이 흔들릴 정도의 큰 괴성을 질렀다. 링크는 속으로 피하라는 말을 들었고 바로 옆으로 뛰었다. 그 다음 순간 그것은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굉장히 긴 창이 사이의 공간을 순식간에 건너오면서 그가 있던 자리를 찔렀다.
그는 물을 튀기면서 바로 달렸다. 거대한 창으로 인해서 거리에 있어서는 크게 불리했고 근접전으로 이를 어떻게든 상쇄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놈이 얼마나 높이 공중에 떠 있는지 간과하고 있었다. 몇 미터는 높이 떠 있어서 그가 일반적으로 선호하던 빠른 속도와 박자의 공격이 통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검을 휘둘렀고 검은 그것의 다리의 갑옷을 맞추었다. 검은 아무 피해도 주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하지만 놈의 반격은 그렇지 않았다.
놈은 더 짧으면서 날카로운 손톱이 돋은 다른 팔을 휘둘러 그의 허리를 쳤다. 바닥에서 발이 떨어지는 그 순간 허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뒤로 밀려나면서 그의 속도를 유지하고 창에 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물로 밀리면서도 몸을 굴렸다.
그는 먼 거리에서 미파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지만 지금은 듣지 않았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창의 거리와 멀리 떨어지기 위해 몇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그가 누워 있던 자리의 물에 붉은색이 조금 보였다. 그의 피였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는 녀석의 공격을 맞은 그의 허리에 손을 대 보았는데 그의 손이 붉어졌다. 손톱이 조라의 갑옷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린 것이었다. 흥분으로 인해서 대부분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서 당장은 아프지 않았고 지금은 그 상처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 전투가 끝난 뒤에 그의 몸을 돌볼 시간이 충분히 있을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그가 죽어서 그의 상처를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도 없어질 것이었다.
놈은 다시 링크에게 공격을 날렸고 그는 피하기에는 정신이 너무 없어서 방패를 꺼내들었다. 창은 시커의 눈이 새겨진 방패를 비켜갔고 다행히도 방패는 무사했다. 창은 미묘한 가디언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그의 곁을 지나쳤고 그는 그의 다음 행동을 생각해보았다. 놈은 허공에 떠 있어서 그 어떤 공격도 통하기가 어려웠고 조심하지 않으면 그 기다란 창의 공격에 당하고 말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검은 그나마 닿는 곳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검이 한 자루 더 있었다.
조라의 검을 등의 칼집에 밀어 넣으면서 링크는 그의 허리에 찬 가디언 나이프를 꺼내 켜서 푸른 빛을 내었다. 놈은 씩씩 소리를 내더니 다시 창을 링크에게 내질렀다. 그는 옆으로 피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놈은 그의 접근을 대비하고 있어서 손톱을 세운 더 짧은 팔을 들어서 그를 다시 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려는 순간 링크는 가디언 나이프를 앞으로 내질러서 놈의 손바닥을 푸른 빛의 날로 꿰뚫었다.
놈은 소리를 지르며 뒤로 피했다. 마치 피가 솟구치듯 보랏빛의 안개가 손에서 쏟아졌고 놈은 손을 링크에게서 높이 들었다. 피해는 입힐 수 있었다. 이것은 꽤 좋은 신호였다. 이제 그가 이를 처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놈은 넓은 호를 그리며 그에게 창을 휘둘렀고 그는 바로 앞으로 물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그의 머리를 지나는 동안 창의 떨림이 느껴졌고 그는 다시 벌떡 일어서서 놈을 향해 달렸다.
갑자기 그의 앞에 얼음 벽이 나타났고 링크는 어깨에 얼음을 받아버리며 비틀거렸다. 아이스 메이커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링크, 조심해!” 미파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놈은 얼음을 뚫으면서 창을 내질렀다. 그는 완전히 천운으로 살게 되었다. 창은 얼음을 뚫으면서 그의 방패에 맞았고 그는 곧바로 뒤의 물로 넘어졌다. 창은 머리 위로 지나가다가 옆으로 돌아가서 굉장히 날카로운 끝이 링크를 향해 내려왔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옆으로 피했고 그 순간에 창의 끝이 그가 있던 자리를 칼처럼 내리찍었다.
그는 바로 일어서면서 얼음 벽을 통과해서 놈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는 내내 물을 튀겼다. 얼음은 그를 계속 따라와서 벽을 세웠는데 이를 타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나오겠다는 거지?
그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한 뒤 인상이 험악해지면서 충분한 거리를 두면서 뒤로 달렸다. 그는 가디언 나이프를 허리에 다시 차고 활을 꺼냈다. 몸을 돌리며 전기의 화살을 겨누고 놈에게 쏘았다. 화살은 놈의 명치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그것은 전기가 온 몸을 흐르는 동안에 팔을 넓게 벌리면서 괴성을 질렀다.
얼음 벽은 산산조각나고 창도 꺼졌다. 그는 어깨에 바로 활을 다시 매면서 달렸고 가디언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이를 다시 켜면서 함성을 지르며 몸을 던져 얼음의 한 덩이를 크게 베어내면서 놈의 가슴팍을 세로로 크게 베었다.
놈은 다시 괴성을 질렀고 가슴에서 보라색 안개가 솟구치자 놈은 뒤로 재빨리 피했다. 링크는 바닥으로 불안하게 착지하는 바람에 발목이 접질려 바로 물로 넘어져 버렸다. 당장은 발목을 삔 것 같았다.
그의 앞에서 놈은 가슴에서 어두운 안개를 뿜어내면서 긴 팔을 앞으로 내질렀고 이에 푸른 빛과 함께 창이 다시 나타났다. 신음을 하면서 그는 일어서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큰일이 났음을 직감했다. 발목에 고통이 솟구치면서 몸을 지탱하지 못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상처의 고통이 더 느껴졌다. 피가 흐르는 지점이 불에 달군 쇠에 지져지는 것처럼 쓰라렸다.
놈은 눈빛이 거세게 빛나더니 창으로 찔렀고 링크는 옆으로 비틀거리며 비했다. 그의 발목이 다시 힘을 못 받으면서 다시 물로 쓰러져 버렸다. 그는 다시 이를 갈면서 억지로 일어섰다. 놈은 그가 다친 것을 알아차렸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것에서 무슨 소리가, 짧은 신음 소리같은 소리가 여럿 나오는 것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조금 뒤에 놈이 웃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를 비웃는 것이었다. 그를 무력화시켜버렸고 확실시된 놈의 승리를 잠시나마 즐기는 것이었다.
놈은 다시 창을 앞으로 찔렸고 그는 다시 피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반응이 너무 느렸다. 그의 왼팔을 베었고 이에 깊은 상처가 나면서 검을 놓쳐버렸는데 물에 떨어지면서 칙 소리를 내며 꺼져버렸다. 힘이 다 빠진 그의 손가락에서 붉은 방울들이 떨어졌다.
놈은 다시 멈추고 그의 위로 일어서면서 찌르기 위해서 팔을 위로 당겼다. 급하게 그는 그의 몸에서 활을 빼면서 전기의 화살까지 들려 했는데 그의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화살대를 잡는 것도 힘겨웠다. 그는 뒤로 비틀거렸고 그 순간 그의 발목이 다시 접질렸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물로 넘어졌고 활은 그의 옆의 물로 떨어져 버렸다.
가논의 피조물은 그 거대한 가디언의 창을 링크의 가슴으로 찔러넣었다.
“안돼!” 미파는 비명을 질렀다.
그는 이를 거의 듣지 못했다. 순간적이며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가 그의 온몸으로 퍼지는 한기가 빠르게 번졌다. 그의 팔에서 힘이 풀리며 그는 물로 쓰러졌고 그의 얼굴이 수면 위로 간신히 드러났다.
놈은 이제 창을 빼낸 채로 그의 위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승리했다는 것을 안 놈은 그 낮으면서도 기괴한 소리로 웃어댔다. 수년 전 미파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링크까지 쓰러뜨려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 자리에 있었는데 투명한 정도가 거의 사라지면서도 푸른 빛이 감돌고 있는 상태가 되어 갑자기 눈에 확실히 뜨였다.
링크는 그녀에게 고통에 찬 미소를 지었다. 그의 팔에 더 이상 감각이 없었다. 그의 몸조차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숨이 멎어가는 것이었다. “미안해…미파.”
미파는 그녀의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가져가면서 그의 곁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표정은 비통함에서 굳은 의지로 바뀌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보다가 그의 눈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말을 읊조렸다. 그의 눈 앞이 컴컴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그 손은 푸르면서도 하얀 빛으로 빛이 났다.
그 빛은 꽤 낯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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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하늘이 푸르면서도 보랏빛과 주황색으로 어느 정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의 따뜻한 기운은 남아 있었다. 루타의 코에 앉아서 미파와 같이 앉은 채로 링크가 느낀 그 바람은 그의 머리를 스치는 동안 참 부드러웠다. 여러 사건이 많았던 날을 마무리하기에는 꽤 괜찮았다.
링크는 그의 옆에 앉은 친구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그를 조라의 마을로 불렀고 때마침 할 일이 없었던 링크는 그 말을 따랐다. 그가 혼자 여행한 지는 꽤 되었는데다가 조라강을 따라가는 여행자들을 공격하는 리잘포스 떼의 이야기도 들은 것이었다.
물론 그는 리잘포스를 쉽게 처리했지만 그의 방패를 어떻게든 통과한 리잘포스 한 마리가 그의 오른쪽 위팔에 얇은 상처를 조금 내기는 했다. 공교롭게도 하필 그의 팔에 방패를 고정하지 않은 날에 그의 손에서 방패를 당겨 빼려고 한 적수를 만나버린 것이었다.
얼마 뒤에 그는 그를 찾으러 온 조라족 하나를 만났고 그를 강 위로 태워다 주면서 여행시간을 하루 단축했다. 미파는 보아하니 그를 정말 빨리 보고 싶었던 것 같아서 처음에는 걱정되었다. 무슨 일이 더 생긴 것이었나 싶었다. 하지만 리잘포스의 일을 빼면 별 큰 사건은 없어 보였다.
곧 그들은 루타의 코에 앉아 있었다. 미파는 멀리까지 볼 수 있도록 신수를 쉽게 조종해서 그들을 높게 들어올렸다. 라넬산이 남쪽에 우뚝 서 있었으며 더 멀리에는 당당히 서 있는 하이랄 성도 보였다.
그는 젤다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아마 가디언의 기동 문제에 대해서 다시 신경 쓰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도 아니면 하얀 무녀복 차림으로 여신에게 다시 기도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제 팔을 보여줘.” 미파의 말에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는 조금 멋쩍게 웃었다.
“어떻게 알았어?”
미파는 미소를 지었고 그는 소매를 걷었다. 그녀는 빠른 손으로 그의 팔의 붕대를 풀었다. “보면 알아.”
그녀가 붕대의 하얀 겉을 풀자 분홍빛이면서도 붉은색, 그리고 적갈색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원한 바람에 상처가 스치자 그 베인 팔이 조금 따끔했다. 미파는 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리잘포스에 의한 거지?” 그녀는 그를 보면서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있잖아, 아바마마의 병사들이 쉽게 이 일을 제압할 수 있었을 거야. 이미 찾으려고 여러 부대도 보내셨어.”
“내가 먼저 찾았어.” 링크가 말했다. 그녀가 그를 한번 쏘아보자 그는 멋쩍은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
“찾아간 거잖아.”
그녀는 작은 손가락을 링크의 팔꿈치에 둘렀고 그의 팔을 위로 들면서 다른 손을 그의 팔 바로 위에 들었다. 손에서 푸르면서도 하얀 빛이 나기 시작했다.
둘은 미파가 회복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가 다시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있으니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이 나네.”
“어떻게?” 링크는 둘의 만남을 잘 기억 못했다. 그는 그 당시에 네 살이었다. 그래도 그때 미파는 이 모습 그대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너는 아직 어린아이였고, 자주 무리를 하다가 다쳤었지.” 그녀는 그의 눈을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고.”
그는 코웃음을 쳤다. “용맹한 거지.”
“그래, 그때도 용맹한 기사가 되는 것을 꿈꾸었지…네 아버지처럼 말이야.”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멀리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가 더 부드러운 말로 말했다. “내가 너를 이렇게 치료했잖아.”
링크는 자신의 팔을 찬물에 담근 느낌을 받았다. 찢어진 피부가 다시 붙기 시작하면서 그의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사그라들었다. 그는 이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링크는 아무는 그의 팔을 보다가 다시 미파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회복술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그를 보았다. “참 신기하지. 하일리아인인 너는 정신을 차려 보니 나보다 어른이 되었지. 내가 널 처음 만났을 때는 어린이였는데 벌써 다 어른이 되었어. 비슷한 자리에 있고.” 그녀의 눈은 내내 그를 보고 있었고 그는 그 자리에 있는 채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깊이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평생 미파를 알고 지냈지만 그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관계가 조금씩 변했다. 한때는 그가 스바바와 가디슨, 리트반과 같이 노는 동안 그를 보아온 누나와 같았다. 하지만 그가 나이를 먹는 동안 그는 그의 옛 친구들에 비해 더 빨리 성숙하고 책임도 더 늘어났다. 지금도 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그는 어느 순간 그들의 사범이 되어 있었다. 한편 그는 이제 미파를 또래이면서 친한 친구로 보고 있었다.
“그래도 난, 네 상처를 치료해주는 게 즐거웠어.” 그녀는 마침내 그의 눈에서 시선을 돌려 그의 팔을 쓸쓸히 내려보았다. 그도 이를 보면서 이제 거의 긁힌 것에 불과한 마지막 상처들이 완전히 아무는 것을 보았다. 위팔에 말라붙은 피가 조금 남기는 했지만 그 원인인 상처는 흉터 없이 아물었다.
그녀는 팔을 뒤로 뺐지만 그의 팔을 잡은 손은 조금 더 있다가 놓았다. 그녀는 무릎에 두 손을 얹으면서 멀리 바라보았다. 그는 늘 그녀의 실력에 감탄하면서 그의 팔을 보았지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자 그녀를 다시 보았다.
“그 재앙 가논이 정말 다시 돌아오면…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녀의 눈은 멀리 있는 성을 다시 좇고 있었다.
“무슨 말이야?” 그는 그녀가 젤다가 봉인의 힘을 각성하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들을 생각하는가 싶었다. 다른 누군가가 물었다면 그는 기분이 나빴겠지만 미파의 말에는 그 어떤 가치판단도 숨어 있지 않았다.
“무엇과 맞서게 될지를 잘 모르니까.” 그녀는 다시 자신의 손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작으면서도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그처럼 그녀 역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도 전사의 의지가 있었지만 그녀가 이를 알고 있는지는 가끔 궁금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해, 링크.” 그녀는 손을 모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다시 보았다. “아무리 가혹한 전투가 벌어진다 해도, 네가…그 누구라도 너에게 해를 가한다면, 내가 치료할 거야.”
그는 그녀가 이전에 그렇게 한 때들을 다 생각했다. 함께 했던 전투와, 청년일 때 조라의 마을에서 보낸 여름과, 성인일 때 그 라이넬과 싸웠던 때를 생각했다.
"몇 번이든, 어떤 상처든…”
“알아.” 링크가 말했다.
미파는 엷은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지키고 싶으니까.”
링크는 그 자리에 놀란 채로 앉아 있어 잠시 침묵이 돌았다. 지킨다, 기사로서 지키는 것은 그의 책무였다. 왕국을, 공주를, 미파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녀가 스스로에게 그를 지키겠다는 책임을 지웠다는 것은 놀라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 그의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미파는 자신의 손을 보면서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팔목에 찬 팔찌에는 하트 모양의 장식들이 달려 있었다. 새로 장만한 것이었는지 몰랐다. 그는 그녀가 오늘 이전보다 장식을 더 많이 하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의 침묵 끝에 그녀는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오늘 들고 온 작은 가방에 손을 얹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재앙 가논과의 전투가 끝나면, 그러면, 어릴 때처럼...”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눈이 그와 마주치자 의지가 담긴 것 같았다. “여기로 놀러 와 줄래?”
링크는 그녀의 금색 눈을 보았다. 노을이 그녀의 머리와 목의 사파이어들을 빛나게 하는 모습에 꽤 매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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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그를 죽게 하지 않겠어!” 미파가 그녀의 빛나는 손을 가디언의 창에 꿰뚫린 링크의 가슴에 가져다 대며 외쳤다.
그의 기억 속에 있던 회복 마법이 찬물에 그의 팔을 담그는 것 같았다면 이번에는 얼음장에 온 몸을 담근 것 같았다. 그는 등을 굽히고 눈을 벌떡 뜨면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몸의 모든 고통이 커지다가 다음 순간에 없어진 것 같았다. 모든 고통과 모든 상처, 그의 등과 가슴, 옆구리와 팔 등의 상처가 전부 아물었으며 그의 장기까지 다 회복되었다. 그의 발목도 다시 회복되면서 근육과 인대가 다시 붙었다.
그는 그녀를 보았고 그녀 역시 그만큼 놀란 것 같았다. 그녀가 그렇게 누군가를 회복시킨 적은 없는 것 같았다.
미파의 뒤에서 놈이 분노에 차서 괴성을 질렀고 뻗은 손에 창을 가동시켰다. 링크는 기력이 돌아온 채로 벌떡 일어섰다. 창이 한번 더 날아오자 그는 돌아서 피했고 발밑의 활에 발을 걸어서 위로 차올렸다. 이를 잡고 전기의 화살을 화살통에서 꺼내어 분노한 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화살을 걸었고, 입가에 냉혹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를 쏘았다. 화살은 놈의 눈의 정중앙에 적중했다.
얼굴과 온몸에 전기가 흐르자 놈은 고통에 차서 괴성을 내질렀다.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과 같이 놈은 바닥에 떨어져 전기로 인해서 조금씩 경련만 했다. 창 역시 작동을 멈추었다. 링크는 활을 던지고 떨어진 검을 다시 주워 날을 가동시켰다. 그는 함성을 내지르며 놈에게 달려가서 전기의 화살을 뚫으면서 눈으로 검을 박아넣었다. 검은 손잡이까지 깊이 박혔다.
가논의 피조물은 뒤로 몸을 젖히면서 방 곳곳에 울려 퍼지는 새로운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고, 링크는 이에 검을 눈에 박아둔 채로 뒤로 비틀거렸다. 놈은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머리를 뒤로 젖힌 채로 마구 몸을 뒤흔들었고 팔은 얼굴에 있는 이 고통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 마구 할퀴어 댔다. 몸을 만드는 검은 물질이 어두워지면서 단단해지는 동시에 약해지는 것 같았다. 큰 부러지는 소리가 방에 울리더니 큰 팔이 물로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냈다. 바닥에 닿자 모든 팔이 갑주와 함께 짙은 진보라의 안개로 흩어졌다.
놈은 세게 떨면서 남은 팔다리를 안으로 당겼다. 그 안에서 마구 돌더니 그 자신도 안개로 흩어졌다. 링크는 그 안개가 그 자리를 돌면서 형체를 다시 잡으려 하다가 흩날려버리는 것을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난 뒤 그 안개도 사라졌고 그는 빈 방에 혼자 있었다.
그는 이 안개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본 뒤에야 긴 숨을 내뱉었다. 그의 어깨에서 힘이 풀리고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도 줄어들었다. 그가 몸을 돌리자 미파가 근처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를 보았고 조금 놀란 듯한 침묵 뒤에 미소를 지었다. “해냈구나.”
“네가…치료해 줬구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서서히 알 것 같았다. 그는 전투의 상처가 그대로 남은 그의 갑옷을 내려다보았다. 곳곳에 찢어진 흔적 밑으로 흠이 없는 그의 살이 나타나 있었다.
미파는 팔을 뻗어서 반투명한 손을 그를 위해 만든 갑옷의 찢어진 부분에 대었다. 은빛의 비늘은 남아 있었지만 몇 가닥의 실로만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도 할 수 있는지 잘 몰랐어.”
“고마워.”
미파는 가볍게 웃고 고개를 저었다. “나를 구해 주었잖아. 루타도 구해 주었고.”
“그리고 넌 항상 말하던 것처럼 나를 지켜 주었지.”
미파는 놀란 채로 그를 보았다. 조금 망설인 뒤에 말을 이었다. “늘 그럴거야.” 그녀는 가슴쪽에 손을 모으고 그의 눈을 보았다. 그녀의 손은 다시 회복의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그녀는 팔을 뻗어 손을 그의 가슴에 얹었다.
시원한 느낌이 그녀가 손을 댄 곳에서부터 번지면서 그의 손발의 끝까지 이어졌다. 그는 이 느낌에 조금 숨을 들이쉬었고, 그 느낌은 그의 손을 제외하고는 몇 초만 유지되다가 사라졌다. 그는 그의 손을 들었는데 그 가벼운 회복의 빛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내 치유의 힘을 주었어.” 미파의 모습은 더 투명해진 것 같았다. 목소리도 흐릿해졌다. “아마…같이는 못 갈거야. 내 자리는 이곳, 루타의 안이야.”
“무슨 말이야?”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갇혀 있다고 했잖아. 너를 풀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빛이 그의 손에서 흐려졌고 그는 팔을 몸 양 옆으로 늘어뜨렸다.
“아니, 그건 너도 못하지.” 그녀는 몸을 돌려서 큰 둥근 방에 손을 흔들었다. “이제 다시 느껴져. 링크, 네가 그 녀석을 제거했을 때, 내가…이제…이거를…”
갑자기 신수가 울음소리를 내자 모든 방이 떨렸다. 미파는 웃었고 팔을 뻗은 채로 고개를 젖혔는데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녀는 다시 링크를 보았다. “다시 루타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어. 내가 이제 영혼인데도 연결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것 같아.”
무슨 뜻인지 이제 이해가 되면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논을 상대로 쓸 수 있는거지?”
“그래.”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조종을 완전히 할 수 있으니까 모든 힘을 그 녀석한테 쓸 수 있어.”
“그러면 내가 다른 신수들을 해방하면, 100년 전에 해야 했던 것처럼 놈을 공격할 수 있는 거고.” 이것이 젤다 공주의 계획의 진짜 목적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임파는 신수의 기능을 되돌리는 것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는 잘 몰랐던 것이다.
링크 앞에 놓인 길을 둘이 모두 생각하는 동안 침묵이 잠시 감돌았다. 하나를 해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해야만 했다. 가논을 완전히 토벌하기 전에 이런 일을 세번이나 더 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두려웠다.
“너를 믿어, 링크.” 미파는 그녀의 반투명한 손을 뻗어 그의 팔에 대었다. 그녀의 감촉과 비늘의 촉감이 간신히 느껴졌다. “할 수 있어.”
“네가 맞기를 바라야겠네.”
“확실해.” 그녀의 손은 그의 팔에 조금 더 있다가 다시 뒤로 뺐다.
링크는 그녀를 고맙다는 듯이 보다가 놈이 사라지자 바닥으로 떨어진 가디언 나이프를 주우러 갔다. 꺼진 칼의 손잡이가 물에 떨어진 것이 보였고 그는 이를 주워들었다. 이를 켜 보려 했지만 검에서는 약한 빛만 파박거렸다. 그는 이를 몇 번 더 해보다가 그의 허리에 다시 찼다. 프루아가 이를 수리할 수 있을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링크?” 그는 미파의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그녀는 방 가운데의 장치 근처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돌아서 간 것이었다. “잠시 여기로 올래? 부탁이 하나 있어.”
링크가 미파가 있는 자리로 가자 그녀의 발치에 있는 은빛이 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창이구나.”
미파의 광린의 창이 그녀의 100년 전의 죽음 이후로 버려진 채로 얕은 물에 있었다. 링크는 몸을 굽히고 창대를 손가락으로 감싸쥔 뒤 이를 물에서 꺼냈다. 지난 100년간 관리가 안된 상태로 버려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녹 한 점 슬지 않은 채 깔끔했다. 조라의 무기를 구성한 그 은빛의 백색 금속으로 되어 있었는데 다른 것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사파이어가 창의 여러 곳에서 빛나고 있었고 특히 가운데의 큰 타원형에서 강하게 빛났다. 만든 솜씨 자체가 굉장히 뛰어났다.
“남동생에게 전해줘.” 그녀는 자신이 생전에 쓰던 무기를 좋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링크는 이를 물려받을 수 있을 다른 이가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리고 그에게…” 그녀는 바닥을 보면서 잠시 망설였다.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줘. 참 많이 컸네.”
링크는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을 감지하고 미소를 거두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미파.”
미파는 고개를 들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우리 모두 희생을 해야 했잖아. 가논을 완전히 무찌르면 다 의미가 있을 거야.”
“그럴 거야.”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Little Bird = 우리 공주님 (In the East Asian version, Urbosa calls Zelda as such; Our Princess.)
Lanayru Road = 라넬 로드
Lightscale Trident = 광린의 창Some of Mipha's dialogues in the memory has been modified a bit to fit into the memory depicted in the East Asian versions. (미파의 대사 일부는 동아시아의 정발판 대사로 바꾸어 번역되었습니다.)
Chapter 17: 16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그가 루타에서 발을 내딛었을 때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미파는 루타를 동쪽 저수지의 둑으로 몰아서 아까까지 물에 잠겨 있던 발판과 출구가 닿을 때까지 몸체를 내렸다. 비가 그치면서 더 많은 물이 저수지에서 흘러나갔고 하얀 돌이 드러나게 되었다.
링크가 발판에서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자 미파가 입구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안으로 사라졌다. 루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강한 다리를 들어서 저수지 근처의 물가로 물을 헤쳐갔고 하이랄 성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링크는 미파가 신수를 조종하여 자리를 잡는 것을 조용히 보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링크의 신호를 기다리며 그 자리에 있을 것이었다. 이미 오래 기다린 마당에 더 많이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기다림과는 더 낫다고 말했었다. 그녀가 조종하는 신수에서 재앙 가논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놈의 소멸 이후 이상한 검은 점액도 다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을 묶어둔 그 끔찍한 녀석과 같이 동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희망을 다시 얻은 것이다.
그녀가 신수를 자리에 배치한 뒤에 그는 그녀의 창을 든 채로 몸을 돌렸다. 창은 지는 햇빛을 받아서 빛이 났다. 그는 지그재그로 왔다갔다하는 긴 계단을 내려갔다. 그는 내려가는 동안 그가 되찾은 기억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여러가지 단서들을 다시 생각하였다. 아직 미파에 대한 흐릿한 기억들만 있었지만 그 정도만 해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았다. 그의 과거가 서서히 그에게 드러나고 있었지만 아직은 뼈대일 뿐이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다만 알게 된 것도 여럿 있었지만, 그로 인해 아직 알지 못한 것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영걸들은 지금의 그에게는 이름과 얼굴로만 남아 있었다. 그는 그의 가족에 대해서 조금도 몰랐다. 기사로서의 훈련이나, 그가 좋아하고 싫어하던 것, 그의 고향까지, 모든 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가 왕실 기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링크 본인이 그 길을 뒤따랐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머니도 있었을텐데, 그 기억은 나지 않고 있었다. 형제자매에 대한 기억, 방계 친척들에 대한 기억도 없었다. 그가 그의 가족의 마지막 인원인지, 하테노 마을 근처나 주변에 그의 먼 친척들이 있었는지도 확실히 몰랐다.
그리고 젤다 공주에 대해서는 무얼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링크는 계단 가운데 지점에 서서 머뭇거렸다. 그는 그의 앞의 조라의 마을을 보다가 허리의 시커 스톤을 꺼내들었다. 그는 앨범을 다시 켜서 젤다 공주가 프루아와 그녀가 로베리라 말한 남자 옆에 서 있는 사진을 보았다. 그는 가운데에 선 젤다의 조금 당황한 얼굴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기사라고 했었다. 그녀를 지키는 것이 그의 책무, 그의 의무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둘의 관계가 그것 이상이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구해야 한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의 속 깊이에서 감정 여럿이 북받쳤다. 고통, 의지, 기쁨, 슬픔, 분노 등등, 왜인지도 모르게 그는 온갖 감정을 마음 속에서 키우면서도 이를 누구에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대체 이 여성의 모습이 왜 늘 그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다시 허리에 차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일단 지금은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은 이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와 미파의 승리에 취해서 당장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링크가 둑의 아래에 가까이 다가가자 조라족 한 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조라족은 꽤 낯익었지만 그녀의 연분홍빛 피부를 보아도 이름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그를 보자 그의 이름을 높이 부르면서 달려왔다. 스바바도 그녀의 뒤를 쫓으며 급하게 달려왔다.
가디슨, 그제야 생각이 났다. 그녀의 이름은 가디슨이었다. 과거의 친구 중 하나였다.
“링크!” 가디슨이 말했다. “시드 왕자님이 말해 주었어요. 신수가 정말 진정된 겁니까? 들어간 거고요?”
링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스바바가 링크의 손에 들린 창을 보면서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건 뭡니까?” 가디슨은 이를 보더니 놀라서 눈이 커졌다. “설마…”
링크는 그들이 숨을 고를 틈을 주고 조금 더 허리를 펴서 말을 다시 시작했다. “맞습니다. 이것은…그 안에 재앙 가논이 남긴 오염을 퇴치하고 나서 제게 맡겨졌습니다.”
“재앙 가논?” 스바바가 눈이 커지면서 물었다. “그게 신수를 조종하고 있었던 겁니까?”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것을 퇴치했고요?” 가디슨이 다시 링크를 보면서 물었다.
“예.” 링크는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말을 한다 해도 그 상황이 꽤 과장되어 보였다. “미파의 영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말의 뒤에 침묵이 돌았다. 스바바와 가디슨은 서로를 보다가 다시 링크를 보았다. 마침내 가디슨이 말을 꺼냈다. “폐하와 시드 왕자님께 다시 인도하겠습니다. 시드 왕자님께서 리잘포스와의 전투에서 부상을 좀 당하셔서 저희들을 대신 보냈습니다.” 링크의 얼굴에 걱정된 기색이 감돌자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괜찮을 겁니다. 어디 가시기 전에 치료사들이 그 분을 보셔야 했던 것이 다이니까요.”
링크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어쨌든 얘기는 해야 합니다.”
둘은 빠른 걸음으로 마을로 향했다. 조라족의 넓은 보폭과 맞추기 위해서 반은 뛰어야 했지만 어떻게든 따라잡고 있었다. 둘이 걷는 동안 스바바와 가디슨은 그가 신수 안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었다.
리잘포스들은 정말로 조라의 마을 깊이 강하게 침투하면서 망을 보던 보초들을 다 처치해 버렸었다. 그들이 발견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는데, 조라족 둘이 물고기를 잡고 있는 동안 바로 강의 하류 쪽에서 리잘포스가 물을 마시고 있던 것을 본 것이었다. 둘은 바로 헤엄쳐서 올라와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
그 전투는 꽤 치열했다. 리잘포스가 물에서는 조라족만큼이나 빨랐을 뿐만이 아니라 육지에서도 공격을 가했다. 조라족은 수적으로 우세였지만 리잘포스들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모를 전기의 화살들을 가져왔었다. 하지만 결국 리잘포스들은 시드 왕자의 큰 지원으로 대패했다. 그의 부대를 루토산을 돌아서 이끌어서 리잘포스의 뒤를 기습한 것이었다. 시드 본인이 이 부대의 선봉에 이끌어서 대장 리잘포스를 처치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부상을 좀 입었었다. 우두머리를 잃고 에워싸인 나머지 리잘포스들은 흩어지면서 강물로 뛰어들어 도망쳤고, 조라족은 조라의 마을 멀리까지 그들을 쫓아버렸다.
마을에 가까워지자 링크는 지금 그들이 축하의 분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람에 형형색색의 기가 날렸다. 광장의 미파의 조각상이 조각된 분수 근처에 많은 이들이 몰려 있었고 링크의 귀에는 조용히 연주되는 음악소리도 어렴풋이 들려왔다. 광장 한쪽으로 옮겨진 그의 왕좌에 앉아있는 도레판 왕의 거대한 몸집도 보였다. 링크는 그 무리에서 시드를 당장은 찾을 수는 없었다.
셋이 다리에 다가갔을 때에는 창을 높이 든 조라족 한 쌍이 그 다리에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들도 링크를 보자 크게 반응했고 서로와 말을 나누더니 하나가 곧바로 몸을 돌려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호수를 헤엄쳐가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다리를 달려가는 것보다 더 빠를 것이었다. 남은 조라족은 셋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눈이 링크와 그의 손에 든 창을 보고 있었다.
그 다음 조라족은 그들이 마을로 바로 들어가는 다리의 끝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원로들이 있었지만 링크는 그들의 놀란 눈빛을 무시했고 한가운데에 선 키가 큰 시드와 눈을 마주쳤다. 링크는 그 역시 전투에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리가 붕대에 싸여 있었고 그의 머리지느러미 하나에 흉터가 남을 것 같은, 피가 멎은 상처가 있었다. 작은 상처가 그의 팔꿈치의 지느러미에도 나 있었다.
“링크!” 셋이 다가가자 그가 넓은 보폭으로 다가가고 입가에 큰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그의 발걸음은 창을 보자 멈칫했다. “광린의 창…” 그가 놀란 듯이 말했다. “신수 안에 있었던 거야?”
링크가 그에게 다가가서 창을 그에게 건네자 그는 말을 더 꺼내지 못했다. 시드는 눈이 더 휘둥그레지고 뒤로 한발 물러났다. “링크,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것을 해 주었는데 이것까지는…”
“미파가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링크가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말했다. 지금 다른 조라들이 근처에 없었으면 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나았을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별 수가 없었다.
시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살아 계신 거야?” 링크는 시드의 질문에 잠시 흠칫했다. 말을 좀 더 적절하게 해야 했다.
“아뇨, 미파는…가논에게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바 루타 안에 영혼이 있습니다. 신수를 되찾는 것에 도움을 주었고 지금 신수를 조종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시드 당신에게 전해달라고 했고요.”
둘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다가 시드가 다리에 한 무릎을 굽혀서 링크와 같은 눈높이로 낮추었다. 조라족 원로 하나가 말리려는 듯한 소리를 냈지만 시드는 그를 무시했다. 그의 눈은 링크의 눈을 보면서 이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는 창과 그를 번갈아 보았다. “누님이 그대에게 말을 했다고?”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내게 이 창을 달라고 하셨고?”
“시드 당신이 자랑스럽다고도 했습니다.” 링크는 시드에게 미소를 짓고 다시 창을 그에게 내밀었다. “시드, 가지세요.”
시드는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링크는 각종 감정들이 그의 침착한 표정 밑에서 마구 격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침내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링크의 어깨를 쥐었다.
“고마워, 친구. 이것만으로도 정말…” 시드는 감정이 북받친듯 목을 한번 골랐다. 얼마 뒤 그는 미소를 짓고 링크의 손에서 창을 받으며 일어섰다. 그의 손가락이 은빛의 창대를 쥐자 그는 다시 똑바로 서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는 한번 링크의 눈을 보고 눈짓을 한번 한 뒤 원로들을 보았다.
“링크는 조라족의 영웅이요.” 시드가 이전에 없던 날이 선 말투로 말했다. “우리의 고향을 위협한 무리들에게서 우리들을 두번이나 구했고,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보물을 수복하였으며, 누님의 영혼을 가논에게서 풀어주기까지 했소. 그는 100년 전에도 우리의 왕실의 친구였고, 지금도 그러하오. 그대들이 그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무례한 말을 하는 것을 듣기라도 하면, 가만두지 않을거요. 합당한 그 어떤 처벌도 내릴 것이오. 알겠소?”
조라의 왕족의 권위를 크게 담은 그의 말에 침묵이 돌았다. 원로들은 처음에는 놀란 것 같았지만 그 충격은 금방 부끄러움으로 변하였다. 평소보다 더 피부가 창백해 보인 무즈리는 앞으로 조금 걸어나왔다. 그는 링크를 한번 보고 다시 시드를 보았다. “예, 전하.” 무즈리는 링크를 다시 보았다. “이제 보니 우리가 그대를 잘못 여겼군, 링크. 그대의…자격은 충분히 보았다. 나의 선입견을 용서하게.”
링크는 이 나이 든 조라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고개만 끄덕였다. 이 원로들에게 아직도 빈정이 상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이틀 전에 그가 여기에 도착했을 때 도레판 왕 앞에서 그를 매도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의 뒤에서 험담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가 미파의 기억을 조금 되찾자 그녀가 왜 그렇게 사랑받았고 왜 그녀의 죽음이 그들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좋군!” 시드가 크게 미소를 짓자 권위적인 모습은 바로 사라졌다. “자, 이제 돌아가지. 아바마마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듣고 싶어하실 거고, 축하연도 있을 테니까!”
시드는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고 원로들 사이로 그를 이끌었다. 대다수는 고개를 숙이고 링크를 보지 못했다. 둘은 조라족의 무리의 앞에 서서 더 많이 모인 군중으로 향했다.
조라의 마을의 축하연은 도레판 왕이 눈물을 머금으며 링크가 미파의 영혼을 풀어주고 신수 안에 기생하던 가논의 일부를 토벌했다는 소식을 공표했을 때 분위기가 더 흥겨워졌다. 이에 터져 나온 조라족들의 환호로 링크의 귀가 먹먹했지만 그 환호의 뒤를 이은 루타가 낸 울음소리가 더 컸다. 루타가 자신의 해방을 기뻐하는 것 같은 그 울음소리에 관중은 입을 닫았다. 뒤이은 환호는 첫번째 환호보다도 더 컸고 조라의 마을의 기둥이 떨릴 정도로 우렁찼다.
그 순간 이후 조라족 사이에서 링크의 지위가 갑작스럽게 상승한 것은 확실해졌다. 원로들이 그에 대해서 험담을 더 이상 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그가 다른 조라들에게 받는 시선이 거의 경외에 가까워졌다. 며칠 전에는 냉혹한 시선과 냉대 등으로 대우하던 조라족들에게서 많은 미소와 환대가 돌아왔다.
게다가 많은 조라의 여성과 젊은이들이 어느새 링크의 곁에 있기를 바라는 것도 느껴졌다. 링크가 이에 대해 말하자 시드는 웃었고 그가 이에 적응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팬 클럽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었다.
시드는 링크에게 숙성된 나무열매와 생선기름으로 만들어진 보라색 과일주를 건넸다. 미묘하게 달면서도 생선 비린내가 났다. 그가 깨어난 뒤로 마신 것 중에서는 가장 도수가 높기도 했다. 그 뒤에 있던 그날 밤의 일의 기억은 거의 흐릿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시드와 카시와와 보내기는 했지만 스바바, 가디슨, 그리고 리트반도 한동안 같이 있었다. 리트반의 딸 둔마도 잠시 왔지만 아버지가 그 과일주에 너무 취하지 않도록 말리려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도시 주변을 맴도는 길에 있는 정자 하나에 앉아 있었다.
얼마 뒤 그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가디슨과 팔씨름을 했었고, 그녀는 그를 완전히 이겼다. 카시와는 음악을 연주하며 밝은 악곡을 불렀다. 리트반은 둔마가 금방 끌고 갔다. 스바바는 아직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병사들과 교대하기 위해서 자리를 떴다. 가디슨은 너무 취해서 자겠다고 하면서 길 옆으로 뛰어 아래의 호수로 뛰어들었다. 얼마 뒤 카시와도 그의 악기를 다시 챙기더니 링크와 시드에게 좋은 밤이 되길 바란다고 하며 물러났다.
시드는 둘 사이의 작은 탁자 건너의 링크를 바라보았다. 과일주는 링크만큼 시드에게 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시드는 아직 눈에 초점이 돌고 있었다. 반면 링크는 시작의 평원에서 일어난 때보다 더 어질어질했다. 광장으로 돌아가는 동안에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시드가 부축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링크는 그의 과일주 잔을 보며 한번 낄낄 웃었다. 시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고 이에 링크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냥, 라이넬을 쓰러뜨리고 재앙 가논의 일부까지 토벌한 제가 술에 취해서 조라의 마을의 길에서 미끄러져 밑으로 떨어져 죽으면 얼마나 허무할까 해서요.”
“아하, 죽지는 않을 거야. 좀 아프기는 하겠지만.”
링크는 난간 너머 멀리 아래의 검은 물을 바라보았다. “아뇨, 진짜…죽을 것 같은데요.”
시드는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일리아인의 몸이 조라족과는 좀 다른 것은 당연한 건가…모르던 사실이야!” 시드가 링크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장난으로라도 저 밑으로 던져보는 것은 그만둬야겠군.”
“예?”
그 과일주로 인해서 더 상기된 기겁을 하는 그의 얼굴에 시드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잠시 헷갈린 뒤에 링크도 같이 웃기 시작했다. 웃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다.
다른 이들이 도시 밑의 물웅덩이로 자러 들어갈 때까지 둘은 그 자리에 밤새도록 앉아 있었다. 시드는 이미 그의 잔을 다 마신 뒤였고 링크도 점차 술이 깨고 있었다. 먼 하늘이 여명의 빛으로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자 시드는 몸을 돌려서 동쪽 저수지를 둘러싸는 어두운 수정색의 절벽을 보았다.
“미파는 당신이 오는 것을 환영할 겁니다.” 링크가 말했다.
“누님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럼 제 입장을 보세요.” 링크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가 입은 옷에 손을 대었다. 코다가 그의 조라의 갑옷을 수리해 주겠다고 해서 지금 그는 그의 영걸의 옷을 다시 입고 있었다. “사실상 미파의 혼수를 입고 나왔잖아요.”
시드는 눈이 커지면서 그를 보았다. “그 생각은 전혀 못했네.”
“뭐, 거기서 미파의 영혼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겠죠.” 링크는 일어서서 시드가 앉은 자리 쪽으로 걸어가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미파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루타를 바라보았다. “더 기억을 했으면 해요. 대재앙 이전에 이걸 줬다면 제가 무슨 반응을 했을지도 궁금해지고요.”
링크는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하진 않아요. 더 중요한 것은 한번 보러 가라는 거죠. 영혼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동생분하고 말하는 것을 굉장히 기대할 겁니다.”
시드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링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일 사당의 위치를 보여주고 한번 누님을 보러 가야겠어.”
그날 저녁 일찍이 링크는 시드에게 시커족의 사당에 대해 설명해주었고 근처에 있는지도 물었었다. 시드는 조라의 마을 서쪽의 세라의 폭포에 있는 한 곳을 말했었고 거기로 데려가 주겠다고 했었다.
“그래요.” 링크는 정자에 방석이 깔린 자리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은 무슨 신수를 해방하는 거야?” 시드가 몸을 돌려서 그에게 얼마 뒤 물었다.
링크는 이에 대해서 조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답은 확실해 보였다. “북쪽의 고론족에게 가볼까 합니다. 그들의 신수가 화산을 분출시켜 하이랄을 용암바다로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그래. 그러면 많이 참혹하겠지.”
“그럴 겁니다.”
둘은 같이 미소를 지었다. 얼마 뒤 시드가 숨을 깊이 내쉬었다. “링크, 정말 고마워. 이런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일을 이루어주다니, 정말 대단해. 누님이 그대를 높이 평가한 것도 무리가 아니야.”
“당신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링크는 갑자기 주제가 바뀐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당신과 미파가 제가 한 일 그 이상으로 많이 해 주셨습니다.”
시드는 링크가 농담이라도 한 듯이 웃었다. 그의 웃음이 진정되자 그는 링크에게 밝게 미소를 지었다. “친구여,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도와주지. 네 신수를 모두 해방하고 대재앙 그 자체를 마주할 때가 되면 바로 조라족을 불러줘. 즉시 지원을 갈 테니까.”
링크는 시드에게 고맙다는 미소를 짓고 신수가 보초를 서고 있는 둑으로 시선을 돌렸다. 둑을 보자 무언가 떠올랐고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시드를 돌아보았다. “시드, 오전 일찍이 둑이 공격을 받았다고 했었죠?”
“그래. 누군가가 폭탄을 써서 강도가 약해졌어. 바로 알아보아서 다행이었지. 리잘포스의 공격이 포착되기 전에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둑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야.”
링크는 인상을 쓰며 그 소식과 관련해서 생각에 잠겼다. “리잘포스가 모든 곳을 수몰시키려 했다면 왜 굳이 공격에 나선 거죠? 강을 빼앗는 것만 원한다고 했는데?”
이에 시드가 몸을 똑바로 세우면서 인상을 찡그리고 링크를 보았다. “리잘포스는 폭탄을 쓴 경험이 없어. 그들도 둑의 거센 물살을 받으면 우리처럼 죽었을 거야. 살더라도 멀리 휩쓸려 가버릴 거고.”
“그럼 분산 작전이라는 겁니까?”
“그러면 계획을 정말 잘못한 거야. 둑이 무너졌으면 득보다 실이 훨씬 커. 여기에 병사들이 둑을 고치는 데에 배치되지도 않았을 거고.”
“그럼 리잘포스의 공격이 분산이라면요?”
둘은 가능성을 점치면서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시드가 입을 열었다. “누가 리잘포스에게 전기의 화살을 이렇게 많이 줬을까?”
“아마 둑을 무너뜨리려 한 자들일 겁니다.” 링크는 정자 한가운데에서 빛을 발하는 야광석을 보면서 이마를 더 찌푸렸다. 리잘포스는 둑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 또는 조라의 마을을 공격하는 것을 계획했을 수도 있지만 둘 모두를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목적이 서로 상충되고 있던 것이었다.
“이거는 참 걱정이 되는군.” 시드가 말했다. “둑에 경비를 더 세워야겠어. 루테라 댐이 더 노출된 이 상황에서는 하일리아인의 목숨도 위험해져. 누가 이를 계획했을지 짐작이 가?”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더 있었다면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몰랐다.
“지금은 가논의 수하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그대는 다른 방법으로 방해를 받을 수도 있겠군.”
링크는 코로 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렇게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재앙 가논 같은 엄청난 괴수에 대적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가논이 그를 방해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세워 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시드와 헤어져서 여관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밤 속에 있을 의문의 존재에 대한 생각은 그의 마음을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하늘은 머리 위에서 밝아지고 있었지만 링크는 머리 위로 이불을 끌어서 아침 해를 막아냈다.
그가 자는 동안 형체도 감각도 없는 그의 꿈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마치 그의 바로 옆에서 말을 거는 것처럼 뚜렷했다.
“당신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마지못할 것 같았는데…아니군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당신은 운명을 피하려 한 적이 없었죠. 링크…벌써 많이 오셨군요. 앞으로의 길은 더 험난해지겠지만, 그래도 시간을 최대한 벌어드리죠. 가논을 최대한 묶어 두겠습니다. 의지를 강하게 먹으시길.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링크는 그렇게 잠에서 깼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Ruto Mountain = 루토산
Rutala Dam = 루테라 댐[Name glossary]
Dunma = 둔마
Chapter 18: 막간 1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1
"자, 다시 일을 시작하자!"
이마로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과 매부리코 밑에 덥수룩한 콧수염이 난, 키가 크며 몸집이 다부진 사내 허드슨이 불가의 그의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이렇게 말을 한 다른 이를 보았다. 볼슨 사장은 어떻게 보면 꽤 열정이 넘쳤고, 그의 예상보다 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수년 동안 동업 관계이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 벤슨이 그가 어릴 때에 돌아가시고 나서 그는 볼슨과 같이 계속 일하고 있었다. 그는 볼슨 휘하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목수였고 사장이 볼슨 건설의 행정 업무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의 자리를 대리하는 자이기도 했다.
볼슨은 늘 그랬던 활달한 모습으로 허드슨과 신참 카슨이 각각 앉고 누워 있는 불가로 다가갔다. 그는 허드슨보다 머리 하나만큼의 키가 작았고 정수리 주변으로 대머리였으며 머리의 옆과 뒤에는 회색의 머리가 나 있었다. 그의 염소 수염은 늘 그렇듯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는 풀어헤친 푸른 웃옷과 방금 염색한 밝은 분홍색의 바지 차림이었다. 그의 허리에는 망치와 끌, 목공 톱과 다른 공구 여럿과 같은 작업용 공구가 매여 있었다. 허드슨은 볼슨과는 달리 정밀 작업에는 소질이 많이 없었다. 대신 그는 중노동과 건설을 주로 도맡았고 정밀 조각은 그 분야에 재주가 좋았던 그의 사장과 다른 이들에게 맡겼다.
물론 오늘은 그런 정밀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오늘의 작업은 건설이 아니라 철거였기 때문이었다. 꽤 많은 논쟁과 토의의 끝에 하테노 마을의 이장과 주민 회의가 마을 변두리의 낡은 집을 철거하기로 마침내 결정한 것이었다. 오래 전에 죽은 이들에 대한 기억이 많이 담긴 오래된 집이었으면서도 대재앙 이전의 유명한 전사가 살고 있던 집이었다는 소문도 있던 집이었다. 그에게는 별로 중요성이 와닿지가 않았다. 허드슨은 주변이 더 깔끔한 것을 선호했다. 필요하지 않다면 남겨둘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다만 볼슨은 생각이 달랐다. 그 자리에 그의 지사를 세워도 될 자리였지만 그는 조금 감성적인 이유로 두고 싶어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그 옛 전사와 친했다고 말했었던 것이었다. 다만 볼슨의 가치관에는 루피의 가치가 감성적 가치보다 더 컸고 그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건축을 더 세울 수 있다는 조건 하에 그 작업을 맡기로 하였다. 그 집의 철거 보수 뿐만이 아니라 신축을 지으면 그 집의 매매가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물론 팔린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들의 신축 건물들이 아직까지 팔리지 않은 것이었다. 하테노 마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근래에 많이 없던 것도 한몫했다.
"카슨, 일어나." 허드슨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기지개를 켰고 등에서 뚝뚝거리는 소리가 났다. 머리 위의 나무에서 새 몇몇이 놀란 듯이 지저귀었다. 아마 너무 오래 있어서 새들이 그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지만 중요한 사안은 아니었다.
그의 옆에서 카슨이 신음을 하며 일어나 앉았고 그의 짧은 갈색 머리를 더듬었다. 그는 볼슨 건설의 신입 인부였던 젊은이로 들보와 경첩이 무엇인지도 구별을 아직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성실한 일꾼임은 확실했다. 다른 '슨'들에게 다른 일들을 맡긴 동안에 그가 볼슨과 허드슨 직속으로 일할 수 있도록 볼슨이 정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허드슨은 이 작업에 넬슨이나 브리슨같은 다른 두어명도 같이 있기를 바랐지만 일단 이 셋만으로 충분할 것 같았다. 철거는 그들이 잘 처리하고 후처리는 다른 인부에게 맡기면 충분할 것이었다.
볼슨은 아무런 고민도 없다는 듯이 팔을 흔들고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갔다. "잘 잤나, 카슨?"
"아...예. 사장님 죄송함다." 카슨이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오호호, 사과할 것은 없어." 볼슨이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자네 여자친구 생각으로 밤 내내 깨어 있었겠지." 카슨의 얼굴이 더 빨개지면서 헛기침 소리만 내자 그는 더 크게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내면의 힘을 끌어내자. 우리는 바로 건설의 패왕!"
허드슨은 콧수염으로 긴 숨을 내쉬었지만 카슨은 볼슨의 열정에 더 힘을 얻는 것 같았다. 그는 주먹을 쥐며 벌떡 일어섰다.
"알겠슴다!"
"복창한다! 우리는 바로..."
"...건설의 패왕!"
"허드슨!"
허드슨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볼슨은 허드슨을 보고 코웃음을 쳤지만 허드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볼슨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바로 기력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가 한번 손뼉을 치자 그의 목소리에 다시 밝은 분위기가 돌아왔다. "작업 시작!"
철거의 시작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미 건물을 한번 조사해서 이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약점들을 다 파악했지만, 볼슨은 굉장히 치밀한 이였기 때문에 다시 조사해서 대들보와 벽에 표식을 남겼었다. 이 집을 더 빨리 무너뜨릴 수 있음과 동시에 유의해야 할 지점도 표시한 것이 되었다. 누군가가 아직 안에 있는 동안 집을 무너뜨리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이 작업을 끝낸 뒤에 볼슨은 집 주변과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을 전부 제거했다. 지난 100년간 집은 비어 있었지만 몇몇 부서진 가구들은 남아 있었다. 복층에는 한때는 침대로 보였던 가구가 있었지만 경첩 하나가 부러져 있었고 다 썩고 벌레 알로 들어찬 매트리스도 이미 오래 전에 처리해 버렸다.
허드슨은 이 집의 건축 솜씨에 감탄했다. 이 집은 대재앙 이후 100년 이상이나 버려져 있었지만 지금도 집 전반적인 상태는 꽤 좋았다. 지붕은 조금 손을 보아야 했지만 아직도 멀쩡했고 그 내의 목재도 거의 썩지 않았다. 복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조금 삐걱거렸지만 그와 카슨이 올라가는 동안에도 휘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그조차도 이렇게 정성이 담긴 집을 무너뜨리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일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가 철 해머로 벽 하나를 부수려는 찰나에 볼슨이 잠시 멈추라고 소리를 질렀을 때 놀랐었다. 얼마 뒤 카슨이 썩어가는 현관을 들어내고 있던 모퉁이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허드슨은 볼슨을 보았는데, 그는 하늘색의 옷을 입고 긴 빛이 바랜 금발의 사내 옆에 서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는 검과 방패를 등에 매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이상한 사각형의 물건을 차고 있었다. 하테노 마을에서 그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는 볼슨과 그 사내가 대화를 하는 그 자리에 다가갔다.
"허허, 아주 작정을 한 거구나?" 볼슨이 말했다. 그는 허드슨을 바라보고 한번 눈짓을 보냈는데 그 사내는 분명히 이를 바로 알아차렸을 것 같았다. 그는 다시 그 사내를 보았다. "그러면 그만한 집값은 바로 줄 수 있는 건가?"
"어...아뇨." 금발의 사내가 말했다. "하지만 바로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 그때까지 철거를 좀 미루어 주시면 됩니다."
볼슨은 사내를 내려다보고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두드렸다. "누구는 이 집을 꼭 없애 달라고 하기는 했는데...그 사람들의 등쌀을 버틸 수 있을까? 한 낯선 이가 나타나서 이 버려진 집을 사려 한다라...꽤 흥미로울 거란 말이지!" 비록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지만 볼슨은 이 결과로 인해서 벌어질 엄청난 일들을 꽤 기대하는 것 같았다. 허드슨은 속으로는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사장은 조금 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낯선 사람까지는...아닌데요." 사내가 묶은 머리 밑의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정말로 이 집을 바란다고? 이미 봤잖아? 낡고 구형이고 무너져가는데다가...이미 다리 건너편에다 신축 집들을 지어뒀어. 더 현대적이고 가구도 딸려오는데?"
"아뇨, 그게..." 사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생각을 좀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집을 정말로 원하는 겁니다."
볼슨은 자신의 입가를 계속 두드리면서 사내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미소를 지었다. "뭐, 넌 뭐를 원하는지를 알고 이를 좇겠다는 뜻도 확실하네." 그는 조용히 웃었다. "젊었을 때의 내가 생각이 절로 나...뭐, 좋아." 볼슨은 몸을 굽혀 비밀스럽게 속삭였지만 허드슨이 들을 정도는 되게 말했다. "그럼 값을 최대한 깎아서 3천 루피에 넘길게. 단, 오늘 지불해야 해."
3천이라니, 허드슨은 콧수염으로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이 집을 철거하면서 받을 보수보다도 적은 양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신축을 하면 올리게 될 수익보다도 적은 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사장의 눈빛을 잘 알고 있었다. 몇 달 전에 유기견을 찾고서 이를 그들의 마스코트로 정하겠다고 했을 때 볼슨이 띠던 눈빛이었다. 이제 이 집을 사려고 하는 이 사내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상황에서는 이를 절대로 물릴 기세가 아니었다.
사내는 한참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다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그는 몸을 돌렸고 허드슨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푸른 눈을 가진 꽤 젊은 사내로 거친 일을 한 적이 없어 보였다. 사내는 허드슨에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곁을 빠르게 지나쳤다. 얼마 뒤에 허드슨은 그가 마을로 돌아가는 동안 그의 신이 나무 다리를 밟는 소리를 들었다.
허드슨은 볼슨을 보았고 그는 그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기만 다. "그 도움을 바라는 멋진 남자를 뿌리칠 수는 없으니까." 허드슨은 코웃음을 쳤다. "에이, 그렇게 보지 말고!" 볼슨은 허드슨에게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나무랐다. "게다가 이렇게 하면 그 다음 일거리를 더 일찍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이것이 장점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추낙 고지로 가야 하는 그의 다음 작업은 더 어려울 것이었고, 이 낡은 집을 무너뜨리는 것보다는 결과가 더 좋기를 또 바랐다.
그는 마침내 알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고 볼슨은 눈을 한번 굴리고 그를 지나치면서 팔을 쓰다듬었다. "휴식한다!" 그가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슨, 차 좀 내릴래?"
허드슨은 그의 사장이 걸어가는 것을 보면서 콧수염으로 숨을 한번 내쉬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올라왔다. 꽤 괴짜였지만 볼슨은 훌륭한 사장이자, 사업가이자, 친구였다. 그는 볼슨의 말이라면 재앙 가논의 손아귀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며칠 뒤, 허드슨은 남성과 여성, 몇 마리의 말과 노새들로 이루어진 무리의 선두의 말이 끄는 수레에 앉았다. 아침 해는 동쪽의 바다 위로 방금 떴고 북쪽의 라넬산에서 내려오는 찬 바람은 그의 맨팔에서 해의 온기를 막을 정도까지는 아닌 때였다. 머리 위의 몇몇 흰 구름만 빼고는 맑은 날이었다. 볼슨이 그를 위해서 구운 빵 한 덩어리의 냄새가 그의 옆의 배낭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자, 길 조심해, 허드슨." 볼슨이 마차 옆에서 자리의 다듬은 목재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정작 허드슨이 길을 떠날 때가 되자 갑자기 그를 보내는 것을 망설이는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던 것이다.
"괜찮을 겁니다." 허드슨이 말했다. 사실 이렇게 많은 이들과 같이 가는 이유는 길의 안전을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텔마는 조라의 마을과 추낙 고지로 향하는 북쪽의 길은 제대로 무장한 장정들과 있다면 주로 안전하다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에 굉장히 대담해지는 보코블린의 무리에 대해서는 걱정을 표했는데, 카카리코 다리 근처에서 한번 그런 식으로 마주한 적이 있다고 한 것이다.
"물론이지." 볼슨은 마차를 몇 번 두드리더니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그의 걱정을 조금 덜고 아쉽다는 듯이 허드슨을 보았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둘이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많이 지날 것이었다. 추낙 고지까지의 길은 꽤 멀었고 금방 다가오는 여름에는 일로 많이 바쁠 테니 말이었다.
카슨은 볼슨 옆에 미소를 지으면서 섰다. 허드슨은 콧수염 아래에 자신의 미소를 숨겼다. 이 청년은 그가 없는 동안에도 사장과 잘 어울릴 정도로 열의가 있었다.
"그리고, 기억해! 새 인원을 고용할 때에는 볼슨 건설의 방침에 아주 잘 맞는 이여야 한다는 것을!" 볼슨은 장난스러운 눈빛과 같이 말했다.
"물론이죠, 사장." 허드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태도만 보아서는 잘 몰랐지만 볼슨은 자신의 규칙에는 굉장히 엄격했다.
"좋아! 그럼..." 볼슨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카슨을 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다시 허드슨을 보고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춤은 팔을 흔들고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 볼슨 건설의 사원들 외에도 하테노 마을의 어린이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춤을 추는 동안 둘은 볼슨이 자신의 회사의 사가라고 말한 그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사랑과 용기, 희망으로 새 집에 새 출발을!" 볼슨과 카슨이 박자를 맞추어 몸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불렀다. "그 이름은 볼슨! 바로, 그 이름! 볼, 볼, 볼, 볼슨! 건설! 볼슨! 건설!" 짧은 노래와 춤은 그들이 옆으로 서서 무릎을 조금 굽히면서 팔을 흔들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마무리되었다. "이야, 이야!"
몇몇 근처의 어린이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치면서 볼슨에게 달려왔고,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슨은 갑자기 어린이들이 늘어난 것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조금 불편히 여기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었다.
큰 숨을 내쉬며 허드슨은 자리에서 더 곧게 앉았고 볼슨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작별 인사로 손을 들었고 볼슨은 꼿꼿이 서면서 밝게 손을 저었다. "잘 가게, 허드슨! 길 조심하고! 곧 볼 테니 걱정 말게!"
허드슨은 손을 내리고 카슨에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의 과묵함을 본 어린이들이 그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어한 것 같았다. 혀를 한번 튕기고, 고삐를 한번 당기자 말은 그의 마차를 끌고 언덕을 내려가며 하테노 마을에서 멀어져 갔다.
2
하테노 마을의 서쪽의 계곡을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보코블린 하나가 계곡을 내려다보면서 손가락을 가리키고 무언가 재잘거리면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먼 마을을 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살짝 금이 간 망원경을 들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뿔이 부러진 키가 크고 피부색이 짙은 모리블린이 앉아 있었는데, 그 큰 손으로 손차양을 하며 햇빛을 가렸다.
거대한 금색 갈기의 라이넬이 언덕으로 올라왔다. 언덕의 옆에는 모인 이들 중 누구도 이름을 알지 못한 거대한 돌의 탑이 있었다. 라이넬은 늙고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한 눈이 거의 창백하여 멀어 있었고, 흉터 하나가 정수리에서 출발해 눈을 거쳐 뺨에도 나 있었다. 그의 뿔 하나는 반쯤 부러져 있었고 그의 가슴에는 수년 간의 전투에 의한 상처가 나 있었다. 찔리고, 베이고, 데인 상처가 그의 살과 털 곳곳에 나 있었지만 그는 그에게 그 상처를 내고 스러진 자들에게 보란듯이 아직도 살아가고 있었다. 몬스터의 언어로 그 라이넬의 이름은 우르카였다.
거센 헛기침과 같이 우르카는 보코블린에서 망원경을 받았다. 보코블린은 그들의 두목의 성질을 돋우지 않기 위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라이넬은 아직 멀쩡한 눈으로 이를 가져갔고 하일리아인과 마차 여럿의 무리가 마을을 떠나서 계곡의 북서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얼마 뒤 드는 망원경을 내리고 그의 긴 손톱으로 고민하듯 두드렸다.
"두라." 그가 마침내 긴 울음소리로 말했다. 그는 보코블린에게 망원경을 다시 던지면서 무언가 이상한 것이 또 있으면 보고하라고 하였다. 우르카는 안심한 듯한 보코블린과 잠이 덜 깬 모리블린을 뒤로 하고 다시 언덕을 내려가 탑의 발치에서 늘어가고 있는 그들의 주둔지로 돌아갔다.
그들의 수는 점차 늘고 있었다. 탑은 높은 절벽 근처에 서 있었지만 그의 주둔지는 이제 언덕 발치의 작은 숲까지 늘어가고 있었다. 여러 모닥불이 능선 곳곳에서 피어오르면서 여러 종류의 산짐승을 구워먹고 있었다. 이 모닥불 중 하나에서 키가 꽤 큰 모리블린 하나가 자신 근처의 보코블린에게 갑자기 성질이 났는지 머리를 붙잡았다. 우르카는 이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았고, 모리블린은 팔을 당황한 듯이 젓는 보코블린을 아래에 연못이 있는 깊은 절벽으로 내던졌다. 보코블린은 떨어지는 내내 비명을 질렀다.
다른 여러 모리블린들은 이 광경에 환호했지만 다른 보코블린들은 조금 더 분위기가 유한 더 작은 무리들로 가버렸다. 우르카는 이를 조금 만족스러운 듯이 보았다. 그는 그의 무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분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전사들이 강하면서도 야만스러운 면모까지도 가지기를 바라면서 이를 조장했다.
오랫동안 그의 민족은 하이랄의 종족들에게 사냥당하고 쫓기기만 했었다. 라이넬 족들은 이제 정말 극히 일부만 남아 있었지만 이제 상황이 바뀔 것이었다. 곧 그럴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계속 관찰하고 훈련시키면서 병력을 더 모을 뿐이었다.
3
코가님은 그의 길고 주름진 손가락을 꼬면서 그의 옆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의 조직원들을 가면 너머로 보고 있었다. 그의 아지트이자 왕국과도 같은 곳의 가운데에 있는 작은 방의 돌벽에서는 횃불들이 불을 약하게 비추고 있었다. 여러 색의 태피스트리가 벽에 걸려 있었는데, 그 중에는 삼지검을 든 거대하면서도 시커먼 피부의 돼지 같은 형상도 있었다. 방석을 깐 그의 자리 바로 위에는 그의 표식이 있었다.
이가단, 그의 이가단의 뒤집힌 눈이었다.
그 표식이 마찬가지로 그려진 흰 가면 뒤에서 미소를 지으면서 코가님은 그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단상에서 내려와서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의 단원 둘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그들은 그들의 단장이 있을 때에 늘 그러했듯이 가면을 벗은 채였다.
그는 등 뒤로 손을 깍지를 끼고 몸을 돌렸다. 그들이 방금 전한 소식에 그가 만족했는지 불만족했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채로 두면서 그들이 불안에 떨게 했다. 일단 그들의 결과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러웠다. 다만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확실히 몰랐을 뿐이었다.
그는 조라의 마을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기를 기대했다. 그 지긋지긋한 리잘포스가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도록 했었다. 더 우수한 무기와 전술을 사용하도록 했고, 전기의 화살도 많이 준 데다가 그의 구성원들이 조라족의 보초병을 처치하기까지 했었다. 원래라면 리잘포스는 조라족에게는 훌륭한 유인책이 되어서 그 틈을 타 그의 구성원들이 둑을 무너뜨려 그 두 종족 모두를 쓸어버릴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 계획은 완벽했어! 실패의 여지가 없었다고!
코가는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내가 모든 것을 다 막아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 신수까지 제압한 것이다. 코가는 등 뒤로 손을 둔 채로 주먹을 쥐었다. 카카리코 마을에 심어둔 그의 첩자가 보고한 그 사내임은 틀림없었다. 푸른 옷에 길고 빛이 바랜 금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사내, 100년 전에 죽었다고 했던 그 전설 속의 용사라는 사내였다.
그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 사내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지난 100년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교활한 임파라는 자가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었는데 이가단은 그가 살아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다. 임파가 그 비밀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꽤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100년간 정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도 기묘했다. 그녀가 말했다면 분명 그의 귀에도 이 사실이 들어갔을 것이었다. 입이 무거운 시커족이라 해도 술이 몇 잔 돌기 시작하면 입이 열려버릴 것이었다. 물론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전제하였다. 그도 이 소식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그게 사실이라면, 예고일 것일까?
그는 검은 피부의 마수가 그려진 태피스트리를 올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재앙이 다시 깨어나 이 새로운 적수를 마주하게 될 것일까?
그는 방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벽에 걸린 참수도 한 쌍 앞에 멈추었다. 그의 긴 손가락을 들었고 시원한 검은 쇠를 찬찬히 만졌다. 당연히 그의 지하 요새에 있었기 때문에 시원한 것이었다. 밖에 있었다면 작열하는 사막의 해로 인해서 뜨거워져서 그의 손가락을 데일 것이었다.
짜증스러운 고함을 내지르면서 코가는 벽에서 참수도를 잡아서 못에서 잡아 빼었다. 그는 몸을 다시 돌려 그가 무기를 쥔 채에도 조금도 움직이거나 당황하지 않는 그의 가상한 두 구성원들을 바라보았다. 다만 두려움 정도는 느껴졌다. 팔이 조금 흔들리고 목에서 소름이 돋으며 숨을 참고 있었다.
차라리 둘 중 하나를 죽여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의 머릿속의 생각은 그러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애초에 그들은 임무에 실패하지 않았는가. 설상가상으로 조라족이 그 둑의 공격까지 감지했고 둑의 경비까지 늘린 상황이었다. 조라족은 외부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었다. 리잘포스가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생각한 것과 같은 정교한 계획을 그들이 세울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이것은 예상하지 못했네...
그가 검은 쇠를 다시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난 너무 똑똑하고 너무...우월하지. 그 멍청한 놈들의 지능에 맞게 계획을 조금 어설프게 해야 했어. 그럼 그들이 나를 실망시켰을 리가 없지. 그들 모두가 말이야...
일단 둘을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오늘은 살려 둘 것이었다. 다시 회생한 그 사내를 직접 본 이들이 얼마 없었다. 지금은 저들이 필요했다. 코가는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서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 하나에 참수도를 박았다. 날의 끝이 태피스트리 뒤의 돌벽을 찍었고 그 힘에 그는 참수도를 놓쳤다. 참수도는 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다시 주먹을 단단히 쥐며 떨어진 참수도에서 몸을 돌려 등을 편 채로 돌아갔다. 그는 그의 자리로 돌아가서 한숨을 내쉬며 털썩 앉았다. 그의 아지트의 다른 곳과는 달리 그의 자리는 부드럽고 푹신한 천으로 덮여 있었다. 왕족이 앉는 왕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가 앉는 자리이니 가장 적절하게 느껴졌다.
"구성원을 데리고 하이랄로 나가라. 그 사내를 찾아 그의 정체를 알아내라. 정체를 안 뒤에는 죽여라. 그가 죽은 뒤에는 그가 누구였는지 나에게 보고하라. 그가 정말로 부활한 영걸이라면, 재앙 가논이 부활을 준비하고 있음이 확실할 터이니..."
그러면 꽤 신기한 상황일 것이다. 코가는 가논이 정말로 부활하면 그와 그의 이가단이 어떤 노선을 탈 것인지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그 마수를 충실히 섬길 것이냐 물으면, 아마 한동안은 그럴 것이었다. 다만 그렇게 오랫동안 그를 섬길지는 의문이었다. 결국에는 그 마수를 처치해야 할 것이었다. 그런 뒤에야 그를 향한 험담이 멈출 것이었다.
그의 두 정찰병은 일어서서 손을 명치 밑에서 모으고 다시 일어서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둘은 뒤로 걸으면서 천천히 방 밖으로 나갔고 이어서 키가 큰 이가단 여성 하야가 들어왔다. 그녀는 가면을 벗지 않았다. 규칙을 무시하는 것이었지만 코가는 이를 허용했다. 그의 최고 부관이었으니 그 영예 정도는 허락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그녀가 물었다. "정말로 영걸이 죽음에서 부활한 것입니까?"
"그런지도 모른다." 코가는 조금 불룩한 그의 배 위에서 손가락을 꼬면서 말했다. "그렇다 해도 계획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그가 정말로 신수를 제압하며 돌아다니고 있다면 그 계획은 더더욱 성공해야 한다."
"코가님, 그렇습니다. 그래서 겔드 내의 저희의 첩자들에게 행동을 지시했습니다."
"그래. 언제 뇌명의 투구를 들고 돌아올 것이냐?"
"이번 주 내에 돌아올 것입니다."
"좋다." 코가님은 생각에 잠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뇌명의 투구가 없다면 겔드족은 최근에 행동을 시작한 그들의 신수를 제압할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모래폭풍과 번개는 하이랄의 곳곳을 장악할 때에 쓰일 그의 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조라의 마을은 실패였지만 조라족도 곧 처리할 것이었다.
가논이 다시 부활할 때에 그가 하이랄 전역을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주객전도로 가논이 코가 앞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었다. 코가왕이란 표현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그의 흰 가면 아래에서 코가는 씩 미소를 지었다.
4
카시와는 마을의 서쪽 언덕에서 조라의 마을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미소를 지으며 내려다보았다. 그는 아침 일찍 시드 왕자와 그가 지내는 동안 친해진 다른 조라족들과 작별을 하고 길을 떠났다. 시드를 위해서 쓰겠다고 한 그 노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노래가 완성되면 돌아오리라고 약속했다. 그 때가 되면 그의 아내와 딸들과 여행하는 것도 가능할 지도 몰랐다. 최근의 일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링크는 이틀 전에 말린 어포 여럿과 다른 선물들을 말에 매단 채로 조라의 마을을 떠났다. 카시와는 신수의 일 이후로 그에 대한 조라족의 평가가 상당히 변한 것을 알아보았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그들의 호의는 링크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조라족이 갑자기 외부인들 전반에 대해서 꽤 호의적으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그를 대할 때에도 이전보다 더 호의적으로 변했고, 시드 왕자는 조라의 마을 밖의 여러 수역들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 같았다. 하이랄의 백성들이 마침내 지난 100년간 그들을 지배하고 있던 슬픔과 고통을 몰아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의 딸들이 새로운 생명과 즐거움이 도래한 땅에서 살아가게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재앙 가논과 그의 수하들의 위협이 없는 땅에서 살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은 카시와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이야기에서 카시와 자신의 역할은 극히 일부일 것이었지만, 그의 역할에는 최선을 다할 계획이었다.
이곳 조라의 마을에서 조라족이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카시와는 이 정도로도 만족했다. 그것만으로도 가사가 쓰였다. 링크는 다음에는 고론족을 향해서 갈 것이었고, 카시와는 그의 행적을 직접 보기 위해서 그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는 다른 할 일이 이미 있음을 주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이전에 그들의 사망한 영걸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 이미 고론족을 방문했었으니 다시 만나러 갈 명분도 없었다.
그는 남쪽으로 가서 하일리아인과 시커족들을 만날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링크의 입을 통해서 그 자신이 일군 결과를 직접 들었을 것이었지만 (그는 내심 시커 스톤을 가진 그가 부러워졌다) 카시와는 대부분의 일반 대중이 이를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여관과 마구간에 며칠을 머무르면 그들에게도 충분할 것이었다.
그 뒤에는 서쪽의 사막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겔드의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마을 밖으로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었다. 겔드 여성들은 그들의 마을로 남성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했으니 말이었다.
날아도 오래 여행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비로 인해서 한동안 날개를 접고 다녔던 이전을 생각하면 날개를 좀 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콘서티나가 습기로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걱정했었지만 그의 방습 케이스가 그의 민감한 악기를 잘 보호해 주었다. 햇빛은 꽤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날씨는 날기에는 최적이었다.
그가 조라의 마을 북서쪽의 언덕에 올라서 그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빠르게 고도를 높이는 것이 그의 발목을 잡지 않을 높이까지 올라가자, 그는 언제 다시 링크를 다시 만나게 될지 내심 궁금해졌다. 물론 머지않아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었다. 그게 언제일지는 카시와도 잘 몰랐다.
그는 큰 숨을 쉬고 양 날개를 양 옆으로 길게 뻗었다. 그는 바람이 그의 속도와 높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몸을 조금 굽히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앞으로 달렸다. 그의 발이 땅을 박찼고 그는 다시 날개를 펄럭이면서 발을 펴고 잔디 위의 짧은 높이를 스쳐갔다. 얼마 뒤에 그는 상승하는 더운 기류를 타서 추낙 고지를 내려다보는 절벽 위로 솟아올라갔다.
절벽을 지난 뒤에는 그는 오른쪽으로 몸을 굽혀서 링크가 라이넬을 쓰러뜨린 뇌수산의 정상을 돌아갔다. 그것은 가히 장엄한 전투였다. 그는 그의 기억을 다시 더듬으면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데 반주가 될 곡조를 흥얼거렸다. 그는 신수 바 루타가 링크와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는 동쪽 저수지 위도 지나쳤다.
카시와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링크 본인이 아는지 궁금해졌다. 그 영향은 그의 위업 그 이상이었다. 라이넬을 쓰러뜨리고 신수를 제압하기 전에도 시드 왕자와 카시와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의 자신감 하나로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의 존재 자체는 희망을 상징한 것이다.
공주가 수년 전에 그를 사랑하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카시와는 곧 링크에게 그 이야기도 전할까 했다. 물론 이는 그가 최대한 기억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는 바람을 타고 그의 날개와 꽁지깃이 바람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몸을 기울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금방 고도를 높여서 멀리 아래의 푸른 들판 위로 날아올랐다. 그들의 신수가 근처에 있어서 그의 고향 근처에서 이렇게 높이 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자유롭게 날 수 있다는 것은 꽤 후련했다. 링크가 바 메도를 해방하기 위해서 리토의 마을에 도착하면 아주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Notes:
N.B. I failed to remember every lines of Bolson. I was forced to make a direct translation.
(볼슨의 모든 대사를 기억하지 못하여 소설판의 대사를 바로 번역하여 가져왔습니다.)[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hunder Helm = 뇌명의 투구
Sickles are translated into 참수도(Beheading Blade), which is a translation of the Vicious Sickle in the East Asian version.[Name glossary]
Master Kohga = 코가님There were some custom names, so I decided to bring the name directly.
(몇몇 이름은 야숨에서 등장하지 않았기에, 음차하였습니다.)
Chapter 19: 2부, 17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라넬의 탑의 꼭대기에서 링크가 본 데스마운틴은 그의 키보다도 거대하고 웅장했다. 화산은 붉으면서 거친 바위의 대지 한가운데에 높이 서 있었다. 조라의 마을과 하이랄 평원의 푸른빛이 사라지고 붉은 토양과 바위가 드러났다. 그가 보는 높이에서 보이는 길은 여러 번 구불거리며 산을 올라가는 고갯길을 거쳐서 화산의 발치로 이어지고 있었다.
신수가 바 루다니아가 눈에 보였다. 이전에 조라의 마을에 짙게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대한 도마뱀 같은 거대한 형상이 마치 낮은 언덕을 걸어다니듯 가파른 데스마운틴의 경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화산의 뚫린 분화구에서 흘러나오는 마그마의 경로를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니는 것 같았다.
링크가 보는 동안 신수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고 기계 같은 입을 열어 조용히 울부짖는 것 같은 행동을 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루타는 이 지역의 날씨를 조종하고 있었으며 최근이 되어서야 이상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정말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더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던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루다니아도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고 그의 옆의 시커의 탑 바닥에 있는 작은 뭉치를 들었다. 이를 조심스레 펴자 말린 양고기 몇 점과 당근 몇 개가 보였다. 그는 며칠 전에 조라의 마을을 나서기 전에 카카리코 마을에서 이 작은 식사 하나를 샀었다. 이 탑도 이제 워프 지점으로 등록했으니까 빨리 둘 사이를 왕복할 수 있으니 잠시 카카리코 마을이나 하테노 마을에 들르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나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떠오르지 않았고 그가 최근에 산 자신의 집에서 자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일렀다. 물론 그 집은 어린 소녀의 몸을 한 아주 나이가 많은 시커족의 돈을 빌려서 산 것이었다.
한 손으로 당근을 씹어먹는 동안 그는 다른 손으로 시커 스톤의 화면을 건드리면서 망원경 아이템을 작동시켰다. 그는 한 손으로 이를 들어서 투명한 화면을 통해 데스마운틴으로 향하는 길을 보았다. 얼마 뒤에 그는 그가 찾던 것을 발견했다. 등산로로 바뀌기 전의 위치에 세워진, 언덕의 발치에 있는 작은 집이었다.
링크가 들은 바에 의하면 데스마운틴의 교역이 대부분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고론족은 광석과 보석을 산 밑의 그 지점까지 가지고 내려왔고 데스마운틴 주변에서 찾을 수 없는 내화성 옷감이나 향신료, 그리고 다른 물건들과 교환해 갔다고 한다. 최소한 그것이 대재앙 이전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링크가 대화한 이들 중 그 누구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 거리에서 링크는 그 건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볼 수가 없었다. 몇몇 교역이 벌어지는 것은 보았기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있는지는 차차 알아볼 것이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내려놓고 그가 싼 나머지 식사를 마쳤다. 일어서서 그는 그의 장비를 다 챙기고 탑을 한번 돌아보았다. 그의 눈은 다시 하이랄 성으로 향했다. 잠깐동안 푸른 하늘 아래의 아름다운 성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가 바로 사라졌다. 이는 최근에 꽤 자주 일어나고 있었는데, 이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 한 지점, 그의 집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가 하테노 마을에서 철거되는 것을 막으면서까지 그 집을 샀던 것은 그 집이 대재앙 이전에 그의 가족들이 소유하던 집이라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안에 있다 보면 자신의 부모님이나 이곳에서 크던 그의 기억을 되찾지는 않을까 했지만 이 기억들은 회생의 사당이 봉인해 버린 머리속의 결계 뒤에 굳게 매여 있었다.
링크는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 탑의 모퉁이로 걸어갔다. 멀리 아래의 조라강 건너편에 스피릿이 있었다. 말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가 내린 곳의 근처에서 강물을 마시고 풀을 뜯고 있었다. 링크는 패러세일을 펼치고 머리 위로 높이 펼쳤다. 그는 아직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는 것의 두려움을 아직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탑에서 발을 떼고 바람이 패러세일을 붙잡자 그 두려움은 금방 사라졌다.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강 위의 허공을 떠가는 그는 그렇게 느꼈었다.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그의 구렛나룻을 휘날렸고 그의 푸른 영걸의 옷도 가볍게 펄럭였다.
그는 강을 쉽게 건너서 패러세일을 조심스레 돌려 큰 나선을 그리며 내려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흙길을 거쳐가는 토끼 한 마리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링크의 그림자를 보자 두려움에 굳었다. 여우 한 마리가 잔디를 코로 훑으면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나무가 여럿 자라는 초원에 늠름하게 서 있는 여러 방면으로 가지가 뻗은 뿔이 달린 수사슴도 보았다.
링크는 씩 웃으며 바람을 다시 탔다. 강에서 물고기가 헤엄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회색의 형체가 그의 옆에서 쏜살같이 물로 내려갔다. 얼마 뒤 회색과 흰색의 새가 넓은 날개를 펄럭이며 물에서 튀어나왔다. 물에서 나온 그 새는 크고 녹색의 물고기를 발톱에 쥐고 있었다. 그는 새가 힘겹게 위로 올라가면서 발로 몸을 마구 흔들어대는 물고기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것을 대단하다는 듯이 보았다. 패러세일을 기습 작전으로 쓸 때에 어떻게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마침내 그는 스피릿이 풀을 뜯고 있는 땅의 근처에 약간 비틀거리며 가볍게 발을 디뎠다. 그가 발을 딛자 말이 고개를 들며 그의 눈을 보더니 코로 숨을 뱉었다. 스피릿은 다시 풀을 뜯기 시작했다. 링크는 미소를 지으면서 패러세일을 접고 스피릿의 안장에 매어 두었다. 데스마운틴을 오를 때에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둘지에 대한 생각을 이제 시작해야 했다. 스피릿을 데스마운틴의 험준한 지형으로 이끌 수는 없었다. 그 본인을 위한 물과 식량을 챙기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말까지 신경쓰기는 어려웠다.
그는 화산을 올려다보았다. 회색 연기가 일어나면서 머리위의 가벼운 구름에 섞였다. 저렇게 불안한 곳에서 산다는 것이 좀 미묘했다.
“제 말은, 그들의 터전과 그들의 삶이 늘 위험한 거잖아요. 예상하지 못한 용암 쇄류나 지진, 그리고 정말 드물게는 완전히 화산이 분출하는 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거고요.”
링크는 그 말을 한 이를 돌아보았다. 젤다 공주는 일반적인 푸른색의 여행 복장이었지만 속의 웃옷의 소매는 걷고 있었다. 그랬는데도 뜨거운 여름 해가 그들의 위로 내리쬐어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조금 흐르고 있었다. 둘은 겔드 사막을 벗어나면 이 열기가 조금 덜하지 않을까 했고, 실제로 조금 그랬다. 하지만 봄이 지나가자 유례 없이 더운 여름이 되어 있었다. 링크는 다르케르와 루다니아를 보러 갈 시기를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공주가 마음을 한번 잡으면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겔드족만큼이나 고집이 강했다. 그도 아니면 고론족에 가깝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이 비유를 속으로만 담아 두었다. 이를 말했다가는 그녀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었다.
“금방 말들을 두고 가야겠죠?” 그녀가 손을 들어 하얀 말의 목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최근에 둘의 관계는 그렇게 원만하지 않았다. 링크는 자신의 주인만큼이나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센 이 왕가의 말이 같이 길을 가지 못하고 사막 바깥의 마구간에 남겨져야 했다는 것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여기의 상황도 그곳과 마찬가지였다. 너무 뜨거웠을 뿐만이 아니라 말에게 먹일 물조차도 부족했다. 그는 그녀에게 기분이 상한 말에게 무어라 해야 하는지 조언을 줄까 싶었다. 다만 그러는 동안 그녀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했다.
“그렇죠?” 그녀의 목소리가 더 날카로워지면서 그가 그녀를 다시 보았다. 그녀는 그 냉랭한 녹색 눈빛으로 그에게서 답을 요구하면서 눈썹을 치켜떴다. 링크는 말하려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사라졌다.
링크는 그 기억이 흐려지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입을 다시 닫았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나서 기억이라고 여겨지지도 않았다. 방금 전에 벌어진 듯 자연스러웠다. 바로 옆에 있었던 것 같았고, 실제로 그랬다. 100년 전에 그런 것이었다.
링크는 눈을 감으면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런 기억이 꽤 자주 나타나고 있었다. 신수를 제압한 뒤에 조라의 마을 근교에서 이러한 기억이 더 자주 보이고 있었다. 대부분은 미파와의 기억이었지만 그가 오래 전에 스스로를 스바바 특공대라고 불렀던 그의 친구들과의 장난도 기억했다.
링크는 다시 눈을 떠서 봄의 향기를 다시 들이쉬었다. 이 봄이 얼마나 갈지 궁금증이 들었다. 몇 주전에 눈을 뜬 그는, 사실을 말하자면, 봄이 얼마나 지나갔는지 몰랐다. 하테노 마을과 카카리코 마을의 모습을 보면 아직 파종기가 한창인 것으로 보였기에 아직 여름의 무더위가 올 때는 아닌 것 같았다. 이번에는 데스마운틴을 오르기가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링크는 스피릿의 등자에 발을 올리고 말의 등에 올라탔다. 스피릿의 목을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그는 혀를 튕기며 말의 옆을 무릎으로 가볍게 쳤다. 둘은 가벼운 걸음으로 데스마운틴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갔다.
길은 북동쪽으로 소나무들이 자라는 언덕으로 한동안 이어졌다. 길의 오른쪽에서는 조라의 마을을 둘러싸는 가파른 절벽과 고원이 있었고 더 북쪽에서는 땅이 시커 스톤에 베레 계곡이라고 표시된 큰 골짜기로 내려가고 있었다. 언덕은 마치 조라의 마을과 하이랄 평원 같은 초목이 더 우거진 곳과의 경계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계곡의 땅은 더 붉어지면서 잔디는 더 적어지고 있었다.
그가 스피릿을 타고 있는 동안 다른 생물들의 흔적도 보였다. 도로에 장화 발자국과 말발굽 자국, 그리고 마차 바퀴자국이 보인 것이다. 땅이 지금은 말라 있었지만 조라의 마을의 폭우로 인해서 아직도 진흙이 남아있어 대부분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리잘포스, 보코블린, 그리고 몸집이 더 큰 모리블린의 발자국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 발자국도 보였지만 이 자국들은 더 적었고 더 흩어져 있었다.
사람의 흔적을 보자 언덕을 오르는 링크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길에 다른 이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여행하고 있다는 것이 보이자 기분이 더 나아졌다. 그가 가논을 완전히 무찌르고 나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하이랄 왕국이 다시 일어설 것인지, 다른 나라가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인지 몰랐다. 조라족과 리토족, 그리고 하일리아인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카시와와 시드는 그들의 종족들이 서로와 교류를 너무 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서 탄식했었다. 가논이 쓰러지면 바뀔 것인지, 그 전에 바뀔 수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링크는 그의 남쪽의 절벽을 올려다보면서 생각했다. 조라족은 이제 외부인에게 조금 더 호의적인 것 같았다. 고론족도 조라족만큼이나 냉대를 할까 싶었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꺼내어 매끄러운 검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사진 앨범을 켜서 젤다 공주가 남긴 수많은 사진을 천천히 넘겨보았다. 많은 꽃과 동물, 지형지물, 그리고 그녀가 아낀 여러 사람들의 사진을 돌아보는 동안, 링크는 이 장치가 그녀의 성격을 얼마나 잘 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는지에 대한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그는 아직도 그녀를 잘 몰랐지만 이것만 보아도 그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꽤 침착한 사람이었을 것이었다. 그녀 주변의 사람들에게 꽤 따스했을 것이었다. 그는 아까 잠깐 떠오른 기억을 되짚어 보았고, 분명 총명하면서도 근면했으리라고 생각했다. 대지와 그에 사는 사람들을 아꼈다. 그는 그녀가 고집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공주였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 짧은 순간에 그녀는 그에게 아무런 왕족의 위엄을 풍기는 일 없이 그에게 말을 건 것 같았다. 시드가 그의 경비병을 대한 태도가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젤다 공주는 정말 링크의 곁에서 시드가 그의 경비병 근처 있는 것만큼이나 편했는가 싶었다.
그는 결국 공주가 하얀 무녀복 차림으로 물의 웅덩이 앞에 서 있는 사진에서 멈추었다. 슬픈 눈빛이었지만 그래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순간에서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싶었다. 가논이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을 가진 것인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는가 싶었다. 그녀가 링크를 보면 무엇을 생각했을지도 생각했다. 용사를 보았을지, 수호자를 보았을지, 친구라고 보았을지…
그는 그녀가 지금 그를 볼 수 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링크가 갈림길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침이 다 지나고 초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도로에 사람들이 지나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깨어난 뒤에 계속 여행했던 그였기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지도를 조금 더 본 뒤에 링크는 스피릿을 오른쪽으로 틀어서 데스마운틴에게서 멀어지면서 추낙 고원으로 향했다.
그가 가디언 나이프를 프루아에게 가져갔을 때 그녀는 이를 전혀 손도 못 댄 것이었다. 사실 그녀가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했지만 그녀의 연구의 주력은 고대 시커족의 기술과 가디언이지 무기나 방어구가 아니라고 하면서 대뜸 거절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 검을 고치는 것은 로베리에게 물으라고 했었다.
세상을 구해달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링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간다 하더라도 지도를 보면 겨우 일주일만 더 걸릴 뿐이었다. 그는 그래도 이러한 이상한 에너지가 깃들은 무기 없이 가논의 피조물에 피해를 입힐 수 있었는지가 의문스러웠다. 비슷한 존재가 루다니아를 점거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대비 없이 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갈림길을 지난 얼마 뒤에 흙길은 오래된 벽돌길로 바뀌었다. 대부분의 벽돌은 이제는 잔디가 자라서 덮어버렸거나 흙이 깔려 있었지만 그래도 그 밑의 회색의 벽돌은 보였다. 스피릿의 발굽이 돌과 부딪히는 소리가 오른쪽의 절벽에 반사되어 울렸다. 둘이 계속 언덕을 오르는 동안 링크는 그의 밑에 큰 호수가 펼쳐지는 것을 보았고 데스마운틴의 발치에 교역소가 멀찍이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러운 낯익은 느낌이 들면서 링크는 그가 이 길을 여행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증명할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젤다 공주 곁에서 같이 여행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옆에서 그녀가 백마를 탄 채로 그의 곁에서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볼 수만 있을 것 같았다. 시커 스톤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호기심에 그는 시커 스톤을 다시 꺼내 이 지역의 사진을 확인해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낯익은 그 느낌에 만족하면서 그는 고개를 높게 들고 길을 계속 갔다.
그날 저녁 그는 도로의 갈림길에 있는, 한때 망루였을 것 같은 옛 폐허에 다시 야영지를 세웠다. 이를 증명하듯 녹이 슨 방패와 부러진 창들이 그 주변에 있었다. 그가 불을 피울 나무를 찾아보는 동안 주변에 다른 생물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흐려지고 다 떨어진 깃발이 잔해에 대부분 묻혀 있었고, 부서진 낡은 침대와 깨진 원통형의 망원경이 있었다. 그 외에도 최근에 누군가가 이 자리를 점령했었다는 흔적도 보였다. 꺼진 화톳불과 서로 뜯어진 동물의 뼈, 그리고 대충 깎은 나무 곤봉이 있었다. 보코블린들이 이 자리에도 잠시 머문 것 같았다.
이 생각에 링크의 등에 식은땀이 솟았고 그는 그의 작은 야영지 주변을 몸을 낮추면서 돌아보아 다른 몬스터의 흔적이 있는지 돌아보았다. 최근의 흔적은 없었지만 이전에 썼다는 흔적은 보였다. 그래도 오늘 밤에는 링크는 혼자였다.
이 망루가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보코블린의 더 새로운 흔적을 찾으면서 돌아다니는 동안 부러진 가디언의 다리를 본 것이었다. 다리 하나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무슨 뜻이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왜 이 망루가 기반과 오래된 잔해로 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아마 여기서 병사들이 저항해서 가디언의 다리를 용케 잘라내었지만 그들의 습격을 막아내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시간의 신전이나 하테노 요새와는 이야기가 달랐다. 이 주변에 가디언의 잔해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었다. 오래 전의 병사들이 자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싸웠다는 생각을 하자 꽤 마음이 아팠다. 그처럼 다들 쓰러져간 것이다.
링크는 그나마 찾을 수 있는 나무를 찾아서 그의 야영지로 돌아왔다. 그는 조라족이 그에게 준 소금에 절인 생선을 그의 냄비에 구웠고 하테노 마을에서 산 향신료를 조금 섞었다. 요리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향신료 배합은 꼬인 것 같았다. 어쨌든 그가 하테노 마을에서 챙긴 그의 여행 식량인 말린 고기와 버섯 외에 다른 것을 먹고 싶다면 다음 날에는 다시 사냥을 해야 했다.
그날 밤에 그는 다가오는 가디언들에 필사적으로 맞서는 겁에 질린 병사들의 생각으로 잠을 쉽게 이룰 수가 없었다. 성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이미 성이 함락당했다는 것을 알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공주와 전설의 검을 쥔 영걸이 어디 있는지도 묻고 있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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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봐도 되겠습니까?”
그 병사는 링크의 나이 또래 정도 되었다. 그는 링크보다 키가 조금 짧으면서 얼굴에는 주근깨가 있었고 머리는 붉었다. 그는 전설의 검을 쥔 이를 보기 위해서 그의 병영의 벽에 창을 기대어 둔 채로 달려왔었다.
사실 링크는 하이랄의 영웅이 되기를 바란 모든 젊은 남녀에게 마스터 소드를 꺼내 자랑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의 요청을 무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껴졌다. 그가 이런 소년이었던 때가 얼마 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는 병사도 아니었고 기사의 시중을 드는 시종이었지만, 남들과 마찬가지로 영웅이 되고 싶어했다.
지금이야 그는 과거로 돌아가서 그의 어린 자신에게 무어라 한소리를 하고 싶었다.
링크는 어깨 너머로 손을 올려서 마스터 소드를 칼집에서 꺼내었다. 늘 그랬듯이 갇힌 곳에서 풀려나기를 바란 듯 쉽게 밀려나왔다. 젊은이의 눈은 훌륭한 날과 보랏빛의 검 손잡이를 보자 휘둥그레졌다. 꽤 대단한 무구로 흠 한 점 없고 늘 날카로웠다. 균형이 잘 맞았고, 무게도 적절했으며, 그가 바라는 최적의 길이였다. 이를 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큰 부담이었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들어볼래?” 링크가 조용한 말씨로 물었다.
젊은이는 링크를 놀라서 보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링크님. 할 수 없을 겁니다. 검이 제가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 같아요. 마스터 소드가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소문도 들었어요.”
그저 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마스터 소드를 쥐고 있는 짧은 시간 동안 검이 그것에 손을 댄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이를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병사는 부럽다는 듯이 눈으로 이를 쫓았다. 그는 무엇을 더 물어보고 싶은 눈치였지만 이를 마다하고 링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의 창을 다시 잡았다.
링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남추낙 연병장의 열린 문을 바라보며 섰다. 바깥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폭우가 쏟아붓고 있었다. 그와 젤다 공주는 지난 주에 고론 시티를 방문해서 다르케르가 신수의 조종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그들이 다시 길을 떠나기 이틀 전, 한 사람이 와서 공주에게 전언을 전달했는데, 프루아와 로베리 박사가 추낙 고지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한 것이었다. 원래라면 조라의 마을에 가서 미파가 루타를 잘 조종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을 들을 계획이었지만 일단은 미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링크는 이런 작은 성채보다 방비가 더 잘 되어있는 추낙 요새에서 그날 밤을 보내기를 바랐지만, 젤다 공주는 지금은 오늘 밤에는 방비대장의 방에서 자겠다고 하였다. 그가 방비대장에게 이에 대해 말하자 노병은 기꺼이 그녀의 문 밖에 경비병을 배치하겠다고 하였다. 링크는 가장 공격이 벌어질 법한 깊은 밤에 교대하여 그 자리에 설 것이었다. 아침에 그녀가 그가 문 밖을 경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짜증을 낼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문 밖에 그가 경비병을 배치하는 것 자체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녀의 호위 기사였으니 안전한 위치라 할지라도 그의 의무를 피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가 이를 좋게 보지 않았다면 이는 아버지에게 말해야 했을 일이었다. 그는 그녀가 이미 이를 여러 번 했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링크님?” 링크 뒤에서 들린 새 목소리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의 등 뒤에서 그보다 한 스무살은 더 되어 보이는 병사가 그의 어깨 뒤에서 비져나오는 손잡이를 보는 것을 보았다. “링크님의 검을 조금 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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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에 링크는 전날 밤에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잤던 폐허의 북쪽, 추낙 지방으로 이어지는 대교의 건너편에 성이 하나 서 있었다.
처음에는 그 성은 불가능할 정도로 수십층은 높게 서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조금 더 가까이 가 보자 이 성이 산 위에 서 있었고 그 높이의 대부분이 산의 높이였다는 것이 보였다. 그가 이를 잘 보기 위해서 시커 스톤을 꺼내들었을 때, 그는 참 놀랍게도 이 성이 산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산을 깎아 들어가면서 세워졌다는 것을 보았다. 돌벽과 구조물이 산의 발치와 양 옆, 봉우리 등등, 산의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성의 한가운데에는 시커의 탑이 빛이 나면서 서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져 링크는 시커 스톤을 내려서 그의 허리춤에 다시 찼다. 그의 지도에는 그 건물의 이름이 나와 있었지만 그 상징성이나 거대함은 그려낼 수 없었다. 추낙 요새였다. 이를 보는 것에 꽤 기분이 북받쳤다. 그 건물에 아직도 사람이 있는가 싶었다. 100년 전에 피난민들이 분명 이 건물로 왔을 것이었다. 아직 확실히 모든 것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와 같은 하일리아인이 피난한 곳을 보는 것은 늘 기분이 좋았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장비를 챙기고 스피릿에 올라타서 깊은 계곡을 건너가는 큰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향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그가 걷던 도로가 요새의 발치에 있는 작은 마을의 옛터를 거쳐갔다. 요새가 선 산은 깊은 골짜기의 바닥에서부터 솟아나와서 이를 도달하는 방법은 계곡을 건너서 가는 다리를 건너는 뿐이었다. 이 작은 마을은 요새로 향하는 다리의 반대쪽에 서 있었는데 병사들의 가족들의 거처이면서 비번인 병사들이 쉴 때 들르는 시장이 있던 곳이었다.
100년 전의 카스토 마을은 그런 모습이었을 것이었다. 마을을 거쳐가는 도로에서 옆으로 갈라지는 길을 타서, 한때 마을을 지켰을 것 같은 부서진 문을 거쳐가자 이제는 생명이 하나도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보았다. 그가 지나간 다른 옛터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건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져 있었고 아직도 서 있는 벽들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요새는 가디언의 공격을 버텼을까 싶었다. 카스토 마을의 현황을 보자 링크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추낙 요새로 향하는 다리의 입구에 도착하자 그 희망은 다 사라져버렸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는 이미 오래 전에 무너져서 링크가 요새를 자세히 조사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이 먼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 보아도 이미 답은 훤했다.
한쪽 면만 보면 온전해 보였던 시간의 신전처럼, 추낙 요새도 한쪽을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반대를 보자 그 피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요새 곳곳에 기동을 멈춘 가디언들이 보였다. 일부는 골짜기의 아래에 한 더미로 쌓여 있었고 다른 일부는 산을 오르는 중에 멈추었는데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그 거미 같은 다리는 용케 절벽을 붙잡고 있었다. 요새 안으로 들어선 가디언들도 확실히 피해를 입혔던 것이 분명했다.
파괴된 벽 사이에는 함락당하기 전에 요새의 방비를 뚫어버린 가디언의 잔해들이 보였다. 그게 있다고 해서 요새가 무너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지만, 임파가 일찍이 원념의 늪이라고 부른 물질의 존재가 요새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을 나타냈다. 신수에서 보인 것과 비슷한 이상한 보라색 물질이 요새에서 흘러나와 벽을 타고 바닥을 덮고 있었다. 하일리아인이 그 존재와 같이 공존하려 할 리는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링크가 몸을 돌려 다시 길을 가려 했을 때 요새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시커 타워 근처에서 무언가가 떠다니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이 먼 거리에서 보기는 어려워 그는 시커 스톤의 망원경 기능을 켜서 확인해 보았다.
검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언가의 구조물이 돌고 있는 세 개의 프로펠러로 하늘에 떠 있었다. 뒤집힌 몸의 아래에 매달린 긴 원통형의 끝에 있는 푸른 눈 하나가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날아다니는 것의 발전된 설계와 몸의 무늬들은 확실히 이것이 고대 시커족의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루타를 지배한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가디언이었다. 링크가 그동안 본 여러 다리의 가디언과는 달랐지만 그 모습은 확실했다. 게다가 아직도 기동중이었다.
요새의 폐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이를 탈환하려 하는 자에게서 요새를 지키고 있는지, 아니면 아직도 그 안에 남아있는 생명의 흔적을 찾고 있었는지, 그 폐허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그 가디언을 보는 링크의 가슴에 공포가 휩싸였다. 시작의 대지와 하테노 요새의 가디언들을 본 뒤 그는 모든 가디언들이 쓰러지거나 최소한 다 기능을 멈추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보니까 가디언 중 최소한 하나가 아직 가논의 영향 하에 있는 채로 기동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었다.
링크는 바로 스피릿을 돌리고 그의 고삐에 강한 힘을 주면서 잡았다. 그를 100년 전에 죽였던 그것에서 몸을 돌리자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렇게 멀리에서 그를 볼 수 있었을지, 볼 수 있다면 쫓아올 것인지, 생각이 넘쳤다. 링크는 말을 습보로 빨리 속도를 올리고 말의 목에 가능한한 몸을 기대어 최대한 속도를 이끌어내어 도망쳐 나왔다. 그는 이미 무너진 옛 마을을 도망쳐 나오면서 그의 등에 엄청난 열기를 느끼지는 않을지 경계하고 있었다.
스피릿이 카스토 마을 옛터의 대문을 빠르게 뛰쳐나오자 링크는 마침내 그의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따라오지 않았다. 가디언이 그를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말의 속도를 줄이고 내려서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받치며 몸을 숙였다. 그는 거세게 떨면서 눈을 감고 갑자기 올라오는 구역질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 공포는 도무지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더듬거리면서 화면에 지도를 띄웠다. 그의 손가락은 그를 자신의 고향이라고 부른 곳으로 되돌려줄 수 있는 표식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런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프루아가 그가 온 것을 알고 여기서 뭐하는지 물을 것이었다. 조라의 마을로 갔다가는 조라의 원로들의 눈초리가 도로 냉랭해질 것이었다. 마침내 그는 시작의 대지의 시작의 탑으로 손을 옮겼다. 거기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었고 그를 따라올 사람도 없을 것이었다.
시커 스톤이 그의 손에서 떨었다. 마침내 거센 신음과 함께 그는 이를 다시 허리에 매었다. 링크는 추낙 고원의 붉은 땅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며 진정하려 애썼다. 그를 쫓아오는 것도 아니었고, 그를 공격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그를 다시 죽이려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눈을 꽉 감고 그 날아다니는 가디언을 뇌리에서 잊으려 했다. 대체 왜 다른 것은 쉽게 잊었는데 가디언은 못 잊는다는 말인가?
링크는 그의 머리 뒤에 무언가 따뜻한 것이 닿는 것을 느꼈다. 얼마 뒤에 스피릿이 콧김을 내뿜자 따뜻한 공기가 그의 목 뒤를 때렸다. 링크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말의 따뜻한 코를 손을 들어 어루만졌다. 그는 눈을 뜨고 일어서서 그의 바지의 흙을 털어냈다. 그는 몸을 돌리고 스피릿의 코를 따라서 손을 어루만졌다. “고맙다.”
주머니에서 사과를 꺼내어 그에게 먹이고 그는 다시 말에 올라타서 무너진 요새를 뒤로하고 길을 다시 갔다.
그날 저녁에 링크는 긴 산맥의 발치의 작은 틈새에서 다시 야영했다. 요새를 지난 뒤에 길이 두 능선 사이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급한 언덕배기 여럿이 보였다. 나무 밑에서 야영을 해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해가 지기 직전에 가벼운 부슬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급락했다. 비를 피하면서 불까지 피할 수 있는 벼랑을 찾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무가 불에서 탁탁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는 동안 링크는 그의 임시 거처의 벽에 등을 기댔다. 그의 주변에 그의 다양한 무기들과 장비가 널려 있었다. 조라의 검을 조금 갈아보려 했는데 아직도 날이 꽤 예리했다. 그의 활도 상태가 꽤 좋아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조라의 마을에서 이미 화살도 충분히 갖추어서 그의 화살통은 나무 화살로 차 있었고 조금 남은 전기의 화살도 있었다. 루타 안의 마수를 싸우는 동안에 방패가 조금 손상을 입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쓸만은 했다. 유일한 흠이라면 빨간 시커족의 눈에 깊은 금이 간 것이었다.
그는 무심코 가디언 나이프를 들어서 엄지로 다시 켜 보려 했다. 마찬가지로 몇 번 파박거리기만 하더니 움직이지도 않았다. 한숨을 내쉬며 링크는 이를 다른 장비가 있는 쪽으로 되돌렸다. 그는 시원한 바위에 머리를 기댔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아까 본 가디언과 무관한 불안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젤다 공주와 같이 갔던 그 여행과 관련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오후에 탄, 습원으로 가는 길이 아닌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숲으로 이어지는 그 길에 대한 무언가가 그의 마음에 자꾸 걸렸다.
젤다 공주와 이 길을 걸었다는 것에 확신이 들었고 이것은 아주 중요한 여행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눈을 감으며 왜 이런 기분이 들었는지 생각해보려 했다. 그 느낌은 불안이었다. 걱정과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시커 스톤을 집어 사진을 뒤져보면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그런 생각이 자신의 마음에 남아 있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 했다. 그는 곧 젤다 공주가 하얀 무녀복 차림으로 우울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려 하는 사진에 도착했다. 그녀의 뒤에 여신상이 물의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암벽이 물구덩이의 주변에 있었고 여신상 양 옆으로 폭포 둘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시커 스톤을 무릎으로 내렸다. 그는 이런 밤처럼 생각에 잠길 때면 그 사진으로 끌리고는 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해서였다는 말인가? 아직도 그런 불안감이 마음에서 맴돌고 있었다. 무언가 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위 밖의 작은 틈으로 비는 계속 내려서 바깥의 밤은 그의 불빛의 주황색 말고는 거의 까맸다.
결국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시커 스톤을 손에 쥔 채로 억지로 잠을 청했다. 밖에서 비는 서서히 그치면서 구름이 흩어졌고 달이 없는 밤하늘에 별빛이 쏟아졌다.
그 멀리, 무너진 요새와, 불타는 화산과 거대한 강과, 녹색의 평야와 언덕을 넘어서서, 공주는 잠이 든 자신의 기사를 자신의 집인 동시에 감옥인 곳에서 바라보았다. 그녀가 억누르고 있던 그 마수는 자신의 원념의 일부,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가 신수에 떨어뜨려 놓은 자신의 분신의 토벌에 분노했다.
그녀와 마수는 이제 주변을 더 잘 의식했지만, 그녀는 아직 그가 성 밖의 세상을 잘 모른다고 여겼다. 대부분이 아직 그의 영향 아래에 있었지만, 그가 처음 깨어났을 때 그가 가진 직접적인 연결을 다시 잇는 것을 그녀의 힘으로 막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링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최대한 막고 있었는데, 가논이 그의 숙적을 보면 그가 느낄 분노까지 억제해 둘 수는 없을 것 같았던 것이었다.
가논의 입장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그가 승리했던 것이었다. 링크의 사망과 마스터 소드의 파손은 그녀를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그의 승리를 확정 지은 셈이었다. 젤다의 힘도 그를 영원히 가둘 수는 없었기에, 가논은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는 계속 그녀의 힘에 저항하면서 한계를 시험했고, 언제든지 나타날 약점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버틸 것이었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rillby Valley = 베레 계곡
Citadel (likely Akkala Citadel) = 추낙 요새
Malice = 원념의 늪1. I never found the Asian name for the Big Bad Bazz Brigade. Thus I just came up with my personal name for it. (Big Bad Bazz Brigade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데에 실패해서 말이 될 법한 표현으로 창작했습니다.)
2. Kasuto is a village appearing in 'Zelda II: The Adventure of Link', which was not properly introduced in Korea. I brought the pronunciation directly. (Kasuto는 '젤다의 전설 2: 링크의 모험'에서 등장하는 마을인데, 이는 한국 정발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음차합니다.)
Chapter 20: 18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활시위가 튕기자 화살이 허공과 나무 사이를 가르면서 소리도 없이 토끼에게 꽂혔다. 링크는 나뭇가지 위에서 숨을 죽이면서 작으면서도 그 자리에 쓰러진 갈색 토끼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어깨에 활을 걸고 나무에서 내려와서 아침에 토끼를 본 그 공터로 건너갔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 토끼를 들어 작은 불을 피워 둔 그의 거처로 돌아갔다. 거기서 토끼 가죽을 벗기고 그 고기를 그가 사냥하는 동안 찾은 다른 향신료와 버섯과 섞어서 구웠다. 얼마 뒤에 작은 굴은 구워지는 고기와 기름이 익는 소리와 냄새로 찼다.
링크가 그의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그는 이 따뜻한 식사에도 불구하고 어젯밤에 느낀 그 이상한 느낌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잠시 뇌리에서 잊을 수는 있었지만 다시 그가 조용히 있으면 그 불안이 다시 샘솟았다. 가려운데 가려운 자리를 모르는 것과 같았다. 그가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다시 길을 걷는 아침 동안에도 내내 그 느낌이 이어졌다.
정오 정도 되자 그는 숲에서 나와서 골짜기를 뒤로하고 있었다. 공기는 전날보다도 더 쌀쌀하게 느껴졌고 그가 주변에 완만한 언덕으로 둘러싸인 얕은 오르막의 평원으로 올라가자 바람은 거세졌다. 그는 망토를 더욱 단단히 여몄다.
도로 근처의 땅에 흩어진 부서진 가디언들도 보였다. 여섯 다리가 다 부서진 채로 옆으로 누워 있는 하나도 보였다. 다른 경우에는 머리가 없었다. 또한 하나는 이상하게도 자신의 눈을 자신의 다리로 뚫어버린 상태였다. 각각의 가디언들은 분명 그 자리에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끼나 오래된 새똥의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디언의 비어있는 눈 중 하나에는 새가 그 빈 틈에 둥지를 튼 것도 보았다.
이미 기동을 멈춘 가디언을 보자 링크는 크게 놀라서 로베리가 무사한지 걱정하게 되었다. 임파나 프루아 모두는 로베리와 오랫동안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둘 모두 그가 살아있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추낙 요새에서 아직 기동중인 가디언을 보자 링크는 그 나이든 시커족 학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지 걱정했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에 한 채석장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해가 중천에 뜨고 서쪽으로 지면서 바람이 더 불기 시작했고 링크는 동쪽 지평선에서 언덕 너머로 간신히 보인 먼 바다 위에 구름이 끼는 것을 보았다. 이를 거의 지나칠 무렵에 지저귀는 새가 그의 길의 북쪽에 있던 분지로 주의를 끈 것이었다.
그는 스피릿의 고삐를 가볍게 당겨 말을 세웠고 이틀하고 반 동안 말을 타서 그런지 다시 아파오기 시작한 몸으로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며 내렸다. 조라의 마을과 하테노 마을에서 오랫동안 쉬고 회복한 뒤에는 그의 몸에서 느낀 사소한 통증 하나하나가 더욱 아팠다. 그는 말의 목을 쓰다듬고 그의 자루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어 스피릿에게 건넸는데, 이를 잘 먹었다.
잠시 머뭇거리고 링크는 칼집을 잡아 그의 어깨 너머로 매고 그 분지를 향해서 갔다. 그는 궁금증이 들어 분지를 내려다보았다. 여러 층이 있어서 지금의 자리에서 바닥을 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땅이 절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급격한 내리막이 되는 곳을 찾았고 그를 통해서 한 층을 내려갔다.
이곳에서 그는 인공적으로 땅과 돌을 캔 흔적이 여실했던 거대한 둥근 구덩이를 볼 수 있었다. 바닥에는 부스러진 돌들이 떨어져 있었고 벽은 확장의 흔적이 확실했으며 일부는 부서져 떨어져 있었다. 녹슨 곡괭이와 망치 같은 연장들도 보였지만 아직도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확실히 채석장이었다. 아마 100년 전에는 이곳에서 건물을 지을 때 쓰일 돌을 채석했을 것이었다. 추낙 요새와 하이랄 성, 그리고 이 땅의 곳곳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 모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 땅에 파괴가 휩쓸고 간 뒤에는 이곳도 버려져 있었다. 채석장 안쪽에서 링크는 여우 한 마리가 돌의 틈에서 찾은 구멍에서 코를 내미는 것을 보았다. 아마 링크가 다가오는 것을 듣고 그 소리의 원천을 찾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링크가 채석장을 돌아보는 동안 그는 전날 느꼈던 그 불안감이 다시 강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속이 메슥거릴 정도였고 그는 배에 손을 얹었다. 왜, 대체 왜,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느낌이 안 좋았단 말인가? 그는 그가 선 층의 암벽에 손을 대었다. 암벽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많이 시원하고 단단했다.
그는 이곳에 남아서 조금 더 자세히 볼까 생각했다. 무엇 때문에 이 자리를 별로 좋게 여기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의 두려움은 그냥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다시 채석장 밖으로 기어올라가 스피릿을 다시 탔다. 다음에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지금은 밤이 되기 전에 그의 목표로 가야 했다.
링크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해가 데스마운틴의 발치의 아래로 진 뒤였다. 지는 해는 땅을 여러 색의 황혼으로 대지를 비추었고 머리 위의 구름을 붉은색과 주황색의 섞인 색으로 비추었다. 그가 동쪽으로 가는 동안 그는 습한 공기에서 바다 내음을 느꼈고 이는 바다에 가까이 가면서 더 강해졌다. 곧 그는 바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의 소리와 머리 위에서 우는 갈매기 소리가 들렸다. 그가 한 언덕을 오르자 모래사장으로 끝나는 거대한 평원이 내려다보였다.
신기하게도 그는 이 그림 같은 해변가 너머에 있는 이상한 땅도 볼 수 있었다. 모래와 바위, 그리고 잔디의 긴 선이 마치 나선처럼 돌아서 가운데에서 끝나는 형상이었다. 이것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링크는 확실히 할 수가 없었다.
링크는 다시 경사로를 올라가서 대재앙 이전을 기준으로 한 시커 스톤의 지도에 없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밖에 선 작은 표지판은 이 마을이 뉴 카스토 마을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는데, 이 마을의 초라한 모습이 아니었다면 링크의 기분이 나아졌을 것이었다.
뉴 카스토 마을의 대부분의 건물은 오래된 나무나 많이 닳은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지붕은 초가 지붕이었고 그나마 대다수도 빈 집이어서 그런지 안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몇몇은 아직도 잘 서 있었고 그런 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가 도착하자 자신을 수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가 스피릿을 마을로 끌고 가는 것을 주민들이 창문이나 문가에서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여관과 마구간이 선 마을의 가운데까지 들어가는 동안 그의 길을 막은 사람은 없었다. 마구간은 그가 여행하던 내내 본 다른 마구간들과 비슷했다.
다 같은 사람이나 조직이 소유하고 있는 건가? 링크는 말머리 형상의 건물을 올려다보며 의문이 들었다. 마치 쌍둥이 마구간을 그대로 가져온 것같이 보였다. 그가 이를 생각하는 동안 그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그는 조금 놀란 듯이 몸을 돌려서 빨간 옷과 낡은 병사의 투구를 쓴 남성을 보았다. 그는 한 손에 창을 들고 이를 지팡이처럼 사용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이곳에서 낯선 이를 본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소만.” 남자가 링크에게 다가가면서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졌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오?”
링크는 스피릿의 안장에 자신의 검을 아직 남겨둔 채였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괜찮은 결정 같았다. 이 남자는 쌍둥이 마구간의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편해 보였다. “옛…친구를 만나러 온 겁니다.” 링크는 이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조금 미묘했다. 그는 프루아가 말한 나이 든 연구자인 로베리에 대한 기억 자체가 얼마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진실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소? 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를 찾는걸 좀 도울 수 있을 것 같소만.” 그 남자는 말을 편히 하고 있었지만 이 남자도 한동안 전투를 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링크가 깨어난 뒤에 만난 다른 하일리아인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던 예리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링크가 그에게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로베리를 만나러 왔습니다.”
“로베리 영감 말인가?” 그 남자는 링크의 말에 조금 놀란 것 같았고 얼마 뒤 그의 얼굴에 놀라는 눈치가 보였다. “그라넷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링크는 그라넷이 누구인지 몰랐고, 남자의 표정이 더 의심스러워지는 것을 보아 이게 그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창을 더 단단히 쥐었다.
“그라넷을 모른다면 꽤 오래 전에 알았던 친구가 아닌가 싶은데. 그라넷은 로베리와 제린의 아들일세. 보아하니 그 나이 또래 같다만…”
링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이런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건지 답답했다. 오랜 여행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여행의 목적을 또 의심을 받고 있어서인지는 몰랐지만 서서히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보이는 것보다 전 나이가 됩니다. 로베리가 아직 여기 살고 있습니까?” 링크는 마을 변두리의 언덕에 서 있는 등대를 보았다. 그는 이를 알아본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등대에서 삽니까?”
“그, 일단 이름을 먼저 말해주면 그 다음에…”
“제 이름은 링크입니다.” 그는 그의 길에 선 그 남자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 남자도 조금 속이 끓는지 입을 살짝 깨물었다. 그는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누군가가 그를 다시 막았다.
“링크라고요?” 이번에는 새 목소리라서 링크와 창을 든 그 남자가 옆을 보았는데 금발머리를 시커족의 방식대로 머리를 올려 묶은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앞으로 나서면서 링크를 유심히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하늘색의 영걸의 옷은 아직 그의 짙은 남색의 후드의 속에서 조금 비져나오는 상태였다.
“저, 제린.” 그 남자가 시커 복장이 조금 흐트러진 그 시커족 여성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요, 이 자가 와서 그쪽 남편하고 그쪽을 찾아왔는데, 혹시 아십니까?”
제린은 링크를 조금 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다른 남자를 돌아보았다. “전혀 모르는데요.”
링크는 그 남자의 얼굴이 의기양양해지는 것을 보고 철렁했다. 그는 창을 바로 잡고 다시 그를 보아 아마 마을에서 쫓아내려 하는 것 같았다.
“허나 남편도 그럴지는 모르겠어요.” 제린이 그 남자의 어깨에 손에 얹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로베리는 분명 이 링크와 말하기를 바라는 것 같더라고요.”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무슨 수작이라도…그러니까 공격이라도 하거나 그 연구하는 거를…”
“로베리와 그 연구에 대해서 말하러 온 거라고요.” 링크가 얼굴이 벌게지면서 투덜거렸다.
“보셨죠?” 제린이 말했다.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요. 걱정은 고맙군요.” 그녀는 그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치고 링크를 부드러운 미소로 다시 보았다. “여관에 우선 짐을 두시고 오실래요?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어서 그거까지 처리하고 등대로 데려가 드리죠. 로베리는 분명 보기를 기뻐하실 거예요.”
이에 호즈라고 불린 그 남자는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링크는 이를 무시하고 그의 피곤한 말을 마구간에 맡겼다. 조금 망설인 끝에 그는 그의 검을 다른 장비와 같이 두고 가기로 했다. 마을에서 무기를 쓸 일도 없을 것이며 호즈 역시 경계를 조금 풀 것이었다. 그는 시커 스톤과 망가진 가디언 나이프만 챙겼다.
그가 제린이라는 여성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등대로 이어지는 언덕길의 아래에 서 있었다. 한 팔에는 신선한 채소와 우유 한 병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이상하게 푸른 빛으로 불타는 횃불을 들고 있었다.
“아, 잘됐네요.” 링크가 걷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횃불을 건넸고 그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 불을 보았다. 생각보다 더 뜨겁게 타는 것 같아서 일반적으로 드는 거리보다 불을 얼굴에서 더 멀리해야 했다. “같이 계시면 손이 덜겠네요.”
“이게 대체 뭡니까?” 링크는 푸른 불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아, 단푸 대지의 꺼지지 않는 불에서 가져오는 불씨예요.” 제린이 바구니를 내려다보며 무의 수를 세면서 말했다. “어젯밤 비 때문에 가마가 꺼져버렸는데 그 불만큼 뜨거운 불이 없어요.”
이 말이라면 일반적 시커족 여성이 해도 별 큰 문제가 없는 말이었다. 바구니를 조금 더 뒤져보던 제린은 고개를 들어 링크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링크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둘이 언덕을 걸어 올라가면서 링크가 말했다.
“프루아 박사님과 남편이 말했던 100년 전의 그 링크겠죠?” 그녀가 하는 말은 살짝 이상했다. 그에게 완전히 집중하지 않는 것 같이 지나가듯 하는 말투와 비슷했다.
“예.”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했다.
“프루아님이 당신이 깨어났다고 전언을 보내셨어요. 사실 그 편지를 받을 때까지는 당신이 실제로 있는 사람이었는지도 잘 몰랐어요. 살아 계시기라도 했는지도 몰랐고요. 두 분 모두 살아 계시다고 하기는 하셨지만…”
그는 프루아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에서 로베리를 찾아가라고 한 말을 기억했다. 그녀는 그에게 나이를 되돌리는 기술이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절대로 로베리에게 일언반구도 하지 말라고 엄하게 지시했었다. 그랬다가는 그를 갓난아기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위협까지 했었다.
“기억도 잃으셨다고 하셨고요.” 그녀의 말에 링크는 다시 주의를 현재로 되돌려서 다시 제린을 보았다. “남편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링크는 목덜미에 열기가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고개를 저었다. “이전까지의 기억의 극히 일부만 기억납니다. 등대 옆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게 다입니다.”
“사진이요?”
“아, 그게…” 링크는 그의 시커 스톤을 바라보다가 그의 손의 횃불을 보았다. 그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림…같은 겁니다. 그림이지만, 실제와 굉장히 비슷한 그림이요.” 그녀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이자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도착하면 보여드리죠.”
“좋아요.” 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둘은 그렇게 가끔 가팔라지는 경사를 오르는 동안 침묵하고 있었다.
조금 더 두꺼운 덤불을 지나자 링크는 길에 조금 비껴 서 있는 땅의 무언가에 눈이 들어갔다. 요새 근처에서 본 날아다니는 가디언이었지만 이번에는 옆으로 누워 있었으며 땅에 반쯤 묻혀 있었다. 프로펠러가 붙어 있던 두 부분은 이미 부러져 있었지만 세번째는 그대로 붙어 있었다. 언덕에 바람이 흐르자 그 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링크는 그 가디언의 잔해를 보면서 멈추어 섰다. 눈은 땅에 박혀 있는 듯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보기만 해도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한때 가논의 힘에 지배당한 채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것이었다. 과연 카스토 마을의 파괴에 관여했던 것인지, 그 무시무시한 힘으로 하일리아인을 보호하는 대신에 그들에게 발포한 것인지...
“남편은 여기에 추락한 기체를 파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그냥 여기에 뒀어요.” 제린이 링크의 옆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어떻게 추락한 겁니까?”
“어…뭐를 해서 하늘에서 떨궜다고 하더라고요. 잘은 모르겠어요. 그이를 만나기 수십년 전에 있던 일이라서요.”
“로베리가 이 일을 한 겁니까?” 링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제린을 다시 보며 물었다.
“이 근방의 가디언들은 다 그이가 부순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뉴 카스토 마을에 세워졌나 그래요. 여기 중에는 로베리만이 가디언에 대적하는 방법을 유일하게 알고 있어서 근처에 오는 가디언들은 쉽게 다 부숴버렸죠.”
이 소식에 링크는 조금 놀라면서 어느 정도 희망이 생겼다. 로베리가 가디언을 무찌를 수 있다면 링크도 어떻게 이를 이길 수 있을지 배울 수 있을 것이었다. 100년이 지난 뒤에 얼마나 많은 가디언들이 아직도 기동중이었는지는 확실히 몰랐다. 그 요새 주변에 날아다니는 가디언 하나가 유일하게 남은 하나일 수도 있었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둘은 마저 언덕을 올라서 마침내 정상의 오래된 등대에 도착했다. 하지만 시커 스톤의 사진 속의 등대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등대의 꼭대기 부분은 이미 없어져서 건물은 더 땅딸막해 보였다. 작은 헛간처럼 보이는 나무 건물 둘이 지붕에 새로 세워져 있었다. 프루아의 연구소처럼 거대한 망원경이 있었고, 링크가 알아보지 못한, 금속 팔로 되어 있으면서 밧줄에 이어진 세 갈고리가 달린 하나의 손이 가디언의 머리를 땅 위로 잡아 위로 들어올리고 있는 다른 구조물도 있었다. 제린은 이를 기중기라고 불렀었다.
그녀의 말대로 언덕 위의 건물은 가디언에 둘러싸여 있었다. 하나같이 기동을 멈춘 가디언이었다. 이 거대한 금속의 병사들은 등대 곳곳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몇몇은 온전했지만 다른 것들은 조각이 나 있었다. 여섯 다리가 달린 종류와 비행형, 그리고 첫번째 시커족 사당에서 마주한 것과 비슷한 소형 가디언 몇몇도 보였다. 열둘 이상이나 되는 가디언들이 다 부서진 채로 널려 있었다.
제린은 가운데에 구멍이 있는 이상한 장치를 가리켰고 그곳에 불을 피워달라고 하였다. 마치 대장간의 화덕과 비슷하게 생겼었는데 링크는 이 화덕이 프루아의 연구소 밖에 있는 종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링크가 안에 불을 지피자 그 안의 나무가 바로 불이 붙더니 그 횃불과 같은 푸른색의 불로 타올랐다. 가마는 곳곳에 새겨진 시커족의 무늬에서 푸른 빛을 내었고 그는 놀라운 듯이 숨을 들이쉬며 뒤로 물러섰다.
오래된 등대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땅딸막하고 조금 허리를 굽히면서 사방팔방으로 흐트러진 흰 머리를 한 남자가 나왔다. 그의 눈은 두꺼운 고글 뒤에 숨겨져 있었다.
“제린, GOOD! 돌아왔군. HELP가 좀 필요해서…”
그 남자는 자신의 아내보다 가마 옆에 서 있는 링크를 보자 그 자리에 섰다. 그는 한동안 입이 벌어진 채로 링크를 멍하니 보았다. 링크는 그가 숨을 쉬고나 있는지 궁금했다. 제린은 서서히 링크의 주변을 돌아서서 그에게서 조금 뒤쪽에 섰다. 마침내 링크가 로베리일 것이라고 생각한 그 남자가 다시 말했다.
“옷을 벗게.”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은 가마에서 탁탁거리며 타는 불의 소리만이 찌르고 있었다.
“예?”
로베리는 손가락을 퉁기기 시작했다. “최소한 SHIRT라도.”
“뭐라고요?”
“벗어 보라고! YOU라는 것을 확실히 하려면 SCARS를 봐야 해서 말이야.”
링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이 키가 작은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게 로베리라니, 설마 노망이라도 들었단 말인가? 생각해 보면 지금은 백이십이 넘었을 것이었다. 프루아가 말한 것처럼 유명세가 꽤 높았다면 그 이상일 것이었다.
로베리는 살짝 목소리를 바꾸어서 부탁하는 어조로 바꾸었다. “ME가 좀 SURE하게 해야 하니까.”
링크는 아직도 고글을 벗지 않은 그 남자를 멍하니 보았다. 그는 살짝 인상을 쓰고 그의 후드를 벗어 땅에 내려놓았다. 뒤이어서 그의 웃옷과 속옷까지 벗어서 그의 맨 가슴팍이 시원한 저녁 공기에 드러났다.
로베리는 천천히 고글을 벗어서 그의 붉은 시커족의 눈을 드러내었다. 그의 눈은 가마의 불빛에 비치는 링크의 맨 가슴을 서서히 돌아보았다. 낯선 상처들이 링크의 가슴과 등에 남아 있었다. 이전의 삶에서 베이고, 찔리고, 데인 흔적이었다. 특히 여러 가지가 뻗은 별 모양의 탄 상처가 그의 등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로베리는 손짓으로 그에게 뒤를 돌아보라고 했었고 그는 그렇게 했다.
제린이 그의 뒤 몇 발자국 뒤에 있다는 것을 보고 그는 화들짝 놀랐다. 바구니가 이제 땅에 내려와 있었고 그녀는 쓸 준비가 되었다는 듯한 모습으로 작은 단검을 들고 있었다. 링크는 바구니 사이에 작은 칼집이 숨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불안한 모습에 그녀의 눈을 보았지만 그녀는 조금도 움직이거나 머뭇거리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뒤에서 로베리가 다시 말을 열었다. “다시 TURN AROUND. 제린, 괜찮아.”
제린은 바로 경계를 풀고 그 표정은 다시 밝으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감정이 그렇게 바뀌는 것은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이에 너무 생각하지 않고 다시 로베리의 눈을 보았다.
“100년 전, ME가 회생의 사당에 직접 YOU를 데려다 넣었지. GUARDIAN과의 모든 전투에서 입었던 그 모든 SCARS를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었다네.” 로베리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더니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YOU를 다시 볼 줄은 잘 몰랐다네. YOU의 그 LAST MOMENT에도 생명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니…”
로베리는 훌쩍이다가 노인 치고는 빠른 속도로 그에게 뛰었다. 그는 링크를 팔로 꽉 끌어안았다.
“다시 봐서 반갑네, 링크.”
“흠, SO, 신수 바 루타 안의 GANON의 일부는 무찔렀다? 그리고 YOU의 말을 들어보니, 재앙 가논이 OUR 시커족 기술과 IT 자신의 힘을 합한 것 같군. FASCINATING, 그리고 TERRIBLE하군!”
로베리는 추낙 고대 연구소 안의 의자에 앉아서 제린이 내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차는 링크가 그동안 보았던 차를 내리는 방법과는 전혀 달랐다. 제린은 작은 그릇에 물을 붓고 그저 옆의 지레를 당기기만 했다. 얼마 뒤에 치익거리는 소리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 뒤에 따뜻하고 호박색의 차가 꼭지에서 흘러나와 아래에 그녀가 둔 주전자로 흘러내렸다.
링크가 연구소 안에서 본 이상한 차 만드는 기계만이 유일한 낯선 기술이 아니었다. 가디언의 부속품들도 곳곳에 있었다. 머리나 다리, 몸통의 일부, 심지어는 푸른 눈의 일부도 있었다. 가디언과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 갑옷의 일부로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이 중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방 가운데에 있는 돌 조각상이었다. 대체로 원통형이었지만 가운데에 틈이 있어서 그 몸체가 완전히 둘로 나뉘어 있었다. 위쪽의 조각은 마치 머리와 비슷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푸른 선 둘이 가로로 서서 마치 눈처럼 보였다. 머리 양 옆에는 고리가 걸려 있었고 정수리 부분에는 가느다란 막대가 나오고 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시커족 문자가 바닥 쪽의 고리를 이루고 있었다. 로베리는 이를 시커 레인지라고 불렀다.
방 곳곳에 기묘한 기술이 있기는 했지만 프루아의 어질러진 연구소와는 다르게 이 연구소는 꽤 깔끔했다. 가디언의 파편들이 각각의 표식을 단 채로 선반에 올려져 있었다. 각양각색의 그림과 설계도가 벽에 걸려 있거나 탁자에 올라와 있었고 책으로 가득 찬 책장 여럿도 보였다. 여기에 신기하게도 이 방에는 부엌이 딸려 있을 뿐만이 아니라 벽으로 접어올릴 수 있도록 쇠사슬로 벽에 묶여 있는 침대 한 쌍도 있었다.
링크는 이 차를 입으로 가져다 대며 조심스레 마셨다. 그는 텔마가 쌍둥이 마구간에서 준 그 차를 다시 떠올렸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차가 별로인가 봐요?” 제린이 의자 하나를 더 꺼내어 오면서 물었다.
링크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예전에 마셨던 다른 차가 생각이 나서요.”
“OH, 무언가를 REMEMBER하고 있는 건가?” 로베리가 물었다. “프루아가 편지에 YOU가 MEMORY를 다 잃었다고 하기는 했지. 물론, 그건 WE가 회생의 사당을 ANALYZE할 때에 EXPECT했던 벌어질 법한 부작용이었지. 그 THEORY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 됐군.”
“아뇨, 그게 아니라…뭐, 예, 좀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고는 있습니다. 짤막한 순간만 돌아오고 있고, 그것도 얼마 없고요. 최근에는 더 자주 돌아오고 있습니다.”
“흠, YOU가 이곳에 아무 DIFFICULTY 없이 도착했으니! 오랜 YEARS 전에 젤다 PRINCESS님과 이곳에 온 것은 기억하는지?”
링크는 이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잠시 머뭇거렸다. 마침내 그는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풀었고 이에 로베리는 알아본다는 듯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지도로 화면을 돌려서 로베리가 볼 수 있도록 돌렸다.
“프루아가 이걸로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AH, YES! 여행에는 아주 USEFUL한 거지! 그게 있으니 YOU가 여기로 오는 것은 일도 아니었겠군.”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신의 쪽으로 돌려 가져가 사진 앨범을 확인하다가 그가 찾던 것을 선택했다. 로베리와 프루아, 그리고 젤다 공주가 로베리가 개조하기 전의 등대 앞에 모여서 선 사진이었다.
그는 한동안 그 사진을 바라보면서 이제 꽤 명확해진 그의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았다. 그가 사진을 찍은 것도 기억이 났지만 젤다 공주가 당황하는 것도 기억할 수 있었다. 방금까지 땅을 파고 있었기에 사진에 찍히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녀의 손과 옷, 그리고 얼굴에까지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그녀의 정수리 주변에서 묶은 머리 일부가 풀려서 이마 바로 위에 조금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만은 그대로였다. 학자의 기질을 보이는 그 들뜬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링크?” 로베리가 물었다. 링크는 눈을 깜빡이고 혼란스러운 듯이 그를 보았다. 대체 얼마나 오래 그 사진 속의 젤다 공주를 멍하니 보았는지 몰랐다.
링크는 헛기침을 하고 미소를 지으며 시커 스톤을 돌려서 로베리에게 건넸다. 그가 이를 받고 자기 자신을 보자 눈이 더욱 커졌다. 제린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그에게 더 기댔다. 그녀 역시 숨을 들이쉬었다.
“아, 로베리, 그라넷이 당신과 똑 닮았네요! 저 모습…언제부터 검을 드신 거예요?”
로베리는 밝게 웃고 제린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말했잖아, 한때는 훌륭한 WARRIOR였다고.”
“그래요. 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죠.”
“뭐, 여기에 그 PROOF가 있지. 한때는 실력이 FINE한 시커족의 WARRIOR였어. 지식과 무술 모두를 겸한 정말 RARE한 경우지.”
“흠, 그렇기는 하지만 겸손만은 좀 약점인 것 같은데요.”
로베리는 손을 내젓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WE는 아직 많이 젊었지. NAIVE하긴 했지만 그래도 HOPEFUL이었어. WE는 가논의 부활을 STOP할 수는 없으리라고는 예상했지만, 부활하는 순간 바로 DEFEAT할 수 있도록 대비는 했는데…”
로베리와 제린이 그 사진을 보는 동안 침묵이 감돌았고 링크는 로베리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대체 어쩌다가 상황이 나빠져 버렸는지, 그도 그 사진 속의 셋처럼 희망에 차 있었을지, 그와 젤다 공주가 가논이 깨어나면 어떻게 무찌를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을지, 성공하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했을지, 실패하면 무슨 일이 생길지 고민하기는 했는지 등.
로베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튕기면서 시커 스톤의 다른 사진들을 돌아보았다. 순간적으로 그가 그러는 것에 불쾌한 감정이 일었다. 이 사진은 그의 사진이었던 것이다. 그와 공주의 여행은 이상하게도 개인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밀어내려 했으나 별로 소용이 없었다.
“와, 참 아름다우셨네요.” 로베리가 한 사진에 도착하자 제린이 말했다.
로베리는 바로 답변하지 않고 그 사진을 인상을 쓰며 내려다보았다. “저곳은 ME에겐 좀 낯익은데. WHERE에서 본 거지?”
제린은 남편을 보다가 생각에 잠겨 다시 사진을 보았다. 알겠다는 눈빛이 스치고 로베리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여신의 샘, 그 중에서 힘의 샘이요. 기억나요? 그곳에 사당이 있을 것 같아서 그라넷이 태어나기 전에 한번 갔었죠.”
“AH, YES! 기억나는군.”
링크는 부부가 잠시 생각을 다시 떠올리는 것을 보다가 로베리가 다시 그에게 시커 스톤을 돌려주었고 링크는 이를 받아 허리춤에 끼웠다. 그리고 그는 허리띠에서 망가진 가디언 나이프를 꺼내어 로베리가 볼 수 있도록 들었다.
“바 루타 안에 있던 놈하고 싸우고 나서 이게 기능을 안 하더라고요. 프루아는 당신이 이를 고칠 수 있을 거라고 했고요. 다른 신수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놈들에게 제 평범한 검이 효과가 있기나 할지도 모르겠고요.”
로베리는 손잡이를 받고 돋보기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고글을 내려서 썼다. 그는 손에서 손잡이를 여러 번 돌려보면서 확인하더니 그의 붉은 눈이 그 고글에 의해서 크고 일그러져 보이는 채로 링크를 다시 보았다.
“이것은 소형 GUARDIAN의 나이프인데? 어디서 찾은 건가?”
“하테노 마을의 사당에서 하나와 싸웠습니다.”
제린은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흥분한 채로 눈이 커지면서 링크에게 다가갔다. “사당에 들어가셨다고요? 정말로요? 어땠는지 말해주세요. 진작에 말씀해 주시지!”
로베리도 제린만큼이나 흥분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소형 GUARDIAN과도 싸웠다고? 그럼 내 THEORY가 하나 더 증명될지도 모르겠군! QUICKLY! 무슨 COLOR였나? 몸의 빛이 RED였나 아니면 ORANGE였나?”
링크는 깜짝 놀라서 제린과 로베리를 각각 돌아보았다. 둘의 질문이 꽤 강해서 무엇을 먼저 답해야 할지 몰랐다. “어, 그러니까…주황색…이던가? 저를 보니까 파란색으로 변했고요.”
“YES!” 로베리는 주먹을 위로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거야! 제린, 그것 들었나? 아직 봉인된 GUARDIAN들은 GANON의 영향에 있지 않아. 이를 HARNESS할 수만 있다면, 통제권을 빼앗아버릴 수도 있을 거야!”
로베리는 링크의 질문은 완전히 잊은 듯 몸을 돌려서 한 책상으로 달려가서 종이더미를 옆으로 치우고 종이 뭉치에서 백지를 한 장 더 꺼냈다. 그는 잉크병에서 깃펜을 꺼내더니 빠른 속도로 기록을 남겼다.
제린은 의자를 더 끌고 와서 링크 건너편에서 둘의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았다. “사당에 대해서 기억나는 것은 조금이라도 말해주세요. 다른 곳에도 갔었나요?”
링크는 그녀의 말대로 대답을 했지만 간혹 로베리가 링크가 싸웠던 그 가디언에 대한 질문들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러다가 가장 마지막에 한 질문을 마치자 제린은 차에 꿀을 타서 젓던 수저를 잔에서 꺼내더니 로베리의 등에 내던져 버렸다.
그 다음 몇 시간 동안 링크는 사당에서 기억하던 모든 것을 하나하나 다 읊었다. 기묘한 수수께끼와 시커 스톤의 필요성, 그리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꽤 크고 가상 같았던 모든 공간까지. 로베리와 제린은 링크의 설명에 아주 깊이 집중했고 어떨 때에는 사당에서 최대한 기억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달라고까지 했다. 그래서 해 보기는 했지만 그의 실력을 보자 그림 실력은 영 젬병이라는 것이 금방 드러났다. 결국 제린이 그 역할을 받아 링크의 설명을 듣고 최대한 따라 그렸다.
꽤 피곤한 일이었고 이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을 때 링크는 많이 지쳤었다. 링크가 방문했던 세 사당을 꽤 정확하게 묘사한 그림들이 이제 벽에 걸려 있었고 제린은 자신의 고글을 쓰고 이를 관찰하고 있었다. 로베리는 열두장 정도의 필기를 그렸는데 대부분은 가디언의 여러 모식도였고 고대 시커 건축물을 이룬 석재의 분자 구조라고 부른 다른 그림도 있었다.
그의 검은 링크가 이를 다시 언급하기 전까지는 완전히 잊혀 있었다. 로베리는 지나가듯이 이 일이 끝나면 링크에게 그런 싸구려 물건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링크가 마침내 나설 때에도 둘은 각각의 연구에 집중해서 가끔 필기를 나누거나 서로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링크는 아직 빛이 들지 않은 여관 방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조금의 지체도 없이 그는 침대에서 나와서 옷을 입고 장화와 두건도 둘렀다. 잠시의 머뭇거림 뒤에 그는 그의 검과 시커 스톤을 챙기고 큰 숙소의 방을 달려나왔다. 그는 아직 졸려보이는 마구간지기에서 스피릿을 받아서 습보로 달려나갔다.
힘의 샘…!
해가 아직 뜨지는 않았지만 바다 건너의 지평이 밝아오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달이 은빛으로 빛났고 아직 별들도 보이는 채였다. 링크가 뉴 카스토의 언덕을 달려 내려가자 데스마운틴이 위협적인 주황색 빛을 내면서 그의 앞에 서 있었다. 옆을 흘러내리는 용암은 전날보다 더 밝아보였고 분화구에서 나오는 연기도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도 될지 모르겠어요. 아무 일도 없으면요? 이 다음에 샘은 하나만 남아 있는데…”
밤 공기는 차가워서 링크는 두건을 머리 위에 둘러야 했다. 바람이 그의 등에서 불어왔고 어떨 때에는 스피릿이 달리는 속도보다도 빨랐다. 비바람이 또 몰아칠 것만 같았다.
“우선 식사부터 하죠.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얼마 안 걸립니다.”
그는 나무 사이를 지났고 이에 사슴 한 쌍이 놀랐다. 서로에게 놀란 소리를 지르더니 숲 깊이 달려서 들어갔다. 부엉이가 나뭇가지 위에서 가볍게 울음소리를 냈다. 멀리서는 늑대가 울부짖었다.
“이곳이 한때 바위 밑에 숨어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상하네요. 발 밑에는 무엇이 있는가도 궁금해지고요.”
채석장까지 스피릿보고 달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말이 죽을 것이었다. 30킬로미터는 더 가야 했기 때문에 그는 스피릿의 걸음을 늦춰서 숨을 조금 돌릴 수 있게 해 주고 가볍게 뛰도록 했다. 스피릿은 꽤 강한 말이었고 이번 아침도 다르지 않았다.
“한번 사진을 찍어도 되겠습니까? 힘이 깨어나기 전의 모습을 남겨 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힘이 깨어난 뒤에는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채석장이 먼 거리에서 구덩이의 모습으로 간신히 보일 정도로 도착할 때에 해는 이미 바다 위로 떠오른 뒤였다. 그는 스피릿을 다시 달리게 하여 남은 거리를 바로 좁혔다. 그리고 그는 바로 말에서 내려서 채석장의 모서리로 먹먹한 다리를 이끌고 달렸다. 잠시 비틀거려서 급경사를 등으로 미끄러져 내려가기는 했지만 이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고 바로 일어서서 구덩이의 가운데로 향했다.
전날 밤에 링크의 꿈은 꽤 불안한 형상이었다. 눈을 감자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그가 젤다 공주의 옆에서 같이 길을 가던 그런 세계였다. 그는 갈색 말에 타고 그녀는 흰 암말을 탔다. 그때에 그는 그가 언제 이곳에 왔는지 기억하였고 왜 여기에 돌아오는 것이 그를 두렵게 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는 채석장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그의 꿈, 그의 기억의 모습 그대로였다. 구멍 곳곳에 돌기둥과 돌무더기가 서로 비슷한 모습으로 구멍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렇다 해도 둘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앉았던 그 자리를 찾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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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불에 끓고 있는 국을 나무 국자로 저었다. 샘에 들어가기 전에 특별한 요리를 해 주겠다고 젤다에게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채석장에서 나는 온갖 소음 때문에 사냥감이 죄다 도망쳐버렸을 거라고는 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고론족하고 그 망치들 때문에…” 그가 거슬릴 정도로 묽은 국을 보면서 수저를 들고 중얼거렸다. 당장 고론족들이 그 자리에는 없었다. 전날에 젤다가 가장 신중을 기해야 하는 순간 동안에는 완전히 혼자 있을 수 있도록 채석장의 인부들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한 것이다.
냄비 너머에서 코웃음소리가 들렸고 그는 고개를 들어서 입가에 미소를 띤 젤다가 하늘을 보는 것을 보고 살짝 놀랐다. 최소한 이 모습은 괜찮았다. 그녀는 아까 꽤 걱정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지금도 그 우려는 남아 있었다. 저녁 하늘을 구성하는 빛깔만큼이나 표정에서 확실하게 보였다. 그래도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드셔 보겠습니까?” 링크가 수저를 들어서 주면서 물었다.
젤다는 고개를 돌려서 그의 눈을 보았다. 불빛으로 그녀의 눈의 녹색 빛이 더 밝아보였다.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먹을 수는 있나요?”
“제가 요리하면 다 먹을 수는 있죠.”
“그래요.” 그녀는 코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지난번에도 그리 말했죠.”
“개구리를 먹자고 한 거는 당신이잖아요.”
“아뇨, 당신 보고 개구리를 먹으라고 했죠.”
“뭐, 그랬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는 불 건너편의 공주에게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그를 조금 의심스럽게 보더니 그 국을 조심스레 한입 먹었다. 그녀는 조금 뒤에 몸을 뒤로 젖혀서 입에서 조금 맛보다가 삼켰다.
“나쁘지는 않은데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링크는 그녀를 의심스레 보더니 자신도 한입 먹었지만 인상을 찡그렸다. “그냥 맹물인데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죠.”
링크는 인상을 더 찌푸리더니 몸을 돌려서 그가 넣을만한 다른 재료들을 찾아 그의 가방을 뒤졌다. 힘을 깨우기 전에 젤다가 한 마지막 식사를 이렇게 초라하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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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눈을 깜박이고 그와 젤다 공주가 한때 같이 앉아서 그 혼란한 순간 이전의 평온한 순간을 같이 나눈 위치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의 기억에서 불가의 주황 불빛으로 빛이 난 그 돌기둥을 만지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같이 그 따뜻한 돌에 등을 대고 그의 옆에 앉았던 것이다. 둘은 그 밝은 불 건너편의 샘으로 들어가는 어둑한 입구를 바라보았었다. 바로 힘의 샘이었다.
링크는 천천히 몸을 돌려서 입구를 보았다. 지금은 아침 햇살을 받고 있어서 기억 속보다 더 밝았고 여기에 덩굴이 자라나서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마음 속에서 어두운 입구를 계속 볼 수 있었다. 그때에도 위압감이 느껴졌고 지금도 그러했다.
그는 샘의 입구로 발을 내디뎠다.
Notes:
N.B.) Robbie's dialogue in the Korean translation had him mix English and Korean terms, so I tried my best to incorporate it in this translation. (로베리의 대화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는 말투입니다. 이를 최대한 살려서 번역합니다.)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umlea Heights = 단푸 대지
Ancient Oven = 시커 레인지
Spring of Power = 힘의 샘[Name glossary]
Hoz = 호즈
Grante = 그라넷
Jerrin = 제린
Chapter 21: 19장
Chapter Text
“이제 때가 되었네요.” 젤다는 링크가 앉은 자리의 옆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머리 위에서는 이미 해가 지고 보름달이 떠서 단조로운 빛으로 채석장을 비추면서 모든 것을 회색조로 비추었다. 불은 아직도 따뜻해서 약한 빛과 색을 내고 있었다.
링크는 그녀가 자신이 들고 온 배낭으로 가서 몸을 굽혀 기도할 때 입는 하얀 옷을 들었다. 은색의 달빛에서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잘 만들어진 무녀복이었다.
젤다는 링크를 굳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이제 갈아입을게요.” 그녀는 샘으로 이어지는 돌길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저쪽의 돌 뒤로 가서요.”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그녀가 돌 뒤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일어서서 팔을 뻗고 아래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했다. 그녀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있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돌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것은 불편했다. 그는 그가 사용한 조리기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뒤에서 옷이 쓸리는 소리가 들리자 젤다가 다시 왔다는 것을 알았고 그는 몸을 돌려서 돌길을 조심히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편하게 신던 여행 장화와 바지, 그리고 윗도리는 이제 없었다. 이제는 가는 띠로 된 슬리퍼와 푸르고 금색의 띠로 고정되고 있는 끈 없는 드레스 차림으로 목과 손목에는 금색의 장신구도 있었다. 머리도 이제 땋은 머리를 풀고 그녀의 길고 뾰족한 귀의 뒤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링크의 목에 무언가 걸리는 것 같았다. 꽤 아름다웠지만 부자연스러웠다.
그는 그 옷을 입은 모습을 차차 싫어하게 되었다.
목을 고르면서 링크는 몸을 굽혀 마스터 소드를 칼집에서 꺼내었지만 칼집을 등에 매지 않았다. 그 무게도 당장은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가 그 검을 따라서 보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실패의 증명이었던 셈이었다.
“괜찮다면 같이 가겠습니다.” 그가 조용한 밤에 너무 큰 소리로 말했다. 불이 탁탁거리는 소리도 죽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같이 몸을 돌려 돌길을 따라 들어갔다.
둘은 어두운 복도를 거쳐서 자연적인 절벽으로 둘러싸인 둥근 공간으로 들어갔다. 천장이 없어서 자연의 달빛이 그대로 들어와 공간을 밝혔다. 담쟁이덩굴이 벽을 따라서 길게 내려와 서로 얽히고 뭉치면서 이 샘의 이런 모습이 자연의 작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주었다. 폭포 여럿도 공간의 가운데의 물웅덩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링크는 아까 지나온 그 돌의 원형 길과 하일리아 여신상으로 이어지는 옛날에 부서진 것으로 보이는 고대의 돌기둥이 아니었다면 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성된 공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여신상은 머리 위의 달빛을 받아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둘은 여신상 앞의 돌바닥 위에 섰다. 젤다는 몸에 자신의 팔을 감싸면서 스스로를 껴안았다. 낮의 여름의 온기가 남아 있었어도 밤은 꽤 시원했다. 하지만 물은 꽤 얼음장과 같았을 것이었다. 링크는 그들을 덮칠 만한 위협을 경계하면서 공간 주변을 조용히 돌아보았다.
그는 마침내 그녀를 보고 안전할 것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기대와 걱정, 두려움의 표정이었다. 그 눈에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에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를 더 강하게 쥐며 저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었다.
한 생각이 떠오르고 그는 벌떡 일어섰다. “잠시 기다리세요. 뭘 좀 가져와야 해서요.”
“링크, 무슨…”
“잠깐만요!” 링크는 그녀가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원형 돌길에 마스터 소드를 걸쳐 놓은 채 샘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그녀의 가방을 뒤지면서 그가 자신의 물건을 뒤진다는 것에 기분이 상하지 않기를 바랐다. 얼마 뒤에 미소를 띠면서 바로 힘의 샘으로 돌아왔다.
젤다는 그가 시커 스톤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로 그녀의 허리춤에 이것을 늘 차고 다녔으며 눈에 띄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사진을 찍고는 했던 것이었다.
“시커 스톤이 어떻게 제 기도에 도움이 될 것인지 모르겠는데요.” 그녀는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도에 도움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링크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당신의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젤다는 그에게 인상을 한번 쓰더니 현재의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보았다. “제…사진을 찍으신다고요?” 그녀는 놀란 듯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지금요?”
“그럼요.”
“링크, 지금이 적절한 때인지는 모르겠네요. 이제 기도를 시작해야 해요.” 그녀는 다시 여신상을 돌아보았다. “이미 오래 기다렸어요.”
“여신님이 무슨 일정이 빠듯하기라도 하답니까?”
“링크…!”
“저기요, 최소한 한번이라도 당신의 사진을 찍도록 해 주세요. 힘이 깨어나기 직전의 모습을 담아두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압니까?”
젤다는 그를 보면서 입을 열었는데 머뭇거렸다. 그녀는 그의 얼굴과 그의 손의 시커 스톤을 번갈아 보았다. 얼마 뒤에 그녀는 인상을 썼다. “저…무슨 말씀이죠? 어떻게 변한다니요?”
“힘이 깨어난 뒤에 어떻게 보일 것인지에 대한 겁니다. 여신의 환생이라면, 모습이 변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마…빛이 날지도요.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임파의 태피스트리를 봤잖습니까. 당신과 전혀 닮지 않았으니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압니까? 저도 제 머리가 붉어지는 적을 못 봤는데요.”
젤다는 웃음을 참으면서 코웃음을 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림에 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거죠?”
“저야 검으로 목표를 베는 것에만 더 의미가 붙었으니, 그렇죠.”
“그것 이상의 의미가 붙은 것 같은데요.” 둘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며 젤다의 볼이 더 빨개졌다. 얼마 뒤에 링크는 목을 골랐다.
“이제 찍겠습니다.”
그는 시커 스톤을 들어서 사진기 아이템을 선택하고 젤다를 화면에 나타냈다. 그녀는 뒤로 잠시 물러나서 자신의 무녀복을 정리하고 풀린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밀었다. 그녀는 턱을 올리고 잠시 뒤에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진심이 아닌 것 같았다.
링크는 화면의 표식을 눌렀고 얼마 뒤에 시커 스톤에는 머리 위의 달빛을 받아 가볍게 빛이 나는 젤다의 모습이 저장되었다. 그가 그 화면을 내려다보자 그는 앞에서 옷이 날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들자 젤다가 다시 상을 보기 위해서 몸을 돌린 것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시커 스톤을 내리면서 그녀의 등을 보았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기분을 북돋아주고 성공의 희망을 주려고 했는데 그나마 성공한 것도 바로 사그라든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 기도 시작할게요.”
링크는 숨을 내쉬면서 용기에 샘에서 돌의 이무기의 입 밖에 섰던 것처럼 그녀에게 홀로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 돌 입구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그러면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아뇨.” 그녀가 말을 꺼내 그를 말렸다. 그는 그녀를 모르겠다는 듯이 보았다. 젤다가 조금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 계셔 주세요.”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시커 스톤을 허리띠에 차고 그가 두었던 마스터 소드를 다시 들어서 문가에 서서 경비를 섰다. 그의 뒤에서 젤다가 서서히 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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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세월 동안에도 그렇게 큰 변화는 없었다. 링크는 천천히 바깥 입구를 들어가서 굴을 통과해서 안쪽의 입구로 샘으로 들어갔다. 한때 아름다웠을 법한 이 공간을 돌아보자 얼마나 무너져 있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대재앙 한참 이전에 이미 유적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석조 여신상의 눈을 보았다. 그녀에게 그날 밤은 어떤 기분을 들게 했는지 싶었다. 바로 깨어나지 않으리라고 링크가 알고 있는 힘을 바라면서 그 생명이 없는 눈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무슨 기분이 들었을 것이란 말인가? 그의 마음 속에서 기억들이 풀려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 개인적인 분위기였던 것이었다.
그는 한 발을 내딛으며 물로 들어갔고, 차가운 물이 그의 신발과 바지를 적시자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오래 전에 섰었던, 그 자리로 계속 깊이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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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가 기도를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 보름달이 어두운 하늘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링크는 물의 경계에 서서 그의 검의 자루 끝에 손을 올리고 밖의 어두운 채석장을 통로로 통해 보았다. 그는 그의 뒤에서 그녀가 기도를 올리면서 말을 읊는 것을 들었다. 여신에게 올리는, 자신에 숨겨진 그 힘을 깨워 달라 하는 조용한 기도였다.
그 자리에 오래 서 있는 동안에도 몸이 다 쑤셨기에 그는 그녀가 얼마나 더 힘들지에 대해서 상상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예상대로 물은 차가웠고 그 공간으로 불어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 때문에 더 추우면 추웠지 나아지지도 않았다. 젤다는 상황이 꽤 비참했어도 계속 기도를 올렸기에 그는 그의 통증을 무시하고 그 자세로 계속 경비했다.
“왕가의 공주가 대대로 계승한다는 재앙을 봉인하는 힘…” 그는 젤다가 뒤에서 새로 기도를 올리는 것을 들었고 멈칫했다. “그건 기도에 의해 눈을 뜨게 되는 성스러운 것…늘 그렇게 들으며 자랐어요.”
인상을 쓰면서 링크는 어깨 너머로 젤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하일라아 여신상 앞에서 가슴에 손을 모은 채로 물에 똑바로 서 있었다. 물은 엉덩이까지만 올라와 있었지만 긴 머리카락은 수면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가 보는 동안 그녀는 천천히 팔을 풀어서 양 옆으로 내려 손이 물로 잠기게 했다.
“하지만…어머님께서 말씀하시던 몸을 가득 채워주는 영력도…” 젤다의 어깨에 힘이 풀리고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할머님께서 들으셨다는 정령의 목소리도…그 무엇 하나, 저는 느껴지지 않아요.” 그녀는 반항하듯이 손을 들고 고개를 들어 여신의 표정을 다시 보았다.
“아버님에겐 몇 번이나 꾸중을 들었죠. 그건 네가 학자 흉내나 내고 다니니까 그런 것이라고…!” 그녀는 말을 멈추고 링크는 숨을 죽였다. “하지만…!” 젤다는 고개를 숙이며 주먹으로 수면을 쳤다. “어릴 적부터 아무리 노력해도 기도해도…고대의 신과 관련된 이 땅에서조차…성스러운 힘이 저에게는 깃들진 않는군요…”
젤다가 다시 자신에게 팔을 감싸자 링크는 목에 무언가가 걸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추위인지,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그녀가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란 말인가?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링크 자신이 굉장히 괴로웠다면, 그녀는 얼마나 더 괴로울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가르쳐 주세요…저에겐…” 젤다는 자신을 더 세게 감싸고 일어선 채로 몸을 굽혔다. 머리카락이 어깨로 미끄러지면서 얼굴에 걸렸고 금발의 긴 머리가 물에 닿았다. “…무엇이 부족한 거죠?”
링크의 등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꽂히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이 커지면서 몸까지 굳어버렸다. 그는 마스터 소드에서 손을 놓아 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하고 몸을 돌려 물로 들어갔다.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헤브라 산맥의 추위와 맞먹을 정도였다. 그녀는 내내 여기에 여러 시간 서 있었던 것이다.
슬픔에서 놀라서 깬 젤다는 그를 돌아보았다. 피부가 다 창백했고 입술도 푸른 빛이 돌고 있었다. “링크, 대체 무슨…”
“충분히 오래 있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불을 피워 따뜻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안돼요, 계속 기도해야 해요.” 젤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링크는 거칠게 물을 헤치면서 나아가 그 침묵을 깼다.
젤다는 눈이 커지면서도 목소리에 확신이 없었다. “링크, 제가 제 힘을 깨우려 하면 계속 여신님께 진심을 보여야 해요. 제 정성을 바라시는 건지도 몰라요.”
“젤다, 여신이라는 자가 정성을 아직도 바라고 있는 거라면 저 조각상만큼이나 눈이 먼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그가 들었을 때에도 굉장히 가시가 돋아 있었다. 젤다는 놀라서 조각상을 기겁하면서 바라보았다. 링크는 그의 말을 조절하면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죄송합니다. 제 말은 여신께서는 당신의 정성을 보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바랄 거라는 겁니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얼어 죽습니다. 좀 쉬셔야 하고요. 피곤하잖습니까.” 링크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어서요. 오늘 밤은 충분히 했습니다.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젤다는 그와 그의 손을 입술을 조금 물면서 바라보았다. 그녀는 하일리아 여신상을 다시 돌아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숙이며 그녀는 손을 뻗어 링크의 손을 잡고 그가 샘 밖으로 끌어내도록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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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물에 서서 하일리아 여신상을 올려다보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는 젤다 공주와 그가 몸을 담았다고 여겨진 그 종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하일리아에 대해서는 조금도 몰랐지만 여신상의 존재로 시커족과 조라족이 아직도 여신을 숭배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다시 보자 더 알고 싶었는지도 의심이 갔다.
“왭니까?” 그가 상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괴롭게 한 겁니까?” 그는 그녀의 목소리의 고통을 아직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떨림도 보였다.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 자격을 잃게 된 행위라도 한 겁니까?”
링크의 표정은 지금의 감정과 그 기억의 감정이 뒤섞이면서 더욱 험악해졌다. “제가 보니 지금 이 꼴은 다 당신 때문입니다. 젤다…공주께서는, 평생을 그 힘을 깨우기 위해서 수련하셨는데, 허락을 하지도 않으셨으니까!
“임파의 말에 의하면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그 힘이 깨어났다고 합니다. 영걸들이 사망하고 저도 쓰러진 뒤에 말입니다. 직전이 되어서야 깨우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겁니다.” 링크는 성이 있는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분은 저기서 제가 어떻게든 이 일을 다 해결해 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다시 신수 내부에서 벌어진 전투를 생각했다. 그 괴수는 그를 죽일 뻔했고 미파의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었다. 미파가 그의 곁에 없는 지금은 어떻게 살아날 것이란 말인가? 그녀가 자신의 힘을 그에게 주기는 했지만 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조라의 마을의 나무를 지나가다가 긁힌 상처가 났을 때에 이 힘을 써 보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아는 방법이 없었다.
“그녀 잘못은 없습니다.” 링크는 다시 젤다 공주로 생각이 돌아오며 말했다. 그 기억은 꽤 힘겨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빠졌다. “제가 깨어난 뒤로부터 계속 저 스스로를 책망한 것처럼, 공주님도 스스로를 책망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 모두 잘못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는 100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이 없는 여신상을 인상을 쓰면서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짜증이 나서 몸을 돌리고 물을 헤치고 나가서 다시 돌 바닥으로 돌아왔다. 채석장으로 돌아오자 그는 돌풍으로 인해 안으로 굴러온 나뭇가지들 여럿을 모아서 작은 불을 피웠다. 바로 고대 연구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최소한 신발 정도는 말리고 말을 타고 싶었다.
그가 뉴 카스토에 도착했을 때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환대하는 분위기였지만 대부분은 밭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소 없었다. 그는 낡은 등대가 선 바닷가의 절벽이 있는 언덕을 타고 올라갔다.
그가 다가가자 로베리가 밖에서 고글을 눈에 쓴 채로 빛나는 구형의 물건을 유심히 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옆으로 누워 있는 가디언의 머리 옆에 서 있었다. 머리의 한 부분이 열려 있어서 어두운 속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의 발자국 소리에 로베리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다가 링크를 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서 바로 저었다. “최고의 TIMING! 이걸 밤새도록 TINKERING했거든.” 그는 링크가 볼 수 있도록 작은 구형을 들었다. “이것은 GUARDIAN 코어야. CORE 기능도 내장되어있고, POWER도 제공하지. 어젯밤에 YOU와 얘기한 것에서 NEW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EXPERIMENT를 좀 해 보려고. 여기 있어봐!”
링크는 그가 어디에 있다가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아 어깨를 으쓱하고 로베리의 실험을 보기로 했다.
“GOOD!” 로베리가 흥분하며 말했다. “그럼 THERE에 서…YES, 거기. 조금 RIGHT로. MY 오른쪽. 바로 THERE.” 링크는 그의 말을 따라서 누운 가디언의 바로 옆에 서 있을 때까지 움직였다. 로베리는 조금 불안한 듯한 미소를 짓고 가디언 코어를 다시 칸에 끼워넣었다. 자리를 잡는 데에는 조금 시간은 걸렸지만 얼마 뒤에 그 부분을 닫고 가디언의 머리의 아래쪽에 무슨 조작을 더 가했다.
갑자기 가디언의 눈이 밝은 푸른 빛을 내며 켜졌다. 링크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뒷걸음질을 쳤다. 눈은 조금 돌아가다가 링크를 바라보았다. 머리의 아래쪽에 있는 시커족의 무늬가 갑자기 붉게 빛났고 눈의 푸른 빛이 더 강렬해졌다. 링크는 가디언에서 들리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더 강해지는 것을 들었다.
“로베리?” 링크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말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고 손바닥에서도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등에 손을 뻗어 검을 뽑았다. 그가 어디로 움직인다 해도 가디언의 눈은 그를 계속 쫓았고 빛도 밝아졌다. 그 소리 역시 커졌다. “로베리!”
가디언의 눈은 다시 검어지더니 머리의 붉은 빛도 사라졌다. 링크는 그 가디언이 다시 켜지면서 공격하지나 않을까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공격은 오지 않았고 그 구획의 문이 다시 열려 있는 것도 보였다. 로베리가 가디언 코어를 뽑아서 빛나는 표면을 유심히 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코어의 표면에 있던 주황빛이 붉게 변해 있었다.
“오염되었군.” 로베리가 손에서 구형을 돌리면서 말했다. “BEFORE만큼의 오염은 아니지만 말이야. THAT 정도도 특별하지.”
“저를 공격하려 했다고요!” 링크가 그를 보기 위해서 몸체를 돌아가면서 말했다. 다시 켜질 것을 대비해서 그 눈과는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OF COURSE. 그래서 YOU에게 거기 서달라고 한 거야. TARGET을 보기 전까지는 CORRUPTION을 찾기 어렵거든. 그리고 이 오염이 GUARDIAN에게 그대와 젤다 PRINCESS님을 제거하라고 상위 COMMAND를 내리고 있었으니까 YOU가 시야에 들어오면 GANON의 오염을 조금 더 자세히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
“그거…대단하네요, 로베리.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링크는 이 연구자에게 솟는 짜증을 누르면서 말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프루아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100년이 지났어도 과학 그 자체를 사랑한 것이다.
“GOOD! 추후 다른 실험을 하게 되면 알려주지. 뭐, 일단은 제린이 부르는 것 같더라고. 이 근처에 SHRINE이 있어서 OPEN해 달라고 했고.”
링크는 분명히 그녀가 프루아처럼 안으로 들어가려 할 거라는 것을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경험상으로는 사당은 많이 위험한 곳이었다. 위협을 다 제거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있을까 싶었다. 그는 로베리에게 방향을 묻고 절벽의 끝을 따라 걸었는데 그 길에는 가디언 부속품들이 높은 더미로 쌓여 있었다.
멀리 밑에서 파도가 돌 절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링크는 이를 바라보았고 어두운 물에서 날카로운 돌 몇몇이 솟아난 것을 보았다. 바다를 보자 멀리 있는 섬 여럿을 보았지만 배는 보이지 않았다. 하일리아인이 배를 몬 적이 있는가 싶어 그는 그 생각을 떠올리려 했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이 등대는 과거에 기능을 했을 것이었다. 대재앙 이후에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지 궁금증이 들었다.
작은 나무 숲을 계속 돌아서자 그의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시커족 사당이 흙과 잔디에 반쯤 묻힌 채로 있었다. 제린이 그 받침에 서서 여러 장의 종이를 들고 있었다. 링크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단 간식을 받은 어린이처럼 밝게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안으로 데려가 달라고 하겠군. 링크가 마지못해서 생각했다.
이 사당은 다행히도 이전의 사당들만큼 복잡하지는 않았고 그들을 위협할 만한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 시련은 마그넷 캐치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시련으로, 제린의 관심을 많이 끌었지만 그 사당의 엄청난 크기에 더욱 관심이 가던 것 같았다.
제린이 나아가면서 사당의 구석구석을 일일이 그리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링크는 시커 스톤으로 사진을 찍었고 이를 따라 그릴 수 있도록 보여주겠다고 했었다. 몇 시간 뒤에 사당 밖의 원형에 다시 나타나자 제린은 바로 자신의 경험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칠세라 등대로 빨리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링크는 로베리와 프루아, 그리고 젤다 공주가 지저분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사진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짓고 나서 홀로 고대 연구소로 돌아갔다. 로베리는 저녁이 되면서 들어간 것 같았다. 링크는 두어번 문을 두드리고 주변을 돌아보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로베리가 바로 반응하지 않자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로베리?”
바로 대답이 오지는 않았지만 들어서자 방에 작은 변화가 있는 것이 보였다. 시커 레인지라고 불린 가운데의 조각상이 전날보다 더 활성중인 것 같았다. 눈구멍이 전날보다 더 밝게 빛났고 머리를 이루는 부분의 바로 밑에 푸른 선이 하나 더 나 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 양쪽의 고리가 천천히 돌고 있었고 링크는 그곳에서 가벼운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로베리, 계십니까?” 링크가 시커 레인지를 인상을 찡그리며 보면서 다시 불렀다. 레인지도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링크는 망설이며 손가락을 뻗어 이를 만져 보았다. 검은 표면은 따뜻했다.
“안녕하십니까, 손님.” 시커 레인지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자 링크는 놀라서 뒤로 뛰었다. 목소리는 이상하면서도 인공적이었고,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단조로운 어조로 말했다. 그 목소리를 낸 것 외에 레인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계속 웅웅 소리를 내었다. “기다리십시오. 현재…” 잠시 기계음이 여럿 들렸다. “…고대 병기 검이 변환중입니다.”
링크는 머리 위에서 발소리를 들었고 그는 천장을 바라보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로베리?" 발소리가 멈추었다. 링크는 이 질문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 "시커 레인지에 말을 하는 기능도 있는 겁니까?"
"OH, 신경 안 써도 돼! 체리가 다시 WORKING중이라 GLAD한 거니까!" 로베리의 목소리가 머리 위의 방에서 울렸다. 얼마 뒤 링크는 계단에서 발소리를 들었고 로베리가 고철로 가득한 바구니를 든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체리요?"
로베리는 욕을 내뱉더니 그의 고글 아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가 보지 않았으면 한 것은 보지 못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시커 레인지 말이야. 체리는...OLD 이름이지." 로베리가 한숨을 깊이 내쉬면서 계단을 내려오더니 바구니를 떨어뜨렸다. 그는 등에 손을 얹고 한번 뻗으면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가 몸을 다 풀자 그는 링크에게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이 노인네가 고꾸라지기 전에 YOU가 깨어서 다행이군."
"대체 몇 살입니까?" 링크가 호기심에 물었다.
로베리는 그를 보고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한 손은 허리에 올리고 다른 손을 허공으로 겨누는 이상한 포즈를 취하더니 씩 웃었다. "WHY, 이제 백서른여섯이지! ME가 나이 치고는 꽤 쌩쌩하지?"
"시커족이...이렇게 오래 사는 게 자연스러운 겁니까?" 링크가 사당 내의 빼빼 마른 시커족 도사들을 생각하면서 물었다. 시커족이 조라족만큼이나 오래 사는지 몰랐다.
"OH, 순혈 시커족은 백오십 정도까지는 살아. SOME은 더 오래 살지." 로베리는 끙 소리를 내면서 고철 바구니를 들어 가까운 책상에 가서 얹었다. "YOU같은 하일리아인보다는 오래 살아."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링크를 다시 보았다. "BUT...ME가 보기엔 YOU는 우리 노년 시커족보다 오래 살 것 같은데."
링크가 이에 반박이라도 해 보려고 입을 열기 전에 연구소 문이 벌컥 열렸고 제린이 뛰어들어와 자신의 책상으로 향했다. "로베리! 제가 본 거를 못 믿으실 거예요!"
그녀는 간략하면서도 상세한 그들의 사당 탐사기를 빠르게 쏟아내었는데, 로베리는 그의 책상에 필기를 조금 하는 것 말고는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지 않았다.
링크는 둘을 한동안 보다가 몸을 돌려서 방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는 작은 부엌 위에 있는, 둘과 그 사이에 젊은이 한 명이 그려진 초상화를 보았다. 둘의 아들 그라넷이었을 것 같았다.
"로베리,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제린은 목소리에 흥분이 담긴 채로 말했다. 링크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서 제린이 남편이 가디언의 눈처럼 보이는 것을 유심히 보면서 중얼거리는 것만 보는 것만 눈에 담았다. 제린은 분필 하나를 집어들어 던졌고 분필은 로베리의 어깨에 살짝 맞았다. 그는 흠칫하면서 큰 눈으로 방을 돌아보았다.
"OH! 미안, 무슨 뜻이지?"
그가 다시 관심을 가진 것에 만족스러워 하면서 제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시커족 사당은 저희의 차원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발 밑에 그런 공간이 있으려면 언덕배기가 완전히 비어 있어야 하는데 천장조차도 확실하게 볼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웃옷의 작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조각을 꺼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에요. 이거 보이세요? 사당에서 가져온 조각이에요. 벽 일부를 떼어내는 데에 성공했고요." 대체 언제 그런 일을 했단 말인가? 링크는 그녀가 벽에서 돌을 떼어내는 것을 본 기억이 없었다.
로베리의 관심은 이제 솟은 것 같았고 그는 걸어가 제린의 손에서 돌을 받아 그의 눈에 고글을 다시 쓰며 이를 관찰하였다. "여보, 그럼 YOU의 가설은?" 그가 손에서 돌을 돌리며 물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젤다 공주님의 최초의 가설이 맞는지도 몰라요."
그녀의 이름을 듣자 링크에게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는 제린과 로베리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젤다 공주님의 가설이요?"
"예. 공주님은 시커족 사당이 저희의 세계와 비슷한 이공간에 위치한다고 추정하셨는데, 그 이공간은 고대의 문서의 기록 상으로는 '성지'라고 해요." 제린은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에 대한 공주님의 가설은 정말 놀랍도록 정확해요. 그 안에 발을 디딘 적도 없으셨는데도 말이죠."
"없다고요?"
"NOPE!" 로베리가 제린에게 돌을 다시 건네며 말했다. "SHE는 여러 차례 들어가려 하셨지만, 시커 스톤이 SHE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다 알아낸 겁니까?"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HOW?" 로베리가 말했다. "공부하셨지. OLD 성에는 서고에 THOUSAND의 책과 고문서가 있었고, 공주님은 모조리 읽으신 모양이야.
"STILL, 고대 시커족 기술의 정보는 부족해. IMPERFECT한 사본으로 남은 FRAGMENT만 남아 있었어. 그 조각 하나하나 다 모으기 위해 WE와 같은 학자들과 같이 계셨지."
"아, 그 서고에 갈 수만 있다면..." 제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러면 더 많은 비밀을 알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어떻게 된 겁니까?"
"WE도 몰라." 로베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CASTLE에 감히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CALAMITY가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이야. GUARDIAN도 감안해야 하고."
그 말에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럼 성에도 아직 살아있는 가디언이 있는 겁니까?"
"GUARDIAN은 살아 있는 게 아니야!" 로베리는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링크를 바라보며 나무랐다. "기계이고 그저 CONSTRUCT라고!"
"제 말은, 성 내에도, 기동하는 것이 있냐는 겁니다."
"OH, YES." 로베리가 그의 자리에서 몸을 돌려 작은 가디언의 눈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THEY는 눈에 보이는 것은 다 쏴."
링크는 이 말에 의해 떠오르는 생각에 인상을 찡그렸다. 네 신수를 다 해방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디언들과 맞서야 한다는 의미였다. 로베리의 연구가 이 가디언을 최소한 무력화하거나, 더 나아가 이들을 다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를 바랐다.
시커 레인지가 갑자기 밝은 소리를 내더니 앞쪽에 있던 새로 나타난 가로의 푸른 빛 아래의 칸이 열렸다. 그 틈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AHH!" 로베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안으로 손을 넣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살짝 비뚤어진 십자 보호대가 달린 이상한 검 손잡이를 꺼냈다. 날은 없고 칼 손잡이 정도의 길이의 시커족의 기술로 만든 금속 조각이 달려 있었다. 각 조각들은 그 끝의 둥근 부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HERE!"
로베리는 링크에게 이 물건을 건넸고 그는 이를 받아 손에서 돌려 보았다. 망가진 가디언 나이프에 달린 것과 비슷한 작은 스위치가 느껴지자 이를 눌러보았다.
두 금속 조각 중에서 더 가느다란 것이 위로 펴지면서 다른 조각과 같이 늘어나 더 긴 막대를 형성했다. 이들을 연결한 그 둥근 부분은 일종의 경첩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번쩍이는 빛과 함께 한 막대의 끝에서 푸른 빛을 발하는 에너지의 날이 막대의 끝에서 나와 뾰족한 끝으로 다른 쪽으로 이어졌다.
링크는 이 검을 보면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는데, 이 검은 그의 옛 가디언 나이프보다 더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그 막대가 어느 정도의 균형추 역할까지 하여 조금 더 무게가 있었는데 그는 이게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그 가디언 나이프보다 더 튼튼해 보였다.
그는 다시 스위치를 엄지로 눌러 껐고 날은 다시 사라졌다. 막대는 반으로 접혀서 전원이 꺼진 상태로 되돌아갔다. 링크는 로베리를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로베리, 완벽하네요."
"WELL, 당연하지." 로베리가 거만한 어투로 말했다. "ME가 만들었으니까." 제린은 아니라는 듯이 코웃음을 쳤고 로베리는 몸을 돌려서 그의 아내에게 짜증스러운 눈길을 주었다.
"우리가 만든 거죠." 제린이 로베리와 비슷한 거만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이 들어서 잊어버린 거는 아니죠?"
"YOU는 조율에는 도와줬지만, 체...그러니까, 시커 레인지를 만든 것은 YOU가 오기 전의 ME였다고."
링크는 로베리와 제린 사이의 이런 가벼운 대화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정말 서로를 아끼는 것 같았다. 둘이 결혼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제 성인인 둘의 아들을 생각하면 몇 십년은 같이 살았을 것 같았다.
무심코 그는 젤다 공주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둘도 이런 말을 나누곤 했었다.
"VERY WELL." 제린이 한번 더 반박을 하고 나서 로베리가 포기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링크를 돌아보았을 때 그의 얼굴은 꽤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WE가 만들었어. ME의 디자인과 DECADES의 사전 작업이 먼저 있었지만...YES, 만들었지. 그리고 분명 YOU는 이게 아까의 GUARDIAN 나이프보다는 더 견고하다는 걸 알게 될거야."
"고맙습니다." 링크는 허리띠에 그의 새 검을 차면서 말했다. "준비해 주실 수 있는 다른 것도 있습니까? 바 루타 안에 있던 것을..."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기기가 어려웠거든요."
"WELL, 가디언의 공격을 견디는 ARMOR를 만들어 보려고는 했는데..."
"정말로요?" 링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것이 있다면 차차 성으로 들어갈 때에 그가 걱정한 것보다는 그렇게 무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WELL, YES." 로베리가 안쓰러운 표정이 되며 말했다. "BUT, 아직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아. 지금은 LIGHT하지만 GUARDIAN의 공격에 무용지물이거나, PROTECT는 해 주는데 움직임이 굼떠지거든." 링크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자 그가 말을 덧붙였다. "확인했는데, NEED한 방어력을 갖추려면 그 WEIGHT가 135 KILOGRAM은 넘어."
링크는 인상을 더 찌푸렸고 로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SO, 연구가 필요한 거지. STILL, 아직 IDEA는 있어. YOU가 깼으니 이제 그것들에 집중해야지." 그는 벽에 기댄 작은 상자로 몸을 돌려서 나아갔다.
"HOWEVER, 그 동안에는..." 그가 이를 열기 위해서 몸을 굽히며 말했다. 그는 얼마 뒤에 한쪽 끝에 깃이 달린 가느다란 막대 여럿을 들고 다시 일어섰다. 링크는 이것이 화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모양이 꽤 이질적이었다. 반대쪽 끝은 무슨 두꺼운 장비로 덮여 있었다. 링크의 검의 두 금속 막대를 더 짧게 해 놓은 형상 같기도 했다.
로베리는 이 화살의 묶음을 링크에게 건넸다. 전부 다섯 대였고, 모두 일반적 나무 화살보다는 무거웠으며 무게 중심이 앞으로 향했다. "일명, 고대 병기 화살이다. YOU의 검과 비슷하지만, BOW에 걸려야만 작동하지." 그는 링크에게 눈짓을 했다. "SWITCH가 활고자에 있어. 꽤 CLEVER하지?"
링크는 하나를 돌려보면서 깃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틈을 보았다. 그의 검의 스위치와 비슷한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로베리가 한 말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특징이 뭔가요?" 링크는 그가 지금 든 전기의 화살을 생각하면서 물었다.
"CONTACT하는 것은 즉시 KILL하는 것 말고?" 로베리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TARGET을 맞추면, GUARDIAN의 불빛과 비슷한 힘으로 폭발할 거야. 하나만으로 완전히 FUNCTION하는 것을 DESTROY할지는 모르지만, DAMAGE는 GREAT할 거야. 신수 내의 그 CREATURE들을 상대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거고."
링크는 감사의 미소를 지으며 로베리를 올려보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번에 한 놈을 마주하고 나서는 나머지는 어떻게 대항해야 할지 감을 못 잡아서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더 주지 못해서 SORRY할 뿐이지. YOU가 온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ANCIENT 병기들을 더 많이 만들었을 텐데 말이야. 이 고대 병기 화살들을 다른 ARROW처럼 STRAIGHT하게 쏠 수 있는 BOW도 연구 중인데, 아직 미완이야.
"YOU가 언제 또 올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한 MANY한 병기들을 만들어 두지. YOU가 공주님을 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말이야."
"그것은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링크가 말했다. "사당을 기동해 두었으니 이제 시커 스톤으로 원할 때 다시 이곳으로 워프하면 됩니다."
비록 그 다음에 터져 나온 질문 공세에 링크는 조금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니 이는 어쩌면 예상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로베리와 제린이 워프 아이템으로 여러 차례 실험을 하고 제린이 링크가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사당 내부의 광경을 모두 따라 그리도록 한 뒤, 자정이 다 되어서야 등대를 나설 수 있었다.
Chapter 22: 20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NOW, 그 검이나 화살에 무언가 PROBLEM이 있으면, 바로 오게." 링크가 그 화살의 묶음을 마을에서 산 소금에 절인 고기와 야채 조금을 사서 넣은 안장가방 안에 넣자 로베리가 말했다. 꽤 크고 묵직해서 다른 화살들과 같이 화살통에 넣기가 어려웠었다. "하나의 IRON이 아니야. SENSITIVE하고, FRAGILE하면서 움직이는 PART와 COMPONENT 여럿으로 되어 있다고."
링크는 그의 무기가 약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단단하면서도 공격과 방어 모두에 큰 도움이 되어야 했다. 물론 로베리는 이전의 가디언 나이프보다는 이 검이 더 튼튼할 것이라고 알려주기는 했다.
그가 길을 나서는 날에는 그의 영걸의 옷을 입었다. 이를 알아보는 이들에게 희망이 된다는 임파의 말이 머리속에 울렸다. 로베리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100년 조금 넘은 시간 전의 그가 링크가 이 옷을 입은 채로 이 언덕 위에 서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조금 쓸쓸한 기억이었지만 그래도 어깨에 조금 힘이 들어가게 하는 것에는 충분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링크가 그의 장비를 다 챙긴 뒤에 말했다. "서신이 도착하기 전에 프루아나 임파를 만나게 되면 바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로베리가 세 시커족 원로들이 다 모일 때가 되었다고 그에게 말을 했던 것이다. 이제는 각자가 은둔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 100년을 다 살아난 뒤, 각자가 아는 것을 깨어난 링크에게 다 전달한 것이다. 이제 미래를 볼 때였다. 로베리는 이번 봄이 끝나기 전에 둘이 이 집으로 와서 추후의 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만이 이렇게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위안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임무를 수행할 때였다. 데스마운틴이 서쪽의 산맥에 당당히 서 있었고 분회구에서 솟구치는 연기가 더 짙고 검게 보였다. 꽤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로베리가 재앙 가논의 부활이 있던 뒤로 지금처럼 화산 활동이 활발했던 적은 없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링크는 자신이 이렇게 돌아서 간 것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지 않기를 내심 빌었다.
그는 그렇게 시커족 둘과 작별했고 제린에게 사당을 또 보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그가 3일만 더 늦게 출발해서 그 동안에 사당을 하나 더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는 이를 최대한 정중하게 사양했다. 이미 루타를 해방하고 나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고 그는 스피릿에 박차를 가해서 허름한 뉴 카스토 마을을 빠져나왔다.
그는 마을을 나선 뒤 채석장으로 가는 길을 타는 대신에 남쪽으로 가는 길을 탔다. 아직 기억이 그의 마음에 뚜렷했기에 그는 지금은 그 근처에 있고 싶지 않았다. 다른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추후에 다시 한번 와볼까 생각했지만 일단 지금은 이동하고 싶었다.
그는 완만한 경사를 계속 내려가는 동안 뉴 카스토 마을의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농지 여럿을 지나갔다. 몇몇은 몸을 들어 지나가는 그를 보았지만 그를 멈춰세우거나 부르는 이는 없었다. 하이랄 각지의 여러 사람들처럼 이들도 낯선 이를 보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텔마와 같은 상인들만이 하이랄 곳곳에 흩어진 이들 사이에 있는 미약한 연결고리인 듯했다.
그 당당한 붉은 머리의 여성을 생각하자 링크는 그녀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그가 깨어난 뒤에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쌍둥이 마구간에서 길을 나선 뒤로 그녀와 마주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조라의 마을로 향한다고 했는데 신수의 일 때문에 그녀가 무사히 도착했는지 묻는 것을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하이랄 평원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가는 동쪽의 길은 그가 처음에 걱정한 것과는 달리 몬스터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가 카시와를 만난 그 마구간을 생각하면 그의 생각만큼 안전한 길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가 절벽으로 양 옆이 막힌 길의 굽이를 돌아가자 나무 하나 없이 굉장히 넓게 트인 들판이 눈에 들어왔다. 동쪽에는 지평선 너머까지 바다가 펼쳐져 있었고, 링크는 이전에 보았던 이상한 나선 모양의 땅도 볼 수 있었다. 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야생마 여럿이 풀을 뜯었다.
스피릿의 울음소리를 듣자 이 말이 속도를 높여 이 넓은 들판에서 달리고 싶어하는 것을 확실히 감지했고 링크는 그 심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목에 최대한 몸을 굽히고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해서 길에서 벗어나 들판으로 향했다. 바람이 그의 후드를 뒤로 걷어버리고 그의 머리칼을 뒤로 흩날렸다. 달리는 말에 놀라서 두루미 한 떼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들이 땅을 달리는 동안, 링크의 속에서 희열이 올라왔고 어느새 그는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그의 의무와 과거의 실패에 대한 생각이 다 사라지고 바람과 햇빛이 얼굴에 내리쬐는 것을 느끼고 바다내음을 맡는 지금 이 순간에 빠지고 있었다. 그는 한번 크게 함성을 질렀고 스피릿은 더욱 세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질주는 참 오랜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전에 링크가 그를 습보로 이끌 때에 말은 잘 버텼지만 보통 말은 한번에 수 킬로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피릿이 이 대지 전체를 전속력으로 마구 달렸는데, 짠내음이 나는 바다 공기와 발 밑의 부드러운 잔디의 감촉을 즐기는 것 같았다. 여러 시간이 걸려서 건너게 되었을 대지를 한 시간 만에 주파한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첫 인상에 비해서 대지가 더 작았는지도 몰랐다.
마침내 스피릿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하자 땅은 다시 오르막으로 바뀌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서 자랑스러운 듯 그의 목을 쓰다듬었다. 스피릿 보고 쉬라고 두어도 될 것이었다. 참 놀랍게도 거의 한 시간 가랑을 그렇게 달렸는데도 링크는 조금도 몸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껏 느꼈던 기분 중에서 가장 편하고 부담이 덜했다. 둘 모두 긴장을 조금 풀어야 했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스피릿에게 당근 하나를 물려주고 그는 작은 둔덕 위로 올라서 잔디에 앉았다. 그는 마을에서 산 과일과 채소를 꺼내어 먹으려고 손에 들었다.
"여기에 왔을 때에도 이 광경을 보았을까?" 그가 소리 내어 생각했다. 스피릿은 코로 숨을 뱉고 그의 당근을 다 먹었는지 풀을 뜯으려 고개를 숙였다. "너 말고 말이야. 나와 젤다 공주님. 젤다 공주님과 나..."
그는 바다를 다시 보았다. "젤다와 나..."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가 느껴졌다. 온기였던 것 같았지만 그 이상이었다. 여기에 불안이 같이 올라왔다. 그의 몸이 흥분되는 것 같은 불안이었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고 드러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맙소사, 또 미파와 같은 꼴이잖아. 내가 무슨 감정을 느꼈을 거냐고? 공주님이셨는데."
단 둘이서만 여행길에 올랐던 공주, 이름으로 불렀던 공주, 온기와 위로를 받기 위해서 내 옆에 와서 앉았던 공주, 지키기로 맹세했던 공주...
그는 그의 속에 내려앉은 그 불편한 기색을 좋게 느끼지 않으면서 눈을 감았다.
누군가가 그의 머리카락을 세게 당기자 그는 눈을 떴고, 그의 얼굴 위로 밝으면서도 구름이 많이 낀 하늘이 있었고 바로 위에는 스피릿의 기다란 얼굴이 있었다. 말은 잔디 몇 움큼과 링크의 머리카락 일부를 입에 문 채였다. 그가 말의 눈을 바라보자 스피릿이 뜨뜻한 콧김을 그의 얼굴에 쏘았다.
끙 소리를 내면서 그는 머리카락을 입에서 뺐고 머리를 문지르면서 스피릿의 얼굴을 밀어냈다. 그는 일어서서 너른 평원을 돌아보았다. 따뜻한 날씨와 파도 소리에 잠이 든 모양이었다. 해의 고도를 보니 그렇게 많이 잔 것 같지는 않았다. 길어야 두어시간 정도였다.
그 주변의 잔디가 많이 짧아진 것을 보았고 그는 한 눈썹을 치켜 뜬 채로 스피릿을 흘겨보았다. 말은 그를 무시하고 잔디 한 움큼을 다시 뜯었다.
"이 먹보." 링크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나보다도 심하네." 몸에서 잔디를 털고 큰 숨을 내쉬면서 주변의 땅을 돌아보았다. 그는 아까 보았던 말들을 보았다.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보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그를 보기 위한 거리에 있으면서도 필요하면 바로 달아날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의 몸을 풀고 그는 목을 돌리고 다시 말을 보며 혀를 튕겼다. 스피릿은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는 혀를 한번 더 튕겼지만 말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 풀을 뜯었다.
링크는 스피릿에게 걸어가서 고삐를 잡고 말의 머리를 들어서 그를 보게 했다. "이러면 반응해야지." 그는 스피릿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고삐를 놓은 뒤 그가 아직도 상태가 좋은지 그의 주변을 한번 돌아보았다. 그렇게 달린 뒤에 아직도 상태가 멀쩡했는지 확인을 했어야 했다.
마침내 만족한 그는 용을 쓰면서 스피릿에 올라타고 손에 고삐를 쥐었다. 그는 한번 더 혀를 튕겼지만 말은 그를 세번째로 무시했다. "달리자고 한 거는 너잖아. 내가 달리라고 했어? 그러니 어서." 그는 스피릿을 발로 한번 쳤고 마침내 말은 풀을 다 뜯고서 길로 끄덕끄덕 나아갔다.
그날의 여행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그는 지도에 있는 자신의 위치를 보면서 습원으로 이어질 길은 피하기로 했다. 그 길로 갔다가는 추낙 요새 바로 옆으로 가게 되고 가디언의 시야에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갈림길에 왔을 때 그는 왼쪽으로 돌아서 남쪽의 비탈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시커 스톤의 지도를 보자 추낙 고원의 이 지역은 100년 전에도 그렇게 많이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었다. 남쪽에는 작은 부락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것도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해가 서산으로 지고 있었을 때 등불과 횃불로 밝혀지면서 낯익어 보이는 건물 여럿이 지어지는 것을 보자 심히 놀랐던 것이다.
그 이상한 광경은 약간 도로를 벗어난, 타린 습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호수 한가운데에 높이 솟아 올라있는 큰 섬 위에 있었다. 그 섬은 호수의 한쪽에서 이어져 나오고 있는 자연적인 육교로 연결되어 있었다. 육교의 식물은 다 정리된 뒤였고 도로에서 육교로 이어지는 바퀴 자국도 보였다.
그 섬 역시도 식물이 다 정리되어 있었고 여기에는 복층 건물의 뼈대가 서 있었다. 한 쪽에는 텐트 여럿이 건축 자재와 마차, 그리고 말과 노새 여럿 근처에 서 있었다. 섬의 반대쪽에는 건설을 하기에는 다소 방해가 될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바위와 돌이 놓여 있었다.
그는 다리에 도착하자 스피릿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고 이렇게 외딴 곳에 정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이상한 건물을 인상을 쓰면서 바라보았다. 그가 보는 동안 남자 여럿이 여러 색의 조끼를 입은 채로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의 필두에는 낯익은 이가 있었다. 키가 크고 벌어진 어깨에, 둥근 검은 머리와 마찬가지로 덥수룩한 수염이 있었다. 하테노 마을의 볼슨 건설의 허드슨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그는 말을 타고 육교를 건넜다. 건설 현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던 육교 양쪽에 말뚝이 박혀 있었고 그 사이에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당장에 그 간판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고 그저 지나다닐 입구만 만들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방금 저녁을 먹기 위해서 앉은 남자들이 경계하듯이 일어섰다. 아무도 무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고, 링크는 무장을 과도하게 한 상태였으니 의심할 만했다. 허드슨은 그를 인상을 찡그리면서 보며 다가왔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링크?"
"허드슨, 맞죠?" 링크가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여기서...무슨 일입니까?"
"일이다."
링크는 그의 짧은 말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를 보았다. 그 덥수룩한 수염과 둥근 눈 뒤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건 압니다만...언제 오신 겁니까? 하테노 마을에서 뵌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링크야 시커 스톤으로 바로 워프할 수는 있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틀 전 정도." 그렇다면 링크가 길을 다시 떠나기 전의 전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집을 사자마자 바로 길을 나선 것 같았다. "이틀이면 저 집이 또 완공될 것 같고."
"하지만 여기 사는 사람은 없잖습니까?" 링크가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있지."
"그러면 볼슨 사장과는 일하지 않고 여기로 이사하신 겁니까?"
허드슨은 이 말에 조금 놀라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이들을 돌아보았다. 그는 다시 링크를 보았다. "아니." 링크가 조용히 있자 그는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여기로 발령했어."
"사장님 왈, 지어두면 올 거라더군!" 다른 직원이 말했다. 링크는 그가 하테노 마을에 처음 도착한 날의 저녁에 여관에서 지내는 중에 그를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하게는 몰랐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주할 것을 기대하면서 그저 지어두는 겁니까?"
"그렇기도 하고..." 허드슨이 대답했다. "아니기도 해." 그는 잠시 머뭇거리면서 말을 멈추었다. 설명이 필요하다고 여겼는지 그는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이 지방에 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야. 하테노 마을하고 나크시 마을에서."
"여기에 그들이 살 집을 지으라고 보내신 겁니까?"
"저건 집이 아니야." 허드슨은 지어지는 건물을 돌아보았고, 링크는 그의 자세가 조금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더 꼿꼿이 서면서 자부심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저건 볼슨 건설 북부 지사의 신축 사옥이다." 다른 건축 인부들은 그 이름에 밝게 미소를 지었다.
링크는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100년 전에도 사업을 한 적이 없었던 것도 확실했다. 그렇다 해도 이 일은 다소 위험 부담이 높아 보였다. 그래도 볼슨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꽤 괴짜라는 인상은 있었으니 이해는 갔다.
"그럼 왜 여깁니까? 뉴 카스토도 있는데요?"
"사장님이 여길 마음에 들어해서."
링크는 그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곳이야말로 건설 회사가 지사를 세우기에 더 적합했다. 뉴 카스토는 숲이 어느 정도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목초지와 밭이었다. 그에 반해 추낙 고원의 이쪽에는 나무가 더 많이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볼슨이 이렇게 사업을 확장해도 되는 것인가 싶었다.
서로가 먼저 말을 꺼내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어색한 침묵이 둘 사이에서 흘렀다. 마침내 허드슨은 그와 그의 인부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서 피워 놓은 불 쪽으로 조용히 손짓했다. 링크는 마찬가지로 입을 열지 않고 가벼운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식사를 같이 하는 동안 허드슨과 그의 인부들이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했다. 보아하니 하테노 마을에 사는 부유한 포도밭의 주인이 볼슨 사장에게 대재앙 전에 그의 조상들의 명의로 되어 있던 땅의 일부를 되찾고 싶다는 말을 한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추낙 고원으로의 여비와 그가 데려오는 모든 인부들의 자재 비용까지 다 대주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했다.
볼슨은 기회를 보고 바로 기존의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포도밭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 하나의 마을을 짓기로 한 것이다. 100년 이후 최초로 지어지는 새로운 하일리아인의 마을이었다. 허드슨을 지부장으로 하는, 볼슨 건설 북부 지사가 짓는 마을 하나 그 자체였다.
다만 발목을 잡힌 일이 하나 있었다.
"고론족이 필요해서." 허드슨이 방금 끓인 국을 먹으면서 말했다.
"고론족이요?" 링크가 손에 수저를 든 채로 그의 몫에서 고개를 들며 물었다.
"그래." 허드슨은 그릇을 들어서 입에 대고 기울여서 남은 것을 마셨다. 그가 그릇을 내리자 국이 그의 콧수염에 묻어 조금씩 떨어졌다. "생각보다 저 돌덩이가 골치야."
"뭐, 사장님이 우리가 정리해야 할 돌덩이가 있을 거라고는 했지만, 뭐...그냥 일반적인 돌덩이라고 생각했거든." 넬슨이라고 불린 다른 인부가 말했다. "집채만한 돌덩이일 거라곤 조금도 생각을 안 했어!"
"이를 정리할 힘이 충분치가 않아." 허드슨은 넬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테노 마을의 인부들을 다 데려와도 여러 달은 걸릴 거고 필요한 연장도 없어. 우리들만 계속 작업을 하게 되면 시자기 마을의 준공은..." 그는 다른 인부들을 돌아보았다. "몇 년, 아니 그 이상 늦춰질 거야."
"고론족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넬슨이 신이 난 듯이 말했다. "바위 깨기에 있어서는 고론족이 일류지, 안 그래?"
허드슨은 콧수염을 조금 씹고 끄덕였다. "고론족 한두 명만 있어도 일이 쉬워질 거야. 저 산 위로 '슨'들 일부를 보내어서 일하러 올 이들을 좀 물색해 볼까 했어."
"'슨'들...이요?"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일동은 서로를 조용히 돌아보았다. 마침내 허드슨이 목을 골랐다. "몰랐던...거야?" 그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다른 인부들이 킬룩거리며 웃었다. "볼슨 건설의 중요 규정 중에 하나야. 모든 인부들의 이름은 '슨'으로 끝나야 해."
링크가 속으로 생각을 해 보자 계속해서 문명이 퇴보했으니 이 중에는 조금 제정신이 아닌 사람도 나올 것이라는 짐작이 갔다. 그만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라도 미쳐버릴 수 있었다.
"그러면 제가 입사 지원을 해도..."
"서류 탈락이지."
"제 이름이 링크슨이 아니니까요."
"뭐, 이름을 바꾼다면 안될 건 없지만..." 허드슨은 조금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사장님이 별로 안 좋아하실 거야. 그래서 여전히 안되겠네. 뭐, 마음만은 고맙다."
진심이 아니었는데, 링크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 말은 꺼냈다. "사실 데스마운틴을 오르려고 합니다. 거기로 가고 있던 참이었고요. 여기로 오려는 고론족을 찾아볼 수도 있을 지도요."
허드슨은 생각에 잠겨 불가 너머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다만 링크는 자신이 이렇게 거의 신문을 받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니라서 보수는 지급할 수 없지만, 도움을 줄 고론족을 찾아 데려와 주면 고맙겠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게..."
"볼슨 건설 규정에 맞는 이름이 있어야 하는 조건도 있어."
갑자기 후회가 밀려들었다.
"예, 뭐, 도움을 주고 싶어하면서 이름이 '슨'으로 끝나는 고론족을 찾으면 바로 보내드리죠."
"좋아!" 허드슨은 일이 잘 진행된 것에 만족하는 듯이 말했다. 그의 입가를 덮은 콧수염이 미소를 짓는 듯이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근처의 나무통으로 갔다. 그는 뚜껑에서 나무 잔 둘을 들었다. 그러자마자 불가의 다른 남자들도 일어서서 그에게 달려갔다. 어느 정도의 소란 이후에 허드슨이 진갈색의 액체를 가득 담은 두 잔을 들고 불가로 돌아왔다. 한편 다른 이들은 그들의 잔도 채우고 있었다.
"저게 우리가 가진 전부라서 좀 나눠야 하기는 하지만, 상호간에 이익이 되는 동업 관계를 새로 맺었으니까 적절한 때라고 여겨졌거든." 허드슨은 그 잔을 링크에게 건넸고 링크는 조심스레 이를 받았다. 어딜 봐서 상호간에 이익이 되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허드슨은 크게 미소를 짓더니 입으로 잔을 가져갔다.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따라했다. 술이 목을 넘어가자 타는 느낌이 들어 그가 기침을 간신히 억눌렀고, 얼마 뒤에 그의 배에 기분 좋은 따뜻한 느낌으로 내려앉았다.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꿀의 향도 났다.
그는 한 모금을 또 마셨다.
"그래서 말인데, 그 돼지 악마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전 도통 모르겠습니다!" 링크가 손짓을 크게 하면서 말했다. 다른 이들은 벌써 잠자리에 들어서 꺼져 가는 불가에는 링크와 허드슨만 있었다. "그래도 해야죠. 그 분을 위해서라도요."
"뭐, 구할 방법은 찾기는 해야지." 허드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요. 그분이 계속 거기에 갇혀 있게 둘 수는 없잖습니까? 제가...예전이었나...에, 뭐, 호위 기사였으니까요! 그리고 친구였는지도요. 친구였겠죠. 뭐, 모르겠군요. 제 망할 과거를 기억할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나도 내 어린 시절은 기억이 잘 안나." 허드슨이 입가로 술을 가져가며 이를 마저 다 마셨다. "듣자하니 나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대. 엄마는 내가 간신히 살았다고 했고."
"기억이 안 나는 것이 너무 짜증납니다. 제 일부가 사라진 것 같아요. 사실 모든 거를 다 기억하고 있다면 이 일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거란 말이죠. 어떻게 쓰러뜨려야 하는지도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요."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그렇겠죠? 그 때에는 어떻게 무찌르는지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냥 뭣도 모르고 덤볐을 리가 없잖아요."
"차차 알게 되겠지. 조라의 마을에서 그걸 제거했잖아."
"예, 어쩌다가 된 거죠. 미파가 없었으면 그냥 아예 죽어서..." 그는 인상을 쓰면서 머뭇거렸다. "모르겠네요." 그는 그의 빈 잔을 보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몇 잔이나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게 말입니다, 제가 신수를 해방하고 나서 조라의 마을에서 젤다가 저에게 여러 차례 말을 걸었다고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자는 동안에 목소리를 들은 거는 거의 확실한데 그 이후로는 한마디도 없네요."
"꿈꿨나보지."
"그런데 꿈이라고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녀가 나타나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이건 달라요." 그는 신음을 하더니 잔을 내려놓고 손에 머리를 박았다. "마치 제 근처, 제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았다고요."
허드슨은 콧수염으로 긴 숨을 내쉬었다. "가끔은 내가 자는데 옆에서 여자 하나가 자는 것 같기도 하다만."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 링크는 고개를 저으며 머뭇거렸다. 그의 눈앞이 흐려지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뭐, 어찌 됐건 간에...묻고 싶은 거는 많은데 답하고 싶은 이는 얼마 없는 것 같네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묻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둘의 대화는 몇 분 더 이어지다가 마침내 허드슨이 신음을 조금 하면서 일어섰다. 그는 링크의 어깨에 두툼한 손을 올려 쓰다듬으며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그의 조끼나 장화를 벗지도 않은 채로 자신의 텐트에 드러누웠다.
링크는 한동안 불을 바라보면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눈 앞에서 세상이 빙글거리면서 도는 것 같아서 눈을 한동안 끔벅였다. 대체 얼마나 마셨는지 몰랐다. 눈 앞이 또렷해지자 그는 이마에 손을 짚으면서 조심스레 불가에서 멀어졌다. 그는 인부들의 자리의 반대쪽에 위치한 잔디밭에 펼쳐 둔 자신의 침구로 다가갔다.
그가 웃옷과 바지를 벗는 동안 그는 머리 위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등불도 다 꺼졌고 머리 위의 초승달은 그렇게 밝은 빛을 비추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그의 눈이 닿는 모든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이 흩뿌려져 있었다. 이는 많이 아름다웠다.
그는 고개를 돌려 데스마운틴의 주황빛이 드리운 추낙 요새의 그림자를 보았다. 눈에 들어올 정도로 다시 가까이 간 상태였다. 죽음과 파멸의 요새, 아직 가디언이 기동하면서 날아다니는 곳, 계속 그를 노리고 있는 곳이었다. 등에 소름이 돋는 바람에 차라리 불가 근처에 있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는 최대한 편하게 누우려고 자신의 침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가 물건을 정리해 둔 잔디밭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돌멩이들이 그의 등과 어깨, 엉덩이 등등 곳곳으로 다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는 한숨을 쉬고 이 돌을 정리하기로 했다.
불바다, 모든 것이 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죽고 있었다.
그는 불타는 건물로 둘러싸인 넓은 광장에 홀로 서 있었다. 멀리서 그는 비명을 들었다. 고통에 찬 사람들, 그와 관계 있는 사람들의 비명이었다. 그는 그가 구할 수 있는 그 누구라도 찾기 위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불타는 도시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어디 있습니까?" 그가 눈이 급박함에 휘둥그레지며 불렀다. 그의 가족, 그의 친구들, 그의 공주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답해 주십시오! 어디 계십니까?"
비명과 공포는 더욱 거세졌다. 그는 한 골목으로 내달렸지만 도착하기도 전에 불이 옮겨갔다. 한 순간에 그는 누군가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 그보다 몇 살 더 어린 푸른 눈을 가진 소녀의 얼굴이었는데 바로 사라져버렸다. 불길에 휘말린 것이다.
그는 몸을 돌려 다른 길로 뛰었다. 다른 골목길, 다른 탈출로가 보였다. 하지만 그가 다가가자 그 길도 불길에 휩싸였다. 쇠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들의 단말마도 들려왔다.
"어디 계십니까?!"
"링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공주, 젤다 공주였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찾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와 있었는데...언제 놓쳤단 말인가? 그는 광장 주변을 뛰어다녔다. 가운데에는 다 말라버려 부서진 분수가 있었다.
"공주님!"
그때 비명이 들렸다. 끔찍한 비명소리였다. 등에 소름이 돋았다.
"젤다!"
뒤에서 큰 우지끈 소리가 났고 그는 몸을 돌렸고 그의 눈은 기겁하며 커졌다. 길고 유연한 여섯 다리가 그것의 같은 종류의 몸체와 건물 잔해들을 넘어섰다. 그것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는 달리기에는 너무 기력이 부족했다. 그의 검에 기대면서 간신히 서 있는 상태였다. 더 이상 싸울 수도 없고 그 자리에서 죽을 것 같았다.
푸른 눈이 그를 찾았고 알아본 듯이 붉게 번쩍였다. 그것은 광선을 준비하였고 그는 부정하듯이 고함을 질렀다. 눈에서 광선이 쏘아지고 그는 그 자리에서 타버렸다.
그는 그의 자리에서 크게 숨을 쉬고 눈이 겁에 질려 커진 채로 벌떡 일어났다. 한동안 그의 주변에서 모든 것이 아직도 불타는 것 같았다. 그의 목숨을 끊어버리려고 그를 내려다보는 그 무시무시한 푸른 눈이 아직도 선했다. 하지만 곧 사라지고 그는 시자기 마을이 된 그 섬에 있었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어 마구 뛰는 그의 심장을 느껴 보았다. 손을 치우자 손이 푹 젖어 있었다. 땀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묶은 것을 푼 그의 머리는 그의 양 볼에 달라붙어 있었고 그의 침구도 젖어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지금 느끼는 무력감은 마치 꿈에서 그대로 이어진 것만 같았다. 거의 일어서기도 어려워서 그는 검으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다. 그는 인상을 쓰며 머리로 손을 가져가 눈에서 땀에 젖은 머리를 밀어내고 목수들의 물통으로 다가갔다. 그는 입으로 물을 조금 가져가 마시고 머리 위로 조금 부었다. 찬 물에 정신을 들었고 그의 의식에서 그 꿈의 영향을 밀어냈다.
그는 한번 물을 더 들이키고 물러나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너무 실감이 났다. 그 불의 열기가 느껴졌다. 가디언이 그를 공격했을 때의 고통까지 느껴졌다. 정말 벌어졌던 것인가 했다. 그는 이것이 그의 과거 기억이 아니라 꿈에 불과하기를 바랐다.
다시 잠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다 가신 채로 그는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오늘 밤에는 더 자지 못할 것 같았다. 그가 보기에도 아직은 밤이었다. 달이 이제 수평선 가까이까지 떨어졌지만 아직 새벽 빛이 밝아오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의 맨가슴에 부는 시원한 밤공기의 당장의 느낌이 좋았다.
그는 바위 선반 주변을 머뭇거리다가 앉고 머리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이 닿는 곳에 수백만의 별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지금 보자 그는 그가 이전에 본 것과 같았던 별자리 여럿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그 이름이나 유래는 알지 못했다.
잠이 든 다른 인부들을 깨우고 싶지 않아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 들립니까?"
하지만 멀리서 들리는 새의 소리 외에는 다른 답변이 없었다. 아마 아무것도 보거나 듣지 못한 채로, 가논에게 잡혀 있는 채로, 성에 있으리라.
"공주님?"
답변이 없었다. 그는 그의 꿈에서 느낀 긴박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를 정말 보고 싶었다.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은 안전한지 알아보고 싶었다.
"젤다 공주님?"
여전히 대답이 오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비명을 잊고 싶었다. 그 소리 하나만으로도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젤다."
바람의 휘파람 소리와 같은 소리가 들렸다. 풀을 지나는 바람보다도 조용했다. 다른 소리가 있었다면 들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들렸다.
"링크."
잠시동안 그는 숨을 죽인 채로 조용히 있었다. 설마...?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꿈만 같았다. 희망에 불과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시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확실했다.
"링크."
"제 말이 들립니까? 말하실 수 있습니까?" 그가 이번에는 대답을 바라면서도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할 수는 있지만..." 잠시 멈추었다가 그녀가 다시 말을 시작하자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강했다. "많이는 못합니다. 제 힘이 이전보다는 덜해졌고, 혹시라도 가논이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날에는...그는 이미 루타에 있는 자신의 분신의 파괴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링크는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진 순간 어리석은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0년간 버텨온 그녀에게 지금 괜찮은지 물을 자격도 없었다. 지금까지 버틴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었어도 어리석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당장은 그를 붙잡아둘 수는 있습니다. 여신의 힘은 있으니까요." 그녀의 목소리에 괴롭다는 듯한 어조가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확실히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잠시 뒤에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다. "링크, 당신은요? 그동안의 여행을 보았습니다. 기억도 조금은 되찾으셨군요. 얼마나 기억하나요?"
"극히 일부입니다." 그가 씁쓸해하며 조용히 말했다. "파편이면서 짧은 사건들입니다. 당신을...보았습니다. 힘의 샘에서요."
"그래요...기억해요. 그 이유로 그곳에 갔는지 궁금했죠." 젤다 공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말을 꺼냈다. "꽤 어려운 밤이었지만, 끔찍하기만 하지는 않았죠."
그는 저녁 식사 동안의 웃음과, 둘 사이의 농담과, 그의 옆에 앉은 그녀의 몸의 온기를 생각하였다. 무조건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그 뒤에 몰려온 실망감에 비하면 굉장히 작게만 느껴졌다. 그날 저녁의 수행에 영향을 조금도 주지 못한 것이다.
"다른 것은요?"
링크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일각들에 불과합니다. 미파와 조라의 마을에서 보낸 시간과, 다른 여러 일들과, 이전에 간 적이 있었을 법한 장소들과, 알고 있었을 법한 사람들과..." 링크는 먼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그의 앞에 공주가 서 있는 것 같은 상상을 잠시나마 해보려 했다. "다 어질러진 채입니다. 언제 어디서 그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제 기억도 어떤 날에는 그런 모습이죠." 그녀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아주 가까워서 그녀가 그의 바로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 "가끔은, 제 자신처럼...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죠. 다른 날에는 제가 누구인지조차도 알기가 어려워요. 그런 날에는 가논과의 사투만이 있을 뿐이죠."
"정말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의 마음에 두려움이 가득 차며 링크가 말했다. "더 기억했으면 합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언제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지가..."
"그럴리가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담긴 것 같았다. "당신 덕분에 이 세계가 아직도 살아 있는걸요." 그가 대답을 할 수 있기 전에 더 빠르게 말을 한 것으로 보아서 이해가 안된다는 링크의 인상을 본 것 같았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더 있지 않을 것 같아요.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가논이 제 장막을 다시 밀어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링크, 당신이 살아 있는 것과, 기억을 서서히 되찾고 있다는 것을 듣는 것과, 가논의 수하들에 맞서서 이기는 것을 보니...희망이 생겨요. 힘도 주고요. 거의 항상...이렇게 대화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죄송해요. 아직은 헷갈리겠지만, 부디, 강인하게 버텨 주세요. 차차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어 주시기를."
"그럴 겁니다." 링크는 밤 공기로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곳에서 반드시 풀어 드리겠습니다."
"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젤다 공주가 다시 떠난 것을 나타내듯 공기가 조금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가논이 그녀가 잠깐 주의를 돌린 동안의 틈을 타서 공주의 봉인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성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인상을 더 찌푸리며 링크는 턱을 괴고 별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채로 새벽이 되어 하늘이 밝아지면서 별이 흐려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orin Wetlands = 타린 습지
Tarry Town = 시자기 마을 (a corruption of the word 시작)
Chapter 23: 21장
Chapter Text
"볼슨 건설의 작명 규칙을 잊지 말라고." 허드슨이 스피릿의 등에 올라탄 링크를 보면서 말했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고론족을 찾을 수 있을거야."
링크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잘은 몰랐지만 그래도 허드슨에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찾으면 시자기 마을에 대해서 말하죠." 그가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허드슨의 뒤에서 이미 인부들이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침 해와 함께 일어나서 생선 자반으로 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링크가 마테슨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가 오후에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했었기에 작업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었다. 그걸 보아하니 그의 예측은 잘 들어맞는 것 같았다.
"고맙네 링크." 허드슨이 덥수룩한 콧수염의 끝을 미소를 지으면서 올리면서 말했다. "사실, 하테노 마을에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좀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싶었어. 그런데 이제 보니 꽤 괜찮은 녀석이네."
음...칭찬이죠? 링크가 속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다른 말을 했다.
"뭐, 네. 시자기 마을의 발전을 응원하죠. 여기에 다시 오게 되면 꼭 들르겠습니다." 그는 몸을 숙여 허드슨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뒤에 다시 몸을 일으켜 혀를 튕겨 스피릿이 다시 육교를 건너가도록 했다.
육교를 다 건넌 뒤에는 그는 옛 길을 다시 타서 남쪽으로 향해 언덕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오르는 동안 그는 작은 신생 마을을 돌아보았다. 그 마을을 짓는 사람들은 좀 괴짜였지만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가 알기로는 하이랄의 멸망 이후로 새로 세워진 마을은 뉴 카스토가 유일했고 그 마을은 추낙 요새에서 싸우다가 전사한 가족들이 세운 마을이었다. 사실상의 난민촌이었다. 이 마을은, 만약 그런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크게 발전한다면, 전혀 다른 마을이 될 것이었다. 의무감이나 비극에서 출발하는 마을이 아니라 희망에서 출발하는 마을이었다. 부유한 하일리아인의 재력 확장과 볼슨의 명성과 관련된 희망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은 희망이었다.
링크는 이를 데스마운틴과 신수 바 루다니아로 향하는 것과 관련해서 꽤 좋은 신호로 받아들였다.
마테슨의 말대로 정오가 되자 서쪽에서 돌풍과 함께 거센 비바람이 쏟아졌다. 링크가 스피릿에서 내려서 고삐를 쥐고 이끌면서 다리를 건너는 동안에 비가 몰아쳐서 온몸이 푹 젖어버렸다. 여행하는 동안에 비에 젖어버리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그는 망토를 두르고 목을 단단히 여민 뒤에 후드를 썼다. 하지만 조라의 마을에서 내리는 폭포가 뿌리는 물보라 근처에 서 있는 다리로 지나가자 망토가 푹 젖어버리면서 하늘의 비와 폭포의 물보라 모두를 막지 못하고 있었다.
비는 그가 몇 시간 뒤에 남추낙호와 남추낙 폭포를 건너가는 여러 다리들을 건너고 나서 야영을 시작하고 나서야 멈추었다. 야영하기로 결정한 뒤에 그는 조라의 마을 주변을 둘러싸는 절벽의 곶 아래에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마른 나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오늘 밤은 불을 피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가 찾은 곶은 추낙 연병장 옛터의 건너편에 있었다.
해가 지는 동안 그는 아직 기동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가디언의 흔적을 바라보면서 높은 요새에 계속 눈길을 주었다. 참담하게도 그는 그 건물 주변을 여전히 돌고 있는 비행형 가디언을 볼 수가 있었고 그 가디언 하나 뿐이 아닌 것 같았다. 요새에 그림자가 마침내 드리우자 가디언의 몸체에 있는 빛이 더 두드러져서 링크는 여섯 다리의 보행형 가디언 최소한 두 기가 정찰을 하는 것처럼 요새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속이 두려움과 고민으로 뒤틀리고 있었다. 그렇게 먼 거리에서 그의 쭈그린 작은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음날 아침에 스피릿을 타고 그 요새에서 멀어지고 나서는 마음이 놓였다. 머리 위의 하늘은 비를 더 뿌릴 것 같았다.
하이랄의 봄은 꽤 습한 기후임은 틀림없었다.
한나절이 지난 뒤에 그는 데스마운틴으로 향하는 교차로에 도착했다. 그는 고맙다는 듯이 스피릿의 목을 쓰다듬고 그의 끈기를 고마워했다.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면서 비가 이미 여러 차례 쏟아졌던 것이다. 해가 저물기 전까지는 아직 가야 하는 거리가 상당히 되었지만 여기 정도에서는 쉬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는 스피릿의 등에서 내리다가 벌써부터 다리에 느껴지는 뻣뻣함에 인상을 찡그렸다. 옷도 다 젖는 바람에 그의 웃옷과 바지 아래에서 살갗이 쓸려 따가운 여러 곳이 그대로 느껴졌다.
"날이 참...훌륭하네." 그가 어깨에서 망토를 벗어 낮게 걸린 나뭇가지에 걸면서 말했다. 잠시 망설인 뒤에 그는 웃옷도 벗어서 물을 다 짜내기 위해 단단히 비틀었다. "하루 이틀 정도는 날이 좀 맑았으면 좋았겠는데."
스피릿은 콧김을 내뿜고 고개를 숙여서 풀을 다시 뜯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자고." 링크는 물에 젖은 장화와 양말을 벗고 모닥불을 피우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다시 길을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말리면 괜찮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지역도 추낙 고원과 마찬가지로 비가 이미 많이 온 것 같이 보였고 불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무언가를 말릴 수 있는 맑거나 따뜻한 날씨도 아니었다. 그래도 날씨는 어느 정도 따뜻해져서 그가 상의를 다 벗은 채로도 꽤 춥지는 않았다.
가벼운 식사를 한 뒤에 그는 안장에서 검을 빼고 은제 조라의 검을 꺼내어 그 표면을 바라보았다. 그가 계속 마주하던 비에는 잘 버티는 것 같았다. 이것이 만들어진 지역을 생각하면 녹과 물의 손상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했다.
그는 도로와 스피릿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공터로 향했다. 거기서 그는 검사의 자세를 취했고 그의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에 미소를 지었다. 이러한 것을 배웠던 기억이 전혀 없었는데도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가 이전에 잊어버렸던 제식 동작들을 하나하나씩 따라해 보자 하루의 걱정들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틀 전에 젤다 공주와 대화한 이후보다 더 정신이 맑아져서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돌아볼 수가 있었다.
공주와 대화하면 조금이라도 안도감과 위안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육체적과 정신적으로 그들을 분리하고 있던 장벽을 더욱 강조하는 바람에 갈등만 더욱 키우게 되었다. 그가 같이 여행하는 중에는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는 확실했다. 그녀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에 굉장히 열심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이제 얼마 없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녀에 대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존중감과 헌신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것도 있었다. 젤다 공주에 대한 의무감과 헌신 외에 다른 것이 전혀 없었다고 부인할 수는 없었다. 힘의 샘에서의 그의 기억만으로도 그 증거는 충분했다. 한때 친구였고, 링크는 아마 그가 그녀에 대해서 그 이상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공주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도 그렇게 놀랍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꽤 아름답기는 했었다. 그리고 아마 단 둘이서 같이 여행한 일도 잦았을 것 같았다.
그 생각에 그의 얼굴이 뜨거워졌고 그는 그의 검의 자세에 다시 정신을 집중하면서 그의 검을 한손과 양손으로 번갈아 잡아가며 휘두르는 것에 집중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맺혀 머리칼 일부가 이마에 달라붙었다. 그를 스쳐서 지나가는 가벼운 바람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시원했다.
그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좀 이상했다. 그가 이를 볼 때 제3자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본인의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억들이 없어지자 마치 순서가 뒤섞여버린 책을 읽는 것 같았다. 이것에 대해서 그는 조금도 맥락을 모르고 있었다. 그의 기억에서 직접적으로 기억나는 것은 있었다. 바로 세 개의 샘이었다. 힘의 샘, 용기의 샘, 그리고 세번째의 또 다른 샘이었다. 그는 힘의 샘의 위치만을 알고 있었는데, 그의 기억 속에서는 용기의 샘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그가 본 기억의 파편들에는 다른 기억의 더 작은 파편들도 있어서 과거의 경험에 대한 애매한 단서들만 남겨두면서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확실하게 아는 것이 불가능했다. 미파와 조라의 마을에 대한 기억조차도 미완성이었지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에 큰 틀은 대강 잡혔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움직임을 더 빨리 하면서 그의 행동에 힘을 실으면서 기합을 넣었다. 그의 마음의 어딘가에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순진한 어린이가 아니었다. 굳이 기억이 없더라도 그는 동화와는 달리 선이 무조건 악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꽤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처럼 실패해서는 안되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대체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젤다 공주의 탓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힘의 샘의 기억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면 그의 탓이냐고 물으면, 애초에 그가 획득해야 했던 마스터 소드를 손에 넣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검술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그대로였다. 그렇다면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대체 누가...
한 여성이 겁에 질린 채로 소리를 질러서 그의 집중이 흐려졌다. 그는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머리 위로 구름이 조금 흩어져서 잔디와 나무의 본디 색을 비추는 금색의 빛이 나타났다. 그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의 땅에 지저분한 여행자의 복장을 한 여인 하나가 겁에 질린 눈으로 그의 앞의 땅에 앉아 있었다.
링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끔벅이고 뒤로 물러나서 그의 검을 보았다. 설마 했지만 아니었다. 그의 검에는 피가 없었고 이 여성도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대체 그녀가 어떻게 몰래 그에게 다가갔단 말인가? 너무 집중하는 바람에 그의 주변을 완전히 잊어버렸는지도 몰랐다.
"죄송합니다. 그게 좀...정신이 팔려서요. 괜찮습니까?" 그는 검을 돌려서 검 끝을 젖은 땅에 꽂고 앞으로 여인을 다가가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손을 뻗었다.
여인은 그의 얼굴과 그의 손 사이를 돌아보면서 그를 조금 두려운 듯이 올려보았다. "여러 번 불렀는데 대답이 없으셔서요. 그냥 못 들으신 건가 했는데 제가 앞으로 걸어갔는데도..."
그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찡그렸다. "정신이 너무 팔렸나 봅니다. 놀라게 하셨다면...혹시 다치신 건 아니죠?"
"그쪽이 다치게 하지는 않았어요." 그녀가 마침내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그는 바로 그녀가 한 다리를 절뚝거리는 것을 알았고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입니까?
"예, 그게..." 여인은 인상을 쓰고 그녀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번개가 치는 바람에 말이 놀랐어요. 저를 내버리고 도망쳤고요. 떨어질 때 발목을 삐었나봐요."
"삐었다고요?" 링크는 미파가 준 회복 능력을 생각하면서 물었다. "한번 봐 드리기라도 할까요?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아, 아뇨!" 여인은 눈이 커지면서 서둘러 말했다. 그녀는 두 손을 들면서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요.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처음 보는 여행자 분이라서 가까이 간 게 다예요. 데스마운틴의 발치의 교역소로 가는 길이었는데, 발목이 이 꼴이라서 움직임이 느렸어요. 그쪽도 그 길로 가시나 해서요."
이 여인은 꽤 변덕스러워 보였는데 그럴 만도 했다. 갑자기 부끄러워지면서 그가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훈련된 암살자인 양 검을 마구 휘두르고 있었고 그러는 중에 그녀의 목을 베어버릴 뻔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웃옷도 벗고 있어서 그의 몸에 나 있는 흉터가 그녀의 눈에 다 보였을 것이었다. 애초에 그에게 다가가는 것조차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었다. 그가 이 근방에 왔을 때 그녀의 존재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운이 좋으시네요." 그가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려고 하면서 말했다. "그곳으로 저도 향하고 있습니다. 가는 것을 도와드려도 되지요."
"그래요?" 그녀의 어깨가 안심한 듯 내려갔다. "다행이다, 그쪽도 저를 지나치면 어쩌나 걱정했거든요."
그는 속에서 두려움을 느꼈고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다가갔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 옆을 최대한 위압적이지 않은 태도로 지나갔고 나뭇가지에 걸어 놓은 그의 상의를 잡아 다시 입었다. 그가 다시 그녀를 보자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 옷을 보고 있었다.
"색이 참 곱네요. 하테노 마을에서 염색한 것이겠죠?" 그녀가 말했다.
그는 그 자신과 오늘 그가 입은 푸른 영걸의 옷을 바라보았다. "선물 받은 겁니다만, 아마 이 옷을 만든 분이 그 마을에서 천을 샀을 겁니다."
"꽤 괜찮은데요."
링크는 다시 그녀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조금 쑥스러워졌다. 이 여인은 적갈색 머리를 뒤로 땋고 볼에 가벼운 주근깨가 있었으며 그의 기억 속의 젤다 공주와 비슷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단한 상의와 바지 한 벌 차림이었지만 지난 이틀간 비가 온 맨 땅에서 자서 그런지 옷은 많이 더러웠다.
"고맙군요." 그는 그의 망토도 나뭇가지에서 빼면서 말했다. "배고프십니까? 음식이 조금 남기는 해서요."
여인은 어깨에 맨 작은 주머니를 톡톡 건드렸다. 말에서 떨어지기 전에 챙겨 둔 짐인 것 같았다. "최소한 식사는 무사해요."
"잘 됐군요." 잠시 뒤에 링크는 목을 골랐다. "제 이름은 링크입니다."
여인은 미소를 짓고 아직도 다친 발목을 절뚝거리면서 앞으로 나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델리아입니다. 링크, 만나서 반갑군요." 그는 악수를 나누고 그녀의 손아귀 힘과 손가락의 굳은살을 느꼈다. 그 손으로 고된 일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수한 뒤 그는 스피릿에 손짓했다. "그 발목으로 계속 그러면 덧날 것 같군요. 타는 데에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고맙겠네요. 제 발목이 이 꼴이라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링크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가 그의 어깨에 팔을 걸도록 도와주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스피릿에게 걸어가도록 도와주었다. 그곳에서 그는 그녀의 다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위로 들어 올려 다른 다리를 안장 너머로 밀어올리도록 해 주었다. 안정적으로 앉자 그는 등자를 조정하고 다친 발을 등자로 넣도록 도와주었다.
"어떤가요?" 그가 물러나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편하신가요?"
"예. 고마워요." 그녀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잠시 뒤에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런데 당신은요? 그 먼 길을 걷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두 사람 다 탈 수는 있을 것 같은데요."
링크는 목덜미에 갑자기 열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어차피 스피릿은 등에 더 가벼운 사람이 타는 거를 더 마음에 들어할 것 같으니까요. 지난 몇 주 동안 좀 몰아붙인 면도 있어서요. 전 그냥 걷겠습니다."
"그러면 그러세요. 그렇게 멀리 걷게 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문제 없습니다." 링크는 잔디에 앉아서 아직도 습기가 있는 양말과 장화를 신었다. 참 짜증스럽게도 그의 양말 하나에 구멍이 나서 엄지발가락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한숨을 쉬면서 그는 그 발에 장화를 신고 끈을 묶었다. 그가 일어서자 그는 자신의 옷과 양말이 다 젖어 있어서 걷는 것은 확실히 좀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먼 거리를 두 사람이 한 말을 타고 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편할 것이었다.
그는 말로 다가갔다. "저 잠시만요, 이것만 좀..." 그는 델리아의 다리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안장에서 칼집을 풀었다. 아까까지 했던 젤다 공주와 단 둘이 여행한다는 것의 생각으로 정신이 다 흐트러진 것을 스스로 질책했다. 물론 하루의 남은 시간 동안이라도 말을 나눌 상대가 있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과거의 자신의 생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검도 꽤 훌륭하네요." 델리아가 그가 칼집을 등에 매고 검을 다시 들자 말했다. 링크는 풀잎으로 아까 땅에 박았을 때 묻은 진흙을 닦아냈고 그 검을 칼집에 넣었다.
"이것도 선물받은 겁니다." 링크가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지금 제가 가진 물건의 대부분은 선물받은 겁니다. 방법이 좀 다양하기는 했지만..."
"친구 분들이 참 아량이 넓으신가 보네요."
"그런가 봅니다."
"허리춤에 찬 그거는 뭔가요? 그것도 선물?" 그녀는 링크가 허리에 찬 시커 스톤을 가리켰다.
"아, 이거요?" 링크는 손을 내려 시커 스톤의 시원한 표면을 따라서 손을 매만졌다. "이거는...제 친구 대신에 맡고 있는 겁니다." 왠지는 몰랐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손을 내밀어 스피릿의 고삐를 잡고 말을 조심스레 몰아서 언덕 위를 보게 돌렸다.
"이게 무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만, 왜 혼자서 여행하고 계시나요?" 진흙탕이 된 흙길을 따라 가기 시작하면서 링크가 물었다. 추낙 고지를 뒤로 한 이후로 벽돌길이 끊어져 버린 것이었다. "이 도로는 좀 위험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쪽도 혼자 여행하잖아요." 델리아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는 무장했으니까요." 링크가 그의 어깨의 검을 건드리면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초소에 가족이 몇몇 있어서 좀 시간을 같이 보낼까 했어요." 그녀가 조금 쑥스러운 듯이 말했다. "사실 저는 말에 타기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지나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요."
"몇몇 몬스터들도 말에 타는 것 같더군요." 링크가 스피릿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그는 그의 코를 어루만졌다. "어디서 오시는 겁니까?"
"하테노 마을이요."
링크는 눈썹을 치켜뜨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래요? 얼마 전에 거기서 집을 샀는데 마을에서 본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요."
"제 가족은 다 농부들이라 식자재를 사는 것이 아니면 마을로 잘 들어가지 않아요."
"그 마을에 오래 있던 거는 아니니까 이해할 수는 있겠네요. 여행을 자주 하고 있어서요. 그 집을 산 거는 제 물건을 좀 보관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당장 필요하지도 않을 것들을 스피릿이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게 될 테니까요."
"여행을 그렇게 자주 하시는 이유는 뭔가요? 방금 추낙 지방에서 왔다고 하신 것 같은데...?"
링크는 그 질문에 잠시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아직도 이 질문에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몰랐다. 그의 진짜 목적을 모두에게 알리는 것은 그렇게 내키지 않았다. "그게...여행하며 조사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래요? 무엇을 조사하시는데요?"
"가디언이요." 그가 그녀에게서 눈길을 피하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차라리 시커족 사당이라고 할 거를 그랬다며 속으로 지적했다. 최소한 그것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는 있었으니 말이었다. "추낙 고지에 아직 기동중인 것이 있다는 말을 들어서요."
"그래요?" 그가 다시 그녀를 보자 델리아가 흥미가 생긴 듯이 안장에서 몸을 기댄 것이 보였다. 그의 목덜미가 다시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조금은 있더군요." 그가 추낙 요새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생각하며 대답했다. "가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공격을 당하기는 싫어서요."
"제가 들은 이야기만 생각하면 꽤 무섭게 들렸어요.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어요." 그 말은 조금 어색하게 들렸지만 생각을 더 하기 전에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할아버님이 성을 공격했을 때의 광경을 보았다고 하셨거든요."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가디언들이, 그들을 지켜줘야 했던 것들이, 그들을 도리어 공격하기 시작했을 때 하이랄의 백성들이 느꼈을 공포가 눈에 선했다. 낯익은 수치감이 다시 그의 어깨에 내리눌리기 시작했다. 상황이 달랐다면, 준비가 더 되었더라면...
"그래도 여행하는 연구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데요." 델리아가 말했다.
"어떻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글쎄요..." 그녀는 다시 안장에서 몸을 일으켜 생각하듯이 하늘을 보았다. "조금 나이가 들고...더 깡마르고..."
"전 생각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링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마르지는 않았어요. 전투도 여러 번 하신 것 같고요."
"가디언 연구는 조심하지 않으면 꽤 위험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곤혹에 여러 번 빠진 적이 있고요."
그는 앞을 다시 보았지만 델리아가 그의 등 뒤를 계속 바라보는 것 같았다. 다행히 그녀는 이 질문을 더 캐묻지 않았고 대화는 링크가 거짓을 말할 필요도 없는 덜 개인적인 화제로 향했다.
그와 델리아는 도로를 두어시간 더 가다가 그녀가 잠시 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고 있었고 초소까지는 최소한 두 시간 정도는 더 가야 했다. 링크가 걸어야 했고 스피릿도 지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같이 여행하는 것은 좀 느렸다. 다만 링크는 주변의 환경이 바뀌는 것은 알아보았다. 잔디의 색이 푸른색에서 약간의 누런 빛을 띠기 시작했다. 흙도 더 붉은색을 보이고 있었다. 화산 지대의 발치에 다가가고 있던 것이다.
"괜찮은 겁니까? 발목이 문제입니까?" 링크가 스피릿을 멈추게 하면서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사실...네. 좀 많이 아프네요. 그리고 피곤하고요. 야영하기에 괜찮을까요?"
링크는 다시 언덕을 올려보았다. "교역소까지는 얼마 안 걸릴 겁니다. 계속 가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두어시간만 더 가면 될 겁니다."
"부탁이예요. 발목이 더 욱신거리는데다가...안장에 앉는 게 좀 피곤해요. 좀 아프네요."
그는 인상을 썼다. 그녀가 말을 계속 타게 된다면 안장에서 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발목에 무리를 더 가하거나 아픈 등을 더 감수하게 될 것 같았다. 결국 둘 다 벌어지려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도와드리죠." 그가 안장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내려 드리죠."
델리아는 고맙다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굽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잠시 쑥스러운 머뭇거림 이후 링크는 그의 손을 그녀의 하체 양 옆으로 조심스레 옮겨서 말에서 땅으로 내려주었다. 땅에 발을 잘 디딘 뒤에 그는 손을 놓아서 그녀가 그의 팔에 다시 팔을 걸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그가 그녀를 작은 잔디 둔덕으로 이끌고 앉는 것까지 도와주자 말했다. "걸음을 좀 많이 느리게 한 것 같은데..."
"아뇨, 괜찮습니다. 그쪽의 말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싶기는 했지만요." 링크는 다시 일어서서 스피릿으로 향한 뒤 그의 가방을 풀었다. "거기 가면 가족 분들을 뵐 수 있을 테니 다행이군요. 소식은 전했습니까?"
"봄이 되면 좀 지낼 거라는 것 정도는 아는데, 자세한 거는 상의는 안 했어요." 델리아는 장화의 가죽 너머로 발목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차라리 장화를 벗으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먼저 가서 말 한 마리라도 데려올까요? 마차라도 가져와서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밖에서 주무실 일도 없을 텐데요."
그녀는 링크를 올려다보며 미소만 짓고 고개를 저었다. "하룻밤 더 자도 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누가 같이 있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걸요."
링크는 볼이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에는 그녀는 꽤 소심해 보였는데 하루가 지나면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는 것 같았고 서로가 있는 것도 더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매력적이기는 했다. 그녀는 푸른 눈의 공주는 아니었지만 다른 면으로 매력적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 그녀 역시 그에게 무언가의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의 이끌림을 더 잇고 싶지는 않았다. 이 매력적인 얼굴 외에도 신경 쓸 더 중요한 것이 많은 것이었다.
"그러면 그러죠."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불을 피울 땔감을 좀 찾아보죠. 사냥도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자리에 더 편하게 앉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는 스피릿의 안장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어 나무가 더 우거진 언덕의 아래로 향했다.
얼마 뒤에 그는 한 손에는 토끼를 귀로 잡고 다른 팔의 겨드랑이 밑에 나무 장작 한 묶음을 낀 채로 델리아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빗을 꺼내어 묶은 머리에서 엉킨 머리칼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빗질하고 있었다.
링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그 순간 델리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여행용 복장 차림으로 자신의 머리를 은빗으로 빗는 젤다 공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 외에도 돌 위, 맨 땅, 말의 등, 모래사장 등등의 자리도 보였다. 한순간 그의 눈에 공주가 여러가지 복장으로 여러 위치에서 머리를 빗질하는 모습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매일 밤에 하던 습관이었던 것이다.
"링크?"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눈을 빠르게 깜박이며 그는 그 모습을 다 치워버리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다시 눈을 뜨자, 젤다 공주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를 걱정스럽게 보는 델리아의 얼굴 하나만이 남았다. 말을 꺼낸 것은 공주가 아니었다.
"아...죄송합니다. 정신이 잠깐." 링크는 갑자기 순간적으로 공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 이 여성에게서 떨어지고 싶어하는 불안함을 숨기려고 하며 헛기침을 하였다.
"집중을 잘 못하시는 것 같네요." 그녀가 배낭 안으로 머리빗을 넣으면서 말했다. 순간적으로 가방 안에서 무언가 시퍼런 빛이 도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기에는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조심하지 않으시면 그 때문에 죽을 지도 모른다고요."
"염두에 두죠." 그는 그의 의도보다 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땅에 땔감을 내려놓고 바로 옆에 잡은 토끼를 내려놓았다.
"불쌍하네요." 델리아가 토끼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니..."
"알았다가는 놓쳤겠죠." 링크가 그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농담을 섞으려고 하면서 말했다. 그녀의 머리를 빗질한 것 하나만 가지고 그가 이렇게 냉담해질 필요는 없던 것이다.
"그렇긴 하네요."
그녀는 그가 장작을 모닥불로 모으는 것을 보았고 불쏘시개로 쓰기 위해서 그의 허리에 찬 칼을 빼어 나무껍질을 벗기는 것을 보았다.
"괜찮으시면 손질은 제가 할게요." 그가 불을 피우는 것을 보고 얼마 뒤에 델리아가 말했다. 그는 그의 칼과 같이 토끼를 그녀에게 넘겼고 그가 부싯돌과 돌로 불을 피우는 동안 그녀 역시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다 마친 뒤에는 그가 방금 피운 작지만 따뜻한 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지난 이틀 동안 축축했는데 오늘은 좀 괜찮을 것 같았다.
델리아도 토끼 손질에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어 보여서 토끼 털에 거의 손상을 입히지 않았다. 이 역시 괜찮아 보였다. 교역소에서 소정의 루피로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그는 루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고 집을 살 수 있도록 설득하고 나서는 프루아도 그에게 조금도 빌려주려고 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도 이 토끼 털가죽을 팔고 남은 값의 일부는 델리아에게 주기로 했다.
그녀가 손질을 마치자 그는 남은 나무와 돌로 그의 요리용 냄비를 받칠 대를 세운 채였다. 그가 요리를 하기로 해서 그는 토끼 고기를 더 자르고 그가 가지고 있었거나 모았던 다른 야채와 향초를 고기에 섞었다.
"와..." 델리아가 그가 나무 숟가락으로 고기를 찌르는 것을 보자 말을 꺼냈다. "요리 실력도 훌륭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링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를 보며 미소만 지었다. "어느 순간에 배웠나 봅니다."
그녀는 흠흠 거리는 소리로 대답을 대신했고 링크는 그의 결과에 어느 정도 만족하며 자신의 냄비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이를 불에서 조심스레 치우고 그가 옮겨둔 납작한 돌에 얹었다. 잘 세워둔 뒤에 그는 그녀에게 나무 숟가락을 내밀었다.
"다른 접시나 식기가 없어서요." 그녀가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을 하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숟가락을 들고 그는 칼을 들었다. 그는 칼을 조금 닦고 불로 남은 피를 다 태워버린 뒤에 이로 토끼고기 한 점을 찍었다.
둘은 한동안 조용히 식사만 했다. 링크는 이 식사에 조금 만족했지만 그래도 무엇인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다. 그는 이것이 아직 떠오르지 않은 그의 기억 중 하나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델리아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식사를 마친 뒤에 자신의 배낭 안에 손을 넣어 잘 익은 바나나를 꺼내어 하나를 링크에게 건넸다.
식사를 마친 뒤에 링크는 그녀가 쓸 수 있도록 부드러운 잔디에 자신의 침낭을 펴 주었고 그는 불가의 반대쪽으로 향해서 다행히도 잘 마른 그의 망토가 펴진 자리로 갔다.
"링크, 오늘 저한테 참 많은 일을 해 주셨네요." 델리아가 그가 자리를 정리하고 자리에 들려고 하는 것을 보며 말했다. "굳이 안하셔도 됐는데..."
"그럼 어쩝니까? 교역소까지 혼자 가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습니까." 그가 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오늘 보인 호의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링크는 흔들리는 불꽃에서 그녀의 표정을 알 수가 없었기에 그는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위기에 처한 이를 제가 그냥 무시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그쪽을 보아서 다행인 거죠." 그는 그녀가 눕기 전에 그녀의 미소를 불 건너편에서 볼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동안 불가에 앉아 있었다가 그 역시 누웠고 망토를 두른 채로 잠이 들었다.
"..."
그녀가 다시 그 앞에 그 새하얀 옷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녀의 푸른 눈은 마치 에메랄드 같았다. 그녀의 금발은 마치 태양빛과 같았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다시 보게 되자 반가웠다.
"눈을..."
그녀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데 흐릿했다.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마치 물 밑에 잠긴 것 같았다. 그는 미소를 유지하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눈을요...!"
그는 이제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의 표정이 이제 또렷하게 보였다.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고 입술이 서둘러서 말을 꺼내고 있었다. 이제 또렷하게 들렸다.
"링크, 눈을 뜨세요! 어서요!"
링크는 눈을 벌떡 떴다. 그의 바로 위에 뒤집힌 시커족의 눈이 새겨진 하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어두운 몸체가 서 있었다.
Chapter 24: 22장
Chapter Text
"링크, 눈을 뜨세요! 어서요!"
젤다 공주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 속에서 계속 울리는 채로 링크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그의 발을 옆으로 내질러서 암살자의 발목을 걸었다. 가면을 쓴 이는 비틀거렸지만 쓰러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링크가 옆으로 몸을 굴러서 벌떡 일어설 시간 정도는 벌었다. 그는 뒤로 뛰면서 거친 땅에 조금 비틀거렸다. 그 순간에 암살자의 날이 선 구부러진 날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이 암살자의 정체가 누구인지, 델리아가 무사한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암살자가 양 손에 휘어진 낫을 쥐고 몸을 돌리자 그는 재빨리 몸을 피하고 낮추어서 다시 다리를 걸려 했다. 이번에는 이 암살자가 대비를 했는지 그 다리를 뛰어넘고 손에 낫을 돌리다가 그의 머리를 향해서 그 끝을 찔러내렸다. 그는 몸을 바로 굴려서 치명적 공격은 피했지만 날이 그의 노출된 등을 베어버리면서 갑작스러운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바로 일어서서 근처에서 자던 나무의 뒤로 피했다. 암살자의 낫이 나무를 치는 것이 들렸고 그는 나무 주변으로 뛰어서 이 암살자의 머리에 주먹을 날려서 그를 링크의 망토 위로 넘어뜨렸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 뒤에 링크는 나무 줄기에 걸쳐 놓은 자신의 검의 자리로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잡을 뿐이었다.
검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암살자가 몸을 돌리면서 빠른 움직임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어찌나 빠른지 링크 본인보다도 빨랐다. 하지만 이번에 암살자는 공격을 하지 않고 링크의 주먹으로 살짝 비틀린 자신의 가면을 똑바로 했다. 암살자는 링크를 보고 그를 재미있다는 듯이 보면서 고개를 까딱했다.
"검을 찾으시나요?" 암살자가 여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는 못 찾을 겁니다. 호수 바닥에 있으니까요."
그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눈이 커지면서 그는 옆을 돌아 보았는데 델리아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아까까지 입고 있던 옷과 장화는 이제 대충 던져져 있었다. 그의 눈은 다시 암살자를 보았고 그녀의 형체를 유심히 보았다.
늘씬하면서도 근육이 있었지만 이제 잘 보니 여성의 몸이었고, 그 키와 몸집도 일치했다. 그녀는 꽉 끼는, 온몸을 덮는 검은색과 붉은색의 옷차림이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얼굴을 가린 하얀 가면만이 보였다. 하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델리아?" 그의 눈은 다른 무기를 재빨리 찾았다. 그의 고대 병기 검이 스피릿의 안장가방에 있어서 쓸 수는 있었지만 불의 반대편에 있었고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 여성도 감안해야 했다. "뭐하는 겁니까?"
"뻔하지 않나요?" 그녀가 고개를 한번 돌리고 발에서 통통 튀면서 말했다. "그 토끼처럼 베어드리죠."
그녀는 다시 두 손에 낫을 빠르게 돌리면서 앞으로 달려서 함께 휘둘렀는데, 그가 피하지 않았다면 바로 그의 목을 베었을 것이었다. 그녀는 다리를 내질렀고 그의 발이 그의 명치쪽을 치면서 숨이 순간 막혀 비틀거렸다. 그녀의 무릎도 바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눈앞에 불이 번쩍했고 그는 뒤로 넘어지면서 신음했다. 입에 피가 고이는 것 같았다. 그의 시야가 돌아오자 그녀가 꽤 빠르면서도 우아한 동작으로 달려온 모습이 보였다. 그는 첫 공격을 손으로 막았지만 낫을 손에서 빼앗기 전에 다른 낫이 그의 노출된 배로 향했다. 그는 그녀를 뒤로 밀어서 노출된 배를 노리던 아까의 공격을 간발의 차로 밀어냈다.
델리아는 낫을 거꾸로 쥐면서 몸을 돌려서 그의 머리를 향해서 크게 베었다. 그는 몸을 낮추고 그의 주먹으로 빠르게 두 번 그녀를 치면서 반격했다. 그녀는 놀라는 신음을 내고 한 손으로 명치를 감싸면서 뒤로 뛰었다.
"일어나서 다행이군요." 그녀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낮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미묘하게 굳은 어조가 있었다. "저희 첩자들에게서 당신이 꽤 실력 좋은 전사라는 것을 들었고, 여러 소문도 다 들었으니까요."
"네놈은 누구냐? 시커족이냐?" 링크가 똑바로 일어서면서 그의 코와 입에서 피를 닦아내며 물었다.
이 말에 그녀는 웃었다.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냉혹하고 약간 미친듯한 웃음이었다. "정말 모른다고요? 아하, 참 만족스럽군요."
그녀는 마치 춤을 추듯 달렸다. 모든 움직임이 바로 다음의 움직임과 빠르면서도 유연하게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낫은 밤에는 검은 빛으로 빛나는 쇠의 움직임이 전부여서 흐릿한 빛 속에서 알아차리기는 어려웠다. 불빛에 반사되는 하얀 가면만이 두드러졌다.
그는 낫의 여러 공격을 피하고 빠르게 도는 그 몸을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안장가방으로 달려가 꺼져가는 불을 뛰어넘어 불안한 듯이 보는 스피릿 옆에 도착했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그의 귀를 지나쳤다. 작은 쇠 표창이 가까운 안장가방의 가죽에 박혔고 링크가 뒤를 보자 그녀가 허리에 찬 표창 하나를 더 잡아서 그에게 던지는 것을 간신히 보았다.
링크는 피했지만 스피릿은 별로 빠르지는 않았다. 링크 뒤에서 말이 고통을 느끼고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더니 다리를 차면서 야영지에서 습보로 도망쳐버렸다. 링크의 속에서 분노가 타올랐다. 말이 다치기라도 했다면...
그녀는 그에게 표창 여럿을 다시 던졌고 그는 옆으로 피해서 그가 서 있던 자리와 어느 정도 거리가 되는 곳에서 다시 일어섰다. 그녀는 그에게 바로 달려와서 두 낫을 엄청난 정확성으로 휘둘렀다. 빠른 베기로 공격했는데, 그의 주요 장기는 공격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아래팔과 위팔, 그리고 가슴에 얕은 상처를 내는 것에 주력했다. 날이 닿을 때마다 쓰라렸지만 다시 안장가방으로 향할 틈이 없었다. 그러려고 할 때마다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결국 그는 뒤로 뛰어서 그 과정에 얼굴을 발로 가격했다. 그녀의 목이 뒤로 꺾이더니 등으로 쓰러졌다. 델리아는 잠깐 동안만 그대로 있다가 바로 일어섰다. 저 어깨의 자세를 보자 이번에는 확실히 성질을 돋운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그에게 달려왔고 그는 뒤로 뛰어서 그들이 야영했던 잔디에서 벗어나 붉은 흙길에 내렸다. 그는 낫 하나는 쳐냈지만 곧바로 다른 하나가 그의 옆을 베었다. 그는 고통의 신음을 내고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당장 무기가 빨리 필요하다고!
지금 계속 비무장한 채로 그녀와 싸우다가는 결국 죽을 것이었다. 이미 피를 많이 흘렸고 곧 행동도 느려질 것이었다. 흥분만 가지고는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그는 옆으로 굴러서 다시 공격 여럿을 피하고 그가 잔 나무 밑에 떨어져 있던 두꺼운 나뭇가지 바로 옆에 도착했다. 이거면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이를 잡아 들어서 델리아의 다음 공격을 막아냈다. 낫은 나뭇가지에 깊이 박혔지만 나뭇가지는 버텼다. 다음 낫은 그의 목을 겨누면서 바로 날아왔다. 그는 다른 팔을 내질러서 날의 뒤쪽을 잡고 그녀의 몸으로 바로 찔러넣었다. 그녀는 제 시간에 손목을 돌렸고 날의 끝 대신에 날이 서지 않은 곳이 명치 쪽을 때렸다.
그녀는 공격을 풀고 뒤로 물러나 그를 위아래로 돌아보았다. 가면 뒤에서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그는 신음을 삼키면서 일어섰다. 옆구리는 찌르는 듯이 아팠지만 팔의 고통은 대부분 사라졌다. 사실 감각 자체가 무뎌지는 것 같았다. 좋은 일이 아니었다.
"링크, 참 용맹한 전사군요."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뭇가지 하나 만으로 저에게 맞서다니요."
링크는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숨을 들이쉬면서 그의 상처의 고통을 잊으려 했다. 그의 등과 허리에서 피가 흐르면서 그가 입고 있던 바지를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짜증스러운 신음을 내고 앞으로 다시 달렸다. 나뭇가지가 있어서 이제는 그렇게 불리하지는 않고 거리를 둘 정도는 되었다. 낫의 공격 범위는 꽤 짧았고 이 나뭇가지는 그가 가지고 있었던 조라의 검보다 조금 더 길었다.
하지만 그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둘 다 알고 있었다. 낫이 나뭇가지를 칠 때마다 그는 이 공격이 무뎌지는 그의 손에서 나뭇가지를 쳐내버리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공격하는 것은 막고는 있었지만 반격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그는 낫을 다시 한번 나뭇가지로 막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낫으로 베려 하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낫을 마치 가위처럼 나뭇가지의 위쪽을 쳤다. 링크의 속이 내려앉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미 짐작이 되었다. 낫이 나뭇가지를 치는 순간 가지는 둘로 부러졌다. 더 긴 가지가 어딘가로 날아갔고 링크는 이제 모가 난, 델리아의 낫보다도 더 짧은 나무 조각만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승리를 짐작한 듯 미친 듯이 웃었고 그의 목을 베기 위해 낫을 휘둘렀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목 대신에 어깨로 날을 받으면서 그 나무 조각을 델리아의 가슴으로 찔렀다.
델리아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뒤로 뛰면서 몸에 박힌 그 나무 조각을 잡았다. 링크는 약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어깨의 새 상처를 어루만졌다. 낫은 그의 살을 깊이 베어서 그 팔의 감각이 무뎌졌고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졌다. 그래도 생각만큼 많이 아프지는 않았다.
암살자는 그 나무조각을 뽑으면서 짜증이 난 듯이 땅으로 내던졌다. 아무래도 그의 공격이 조금 비껴간 것 같았다. 심장의 바로 오른쪽을 찌른 것이다. 그래도 시도는 괜찮은 것 같았다.
"당신의 목을 코가님에게 반드시 바치고 말지요." 델리아가 거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 코가라는 자는 취향이 참 신기하군." 그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안장가방을 돌아보았지만 너무 멀었다. 그래도 그는 도구가 하나 더 있기는 했다. 마지막 수단이었다. 닿기만 하면 되었다.
델리아는 손에서 낫을 한번 더 휘두르더니 링크에게 덤볐다. 그는 그녀가 다가와서 그의 살을 베기 직전까지 기다리다가 바로 몸을 낮추어서 돌면서 다리를 앞으로 내질렀다. 그녀의 옆구리를 강타했고 그녀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바로 옆의 땅으로 쓰러졌다.
링크는 바로 벌떡 일어서서 자신이 누웠던 자리로 달려갔다. 설마 그것까지 버렸다면 희망이 없었다. 하지만 그 정체를 모르거나 보지 못했다면...
...잡았다!
그는 몸을 굴려 머리 위로 표창이 비켜가도록 했고 시커 스톤을 들고 야영지를 등 뒤로 하면서 일어섰다.
그는 손가락을 그 장치의 화면으로 빠르게 놀렸다. 그녀는 이미 그를 뒤쫓아와서 공중으로 뛰어 링크의 가슴에 두 낫을 찔러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화면에 아이템이 있는 위치를 눌렀다.
델리아는 갑자기 밝은 노란 빛으로 빛나면서 그 자리에 얼었다. 타임 록에 걸리면서 그 앞 몇 발짝 정도에서 멈춘 것이었다. 링크는 바로 일어서서 그녀의 몸통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쳤다. 타임 록이 끝나가면서 노란 빛이 더욱 빠르게 반짝였다. 얼어붙은 그녀의 몸을 여러 번 주먹으로 치고 있었지만 타격이 약해지고 있었다. 힘을 너무 쏟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가 노란 빛으로 번쩍이더니 링크는 우지끈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갈빗대가 부러진 것 같았다. 그녀는 뒤로 튕겨나가면서 땅에 내려앉더니 열 보 이상은 멀리 굴러갔다. 한 순간 그녀는 그렇게 엎드린 채로 있어서 기절하거나 죽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조금 부들거리다가 신음하면서 간신히 일어섰다.
고개를 저으며 델리아는 링크를 보았고 그는 그 자세에서 분노를 읽었다. 그녀는 낫 둘을 계속 든 상태로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달려왔다. 타임 록을 바로 다시 쓸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손가락을 다시 놀려 다른 아이템을 눌렀다.
둘 사이의 땅에 빛나는 푸른 공이 나타나고 링크는 거의 즉시 그 버튼을 다시 눌렀다. 리모컨 폭탄은 바로 폭발했고 그는 뒤로 날아가 땅에 미끄러지다가 아직 열기가 남은 모닥불 위에 엎어졌다. 시커 스톤이 손에서 날아가며 어딘가로 떨어졌다.
이미 많이 다친 와중에 화상까지는 입지 않기 위해서 그는 굴러 이동했고 모닥불 바로 옆에 드러누웠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델리아가 이미 거기에 있었다. 가면이 날아가고 낫 하나도 잃어버린 것 같았으며, 그녀의 옷 역시 여러 곳이 그을리고 찢어진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의 다리 위에 앉아서 그가 더 이상 다리로 그녀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는 무기로 쓸 수 있을 법한 것, 모닥불에서 아직 타지 않은 나뭇가지라도 쥐려고 손을 마구 더듬었다.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 매끄러운 것을 건드렸다.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것이었다. 델리아는 그의 숨을 끊기 위해 낫을 들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세워 그 단검을 그녀의 심장으로 찔러넣었다.
그녀는 신음을 뱉었고 낫은 둘 옆의 땅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눈은 충격으로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를 갈면서 그 눈을 바라보고 어깨를 붙잡으며 칼을 더욱 깊이 박아넣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지만 입에서는 피가 끓는 신음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링크는 그에게서 그녀를 밀쳐냈고 그녀는 힘없이 옆으로 떨어졌다. 그는 간신히 일어서서 그녀를 등으로 밀어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보았고 그 눈가에 눈물이 일부 고인 것이 보이자 일말의 동정심이 느껴졌다. 차라리 가면이 벗겨지지 않았으면 했다. 전날에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낸 여인보다 얼굴을 모르는 암살자였다면 차라리 더 편했을 것 같았다.
델리아는 조금 떨었고 그는 그녀가 자리에서 움직히지 못하도록 눈을 바라보면서 계속 어깨를 쥐었다. 얼마 뒤 눈에서 생명이 다 사라졌고 얼굴의 힘이 다 빠졌으며 몸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한 그는 천천히 일어섰는데 그의 다리가 그의 몸을 버티지 못했다.
피를 너무 많이...
그가 일어서려고 용을 쓰면서 생각했다.
너무 많이 흘렸어...
일어설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곁에서 잔 나무 옆까지는 기어갈 수 있었다. 거기서 그는 몸을 돌려 거친 나무줄기를 등에 대고 앉았다. 등의 상처가 아파야 했는데 감각이 없었다.
상처를 매야 했다. 피를 더 흘리는 것을 막아야 했다. 막아야 했다...
링크의 눈이 감겼고 눈 앞이 어두워지면서 머리가 옆으로 떨궈졌다.
흙에 부딪히는 말발굽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그는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고개를 천천히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는 동안 해가 다 떴고 스피릿이 흙길을 따라서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 그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은 그를 보더니 콧소리를 내었고 그를 보자 그에게 다가갔다.
링크는 가볍게 신음하고 나무에서 온 몸이 욱신거리는 채로 일어섰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 않아서 그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인상을 썼다. 말라붙은 피가 그대로 있었는데 정말 충격적으로 많은 양의 피였다. 가슴과 팔에 말라붙고 바지도 푹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상처가 생겼을 그 자리를 건드려봤는데도 온전한 살갗만이 남아 있었다. 상처가 다 치유된 것이다.
"고마워, 미파." 그가 앞으로 무릎을 꿇고 몸을 당기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일어서서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아직도 몸이 욱신거렸지만 그래도 힘의 대부분은 돌아왔다.
스피릿이 다가가자 그는 몸을 돌려서 말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아까 그건 미안했다." 말은 흥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대답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마침내 멀어진 뒤에 그는 스피릿의 몸을 지켜보다가 그 작은 표창이 박혔던 자리를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표창이 스피릿의 몸에 깊이 박히지는 않았거나, 표창이 스피릿이 달리는 동안에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 말라붙은 피를 보자 그 상처도 그렇게 많이 깊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한번은 확실히 하고 싶어서 그는 스피릿의 몸을 돌아보면서 몸의 상처를 더 확인해 보았고 발굽도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한 뒤에야 그의 안장가방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스피릿에게 내밀었고, 말은 기쁘게 이를 받아먹었다.
마침내 링크는 몸을 돌려서 그를 암살할 뻔했던 그 여인을 돌아보았다. 델리아는 어젯밤에 쓰러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칼이 아직도 그녀의 가슴에 박힌 채였다. 그녀의 시신 주변의 흙과 잔디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생명이 없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죽고 나서 몸이 줄어든 것 같았다. 날래고 근육이 많은 몸이 아니라 가냘프고 힘이 없어 보였다. 속이 메슥거리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보코블린과 라이넬이라면 몰라도 이것은 마치 그가 처음으로 목숨을 빼앗았을 때를 연상시켰다. 링크는 이 여자를 죽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가 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죽이려고 했었다. 우연히 공격에 휘말린 것도, 성질이 돋은 끝에 갑자기 욱한 것도 아니었다. 그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노린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여기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그가 죽기를 바란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두려워져야 했다. 그는 이 싸움에서 간신히 이겼다. 미파가 준 치유의 힘이 아니었더라면 그도 죽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잠에 들기 전에 델리아가 지은 그 미소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가 했다. 그 미소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감지했어야 했는가 했다.
천천히 링크는 그녀의 옆의 땅으로 몸을 낮추어 초점 없는 그녀의 눈을 감겼다. 그녀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일리아인이 사망자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무슨 기도를 해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가슴에서 칼을 뽑아내고 몸을 돌려서 서쪽의 계곡으로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칼은 허공에서 거세게 돌다가 그의 시야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그의 어깨에서 힘이 빠지면서 눈이 감겼고 고개도 숙이게 되었다.
얼마 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이제 데스마운틴 발치를 둘러싼 험준한 산악 지형 뒤에 숨어 있는 성의 방향을 보았다. "공주님? 젤다 공주님, 제 말 들리십니까?"
오늘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인상을 쓰며 링크는 한숨을 쉬고 시커 스톤을 떨어진 자리에서 집어 들었다. 그는 몸을 돌리고 반대로 향했다.
그녀의 말대로 델리아는 링크의 검을 호수로 던져버렸었다. 마그넷 캐치를 쓰자 그는 시커 스톤의 화면에 붉게 빛나고 있던 그의 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물가로 천천히 다가가서 그 아이템으로 호수의 바닥에서 검을 꺼내 올렸다.
이 일을 마친 뒤에 그는 물 안으로 들어가서 말라붙은 피를 그의 몸에서 닦아냈다. 바지는 이미 못쓰게 되었겠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다른 바지를 입으면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의 몸과 손에서 그와 그녀의 피 모두가 만족할 정도로 닦여나갔다. 호수에서 나온 뒤에도 여전히 더러워졌다는 느낌이 들고 있었다.
그는 어깨에 검을 걸고 허리에 시커 스톤을 찬 채로 거친 절벽을 타고 올라서 그의 야영지로 돌아왔다. 거기서 그는 찾을 수 있는 최대한 큰 돌들을 찾았다.
그 작업은 몇 시간은 걸렸고, 그를 죽이려 한 여자인 델리아의 돌무덤에서 링크가 물러났을 때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그가 다른 사람을 죽인 적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확실히 검술이 뛰어났고, 그가 깨어난 뒤에도 몬스터들을 처치했으며, 분명 100년 전에도 많은 몬스터들을 처치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실력으로 사람까지 베었던 것이었을까? 그의 나라와 국왕을 위해서 전쟁에도 참전했을 것인가? 델리아와 같은 암살자에게서 젤다 공주를 보호하기도 했었을까? 이런 끔찍한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을까? 그는 이 질문들의 답을 알고 싶었는지도 잘 몰랐다.
가논을 쓰러뜨릴 수 있는 방법을 알면 이 역시도 필요한 희생일 거야...
그가 남은 짐을 챙기면서 생각했다. 그는 이미 피에 젖은 바지를 다른 바지로 갈아입었고 텔마가 카카리코 마을에서 사준 상의를 대신 입었다. 그의 침낭을 챙기는 중에 그녀의 작은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를 들고 가방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쓸만한 것은 몇 개 없었다. 어젯밤의 식사에서 같이 나누어 먹은 바나나 두 송이와 둥근 표창 몇 자루, 그리고 상아로 손잡이를 만든 것 같은 작은 칼이 있었다. 링크는 칼을 꺼내어 이를 본 뒤에 그가 던져버린 칼 대신에 쓰기로 했다. 하지만 그 외에 그 가방 안에는 델리아가 누구였고 왜 그를 죽이기 위해서 보내졌는가에 대한 단서는 없었다. 물론 몇 개의 실마리들은 있었다.
첫번째는 그녀가 쓰고 있던 가면이었다. 아까 돌을 모으던 중에 찾은 것이었다. 하얀 표면에 진한 붉은색으로 시커족의 눈 문양이 새겨져 있던 가면이었는데 이를 뒤집어서 마치 눈물이 위로 향하는 모습으로 쓰고 있었다. 그녀가 시커족이었냐고 물었을 때에는 그녀는 코웃음을 쳤었다. 그러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게다가 그녀는 '코가님'이라는 사람을 언급했었다. 이름은 낯설었는데 아무래도 그를 암살하기 위해서 보낸 사람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러면 이 코가라는 자는 대체 왜 그를 죽이려 들었단 말인가? 그는 성이 있는 방향을 다시 바라보았는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신수를 해방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거야." 링크가 하얀 가면을 내려다 보면서 소리 내어 생각했다. "가논을 무찌르는 것도 막으려고 하는 거겠지..."
그런데 왜, 대체 왜 그것을 바라고 있단 말인가?
젤다 공주는 그에게 가논이 아직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두었기에, 이것이 놈의 지시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세력임이 분명했다. 재앙 가논을 섬기는, 지금도 존재하는 일파임이 분명했다.
그는 가면을 손에 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의 안장가방으로 걸어가서 가면을 그 안에 넣었다. 그는 아직 모든 상황을 자세히 모르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 알 법한 누군가가 생각이 났다. 신수 바 루다니아를 처리하고 나서는 다시 카카리코 마을로 향할 생각이었다. 임파라면 이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가 다시 스피릿에게 안장을 채우고 말의 등에 탔을 때에는 이미 오후가 된 채였다. 링크는 야영지의 남은 흔적과 한 켠에 있는 돌무더기를 보았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스피릿이 움직이도록 발로 툭 치면서 앞의 길을 보았다. 교역소까지 가는 데에 두어시간은 걸릴 것이었고 링크는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하고 싶었다.
Chapter 25: 23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뜨거웠다. 이제 굉장히 뜨거웠다.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링크는 이에 대해서 들었었다. 데스마운틴이 최근에 신수가 갑자기 활동을 재개하는 바람에 마그마를 계속 분출하면서 외부인이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런 경고를 듣기는 했지만 이건 너무 예상 밖이었다. 그냥 아주 더운 여름 날씨를 기대했지, 공기 그 자체가 불타는 것 같은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굉장히 뜨거웠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탈수증에 쉽게 시달릴 수 있었다. 특히 올딘 지방 교역소 한가운데에 세워진 산기슭의 마구간에 자신의 말을 맡겨두었으니 더욱 그러했다. 말 없이는 고론 시티까지 꼬박 3일이 걸리는데 그만큼의 많은 물을 맨 몸으로 들고 갈 방법은 없었다.
다행히 그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었다.
"난 이 보물 사냥꾼들이 이해가 안가고로." 고론족인 볼든이 링크와 같이 길을 따라서 가면서 말했다. "뭐...성에는 보물이 많기는 한데, 위험하다고고로! 온갖 몬스터들이 있다고 들었어고로. 제정신이 아니지고로."
몸집이 큰 갈색 피부의 고론족은 노란 머리를 상투로 묶고 있었고 등에는 거대한 배낭을 매고 있었다. 링크의 머리를 다 감싸고도 남을만한 거대한 손은 그들 옆으로 천천히 기어가고 있는 거대한 도마뱀에 이어져 있는 쇠사슬을 쥐고 있었다.
볼든은 고론 시티의 관광 대사였다. 또 넓은 입에 쇠로 된 입마개를 한 이 거대한 도마뱀은 도동고라고 불렸다. 볼든은 입에 마개를 채우고 입에 가까이만 가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말했었다. 입마개를 채워도 그를 뚫고 불을 뿜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한번은 그렇게 하일리아인 한 사람이 몸에 불이 붙는 사태가 있었다고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은 뒤로 링크는 도동고에 가까이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산기슭의 마구간에서 볼든을 만났고 최근에 화산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것을 들었다. 링크가 고론 시티를 들르고 싶다고 말했을 때 볼든은 신이 나서 같이 가 주겠다고 했었다. 최근 들어서 볼든의 일이 불황기였던 모양이었다. 볼든은 또 링크를 위해서 큰 물통을 도동고에 연결한 오래된 광차에 싣고 같이 가주겠다고도 했다. 이렇게 링크가 탈수증에 시달릴 염려는 덜은 셈이었다.
하지만 산의 열기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마구간에서 링크는 볼든이 고열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 지독하게 맛이 없어 보이는 물약 여러 병을 샀었다. 방염 물약이라는 이름이 붙은 물약을 아직은 마시지 않았다. 볼든이 화산에 가까이 갈수록 열기가 훨씬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었고 물약 한 병 당 여섯에서 여덟 시간 정도만 효력이 유지된다고 했던 것이다. 고론 시티에 도착하면 이를 더 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아직도 하이랄 성에 가는 사람들이 있단 말입니까?" 링크가 그의 수통에서 물을 들이키면서 물었다. 물통의 물은 이제 꽤 따뜻해졌고 쇠 맛이 났다. 링크는 물을 마신 뒤에 이에서 느껴지는 거친 질감을 최대한 무시했다.
"그렇다고는 들었어고로." 볼든이 링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군가는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서고를 찾았대고로."
"들어가는 길을 아십니까?"
볼든은 그저 그 큰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고, 이에 쇠사슬이 그의 손에서 소리를 냈다. "몰라고로. 그냥 여행자들에게서 들은 게 다야고로."
"여기에 여행자는 자주 옵니까?" 링크가 물었다. 그가 입은 가장 얇으면서도 가벼운 옷이었던 영걸의 옷이 땀 범벅이 된 그의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발이 마치 장화 속에서 타는 것 같았지만 여기에서 장화를 벗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는 몸소 알고 있었다. 땅이 과도하게 뜨거웠던 것이었다. 다행히 그는 그가 신던 장화와는 달리 밑창이 쉽게 녹지 않을 새로운 특제 장화를 교역소에서 하나 살 수 있었다.
"더는 안 와고로." 볼든이 인상을 쓰면서 데스마운틴을 올려다보았다. 화산은 더 자주 연기와 재를 하늘로 뿜고 있었고 링크는 겉으로 흘러내리는 용암의 길을 더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왜 데스마운틴이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등산 첫날에는 볼든이 자연스레 생긴 온천이라고 한 여러 연못을 지나쳐갔는데, 그는 이것이 그 유명한 고론 온천은 아니라고 했었다. 그들은 잠시 멈추어서 그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는데, 링크는 기분이 절로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고 여기에 무언가 이상하게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물은 지난 며칠 간의 통증을 절로 씻어 주었다.
등산 둘째 날을 시작하고 얼마 뒤에 그들은 시커 타워 근처에 도착했는데, 링크는 여기서 잠시 서 달라고 부탁했다. 볼든은 그가 탑의 격자 벽을 타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 벽은 놀랍게도, 그동안 그의 손에 닿은 것이 최소 따뜻하거나 아주 뜨거웠던 것과는 달리 시원했다. 탑을 기동시킨 뒤에는 그는 패러세일로 내려왔고 볼든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둘은 그날 밤을 남쪽 채굴장에서 보냈다. 링크는 고론족이 여러 광석을 캐기 위해서 작업하던 상대적으로 더 시원한 동굴이 바깥 길보다는 더 아늑하다고 느꼈는데, 그 길은 조금만 움직여도 끓고 있는 용암의 못 옆을 지나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셋째 날에 그들은 돌록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생물들을 마주했다.
"아, 얘들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고로." 링크가 이상한 돌덩이가 갑자기 일어서서 땅딸막한 돌로 된 다리로 그들에게 걸어오는 것을 보자 놀라서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볼든이 말했다.
그는 광차 경주의 재미를 말해 주던 볼든의 곁을 같이 가고 있었는데, 그들이 지나가고 있던 돌이 갑자기 움직인 것이었다. 큰 돌로 된 가운데의 몸체가 있었고 마찬가지로 돌로 이루어진 두 팔과 두 다리가 있었다.
볼든은 몸을 굽혀서 중앙의 돌을 큰 손으로 움켜쥐어서 번쩍 들어올렸다. 신기하게도 돌록을 구성한 모든 돌들이 다 하나로 붙어 있었는데, 링크의 눈에는 그 모든 것들이 여러 모양과 크기의 돌로 다 따로따로 구성되어 있던 것처럼 보였다. 볼든은 돌록을 씩 웃으면서 뒤집어서 들었다. 그 이상한 생물체의 작은 팔과 다리는 아직 걷고 있기라도 한 듯이 계속 팔다리를 휘저었다.
"이놈들은 맛이 끔찍해고로." 볼든이 링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기라도 했다면 오래 전에 몽땅 잡아먹었을 거야고로." 그는 돌록을 바로 옆에 있던 용암 연못으로 던져넣었다. 링크는 돌록이 신기하게 조용한 파동을 일으키면서 용암에 빠지고 시뻘건 표면 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았다.
"걱정 안 해도 돼고로." 볼든이 말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얼마 뒤에 다시 못가에 생길 거야고로."
링크는 그 돌록이 무사한지는 관심이 없었다. 이미 데스마운틴에 도착하면서 본 여러 새로운 생물에 놀란 것이 더 강했다. 걸어다니는 돌과 불을 뿜는 도마뱀만으로도 이미 불안했다.
"음, 만약 마그록을 보면 그때는 도망쳐야 돼고로."
"마그록이 뭡니까?" 링크가 볼든을 다시 보며 물었다.
"돌록과 비슷한데, 저만한 크기야고로." 볼든은 큰 바위덩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키의 두 배는 훌쩍 넘어보였다. "걔들은 성질이 더 포악해고로. 가끔 고론 시티에 가까이 오면 부숴버리러 여러 인원을 출동시키지고로."
링크는 그동안 산을 오르면서 지나친 온갖 돌덩이들을 생각했고 이에 등에 소름이 돋았다. 대체 여기는 무슨 동네인가 두려울 정도였다. 차라리 하이랄 평원과 조라의 마을의 보코블린과 리잘포스가 더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리잘포스는 우리도 있어고로." 링크가 이 말을 하자 볼든이 씩 웃으며 말했다. "화염 리잘포스야고로."
"그건 또 무슨...아, 알 것 같네요. 불을 뿜나보죠?" 링크가 속이 더 뒤틀리는 것을 느끼면서 말했다.
"그렇지고로."
"이것 참, 훌륭하네요."
링크와 볼든과 입마개를 채운 도동고가 고철 여러 개로 만들어진 거대한 아치 밑을 지날 때는 거의 정오 무렵이었고 링크는 고론족이 사는 도시인 고론 시티를 이제서야 제대로 불 수 있었다.
고론 시티는 조라의 마을의 수도가 지어진 모든 개념과 방법을 떠올리고 나서 이를 정반대로 뒤집은 형태였다. 조라의 마을은 질서와 미형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반면, 고론 시티는 거의 무작위적으로 세워진 모양새였다. 도시는 마치 큰 분지 또는 크레이터 안에 있는 것 같았는데, 돌길과 쇠로 된 길이 뚜렷한 패턴 없이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건물들은 돌과 철판으로 지어졌는데 그 역시도 위치와 크기가 일정하지 않았다. 몇몇 건물들은 서로 인접하고 있었고 다른 경우에는 위아래로 지어져서 위층으로 이어지는 경사로가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링크는 도시 곳곳에 마그마가 흐르는 못이 여럿 있는 것도 보았는데, 강철판을 서로 엮은 다리가 그 못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여러 몸집과 크기의 고론족이 보였다. 그보다 키가 작고 더 부드러워 보이는 피부와 둥근 몸을 가진 더 어려 보이는 고론족들이 보였고, 더 흘러내리는 것 같은 피부와 돌이 박힌 등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고론족들도 보였다. 일부는 옷을 입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허리를 가릴 작은 헝겊을 두르기만 하고 있었다.
"모든 고론족이 여기서 삽니까?" 링크가 눈 앞의 광경을 보면서 물었다. 고론 시티는 좀 넓기는 했는데 그의 생각만큼 거대하지는 않았다. 수십 수백명의 고론족을 보았는데 그게 전부일 것 같지는 않았다.
"아, 아니야고로." 볼든이 낄낄 웃으면서 말했다. "대부분은 지하에서 살아고로. 우리 중 대부분은 트런산에 있지고로." 그는 그의 어깨 너머로 엄지를 가리켜서 고론 시티로 올라오는 길이 돌아서 지나쳐 온 큰 능선을 가리켰다. 그는 고론 시티 반대쪽의 거대한 바위 형상도 가리켰다. "그리고 조형 바위 밑에도 있고로."
링크는 조형 바위라고 불린 곳을 바라보았고 그 신기하게 생긴 표면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돌의 모습이 여러 방향으로 삐져나와 있었는데 처음에는 무엇이 조형인지 알 수가 없었다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얼굴을 조각한 모습이었다.
고론족 넷의 얼굴들이 거대한 바위 절벽에 깎여 들어가 있었다. 일부는 몸도 있었는데, 링크가 이상하게 삐져나왔다고 여겼던 그 돌들이 다시 보니 손과 손가락까지 모두 조각된 팔이었다. 그 손 중 하나는 엄지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세 고론족은 같은 높이에 새겨져 있었다. 엄지를 치켜 든 고론족과 구슬 목걸이를 한 것 같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고론족, 그리고 젊어 보이는 고론족이었다. 이 셋 바로 위에는 고론족의 모습 하나가 더 서 있었다. 링크는 그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
다르케르였다.
하얀 머리칼과 수염을 지닌,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띠는, 머나먼 데스마운틴을 바라보며 잡기라도 할 것처럼 손을 뻗은, 링크의 친구이며, 형제였던, 바로 그 다르케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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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였던 링크에게 데스마운틴 주변의 몬스터를 조심하라고 일러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론 시티에서 기사들이 고론족 전사들과 합동 훈련을 하는 곳에서 벗어나면 불을 뿜는 도마뱀 떼와 큰 주둥이가 난 모리블린에게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일러준 사람도 없었다.
물론 고론 시티 밖으로 가도 된다고 말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이렇게 잠깐 돌아서 간다면 이 주변을 돌아볼 때 발견했던 그 신기한 시커족의 건축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는 동안 이런 건축물 여럿을 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와 왕과 같이 왕립 고대 연구소를 방문했을 때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었다. 연구소의 시커족 학자들이 왕과 공주와 같이 그 근방에서 사적인 논의를 하고 있어서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막은 것이었다.
그런데 링크는 이를 보기는 커녕 데스마운틴의 몬스터들은 텃세가 굉장히 심한 것을 보았고 홀로 있는 하일리아인 하나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들의 영역에 나타나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주 태산이 되어버렸다.
그는 리잘포스가 내뱉은 시뻘건 불길을 피해서 옆으로 돌았다. 팔의 털이 다 타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상황이 안 좋았다. 안 그래도 그의 머리가 금발이라서 팔과 가슴에 털이 거의 없을 거라며 놀림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 얼마 없는 털마저 없어져 버릴 상황이었다. 그는 검을 리잘포스의 늘어난 목으로 내리쳐서 베어버렸다.
그의 뒤에서 모리블린이 거세게 울부짖는 것이 들렸고 간신히 옆으로 피해서 커다란 돌에 깔리는 것을 피했다. 그는 몸을 돌려서 이제 무장하지 않은 모리블린에게 덤벼들었다. 놈은 투실투실한 팔을 그에게 휘둘렀지만 그는 몸을 낮추어 그 팔 아래로 미끄러지고 모리블린의 겨드랑이에 검을 찔러 넣었다. 놈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고 그가 검을 더 깊이 박기도 전에 뒤로 물러났다.
뒤에서 큼지막한 쇳조각이 링크의 귀를 향해 날아왔고 그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이를 눈으로 쫓았는데, 충격적이게도 호를 그리며 그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옆으로 피했고 날이 선 부메랑은 그가 선 자리로 바로 돌아왔다. 그는 구르면서 땅에 내렸고 다른 리잘포스가 이를 잡아서 그에게 위협적으로 쉿 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다.
이 리잘포스들은 조라의 마을에서 본 종들과 달랐다. 더 키가 크고 영리했고, 코가 두껍고 이빨도 길었으며, 머리에서 시작해 꼬리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등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데스마운틴의 바위 지형에 쉽게 위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회색질의 피부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도 했다.
게다가 놈들은 강에 사는 리잘포스가 쓰던 무기보다도 더 훌륭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세 가지가 달린, 제 기능도 하고 있는 금속의 부메랑이 그 중 하나였다.
리잘포스는 팔을 뒤로 당기더니 다시 그에게 부메랑을 던졌고 그는 다시 옆으로 움직여서 피했다. 링크는 몸을 돌려 부메랑이 느리게 그리는 호를 보다가 숨을 들이쉬고 눈을 부라렸다. 그는 다시 옆으로 짧은 시간을 두고 피했고, 그 순간 모든 것이 잠깐 느려지는 것 같았다. 데스마운틴의 붉게 물든 공기에서 하나하나 빛이 나면서 돌아가는 각각의 날이 뚜렷하게 보였다.
링크는 검을 들어서 그를 다시 지나쳐 가는 부메랑을 내리쳐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의 뒤에서 리잘포스가 자신의 무기가 자신의 손에서 멀리 떨어진 땅으로 떨어져버리는 것을 보고 놀라는 소리를 질렀다. 씩 웃으며 링크는 몸을 다시 돌려 리잘포스에게 덤볐다. 리잘포스는 불을 뿜기 위해서 숨을 깊이 들이쉬었지만 그는 놈이 숨을 뱉을 틈을 주지 않고 열린 입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리잘포스의 눈은 충격과 고통으로 휘둥그레졌고 링크는 뒤이어 검을 뽑았다.
링크는 몸을 돌려 아까의 모리블린을 눈으로 쫓았다. 아까까지 당황하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떨어진 부메랑을 집어들어 링크에게 내던졌다. 하지만 날을 던진 각이 너무 커서 링크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그의 옆으로 스쳐 지나갔고 돌아올 때에도 그의 반대쪽으로 지나갔다. 모리블린은 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부메랑의 각 계산을 너무 못하는 바람에 부메랑이 자신의 손을 베어버리자 고통의 비명을 질렀고, 부메랑은 놈의 두꺼운 손가락 둘과 같이 땅으로 떨어졌다.
놈이 자신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그는 돼지 같은 모습의 그 몬스터에게 다가가서 놈을 올려다보고 있었고, 놈의 가슴에 검을 찔러넣어서 심장을 뚫었다. 몬스터는 몸을 한번 떨었고 그는 검을 뽑은 뒤 옆으로 물러서서 모리블린이 앞의 땅으로 쓰러지도록 두었다.
링크는 그의 주변의 학살을 바라보면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옆으로 쥔 그의 검에서는 여러 색의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맙소사, 그는 그 시커족 뭐시기를 보고 싶었던 거지 이러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은 살상을 할 필요가 있는 날이 아니었다. 뭐하러 이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었고 습격을 받는 농부나 마을을 구하러 나간 것도 아니었다. 어쩌다가 그들의 주거지로 걸어들어가서 그들을 다 죽여버린 것이었다.
그는 조금도 기사답지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링크가 이런 학살극을 벌였다는 것을 아버지가 알면 뭐라고 할 것인지 두려워졌다.
갑자기 그의 옆에 큰 함성과 함께 무언가가 땅으로 거세게 떨어졌다. 그 충격이 어찌나 세던지 땅이 세게 울려서 링크도 쓰러질 뻔했다. 그는 비틀거리다가 몸을 돌려서 자신의 근거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타난 다른 녀석과 맞설 준비를 했다. 설마 소문만으로 듣던 바위록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링크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놀랐다. 그를 노리는 다른 몬스터가 아니라 바위로 된 구덩이 한가운데에 서 있으며 큰 무기를 든 몸집이 큰 고론족 하나였다. 그 무기는 검은 아니었지만 검처럼 생겼었고 고론족의 양손 크기에 맞추어진 긴 손잡이와 끝이 무딘 두꺼운 날로 되어 있었다. 끝은 강철로 더 강화되어 있어서 마치 그 끝이 철 망치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무기가 광산에서 돌을 깨는 데에 쓰이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고론족은 거칠고 하얀 머리칼과 두꺼운 턱수염이 나 있었고, 그 눈은 진한 푸른색이었다. 그는 고론족이 샅바라고 부르던, 허리에 비틀어서 묶은 천 외에는 다른 옷을 입고 있지 않았지만, 가슴에 쇠사슬을 교차하여 차고 있었으며 그 교차점이 심장 바로 위에 있었다. 그 지점 한가운데에는 진한 빨간색의 루비가 고론족의 표식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친구, 걱정 말아! 다르케르님이 와서..." 고론족은 자신의 무기를 내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건 무슨 일이야?"
링크는 이제 길어지고 있었던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가 없어진 것을 다른 누군가가 알기 전에 시커족 건물을 보고 바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냥 밖에서 걷다가 갑자기..."
"잠깐, 얘들을 다 혼자서 처리한 거야?" 다르케르가 그가 만들어버린 구덩이에서 나오고 한 발로 머리가 잘린 리잘포스를 건드리며 물었다. "친구, 대단한데!"
다르케르 뒤에서 리잘포스 하나가 바위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어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링크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손을 내밀면서 앞으로 나섰다.
"조심해요, 저기..."
"난 산봉우리에서 네가 보이길래 내려왔지. 도움이 필요할까 싶었는데, 아무 문제 없었나보네!" 다르케르는 뒤에서 리잘포스가 창을 든 채로 그를 노리고 있는 상황을 정말로 모르는 모양이었다.
"뒤를 봐요!"
다르케르는 인상을 찡그리고 나서 몸을 돌렸는데 너무 느리게 돌리고 있었다. 굉장히 느리게 돌리는 것이었다. 링크는 검을 내던지고 떨어진 부메랑을 집어들었다. 리잘포스는 쉿 소리를 내더니 공중으로 뛰어서 창을 무방비한 다르케르의 등으로 찔러넣으려 했다. 링크는 바로 부메랑을 내던졌다.
부메랑이 공중에서 돌면서 날아가서 다르케르의 어깨를 지나쳤고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엉 소리를 내었다. 부메랑은 리잘포스의 얼굴에 맞아서 몸이 뒤로 날려졌고, 다르케르에게 창 끝으로 공격을 가하지도 못하고 발로 몸을 쳐버렸다. 리잘포스는 숨이 끊어진 채로 땅에 떨어졌고 창도 옆으로 떨어졌다. 고론족은 자신보다 훨씬 작은 리잘포스와 몸을 부딪혔을 때 살짝 움직이기만 했고 그는 그 쓰러진 녀석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다르케르는 다시 링크를 놀란 푸른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조금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친구...날 구해줬네!"
"링크입니다. 그게 제 이름입니다."
"링크라?" 다르케르가 턱수염에 손을 얹고 문지르며 말했다. "링크, 그거 알아?" 그는 앞으로 다가가더니 링크의 등을 세게 쳤고, 어찌나 아픈지 그는 무릎으로 넘어져 버렸다. "아, 미안. 그런데 네가 날 구한 최초의 하일리아인일 것 같아. 그 정도면 나에게는 괜찮지!"
링크는 아픈 것을 느끼며 억지 미소를 지었고 일어섰다. 그는 검을 들고 모리블린의 옷 일부로 검을 닦고 칼집에 넣었다. "고맙네요. 다르케르라고 했죠?"
"그렇지!"
링크는 다르케르라는 이름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었다. 다르케르는 고론족 사이에서 굉장히 대단한 전사라고 명성이 높았고 데스마운틴과 추낙 고지 곳곳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었다. 다만 링크에게는 신기하게도, 이러한 대단한 전사가 다른 고론족 전사들과 하일리아인 기사들과 같이 회의를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뭐...도와주러 오셔서 고맙네요, 다르케르."
"걱정할 것 없어." 다르케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형제, 이제 마을로 돌아가자고. 아까까지 봉우리에서 로스 바위를 찾고 있었는데, 다시 위로 올라가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야. 배고파?"
그가 몸집이 큰 다르케르를 보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애초에 종사였던 링크는 늘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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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기억이 링크의 머리 속에 빠르게 지나갔다. 그는 둘이 어떻게 도시로 내려갔고, 다르케르가 다른 기사들에게 링크가 그 몬스터들을 쉽게 상대한 것을 말하여 그를 영웅 대접을 한 것도 기억했다. 그날 저녁에 식사시간이 되자, 다르케르는 링크가 그의 옆에 앉을 수 있도록 강하게 주장해서 기사들과 고론족 전사들 사이에서 식사하는 유일한 종사가 되어 있었다.
링크가 다르케르의 새 형제가 되어 있었으니, 그의 곁에서 식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형제, 괜찮은거야고로?"
링크는 눈을 조금 끔벅이고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볼든이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동안이나 다르케르의 기념 조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볼든, 예, 괜찮아요. 그냥 예전에 왔던 기억이 다시 생각이 나서요."
"온 적이 있다고로?" 볼든은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온 적이 없다고 한 것 아니었어고로?"
"꽤 오래 전이라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볼든은 그의 설명에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이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자, 어서와고로! 고론 시티에 지내는 동안 묵을 곳을 알려줄게고로."
"트레이 형님, 손님 왔어요고로!" 민박 데굴데굴의 주인인 나이가 더 든 고론족 보이콘이 어깨 너머로 불렀다. 그는 링크에게 씩 미소를 짓고 볼든이 링크를 안으로 데려가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마사지 원하시면 말해요고로. 하고 나서는 꽤 편할거예요고로."
링크는 고론족의 마사지가 꽤 고통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여관 안의 다른 고론족이 씩 미소를 지으면서 그를 불렀다.
트레이는 보이콘처럼 더 나이가 있는 고론족이었다. 그의 이마에 주름이 잡힌 것과 등이 조금 굽은 것으로 바로 알 수가 있었다. 등의 바위 질감은 볼든보다 더 뚜렷했고, 링크는 이것 역시 고론족의 나이를 나타내는 것 중 하나인지 조용히 생각했다. 그의 흰 머리는 작은 상투로 올려묶어 있었고 그의 수염은 가벼우면서 옅었다.
"민박 데굴데굴에 온 걸 환영해고로!" 그가 보통과 같은 고론족의 패기로 말했다. "오랜만에 보는 하일리아인이네고로. 지난주에는 겔드족이 왔는데, 금방 갔어고로. 너무 뜨겁대고로!" 트레이는 이에 껄껄 웃었고 링크는 트레이가 농담을 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의 웃음이 잠잠해지자 그는 앞으로 몸을 기대었다. "그래서, 머무를 거지고로? 걱정 안 해도 돼고로. 푹신한 침대도 마련해두었고, 자리끼 물약도 준비되었어고로."
링크는 도시에 들어가자마자 첫번째 물약을 마셨었다. 진흙 같은 질감에 맛도 고약했지만 그 효과는 바로 느껴졌다. 열기는 그대로 느껴졌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을 정도는 된 것이었다.
링크는 방 하나에 머무르겠다고 했고 이에 볼든은 그의 등을 세게 쳐서 넘어뜨릴 뻔했다. "형제, 잠깐만 기다려고로. 짐을 가져와 줄게고로. 그러고 나서는 더 구경시켜 줄게고로."
"고맙군요, 볼든." 링크는 그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며 말했다. 그는 트레이에 몸을 돌려 빨간 루피 하나를 상에 올렸고 트레이는 이를 받았다.
"그럼 마사지도 추가할래고로?"
"아뇨, 괜찮을 것 같아요." 링크는 밖에 서 있는 보이콘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몸집이 큰 보이콘은 링크가 불안하게 보는 시선을 모르는 듯이 손깍지를 몇 차례 비틀었다.
"손님, 고론족 마사지는 처음이야고로?" 트레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고로! 거의 안 아파고로."
거의라니...
"딱딱한 돌침대에서 하는데, 온 몸을 눌러줘서 긴장을 다 풀어줘고로. 장담하는데, 익숙해지면 하나도 안 아파고로. 솔솔 잠이 올 정도야고로! 그리고 다 하면 죽은 듯이 자고 나서 일어나면 정신이 멀쩡해고로. 어때고로?"
"다음에 받죠." 링크가 말했다. "지금은 제 짐 내려놓고 신수 바 루다니아에 대해서 말해볼 누군가를 찾아야 해서요."
"루다니아라고?" 볼든이 한 손으로 물통을 쥐고 다른 손으로 링크의 다른 짐을 들고 다시 여관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루다니아까지 데려가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고로."
링크는 볼든에게 고론 시티에 온 목적을 숨긴 것이 조금 미안했다. 델리아가 배신한 것의 여파로 인한 불신이었거나, 그 뒤에 따라올 질문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기 싫었거나, 이 둘 중 하나였다. 다만 이제 왔으니 자신의 이유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온 겁니다." 그가 말했다. "루다니아가 데스마운틴을 마구 자극하는 것을 막고 재앙 가논의 손아귀에서 해방하려고 하는 겁니다."
볼든과 트레이가 영문을 모른 채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마구 웃기 시작하자 링크는 말을 다르게 해야 했는지 속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들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형제, 반장은 루다니아에 다가가는 것도 허락 안 할거야고로." 웃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볼든이 말했다. "우리 고론족이 가는 것도 허락 안 해고로."
"그 말이 맞아고로." 트레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에게도 꽤 위험해지고 있어고로. 계속 분출구가 새로 생기고 낙석도 떨어져서 무사하지 못 할거야고로."
"그러니까 온 겁니다." 링크는 답답함을 숨기려고 하면서 말했다. 차라리 오늘은 조용히 있고 내일 제대로 말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몰랐다. 등산하는 데에 사흘이나 걸려서 오늘은 신수를 공략할 몸이 아니었던 것이다. "족장이신 분에게 말할 수 있게 해 주시면 됩니다."
두 고론족은 서로를 이상한 듯이 보다가 볼든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래고로. 데려가는 줄게고로."
볼든은 여관 밖으로 링크를 이끌어주고 고론 시티의 반대쪽, 입구와 먼 쪽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들은 경사면 위쪽에 서 있는 이상한 건물에 다가갔다. 건물은 대부분 큰 판 형태의 검은 화산암이 움막 형태로 서로 기대어 쌓여 있는 형태였다. 그 꼭대기에는 고론족의 상징 표식이 새겨진 거대한 검은 바위가 있었다. 노란 다이아몬드 형상 위에 삼각형 셋이 나열되어 있는 형태의 표식이었다.
그들이 도착하자 볼든은 링크에게 그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하면서 그 건물에 먼저 혼자 다가갔다. 링크는 그 건물 앞에 서 있으면서 자신 주변의 도시를 신기하게 돌아보았다. 이 도시는 그에게는 꽤 낯익었는데 자세히는 몰랐다. 다시 그의 기억들이 각양각색의 자극으로 인해 무작위로 나타나고 흘러갔다. 그런데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순간만큼은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링크의 허리 정도의 크기인 어린 고론족이 도시로 내려오는 경사를 굴러오는 것을 멈추고 그를 유심히 보았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성인으로 보이는 고론족이 다른 고론족을 등으로 치고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보았다. 둘은 대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나마 100년 전의 그를 알고 있다고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그는 고론족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마 링크를 아는 고론족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 이 지역에 그가 진정으로 낯선 이라는 생각이 들자 느낌이 미묘했다. 그동안 그가 갔던 다른 여러 곳에는 그의 정체를 알고 이를 증언해주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던 것이었다.
볼든이 다시 돌 움막에서 다른 고론족과 같이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뒤였다. 이 고론족은 나이로 몸을 굽히고 있어서 볼든보다 키가 더 작아 보였지만 그는 늙고 허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굉장히 몸집이 크고 힘이 세 보였다. 근육만으로 따지면 볼든보다도 더 컸다. 그의 팔은 링크의 몸보다 더 두껍고 길었으며, 손은 그의 몸통을 한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정수리는 대머리였지만 눈썹 높이에서 하얀 머리가 둥글게 나 있었고 이는 네 갈래로 묶은 길고 두꺼운 턱수염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는 눈이 하나만 멀쩡했다. 다른 눈은 오래된 상처를 그렇게 많이 덮지 못하는 안대가 가리고 있었다.
볼든이 고론족의 반장이라고 부른 이는 굉장히 드세 보였다. 특히 그가 어두운 눈빛을 띤 하나의 눈으로만 링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형씨, 올라가서 루다니아를 보고 싶다고?" 그의 목소리는 짙고 거칠어서 고론 시티 곳곳에 울리는 것 같았고, 이에 주변이 바로 조용해졌다.
링크는 잠시 머뭇거린 뒤에 자신의 말을 꺼냈다. "예. 저는..."
"안돼." 고론족 반장은 그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잠깐만요!"
반장은 그 자리에 멈추고 그는 큰 한숨을 내쉬자 어깨가 들썩였다. 그는 링크를 다시 보았고 그러는 동안에 그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통증을 느낀 듯한 인상이 지나갔다. "형씨." 그가 알아보지 못할 표정으로 링크를 보며 말했다. "루다니아를 보러 가는 거는 누구라도 허락 못해. 고론족한테도 너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최선은 쫓아 보내는 거야."
링크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고론족 반장에게 다가가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신수에 타야 합니다. 그러면 이를 해방하면서 동시에 데스마운틴을 더 자극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반장은 코웃음을 한번 폈다. "데스마운틴은 화산이야, 형씨. 늘 불안정해. 루다니아는 그냥 조금 산을 돋울 뿐이니까 그냥 쫓아 보내면 문제 없어."
"그건 재앙 가논이 조종하고 있는 거라..." 링크는 말을 꺼냈지만 고론족 반장은 손을 그저 저으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링크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더 나아가서 고론족의 팔에 손을 얹었다. "전 다르케르를 압니다."
반장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그의 눈으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뭐라 했나?"
링크는 험상궂은 고론족의 표정을 올려다보았다. "다르케르를 압니다. 그는 제 친구였습니다." 그는 얼마 뒤에 잠시 머뭇거렸다. "저를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반장은 알아보기가 어려운, 금방이라도 변할 것 같은 표정으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다른 고론족도 유심히 듣는 것 같았다.
"제 이름은 링크입니다. 재앙 가논을 토벌하는 임무를 맡은 하이랄의 영걸입니다. 저희가 100년 전에 했어야 하는 일을 마치려 합니다. 루다니아는 재앙 가논이 생성한 피조물이 조종하고 있고, 다르케르의 영혼이 그로 인해 그 안에 갇혀 있습니다. 이를 해방시킬 것입니다. 루다니아와 다르케르 모두를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할 말을 다했다. 모두가 그를 보고 있었지만 그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도시 곳곳에 흐르는 마그마의 소리가 전부였다. 고론족 반장은 링크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흥 소리를 내고 따라오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그는 몸을 돌려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지만, 더 들어가기 전에 볼든을 돌아보았다. "윤돌을 찾아서 데려와."
"예, 반장님!" 볼든은 패기 넘치게 대답했다. 그 목소리로 고론 시티의 침묵이 깨졌고 링크는 다른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며 공기에 낮은 울림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링크는 계속 낯선 이로 유지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인상을 쓰는 것을 참아냈다.
고론족 반장의 집으로 들어가자 그는 그 안이 밖보다 더 뜨거운 것을 느꼈다. 방염 물약을 먹었는데도 불편하게 뜨거웠다. 왜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방의 가운데에는 왕좌와 비슷한 모습으로 금속이 서로 용접된 형태의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양 옆에는 마그마가 작은 폭포처럼 흘러내려 왕좌 아래에 고여 집 아래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고론족 반장은 그 열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는 왕좌에 걸어가서 크게 끙 소리를 내면서 앉았고 앉는 동안 편한 듯이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뜨자 그는 다시 링크를 바라보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호의적인 것 같았다.
"이름은 브루도야, 형씨." 고론족이 말했다. "링크라고 했나?" 링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브루도 앞에 섰다. "다르케르님이 수련 일지에 이름을 써 놨더라고. 한번은 목숨을 구해주었다고도 했더군."
"다르케르를 알고 있었습니까?" 링크가 호기심에 물었다. 그 말을 듣자 더 나이가 들어보였다.
고론족 반장은 콧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난 몰랐는데, 아버지는 알고 계셨어. 다르케르님의 큰 조각을 새긴 게 아버지였거든." 그는 그리운 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링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다시 다 말해주겠나? 영걸들은 다 진작에 죽은 줄 알았거든."
링크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른 고론족이 듣지 못하는 곳에서 이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그는 그가 그동안 했던 여행들을 단축해서 브루도에게 설명했다. 회생의 사당에서 깨어나서 조라의 마을에 가서 신수와 미파를 가논의 지배에서 풀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시커 스톤 외에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브루도는 거기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몸집이 큰 고론족이 그의 말을 유심히 듣는 것으로 보아 이를 믿는 것 같았다.
링크가 자신의 말을 마치자 브루도는 생각에 잠긴 듯이 그의 턱수염을 튕겼다. 얼마 뒤에 고론족 하나가 방에 들어섰다. 그는 브루도보다 한참 젊어 보였다. 근육이 있기보다는 더 둥글어 보였고 머리에는 작은 흰 머리털만이 나 있었다. 그의 눈은 밝고 푸르게 보였고 더 뚜렷한 눈썹은 링크를 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이마 높이 솟아 있었다.
"반장님, 무슨 일이예요꼬로? 남쪽 채굴장으로 방금 가서 반장님의..."
링크는 고론족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그가 입은 것에 눈길이 갔다. 고론족의 낯익은 표식이 새겨진 연한 하늘색의 천이 그의 목에 걸려 있었다. 그는 그 천을 알고 있었다. 기억까지 하고 있었다.
Notes:
N.B. 1) Goron adults in the Korean translation add the word '~고로' at the end of their lines, and youths add the word '~꼬로', with the exception of Daruk. This was accommodated to fit it in.
2) Dodongos do not exist in Breath of the Wild, but the fiction added them, so it is accomodated.[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Dodongo = 도동고
Pebblit = 돌록 (They are written as 'Pebblit'. Judging by the description, I determined them to be Stone Pebblit./데스마운틴에는 화염록만 있지만, 소설에서 돌록처럼 묘사되어 있어서 그렇게 번역합니다.)
Talus = 마그록 (They are written as 'Talus'. Judging by the region, I determined them to be Igneo Talus./데스마운틴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마그록으로 판단해 번역합니다.)
Gortram Mountain = 트런산 (Gortram Cliff is here, but there is no Gortram Mountain, so I brought the name./트런 절벽은 있는데 Gortram Mountain이라는 것은 없어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Monument Rock = 조형 바위 (Name not in map, directly translated./지도에 없는 표현으로, 직역합니다.)
Rollin' Rock Inn = 민박 데굴데굴[Name glossary]
Boldon = 볼든
Volcon = 보이콘
Tray = 트레이
Yunobo = 윤돌
Bludo = 브루도
Chapter 26: 24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그대들을 하이랄의 영걸로 임명하고 그 옷을 내리노라. 그 푸른색은 우리 왕가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유서 깊은 색. 그리고 그것들을 만든 것은, 나의 딸, 젤다."
"정말 사실일까요?" 링크가 지금 그가 입은 푸른색의 상의를 손가락으로 조금 잡고 그 색을 보면서 말했다. "젤다 공주님이 이것을 직접 만드셨다는 것 말입니다."
"그럴 것 같은데." 다르케르가 그의 허리에 찬 푸른 천을 잡아 보면서 말했다. "하일리아인 여자들이 늘 하는 것이 그런 길쌈 일 아닌가?"
링크는 이 말에 웃었다. "그런 말은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다르케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그의 팔을 어루만졌다. 그는 어떤 때에는 정말 눈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링크가 그의 곁에 있는 것을 편하게 여겼다. 다르케르는 모든 말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다.
그는 다시 그가 입은 푸른 옷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제 거는 만들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형제, 왜 그렇게 생각해?"
"절 별로 안 좋아하니까요." 그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그는 조금이라도 편해지려고 등 뒤의 검을 조정했다. 검이 등에서 계속 헐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옛 검이 그리웠다. 그 검이라면 시선을 잔뜩 받지 않는 것이었다.
"에이, 그런 말 말아." 다르케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가 링크의 등을 세게 치는 바람에 숨이 갑자기 막혔다. "안 좋아하기는 무슨, 그냥 압박감이지! 공주시잖아. 그 자리면 늘 압박을 받지."
링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친구를 보았다. 대체 어떻게 못 알아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젤다 공주가 그에게 시선을 주는 날에 그 시선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각각의 영걸들을 늘 그러했던 온화함과 친절로 맞이하고 그들의 옷을 주었지만 링크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냥 퉁명스럽게 링크 씨라고만 부르고 그의 손에 옷을 던져주고 다시 다른 이들을 돌아본 것이었다.
그 하루는 꽤 괜찮게 시작했다. 오늘은 축하를 하는 날이었다. 하이랄 성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하늘색의 기를 내걸었다. 영걸 임명식이었다. 링크는 다른 기사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목욕을 했었다. 그가 임명식에 참가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공무가 잠시 미루어졌기에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근래에 그렇게 홀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에 영걸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조라족 대표단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화려함을 갖춘 행진으로 도착했는데, 미파를 필두로 강을 따라서 다채로운 색으로 헤엄쳐서 왔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뛰어오르자 물에 젖은 조라의 비늘이 보석처럼 아침 해에 반짝였다. 미파가 강에서 나오자 그녀는 왕과 젤다 공주를 먼저 알현하고 바로 링크에게 눈이 향했다.
뒤이어 고론족이 대지를 구르는 바위처럼 도착했다. 그들은 하이랄 성 시내의 한가운데까지 굴러들어왔다. 조라족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그렇게 큰 모습들이 빠르게 도착하는 광경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꽤 위협적이었다. 다르케르가 몸을 풀었을 때에는 그는 격식 그 이상으로 미소를 크게 짓고 왕의 손을 잡고 악수하였다. 그런 다음에 젤다 공주를 끌어안았는데 그날의 가장 불편한 광경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의 큰 몸집에 압도된 채로 그의 팔을 그저 간신히 어루만질 뿐이었다.
리토족은 그 뒤에 고론족을 바로 따라왔다. 그들은 여러 색의 천을 들고 오면서 하늘을 갈랐다. 이 천을 이용해서 그들은 하이랄 성 시내에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하늘에 무지개와 다른 여러 형상을 그렸다. 리발은 다른 이들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서 지붕 바로 위로 낮게 날아 아래에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사탕과 꽃을 던져주었고 그들은 즐거운 소리를 질렀다. 리발이 마침내 착지했을 때에는 뽐내는 듯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양 날개를 펼치며 앉았다. 그런 뒤에는 왕과 젤다 공주를 깊은 목례와 날개를 펴는 것으로 인사하다가 링크의 눈을 보았는데, 그 눈에는 경멸이 섞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겔드족이 도착했다. 키가 크고 마른 사막의 말들을 타고 온 그들은 대표단보다는 군부대처럼 도착했는데, 모두가 굽은 칼과 보석이 박힌 방패로 무장한 채로 하이랄 성 시내를 빠르게 달려온 것이었다. 겔드족 여성들은 여러 색의 옷을 입고 있었고 한 나라를 세울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의 수의 장신구를 하고 있었다. 우르보사가 그들의 필두로 성의 입구에 다가갔고 딱 맞게 말을 진정시키자 햇빛이 그녀의 새빨간 머리를 비추게 되었다. 그런 뒤 그녀는 말에서 내려 공주와 왕에게 다가가서 칼을 빼 들고 내민 두 손에 쥔 채로 목례하였다. 그녀가 다시 일어서자 링크는 그녀와 젤다 공주 사이에 장난스러운 눈빛이 오고 간 것을 보았다고 확신하였다.
그 뒤에 있던 일은 링크가 여기 있기 싫다는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왕의 시커족 보좌관이자 수석 사관이었던 임파가 이제는 눈 감고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들은 역사를 다시 말하고 있었다. 고대의 재앙 가논과의 전투와, 이를 제압하기 위해 쓰인 시커족 기술과, 용사와 공주와 네 영걸들의 역할과, 최종적으로는 그 마수의 봉인까지. 이 이야기는 좀 불편한 이야기였는데, 그들의 성공을 보장하는 모든 것이 다 있었지만 하나만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분명히 가장 중요한 것인, 재앙 가논을 봉인할 힘을 가진 공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없다면 그들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개 중의 젤다 공주의 자세만으로도 그녀가 느낀 부담감을 읽을 수 있었다. 링크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등에 마스터 소드를 메고 있기는 했지만 그 마수와 싸울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들으면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 말을 공주에게도 할 수 있으면 했다. 하지만 그가 성의 복도나 마당에서 조금이라도 말을 하려고 했을 때에는 그녀는 그저 퉁명스럽게 대했거나 그가 말을 할 자신감을 내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생각보다 더 곤경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고 뭐가 변할 리도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를 터 놓을 수 있는 다른 이를 고르라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다르케르가 분위기를 조금 환기해 주었다. 이 과정을 듣는 동안에 그가 임파에게 질문을 던지는 유일한 이였다. 그 중에는 이 재앙 가논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큰 마수인지, 하일리아인의 신수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며 정말 없는 것인지, 그리고 시커족의 신수도 없는지 등등이 있었다. 다르케르의 의도는 확실히 몰랐지만 그 질문들 덕에 분위기가 어느 정도 환기되었다.
그 과정 이후에 준비할 수 있도록 마련한 방에서 젤다 공주가 각각의 영걸에게 옷을 주었다. 그리고 링크와 젤다 공주를 포함한 각각의 영걸이 보스포라무스 왕에게 모두 협력해서 재앙 가논을 무찌르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는 그들을 하이랄의 영걸로 임명하고 젤다 공주가 그들을 이끌라고 지시했다. 그 순간에 가장 눈에 띈 것은 젤다 공주만이 영걸의 복장을 입지 않고 대신에 왕가의 푸른 드레스 차림이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달랐던 것으로, 비슷하면서도 눈에 띄게 달랐다.
모든 임명식은 진지함과 축하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최소한 두 명에게는 그렇게 좋은 경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형제?"
그가 다시 정신이 돌아왔을 때 다르케르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그를 보는 것이 보였다. "아, 죄송해요. 정신이 좀 흐트러져서요 그게..." 링크는 한숨을 쉬었다. "모든 게요."
"밥이라도 좀 먹지 그래? 그러면 난 늘 기분이 맑아지는데." 다르케르가 점잖게 고개를 끄덕였다.
링크는 다르케르의 상냥함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어떨 때에는 좀 단순했지만 그래도 그는 다르케르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다르케르에게 모든 일은 그저 간단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는 다른 이들이 그를 어떻게 볼 것인지나 내일 무엇을 할지에 대한 걱정을 조금도 하지 않고 매일에 열심이었다. 링크는 그처럼 살 수 있기를 바랐다. 사실 마스터 소드를 뽑기 전에는 그런 삶이었다. 간단한 삶이었는데 그 삶이 그리웠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까의 축하연에서 그렇게 맘 편하게 먹지 못했어요. 저를...모두를 보는 시선이 너무 많아서요."
다르케르는 그의 흰 눈썹을 치켜 떴다. "그래? 난 그냥 평소처럼 먹었는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거였나?"
다르케르는 체면을 차리지 않고 먹었었다. 이빨로 돌을 굉장히 큰 소리로 씹어서 연회장에서 그들이 앉은 기다란 식탁에서 대화하는 것조차도 어렵게 만들었었다. 물론 대화할 여지야 거의 없기는 했다. 링크는 다른 귀족들과 중요 내빈들이 다르케르를 못마땅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르케르는 이를 알지도 못했고 알았다 해도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아뇨," 링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입맛이 돌지가 않아서요."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건데. 어디 아픈 거야?"
"그럴지도요."
"그러면 미파한테 가봐!"
"미파도 이거는 치유를 못 시킬 것 같아요." 링크가 가슴에 걸쳐진 마스터 소드를 묶은 가죽끈을 건드리면서 말했다.
다르케르는 링크를 그 푸른 눈으로 바라보았고 링크는 갑자기 다르케르가 그를 다 알아본다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다르케르는 꽤 직설적이고 단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눈치가 어떨 때에는 꽤 빨랐다.
"그분하고 말을 나누어 보기는 했어?" 그가 마침내 물었다.
링크는 귓불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다르케르는 늘 문제가 뭔지 아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손을 다시 그의 양 옆으로 내렸다. "예..."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아뇨, 별로요. 제가 근처에 있으면 그 분이...뭐, 제 말처럼, 절 별로 안 좋아한다고요. 제가 말을 거는 것조차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는 마지못해 한마디를 더 붙였다. "제가 말을 해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우린 다 영걸이야. 이제 사실상의 한 가족인데."
"다르케르...차차 봐야죠. 제가 그 분의 곁에 늘 있을 이유도 없어요. 그 분은 공주시고 저는 기사죠. 아버지처럼 근위대에 든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제가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고요." 그는 밖에 나서는 것을 더 좋아했고 딱딱한 복도 안에서 근무 서야 했던 때를 굉장히 싫어했다.
"모르지, 젤다 공주님의 호위 기사가 될지도. 이 땅의 최고의 검사를 고른다고 했으니까."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눈을 감았다. "그건 알아요. 하지만 저를 고른다고 하면 반대할걸요. 다른 사람을 정하라고 할 거고요."
다르케르는 링크의 어깨에 큰 손을 얹고 힘을 한번 주었다. "형제, 차차 될 거야. 그 분도 마음을 열겠지. 광석 안에는 늘 보석이 있으니까."
링크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들이 선, 왕궁 정원의 성 밑에 있는 돌 정자의 반대쪽으로 갔다. 그는 기둥 하나에 기대서 높이 위쪽에 있는 젤다 공주의 방과 탑을 올려다보았다. 그녀가 우르보사와 같이 가교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링크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 바로 고개를 돌려서 그의 앞에 펼쳐진 대지를 바라보았다. 하이랄의 대지는 무한히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실패한다면 이러한 아름다운 야생의 땅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란 말 것인지 생각이 두려웠다.
"자, 내 생각을 말해줄까?" 다르케르가 그의 턱을 문질렀다. "내 말을 들어봐. 넌 마스터 소드를 뽑고 나서 바로 영걸이라는 칭호를 얻었지?"
링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를 다시 보았다. "어...그렇죠."
"그러니 넌 우리랑은 다르게 선택권이 없었던 거고."
"그렇죠." 링크는 입술을 더 깨물었다.
"그런데 사실 공주님은 우리 각각에게 와서 영걸이 되어 달라고 부탁을 했었어. 분명 너에게는 그런 말을 할 기회도 없었을 거야."
"다르케르...부탁할 것도 없었습니다. 저는 검을 뽑았으니, 선택받았다느니 뭐라느니 그런 말만 있었습니다." 운명의 소년, 퇴마의 검에 선택받은 자, 하이랄의 용사 등등이 붙었다.
"그래,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권유를 했어.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되었잖아? 하지만 넌 그런 부탁을 못 받았지."
"그러니까 저를 원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아니, 검이 뽑히기를 원하지 않은 거지." 다르케르가 안다는 듯이 씩 웃었다. "네가 뽑기를 원하지 않은 게 아니라." 링크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다. "뭐, 그러면 공주님을 따로 불러와서 임명식을 하든지 해야겠네. 그러면 더 제대로 공식화 될 거니까."
"하지만 폐하께서 저를 임명했고, 제가 임명식에서 이미 받지 않았습니까."
"공주님이 한 것은 아니잖아." 다르케르는 손뼉을 한번 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만! 오늘 공주님께 말하겠어. 모두 다 가서 너에게 하일리아인의 영걸이 되어 달라고 따로 공식적인 권유를 하는 거야. 그러면 일이 해결되겠지."
링크는 그가 이를 해결할 수 있기나 할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다르케르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일을 복잡하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었으니 아마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몰랐다. 의심스러웠지만 그래도 혹시 몰랐다. 물론 공주가 그런 일을 맡으려 할지는 잘 몰랐다. 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확실했던 것이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람으로 가득한 하이랄 성 시내 건너의 하이랄 평원과 저 멀리 시작의 대지를 바라보았다. 꽤 멀었지만 그래도 흐릿한 모양으로 볼 수는 있었다. 그는 그의 등의 검이 필요해질 때가 한참 뒤이기를, 그걸 넘어서 필요해질 일이 아예 없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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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돌은 몸집이 큰 다르케르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다르케르는 우람하고 힘이 세 보였지만 윤돌은 그의 몸집에 비해서 더 작아 보였다. 다르케르는 목소리가 우렁차고 재미가 넘쳤으며 링크를 웃게 해 줄 수 있었지만, 윤돌은 조용하고 소심하며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링크가 이 어린 윤돌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수년 전에 다르케르가 입었던 그 옷을 그가 입고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100년 전의 그 옷의 의미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젊은 윤돌은 다르케르의 손자였다. 링크는 다르케르에게 자식이 있었다는 것은 잘 몰랐는데 아마 그냥 기억을 못하는 것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다르케르는 미파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가진 자그마한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가 다르케르의 후손이라는 분위기는 조금도 풍기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민박 데굴데굴의 침대에서 뒤척였다. 마치 방염 물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듯 방 안의 온도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침구에 누워 있어도 링크는 땀이 나서 조금도 편히 있지 못했다.
브루도는 윤돌에게 링크가 루다니아를 보러 갈 때 같이 가라고 강하게 말했었다. 링크나 윤돌 누구도 이를 달갑게 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윤돌은 이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브루도의 말에 의하면 윤돌은 그들이 질이 좋은 로스 바위를 얻기 위해 가는 지점에 루다니아가 너무 가까이 올 때 쏘는 대포를 조작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신수에 대포를 충분히 발사하면 데스마운틴의 분화구 안으로 다시 들어갈 것이고, 링크가 패러세일을 보여주자 그 지점으로 들어가면 쉽게 올라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오는 법까지는 확실하게 알려줄 수가 없었지만 링크는 괜찮다고 했었다.
링크가 루타가 그와 시드를 공격했던 때를 떠올려서 다른 위험 요소가 있는지 묻자 브루도는 껄껄 웃으면서 윤돌의 등을 두드렸다. 그는 윤돌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은 충분하다고 하면서 더 반박할 거리는 없다고 말했었다.
사실 링크도 반박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고 당장 윤돌을 마주하자 떠오른 각종 기억이 그의 생각에 마구 돌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두 고론족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그의 생각을 혼자 정리하고 싶었다.
영걸, 공주, 링크에 대한 젤다 공주의 반감, 그리고 마찬가지의 감정까지. 대체 그 오래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서로 쌀쌀맞은 태도로 일관했단 말인가? 링크는 이를 알고 싶었다. 방금 본 기억은 힘의 샘의 기억과는 전혀 딴판이었고 그의 과거에 대한 두 기억이 서로 정반대의 성격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르케르의 말이 맞았는지도 몰랐다. 아마 링크는 젤다 공주에게 서로가 타고난 비슷한 운명에 대해서 털어놓으면서 가까워졌는지도 몰랐다. 아니면 봉인의 힘이 발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애수로 먼저 그녀가 다가왔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호위 기사가 되기 전에 이미 화해했으니까 그가 임관이 되었을 때에 그녀가 반대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최소한 기억 속의 그녀가 그랬기를 바랐다. 이걸 털어놓을 수 있도록 그의 곁에 다르케르가 있으면 했다.
그는 눈을 감았고 그 생각으로 인한 죄책감이 들었다. 다르케르와 미파, 둘은 그가 잘 알게 된 유일한 영걸 두 명이었다. 그들의 죽음 자체는 꽤 고통스럽고 비극적이었지만 그 둘에 대해서만 기억이 또렷했다. 둘 모두 그의 친구였는데 다 죽은 것이었다.
링크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서 다리를 모서리에 늘어뜨리고 발을 바닥에 대었다. 고론 시티의 땅을 이루는 뜨거운 돌에 발이 데이지 않도록 두꺼운 천이 깔려 있었지만 그래도 카펫 너머로 온기가 느껴졌다. 링크는 선반으로 다가가서 마찬가지의 회색의 진흙 같은 약물이 담긴 유리병 여럿이 있는 선반으로 다가갔다. 그는 병 하나를 열어서 물약을 들이키고 그 효과가 번지는 것을 느꼈다. 카펫의 열기가 줄어들었고 공기도 그렇게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땀이 갑자기 아까 전보다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링크는 그가 옷을 벗어 놓은 곳으로 가서 그의 상의와 바지를 입고 돌신을 신었다. 그는 최대한 조용히 여관에서 나와 침묵이 거의 감돈 도시로 나섰다.
고론 시티는 밤에도 주황빛이었다. 마그마가 하테노 마을을 두 구역으로 나누는 시냇물과 비슷하게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었다. 고론 시티 멀리 위에서는 데스마운틴이 최근의 분출의 흔적으로 빛나면서 서 있었다. 분화구는 안에 있는 용암으로 빛나면서도 연기가 분출되고 있었다. 위험해 보였고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는 끔찍한 생각이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깨어난 뒤에 여러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겼었고 가장 최근에는 암살도 당할 뻔했었다. 죽음을 더 이상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두려운 생각은 계속 돌았다. 내일은 신수 바 루다니아의 해방을 시도할 것이었다. 성공하거나 그 과정에서 죽을 것이었다.
그는 데스마운틴을 다시 바라보았다. 루다니아는 저기 어딘가에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었다. 실눈을 뜨면서 링크는 뜨거운 정상을 노려보았다. 그는 이미 죽음을 한번 경험했었다. 이제 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었다. 특히 그의 형제의 원수를 갚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르케르님에 대해서 잘 알아꼬로?" 윤돌과 링크가 조형 바위 주변의 길을 돌아서 가면서 데스마운틴을 향해서 가는 동안에 윤돌이 물었다. 고도가 높아지자 공기가 벌써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이미 거대한 용암의 호수를 지났었다. 이곳은 최고의 질을 가진 광석을 캐곤 했던 북쪽 채굴장이었는데 지금은 루다니아로 인해 폐광되었다. 용암 쇄류가 갑자기 늘면서 채굴장 여러 곳을 금방 막아버려서 분출을 막는다고 해도 이 채굴장을 다시 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었다.
링크는 윤돌을 다시 보면서 생각을 다시 더듬었지만 그래도 다르케르의 분위기를 보지는 못했다. "그래. 꽤 좋은 친구였지." 그는 다시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기억나는 것만 보면 말이야..."
윤돌은 알겠다는 듯한 소리 한번만 내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링크는 푸른 영걸의 옷만 입고 그 밑에 갑옷을 더 입지 않았다. 바 루타에서 그의 갑옷이 그를 별로 보호해주지 못했기에 별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긴 것이었다. 그 외에도 장갑을 끼고 두건으로 머리를 뒤로 묶어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그는 활과 화살을 챙겼고 그 중에는 로베리가 준 고대 병기 화살도 있었다. 그는 조라의 검을 민박에 두고 대신 허리에 고대 병기 검만 차고 갔다. 다만 심안의 방패는 등에 매여 있었다. 또한 거친 환경에서 잘 보호하기 위해서 패러세일을 가죽 가방에 따로 넣어 들고 있었다.
윤돌은 전날과 비슷한 복장으로, 영걸의 완장을 마치 수건처럼 목에 두르고 있었다. 고론족의 표식으로 깎인 루비는 영걸의 복장의 양 끝에 걸려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어깨에 큰 수통을 메고 다른 팔에 방염 물약이 들어 있는 더 작은 가방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링크는 이에 고마워했는데, 벌써부터 몸이 힘겨워지고 있는데 나머지 등산을 하는 동안에 몸이 더 무거워지면 어려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링크는 계속 조용히 올라서 주변의 메마른 땅을 돌아보았다. 식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생명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도마뱀과 곤충들이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이 뜨거운 바위를 거리낌없이 뛰어다녔고 다리와 목이 길고 그의 몸집 만한 이상한 종류의 새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 길에 몸이 더 큰 도동고들은 보이지는 않았다.
"그 분은 어땠어꼬로?"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 돌아보자 윤돌이 그의 눈을 내리깔면서 손가락을 자신의 다리에 툭툭 치는 것이 보였다. "그거는 사실...기억이 얼마 나지는 않아." 그런데도 그는 다르케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강하고...친절했고..."
"다른 이들도 다 그렇게 말하더라꼬로. 반장님이 조금 더 그분을 닮아 보라고 하는데, 어떤 분이었냐고 물어도 늘 강하고 친절하다고 했어꼬로." 윤돌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하지만 그 분이 한 개인으로는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더라고꼬로."
그런 것이었나...
링크는 윤돌에 대한 그의 태도에 조금 부끄러워졌다. 그는 다르케르와는 달랐지만 그래도 높은 기대감에 부응하는 것의 부담을 잘 알고 있었다.
"글쎄...내가 아는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것 뿐만이 아니라, 도와주고 싶어했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늘 찾고 싶어했고." 링크가 말하는 동안 그의 입에서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았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던 작은 일들이 갑자기 또렷해졌다. "그는 사람들을 늘 보호하려 했지.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우려고 뛰어들었어."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만난 거야."
"그 분이 구해줬어꼬로?"
"어..."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래. 사실, 서로가 구해줬지. 데스마운틴 어딘가였는데, 내가 혼자서 몬스터 여럿과 싸우는 것을 보고 도와주려고 산봉우리에서 곧바로 굴러 내려왔어."
"와...나도 그렇게 용감했으면 좋겠다꼬로." 윤돌은 데스마운틴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몬스터를 보면 그냥...얼어붙거든꼬로."
"다르케르는 개를 무서워했어." 링크는 그 말을 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응?"
"개 말이야." 그가 더 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개를 무서워했어. 아마도...반응은 너와 비슷했을 거야. 하이랄 성 시내를 걷는 거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개들이 늘 그를 쫓아다녔거든."
"하지만 개는 하나도 안 무서워꼬로! 이전의 교역소를 간 일이 있는데 본 적이 있어꼬로."
"누구든 무서워하는 것은 하나씩은 있지." 링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르케르에게는 개였어. 어릴 적에 쫓긴 적이 있었던가 그래."
머리 속에 기억이 새로 떠올랐다. 다르케르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하이랄 성 시내의 큰 분수에 등을 대면서 손을 가슴까지 올리면서 즐겁게 짖으면서 그에게 달려온 개 네다섯 마리를 쫓아보내려고 하고 있었던 그 모습이었다.
"괜찮은 거야꼬로?" 윤돌이 물었다.
링크가 그 기억을 눈을 끔벅이며 치우자 그의 눈가에 습기가 찬 것에 놀랐다. 눈물이 금방 말라서 짠 기운만 남았고 그는 이를 털어냈다.
"응, 그냥...나한테는 형 같았어. 생각이 나니까 그립네."
"나도 아빠 생각하면 그런 기분이 들어꼬로." 윤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즐거운 시절을 생각해꼬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갱도 사고. 남쪽 채굴장의 동굴이 바로 위에서 무너졌거든꼬로." 젊은 고론족은 링크를 바라보았다. "내가 꽤 어릴 때에 돌아가셔서 아빠에 대한 거는 잘 몰라꼬로. 하지만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즐거운 기억들이지꼬로."
"그래, 그러면..." 링크는 목을 고르려 했지만 목이 메여서 잘 되지 않았다. "그럼 나도 그래야겠네. 다르케르하고 있던 좋은 기억들을 생각하는 것 말이야."
윤돌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인상을 찡그렸다. "미안. 말하지 말았어야 했나봐꼬로. 친구였다는 것을 잊어버렸어서꼬로..."
"아냐." 링크가 고개를 거칠게 저으며 급하게 말했다. "그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말해도 괜찮아. 기억을...살리는 데에 도움이 되거든."
"아! 그러면 괜찮으면, 그 분에 대해서 조금 더 말해줘꼬로."
링크는 그에게 미소를 짓고 그의 부탁대로 설명을 이었다.
링크는 그들의 길을 막은 용암의 시내를 폴짝 뛰어넘었다. 검붉은 빛의 표면을 뛰어 넘어가는 동안에 엄청난 열기가 강타하는 것이 느껴졌다. 용암 시내를 건너고 나서 그는 윤돌을 돌아보았는데, 그는 그냥 아무런 망설임없이 발을 얕은 용암에 담그면서 걸어서 건넜다.
"고론족이 그럴 수 있는 줄은 몰랐네." 그가 윤돌이 발에서 남은 용암을 털어내는 것을 눈썹을 위로 올려 뜨면서 말했다.
"별로 나쁘지는 않아. 보다시피 많이 식었지꼬로?" 그가 용암의 표면의 대부분을 덮은 검은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헤치고 가는 일은 거의 없는데, 저런 작은 정도는 문제 없어꼬로."
"고론족은 데스마운틴에서 헤엄치는 일은 없나보지?"
"헤엄치는 게 뭐야꼬로?"
링크는 씩 웃었다. 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데스마운틴에서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들 위의 경사에 루다니아가 서 있는 것이 보이자 가슴이 철렁했다.
네 발에는 불이 항상 붙어 있었고 각각의 발가락이 번지는 불 아래에 가려져 있었다. 발은 마치 링크에게는 가디언을 연상시키는 길고 마디가 많은 다리의 끝에 있었는데 훨씬 더 컸다. 몸은 길고 가늘면서 위쪽은 거의 납작했고, 반대쪽에는 길고 꼭지가 뾰족한 둥근 머리가 있었다. 등에는 도마뱀같은 척추가 올라와서 여러 마디로 나뉜 꼬리로 이어졌다.
"어...이건 좀 안 좋은데." 윤돌의 목소리가 서서히 겁에 질리고 있었다. "우릴 봤나봐꼬로!"
루다니아는 한번 더 거세게 울부짖더니 붉은 눈이 있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서 꼬리를 산허리에 내리쳤다. 그러자 산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큰 바위와 반쯤 녹은 용암 덩어리를 허공으로 흩뿌렸다.
"뛰어!" 링크가 길을 따라서 달려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의 주변으로 돌이 쏟아졌다. 처음에는 그의 팔과 얼굴로 튀는 자갈 크기의 돌을 뿌렸다가 그의 머리 만한 크기의 바위가 그의 바로 앞의 땅을 강타했다. 그는 돌을 피했지만 그가 선 자리 바로 뒤에 다른 큰 돌이 내려 찍히면서 땅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공기가 먼지와 날아다니는 돌로 가득해졌다. 그의 주변에 돌과 바위가 땅으로 쏟아졌고 그 탓에 땅이 강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링크가 넘어질 뻔한 일도 많았다. 그는 바위 하나의 뒤로 숨었는데 갑자기 그의 팔이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그가 내려다보자 아래팔에 용암 한 방울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를 재빨리 털어내자 그 밑에 벌겋게 화상을 입은 자국이 보였다. 장갑의 끝을 보자 그러면서 가죽이 타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주변에 진동이 마구 울리는 내내 그는 그 바위 뒤에 숨어 있었다. 작은 집 크기의 돌이 갑자기 그와 그가 뒤로 숨은 조금 더 작은 바위의 옆을 굴러서 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저 돌이 그가 지금 숨은 바위를 받기라도 했다면...
윤돌...!
링크는 몸을 잽싸게 돌리면서 필사적으로 자신과 함께 길을 걸은 윤돌을 찾았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공중에 뜬 먼지로 인해서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찌르면서 링크는 바위 뒤에서 나와 입으로 손나팔을 가져다 대면서 그를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바위가 하나 더 굴러오는 것을 느끼자 링크는 바위 뒤로 다시 숨고 눈을 꽉 감았다. 그 바위는 다른 바위를 치고 같이 굴러내려갔다. 안심하듯 한숨을 내쉬며 링크는 다시 밖으로 눈을 돌려 윤돌이 어디로 갔는지 산길을 다시 보았다.
"윤돌!" 아직도 대답이 없었다. 이를 갈면서 링크는 다시 데스마운틴을 올려다보았다. 멀리 위에 있는 루다니아의 모습이 간신히 보이고 있었지만 지금은 돌과 용암을 쏟는 것을 잠시 멈춘 것 같았다.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 뒤에서 뛰어나와 다른 바위 뒤로 뛰어가서 숨을 죽였다. 하지만 울음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고 바위도 더 쏟아지지 않았다. 그는 한번 더 먼지가 자욱한 공기를 이용해서 뛰어나왔다. 그가 뛰어온 자리로 돌아갈수록 두려움이 더 강해졌다. 윤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머리 위에서 루다니아가 아까 일으킨 소동에 만족하는 듯 다시 울부짖더니 산허리를 걸어가면서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링크는 이제 제대로 내달리면서 돌과 용암의 못 사이를 뛰어가 길을 막아버린 돌무더기까지 갔다. 산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윤돌!" 그가 멈추면서 부르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간 거야꼬로?" 그의 목소리는 여러 무언가에 막힌 것 같았다.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링크는 그 목소리가 돌무더기 아래에서 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다려! 꺼내줄게!" 그는 돌무더기에서 헐거운 돌 여럿을 꺼내어 던져냈다. 돌무더기 밑에서 윤돌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잘 몰랐다. 다쳤는지도 몰랐다. 얼굴도 모르는 윤돌의 아버지일 것 같은 한 고론족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갱도 붕락 사고로 죽었다고 했었는데, 그 아들도 같은 처지에 놓일 거라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갑자기 돌들이 움직이고 떨리기 시작했다. 링크가 뒤로 물러나자 아래에 구멍이 생긴 듯이 바위 더미가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바위가 안으로 밀려 들어가자 가운데에 둥근 몸체가 링크의 눈에 띄었는데, 주변의 돌과 거의 구분을 못할 뻔했다.
"윤돌!"
윤돌은 고개를 들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일어섰다. 그는 손을 들어 하얀 머리에서 돌 조각을 털어내고 고론족의 표식을 바로 정리했다. "휴!" 그가 헐거워진 돌들 사이로 나아가며 말했다. "위험했네꼬로."
링크는 눈을 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네. 잠깐동안 네가..."
"아! 그래 그게..." 윤돌은 갑자기 쑥스러운 듯이 눈을 내리깔았다. "어...너도 무사해서 다행이야꼬로."
"루다니아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건가?"
"음, 다른 것들도 할 수 있어. 또 화산을 분출시킨 게 아니라서 다행이지꼬로."
링크는 루다니아의 등을 보면서 산 위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맙소사.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얼음 가시들이 그에게 쏟아지는 것이 더 양반이었다.
"더 갈 수 있겠어?" 링크가 윤돌을 보면서 물었다.
윤돌은 잠시 머뭇거리면서 신수를 올려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거의 다 왔어꼬로."
링크는 몸을 돌리고 다시 길을 따라갔고 윤돌은 이상하게 입을 다문 채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이미 물통과 물약들을 다시 챙긴 채였다. 그들이 이제 길 곳곳에 쏟아진 돌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동안 윤돌이 다시 말했다. "할아버지처럼 용감했으면 좋겠어꼬로."
"용기라는 거는..." 링크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속으로 계산하면서 윤돌을 돌아보았다.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야."
"넌 별로 두려움이 없어 보이는데꼬로."
링크는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 "나도 두려운 거는 꽤 있어."
"뭐 같은거?"
"실패 말이야."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돌다가 링크가 목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방금 우리가 죽을 뻔했잖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 일 이후에 바로 돌아갔을 거야. 하지만 넌 여기에 아직 있지. 그게 용기가 필요한 거야."
"그거는 그냥...도와주고 싶어서 그런거야. 나 혼자였으면 절대로 못해꼬로."
그의 말에서 다르케르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링크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왜 여기 있을 것 같아? 생각해봐." 링크는 웃으면서 방금 루다니아가 공격했을 때 숨은 바위를 가리켰다. "나도 여기 놀러 온 게 아니야. 사람들을 도우려 왔지. 그런 게 아니면 여기 오지도 않아."
윤돌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얼마 뒤에 다시 링크 곁에 서서 걷기 시작했다. 잘은 모르지만 마치 이제 그 더 키가 커진 것 같았다.
"이제 나와도 돼." 링크가 검을 끄면서 불렀다. 대포 곳곳에 리잘포스의 시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윤돌은 그가 숨어 있었던 바위 뒤에서 나와 주변의 상황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목적지였던 산에서 뻗어나간 바위 지형에 도착하자 리잘포스들을 마주한 것이다. 그 자리에는 돌과 쇠로 된 이상한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앞쪽에 긴 통로가 데스마운틴의 정상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리잘포스가 이 건물에 근거지를 틀었었는데 링크가 다가온 것을 알자 바로 달려온 것이었다.
뒤이은 싸움은 강하면서도 짧았다. 그의 기억 속에서 리잘포스와 싸우던 때의 전략을 생각하면서 링크는 놈들의 불길을 피하면서 빠르게 처리했다.
그는 몸을 낮추어 리잘포스가 떨어뜨린 무기 하나를 집었다. 기억 속에서 그대로 나온 것 같은 날이 선 부메랑이었다. 리잘포스가 이를 링크에게 던질 기회도 잡지 못하고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 검은 정말 대단하네꼬로." 윤돌이 다가가며 말했다.
링크는 그를 돌아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좋기는 하지. 고대 시커족의 기술을 연구하는 친구한테서 받은 거야."
"신수와 비슷해꼬로?"
"그래. 물론 그의 주력은 가디언과 그들의 무장이었어." 로베리는 가디언을 연구했고, 프루아는 시커 스톤과 사당을 연구했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임파는 사관이면서 고대 시커족의 문화에는 전문가였을 것이었다. 링크는 그러면 신수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또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몸을 돌려서 산 밖으로 리잘부메랑을 내던졌고, 이게 허공을 돌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날아가는 길을 지켜보고 그 경로에서 비켜섰다. 다가오는 것을 보는 동안 그는 숨을 늦추면서 다음을 준비했다.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 링크는 손을 뻗어서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잡아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우와!" 윤돌이 손뼉을 한번 치며 링크에게 씩 웃었다. "대단해! 내가 했다간 내 손가락이 잘렸을 텐데꼬로!"
"그래." 링크가 생각에 잠기면서 대답했다. 그가 부메랑을 잡기 전에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모든 모습의 하나하나가 확실히 보였었다. 날이 선 끝에 반사된 데스마운틴의 주황색 빛과 세 가지 중 하나에 묻은 피, 손잡이에 매인 가죽까지 다 보였다. "그래도 이걸 쓴 적은 많이 없어."
링크는 부메랑을 쓰던 리잘포스에게 돌아가서 이 무기를 보관하던 작은 주머니를 찾았다. 그는 이 주머니를 리잘포스에서 빼어 그의 허리띠에 대충 매었다. 이 정도만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어우, 끔찍하네꼬로!"
링크가 몸을 돌리자 윤돌이 작은 건물에 다가가서 반대쪽에 있는 열린 틈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를 따라서 입구를 보았는데, 이 건물이 돌을 파고 들어가서 지어진 것을 보고 놀랐다. 건물의 외형은 작고 낮아 보였는데 안쪽은 많이 넓었다. 대부분이 지하에 있던 것이었다.
링크가 건물 안을 들여다보자 그 안에 리잘포스가 최근에 벗은 허물과 아까 산에서 뛰어다니던 큰 몸집의 새의 시체와 그가 보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다른 여럿이 있었다. 한 편에는 둥근 트랙에 연결된 큰 쇠 관이 반대쪽 벽의 통로로 향하고 있는 것도 보였다. 거대한 고론족의 대포였다.
그는 천천히 들어가서 안쪽의 오물을 조금씩 밟으면서 저 대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거는 어디에 쓰는 거야?" 그는 한쪽에 쌓인 대포알들을 보았다. 어찌나 큰지 대포 안으로 넣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윤돌은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서 바닥에 있는 어질러진 흔적을 최대한 피했다. 그는 대포알 하나로 다가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나를 한 손으로 들어올렸다. "당연히 루다니아한테 쏘는거지꼬로." 그는 방을 거쳐가서 대포 곁에 서서 칸을 열고 대포알을 그 안에 떨구어 넣었다.
"어떻게 쏘는 건데?"
"여기서 폭탄꽃이 동원되는 거야꼬로."
"폭탄꽃이라고?"
윤돌은 더 깊이 있는 방으로 이어지는 문가로 손짓했다. 둘이 그 방으로 들어가자 리잘포스가 남긴 흔적이 더 보였지만 갈아 엎어진 흙도 조금 보였다. 흙에는 크고 둥근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각각 수박만한 크기였지만 색이 검은색이었고 샛노란 이파리가 위에 자라고 있었다.
"이거 좀 안 좋네꼬로." 윤돌이 얼마 없는 식물을 보면서 말했다. "녀석들이 한동안 여기에 오래 있었나봐꼬로. 폭탄꽃 대부분이 없어졌어꼬로. 자기 자신을 터뜨려버리지 않았다는 것이 운이 좋네꼬로."
링크는 몸을 낮추어서 그 이상한 식물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하나를 건드렸는데 그 표면이 많이 단단했다. "이게 다 폭탄이야?"
"응. 햇빛을 받으면 다 시들어버려서 광산에서만 써. 그래서 대피소에 이런 작은 방을 마련해서 대포 근처에서 키우는 거야꼬로."
"어떻게 쓰는데?"
"정말 간단해꼬로." 윤돌은 갈아 엎어진 흙에 다가가서 폭탄꽃 하나를 뿌리까지 뽑았다. 그는 이를 링크에게 한 손으로 건넸다. "잡아도 돼. 떨어뜨리거나 너무 세게 흔들지만 않으면 폭발하지는 않을 거야꼬로."
하지는 않을 거라니... 링크가 폭발하는 식물을 윤돌의 손에서 받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꽃은 크기를 보고 판단한 그의 생각보다도 더 무거웠다. 시커 스톤으로 만든 리모컨 폭탄보다도 확실히 무거웠다.
"다른 여러 방법으로도 격발시킬 수 있어꼬로. 이전까지는 심지를 붙였는데, 차차 다른 방법을 알아냈어꼬로." 윤돌은 링크에게 따라오라고 했고 그는 대피소의 주실로 돌아왔다. 윤돌은 그에게서 폭탄꽃을 받아 대포알을 담은 칸 뒤쪽에 있는 대포의 다른 칸에 넣었다. 그 칸을 닫은 뒤에는 대포 옆의 작은 레버를 가리켰다.
"그 레버를 당기면 대포알 아래의 문이 열리고, 그러면 대포알이 반대로 구르면서 폭탄꽃을 으깨는 거야꼬로. 그러면 폭탄꽃이 터지고..." 윤돌은 박수를 한번 치고 손을 이용해서 대포알이 날아가는 모양을 그렸다.
"루다니아가 반격할 것 같은데?" 그들은 아까 공격을 받은 곳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기에 링크는 더 무방비라는 느낌이 들었다.
"음...그렇지." 윤돌은 갑자기 불안한 듯이 말했다. "그래서 이 대피소를 만든거야꼬로. 바위 여럿은 버틸 수 있어."
"그럼 왜 내려와서 대피소를 안 부수는 거지?" 링크는 이 건물이 신수에게 직격을 당하면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이상 낮게 내려오지는 않더라고꼬로." 윤돌이 화산을 향해 열린 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루다니아가 반대쪽으로 이동했는지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안전하지는 않아. 사실 우리가 오는 동안에 대포 두 개를 더 지나쳤었어꼬로. 다 용암에 잠긴 상태거든. 인부 여럿을 보내서 용암을 막고 수리하려고 했는데, 최근에 신수가 많이 거칠어졌어꼬로. 이전보다도 얼마나 거칠어졌는지 지난번에 반장님이 쫓아내러 올라왔을 때에 다칠 정도였어꼬로."
"그렇구나." 링크가 숨을 천천히 뱉으며 말했다. "뭐, 산을 다시 돌아올 거니까 준비하자."
그는 이 계획이 정말 괜찮은지 잘 몰랐다. 그는 신수가 데스마운틴의 경사를 천천히 돌아가다가 가끔 멈추어서 울부짖거나 꼬리를 산에 강타해서 돌덩이를 녀석이 본 다른 생물들에게 쏟는 것을 보았다. 이보다 더 나은 계획이 있을 것 같았다. 그냥 산봉우리까지 올라가서 신수의 몸에 내려앉아 볼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경사가 너무 급해서 그 안에서 신수를 조종하는 녀석과 싸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지하 대피소 안에서 대포알을 쏘는 것은 오히려 더 안 좋은 계획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윤돌이 사실 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던 것이다.
"사실, 북쪽 채굴장에서 대포를 써 봐서 쓸 줄은 알아꼬로." 그가 변명하듯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그걸로 실제로 루다니아를 쫓아낸 적은 없다는 거지?"
"그게...사실 반장님이 그 일을 항상 하셨어꼬로."
"그럼 왜 안 온 거야?" 링크가 짜증이 치밀어 오르면서 물었다. 윤돌이 있다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산을 오르면서 서로에 대해서 잘 알게 되어서 싫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브루도가 이렇게 경험이 없는 이를 딸려 보냈다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었다.
윤돌은 손가락을 꺾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거는 말 못해꼬로."
"대체 뭐냐고?" 링크의 목소리에 가시가 더 돋쳤다. 신수에 대포를 쏘려는 마당에 새롭게 뭔가를 더 듣게 되는 것은 절대로 좋은 일이 아니었다.
"반장님이...그게...지난번에 루다니아를 쫓아낼 때 다쳤다고 했지꼬로?" 링크가 윤돌을 심문하듯 째려보기만 하자 그는 어깨가 낮아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허리가 문제야꼬로. 바위에 맞았거든. 죽을 뻔했는데 다른 이들이 걱정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꼬로. 지금은 움직이는 것조차도 힘겨운 상황이야."
링크는 이에 인상을 찡그렸다. 전날 브루도와 이야기할 때에는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었다. "어제 말할 때는 아무 일 없는 것 같던데."
"그렇게 보였지? 그건 당신이 일어서고 걷는 것이 힘들다는 거를 최대한 숨기려고 하는 거라서 그래꼬로. 하지만 산을 올라갈 수가 없어서 그 일 이후로는 루다니아를 쫓아내기 위해 오른 일이 없어꼬로."
링크는 다시 포구 밖으로 루다니아를 보면서 인상을 더 찡그렸다. "넌 맞힐 수 있겠어?"
"그럴 거야. 움직이는 거는 맞춘...적이 없지는 않지만..."
링크는 한숨을 쉬었다. "뭐, 이제 와서 물러날 수는 없지." 그는 윤돌을 다시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좋아..." 윤돌은 숨을 들이쉬고 발끝으로 통통 튀었다. "귀를 막아꼬로." 링크는 대포를 한번 보고 대포의 포신에서 멀어졌다. 그는 귀를 손으로 막았다.
윤돌은 대포가 있는 판을 천천히 돌리고 높이를 조종해서 루다니아를 겨누었다. 잘 겨누었다고 판단한 뒤에는 그의 머리 양 옆의 작은 귓구멍들을 막았고 레버를 발로 차서 밀었다. 대포의 포신이 하얀 빛으로 번쩍였다.
쾅.
그 폭발의 힘으로 링크는 뒤로 날아갈 뻔했다. 엄청난 소리는 귀를 막았는데도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우렁찼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는 비틀거리다가 입구의 문간을 잡고 버틴 뒤, 허공으로 날아가는 검은 연기의 길을 눈으로 쫓았다. 너무 높이 겨눴는지 루다니아의 머리 바로 위의 산 표면을 친 것 같았다.
"너무 높다!" 링크가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루다니아의 거센 울음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래도 윤돌은 어떻게 되었는지는 본 것 같아서 핸들로 대포의 각을 낮추었다. 그는 몸을 돌려 대포알 하나를 더 잡고 장전하였다. 이에 링크는 폭탄꽃 한 송이를 따서 조심스레 폭탄을 넣는 칸에 넣었다. 방 전체가 포구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의 냄새로 역했다.
대포를 장전하자 링크는 벽에 기대고 귀를 막은 뒤 윤돌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대포가 또 발사되었을 때에 링크는 이가 떨리는 것 같았다. 그는 날아가는 대포알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산의 허리, 그러니까 루다니아의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의 땅에 날아가 박혔다.
링크는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윤돌은 이미 행동을 개시하여 빠른 속도로 대포에 알을 하나 더 장전하였다. 한편 루다니아는 거세게 발을 짓밟고 있었다. 바로 위에서 데스마운틴이 분출하면서 용암과 연기를 공중으로 흩뿌렸다. 용암의 첫 움직임이 그들의 보호소 주변으로 쏟아지기 시작하자 링크는 창문에서 재빨리 멀리 떨어졌다.
대포가 다시 발사되었다. 윤돌이 그의 도움 없이 혼자 장전을 했던 것이었고 링크는 그렇게 터지는 폭발을 대비하여 귀를 막지 못했다. 놀라서 그는 일어선 뒤에 큰 눈으로 돌아보았다. 윤돌이 창 밖을 보더니 만세를 하듯 손을 흔들며 무언가를 외쳤지만 링크는 그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귀가 울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링크는 귀가 울리는 소리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고개를 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창에 다가가서 밖을 보았는데 루다니아의 얼굴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대포가 붉은 눈 바로 아래를 맞춘 것이었다. 좋은 신호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산의 옆에서 새로 용암이 흘러내려오고 있었는데 이건 그들에게 바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윤돌을 돌아보고 그에게 이를 말하려고 했는데 윤돌이 대포를 한 발 더 발사하려고 하고 있어서 제 시간 안에 귀를 막는 데까지만 성공했다. 링크는 몸을 다시 돌렸고 대포알이 허공을 갈라서 앞으로 뻗은 루다니아의 앞발을 강타하는 것을 보았다. 루다니아는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서 큰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최소한 그 소리 정도는 들렸다.
"좋았어!" 윤돌이 외치는 것이 들렸다. 그런데 아직은 축하할 때가 아니었다. 루다니아가 아무런 피해가 없는 듯이 천천히 일어선 것이었다.
"한번 더 쏴!" 링크가 외쳤다.
"마지막 발이야!" 윤돌이 외쳤다. 링크는 몸을 돌렸고 윤돌이 손에 든 마지막 폭탄꽃을 보았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계획이 성공할 것인지 여기서 판가름이 날 것이었다. 그리고 서둘러야 했다. 그 용암이 계속 데스마운틴의 옆을 흘러내리면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던 것이었다.
윤돌은 대포를 한 발 더 쏘았고, 포탄은 루다니아의 몸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신수는 크게 울부짖었고 더 멀리서 용암이 허공으로 분출했다. 화산의 옆에 새로운 균열들이 나타나면서 용암을 더 작은 시내로 만들어서 흘려보내고 있었다.
용암과 돌이 곳곳에 쏟아지고 있어서 링크는 창에서 멀어졌고 시커 스톤을 허리에서 뺐다. 리모컨 폭탄 아이템을 누르자 푸른 빛과 함께 둥근 폭탄 하나가 그의 앞의 땅에 나타났다. 그는 이를 집어서 윤돌에게 건넸다.
윤돌은 이를 받았는데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장전해!" 링크가 윤돌에게 정신을 차리게 하면서 외쳤다. 그는 이를 열린 칸 안으로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윤돌은 링크가 귀를 막을 틈을 주지도 않고 레버를 당겨서 틈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대포알이 굴러서 폭탄을 치는 것은 들었는데 폭발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와 윤돌은 잠시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서로를 보다가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허리에서 다시 시커 스톤을 빼서 리모컨 폭탄 아이템을 한번 더 눌렀다.
대포의 포구에서 푸른 빛이 번쩍이더니 대포알은 폭탄꽃이 그러했던 것처럼 같은 속도와 힘으로 날아갔다. 폭음은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았다. 이는 다행이었는데, 그가 시커 스톤을 조작하고 있는 동안에는 귀를 잘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밖에서 신수가 한번 더 울부짖었다. 링크가 창 밖을 한번 더 보자 충격적이게도 용암이 더 가까이 온 것이 보였다. 그들을 덮칠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을 것이었다. 루다니아는 이 대포의 공격에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듯이 계속 그들에게 바위를 쏟고 있었다.
"윤돌, 가야 해!" 링크가 몸을 돌려서 윤돌을 불렀다. 윤돌은 밖을 보고 있었으며 그 눈빛은 겁에 질려 있었다. 발뒤꿈치로 뛰고 있으면서 손가락도 두 손 모두가 떨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링크를 돌아보았다. "계속 쏴꼬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아꼬로!"
"뭐?" 그러나 링크가 더 말을 하기 전에 윤돌이 몸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윤돌!"
그는 다시 창 밖으로 몸을 돌렸고 윤돌이 건축물 앞으로 달려가 대피소 근처에 떨어진 그의 몸집 만한 바위가 떨어진 자리로 갔다. 그는 바위에 힘을 주어서 밀었고 이 바위를 산의 경사와 그들이 선 자리가 이어지는 곳으로 밀어냈다. 그 자리로 밀어 넣은 뒤에 그는 바로 몸을 돌려서 그들에게 날아온 바위들로 달려갔다.
링크는 윤돌이 힘을 쓰는 것에서 억지로 신경을 끄고 바로 대포알 하나로 달려갔다. 대포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욕지거리를 뱉으면서 링크는 시커 스톤을 꺼내어 마그넷 캐치를 누르고 대포알을 가리켰다. 천천히 링크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대포알을 움직였다. 물론 시커 스톤이 갑자기 조금 무거워진 것 같기는 했다. 그는 천천히 대포로 이를 옮겨서 적절한 칸에 밀어 넣었다. 리모컨 폭탄도 눌러서 이를 맞는 칸에 장전했다. 그는 윤돌을 따라서 레버를 발로 찼다. 레버는 그가 차는 힘을 조금 더 잘 버텼다. 그런 뒤에 그는 폭탄을 격발시켰다.
대포가 다시 발사되자 포탄은 신수의 허리를 향해서 날아갔다. 이번에는 그들을 천천히 돌면서 바라보았고 다소 충격적이게도 놈의 머리가 마치 꽃처럼 열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것이 무엇인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예상이 되었다.
밖에서 윤돌이 돌을 하나 더 자리에 세웠고 세번째 바위를 잡으러 갔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용암이 곧 덮칠 것이었다. 용암이 강하게 바위에 부딪혀서 바위가 대피소의 방향으로 도로 굴러가 버렸다. 윤돌은 소리를 지르고 다시 달려가 두 손을 들고 그의 뒤의 땅에 발을 박아 넣고 자신의 팔의 힘으로 바위를 받쳤다. 마그마가 튀어서 조금 넘고 몇몇은 그의 팔과 등으로 튀어 떨어졌지만 그는 머리를 숙이고 힘을 더 줄 뿐이었다. 마그마는 계속 바위 주변으로 흘러가서 대피소의 양 옆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계속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윤돌이 마그마를 계속 막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수가 공격을 하기라도 하면 그때는 다 끝이었다. 링크는 대포알을 하나 더 장전하고 약실을 닫으려고 다가갔지만 망설였다. 한 발, 딱 한 발을 쏠 틈만 있었다.
순간 방안 하나가 떠올랐다.
그는 바로 타임 록 아이템을 사용했다.
얼마 뒤 그는 리모컨 폭탄을 장전하고 격발시켰다. 폭발로 방 안이 울렸지만 대포알이 발사되지는 않았다. 그는 살에 닿는 것만으로도 많이 뜨거운 약실의 문을 열었고 폭탄을 하나 더 장전하였다. 약실의 문을 닫은 뒤 그는 폭탄을 바로 발사했다. 이제 정말 몇 초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폭탄을 하나 더 만들어 장전한 뒤, 거의 즉시 격발시켰다. 약실을 닫는 문이 떨어져 나가서 위로 날아가 돌 천장에 깊이 박혔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바로 즉시 타임 록이 끝나고 포탄이 우레소리와 함께 발사되자 링크는 뒤로 날아갔고 순간 귀도 먹먹해졌다. 그래도 그 밖은 볼 수 있었다.
루다니아의 머리는 완전히 열린 채였고 그 열린 가운데의 막대의 끝에서 붉은 빛이 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그 열린 머리의 뚜껑 부분 중 하나에 큰 빛의 폭발과 폭음이 터졌다. 루다니아는 그 힘으로 인해 거칠게 멈칫하더니 뒷다리로 섰다가 큰 울림과 함께 땅으로 넘어졌다.
대포가 맞은 지점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루다니아는 앞다리를 양 옆으로 뻗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뒤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더 느렸다. 다시 일어서서 머리를 닫기 시작했지만 대포에 맞은 부분은 닫히지 않고 그대로 열려 있었다. 신수는 링크와 윤돌에게서 몸을 돌려 갑자기 분출을 멈춘 데스마운틴의 정상을 향해서 천천히 올라갔다.
큰 숨을 내리쉬면서 링크는 대포의 출구로 다가가서 윤돌을 바라보았다. 힘을 주고 있어서 몸이 떨고 있었지만 그가 힘을 주고 있는 바위는 버티고 있었다. 그의 주변의 공기가 이상한 주황빛으로 빛나는 것 같았지만 주변의 먼지 때문에 확실히 알기는 어려웠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마그마는 계속 흘렀지만 추가적인 공급이 없어서 많이 느려졌다. 그의 힘 덕에 용암은 바위의 양 옆으로 흘렀고 그가 선 자리에는 용암이 조금도 흐르지 않았다.
천천히 윤돌은 압력을 더 받지 않고 있는 바위에서 물러났다. 반대쪽에 있던 용암이 충분히 식어서 계속 오는 용암을 더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다른 방향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는 힘겹게 산을 오르고 분화구로 물러나는 신수 바 루다니아의 등을 놀라운 듯이 보았다.
윤돌은 큰 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서 바위에 등을 댄 채로 땅에 앉았다. 링크는 그의 눈을 보고 피로를 느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얼마 뒤 윤돌은 손을 들고 엄지를 치켜들면서 이렇게 외쳤다.
"대단했어꼬로!"
Notes:
1. Bomb Flowers do not exist in Breath of the Wild, but the novel added them in.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서는 폭탄꽃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 소설에서는 더해졌습니다.)
2. Dialogues of the memories have been modified based on the Korean release of the game. (한국 정발판을 기준으로 몇몇 대화를 번역합니다.)
Chapter 27: 25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분화구로 쫓아낸 루다니아를 타려 한 사람은 없었어꼬로." 윤돌이 데스마운틴의 분화구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그 전투의 끝에 둘 모두가 피로해졌기 때문에 둘은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마저 오르기 전에 조금 쉬기로 했었다. 쉬는 동안에 윤돌은 루다니아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운 적은 없었다고 했었다. 보통은 두세발만 맞고 바로 분화구로 들어가 버리는데, 며칠 뒤에 또 나와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었다. 보통은 그렇게 가고 나서 몇 달이나 숨어 있는데 몇 주 전에 상황이 다 바뀌었다고도 했다.
그는 머리가 그렇게 열리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윤돌은 본 적이 없었겠지만 링크는 이 일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러는 적을 본 적이 있다는 기억은 있었다. 게다가 뚜렷한 기억이 없어도 열린 이유도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 뒤에 그들은 데스마운틴의 정상을 향해 마저 등산을 했고 그것도 그 자체로 노역이었지만, 윤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그는 링크가 그의 허리에 밧줄을 묶으라고 한 뒤에 먼저 앞서 나가 편하게 등반했고 링크가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둘은 분화구 안을 들여다보았다. 루다니아가 그 안 깊이 있는 마그마의 분화구에 떠 있는 것처럼 쉬고 있었다. 머리도 돌려서 열린 덮개 부분이 수직으로 올라가 용암에 닿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뭐, 신수를 제압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였지." 링크가 화산에서 잠시 물러나며 말했다. 방염 물약을 먹었는데도 화산 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것은 마치 불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 같았다. 버틸 수는 있었지만 꽤 불편할 정도였다. 그는 이 안을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이제 내려가서 이걸 조종하는 녀석을 잡아야 해."
윤돌은 분화구에서 물러나면서 몸을 떨었다. "난 몬스터가 무서워꼬로." 그가 더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링크는 윤돌의 팔에 손을 얹었다. "굳이 나와 같이 안 와도 괜찮아. 네가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넌 네 역할을 다 해 줬어. 이제 내가 내 역할을 다할 차례야."
그는 안심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바로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나도 링크 형처럼 용감했으면 좋겠어꼬로."
또 그 소리를... 링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윤돌, 난 네가 산에서 쏟아지는 용암을 막는 것을 이미 봤어. 그 정도도 큰 용기가 필요한 거야."
"내 말은, 난 괜찮았어. 난 큰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었으니까꼬로." 윤돌이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네가 죽었을 거야꼬로."
링크는 고론족의 피부가 마그마와 닿아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윤돌이 용암에 휩쓸려도 버틸 수 있는지는 의심스러웠다. 그래도 반박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를 위해서 위험을 무릅썼잖아. 내가 볼 땐 넌 네 생각보다 다르케르와 더 비슷할 거야."
윤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이 자신의 발만 내려다보았다. 그 정도로도 링크는 괜찮았다. 작별 인사를 오랫동안 하는 것도 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행운만 빌어줘." 그가 가죽 가방에서 패러세일을 꺼내고 펴면서 말했다. 윤돌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앞으로 달려가서 데스마운틴의 화구 모서리에서 뛰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화산 안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엄청났다. 공기조차도 피부에 닿는 것이 너무 뜨거워서 눈도 따갑고 목 안쪽도 타는 것 같았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방염 물약을 한 병 더 안 마셨더라면 어떠한 느낌일지 상상조차 되지도 않았다. 지금은 허리에 맨 가방에 한 병을 더 챙겨 놓은 상태였다.
그는 그의 아래에 고인, 누렇고 붉은 마그마의 불빛 때문에 실눈을 뜨고 있었다. 여기에는 어두운 지점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식었거나 덜 녹은 돌이 용암에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도 없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열기였다. 그가 발을 조금이라도 잘못 디디는 순간 굉장히 끔찍하게 죽고 말 것이었다. 회생의 사당도 이때에는 무용지물일 것이었다.
올라오는 열기가 그를 조금은 떠올려서 하강을 늦춰 주었고 링크는 그 허무한 최후를 상상으로만 그치게 할 수 있었다. 그가 데스마운틴의 화구의 안쪽 벽을 돌면서 내려가는 동안 벽의 여러 균열에서 마그마가 흘러나와 아래의 못으로 내려가 더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마그마가 흘러 내려가는 길에 너무 가까이 가서 패러세일이나 자신에 용암이 튀겨서도 안 되었다. 그러면 거기서 그의 여정도 끝나버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발이 루다니아의 꼬리가 시작하는 지점 근처의 납작한 위쪽 발판에 닿았을 때에 그는 심히 안심했다. 그의 주변에는 마그마의 주황빛이 그가 선 발판의 대부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서 모든 것이 그 빛으로 인해 미묘한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말소리도 없었다. 유일한 소리는 사방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끓는 소리 뿐이었다.
그는 패러세일을 접어서 가방에 넣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며 어색해 보이는 것을 눈으로 쫓았다. 그의 발 밑이 갑자기 뚫려버리면서 앞으로 비틀거렸는데 그의 발은 바닥의 안쪽으로 조금 들어간 무언가의 쇠 발판을 디뎠다. 아래를 보자 그가 선 바닥이 마치 여러 장의 철판이 서로 겹쳐진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보였다.
그가 고개를 들어서 바닥을 더 돌아보자 루다니아의 등의 가운데에서 멀리 있는 바닥 지점에 쇠로 된 움푹 파인 공간이 더 있다는 것이 보였고, 실제 도마뱀의 어깨가 있을 법한 위치인 네 모서리에 네 개의 둥근 구획이 있는 것도 보였다.
그는 다시 돌바닥으로 올라왔는데 이제 빛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바닥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물의 커스 가논과 싸웠었던 루타의 중앙 방에 있던 것과 똑같이 생긴 이상한 물방울 모양의 장치가 있었다. 그는 장치로 다가가서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표면을 만졌다. 화산의 열기와 무관한 시원한 감촉이 느껴졌다.
이를 올려다보자 이곳에 대한 갑작스런 낯익음이 몰려왔다. 그는 여기에 온 적이 있었다. 이 갑판을 걸었고 이 장치를 만졌었다. 다르케르가 이 장치를 낙심한 듯이 바라보면서 왜 이 고대의 건조물이 각각의 영걸이 탑승한 다른 신수와는 달리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지 최대한 생각해 내려는 모습을 기억했다. 그리고 링크는 다르케르가 이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준 것도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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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내가 확실히 말하는데, 어떻게 이러는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어!" 다르케르가 제어 장치에 손을 뻗고 대면서 중얼거렸다. 장치에는 뚜렷한 조종간이 있지는 않았다. 신수와 조종사들 사이의 정신적인 연결만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있는 장치였을 뿐이었다. 그게 젤다 공주의 분석이었다. "내가 무슨...지시를 내리려고 해도, 그냥 여기에 있단 말이야. 그냥 돌덩이처럼 말이야. 뭐 돌덩이라면 내가 먹을 수야 있다만..."
링크는 미소를 지으며 다르케르를 바라보았다. 다르케르가 이렇게 시무룩해하는 것은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르케르는 신수를 조종하는 것을 힘겨워하고 있는 유일한 영걸이었다. 링크는 젤다 공주가 신수의 조종법을 익힐 수 있도록 그를 도와주는 것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그녀도 다르케르만큼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고론족 출신 영걸에게 침착하게 대했다.
그에게도 그렇게 침착하게 대할 수 있었다면 좋을 것 같았다.
하루를 쉬겠다고 하면서 온천을 가겠다고 했고 동시에 링크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수 차례나 말했기에 그의 친구를 도와줄까 싶었다. 그는 미파가 자신의 신수를 조종할 때의 경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들어주었고 공주가 일기를 적으면서 (링크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큰 소리로 왜 다르케르가 이렇게 문제가 많은지에 대해서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기에 이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르케르에게 사용할 때가 아니면 데스마운틴의 입구에 배치되어 있는 루다니아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들이 처음 만난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곳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고 일찍이 온 때보다는 기온도 그때보다 다소 시원했다.
"제가 새 검술을 이해하는 것을 힘겨워하거나 새 활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때면, 저는 어딘가에 그냥 절 가둬 버리고 숙련될 때까지 연습합니다." 그는 몸을 돌려서 다르케르를 바라보았다. "어떨 때에는 한 시간 안에 다 알아내고, 어떨 때에는 하루 종일 걸리기도 하죠. 다르케르 당신도 그러는 게 맞을 것 같군요."
"글쎄다. 공주님은 내가 뭐 해야 한다고 했는데...뭐라 했더라?"
"'신수와 완벽한 정신적 연결을 이루세요'라고요." 링크는 그녀의 어투를 최대한 따라하면서 말했다.
"그래, 루다니아하고 그래야 한다고 말했었지." 다르케르가 제어 장치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 분이 하신 말의 앞뒤라도 알아먹으면 다행이지만..."
링크는 코웃음을 치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는 다르케르를 도와주러 왔지, 공주의 호위 기사로 임명되고 나서 늘어난 그의 고충을 토로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뭐...시간이 비면 뭘 하는 것을 좋아하십니까?"
"먹는 거 말고?"
링크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먹는 거 말고요."
"뭐..." 다르케르가 턱수염을 문질렀다. "데스마운틴의 정상에 올라가는 걸 좋아하지. 발 밑 멀리에 있는 고론 시티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리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먹을 특급 로스 바위를 모으는 것도."
다르케르는 이전에 링크에게 그 특급 로스 바위를 먹이려고 했었기에 이제는 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루다니아는 데스마운틴을 걸어다니도록 만들어졌다, 라고 시커족에게 들은 것 같거든요. 아마 이 녀석도 그걸 좋아할 겁니다. 그러니...한번 데려가 보죠."
"꼬마, 그렇게 간단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간단해요." 링크는 그의 가방과 마스터 소드를 땅에 놓고 머리를 거기에 벴다. "스스로에게 이거를 알아내기 전까지는 신수에서 내릴 수 없다고 계속 다짐하면 됩니다." 그는 잠시 생각을 더했다. "그리고 이걸 타면 데스마운틴을 쉽게 오를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시고요." 그는 팔로 눈을 가리고 대낮의 온기를 느끼면서 지금이면 조금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르케르도 시간을 좀 쓰기는 했다. 그가 조는 동안에도 링크는 다르케르가 갑판을 쿵쾅거리며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가끔 뭐를 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천천히 루다니아가 그의 말을 듣는 것이 확실해졌다. 처음에는 앞다리가 전부였다. 그 뒤에는 등이 반응했고 다음에는 머리가 말을 들었다. 그 뒤에는 실내에 공기를 통과시키는 환기 기능 같은 작은 기능들도 그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링크는 갑자기 바닥이 움직이는 것에 깼다. 그의 아래의 단단한 바닥이 갑자기 가파른 경사가 되면서 속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돌아보자 다르케르가 갑판의 더 앞쪽에 서서 루다니아의 한 부분을 잡고 앞 멀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수가 앞으로 걸어가면서 바위 하나를 넘어 데스마운틴으로 향하고 있었다.
허둥지둥 일어나면서 링크는 가방을 잡아 모르는 채에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제어 장치에 걸고 어깨에 검을 매었다. 그는 움직이는 갑판을 걸어서 마침내 다르케르에게 도착했고 그가 잡은 구조물을 잡았다.
"아, 형제, 미안! 움직일 거라고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다르케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링크를 내려다보았다.
링크도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감을 잡으셨나 보네요."
"좋아! 이 신수를 조종하는 비결, 감이 오는군. 그냥 더 연습하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다르케르는 웃었고 루다니아는 계곡을 올라 머리를 들고 주변의 계곡이 울릴 정도로 크게 울부짖었다. 근처에서 화염비둘기 떼가 날아올랐다.
그는 발 밑에서 루다니아가 몸을 조정하는 것을 느꼈다. 다르케르는 열심히 운동을 한 듯이 팔을 뻗었다. 대체 이 신수가 말을 들을 때까지 얼마나 많이 두들겨 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거 아나? 이런 큰 것이 내 말을 들으니까 은근 재미있어. 이제 알게 되었으니까 이제는 날개 돋친 듯 성장할 거라고! 다른 영걸들에게도 전해야 할 거야. 다르케르하고 맞먹으려면 그들도 이제 더 이를 악물어야 할 거라고."
"리발이 그 말을 들으면 정말 좋아하겠네요." 링크가 빈말로 말했다.
다르케르는 웃으면서 링크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그의 곁을 지나서 그들 주변의 산과 바위들을 돌아보았다. 머리 위에서 데스마운틴이 연기를 뿜었고 그 옆에는 가느다란 용암의 시내가 계속 천천히 흘러내렸다.
"그런 사람들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여기 광경은 멋지지 않아?" 다르케르는 그의 팔을 저었다. "이 산의 저 맛있어 보이는 돌들을 봐봐. 정말 맛이 좋겠어."
"사탕같겠네요."
다르케르는 그를 보면서 씩 웃었다. "그렇지! 내 생각을 알 줄 알았어."
링크는 다르케르의 팔을 어루만졌다. 이 말을 괜히 한 것 같았다. 다르케르가 분명 그에게 돌을 하나 더 먹으라고 할 것 같았다. 둘은 한동안 편한 침묵 속에 있다가 다르케르가 다시 말했다.
"재앙 가논이란 녀석이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한가지는 확실해. 난 반드시 이 경치를 지킬거야. 그렇지, 친구?" 다르케르는 그의 등을 세게 쳐서 그 힘에 그가 넘어질 뻔했다. 그는 밭기침을 하고 등을 어루만지면서 다르케르를 쏘아보았지만 그는 모르는 것 같았다.
"참, 너를 공주님의 호위 기사로 선택한 건 하이랄 왕이시라지? 왕의 직권 지명이라니, 힘내도록 해."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일어섰고 이제 그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르케르가 기다려줬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얼마 뒤에 그가 말을 꺼냈다. "변한 거는 얼마 없습니다. 변한 거라면 이제 가끔만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늘 곁에 있어서 더 귀찮아지는 거죠."
다르케르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나쁘지 만은 않을걸. 그 분하고 얘기하기는 했어?"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는데 좋은 시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그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이를 수 차례나 강조했었다.
그에게 말할 때의 그 어조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짜증스럽고 불쾌한 어조였는데 그를 용사라고 부를 때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하지만 가끔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도 잊는 때가 있는 것 같았다. 그가 거기에 있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럴 때에는 그녀의 모습이 변했다. 더 성격이 밝아지고 가디언과 신수에 대해서 더 열정적으로 말했었다. 흥미를 당기는 한 동물이나 곤충, 또는 식물을 볼 때도 그런 모습을 보였다. 그럴 때에는 더 다가가기 쉬워졌다. 그런데 링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미소가 사라져버렸고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기회도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아하," 다르게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젤다 공주가 그를 냉랭하게 대하던 그 태도를 기억한 것 같았다. "그 공주님은 뭔가 힘이 너무 들어갔달까 여유가 없어 보인달까. 힘이 너무 들어가서 산맥을 못 보기도 하지. 그것만 기억하면 괜찮을 거야."
링크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했다. 고론족의 격언은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는 이 말을 하는 동시에 공주가 그의 말을 조금도 신경 쓸 것 같지 않다고 말하려고 입을 연 순간 주변이 마구 흔들렸다.
그는 이 반응에 비틀거렸고 루다니아가 혼자서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신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거세진 지진으로 산 전체가 울리고 있었다. 간신히 일어서면서 그는 팔을 뻗어 몸을 받치기 위해 다르케르를 잡았다. 그는 땅 밑이 울리는데도 당당하게 서 있었다.
갑자기 다르케르가 링크를 그의 뒤로 끌고 앞으로 팔을 뻗었다. 주황색이면서 여러 면으로 된 그의 반짝이는 보호막이 나타나 둘을 모두 감쌌고 곧바로 큰 바위가 보호막에 부딪혀서 작은 조각으로 부서지고 먼지를 뿌리며 그들 양 옆으로 흩어졌다.
다르케르는 지진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그 방어막을 올려두었고 다른 위협이 있는지 산맥을 돌아보았다. 마침내 그는 방어막을 내리고 링크를 돌아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링크를 일으켜 세우고 데스마운틴을 올려다보았다.
"이건 또 뭐지? 데스마운틴은 수십년 동안 잠잠했는데. 지금 이 정도로 거칠어진 거는..." 그는 몸에서 먼지를 털어버리는 링크를 보았다. 링크는 그가 눈을 위로 떠서 그의 등에 있던 마스터 소드의 가죽 손잡이를 흘긋 보는 모습을 보았다. "아냐, 그냥 신경 쓰지 말자. 이제 돌아가자. 공주님에게 내가 이 신수를 조작하는 것의 감을 잡았다고 알려줘야 할 것 같으니까."
링크의 등에 지진과 무관한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은 두려움과 징조가 있었다. 데스마운틴이 활발해지는 것, 몬스터들이 더 많은 무리를 이루어 마을을 공격하는 것, 비밀스러운 시커족의 파벌의 힘이 강해진다는 소문이 도는 것, 예언이 여러 차례 들리는 것, 마스터 소드가 뽑힌 것까지. 대재앙이 부활하려 한다는 징조였다.
루다니아가 몸을 돌려서 큰 다리를 굽히고 펴면서 다시 트런산의 정상으로 쉬러 가기 시작했을 때, 링크는 그들이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속으로 궁금해졌다. 충분할 것인지, 그가 준비가 다 될 것인지.
게다가 누구라도 다 충분할 것인지 의문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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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제어 장치에서 뒤로 물러나서 그의 왼손을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는 눈을 재빨리 돌리면서 그의 생각을 지우려 했다. 그에게 미소 짓는 다르케르. 호탕하게 웃는 다르케르. 결국에는 승리할 것이라고 강하게 믿은 다르케르. 그의 친구가 끝내 어떻게 되고 말았는지를 생각하자 꽤 고통스러웠다.
그는 다시 화산 속의 주황빛에 묻혀서 간신히 눈이 들어오는 주황빛이 도는 제어 장치를 돌아보았다. 다르케르의 영혼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게 아니더라도 원념의 늪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이 신수를 지배하는 놈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주변이 너무 조용했다. 미파는 입구에서 그를 맞이했었고 그놈은 제어 장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둘 다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르케르?" 링크가 침묵을 깨면서 말했다. "다르케르, 여기 있습니까?" 그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속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위의 갑판을 걸어다녔다. 그의 등이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는 것 같이 따가웠는데 그의 주변에는 움직이는 것이 없었다.
얼마 뒤에 왜 원념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지 알아내었다. 그가 목 위쪽 부분의 머리 쪽의 갑판으로 향하면서 철판으로 된 파인 곳을 하나 더 지났는데 철판 여럿이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안쪽으로 찌그러져 있었다. 포탄에 맞은 부위인 것 같았다.
루다니아의 실내는 어두웠지만 내부의 벽과 천장에 붙어서 크고 끈끈한 방울로 천천히 떨어지는, 꿈틀거리는 원념 덩어리를 비칠 정도의 빛은 들어왔다. 링크가 이를 내려다보자 루타 안에서 느꼈던 그 이상하면서도 끈끈한 공기가 흘러 올라와서 속이 메슥거렸다. 그는 뒤로 물러나서 허리에서 검을 꺼내어 푸른 날을 켰다.
검에서 나오는 빛이 어느 정도의 안도감을 주면서 마그마가 드리운 그림자를 몰아냈다. 그는 위협이 오는지 주의를 집중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이 신수를 지배하고 있는 그 괴수는 어디로 갔고 다르케르는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미파의 영혼이 보존되어 있던 것이 특수한 경우였는가 싶었다.
"나와서 덤벼." 링크가 부서진 바닥을 통해서 보이는 검은 형체를 보면서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듯이 떨었다. 그는 검을 더 낮게 들어서 빛을 구멍으로 비추었다. "나오라고!"
이번에는 확실한 반응이 나왔다. 원념의 늪이 움직이면서 흔들리고 검의 빛에서 물러났다. 흥미로운 반응이기는 했지만 여기에 집중할 때가 아니었다. 그 순간에 그가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친구?"
링크는 몸을 돌려서 돌아보았는데 그의 뒤에 다르케르의 흐릿한 모습이 보였다. 미파보다도 알아보기가 더 어려운 모습이었지만 화산의 빛이 더 강해서 그런 것이었는지는 몰랐다. 다르케르는 크게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봐서 좋네, 형제. 너는 반드시 이곳에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고." 다르케르가 앞으로 나서서 그의 큰 손을 어깨에 올렸는데 바로 통과해서 그가 닿은 곳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다르케르의 얼굴에 약간 좌절하는 기색이 흘렀다. "잠깐 동안 마치...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냈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링크는 다르케르의 큰 얼굴을 보면서 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게...좀 복잡합니다. 전투에서 쓰러지고 공주님이 저를 시커족 사당에 넣고 회복시켰습니다. 회생하기는 했는데 기억이 다 없어졌습니다. 다르케르, 전 100년동안 그 안에 있었다고 했는데 공주님이 그동안 계속 가논에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100년...벌써?" 다르케르가 목소리가 조용해지면서 말했다. 그는 고론 시티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보았다. "오랜 시간이 지났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그만큼이나 길었다니..." 그는 어깨의 힘이 쳐졌다. "흠. 달보스 녀석은 이미 세상을 떴겠군."
"다르케르, 설마..."
그 순간에 새로운 소리가 들렸다. 위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로 마치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무언가가 루다니아에 크게 내려 앉아서 신수가 그 힘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것은 링크와 다르케르 근처에 내려왔는데 먼지와 연기로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았다. 먼지가 진정되자 낯익은 모습이 몸을 풀고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윤돌?"
젊은 고론족은 먼지에서 나와서 링크를 보고 불안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와주려고 왔는데, 너무 늦었나?"
루다니아가 으르렁거리더니 그들 주변에서 파인 부분의 바닥을 이루던 철판이 열렸고 신수 안으로 들어가는 길이 드러났다. 원념이 그 안에서 끓어올랐고 검은 보라색 점액이 올라와서 상부의 갑판으로 흘러퍼졌다.
윤돌을 어색하게 바라보던 다르케르의 혼이 몸을 돌려서 링크를 인상을 쓰면서 바라보았다. "나타났군."
링크는 윤돌이 차라리 고론 시티로 돌아갔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인상을 썼다. 윤돌이 새로이 용기를 얻었다는 것이 아주 대견했지만 이제 그의 목숨 말고도 윤돌의 목숨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는 손을 내려서 허리의 화살들을 건드렸다. 아직은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대신 지금 그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인 패러세일과 그의 가방을 풀었고 팔에 방패를 걸었다.
그는 원념이 중앙의 제어장치 근처에 모이는 것을 보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뭉치면서 커져갔고 그 덩어리 한가운데에서는 일종의 둔덕이 오르는 것 같았다. 원념은 더 높아지고 두꺼워지면서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번 놈은 몸집이 컸다. 루타에 기생하던 것보다도 컸다. 마찬가지로 다리 없이 허리 위로만 몸이 있었으며 근육질이었다. 한 팔은 길고 가늘면서 긴 손가락이 있는 손이 있었다. 다른 팔은 두껍고 시커족의 물체로 덮여 있었으며 거대하다는 것만 빼고는 그가 쥔 검과 비슷한 커다란 빛나는 검이 붙어 있었다. 놈의 얼굴은 루타에 있던 것과 비슷한 고대의 시커족의 문양이 새겨진 납작한 가면으로 덮여 있었고, 가운데에는 푸른 눈이 나 있었으며 머리 위에는 뿔이 난 것처럼 두 가시가 나 있었다. 머리 뒤에는 붉은 머리칼이 나서 여러 방향으로 퍼져 있었다.
놈은 뒤로 고개를 젖히고 거세게 울부짖었다. 뒤에서 링크는 윤돌이 놀라서 뒤로 비틀거리면서 낑낑대는 소리를 들었다. 링크는 그의 귀에서 울리는 심장소리만 들으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땀이 났지만 나자마자 말라버리는 것 같았다. 너무 뜨거웠던 것이다.
그는 놈이 쥔 검을 보았다. 검보다는 거대한 고기 써는 칼처럼 생겼었다. 길고 가늘지 않고 짧고 두꺼웠다. 여기에 한번 베이면 끝장이었다. 그의 방패도 이를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시커족의 기술은 쇠와 돌을 문제 없이 벨 수 있는 것 같았으니 순전히 나무로만 만들어진 그의 방패는 말할 것도 없었다. 놈의 다른 손을 보았지만 그 손가락의 갈고리 손톱은 굉장히 길었다. 게다가 링크는 놈이 무엇을 또 할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링크, 조심해." 다르케르가 링크만 들을 수 있도록 조용히 말했다. "녀석은 꽤 강해. 힘껏 싸워 보았는데 거암 크러셔로도 놈의 갑옷을 못 깼어." 그는 손을 뻗어서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손길이 느껴졌다. 약하지만 그래도 단단했다. 링크는 그의 친구에게 억지 미소를 짓고 놈과 맞서기 위해 나섰다.
놈은 그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자신에게 도전하려는 자를 약간 어처구니없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링크는 고대 병기 검을 꺼내어 놈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첫 공격은 빠르게 왔지만 링크는 이를 예상하고 있었다. 거대한 검을 수직으로 내려 찍어서 그는 옆으로 뛰었고 그 번쩍이는 빛은 신수의 상판의 돌을 강타하고 여러 센티미터 깊이 박혔다.
일단 확실한 것은 그의 방패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생각 깊이 각인되었다.
놈은 검을 다시 뽑아 링크에게 다가갔고 링크는 다음 공격을 피해 앞으로 굴러서 떠 있는 놈의 다리 바로 아래까지 도착해서 그 검으로 놈의 아래쪽 가랑이를 찔렀다.
"좋아! 명중이다!" 다르케르가 팔을 휘둘렀다. "물러나지 말아!"
놈은 고통 내지는 분노로 소리를 질렀고 그에게서 빠르게 벗어났다. 놈은 검을 내지르면서 한 바퀴 돌았지만 링크는 앞으로 몸을 날려서 공격이 그의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가도록 하고 바로 벌떡 일어서서 앞으로 내달려 사람이라면 배가 있을 지점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검은 몸을 이루는 원념 안으로 깊이 박혀 들어갔다. 검의 푸른 날이 닿은 곳마다 원념이 떨리고 그 에너지의 힘으로 타서 연기가 났다.
그는 검을 뽑고 이 싸움을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끝내버리기 위해서 위쪽의 가면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공격이 먹히기 전에 넘의 긴 팔이 그의 옷자락을 잡고 그를 뒤로 내던져버렸다. 그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몇 미터 뒤로 밀려났는데 신수의 내부로 들어가는 틈의 모서리 너머로 올라갈 때까지 밀려났다.
약간 정신이 흐트러진 채로 링크는 놈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는데 다른 손을 허공으로 들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누런 불덩이가 생겼고 그는 불덩이를 그에게 내던졌다. 그는 욕을 내뱉고 굴러서 피했지만 그 열기가 그대로 느껴져서 노출된 살갗이 욱신거렸다. 그는 곧바로 일어섰다.
그는 다시 앞으로 달려서 놈이 방어할 수 없는 거리까지 뛰어가기로 했다. 그가 달리는 동안 놈은 그에게 불덩이를 하나 더 던졌고 이를 방패로 막자 방패는 곧바로 불길에 휩싸였다.
놀란 소리를 지르며 링크는 뛰는 것을 멈추고 불타는 방패의 가죽끈을 마구 건드렸다. 그는 완전히 타고 그에게도 불이 옮겨 붙기 전에 방패를 떼어버렸고 바닥에 던져서 발로 차내버렸다.
그는 그에게 칼이 날아오는 것을 간발의 차로 알아차렸다. 놈은 칼을 낮게 휘둘렀고 링크는 뒤로 뛰어 칼을 피했지만 그 구멍 근처에 착지해 버렸다. 링크는 모퉁이에 선 채로 팔을 마구 휘두르다가 뒤로 넘어졌다.
갑자기 쇠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아까까지만 해도 그 틈을 닫고 있던 철판이 링크 바로 아래에서 닫혔고 그는 뒤로 넘어지면서 신음을 냈고 쇠와 부딪히는 소리도 냈다.
그는 다르케르가 만세를 부르는 것을 들었고 링크가 일어서자 그는 놈이 다르케르의 영혼을 보면서 짜증이 난 듯이 소리를 지르는 것도 들었다. 놈은 다르케르에게 불덩이를 던졌지만 불덩이는 아무런 소용도 없이 그를 통과했다. "나한테는 안 통한다! 이..."
링크는 다르케르가 부르짖은 고론족의 욕을 더 듣지 않았다. 대신 그는 놈에게 달려들어서 검을 위로 치켜들어서 놈이 뻗은 팔을 팔꿈치에서 베었다. 그의 검은 매캐한 연기를 내며 놈의 팔을 베어버렸고 놈의 아래팔과 손은 상판에 푹 젖은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분노하고 고통스러워하며 놈은 링크를 칼로 베려 했지만 링크는 계속 움직여 놈의 등으로 가서 깊이 등을 베어버렸다.
놈이 비명을 지르자 루다니아가 링크의 발 밑에서 진동했다. 놈은 물러나서 허공으로 뜨기 시작했는데, 그의 눈이 번쩍이면서 분노에 차 그를 바라보았다.
링크는 연기가 나는 몽당이에서 팔이 다시 자라나는 것을 답답한 마음으로 보았다. 그것은 팔을 들어서 불덩이를 하나 더 생성했지만 이를 링크에게 던지지는 않았다. 대신에 그의 칼에 그 불덩이를 내리눌렀다.
"이럴 수가..." 링크는 윤돌이 그의 뒤에서 신음하는 것을 들었고 그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다.
놈의 칼이 갑자기 불에 달궈지면서 그 날이 시뻘건 색으로 변했다. 놈은 두 팔을 벌리고 귀청이 찢어지는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반투명한 주황색 빛의 공으로 몸을 덮었고 여기에 주변의 공기가 떨리는 것 같았다.
"저건 내 능력이잖아!" 다르케르가 외쳤고 윤돌도 마찬가지로 소리를 질렀다. "어, 저거는 꼭...!"
링크는 검을 끄고 허리띠에 끼워 넣은 뒤 등에서 활을 꺼냈다. 허리의 화살통을 더듬어서 그는 고대 병기 화살 하나를 꺼내 놈의 푸른 눈을 겨누었다. 그가 활시위를 당기자 화살촉의 장치가 작동하면서 그의 검과 같은 빛으로 빛나는 화살촉이 나타났다.
이게 통하기를 바라면서 링크는 화살을 쏘았고 화살이 허공으로 날아가면서 푸른 궤적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화살은 방어막을 푸르스름한 빛과 함께 강타하고 흩어져버렸다. 욕이 절로 나왔다.
놈은 링크를 내려보기만 하다가 손을 들었다.
처음에는 링크의 머리카락을 조금만 흔드는 가벼운 바람으로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바람이 거세졌다. 놈의 팔 바로 위에 거의 새하얗게 뜨거운 불길이 나타났다. 곧 바람은 돌풍이 되어 그 빛의 공으로 빨려들어가서 불을 더더욱 키웠다. 바람소리는 더욱 거세지면서 이 바람으로 인해 조금 검붉은색으로 식은 용암의 일부가 불덩이로 들어가서 흡수되는 것도 보였다.
"링크, 도망쳐!" 다르케르가 그의 머릿속에 고함을 질렀다. "어디로 숨으라고!"
링크는 몸을 돌려 주변을 돌아보다가 윤돌에게 눈이 갔다. 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고론족 표식은 목에 걸린 채로 놈에게 끌려가고 있었지만 그가 입은 영걸의 옷 덕에 완전히 끌려들어가지는 않았다.
"윤돌, 피하라고!" 링크가 그에게 다가가면서 외쳤다. 윤돌은 반응하지 않고 그 불덩이를 큰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링크는 다르케르가 그에게 소리지르는 것을 들었지만 그의 심장소리가 더 커서 제대로 귀에 들리지 않았다. "윤돌!"
바람소리가 멈추었다.
맙소사...!
링크가 그의 오른쪽을 보자마자 놈이 불덩이를 그에게 바로 던지는 것이 보였다. 아까 그에게 떨어질 뻔한 바위만큼이나 큰 불덩이였다. 다른 공격에 비하면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미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날아오고 있었다. 마치 표적을 맞출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것 같았다.
갑자기 다르케르가 불덩이 앞에 나타나서 소리를 지르며 두 팔을 뻗었다. 링크는 그 순간에 기억 하나가 더 떠올랐다. 다르케르가 그 앞에 서서 바위에게서 그를 보호하는 기억이었다. 하지만 다르케르는 불덩이를 막지 못했다. 불덩이는 링크에게 계속 향했는데 방향이 살짝 틀어지며 그를 쫓아오는 것이었다.
윤돌은 마침내 정신을 차린 것 같았고 그에게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링크를 돌아서 보았다. 그는 불덩이와 링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러더니 그는 링크의 팔을 붙잡고 가슴 쪽으로 당겨서 그의 팔 속에 그를 붙잡으면서 머리를 낮추었다.
불덩이는 결국 맞으면서 데스마운틴이 분출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면서 폭발했다. 불과 용암이 그 자리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 같았다. 폭발이 링크의 귀에 울리자 링크는 이 순간이 자신의 최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최후는 오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윤돌이 그를 가슴 쪽으로 그대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윤돌은 조금씩 떨면서 머리를 낮추고 눈도 꽉 감고 있었다. 링크는 고개를 돌리며 그 폭발의 여파를 보았다. 그들 주변의 바닥이 검게 그을려 있었고 불똥이 둘 주변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방어막이 그들을 사방으로 다 가리고 있어서 강한 보호막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 피해도 없었다.
그가 윤돌의 팔을 어루만지자 그는 천천히 손을 놓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링크는 팔에서 나왔지만 방어막에서 나가지는 않았다. 밖에서 놈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은 없었지만 그 자세만 보면 더 짜증이 나고 분노한 것 같았다.
링크는 윤돌을 돌아보았다. "이걸 할 수 있는 줄은 몰랐어."
윤돌은 링크를 보는 눈이 조금 쑥스러운 것 같았다. "그냥 내가 항상 가지고 있던 능력이었어. 이걸 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은 본 적이 없었고꼬로."
"난 봤어."
방어막 밖에서 다르케르의 영혼이 다시 나타나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다만 그는 링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놀란 채로 윤돌을 보고 있었다.
놈은 그들에게 불타는 칼을 휘두르면서 다가갔다. 윤돌은 놈이 다가가는 것을 보고 약간 신음소리를 냈지만 링크는 놈의 방어막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더 높이 일어섰다. 이제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되었다.
"또 버틸 수 있겠어?" 그가 작전을 짜면서 물었다.
"그...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이걸 부수려면 힘이 많이 필요해꼬로."
"그래서 그동안 많이 버틴 거였구나? 그때 산사태에 휘말렸을 때하고 용암을 막을 때 말이야."
"그리고 여기에 뛰어들 때도."
"윤돌, 네가 더 다르케르와 비슷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생각을 잘못하는 거야. 내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보다 더 다르케르와 같아." 링크는 윤돌이 놀라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가 내리라고 할 때까지 방어막을 올려 둬."
윤돌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놈에게 다시 눈을 맞추었다. 놈은 불타는 칼을 내려찍었는데 칼이 방어막에 맞자 징소리가 났다. 사방으로 불꽃이 폭발하였고 그 강타로 조금 더 방어막의 빛이 강해졌지만 그래도 버텼다.
링크는 화살을 화살통에서 하나 더 꺼내어 활시위에 걸었다. 그는 천천히 윤돌의 등 뒤에서 움직여 머리 위의 분노한 푸른 눈을 바라보았다. 놈은 한번 더 칼을 휘둘러 방어막을 쳤고 그 힘에 발밑의 땅이 울릴 정도였다.
"한번 더 치면, 둘을 셀 때까지 기다리고, 방어막을 푼 다음에 바로 뛰어. 알겠지?" 링크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놈이 이 말을 들을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만일을 위해서라도 듣지 않기를 바랐다. 윤돌은 어깨 너머로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막 내의 공간은 꽤 좁았다. 그 막은 윤돌의 키를 간신히 다 덮었고 몸집도 거의 다 덮는 수준이었다.
놈은 한번 더 소리를 지르더니 눈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눈에서 하얀 빛이 쏘아져 나오더니 방어막에 폭발과 함께 부딪혔다. 링크의 눈에 방어막에 흰 균열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하나, 둘...!
"지금이야!"
윤돌은 방어막을 풀고 바로 공으로 몸을 말아 오른쪽으로 굴러 놈의 뒤에 도착했다. 그러나 놈은 링크만 바라보고 있었다. 놈의 눈이 다시 붉은 빛을 발했다. 링크는 숨을 들이쉬고 그가 화살을 겨누면서 집중하는 동안 모든 것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활시위를 놓았다.
고대 병기 화살은 정확하게 날아 놈의 눈의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눈에 깊숙이 박히자 순간적으로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놈의 머리 뒤에서 시퍼런 빛이 터져 나왔다.
"좋았어!" 다르케르가 소리를 질렀다. 뒤에서 윤돌도 주먹을 휘둘렀다.
놈이 몸을 흔드는 동안에 놈의 칼이 꺼졌고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비명을 질렀다. 놈은 몸을 거세게 흔들면서 손을 들어 원념으로 된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긁어대며 링크에게서 물러났지만 이미 그 팔도 부스러지고 있었다. 몸의 곳곳에서 연기가 솟구쳐나오기 시작했다. 연기가 계속 나오는 동안 놈은 몸을 더 웅크렸지만 검은 연기와 함께 몸이 폭발했다. 잠시 동안 그 연기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돌면서 떠 있다가 공중으로 흩어지더니 눈 앞에서 사라졌다. 신수 바 루다니아에 기생하던 놈이 사라진 것이다.
링크가 자신의 승리를 생각하기도 전에 갑자기 거센 팔이 그를 붙잡았다. 윤돌이 그를 붙잡으면서 땅에서 들어올리자 그는 놀라는 신음소리를 내고 활을 놓쳐서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해냈구나꼬로!" 윤돌이 기쁘게 웃으면서 외쳤다. 링크는 숨이 막혀서 끙소리를 한번 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 미안꼬로." 그는 링크를 다시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링크는 옷을 털면서 뒤로 물러나고 윤돌에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한 거지."
"저, 친구." 다르케르가 가까이 가며 말했다. 그는 여전히 윤돌을 보고 있었다. "얘가 혹시..."
윤돌은 다르케르를 보았고 눈이 커지는 것을 보아 살면서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순간적으로 다르케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윤돌을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감정으로 자신이 전혀 모르는 이를 바라보았다. 링크는 뒤로 물러나서 두 고론족이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대화하도록 두었다.
대신에 그는 활을 들어서 등 뒤에 메고 그가 자신의 물건들을 내려놓은 자리로 돌아갔다. 다행히 그 전투에서 손상된 것은 없었지만 놈이 불덩이를 만들어 낼 때에 조금 끌려간 것 같기는 했다. 그가 그의 장비를 다 챙긴 뒤에는 수통을 꺼내어서 바로 들이켰다.
얼마 뒤에 링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형제! 거기서 뭐하고 있어?" 그는 몸을 돌려 다르케르와 윤돌에게 미소를 짓고 그 자리로 돌아갔다. "여기 형제가 없으면 제대로 된 가족상봉이 아니지." 다르케르가 링크를 보며 씩 웃었다.
"그게, 제가 고론족의 문화에 대한 차이들은 잘 모르겠는데, 모든 고론족이 서로를 형제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지. 하지만 그냥 형제랑 그 형제랑은 차이가 있지." 다르케르는 미소를 더 크게 지었다. 화염의 커스 가논이 처리되고 나서 그의 모습은 더 뚜렷해진 것 같았다. "링크, 이거 은혜를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신수랑 나를 풀어주고, 손자도 데려와 줬으니 말이야."
"엄밀히 말하면 제 발로 온 거죠." 링크가 윤돌이 갑자기 소심하게 웃는 것을 보고 미소를 띠었다. "그래도 아무 문제 없어요. 더 일찍 했으면 좋았을텐데요."
"뭐, 너도 다른 일이 있었겠지. 자랑스러워. 하일리아인 치고는 꽤 강하다는 거는 알고 있었어. 고론족 몇몇도 겁에 질리게 할 정도일 것 같고. 그런데 이제 보니, 이번에는 확실히 재앙 가논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아."
링크는 흥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 몸에 피로가 몰려오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할 일도 더 많을 겁니다."
"그래도 이렇게 두번째 신수를 해방한 거지? 보니까 그 놈은 자신의 형제가 죽은 거를 아는 것 같더라고. 엄청 흥분했어. 이전보다도 더욱 거칠게 굴었지."
"그러면 다른 두 놈들도 제가 그들을 잡으러 갈 거라는 거를 알겠군요." 링크는 이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놈들에게 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편했다. 만약 놈들이 그의 도착을 대비하고 있다면 더욱 반격이 거세질 것이었다.
"그래도 괜찮을 거야! 네가 덤비면 놈들도 힘없이 쓰러지겠지. 그리고 남은 둘도 해방되면, 100년 전에 해야 했던 가논 토벌 계획도 이룰 수 있을 거란 말이야!"
그의 앞날을 생각만 한다면 그렇게 쉬울 것만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해 볼 것이었다. 그가 다르케르와 미파와 각각의 종족들을 구했다는 생각만으로도 링크는 만족감이 들었다.
"형제, 이 길을 혼자서 걸어야 하는 것이 좀 쓰기는 해."
"뭐, 며칠 전에는 누가 저를 암살하려고 했으니까요." 링크가 미소가 사라지며 말했다.
"그럼 딱 옛날 같네!" 다르케르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링크의 어깨에 영적인 손을 얹었는데 이전보다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자, 내려가서 너랑 윤돌이가 안전하게 있게 해 줘야지. 여기는 둘에게는 너무 뜨거우니까 화산 밖으로 데려가 줄게."
셋은 루다니아의 내부로 들어갔는데, 이제 원념의 늪이 없어서 더 깨끗했다. 원념도 없고 쇠로 된 환기구도 열려있어서 내부가 이전보다 더 밝아 링크는 신수를 조종하는 장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르케르는 가죽 안전벨트가 달려있는 좌석이 있는 곳으로 그들을 이끌어갔다. 다르케르는 이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는지를 알려주어야 했는데, 윤돌은 여기에 온 적이 없었고 링크는 이를 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뒤에 그는 몸을 돌려 루다니아의 실내를 놀라운 듯이 돌아보았다.
"그런 끔찍한 것이 없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 그가 턱수염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얘도 풀려난 것이 기쁜가봐. 저, 링크, 내가 이거를 조종하는 법을 잘 모를 때 도와준 일이 기억나?"
링크는 미소를 지었다. 기억이 확실히 났다.
Notes:
I had a feeling that Yunobo looks up to Link as an elder brother, so I just had him call as such.(윤돌이 링크를 이름으로 바로 부르는 것은 한국어로는 어색합니다. 이에 윤돌이 링크를 형처럼 존경한다고 파악하여 창작합니다.)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Boulder Breaker = 거암 크러셔[Name glossary]
Darbus = 달보스 (Name derived from Twilight Princess)
Chapter 28: 26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가만, 쟤들 지금 뭐하는 거야?" 다르케르가 고론 시티와 데스마운틴의 하부능선을 나누는 올딘 대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고론족 한 무리가 브루도를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그는 험준한 데스마운틴의 바깥 지형을 쉽게 내려갔다. 땅이 다시 평평해질 때에 링크와 윤돌은 다시 상판으로 올라가서 멀리 있는 고론 시티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 데스마운틴의 이쪽에서 보는 광경은 정말 대단했다. 가히 가장 높은 광경으로 수십킬로미터나 넓게 볼 수 있었다. 이 거리에서는 하나의 흐릿한 점으로 보이는 하이랄 성도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이 내려가는 동안에 링크에게는 화산의 열기가 이전보다는 확실히 덜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방염 물약을 먹은 상태여도 뜨겁기는 했지만 열기가 변했다는 것 정도는 느껴졌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경로도 많이 줄어들었고 이미 있는 용암의 시내도 크기가 줄어든 것 같았다.
루다니아가 화산을 자극하는 것을 멈추어서 화산이 다시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윤돌은 며칠만 지나면 북쪽 채굴장에서 다시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아직 마그마가 곳곳에 있기는 하겠지만 그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었다. 가끔 데스마운틴에서 흘러나오는 마그마가 광석과 보석의 원석들을 드러내 주는 것이었다. 고론족 광부들은 그 덕에 바쁘겠지만 그게 싫지는 않았다.
순간 허공에 거센 굉음이 울렸고 얼마 뒤에 신수의 옆에 무언가 단단한 것이 맞아서 크게 울렸다.
"뭐야!" 다르케르가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를 질렀다. "쟤들이 우리한테 대포를 쏘고 있잖아! 왜 저러는 거야? 루다니아는 이미 충분히 얻어맞았다고!"
"루다니아가 공격하러 온다고 생각하나봐요꼬로! 반장님이 채굴장에서 대포를 가져와서 쫓아내려는 것 같아요!" 윤돌은 상판의 모퉁이로 달려갔다. 얼마 뒤에 대포알 하나가 그의 머리 위로 날아가자 그는 머리를 숙여 이를 피했다.
"저기요!" 그가 팔을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괜찮으니까 멈춰요꼬로!" 대포는 발사를 멈추었고 윤돌은 마음이 놓인 듯 어깨가 내려갔다. 그는 다르케르와 링크를 소심하게 웃으며 돌아보았다. "우리가 이긴 것을 몰랐나봐꼬로."
"그런가봐." 링크는 그 대답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며 말했다.
그들이 이겼다. 신수가 하나 더 해방되었다. 이 일을 끝내기 위한 한 걸음을 더 나간 것이다. 마음이 겸손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여행하는 동안 그는 이미 이 나라의 절반을 종단했고 마을 둘을 통째로 구했다. 그런데 매번 그는 이 승리가 패배하기 직전에서 간신히 일궈낸 것 같다고 느꼈었다. 대부분은 운과 그의 동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일지 두려웠다.
갑자기 링크는 고론 시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다. 분명 축하연 외에도 이야기를 캐묻는 이들이 넘쳐날 것이었다. 분명히 영웅 대접을 받고 또 고론족들의 형제라는 칭호를 받을 것이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었다. 이를 마주할 자신은 없었다.
그는 그의 얼굴에 갑자기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이 나타났는지는 몰랐지만 다르케르가 그를 미묘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것은 보였다. 그는 최대한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꾸고 미소를 억지로 지었다.
신수가 다리의 반대쪽에 서자 다르케르는 그들을 루다니아의 입구까지 배웅해주었지만 완전히 밖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윤돌이 입을 벌린 채로 그들을 바라보는 브루도를 맞이하기 위해서 재빠르게 지나갔지만 다르케르는 링크는 남아 달라고 했다.
"형제, 괜찮은거야?"
링크는 그를 보고 잠시 머뭇거렸다. 마침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다르케르는 인상을 찡그리고 링크가 이전에 본 것만 같은 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요."
다르케르는 이해한다는 듯이 흥 소리를 냈다. "고론족이 어떻게 단단한 돌을 깨는지 알지?"
"한번에 한 타씩이죠?"
"뭐, 그렇지." 다르케르가 뒤통수를 긁적이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찾고 있는 원석과 광석을 기억해야 하지. 목표를 잃어버리면 안돼. 그러지 않으면 그냥 맨 땅에 머리를 박고만 있는 느낌이 들 거야."
그의 목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당연히 가논 토벌이었다. 하이랄을 좀먹던 그 마수를 처단하고 사람들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앞에 피워진 불과는 무관한, 위팔에 느껴지는 열기를 느꼈다. 포근한 열기로 익숙해지는 열기였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었다. 그는 옆을 보고 그녀의 푸른 눈을 보았는데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시 모닥불에 집중했다.
젤다 공주의 얼굴이 그의 마음 속에 떠올랐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가논 토벌이 유일한 목적인 것 같지가 않았다.
"형제?"
링크는 그 생각을 밀어내고 다르케르에 집중했다. "그래요. 맞는 말이네요. 앞으로 해야 할 일만 생각한다고 일이 풀리지는 않겠죠."
"그럼!" 그는 링크의 등을 치러 갔지만 그의 손이 링크의 등을 뚫고 몸 앞으로 나왔다. 갑작스런 찬 기운에 링크는 떨고 자신의 가슴을 문질렀다. 다르케르는 당황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건 미안하군."
링크는 고개를 젓고 손을 내리고 다리 건너에 모인 고론족을 바라보았다. 윤돌이 그들에게 다가가서 브루도에게 손짓을 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르케르도 링크의 시선을 따라 보았다.
"손주를 데려와줘서 고맙군. 지나간 시간을 말해주었을 때에 생각이 난 게..." 다르케르는 고개를 저었다. "뭐, 결국 다 잘 해결되어서 다행이기는 하네. 특히 손자 녀석이 말이야."
"생각보다 다르케르 당신을 많이 닮았어요." 링크가 다르케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제, 나 대신 지켜봐 줄 거지?"
"그럼요. 오랫동안 지켜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요."
밖에서 윤돌은 주먹을 쥐고 다른 손에 친 다음에 한 뚜껑 부분이 아직도 망가진 채로 열려 있는 루다니아의 머리 부분을 가리켰다. 다른 고론족이 그의 주변으로 빽빽하게 모여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보았다.
링크는 그날 밤에 고론족과 연회를 벌였고 고론족의 연회는 그 어떤 체면을 차리지 않는 연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양각색의 드럼을 꺼내어 밤새도록 쳐댔고 다른 고론족들은 그에 맞추어 춤을 추기만 했다. 고론족은 대부분 돌만 먹기는 했지만 링크를 위해 어딘가에서 고기와 과일, 그리고 채소를 모아와 준 것 같았다. 다만 링크 자신이 요리를 했다. 고론족이 요리하는 것에 대한 기억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브루도는 고론족의 술을 꺼내왔고 윤돌이 마시라고 여러 번 권한 끝에 링크도 한 잔을 받았다. 마치 흙탕물에 유황과 소금을 섞은 맛이 났고 도수가 얼마나 높은지 기침이 절로 나왔다. 그 술통이 한번 더 돌았을 때 그는 마시지 않고 넘겼다.
링크와 윤돌은 브루도 바로 옆 자리에 앉는 영예를 얻었다. 그는 윤돌은 영웅이며 링크는 고론족의 진정한 형제라고 하였는데, 그 말로 인해 또 북소리와 춤, 그리고 술자리가 돌아갔다. 어느 순간에 링크는 북 하나 앞에 앉고서 서투르게 따라서 치고 있었다. 그의 박자가 맞지 않아도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고 얼마 뒤에 보이콘과 트레이 형제가 젊은 고론족들에게 노년 고론족이 추는 모습을 보여주고 브루도는 옆에서 크게 박수를 치면서 웃어댔다.
첫날 만으로 흥이 끝나지도 않았다. 다음 날에는 고론 시티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고 링크는 아직 보지 못했던 곳도 둘러볼 수가 있었다. 그는 거대한 지하 도시를 보았는데, 엄청나게 높은 천장과 용암 폭포, 그리고 주변의 산으로 이어지는 광차 철로도 구경할 수 있었다. 용암 쇄류의 정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금방 다시 열릴 수 있을 북쪽 폐광도 구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커족 사당을 하나 뿐만이 아니라 두 개나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오래 전에 다르케르를 처음 만났을 때에 본 기억이 있었다. 그는 거기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나중에라도 고론 시티에 쉽게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동을 시켜두었다. 또한 고론족 대장장이인 블로한이 새로 강철 방패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링크가 쓰던 방패보다 무거웠지만 그래도 튼튼하기는 했다.
광차를 타고 내려가자 금방 남쪽 채굴장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그가 볼든과 같이 고론 시티로 올라가는 중에 만난 고론족들을 만났고, 처음 왔을 때에는 본 적이 없었던 다른 고론족들도 보았다. 그 중에는 둘째 날 저녁에 말을 건 다른 고론족 둘도 있었다.
"데스마운틴 밖으로 여행하는 일은 있습니까?" 링크가 건너편에 앉은 고론족에 물었다. 그들은 링크가 피워서 요리하고 있는 불가 곁에 앉아 있었다. 그들 중에는 다른 광업 일을 하는 고론족들이 그러는 것처럼 노란 안전모를 쓴 어린이도 같이 앉아 있었다.
"아니, 교역소까지 내려가기는 했지만고로." 질문을 들은 고론족이 안전모를 벗으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레이슨 형은 늘 여행하고 싶어했지꼬로!" 어린 고론족이 신이 나서 말했다.
"펠리슨, 그러지..."
"그리고 매번 굴만 판다고 지겹다고 했잖아꼬로."
"그게 아니라..."
"그리고 사람도 돕고 싶어했잖아! 형, 이 일을 맡자꼬로!"
링크는 펠리슨을 먼저 만났었다. 이 어린 고론족은 금방 신이 나서 그의 형인 그레이슨이 링크가 고론족을 도와준 것처럼 자신도 다른 이들을 돕고 싶어한다고 하며 링크를 만나고 싶어했다고 말했었다. 링크와 말을 좀 나눈 뒤에 펠리슨은 그레이슨을 데려와서 그의 제의를 전했다.
"친구들은 어쩌고고로?" 그레이슨이 안전모를 쓰면서 물었다.
"새 친구들을 만들면 되지! 그레이슨 형, 어서 가자, 도움이 필요하다잖아꼬로!"
"뭐, 하산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할 일을 다하면 다시 올라오면 되니까고로."
그렇게 링크는 볼슨 건설 북부 지사에 힘을 더해줄 고론족 직원들을 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회사의 엄격한 입사 규정에 부합하는 고론족을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찾은 것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거야고로?" 윤돌이 고론 시티의 입구 위에 걸쳐져서 데스마운틴의 정상으로 향하는 길을 이어주는 고론 다리 위에서 물었다.
"한동안 남쪽으로 좀 가 있을 거야." 링크가 잠시 침묵을 한 뒤에 말했다. 그는 쇠 난간에 기대어서 거대한 조형 바위를 바라보았다. 고론족은 다르케르의 미소 짓는 얼굴을 정말 훌륭하게 재연했었다. "시커족의 임파에게서 대답을 들어야 하는 문제들도 있으니까 거기로 먼저 갈 거야. 그런 뒤에는 하테노 마을에서 며칠 묵을 거고."
"그런 다음에 다른 신수들도 해방하러 갈 거지?"
링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메도와 나보리스. 리토족과 겔드족의 신수들을 처리할거야." 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마음을 못 정했지만 지금은 리토족 쪽으로 끌리고 있었다.
둘 모두 하이랄 평원 반대편의 서쪽에 있었기에 여행을 오래 해야 했다. 시작의 대지 근처의 남쪽 길을 따라서 사막으로 바로 향할 수도 있었지만 생각을 여러 번 해 봐도 평원을 가로질러가는 것이 오히려 괜찮을 것 같았다. 성에 가까이 갈 수 있어서 위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는 중앙 하이랄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지금은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을 빼고는 사는 사람이 없어 보였지만 왜 그런지 그는 이 이유를 더 확실히 알고 싶었다.
두번째는 기억 때문이었다. 그가 간 새로운 장소마다 새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르케르와 미파와 관련된 기억이 떠올랐고, 어떨 때에는 젤다 공주의 기억도 떠올랐다. 그래도 더 많은 기억을 갈구했기에 모든 것이 시작한 곳 가까이 가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너무 위험해지면 언제든지 시커 스톤으로 대피하면 될 것이었다.
일단은 그것이 계획이었다.
"할 수 있겠어? 다른 신수들을 해방하고 대재앙을 무찌르는 거?"
링크는 약한 미소를 짓고 윤돌을 바라보았다. 이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의문이 들었다. "뭐, 시도는 해야지."
윤돌은 그를 보았고 링크는 그가 이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그가 한 마디를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고로. 알겠지?"
"고마워, 형제." 링크는 팔을 뻗어서 윤돌의 어깨에 얹고 뒤로 물러나서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뽑았다. 그는 지도를 켜고 올딘의 탑을 찾았다. 그는 다시 윤돌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몸 조심해. 금방 다시 올게."
윤돌은 신이 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링크는 그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말했다. 다른 고론족들이 그가 시커 스톤으로 워프하는 광경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를 배웅하고 싶어했지만 링크는 윤돌만 있으면 된다고 부탁했다. 그동안의 행적을 생각하면 어울릴 것 같았다.
"고마워, 링크 형! 루다니아를 잘 보면서 아무 일이 없는지 잘 감시할게." 윤돌은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들이 고론 시티로 돌아오고 나서 루다니아를 여러 번 올라갔었다. 다르케르도 그의 방문을 늘 환영했고 윤돌을 고론족의 새로운 영걸로 부르기까지 했다. 링크도 이를 진심으로 지지했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커 스톤의 화면을 눌렀다. 그는 푸른 입자가 되어 사라지고 고론 시티에서 멀리 떨어진 올딘의 탑 정상에 도착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탑 위에서 경치를 보았다. 여기는 꽤 시원했고 바람까지 불고 있어서 몸이 절로 식었다. 이번에는 산의 아래까지 자신의 장비를 옮겨줄 도동고가 없어서 그는 잠시 모든 장비를 확실히 챙겼는지 확인했고, 패러세일을 꺼내서 탑의 남쪽으로 뛰었다.
이번에는 오래 동안 날아갔기 때문에 링크는 참 먼 거리를 갔다. 온천 위를 가로질러서 데스마운틴과 하이랄을 나누는 경계인 돌 아치 바로 앞에 착지했다. 공기는 계속 시원해졌다. 순간적으로 링크는 추운 기운을 느꼈다. 어느 정도 따뜻한 아침이었지만 땀에 젖은 옷 때문에 추웠던 것이었다. 그는 영걸의 옷을 벗고 텔마가 사준 붉은 상의를 입고 교역소로 향했다.
"아! 오셨네요. 언제 돌아오실지 몰랐어요." 젊은 여인 브린이 링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밝게 미소를 지었다. 교역소는 그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게 조용했고 낡은 건물 곳곳에 사는 사람들 외에는 다른 이들이 없었다.
"스피릿은 어떻습니까?" 링크가 마구간으로 향하는 문 쪽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그녀는 갈퀴를 들고 있었으며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방금 마구간에서 오물을 치운 것 같았다.
"아, 아무 일 없어요. 스피릿이라는 이름이 어울리기는 하네요! 어제 좀 달리라고 타고 나가 봤는데, 제가 타는 거는 안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링크는 마구간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스피릿의 머리가 축사 밖으로 나와서 그를 갈색 눈으로 뚫어져라 보는 것이 보였다. "좀 까다로운 녀석이기는 하죠."
"그래도 사과를 주면 금방 마음을 열더라고요." 브린은 스피릿에게 미소를 짓더니 링크를 돌아보았다. "아! 잊어버릴 뻔했네요. 몇몇 사람들이 그쪽을 찾더라고요."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몇몇 사람들이요?"
"예. 한 이틀 전이었나? 두 사람이 와서 그쪽을 안다고 하더라고요. 언제 오는지도 물어봤고요."
"아직 여기 있습니까?" 링크의 팔이 다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고 그는 두리번거리려는 것을 최대한 참았다.
"아뇨. 여기 머무르지도 않았어요. 그냥 며칠 뒤에 돌아오겠다고만 하고 다시 언덕을 내려가더라고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말했습니까?"
"아뇨."
"어떻게 생겼습니까?"
"어...남자와 여자 한 사람씩이요. 이름은 안 댔고요. 남자는 좀 키가 크고 근육이 좀 많았었고, 갈색 머리였어요. 여자는 키가 작고 늘씬하고...머리는 금발이었던 것 같았고요."
그 묘사만 들으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들렸다. 그런데 링크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냥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하테노의 주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그가 고론 시티로 가는 것을 아는 사람은 프루아 말고는 없었다. 카카리코 마을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거기서 사는 사람 중 그가 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무조건 암살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 있을 때 델리아가 그를 죽일 뻔했었던 것이다.
"브린, 이거 죄송합니다만, 여기에 스피릿을 조금 더 맡겨도 되겠습니까? 며칠이면 됩니다. 그 녀석을 다시 데려가기 전에 좀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
"어, 그럴 수는 있는데요, 괜찮으세요?"
링크는 축사로 걸어가서 스피릿의 코를 매만졌다. 말은 다시 마구간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올게." 그는 브린을 돌아보았다. "네, 괜찮습니다."
그는 근처의 여물 가방으로 손을 넣어서 귀리 한 줌을 꺼내 스피릿에게 건넸고 녀석은 그의 손의 귀리를 받아먹었다. "여기에 스피릿이 있는 거를 알았습니까?"
"저는 말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이 말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링크는 그녀를 보고 억지로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냥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 며칠이면 됩니다. 길어도 일주일이요."
그는 스피릿의 안장가방에서 물건을 더 챙기고 최대한 수상한 기운을 숨기면서 브린의 질문들을 회피하며 그 자리를 떴다. 사실 회피할 것도 없었다. 그가 최대한 바랄 것은 그들이 돌아왔을 때 그녀가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정말 사실대로 말하면 그냥 그녀를 둘 것이었다.
그래도 다른 암살자들을 더 마주하기 전에 몇몇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야 했다. 그는 길가의 사람들이 보지 못할 건물들 뒤로 숨고 시커 스톤을 꺼내어 카카리코 마을을 눌렀다.
그가 사당의 입구에 다시 나타나자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기에 크게 놀랐다. 데스마운틴 발치의 공기는 따뜻하면서도 건조했지만 카카리코 마을은 시원하면서도 습했다. 사당 주변의 잔디가 축축하고 머리 위의 구름을 보아하니 최근에 비가 온 것 같았다. 마을은 젖은 잔디와 흙의 냄새가 났고 꼬꼬의 소리도 들렸다.
그는 서둘러서 언덕을 내려왔는데 누군가가 그를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암살자가 얼마나 많을 것인지, 그가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델리아를 죽인 것도 알고 있을지 등의 의문이 들었다. 머리 속에 흰 가면이 떠올랐다. 설마 시커족인 것인가 싶었다. 임파를 신뢰하기는 했지만 설마 싶었다.
"어! 리...링...크! 오늘 오실 거라는 말은 못 들었어요." 파야의 목소리에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한 팔 밑에는 젖은 빨래가 있었고 반대 겨드랑이에는 빨래판이 있어서 임파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링크는 숨을 억지로 내뱉으면서 진정하려고 애썼다. 그의 머리 속이 복잡했다. "방금 왔어. 임파는 계셔? 말해야 할 일이 있어서."
파야는 걱정이 되는 듯 인상을 찡그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늘 경비를 서던 두런을 지나쳐 그를 집 안으로 이끌었다. 지금은 보가드가 없는 것 같았다. 임파의 집의 중앙의 방은 바깥의 햇빛으로만 비춰지고 있었다. 켜진 등불이 없었고 임파는 자리에 없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파야가 바구니와 빨래판을 내려놓고 말했고 할머니를 찾으러 뒷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뒤에 파야와 임파가 방에서 나왔다. 파야는 양초를 들고 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등불의 불을 켜서 그들을 아늑한 빛으로 비추었다.
"링크..." 임파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앉거라."
그는 그녀의 단상 근처의 방석에 앉았다. 임파도 자신의 자리로 가서 한숨을 내쉬며 앉았다. 몸이 편해지고 나서 그녀는 링크를 올려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정은 어떤지? 금방 돌아와서 놀랐다. 한...2주 정도 지났던가?"
"루다니아가 해방되었습니다."
그의 말에 방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의 옆에서 파야가 양초를 내리며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임파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링크는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그는 이런 경외의 시선을 받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신수 둘이 해방되었구나." 임파의 목소리는 감정에 북받쳐 메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깨어난지 겨우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대재앙과 맞서려고 했던 노력 그 이상을 이루어냈구나."
그는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있었다. 그녀가 말한 것은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 말에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는 그가 쥔 도구만 가지고 그 괴수들을 처치했었다. 전설의 검도 없었고 영걸들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는 검술에는 훌륭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노력만 했더라면 그가 했던 일 그 이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앙 가논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 그가 유일했을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이전에 그대는 왜 그대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물었었는데..." 임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훌륭해. 정말 훌륭하다, 링크."
링크는 머뭇거리며 큰 눈으로 가슴에 손을 모은 채로 그를 보는 파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근처의 탁자에 양초를 올려두었었다. 그는 눈길을 피하고 가방에서 그 암살자의 하얀 가면을 꺼냈다.
파야는 거친 헉 소리를 냈고 임파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허리를 세웠다. 방 안의 공기가 급변하면서 긴장감이 위험하게 감돌았다. "어디서 났느냐?" 임파가 거칠게 물었다.
"제가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길에 만난, 저를 죽이려고 한 암살자에게서 가져왔습니다." 그의 마음 속에 초점을 잃은 델리아의 눈과 그녀의 입가에서 흐르는 피가 떠올랐다. 그가 그의 손으로 죽인 이였다.
"파야, 문을 어서. 아무도 듣지 못하게 해라." 임파가 지시했다. 파야는 재빨리 현관으로 다가가서 밖을 바라보았다. 밖의 마루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는 문을 세게 닫고 아무도 못 들어오도록 문에 가까이 섰다. 임파는 다시 링크를 바라보았다. "모두 말해 보거라."
링크는 이야기를 다시 전했다. 델리아가 우선 발목을 다쳐서 위기에 처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깨자 그녀가 이 가면을 쓴 채로 그의 위에 서 있었고 결국 그녀와 싸운 끝에 그녀의 숨을 끊은 일도 말했다.
"대체 이게 뭡니까? 가면에 시커족의 문양이 있단 말입니다." 링크는 그의 목소리에 따지는 듯한 어조가 들어간 것을 감지했다. 임파가 이 암살자를 보낸 자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시커족의 원로였으니 그런 태도가 나온 것이었다.
"이것은 시커족의 눈 문양이 아니다." 임파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서 내려왔다. 그녀는 손을 내밀었고 링크는 그녀에게 가면을 건넸다. 그녀는 이를 받고 조용히 돌려보았다. "최근에 들어서 활발해지기는 했지만, 그대를 이렇게 빠르게 감지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대가 가는 길까지 알아내다니..."
"임파, 이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이가단이다."
이가단? 텔마가 말했었는데. 들은 기억이 확실하다고. 링크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무언가가 마음에 걸렸다. 아마 또렷하게 생각이 아직 나지 않는 기억인지도 몰랐다. 이전에도 이가단을 처단했는가 싶었다.
링크가 물어보듯 바라보자 임파는 말을 계속했다. "이가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만년 전 재앙 가논의 패배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임파는 방석 하나를 더 끌고 와서 가면을 그대로 든 채로 링크 바로 앞에 앉았다.
"그대도 알다시피, 시커족은 그 때에도 재앙 가논을 쓰러뜨리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이 신수와 가디언을 설계했으니 말이다. 그 당시에 우리는 영웅으로 추앙받고 왕국의 통치에도 큰 영향을 끼쳤지. 그런데 낯선 기술의 힘이 강해질 때마다 그랬듯, 하이랄의 사람들은 시커족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기술은 너무 강하고 낯설어서 우리가 하이랄을 섬기지 않고 정복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그 수단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본 것 같다.
"그 두려움이 근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왕가가 곧 우리의 기술을 포기하고 하테르 지역의 출신지로 전부 돌아가라고 칙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우리의 고향에 발도 디딘 적이 없던, 수도 근처와 다른 도시와 마을에 살던 시커족들은, 옛 동료들과 갑자기 냉대를 하기 시작한 이웃들에게 쫓겨난 것이었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럼 하이랄을 그냥 떠나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들을 받아줄 다른 나라를 찾으면 될 텐데요.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보면 그들을 안 받을 나라는 없었을 겁니다."
"대부분은 그랬다. 역사에 의하면 과거에는 하이랄에 시커족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살았다고 했지. 다른 이들은 시커족의 혈통을 포기하고 하일리아인들 사이에 비밀스럽게 살면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았다. 보다시피 모든 시커족들이 백발에 붉은 눈을 가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특히 혈연이 섞여가며 더욱 그러했지. 또 다른 이들은 왕가의 지령을 따라서 하테르 지역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카카리코 마을을 세워서 일반적인 사람들로 살아갔지. 우리의 기술을 폐기했고, 우리의 과학적 연구는 다 파기했다."
임파는 다시 가면을 쥔 손에 힘을 쥐었다. 그녀의 얼굴은 더욱 인상을 쓰는 것 같았다. "허나, 일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일부는 왕가를 거역하고 그들의 기술을 유지했다. 왕가가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다른 주인이 받아주리라 믿었다. 그들이 이가단이고, 그들의 새 주인은 바로 가논이다."
링크는 임파의 손에 있는 가면을 보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가논을 섬긴다고요? 정말입니까?"
"그래. 수천년 동안 조용히 지냈었지만, 재앙 가논이 부활하기 얼마 전에 갑자기 활동을 재개했다. 우리 민족들은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가단이 남아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분리되자마자 모습을 감추었으니까. 다른 시커족이 그랬던 것처럼 하이랄을 떠났으리라 믿었다. 아마 그랬는지도 모르지. 가논의 부활의 징조가 확실해지던 때에 다시 돌아왔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들이 가논의 부활을 가속화하려는 것이 확실해졌다. 절도와 방해 공작을 펼쳤지. 놈들은 가디언과 신수에 대한 연구 자료들을 훔치거나 파괴해 왔다. 우리는 놈들을 찾아내어 막을 여러 작전을 세웠지만 우리를 늘 피해 다니는 것 같았다. 지금도 나는 이가단의 아지트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결국 그들은 가논이 부활하는 것을 가장 크게 방해할 이들을 암살하는 것까지 기도하기 시작했다. 시커족 학자들 여럿이 살해당했고 프루아와 로베리, 그리고 나의 목숨까지도 노리기 시작했다. 영걸들도 습격을 받았었고, 당연히 그대와 젤다 공주님도 가장 큰 표적이었지. 그대와 공주님이 함께 여행하던 도중, 그대는 그 분의 목숨을 암살 시도에서 여러 차례 구해 주었었다."
링크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분명 조라의 마을의 둑에 피해를 준 원흉이었을 겁니다. 시드는 방해 공작이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리잘포스들에게 전기의 화살을 준 자들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임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것이다. 분명 조라족을 멸하려는 계책이었겠지. 그런데 아직도 의문이 남는구나. 조라족의 약점을 어떻게 알았던 거지? 설마 신수가 깨어난 것도 알아낸 건가? 시기를 맞춰서 작전을 진행했을까?"
"루다니아도 그러했는데, 그런 방해 공작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루다니아 홀로 데스마운틴을 분출시켜 고론족을 멸하려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 말은 즉슨 다른 신수들도 깨어나서 각자의 종족들에게 해코지를 하면서 위협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대도 이가단의 방해 공작을 마주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고."
링크는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암살 시도도 있겠죠. 데스마운틴에서 내려오는 길에 적어도 두 명은 있을 게 확실해 졌습니다."
임파는 입술을 깨물더니 가면을 더 세게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관절이 하얘졌다. 가면은 큰 소리를 내며 반으로 부러졌고 파야가 뒤에서 놀라는 소리를 내었다. 가면의 파편이 햐얀 먼지가 되어 바닥으로 흩어졌다.
"생각이 짧았군. 우리 모두가 생각이 짧았어!" 임파가 목소리에 날이 서면서 말했다. "그 망할 리토족 녀석이 대재앙을 무찌르기 위해서 용사가 부활했다고 사방으로 노래를 부르고 다닌데다가 그대는 그 옛 영걸의 옷을 대놓고 입고 있었어. 이 일이 있으리라고 짐작했어야 했는데!"
카시와가...?
"입으라고 하셨잖습니까. 희망을 준다고요."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그걸 괜히 말했다. 희망은 훌륭한 것인데, 그대의 등에 표적을 그려버린 셈이 되었어. 링크, 이가단은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다."
"이미 신수 둘을 해방했습니다. 결국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임파가 내뱉었다. 반으로 갈라진 이가단의 가면을 보는 그녀는 볼까지 시뻘게져서 굉장히 분노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그대의 존재를 눈치채기 전에 대지를 가로질러가서 신수 하나를 더 해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이제 그들은 그대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아냈다. 그리고 서쪽으로 가서 그대의 일을 끝마치려 하는 것 역시 알았을 것이야."
링크는 끙 소리를 냈다. 이것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가단은 분명 겔드의 영역과 리토의 영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으며 매복으로 공격할 것이었다. 델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자는 중에 그를 공격하거나, 그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등을 보이고 있을 때 그 등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시커족 중에서도 이가단의 첩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야지." 임파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할머니?" 파야가 걱정스레 말했다. "설마 카카리코 마을 사람 중에도 이가단의 첩자가 있을까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임파가 진지한 얼굴로 천천히 눈을 떴다. "조라의 마을에서의 승리 이후로 그대가 다음에 갈 곳을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추측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거다. 다만 같은 지역에 서로 다른 암살자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분명 계략이 있다는 의미일 거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그 리토족 녀석의 입이 방정이기는 했지만, 그대가 다음에 어디로 갈 지에 대해서는 그의 노래에 적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카카리코 마을의 모두는 알았을 겁니다." 링크가 마음이 내려앉으며 말했다. "가기 전에 여기에 와서 데스마운틴과 고론족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이런, 눈치챘어야 하는데! 옛날에는 더 눈치가 빨랐어!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나도 감이 둔해졌군!" 임파는 부러진 가면을 노려보면서 다시 하나로 붙였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파야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암살자 둘이 링크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요...?" 그녀는 겁에 질린 것 같았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결국 링크는 그들을 언젠가는 마주치게 될 것이고 그들도 죽여야 할 것이었다. 그렇게 내키는 생각이 아니었다.
임파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링크, 이제부터는 더욱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누구도 믿지 말아라. 여행하는 중에 그 영걸의 옷도 입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모습을 위장해라. 수염을 기르든 머리를 기르든 해야 할 거다. 그대의 모습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눈에 띄지 않겠습니까?" 링크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은 분명 없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도움은 될 거다. 길에서 만나는 다른 여행자도 경계해라. 이가단은 수로 압도하기 보다는 속임수와 기습을 할 것이니 그것을 이용하거라. 그대는 이가단의 정예병보다도 더 훌륭한 전사임은 틀림없으니까."
그는 지난번에 이가단의 정찰병을 만났을 때에도 간신히 살았는데, 둘 이상을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나요?" 파야가 물었다.
임파는 손녀에게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바칠 생각이다. 하지만 도로를 미리 정찰하고 이가단을 뿌리 뽑을 수단이 없다."
"하이랄 평원은 어떻습니까? 거기를 가로질러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가 임파를 바라보며 물었다.
임파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그러면 이가단의 위협을 맞먹는 다른 위협으로 대체할 뿐이다. 하이랄 평원은 무인지대다. 몬스터들이 폐허를 점령하고 있고 성 근처에는 가디언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래도 그 위협이라면 바로 보고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링크가 말했다. "제 다음 목적지는 리토족이지만, 겔드족에게 간다고 말해 봅시다. 그러면 어느 정도 추적에 혼란을 줄 수는 있을 겁니다." 비겁하게 들렸지만 링크는 한 사람에 불과했다. 이가단이 그를 막기 위해 대규모로 인원을 보내면 그조차도 살 수가 없었다. 빠르게 움직여서 그들이 예상 못할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다.
임파는 생각을 좀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계획이다, 링크.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가단은 그대가 죽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대를 잡기 위해 셋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파야는 문가에 있으라는 임파의 지시를 잊은 듯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그의 옆의 방석에 앉았다. 내가 죽을까봐 두려워하는 건가. 그가 생각했다. 사실 꽤 감동적이기는 했다. 그가 깨어나고 나서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은 얼마 없던 것 같았다.
"난 괜찮을 거야." 링크가 파야를 위해서라도 억지로 목소리에 확신을 담으며 말했다. "보코블린은 아무런 문제 없이 처치할 수 있고 성 근처에는 다가가지 않을 테니까."
그 정도면 될 것 같았다. 그는 파야를 보았지만 그 이마에는 아직도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불안을 덜기 위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한 순간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모두 얼어붙었고 서로를 긴장된 얼굴로 돌아보았다. 링크는 그의 검을 뽑아들었다.
"임파님?" 두런의 목소리가 얇은 벽을 통과해서 들렸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한 남자분이 뵈러 왔습니다. 누님 되시는 분의 조수라고 합니다."
임파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녀는 파야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더 어린 파야가 일어서서 문으로 다가가 문을 밀어 열었다. 문 밖에는 두런 외에도 링크가 알아본 다른 남자가 있었다.
"시몬?"
시몬은 두런의 널찍한 어깨 너머로 링크를 놀란 듯이, 안경 너머의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링크님, 뵙게 되어서 다행이군요! 소장님께서 임파님께 링크님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지 여쭈라고 보내었습니다."
임파가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두런은 시몬을 들여보냈고, 링크는 그의 허리춤에 이전에 없었던 것을 발견했다. 시커 스톤이었는데 링크의 것과는 달랐다. 그의 것과는 달리 장식이나 다듬어진 모습이 없는 큰 육면체처럼 보였고 시몬의 허리에 걸린 장비 중 하나에 두꺼운 철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 누님은 지금 몇 살인가?" 임파가 미소를 싱긋 지으면서 물었다. "원래 나이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찾아냈나?"
시몬은 놀란 표정을 짓고 링크와 임파를 돌아보았다. "아, 다른 분이 소장님의...상태를...알 줄은 몰랐습니다..."
임파는 낄낄 웃기만 했다.
Notes:
N.B. After taming Rudania, Yunobo changes his catchphrase from '~꼬로' to '~고로' in the Korean game.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Necluda = 하테르[Name glossary]
Breen = 브린
Rohan = 블로한
Chapter 29: 27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말한 거라고?! 체키, 링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특히 여동생한테 말이야!"
링크는 여섯 살의 몸을 가진 노파가 그에게 마구 호통을 치는 것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았다. 하테노 마을로 워프 아이템을 이용해서 시몬과 돌아갔던 것이었다. 프루아도 자신의 시커 스톤에 워프 기능을 어떻게든 넣고 기능을 하게 한 것 같았다.
그의 옆에서 임파는 웃어댔지만 눈에 눈물이 맺힌 것 같았다. 프루아도 자신의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임파도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링크가 이 아이템이 한번에 한 명만 데려갈 수 있다고 말하려는 순간 시몬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옆에 서라고 했었다. 파야는 임파가 잠시 마을을 떴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기 위해서 남겠다고 했었다.
둘은 하테노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까지 도착했고 시몬은 들어가서 프루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리겠다며 들어갔다. 얼마 뒤에 프루아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연구소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누님, 이번에는 참 큰 곤경에 처했군 그래." 임파가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링크는 그녀가 허리를 굽힌 것도 감안하고 위가 뾰족한 모자를 키에서 제한다고 해도 프루아보다 몇 센티미터는 더 크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동생 넌 언제 그렇게 늙었대?" 프루아가 동생을 위아래로 보면서 씩 웃었다.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프루아는 잠시 훌쩍였고 임파도 그러했다.
그리고 바로 두 여성은 갑자기 눈물을 마구 흘리면서 꽉 끌어안았다. 링크는 두 여인의 상봉을 잠시 보다가 불편한 기색이 들었는지 뒤로 물러났고, 시몬도 눈물을 닦아내면서 물러났다.
"제가 늘 자매 분을 뵈러 가라고 말했었죠." 시몬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했다. "시커 스톤에 워프 아이템이 제대로 통하도록 하고 그동안 기동되었던 모든 사당과 탑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나서부터요. 그런데 소장님은 계속 싫다고 하셨더라고요."
링크는 그의 뒤에서 자매가 서로 말하는 것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알지 못하는 이유로 속이 쓰라렸다. 아마 기억 못하고 있는 기억의 일부였을 것 같았다.
"어떻게 임파를 여기까지 데려올 수 있었던 겁니까?" 그가 시몬을 보면서 말했다. "프루아는 한번에 한 사람만 옮길 수 있다고 했는데요."
"아, 그 이유로 소장님께서 카카리코 마을로 가 보라고 한 것도 있습니다. 소장님은 고론족의 신수를 해방한 뒤에 링크님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곳에 가기 전에 보러 오라는 말도 남기라고 하셨거든요. 시커 스톤을 강화해 줄 생각이었답니다. 워프 아이템을 더 강화해서 이제 여러 대상들도 한번에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제 말도 같이 이동할 건가요?" 링크가 기대하듯이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소장님께 직접 여쭈는 것이 나을 겁니다. 다만 그럴 목적인 것 같기는 했습니다. 링크님께서 여기 처음 온 이후부터 계속 워프 아이템 개조에 매진하고 계셨으니까요."
링크는 서로 가까이 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는 자매를 돌아보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본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겼다. 카카리코 마을과 하테노 마을은 서로 멀리 있지는 않았으니, 지난 100년 동안 보기는 했을 것이었다. 말을 타면 사흘은 걸렸고 마차를 타도 나흘이나 닷새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반응을 보자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았다.
시몬에게 이를 묻자 그는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릅니다. 제가 소장님 조수로 일할 때부터 서로를 뵙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한...16년인가, 17년인가...그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소장님은 이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 중 하나라도 무사해서 나를 쉽게 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
그는 모든 사람들이 해야 했던 희생을 자꾸 상기하는 것이 싫었다. 다만 이 생각을 하는 기색이라도 드러냈다가는 임파에게 뺨을 한번 더 맞을 것이 확실했다.
얼마 뒤에 프루아와 임파가 눈가를 닦으며 물러났다. 프루아가 다시 말을 꺼내자 목소리가 쉰 것 같았다. "자, 어서 와. 할 일이 꽤 있고 시간은 없다고!"
"정말 제 말하고도 통하는 겁니까?" 링크가 손에 있는 시커 스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프루아가 말했지만 그래도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링키?"
"예?"
"설마 이 몸의 실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
링크는 프루아가 십대 소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위협적인 눈으로 그를 째려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잠깐만 머뭇거리고 아니라고 대답했다.
"좋아!" 잠시 멈춘 뒤 그녀는 말을 이었다. "확실히 통할 거야. 노새 녀석한테도 해 봤어! 아무 문제 없이 도착했어. 갑자기 시커 타워 꼭대기에 나타나는 것을 녀석은 안 좋아 했지만 말이야. 네 말은 탑에 데려가지는 말라고."
"얼마나 가까이 서 있어야 합니까?"
"보면 알 거야. 이제 아이템을 누르면 너의 주변의 땅에 고리를 그릴 거야. 확실하게 정한 뒤에는 그 아이템을 한번 더 눌러서 결정하면 돼. 그 고리 안에 있는 거는 워프할 거고, 고리 밖의 생물은 워프 안 해."
"반쯤 걸친 것들은요?" 링크가 물었다.
"끔찍한 경험을 하겠지."
"그렇군요."
"또 싸움에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생각만 하는 거지?"
링크는 눈을 굴리는 프루아를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그는 허리에 다시 시커 스톤을 매었다. "프루아, 이건 정말 대단합니다. 여행이 더 쉬워지겠어요. 처음 쓸 때 스피릿이 던져버리지 않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체키, 꼭 그러기를 바라야겠네!"
임파는 시몬이 방금 내린 뜨거운 차를 마시는 동안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늘 그랬듯 종이 낱장과 여러 책들로 가득 덮여있는 프루아의 탁자에 앉아 있었다. 프루아는 몸을 휙 돌려 임파에게 혀를 한번 내밀었다. 임파는 흥 소리를 냈다. "몸이 어리지 않아도 내가 누님보다 더 어른 같았어."
"우리가 같이 장난치던 때는 기억이 안 나는가 보지?" 프루아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탁자 위를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더 높은 의자에 서 있었다.
임파는 컵을 입에 가져가 한번 마시더니 대답하였다. "난 누님이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핑계 대는 것만 생각이 나는데."
"그래, 난 네가 그 종사하고 밤을 보낼 때에 내가 핑계 대줬던 게 생각이 나는데."
임파는 차에 사레가 들었고 프루아는 낄낄 웃었다. 링크는 재빨리 탁자 위의 도표들로 눈을 돌렸다.
"그건..." 임파는 입을 앙다물고 프루아를 노려보았다. "손녀한테는 말하지 말자고, 응?"
"그래, 아직 순수한 파야의 생각을 어질러 놓으면 안되지." 프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돌았다. "곧 데려오라고. 조카손녀를 보고 싶으니까. 이제 어려졌으니까 얘기도 쉽게 할 수 있겠지."
둘 사이의 얘기는 오랫동안 이어졌는데 링크는 이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것도 그에게는 성과처럼 여겨졌다. 상황이 많이 나아져서 이 자매가 서로를 가두는 것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옛 시커족 셋을 다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는 탁자의 반대쪽으로 돌아가서 의자에 앉았다.
"로베리의 편지는 받았습니까?" 그가 곧 싸움이라도 벌어질 분위기를 가르면서 물었다.
"편지?" 아니." 프루아가 링크를 보면서 물었다.
"데스마운틴에 가기 전에 추낙 고원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저에 대한 편지를 받았다고 했고 답장했습니다."
"아니, 안 왔는데." 프루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눈이 휘둥그레지며 기겁을 하며 링크를 보았다. "너 설마..."
"설마 뭐요?"
"말한 거야?!" 그녀는 얼굴을 손에 박았다. "내 나이 되돌리는 아이템을 다 말해버린 거구나?"
"아, 그게..." 링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프루아는 책상에서 연필을 잡아서 그에게 집어던졌다. 연필은 그의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지난 100년 동안의 기억을 다 잃어버린 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네! 비밀을 하나도 못 지킨다고!"
"그렇기는 하지." 임파가 말했다. "그런데 링크 그대의 기억은 어떤가? 이제 좀 달라 보이는데 더 많이 기억이 돌아오는 거겠지?"
"일부는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계속..." 그는 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몰랐다. 이전에 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간 적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미묘한 위화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조라의 마을하고 고론 시티를 갔을 때에는 도움이 됐습니다."
"사진은?"
그는 허리의 시커 스톤을 건드리면서 힘의 샘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그의 표정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했다. "그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잘됐군. 기억이 돌아오는 것이 다행이다. 공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다."
한동안 침묵이 돌다가 프루아가 씩 웃으면서 탁자에 손을 내려쳤다. "이제는 성공할 수 있는 거겠지?" 그녀는 임파와 링크를 돌아보았다. "생각해 봐. 링키는 이미 신수 둘을 해방했잖아!"
"그렇지." 임파가 찻잔을 내려놓고 링크를 보기 위해 몸을 기대고 손가락을 모으며 말했다. "그런 면에서 중요한 질문이 있다. 링크, 마스터 소드의 위치는? 공주님이 어디에 두었을 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될 기억이 있나?"
"아뇨." 링크가 손을 내려다보면서 숨을 내쉬었다. "위치를 나타낼 법한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곧 필요해질 것이었다. 분명 필요할 것이었다.
임파는 입술을 좀 물고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지금쯤이면 위치가 나오기를 바랐는데. 하지만 그 분의 말이 맞을 것이다. 공주님은 차차 밝혀질 것이라고 강하게 말하셨으니."
그는 한동안 조용히 그 말을 이해하려고 했었다. 처음 들은 때에도 그랬지만 너무 순진한 말 같았다. "그렇기를 바라야겠네요." 그가 마침내 말했다. "로베리의 검으로 가논을 베는 게 가능한지 가늠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프루아는 코웃음을 치고 낄낄 웃기 시작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어?"
링크는 영문을 모른 채로 그녀를 보았다. "어...예?"
"가능한지 가늠한다고."
"아이쿠 맙소사..." 임파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링크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는 입꼬리를 올려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걸 알아차리시다니 귀가 강하네요."
프루아는 눈이 더 커지더니 입술에 미소가 지어졌다. "링키, 이제 마음에 들어. 생각보다 그렇게 농에 능한 사람인지는 몰랐다고."
"늘 그랬지..." 임파가 끙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그리고 늘 나빴어. 공주님만이 웃길래 공주님에게만 했었지."
그리고 미파도. 미파에게도 말했어. 다르케르에게도 그랬고. 다르케르는 이해를 못했지만 미파는 내가 말할 때마다 꽤 놀라는 것 같았지. 링크가 목이 메이면서 생각했다. 그의 머리 속에 기억들이 번쩍였다. 다르케르는 머리를 긁적였고 미파는 눈이 커지며 입이 둥글게 열렸다. 젤다, 그러니까 젤다 공주는 시커 스톤 뒤로 미소를 숨기려 하면서 코웃음을 쳤었다.
"...기억이 돌아오는 것과 관련? 그게 아니라면 성격이 환경보다는 천성과 관련이 있을 것이 높음, 아마 성격과 기억은 그렇게 연관이 깊지 않을지도 모름..." 링크는 프루아가 큰 소리를 내면서 책상 위의 종이에 필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링크는 그 기억을 치워버리려고 하면서 목을 골랐다. "세 분이 한번 다 만나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어...뭐?" 프루아가 그를 실눈으로 보았다. 임파도 눈이 커지면서 그를 보았다.
"로베리가 답장에 그렇게 썼더군요. 두 분을 다 만나고 싶어하던데,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링크가 말하자 임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도와주기 위해서 이렇게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압니다만..." 그는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억을 더 되찾을 수록...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친구들과 시간을 더 보냈으면 싶어져서요."
"이야, 이제는 지혜까지 겸비했네. 저거는 이전에 없었는데." 프루아는 다시 메모를 적기 시작했다.
임파는 프루아를 신경 쓰지 않고 링크를 다시 보았다. "그래야 할 것 같구나. 이제 계획을 짜야지. 아마 두어달 뒤에는 왕국 재건이 시작될지도 모르니 말이야."
"두어달?" 프루아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체키, 임파 네가 그렇게 오래 살 수나 있겠어?"
임파는 프루아를 한번 더 매섭게 노려보았다. 프루아는 한번 혀를 내밀었지만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래도 그래야겠지? 링키가 이미 내 비밀을 다 흘려버렸으니 말이야." 그녀가 그를 노려보았다. "언젠가는 밝혀질 수밖에 없었겠지만."
임파는 검지로 찻잔을 두드렸다. "허나 카카리코 마을에서 모일 수는 없어. 마을에 이가단의 첩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우리가 모이는 것을 알아서는 안돼."
프루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모이면 되지. 난 언덕 위에 있으니까 누가 오는지 금방 알아볼 수 있어. 그리고 지도를 봤는데 이 입단속 못하는 아저씨가 옛 등대 근처의 사당 하나를 미리 기동해 놨더라고. 만나야 할 때가 되면 시몬을 보내서 불러오면 되니까. 다음 주면 될까?"
임파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를 마셨다. "그러지."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없어진 거를 알기 전에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가야겠군. 결국 언덕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 거겠지?"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 참 곤혹스럽군. 내가 마을을 나섰다는 것이 다 드러날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럴 거야." 프루아의 눈에 신이 난 빛이 돌았다. "새로운 워프 지점을 만들 수 있는 다른 발명품을 만들고 있어. 지금은 그거를 워프 마커라고 부르고 있고. 아직은 안 통하지만 거의 다 될 거야."
"지금은 도움이 되지 않잖아." 임파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링크는 하테노 마을의 시커족 사당에 한 시간 뒤에 나타났는데 마을이 눈 앞에 나타나자 속이 조금 메슥거렸다. 하루에 시커 스톤으로 이렇게 워프를 많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에게 부담을 너무 주고 있는 것이었거나 아니면 그냥 피곤했는지도 몰랐다. 특히 그날 아침에 고론 시티에서 나왔으니 말이었다.
그는 경사로를 내려갔는데 등과 어깨에 맨 그의 장비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골짜기 건너의 그의 집이 눈에 들어왔고 그는 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링크?"
그는 이 목소리에 얼어붙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몸을 돌리자 텔마가 마을 잡화점 옆의 우물에 모인 여성 둘 옆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 있어서 그가 곡물 저장고 뒤에서 나오는 것을 전혀 예상을 못했다는 것이 보였다.
텔마는 갑자기 씩 웃더니 그 놀란 여성들을 헤치고 나아가 그를 꽉 끌어안았다. "이야, 정말 오랜만이다!" 그녀는 물러나서 그를 팔 거리에서 바라보았다. "네 꼴이 뭐야? 지난번과 비교해서는 지옥에라도 갔다 온 것 같은데."
"지옥이 아니라 데스마운틴이었습니다." 링크가 입술이 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텔마는 크게 웃었고 그 소리가 주변의 건물 사이에 울렸다. "그 소문에 대해서는 좀 말해줘. 너에 대해서 많은 소문을 들었는데 그 중 반이라도 사실이면...놀라울 것 같아."
링크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텔마는 어깨를 어루만졌다. "어디로 가는 거야? 여관에 묵는 거 아니었어? 본 적이 없는데?"
"아뇨, 그게, 어...여기에 집을 마련해서요." 그가 골짜기 너머의 집을 가리켰다.
"우리가 지난번에 만난 뒤로 참 많은 일을 했었구나. 좀 얘기해 주면 안되겠니? 마을 곳곳에 돌아다니는 과장된 소문으로 듣기보다는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거든."
"제 얘기가 돌아다니는 겁니까?" 링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소식이 정말 빨리 도는 것 같았다.
"뭐, 여관에 그 리토족 음유시인이 있으니까 마을에는 늘 네 얘기가 가득하지."
"카시와요?"
그녀는 낄낄 웃었다. "아이쿠, 내기 하나를 져버렸네. 그 나이든 세지한테 그가 너랑 만난 적이 없을 거라고 내기했는데."
"뭐, 만난 적은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 대부분도 사실일 테고요."
그녀는 눈썹을 찡긋했다. "뭐, 가봐. 다른 짐 내려놓고 다 설명해 줘. 그러는 김에 집도 보여주고. 잘 사는지 알고 싶으니까."
링크는 하는 수 없이 텔마를 자신의 집으로 이끌어서 문을 열고 들여보냈다. 그는 그의 장비를 큰 숨을 내쉬며 풀고 전부 벽에 기대었다. 그는 계단을 올라 복층으로 올라가서 햇빛을 들여보내기 위해 블라인드를 열었다.
햇빛은 거의 빈 방을 비추었다. 아래층은 크고 넓었지만 가구 하나 없었고 대신에 다른 여러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카카리코 마을에서 받은 일심의 활과 침구 하나, 여분의 요리기구가 있었다. 한쪽 벽에는 벽난로가 있었는데 지난번에 여기 있었을 때에 넣은 장작이 조금 남아 있었다. 위층은 그나마 나았다. 그래도 침대는 있었고 작은 보관상자도 있었으며 일단 그 안에 미파의 갑옷을 넣어두고 있었다. 그 외에 집에는 별로 있는 것이 없었지만 복층 바로 아래에 여분의 빈 방은 있었다.
텔마는 주변을 보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가 그를 보자 마침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여기에 사는 게 아니네."
"사는 건데요." 그가 복층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아니, 여기에 그냥 드러눕기만 하잖아. 그거랑은 차이가 있지."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여기에 오래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는 집을 돌아보았다. 왜 집에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 이상했다. 분명 여기에서 자라거나 최소한 이 안에서 살기는 했을 것이었다. "그냥 어딘가로 돌아갈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여분의 장비를 보관할 곳과 눈치 보지 않고 누울 침대도 필요했고요."
"뭐, 이해는 되네." 텔마가 인상이 풀어지면서 말했다. "그래도, 이게 네 집이면, 좀 더 아늑하게 해봐. 목수들 불러다가 최소한 식탁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하라고." 그녀는 그의 일심의 활을 보더니 생각에 잠기듯 이를 집어들었다. 그녀는 이를 들어서 벽난로 위의 벽에 활을 기대어 세워 보고 어떻게 보이는지 바라보았다. "집은 괜찮네. 그래도 낡은 집이기는 하지만. 왜 신축을 안 고른 거야? 거긴 가구가 딸려오는데."
"뭐, 더 싼 것도 있었고요..." 링크가 그 기억에 웃었다. 그는 볼슨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몰랐다. "그리고 이 집이...그게...어...그러니까..." 그는 목이 갑자기 메이는 것을 느끼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한때 제 가족들이 소유하던 집이라고 했거든요. 그 일이 있기 전에..."
"아, 링크..." 텔마는 활을 내려놓고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그녀가 그를 안도록 두면서 그의 숨을 천천히 조절했다. 어머니가 그를 끌어안던 기억과 관련이 있었을 것 같았다. 분명 그는 이런 일도 있었을 것이었다.
갑자기 그의 기억 속의 구멍이 더 커지는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꽉 감았다. 그의 감정이 그 안에서 몰아쳤지만 그는 이를 억눌렀다. 그는 용사였다. 강하고 용맹하며 불패해야 했다.
텔마는 마침내 멀어졌다. 그녀는 그를 씁쓸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집은 마음에 드네. 왜 이 집을 원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지는 몰랐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쓰다듬고 몸을 돌려 맨 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 복층을 돌아보았다. 링크는 그의 장비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서 몸을 굽혀 자신의 작은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뭐라도 하고 싶었다.
"뭐, 자리는 괜찮네. 경치도 훌륭하고." 그녀의 목소리가 복층에서 들려왔다. "여기서는 멀리까지 보이는데...흠..." 그녀는 머리를 난간 너머로 내밀었다. "잠깐 여기로 올라와 볼래?"
그는 가방에서 일어나서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텔마는 서쪽을 바라보는 창가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저기 연기 보여?"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창 밖을 보았다. 몇 초는 걸렸지만 그녀가 가리키는 멀리 있는 그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한 열여섯 내지는 서른 킬로미터, 그도 아니면 더 멀리 떨어져 있었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까지 연기가 보인다는 것은 불이 크거나 불 여럿이 피워져 있는 것을 의미했다.
"저기에 보코블린하고 모리블린이 엄청 많이 모이고 있어. 본 적은 있어?"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저곳은 시커 타워가 있는 자리로 처음 하테노 마을에 도착했을 때 몬스터들이 그 주변에 잔뜩 몰려온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마을을 나서서 거기로 향하는 도로를 탄 적은 없었기에 그 뒤에 더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 "수가 늘었네요."
"그래." 그녀는 입술을 물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어. 작은 공격 정도는 싸울 수 있어. 제아무리 중앙 하이랄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끔 가다가 생기는 습격에 맞서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니까. 그런데 저건 더 큰 무리야. 한 자리에 모인 무리 중 내가 본 가장 큰 무리."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왜 저기에 모인 겁니까?" 그가 실눈을 뜨며 물었다. 얼마 뒤에 그는 시커 스톤을 꺼내어 망원경 아이템으로 더 자세히 보았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거리가 너무 먼 데다가 지형이 시야를 가리는 탓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다만 저 연기를 자세히 보자 저 주둔지가 어떤 모습으로 되어 있는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수십 개의 모닥불이 피워져 있는 형상이었다.
"잘 모르겠어. 주로 작은 무리만 이루고 있었는데. 그냥 마을이라도 세우려는 건지도?"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러고 싶었다면 그냥 빈 하이랄 평원에 살면 되었다. 그는 그가 텔마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쌍둥이산 너머로 보코블린이 공격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이렇게 많은 수가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군단이군요." 그가 속이 철렁하며 말했다.
"그런 것일까 싶어서 걱정되는 거야."
그는 눈을 감았다.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의 군단이 족히 수백은 있었다. 작은 군단이었지만 농부들이 맞선다면 결과는 참혹할 것이었다. 하테노 마을 안팎으로 사는 하일리아인들을 총동원해 수로 압도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본 기억 상으로, 곤봉이나 방망이로만 무장한 보코블린들과는 달리 마을 사람들은 더 좋은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 100년 간 전투를 한 경험이 있지는 않았다. 입구를 경비하고 있는 사람만 봐도 그랬다. 그러면 몬스터들이 하나로 모여서 총공격이라도 하는 날엔...
"금방 공격을 할 겁니다." 링크가 참던 숨을 내뱉었다. "마을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땅을 경작하고 식자재를 모을 능력은 없을 겁니다. 저 한자리에 저렇게 많이 모여 있다가는 결국 사냥하는 것도 힘들어질 겁니다. 저장하는 실력이 좋은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무슨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도로를 따라가면 하루 정도는 걸릴 것이었고 일직선으로 온다면 더 금방이었다. 얼마든지 그들의 군세도 늘어날 것이었다. 저들이 서쪽의 도로를 끊어버릴 수도 있었다. 좁은 계곡이 있었으니 그 정도는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랬다가는 하테노 마을은 고립될 것이었다. 물론 마을은 교역만으로 살아가지는 않았다. 경작도 했고 사냥할 숲과 대지도 충분히 있어서 식량은 자급자족할 수 있었다. 바다로도 나갈 수 있었으니 낚시하는 것도 가능했다.
진짜 문제는 가을과 겨울이 온 뒤였다. 그때가 되면 보코블린들이 굶주리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러면 서로 싸우거나 마을을 공격하러 올 것이었고 그 때 식량 창고를 공격하거나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었다. 속이 금방 메슥거렸다.
"마을이 대비를 갖춰야 합니다."
"이미 그러고 있어." 그는 텔마가 굳은 얼굴로 말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미 잘 감시하고 있더라고. 대장장이도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어. 하지만 대장장이가 그가 유일해서 좀 많이 느려. 몇 달 전에 다른 대장장이가 죽었거든. 제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벌목꾼들도 이 주변의 나무를 베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 방벽을 세우려고 하는 것 같아."
좋은 소식이었다.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이었다. 망루를 세우고 궁수들을 배치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연기의 양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세력이 더 늘어날지 우려되었다. 벽을 세우면 마을 안의 사람들은 보호받겠지만, 벽 밖의 사람들, 특히 마을 밖에 사는 농부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걱정되었다. 몬스터들이 식량을 더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 그들이 특히 위험에 처할 것이었다. 그리고 밭을 잃는 순간, 식량 부족이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었다.
링크의 속에서 이런 걱정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를 막을 수 있을지, 보코블린 군단에 맞설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들었다. 그는 전투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이것은 한 사람이 막기에는 너무 과도했다.
"조라족과 고론족에게 말해볼까 합니다. 시커족도요. 그들이 힘을 더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들도 각자의 피해에서 회복하는 중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좋은 생각이네." 텔마가 그의 어깨에 힘을 주고 창에서 멀리 끌었다. "어서 와. 너도 이 일을 걱정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이미 걱정할 양이 엄청나잖아. 지금까지 일어난 일이라도 말해줄래?
저녁이 되자 링크는 그냥 집에서 끌려 나와 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그와 텔마가 마을을 지나가는 동안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이제 링크가 알다시피 텔마는 겔드족 혈통이 있는 외부인이었다. 한편 링크는 그냥 링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생각만큼 불쾌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몰랐다.
여관은 꽤 소란스러웠다. 마을 사람들 반 이상이 나타나서 자리를 차지하고 프리마나 다른 직원들을 고생 시키는 모양이었다. 링크는 들어가자마자 그 이유를 알았다. 여관 한쪽에 탁자들이 치워져서 큰 무대를 만들어 두었었다. 카시와가 그 한가운데에 서서 콘서티나를 깃이 달린 손에 들고 있었다.
"링크!" 무리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시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고개를 들자 나츠가 탁자에서 일어나 그에게 서둘러 다가왔다. 그녀 옆에 앉은 메구 역시 일어섰지만 그에게 더 조심스레 다가갔다.
"여성들 사이에도 인기 만점인가 보네." 텔마가 그를 팔꿈치로 툭 치면서 농담조로 말했다. 나츠가 그에게 다가와서 끌어안자 그의 얼굴이 조금 빨개지는 것 같았다. 나츠가 팔을 풀자 메구도 다가와서 링크를 잠깐 끌어안았다.
몇 분 동안은 사람들이 그가 조라의 마을에서 일군 승리를 전한 카시와의 노래 덕에 더 흥분했는지 환호하기 시작해 좀 어색했다. 다른 이들은 서로와 중얼거리면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매와 텔마가 아니었다면 핑계를 대고 빠져나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자매는 그를 보는 것에 신이 나서 그에게 그들의 자리를 내주고 카시와가 연주하고 있는 자리와 가까운 구석의 자리로 넘어갔다. 텔마도 염색숍을 운영하는 세지와 할 말이 있다며 자리를 피했다.
얼마 뒤에 카시와가 노래를 하나 더 하기 시작해 그에게로 주의를 돌리자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멈추었고 상황도 진정되었다. 다행히 그는 링크에 대한 노래를 하지 않았다. 카시와가 그가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몰랐다. 그가 영걸의 옷을 입는 것에 대해서 임파가 말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가단의 주의를 끌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링크의 본연의 모습도 나오는 것 같았다.
"비밀스럽게 살고 싶다면 직업을 잘못 골랐어." 나츠가 식사로 입이 가득한 채로 그에게 말했다. 링크는 그녀의 식사에 트러플이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보았다. 그는 이가단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았고 그가 누구인지 모두가 알지 못하게 하면서 여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만 말했다.
"이해는 돼." 메구가 두 손으로 술잔을 감싸서 잡고 있으면서 말했다. 링크의 진짜 목적을 알고 나서는 이제 더 소심해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늘 주목을 받고 있으니 불편하겠지."
"어느 정도 적응은 했습니다." 카시와가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으면서 링크가 말했다.
"뭐, 그래도 해야지.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면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거야." 나츠가 포크로 링크를 가리켰다. "그리고 지금 그러고 있는 거잖아?"
"정말 사실이야?" 메구가 물었다. "조라족을 구하고, 대재앙을 토벌하려고 하고 있다는 거?"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은?"
링크는 그녀를 갸웃거리며 보았다. "예?" 카시와가 그들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몰랐다. "젤다 공주요?"
"어, 그가 하던 말에 의하면 넌 이전에 공주의 호위 기사로 같이 여행했다고 하면서,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서 구하려고 한다던데."
왕국을 재건한다고?
링크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이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가 가논을 무찌르고 젤다 공주를 구한다면 그녀는 이 땅의 여왕으로 즉위할 것이었다. 이는 그녀의 권한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 서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는 메구가 그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뭐, 그렇죠. 그냥 한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할 겁니다."
그녀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프리마가 술잔을 하나 더 가져와 그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가 이를 달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지금 그가 마시는 것도 그가 주문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사줬던 것이었다.
대화는 링크의 여정에서 멀어졌고 그는 이에 마음이 놓였다. 얼마 뒤에 텔마가 자신의 술잔 하나를 들고 자리로 다시 오자 그녀가 있는 것에 마음이 더 편해졌다. 자매도 텔마를 아는 것 같았고 바로 그녀의 여행에 대해서 묻고 그녀가 가져온 상품들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링크의 눈은 다시 카시와로 가서 그가 다른 마을 사람에게서 루피를 조금 받는 것을 들었다. 그는 이를 돈주머니에 넣고 콘서티나를 가방에 넣은 뒤에 잠갔다. 잠시 쉬는 시간인 것 같았다.
링크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카시와에게 다가갔는데, 그는 리토족의 방식대로 미소를 지었다. "링크! 오늘 밤 뵐 줄은 몰랐습니다. 여정은 어떠신지요?"
"잘 가고 있었습니다." 링크는 벽으로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대부분이 그를 유심히 보기는 했어도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온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제가 고론족에게 간다는 말을 하셨습니까?"
"아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되는 사람이 무언가의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싶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잘 생각하셨군요.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길에 그런 의심이 되는 사람들과 마주쳤었거든요.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럴 수가..." 리토족은 부리를 빠르게 열고 다시 닫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제 노래 때문에 그런 일이..."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닌 것 같고...제게 무슨 원한이 있는 것 같습니다." 카시와는 그의 목숨을 노린 공격에 대한 링크의 설명과 그가 하산하기를 기다린, 이가단일 가능성이 높은 그 두 사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들었다. "저와 제 말을 카카리코 마을까지 워프시키고 나서 거기서 출발할까 합니다. 그리고 하이랄 평원을 가로지를 겁니다."
카시와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뒤이어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면 바 루다니아를 해방하신 겁니까?" 링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시와는 바로 외쳤다. "대단하군요! 이에 대해서 말해 주시겠습니까?"
"노래 만드시는 건가요?"
"그럼요." 카시와는 눈짓을 한번 했다. "아니면 한 절이라도 상관없죠. 한 신수 당 한 절이요."
역시 직업을 잘못 정했군. 링크가 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말릴 수는 없었다. 카시와 보고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것은 조라족 보고 헤엄을 치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것이 그의 직업이었다.
그럼 나는? 난 내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거야?
링크는 카시와를 탁자로 데려와 메구 옆에 앉고 데스마운틴에서 벌어진 일을 전부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가 설명을 이어가는 동안 링크는 여관에 있는 다른 주민들이 이를 듣기 위해 그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는 설명을 서둘렀다.
얼마의 시간 뒤 링크는 집 앞의 들판에 앉아서 조라의 검을 숫돌로 갈고 있었다. 카시와는 그의 옆에 앉아서 콘서티나를 조율하는 동안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텔마는 여관에 남고 자매는 각자의 집으로 가기 전에 링크에게 인사를 했었다. 카시와는 링크와 있고 싶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유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멀리서 시커 타워 근처의 불에서 오는 주황색 빛이 눈에 들어왔다.
"카시와."
카시와는 그를 바라보았다. "예?"
"하테노 마을에 다가가고 계실 때 탑 근처로 갔습니까? 거기에 몬스터들이 모인 것도 보셨는지요?"
"아..." 카시와는 그 불빛을 보면서 고개를 돌렸다. "궁사들에 맞을까 염려하여 더 가까이 가지는 않았습니다만, 예. 제가 아는 대로 마을 사람들에게 다 전했습니다.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군기가 잡혀 있지 않더군요."
이것은 그래도 좋은 소식이었다. 하테노 마을을 공격하기 전에 저들끼리 내분이 일어나 서로 싸울 수도 있었고 그런 일이 벌어지기를 바랐다.
둘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가 카시와가 다시 말을 꺼냈다. "이 말을 하는 것이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만...다음에는 어느 신수를 해방하려 하십니까?"
링크는 검에서 눈을 떼어 카시와를 올려다보았다. 잠시 동안 그는 그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들을 생각했지만 그는 바로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카시와는 이가단과는 전혀 접점이 없었다. "하이랄 평원을 가로질러서 카시와 당신의 종족을 보러 가려 합니다."
"도로의 암살자들을 피하시려는 것이겠죠?" 카시와는 콘서티나를 다시 가방 안에 넣었다.
링크는 큰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카리코 마을의 임파가 시커족 내부에도 이가단의 첩자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서 다음에 겔드족에게 갈 거라고는 말할 겁니다. 그러면 서쪽의 길을 탈 것이라고 예상하겠죠."
"현명하군요. 그리고 설사 그들이 속았다는 것을 눈치채더라도 평원에서까지 추적하기는 어렵겠죠. 곳곳에 야생마들이 있고 다른 생물들도 있죠. 그래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 여러 마을의 옛터에 몬스터들이 잔뜩 주둔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맨 땅에서 자는 것은 저도 익숙합니다."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이랄 평원에 사는 몬스터들이 밤에만 사냥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 말도 불길했다. 인상을 찡그리면서 링크는 카시와에게 무슨 말인지 물으려 입을 열었지만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친구여, 괜찮으시다면 제 고향으로 가실 때 저도 동행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으면 합니다. 원래는 혼자 사막까지 가려고 했는데, 조라족과 고론족의 신수의 문제를 보고 나서는 저도 깃털 끝이 다 곤두섰습니다. 제 아내와 아이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링크는 카시와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괜찮겠습니까? 전 암살자에 의해 노려지는 몸인데다가, 당신 혼자서라면 평원을 더 빨리 지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를 이용하면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에 그 평원 위로 날아갔기 때문에 어디가 위험한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길 안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링크는 이게 큰 도움이 될 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카시와라면 몬스터와 가디언이 어디에서 오는지 미리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고 뒤에서 쫓아오는 세력이 있다면 경고해줄 수도 있었다. 더불어 매복이 있다면 이것도 미리 감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를 거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
"저, 이 일을 하라고 제가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만, 해 주시겠다면 거절할 수는 없죠." 그런 뒤에 그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거나 하면, 바로 자리를 뜨셔야 합니다. 가족 분들에게 바로 날아가셔야 합니다."
카시와는 손을 뻗어 링크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다. "친구여, 물론입니다. 저는 전투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 때에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테니까요."
그는 이 리토족이 그와 같이 가 준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하이랄 평원을 가로질러가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할 것이었다. 다만 카시와가 같이 가 준다면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Notes:
N.B) 1. In the original fiction, there is the word 'cut it', which was a pun made by Link. I attempted to create a suitable pun related with a pronunciation. To be honest, Korean language is very hard to create a pun. (원작에서는 'cut it'이라는 표현으로 검이 자르는 것과 연결시켜서 농담을 한 것입니다. 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발음 유사성 농담으로 변화했습니다. 사실 한국어는 말장난을 하기 굉장히 어려운 언어이기는 합니다.)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ravel Medalion = 워프 마커[Name glossary]
Sayge = 세지
Chapter 30: 28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카시와, '아른'이라는 이름을 혹시 아십니까?"
카시와는 링크를 돌아보았다. 머리 위에서 해가 내리쬐고 있어서 그날은 따뜻했다. 그들이 바라는 것보다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야는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 둘은 작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초원에 앉아 있었다. 가장 가까운 보코블린 주둔지는 최소 일 킬로미터는 가야 보였고 카시와는 이 주변에서 여우 한 마리만 보았었다.
"아른이요? 흠...처음 듣는군요. 링크, 혹시 저와 관계가 있는 분입니까?"
링크는 풀 한 이파리를 뜯어서 굳은살이 배긴 엄지에 문질렀다. 한동안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아버지의 이름 같습니다." 그는 눈을 꽉 감고 집중하면서 기억하려 했다.
그들이 거의 다 말라버린 사슴의 시체를 두고 모리블린 둘이 서로 싸우는 자리를 걷는 것을 넘어 몰래 살금살금 지나가고 있었던 중에 갑자기 이름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었다. 그냥 또 싸움을 피할 생각만 할 뿐 가족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는데 그 이름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름만 떠올라서 반응할 생각도 없었다. 그냥 스피릿의 고삐를 강하게 쥐면서 계속 갈 길만 재촉했을 뿐이었다.
얼마 뒤에 제대로 치고 박기 시작한 모리블린들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나서 그는 그 이름을 곱씹어보았다. 낯익은 이름이었는데 얼굴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의 성격이나 그에 대한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이와 관련된 몇몇 감정들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가 존경하고 우러러본 이름, 그에 걸맞기를 바랐던 이름,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링크, 최대한 기억해. 그가 그 이파리를 손에 강하게 쥐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카시와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그냥 소음일 뿐이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아버지...아른...
덥수룩한 콧수염과 금발에 두꺼운 팔뚝을 지닌 미소를 짓는 남자의 표정은 따뜻하면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링크가 방금 기사 하나를 이긴 것이다. 사실 그 기사는 아직 네 살 정도 된 이 어린이와 놀아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 소년은 그렇게 보지 않았다. 아버지의 표정을 보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외의 모든 이들이 소년이었던 링크가 가느다란 막대만으로 기사의 검을 쳐내는 것과 곧바로 손목을 내리쳐 그 검을 떨어뜨리도록 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링크는 그의 상대의 무장을 해제시켰고 그 정도면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링크는 숨을 참은 듯이 크게 헉 하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그 기억을 붙잡고 머리 속에 되뇌면서 최대한 기억하려고 했다. 그 남자의 미소와 웃음, 그리고 그의 큰 손을 내밀어 링크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던 남자...그의 아버지, 아른이었다.
"링크?"
그는 고개를 젓고 그가 느낀 감정을 표현할 말을 찾으려 했다. 방금 그의 아버지를 본 것이었다. 그러자 봇물 터지듯이 다른 기억들도 쏟아져 나왔다.
아버지와 말을 타고 조라의 마을로 가는 기억, 금색으로 수가 놓인 짙은 남색의 제복을 입은 채로 경비를 서던 것을 본 기억, 성의 마당에서 훈련용 목검으로 그와 대련하던 기억, 하이랄 평원에서 한판 씨름을 하던 기억, 하테노 마을 밖의 숲에서 사슴을 쫓던 기억까지, 굉장히 많았다.
링크는 떨리는 손을 들어서 볼을 어루만졌고 이에 습기가 느껴졌다. 그는 코를 훌쩍이고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목을 골랐다. "죄송합니다." 그가 감정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냥 갑자기..."
카시와는 그를 걱정스럽게 보았지만 더 말을 하지는 않았다. 링크는 진정할 때까지 좀 있다가 목을 고르고 다시 일어섰다. "계속 이동합시다. 아까의 보코블린들은 말을 탔고 있었으니 아직도 우리를 찾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카시와가 일어서자 링크는 스피릿이 선 곳으로 가서 손을 들어 말의 코를 긁었다. 스피릿은 편하게 흥얼거렸고 링크는 손을 아래로 뻗어 그의 가방에서 설탕을 하나 꺼내 말에게 먹였다. 데스마운틴의 교역소에서 오래 머무르고 있는 동안 새로운 입맛을 들인 것 같았다.
링크는 며칠 전에 강화된 시커 스톤으로 데스마운틴의 올딘의 탑으로 이동하고 교역소에서 멀리 떨어진 순간 다시 데스마운틴을 뜨는 식으로 스피릿을 데려왔었다. 매복 중인 이가단원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그들도 그와 마주칠 수 없을 것이었다. 그 뒤 며칠 동안 그는 평원을 가로지를 여행을 준비해 왔다.
그가 준비하는 동안 그는 카시와에게 시커 스톤을 빌려줘서 그를 보통보다 더 빠른 속도로 조라족에게 보내 하테르 지역의 늘어나는 몬스터들의 상황을 말했었다. 회담의 결과는 링크의 생각만큼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시드는 선뜻 승낙했지만 도레판 왕은 추가 논의 없이 그들의 고향 멀리까지 그들의 병사를 파견하는 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시드는 아버지와 더 논의하겠다고 하였고, 만약 도레판 왕이 이를 거절할 경우 그가 직접 군단을 이끌고 갈 수도 있다고 말했었다. 무언가의 약속은 받은 것이었다.
링크가 고론 시티로 돌아갔을 때에는 고론족들이 더 환대했지만, 그 이상 나아가는 것에서는 머뭇거렸다. 브루도도 도레판 왕과 마찬가지로 인원의 일부를 보내는 것을 망설인 것이었다. 방비를 위해 고론족 일부를 파견하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북쪽 폐광에서 발견된, 더 늘어난 야생 도동고들의 무리를 일단 처리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하였다. 데스마운틴의 화산 활동으로 인해 채굴장에 큰 변화가 생겨 옛 굴이 무너지고 새 굴이 뚫렸는데 몸집이 큰, 불을 뿜는 거대 도마뱀이 사는 굴로 가는 입구까지 열린 것 같았다.
임파조차도 하테노 마을에 지원을 보낼 시커족이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하게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지원을 약속하기는 했다. 지금이 농번기인 데다가 카카리코 마을의 전사들이 생각보다 옛날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가 카카리코 마을을 나섰을 때 그는 남쪽으로 향하여 겔드 사막으로 가는 듯이 위장했다. 카시와는 다른 이들이 그가 속임수를 썼다고 의심하지 않도록 그와 같이 가지 않고 대신에 그들이 처음 만났던 습원의 마구간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링크는 카카리코 마을에 이가단의 첩자가 있다면 이대로 속기를 바랐다.
대낮에 하이랄 평원을 거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일리아강을 건너는 것도 문제였는데, 아직 무사한 다리가 여럿 있기는 했지만 모든 다리는 몬스터들이 지켜보고 있는 영역으로 가고 있었거나 성에 너무 가까이 가서 가디언 군대에게 조준을 당할 위험이 컸던 것이다. 다리를 건넌 뒤에도 크고 작은 여러 생물들이 중앙 하이랄의 호수와 평원, 숲과 마을 옛터를 차지하고 있었다. 일부는 도망쳐서 숨겠지만 다른 놈들은 그들을 보자마자 공격할 것이었다.
결국 그들은 마구간 근처의 다리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카시와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리보다 성과 가까웠지만 그래도 습지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크고 위험한 몬스터 무리와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는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해가 뜨기 전에 마구간을 나서서 링크는 문제의 다리로 혼자 향했고 카시와는 앞길을 보기 위해 미리 날아갔었다. 다리에서 링크과 다시 만나고 나서 그는 보코블린의 떼가 도로 남쪽의 숲에 자리를 잡았다고 알려주었었다. 그들은 여기를 조용히 지나가려 했는데 보초가 그들을 발견하고 나팔을 불었다.
그 뒤에 잠깐의 전투가 벌어졌지만 간신히 탈출했었다. 보코블린 둘이 말을 타고 뛰어왔는데 그는 화살로 각각을 잡았었다. 그러자 다른 보코블린들이 뒤로 물러났고 이에 그는 더 이상 문제 없이 진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뒤이어서 수십마리의 보코블린이 각양각색의 투박한 무기를 들고 나무 숲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둘은 이 큰 무리에 맞설 수 있는지 더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도망쳤다. 돌아보자 보코블린들이 그들을 오랫동안 쫓아온 것 같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링크는 왜 사람들이 하이랄 평원을 거쳐가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금방 알아내었다. 이쪽에는 몬스터들이 더 많이 있었고 텃세가 더 강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 모습은 이 대지의 아름다움에 강렬하게 대비되었다. 잔디와 구릉은 가끔은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아름다웠지만 곧 무너진 건물의 잔해나 울타리, 그리고 망가진 마차가 눈에 들어와 한때 여기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아 풀이 많이 자란 길이 평원으로 구불거리며 이어졌지만 그들은 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길을 타지 않고 언덕과 숲을 가로질러서 이동했다. 카시와는 피해야 하는 위협들을 보기 위해서 가끔 큰 원을 그리며 날곤 했다. 그 중에는 아까의 서로 싸우는 모리블린도 있었다.
그들의 이동은 다소 느렸다. 이번에는 빨리 가는 것보다 몰래 가는 것이 중요해서 링크는 대부분 말에서 내려 스피릿을 고삐로 이끌어갔다. 다른 마을들이 그랬던 것처럼 리토의 마을 근처에도 시커족 사당이 있을 것만 같아서 차라리 스피릿을 하테노 마을에 남겨 놓고 나중에 데려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마침내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보코블린 떼까지 모두 지나치고 나서야 카시와가 날개를 퍼덕이면서 링크 옆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주변으로 바람이 퍼져나갔다. 그는 링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 지나쳤습니다. 저희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링크는 숨을 내쉬고 조금 똑바로 섰다. 그 무리는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싸우면 이길 수는 있을 것 같았지만 너무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서 다른 무리가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면 그들의 자취가 금방 추적 당할 것이었다. 특히 몬스터들의 영역에 있었으니 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주의가 끌리는 것을 피할 생각이었다.
"이 주변을 많이 정탐하는 것 같군요." 링크가 가방에 손을 넣어서 사과를 꺼내 스피릿에 건네며 말했다.
"저 무리는 텃세가 꽤 강합니다." 카시와가 손을 들어 부리 아래의 깃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하지만 폭주하는 가디언을 감시하려고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평원 위를 여행하는 중에 가디언 몇 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멀리 남쪽까지 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그 말을 듣자 등에 소름이 돌았다. 이전에 가디언에 대해서 이야기는 했었기에 몬스터의 영역과 가디언의 영역의 경계를 따라서 가는 것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결정을 내렸었다. 그곳에는 큰 무리가 얼마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섯 다리를 가진 기계와 마주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손은 고대 병기 화살이 들어있는 화살통으로 갔다. 세 대가 남아 있었다. 루다니아의 화염의 커스 가논에 그랬던 것처럼 가디언에게도 통할지 의문이 들었다. 가능성은 있었다. 로베리는 한 대만으로 충분할지 확실하게 하지는 못했었다. 허나 필요를 고려하면 한 대만으로 충분하기를 바랐다.
"여기에는 아직 한 기도 없죠?" 그가 카시와를 올려다보며 물었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본 바로는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링크는 몸에서 억지로 긴장을 풀었다. 가디언이 이 근처에 있다면 카시와가 발견했을 것이었다.
둘은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어 도로와 평행하게 걷기 시작한 뒤 들키지 않기 위해서 수목을 향해서 들어갔다.
"링크?" 잠시의 침묵 뒤에 카시와가 말했다. 링크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까 보신 것에 대해서 말씀해 보시겠습니까? 아버님에 대해서요?"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확실하게 모르는데 그냥...갑자기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호위병이셨죠..." 그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아니, 근위대의 기사셨습니다."
"아하..." 카시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많이 저명한 자리였군요. 스승님께서는 왕가의 생활과 관련하여 저에게 교육을 해 주셨었죠. 근위대는 왕이 가장 신뢰하는 이들만이 받는 자리였습니다. 왕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했을 뿐만이 아니라, 왕가의 소문과 거짓, 그리고 일반 서민과 심지어는 귀족들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비밀 공작에도 노출되어 있었죠. 그들은 비밀의 수호자인 동시에 왕실의 최측근이었습니다."
다르케르의 모습이 그의 마음 속에 다시 떠올랐다. 젤다 공주는 분명 그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 그런 사소한 생각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게 보였지만 그래도 그 기억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했다. 그는 두려웠었고, 그녀도 마찬가지로 두려웠던 것 같았다.
"어머님은요?" 카시와가 다시 물어서 그의 기억에서 정신을 빼내었다.
"모르겠습니다." 링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오늘이 되어서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조금 떠올랐습니다."
카시와는 이를 조금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차차 기억이 돌아올 것입니다. 조라의 마을에 있을 때에 비해서 과거의 삶에 대한 질문의 답이 많이 나올 것 같군요."
"몇몇 일들과 작은 사항들은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자랐는지, 부모님과 어떻게 지냈는지, 미파와 다르케르 말고 다른 친구들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가끔은...그게..."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이것조차도 제 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시와는 조용히 듣기만 하면서 기다렸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것도 큰 전체가 아니라 작은 일부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아는 바로는 저는 검술에는 훌륭하다는 겁니다. 다만 제가 다른 것에도 실력이 좋은지, 취미는 뭔지 등...분명 마스터 소드를 쥐고 있었다는 것 말고도 저에 대한 정보는 더 있었을 겁니다."
"시커족의 원로이신 분이 알려주지 않으려 하셨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제가 묻지 않았습니다. 제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것 같아서 그럽니다. 과거의 제가 누구였는지 아는 것에서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전의 그대가 되고 싶은 것이로군요."
그는 카시와의 눈을 보고 잠시 머뭇거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카시와는 그에게 미소를 짓고 가볍게 웃었다. "저의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말합니다만, 그대는 과거의 그대와 동일한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세한 사항은 잘은 모릅니다만, 제 스승님이 말했던 그 사람과 성격과 의지가 일치합니다."
"제가 스승 되시는 분과는 친했습니까? 죄송합니다...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이름을 말하신 것 같은데..."
카시와는 다시 웃었다. "라오입니다. 제 스승님 성함은 라오였습니다. 그리고, 아니요. 그대와 스승님이 친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생각하면 스승님은 그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예?"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왭니까?"
"다소 경박하게 들리는 것 같으니 다르게 말하겠습니다. 최소한 스승님이 그대를 알고 있는 동안에는 그대를 친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헌데 그대가 쓰러지고 나서 여러 해가 지난 뒤에 스승님은 그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분의 노래에 이것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죠."
"왜 저를 좋아하지 않았는지 말했습니까? 제가 혹시 기분을 상하게라도 했습니까?" 카시와의 스승은 궁중 시인이라고 했었다. 링크가 그에게 무례를 범했던 것인지, 그를 낮잡아보기라도 했는지 생각이 들었다.
"아, 아뇨, 전혀요. 그냥 좀 질투하셨습니다."
"질투요? 무엇에 대해서요? 제가 마스터 소드를 가지고 있던 것이요?" 링크 본인이 검을 들고 있어야 했던 부담감을 생각하면, 그 부담을 대신 지겠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면 그는 기꺼이 검을 넘겼을 것만 같았다.
"공주님과 관련해서 말입니다." 카시와의 미소는 더 커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주님과 같이 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서 말이죠."
"제가 공주님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그분은 젤다 공주님을 사모하였습니다. 꽤 깊이요. 헌데..." 카시와는 잠시 머뭇거렸고 링크는 그가 조금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분은 거의 항상 호위 기사 곁에 계셨죠."
거의 항상 호위 기사 곁에 있었다, 라...
링크는 힘의 샘의 기억으로 생각이 돌아갔다. 둘이 서로에게 말을 나누었을 때의 친숙함과 생각이 나는 여러 순간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다르케르와 같이 시간을 보냈던 기억도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그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바뀌었는지 몰랐다.
대화는 금방 힘이 빠졌다. 둘 모두 뒤이은 침묵을 어떻게 깨야 하는지 몰랐고 말을 하기에는 조금 불편한 화제만을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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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의 검에 선택을 받은 하이랄의 용사여. 그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인 검술을 인정하여 여신 하일리아의 이름으로 축복을 내리노니, 하늘을 날고 시간을 넘어 황혼에 물들더라도, 함께하는 검은 용사의 혼과 함께하며, 더욱 강한 힘이 그대와 퇴마의 검에 깃들기를..."
링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감정도 없고 냉정하게 이런 말을 마치 글자 그대로 읽듯이 말하고 있었다. 아직 그녀가 가지지 않은 신성한 힘을 그에게 내리려고 하는 것처럼 그녀가 장갑을 낀 손을 그에게 뻗었을 때에도 그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들은 하이랄 성 시내의 남쪽의 의식장에 도착했었는데 전설에 의하면 일만년 전, 선대 젤다 공주와 그 시대의 영걸들이 그 자리에서 재앙 가논을 무찔렀다고 했었다. 링크는 하이랄의 기사에 걸맞는 모습으로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녀가 의식의 구절을 말하는 동안 이를 천천히 듣기만 했다. 그에게도 꽤 버거운 일이었고, 그녀에게도 그러했으며, 뒤에서 영걸들이 중얼거린 말도 보아, 그들에게도 그러한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의식이 마무리는 되었다. 영걸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젤다 공주는 시간이 빌 때 자신이 하던 일을 하러 갔다. 그러면 이제 그는 무엇을 한단 말인가? 성검을 쥔 용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겠지만, 대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검을 뽑자마자 기사 작위를 받은 기사였는데 기사로서 해야 할 책무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가족이 담당하는 토지 외에는 다른 영지를 받은 적도 없었고, 다른 병사들이나 부대를 지휘하는 일도 맡은 적이 없었으며, 기사가 되면 받을 것이라고 여겼던 수행원조차 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성 마당으로 가서 아직 날이 좋을 때 이 날을 즐기기로 했다. 비가 곧 올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미 서쪽의 타반타 변두리에서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고 몇 시간 뒤에 이곳에 올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밖으로 나서자 사람들이 무언가를 반원으로 에워싸서 링크가 선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무언가의 주변에 모인 것이 보였다. 그는 그 무리의 뒤로 다가갔다. 그가 그러자마자 줄을 선 사람들이 그를 눈치채고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길을 비켜줬다. 그가 무리 사이로 헤치고 나아가는 동안 주변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은 그가 지나간 자리에 다시 섰다.
그를 용사, 선택받은 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는 그 간단한 말을 사람이 얼마나 싫어하게 되는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가 무리의 가장 앞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무엇을 보기 위해 모였는지 볼 수 있었다. 시커족이 그들의 장치였던 가디언 한 기를 들고 온 것이었다. 가디언은 수레 안에서 긴 다리가 몸통 아래쪽을 감싼 채로 있어서 마치 회백색의 둥지를 튼 모습이었다. 다만 원통형의 머리가 움직이고 있었고 시커족의 무늬가 연한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머리 한가운데의 푸른 눈은 약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 기계들이 일만년 전 재앙 가논과의 전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링크는 이것들이 얼마나 유용할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그는 저것들이 머리만 움직이는 것 외에 다른 움직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보아도 확실한 무기는 없었다. 그것의 긴 다리에는 꽤 위협적으로 보이는 세 발톱이 있었는데 설마 저게 유일한 무장일 리가 없었다.
"폐하," 마차 앞의 시커족 남자가 말했다. 갑자기 링크는 그가 로암 왕과 젤다 공주가 왕족의 화려한 의복 차림으로 선 자리에서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보았다. 왕은 링크를 보고 알아본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젤다 공주는 그는 신경 쓰지 않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가디언을 보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가디언은 일만년 전에 대재앙에게서 여신의 피와 용사의 환생을 보호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지금까지는 어떻게 기능하였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시커족은 마치 광대와 같은 어투로 말했었다. 발을 땅에 확실히 대고 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세우기 위해서 나무 상자나 의자 위에 서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는 마치 머리 뒤에 날개처럼 어깨 너비로 퍼진 거친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눈 바로 위 이마에 이상하게 생긴 고글을 끼고 있었다. 링크는 그의 허리에 굽은 검이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이 시커족을 어딘가 본 것 같았다. 그가 젤다 공주, 그리고 프루아라고 한 키가 조금 더 작은 시커족 여성과 말하는 것이 기억이 났다.
"그게 말입니다, 여러 주간의 열심히 진행한 연구와 실험 끝에, 가디언 기술의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일만년 전에 대재앙을 억누를 무기를 찾아냈고, 다시 깨어나는 순간 물리칠 때에 쓰일 무기들입니다."
링크는 로암 왕과 젤다 공주를 다시 보았다. 왕은 침착하면서도 조금 조바심이 나는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은 앙다문 상태였고 링크는 이 시커족 남자가 왕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잘 버티는 것을 보자 꽤 침착한 사람인가 싶었다. 반면 젤다 공주는 많이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었다. 큰 미소를 지으며 가디언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 달려들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는 것 같았다.
"폐하, 허가를 해 주시겠습니까?" 왕은 고개를 끄덕였고, 시커족 남자는 한번 돌더니 가디언과 같이 수레에 올라타고 있던 다른 시커족들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들은 링크가 볼 수 없는 여러 장비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가디언이 떨더니 마차 안에서 접힌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시커족 조수들은 발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뒤로 물러났다.
"NOW!" 시커족 남자가 말했다.
로베리, 이제야 그 남자의 이름이 링크의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영걸 임명식에 프루아와 같이 있던 자였다. 로베리는 몸을 굽혀 그의 발치에 있는 원반 형태의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링크는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에 이를 알아보았다. 주방에서 쓰는 것과 같은 냄비 뚜껑이었다. 로베리는 그의 손에 뚜껑을 들고 로암 왕과 공주를 보면서 당당히 미소를 지은 뒤에 몸을 돌리면서 가디언의 뒤쪽의 허공을 향해 던졌다. 냄비 뚜껑은 살짝 휘면서 허공으로 돌며 날아갔다.
가디언의 머리가 돌았고 그 푸른 눈이 공중의 냄비 뚜껑을 추적하더니 갑자기 눈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번쩍이며 우레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언가의 에너지 같은 빛줄기가 쏘아지더니 큰 폭발을 일으키며 냄비 뚜껑을 강타했다. 얼마 뒤 연기가 가라앉자 링크는 여러 조각으로 나뉜, 완전히 타버린 냄비 뚜껑의 파편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잠시 동안 관중에 침묵이 돌았다. 로암 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젤다 공주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관중은 신이 난 듯 말을 하면서 박수를 쳤다. 공주도 금방 밝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링크는 로베리가 그녀에게 빠르게 눈짓을 하더니 합장하면서 몸을 숙이는 것을 보았다.
관중의 처음의 반응이 가라앉자 로베리는 정숙해 달라는 듯이 손을 들었고 다시 왕을 돌아보았다. "한번 더 보여드릴까요, 폐하?"
로암 왕은 손을 들어서 그의 긴 수염을 생각하듯 어루만졌다. "허락한다."
로베리는 냄비 뚜껑을 하나 더 손에 집어들었다. 가디언의 머리는 천천히 돌면서 그가 공중에 높이 든 냄비 뚜껑을 바라보았다. 링크는 그것의 눈이 표적을 잡자마자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로베리는 공중으로 냄비 뚜껑을 하나 더 던졌는데, 가디언은 뚜껑이 그의 손에서 채 멀리 떨어지기도 전에 무기를 발사했다. 냄비 뚜껑은 큰 파열음과 같이 폭발했고 불타는 파편은 관중의 머리 위로도 날아갔다. 일부는 비명을 질렀고 다른 이들은 머리를 손으로 가리면서 몸을 낮추었다. 로베리는 진정하라는 듯이 두 손을 곧바로 들었다.
"ME가 던지는 데에 너무 LONG하게 걸렸을 뿐입니다! 모두 FINE입니다! 아무..."
"로베리!" 젤다 공주가 외쳤다. 로베리는 그녀를 슬쩍 보고 몸을 돌렸는데, 가디언이 로베리의 발치에 있는 냄비 뚜껑의 더미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기겁하며 가까스로 보았고, 가디언은 그 자리로 발사했다.
링크는 그 폭발 지점에서 멀리 있어서 그 충격에 조금 비틀거리는 것에서 그쳤지만, 로베리가 연기를 뚫고 뒤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관중들은 이제 뒤로 뛰면서 비명을 지르며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있었다. 성 안으로 피하려고 서로 밟고 밟히는 광경이 벌어졌다.
수레에 탄 시커족 조수들은 이 가디언의 기동을 멈추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지만 무슨 조작을 해도 딱히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가디언이 겨누고 있던 냄비 뚜껑은 이미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가디언의 눈은 이를 전부 찾아내어 쏘는 것 같았다. 나무 줄기에 기대어진 뚜껑에도 발사했는데 그 폭발로 나무 줄기가 부러지더니 옆으로 넘어졌다.
"젤다!"
링크가 몸을 돌리자 로암 왕이 젤다 공주의 팔을 붙잡고 있으려고 힘을 쓰다가 놓쳐서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서 열 보 정도 되는 거리에 쓰러져 있는 로베리를 도와주려 달려갔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쓰려져 있는 자리 바로 밑에 냄비 뚜껑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이럴 수가!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그는 가디언을 다시 보았는데 그와 같은 것을 본 것 같았다.
그는 곧바로 앞으로 내달려서 떨어진 냄비 뚜껑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는 젤다 공주에게로 빠르게 달렸는데 그 거리가 너무 먼 거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가디언의 눈이 번쩍이면서 하이랄의 공주이자 여신의 환생을 쏘려고 하는 것이었다.
링크는 고함을 지르면서 냄비 뚜껑의 손잡이를 잡았고, 가디언의 발사와 공주 사이로 끼어들었다. 가디언이 발사한 순간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고, 링크는 냄비 뚜껑을 앞으로 휘둘렀다.
빛줄기는 링크의 냄비 뚜껑을 맞추었지만, 다른 것과는 달리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에 링크가 오른손에 든 방패로 검격을 막아내듯이 뚜껑을 휘두르자 뚜껑이 그의 생각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를 막아낸 것 같았다. 빛줄기는 그대로 되돌아가 가디언의 푸른 눈을 맞추었다. 빛줄기는 강한 폭발과 함께 눈에 맞았고 두 시커족 조수는 피하기 위해서 수레 밖으로 뛰어나갔다.
연기가 흩어지자 가디언은 그대로였는데 그 자리 안에서 거칠게 떨었고 몸의 주황색 빛이 빠르게 번쩍였다. 그러더니 가디언은 강렬한 흰 빛과 대포 소리와 함께 갑자기 폭발했고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가디언의 잔해가 주변의 땅과 성벽으로 뿌려지는 내내 링크는 그의 임시 방패로 몸을 가렸다. 하지만 그나 그의 방패를 맞힌 파편은 없었고 마당은 금방 조용해졌다. 그는 크게 숨을 내쉬면서 돌아보다가 공주에게로 눈길이 갔는데, 시커족 학자의 몸에 자신의 몸을 던져 온 몸으로 보호하려고 한 것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그와 마찬가지로 긴장한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녹색과 푸른색의 둘의 눈이 마주쳤고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젤다!" 왕은 빠르게 그녀의 곁에 다가서서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괜찮나? 다친 데는 없고?"
"괜찮아요. 아무것도...맙소사..." 그녀는 다시 로암 왕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서 링크 옆으로 다가가서 기겁을 한 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파괴된 가디언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아까까지 머리가 있던 둥근 몸체만 있었고 다리는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채였다. 수레의 바퀴는 그 폭발의 힘에 의해 부서져 있었다. 그녀는 분노한 듯한 벌게진 얼굴로 링크에게 몸을 돌렸다. "부숴버리다니요!"
"젤다." 그녀의 옆에 다가온 아버지의 목소리는 꽤 엄했다. 그녀의 눈은 왕과 마주쳤고 바로 시선을 떨구었다.
"아 그렇죠, 그게...주의가 분산되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녀는 링크를 보지 않고 신음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드는 로베리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 몇 분 동안 로베리와 나머지 인원이 성 내의 의사들의 진단을 받았다. 극적으로 유일하게 로베리만 가벼운 찰과상과 타박상만 입은 채였고 그조차도 심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왕실 외과의들이 살필 계획이었다. 그가 간호사 하나의 손에 이끌려 걸어나가기 전에 그는 로암 왕에게 용서를 빌었지만 그는 헛기침을 하고 손을 저어 보내버렸다.
링크는 가디언의 공격을 막아낸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그의 앞의 잔디는 부서진 수레로 돌아가는 경로로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의 뒤에서 들린 발걸음 소리에 링크는 몸을 돌렸고 고개를 들자 로암 왕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곧바로 머리를 조아리며 무릎을 꿇었다.
"일어서라, 링크여." 왕이 말했다. 링크는 다시 두 발로 일어섰다. 그는 왕의 바로 뒤 오른쪽에 젤다 공주가 가디언의 잔해를 바라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딸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감사해야겠군. 그대가 한 것처럼 반응하지 않았더라면 딸이..." 그는 공주를 돌아보았는데, 그의 그늘에 서 있으며 팔을 모은 모습은 마치 이전보다 몸집이 더 작아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공격을 뚜껑으로 막아낼 생각은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군."
링크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직도 냄비 뚜껑을 들고 있었는데 가디언의 공격을 받아낸 안쪽 목재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는 다시 왕을 바라보며 말을 하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입 안이 말라버린 것처럼 아무런 말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입술을 침으로 축이고 다시 말을 꺼냈다. "몰랐습니다, 폐하. 그냥...행동한 겁니다."
로암 왕의 표정을 보자 링크는 이것이 적절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이었다. "그래, 이해가 된다. 확실히 마스터 소드가 잘못된 사람을 정한 것이 아니군."
링크가 등에 맨 검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대도 알다시피, 과인은 젤다 공주의 호위를 맡을 기사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젤다 공주는 그가 말하자마자 충격을 받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왕 바로 옆에 섰다. "아버지, 그러시면...!"
"젤다." 로암 왕의 목소리에 날이 섰고 그녀는 그의 날카로운 말에 움찔하며 바로 고개를 숙였다. 링크는 그녀를 잠시 보고 다시 왕을 보면서 그의 얼굴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했다.
왕은 더 근엄한 얼굴로 링크를 돌아보았다. "마저 말하지. 과인은 딸을 호위할 기사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다. 딸이 신수 연구의 진척을 확인하러 가는 길과, 여신 하일리아의 축복을 받기 위한 수행의 길을 호위하기 위한 기사 말이다."
링크의 속이 더 깊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그대가 그대의 목숨을 앞세우지 않고 딸의 목숨을 구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엉뚱한 곳을 찾고 있었던 것 같군." 왕은 한동안 링크를 바라보다가 아직 주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끙 소리를 한번 내고 다시 링크를 돌아보았다. "링크, 이 문제를 더 논의하고 싶으나, 이 자리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군. 오늘 저녁 식사에 자리를 같이 해주게. 그 시간에 같이 더 논의하세."
"예, 폐하."
진정해, 진정하라고. 감정이 나타나면 안돼, 특히 폐하 앞에서는...!
그는 다시 젤다 공주를 보았는데, 그를 아무 감정 없는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링크는 속이 더 심하게 내려앉는 것 같았다.
"좋다." 로암 왕은 손을 뻗어서 그의 묵직한 손을 그의 어깨에 올리고 힘을 주었다. "그럼 그 때 보지, 젊은이여." 그는 몸을 돌려서 성으로 돌아갔다.
잠시 동안 젤다 공주는 그 자리에서 서서 링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보았는데 그녀의 시선은 그의 얼굴이 아니라 그의 왼쪽 어깨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를 보는 것이었다.
"젤다, 오라." 로암 왕은 몇 보 뒤에서 멈춰서 그의 딸을 엄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링크는 그녀의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을 보았고 몸을 돌려서 왕의 뒤를 따라갔다. 둘이 가는 것을 보는 동안에 발 밑의 땅이 어질어질해지는 것 같았다. 젤다 공주의 호위 기사라니, 왕이 그에게 줄 수 있을 최악의 자리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반응을 보면 그녀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는 별 수가 없다는 기분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냄비 뚜껑을 잔디밭으로 내던지고 나서 왕가와의 식사 자리에 입을 적절한 옷차림을 찾기 위해 성 출구로 향했다. 가는 동안 아직 마당에 남아 있는 몇몇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를 용사라고 불렀다. 선택받은 자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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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자는 동안 이 기억을 떠올렸다. 그동안의 꿈보다 훨씬 실감났다. 아직도 그의 손에는 냄비 뚜껑의 무게가, 그의 피부에는 가디언의 빛줄기의 열기가, 그리고 머리에는 찬 바람이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도 하나하나 다시 되새겨지면서 귓가에 울렸다.
"아버지, 그러시면...!"
그는 침구에서 일어서서 재앙 가논의 원념의 불길한 붉은 빛으로 빛나는 멀리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는 별이 가득했고 창백한 달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채였다. 둘 모두가 자리를 세우지 않고 별 아래에서 야영하기로 했는데, 그러면 야영지를 금방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불은 피우지 않았는데 밤은 시원하기는 했지만 추울 정도는 아니었고 불을 피우면 밤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이 이를 보고 곧바로 달려올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시와가 그들의 야영지를 이루는 둥근 원 밖에 내리자 깃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리고 공기가 흔들리는 것도 느껴졌다. 그는 더 일어서서 몸을 돌렸는데, 링크가 앉아있는 것을 보자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링크?"
카시와가 야간 경비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사방에 몬스터가 있는 상태에서 자는 것이 둘 모두 불안했기 때문에 교대로 잠에서 깨서 감시하고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둠을 틈타서 다시 도로를 걷기로 했던 것이었다.
"예, 카시와."
"괜찮으십니까?"
링크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성을 계속 보면서 부서진 탑들을 천천히 에워싸는 붉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결국에는 친해졌잖아...맞아. 친해진 모습을 봤다고.
그런데 그의 기억은 더욱 어질러지고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대체 얼마나 지나고 나서야 그렇게 되었는지 몰랐다. 알 방법이 없었고 참고할 지점도 없었다. 대체 젤다 공주 근처에 얼마나 오랫동안 진을 치고 있던 끝에 무언가의 친밀함이 생긴 것인가 싶었다. 그렇게 억지로 같이 붙어 있던 끝에 생긴 거라면 친밀함이라고 할 수나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다만 그 순간에 그는 두려움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공주를 싫어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녀가 그의 곁에 있으면 그가 답답했다. 그가 싫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그러했다. 그렇다면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가 편히 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공주나 그녀의 소임에 관해서 무어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는 했었다.
"가끔은 차라리 제 기억이 없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한 끝에 조용히 말했다.
카시와는 그의 곁의 잔디밭에 앉아 성을 바라보았다. "분명 기억 하나가 더 떠오른 것이겠군요. 실례합니다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공주님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요." 그의 어조에 인상을 쓰면서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이걸 말하기 전에 기억을 좀 더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카시와는 손을 뻗어 깃이 달린 손을 링크의 어깨에 얹었다. "허나 한 가지 충고는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이야기 안에는 적혀있는 글귀 속에 숨어있는 의도가 있습니다. 그 어떤 이야기라도 맥락이 중요하며 이는 잘 짜여진 작품과 졸작을 구분해 주기도 하죠. 링크, 이것이 기억을 잃은 것의 영향에 의함이라고 판단됩니다만, 아직 맥락이 확실하지 않다면, 그 기억을 그 자체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방금 보신 기억에 대해서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주요 순간을 아직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링크는 그 말을 고마워하고 그 말 안의 진의도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졌는지는 잘 몰랐다. 아직도 젤다 공주가 한 말과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경악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대체 그가 무엇을 했길래 그를 그렇게 나쁘게 보고 있었는지 몰랐다.
"이제 갑시다." 카시와가 몸을 풀면서 일어섰다. "보아하니 더 쉴 수 없으신 것 같은데, 때마침 제가 주변을 좀 더 정탐했습니다. 지금 빈틈이 조금 생겼으니 한동안은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링크는 일어서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카시와가 야영지를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었고 둘은 곧바로 밤을 향해 나아갔다.
Notes:
N.B.) To make the progression in the original fiction where Link does not recognize Robbie immediately feel more natural, the idiosyncrasy of Robbie changing several terms in English is temporarily disabled. (원작에서 링크가 로베리를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전개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 본 장의 번역본에서는 임시로 로베리의 말씨를 무시하였습니다.)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abantha Frontier = 타반타 변두리[Name glossary]
Arn = 아른 (The name is from a Zelda comic, which I have never found a translation from. Thus I brought the name./원래는 젤다 만화 중 하나에서 등장하는 이름으로 번역본이 없기에 음차합니다.)
Chapter 31: 29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의 시커 스톤에 표시된 바에 의하면 이 작은 마을의 이름은 메베의 마을이었다. 당연히 이 마을은 오래 전에 파괴되었었다. 링크가 보아하니 무사히 남아 있는 건물은 전혀 없었고 그나마 남아 있는 건물은 반쯤 부서진 벽과 그 터만이 유일했다. 하지만 링크가 보았을 때에는 이 마을은 한때는 평범한 마을일 것 같았다. 그들은 잡초가 무성하고 버려진 농장들을 지나갔고 어느 정도 큰 축사까지도 지나쳤었다.
이제 마을의 폐허는 몬스터들이, 정확히 말하면 모리블린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카시와는 여기를 처음 날아갈 때 최소 열다섯 정도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었다. 이 커다란 몬스터들의 틈에 보코블린이 있지는 않았다.
"어떻습니까?" 링크가 마을을 내려다보는 잔디가 깔린 언덕에서 물었다. 그는 그의 옆 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카시와를 바라보았다.
"최선의 방법은 피할 수 있다면 교전을 피하는 것이지만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적습니다. 더 남쪽으로 가면 아까 보았던 말 탄 보코블린들이 있습니다. 싸우게 된다면 보코블린들은 쓰러뜨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가능이야 하겠지만 너무 위험했다. 그들은 이제 하이랄 평원의 한가운데 근처로 가고 있었고 그들의 생각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간 상황이었다. 이 지역에는 폐허가 여럿 있었고 그 지점들은 몬스터들이 근거지로 애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지역은 하이랄 평원에서 가장 노출된 곳으로, 작은 구릉에 작은 덤불 내지는 적은 양의 수목이 전부였다. 전날에는 대부분 수목에 몸을 숨긴 채로 갔었다.
"그리고 북쪽에는 가디언을 보셨다고 했지요."
"예."
링크는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을 침착하게 하려 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 아침에 카시와가 발견한 가디언에 대해서 들은 것만으로도 등에 식은땀이 났다. 아직은 위험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표적을 찾기 위해서 저기 어딘가에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그는 기억 속에서 가디언의 공격을 반사해낸 것을 생각했다. 이를 이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날은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 같았다. 그래서 젤다 공주가 그를 감사해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그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순전히 운이 좋아서 그녀를 구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인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이 머리 속에 울렸고 그는 이 생각을 치워버렸다. 지금은 공주의 그를 향한 불신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친구였다고, 결국에는 화해했다고, 계속 되뇌어 보았지만 놀란 가슴이 진정되는 일은 없었다.
"북쪽 길로 갑시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그는 마을의 북쪽 경계를 가리켰다. "저기에 아직 벽이 남아 있습니다. 조심만 한다면 마을 외곽을 돌면서 가디언에도 가까이 가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수십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다고 하셨죠?"
최소한 카시와가 한 시간 전에 정탐을 한 결과는 그러했고 아직 그렇기를 바랐다. 카시와는 링크의 생각에 동의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바로 이것이 하이랄 평원을 가로질러 가는 것의 가장 큰 위협이었다. 적진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에 잘못 길을 타면 금방 몬스터에 둘러싸여 버리는 것이었다.
링크는 언덕에서 천천히 내려가 스피릿의 고삐를 쥐고 그들이 가기로 한 방향으로 그를 이끌었다. 대부분의 링크의 장비는 그가 걸어다니는 동안 부딪혀 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스피릿의 안장에 단단히 묶어두었었다. 지금 그는 활과 화살통만 챙긴 상태였다.
차라리 카시와가 머리 위를 날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근처에 적이 너무 많아 그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카시와는 고도를 높이려면 좀 많이 뛰어야 했는데 그러는 동안에는 그대로 노출될 것이었다. 차라리 모리블린과 많이 멀어지고 말을 탄 보코블린들하고도 충분히 떨어지고 나서야 날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놈들 중에도 활을 쏘는 자들이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들은 북쪽으로 이동해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나무가 자란 지점을 이용했다. 다행히 이곳에는 돌을 뱉는 옥타가 없었다. 지난번에 지나간 수목에 한 마리가 있었고 그놈은 링크의 어깨 지점을 맞춰 벌겋게 부은 자국을 남겼다. 이상하게 큰 거미집들도 보였지만 그는 저 정도 크기의 거미집을 짓는 거미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마을의 외벽에서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뒤 그들은 서쪽으로 돌아 숲을 나서서 옛터를 조심스레 돌아갔다. 다행히 모리블린은 그렇게 시력이 좋은 놈들은 아니어서 메베의 마을을 지나는 동안 나팔을 분 녀석들은 없었다.
하지만 마을을 지나치면 그들은 즉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나무 하나 없이 넓은 평야가 전부였다. 땅도 어느 정도 트여서 적에게서 숨을 언덕도 얼마 없었다. 지형에서 불리한 셈이었다.
"카시와, 날아 보시겠습니까? 느낌이 안 좋습니다."
카시와는 리토족의 시야를 이용해서 주변에 있을 법한 적들을 돌아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위험했지만 카시와가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는 날개를 펼치고 퍼덕이면서 앞으로 달리며 빠르게 속도를 높였다. 얼마 뒤 그는 공중으로 날아올라서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리발은 저렇게 날지 않았는데.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무언가 부적절하다고 느껴졌지만 그는 리토족 영걸이 어떻게 날았는지 정확히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확연히 달랐다.
한숨을 쉬며 링크는 스피릿을 탔다. 엄폐물이 없기 때문에 걷는다고 유리해질 여지는 없었으니 가능한 한 멀리 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는 스피릿을 걷게 하면서 서쪽으로 가는 동안 안장에 몸을 최대한 낮추었다.
하이랄 성은 그가 깨어난 뒤 처음으로 훨씬 더 가까워져 있었다. 물론 아직도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성이 높은 바위 내지는 산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높이였다면 주변의 지형보다 높이 올라서 더 멀리까지도 볼 수 있었다. 성은 하루만 가면 도착할 거리였다. 하루만 더 가면 가논에게 다가가고, 젤다 공주에게도 가는 것이었다.
여신님 맙소사, 제발 좀 끝났으면 좋겠어.
그냥 북쪽으로 갈 수 있지는 않을까 했다. 이미 커스 가논 둘을 토벌했으니 그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했다. 그의 시커족 무기가 놈의 분신에 통한 것처럼 대재앙에게도 통할 것인가 싶었다.
성을 둘러싸는 원념이 마치 그를 조롱하듯 더욱 거세게 휘몰아쳤다. 링크는 숨을 멈춘 채로 원념이 하이랄 성의 아래를 소용돌이처럼 둘러싸다가 되다가 탑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링크는 원념이 모양을 갖추는 것을 보았다.
재앙 가논이었다.
거의 성만큼 커다랗게 보이는 거대한 마수가 가장 큰 탑으로 올라 입을 벌리면서 울부짖어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스피릿은 불안한 듯이 발을 뛰었지만 링크는 그 말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는 성 위로 올라서 사냥감을 본 새처럼 성 주변을 둥글게 날아다니는 그놈을 보고 있었다.
"제발..."
그의 속이 크게 뛰면서 그는 고삐를 더 강하게 쥐었다.
"지금은...아직은 안돼..."
성의 가운데에서 이전처럼 밝은 빛이 나타났지만 오늘은 그에게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 빛은 가논에게는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빛이 나타나자마자 그 거대한 형상이 흐려졌다. 소용돌이치는 원념은 연해졌고 가논의 모습은 마치 거센 바람을 만난 구름처럼 흩어지면서 하강했다. 얼마 뒤에는 이조차도 사라지고 성 근처에 계속 돌고 있는 약한 붉은 안개만이 남아 있었다.
"공주님,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링크가 말했다. "조금만 더요...!"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어 보였다. 대체 어떻게 저런 괴수를 쓰러뜨릴 수 있단 말인가? 대재앙은 그의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신수만큼, 아니 신수는 하찮게 보이게 할 정도로 컸다. 그의 공격은 성스러운 검을 쓴다 하더라도 이쑤시개로 찌르는 수준에 불과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도 이를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었고, 공주라면 확실히 이를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마스터 소드와 신수가 그 정도로 강한 것인지, 이 모든 것이 전부 하나로 모이면 최종적으로 그들이 승리하게 될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런 것에 있어서는 나도 무언가의 예감이 들어야 하지 않나? 그는 성에서 억지로 눈을 돌려버리면서 스피릿을 움직이게 했다. 내가 용사의 환생이면 그래야 할 텐데...
용사의 환생, 그 생각으로 그는 불편해졌다. 고대의 용사에 얼마나 그가 맞먹느냐고 물으면 그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전에 가논과의 전투에서 패배한 용사는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들었는데 이 땅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아서는 패배한 이는 없는 것 같았다. 그가 처음으로 패배한 용사였던 것 같았다.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이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왜 조금이라도 생각에 잠기면 그의 실패에 너무 집착하게 되는 것인지 답답했다. 100년 전의 패배이며 이미 이를 청산하고 있었는데, 벌써 신수를 둘이나 해방했는데, 승리하고 있었는데, 왜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 답답했다.
그는 다시 성으로 눈길을 돌렸다. 가논, 그놈이 이 모든 것의 원흉이었다. 그의 실패, 젤다 공주의 감금, 그리고 이 대지의 상태의 모든 원흉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의 원수였다. 링크는 가논의 계략 때문에 쑥대밭이 되어버린 자그마한 메베의 마을을 다시 생각했다.
"방법을 찾을 거야." 그는 힘이 거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안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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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왜 타반타 변두리를 거쳐 리토의 마을로 향하기 전에 왕립 고대 연구소를 거쳐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근래에 그의 의견은 거의 묵살되는 것 같았다. 젤다 공주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둘은 전날 길을 떠나서 천천히 서쪽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함께 길을 가는 것으로 공주와 그녀의 충직한 기사가 가는 것이었다. 링크는 왕이 아직 십 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 딸이 한 남자와 같이 여행하도록 허락했다는 것을 믿기가 어려웠다. 물론 그는 이 땅의 최고의 검사라는 칭호를 받고는 있었지만 그 칭호는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서 빈정거리는 말투나 경외를 담고 있었다. 젤다 공주의 호위 기사가 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던 기사들이 여럿 되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들 중의 하나가 호위 기사가 된다면 공주가 더 마음에 들어했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 그녀는 그를 노려보고 있지는 않았다. 대신 그녀와 시커족 여성 프루아가 공주가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그 이상한 장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체키, 반드시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루아가 입술을 건드리며 말했다. "분명 여기에 없는 다른 여러 기능이 있단 말이야. 일단은, 여기의 명령어들만 보면 다른 아이템이 있다고 하고 있다고. 대체 '마그넷 캐치'라는 거는 뭐냔 말야?"
"저는 이게 얼마나 실감 나는 그림을 잡을 수 있는지가 더 놀라워요." 젤다 공주는 화면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벽돌 벽에 기댄 링크는 공주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는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영걸 임명식이 끝난 뒤에 둘과 다른 영걸들이 모여서 프루아가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 기억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르케르는 그들의 첫번째 사진을 망쳐버렸지만 그래도 그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리발이 사진에 어떻게 찍혔는지를 생각하면 더욱 재미있었다. 그 거만한...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는 건가요?"
공주가 약간 미간을 찡그리며 그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화들짝 놀라면서 링크는 그가 사진 생각을 하는 동안 공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몸을 더 세우면서 입을 열었지만 머뭇거렸다. 그 정도만으로도 공주는 짜증이 났는지 눈을 굴리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얼마 뒤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를 다시 돌아보았다. "거기 계속 서 계시기 싫으면 다른 데 가셔도 되는데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고 그녀 곁으로 가서 섰다. 시커 스톤이라고 불린 그 장치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 표면에는 마치 하이랄 성의 창 중 하나에서 그대로 내다보는 것과 같은 하이랄 평원의 광경이 나타나 있었다. 그 광경은 많이 아름다웠다.
"아, 제 말은 그러니까..." 공주는 프루아를 보면서 말을 멈추었고 그녀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다. 링크는 갑자기 쑥스러움이 온몸에 밀려오는 것 같았다. 옆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밖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왔으니 그냥 옆에 있기로 했다.
"어떻게 통하는 겁니까?"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프루아는 숨을 들이쉬었다. "말을 할줄 아네!"
링크는 그녀를 보지 않고 이를 물기만 했다. 그는 시커 스톤을 계속 보았다. 얼마 뒤에 공주는 목을 골랐다. "음, 사실은요, 아직은 잘 몰라요. 하지만 이게 그 이유 같고요."
그녀는 손에서 장치를 돌려서 손가락으로 뒷면의 시커족 눈 표식 가운데에 있는 작은 검은색 원형 유리를 두드렸다.
"보이세요?"
그녀는 시커 스톤을 뒤집어서 한 손으로 받치는 동안 다른 손으로 화면을 조작했다. 그녀는 작은 녹색 그림을 눌렀고 화면이 검게 변했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뒤 그녀는 다른 손으로 그 장치의 모서리를 잡고 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 순간 화면이 빛과 색으로 번쩍였다. 얼마 뒤에 장치의 화면에 나타난 그림이 초점이 맞으면서 바로 아래의 나무 탁자를 비추었다. 그녀는 시커 스톤의 뒷면으로 손을 가져다 댔지만 더 멀리 가져가서 손을 흔들듯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뒤이어 그녀는 시커 스톤의 뒷면으로 손을 더 가까이 가져갔고, 시커 스톤이 그렇게 뚜렷한 그림을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막은 듯 화면이 검게 변했다.
"그래서 저희 생각으로는 이게 카메라 아이템의 조리개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어요." 그녀가 화면의 버튼을 더 눌러 원래 화면으로 돌리면서 이 시연을 마치며 말했다. 그러자 검은 화면에 몇몇 색의 그림이 가운데에 선 처음의 화면이 나왔다.
"하지만 보라고! 얼마 없으면 금방 이 기능을 알게 될 거야. 곧 있으면 이거를 다 뜯어봐서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낼 거고, 그리고 제대로 이용해 볼 거야. 분해를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이긴 하지만..." 프루아는 몸을 기울여 젤다의 뒤편의 링크를 씩 웃으며 바라보았다.
링크는 이를 조용히 생각하면서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런데...어떻게 도움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재앙 가논에 맞서는데에..."
그 말은 괜히 한 것 같았다. 젤다 공주의 얼굴이 붉어지며 눈을 치켜뜬 것이다. "아 그래요, 또 그런거죠? 싸움에는 아무런 도움이 없으니 아무 짝에도 쓸데가 없겠네요."
그는 해명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럴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가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쏘아붙였다.
"그럼 차라리 재앙 가논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연구는 다 관두는 거는 어때요? 시커 스톤을 그냥 강에다가 던져버리죠. 충직한 기사가 제 옆에 있기만 하면 마수가 다 알아서 정리될 텐데요 뭐!"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건 그의 잘못이었다.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입을 열기만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프루아, 그거 알아요? 그냥 목욕도 더 안 할까 해요. 가논 토벌하고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요! 그리고 누가 알아요? 여신님이 제 몸에서 나는 악취에 마침내 질려버려서 제 기도를 들어줄 지도요!"
링크는 창피해져서 얼굴이 붉어진 채로 탁자에서 물러났다. 그는 젤다 공주가 한 아까의 말을 들어 방 밖으로 나가 건물 밖으로까지 나갔다. 문 밖에서도 젤다 공주가 빈정대는 소리가 다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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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눈을 떴고 머리 위의 나무가 덮은 광경이 보였다. 다른 꿈에 다른 기억이었다. 대체 왜 이 기억이 떠올랐단 말인가? 그의 무의식이 무슨 말을 하려 하기에 그와 젤다 공주가 처음 여행을 같이 하는 동안에도 서로 다투지 않고 말을 할 수가 없는 것만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앉아 침구의 겉을 걷었다. 이불에서 다리를 빼내자 찬 밤 공기로 인해 추위가 느껴졌다. 꽤 추운 밤으로 전날밤보다도 추웠다. 작은 불이라도 피우고 싶었다.
둘은 아무런 문제 없이 평원을 거쳐서 링크의 시커 스톤에 구스타프산이라고 표시된 산 남쪽의 작은 숲에 자리를 잡았다. 숲으로 가기 위해서 남쪽으로 가야 하기는 했지만 야영할 수 있으면서 숨는 것도 가능한 유일한 자리였다. 그리고 전날 밤처럼 링크가 먼저 망을 보고 자정을 살짝 넘어서까지 깨어 있었다. 그렇게 하면 카시와가 어둠을 틈타서 그가 감시하는 동시에 그들의 경로를 미리 점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었다.
카시와는 아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달이 아직 중천에 떠 있었으니 다시 움직이기까지는 한 시간 더 있어야 했다. 하지만 방금 기억이 하나 더 떠오른 와중에 다시 잠이 들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는 야영지에서 나와 주변의 광경을 돌아보기로 했다.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순간 더 가까이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선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어둠 속을 눈으로 더듬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가 그늘진 나무 줄기 뒤로 움직이는 붉은 빛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그는 멀리 있는 그 물체를 바라보기 위해서 눈을 찡그렸다. 그에 주목하자 다른 세부 모습들이 보였다. 붉은 빛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선으로 되어 있었고 선은 마치 별자리를 연상시키듯 그려져 있었다. 그것이 몸을 돌리자 푸르게 반짝이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 빛은 푸른 빛의 눈이었다. 바로 가디언이었다.
링크는 바로 근처의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발 밑에서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가디언은 그 자리에 섰다. 푸른 눈은 그와 카시와가 야영하던 숲을 확인하기 위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여러 마디로 된 여섯 다리로 서 있으면서 그 자체도 웅장하고 위협적이었다. 링크는 저것이 얼마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숨을 참고 기다리면서 가디언이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나무 뒤에서 슬쩍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가디언은 링크가 숨은 위치를 보면서 수목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것은 조금 더 높은 데에서 보려는 듯이 여섯 다리를 곧게 펴서 몸을 들어올렸다.
얼마 뒤에 그것은 몸을 낮추고 숲을 바라보면서 옆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링크는 자신의 장비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의 방패와 검이 침구 근처에 있었다. 이를 잡으려고 한다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가디언은 계속 움직였고, 링크는 경악하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들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슴 속에서 심장이 쿵쾅대면서 그는 푸른 눈의 시선에서 최대한 피하려고 하며 나무를 돌아서 섰다.
그냥 가...어서...여긴 아무것도 없다고...
가디언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찌나 가까운지 링크는 갈퀴 달린 발이 땅을 치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몸집이 큰 것을 감안하면 이 녀석은 놀랍도록 조용했다. 링크는 조심스레 나무 뒤를 바라보았고 놀라는 소리를 간신히 억눌렀다. 가디언은 수목으로 굉장히 가까이 다가갔고 푸른 눈은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그는 숨을 참으며 기다렸다. 불은 날아오지 않았다. 빛줄기가 날아오거나 열기가 날아오는 일도 없었고 빛도 번쩍이지 않았다. 마침내 가디언은 숲에서 물러나 푸른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좌우로 고개를 한동안 돌리더니 밤의 어둠 속으로 조용히 자기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링크는 눈을 꽉 감고 거친 나무 껍질에 이마를 대면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났고 몸도 떨렸다.
여신님 맙소사, 대체 저런 것들에 어떻게 또 맞서라는 거야?
저들은 한때 그를 죽였으니, 또 그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그때는 100년 뒤에 깨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곧 링크는 작은 바람소리를 들었고 카시와가 돌아오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마침내 나무에서 물러나서 떨리는 발로 걸어 돌아갔다.
"혹시..."
"예." 카시와가 걱정이 선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물러난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해 지금 당장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장비를 재빠르게 챙겼다. 그는 스피릿의 등에 안장을 얹고 단단히 여몄다. "스피릿을 못 보아서 다행이군요." 그가 말했다.
"동물은 공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카시와가 그를 보았다. "아까 보는데 하나가 그냥 사슴 옆을 지나가더군요. 보기는 보았을텐데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사슴도 그게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더 이상 공격하려 들지 않는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카시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성 근처에 갔다가 공격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꽤 됩니다. 그런 연유로 하이랄 평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죠. 그런 소문만 들으면 남쪽 시작의 대지까지 가디언들이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입니다."
링크는 그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위안이었다. 만일 그러했다면 이 지역의 숲은 진작에 전부 타버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특정 생물만 공격하라고 명령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른 몬스터도 공격합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두 영역이 서로 뚜렷하게 나뉜 것을 보면 그러는 것 같습니다. 몬스터들도 가디언과 얽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멀리 북쪽으로 가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둘은 바로 야영지를 정리했고 링크는 스피릿의 고삐를 잡았다. 그리고 그와 카시와는 다시 서쪽으로 향해서 숲에 최대한 숨으면서 나아갔다. 마침내 동쪽에서 해가 밝아지자 둘은 숲을 나서서 북쪽으로 향했다. 금방 도로로 다시 가게 될 것이었고 이는 링크에게는 가장 어려운 여정이 될 것이었다.
중앙 하이랄을 둘러싼 강을 시간을 너무 소비하지 않고 통과하는 방법은 구스타프산 북쪽에 있는 카로크 다리를 건너는 것 뿐이었다. 이 길은 가디언이 돌아다니는 하이랄 성 시내에 그들이 편해지는 것 이상으로 꽤 가까운 영역으로 다가가는 길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가단이 매복을 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쯤이면 암살자들이 그가 겔드 사막으로 가는 남쪽 길을 타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었다. 데스마운틴 근처에 매복하고 있던 자들도 링크의 말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었다. 하이랄 평원을 건너서 그를 따라오고 있거나 이미 링크와 카시와를 노려보면서 매복 중일 수도 있었다. 다리라면 기습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곳의 잔디는 많이 길어 링크의 무릎과 허리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카시와는 가끔 공중으로 날아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가디언이 그들을 겨누고 있지 않는지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북동쪽까지 아직 30킬로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어서 쫓아오는 것 같지 않았다. 흐린 새벽 햇빛 때문에 링크는 멀찍이 있는 그 모습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계곡에 안개까지 끼면서 시야가 더 좁아졌다.
그는 다시 스피릿의 고삐를 쥐고 걸었지만 더욱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리에 더 빨리 도착해서 하이랄 평원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좋았다. 왼쪽에는 구스타프산이 서 있었는데 근처에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였다. 이는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속도를 유지하면 정오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링크, 혹시 기억을 더 떠올렸습니까?" 카시와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안개가 더 짙어지면서 하이랄 성 외에도 다른 주변을 가리고 있었다. 불안한 기운이 서늘하게 감돌았다.
지금쯤 카시와가 한번 더 날아올라야 할 것 같았는데 그가 자꾸 일어서고 내려앉고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힘들다고 털어놓았었다. 서서히 지쳐가고 있어서 안전하면서도 발각되지 않을 높이까지 올라가기가 꽤 힘들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그 불안한 침묵을 말로 깨는 것이었다.
링크도 이해를 하고는 있었지만 그가 최근에 떠올리는 기억을 말하고 싶은지는 잘 몰랐다. 하이랄 평원에 도착한 뒤로 꿈을 꾸지 않는 동안에도 기억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에 대한 짤막한 기억 외에 다른 대부분은 그의 기분에 꽤 피곤하면서도 실망스러운 기색만을 남겼다.
"아무래도...공주님과 처음으로 리토 마을에 가는 것을 떠올린 것 같습니다."
그가 젤다 공주와 성을 나서서 마구간을 뒤로 하고 서로 나란히 가는 것이 기억났다. 둘이서 같이 좀 어색한 밤을 보낸 것이 기억이 났다. 공주가 알아서 텐트를 쳤고 그는 간단한 국만 요리해서 나누어 먹었었다. 둘 사이에는 한마디의 말도 오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습니까? 괜찮으시다면 그 여행은 무엇을 위해 가셨는지요? 신수 관련이었습니까?"
"예." 링크는 카시와의 눈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그는 적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 계속 두리번거렸지만 안개가 너무 짙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리발이 와서 좀 조율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쉽게 도는데 왼쪽으로는 잘 안 기울어진다고 하면서요."
그는 그녀가 안장에 앉은 채로 손에 작은 수첩을 보면서 중얼거리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의 그도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과 말을 사용하면서 말했던 것이었다.
"그 분은 또 장로이신 분에게..." 링크는 집중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인상을 찡그렸다. "무언가를 말했었는데...기억이 안 나네요."
공주가 혼자 앉은 채로 중얼거리는 것과 관련한 기억은 링크의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해주었다. 다른 기억을 굳이 떠올릴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중얼거리면 생각이 잘 되어서요. 괜찮으시죠?"
"흠...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것처럼 그대가 갔던 길을 다시 걷는 동안에 기억 몇몇이 쉬이 돌아오는 것은 당연할 것 같군요. 리발님과 관련한 기억도 있다면 그 역시 듣고 싶군요. 리토족 사이에서는 거의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하는데, 저희가 여러 이야기들을 듣기는 했지만 그 분이 정말 어떤 분인지는 잘 모릅니다."
"예, 그러면..."
갑자기 나팔 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고 산에서 울렸다. 링크는 욕을 내뱉고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았지만 안개 속에서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설마 발각되었단 말인가?
다른 것일지도 몰라, 우리를 본 게 아닐지도 몰라. 그냥 가면...
"저깁니다!" 카시와가 안개 쪽을 가리켰고 링크는 형체를 알아보기 위해 눈을 찡그렸다. 얼마 뒤에 그는 욕을 내뱉고 어깨에서 활을 꺼내어 스피릿의 엉덩이를 쳐서 알아서 가라고 했다.
말에 탄 보코블린의 흐릿한 형체가 눈에 들어왔고 놈은 돼지같은 얼굴에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끝을 날카롭게 깎은 긴 나무 막대를 들어서 링크를 이걸로 찌르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보코블린의 가슴에 화살 하나가 꽂혔다. 놈은 놀란 듯이 내려보았지만 두번째로 쏜 화살이 목에 꽂히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보코블린은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대충 만든 창을 땅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놈은 혼자가 아니었다. 말을 탄 네 개의 형체가 링크와 카시와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카시와, 공중으로 날아오르세요." 링크가 그 넷을 다 돌아보면서 말했다. 활만으로 다 쏴 버리기에는 너무 많았다.
"링크..."
"어서요! 머리 위에서 보시면서 더 오는지 알려주고요!" 링크가 화살 한 대를 또 쏘자 이는 보코블린의 어깨에 맞아 놈이 비명을 질렀고, 그는 어깨에 활을 매면서 앞으로 달렸다. 그는 떨어진 창을 빠르게 주워서 말을 탄 다른 보코블린의 갈빗대 안으로 찔러 박았다. 막대는 좀 길어서 반대 끝을 땅에 박은 채로 보코블린을 꿰뚫어 말에서 떨궈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카시와가 하라는 대로 했는지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다른 보코블린 하나가 그에게 끝이 부러진 검을 들고 말을 타고 덤빈 것이었다. 그는 방금 보코블린을 뚫어버린 창을 다시 뽑아서 다시 찔러 박으려고 했으나 이 보코블린은 검으로 창을 쳐냈다. 그러는 동안에 말에 밟히는 것도 간신히 피했다.
상황이 안 좋아. 안개 속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분명 우리의 말소리를 들은 거야.
링크의 발치에 화살 한 대가 박혔고 그는 바로 뛰어 머리 위로 지나가는 화살을 하나 더 피했다. 이 궁수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내기 전에 그가 방금 화살로 부상을 입힌 보코블린이 머리 위로 가시가 달린 곤봉을 휘두르며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는 창으로 이 공격을 쳐내려 했지만 이 보코블린이 더 우세인 데다가 솜씨도 좋은 것 같았다. 그 공격으로 링크는 창을 놓쳤고 이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허리에서 작은 칼을 꺼내 앞으로 뛰었고 그 곤봉을 피하며 보코블린의 허벅지를 베었다. 놈은 고통의 소리를 지르며 곤봉을 떨어뜨렸고 링크는 이를 등에 맞았는데 꽤 아팠다.
보코블린은 다시 말의 옆구리를 치면서 도망쳐버렸고, 링크는 칼을 다시 허리에 끼웠다. 한 손에는 떨어진 곤봉을 쥐고 다른 손에는 창을 쥐면서 다음 적을 준비했다. 검을 든 보코블린과 활을 든 놈이 아직도 저기 어디에 있었다.
다시 움직인 순간 운이 좋게도 그의 옆으로 화살이 한 대 더 날아갔다.
찾았다!
궁수의 위치를 알아냈지만 생각보다 멀었다. 아마 안개 속을 그보다 더 잘 볼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검을 든 다른 놈의 발소리가 들리고 있어서 이를 생각할 틈은 없었다.
링크는 몸을 돌려서 어깨 너머로 창을 들었다. 얼마 뒤에 그는 안개에서 보코블린을 발견하고 창을 세게 내던졌다. 겨누는 것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목표는 이루었다. 창은 보코블린의 어깨에 깊이 박혀서 놈을 말에서 깔끔하게 떨어뜨렸다.
이제 궁수만 잡으면 되었다.
그는 몸을 돌려 마지막으로 말을 타고 무장한 보코블린의 흔적을 찾았다. 그는 안개 속의 검은 그림자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는데 생각보다 몸이 크고 길어 보였다.
"링크, 도망치십시오!" 카시와가 낮게 날아와서 그 침착한 목소리가 겁에 질린 채로 외쳤다.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가디언이 갑자기 안개에서 나왔는데 여섯 다리가 천천히 그 몸체를 시야에 드러냈다. 보코블린 하나가 알아듣지 못할 말로 외쳤고 가디언은 놈에게 머리를 돌렸다. 그가 찾던 궁수였는데 놈은 황급히 그 쇠와 돌로 된 거대한 기계에 화살 하나를 쏘았다. 화살은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 채로 검은 몸에서 튕겨나갔다.
가디언의 붉은 빛이 더 거칠게 번쩍이더니 갑자기 밝은 흰 빛이 번쩍였다. 링크는 이 빛줄기가 안개를 가르고 발사되어 그 경로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을 기겁하며 바라보았다. 빛줄기는 보코블린과 말을 강타해 큰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말은 옆으로 누워 몸의 반쪽에 불이 붙은 채로 비명을 질렀지만 보코블린의 남은 몸은 그럴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얼어붙은 채로 링크는 그 참상을 바라보기만 했다. 숨도 안 쉬어지고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섯 다리가 불타는 잔해를 기어올랐다. 불 사이에 푸른 눈이 번쩍이면서 그를 겨누고 그의 목숨을 끝내려 하고 있었다.
"안돼!"
마지막으로 남은 말을 탄 보코블린은 이를 보자 전속력으로 도망쳐버렸다. 가디언은 돌아가는 머리로 이를 쫓더니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은 한번 더 빛줄기를 발사했고 링크는 보코블린 아래의 땅이 폭발하는 것을 보았다. 말과 그 보코블린은 산산이 부서진 채로 날아갔다.
"링크, 어서 도망치십시오! 어서요!" 카시와는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하면서 머리 위에서 돌고 있었다. 링크는 그가 이렇게 땅에 가까우면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가디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머리를 천천히 돌리면서 푸른 눈으로 돌아보았다. 마침내 그가 눈에 들어왔다. 몸의 빛은 신이 난 듯 번쩍였고 긴 다리를 들어서 발사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도 그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두려움에 다리가 다 굳어버렸다.
카시와는 낮게 날아와 날개짓을 거세게 해서 앞으로 날아가는 것을 멈추었다. 놀라울 정도의 유연함으로 그는 공중에 날고 있는 채로 발톱에서 활을 빼내어 겨누었다. 그는 가디언의 눈에 화살을 명중시켰다.
가디언은 비틀거렸고 몸의 빛이 거세게 번쩍였다. 카시와는 활을 놓고 발톱에 다시 잡은 뒤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했다. 그의 발은 다시 땅에 닿고 잔디에 낮게 날면서 다시 공중으로 튀어올랐다.
얼마 뒤에 가디언은 정신을 차리고 카시와가 날아가는 것을 쫓기 시작했다. 가디언은 카시와에게 다시 빛을 쏘았지만 그는 제 시간에 몸을 돌려서 맞는 것을 간신히 피했다. 링크는 마침내 불안한 듯이 돌아다니는 스피릿에게 달려갔다.
그는 안장에 재빨리 올라탔다. 가디언은 카시와에게 한 발을 더 발사했지만 이미 충분히 높고 멀리 날고 있어서 공격이 더 이상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가디언은 더 가까운 표적으로 주의를 돌렸다. 링크는 스피릿을 습보로 이끌어냈다.
빛줄기가 한번 더 발사되어 그들 뒤의 구스타프산의 허리를 강타했다. 그는 스피릿의 등에 최대한 몸을 낮추면서 스피릿을 전속력으로 달리게 했다. 가디언이 긴 다리로 몸을 끌어 그들을 쫓아오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다.
링크는 거의 쓰이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옛 흙길로 달렸다. 뒤에서 가디언이 그를 쫓아오면서 근처의 땅에 하얀 빛줄기를 발사해 불을 질렀다. 그는 길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잠깐 들었고 스피릿을 북쪽으로 돌려서 다시 길 밖으로 나아갔다. 앞의 도로는 한쪽은 산으로, 다른 쪽은 옛터와 나무가 무성한 채로 있어 사실상의 계곡을 이루었다. 여기로 들어가면 금방 당할 것이었다.
스피릿은 넘어진 통나무를 뛰어넘어 링크가 떨어질 뻔했다. 그는 안장에 몸을 최대한 낮추었고 그의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의 뒤에서 가디언이 통나무를 짓밟아 산산조각내는 것이 들렸다.
말아, 어서, 더 빨리, 빨리 가라고!
스피릿은 그들의 길에 선 나무를 돌아서 뛰었고 그 나무는 금방 불에 붙으며 폭발했다. 그의 뒤에서 그 열기가 느껴졌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가디언과 거리를 좀 벌렸다는 것을 보았지만 그래도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근처의 바위 무더기를 발견했고 스피릿을 그쪽으로 이끌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었다. 오른쪽에 그림자가 지나갔고 링크가 고개를 들자 카시와가 머리 위에서 날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도 아직도 여기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질책할 수는 없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가디언이 있을 위치를 돌아보았고 스피릿을 바위 무더기로 이끌어 몇 개의 돌기둥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 방금 그들이 지난 바위에 빛줄기가 세게 맞으면서 바위가 부서져 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왔다갔다 하다보니 실질적인 이동은 느렸지만 지금은 속도보다는 계속 겨누고 있는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가디언이 그들 뒤의 바위에 도착하는 것을 듣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계속 스피릿을 이끌자 갑자기 암석 지대가 끝나고 두꺼운 숲에 도착했다. 링크는 스피릿을 숲 한가운데에 어둑한 곳에 세워서 가디언의 흔적을 찾아 돌아보았다.
잠깐 동안 침묵만이 있었다. 가디언이 발사하는 소리도, 기계 다리가 흙을 뒤지고 바위를 밟으며 오는 소리도 없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굉장히 이상하면서도 낯설었다. 삐빅거리는 소리와 무언가가 돌아가는 소리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는 스피릿에 몸을 낮추고 눈을 크게 뜨면서 돌아보았다.
마침내 그는 이 수목 밖에 붉은 빛을 번쩍이면서 서 있는 가디언을 볼 수 있었다. 이동을 멈추고 양 옆을 돌아보면서 긴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숲을 계속 바라보았고 그는 숨을 멈추었다. 가디언은 마침내 몸을 돌려 숲에서 멀리 북쪽으로 향해 갔다. 몸의 붉은 빛도 흐려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신음을 내면서 숨을 내쉬었고 그의 얼굴을 스피릿의 갈기에 가져다 댔다. 말도 허리가 벌렁거리면서 크게 숨을 내쉬고 있었으며 입가에도 거품을 조금 물고 있었다. 링크는 말에서 내려 스피릿의 얼굴을 당겨 코를 어루만졌다.
"잘했어..."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는 그의 얼굴을 스피릿에 댔다가 고삐를 쥔 채로 얼굴을 떼고 숲을 뒤로 하고 그가 온 길을 되돌아가서 돌이 노출된 곳으로 향했다.
전속력으로 달릴 일이 없게 된 지금의 그는 주변의 돌을 더 유심히 볼 수 있었다. 돌은 자연스럽다고 보기에는 너무 일정했다. 돌이 깎인 지점과 큰 벽돌 모양으로 돌이 모인 것이 보였다.
추낙 지방에 있던 것과 비슷한 쇄석장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이랄 성은 거대한 건물이었으니 성 근처에도 쇄석장이 필요했을 것이었다. 이번 쇄석장은 그와 스피릿이 통과하는 데에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아서 꽤 큰 것 같았다. 많은 돌기둥들을 보자 링크는 여기가 한때 작은 언덕이나 산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들이 천천히 나아가자 길 위로 그림자가 지나갔다. 얼마 뒤에 카시와가 숨을 헐떡이면서 그의 앞에 내려앉자 바람이 느껴졌다. 깃은 좀 헝클어진 것 같았지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좋은 신호였다.
링크는 고개만 끄덕이고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어서 쇄석장의 가운데로 갔다.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카시와도 아무 말 없이 그의 곁을 따라 걸었다. 그런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나서는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 모양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그가 예상한 것을 찾아냈다. 쇄석장 가운데에 경사진 돌 벽 셋으로 둘러싸인 빛이 나는 시커족 사당이 있었다. 사당은 한때는 돌 밑에 완전히 묻혀 있던 것 같았다.
링크는 스피릿의 고삐를 놓고 앞으로 다가가서 그 위를 조금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경사진 벽을 타고 올라갔다. 성은 이제 깊은 해자 너머에만 있을 정도로 굉장히 가까웠다. 쇄석장은 하이랄 성 시내의 외곽에 있어서 링크는 이 지점에서 그의 앞에 있던 옛 도시를 볼 수가 있었다.
건물들은 전부 폐허로 남아 있었다. 가디언의 초기 공격으로 이미 잿더미가 된 이후였다. 남은 것이라고는 검은 원념으로 거의 다 덮여 있는 부서진 돌 벽 일부와 기반 뿐이었다.
거기에 가디언도 있었다.
옛 하이랄 성내 마을은 가디언이 지배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한때 그가 살던 도시의 폐허를 기어다니고 있었고 비행형도 최소 네 기가 성으로 가는 다리 주변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 외에도 몸체나 다리의 일부가 잘려나갔지만 여전히 붉은 빛을 내며 기동 중이었던 망가진 가디언 여럿이 보였다.
링크는 고개를 숙이고 미끄러져 내려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카시와를 다시 만나러 갔다. 가디언에게서 생각보다 많이 북쪽으로 도망쳐서 가논의 영역에 발을 디딘 셈이었다. 공기도 달랐는데 신수의 내부가 그랬던 것처럼 끈끈하고 고약했다. 사실 원념이 저렇게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둘은 서로를 걱정스레 바라보았고 링크는 사당으로 다가가서 문가의 단상에 시커 스톤을 가져다 댔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Mabe Village = 메베의 마을
Octorok = 옥타
Royal Ancient Tech Lab = 왕립 고대 연구소
Mount Gustaf = 구스타프산
Carok Bridge = 카로크 다리
Chapter 32: 30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의 곁에 선 냄비에서는 음식이 익고 있었고 링크는 유심히 이를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합은 맞는 것 같았는데, 색이 이상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생각해 보았다. 토끼 고기, 하이랄 쌀, 당근과 하이랄초에...
생각에 잠겨 턱을 두드리다가 링크는 스피릿의 안장에서 풀어낸 안장가방을 뒤적였다. 대부분의 식자재와 식료품을 여기에 모아두고 있어서 사실상의 식료품칸이었다. 종류별로 모아둘 생각을 한 끝에 냄비도 여기 근처에 매어두기로 했다. 그는 가루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거친 붉은 물질인 고론의 향신료가 든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는 병을 열어서 향신료 일부를 이 스튜에 넣고 저었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그는 만족스러운 색이 나올 때까지 계속 풀어 넣으면서 저었다. 미소를 지으며 그는 병을 다시 닫고 향신료를 가방에 넣었고 나무 숟가락을 입술에 가져가 맛을 보았다.
그 맛은 매웠다. 향신료가 그의 목을 때리자 기침이 나왔고 수통으로 씻어 내렸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운 것 치고는 맛은 훌륭해서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따뜻한 불에 카시와의 얼굴이 비춰졌고 그는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았다. "그게 말입니다." 그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요리에도 훌륭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스승님이 말해주신 노래에는 이것은 전혀 묘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링크는 카시와를 올려다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하는 기억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는 요리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이게 뭔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이름을 모르겠네요." 카시와는 웃었고 링크의 미소는 더 커졌다. 불가에 앉아있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전날에 중앙 하이랄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가디언에 쫓긴 뒤 링크는 시커족 사당을 기동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시련 하나를 해결했다. 그는 이제 시커족이 남긴 정석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안목이 생겼고 몇몇 과제들은 그냥 건너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물체들이 배치된 모습까지 생각하면 잘만 하면 이러한 편법이 통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 같기도 했다. 이를 설계한 사람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사당을 처리한 뒤 그들은 서쪽으로 향해서 다른 가디언이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지 않고 북쪽 하이랄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나 그날 저녁에 바위 절벽 밑에 말도 없이 앉아 있는 중에도 이가단의 매복은 없었다. 다음날이 되자 둘의 기분이 상당히 나아져서 계속 여행을 이어갔다.
서쪽으로 계속 가는 동안 둘은 깊은 골짜기 내지는 협곡을 지나갔다. 머리 위의 절벽 돌출부는 마치 날카로운 이빨과 같아 무슨 거대한 괴수의 입 안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가는 길에 몬스터 무리와 마주치기는 했지만 링크는 이들을 아무 문제 없이 처리했다. 그 뒤에 그들이 협곡에서 마주친 다른 생물들은 동굴이나 절벽에서 자고 있던 키이스들이 전부였다.
도로는 어느 순간 갈라져 한 길은 북으로 향했고 다른 길은 남서쪽으로 향했다. 북쪽을 보는 링크는 위화감이 들었다. 이전에 이 길을 간 적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도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의 기억이 알려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카시와는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지만 그는 반대했다. 그의 임무를 계속 이어가야지 기억만 계속 쫓아다녀서는 안되었다. 그리고 일단 지금은 이가단의 암살자보다 한 발 앞서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랐다.
둘은 계곡을 나오고 얼마 뒤에 야영을 시작했다. 아직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스피릿이 피곤한 기색을 보인 것이었다. 평원을 길게 돌아갔기 때문에 모두가 피곤했고 아직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거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쉴 수 있을 때 쉬는 것이 좋았다.
그들은 두꺼운 줄기에 그 꼭대기가 서로 교차하는 목질과 긴 녹색 침엽으로 된 넓고 두꺼운 원판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나무형 식물의 그늘에서 야영하고 있었다. 링크는 이런 나무를 본 적이 없었는데 카시와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세레스 용혈수라 불린다고 하였다.
"그러면 왜 이게 용혈수랍니까?" 링크가 카시와에게 이 스튜 한 그릇을 부어주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먹기 시작하면서 물었다. 그는 머리 위의 나무 그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어서 공기도 꽤 시원해졌다. 늦봄의 온기는 있었지만 중앙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시원했다. 오늘 밤에는 불안해할 필요 없이 불을 피울 수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한 전설과 관련이 있는데, 아직은 말씀드리려 하지 않으려 합니다." 카시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링크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링크는 이제 더 궁금해져서 눈썹을 찡그렸다. 카시와는 주로 이야기가 있으면 바로 말하곤 했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이를 더 묻지는 않기로 했다. 곧 그가 알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그의 요리를 입가로 가져가서 맛을 보았다. 매워서 혀가 따가웠지만 쌀이 고기와 채소 향을 모두 머금어서 동시에 꽤 맛이 좋았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았는데요." 카시와가 잠깐의 침묵 끝에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식사를 하는 중에도 맵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말에 링크는 조금 놀라서 거의 다 먹은 그의 그릇에서 고개를 들었다.
"너무 끼어든다면 죄송합니다만, 이러한 환경에서는 더 마음이 편하신 것 같더군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좀 불편하게 여기시는 것 같은데, 여기에 있으면 더 행복하면서 만족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서요."
사실이었다. 링크는 그릇에 남은 자신의 몫을 저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그는 온갖 주목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있으면 늘 불안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외톨이가 되는 것이 좋다거나 그 어떤 인적도 없는 것이 좋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았고 여행을 갈 때에는 동료와 같이 가는 것을 더 선호했다.
"사람들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그는 고론 시티의 축하연을 즐기기까지 했었다. 조라족과 시커족이 그랬던 것처럼 그를 영웅으로 대접하기는 했지만 그가 다른 사람들 주변에서 받았던 그런 불편한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그에 대한 태도도 달랐었다. 그의 일을 축하할 때에도 그를 그들과 동등한 자리에서 축하했었고 마치 형제와 같이 대했었다. 그가 한 고론족 노인의 기분을 불편하게 했다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욕을 들을 수 있었고 다른 고론족은 편하게 그의 등을 두들기기도 했다. "어디 단상 위에 불려 세워져서 각종 시선을 받는 것이 싫은 겁니다."
"흠..." 카시와가 생각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맡으신 일을 생각하면 이를 피하기도 꽤 어렵겠군요."
"매번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익숙해지는 것 같고요." 링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하지는 않지만...그래도 도움이 되는 거죠."
"희망을 주기도 하고요." 카시와가 덧붙였다.
희망, 임파의 말 그대로였다. 그는 스피릿의 안장가방에 접어서 숨겨둔 그의 푸른 영걸의 옷을 생각했다. 하이랄 평원을 거쳐가는 동안에 입지 않았고 지금도 입지 않을 생각이었다. 길을 가다가 마주칠 수도 있는 이가단은 이를 바로 알아볼 것이었다.
"친구여, 그대가 그런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고 제가 그 꿈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군요. 허나 그대의 존재만으로도 이 세계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라족과 고론족과 같이 끔찍한 운명에서 구원 받은 이들 외에도, 습원의 마구간에서 만난 이들도 포함되죠."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이랄 평원으로 향하기 전에 그들은 마구간에서 만나 그날 밤을 지냈다. 여행자는 많이 없었지만 여기에 처음 들를 때 본 것 같은 낯익은 인상들을 알아보았다. 거기에 영구적으로 지내는 것 같았다.
"이해가 안 되는데요." 그가 말했다.
"아, 그렇겠군요. 제가 그 연주를 시작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저를 처음 만났으니까요." 카시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링크, 제가 이야기를 전파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아십니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해서, 라고 기억합니다."
"예, 그것도 있습니다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카시와는 그릇을 내려놓고 그의 악기 가방을 들어 걸쇠 여럿을 풀었다. 그는 가방을 열고 콘서티나를 꺼내어 이를 내려다보았다.
"그게 말입니다, 전 음악과 이야기의 전승이 이를 듣는 이들의 감정, 그리고 그들의 꿈과 희망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음정 하나만 바뀌어도 이야기 자체의 흐름이 변하게 되죠. 제가 용맹한 기사가 굉장히 많은 양의 마수들과 맞서다가, 결국 그 수에 압도당해 전사하고 마는 노래를 한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는 길고 낮으면서 슬픈 곡조를 연주했다. "그 이야기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맞서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뒤이어 이번에는 더 강하고 경쾌한 음정을 연주했다. "용기와 희생, 그리고 명예가 가득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죠."
그러자 링크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분위기가 바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첫번째 곡조는 아주 우울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면, 두번째 곡조는 한 남자가 당당하게 서서 그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결국 결말은 같았지만 그 분위기가 극과 극이었다. 100년 전에 그런 평원에 섰던 그는 어떤 기사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이랄의 사람들은 제가 볼 때에는 그 기사와 같습니다. 간신히 목숨만 붙어있는 그 기사이죠. 몬스터들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대재앙은 더욱 활개를 치고 있으며, 신수로 인해서 자연 그 자체도 그들을 미워하는 것 같죠. 그래서 수년 간 그들은 절망적이고 우울한, 첫번째 기사와 같은 이들이었습니다. 결국 오게 될 죽음을 기다리고만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하이랄의 사람들이 더 당당하게 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저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맞서 싸우고 싶어하기 시작한 겁니다. 한때 저는 제 노래와 전승으로 사람들에게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그것은 일시적 효과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그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그는 콘서티나에서 고개를 들어 링크를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링크, 그대는 우리의 삶에 희망을 되살려 주었습니다. 자연의 거센 저항에 맞서면서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승리했죠. 이 땅의 반을 여행하면서 그른 것을 고치면서 목숨을 구했습니다. 제가 그대의 승리를 전달하기도 했지만 이는 전달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100년 이래 처음으로, 이 땅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마치..."
카시와는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면서 잠시 머뭇거리며 어울릴 표현을 생각했다. "기나긴 겨울 끝에 봄이 온 것 같습니다."
"아...!"
"링크?"
링크는 냄비 밑의 불꽃에서 시선을 떼고 카시와를 바라보았다. "그게...그게 임파가 제 역할이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나서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그래서 그 옷을 주고 제 임무를 숨기지 말라고 한 것이었나 봅니다."
"그 분도 통찰력이 있으신 분이죠. 분명 그 분도 희망이 절망적인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힘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다행...이군요. 제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요." 링크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진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카시와, 저는 이 땅에서 가논을 몰아내고 싶습니다. 새 마을이 세워지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옛터만 보는 것은 지겹습니다."
"그 뒤에 무엇을 할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가논을 쓰러뜨린 뒤 말입니다."
그는 한참 뒤에 대답하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방랑 용사는 맞서 싸울 적이 없으면 무엇을 한단 말입니까?"
"새 땅에는 지도자가 필요할 겁니다."
"예? 왕 같은 거요?" 링크는 고개를 내려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조건 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대가 한 일과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대를 추대할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에 링크는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하테노 마을의 그의 작은 집과 밤의 별빛을 받으며 요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그가 왕이 된다면 이것은 전혀 가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굳이 왕좌에 앉지 않아도 이끄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직 떠오르지 않는 그대의 기억에는 중요 정보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대재앙 이전의 옛 세상에 대한 정보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그대나 임파가 가진 기억들은 재건에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가 무슨 지식을 준다는 말인가? 일단 그는 전투에는 큰 일가견이 있었으니 다른 이들에게 검술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조라의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거에도 그런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군무경이나, 신생 하이랄 군의 장군, 내지는 기사단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의무, 결국 의무로 다 귀결되는 것이었다. 그가 하기 위해서 나선 모든 것을 다 완수한다 하더라도 그는 그의 의무를 다해야 했다. 어디로 그를 이끌고 간다고 해도 말이다.
잠깐 그는 공주를 생각했고, 순간적으로 그녀가 풀려나고 나서는 그녀가 무엇을 하고 싶을 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당연히 그녀는 여왕으로 즉위할 것이었다. 그가 그녀에 대해서 가진 기억들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에 대해서 느낀 거리감은 둘째 치고, 그녀는 공식 석상에 있는 것보다는 여행하는 것이 더 편해 보였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 그녀에게 왕위를 준다면 그녀가 받을지도 의문이었다.
링크는 마치 그 질문의 답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데스마운틴을 오르기 전만큼이나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힘의 샘의 기억과 그 뒤에 그녀와 한 대화를 생각하자 그녀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게 의심스러웠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조금 저었다.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었고 그도 이를 알고 있었다. 데스마운틴을 등산한 뒤에 기억에서 떠오른 기억들은 확실히 힘의 샘의 기억 이전의 일이었다. 그녀도 바뀌었고 그들의 관계도 확실히 바뀌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가 그녀의 호위 기사가 될 것이라고 아버지에게서 말을 듣자 안색이 변하는 것을 도무지 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 그러시면...!"
"제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게 했군요." 카시와가 미안한 듯 미소를 지으며 얼마 뒤에 말을 꺼냈다. "죄송하군요. 지금은 오늘에 집중해야지, 내일을 생각하면 안 되겠죠. 그냥 미래가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궁금증이 자꾸 생겨서 그럽니다. 저희의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자랄지도 말이죠."
링크는 고개를 젓고 카시와의 눈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그냥 혼자 생각하게 된 것이 많아서요."
그는 이런 나쁜 생각을 밀어버리면서 불가에 더 다가가서 그 요리를 한 그릇 더 떴다. 갑자기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레...!" 카시와는 그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카레군요. 토끼고기 카레요."
카시와는 밝게 미소를 짓고 축배를 들듯 그릇을 들었다. 링크는 김이 나는 카레 한 그릇을 든 채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다음날의 여행은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다. 그들은 시커 스톤에 하이랄 구릉이라고 표시된 지역을 지나갔다. 북쪽에서 링크는 용혈수 여러 그루를 보았는데, 그중에는 수십 미터나 높이 자라면서 줄기도 굉장히 두꺼운 종도 있었다. 이들 중 한 지역에서는 먹구름이 끼어서 나무 사이로 비와 번개를 쏟고 있었는데 그 구름은 이동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번개의 대지입니다." 길을 따라 가면서 카시와가 말해 주었다. "저 대지에는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 동안 영원불멸히 뇌우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몇몇 무모한 모험가들이 보물을 찾기 위해서 저 뇌우에 뛰어들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마치 신수 바 루타와 날씨를 조종하는 듯한 그 신수의 신기한 능력이 절로 생각이 났다. 이 뇌우에 시커족 기술이 쓰인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지만 땅에 날카로운 번개가 내리 꽂히는 것을 보자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그들은 이제 이 땅 곳곳에서 알아보기 쉬워지는 마구간에서 다시 밤을 보냈다. 이번 마구간은 15미터는 높이 솟아 오른 것 같아 보이는 거대한 용혈수 아래에 있었다. 그가 다른 마구간에서 본 것처럼 여기에도 여기서 계속 살면서 이곳에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도로에 여행자가 얼마 없는 것 같아서 어떻게 생계를 이어가나 싶었지만 카시와는 하이랄 평원의 이쪽에서는 어느 정도의 여행자는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단의 위협이 있었기에 링크는 마구간에서 지내는 것을 망설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구간에 이가단원이 머무르고 있다면 그냥 지나간다고 해도 밤에 그들을 뒤쫓아서 습격할 것이었다. 여기서 지내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을 곧바로 습격하는 것을 망설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도 만일을 위해 링크는 개인 방을 부탁해서 카시와와 같이 지냈다. 문을 잠글 수가 없어서 카시와와 그는 그동안 여행했던 것처럼 번갈아가며 자기로 했다. 하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고 다음날 아침에 카시와는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서 링크를 일찍 깨웠다.
"뭡니까?" 링크가 침대의 옆에 앉아서 허리띠를 매고 장화를 신으면서 물었다.
"곧 보실 겁니다. 장담하죠, 정말 장관입니다!" 카시와는 그에게 미소를 짓고 방 밖으로 나갔다.
링크는 침대에 미련이 남은 듯이 바라보았다. 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이제는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만 깼기 때문에 더 잘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는 일어서서 마구간의 로비로 향했다.
카시와를 찾기에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는 커튼을 친 입구 중 하나 근처에 서 있었다. 그는 카시와에게 다가갔는데 그러는 동안 그의 앞에 작은 상을 펼쳐 놓고 책상 다리를 한 채로 앉아 있던 한 남자를 지나쳤다. 그 상에 여러 물건들을 정성스레 펼쳐 놓은 것을 보아하니 상인인 것 같았다. 그의 옆에는 큰 가방이 놓여 있었다. 링크가 상을 보는 것을 보자 그 남자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용!"
그는 그 남자에게 예의바른 미소를 짓기만 하고 카시와가 열어둔 커튼 너머로 나아갔다. 밖에 나가고 나서 그들은 염소가 있는 우리를 지나쳐서 타반타 지역을 분리하는 거대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다가갔다.
그들은 어제 도착한 밤에 이 다리를 보았지만 그 건너편에 바람을 받아서 돌고 있는 거대한 풍차는 본 적이 없었다. 수십 미터는 되는 긴 장대 위에 있었고 그 날개는 계곡 바로 위까지만 올라갔다. 가벼운 바람이 계곡을 지나가면서 링크의 머리를 조금 쓸었고 몇몇 풍차는 바람 쪽으로 몸을 돌려서 날개를 계속 돌렸다.
다리에 도착하자 카시와는 링크 보고 서라고 깃이 달린 손으로 막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돌아보며 카시와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무엇을 보러 이렇게 빠르게 일찍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구간 직원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시간이었다.
"카시와?"
그는 고개를 젓고 링크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한 손가락을 들고 다시 북동쪽으로 향하는 계곡을 보았다. "잠깐 기다리세요. 정말입니다." 링크는 조용히 카시와의 말을 따라 기다라면서 계곡을 돌아보았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몰랐다.
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더 많은 양의 풍차가 돌기 시작했고 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멀리서 첫 아침 햇살이 용혈수의 꼭대기를 넘어서 오기 시작했다. 풀벌레와 새들이 아침 노래를 멈추면서 침묵이 감돌았다.
링크의 등에 털이 곤두서면서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람에 의해서 돌고 있는 풍차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가벼운 바람이 계곡을 지나가는 거센 돌풍이 되었다. 남은 풍차들도 빠르게 그 몸체를 돌아 한 방향을 바라보았고 날개는 더 빠르게 돌았다. 마구간의 여물통에 붙은 풍경이 깊은 소리를 내면서 울리기 시작했다. 계곡의 한 굽이에서 붉은 빛이 나타났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계곡의 모서리로 다가가면서 그 빛이 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카시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더 가는 것을 막았다. "너무 가까이는 안됩니다."
굽이 너머로 몸이 바람에 따라서 구부러지는, 길고 유연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마치 물을 가르는 장어같이 허공을 날고 있었다. 비늘이 덮인 긴 코가 있는 머리에는 구부러진 뿔 두 개가 있었고, 그 뿔 뒤에는 하얀 갈기의 털이 있었다. 몸은 길고 유연하면서 짧은 다리 여럿이 있고, 등에는 뾰족한 등뼈가 있으며, 긴 꼬리의 꽁무니는 마찬가지로 그 뾰족한 가시들로 덮여 있었다.
링크는 숨을 들이쉬면서 이 거대한 생물이 존재감만으로도 계곡을 채우는 것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용..." 그의 속삭이는 것 같은 목소리는 거센 바람소리와 풍경의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 용은 헤엄치듯 계곡을 지나 속도를 바꾸지 않으면서 다리에 천천히 다가갔다. 그 몸은 위아래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면서 놀라울 정도로 우아하게 움직였다. 가까이 오는 것을 보자 그 뿔과 가시가 시뻘건 주황색 빛으로 빛나는 것이 보였고 숨을 내쉴 때마다 작은 불꽃이 나오는 것도 보였다. 용이 다가올수록 공기도 따뜻해졌다.
"저게 뭡니까?" 그가 숨이 막혀 물었다. 용은 다리에 다가가자 그 아래로 지나가면서 계곡을 계속 지나갔다.
"올드래곤입니다." 카시와가 용이 지나가는 것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 땅에는 세 마리의 용이 있습니다. 각각 올드래곤, 넬드래곤, 그리고 필로드래곤이죠." 카시와는 붉은 용을 향해 머리를 기울였다. "올드래곤은 데스마운틴과 추낙 지방 근처에 살면서 아침마다 이 계곡을 지나갑니다. 각각 라넬산과 필로네 습지에 사는 다른 두 용들도 비슷한 경로를 지나갑니다만, 예측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딘..." 링크는 용의 꼬리가 다리 밑으로 지나가 반대쪽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넬...그리고 펠..."
카시와는 그를 좀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예, 그렇습니다. 아는 것이 신기하군요. 대부분은 이 용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전설을 잊었습니다. 저도 스승님이 남기신 고대의 문헌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음 속에서 정글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돌로 된 용의 입을 볼 수 있었다. 오래되고 고대의 것으로 보였으며 이끼가 끼어 있었다. 이 이빨은 세월이 지나면서 둥글고 부드러운 형상이 되어 있었다. 안은 어두웠지만 그 안에 있는 여신 하일리아의 상의 상반신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자리는 용기의 샘이었다. 젤다 공주는 그 안에 있었지만 용의 입 밖, 그가 선 계단 밑의 자리에서는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
딘, 넬, 그리고 펠. 각자의 샘은 고대의 여신 각각과 연관이 있어요.
젤다 공주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 속에 들렸다. 그녀는 샘에 들어가기 전에 그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힘을 깨우기 위해 각각의 샘에서 기도를 올릴 생각이에요.
힘의 샘에서 그러했듯이, 그곳에서도 소득은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단 하나...
"카시와, 지혜의 샘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흠...노래에 의하면 여신의 샘은 세 개가 있죠. 각각 용기, 지혜, 그리고 힘의 샘이었습니다. 지혜의 샘은 북동쪽에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라넬 지역에 있을 것 같은데...라넬산 꼭대기에 있지 않을까요?"
링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샘에 정신을 집중하려 했다. 그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곳이었는데 그 장소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그 샘에는 가지 못했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난 것인지도 몰랐다. 아마 그 샘으로 가기 전에 가논이 깨어났을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최후의 순간에 젤다 공주의 힘이 깨어난 것일 것이었다.
"링크? 방금 기억이 하나 더 떠올랐습니까?"
그는 고개를 젓다가 머뭇거렸다. "비슷한데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카시와의 눈을 보았다. 용은 계곡의 모퉁이를 한번 더 돌아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길을 타면 다시 말해드리죠."
카시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은 장비를 챙기기 위해 마구간으로 돌아갔다. 한 시간 뒤에 그들은 그들의 장비를 다 챙기고 링크는 스피릿의 등에 타고 카시와는 앞의 길이 안전한지 파악하기 위해 미리 앞으로 날았다.
링크는 그의 앞의 절벽을 바라보면서 그 표면에 있을 발판들을 찾아보았다.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덜 가파르기는 했지만 굉장히 가파른 것을 넘어서서 거꾸로 뒤집힌 곳도 있었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같이 간다면 어느 정도 편할 것 같았다.
그들이 다음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한 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그가 멈추어서 카시와를 아래로 불렀었다. 링크는 계곡 벽 위의 부서진 돌기둥들을 보고 있었는데 낯익은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 온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카시와가 절벽 위에 시커족 사당이 있다고도 말하자 그는 마음을 정했다.
"이 줄 끝을 잡고 기둥 하나에 매어주시면 됩니다. 알겠죠?" 그는 줄의 한 끝을 카시와에게 내밀었다. 줄의 길이가 땅까지 닿을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길이는 될 것 같았다.
카시와는 줄을 잡고 가슴에 건 다음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잠시 생각한 뒤 그는 둘이 지나간 길을 다시 뛰어서 날개를 펼치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긴 호를 그리며 천천히 고도를 높이고 적절한 높이까지 올라가 머리 위의 바위에 도착했다. 한 시간 뒤에 줄이 절벽의 끝으로 던져졌다. 역시 줄은 땅에서 잡을 수 있을 정도까지 내려오지는 않았다.
그는 절벽에 다가가서 손을 문지르고 그의 앞의 절벽을 바라보았다. 그런 뒤 숨을 들이쉬고 절벽을 타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좁은 틈을 잡으면서 6미터 정도의 높이를 빠르게 올라갔다. 줄을 잡은 뒤로는 절벽을 타는 것이 더 편해졌다.
꼭대기에 도착한 뒤 링크는 더 몸을 세워 주변을 돌아보며 경치를 보았다. 이곳은 땅이 편평해진 채였지만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링크가 탄 암벽의 반대쪽에는 방금 용이 지나갔던 쿠쿠자 계곡으로 이어지는 큰 절벽이 있었다. 그 위에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서 있는 크고 둥근 기둥과 아치가 있었다. 한때 이 대지에 있었을 법한 오래된 건물들의 잔해들도 이 대지에 있었다.
모든 건물과 기둥은 지금 링크가 선 곳 근처의 동쪽 끝에 있는, 주황빛으로 빛나는 고대 시커족 사당을 가리키거나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세워진 것 같았다. 아마 돌기둥 안에 모셔져 있었다가 대부분이 무너지거나 자연에 의해서 닳아버린 것 같았다.
그는 옛 돌길의 흔적에 올라서 사당에 다가갔다. 길은 표면에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가 사당에 도착해서 그 바닥에 올라서고 나서 그는 몸을 돌려 돌아보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온 적이 있어..."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낯익었는데 아무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카시와가 입을 열었지만 그는 집중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대체 여기에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그는 사당을 보면서 시커족 무늬를 바라보았는데 무언가 좀 어색했다.
지난번에 여기에 왔을 때에는 빛나는 것 같지가 않았어.
바로 그것이었다. 사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젤다 공주는...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는 무엇이 부족한지 기억을 하려고 인상을 썼다. 그런데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의 기억은 아직도 흐릿했다. 거의 일 분간의 침묵 이후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는 카시와를 보았다. "일단 사당을 해결해 볼 겁니다. 다시 여기로 돌아오면 생각이 나겠지요."
링크는 몸을 돌려 허리띠에서 시커 스톤을 빼어 주황색 시커족 눈 문양이 빛나는 단상으로 다가갔다. 그는 장치를 가져갔지만 이를 대기 전에 손을 멈추었다.
그 분은 여기 있었어. 무릎을 꿇으면서 이를 기동하려 했지. 그리고 기분이...안 좋으셨고...
기억이 쏟아지면서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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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침에 깨기도 전에 그녀는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링크에게는 사실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런 일은 하이랄의 공주와 그녀의 호위 기사 사이에서 정말 빈번했다. 타반타의 마구간의 사람들이 말한 바를 따르면 그녀가 그렇게 멀리 가지도 않았다고 했고 이에 그는 그녀가 어디로 갔을지 쉽게 짐작이 되었다.
그가 그녀의 호위 기사가 된 이후로 리토 마을에 두번째로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리발이 2주 전에 그가 타는 신수가 그의 생각만큼 잘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전언을 보내었다. 그는 늘 그러했던 거만한 말투로 젤다 공주가 와서 이 신수를 고쳐 달라는 내용의 글을 보내었다.
그는 공주가 이를 거절하거나 겔드 사막으로 가는 여정의 계획을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이 여정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미룰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이다. 그가 예상 못한 것은 그녀가 생각보다 성에서 더 빨리 나가고 싶어했다는 것이었다.
"링크, 분명 당신은 마저 마무리할 여러 준비가 있을 테니, 이번에는 같이 오지 않으셔도 돼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었다. "다만 준비는 하게 해 드리죠. 리토의 마을에는 프루아와 로베리와 가겠어요. 문제 없을 겁니다."
그녀는 그에게 대답을 할 틈도 주지 않고 짧게 미소만 짓고 몸을 돌려 딱딱하게 걸어나가는 동안 금발머리가 세게 날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링크가 그녀의 백마와 그의 붉은 갈기의 말을 다 준비한 채로 옆에 서 있는 것을 보는 표정을 보자 링크는 전날에 밤을 새워서 급하게 준비한 것에 어느 정도 보람이 느껴졌다.
이제 2주 뒤에 겔드 사막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선 리토의 마을로 가서 리발이 자기 문제도 해결 못하는 것을 우선 해결해 주고 바로 남쪽의 사막으로 갈 것이었다. 링크는 이 모든 일을 한 자리로 모으게 한 자신의 능력에는 감탄했다. 물론 이게 젤다 공주의 생각일 것이라고는 짐작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있을 때에는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판단이라고 이미 오래 전에 여기게 된 것이었다.
리토의 마을까지 가는 길은 문제가 없었다. 사실 프루아와 로베리는 그들과 끝까지 가지는 않았다. 애초에 고대 연구소로 향하는 길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이 역시도 공주에게 묻지 않았다. 일단 도착하고 나서 링크는 공주와 리발이 그 없이 자신들의 할 일을 하도록 두었다. 리발이 그의 신수에 링크가 올라타도록 여전히 도와주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런 뒤에 그와 젤다 공주는 생각보다 더 일찍 겔드 사막으로 출발했다.
타반타대교를 건너기 전에 있던 넓은 계곡을 지나는 중, 그녀는 루츠 평원에 있는 고대 돌기둥군을 말에서 올려다보며 그와 관련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볼 수 있도록 같이 올라가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거절했었다. 그 말만 들어도 링크는 그녀가 혼자 갈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링크는 고지를 올라 고대 기둥들이 서 있는 대지까지 절벽을 돌아서 가는 동안 그의 바라던 바보다 말을 더 빨리 몰았다. 근래에 늘어난 몬스터의 수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아직은 안전했지만 이 길은 정돈된 길과 좀 떨어진 길이어서 걱정이 남아 있었다. 설마 공주가 어디 해를 입기라도 했다면...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가 언덕으로 올라서 기둥이 눈에 들어왔을 때 그녀의 말이 천천히 풀을 뜯는 것이 보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에포나를 천천히 몰았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녀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젤다 공주가 옛 시커족 사당 근처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그가 대지 곳곳에서 본 것처럼 이 역시 기동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입구라고 한 지점 근처의 둥근 단상에서 작은 판을 열고 그 안의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분명 열 수 있을 거야...회생의 사당과 마찬가지인데, 왜 이거는 그렇게 기동하지 않느냐는 말이야." 그녀는 판을 닫고 일어섰다. 얼마 뒤 그녀는 시커 스톤을 들어서 단상에 가져다 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에서 힘이 빠지고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반응하지 않아. 이 형태의 유적은 퇴마의 검에 선택받은 자를 위한 시설, 그건 틀림없는데." 그녀는 손에 담긴 장치를 내려다보았다. "정작 중요한 기동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공주는 머뭇거렸다. "차차 알게 될까..."
링크가 말을 멈추게 하자 에포나는 크게 콧소리를 냈고 젤다 공주의 어깨가 굳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말에서 내리고 다시 그녀를 보자 그녀는 얼굴이 벌게진 채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짜증이 서려 있었다.
"아, 따라잡으셨네요." 그녀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녀는 시커 스톤으로 스스로를 막으려는 듯 꽉 잡고 있었다. "분명 제가 가는 곳마다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을텐데요. 여기까지 오실 필요는 없어요. 차라리 마구간에서 다음 여행 준비를 해 주셨으면 했는데요."
링크는 조용히 있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녀의 눈빛에 붉은 기운이 도는 것 같았고 볼도 더 벌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보면서 한동안 기다리더니 짜증난 듯이 숨을 몰아쉬고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돌렸다.
"보아하니 당신은 귓등으로도 그 말을 안 듣나 보죠?" 그 말에는 기분이 상했지만 링크는 얼굴에 아무런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감정이 나타나는 순간 늘 그랬던 것처럼 긁어 부스럼이 될 뿐이었다. "아무리 국왕의 명령이라 하더라도..."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돌아보았다. "당사자인 제가 호위는 필요없다고 말하잖아요."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그녀는 더 화가 나는 것 같았고, 솔직히 링크도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의 볼도 빨개지는 것 같았지만 일단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냥 두어야 했다. 그녀의 성질일 뿐이고 실험이 통하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그에게 왜 이렇게 짜증을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사가 그렇듯이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었다. 필요할 때에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거리 정도는 남겨둔 채로 그녀의 개인적인 시간과 거리도 존중하였다. 질문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순간에도 그녀의 실험과 연구를 방해하는 것은 최대한 피했다. 그가 곁에 있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서 가능한한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있었으며 그냥 꿀 먹은 벙어리로 있었다.
링크는 이제 그녀의 곤경을 더 잘 이해하고 있어서 성에서 나가고 싶어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기지도 않고 있었다. 그녀가 느끼는 부담감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었다. 매일 수 시간이나 기도를 올리는데도 봉인의 힘이 깨어나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선택받은 용사인 그조차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이기 시작하면 그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이었다.
공주는 말을 멈추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눈을 다시 뜨자 그녀는 링크를 바로 보았다. "성으로 돌아가 아버지에게 그렇게 전하세요."
뭐라고...?
그녀는 고개를 치켜든 채로 그 옆을 지나갔다. "저한테 유모같은 거는 필요 없다고요."
링크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뱉은 뒤 다시 눈을 떴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말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몇 분 뒤 그녀는 멈추었고 그녀가 주먹을 쥐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숨을 더 크게 쉬고 그를 돌아보았고 얼굴은 더 벌겠다.
"따라오지 마시라고요!"
그녀의 날카롭고 분노에 찬 목소리가 주변의 돌기둥과 벽에 울렸다. 링크는 멈칫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에게 짜증을 낸 일은 있었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
그는 입을 열고 입술을 축였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기사여, 제가 명령을 내렸잖아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더욱 날이 서 있었다. 그가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성질을 돋운 것 같았다.
"공주님, 전 공주님의 선택..."
"선택? 그래요?" 그녀는 헛웃음을 짓고 그에게 다가갔다. "제가 선택한 거는 아니잖아요. 기사로서도, 영걸로서도요." 그녀는 더 다가왔고 그는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가 그런 것처럼 검이 선택했겠지만, 저는 아니라고요."
공주는 링크 바로 앞에 서서 그를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서 그를 가슴에 찔렀다.
"저를 따라와 달라고도, 보호해달라고도 한 적이 없어요." 그녀는 잠시 멈추고 그의 영걸의 옷을 찌르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았다. 그녀는 이를 떼고 손을 옆으로 떨구고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제 기사이기를 바라지 않는다고요!"
그녀는 발걸음이 더 무거워진 채로 걸어가 버렸다. 어깨의 힘이 빠지고 분노도 다 가라앉은 것 같았다. 링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문이 막혀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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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상심, 그리고 혼란까지. 생각이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온갖 감정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그는 얼굴이 살짝 벌게진 채로 주황빛 단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 몰랐던 것인지, 알려고 하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서 보호했다. 그의 가장 중요한 의무를 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녀는 이게 무슨 추악한 일인 마냥 쏘아붙인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해 준 것의 보답이 고작 그거라니...
신수를 둘이나 해방하고, 다칠 수 있는 방법이란 방법대로 다 다치고, 끝내는 죽었다 살아나기까지 했는데, 그런 대우를 받은 것이었다.
아니,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건 더 이전이야. 이 일이 있기 전, 더 과거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었다. 그는 단상에서 물러나 허리띠에서 다시 시커 스톤을 풀었다. 분노와 혼란이 머리 속에서 계속 충돌했다. 그 순간, 그는 그녀가 정말 짜증이 났다. 차라리 그냥 그녀를 버리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녀 아버지란 자한테 가서...
안돼! 그는 집중을 다시 하려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지금이 아니라고! 절대로! 거의 100년전 이상의 일이라고!
"링크?"
그녀는 나를 미워할거야. 아니, 미워했지. 지금도 그러나? 아니지만, 그럴지도 모르지.
"링크, 괜찮으십니까?"
그녀의 분노에 차고 짜증이 가득한 붉은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녀가 모욕을 쏟아내면서 들린 그 날이 선 목소리도 귓가에 선했다. 그 역시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자신도 이 일을 맡으면서 얼마나 괴롭기만 했는지 쏘아붙이고 싶었다. 할 수도 있고, 할 것이었다. 당장 그 얼굴에 대고 말해버리면...
그만!
"링크!" 두 큰 손이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눈 앞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카시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링크, 무슨 일입니까? 무엇을 보셨습니까? 안색이..." 카시와는 머뭇거렸고 링크는 그 속뜻이 이해가 되었다. 주먹을 너무 꽉 쥐어서 손바닥에 자국이 날 정도였다. 이도 악문 상태였고 옷을 입은 상태에서 온 몸이 더웠다.
링크는 손에 억지로 힘을 풀고 그 기억의 모습을 지웠다. 과거일 뿐이었고 지금이 아니었다. 서서히 감정이 자신의 통제 아래에 돌아왔다. 그는 깊은 숨을 쉬고 나서 다시 말을 하려 했다. 어찌나 이를 악물었던지 이가 아플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그냥..." 마치 자신이 미쳐가는 것 같았다. 그의 기억과 현재를 분리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이 너무 실제 같았다. 다르케르와 미파와 관련한 기억에서도 이미 느끼기는 했지만 감정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잠깐 혼자 있고 싶습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카시와에게서 물러나 패러세일을 풀었다.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는 모서리로 가서 뛰어내리고 계곡 아래에 스피릿이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내려갔다.
Notes:
N.B.) The memory's dialogues do not fit as it is accommodated to the Korean translated version of the game, yet some are even more modified. (기억의 대사는 한국 정발 대사를 기준으로 번역하였지만 일부는 원작을 번역하였습니다.)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Seres dragon blood tree = 세레스 용혈수 (There is no Korean translation for this, and I attempted to create a term that almost fits./한국어 번역명이 없어 최대한 그 의미를 살려 번역합니다.)
Dinraal = 올드래곤
Naydra = 넬드래곤
Farosh = 필로드래곤
Thunder Plateau = 번개의 대지
Tatangar Canyon = 쿠쿠자 계곡
Rayne Highlands = 루츠 평원
Chapter 33: 31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카카리코 마을을 나선 지 여드레째의 오후, 그리고 돌기둥군을 나선 지 하루와 반이 지난 뒤에 링크와 카시와는 리토의 마을의 발치에 도착했다. 하루 대부분 보이던 높은 바위 기둥은 큰 호수에 의해서 격리되어 있었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길로 가지 않고 주변을 돌고 있는 길이 있었다. 링크는 카시와가 원하면 자신의 집으로 날아서라도 가라고 했었다. 그가 자신의 아내와 딸들을 정말 많이 보고 싶어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카시와는 고개를 젓고 곧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링크와 끝까지 같이 가고 싶어한 것이었다.
리토의 마을은 마을 치고는 꽤 컸고, 중앙의 바위 기둥을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고리가 쌓인 모양으로 여러 집이 지어져 있었다. 리리토토호라고 불리는 큰 둥근 호수 가운데에 그 바위 기둥이 있었고 각각은 마찬가지로 작은 집들이 서 있던 작은 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호수가 있는 분지의 벽에도 마찬가지로 나무집이 지어져 있었다. 그 주변에서 링크는 이 비행 종족들이 건물 사이를 걷거나 날아다니면서 호수의 위를 날개를 펼친 채로 날아서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 넓은 마을은 호수 반대쪽의 큰, 눈이 덮인 산맥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헤브라 산맥은 하이랄의 북서쪽을 이루고 있어서 반대쪽의 북쪽에 있는 데스마운틴과는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만약 데스마운틴이 활화산이 아니었다면 헤브라 산맥처럼 추울 것이었을지 호기심이 들었다.
신기하게도 리토의 마을 외곽에는 하일리아인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 있었고 그 중에는 유난히 큰 마구간 하나가 있었다. 나무 그루터기와 잘려 있는 여러 두꺼운 통나무를 보아서 벌목장인 것 같았다. 리토족의 건설에 쓰이는 목재의 절대다수를 공급하는 곳 같기도 했다.
"리토족은 목수 일은 잘 못합니다." 링크가 수레에 가득 담긴 통나무를 보는 것을 보자 카시와가 설명했다. "하일리아인에 비해 뼈가 더 약해서 도끼를 쓰는 것은 꽤 위험합니다. 오랫동안 저희는 톱을 써 왔지만, 대재앙 한참 이전의 어느 순간부터 하일리아인들을 고용해서 벌목 일을 위탁하고 있죠."
그 광경은 꽤 신기했다. 이 하일리아인들은 그동안 링크가 본 이들과는 많이 달랐다. 동쪽에 비해서 공기가 많이 추웠기 때문에 대부분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의 옷의 대부분은 각양각색의 깃털로 덮여 있었다. 그들은 머리를 더 짧게 자르고 더 풀어 헤쳐져 있었으며 걸음걸이도 다른 것 같았다.
"꼭 리토족과 비슷해진 것 같군요." 링크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죠. 여기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거의 평생을 저희들의 곁에서 살았습니다. 한때 저희 사이에는 하일리아인이 얼마 없었습니다. 그런데 대재앙으로 인해서 하일리아인들이 중앙에서 빠져나왔을 때 일부는 동쪽 대신 서쪽으로 가는 것을 택했었죠."
링크는 중앙의 바위 기둥, 그의 고향을 보는 카시와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그리움이 서려 있었다.
"카시와. 가족 분에게 가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밤이 늦으니 오늘은 여기서 지내겠습니다. 지금 저기까지 걸어 올라갈 기력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카시와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며 그를 보았다. 확실히 갈등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가 손을 뻗어서 링크의 어깨를 잡았다. "장로님께도 말씀을 드려서 왜 오셨는지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예. 그럼 아침에 내려오셔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일단은 가족 분을 뵙는 것을 우선으로 하세요. 오시는 것을 모르니까 한번 놀라게 해도 좋을 겁니다."
카시와는 가볍게 웃었다. "딸들이 난리를 쳐서 내일 아침에 이웃들이 항의를 하겠군요."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링크, 고맙습니다. 그러면 아침에 뵙지요."
그는 몸을 돌려서 리리토토호를 둘러싼 절벽에 다가가서 날개를 편 뒤 몸을 던졌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얼마 뒤에 그는 위로 날아오르면서 고도를 높이기 위해 날개짓을 했다. 그는 링크가 그동안 본 모습보다 더 높은 각으로 날아올랐는데 그 모습에서 빠르게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링크는 그가 도시 주변을 날아다니는 다른 비행 종족들 사이로 가는 것을 본 뒤에 몸을 돌렸다. 생각의 모퉁이에서 기억들이 떠올랐지만 그는 이를 피했다. 고대 돌기둥군에서 본 기억 이후로 자신의 과거를 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그는 이 마구간까지 젤다 공주와 가고 리토족의 환영을 받는 여러 기억을 떠올렸다. 그 기억에서도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이 오가지 않았는데 그는 이 기억이 그가 그녀의 호위 기사가 된 뒤 처음으로 리토의 마을로 가는 경우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그날 밤에 자리에 누울 준비를 했다. 그는 여러 날 동안 쓸 마구간의 한 방을 빌렸고 고론족에게서 받은 원석 몇 점을 더 건넸기에 그 방을 혼자서 쓸 수 있게 되었다. 분명 방의 값보다 몇십 배는 더 주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브루도가 필요하면 더 원석을 주겠다고 한 그 약속이 진심인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았다.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타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서 장식장으로 문을 막은 뒤에야 그는 침대의 모서리에 앉아서 팔을 무릎에 걸치게 되었다. 밤이 될 때까지 그는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밤이 되면서 방은 더 추워졌다. 벽난로는 없었지만 두꺼운 이불이 침대 옆의 바닥에 개어져 있는 채로 있었다.
"젤다?" 그가 어두운 방에서 작은 창 밖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역시나 그는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그를 볼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신경 쓰고 있기는 한 건가? 그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생각했다.
얼마 뒤 그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한심하네, 왜 이렇게 과거에 매몰되어 있는 거냐고.
그는 이런 어두운 생각을 밀쳐버렸지만 그 생각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래 입은 여행자 복장을 벗는 동안에도 완전히 가시지가 않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을 이용해서 그는 안장가방에서 옷을 더 꺼내어 아침에 입기 위해 준비해 두었다.
마침내 그는 침대에 눕고 깃털을 채운 것 같은 이불을 덮었다. 꽤 따뜻해서 꿈과 생각이 가득해서 조금은 편히 자기가 어려운 잠이 금방 들었다.
링크는 다음날 아침의 소란에 일어났다. 그는 눈을 깜박이며 인상을 찡그리며 방을 돌아보았다. 햇살이 방을 비추고 있었고 창 밖에 사람들이 재빠르게 왔다갔다하는 것도 보였다.
그는 이불을 집어던지고 재빨리 일어나 옷과 장비를 다 챙겼다. 그는 용을 쓰면서 문에서 장식장을 치운 뒤 중앙 거실로 나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러 하일리아인과 심지어는 리토족까지도 거실로 피신해서 커튼이 쳐진 입구를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헤치고 밖으로 나가서 무슨 위협이 있는 것인지 찾아보았다. 마구간을 덮친 위협은 없었지만 나무를 뒤흔들 정도로 길고 귀청이 찢어지는 괴성이 들리자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끔찍한 소리는 리토의 마을의 하늘에 있는 거대한 비행하는 물체에서 오는 것이었다. 길고 뾰족한 부리와 양옆으로 펼친 날개에 꼬리와 발톱이 달린 발을 가진 새 형상의 신수 바 메도는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링크는 빨리 시커 스톤을 허리띠에서 풀어 망원경 아이템을 눌러 이 기계 생물을 자세히 보았다.
금속과 돌로 된 몸의 모든 곳에 붉은 불빛이 번쩍였고 부리 부근에 있는 나선 모양도 붉은 불빛이었다. 링크의 기억 속에서 프로펠러라고 불렸던 돌아가는 날개가 이착륙 장치의 아래에 있어서 비행형 가디언이 그런 것처럼 허공에 뜰 수 있을 정도의 양력을 주고 있었다.
처음에 링크는 왜 사람들이 이렇게 겁에 질렸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보는 광경만 보면 신수는 그냥 머리 위를 날아가고만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메도의 날개 끝에서 낯익은 푸르스름한 빛이 쏘아졌는데 공기 중에 이를 마구잡이로 발사하는 것 같았다. 그 빛줄기는 확실히 가디언의 것과 같은 종류였다.
"무슨..." 링크는 숨을 멈추고 신수가 무엇을 겨누고 있는 것인지 하늘을 재빨리 돌아보았고 이를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훨씬 더 큰 먹이를 노리는 것 같은 자그마한 매처럼 하늘을 날고 있는 리토족 둘이었다.
그가 보고 있는 동안 리토족 하나가 빛줄기 하나를 피하고 허공에서 돌면서 활 같이 보인 것을 잡았다. 그는 신수의 날개 끝에 무언가를 쏘았고 그 날개에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피해는 정말 빙산의 일각의 불과했고 리토족은 반격을 피하기 위해 날개를 몸에 접어야 했다.
깃이 더 어두운 다른 리토족은 머리 위로 날아다니면서 공격했는데, 날개 중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쪽에 폭발을 마구 일으키는 무언가를 떨구었다. 이 공격이 신수의 주의를 끌었는지는 몰랐지만 마치 독수리같은 울음소리를 또 내기는 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신수가 한번 더 발사했는데 이번에는 그 빛줄기가 검은 깃의 리토족을 직격했다. 리토족은 돌면서 아래의 마을로 힘없이 추락했다.
하얀 깃의 다른 리토족이 빠른 속도로 허공에서 떨어지는 동료를 향해 급강하했다. 그는 긴 발톱을 내밀어서 의식이 없는 동료를 잡고 날개를 펼쳐서 하강을 늦추기 위해 날개짓을 했다. 둘은 바위 기둥 뒤로 보이지 않는 리토의 마을의 어딘가에 착륙했다.
링크는 다시 하늘로 고개를 돌렸고 신수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으면서 마을 위를 천천히 원을 그리며 날았다. 그것만으로도 링크는 경고를 알아들었다. 카시와도 이에 대해서 말해주었었는데, 마을이나 리토족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 위에 있는 때면 마을의 리토족은 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기계 신수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곧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마구간에 피신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왔다. 몇몇 리토족이 서로와 얘기하는 것도 들렸다.
"테바가 괜한 짓을 했어..."
"화만 돋우었잖아..."
"맙소사, 하츠가 이번에는 크게..."
리토족은 리토의 마을로 가는 다리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얼마 뒤 링크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도착하면 일단 카시와를 찾아갈 것이었다.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하루빨리 신수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을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다면 안 봐도 뻔했다.
다리를 반쯤 건넜을 때 카시와의 큰 몸집이 사람들을 헤치며 다리를 건너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링크를 알아보고 그에게 바로 다가왔다. "아, 링크!" 그가 말했다. "다행이군요. 이미 일어나셨군요. 장로님이 금방 부르실 겁니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머리 위에 날고 있는 신수를 다시 보았다. 그들이 어제 왔을 때에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다. 아마 산에 있었을 것 같았다. 늘 날고 있는 것인지, 가끔 착륙하곤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계속 비행중이라면 어떻게 올라타야 하는 것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셨겠지요?" 카시와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사합니까?"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장로님이 저렇게 덤비는 것을 막으려 했답니다. 둘 모두 살아나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비난할 수는 없어, 링크가 인상을 쓰면서 생각했다. 시드나 브루도와 다를 바가 없어. 자기 동족들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거잖아.
그들은 다리 여럿을 건너서 리토의 마을로 들어갔다. 링크는 마을이 생각 외로 알록달록하고 소란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 신수를 공격한 일과 관계없이 마을은 여러 색과 모습, 그리고 몸집의 리토족으로 가득했다. 집과 가게들은 여러 색의 천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건물에는 문이나 벽도 없었다. 대신 대부분은 작은 오두막으로 높이 쌓아 올린 지붕이 구부러진 대들보로 지지되고 있었다. 이렇게 짓자 하늘로 바로 이어지는 큰 창들이 만들어졌는데 대부분은 위로 칠 수 있는 커튼과 블라인드로 가려져 있었다.
"그물침대에서 주무십니까?" 링크가 한 집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방의 한쪽 벽에 그물침대 여럿이 걸려 있었으며 그 아래에 여러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리토족은 사생활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둥지에서 잘 거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카시와가 비꼬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링크는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게...그물침대일 줄은 몰라서요."
그들은 계속 마을의 위쪽으로 올라갔다. 위쪽으로 향하는 계단은 다 가운데에만 있기 보다는 마을 곳곳에 퍼져 있어서 링크는 이 마을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이제 리토족이 서로 다른 층 사이를 날아다니거나 호수를 거쳐서 바깥쪽에 있는 도시로 날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 위에 메도가 있는 동안에는 분위기가 살벌했다.
이제 링크는 이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조라의 마을에서도 경험했고 고론 시티에서도 경험했었다. 불안한 눈빛과 조용히 낮춘 목소리로 한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 않은 듯 금방 다른 곳으로 달려가는 일이 많았다. 억압받는 사람들의 기분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 여러 건물들이 있어서 신수를 완전히 볼 수는 없었지만 공중을 천천히 날아가는 날개의 일부는 볼 수가 있었다. 그것은 한번 더 거세게 울부짖었다.
"아빠!" 그가 고개를 숙이자 그들이 근처로 다가간 집에서 몸집이 작은 보라색 깃이 달린 어린이가 달려 나오는 것을 보았다. 금방 그녀의 뒤를 따라 서로 다른 색과 몸집의 네 리토 어린이가 아빠를 외치면서 달려왔다. 카시와는 금방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였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굽혀 그들을 큰 날개로 모두 안아 올렸다.
링크는 뒤로 잠시 물러나서 그의 딸일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과 잠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줬다. 그들의 뒤로 청록색 깃을 가진 날씬한 리토족 여성이 따라 나왔다. 그녀는 아이들을 기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불안한 듯이 날개를 몸에 감쌌다. 링크는 그녀가 신수를 흘긋 올려다보는 것을 보았다.
"아하!" 카시와가 몸을 일으켜서 딸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하밀라, 이 이가 내가 말한 이입니다. 링크, 제 아내인 하밀라입니다."
"남편을 다시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하밀라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서서 악수할 수 있도록 날개 하나를 내밀었다.
"아, 그럼 오빠가 메도와 싸우려는 사람이구나!" 아이 중 하나가 갑자기 말했다.
빨간 깃의 가장 키가 큰 어린이는 여동생에게 날개를 저었다. "겐코, 아빠가 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링크는 카시와와 하밀라를 불안한 듯이 돌아보고 갑자기 그를 지켜보기 시작한 다섯 리토 어린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반씩 섞여 있었다.
"맞아. 메도가 문제를 더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고 왔어."
"하지만 오빠는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올라갈 거야?" 어린 딸 중 하나가 물었다. 카시와를 가장 먼저 맞이하러 달려 나왔던 보라색 깃에 작은 몸을 가진 이였다.
카시와는 웃고 그녀의 머리를 차분하게 쓰다듬었다. "무사히 올라갈 수 있게 해 줄테니 걱정 안해도 돼." 그는 하밀라를 보며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하밀라, 부탁인데요...장로님인 칸에게 링크를 데려가 봐야 할 것 같군요. 오늘 아침의 일이 있었으니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가장 적절한 때인 것 같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날개를 뻗었다. "자, 얘들아, 아빠와 링크 오빠를 일단 보내주자. 노래 연습하기 전에 마쳐야 할 숙제가 있잖니."
시무룩한 투정 소리가 이 말 뒤에 울렸지만 그들의 어머니가 한번 째려보자 딸들은 바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하밀라는 카시와에 다가갔고 둘은 애정을 표현하기 위함인지 이마와 부리를 서로 맞댔다. 그녀가 카시와에게서 물러나자 그녀는 링크에게 미소를 지었다.
"링크, 만나서 반가웠어요. 저녁 식사에 초대할게요. 저게 다시 돌아오기 전에 아침에 신선한 물고기를 잡았거든요."
링크는 그러겠다고 했고 그와 카시와는 리토의 마을의 위층으로 향했다.
꼭대기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은 더 걸렸고 링크는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피곤한 상태였다. 장로의 집은 링크가 지나온 집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리토족의 장로는 왕과 비슷한 궁전을 필요로 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의 자재로 지은 집에서 살아가는 것 같았다.
그 안의 큰 흔들의자에는 몸집이 크고 둥근 리토족이 앉아 있었다. 장로는 하얀 턱수염에 긴 깃털 같은 눈썹이 머리를 넘어서서 나 있었다. 그는 작은 갈고리 같은 부리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리토족의 큰 부리와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링크는 리토족 사이에도 종이 서로 달랐는지는 몰랐는데 일단 장로는 마치 부엉이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장로는 다른 리토족과 말하고 있었다. 이 리토족은 온 몸이 흰 깃으로 덮여 있었는데 날개 끝과 꼬리에만 검회색 깃이 있었다. 머리 위의 깃은 위로 구부러져 마치 가시와 같은 외형이었다. 링크가 본 대다수의 다른 리토족은 가슴과 허리에 여러 색의 천으로 된 간단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이 사람은 가죽 갑옷 차림에 등에는 활을 매고 있었다. 확실히 전사의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링크는 이전에 이 모습을 본 것 같았다.
"...신수를 공격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했을텐데요. 테바, 이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십시오. 하츠는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상태이고 도리어 신수의 화만 돋우지 않았습니까!"
장로의 목소리는 집 밖까지 흘러나와 링크가 카시와와 선 나무 발판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링크는 그와 함께 온 카시와를 올려다보았지만 그는 고개를 젓고 아직 장로를 보러 갈 때가 아니라며 기다리라는 듯이 날개 하나를 내밀었다.
테바라 불린 다른 리토족은 고개를 저었고 링크는 그가 깃을 조금 넓혀서 그의 몸집을 더 크게 하려는 것처럼 행동을 취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날개로 무언가를 베는 듯이 저었다. "우리 모두가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상태요! 호수에서 물고기도 거의 못 잡고 있고, 아이들에게는 나는 법도 못 가르치고 있는데다가, 산으로 가도 메도가 공격을 하고 있으니 거기로도 못 가게 되지 않았소! 장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소이다!"
"안됩니다! 그대의 무모한 행동으로 우리 모두에게 위협을 불러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전에 분명히 공격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을텐데, 이를 어기셨군요. 또 그러한 일이 있으면 가만히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장로가 의자에서 몸을 굽히면서 말했다. 그도 깃을 곤두세워 몸을 더 크게 한 것 같이 보였다.
테바는 반항하듯 장로를 바라보았고 깃이 달린 그의 손가락으로 주먹을 쥐었다. "우리가 이렇게 말라 죽어가는 동안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소. 지금 이 상황으로도 모두가 먹을 식량이 부족한데, 다음 세대들이 태어나기 시작하면 어쩌려고 하는 거요? 이미 마을의 외곽에 지내는 이들 중에서 동쪽으로 이주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요." 장로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
"들으신 것이 확실하군요? 동쪽의 신수들이 공격을 멈추었습니다. 누군가가 이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저희도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카시와가 이 때가 들어오기 가장 좋은 때라고 판단했는지, 갑자기 목을 고르면서 장로의 집으로 들어간 것이다. 테바와 장로 칸은 언쟁을 멈추고 카시와를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들 중 누구도 그와 링크가 밖에 서 있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장로님, 테바, 갑자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신수와 관련한 문제에 큰 도움이 될 한 사람을 데려왔습니다." 카시와는 뒤를 돌아보아 그의 옆으로 따라온 링크에게 날개를 뻗었다. "이분은 링크라 하는 이입니다. 조라족과 고론족을 각자의 신수에서 해방한 자입니다."
두 리토족이 링크와 카시와를 보는 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테바는 특히 링크를 매섭게 보면서 그를 뚫어보듯 위아래로 보았다. 링크는 지금은 텔마의 상의와 조라의 검 말고 더 강력한 분위기를 풍기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면 영걸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적절할지도 몰랐다.
갑자기 테바가 카시와를 밀치고 링크 앞에 서서 더욱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이냐?" 그가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신수를 멈추었다는 것이?"
"예."
"어떻게 한 건가? 무엇을 했나? 방비는 어떻게 뚫었나?" 테바가 그에게 더 다가가면서 몸을 굽혔다.
링크는 테바의 노란 눈을 뚫어보면서 자신도 자신감을 최대한 끌어냈다. "각각의 신수는 다릅니다. 헌데 이 방비를 부수거나 무력화시키거나 한 뒤에 올라타서 이를 지배하는 놈을 처치했습니다."
테바의 유일한 반응은 눈이 조금 커지는 것이 다였다. "약점이 있다고? 다음 공격을 나설 때에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 건가?"
"테바!" 장로 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고 테바는 얼굴이 굳으면서 몸도 굳었다. "그만하십시오. 다시 말합니다만, 절대로 신수를 공격하지 마십시오. 너무 위험합니다. 그 보복으로 마을을 공격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장로..."
"마지막으로 말하겠습니다! 그렇게 무모하게 공격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신수의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테바는 장로를 주먹을 쥔 채로 한동안 매섭게 보았다. 마침내 그는 몸을 돌려 그 매서운 눈빛으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용무를 마치면 나를 찾아와라. 다른 신수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자세히 알고 싶으니까." 그는 카시와를 바라보고 고개를 한번 퉁명스럽게 끄덕이더니 링크를 밀치고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테바!" 칸이 열이 난 목소리로 불렀지만 그는 그 말을 무시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몸을 작게 한 뒤에 의자에 다시 몸을 기대었다. 그는 카시와를 보았다. "카시와, 당신이 한 리발님의 노래가 그에게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 보이십니까? 그분처럼 되고 싶다고 저러잖습니까."
카시와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차분히 말을 이었다. "장로님, 테바는 마을을 지키고 싶어할 뿐입니다."
"저는 안 그런 것 같습니까?" 장로가 더 매서운 말로 말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는 명예를 바라는 겁니다. 리발님처럼 다음 리토족의 전설이 되고 싶을 뿐인 겁니다. 리발님은 바람을 타고 신수의 등에 탔던 것처럼 테바도 이를 제압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카시와는 장로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링크를 보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장로님, 이 이가 제가 어제 저녁에 말한 이입니다. 그가 저희가 메도와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어젯밤에 말씀드렸을 텐데요. 우리 전사들을 보내어 저 신수를 공격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낯선 하일리아인에게 이를 맡기는 것도 탐탁치가 않습니다. 차차 신수는 다시 진정하고 지난 100년간 그러했던 것처럼 다시 산으로 물러나서 휴식할 거라고 봅니다."
"이해는 합니다." 카시와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말을 들어는 봅시다. 이 분은 그 지역의 민족들에게 사상자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각각의 신수를 효과적으로 제압하였다고 합니다. 애초에 그는 대재앙 이전의 하일리아인 영걸이니까요."
칸은 그렇게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링크를 기대하듯 바라보았고, 링크는 목을 골랐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신수는 지난 몇 개월간 더 거세졌습니다. 신수 바 루타는 조라의 마을을 물로 다 뒤덮으려 했고, 루다니아는 데스마운틴을 분출시켜 고론 시티를 묻어버리려 했습니다."
칸은 안다는 듯이 날개를 내저었다. "지금까지 신수는 저희가 위로 높이 날려고 하지 않는 한 저희에게 공격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많이 불편해지기는 했습니다만, 그대가 말하는 정도의 재앙까지는 아닙니다."
"저는 신수를 각자의 종족을 구원하기만 하기 위해서 제압하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100년 전에 그랬어야 했던 것처럼, 재앙 가논을 공격하는 데에 쓰기 위해서 제압하려 하는 것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카시와는 이것도 말하였죠. 그대가 하일리아인의 영걸이라고 하셨습니까?" 칸이 몸을 앞으로 기대면서 링크를 흥미가 간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면 리발님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 분은 그대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함께하셨다고 했으니까요."
저건 사실이 아닌 것 같은데, 링크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영걸들이 그와 공주와 함께하는 기억은 없었다. 재앙 가논의 공격 직전에 헤어진 것 말고는 없었다. 그 기억에서도 리발은 볼 수 없었다.
"그 일 이후로 기억을 다 잃었는데 최근에 하나씩 돌아오는 중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제가 리발과 같이 여행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링크는 이 말을 이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고 있었다. 처음 카카리코 마을로 들어간 순간과 이 순간 어딘가에서 그는 그가 기억이 사라진 것을 그냥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렇군요." 칸은 의자에 다시 기대어 깃털로 된 턱수염을 문질렀다. "그렇다면 그 기억 없이도 저희 신수를 제압할 수 있다고 하시는 건가요?"
"루타와 루다니아의 경우에는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테바에게는 각 신수는 다르다고 하셨잖습니까. 그 말은 이 신수를 제압할 방법을 아직 모른다는 것 아닙니까?"
링크는 잠시 머뭇거렸다. "주로...신수의 방어를 뚫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예, 테바에게도 그 말을 하셨죠. 진입을 막는 것을 격퇴하고 그 안에서 이를 조종하는 자를 쓰러뜨려야 한다고도 했지요."
카시와는 링크가 느끼는 것처럼 대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감지한 듯 앞으로 나섰다. "장로님, 신수와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해합니다. 허나 링크가 옳게 말하고 있다고 봅니다. 신수를 진정으로 제압하는 방법은, 두 번 다 그러했던 것처럼, 내부에서 제압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그가 신수를 향한 공격을 주도해야 합니다."
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카시와, 당신이 이것보다 더 신중했었다고 생각했는데요. 방금 저희가 가진 최고의 전사가 신수를 공격하러 가는 것을 막은 마당에 오래 전에 죽은 영걸이라고 주장하는 하일리아인을 공격하라고 보낼 리가 없잖습니까."
주장한다니... 링크는 말을 꺼내려고 입을 열었지만 카시와는 깃이 달린 손으로 그를 막으며 칸을 계속 바라보았다.
"장로님, 이 사람은 그가 말하는 사람 그대로입니다. 저는 그와 있는 동안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증거도 충분히 보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정체를 대재앙 이전부터 살아오며 그를 보고 기억한 조라족과 시커족 모두가 증언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하일리아의 영걸 링크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젤다 공주의 명을 받아 네 신수를 탈환하고 있는 겁니다."
"하이랄은 이미 멸망했잖습니까." 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들의 명을 들을 명분도 없습니다. 설사 그가 전설 속의 용사라 해도 저희 부족의 장로는 저입니다. 저희를 최대한 안전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의 말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올라 링크는 살짝 놀랐다. 속에서 갑자기 끓어오르는 이 분노를 그는 간신히 억누르고 있어 입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하고 있었다. 그래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의 얼굴이 벌게지고 주먹까지 꽉 쥔 것이 느껴졌다.
카시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장로를 계속 바라보았다. "일단 염두에는 두시기를 바랍니다. 링크의 임무를 저희가 방해하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 같지는 않습니다."
장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염두는 해 두지요. 하지만 일단은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입니다. 그 다음에야 무모한 일을 해보죠."
카시와는 링크의 어깨를 더 강하게 쥐었다. "알겠습니다.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링크의 몸을 억지로 돌려서 장로의 집 밖으로 끌고 나갔다.
링크는 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장로가 들을 수 없는 거리까지 간 자리였는지 잘 몰랐다. "도대체 저 자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겁니까?"
"진정하십시오." 카시와는 그의 입을 막으려는 듯 날개를 링크에게 뻗었다. 하지만 이미 말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었다. 여기로 오기까지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말을 막을 수도 없었다.
"아뇨, 기껏 여기까지 와서 제 길이 끊어지게 둘 수는 없습니다. 여기는 신수를 제압하고 리발의 영혼을 구하러 온 겁니다. 반드시 해낼 겁니다. 게다가 하이랄의 명을 들을 명분도 없다는 건 또 뭡니까? 공주가 아직 살아있고 하이랄도 아직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이 다 열려 있는 채로 지어져 있어서 이 말이 다른 모든 이들에게 다 들렸기에 다른 리토족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시와는 날개로 그를 다시 진정시키려 했다.
"링크, 분명 장로께서 당신의 길을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신에게는 이루어야 하는 임무가 있고 저도 최대한 협조할 것입니다. 장로님이 진정하고 나서 다시 설득하러 가는 일이라도요."
"카시와, 신수가 리토족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하면 결과는 참혹할 겁니다. 하루빨리 신수에 올라타야 합니다. 노인 하나가 마음을 바꿀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습니다."
"며칠 간의 여유는 있지 않겠습니까. 메도는 저희 마을을 직접적으로 공격한 적이 없었고, 그럴 것 같지도 않습니다. 뭐, 아직은 말이지요. 일단 지금은 작전을 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마주할지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도록 테바와 일단 말을 나눠보시죠. 신수에도 올라타야 하는 문제도 있으니까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는 비행 실력이 훌륭하니 거기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 겁니다."
링크는 서서히 숨을 내뱉고 분노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카시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는 손의 쥔 주먹을 폈다. "좋아요. 내일 다시 설득해 보세요. 하지만 장로가 또 거절하면 그때는 제 방식대로 할 겁니다."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저 역시 돕겠습니다. 그대의 임무는 막기에는 너무 막중하니까요."
둘의 눈이 마주쳤다. "카시와, 고맙군요." 링크가 마침내 말했다.
"별 말씀을요. 이제 오시지요. 식사는 하셨습니까?" 링크가 고개를 젓자 카시와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하밀라에게 요리를 해 달라고 합시다. 아내는 요리 실력도 훌륭하니까요."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Lake Totori = 리리토토호[Name glossary]
Teba = 테바
Harth = 하츠
Amali = 하밀라
Genli = 겐코
Kaneli = 칸
Chapter 34: 32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저기, 링크 씨." 젤다 공주가 말했다. "여기부터는 혼자 갈까 해요. 리토 장로와는 좀 중요한 사안을 논의해야 해서요. 굳이 필요하지 않은...사람이 옆에 있으면 말을 편히 할 수가 없어서요."
둘은 리토의 마을의 최상층으로 가는 계단 밑에 같이 서 있었다. 둘의 첫 여행은 그의 우려대로 많이 어색했다. 잠시 왕립 고대 연구소에 멈췄을 때 링크가 말실수를 한 뒤 둘 사이에서는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타고 가고 그는 몇 보 뒤에 있었다. 밤에 그녀가 기도를 올릴 때 그는 조용히 야영지를 세웠고 저녁에 자려 가기 전에도 조용히 식사만 했다.
다른 사람 옆에 이렇게 어색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꿈에도 몰랐고, 이것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둘 사이의 거리감은 꽤 깊었다.
그녀가 리토족의 장로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거짓인지는 몰랐지만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이전에 한 말을 생각하면 간단한 말만 하기 위해서 장로를 만나는 것 외에 다른 문제를 말할 것 같은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이곳에 온 주된 이유는 신수 바 메도를 점검하고 리발이 이를 편히 조종하는 것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서였는데, 그들이 도착했을 때 그가 마을에는 아직 없어서 장로와의 만남을 우선 처리하기로 한 것이었다.
다만 그는 공주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굳이 물어서 다툼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마을 장로와 그의 수행원을 만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마을을 들어서자마자 느꼈던 시선과 어떨 때에 받았던 냉랭함은 그냥 비어 있는 이 광장에 서 있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아무 말 하지 않으신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거죠?" 젤다 공주가 센 목소리로 물었고 이에 그의 볼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그녀는 몸을 돌려 계단을 올랐다.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링크는 몸을 돌려 광장의 작은 난간에 기대었다. 리토의 마을의 여러 층이 아래에 있었고 아래에는 리리토토호가 있었으며 북쪽 멀리에는 헤브라 산맥이 있었다. 여러 광장과 마찬가지로 난간의 양 옆에 열린 틈이 있어서 리토족이 날기 위한 출발점으로 쓸 수가 있었다.
이곳은 날씨가 쌀쌀했다. 중앙 하이랄보다도 추웠는데 얼마 있지 않아서 계절이 바뀌기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하테노 마을의 수확량은 얼마나 될는지 생각했다. 과거와는 달리 마을로 돌아가서 이를 보면서 도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 검을 등에 메고 새 임무가 주어진 이후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새 바람이 링크의 주변으로 불었고 그는 떠는 것을 참았다. 정말 겉옷을 가져왔어야 했다. 바람은 더 거세졌고 몇 초 뒤에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바람이 마치 회오리처럼 그를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 거세진 끝에 그는 결국 뒤로 몇 발자국 떨어졌다. 갑자기 발판 아래에서 바람에 몸을 맡긴 채로 돌아가는 형상이 솟구쳤다. 그 형상은 날개를 펼쳐 상승하는 것을 멈췄는데 참 놀랍게도 그 순간 바람 역시 멈추었다.
리토족 영걸 리발은 비슷한 옷을 입었지만 리토족이 일반적으로 입는 옷보다는 좀 더 과시하는 형태였다. 가슴 쪽에 색색의 천을 댄 것에서 그치지 않고 소용돌이 문양이 새겨진 얇은 판금도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진홍색 천이 있었고 허리에 맨 치마바지에는 금색 수를 놓아서 그의 등의 활과 잘 어우러졌다. 그의 영걸의 옷은 목에 스카프처럼 매여 있었는데 날고 있는 중에도 비틀어지지 않은 모습의 리토족의 신수가 형상화된 수가 그를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난간에 내려앉아서 긴 발톱으로 무리 없이 마루를 잡았고 씩 웃으면서 링크를 내려다보았다. "어때? 방금 것. 너는 도저히 흉내 낼 수도 없겠지? 상승 기류를 발생시켜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나의 기술이지."
그는 그 녹색 눈으로 링크를 바라보며 말을 멈추었다. 의식 뒤에 한 것처럼 분명 말에 시비를 붙이려고 하는 거겠지, 링크가 생각했다. 이에 그는 조용히 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하늘의 지배자 리토족 사이에서도 예술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테크닉이지. 이 기술을 지니고 있으면 재앙 가논과의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게 분명하다구."
링크는 여전히 조용히 있었다. 그는 그대로 서서 리발을 보면서 최대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그는 이 리토족 영걸을 그렇게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링크는 그의 어머니가 평하던 것처럼 리발이 상상을 너무 과도하게 해서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보고 있었다. 거만하고 자존심이 강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다.
쉽게 말해서 성격이 나빴다.
리발 역시 링크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몇 주 전에 성에서 같이 있는 동안에 모욕을 간신히 숨긴 채로 말했고 놀리는 것 같은 말을 링크에게 내내 던진 것이었다.
그는 난간에서 내려 날개를 신기하게 예의가 발라 보이는 자세로 뒷짐을 지고 그의 병사들을 사열하는 부대장처럼 앞으로 걸었다. "뭐, 내 비행 실력은 둘째치고..."
그는 멈추고 그의 눈과 얼굴의 표정은 늘 그러한 씩 웃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날개 하나를 링크의 어깨에 얹으면서 그를 끌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일족 중에서도 최고라 평가 받는 화살의 명수이기도 하지."
그는 링크의 어깨에서 날개를 치웠고 링크는 최대한 침착하게 있으려고 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냔 말이야?
리발의 미소는 조금 약해지고 그는 링크 뒤에 서고 천천히 돌아보았다. 다시 원을 그리면서 그의 앞으로 가는 내내 말을 이었다. "헌데, 그런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주어진 사명은 너의 지원 뿐."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링크의 얼굴에 가리켰다.
링크는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침착해, 조용히. 리발의 고향에서 그와 다툰다고 무슨 도움이 되냐고. 자칫하다간 마을 밖으로 쫓길지도 몰라.
"네가 그 낡아 빠진 퇴마의 검의 주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지." 리발은 손을 치우고 그의 푸른 깃을 생각하듯 바라보았다. "아니, 그러니까, 어처구니가 없잖아."
링크의 손가락이 떨렸고 그의 표정에는 그의 짜증이 올라온 것 같았다. 리발의 눈이 실눈이 되면서 아까의 그 거만함이 사라진 것이다.
"왜, 아닌거야?" 그가 몸을 낮추어 그의 얼굴을 들이밀어 링크의 코 바로 앞에 그의 부리가 왔다. 링크는 조금도 비틀거리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리발의 눈을 노려보았다.
"그러면 승부라도 하는 거는 어때?" 그의 눈은 링크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가 뭐라도 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뒤로 물러나서 길고 갈고리 같은 부리를 매만졌다. "그럼 어디서..."
그에게 주먹이라도 날리면 공주가 얼마나 화를 내려나? 그가 자리를 포기하기라도 하면 다른 리토족 출신 영걸을 찾기가 가능할까? 날개 하나, 아니 둘을 다 부러뜨리면?
"아, 알겠다! 저기 위는 어때?" 그는 몸을 돌려서 프로펠러로 하늘에 떠 있는 신수 바 메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리발은 다시 몸을 돌렸고 그 눈이 커졌다. "아차, 생각을 못했네." 그의 미소가 다시 돌아왔고 링크는 이를 악물었다. 턱이 아플 지경이었다. "혼자 힘으로는 신수까지 못 올라가지?"
링크는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채로 조용히 있었다. 그가 신경을 있는 대로 긁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서 그가 더 의기양양하게 있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 표정을 보면 리발은 이미 이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링크에게서 몸을 돌려 날개를 펼쳤다. 그는 무릎을 굽혀 날개를 나무바닥 바로 위까지 띄웠고, 이전에 그런 것처럼 소용돌이가 그의 주변을 휘감았다. 갑작스런 바람에 링크는 먼지와 작은 티끌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는 링크를 어깨 너머로 보면서 경멸 섞인 목소리로 바람에 간신히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검으로 열심히 퇴마해 보라고." 그리고 날개를 거세게 펄럭이고 회오리를 타면서 공기의 기둥 위로 솟구쳐 신수가 있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링크는 주먹을 쥔 채로 리토족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얼마 뒤에 바람이 가라앉았고 주변은 다시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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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다시 돌아오자 링크는 눈을 깜박였다. 그는 아침을 카시와와 그의 가족과 보냈지만 곧 테바를 찾아서 말을 하고 싶어했다. 카시와는 데려가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방향만 알려 달라고 했었다. 카시와가 가족과 드디어 만난 마당에 그를 자꾸 끌어내는 것은 실례처럼 보인 것이었다.
테바는 리토족 장로와 같은 층에서 사는 것 같았는데 그의 집은 바위 기둥의 반대쪽이었다. 그가 수많은 리토족을 지나면서 오르는 동안 그는 이들 사이에 있는 불안을 느낄 수 있었다. 성인들은 머리 위의 신수를 불안한 듯이 올려다보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한다고 꾸짖었으며 리토족 대부분은 길로 나가는 것도 피하면서 집 안에만 있었다. 걸어나간다고 해도 빠른 움직임으로 자신이 가려고 하는 목적지로 집과 집 사이로 달려갈 뿐이었다.
그 외에도 그는 분노와 분열감도 느끼는 것 같았다. 너무 미묘해서 카시와와 처음 바위 기둥을 올라가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혼자 있게 되어서 주의를 더 잘 집중할 수 있게 되자 이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젊은 리토족은 각종 무기와 활을 들고 왔다갔다 하거나 작은 무리로 모여 속삭였다. 노년 리토족은 링크가 지나가는 것을 알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그냥 보기만 했다. 이 마을은 굉장히 분위기가 불안정했다.
생각보다 더욱 참담한 상황이었다.
그가 리토의 마을의 최상층에 거의 도착하자 그는 아래층에 있던 것과 비슷한 광장 하나에 멈추었는데, 이곳에는 하얀 페인트로 리토족의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이를 보자 그는 이 문양이 그의 패러세일에 있는 문양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왕이 그에게 이것이 리토족의 천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 것이 기억이 났다.
그가 이 광장을 바라보자 그는 여기에 관련한 더욱 큰 낯익은 기분이 들었고, 그는 광장을 건너가서 난간에 기대어 먼 산을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곱씹었다. 그는 곧 이곳이 왜 그렇게 낯익었는지를 알아냈지만 그 기억을 보고 나서는 썩 괜찮은 기억이었는지는 몰랐다.
"리발이 생각보다는 많이..." 링크는 적절한 말을 찾아보았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죽은 이를 모욕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행동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기억만으로도 속이 끓었다. 얼마 전에 젤다 공주와 느낀 정도로는 아니었는데, 분명 이 기억은 그 기억 이전임이 분명했다. 그의 머리 속의 기억들의 순서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이번 기억은 영걸 임명식 몇 주 뒤였다. 공주를 구하고 그녀의 호위 기사가 된 이후이면서 데스마운틴으로 가기 전, 추낙의 등대에 들르기 전이었다.
그는 그 사당의 기억은 언제 있던 일이었는지 궁금해졌다. 분명 힘의 샘의 기억 이전이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안간힘을 써 보아도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순서가 그럴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는데 둘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다른 기억이 없었다. 그의 삶의 궤적은 어질러져 있었다.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몸을 난간에 기대었다. 정말로 지금은 그의 어질러진 감정과 기억을 정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제압해야 하는 신수가 있고 구출해야 하는 동료가 있었다. 리발이 그를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졌다.
"넌 누구야?" 뒤의 목소리에 등이 긴장이 되었고 그가 몸을 돌리자 젊어 보이는 리토족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리토족이 그렇듯이 그도 링크보다 키가 컸다. 다른 모든 종족들이 다 하일리아인보다 키가 컸는지 몰랐다. 링크가 그동안 그가 만난 다른 하일리아인들보다 키가 작은 것도 한 몫을 했다. 그의 깃은 녹색에 약간의 푸른 빛이 섞여 있었고, 그의 머리 양 쪽에는 머리가 땋아져 있었다. 그의 금색 눈은 호기심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난 링크."
"뭐 하는 건데?"
링크는 리토족의 표정과 어조를 들으면서 눈썹을 살짝 낮추었다. "그냥 신수를 올려다봤어."
"난 주로 여기 혼자 있어. 다른 이들은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이 두려운 것 같더라." 리토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땅에 앉아서 날개 하나를 뒤로 뻗어 몸을 받치고 다른 날개는 무릎에 얹었다. "그럼 목수야?"
"아니."
"아. 그러면...누구야? 상인이거나 여행하는 장인이라도 되나?"
"그쪽 신수 문제를 해결하려고 왔어."
"아...그 사람이구나." 거의 청장년으로 보이는 리토족은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날아다니는 기계를 올려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난 정말 여기가 싫어."
링크는 이 리토족이 누구인지, 왜 그와 얘기하고 있는지 몰라 조용히 있었다. 일단 지금은 올라가서 테바를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적절하게 보였다. 링크는 그러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엄마는 잡화점을 물려받으라고 하는가 본데, 난 여기가 싫어. 이곳은 정말...따분하다고."
"따분해?" 링크가 놀라서 물었다. "신수한테 공격을 받는다면서?"
"뭐...그렇긴 하지만, 공격을 받는다고 한다면...글쎄. 그냥 저 위를 날아다니기만 하고 있거든. 날고 있을 때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지만..." 리토족은 그가 기대지 않은 날개쪽의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거면...많이 따분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지도. 그냥 여기 있는 게 지겨운 건지도 몰라. 상인이 되는 게 싫은 거는 아니야. 정말로. 근데 여기 있기는 싫어. 밀하고 설탕만 팔고 싶지는 않다고. 내 고향에서 장사를 하는 거는 사절이야."
"그냥 다른 곳으로 가면 어때?" 리토족에게 짜증이 나면서 링크가 물었다. 이것보다 분명 걱정할 거리가 더 있을텐데 왜 이러는지 몰랐다.
"어디로? 사막같이 더운데는 싫어."
"동쪽에도 마을이 많잖아. 하일리아인과 시커족 마을 같은 곳 말이야."
리토족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거기도 이미 각자의 가게가 있을걸. 새로 차리더라도 이름을 알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뭐, 됐어, 그냥...여기서 평생 살아야지. 여기에 뼈를 묻고."
링크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뭐, 그래, 그럼..." 그는 그 리토족의 이름을 몰라서 머뭇거렸다. 그는 링크를 돌아보았다.
"파이슨이야."
파이슨이라? 링크는 리토족을 내려다보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응, 파이슨, 나 지금 누구와 만나려고 하고 있어서."
"어, 그래. 다음에 봐." 그는 날개를 들었고 링크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돌아보며 걸어나갔다. 그의 일은 아니었는데 이 리토족이 자기만 생각하는 것은 조금 불쾌했다. 그의 종족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기 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부적절해 보였다.
그러더니 한 생각이 들면서 우뚝 섰다. 가만...
자기야말로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가. 이전에 젤다 공주에게 느꼈던 상처하고 리발에게 느낀 짜증에만 매몰되어 있던 것이었다. 머리 위에 메도가 날아다니며 리토족의 목숨을 서서히 쥐어짜내고 남쪽에는 신수 바 나보리스가 아직 폭주하고 있으며 가논이 성을 장악한 채로 언제라도 벗어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었다.
그리고 난 그저 공주가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던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니...
그야 말로 어리석었고 자기야말로 이기적이고 한심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임파에게 투덜댔던 모습 그 이하도 아닌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이었다. 뺨을 한 대 더 맞아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떠오른 기억은 좋은 기억이 아니었지만 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정신이 흐트러질 뿐이었다. 차차 기억이 더 돌아올 것이었다. 공주와 그가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계기가 나올 것이었다. 그와 리발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100년 동안이나 악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링크는 눈을 뜨고 다시 메도를 올려다 보았다. 지금은 저것에 집중해야 했다. 그 외의 것은 기다려야 했다. 그는 다시 진정된 속으로 목적을 다시 상기하면서 더 상위 층으로 올라갔다.
리발 광장에서 테바의 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높이 올라갈수록 리토족은 더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집과 가게가 아래층에 있는 것도 있었지만 상위 층에는 빈 집과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보아하니 메도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이 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이 기둥을 포기하기 직전인 것처럼 보였다. 오직 장로와 테바만이 이 층에 남아 있었다.
그가 테바의 집으로 가자 링크는 그가 안에 있는 것이 보였지만 그는 금방이라도 문을 나설 기색으로 링크를 등진 채로 문가에 서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은 연보라색 깃의 여성 리토족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보시오." 테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오늘 밤은 안 갈거요. 그냥 하츠를 보고 오는 것이 다요."
여성 리토족의 표정은 걱정스러웠다. "알아요. 하지만 아까의 낮의 일 이후로..."
"사키, 저놈이 우리를 위협하는 동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소! 오늘은 그저 후퇴한 것일 뿐이요."
"칸의 지시는 어쩌고요?" 테바가 사키라고 부른 이 여성 리토족은 말을 하고 테바 너머의 링크를 잠시 보았다. 그녀는 말을 하려 부리를 열었지만 테바가 말을 먼저 해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 늙은이가 내가 그저 꽁지깃을 내린 채로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고 생각한 거라면 단단히 착각한 거요." 테바의 목소리와 자세는 더 분노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우리 종족 중에서는 내가 최고의 전사이니 말이오. 저놈을 무너뜨릴 것이고, 그러는 중에 죽어도 좋소."
아이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사키는 그를 끌어왔다. "테바...!"
테바는 잠시 머뭇거리고 사키의 날개 아래의 아이를 보았다. "튤리, 모든 전사는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항상 기억해." 그는 아이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바라보았는데 그 아이는 여전히 겁이 난 것 같았다.
"테바, 이건 너무 무모..."
"그만." 테바는 무언가를 가르듯 날개를 휘둘렀고 사키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금방 오겠소."
테바는 사키가 무슨 말을 더 하기 전에 몸을 돌렸고 그때 링크를 보았다. 그는 매섭게 링크를 보더니 한번 흥 소리를 내었다. "그래, 드디어 왔군. 칸하고 말하고 나서 그냥 가버린 줄 알았다."
링크는 그의 가시 돋친 말을 무시하고 테바의 눈을 바로 보았다. "신수에 타야 합니다."
테바는 그를 잠시 보더니 대답했다. "그럼 나는 법부터 배워." 그는 그를 지나쳐서 바위 기둥을 돌아가는 길로 갔다.
링크는 한숨을 쉬고 몸을 돌리더니 작정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테바의 뒤를 따랐다. 그는 보폭이 더 크기는 했지만 그를 쫓아가기 위해서는 발이 빨라야 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테바는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링크를 돌아보았다. "아니, 난 정보를 달라고 했다. 신수는 내가 처리하겠다."
"제가 이미 둘을 제압했습니다."
"그러면 이번 것을 제압하는 법을 말해라."
링크는 테바의 날개를 붙잡았다. 테바는 날개에서 그의 손을 털어냈고 그를 강하게 노려보았다. 링크는 깊은 숨을 쉬고 말을 이어갔다. "저기요, 서로를 돕는 겁니다. 당신은 마을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것 아닙니까? 제가 신수에 올라타서 이를 지배하는 놈을 처치해야 하는 겁니다."
테바는 몸을 돌려서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링크는 주먹을 쥐고 따라갔다. 둘은 리발 광장에 여전히 앉아 그들을 돌아본 파이슨을 지나쳤다.
"왜냐?" 링크가 쫓아오자 테바가 물었다.
"왜냐니요? 신수는 지배를 당하고 있습니다. 안에 있는 놈을 죽이면 더 이상 당신 종족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겁니다."
"놈의 무기를 부수는 것으로도 위협은 끝난다. 놈을 완전히 추락시키면 더 좋고. 그런데 넌 이를 복구하려고 하는 거다. 그 이유를 묻는 거다."
"가논을 무찌르기 위해서입니다."
테바는 걸음을 멈추고 링크를 다시 보았다. "가논을 무찌르기 위해서..."
"예. 가논에게 공격하는 데에 쓸 수 있도록 각각의 신수를 해방하는 중입니다."
"너는 누구냐?" 테바가 그를 흘겨보았다.
"100년 전의 하일리아인 영걸입니다." 링크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100년 전이라..."
"예. 다시 회생하였습니다. 그..."
테바는 몸을 돌리고 걸어갔다. 링크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빨리 쫓아갔다.
그들은 리토의 마을의 여러 층을 내려가서 누군가가 있는 다른 집에 도착했다. 이 집은 중앙 기둥에서 떨어진, 더 작으면서 꼭대기가 납작한 기둥으로 이어지는 다리 옆에 있었다. 그 기둥의 꼭대기에는 대장간이 있는 것 같았는데 불은 꺼져 있었다.
테바는 집 안으로 들어갔고 링크도 그의 뒤를 따랐는데 그 안에는 리토족 둘이 있었다. 하나는 거의 검은 검회색의 깃의 성인 리토족이었고 그의 오른 날개 전체는 흰 천으로 매여 있었으며 부목을 대고 있었다. 그의 어깨 양쪽도 모두 흰 붕대로 덮여 있었는데 링크는 깃 대부분이 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어두운 깃의 색과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하나는 카시와의 어린 딸과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리토족의 어린이로 무릎에 책을 놓은 채로 앉아 있었다.
"테바." 링크가 하츠라고 생각한 그 검은 깃의 리토족이 말했다. 그는 일어서려 했으나 테바는 앉으라고 손짓했다.
"날개는 어떤가?" 테바가 그의 건너편의 바닥의 앉아서 물었다.
"부러졌어." 하츠는 날개를 들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대장간을 다시 열기까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겠어." 하츠는 들어오는 링크를 보았고 테바에게 무슨 일이냐는 시선으로 보았다.
테바는 한숨을 쉬었다. "신수 처리를 도와주겠다고 하더군."
하츠는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 웃음은 금방 기침소리로 바뀌었다. 어린 리토족은 책에서 고개를 들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츠의 기침이 가라앉자 그가 다시 말했다. "일찍 오지."
"뭐, 난 가만히 있지 않으니 말이야."
하츠는 흥 소리를 내고 테바를 굳은 얼굴로 보았다. 한동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군."
리토족 남성 둘은 조용해졌고 링크는 걱정스레 둘을 보는 리토족 어린이에게로 시선이 갔다. 하츠는 얼마 뒤에 그녀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몰리, 우리 둘을 잠시 두겠니? 멀리 가지는 말아라. 내 눈에 보이는 범위에서 놀고 있어."
소녀는 세 남자를 불안한 듯이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선반에서 인형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와 바로 바깥의 길로 향했다. 하츠는 소녀가 멀어지는 것을 걱정스레 보다가 테바를 바라보았다.
"그래, 비행 훈련장으로 가려는 건가?"
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갈 거다. 메도가 머리 위에 있을 때는 날아갈 수 없으니, 걸어가겠다."
"동료도 가나?"
테바는 링크를 다시 보고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그의 옆의 바닥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링크는 그 자리에 앉았다. "다른 신수는 어떻게 제압했나? 무언가가 조종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링크는 그가 다른 두 신수에서 마주친 괴생명체와 영혼들에 대해서 길게 설명을 했다.
"그 말은 저 위에 리발님의 영혼이 아직 있다는 건가? 그리고 메도를 점령한 수수께끼의 마수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그 분을 구할 수 있다는 거고?" 테바가 링크가 설명을 마치자 물었다.
"예."
그는 흠 소리를 내고 하츠를 보았는데 그 역시도 믿기가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링크는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꺼내어 이를 켜서 사진첩 아이템을 눌렀다. 그는 그와 젤다 공주, 그리고 다른 영걸들이 모인 사진을 누른 뒤 이를 둘에게 보여주었다. "제가 주장하고 있는 그 사람이라는 증거입니다."
테바는 눈썹을 올리면서 사진과 링크의 얼굴을 번갈아보았다. "그림의 저 사내와는 좀 다르게 생겼는데."
링크는 그의 볼을 덮은 털을 어루만졌다. 생각보다 빠르게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수염이 어느 정도 나고 머리도 조금 짧아져 있었다. "좀...사정이 있었습니다. 서쪽으로 오는 동안 모습을 위장해야 했습니다."
"그렇군." 테바는 하츠를 다시 보고 마침내 한숨을 쉬었다. "뭐, 좋다. 네가 100년 전의 하일리아인 영걸이 맞다고 하고 네 말대로 저 위에 리발님의 영혼이 네가 안에 들어가서 메도를 점령한 놈을 토벌하여 조종권을 되찾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해 보지. 그렇다고 해도 눈에 띄었을 때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있는 모든 것을 다 쏘아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방어에 대해서 말해 주십시오." 링크가 말했다. "무엇을 씁니까?"
테바와 하츠는 신수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길게 설명하였다. 그런 뒤에 셋은 이를 뚫을 수 있는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허점은 은근히 많았다. 생각보다 노출이 많이 될 뿐만이 아니라 얼마든지 무언가가 잘못될 수 있었다.
그래도 작전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링크는 카시와의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가 자리에 없었다. 하밀라는 그가 딸들을 노래하는 것을 연습시키러 데려갔다고 하였다. 이에 궁금증이 생겨 링크는 하밀라에게 방향을 물었고 얼마 뒤에 그와 그의 딸들을 여러 층 위의 전망대와 비슷한 자리에서 보았다. 그가 다가가는 동안 공기 중에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카시와가 콘서티나를 들고 나이와 키 순으로 한 줄로 선 딸들을 위해서 음악을 연주해주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다섯 딸들은 카시와의 음악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각기 다른 부분을 부르면서 밝고 아름다운 화음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얼마 뒤, 카시와는 연주를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겐코, 코츠와 자리를 바꾸어 볼까? 난과 같이 부르는 것이 어우러지겠네. 코츠는 후렴을 해보자. 음역대가 잘 맞을 것 같구나. 그리고 그리그리는 꼭 음을 잘 못 찾는 것 같네."
그는 악기를 따라서 길고 부드러운 음을 연주하며 같이 음을 불렀다. "들리지?" 그가 다시 음을 부르자 그리그리가 조금 목소리가 떨리다가 바로 그의 음에 맞추었다. "좋아, 그대로 간다."
그는 가장 끝의 막내딸을 보면서 말을 하려 입을 열었는데 그때 링크를 발견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링크를 앞으로 불렀다. "아, 오셨군요. 언제 오실까 했습니다.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죠. 제가 없는 동안 딸들이 연습을 조금도 제대로 안 한 모양입니다."
카시와의 막내 딸이 혀를 낼름 내밀었고 그는 조용히 웃었다. 그는 다시 링크를 보았다. "테바와 말하셨습니까?"
"예, 하지만 나중에 말합시다." 링크는 난간에 기대며 말했다. "보아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카시와는 다시 딸에게 몸을 돌려서 부리를 들고 고개를 더 똑바로 세웠다. 딸들은 그를 따라했고, 그가 연주를 시작하자 따라 불렀다. 카시와 역시 깊은 바리톤의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링크는 그의 친구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밝은 미소로 바라보았다. 카시와는 일반적인 때보다 움직임이 많았고 음악에 몸을 맡기며 연주하고 있었다. 그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맏딸이 작은 하프를 꺼내어 카시와와 같이 연주하였고, 다른 딸은 팬플루트를 불기 시작했다.
그들의 작은 음악회가 이어지는 동안 리토족이 모여들었다. 링크는 그들의 가장 앞에 하밀라를 보았고 테바의 아내와 그의 아들을 보았지만 테바는 보이지 않았다. 황혼이 되어가면서 관중은 늘어났고 대부분은 길이나 나무 발판에 앉아 있었다. 링크가 고개를 들자 늘어난 몇몇 리토족이 상위 층에서 발과 다리를 늘어뜨리고 이를 듣는 모습이 보였다.
링크는 눈 앞에서 음악이 리토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였다. 이전까지 절망스럽고 좌절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면 이번에는 미소가 여럿 보였다.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일부는 음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카시와와 노래하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딸들은 그 요청을 모두 기꺼이 받아들였다.
음악회는 해가 지면서 끝이 났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하밀라도 어린 딸 셋을 데리고 돌아가서 자리에는 카시와와 가장 나이 많은 딸 둘만이 있었다. 카시와는 사람들이 돌아가는 동안 콘서티나를 가방에 넣었다. 리토족 몇몇이 음악이 아름답다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나오기는 했지만 그 자리에 끝까지 남은 이들은 링크와 카시와, 그리고 그의 딸들이었다.
카시와는 딸들을 끌어안고 머리에 볼을 문질렀다. "이제 가보렴. 금방 갈게. 링크 오빠하고 말을 좀 해봐야 하니까."
딸들은 집으로 달려갔고 카시와는 그들이 가는 것을 밝게 바라보았다. 그들이 멀리 사라지고 나서 그는 링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되니 좋군요. 무언가를 잃기 전까지는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가 없지요."
그는 난간에 다가가서 이에 기대면서 밖을 바라보았다. 링크 역시 거친 나무에 팔꿈치를 기대었다. "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가 말했다. 링크는 미파와 다르케르를 생각했다. 그들의 동료애와 대화, 온기가 정말 그리웠다는 것이 신기했다.
카시와도 안다는 듯이 흠 소리를 내고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링크가 먼저 침묵을 깼다. "리발은 절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기억이 난 겁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생각이 나는 거는 저한테 싸움 거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는 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좀 기분 좋은 기억이 떠올랐으면 하는데요."
"곧 올 겁니다." 카시와가 어깨를 어루만졌다. "여행을 처음 하면 늘 울퉁불퉁하죠. 성격이 서로 충돌하고, 서로 화를 내고, 가까운 친구들조차도 서로의 은밀한 비밀을 알아내죠. 그래도 차차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긴 하죠. 그냥..." 링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일이 아니라서 그럽니다. 그 모든 순간을 마치 다시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생각과 기억은 다 저만의 것입니다. 벗어나기는 어렵죠."
"물론입니다. 그래도 곧 나아질 겁니다. 스승님은 시간이 지난 뒤에 그대를 포함한 다른 한 분이 꽤 가까워졌다고 했으니까요."
"리발과 제가요?"
"그대와 공주 말입니다."
링크는 카시와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알 것 같다는 눈빛을 했고 링크는 볼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언제 화제가 리발에서 젤다 공주로 돌아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가 또 나빠지죠." 친구들의 죽음, 왕국의 몰락, 그리고 그의 패배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죠?"
"네." 링크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똑바로 일어섰다. 카시와도 그러했다. "내일 아침에 테바와 출발할 겁니다. 북쪽으로 가서 필요한 것을 모으고 그 다음날에는 메도를 다시 한번 공격해 볼 겁니다."
"예. 예상한 대로군요. 테바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사람이 아니죠."
"당신은 여기에 가족과 남아 계셨으면 합니다."
"아..."
링크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하이랄 평원을 같이 여행한 이후 지금 헤어지는 것은 좀 그랬지만 그래야 했다. "이 신수가 공격을 시작하면 무슨 공격을 할지 저도 모릅니다. 루타는 얼음 가시들을 쏟아부었고 루다니아는 용암으로 저희를 덮어버리려 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다가가면 다른 이들의 접근에 비해서 더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족 분들과 남아 계셔야 합니다. 메도가 마을을 위협하기 시작하면 피신시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경고할 수도 있고요."
카시와는 한동안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링크, 알겠습니다. 남지요. 그래도 신수의 전투에 대해서 모두 말해 주시고 그 안에 있던 것도 말해주셨으면 합니다."
"늘 그러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만 이번에는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저희 종족의 수호신이기도 한 신수이니까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정말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링크는 미소를 지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만 그 자리에 있다가 다시 각자의 길로 갔다. 카시와는 자신의 집으로, 링크는 리토의 마을의 여관에서 그물침대 하나를 빌려서 누웠다.
Notes:
[Name glossary]
Fyson = 파이슨
Saki = 사키
Tulin = 튤리
Molli = 몰리
Kotts = 코츠
Notts = 난
Cree = 그리그리
Chapter 35: 33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는 두꺼운 동물 가죽으로 된 새 장화를 신고 리토 마을의 붉은 공작 옷가게에서 산 두꺼운 가죽 장갑을 잡으려 허리띠로 손을 가져갔다. 테바는 그가 일반적으로 입던 옷보다 더 두꺼운 새 옷이 헤브라 산맥의 추위와 메도에 올라타고 나서 마주하게 될 더 거센 추위에 맞서서 그의 몸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망토를 두르고 텔마가 준 푸른 상의도 입었다. 이제 나가는 것 치고는 많이 껴입는 것 같았지만 지나치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다음날 아침은 그와 카시와가 하이랄 평원을 거칠 때에 느꼈던 늦봄의 온기와는 다른 찬바람이 불었다. 높이로 인함이거나 바람이 산맥을 거치면서 차가워지는 것 중 하나였지만 링크가 무엇을 예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고로서는 충분했다. 이것은 데스마운틴과는 정반대의 환경이었지만 대비는 마찬가지로 그에 맞먹거나 그 이상으로 해야 했다.
둘은 생각보다 더 늦게 출발했다. 그날 아침에 링크와 테바가 리토의 마을의 출구로 나가려는 순간 리토족들이 길을 막고 테바를 거세게 말리려고 한 것이었다. 리토족의 장로는 없었지만 그의 영향은 확실히 강했다.
잠깐 동안 링크는 테바와 모인 리토족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고, 테바가 굳은 것을 보자 그도 이를 우려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리토족은 그냥 그들을 보내주었지만 끝내 파멸 뿐일 것이라는 경고를 외쳐댔다.
최하층에 도착하자 다른 리토족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테바를 응원하는 것 같았다. 테바는 그들을 돌아보지 않았고 그와 링크는 작은 벌목장이 차려진 근처의 작은 마구간에 도착했다.
전날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링크는 스피릿을 마구간에 놓고 가기로 했다. 말이 추위는 잘 버틸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했지만 메도를 공격하고 나서 그들의 목적지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지 잘 몰랐던 것이다. 테바도 그에게 그들이 가는 곳에는 말이 있어도 될 법한 따뜻한 곳은 없다고 말했기에 그는 그가 돌아올 때까지의 그 며칠 동안 스피릿을 추운 곳에 놓고 가고 싶지 않았다. 테바가 걷고 있었으니 그도 걸을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 또 이가단의 습격을 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오늘 그들의 여정은 리리토토호의 북동쪽으로 이어졌다. 길이 없고 지형도 가끔 험했지만 그들의 목적지인 비행 훈련장까지 가는 가장 짧은 길이었다.
초반의 그들의 여정 동안 둘 사이는 조용했다. 링크는 처음에는 메도를 막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기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그 침묵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차차 이 침묵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는 테바를 보았는데 그는 보폭을 줄이거나 늘이지 않고 앞만 보고 갔다.
정말 과묵하다, 링크가 속으로 생각했다. 테바는 거의 카시와와는 정반대였다. 카시와는 더 따뜻하고 할 이야기가 많았던 반면, 테바는 냉담하고 조용했다. 어떻게 보면 링크에게 낯익었는데 잘 몰랐다.
걱정하는 거야, 링크가 테바를 보면서 생각했다. 가족과 마을을 걱정하는 거겠지. 아마 이 세계 전체까지도. 과연 그는 이 임무가 하이랄 전체로 보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지 이해하고 있을까?
신기하게도 링크는 자신이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실패의 두려움은 아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 끝에 그는 여기까지 와 있었다. 준비란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날 하루 종일 볼 건가?" 테바가 물으면서 링크는 정신이 깼다.
그는 한숨을 쉬면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둘 사이에 침묵이 더 돌다가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왜 신수와 맞서려는 리토족이 더 없는 겁니까?"
"처음에는 있었다." 테바가 링크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하지만 신수가 처음 왔을 때 대부분이 죽었다."
"얼마나 오래 전이었습니까?"
테바는 흥 소리를 냈다. "수십년 동안이나 있었다는 거는 알지만, 불과 몇 달 전부터 날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마을을 두려움에 떨게 한 겁니까?"
"아니." 테바는 링크를 더 똑바로 바라보았다. "카시와가 말해주지 않았나?" 링크는 고개를 저었고 테바는 한숨을 쉬었다. "처음 왔을 때에는 올라타려고 하지만 않았다면 공격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리토족은 그래서 그냥 그대로 두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 변한 겁니까?"
"모르겠다. 아마 장로의 말대로 우리가 괜히 공격을 한 걸지도 모르지. 하지만 무엇이었건 간에 곧 리토족이 가까이 가기만 해도 공격을 시작했고 얼마 뒤에는 날고 있는 동안에 녀석의 시야에 잡히기라도 하면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이제는 머리 위에 있으면 땅 근처에서 나는 것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어 간 거군요."
"바로 그거다."
"다른 신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쪽의 공격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 않았더라도 악화되었을 겁니다."
"뭐, 어제 공격을 나갈 때에는 하츠만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지. 오늘은 네가 있군."
링크는 그 말의 숨은 의미를 무시했다. "막지 않으면 더 심해질 겁니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테바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더 낮게 내려왔다."
"설마 마을을 곧 공격하려는 걸까요?"
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는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냥 구덩이를 파고 머리를 박고 있으면 다 끝날 거라고 믿는 거겠지."
이제 링크는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테바가 다음 공격을 서두른 이유와 리토족들이 왜 그를 말리려 했는지 등이었다. 리토족은 그의 행동이 신수를 더욱 분노하게 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테바는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막읍시다." 링크가 말했다.
테바는 그를 돌아보고 더 생각에 잠겼다. "넌 다른 하일리아인과는 다르군."
"어떻게 말입니까?"
"대부분은 겁쟁이라서."
링크는 이에 멈칫했다. "저희는 100년 전...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왕국과 땅, 수천의 사람까지..." 그는 하이랄의 중앙을 돌파한 적이 있었기에 지금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겼는지 실감하였다. 다른 종족들이 잃은 바는 하일리아인이 잃은 것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그런데 재건하려는 의지도 없었지." 테바가 잠시 머뭇거리고 말을 이었다. "오해하지는 마. 너희 종족 자체를 통째로 모욕할 생각은 아니야. 다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하일리아인들은 그냥 죽치고 앉아서 다른 이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말야. 마을 밖의 하일리아인만 봐도 도와줄 생각을 안 하잖아. 메도가 그냥 리토족의 일이라고만 여기면서 말이야."
이해는 되었다. 그가 여행하는 내내 본 대부분의 행동과 비슷했다. 그런데 이는 나태해서 그런 것도, 겁이 나서 그런 것도 없었다. 거의 체념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하일리아인은 그냥 살아갈 뿐이었다. 더 큰 희망을 다 잃어버린 채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너희 왕국이 저거를 파내서 벌어진 것이 아닌가?"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종족이 이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리토족도 영걸이 있었습니다."
"하일리아인에게 박자를 맞추기 위해서였으니까." 테바가 쏘아붙였다. "왕이 명령을 내렸고 우리는 이를 따랐다. 그리고 결국 어떻게 됐나? 끝내 대재앙이 이겨버리고 머리 위에는 신수가 날아다니면서 가까이에서 날고 있는 거는 모조리 쏘고 있는데?"
링크는 짜증이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 처음부터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수에게 당한 리토족의 수가 가논에게 죽임을 당한 수천명의 하일리아인에 비할 정도라도 됩니까? 몇만이라도 됩니까?"
테바는 코웃음을 한번 쳤다. "카시와한테서 모든 얘기는 다 들었다. 이 일이 모두 벌어진 이유는 그쪽의 공주가 역할을..."
"그만." 링크의 목소리는 더 거세졌다. 테바는 입을 열었지만 링크는 말을 가로챘다. "공주에 대해서 비판 하나 하지 마시죠. 그분이 그쪽을 안전하게 해 주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 뭘 하는지도 모르시면서요."
테바는 링크를 한동안 바라보면서 눈을 마주쳤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로군. 카시와도 그 말 그대로 말했어."
둘 사이에 침묵이 다시 돌았다. 링크는 앞을 보면서 그대로 걸었고 그러는 동안에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녀와 달랐을까? 아까 본 기억에 대한 그의 반응을 보자 그도 잘 몰랐다. 그것만 보아도 젤다 공주가 진 부담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부담이 있으니 링크가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몰랐다.
공주에게 미안한 기분도 들었다.
추운 바람 때문에 링크는 뒤로 밀려날 뻔했고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쓰러진 나뭇가지를 지팡이로 삼아서 두꺼운 눈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등에 맨 가방이 생각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의 다리가 산맥을 향해서 올라가는 동안 준 힘 때문에 욱신거렸다.
"거의 다 왔다!" 테바가 어깨 너머로 보면서 링크가 들었는지 확인하며 말했다. 그는 이를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산에 가까이 갈수록 기온은 급강하했다. 대화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가 오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찬 비가 머리 위로 내리더니 어느 순간 지독하게 추운 눈이 되었다. 숲과 초원이 눈에 쌓인 언덕이 되더니 얼어붙은 바위와 산길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눈으로 덮여있고 가끔 나무가 있는 산이 크게 서 있었다. 동물들도 변했다. 종종 여우나 토끼가 보였지만 이제는 숲에는 큰 사슴이 있었고 다시 땅이 편평해지는 남서쪽 지역에는 큰 뿔이 달린 동물들이 있었다. 이 이름을 모르고 있었는데 테바는 이들이 코뿔소라고 했다.
눈을 헤쳐가는 테바는 이 찬 바람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링크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에 비해서 그의 상의는 무릎 아래의 검은 천을 제외하고는 더 두꺼워 보였으나 다리는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의 날개와 얼굴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산에서 찬바람이 한번 더 몰려왔고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고개를 돌려서 망토가 바람의 대부분을 받도록 했다. 두꺼운 눈의 결정이 그의 망토에 들러붙었고 그의 얇은 턱수염에는 자그마한 얼음 조각들이 맺혔다.
그래도 리토족의 옷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오랫동안 눈을 거쳤는데도 신은 여전히 따뜻했고 바지는 다리를 조금도 젖지 않게 해 주었다. 활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인지 왼쪽 장갑은 손가락을 덮지 않았기에 링크는 이를 망토 안으로 숨겼다.
눈보라는 오후가 저녁이 될 때까지도 계속 불어댔고 그들은 산길을 벗어나서 나무와 덤불이 정리된 더 똑바른 길로 나아갔다. 눈이 잦아들자 그들의 목표가 멀리 보였다. 길 끝에 벽이 없는 오두막이 산악으로 둘러싸인 분지 위에 있었다.
"저기로군." 테바가 어두운 색의 오두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비행 훈련장이다. 리발님이 100년 전에 리토족 젊은이들의 비행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만드셨지."
"이전에 본 것 같습니다."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멀리서 오두막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이를 이전에 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의 기억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테바는 흠 소리를 내고 알아보지 못할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링크는 그의 눈을 보고 이 리토족이 자신이 하일리아인 영걸이라는 것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가 싶었다. 그런 것이라면 오히려 마음이 놓여야 했다. 자신이 마을에서 영걸이라고 주장했을 때에는 동쪽과 반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서 그는 지금은 낯선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상관없어. 링크가 불쾌감을 지워버리며 생각했다. 신수에 탈 수 있기만 하면 그가 나를 믿든 말든 상관없다고.
마침내 테바가 몸을 돌려서 집을 향해 올라갔고 그는 그의 옆에 섰다. 올라가는 동안 바람이 더 거세져서 산길을 따라 소리가 울렸고, 그는 망토를 더 단단히 여몄다.
그는 가까워지는 오두막을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았다. 다른 리토족 건물처럼 나무 바닥에 지붕만 달린 형상이었고 찬 바람을 막아줄 벽이 전혀 없었다. 오늘 밤은 매우 추울 것만 같았다.
"리발님에 대해서 무엇을 아나?" 테바가 갑작스레 물었다.
링크는 놀라서 그를 보았다. 테바는 생각보다 그를 어느 정도 믿는 것 같았다. "많이는 없습니다. 일단은 아직 얼마 없는 거죠. 일단 비행에 훌륭했습니다."
"그래, 우리도 그건 안다. 수백 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비행의 귀재이며 훌륭한 궁술 실력을 갖추었다고 했지. 앞으로도 안 나올 인재일지도 몰라. 그것 말고는 기억이 안 나나?"
링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모릅니다. 그 곁에 있던 기억은 거의 없는데, 그나마 있는 기억에도 서로 대화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는 리발과 있었던 경쟁관계나 그가 그를 경멸하던 것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테바가 그를 완전히 믿지 않고 있어서 괜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테바는 그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았지만 더 묻지 않고 비행 훈련장으로 더 올라갔다. 한숨을 쉬며 링크도 뒤를 따랐다.
약 15분 뒤, 그들은 추운 건물에 도착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링크는 그 집이 들보에 의해서 땅에서 떠 있었고 큰 사다리가 입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오두막은 돌 절벽의 위에 서 있었고 깊은 분지로 나무 발판이 나아가고 있었다. 오두막에 들어간 뒤에 그는 비행 훈련장을 들여다 보았는데, 마찬가지로 낯익어서 인상을 찡그렸다.
비행 훈련장은 밧줄과 나무 받침으로 표적 여러 개가 분지의 벽면에 붙은 형태였다. 표적은 높이와 크기, 색이 다 달랐다. 둥근 분지의 가운데에는 큰 돌기둥이 있었는데, 이 역시도 여러 표적이 매달려 있었다.
링크는 분지의 바닥에서 강한 바람이 부는 것에 놀라 발판으로 나아갔다. 바람이 아래에서 그를 감싸면서 위로 불며 망토를 휘날리게 했기에 더 단단히 여몄다. 그는 발판의 끝에 다가가서 아래를 보았는데 분지의 먼 바닥에 물이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서 상승기류에 손을 대어 보았고 여기서 패러세일을 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았다. 그를 공중으로 충분히 띄워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래로 내려갈 뿐일지 잘 몰랐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테바가 오두막의 벽 쪽으로 가서 두꺼운 밧줄로 블라인드를 내리고 있었다. 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운데에 있는 모닥불까지 있으면 밤은 그렇게 춥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낮에 비해서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링크는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서 방의 한쪽에 나무가 눈을 맞지 않은 채로 벽에 기대어져 있는 자리로 갔다. 이제 오두막 안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지 않고 있었으니 그는 장작 몇몇을 화로로 가져가서 불을 지폈다.
불을 피우는 몇 분 동안 테바는 오두막의 남은 창들을 전부 블라인드로 닫았다. 불이 켜지자 불은 장작과 부시를 전부 태우면서 아늑한 열기를 냈다. 링크는 한숨을 쉬고 망토와 장갑을 벗고 손을 녹였다.
"하일리아인은 추위에 약한가보군." 테바가 한 상자로 다가가서 그 안에서 물건들을 꺼내면서 말했다.
"저희는 깃털로 몸을 덮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기는 하지."
테바는 그의 건너편에 앉았고 링크는 그가 똑바른 얇은 막대 여럿과 무언가의 검은 가루를 담은 자루, 그리고 다른 여러 재료들을 가져온 것이 보였다. 링크가 보는 동안 테바는 일종의 화살을 만들었는데, 그 끝에는 가루가 찬 작은 주머니가 있었고 부싯돌로 만들어진 화살촉이 있었다. 그는 화살의 끝에 깃을 조금 달았고 옆으로 조심스레 내려놓은 뒤 화살대 하나를 더 잡아서 하나를 더 만들었다.
"폭탄 화살이군요?"
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안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폭약이다."
당연한 얘기였다. 링크는 한숨을 쉬고 그의 손을 계속 녹였다. 얼마 뒤에는 장화도 벗어서 옆에 두어 말렸다. 그는 오두막을 다 돌아보았고 천장을 보자 여러 모양의 활이 고리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간단한 목제 활 외에도 시커족이 사용하는 각궁 형상의 활도 있었다. 일부는 활의 양 끝에 마치 새의 날개와 같은 장식이 달려 있었다.
그 중 한 활이 그의 눈길을 끌었고, 링크는 일어서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찬 나무 마루를 가로질러가고 나서 손을 뻗어 이 정교한 활을 고리에서 빼어 손에서 돌려 보았다. 활은 마치 크고 납작한 M자의 형상으로 양 끝에는 금색 날개의 형상이 있었다. 앞쪽에서 가죽을 덧댄 손잡이 근처에 얇은 막대 둘이 나와 있었다. 날개 장식 중 하나에는 얇은 푸른 리본이 걸려 있었다.
"리발의 활이네요." 링크가 이 리본을 머뭇거리며 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테바를 보러 몸을 돌렸는데 그는 화살 만드는 것을 잠시 멈추고 그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복제품이다." 테바가 말했다. "몇 년 전에 하츠가 리발님의 그림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
"바로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테바는 한동안 그를 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분이 쓰는 것을 본 건가?"
링크는 선뜻 대답했다. "예."
그는 리발이 이를 쓰는 것을 보았다. 이와 똑같이 생긴 활을 이 집 밖에서 쓴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확실히 기억이 났고 그 때에 짜증이 난 것도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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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발은 그가 부르는 바람에 급하게 공주와 그가 처음 리토의 마을에 왔을 때에 그가 있었던 자리에 없었다. 일정도 빡빡했고 바로 남쪽의 사막으로 계속 가야 했는데 리발은 그들을 마을에서 기다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대신에 전언을 남겼는데 그들에게, 특히 공주에게, 비행 훈련장으로 와 달라고 하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하루하고도 반을 더 말을 타고 가야 했던 것이다.
링크는 젤다 공주가 기분이 상하고 그냥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입으로 임무를 사흘 늦추게 하는 무언가를 하자고 했다가는 그런 대답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선뜻 이를 받아들여서 전언을 준 리토족에게 미소를 짓고 그 길을 따라서 갔다.
그렇게 비행 훈련장에 도착했는데도 리발은 그 자리에 없었다. 링크는 짜증을 내뱉기 직전까지 갔었다.
"금방 올 거에요." 젤다 공주가 장갑을 벗고 그가 오두막 안에 남은 장작을 이용해 피운 불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녀는 하얀 외투 차림에 목에는 양털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링크는 영걸의 옷 아래에 여러 옷을 더 껴입어서 유사시에 이를 쉽게 벗어 그 아래의 마스터 소드를 뽑아들 수 있게 했다.
링크는 리토족 영걸이 없는 것에 있어서는 공주와 생각이 조금 달랐다. 리발은 이미 한번, 이번 경우까지 포함하면 두번이나 약속을 어겼는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반박하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 그녀와 있으면 마치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강했다. 그녀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그가 그 말을 무시하고 따라온 것은 괜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그는 그의 일을 해야 했다.
그는 몸을 돌려서 좁은 길로 나아가 비행 훈련장을 보았다. 링크가 생각해 보니 이는 리토족의 궁수들, 특히 리발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애초에 장로가 이를 리발의 비행 훈련장이라고 했었으니 말이다.
갑자기 링크의 머리 위로 화살이 날아갔고 그는 몸을 돌려서 이를 쏜 자를 찾았다. 그의 뒤에서 무언가가 폭발해서 그는 등에 열기와 그 충격파도 느껴졌다.
"공주님, 피하십시오!" 그가 망토를 벗고 마스터 소드를 뽑으면서 외쳤다. 움직여서 당장이라도...
머리 위에서 그림자가 그가 쫓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화살이 더 날아갔지만 그를 겨눈 화살은 없었다. 대신 비행 훈련장의 표적을 겨누어서 닿는 순간 폭발했다. 여섯 대 정도의 화살이 링크가 하나 뽑을 시간에 날아갔고 각자는 표적을 큰 폭발을 일으키며 맞추어 그 자리에는 탄 재만이 남아 있었다.
리발은 링크 앞에 그의 금빛 활을 발가락에 잡은 채로 내려가 시야 밖으로 사라지더니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위로 올라왔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그는 활을 다리 힘으로 앞으로 던지고 위로 계속 올라가는 동안에 날개로 이를 잡았다. 그는 다시 세 화살을 동시에 당기고 상승을 멈추는 순간에 쏘았다. 화살 각각도 서로 다른 표적을 맞추면서 정확히 날았다.
리발은 계속 이렇게 비행 훈련장을 날아다니면서 엄청난 속도와 정확성으로 표적을 쏘았다. 링크는 씁쓸하게도 리발의 궁술 실력이 그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하일리아인의 기사들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는 그의 실력이 저것에 비하면 하찮게 보였다.
마침내 리발은 낮게 날면서 날개짓을 했고 그러자 바람이 그에게 불어와서 링크는 건너로 떨어지지 않도록 난간을 잡아야 했다. 리토족은 몇 발짝 떨어진 난간에 쉽게 앉았다. 그는 링크에게 확실히 보이는 비웃음을 한번 보이고 내려와서 오두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 전하." 리발이 말했다. "드디어 오셨군. 마을로 돌아가기 전에 오시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곳까지 와서 나를 못 만나고 다시 돌아가셨으면 참 고역이셨겠어."
링크는 주먹을 쥐었지만 더 말하지는 않고 리발의 뒤를 따랐다. 그는 젤다 공주의 얼굴에 미묘한 불쾌감이 거치는 것이 보였지만 이를 잘 숨기는 것 같았다. 링크가 옆에 있을 때에만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없이 나타내는 것 같았다.
"예, 뭐, 이틀 전에 리토의 마을에 도착했는데, 거기 안 계셔서요." 공주는 침착하고 예의 바른 말투로 대답했다. "당신의 부탁대로 최대한 빨리 오기는 했지만요."
"이틀이라?" 리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맙소사, 여기까지 오는 데에 이틀이나 걸렸다면 그냥 공주님하고 기사 분이 신경 쓰지 말고 마을에서 기다리라고 할 걸 그랬네." 그는 고개를 저었지만 날개를 펼쳤다. "뭐, 기왕 오셨으니, 과정이야 중요하지 않지."
리발은 공주를 대등하거나 자신이 그 이상이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들을 때마다 거슬렸지만 그는 조용히 있기만 했다. 이는 아버지의 교육대로였다. 호위 기사가 하기에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침묵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었다.
"예, 물론이죠." 젤다 공주가 말했다. "제가 여기에 왔으니, 신수를 어떻게 해 주시면 좋겠는지 설명해 주세요. 편지에서는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하셨는데, 더 자세히 말해 주셨으면 해요."
그 뒤에 공주와 리발은 오랫동안 말을 주고받았다. 리발은 주로 요구사항을 말했고 젤다 공주는 반복해서 그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었다. 결국 그녀는 몇몇 자리에는 개조를 해 보겠다고 했고 시간이 늦어지고 있으니 내일 처리해 보겠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링크는 리토의 마을에 온 이후 처음으로 리발과만 같이 있는 순간에 있었다. 젤다 공주가 잠자리에 들기 전 잠시 볼일을 보러 사다리를 내려갔고 이번에는 따라오지 말라고 단단히 말했지만, 그가 먼저 길을 확인하는 것 정도는 허락했다. 블라인드는 이미 낮추어졌고 오두막은 충분히 따뜻해져 있었다. 집 안에는 양념한 송어와 감자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는데 이는 링크가 그날 밤에 요리한 것의 결과였다.
리발은 그를 보면서 씩 웃었다. "공주와 여행은 잘 하고 계시나?"
그는 이를 악물고 이 거만한 리토족을 무시하고 자신의 침구만 펴는 데에 집중했다. 그물침대를 펴지 않았지만 링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천장의 갈고리에 매려면 그가 키가 작아서 까치발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리발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쯤이면 공주님이 널 한번은 제대로 봤을 것 같았어. 아마 내 생각처럼 네가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필요를 못 느끼는 거겠지."
아까 리발이 한판 해보자고 한 그 도발을 받아들이는 것을 그는 간신히 참았다. 링크는 그의 검술 실력에도 불구하고 힘에 있어서는 신중하다고 여겼다. 수행원과 종사 시절에도 그는 싸움을 최대한 피했지만 불가피할 때에 그가 이겨왔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다만 리발이라면 예외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젤다 공주가 근처에 없다면 그랬을 것이었다.
"아마 그 분의 콤플렉스의 상징으로 남겠지."
"예?" 링크가 마침내 일어서면서 리발을 바라보았다.
"어? 말을 할 줄 아네? 걱정이 되었어. 이렇게 반응이 느린 기사가 정말로..."
"제가 공주님의 콤플렉스의 상징이라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리발은 웃었다. "정말 모르는 거야? 반응이 느린 것은 내 생각 뿐이 아니었네." 링크는 한 발짝 나아갔고 리발은 말리듯이 그의 손을 들었다. "워워, 오늘 밤에 싸워 내가 이기는 데에 깃을 망가뜨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냥 얘기해 보시죠."
리발은 그를 천천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마침내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지 않아? 네가 가논을 무찌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그 믿음도 좀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넌 그 낡아 빠진 검이라도 있잖아. 공주님은 그조차도 없다고. 그 분은..." 그는 손을 들어서 손바닥을 보였다. "재능이 없다고."
"그렇게 부르지 마시죠." 링크가 말했지만 그의 생각에는 이전보다 분노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생각은 이 새로운 정보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리발은 코웃음을 한번 쳤다. "의무에는 그럴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래도 신수에서는 꽤 훌륭하지. 이를 이용해서 그 마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최대한 준비는 할 거야. 분명히 벌어질, 네가 전사하는 일이 있고서 말이야."
링크는 그의 얼굴이 벌게지는 것을 느끼면서 손을 뻗어 리발의 목에 걸린 영걸의 스카프를 잡았다. 그는 리발을 노려보면서 그의 귓가에 심장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고, 리발은 링크의 행동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는 왼손을 주먹을 쥐고 리발의 그 웃는 면상에 주먹을 박으려고 하고 있었다.
"링크 씨!"
링크는 바로 리발을 놓고 물러났다. 어깨 너머로 보자 젤다 공주가 문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이 말을 들은 것 같았다. 그녀의 볼은 좀 빨갰는데 이는 추위 내지는 쑥스러움일 수도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보았지만 그 표정을 쉽게 해석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와 리발에게서 몸을 돌려 그의 침구로 가면서 다른 두 사람을 뒤로했다. 뒤에서 그는 젤다 공주가 자신의 자리로 가는 것을 들었다. 그녀는 바로 거기로 오르지 않아서 그는 그녀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를 똑바로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를 곁눈질로 보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는 계속 기다렸지만 마침내 그녀는 어깨에 힘이 빠진 채로 외투를 벗고 이를 말아서 베개로 쓰면서 자신의 침구로 들어갔다. 링크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자신도 침구로 들어갔다. 셋 모두 그날 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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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바는 새벽이 되기 전 링크를 깨웠다. 불은 이미 불씨로만 줄어들었고 링크는 그의 망토와 리토족의 옷으로 꽉 자신을 싸매고 있었다. 그가 그물침대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 테바가 준비를 거의 다 한 것이 보였다. 그의 활은 방의 탁자 중 하나에 놓여 있었고 허리춤에 폭탄 화살이 가득한 두꺼운 화살통을 차고 있었다. 다른 탁자에는 링크를 위한 조금 더 큰 화살통이 놓여 있었다.
링크는 천천히 그물침대에서 나와 바닥으로 내려갔다. 나무 바닥은 그가 두꺼운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도 차가워서 빨리 장화를 신었다. 그는 옷과 망토를 여미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도 서로 말을 나누는 일은 없었다. 링크는 그의 가방에 장비를 최대한 넣고 방의 한쪽에 걸쳐 두었다.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돌아와 챙길 계획이었다. 대신에 그는 앞에 있을 전투를 위해서 몸을 가볍게 했다. 그의 활과 화살들이 두 화살통에 나뉘어 들어가 있었다. 고대 병기 검, 방패, 패러세일, 시커 스톤, 그리고 그가 허리에 찰 수 있는 작은 도구들만 들었고 계획의 다음 단계를 위해서라도 장비를 더 가볍게 챙겼는데 이것이 불안했다. 그의 망토를 남겨두고 가야 해서 그의 옷의 방한 기능이 충분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테바와 같이 날아야 했다.
"등에 너를 업고 가야겠다." 테바가 발판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그렇게 해서 쉽게 날 수 있겠습니까?"
테바는 눈을 흘기면서 링크를 돌아보았다. "할 수 있으니까 제안하는 것 아니겠나?"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발톱으로 널 잡고 있는 것보다는 쉬울 거다. 메도로 올라가고 나서는 너를 꼬리에 내려놓아 보겠다. 지난번에 공격했을 때 그 지점의 포대를 부순 것으로 기억하니까 가장 안전한 자리일 거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비해서 그 패러세일도 준비해 둬야 할 거다."
"예."
"그런 뒤에는 최대한 공격을 유인해 보지. 그냥 할 일만 해라."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은 간단했지만 둘 모두에게 아주 위험한 작전이었다. 신수는 꼬리와 날개 끝의 위 아래로 포대가 둘씩 있었다. 테바는 지난번처럼 공격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포대를 겨누어서 화살을 쏘면서 최대한 큰 피해를 입힐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링크에게 한 말에 의하면 포대는 꽤 튼튼했다. 지난번에 하나에 간신히 피해를 입혔었는데 너무 빠르게 하다 보니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었다. 한편 그 날개끝을 공격할 때에는 그런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링크는 테바가 이 포대의 주의를 끌고 있는 동안에 몰래 부술 생각이었다. 폭탄 화살도 있었고 리모컨 폭탄 아이템도 쓸 수 있었으니 둘 중에서 포대에 통하는 것이 있기를 바랐다. 신수의 상부의 포대를 망가뜨리기만 하면 아래쪽 포대는 더 쉽게 부술 수 있을 것이었다.
좀 많이 무모한 계획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이게 신수에 올라탈 수 있는 유일한 계책이었다. 신수를 지배하고 있는 놈이 바로 공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녀석은 주로 링크가 제어 장치에 다가갔을 때 공격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니 그는 이에 다가가는 것을 미루고 신수의 방어가 깨지고 나서 도전할 계획이었다.
"타라." 테바가 발판의 모퉁이에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링크는 잠시만 머뭇거리고 다가가서 테바의 등에 올라타고 그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테바는 무게가 늘어나자 신음을 한번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날개를 펼치고 돌려보았다.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그가 잠시 뒤에 말했다. 그는 링크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출발할 시간이었다.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는 발판에서 뛰었다.
링크는 소리를 지르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세상이 눈 앞에서 뒤집어지는 것 같았고 갑자기 그는 머리와 옷에 바람이 거세게 지나가면서 아래의 얼음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의 후드가 머리에서 날아갔다. 수면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고 순간 링크는 덜컥 겁이 났다.
설마 테바가 나를 등에 맨 채로 날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테바는 날개를 펴고 바람을 잡아서 허공에서 방향을 곧장 위로 틀었고, 갑자기 돌아간 그 힘에 링크는 테바의 등의 어깨 사이로 이마를 박았다. 링크는 억지로 머리를 들었는데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테바는 비행 훈련장 가운데의 돌 기둥을 중심으로 좁은 나선형으로 날아 올라가면서 고도를 올리기 위해 날개짓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승 기류를 타며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몇 초 뒤 그들은 오두막을 넘어서서 분지 밖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링크는 대지 위로 계속 올라가는 내내 숨을 참고 있었다. 그들의 아래에 눈이 덮인 땅이 보였는데,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상태여도 하얀 눈이 보였다. 사슴과 코뿔소의 그림자도 보였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생물들의 그림자도 보였다. 처음에는 늑대인 줄 알았는데 무언가가 더 이상했다. 네 다리로 달리는데 다리가 더 길었고 발걸음도 늑대라고 하기에는 이상했다.
그는 테바의 어깨를 건드리고 이를 가리켰다. "저게 뭡니까?" 바람 소리가 너무 커서 소리를 질러야 했다.
테바는 잠시 내려보더니 링크를 올려다보았다. "울포스다! 보통은 이렇게까지 산 아래까지 내려오지 않는데. 이 일이 끝나고 나서는 전사들을 데려와서 놈들을 몰아내야겠군!"
링크는 이 하얀 털의 몬스터들을 다시 내려보았고 그 중 하나가 뒷다리로 서서 큰 발을 사슴에게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그 몬스터와 사냥감은 테바가 몸을 돌려서 나무가 그 사이에 들어가면서 링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둘은 계속 하늘로 올라갔고 나무와 동물들은 점점 더 작아져 갔다. 링크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발 밑에서 땅이 멀어지는 동안 그가 불안하게 있는 자세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테바가 날개짓을 할 때마다 링크는 그의 등에서 튀는 것 같았다. 그는 다리로 테바의 허리를 꽉 잡았지만 그래도 꽤 단단하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고 테바의 어깨를 잡은 그의 손가락 끝은 이미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빛이 그들을 덮었고 링크는 실눈을 뜨고 동쪽을 보았다. 아직 그들의 아래의 땅은 어두웠지만 동쪽의 산을 넘어서 해가 뜨는 것은 볼 수 있을 정도로 높게 날아오른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더 높이 올라갔다. 링크는 고개를 낮추면서 그들 주변의 땅을 놀라운 듯이 돌아보았다. 아래에서 눈은 사라지고 잔디가 자란 언덕과 녹색 나무가 있는 광경으로 대체되었다. 그는 다른 새들이 공중에 날아가는 것도 보였다. V자 대열로 날아가는 거위들이 보였으며 부엉이 하나가 아래의 초원을 돌아다녔다.
해가 더욱 뜨면서 땅에 햇빛을 더욱 비추었다. 그러는 동안에 링크는 앞을 보면서 그동안 밤하늘의 그림자처럼 보인 것의 정체를 더 확실히 보았다. 신수 바 메도가 리토의 마을 위를 돌면서 하늘을 돌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향해 몸을 돌렸고 링크는 테바가 욕설을 내뱉는 것을 들었다.
"우리를 발견했군!" 그가 외쳤다. "링크, 조심해! 이제는 더 거칠어질 거다!"
이미 거친 것 아니었나?
링크가 체념하듯 생각했다. 그는 테바가 속도를 높여서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동안 더 단단하게 그를 붙잡았다. 메도는 마을을 떠나서 그들을 향해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링크는 마을 사람들이 피신 준비를 마쳤기를 바랐다.
한쪽 날개에서 흰 빛줄기가 쏘아졌고 반대쪽 날개에서도 하나 더 쏘아졌다. 멀리 있었기에 테바는 쉽게 피했지만,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그들이 있는 각을 향해서 신수가 상부와 하부 포대를 모두 사용하고 있었고 넷 모두를 테바가 피하기 더 어려울 수준으로 쏘는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들은 더 큰 각으로 허공으로 올라갔고 링크는 이를 악물며 필사적으로 버텼다. 테바가 힘을 쓰면서 용을 쓰고 거친 숨을 쉬는 것이 들렸다. 그래도 그들의 계책은 성공했다. 상부 포대만이 그들을 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뛸 준비를 해라! 최대한 낮게 날아보겠지만 속도를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링크는 다른 생각이 떠올라서 테바가 신수의 상부를 향해서 급강하를 시작하자 패러세일을 꺼내어서 빠르게 숨을 내쉬며 그의 몸 아래쪽에 펼쳤다.
하얀 빛줄기들이 이제 그들을 더욱 가깝게 지나쳐가고 있었다. 테바는 이를 피하기 위해서 몸을 돌렸지만 그는 이제 속도와 급강하를 통한 고도 하강을 대부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수의 머리와 날개를 지나쳐서 꼬리 쪽 바로 앞의 큰 건물 같은 구조물을 간신히 비껴갔다. 빛줄기 하나가 그 구조물을 맞추어서 불꽃을 일으켰다.
"준비해라!" 테바가 외쳤다.
링크는 머리 위로 패러세일을 펼쳤고 그 순간 그는 테바의 등에서 떨어졌다. 생각보다 그의 어깨와 손이 아파서 패러세일을 놓쳐버릴 뻔했다. 그래도 그가 바라던 대로 통했고 그는 신수의 납작한 꼬리 쪽 위의 입구로 날아가고 있었다.
테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몸을 돌렸지만 링크를 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날개 하나로 엄지를 치켜들고 급강하하면서 속도를 높였다. 그는 시야 밖으로 내려갔고 이제 링크는 홀로 있었다.
링크는 패러세일을 날개쪽으로 이끌어갔다. 신수가 아직도 그의 밑에서 움직이고 있어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발판을 놓칠 수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포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는데 이 포대는 망가진 것처럼 보였다.
고대 시커족의 무늬가 새겨진 넓은 원뿔형 받침대에 양 옆으로 날개가 나 있는 것 같은 둥근 머리가 있었다. 약간 기울어져 있어서 링크는 금이 가서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 것처럼 보이는 받침의 지점을 볼 수가 있었다. 전날 테바와 하츠가 신수를 공격하면서 생긴 피해였을 것이었다.
포대는 움직이지 않았고 몸체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빛도 꺼져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테바가 포대라고 했을 때에 그는 그 포대가 고론족이 사용하던 대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런 쇳덩이와는 전혀 달랐다.
이건 가디언이야. 그는 진지한 얼굴로 생각했다.
다리도 없었고 머리도 달랐지만 그 모습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비행형 가디언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날개 없이 뒤집어진 모습이었다. 이를 알아채자마자 그는 깨어난 뒤 처음으로 본 기동중인 가디언을 본 기억에 순간적으로 겁이 났다. 순간적으로 패러세일을 돌려 신수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
안돼. 링크는 그런 두려운 생각을 밀어내고 다시 주의를 집중했다. 할 수 있어. 해야 한다고.
그의 발은 신기하게도 잔디가 자란 메도의 표면에 닿았고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망가진 가디언을 돌아보았다. "쓰러뜨릴 수 있어." 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가디언을 뒤로 했다. 신수의 위에 있는, 부숴야 하는 다른 두 기가 있었다.
그의 앞에는 신수의 내부로 가는 입구가 있었다. 반원 형태의 터널은 어둑했고 바닥과 벽의 일부를 덮고 있는 원념도 보였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는 들어가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오호, 그 얼굴은 참 오랜만인걸." 그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링크는 몸을 돌렸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그의 뒤에는 그의 기억 속에서 그대로 나왔지만 그의 주변에 녹색의 불빛이 떠다니는 모습을 한 리발이 서 있었다. 그 똑같은 비웃는 표정도 그대로였다.
"리발."
"뭐, 그래. 당황할 거는 없어. 메도에 내가 있는 것은 당연하잖아?" 그 모습은 앞으로 나아가 마치 자신의 왕국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날개를 펼쳤다.
그것만 봐도 링크는 성질이 났다.
"신수를 해방하러 왔습니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 "당신도요."
"그래, 알아, 안다고. 결국 올라올 방법을 찾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다니, 좀 너무 늦은 것 같지 않아?"
링크의 왼손의 손가락이 그에게 한방을 먹이고 싶은 듯 떨렸다. 리발에 대한 마지막 기억까지 떠오르면서 더욱 불쾌해졌다. 그는 그래도 그의 표정과 목소리를 침착하게 했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이걸 조종하고 있는 뭔가가 나서기 전에 가디언들을 무력화시켜야 합니다."
리발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링크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변했네. 처음에는 그냥 얼굴에 난 북실한 털만 변한 줄 알았는데, 그거 이상인가보지?" 멀리서 링크는 가디언이 발사하는 소리를 들었다. 리발도 인상을 찡그리는 것을 보아 이를 들은 모양이었다. "뭐, 어서 따라와."
둘은 몸을 돌려서 신수 안으로 들어갔다. 어둑한 내부를 지나는 동안 리발은 링크를 보면서 그를 위아래로 돌아보았다. "내 마을에서 왔나본데, 리토족은 지금은 어때?"
링크는 그를 보았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를 풍기려고 했는데도 눈에 약간 습기가 차는 것 같았다. "하이랄 곳곳의 다른 종족에 비해서는 잘 사는 것 같습니다. 가디언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 여기로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동쪽에 비해서는 피해가 덜해요."
"다행이네." 리발은 링크를 보지 않으면서 말했다.
둘은 더 나아가는데 공기가 원념의 존재를 알려주듯 분위기가 변했다. 링크는 여러 층으로 된 방을 들어갔을 때 인상을 쓰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둥근 천장은 위로 올라가고 있었고 시커족 무늬 여럿이 그려져 있었다. 여러 천창도 보았지만 대부분은 원념으로 덮여 있어서 주변이 어두웠고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둘은 위층의 방으로 들어갔고 아래의 큰 틈을 건너가는 돌다리를 건넜다. 다리의 일부에는 원념이 있었지만 최대한 이를 돌아가거나 최악의 지점은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리발을 보고 가능하겠느냐는 시선을 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로 나아갔다. 링크도 속도를 올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테바가 우연히 맞게 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를 데려와 주는 데에만 힘을 너무 많이 써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지?" 리발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물었다.
"100년입니다."
리발은 머뭇거렸다.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
"무슨 시커족의 장치 안에 저를 넣었답니다. 그렇게 회생했다고 하더군요." 링크는 기억을 잃은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 리발이 꼬투리를 잡을만한 것은 최대한 주고 싶지 않았다.
"뭐, 특별한 검을 쥔 용사에게 최고의 기술을 쓰는 거는 당연하겠지." 리발은 어깨 너머로 그를 보았고 그의 노란 눈에 씁쓸한 기색이 보였다. "나머지는 조력이었을 뿐이었어."
링크는 이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조용히 있었다. 다른 영걸들의 사망으로 이어지는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아무래도 그들이 사망하고 나서 영걸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가 없었던 것 같았는데 확실히 몰랐다. 그조차도 그가 정말 죽었다가 다시 회생한 것인지, 아니면 죽기 직전에 회복한 것인지도 몰랐다.
리발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나아갔다. 링크도 그를 쫓아서 원념을 피해 나아갔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링크는 지금 그들이 있는 방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위층은 날개로 갈 수 있는 길만이 있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들의 아래층은 신수의 아랫배까지 내려가는 깊이였다. 양 옆으로 길게 뻗은 방들도 있는 것 같았다. 바로 메도의 날개의 안쪽이었다.
곳곳에 시커족의 기계가 가득했다. 링크는 이를 돌아보았지만 조금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이전의 신수처럼 곳곳에는 수관이 지나가고 있었고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것도 보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수차가 없었기에 그는 이 신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리발은 젤다 공주님을 불러서 개조를 해 달라고 했었다고? 링크는 갑자기 궁금증이 들었다. 대체 그녀가 어떻게 개조를 했는지 몰랐다. 신수를 구성하는 부속품에 조작을 가한 것이었는지, 대체 이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 생각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그의 주의를 끈 다른 것이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원념의 늪 중 하나의 가운데에서 크고 검은 눈이 생겨서 수직으로 난 주황빛의 눈동자로 링크를 바라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리발, 여기에 있는 놈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무장은 뭐고요?"
"왜, 무서워서?" 리발이 물었다. 그의 태도는 늘 그러했던 거만한 태도로 돌아왔다. 아까의 씁쓸함은 사라진 것 같았다. "강하면서도 근접전보다 원거리전을 선호해. 이전보다는 네 활 실력이 늘었기를 바랄 수밖에."
링크는 화살통의 고대 병기 화살을 생각하며 자신감이 늘었다. 이 녀석이 지난번의 녀석처럼 다르케르의 보호막과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이번 것은 금방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보폭을 늘려서 속도를 높였다.
다리를 건너자 링크는 방의 한 쪽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을 보았다. 날개의 위쪽으로 가는 다른 출구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원념으로 두껍게 덮여 있었고 일부는 벽에도 매달려서 출구를 검고 끈끈한 거미줄의 모양으로 덮고 있었다. 일부의 원념은 더욱 형태가 단단해져서 날카로운 가시와 기둥을 만들고 있었다. 이를 통과하려면 원념을 건드리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미파는 그러지 말라고 했었다.
밖에서 링크는 폭음 여럿을 들었다. 이 시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방법이 없었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그의 생각이 통하는지 확인할 때였다.
그는 허리에서 고대 병기 검을 뽑아서 빛나는 검을 켰다. 벽의 원념은 이에 바로 반응하여 그 푸른 빛을 받자 떨면서 움직였다.
"어, 그건 뭐야?" 리발이 정말 모르겠다는 어투로 물었다. "마스터 소드가 아니네?" 그는 링크가 등에 계속 매고 있던 조라의 검을 보았다. "흠, 이것도 아닌데. 어떻게 된 거야?"
링크는 그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 입구에 있는 검은 끈끈이를 베었다. 검은 이를 문제 없이 베었고 벤 자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의 발 밑에서 신수가 통째로 떠는 것도 느껴졌다. 그 커스 가논이 그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알 것이었다. 상관없었다. 링크는 원념의 가닥을 더 베고 검을 바닥에 대었는데 원념은 이 날에 닿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듯이 갈라졌다.
"리발, 차차 말하죠." 그가 말했다. 그의 가슴 속에서 심장이 뛰는 것이 들렸다. 밖에는 가디언 둘이 있을 것이었다. 그를 100년 전에 죽인 것과는 다를 테지만 결국 가디언은 가디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다 박살을 내 버릴 것이었다.
리발이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링크는 바람과 불이 날아다니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Notes:
N.B.) Breath of the Wild did not have any wolfos. The original author added them in his own edition. [원작 게임에는 울포스가 없었습니다. 본 작품 내의 울포스는 원작자가 추가한 것입니다.]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Brazen Beak = 붉은 공작
Chapter 36: 34장
Chapter Text
여기는 와 본 적이 없어. 바람이 그의 후드를 치는 것을 느끼며 링크가 생각했다. 그는 잔디와 이끼, 그리고 원념의 늪 여럿으로 덮인 신수의 넓은 날개를 돌아보았다. 생각해보면 좀 재미있는 생각이었다. 링크가 깨어나고 나서 간 모든 주요 위치들 중에서 여기만은 그가 전혀 모르는 공간이었다. 리발이 메도로 그를 데려오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보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돌기둥이 날개에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여기에는 오래된 벽의 일부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메도의 날개 위에 한때 건물이 세워져 있었던 것인가 싶었다.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목적은 차차 생각할 것이었다. 일단은 이를 이용해야 했다. 각 날개의 끝에 가디언 포대가 있는 것이 보였고 그 머리는 링크가 테바라고 생각하는 형상을 쫓고 있었다. 그에게 쏘아지고 있는 흰색의 빛줄기를 쉽게 피할 수 있도록 조금 물러난 것 같았다.
링크는 왼쪽 날개의 끝을 달렸는데, 반대쪽 날개의 포대에 등을 공격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가운데가 아닌 바깥의 기둥과 옛 벽들을 따라 달렸다.
테바는 링크가 신수에서 나오는 것을 눈치챘는지 갑자기 급강하하여 가디언에 폭탄 화살 하나를 더 쏘았다.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주의를 끌면서 지속적으로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허!" 링크는 근처에서 리발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꽤 실력이 좋은데. 나만큼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테바는 다시 급강하를 하면서 가디언의 몸체에 폭탄 화살을 쏘았고 몸에서 폭발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피해는 거의 없었고 가디언은 빛을 한번 더 발사해서 테바가 이를 간신히 피했다. 날개 아래에서도 빛줄기가 쏘아졌다. 날개 아래의 대포에도 공격을 받을 정도로 낮게 난 것이다.
테바는 두번째 공격도 피했지만 반대쪽 날개에서 날아온 세번째 공격에 직격을 당할 뻔했다. 너무 가까웠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낮게 메도의 위로 날아서 기둥 사이를 빠르게 날았다. 빛줄기는 기둥 하나를 맞추었고 파편과 먼지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링크는 속도를 높였고 그가 날개를 내달리는 동안 테바가 그에 가까이 있어서 겨누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마침내 마지막 기둥에 도착하자 링크는 멈추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테바는 푸른 하늘의 작은 흰 흔적으로 재빠르게 날아갔다. 가디언의 몸은 긴 기둥을 세웠고 그 끝에 있는 가디언의 머리가 그의 궤적을 쫓아서 빛줄기를 한번 더 발사했다.
링크는 이 가디언을 무찌를 최고의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조사해 보았다. 테바는 가까이에서 가면 링크가 약점을 파악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그가 보아도 약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번 것은 어떻게 부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기반이 부서졌었지.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메도의 꼬리에 있던 부서진 가디언을 보았을 때 확실한 파괴의 몇몇 흔적이 그 자리에 있었다. 기반, 그 가디언의 기반은 몸체의 나머지 부분처럼 돌로 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바닥이 납작한 판은 아니었다. 기반의 형상을 보자 기반과 바닥 사이에는 작은 틈 여럿이 있을 정도로 만들어진 것이 보였다. 폭탄이 이 밑으로 굴러갈 수 있을까 싶었다. 확인은 해 봐야 했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꺼내어 리모컨 폭탄 아이템을 눌렀고 이에 그의 앞의 바닥에 폭탄이 나타났다. 그는 이를 들어서 가디언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때 그는 머뭇거렸다. 이것은 가디언이었다. 여섯 다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디언이었다. 등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정말 그가 준비가 되었단 말인가?
그것은 테바에게 또 발사했고 링크는 눈을 감았다. 그는 준비가 되어야 했다.
그는 테바가 반대쪽으로 날아서 가디언이 주의를 링크에게 전혀 쓰지 않을 때를 기다렸고 바로 기둥 뒤에서 달려나왔다.
그는 얼마 뒤에 가디언의 기반에 도착해 구형 폭탄을 가까운 틈 안으로 굴려 넣었다. 링크는 다시 기둥 뒤로 후퇴했고 숨을 죽였다. 하지만 가디언은 그를 보지 못하고 테바가 나는 것을 계속 추적하면서 빛줄기를 쏘았다. 테바도 폭탄 화살을 더 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공격적으로 가는 것보다는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리모컨 폭탄을 격발시켰다. 강한 폭음과 흰 빛과 함께 리모컨 폭탄은 가디언 바로 아래에서 폭발했다.
기반이 반으로 갈라지자 가디언은 옆으로 세게 기울었다. 눈은 새 공격자를 찾으려고 빠르게 돌았지만 이미 늦었다. 몸체의 빛이 강하게 번쩍이다가 흐려졌다. 그 눈은 기둥 옆에 서있는 링크를 보았지만 그 역시도 빛이 흐려지더니 꺼졌다.
이 기계 하나를 마침내 부숴버렸다는 것에서 희열감이 느껴졌지만 이에 너무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상판에 빨리 부숴야 하는 가디언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달려온 길을 다시 달려 내려갔다. 두번째 공격자가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도달해야 했다. 빨리만 간다면...
갑자기 발 밑의 땅이 움직이면서 기울었다. 갑자기 링크는 상승하는 경사를 뛰고 있었다.
"링크, 조심해!" 리발이 말했다.
링크는 그의 발 밑에서 땅이 더 기우는 것을 금방 알아보았고 경사는 더욱 급해졌다. 너무 급해서 그의 발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링크는 기둥 하나로 뛰어서 이를 팔로 감쌌다. 기둥을 잡을 수 있는 틈을 찾았지만 팔로 전부 감싸기에는 기둥은 너무 컸다.
메도는 계속 기울어서 이제 90도로 튼 상태였다. 그가 기둥에 매달리는 동안 바람이 더 거세졌고 그의 발은 발판을 찾기 위해서 날개를 마구 차고 있었다.
링크는 근처에서 리발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그 거만함은 다 사라졌고 두려움만이 보였다. 링크는 그 기분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메도는 한번 더 떨었고 갑자기 그의 근처의 돌기둥이 가디언의 포격을 받아 폭발했다. 욕을 내뱉으며 링크는 머리 위로 파편이 쏟아지는 것을 머리를 숙여서 피했다. 이동할 수도 없어져 버린데다가 두번째 가디언도 그의 존재를 알아챈 것 같았다.
기둥이 하나 더 폭발했다. 지금 링크는 그와 다른 가디언 사이에 있는 기둥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었지만 상황은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찾아서 돌아보았지만 정말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다른 기둥에 가는 것도 불가능했고 신수 안으로 피할 수 있도록 바닥에 열려 있는 틈조차도 없었다.
돌풍이 불면서 테바가 갑자기 지나가더니 기둥에 내려앉았다. 그는 손을 내려 링크의 손을 잡고 기둥 위로 끌고 올라갔다. 그의 눈은 떠 있는 리발의 영혼을 보자 조금 휘둥그레졌지만 오랫동안 보고 있지는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등을 링크에게 댔다. "타라!"
지시 한번이면 충분했고, 링크는 테바의 어깨를 잡았고 그는 날개를 펴며 다시 출발했다. 그들의 뒤에서 가디언이 한번 더 발사하여 기둥을 하나 더 부쉈지만 얼마나 아슬아슬했는지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테바는 가디언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좌우로 이동하면서 신수에서 멀어졌다.
"잘했다, 링크." 그가 말했다. 하얀 빛이 다시 그들의 옆을 지나갔고 테바는 방향을 바꾸어 신수로 돌아가는 큰 호를 그리며 날았다. 링크가 다시 신수를 보자 그는 신수가 다시 몸을 편평하게 했다는 것에 놀랐다. 땅과도 많이 가까워진 것이 보였다. 옆으로 기울어서 나는 동안 고도가 많이 낮아진 것이었다.
"준비됐나?" 테바가 어깨 너머로 보면서 물었다. "일직선으로 날아 들어가서 가까이 데려가 주겠다. 가능한 한 속도를 늦춰 내릴 수 있게 해 주겠지만 그래도 좀 거칠 거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테바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로는 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그는 반대쪽의 가디언을 향해 돌진했다. 링크는 그의 어깨를 단단히 잡고 머리를 낮추었고, 테바는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날았다. 빛이 링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가까이 지나쳤지만 테바는 움찔하지도 않았다.
반대쪽에 거의 다 다가갔을 때, 테바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부서진 벽을 피하고 앞으로 날개짓을 하여 속도를 크게 줄였다. 링크는 이를 신호로 받아들여 테바의 등에서 내려서 2미터 정도의 바닥으로 내려갔고 몸을 굴리면서 착지했다. 머리 위에서 테바가 다시 출발했는데 이번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빠르게 날개짓을 했다.
아래에서 땅이 다시 떨더니 가디언 포대를 향한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를 갈면서 링크는 폭탄을 준비하고 기둥 뒤에서 달려나갔다. 그는 가디언에 금방 도착해서 이전에 한 것처럼 기반 밑에 이를 굴려넣었지만 기울기가 급해서 폭탄이 계속 굴러 기반 반대쪽의 구멍으로 나가 날개 밖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를 격발하고 하나 더 꺼내기도 전에 가디언은 링크에게 눈을 돌렸다. 바닥은 계속 기울어졌고 그는 이 가디언의 공격을 피할 곳으로 뛸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러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 뿐이군,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테바가 가까이 있기를 바랄 수밖에!
한 손에 시커 스톤을 든 채로 링크는 다른 손에 고대 병기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 날개의 경사를 이용해 가디언의 기반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는 눈으로 검을 깊이 박아넣었고 몸체의 붉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만족스럽게 보았다. 다음에 무엇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기에 링크는 검을 뽑고 가디언에게서 벗어났다.
갑자기 하늘에 떠 있는 상태가 되자 링크는 지금 그가 리토의 마을을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토족들이 이 전투를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집에 숨어 있는지, 이미 대피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언가 단단한 것이 링크의 등을 쳤고 그는 어깨에 찌르는 통증을 느꼈다. 옆을 보자 리토족의 발 하나가 그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테바의 발톱이 그의 옷과 어깨의 살을 뚫은 것이었다.
"잡았다!" 테바가 그의 머리 위에서 신음과 함께 말했다. 그는 날개짓을 시작했지만 링크는 이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둘 위에서 링크가 찌른 가디언이 흰 빛과 함께 폭발했고 메도는 아래쪽의 가디언을 쓰려는 듯이 몸을 다시 편평하게 했다.
링크는 그의 허리에 검을 간신히 매었고 시커 스톤을 들었다. 가장 가까운 가디언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타임 록 아이템을 눌러서 이를 노란 빛으로 감쌌다. 타임 록은 몇 초 동안만 이를 멈추었지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가디언은 주의를 헷갈려하는 것 같았다. 눈은 그들을 찾기 위해서 마구 돌았으며, 그들을 다시 찾았을 때에는 이미 때는 늦었었다. 날개 끝으로 날아가서 가디언의 시야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테바는 링크를 내려놓고 몇 발자국 떨어진 위치에 착륙하여 비틀거리면서 기둥 하나를 잡아 진정하려 했다. 그의 가슴이 숨을 고르려는 듯 마구 벌렁거렸다. 링크는 앞으로 나아가며 각각의 통증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려고 어깨를 돌려보았다. 테바의 발톱에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한동안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래의 가디언들은 목표를 잃고 나서 공격을 멈추었고 상판의 가디언은 이미 다 파괴되었던 것이었다. 거센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까는 좀 대단했는데." 리발이 링크 바로 옆에 나타나며 말했다. "그런데 저기 있는 동료가 없었다면 죽었을 것 같아."
테바는 고개를 들고 돌아보다가 리발에게로 눈길이 갔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신은...!"
"조용히!" 링크가 손을 내밀어 둘 모두를 조용히 하게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의 눈은 제어 장치에 갔다. 신수에서 원념이 흘러나오더니 많은 날카로운 손가락처럼 제어 장치로 다가갔다. 커스 가논이 나타난 것이었다.
"테바, 물러서요." 링크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그는 활을 빼고 화살통에서 고대 병기 화살 하나를 꺼냈다. 이 전투는 빠르게 끝낼 것이었다. 나타나자마자 화살을 맞추어서 방비를 할 시간도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운이 좋다면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끝날 것이었다.
원념의 가지들은 제어 장치 앞에서 멈추더니 허공으로 올라갔다. 수십개는 되었으며 서로 평행하게 있다가 하나로 모이기 위해 방향을 조금씩 틀었다. 곧 모든 선이 모여서 커져가는 구형을 이루었다.
"그래서 그동안 저거는 몇 개나 맞섰던 거야?" 리발이 물었다.
"둘이요."
"둘이라고? 그럼 내가 세번째인 거야?"
링크는 리발을 돌아보았는데 그가 이렇게 분개하는 것을 보는 것이 은근 재미있었다. 친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친했던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둘 사이의 일은 100년 전의 일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 동안 계속 악감정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 당연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꼴찌가 아닌 거를 다행으로 여겨요."
신기하게도 리발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해하는 것 같았다. 친구는 아니더라도 동료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링크는 원념에서 커지는 놈을 다시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형체가 잡히기 시작했는데 각각의 팔과 몸통, 그리고 머리가 되는 사지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왼손이 먼저 생겼는데 이전처럼 길고 가늘면서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손이었다. 다른 팔은 더 두꺼워지면서 손 대신에 시커 형상의 갑옷을 만들었다. 그 갑옷 끝의 원기둥에는 가디언의 눈과 같은 번쩍이는 푸른 구 세 개가 박혀 있었다.
놈의 머리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납작한 판으로 얼굴을 만들었지만 이전보다는 더 둥글었다. 얼마 뒤에 반짝이는 푸른 눈이 나타났고 거기서 노란색의 시커족 별자리 문양이 뻗어나왔다. 이전 녀석들처럼 이놈도 붉은 갈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여러 방향으로 뻗쳐 있었다. 다리는 없었고 하반신을 시커형 갑옷이 덮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과는 구분되는 것 하나를 알아냈는데 놈의 등에서 가시같은 돌기가 등에 나 있었다는 것이었다. 모두 시커족의 기술로 제작된 것으로 보였지만 링크는 이게 그저 위협용인지 아니면 이것도 무언가의 무기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리발은 이 놈이 원거리전을 선호한다고 했어, 그가 생각했다. 팔에 달린 것으로 가디언의 빔을 쏘겠지. 무서운 생각이었지만 이제 그는 준비가 더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놈보다 차라리 가디언을 더 상대하고 싶어진 것이었다. 아마 두려움도 이제 사라진 것일지도 몰랐다.
링크는 그 추악한 놈을 바라보고 뺨까지 고대 병기 화살을 당겨서 겨눈 뒤에 쏘았다. 놈은 화살이 오는 것을 신경도 쓰지 않는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화살이 맞기 직전,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경로가 바뀌어 놈의 어깨 너머로 날아갔다.
그는 욕을 내뱉고 무릎을 꿇고 다시 겨누었다. 그런데도 놈은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이제 화살이 둘만 남았기 때문에 이번 것은 맞추어야 했다. 그는 놈에게 한 대를 더 쏘았다. 이번에는 놈은 갈퀴 손으로 위로 움직이는 손짓을 했고 그러자 바로 앞 땅에 회오리가 일어나더니 화살이 거기에 휘말려 그 경로가 심하게 바뀌며 기둥 하나를 맞추고 푸른 빛으로 폭발했다.
"이럴 수가!" 리발이 링크 옆에 서서 외쳤다. "내 토네이도 기술을 쓰고 있잖아!"
이제 확실해졌다. 각각의 놈들은 영걸의 목숨 뿐만이 아니라 능력들도 빼앗았던 것이었다. 지난번 것은 다르케르의 보호막을 얻었고 이번 놈은 바람을 일으키는 리발의 능력을 가져왔다. 처음 마주한 커스 가논만이 힘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를 생각할 틈은 없었다. 놈이 팔을 들어서 가디언 눈 세 개를 그에게 겨눈 것이었다.
그는 옆으로 뛰어서 그에게 날아온 위험한 공격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가디언의 공격보다는 작으면서도 폭발의 크기도 작았지만 그래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달리는 동안 놈은 그가 기둥 뒤로 숨을 때까지 계속 쏘아댔다.
"링크!" 테바가 다른 기둥 뒤에서 그에게 말했다. "아까의 전략을 사용하자. 공중에 날아서 주의를 끌어 보마."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둥 주변을 돌아보았고 놈이 옆으로 떠서 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링크는 이를 악 물고 천천히 기둥을 돌았다. 화살통에서 화살을 하나 더 꺼냈는데 이번 것은 폭탄 화살이었다. 지금 고대 병기 화살이 하나만 있었고 아직 이를 쏘고 싶지는 않았다. 머리 속에서 셋을 센 뒤 그는 기둥에서 뛰어나와서 놈에게 화살을 쏘았다. 다시 놈은 바람을 일으켜 화살을 밀어냈지만 링크는 바람을 감안한 두번째 화살을 곧바로 쏘았다. 이번 것은 놈의 가슴에 폭발을 일으키며 명중했다.
놈은 머리를 뒤로 젖히더니 귀청이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놈은 손을 앞으로 저으면서 큰 바람 기둥을 만들고 이를 더 크게 키운 뒤에 그에게 바닥을 따라서 보냈다. 회오리가 그에게 다가오는 동안 링크 주변의 바람이 거세지다가 갑자기 강해지더니 공기를 계속해서 불어오는 소리로 채웠다.
그는 몸을 돌려 뛰었다. 그러는 동안 놈은 손의 포대를 다시 발사했고 이어 마치 망치로 맞는 것처럼 등에 무언가를 맞아서 배로 넘어졌다. 그의 활은 바닥을 미끄러져 갔고 날개 끝 직전까지 날아갔다.
가까운 건가? 링크가 조금 멍하니 생각했다. 벌써 날개 끝까지 간 것인가 싶었다. 바람소리가 귀에 울렸고 강한 바람이 그를 회오리로 끌어들이는 것이 느껴졌다. 집중해야 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다시 달렸고 놈이 몇 발 더 발사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를 맞춘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바람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회오리가 그를 따라잡기 전에 그는 벽에 도착하여 잡았다. 회오리는 벽을 꽉 잡은 그의 손을 쉽게 풀어버리고 그를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링크는 돌기둥에 등을 박았고 고통으로 신음하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일어서!" 목소리가 들렸다. 테바가 아니라 그의 옆에 선 리발이었다. "어서 일어나라고!"
링크는 신음하면서 배로 굴러 일어섰다. 머리 위에서 그림자가 지나갔다. 바로 위에 뜬 놈은 그의 검이 닿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억지로 일어서서 허리의 주머니로 손을 옮겨 데스마운틴에서 가져온 리잘부메랑을 꺼내 들었다.
몸을 돌리며 링크는 이를 놈에게 바로 던졌다. 생각과는 달리 눈에 맞지는 않았지만 오른 어깨를 스치면서 깊은 상처를 내고 보라색 안개를 뿌렸다. 놈은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은 소리를 질렀고 다음 공격들을 사방으로만 쏘아 그를 하나도 맞추지 않으면서 주변만 맞추었다.
그는 다시 달리면서 그의 등에서 방패를 꺼냈고, 팔을 끼워 넣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았다. 놈이 다시 쏠 것 같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몸을 돌려서 앞에 방패를 내세웠다. 세 연속적인 공격이 방패를 맞추었다. 그 힘으로 뒤로 얼마간 밀려났지만 공격은 튕겨나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놈은 더 분노한 듯 여러 번 발사했지만 방패에 맞고 튕겨나갈 뿐이었다. 그러다가 회오리 하나를 더 일으키려 하자 폭탄 화살 하나가 허공을 갈라 등에 맞고 폭발했다. 놈은 앞으로 밀리면서 링크 앞의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 위에서 테바가 지나가면서 거센 바람에 묻힌 무언가의 소리를 외쳤다.
기회다! 링크는 생각하고 허리에서 가디언 나이프를 빼었다. 그는 검을 켜고 앞으로 달렸다. 놈은 바로 직전에 움직여서 검이 눈 주변의 검은 판금에 깊이 박혔지만 눈을 꿰뚫지는 않았다.
놈은 소리를 질렀고 갈퀴 손을 뻗어서 링크의 옷 앞자락을 붙잡았다. 놈은 허공으로 올라갔고 그는 땅에서 떨어지는 동안에 놈에게 영향도 없는 발길질만 날렸다. 놈의 투구 판금에서 원념이 액체와 기체의 모습으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놈은 링크를 다시 눈을 찌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그를 멀리 쥐고 있었다.
다른 화살이 놈의 등에 맞았지만 이번에는 대비를 한 것 같았다. 그 충격에 움찔했지만 지난번처럼 앞으로 넘어지지 않았다. 대신에 몸을 돌려 지나가는 테바에게 포대를 겨누었다. 테바는 필사적으로 날개짓을 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놈은 포대를 발사했고 테바는 그 공격에 맞아 날개 끝 너머로 추락해버렸다.
:"테바!" 링크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검을 놈의 팔에 내리찍었다. 놈은 고통의 비명을 지르더니 그를 놓아주었다. 그는 바닥으로 내려갔고 다시 일어서면서 검을 위로 찔러 놈의 하반신을 덮은 시커의 갑옷을 바로 겨누었다. 그의 검은 이를 쉽게 뚫었고 놈은 다시 소리를 지르더니 공중으로 더 높이 올라갔다.
흩뿌려진 원념의 일부가 링크의 손과 옷에 닿았다. 곧바로 그의 손가락이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들었고 옷소매에서도 연기가 올랐다. 그는 검을 오른손으로 옮겨서 원념이 묻은 손에서 이를 털어내기 위해 손을 마구 흔들었다.
놈은 이제 공중에 높이 올라간 채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없었지만 자세만 보아도 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주변의 바람이 더 거세졌고 링크는 신수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바람 때문인지, 놈이 메도를 다시 조종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몰랐다. 어쨌든 그는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등의 네 가시 모두가 허공으로 튀어올라가더니 시커족의 기술과 같은 빛이 났다. 가시들은 마치 네 다이아몬드처럼 놈의 머리 위에서 돌기 시작하면서 이에 빛의 흔적을 남겼다. 하나씩 그것들은 꽃처럼 펴지더니 그 안의 반짝이는 표면을 드러냈다.
저건 또 뭐야? 링크가 서서히 물러나며 생각했다. 새 무기여서 이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링크!" 뒤에서 리발의 목소리가 들렸다. 몸을 돌리자 리발이 자신의 활을 주워준 것이 보였다. 이때 그가 더 흐릿해진 것 같았다. 영혼이 산 자의 세계와 작용하면 그 자체로도 부담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의 눈빛은 의지에 차 있었다.
그는 활을 받아들어서 어깨 너머에 걸었다. 얼마 망설인 뒤에 그는 검도 치웠지만 방패만은 꽉 쥐었다.
머리 위에서 놈은 대포를 겨누었지만 링크에게 겨누지 않았다. 대신 허공에 떠 있는 가시 하나에 쏘았다. 여러 차례 가시에 쏘았고 링크는 이 빛이 다른 가시로 반사되는 것을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빛은 가시들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면서 더 빠르고 밝아졌다. 빛은 여러 발로 나뉘어 늘어나더니 네 방향에서 링크에게 한번에 쏟아졌다.
링크는 욕을 내뱉고 방패를 들면서 달렸다. 하나는 방패의 맞아서 그를 바닥으로 거의 넘어뜨렸다. 두번째 것은 그의 바로 옆에 맞았고 세번째는 머리 위까지 뻗은 그의 바로 앞 기둥을 맞추었다. 공격은 무작위적이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서 거의 빗속을 뛰면서 맞지 않기를 바라는 수준이었다.
공격 하나가 옆을 맞추었고 그는 옆으로 튕겨나가며 고통을 느꼈다. 바닥에 닿기도 전에 하나가 더 등에 맞았고 그가 넘어지는 방향도 바뀌었다. 그는 얼굴을 땅에 박았고 그의 입에 피가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고, 아주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손을 들어 코와 입술에서 피를 닦아냈다. 옆구리와 등이 모두 아팠고 아까 원념이 묻은 손도 욱신거렸다. 그는 날아다니는 놈을 다시 보았는데 다시 떠 있는 가시들에 겨누면서 또 난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적당히 해라...!
링크는 방패 대신에 활을 들었다. 놈은 포대를 발사했고 그는 떠 있는 장치들 사이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늘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실눈을 뜨고 틈을 기다렸다.
빛은 곧 그에게 쏟아지기 시작했고, 링크는 숨을 멈추고 집중했다.
시간이 느려졌다. 진짜로 느려진 것 같았다. 그가 집중하는 동안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수십 개의 흰 빛의 탄환이 그에게 느릿느릿 다가오는 것이었다. 탄환 각각의 궤적과 각 탄환이 어디를 맞출 것인지도 다 보였다.
링크는 옆으로 비껴서서 활을 들고 폭탄 화살을 걸었다. 그는 화살을 쏘면서 숨도 내쉬었다.
빛줄기는 그의 주변으로 다 쏟아져서 기둥과 땅을 거센 힘으로 쳤지만 그를 맞춘 것은 없었다. 다만 놈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았다. 놈의 주변에 거센 돌풍이 불어서 링크의 생각대로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빨리 반격을 당할 것은 예상을 못한 것이 분명했다.
화살은 놈의 왼쪽 어깨에 맞고 폭발했다. 갈퀴 손이 난 팔이 떨어지면서 형체가 없는 원념으로 흩어졌다.
놈은 분노와 고통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링크는 이를 무시하고 화살을 하나 더 걸었다. 팔이 잘려나가자 바람도 곧바로 잠잠해졌다. 그 손이 힘의 원천이었거나 집중이 끊어진 것 같았다. 어쨌든 이제 움직일 때였다.
링크는 한 대를 더 쏘았고 이번에는 놈의 가슴에 폭발했다. 3미터 정도 뒤로 물러나고 자세를 고치더니 그의 머리 위의 장치는 무시하고 링크에게 바로 발사했다. 링크에게 세 발을 더 쏘았지만 그는 숨을 멈추고 빛의 탄환이 오는 동안 집중했다.
이전처럼 날아오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는 옆으로 비껴서서 다시 겨누고 숨을 내쉬었다. 공격은 그가 있던 자리를 맞추었지만 그의 화살은 놈의 얼굴에 불꽃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놈의 가면이 금이 가더니 부서졌다.
그 아래에는 흉측한 형상이 있었다. 계속 꿈틀거리는 원념에 둘러싸인 작은 푸른 눈 하나에, 날카로운 이빨과 많이 긴 혀가 있었다. 붉은 머리는 여러 곳에 불규칙적으로 나 있었다. 말 그대로 마수와 같았다.
링크는 놈의 눈을 마지막 고대 병기 화살로 쏘았다.
화살의 푸른 촉이 놈의 눈에 박혀서 그 힘을 내지르는 순간 놈은 비명을 지르는 중간에 멎어버렸고 남은 팔을 옆으로 뻗었다. 흰 불빛이 머리에서 잠시 튀어나오더니 바로 사라졌다.
링크는 놈이 다른 것들처럼 부서지는 동안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의 뒤의 땅에 놈의 대포가 떨어지는 것을 들었지만 보지 않기로 했다. 오늘 밤에 이미 잠을 설치게 할 것들은 다 본 것이었다.
그의 눈은 영혼이 된 리발을 보았는데, 놈의 죽음을 놀란 채로 보다가 곧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테바...!
링크는 날개의 모서리로 다가가서 큰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멀리 아래의 땅 말고는 보이는 것이 없었다. 날아다니는 아무것도 없었다. 테바가 착륙을 안전하게 한 것인지 걱정되었다.
테바가 땅에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는 상상을 하자 속이 불안으로 뒤틀렸다. 오늘 그의 남편이 영웅의 최후를 맞이했다고 테바의 아내에게 말할 일이 없기를 필사적으로 빌었다.
뱃속이 불안으로 휘청이며 링크는 놈을 보기 위해서 몸을 돌렸는데 이제는 바람에 날아가는 검은 안개만 간신히 볼 수 있었다. 주변의 공기도 더 신선하고 상쾌해진 것 같았다. 해가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이 높은 높이에서 거의 항상 부는 바람조차도 더 온순해진 것 같았다.
지금은 테바를 걱정할 수는 없었다. 땅으로 무사히 내려갔기를 바랄 뿐, 그 이상은 할 수는 없었다. 링크는 리발이 허리로 날개를 내린 채로 처음부터 서 있는 자리로 갔다.
"사라졌군." 그가 조용히 말했다.
링크는 그의 옆으로 가서 활을 어깨에 매었다. "예."
리발은 그를 머뭇거리며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생각을 잘못했네."
"그럴 지도요."
리발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럴 지도라고?"
링크는 흘긋 그를 눈썹을 띄우며 보았다. "뭐, 저는 처음부터 다 맞았네요. 당신은 진짜 잘난체해요."
리발의 얼굴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보였는데 링크가 싱긋 웃자 그 역시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그도 웃었다. "어이쿠, 한방 먹었어. 네가 이렇게 말이 많을 줄은 몰랐는데."
링크는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그는 리발에게 자신의 기억을 잃은 것을 말하지 않았고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100년이면 꽤 긴 시간이죠." 링크가 말했다.
"그렇지."
기억 하나가 링크의 머리 속을 스쳤다. 빠르면서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났다. 최후 이전, 리발이 자신의 신수로 향하기 직전이었다. 그가 본 리발의 마지막 생전의 모습이었다.
"나 없이 뛰어들지 말라고. 내가 도와주지 못하면 못 살아날지도 모르니까."
그 말은 늘 그렇듯이 거만했는데 그의 표정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리발은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링크나 젤다 공주의 안전을 신경 쓰지는 않았겠지만 그들의 임무는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들의 민족, 그들의 나라를 신경을 쓰고 있었다.
"리발, 고맙군요."
리발은 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링크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널 보자마자 묻고 싶은 거였고."
"뭔데요?"
"네 키 말이야." 리발은 링크를 보면서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마지막에 본 거에 비해서 키가 작아진 것 같거든. 그리고 그 머리, 혹시 검으로 다 잘라내 버리고 그대로 얼굴에 붙인 거는 아니지? 그러면 수염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보니 아닌 것 같았다.
링크는 리토의 마을로 내려가는 내내 가벼운 바람이 부는 느낌을 최대한 즐겼다. 머리 위에서 신수 바 메도는 바위 기둥의 꼭대기에 기계 발톱을 사용해서 마치 이 신수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은 모양의 절벽을 잡고 섰다. 날개는 양 옆으로 펼치고 부리는 멀리 하이랄 성을 겨누고 있었다.
그가 조심스레 착륙했을 때에 리토족 사이에서 혼란의 기류가 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부분은 메도가 다가가자 도망쳤고 다른 이들은 길을 뛰면서 어린이와 노인들을 피신시키고 있었다. 리토족 장로가 경고한 것처럼 메도가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리발이 그렇게 보이게 하려고 했겠지. 링크는 신수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리발은 확실히 지난 100년간 바뀌지 않았다. 지난번에 있던 시간 동안에는 서로 모욕만 하고 가식만 내세웠던 것 같았지만 링크는 지금 이를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리발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자존심과 질투, 그리고 명예욕까지. 만약 역할이 바뀌었다면 그도 그 감정을 가질 것만 같았다.
"링크!"
그 목소리에 그는 몸을 돌렸다. 테바가 아내에 기대고 어린 아들이 옆에 있는 채로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테바의 왼쪽 허리는 다 그을렸지만 날개는 무사해 보였다. 아무래도 내려오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다치는 바람에 다시 올라갈 수가 없던 것 같았다.
"메도가 혹시..."
"되었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이를 지배하던 마수가 쓰러졌습니다. 리발의 영혼이 이제 주도권을 되찾았습니다. 모두 무사합니다."
테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늘에 세상에, 성공했군. 정말 성공했어! 칸에게 가서 말해야겠어. 모두가 당황하고 있지만 조금만..." 사키는 그의 가슴에 손을 얹었고 테바는 말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링크, 혹시 괜찮으시다면, 남편을 집에 데려다 주시겠어요? 제가 장로님께 말씀드릴게요." 사키가 말했다. 링크는 바로 나아가서 테바의 날개를 사키가 그의 어깨에 얹을 수 있도록 했다. "고마워요. 튤리, 아버지와 있어라. 금방 올게."
사키는 바로 장로에게 알리러 달려갔고 링크는 몸을 돌려서 그들의 집으로 가는 짧은 거리까지 테바를 부축했다.
"끝까지 못 있어줘서 미안하군." 아내가 멀리 가자 테바가 말했다. "직격을 당해서 비행 속도도 많이 잃어버렸고 활도 놓쳐 버렸어. 다시 날아 올라갔다 해도 네게 도움은 못 됐을 거다."
"당신 없이는 못했어요. 여러 차례 저를 구해주셨는걸요."
테바는 흥 소리를 냈지만 이를 받아들였다. 몇 발짝 더 간 뒤에 그는 말을 이었다. "정말 리발님이 저 위에 계셨군. 생각과는...많이 달랐어."
"영웅은 늘 그렇죠." 링크가 말했다.
"흠. 그리고 내가 이해해 보자면, 리발님을 죽인 마수가 방금 내가 보았던 그 마수인 건가?"
"예."
"그럼 좀 미안해졌군." 테바는 고개를 숙이며 링크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하일리아인은 그냥 몸을 쓰는 노동에만 능하다고 생각했어. 나무를 자르고 집을 지어주는 것 말이야. 하일리아인 전사는 얼마 몰랐고 내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믿을 이는 더욱 몰랐어. 네가 오는 것을 허락한 이유는 신수에 대한 정보와 카시와의 당부가 다였다. 위에서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링크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다른 데에서도 반응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신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을 때에 고론족은 비웃었고 조라족은 절 죽이려 들었습니다. 리토족이라고 다를 거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물러서지 않았던 것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 같군. 그럼 역경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도전한 건가?"
"그러면 왜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메도를 공격하신 거죠?"
"나의 민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링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만, 저는 한때 저희가 하나의 통일된 나라였던 때의 시절에서 왔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모르는데 안 될 겁니다. 그래도 이 땅의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지키려고 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제 목숨도 내놓을 겁니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저도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고요." 그는 미파, 다르케르, 리발, 그리고 우르보사를 생각했다. 젤다 공주도 생각했다.
"그럼 내가 어리석었군. 네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길을 막을 생각이었어."
링크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어깨를 으쓱였다. "제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라이넬을 죽이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괜찮죠."
"뭐?"
"그거는 카시와에게 물어야 할 겁니다. 그 자리에 있었는데 제가 말하면 경을 칠 겁니다. 잘못 말했다고도 말하겠죠."
테바는 그 말에 조용히 있었지만 링크는 묻고 싶은 것이 더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그것도 괜찮았고 얼마든지 대답을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피곤했다. 수 달간 여행하고 목숨이 오가는 경험을 한 것이 지금은 그와 테바가 메도까지 날아 올라가기 전보다 부담을 더 주고 있어서 많이 힘겨웠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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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걸들이 임명식 이후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링크에게는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처럼 느껴졌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의 임무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로암 왕이 영걸들을 하계 축전에 초대한 것이었다. 그 명분은 가논의 부활에 대비하기 위한 방비가 굳건해지고 있는 것을 경축하기 위해서였다. 각각의 영걸들은 신수의 조종을 완벽하게 숙달했고 가디언들의 발굴도 더욱 늘어가고 있었다. 시커족도 가디언 조종에서 여러 혁신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이 곧 완벽하게 주종 관계를 이루어서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까지도 돌고 있었다.
하지만 링크는 그 이면을 알고 있었다. 알 수밖에 없었다. 젤다 공주가 힘을 깨우려고 하는 노력이 족족 수포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절박했고 왕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도 그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수군대고 있었다.
"어머니는 성공했는데." 링크가 근처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신하들이 수군댔다. "운명이란 가혹하지."
그래서 왕이 축전을 열었다. 허울 뿐이였지만 사람들이 이것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그저 재앙 가논이 부활하면 하이랄 전체의 군부대에 맞설 것이라고만 알 것이었다.
그날 저녁의 일들은 모두에게 힘만 뺐고 젤다 공주에게 특히 그랬다. 밤이 되자 그녀는 자리로 들어갔고 일찍 일어나곤 했던 미파도 들어갔다. 링크는 젤다 공주의 뒤를 따라가서 경비병을 다 검문해 보고 싶었다. 겔드 사막의 사건 이후로 곳곳에 수상한 그림자가 보이는 것 같았지만 우르보사가 말렸다.
"혼자 있을 시간을 좀 줘." 우르보사가 그의 팔을 쥐며 안다는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실 거야."
그래서 남은 넷, 링크와 우르보사, 다르케르와 리발이 성 내의 마당에 앉아 있었다. 다르케르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술을 꺼냈고 넷이 이를 같이 마시고 있었다.
사실 링크는 그들이 있는 것이 별로 싫지 않았다. 리발은 예외일 지도 몰랐지만 사실 같이 있는 것이 미묘했다. 아직도 이 사이에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몰랐다. 모두는 각각의 신수를 조종하기 전에도 명성이 높았고 일부는 그들의 종족의 지도자이기까지 했다. 우르보사는 겔드족의 족장에 미파는 조라족의 왕녀였고, 다르케르는 고론족의 '반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사들 사이에서는 높은 존경을 받는 대장이었다. 심지어 리발은 좀 거만하기는 했어도 리토족 사이에서는 영웅이었다. 그에 반해 링크는 그냥 일반인이었다.
순수 평민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는 왕실 기사의 아들이자 극소량이라도 있는 영지를 물려받을 자이기는 했다. 그런데 그의 가족은 하이랄 고위 귀족 사이에서는 그렇게 발언권이 높지 않았다. 그가 바위에서 검을 뽑은 뒤로부터 지위가 빠르게 상승한 것이었다.
왕녀와 족장, 장군과 영웅 사이에서 그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그래, 공주님과 너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다르케르가 묻자 그가 생각에서 깨었다. 다르케르는 흙은 한 줌 섞은 것이 확실해 보이는 술을 들고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링크가 머뭇거리자 우르보사가 입을 열었다. "그건 이미 물어봤어. 내가 알기로는 몇 달 뒤에 둘이 다시 어디 여정을 간다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전에 데스마운틴에 들러서 루다니아의 머리가 왜 닫히지 않는지 확인해 본다고는 했는데 사제들은 성스러운 샘에 가서 기도를 올리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셋은 그를 기대하듯 바라보았다. 링크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그는 여기에 말을 조금 더 하기로 했다.
"무슨 큰 의미가 있다나 그래요. 세 황금 여신과 연관이 깊다고 하면서요."
우르보사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는 방석에 몸을 기대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가 이를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녀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전설에 의하면 한때 여신의 환생이 하이랄의 대지를 걸으면서 이 땅을 지배하던 마수와 맞서기 위해 각각의 샘에서 하일리아의 축복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하지."
링크는 이 전설을 젤다 공주에게서 직접 들었었다. 왕족이나 귀족도 없던 시절의 초대 젤다와, 이름이 실전된, 처음으로 마스터 소드를 뽑은 전설의 용사에 대한 전설이었다.
"그래서...뭐?" 리발이 말했다.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그를 보았다. "그 샘들을 다 순회하면 봉인의 힘이 눈을 뜬다, 그런 건가?"
"뭐, 그렇죠." 링크가 말했다.
"그럴 리가 있냐?"
"리발..."우르보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니, 그렇잖아. 힘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지. 무슨 모험을 하고 나서 힘이 깨어난다 어쩐다 하는 거는 그냥 너무 동화 같다고."
"그래, 마수 얘기와 성검 얘기도 다 동화 같지. 이것도 다 동화에서 나온 거야. 말 그대로! 하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아."
리발과 우르보사는 그렇게 입씨름을 시작했고 다르케르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한편 링크는 리발의 말이 맞는 것인가 싶었다. 젤다 공주는 이게 통하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좀 절박한 분위기가 풍겼다. 잘못된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도 들었다. 아마 이 힘은 기도나 의식과는 무관할지도 몰랐다.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을 때에도 의식 같은 것은 없었던 것이었다.
리발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은, 만약 힘이 깨어날 거라면, 준비가 다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깨어날 거라는 거지. 성스러운 샘에서 기도를 올린다고 도움이 될는지 의심스럽다는게 다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공주님은 깰 때까지는 가만히 계시지 않을 거야." 우르보사는 링크를 흘긋 보고 안다는 눈빛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끝까지 그 분을 지킬 것이야. 그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우르보사는 씩 웃고 그의 생각을 알고 있듯이 눈짓을 주었다. 그의 볼이 붉어졌다. 그녀가 정말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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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떠서 제비 둥지 여관의 대들보를 올려다보았다.
그 기억은 어쩌다 떠오른 거지? 그가 그물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고 찬 아침 공기를 받으면서 생각했다. 그의 옛 동료들과 앉은 채로 어색함을 느낀 때가 떠올랐다. 왜 그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을 꺼린 거지? 무엇이 막았길래?
그가 영걸도 아니라는 생각은 이제는 어리석게 들렸다. 사실 이것이 운명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잘못된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젤다 공주가 이 임무에 그를 보낸 것이 적절하게 느껴졌다. 신수를 해방하는 것이 그에게는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왼쪽의 열린 벽에서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고 주변을 보자 리토족 하나가 아래의 호수로 급강하하는 것을 보았다. 물고기를 잡으러 가는 것 같았다. 다른 리토족도 날고 있었다. 주 마을과 외곽 마을을 이동하면서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오랫동안 날지 못한 날개를 마음껏 펴고 날고 있는 것 같았다.
링크는 미소를 지었다. 이 민족들을 구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동쪽에 있을 성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서는 볼 수가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미소가 옅어졌다. 이제 움직일 때였다. 그는 천천히 그물침대에서 일어섰다. 메도를 상대로 승리한 뒤에 리토의 마을에 지내는 동안 수차례나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것이었다.
그 동안에 리토족은 그를 환대했지만 테바가 생각보다 더 많은 찬사를 듣는 것 같았다. 테바가 메도를 해방한 진짜 영웅이라는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았다. 제 2의 리발이라고도 했다.
첫번째 영걸이 사망하고 100년이 지났어도 리토족의 긍지는 아직도 높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링크는 테바가 이를 다 받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차라리 그를 추앙하라고 할 생각이었다. 테바도 이를 부담스러워한 것 같았기에 링크는 정말로 이것이 싫지 않았다.
다만 장로 칸은 메도를 점거하고 있던 마수를 쓰러뜨리는 데에 링크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아는 것 같아서 그를 리토족의 친구라고 하였다. 원할 때까지 이 마을에 머물러도 좋다고도 했다. 더 좋은 것은 그를 다른 방면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에도 성공한 것이었다. 하이랄 평원을 거쳐간 링크는 중앙 하이랄이 얼마나 상태가 심각했는지 몸소 알고 있었다. 카시와가 조금 더 부추긴 것도 있었지만 칸은 이 땅을 점거하고 있는 보코블린과 모리블린 무리를 방해하기 위해서 정찰을 보내겠다고 동의하였다.
동쪽의 조라족이 물길을 확보하고 서쪽의 리토족이 하늘에서 공격을 한다면 중앙 하이랄이 조금 더 안전해질 것 같았다. 성 근처의 가디언 문제도 있었지만 이들은 가논이 쓰러지면 정리될 것이었다. 그리고 가논은 쓰러질 것이었다. 이제는 더 자신감이 붙고 있었다. 가논의 분신과의 싸움은 힘겨웠지만 그래도 승리는 할 수 있었다. 마스터 소드가 없어도 될 것 같았다.
리토의 마을에 있는 동안 그는 다른 일들도 이루었다. 링크가 만난 리토족 청년 파이슨은 이미 시자기 마을에 새 가게를 차릴 수 있는지 보기 위해 하이랄 평원을 거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링크의 제안은 조금 주제를 넘은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링크는 파이슨이 이에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는 신이 나서 이를 받아들였고, 이틀 뒤에 마을을 나섰다. 링크는 그에게 벌어질 가장 나쁜 일은 근시일 내에 다시 리토의 마을까지 돌아가는 것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다.
링크는 카시와가 조라의 마을에 다녀온 뒤로 쓰고 있었던 노래의 첫 소절도 들을 수 있었다. 그와 시드가 뇌수산에서 일군 승리에 대해서 듣는 것은 느낌이 이상하면서도 즐거웠다. 최소한 그 일들은 대부분을 기억할 수가 있었으니 말이었다. 카시와가 부른 몇몇 소절은 각색이 된 것 같기는 했지만 공자 앞에서 문자 쓰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푸른 영걸의 옷과 바지를 입고 리토족에게서 받은 새 망토를 그 위에 둘렀다. 리토족 몇몇이 비행 훈련장에서 그의 옛 망토와 다른 물건들을 가져와 주었지만 이번 망토는 이전 것보다 질이 훨씬 좋았다. 그들은 이 망토를 만든 특수한 천은 혹한의 환경에서도 따뜻하게 해 줄 것이며 비도 잘 막아줄 것이라고 했었다. 옛 망토보다는 무거웠지만 걸음이 느려지지는 않을 정도였다. 등으로 오는 망토에는 그의 패러세일에 그려진 것과 똑같은 리토족의 표식이 그려져 있었다.
그가 여관에서 나오자 길에 서 있는 몇몇 리토족이 그에게 손을 흔들고 가까이 있는 광장으로 가서 날개를 펼치고 출발했다. 링크는 내려가지 않고 몸을 돌려 올라가서 카시와와 그의 가족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어린이 여럿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서 달려 나왔고 그는 미소를 짓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속으로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다 맞힌 것 같았는데 혹시라도 하나 틀렸을까 싶어서 조용히 있었다. 지난번에 그랬는데 그 어리면서도 매서운 목소리 다섯이 마구 그에게 소리를 질러댔고 결국 어머니가 웃으면서 그들을 들여보내야 했던 것이었다.
카시와는 안에서 콘서티나를 조율하면서 앉아 있었고 하밀라는 근처 오두막에서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선한 물고기가 구워지는 냄새가 코에 도달하고 있었다. 카시와는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그의 옆의 방석에 고개를 끄덕였다. 링크는 그 자리에 앉았다.
"곧 가실 겁니까?" 카시와가 물었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나 이틀 뒤에 돌아올 겁니다."
겔드 사막으로 가는 길은 위험할 것이었다. 사막은 외곽이 고지로 둘러싸여 있어서 사막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유일했다. 처음 매복 말고는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그는 이가단이 아직 저 밖 어딘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거나 찾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겔드 사막으로 가는 길에는 분명히 매복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카시와와 테바와 논의를 한 끝에 그는 산길을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날아가기로 한 것이었다.
리발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링크는 이 리토족의 영걸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테바는 링크를 태우고 그렇게까지 멀리 날아가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었다. 중간에 다른 리토족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오래 걸릴 것이었다. 반면 메도를 타고 가면 하루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결국 리발도 그러겠다고는 했지만 메도가 무슨 당나귀같은 취급을 받는다면서 한탄하기는 했다.
카카리코 마을과 전날 리토의 마을 바깥에 있어 기동해 둔 시커족 사당을 사용하여 오고 가기만 한다면 링크는 그를 암살하려는 이들을 더 많이 속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운이 좋다면 이가단은 그가 사막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통째로 통과해 버렸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었다. 다만 사막에도 이가단이 있지는 않기를 바랐다. 불필요하게 신경이 쏠려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에 남기로 한 저의 생각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카시와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하지만 그대의 여행을 끝까지 볼 수 없게 된 것은 좀 쓰군요."
카시와는 한동안 리토의 마을에 가족과 같이 있기로 했고 링크는 그러라고 했다. 동료가 있는 것은 좋았지만 카시와의 가족을 더 잘 알게 되자 그를 더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카시와 본인도 자신이 가족 곁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털어놓았다.
"나보리스를 제압한다고 여정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링크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토벌해야 하는 마수가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을 겁니다."
카시와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율이 잘 되었는지 가벼운 음악을 연주했다. "링크, 성공하실 겁니다.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카시와, 고맙군요."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참 좋은 친굽니다."
이 말에 카시와는 잠시 쑥스러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의 표정은 따뜻했다. "링크, 그대도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이 끝나고 이 대지를 해방하고 나서는 그대와 공주님을 위해서 축가를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축가라니요?"
"분명히 해방을 축하하는 일은 있을 겁니다." 카시와가 말했다.
"아뇨, 그게...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데 하나 있어도 좋을 것 같군요."
"물론이지요. 우리의 땅이 구원 받고, 공주님이 다시 그대에게 돌아오니, 하이랄은 앞으로도 축하할 일이 많을 겁니다."
"그냥 관중들 사이로...사라질 수는 없겠죠?" 링크가 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안될 겁니다."
"그러면 그 전까지 머리가 좀 더 자라야겠군요." 링크는 잘라버린 머리를 손으로 씁쓸하게 매만졌다. 이미 수염은 다 깎은 채였고 리발은 이 모습이 훨씬 낫다고 했었다.
"걱정 마십시오. 수염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잘 맞는 운이 나온다면 모르죠."
"고맙군요."
카시와는 웃으면서 링크의 무릎을 쓰다듬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 하밀라가 아침 식사가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고 카시와의 다섯 딸이 그 말에 모두 다 올 때까지 있었다. 그는 그의 가족과 식사를 하고 작별을 한 뒤에 테바를 찾아갔는데 마을에 없었다. 그의 아내는 링크에게 테바가 아침 일찍 비행 훈련장으로 갔고 내일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를 듣고 링크는 리토의 마을을 나서서 스피릿이 기다리는 마구간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바로 사막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스피릿을 위해서라도 카카리코 마을과 하테노 마을을 들러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동안에는 스피릿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었지만 이젠 둘 모두를 이동시킬 수 있게 되었으니 스피릿을 좀 더 편한 곳에 데려다 놓을 생각이었다. 게다가 첩자들이 이가단에게 밀고할 수 있는 곳에 그의 말을 남겨두면 더 많이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링크는 마구간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마구간 밖에서 스피릿을 탄 뒤에 작은 벌목장을 나섰다. 그는 어깨 너머의 거대한 리토족의 바위 기둥을 올려다보았고 메도가 그 위에 선 것을 미소를 지며 보았다.
리발은 당연히 저기서 그냥 기다리겠지, 그가 말을 타고 가면서 생각했다. 다른 이들이 그를 볼 수 없는 자리까지 갔다고 판단한 그는 시커 스톤을 꺼내어 워프하였다.
Chapter 37: 35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그가 메도를 해방하러 간 동안에 하이랄의 나머지 땅에 여름이 온 것 같았다. 카카리코 마을에 스피릿과 함께 도착했을 때에 그는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서 습한 열기를 내리쬐는 것을 느꼈다. 데스마운틴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마에 바로 땀이 솟았다.
그의 아래에서 마을이 늘 그렇듯 북적였다. 농부들이 겨울에 심은 작물들을 수확하거나 봄에 심은 작물을 보고 있었는데 2주 전에 비하면 많이 자란 것 같았다.
그가 사당에서 내려가 마을로 본격적으로 들어가자 시커족들이 그를 부르면서 손을 흔들며 안부를 물었다. 그는 그들의 이름을 잘 몰랐지만 그들은 그를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는 것을 경계한 그였지만 카카리코 마을에서는 별로 큰 불쾌감이 없었다.
그는 임파의 큰 집으로 다가갔지만 낯선 이를 보자 머뭇거렸다. 이 남자는 그럭저럭 간단한 차림이었다. 키가 크면서 약간의 근육이 있고, 하얀 시커족 머리는 높이 꽁지로 묶었으며, 한 팔과 어깨를 그대로 드러내는 옷은 왼쪽 어깨에 꽃 문신을 드러내었다. 링크보다 나이가 확실히 많아 보였지만 시커족들이 그런 것처럼 머리색과 긴 수명을 고려하면 그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남자는 턱에 손가락을 얹고 있었고 이젤과 캔버스를 생각하듯이 바라보았다. 다른 손에는 끝이 좁은 붓이 있었다. 그의 옆에는 여러 물감과 붓이 있는 작은 탁자가 서 있었다.
보통 때라면 그는 그 남자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있던 이가단 습격을 생각해보면 이 남자는 마을과 굉장히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임파의 집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임파의 집을 그리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 남자가 그를 보는 눈빛은 무언가 불안했다.
그는 한동안 그를 보다가 임파의 집으로 가는 다리를 지키고 있는 두런에게 다가갔다. 보가드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가 마을로 가는 동안 꼬꼬들을 돌보는 것을 보았었다. 시커족 경비는 그가 다가가기 직전까지도 그가 온 것을 못 알아보았다. 그도 이 화가를 유심히 감시하는 것 같았다.
"링크님!" 두런이 눈이 커지면서 말했다. "금방 오셨군요."
"리토의 마을에서 왔습니다." 링크가 허리의 시커 스톤을 건드리며 말했다. "스피릿을 마구간에 맡겨둘 사람을 찾아주시겠습니까? 오늘 밤 이 마을에서 지낼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리토의 마을이요? 겔드 사막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링크는 머뭇거리며 속으로 욕을 했다. 마을을 나설 때에 했던 그의 속임수를 잊어버릴 뻔한 것이었다. "마을을 나서고 나서 계획이 좀 바뀌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두런이 말했지만 조금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는 사막으로 가시겠군요?"
"예, 그렇기는 한데,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여행의 경과를 최대한 비밀스럽게 하고 싶어서요."
두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분명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늘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것도 있습니다." 링크는 머뭇거렸다. 두런은 임파의 경비원이었다. 그러니 그를 믿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임파가 그를 신뢰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두었을 것이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화가를 돌아보았다. "저 자는 누구입니까?"
그는 두런을 다시 보았고 그의 얼굴이 조금 굳은 것이 보였다. "칸기스라 하는 자입니다. 링크님이 출발하시고 나서 며칠 뒤에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신뢰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두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인을 잘 신뢰하지 않습니다. 특히 과거 행적이 불분명한 자들을요."
"설마 이가단의 첩자이지는 않겠죠?"
두런은 그 말에 그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이가단을 아십니까?"
"여행하는 중에...마주쳤습니다." 그는 아직도 조금 영문을 모르는 것 같아서 링크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말을 계속했다. "데스마운틴으로 가는 길에 하나가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하산하고 나서도 두어명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요."
두런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져서 마치 겁에 질린 것만 같았다. "전...전혀 몰랐습니다. 링크님을 찾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해서요."
"당연한 일입니다. 임파와 파야에게만 말했으니까요. 그래서 행선지를 속인 겁니다. 좀 따돌릴까 해서요."
"그렇군요."
"두런, 이건 절대 누설하지 마십시오.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좋으면 카카리코 마을에 첩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들이 제가 사막에 갔다 왔고 이제는 리토족을 만나러 갈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두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안색은 머리털만큼 하얬다. 시커족은 자신의 분파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거센 것이 확실했다.
"임파가 안에 있습니까? 제 진행 경과를 보고하려 합니다."
"예, 안에 계십니다...어서 올라가십시오." 링크는 다리로 향했지만 얼마 뒤에 두런이 그를 불렀다. 몸을 돌리자 두런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성공하신 것은 맞죠? 신수 하나를 더 해방한 것 말입니다."
"예. 이제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
두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앞을 보아 지나가는 시커족 하나를 불러 스피릿을 마구간으로 데려가게 했다.
희망이라... 링크가 임파의 집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신수가 해방될수록 희망도 더 강해지는 건가.
그는 나무 문간을 가볍게 두드리고 문을 열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임파? 파야?"
"링크!" 파야가 얼마 뒤에 머리가 조금 어수선한 채로 문가에 나타났다. 볼도 빨개져 있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그녀는 문을 열어서 그를 응접실로 들여보냈다. 방석이 모두 방의 한쪽으로 치워져 있었고 바닥도 일부가 젖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파야를 보았을 때 그녀는 손에 젖은 걸레를 들고 있었다.
"또 청소인건가?" 링크가 말했다.
파야는 조금 놀라서 걸레를 들어 올렸다. "저라고 청소만 하는 건 아니에요. 신기하게도...제가 청소할 때에만 오시는 것 같아요." 그녀의 볼이 더 빨개져서 하얀 피부와 두드러졌다.
"파야?" 임파의 목소리가 뒷방에서 들렸다. "누가 왔냐? 조금 있다가 오라고 해라! 지금 바쁘다!"
"할머니, 링크예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임파가 지팡이를 바닥에 두드리면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얼마 뒤 계단 뒤에서 나왔고 눈은 흥분으로 차 있었다.
"성공한 거로구나." 그녀가 말했다.
"예." 링크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간적으로 임파는 더 젊은 분위기를 풍겼다. 더 곧게 서고 그 미소도 더 밝아졌다. 잠깐 링크는 더 젊은 시커족이 등에 넓은 시커족의 갓을 매고 이마에 시커의 눈의 문신을 새긴 것을 본 것 같았다. 파야와 할머니는 굉장히 닮은 분위기가 강했다.
임파의 눈은 아직 열린 문으로 향했고 그녀의 미소는 옅어졌다. "파야, 문을 닫거라."
파야는 그 말대로 문을 밀어 닫았다. 그녀는 그리고 몸을 돌려 방석으로 향해 셋을 꺼냈다.
"거기 두어라. 아직 귀리죽을 다 먹지는 않았으니까." 임파가 파야가 다시 방석을 제자리로 두는 것을 보면서 씩 웃었다. 그녀는 링크의 눈을 보면서 눈짓을 하였다. "자, 식사하는 동안 말해주어라."
그녀는 그를 작은 주방으로 데려갔다. 최근에 쓴 흔적이 있었는데도 집의 여러 구석처럼 매우 깔끔했다. 파야는 자신의 일은 잠시 제쳐두고 빠르게 뒤를 따랐다.
임파는 무릎 높이의 작은 탁자로 갔고 작은 방석 위에 앉았다. 그녀는 링크에게 건너편에 앉으라고 손짓했고 그는 이를 따랐다.
"하나 할 테냐?" 임파가 나무 수저를 들고 한입을 물며 물었다. 링크는 어깨는 으쓱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아침을 먹기는 했지만 생선 말고 다른 것도 먹고 싶었다. "파야, 링크에게 한 그릇 주겠나?"
파야가 링크의 귀리죽을 덜어주는 동안 임파는 다시 그를 보았다. "그래, 리토족은 어떠냐? 지난 100년간 가 본 적은 없는데, 그 음유시인이 말한 것을 들으니 대재앙 이전과 별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더만."
링크는 리토의 마을에 있는 동안의 그의 경험을 말해주었다. 메도가 있었고 식량도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어느 정도 풍족해 보인 모습과, 하일리아인 벌목장과, 신수가 제압된 뒤에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등이었다.
얼마 뒤 파야가 링크의 앞에 김이 나는 귀리죽 한 그릇을 내려놓았다. "설탕 넣으실래요? 그게 없으면 좀 싱거워서요."
"그래, 고마워."
파야는 미소를 짓고 일어서서 선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얼마 뒤에 인상을 찡그리더니 탁자로 몸을 돌려 그 위에 있는 물건들을 돌아보았다. 얼마 뒤에 놀란 듯 숨을 들이쉬었는데 링크에게는 놀랍게도 임파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할머니!"
"왜?" 임파가 갑자기 방어적으로 말했다.
"귀리죽에 설탕 넣으셨어요? 그러면 안되는 것 알잖아요!"
"설탕 없으면 싱겁다고 한 게 누군데?"
"그건 링크에게죠! 링크야 식사에 설탕을 좀 넣어도 괜찮지만, 할머니는 좀 더 조심하셔야 돼요. 생각보다 젊으신 게 아니라고요!"
"쳇!"
파야는 몸을 낮추어 식탁에서 설탕을 담은 병을 낚아채는 내내 할머니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녀는 링크의 귀리죽에 한 수저를 넣었고 다시 선반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는 임파의 손이 닿지 않을 가장 높은 선반에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설탕 병을 깊숙이 넣었다. 그녀는 다시 링크의 옆에 앉았는데, 임파를 계속 쏘아보기 위해서 앉은 것 같았다.
링크는 웃음이 절로 나왔고 임파는 그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입꼬리 씰룩거리는 것은 그만해라."
"그냥 두 분의 이런 모습은...본 적이 없어서요."
파야는 그를 보았고 그녀의 볼이 또 빨개졌다. 그래도 자세는 꼿꼿이 세웠다. "할머니 건강을 챙기는 제 모습을 사람들이 보는 일은 거의 없죠."
"난 아직 쌩쌩하다." 임파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고 다시 귀리죽을 보았다. "정말 얘가 보는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니까."
"등 뒤에서 자꾸 몰래 사탕을 드시니까 제가 이러죠. 분명 응접실 닦으라고 한 것도 제가 못 보게 하려고 한 거였죠?"
임파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 파야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갑자기 벌떡 깨어서 어두운 방을 돌아보았다. 여관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와서 그 창백한 빛이 얼마 없는 가구를 비추었다. 방에서 움직인 것은 없었는데 무언가 어색했다. 그의 본능은 그가 위험에 처하고 공격을 받고 있다고 하고 있었다.
그는 이불을 벗어던지고 일어서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의 검은 그가 자기 전에 두었던 그 자리인, 누운 상태에서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침대의 머리맡에 칼집에 꽂혀 있는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 그는 검을 뽑아서 왼손에 단단히 쥐고 창으로 가서 밖을 보았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그의 방 문이 벌컥 열렸고 그는 몸을 돌려서 방어적인 태세를 취해서 피하거나 내지를 준비를 갖췄다.
파야가 문가에 잠옷 차림에 더해 어깨에 망토를 두른 채로 서 있었다. 머리는 풀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늘 하던 화장이 지워져 있었다. 그녀는 링크를 겁에 질려서 바라보았다.
링크는 검을 내리고 앞으로 다가갔다. "파야, 무슨 일이야?"
"할머니가..." 그녀가 말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녀가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납치됐어요."
"납치? 누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고 그녀의 손에 든 흰 둥근 물체를 내려다보았다. 링크는 그 눈을 따라갔다. 그녀의 손에는 이가단의 뒤집힌 눈이 그려진 하얀 가면이 있었다. 링크는 그 가면을 보았고 그의 머리 속에서 심장이 거세게 고동치는 소리가 울렸다. 드디어 그들이 행동을 취한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그가 아니라 임파를 공격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상의를 잡고 머리를 통과해 입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넌 그냥 뒀어?"
"아뇨, 그들 중 하나가 저도 납치하려 했어요."
링크는 몸을 세우고 그녀의 뒤를 쫓아온 다른 이가단원이 방 안으로 뛰어들지는 않을지 돌아보았다. 그 순간에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그 표정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전과 다른 굳은 표정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더 자세히 보면서 차림을 보았다. 잠옷이 어깨 너머의 망토 대부분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이제 보니 검붉은 자국이 여럿 보였다.
"다쳤어?"
파야는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네."
그는 몸을 돌려서 바지에 다리를 넣고 이를 당겨 입고 상의 위로 허리띠를 매었다. 그는 검을 어깨 너머에 매고 고대 병기 검을 허리에 찼다. 이 전사들을 만났을 때 다시 무기가 없게 될 일은 없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편한 무게의 방패를 등에 매었다.
허리에 시커 스톤을 매고 그는 파야를 돌아보았다.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밖으로 빠르게 나갔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랐지만 휴게실에 다다르자 잠시 머뭇거렸다. 그날 저녁에 그는 휴게실에 칸기스가 있는 것을 보았었고 그의 방의 위치도 슬쩍 보았었다. 그는 파야에게 기다리라고 손짓하고 그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에 천천히 손을 가져가고 돌려보았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링크는 문을 열어서 어두운 방을 보았다. 그의 눈은 빈 침대에 향했다. 그는 얼굴이 더 굳으면서 몸을 돌렸다. 링크와 파야는 바로 여관 밖으로 향했다.
마을은 조용했다. 그 어떤 경보도 울리지 않았다. 임파의 집은 세심하고 조용하게 습격을 당한 것이었다. 파야가 자신을 습격한 이를 처치하지 못했더라면 그도 습격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왜 납치를 한 거지? 그가 열린 광장을 건너면서 생각했다. 왜 나를 자는 중에 죽이지 않고? 전날 밤에 문을 막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카카리코 마을은 다른 지역보다 더 안전할 것 같다고 느낀데다가 그날 저녁을 임파와 파야와 같이 잘 보낸 뒤로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경비는 어디에 있어?" 링크가 집 밖에 경비가 없는 것을 보자 물었다.
"두런은 제가 나오자 그들의 뒤를 따라갔어요. 숲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무슨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요."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가는 입구에 잠시 섰다. 그는 머뭇거리며 파야를 돌아보았다. "파야, 이건 분명히 함정이야. 싫으면 같이 안 와도 돼. 할머님은 꼭 구할게."
그녀는 링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제 일을 해야죠."
그는 그들의 어둑한 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하고 와. 그 차림으로는 잘 못 싸울 테니까."
파야는 달빛을 받은 언덕을 머뭇거리며 올려다보다가 몸을 돌려서 다리를 건너 집으로 들어갔다. 링크는 다른 움직임이 없는지 돌아보며 뒤를 따랐다. 이가단이 아직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안에 들어서자 싸움의 흔적이 보였다. 파야는 이미 방으로 올라갔지만 이가단원의 시체가 응접실 한가운데에서 검붉은 피가 고인 가운데에 쓰러져 있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링크는 몸을 낮춰 그 시체를 돌려 낯선 남자의 초점을 잃은 눈을 보았다. 가슴에는 여전히 칼이 박혀 있었다. 링크는 이 남자가 이 마을 출신은 아닌 것으로 짐작했다. 첩자가 아니었다.
얼마 뒤에 파야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게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그가 고개를 들러 그녀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목에서 발까지 다 가리는 진한 남색의 꽉 끼는 옷차림으로 있었다. 가슴에는 시커족의 눈이 그려져 있었는데 더 짙은색이었다. 목은 두꺼운 목도리로 덮여 있었고 코와 입을 복면으로 가려서 눈만이 나와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눈을 가리지 않도록 뒤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왼쪽 허리에는 구부러진 시커족의 단도가 있었고, 더 얇은 단검 둘이 오른쪽 허리와 왼쪽 겨드랑이 밑에 있었다.
"그..." 링크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 놀라며 말했다. 베란다에서 머뭇거리면서 대화하던 그 파야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목을 골랐다. "준비 됐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가능한한 조용히 움직였다. 파야의 옷은 은밀함을 위해서 특수히 만들어진 것 같아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링크도 그녀의 모습을 최대한 따라해 보았지만 그의 은신을 연습할 시간이 아니었다.
"경비원은 어떻게 통과한 거야?" 그는 파야가 들을 수 있는 정도로만 속삭이면서 언덕을 올랐다.
"모르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냥 연기 속에서 저희 방에 나타났어요. 하나는 잠자리에 드신 할머니를 바로 잡아갔어요. 다른 하나가 저를 잡으려 했는데, 싸운 끝에 계단을 굴러 떨어졌고요."
그녀는 더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링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응접실에서 싸운 끝에 그 칼을 꺼내든 것이었다.
"네가 싸울 수 있는 줄은 몰랐어."
"할머니께서 시커족의 전투 방식을 훈련시켜 주시긴 했지만..."
링크는 그녀가 어둠 속에서 떠는 것을 보았다. 그녀야 싸움을 할 줄 알았고 필요하다면 목숨도 빼앗아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살인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와 비교하면 안되었다.
"정말 잘했어. 찾아내면, 임파를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에 집중해. 이가단은 내가 맡을게."
내가 오면 임파는 신경 안 쓰기를 바랄 수밖에. 링크가 쓰게 생각했다. 이가단의 함정을 발동시키고 둘 다 안전하게 피신시키는 거야.
그는 허리의 시커 스톤을 내려다보고 그의 손가락을 아이템들에 올렸다. 화면은 그가 무슨 아이템을 가리키고 있었는지 나타내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보지 않아도 어느 아이템이 어디에 있었는지 짐작할 수는 있었다. 이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무고한 이들이 있는 동안에는 폭탄을 던질 생각이 아니었다.
그들은 빛나는 사당에 도착했고 주변을 조심스레 돌아보았다. 오늘 밤의 근처의 숲은 그림자 속에서 반짝이는 반딧불이 몇몇 말고는 많이 어두웠다.
링크는 파야를 보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이가단이 또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고 여기로 오기는 했는지도 몰랐다. 두런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올라가는 동안 발자국이 보이기는 했지만 밤에 숲 속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찾는 것은 경험이 좋은 사냥꾼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뒤에 있어." 링크가 말하고 숲으로 향해 갔다. 숲의 한가운데로 가는 길을 타지 않고 그의 발걸음을 조심하면서 그림자에 몸을 숨기기로 했다.
땅에 나뭇가지가 없어. 그가 나무 사이를 걸어가면서 생각했다. 그는 땅을 보면서 부러진 나뭇가지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무성한 잔디와 수목, 그리고 꽃 말고는 없었다. 이는 그가 이 숲에 처음 들어섰을 때에 본 모습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신비한 토끼 같은 생물은 없었다. 주변의 숲은 어두우면서도 신기하게 조용했다. 밤의 풀벌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들렸지만 그 소리도 무언가에 묻히는 것 같았다.
몇 분 뒤, 링크는 서서 손을 들었다. 뒤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는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어두운 옷에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조용해. 움직이는 데도 소리가 거의 안 나. 그녀는 천성이 전사는 아니었지만 훈련을 철저히 받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다시 돌아보면서 어두운 숲을 인상을 찡그리며 보았다. 머리 위의 이파리가 굉장히 짙게 자라서 달빛이 거의 통과하지 않았다. 그 누구라도 여기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수 있었다.
갑자기 링크 앞에 있는 나무의 바로 너머에서 반딧불이가 번쩍였다. 녹색 빛은 거친 나무 줄기를 어둠 속에서 굉장히 세게 비추는 것 같았다. 얼마 뒤에 빛이 사라지면서 그 잔상이 남았다. 한동안 어둠만이 있다가 반딧불이가 하나 둘 빛을 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고 그러는 동안 반딧불이 여럿이 반짝이며 빛을 냈다. 숲에서 무언가의 선을 이루어 어딘가로 그들을 안내하는 것 같았다. 그가 다시 파야를 돌아보자 그녀도 눈이 휘둥그레진 것을 보았다.
대체 뭐하는 짓이야... 링크가 반딧불이의 길을 따라가며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마음 속에서 그대로 가라고 하고 있었다. 마치 숲이 그를 더 깊이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어린이들은 이 숲의 마법이라고 했지. 게다가 난 이 숲의 그 정령을 보았고...
그들은 숲의 더 깊은 곳, 달빛이 잎을 뚫고 들어와서 작은 공터를 비추는 곳으로 도착했다. 링크는 머뭇거리면서 나무의 경계에 서서 그 공터를 유심히 보았다. 그의 옆에서 파야가 섰는데 이게 들리기보다는 느껴졌다.
갑자기 주변의 반딧불이들이 밝아졌다. 수십을 넘어 수백 개의 녹색 빛이 그들 주변을 비추었다. 나무에서, 공터에서, 덤불과 꽃에서 모두 비추고 있었다. 링크는 천천히 일어서서 주변의 숲이 밝아진 것을 놀라워하며 돌아보았다.
파야도 복면을 내리면서 주변을 놀라움에 찬 표정으로 보았다.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았고 급한 상황 속이었지만 미소를 지었다. 그녀도 그의 옆에 있었던 불안감은 하나도 보이지 않은 채로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보니 그녀는 꽤 예뻤다.
그때 링크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 주변의 반딧불이가 한순간에 빛을 끄면서 주변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 파야는 다시 복면을 올렸다. 링크는 방패를 팔에 걸고 검을 최대한 조용히 뽑았다. 둘은 그 소리의 근원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럴 필요는 없다. 내가 왔으니, 그 분은 풀어줘라."
둘은 숲을 나누는 작은 시내 건너편의 다른 공터로 다가갔다. 근처에는 두꺼운 나뭇가지를 묶어서 만든 작은 나무 다리가 시내를 거치고 있었다. 다리 건너에는 머리 위의 보름달이 비추고 있는 초원이 있었다. 두런이 그의 잔심의 단도를 오른손에 쥔 채로 서 있었다.
공터에는 다른 사람도 서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어깨가 벌어져 있었다. 그의 진홍색 옷과 뚜렷하게 하얀 가면은 그가 이가단원임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링크가 처음 싸운 이와는 달리 갑옷을 더 많이 갖춰 입고 있었다. 그는 양 손으로 굉장히 긴 검을 비껴 쥐고 있었다.
"두런, 경고했을 텐데요. 조직을 떠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당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요." 키가 큰 이가단원이 말했다.
파야는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고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몸을 기울여 그의 귀에 속삭였다.
"저 자는 할머니를 잡아간 자가 아니예요."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터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럼 다른 놈은 어디 있고, 임파는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저긴가?
그는 나무 옆에 쭈그려 있는 작은 모습을 알아보았다. 확실히 보기는 어려웠지만 임파임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다른 이가단원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있는지도 몰랐다.
"조직을 떠난 것의 대가는 잘 알고 있다." 두런이 검을 다시 강하게 잡으면서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를 치르러 왔으니...저 분은 보내 주어라. 다른 이들도 두어라."
이가단원은 조용히 웃었다. "어리석군요. 당신의 목숨 만으로 주군이 만족하실 거라 생각한 겁니까?" 그는 검을 빼어 들어서 그 시퍼런 날을 달빛에 비추었다. "아뇨, 당신의 배신의 대가는 당신의 목숨 그 이상으로 치러야 합니다. 당신의 자식들도 죽은 뒤...당신의 목숨을 거둬가죠."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두런은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내가 소중히 하는 이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을 거다!"
두런의 뒤, 나무의 뒤에서 다른 이가단원이 조용히 나왔다. 이 자는 델리아처럼 더 몸집이 작고 유연해 보였다. 그는 두런의 뒤에서 다가가면서 몸을 낮추었다.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이것은 그를 노린 함정이 아니었다. 그들의 조직의 배신자, 두런을 노린 함정이었다.
"두런, 뒤를 조심하십시오!" 링크가 나무 뒤에서 튀어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두런은 몸을 돌려 더 작은 이가단원을 공격했지만 그는 뒤로 뛰어 연기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무슨?" 더 키가 큰 이가단원이 링크를 보며 말했다. 그의 가면을 통해서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자세를 보자 꽤 놀란 것 같았다. "당신!"
링크는 다리를 뛰어가서 그를 놀란 듯이 보는 두런 옆에 섰다. 그의 뒤에서 파야가 달려오는 것은 듣지 못했고, 그는 그녀가 임파에게 달려가 임파를 피신시키고 있기를 바랐다. 지금 그녀에게 신호를 보낼 수는 없었다. 그녀도 있다는 것을 이가단이 눈치채게 할 수는 없었다.
"이 자가 돌아왔다는 말은 하지 않았군요." 이가단이 두런을 다시 보면서 말했다. 두런은 링크에게서 눈을 떼고 이가단원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뭐, 저희의 함정으로 그를 끌어들인 것만으로도 크나큰 행운이군요. 재앙이 오늘 밤 저희를 축복하는가 봅니다!"
이제 그만...! 링크가 생각했다. 그는 키가 큰 이가단원의 심장을 겨누면서 앞으로 검을 찔렀다. 그는 뒤로 물러나 그의 검으로 이를 막았다.
"보호 부탁합니다!" 링크는 다른 이가단원의 접근을 생각하며 말했다.
두런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링크의 뒤에 서서 그의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링크와 이가단원은 그렇게 교전하였다. 이가단원이 쥔 그 검은 링크의 검의 거의 두 배 길이여서 거리상으로는 우위였지만 링크는 더 빠르게 공격하여 그 무거운 검이 따라갈 틈을 주지 않았다.
이가단원은 검으로 넓게 베었고 링크는 방패를 들어서 검격을 막아내고 위로 자신의 검을 찔러 그의 적수의 배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 끝에 피가 묻었지만 그가 뒤로 뛰어서 치명타는 피했다. 그는 링크가 알아듣지 못한 말로 욕을 하면서 그의 배의 구멍에 손을 얹었다.
그러더니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위를 조심하십시오!" 두런이 외쳤다.
링크는 앞으로 뛰었고 이가단원이 나타나서 위를 베어 그를 두런에게서 떼어 놓았다. 두런은 그 키가 큰 이가단원을 공격하려 했으나 상대는 장갑을 낀 손으로 그를 쳐내어 땅으로 밀었다.
이가단원은 땅에 박힌 검을 뽑아서 링크의 심장으로 찔렀다. 그는 이를 쳐내고 앞으로 달려서 발을 내질러 몸이 큰 자의 발을 걸어 땅으로 넘어뜨렸다.
링크는 그의 검을 역수로 잡고 재빠르게 그 놀란 이가단원의 심장으로 박아넣었다. 그때 갑자기 낫 하나가 링크의 검을 갈고리처럼 걸어서 그의 균형을 넘어뜨려서 검은 그 이가단원 바로 옆에 땅에 박혔다. 동시에 다른 무언가가 그의 팔의 방패를 잡더니 이를 돌려 빼버렸다.
그는 뒤로 뛰어서 이제 셋으로 늘어난 이가단원과 거리를 두었다. 구부러진 낫을 들고 이가단 둘이 더 뛰어든 것이었다. 하나는 그의 방패를 숲으로 던져버렸다. 키가 큰 자는 다시 일어서서 검을 앞으로 겨누면서 링크를 바라보았다.
두런은 다시 링크의 옆에 서서 이번에는 방어적으로 검을 쥐었다. 한동안 그렇게 바라보더니 몸집이 작은 두 이가단원이 그들의 양 옆으로 달려가 에워싸려 했다.
링크는 방패를 빼앗겨버린 것에 스스로를 꾸짖으며 오른팔을 굽혔다. 방비가 떨어진 것만 같았다. 이렇게 교활한 전사들이 있을 때라면 그런 추가적인 방어수단이 확실히 필요했다.
얼마 망설인 뒤에 그는 그의 허리에서 고대 병기 검을 꺼내어 다른 손으로 잡아서 켰다. 푸른 날이 어둠 속에서 빛났고 이가단은 조금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바로 공격하였다.
이가단원 하나가 낫으로 링크의 목을 노렸다. 그는 이를 쳐냈지만 큰 이가단의 날이 뒤따랐다. 링크는 이를 고대 병기 검으로 막았고 두 날이 만나자 그 에너지가 파박거렸다. 검은 장검을 베어버리지는 않았지만 검이 서로 떨어지자 날을 깊이 파고 들은 것이 보였고 그 틈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세번째 이가단원은 링크 뒤에 선 두런을 공격했지만 이를 볼 시간은 없었다. 키가 큰 이가단원이 그의 장검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자 기겁하는 것 같았지만 다른 이가단원이 델리아와 비슷한 빠른 유연함으로 공격했다.
그 이가단원은 놀랍도록 빠르고 매섭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링크는 이미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는 그 단원의 날을 자신의 검으로 막고 고대 병기 검을 앞으로 질렀지만 그녀는 그의 손목을 쳐서 밀어버린 뒤, 왼팔도 잡으려 했으나 빼어냈다. 그는 구성원을 발로 차 밀쳐냈고 그 큰 이가단원의 장검의 검이 그의 머리를 베려 한 것을 피했다.
그는 이에 반응하여 그가 장검을 놓치도록 팔을 베었지만 그의 몸집과는 다른 순발력으로 움직였다. 링크가 다른 공격으로 반격하기 전 다른 이가단원이 그에게 덤볐고 그 낫이 그의 팔을 스쳐 그의 상의 밑의 팔을 살짝 베었다.
그는 숨을 참고 이 순간에 집중하였다. 순간 모든 것이 느려졌다. 그는 그의 빈틈을 잡기 위해서 팔을 너무 뻗은 그 여성 이가단 구성원의 가면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 구성원의 심장에 검을 찔러넣었다. 느린 움직임으로 그 가면을 쓴 얼굴은 그 검이 자신의 심장을 꿰뚫는 것을 보았다. 구성원의 낫이 그 손에서 떨어지고 이어 무릎을 꿇었다.
그의 주변에서 모든 것이 다시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링크는 검을 바로 뽑아서 피를 흩뿌리면서 그 큰 이가단의 장검을 쳤다. 장검은 그가 고대 병기 검으로 베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부러졌다. 부러져 날아간 날은 링크의 팔을 가볍게 베고 땅에 그 끝이 박혔다.
격노에 차 그는 귀에 피가 끓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 목숨을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다시는...!
그가 이가단원을 매서운 속도로 베면서 생각했다.
다시는 내가 지키겠다고 맹세한 이들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어!
그 이가단원도 검술에는 어느 정도 능숙해서 부러진 장검으로 조금은 막아냈지만 그것도 간신히 한 것이어서 빈틈이 생겼다.
임파도!
링크는 베었고 이가단원은 이를 막았다.
파야도!
링크는 고대 병기 검으로 이가단의 팔을 공격했으나 이가단원은 뒤로 뛰고 그 검으로 베면서 앞으로 달렸다.
젤다도!
그의 주변에서 싸움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두런은 다른 이가단원에 맞서고 있었지만 이미 팔과 가슴 쪽에 부상을 입어서 간신히 저항하고 있었다. 파야도 가시가 난 둥근 무기 둘을 들고 네번째로 나타난 이가단원에 맞서고 있었다. 링크가 찌른 그 구성원은 땅에 쓰러져서 피를 잔디 위로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 속에서 링크는 다른 세 이가단 구성원이 도망치고 있는 젤다 공주를 뒤쫒고 있는 것도 보였다.
그 키가 큰 이가단의 부러진 장검이 링크의 허리를 향했지만 그는 이를 조라의 검으로 막아내고 앞으로 달려 이가단의 목에 고대 병기 검을 박아 넣었다. 그는 번쩍이는 날을 옆으로 향해 베어내고 이를 꺼서 허리에 다시 찼다.
그는 두런에게 달려갔다. 그와 맞서던 이가단원은 링크를 보고 뒤로 뛰어서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몇 발짝 뒤의 허공에 나타나서 그 자리에 조금 떠서 수리검 몇 자루를 링크에게 던졌다. 하나는 링크의 오른 어깨를 깊이 베었고 그는 이 고통에 신음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가단이 착지했을 때 링크는 이미 그 자리에 와 있었다. 구성원은 황급히 낫을 꺼내어 자신을 보호하려 했으나 링크는 강하게 두 번 베어서 그 낫을 쳐내버리고 손목까지 꺾어버렸다. 그 뒤에는 그 구성원의 목숨까지 끊어 놓았다.
"링크!"
임파가 그를 불렀다. 링크가 몸을 돌리자 마지막 구성원이 파야의 위팔을 그 가시로 깊이 박은 것을 보았다. 파야는 숨을 들이쉬고 단도를 떨어뜨리고 피가 흐르는 팔을 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링크의 마음 속에 무언가가 깨어났다. 깨어난 뒤로 한번도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낯익은 격노였다. 그는 앞으로 달려서 사람이 가능한가 싶은 속도로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이가단 구성원이 파야를 베려 하자 링크는 그녀를 뒤로 밀어냈다. 그는 그 둥근 날의 가시 사이로 검을 끼워 넣어 이를 받아내고 돌려 이를 손에서 빼어버렸다.
이제 그가 지키기로 한 이와 이를 빼앗으려 하는 자 사이에는 그가 있었다. 그가 있는 한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다시 공격하였다. 이가단원은 남은 날로 그에 맞서려 했지만 그 날은 검과의 교전을 상정한 무기가 아니었다. 특히 링크의 검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곧바로 그 암살자의 숨이 끊어졌다.
링크는 그의 주변을 돌아보면서 몸을 떨었다. 두런은 충격을 받은 채로 그를 보았다. 임파는 다행스럽다는 듯이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젤다는 땅에서 크게 놀란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니잖아...
젤다가 아니라 파야였다. 대체 왜...
기억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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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주라고 하는 작자가!
링크는 정말 시도를 했었다. 모든 것을 해 보았었다. 견해 차이와 그에 대한 그녀의 반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모든 것을 참아 왔었다. 그녀가 그에 대해서 보이는 태도를 자신이야말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쏘아붙이는 것을 씹어 삼켜왔었다. 그녀의 말대로, 시커족 사당에서 엉뚱하게 분노를 표출하여 자신에게 그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고 사과했을 때 그녀를 용서할 생각까지 했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는 일이 바뀌기를 바랐다. 그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과 이후 겔드 사막으로 가는 길 동안에 그녀는 조금은 상냥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그가 보이면 도로 무뚝뚝해지고 홀로 한숨을 쉬는 태도로 돌아가 버린 것이 아닌가. 사막에 도착하는 순간 그를 떨쳐내 버리려고까지 했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참담하게도 이에 성공한 것이었다. 우르보사는 그와 그녀를 화해시키려고 온갖 수를 써 보았지만 가장 최근의 일은 대단하게 실패해버렸다. 전날 밤에 우레와 같았던 그 장난으로 젤다 공주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이 일이 벌어져 버린 것이었다.
공주가 어딘가로 가 버린 것이었다.
우르보사는 겔드 인원을 기마 인원과 썰매 인원으로 나눠서 겔드의 마을 주변을 돌아보게 했다. 우르보사는 공주가 몰래 연구를 더 하기 위해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수로 향했다. 링크는 말도 단서도 없어서 그녀가 위장을 하지 않았을까 해서 바자를 향해 갔다. 도시 안으로 들어갈 때에 위장이 통했으니, 나가기 위한 위장도 분명 통할 것이었다.
복면을 쓴 그 누구라도 그녀일 수 있어서 그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각자의 정체를 나름대로 확인해보려 했다. 사막의 열기를 감안하면 망토를 둘러서 헤브라 산맥의 추위를 버티는 것만큼이나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머리 위의 해를 바라보았다.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고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바람도 거세지면서 모래와 먼지를 그의 얼굴로 날렸다. 설마 모래폭풍에 휘말리면 어쩌지? 그는 속으로 이를 생각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어젯밤에 말을 걸었을 때에 대답을 정말 했어야 했다. 그녀는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말해 달라고 했었는데, 그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그가 그녀를 경멸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가 야자수에 기대어 생각했을 때,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 그녀가 어떻게든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하는 날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있는 것은 사실 참 편했다. 그에 대한 반감을 전부 잊어버리고 그녀의 연구와 앞으로 무엇을 발견할지에 대한 기대함을 말하는 순간, 그리고 그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신수의 내부 구조에 힘을 쏟아보거나 프루아와 같이 땅을 파고 있는 동안,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맙소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가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까다로운 면모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키는 공주를 좋아한 것이었다. 그에게 쏟아내는 그 성질이야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무조건적으로 가지던 그 반감에 그는 씁쓸해했지만 그런 감정은 그녀가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전날 밤에 우르보사가 해명해 주었었다.
"우리 공주님은 네 등에 있는 검을 볼 때마다 풀이 죽거든. 자신은 하이랄 왕가의 반쪽짜리 공주, 라면서 말이야."
그런데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은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그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정말 우연이었는데, 그렇다면 그게 근본적인 문제인 것이었다.
"이 아이는 있잖아, 줄곧 노력해 왔어. 봉인의 힘을 얻기 위해 어릴 때부터 매일매일 기도의 수행..."
링크는 그 수행을 알고 있었다. 매일 아침과 저녁마다 하던 것이었다. 그가 깨어있다는 것을 알기도 전이었거나, 그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했을 때에도 보았다. 여건이 된다면 못에 무릎을 꿇은 채로 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 의미를 몰랐다. 그녀는 그 축복이 마치 절대로 오지 않을 것처럼 매일 기도했었다. 조바심을 낸다고 멋대로 생각했던 과거의 그가 부끄러웠다.
"정말...착한 아이야."
우르보사는 그녀를 애정 어린 포근함으로 묘사했었다. 졸고 있는 공주의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쓸어내면서 그녀를 보는 눈에 링크는 어머니와 같은 애정을 보았다. 공주가 거의 기억하지도 못하는 그런 어머니와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링크는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왜 그런 태도로 나왔는지, 왜 그를 짜증스럽게 대했는지, 왜 그와 어떻게든 공감할 수 없었는지 등이었다. 물론 전부 그의 탓은 아니었다. 공주는 한 성질 했고 그조차도 그녀가 쓸데없이 짜증을 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조차도 그녀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가 말을 해 달라고 했을 때 그는 침묵했다. 친구를 필요로 할 때 그는 냉담했다. 그녀가 좀 혼자 있고 싶어할 때 억지로 곁에 있었다. 게다가 어쩌면 그녀 옆에 서 있어야 했는지도 모를 때, 그는 그녀의 뒤에 섰던 것이었다.
왜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 우르보사는 그의 탓이 아니라고는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의 행동이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도 원리원칙적으로 기사의 의무를 따르고 있지 않았던가. 왕족이 있을 때에 기사가 더더욱 가져야 하는 책무에 대해서는 아버지의 말이 맞았는지도 몰랐지만, 성 밖에서 젤다 공주가 왕족처럼 행동하려고 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들이 여행할 때 왕족 대우를 바라기는 했단 말인가.
정말 그가 바보였다. 그리고 결국...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는 나무에서 몸을 일으켰다. 망토를 쓴 사람 하나가 바자에서 뛰어나와 근처의 모래언덕으로 달렸다. 그녀가 달리는 동안 망토가 뒤로 날려 낯익은 금발이 나타났다. 젤다 공주가 발이 빠지는 모래에서 필사적으로 뛰고 있었다.
쫓기고 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한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망토를 둘렀지만 그의 망토도 벗겨져서 더 꽉 끼는 옷과 흰 가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성으로 보인 다른 이가 나타났다. 그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몸을 돌리면서 망토를 땅으로 던졌다. 그녀는 하얀 가면을 쓰고 둘을 뒤쫓았다. 그러더니 충격적이게도 다른 방향에서 세번째 이가단 구성원이 나타나서 공주의 퇴로를 끊으려 하고 있었다.
"반드시 지켜 주라고." 우르보사가 말했었다.
그는 망토를 벗어던지고 등에서 마스터 소드를 뽑아 내달렸다. 그동안 달린 것 보다 훨씬 더 빨리 달려야 했다. 그녀를 반드시 지켜야 했다.
젤다의 망토가 어깨에서 떨어져 그녀의 도주를 조금이나마 도왔지만 얼마 안되었다. 이가단원은 모래를 달리는 데에 더 효율적인 신발을 신고 있어서 그녀를 금방 따라잡았다. 링크의 신발조차도 모래에 빠지고 있었다. 그와 젤다는 발을 뗄 때마다 모래를 흩뿌렸지만 이가단원은 발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녀를 구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가단원의 주의를 끌기 위해 소리를 질러보았다. 공주가 당할 일을 막기 위해서 아는 방법은 다 써 보았다. 그런데 그들은 그녀를 쫓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넓게 퍼지면서 그녀를 에워쌌다.
그녀는 숨이 차는 듯 손을 가슴에 얹고 주변을 겁에 질려 돌아보았는데 그녀의 퇴로가 세번째 이가단원에 의해 막혀 있었다. 그녀는 다른 길로 가려 몸을 돌렸지만 다른 이가단원이 따라잡았다. 다시 몸을 돌렸지만 뒤로 발이 걸려 넘어졌고 첫번째 추격자가 망토를 벗어던지고 날카로운 낫을 쥐고 앞으로 나섰다.
이가단원은 낫을 손 사이에 돌리더니 그녀의 숨을 끊기 위해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안돼!"
낫이 땅으로 떨어지고 마스터 소드가 위로 솟았다. 낫의 날은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링크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세게 아래로 베어서 그 암살자를 어깨와 가슴으로 깊이 베었다.
그 이가단원이 쓰러지자 링크는 몸을 돌려 큰 숨을 쉬면서 그 암살자 둘을 이전에 느낀 적이 없던 격렬한 분노로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의 공주를 절대로 죽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가단 둘은 잠시 뒷걸음질을 치더니 서로를 보았다. 그들의 자세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들은 링크를 다시 보더니 한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갑자기 불꽃과 연기와 함께 둘은 사라져버렸다.
링크는 그 자리에 서서 그의 가슴이 벌렁거리는 채로 반격에 대비했다. 암살자들이 다른 공격을 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다른 소리가 들렸다.
울음소리였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돌려서 모래에 꽂았고 손에 얼굴을 박은 젤다 공주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공주님," 그가 말했다. "괜찮습니까? 다치지는 않았습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지만 계속 우는 동안 몸이 떨렸다. 머뭇거리며 링크는 무엇을 할지 몰라서 손을 내밀었다. 무엇이 적절했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녀는 바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어깨 근처의 그의 손을 보았고 그의 눈을 보았다. 재빠르게 그녀는 그를 자신의 팔로 감싸안으며 그를 뒤로 넘어뜨렸고 더 센 울음소리로 그에게 매달렸다.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링크는 자신의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그녀가 우는 동안 그녀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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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링크가 소리를 지르면서 임파와 파야에게서 물러났다. 그는 어두운 숲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보면서 세게 떨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여기 있어서는 안되었다.
"링크..." 파야가 입을 열었지만 그는 그녀를 듣지 못했다.
그는 몸을 돌렸다. 이가단의 시체들이 보였다. 그녀의 공주를 암살하려 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막았는데 그녀, 젤다는 어디 있단 말인가?
성, 성에 있었어.
그녀를 보호해야 했다. 구해야 했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떨리는 손으로 빼었다.
지도...지도, 어딘가에...찾았다!
"링크, 뭐하는 거냐?" 임파가 불렀지만 그는 이를 무시하고 하이랄 성 시내의 외곽에 있던, 이전에 기동했던 시커족 사당의 표식을 바라보았다.
그의 공주를 지킬 것이었다.
링크는 그 표식을 눌렀고 그의 몸은 개의 푸른 빛의 선으로 나뉘면서 숲을 벗어났다.
하이랄 성으로 가는 것이었다.
Notes:
[Name glossary]
Pikango = 칸기스
Chapter 38: 36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그의 마음 속 한 구석에서 링크는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신을 놓아버렸다. 지금의 그는 신수도, 마스터 소드도, 계획도, 그 일말의 희망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제 멈출 수 없었다. 잃어버린 기억으로 인해서 어떻게든 억제하고 있던 그의 맹렬한 모습을 이제 와서 다시 묶을 수는 없었다.
머리 위에서 붉은 번개가 쳤고 성에 이렇게까지 가까이 가니 보름달도 불길한 붉은색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는 원념의 기운이 더욱 강했다. 신수에서 느낀 그 기운은 가논의 진정한 힘에 비하면 맛보기에 불과했다. 이렇게 증오와 파괴의 화신의 바로 앞에 서 있는 지금은 공기도 안개로 붉어져 있었고 그 존재의 억누르는 기운이 더욱 강했다.
비록 계획은 없었지만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면 될지 알고 있었다. 성의 정문은 정문 바로 앞의 시내가 그러한 것처럼 가디언들로 가득했다. 이성을 잃은 그였지만 그래도 링크는 정문을 돌파하고 살아남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 정도는 이성적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으로 들어가는 다른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볼든의 말에 의하면 다른 이들이 비밀통로 여럿을 통해 성 안으로 들어갔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이곳에 오자 그 통로 중 하나가 기억 속에 떠오른 것이다.
그는 고개를 들고 가논이 부활하자 성 주변에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 기둥 아래에 숨은 채로 목표물을 찾는 가디언이 지나가는지 지켜보았다. 보는 것으로도 링크는 겁이 났지만 공주가 여기에 더 오래 갇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에게 더 큰 두려움을 주었다.
가디언이 지나가자 그는 그 모서리에서 뛰어 아래의 검은 물로 뛰었다. 해자의 흐름이 그를 바로 하류로 밀어냈지만 그는 오래 전에 미파가 가르쳐준 몸동작을 따라서 흐름을 따라서 갔다. 시간이 없었다. 물에 있는 동안 가디언이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방어할 시간도 없을 것이었다.
그는 빠르게 반대쪽 물가에 도착해서 가디언이 보기 전에 큰 바위 뒤에 웅크려서 숨었다. 프로펠러가 도는 소리와 목표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눈의 기계소리가 들렸다.
가디언이 다시 지나가자 그는 바로 서서 100년의 시간 동안에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 있으리라고 기억하고 있던 길을 찾아 어둠을 더듬었다.
"아버지, 왜 성에 이런 비밀 출입구가 있습니까? 암살자와 도둑들이 들락날락하기 쉬울 것 같은데요?"
"링크, 그건 우리도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거지. 그리고 놈들이 우리가 안다는 것을 모른다면 더욱 효과적일 거다."
벽을 더듬는 동안에 기억이 번쩍였다. 아버지가 그를 여기로 데려왔을 때 그는 몇 살이었는지 몰랐는데, 아직 어린아이였을 것임은 확실했다. 아직 종사가 아닌 시절이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성에서 살았단 말인가? 아니면 하테노 마을의 그의 가족의 영지에서 출발했던 것인가?
이걸 찾는 동안 어둠이 그의 주변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하이랄 성의 그늘 아래에서는 달빛도 볼 수 없었다. 별들은 빛을 흡수하면서 빛을 내지도 않는 것 같은 붉은 안개에 덮여 있었다. 마침내 벽의 갈라진 틈이 손에 느껴졌다. 성인이 들어가기에는 좁았지만 그라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등에서 검과 칼집을 빼내어 바위에 걸리지 않도록 옆으로 들었다. 그런 뒤에 그는 좁은 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틈은 꽉 낄 정도로 좁았다. 너무 좁아서 머리도 숙일 수 없었고 그의 머리를 옆으로 돌려도 간신히 통과할 정도였다. 그가 마침내 반대쪽으로 들어가자 그의 팔과 얼굴이 긁혀서 피가 났지만 일단 통과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반대쪽에는 칠흑과도 같은 어둠만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방에는 빛이 전혀 들지 않아서 링크의 불안함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는 등에 검집을 매고 허리에서 고대 병기 검을 꺼내어 이를 켰다. 푸른 빛은 돌 속의 작은 동굴을 밝혔고 성의 기반으로 더욱 깊이 이어지는 통로를 비췄다.
하이랄 성은 오래 전에 산 위에 지어졌었다. 나라 곳곳에서 돌을 가져오는 대신에 건축가들은 그 산의 돌을 이용해서 성을 지었다. 다른 산처럼 성이 지어진 그 산에는 여러 곳으로 이어지는 굴이 있었다. 몇몇은 일부러 무너뜨렸었지만 이번 것과 같은 굴들은 일부러 두었거나 수백 년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되었었다.
링크는 머리 위로 검을 밝혀서 들고 어둠으로 나아갔다. 한동안은 맨 돌벽을 비추었다가 어둠을 헤치면서 나아가자 벽과 바닥에 흘러내리는 검은 점액이 보였다. 원념의 늪이었다.
여기에는 뭐가 살고 있는 거지?
링크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검은 실처럼 연결된 원념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젠 화살도 없고, 활도 없는데.
하지만 계속 나아갔다. 그의 공주가 눈 앞에 와 있는 지금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반드시 구할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굴은 위로 기울어 올라갔다. 그는 굴의 다른 여러 가지들을 지나갔지만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에 대한 기억은 없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곧 링크는 더 큰 방에 도착했다. 바닥의 일부에는 김이 나는 물이 고여 있었다. 데스마운틴 주변의 온천과 비슷했다. 길은 온천의 주변을 돌아서 물에서 약 3미터 위에 세워진 다른 통로로 이어지는 경사로를 이루었다. 그는 여기를 나아가다가 멈추어서 반대쪽 벽을 보았다. 돌이 어쩐지 다르게 보였다.
뭐지?
링크는 빛을 더 비추기 위해서 검을 높이 들면서 다가갔다. 검의 빛은 벽의 매끄럽고 둥근 부분을 비추었다. 그 벽에는 시커족의 무늬가 있었다. 마치...
그는 숨을 들이쉬면서 뒤로 비틀거렸다. 그 벽 안에 반쯤 묻힌 가디언이 있었던 것이었다. 일부만이 나와 있었지만 그 무늬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서 돌아갈 수 있는 머리의 부드러운 표면에 손을 대었다. 지상에 있는 것들과는 달리 이것은 기동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손을 떼고 벽을 따라 걸었는데 반쯤 드러난 가디언들이 더 많이 보였다. 벽의 금과 균열을 보아하니 재앙이 부활하던 동안에 발굴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을 더 돌아보자 낡고 녹슨 곡괭이의 파편과 다른 여러 도구들이 근처에 버려져 있었다.
떨면서 그는 기계들을 뒤로 하고 더 높은 층을 향해 경사로를 걸어 올라갔다. 그 지점에서 복도가 바뀌었다. 벽은 그대로 돌이었지만 양 옆과 머리 위에 나무 받침대가 서서 지지를 더 해주면서 굴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는 벽의 겉을 덮고 있는 원념이 늘어가는 것을 최대한 무시하면서 더 깊이 들어갔다.
복도는 금방 끝났다. 가는 동안에 그의 검의 빛이 오래 전에 무너진 벽돌 벽의 흔적을 비추었다. 이 벽은 한때는 비밀 출입문이었으며 링크는 이 벽이 돌아가면서 남긴 바닥이 긁힌 흔적을 아직도 볼 수 있었다.
이것을 본 순간 링크는 이 통로를 사용하고자 한 그의 계획에서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었을 사실을 기억해냈다. 이 가짜 벽은 성 안으로 침입하는 것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성 안에서만 열 수 있는, 굴 쪽으로 밀려나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벽은 성 바닥에 흩어진 오래된 벽돌에 불과했다.
링크는 무엇이 이 통로를 타고 와서 성 안으로 침투하게 되었는지 생각하였다. 볼든이 말했던 보물 사냥꾼과 모험가였는지, 더 끔찍한 것이었는지는 몰랐다.
그런 두려움을 뒤로 하고 그는 부서진 벽을 넘어가서 100년 이후 처음으로 하이랄 성의 내부에 발을 디뎠다.
그는 천천히 검을 움직여서 그의 주변에 푸른 빛을 비추었다. 근처의 벽돌 벽에 오랜 세월로 녹슬어 사슬이 서로 붙어버린 오래된 쇠사슬이 걸려 있는 것이 비쳤다. 사슬을 보자 그 양쪽 끝에 족쇄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인상을 찡그리며 링크는 앞으로 다가갔고 빛은 감옥의 쇠창살을 비추었다. 비밀통로가 하이랄 성의 지하감옥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길을 더 나아갔다. 지하감옥은 양 옆에 감방 여러 개가 있어서 굉장히 컸다. 다른 방도 있었는데 문이 부서져 있었고 그 안도 마찬가지로 어두웠다. 링크는 이 방들을 무시했다. 대부분은 그저 간수의 공간이었을 것 같았고 나머지는 심문을 위한 방으로 보였다.
지하감옥을 계속 지나가는 동안 그는 모든 방이 비어 있지는 않았음을 보았다. 몇몇 방에는 벽의 사슬에 아직도 매달려 있는, 말라붙은 힘줄의 흔적에 의해 붙어 있던 오래된 뼈들이 있었다. 다른 방에는 더러운 넝마가 있었는데, 그 방에 갇혀 있던 이들이, 대재앙이 부활하고 나서 버려진 이들이 서서히 탈수로 죽어가는 동안에 덮고 있던 것 같았다.
그는 최대한 이를 무시하고 나아갔지만 넝마 더미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넝마가 움직이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감방 앞에 서서 갈색 넝마 아래에 한 형체가 움직이는 것을 기겁하며 보았다. 원념의 늪의 냄새 때문에 후각이 거의 마비되어 있었지만, 더 자세히 집중하자 부패하고 오래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는 거지?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거야? 최근에 여기에 갇힌 건가?
그 형체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지만 검의 빛은 그 머리 아래의 어둠을 밝히지는 않았으며 시커먼 눈만이 번쩍였다.
서서히 그 안의 사람이 일어섰다. 넝마가 떨어지자 생각 이상으로 앙상하고 말라 비틀어진 벌거벗은 몸이 나타났다. 거기에 갇힌 형체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고 링크는 그가 빛줄기로 천천히 다가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그 형체가 마침내 빛을 완전히 받자 링크의 감정은 혼란에서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그 얼굴은 두개골에 말라붙어 있는 말라버려 움직임이 없는 피부가 전부였다. 입술도 없어서 갈색 이빨과 혀가 없는 입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몸의 피부는 종이처럼 얇았고 몇몇 부분에는 피부가 있지도 않아 그 밑의 썩은 근육과 뼈를 드러냈다. 손가락도 얼마 없었고 그나마 있는 손가락에는 손톱이 없었다. 한 다리는 발목에서 끊어져 있어서 그것이 그에게 다가오는 동안에 불안하게 비틀거렸다.
감방 안의 그것은 신음을 하면서 썩은 손 하나를 뻗었다. 손가락 하나는 이미 오래 전에 살이 부패해버려 뼈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감방의 쇠창살을 통해 그에게 손을 뻗었고 링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뒷걸음질쳤다. 그것은 입을 열더니 링크가 들은 적이 없는 괴성을 질렀다.
그의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섰고 근육이 굳으면서 그의 모든 생각이 공포 그 자체로 바뀌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고 그 어떤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한때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살아있는 시체 그 이상도 아닌 이 끔찍한 것이 손을 뻗어서 그의 옷을 잡기 직전까지 가는 것을 보기만 했다.
방금 링크가 걸어온 복도 더 아래쪽에서 다른 신음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고 곧 신음소리가 늘어났다. 충격적이게도 문이 부서진 감방 하나에서 그의 바로 앞의 감방에 있는 놈과 똑같은 것이 발을 끌면서 나왔다.
그의 앞의 그 괴생명체는 손을 뻗어서 신음을 하면서 그를 잡으려고 마구 손을 휘저었다. 영혼이 없는 검은 눈에 그의 검의 빛이 반짝였다. 뼈로 된 손가락 하나가 그의 옷에 스쳤다.
링크는 고함을 지르면서 검을 휘둘렀고 검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그 팔을 잘라버렸다. 손가락은 질퍽한 소리를 내면서 땅으로 떨어졌지만 그것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이 둘만 남아 있었던 다른 팔을 창살 너머로 뻗어서 링크를 다시 잡으려고 했다.
다른 허약한 시체가 손을 뻗고 입을 연 상태로 복도를 걸어오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 시체에는 한쪽 몸통이 없어서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공포만을 느끼면서 링크는 몸을 돌려서 도망쳤다. 첫번째 시체의 괴성으로 인해서 깨어난 듯한 다른 여러 시체들도 지나쳤다. 감방 하나에서 넘어져서 나온 시체가 입을 열어서 괴성을 지르려 하자 그는 검을 휘둘러 머리를 베어버렸고 시체는 바로 쓰러졌다.
그의 뒤에서 그런 괴성이 더 들렸고, 경악스럽게도 그가 돌아보자 그가 방금 벤 것을 제외해도 수십이나 되는 시체들이 복도에 있는 것이 보였다. 지하감옥을 지나는 동안 생각보다 꽤 많이 지나쳐온 것이었다.
마침내 그가 모퉁이를 돌아가자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이 보였다. 낡은 문은 남아 있었지만 녹슨 경첩 단 하나에 간신히 걸려 있었다. 링크는 경첩에서 들리는 거친 쇳소리에 인상을 쓰면서 문을 닫았다. 그 옆에 이 문을 걸어 잠그는 데에 쓰이던 낡은 나무 빗장이 보였고 그는 이 썩은 목재를 자리로 밀어넣어서 그것들이 쫓아오는 것을 막기를 바랐다.
그는 몸을 돌려서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갔고 낡은 건물에서 나오자 성이 지어진 산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성벽 안쪽의 잔디밭에 도착했다. 성의 첨탑들이 그의 위에 높이 솟아 있었고 밤하늘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붉은 안개가 그의 주변에 얕게 깔려서 들이쉬는 공기가 뜨거우면서도 불쾌했다. 그의 주변의 광경에서 모든 색이 다 사라진 것 같았다. 잔디는 잿빛이었고 나무는 잎사귀 하나 없이 말라 있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죽어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아래의 어두운 문을 한번 더 흘긋 본 뒤 가디언에 들키지 않기 위해 돌아보면서 성의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
재앙이 성 안에 새로 들어온 무언가에 관심이 간 그 순간 그녀도 그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 안으로 낯선 이가 들어온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대재앙은 그 낯선 이들을 방해하지 않았다. 도굴꾼은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이 자는 무언가 관심이 갔다.
그녀도 관심이 갔다. 그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그 남자를 알았다. 그리고 여기에 있어서는 안되는 이였다.
숨을 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헤엄치는 사람처럼 젤다의 의식과 그녀의 정체가 그녀의 정신 바로 앞으로 번뜩였다. 링크가 성 내의 대지를 벽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가디언의 시야를 피하면서 가로지르는 것을 기겁하여 보았다. 가디언이 그의 위를 걸어가면서 기둥형 몸통을 이리저리 돌리는 동안 그가 벽으로 붙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가 가디언이 지나가자 더 나아가면서 성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가논이 더 관심이 간다는 듯이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놈의 생각과 궁금증을 읽었다. 어딘가 낯익은 저 자는 누구란 말인가? 놈이 생각했다. 그 자를 보니...
젤다는 가논에게 자신의 힘을 쏟아부어 억눌렀다. 놈은 그녀에게 분노를 쏟고 저항하는 바람에 그 침입자를 잠시 잊었다. 그 힘은 꽤 강했다. 언제 이렇게 강해졌단 말인가? 이제 그녀의 힘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곳곳에 흩어진 자신의 정신을 다 모아야 할 정도였다. 더 이상 링크를 보거나 그에게 말을 걸 수도, 가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 가논을 억누르기 위해, 그 눈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했다.
알아서는 안되었다. 눈치채면 안되었다.
링크는 어두운 복도 안으로 들어가서 발치에서 번쩍이는 원념의 늪을 지나가면서 그의 등을 벽에 붙였다. 그는 고대 병기 검으로 이를 조금 밀어내었다. 원념은 메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검에서 조금 밀려났지만 움직임은 더 느렸다. 늪을 지난 뒤에 링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검을 들어 복도를 비추었다.
바닥은 수십년간 건드리지 않은 두꺼운 먼지로 덮여 있었다. 아무래도 이 통로는 그 보물 사냥꾼들이 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오래된 돌 촛대가 벽에 걸려 있었고 횃불들은 이미 다 타서 꺼져 있었다. 벽은 투박한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인의 출입구인가, 그가 인상을 쓰면서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지하감옥과 가까웠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간수의 출입구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더 걸어가보자 그는 그의 두번째 예상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폐허 상태로 버려진 옛 병사들의 훈련소에 도착한 것이었다. 대부분을 덮고 있는 원념을 제외하면 지난 100년간 건드린 사람들이 없었던 것 같았다.
훈련소 안으로 들어서자 그의 과거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검술 시합은 부담을 풀고 언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종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그는 이 시합에서 늘 이겼었다. 링크의 검술이나 창술, 심지어는 육척봉 전술에 있어서도 링크를 이긴 자는 없었다. 몸집이 더 큰 이들만이 그를 씨름에서 이길 수 있을 뿐이었다.
그 종사들도 한때는 그의 친구들이었지만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고 나서는 그와 말도 하지 않으려 했었다. 너무 부담이 되었거나 갑자기 지위가 날아오른 것에 대한 질투였을 것 같았다.
그런 요직을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고, 그가 인상을 쓰면서 생각했다. 정말로...
하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100년 전의 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중요 인물, 선택받은 용사가 되어 있었고 이 종사들은 모두 죽은 뒤였다.
링크는 성의 내부로 더 깊이 들어갔다. 들어가는 내내 원념이 짙어졌다. 어느 곳에서는 천장에서 두꺼운 덩어리로 떨어지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크고 검은 기둥을 이루기도 했다. 어떤 복도는 커다란 덩어리로 완전히 막혀 있기도 했다. 스치고 지나간 적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의 살갗이 벌겋게 염증을 일으켰다.
성은 마치 미로와 같았는데 그는 자신의 제한적인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런 복잡한 복도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었다. 몇몇 길은 원념으로 완전히 덮여 있거나 통째로 무너져 있어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시커 스톤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성에 있다는 것만 보여주고 더 자세한 사항은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몇몇 방이 파헤쳐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방이 창문도 없고 작은 것으로 보아 하인들의 방이었음이 분명했다. 서랍장의 서랍은 다 열린 채로 옷도 없어져 있었고 보관상자는 부서진 채로 열려 있었다. 보물을 찾기 위해서 들어온 사냥꾼들이 이곳까지 온 것을 보아 근처에 분명 다른 통로가 있을 것 같았다. 그와 같은 길을 걸어 들어오진 않았을 것 같았다.
그는 다른 복도로 발을 내디뎠고 바로 소형 가디언과 마주쳤다.
욕을 내뱉으면서 링크는 얼굴에 맞을 뻔한 그 빛을 피해서 모퉁이를 되돌아가 피했다. 그는 놈이 기계 다리를 딸각거리면서 다가오는 것을 들으며 그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그에게 다가오자 그는 검을 내질러서 푸른 날을 눈에 박았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붉은 빛이 몸에서 번쩍였고 링크는 몸에서 원념이 흩어져 나오는 것을 확실하게 보았다고 여겼다. 다음에 무슨 일이 있어나는지 그는 알고 있어서 다시 복도를 뛰어내려갔다. 그의 뒤에서 작은 가디언이 폭발해서 파편을 사방으로 흩날렸다.
발 밑에서 성이 떨렸다. 링크는 땅이 흔들리는 동안 벽에 손을 대면서 자세를 잡았다. 바로 가논이었다. 복도에 울리는 소리에는 무언가의 괴성이 섞인 것 같았다.
얼마 뒤 흔들림이 줄어들었고 괴성도 줄어들었다. 복도는 다시 그의 검에서 나는 소리 빼고는 조용해졌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자 그가 사당에서 본 것과 비슷한 가디언의 잔해가 보였다. 로베리의 말대로 가논의 힘에 오염되어 붉게 빛났었다.
여기에 있으면 안돼. 그가 발로 가디언의 다리 하나를 건드리며 생각했다. 이건 실수야. 하지만...
그는 이 생각을 뒤로 하고 이를 물었다. 그녀를 구해야 했다.
가논은 울부짖었고 젤다는 맞섰다.
여신이여, 힘을...!
그녀의 힘은 컸지만 가논의 힘은 어떻게 보아도 그녀와 비등했다. 그녀의 힘은 여신과도 같아서 영원불멸했다. 가논은 증오와 원념에서 힘을 끌어냈기에 그의 증오가 커질 때마다 그 힘이 거세졌다.
그리고 젤다는 지쳤었다. 너무 힘들었다. 그녀의 힘은 이전에는 꽤 강했었지만, 그녀의 영혼은 종언자의 사념이 만들어낸 자와의 100년 동안 해 온 전투에 피곤해져 있었다. 그녀의 정신은 한때의 모습의 그늘일 뿐이었다. 얼마나 많이 포기할 것을 생각했는지, 얼마나 자주 그저 놈에 의한 죽음을 받아들일지 생각했었는지...
아니...!
지금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이렇게 승리가 가까운 순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가논은 그녀에게 다시 힘을 쏟았고 그 힘은 마치 그녀의 영혼을 엄청난 양의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 젤다는 비명을 질렀지만 물러나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신의 환생, 아니 여신 하일리아 그 자체였다. 그녀는 가논의 힘을 억눌러 산 깊이 밀어 넣었다. 그녀는 그 괴성을 잠재웠고 놈이 성을 보는 것에 쓰일 수 있을 틈새를 끊어내었다. 놈의 시야를 막고 힘을 빼앗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링크가 빨리 나가기를 기도했다. 제아무리 여신이라고 해도 영원히 이렇게 맞설 수는 없었다.
링크는 그를 보던 검은 눈에 검을 박았고 그것은 죽어가면서 쭈그러들고 숨을 뱉었다. 그러자 길을 막던 원념의 일부가 물러나서 링크가 지나갈 길이 열렸다. 이를 통과하자 커다란 식당에 도착했다. 식탁의 대부분은 원념에 의해 부패해서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벽은 낡아 떨어지고 있는 태피스트리로 덮여 있었다. 그 벽에는 부조가 새겨져 있었다. 여신 하일리아와 영웅적 전투, 그리고 왕족의 승리였다. 하지만 100년이 지나면서 부조는 원래의 모습에 비해서 많이 깎여나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한때 이 방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깃발과 식탁에 앉은 고위 대신들이 있었으며 식탁의 머리에는 왕족이 있었다. 링크는 그가 젤다 공주를 가디언에게서 구한 날 밤 그 자리에 왕족과 같이 앉았다. 그 일이 있은 뒤에는 공주가 식사를 하는 동안 공주의 뒤에 섰다.
하지만 여기서 자주 식사하시지는 않았지. 그가 식탁의 가장 끝에 손을 대면서 생각했다. 가능하다면 만찬은 피했어. 신하들에게 자신의 방으로 식사를 가져다달라고 했지.
그는 이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그녀의 의사를 존중했다.
링크가 식당을 나서기 위해서 몸을 돌리자 무언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왕족의 식탁의 바로 뒤의 벽면, 여신의 부조 사이에 방패가 있었다. 방패는 푸른색이면서 왕족의 문장이었던 날개를 뻗은 붉은 새가 금색 삼각형 셋이 모여 더 큰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모양 바로 아래에 그려져 있어 확실히 두드러졌다. 가논의 오염에서 유일하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천천히 링크는 그 벽을 올라서 방패에 손을 뻗었다. 나무 받침대가 무너지면서 방패는 쉽게 빠져나왔다. 그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손에서 방패를 돌려 보았다.
오염도 없고, 녹도 한 점 없어. 다른 금속은 다 녹이 슬었었는데...왜 이건 그대로지?
뒤쪽의 가죽끈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링크가 방패를 오른팔에 걸자 여전히 기능을 했다. 그는 팔을 좀 움직여 보았는데 이 방패의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크기에 비해서 가벼웠고 끈을 조절할 필요도 없이 그의 팔에 딱 맞았다. 링크는 그의 팔에 있는 방패의 느낌에 만족하면서 식당을 나섰다.
그가 나온 복도에는 오래된 붉은 카페트의 흔적이 있었다. 옛 그림들이 복도에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흐려졌거나 부서져 있어서 그 그림을 잘 볼 수 없었다. 그 광경은 좀 많이 낯익었다. 파괴와 원념이 없다고 생각하면 한때 이 복도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생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주변에서 다시 성이 떨리자 정신이 되돌아왔다. 여기서는 기억을 무시할 수가 없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여기는 신수보다도 위험했다. 가논이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복도를 더 걸어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몇몇 방을 지나쳤는데 하인들의 복도에 비해서 더 크면서도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반대쪽에는 이미 유리가 부서진 창문이 있었다. 밖을 보자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보행형과 비행형 가디언들이 이 복도 밖의 성 안을 돌아다니고 있어서 붉은 빛과 푸른 눈만이 간신히 보이고 있었다. 그를 보는 순간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한번 더 그는 시커 스톤으로 워프하여 물러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바로 버렸다. 그것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의무가 있었고 이를 반드시 이루어야 했다. 죽음을 다시 마주할지라도 말이다.
그는 창에서 물러나서 빛이 보여서 들키지 않기 위해서 검을 껐다. 그러자 복도가 어둠으로 휩싸였고 링크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한동안 기다린 뒤 나아갔다.
어두운 복도를 계속 걸어가자 그는 식당과 비슷한 크기 내지는 그것보다도 큰 또 다른 방에 도착했다. 링크는 거대한 문을 걸어나갔고 발코니에 도착했다. 그는 둥근 천장의 커다란 방의 셋째 층에 있었고 벽에는 책장이 가득했다.
위협이 더 있을지 돌아보면서 링크는 다시 검을 켜서 선반들을 향해 아래쪽 층으로 걸어내려갔다. 그는 검을 들어서 그 빛으로 무엇이 있는지 보았다.
책들, 굉장히 많은 양의 책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지거나 책등이 부스러져 있었지만 일부는 100년간 방치되어 있었는데도 멀쩡히 서 있었다.
이곳은 수천 자의 글월이 가득한 왕실 서고였다. 역사, 과학, 철학, 종교, 그리고 신비의 글귀가 가득했다. 링크는 손을 뻗어서 유난히 두꺼운 책 하나의 등을 매만졌지만 그 등의 글자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지식은 많지만...쓸모 있는 것은 없다니."
몸을 돌리자 그녀, 젤다 공주가 눈에 들어왔다. 허리춤에 손을 얹으면서 큰 책장을 보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책을 내놓으라는 듯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서고에 있어야 하는 시간에 비해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서고로 같이 와 달라고 한 것이었다. 왜인지는 몰랐다. 횃불도 들지 않았고 밤에 바깥에 나갈 때 빛을 비추는 데에 쓴 시커 스톤도 들고 가지 않았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기는 했지만 책을 읽을만한 밝기는 아니었다. 아마 책을 찾아 방으로 들고 가려고 하는 것이리라.
"공주님?"
그녀는 손을 뻗어 책 하나를 꺼내 첫 장을 열었다. 그녀는 글자를 보기 위해서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마침내 그녀는 책을 덮고 다시 선반에 얹었다. 그녀의 손은 그 자리에 한동안 있었다.
"제 힘에 도움이 될 책은 없나 보네요." 그녀는 말하는 동안 그를 보지 않고 그림자에 가려진 책만 보았다. "어처구니 없지 않아요? 수만, 아니 수억 권의 책들이 역사 속에서 쓰였을텐데, 그 중에는 왕족의 봉인의 힘을 깨우는 법에 대한 것도 있었을 거예요. 설마 공주들이 그냥...이해할 것이라고 믿은 걸까요?"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여름 축전 이후로 그러한 불안한 생각이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위안을 해 줄 수나 있는지도 몰랐다.
"아마...아마 시간이 되면 힘이 깨어날 것을 알아서 그런 걸까요?"
그때 그녀는 그를 보았고 주변이 어두워서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힘을 가지고 계셨어요. 필요로...하지도 않았는데요. 할머님도요. 그런데 저는..."
그녀는 책장에서 멀어져 난간에 도착할 때까지 뒤로 물러나 머리 위의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마스터 소드를 뽑을 때, 알고...계셨나요? 뽑힐 것을 알았나요?"
"아뇨."
"그럼 왜 하신거죠?"
"그게..."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고 달빛도 사라졌다. 원념이 창문의 대부분을 덮었는데 천장이 무너진 부분만큼은 예외였다. 그는 떨면서 손을 그 책의 등에서 뗐다. 그러더니 책장에서 책을 뽑고 몸을 돌려 내던져버렸다. 책은 1층으로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내었다.
링크는 양 옆으로 팔을 늘어뜨리고 머리를 숙였다. "대체 뭘 하는 짓이냐고..."
소용이 없었다. 지금은 가논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 검이 없고 마지막 신수를 해방하지 않은 지금은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탈출로가 없는 채로 성에 갇혀버릴 것이었다.
"공주님, 제 말이 들리십니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나 가까워졌는데도 그녀는 그에게 대답을 못하거나 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말을 하고 싶었다. 최소한 그녀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무사한지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다.
링크, 제발 어서 가시라고요...!
젤다가 조용히 빌었다. 그녀의 힘을 한계까지 몰아붙여서 너무 약했다. 그리고 그녀는 가논이 링크의 모습을 띄엄띄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놈은 아직은 몰랐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마스터 소드가 없으니 아직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가논은 의심하고 있었다. 왜 그녀가 갑자기 이렇게 세게 저항하기 시작했단 말인가? 왜 가디언이 이 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힘을 쏟고 있었던 것인가? 왜 눈을 완전히 가려버리려고 하고 있었단 말인가?
대재앙은 이성을 이미 완전히 버린 존재였다. 그 정신은 이미 젤다 이상으로 조각나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마찬가지로 의식이 뚜렷해지는 때는 있었다. 이 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날에는 결과가 참혹할 것이었다.
링크에게 가라고 말해야 했지만 그러는 순간 가논은 눈치를 챌 것이었다. 저 자가 링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었다. 그러면 분노가 너무 강해져서 하일리아의 힘만으로 억누를 수 없을 것 같았다.
가논은 다시 밀어붙였고 그녀는 막았다. 놈이 공격하면 그녀는 방어했다. 그녀는 그녀의 힘 안에 놈을 가두면서 최대한 눈을 막았지만 계속 벗어나고 보기 위해서 힘을 계속 쏟았다.
그가 누구냐? 가논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다시 그녀의 힘으로 억눌러 그 생각을 막으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논이 울부짖지 않았다. 계속 생각하기만 했다. 젤다는 너무 늦지는 않을까 두려워졌다.
링크는 그가 찾기를 바란 복도를 찾았다. 공주의 뒤를 따라서 서고로 걸어가는 작은 기억을 찾아냈을 때 느낀 그 복도였다. 그 길은 하이랄 성 안쪽으로 가는 길로 계단이 더 높이 이어졌다. 그는 조금만 더 가면 영걸 임명식이 벌어졌던 본관에 도착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찾아갈 생각이 아직은 들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하인의 통로를 더 거쳐서 성의 뒤쪽으로 걸어갔다. 중앙 복도가 완전히 무너져서 다른 길로 가야만 했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다른 카페트가 깔린 복도에 도착했다.
그는 그 복도를 더 걸어 내려가면서 소형 가디언을 조심하면서 나아갔다. 성을 돌아다니면서 하나 이상을 보았고 처음 발견했던 그 가디언처럼 전부 부숴버렸었다. 하지만 이 복도에는 조금 꿈틀거리는 원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이 복도로 나오고 나서 얼마 안 있어서 문을 발견했다. 성의 서고의 정반대쪽에 있었고 그가 성으로 들어온 입구보다 더 높이 있는 것만 빼면 그 자리 근처였다.
젤다 공주의 방으로 향하는 두꺼운 나무 쌍문 하나가 먼지와 상당한 양의 원념에 덮인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다른 문은 녹슨 경첩에 걸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링크는 어두운 방을 보면서 망설였다. 여기에 그녀가 있을까 싶었다.
그는 검을 단단히 쥐고 공주의 방으로 들어섰다.
젤다는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며 맞섰다. 이제 눈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어서 시야를 돌리려 했다. 링크 말고, 정말 링크 말고, 다른 것만 보게 하려 했다.
하지만 재앙은 그녀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 의심했다. 재앙은 다시 그 힘을 몰아붙이며 그녀의 벽을 뚫어 보았다. 그녀의 힘이 약해졌다.
링크가 방을 그의 검으로 비추어보자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하얀 커튼으로 둘러싸인 네 기둥의 그녀의 침대는 이미 무너져 있었고 그 차양도 이미 없어져 있었다. 작은 탁자는 부서져 있었으며 의자의 덮개도 잘려 나갔다. 그녀가 탁자 근처의 그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장식장은 다 열려 있었고 텅 비어 있었다. 탈의하기 위해 세운 병풍이 한쪽으로 밀린 채로 밟히고 부서져 있었다. 거울도 없어진 채였다. 늘 깔끔했던 그녀의 책상은 작은 종이 낱장이 찢어진 채로 어질러져 있었다.
보물 사냥꾼들이 이 방을 찾아내어서 망가뜨린 것이었다.
링크는 이렇게 초라한 광경을 돌아보는 동안 목이 메였다. 이 방이 이렇게 부서진 것을 보자 마음이 쓰라렸다. 그가 들어오고서 본 다른 피해보다도 훨씬 크게 느껴졌다.
그 분은 이런 일을 당하면 안돼. 성의 다른 이들은 죽었지만 그녀는...아직 살아 있다고.
그는 방을 통과해서 반대쪽, 돌 기둥을 돌아서 올라가는 계단에 도착했다. 이상한 망설임을 느끼면서 링크는 계단을 올랐다. 그는 가운데에 계단이 올라가는 구멍이 있는 작은 방에 도착했다.
한쪽 벽에는 한때 성 안으로 들어갔을 것 같았던 문이 있었는데 그 너머의 복도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쪽 벽에도 문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돌 첨탑으로 이어지는 다리로 이어졌다.
그는 그 다리를 알고 있었다. 그 탑도 알고 있었다. 이곳을 알고 있었다.
그는 다리로 나서서 가디언이 있는지 돌아보았다. 비행형 하나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가 다리를 건너는 동안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고 여기가 어디인지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래에는 공주를 가디언에게서 구한 마당이자 영걸 임명식 이후 다르케르와 말을 나누었던 그 마당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탑을 더 잘 알아보았다.
탑으로 가는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이미 그 안의 방이 이미 파헤쳐진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방은 어질러져 있었지만 도굴당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보물 사냥꾼들이 연구 일지나 도식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었다.
젤다 공주의 연구실은 공주의 관심사를 증명하고 있었다. 육각형 방의 한쪽에는 흩어진 낱장과 여러 책들이 놓인 큰 책상이 있었다. 입구가 있는 벽을 제외한 나머지 벽에는 선반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의 선반의 물건들은 어질러졌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그 자리에 있었다. 더 많은 양의 도식과 책, 그리고 작은 특징까지 자세히 만든 모형들이 있었다. 가디언의 부품, 시커족 기술의 유물 등이 있었다. 다른 것들도 있었는데 한 선반에는 여러 나비들을 박제한 판이 있었다. 다른 선반에는 프루아나 로베리가 가진 망원경과 비슷하지만 좀 작은 망원경이 있었다.
그는 이 방의 과거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었다. 벽에 기대어서 공주가 얼마 전에 새로운 발견을 한 것이나 프루아가 말한 가설을 신이 나서 말하는 것을 미소를 지으며 듣던 것을 기억했다. 다른 곳에서는 그 의무감에 짓눌려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의 즐거움은 연구와, 시커 스톤의 분석과, 신수에 대해서 더 잘 알기 위해서 고문서를 해석하는 것에서 오고 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링크는 정교하게 그려진 신수 바 루타의 그림을 보면서 생각했다. 100년이 지나도 그림이 멀쩡한 것을 보아 무언가의 코팅재로 덮어 둔 것 같았다.
그가 놀라워하며 방을 돌아보는 동안 무언가 어색한 것에 눈이 들어왔다. 아까까지 알아보지 못했던 꽃이었다.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으로 줄기에 가까운 쪽이 푸르고 끝은 하얀 꽃잎 다섯 장이 있었으며 바닥의 흙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이전에 화분에 있었다가 화분이 부서졌던 것 같았다. 하지만 꽃은 얼마 남지 않은 그 흙에서도 꿋꿋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는 꽃 근처에 무릎을 꿇고 방패를 내려놓고 손을 뻗어 부드러운 꽃잎을 매만졌다. 이 꽃은 매우 낯익었다. 이 꽃을 알고 있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자란 거지? 링크가 생각했다. 성 주변의 모든 것이 죽어 있는데. 잔디, 식물, 나무까지...식물은 살 수가 없을 텐데...어떻게든 살아나고 있어...
그의 밑에서 땅이 흔들리자 그는 일어섰다. 금방 다시 나가야 했지만 그는 책상으로 몸을 돌려 둘러보았다. 그랬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가죽으로 덮은 작은 책이었는데 등에는 제목이 없었다. 가죽 표지를 뒤로 펼치자 첫 장에 깔끔한 필기체로 젤다 하이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안의 장을 돌려보자 그녀의 글씨가 더 많이 보였다.
"시커족 임파와 접견. 나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유물 연구에 관여한다."
그는 이를 전부 읽지 않고 여러 장을 돌려보았다.
"시커 스톤의 기능을 일부 복구시켰다. 이 석판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이 판명되었다. 인간이 손으로 직접 정밀묘사를 하지 않아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을 수 있다. 새삼 고대 시커족의 높은 기술력에 놀라고 있다..."
미소를 지으며 링크는 그녀가 이 대발견에 얼마나 신이 났을지 상상하였다. 그 발견이 있은 뒤에 사진을 잔뜩 찍은 것 같았다. 다른 장으로 돌리자 미소가 사라졌다.
"이전에 발굴한 회생의 사당에 대해 프루아와 이야기했다. 역시 회생의 사당이 치유 능력을 가진 의료 시설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또한 치료를 하면서 장기에 걸친 수면을 지속시키는 기능도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1만년 전의 대재앙전에서는 그런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상자가 있었던 것일까? 게다가 우리가 사당을 완전한 상태에서 가동하도록 조절하지 못한 점도 불안하다. 재앙 가논이 부활하더라도 회생의 사당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링크는 연구 일지를 닫고 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유용하다는 것을 알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가 조용히 말했다. 얼마 머뭇거린 뒤 그는 일지를 들어서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그가 나가려 했을 때 비슷한 책이 하나 더 눈에 들어왔다.
이번 것은 이제 열려 있는 서랍 안에 있었다. 누군가가 책을 뒤져보았지만 결국 그 자리에 돌려놓은 것 같았다. 몇몇 장이 떨어져 서랍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그가 책을 잡으려 검을 비추었을 때 떨어진 한 장에 적힌 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이름이었다.
그는 장을 들어서 읽어보기 위해서 빛에 가져다 댔다.
"그의 이름은 링크이다. 아바마마의 근위 기사이신 아른의 아들이라고 한다. 이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어제 말고는 그와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어쩌란 말인가? 그가 검을 뽑았다. 예언에 적힌 그대로였다. 마스터 소드가 주인을 선택했으니 재앙 가논의 부활의 조짐이 계속 명백해진 것이다. 나는 이 날을 오랫동안 두려워했다. 그가 무슨 일을 일으켰는지 알기는 할까? 그의 등에 얹혀진 부담을 알고는 있을까? 내가 그 부담에 괴로워하는 것처럼 그도 이 부담에 압도당할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그의 소명의 첫 발자국을 내디뎠으니까. 아마 마스터 소드를 쉽게 뽑은 것처럼 나머지 운명도 쉽게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리라. 아바마마는 이미 그를 기사로 승급시키는 것을 논의하였다.
"한편, 나는 나의 운명을 쫓고 있다. 아바마마는 내가 기도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하신다...내가 지금 알고 있는 사제들 그 이상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것을 알기는 할까? 아바마마 말씀이 맞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시 질책을 당하는 것은 싫다. 늦기 전에 내 봉인의 힘을 깨워야 한다."
왜 그렇게 그를 숨기는 거냐?
가논이 그녀에게 물었다. 젤다는 그 목소리를 최대한 무시했다. 놈은 그녀에게 말을 거의 걸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약한 때가 많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하필 지금 그 정신이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힘으로 다시 몰아붙였지만 그것은 다시 원념으로 찔러서 밖을 볼 수 있는 창을 내었다. 그녀는 이를 닫아서 추악한 놈의 눈을 가리려 했다.
꽤 낯익은 자군.
가논이 오랜만에 이성을 찾은 듯이 말했다.
왜 그럴까?
어서 가...!
젤다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이게 링크에게 한 말인지, 대재앙에게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쳐도 너무 지친 채였다. 대재앙도 분명 지쳐 있겠지만 놈이 더 우세했다. 젤다는 놈이 다른 곳에 영향을 펼치지 못하도록 자신의 힘을 얕게 퍼뜨려 놓았지만 놈은 한 자리에 자신의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가만...일반적인 자가 아니로군?
젤다는 무엇인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놈이 힘을 모아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터져나왔다. 고통이 그녀의 정신에 솟구쳐서 정신을 찢어낼 뻔해 힘만이 남아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성은 간신히 유지했지만 가논의 눈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알아채고 만 것이다.
성이 링크의 발 밑에서 거칠게 떨렸고 그는 비틀거리면서 책상을 잡아 몸을 세웠다. 머리 위에서 괴성이 들리자 그의 속이 떨리고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대재앙의 괴성이었다. 그는 두번째 책을 붙잡아서 주머니에 밀어넣고 문으로 달려가 위를 보았다.
바깥에서 안개가 거대한 그림자의 형상을 성 위의 하늘에 만들었다. 재앙 가논이 거의 성과 비슷한 크기로 돌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 끔찍한 입 바로 위에 누런 눈 둘이 빛났다. 그리고 이 눈이 링크를 내려다보았다. 그를 보고 만 것이었다. 탑이 떨리면서 돌 다리의 일부가 무너졌다. 그는 검과 방패를 쥐고는 있었는데 어찌할지 몰랐다. 저런 괴수에 이런 검과 방패는 하찮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흰 빛이 번쩍하며 그녀가 나타났다.
하얀 드레스로 아름다운 모습과 대낮같은 빛을 내며 젤다 공주가 그의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마수를 향해 손을 들어서 의지로 찬 표정으로 그 눈을 바라보았다. 마수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지만 그 형상이 다시 흩어지면서 붉은 안개가 되어 다시 성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사라져도 성은 계속 떨렸다. 그는 놈의 괴성이 복도 곳곳에 울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어쩝니까?" 그가 공주를 보며 물었다. 지금은 사람보다는 여신같이 보였는데 그녀가 힘의 샘에서 입고 있던 하얀 무녀복을 알아볼 수는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고통이 있었고 분노도 있었다. "어리석긴요! 왜 오신 거예요? 무슨 짓을 하셨는지 알기는 한 거예요?"
그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뒷걸음질쳤다. 그 후회한다는 표정을 보니 공주도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자 조금 더 침착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목소리는 굳어 있었다. "이제 놈은 당신이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해 안 되세요? 계속 놈은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알게 되었다고요. 이미 봉인이 풀려나기 직전까지 갔어요. 이제 이를 알게 되었으니...어떻게 될지 걱정되네요."
"공주님, 그게..."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대체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풀어드리려 왔습니다. 다른 영걸들과 신수들도 그러했던 것처럼요. 이대로 제가..." 그는 말을 흐렸다. 정말 그가 어리석었다. 그의 기억의 감정에 이성을 잃어서 무모한 것을 넘어서서 멍청하게 행동해버린 것이다. 계획도 대책도 없었고, 임파에게 어디로 간다고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풀어줘요? 저를요?" 그녀의 눈에 위험한 기류가 보였다. "저기요, 링크, 저는 여기에 갇힌 게 아니에요. 저것이 갇힌 거죠. 제가 저것을 가뒀다고요. 지난 100년 동안 한 것처럼요."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의 의도조차도 헛다리였다. 그는 그녀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를 구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녀는 그가 그의 의무를 다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는데, 그가 이를 다하기 직전에 여기에 온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보았고, 그 눈빛에는 연민이 있었지만 다른 것도, 공감도 있었다. "이해해요."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서 그녀의 손 하나를 그의 뺨에 대었다. 그녀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실감나게 느껴졌다. 영혼이 아니었다. "제가 위험에 처한 것을 상상하기 싫었던 거죠. 참 많은 일이 있은 뒤에도 당신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네요."
"죄송합니다." 그가 말했다. "그냥 어떻게든...탈출시켜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요."
"이미 그러고 있죠." 그녀는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그리고 그럴 거고요. 하지만 링크, 이제 가셔야 해요. 가디언들이 오고 있어요. 가논이 이를 다시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완전히 풀려나는 것을 막는 것도 최대한 하고 있는 거예요. 어서 가세요."
"공주님..."
"젤다요. 저희 사이에 격식은 없으니까요."
"젤다."
그녀의 입술에 엷은 미소가 흘렀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돌리자 그녀 주변의 금색 빛이 더 강해졌다.
"링크, 어서 가세요.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지만...저 분노는 굉장히 강해요. 당신은 사실 살아있으면 안 돼요.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은 놈이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녀는 그를 보았고 그 이마는 집중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우르보사를 해방하세요. 앞으로의 전투에는 신수가 넷 모두 필요해요. 마스터 소드도 챙기시고요."
링크는 움직여서 탑을 나서서 공주, 아니 젤다의 옆에 서기 위해 다리를 걸어나갔다. "검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녀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그러더니 이해가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링크, 항상 있던 자리에요. 처음 뽑은 그 자리, 북쪽의 숲 한가운데요."
가디언이 그들의 바로 아래에서 둘을 발견하였고 다리를 뻗어 일어서서 그 푸른 눈으로 둘을 보았다. 그것이 빛줄기를 쏘자 젤다는 손을 들었다. 빛줄기는 빛의 방패에 아무 피해 없이 흩어졌지만 링크는 그녀가 흠칫하는 것을 보았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럴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그를 한번 더 눈을 보았다.
그는 몸을 돌려서 달렸다. 나선 계단을 내려가 젤다의 방을 거쳐 복도로 달려나갔다. 머리 위에서 가논이 분노에 차서 괴성을 질렀고 먼지와 돌조각이 복도를 뛰어내려가는 링크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소형 가디언들이 눈에 들어왔고 링크는 제 시간에 방패를 들었다. 가디언의 빛의 탄환이 방패에서 튕겨나가 벽을 치고 작은 틈을 내었다. 링크는 지나가면서 눈에 검을 찔러박았다.
그가 복도를 달려가는 동안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성을 공격하는 가디언의 빛줄기와 성의 옆을 기어다니는 가디언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한 창문을 지났는데 푸른 눈이 그를 보고 있었다. 눈은 빛을 쏘았고 그의 뒤의 복도가 불길에 휩싸였다.
그는 외부 창문이 없는 다른 복도로 뛰어갔다. 지금 그의 유일한 광원은 그의 검이었다. 그는 원념의 늪의 웅덩이를 밟았는데 늪이 그의 장화를 끌어당겨서 그는 엎어질 뻔했다. 장화를 늪에서 빼어냈지만 복도는 무언가가 녹아서 탄 것 같은 이상한 냄새로 찼다. 그의 신발도 조금 이상했다. 마치 원념이 그의 장화의 일부를 갉아먹어버린 것 같았다.
링크는 다른 복도로 뛰었는데 복도는 무너진 잔해에 막혀 있었다. 그는 다른 복도로 달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찾았다. 그의 뒤에서 그는 움직이는 다리의 소리를 들었다. 소형 가디언들이 그를 쫓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둥근 천장의 큰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서고였다. 그 말은 지금 1층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 혼자 여기에 있지 않았다. 서로 다른 무기를 쥔 소형 가디언 세 기가 있었다.
링크는 욕을 내뱉고 첫번째 가디언이 그의 심장에 가디언 랜스를 내지르는 것을 뒤로 피했다. 두번째 가디언은 그의 옆에서 가디언 액스로 베었지만 이를 방패로 막아냈다. 이에 반응하기도 전에 세번째 가디언의 눈이 번쩍였다. 링크는 그것이 빛줄기 여럿을 쏘는 동안에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는 넘어진 탁자 뒤에 숨었고 곧 탁자가 폭발하면서 파편이 흩날렸다.
두번째 가디언이 다시 그에게 넓게 가디언 액스를 휘두르며 다가왔지만 링크는 이를 반사하고 검을 찔러넣어서 직격타를 먹였다. 그 뒤에 가디언 랜스가 그의 옆구리를 베어서 그의 옷 바로 아래의 살을 지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는 몸을 돌려서 그의 검을 가디언 랜스의 창대에 내리쳐 이를 넘어뜨렸다. 세번째 가디언이 공격을 하려는 것을 보자 그는 앞으로 뛰어서 그의 앞의 가디언 뒤에 숨었다. 그 공격은 가디언 액스를 든 가디언이 폭발하는 순간에 맞추었다.
그 폭발로 그는 뒤로 날아갔고 구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고대 병기 검의 일부가 부러지면서 빛이 나가버렸다. 그는 바로 일어서서 부러진 검을 던져버리고 빛의 탄환을 막기 위해 방패를 제 시간에 꺼내들었고 이는 양 옆으로 흩어져 나갔다.
가디언은 한번 더 공격을 준비했고 링크는 이번에는 기다렸다. 눈이 하얗게 번쩍이자 그는 방패를 앞으로 휘둘렀다. 이번에는 그 빛이 닿는 순간 이를 막아내었고 공격을 한 가디언에게 되돌려보냈다. 그 빛은 소형 가디언의 눈에 직격하여 거세게 번쩍이더니 폭발했고 다시 어둠이 감돌았다.
링크는 큰 숨을 내쉬면서 창이 벤 그의 옆구리를 만져 보았다. 피는 나고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계속 탈출해야 했는데 검이 없어서 광원이 없었다.
쓰러진 가디언의 무기라면...?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나무와 돌 파편이 쏟아졌다. 그가 고개를 들자 천장의 구멍이 커지더니 가디언의 다리 둘이 목재를 뒤로 끌고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도망쳤다. 그의 뒤에서 가디언이 서고로 착지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얼마 뒤에 그에게 발사했고 그 빛줄기가 바로 머리 위를 지나쳐서 출구로 나가는 계단에 맞추었다. 계단 일부가 무너졌지만 그는 한번에 세 층계씩 오르면서 무너진 부분을 뛰어넘었다.
가디언은 바닥 타일을 뜯어내면서 그를 향해 서고를 가로질러 달려갔다. 그 푸른 눈은 계단을 오르는 링크를 겨누고 빛의 공격을 준비했고 그가 상층에 도착하는 순간 공격하여 발코니에 맞추었다. 그 폭발로 그는 그 너머의 복도로 날아갔다. 그는 바로 일어서서 어둠으로 달려나갔다.
검의 빛이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손이 원념의 늪에 닿을 때마다 그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의 앞의 복도에서 소형 가디언이 여럿 나타나서 어두운 복도의 광원이 되었다. 최소한 넷이 나타난 것 같았다. 링크는 계속 달려서 둘이 쏘는 순간 그들을 뛰어넘었다. 공격 하나는 그의 어깨에 맞아서 그 힘에 벽으로 날려갔지만 계속 달렸다.
그는 옆 복도로 뛰었는데 갑자기 발 밑에 바닥이 사라졌다. 그는 계단을 굴러떨어져서 아래로 떨어졌다. 눈앞이 어질어질해졌고 그는 신음을 내뱉은 뒤에 좁은 복도에 가디언이 가득 차는 것이 눈에 띄었다. 통로가 좁았고 계단도 있어 진행이 늦춰졌지만 금방 그를 쫓아올 것이었다.
그는 억지로 다시 일어서서 조금 멍한 채로 복도를 절뚝거리면서 내려갔다. 계단에서 구르는 동안 머리를 어디에 맞은 것 같았다. 발목 하나도 접질린듯 끔찍하게 아팠다. 하지만 그 흥분으로 그는 계속 움직여서 벽의 구멍을 통해 성의 공터로 빠져나왔다.
머리 위에서 달이 빛이 났고 모든 것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원념이 앞으로 가려고 하는 링크의 주변을 에워쌌다. 그런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는 성의 거의 뒤쪽에 있었다. 여기는 내려갈 곳이 없었다. 아래 깊이 해자로 떨어지는 절벽만 있었다.
그가 몸을 돌리자 수십 기나 되는 가디언이 오는 것이 보였다. 성의 창문과 문에서 나오고, 하늘을 날고, 첨탑과 벽을 타고 나타났다. 푸른 눈이 모두 링크를 겨누면서 공격을 준비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시야가 흐려졌고 힘도 빠지면서 그의 마지막 광경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그 순간 한 생각이 들었다. 왜 이전에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급한 혼란 속에서 생각도 못한 것이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링크는 시커 스톤을 꺼내어 지도를 켜서 가장 가까운 시커족 사당을 찾았다. 그는 눈이 번쩍이면서 공격하려고 다가오는 가디언들을 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럴 수가!
그는 경악하면서 시커 스톤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또 눌렀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 워프할 수가 없었다. 갇혀버린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방패를 들었지만 너무 늦었다. 가까운 가디언의 빛줄기가 그의 가슴을 치면서 뒤의 절벽 너머로 날려버렸다. 시커 스톤이 그의 손에서 날아가버렸다. 시커 스톤이 어둠 속 어딘가로 날아가버리는 것을 절망적으로 보면서 자신의 최후가 오는 것도 상기했다. 그는 성 밑의 물로 추락했다.
그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2부 종료
Notes:
1. There were no ReDeads in Breath of the Wild, yet the author added them. (원작 게임에 리데드는 없으나 본 소설에서는 작가가 추가하였습니다.)
2. Zelda's journal and diary's contents are translated based on the official release versions, but parts that are not there are directly translated. Later diary translations are done as such. (젤다의 일기와 연구 일지는 정발판을 기준으로 번역하며, 없는 내용은 소설을 번역합니다. 추후에 있을 모든 일지도 이렇게 번역될 것입니다.)
Chapter 39: 막간 2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1
시드는 광린의 창을 쥔 채로 조라의 마을의 서쪽의 강을 거슬러서 헤엄쳤다. 그의 정찰병은 가장 최근의 리잘포스 떼의 공격이 분명 늘 그랬던 것과는 달리 남쪽인 하일리아강으로 가는 지류가 아닌 이쪽인 서쪽에서 헤엄쳐 온 것이라고 확실히 했다. 그렇다면 다른 리잘포스 떼인 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거처를 옮긴 것인지 몰랐다.
"시드, 얼마나 더 멀리 갈 겁니까조라?" 스바바가 그의 바로 옆까지 오면서 물었다.
시드는 물에서 멈추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하이랄 성 근처의 탁한 공기와 오염된 땅으로 인해서 이 주변의 냄새가 더욱 고약해지고 있었다. 물은 안전하게 헤엄칠 수 있었지만 물 맛이 나빴고 성 근처에 오래 있다가는 병도 날 것 같았다.
"어디에서 공격해오는지 알아내고 싶군." 시드가 말했다. 그는 발을 차고 수면으로 올라가서 해의 위치를 보았다. 늦어지고는 있었지만 아직 해가 남아 있었다. "한시간 뒤에 돌아간다."
가디슨의 머리가 물 밑에서 나왔고 연분홍 피부가 두드러졌다. 그녀는 시드와 스바바를 돌아보았고 인상을 찡그렸다. "물 맛이 마치 리잘포스 떼가 집단으로 볼..."
리트반이 물에서 튀어나오면서 가디슨의 얼굴에 물을 튀겼고 그녀는 이를 뱉어내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좀 다른 이들과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조라."
"괜찮을거다." 시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리잘포스니까!"
그는 물 밑으로 뛰어들었고 그의 경비병도 뒤를 따르면서 가장 앞에 왕자가 선 마름모 대형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성의 해자로 다가가는 동안 물은 더 탁하고 고약해졌다. 그들이 오래 전에 물에 잠겨서 조류에 덮인 가디언의 어두운 형상을 지나고 나서 시드는 수면으로 다시 올라왔다.
그의 머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고 그는 근처 물가에 리잘포스가 있는지 돌아보았다. 다른 조라족들도 나와서 주변으로 퍼져나가 그들의 목표물이 있는지 흩어져서 확인했다.
"시드, 모르겠습니다조라." 가디슨이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오늘은 놓친 것 같습니다조라. 척후병들이 잘못 말한 건지도 모르죠. 강이 갈라지면서부터 비늘도 못 봤습니다조라."
시드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지도 모르겠군. 정말 여기로 갔다면 내가 가려고 하는 것보다 강을 더 위로 거슬러간 거겠지."
"저건 일반적입니까조라?" 리트반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시드는 몸을 돌려 커다란 하이랄 성을 올려다보았다. 가디언들이 마치 갓 태어난 올챙이처럼 성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고 그들의 이상한 빗줄기를 허공이나 성 내의 대지 곳곳의 건물에 쏘고 있었다. 시드가 보는 동안에도 가디언 몇몇이 벽의 일부를 부숴서 오래된 벽돌 여럿을 시드와 세 경비병이 헤엄쳐온 자리 근처로 떨어뜨렸다.
비행형 가디언 하나가 성 주변을 돌아오면서 해자의 그들의 위치로 다가왔다. 시드가 손짓을 하자 조라족 넷이 모두 수면 밑으로 몸을 숨겼고 가디언은 붉은 빛을 수면에 비추면서 머리 위를 지나갔다. 가디언은 머리 위에 한동안 멈춰 있다가 계속 나아갔다.
"돌아가야겠습니다조라." 스바바가 말했지만 시드는 고개를 저었다.
"곧 간다.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
그는 그의 친구들이 짜증스럽게 보는 시선을 무시하고 성에 조금 더 가까이 갔다. 가디언의 행동은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그가 이렇게까지 성 근처로 간 적은 거의 없었지만 이전에 여기까지 왔을 때에는 이것보다는 더 순했다. 다른 건물들을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더 가까이 헤엄쳐 갔고 다른 가디언들이 그를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 뒤에 조금 머리를 들었다. 이것들은 확실히 무언가에 자극을 받았었다. 그리고 성 내부만이 아니었다. 강 반대쪽에도 비행형 가디언들이 있어서 거친 경사와 나무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거다." 그가 이를 더 보고 나서 말했다. "뭘 찾는 거지?"
리트반이 그의 바로 옆 물에서 나타났다. "시드, 이걸 보십시오조라."
그가 돌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손을 뻗어서 리트반의 손에서 이를 낚아채서 그 작은 사각형 물체를 돌려보았다. 시커 스톤, 링크가 가진 것과 같은 형태였다.
시드의 마음 속에 불안이 엄습했다. 왜 성 근처의 해자에 링크의 시커 스톤이 있었단 말인가? 가디언은 또 왜 자극을 받았단 말인가? 대체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인가?
"어서 물 속으로. 이상한 것을 찾아봐라."
그들은 한 시간을 더 강 바닥을 뒤져보았고 성 주변을 돌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단서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이제 어찌합니까조라?" 스바바가 시드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시드는 시커 스톤을 다시 보았다. 설마 링크의 시커 스톤과 같은 모양의 시커 스톤이 있을 수가 있을까? 가능은 했지만 지금은 그의 친구가 걱정되었다. 마침내 그는 스바바를 올려다보았다. "어서 돌아가지. 무언가 끔찍한 것이 벌어진 것 같다."
2
데스마운틴이 불안하게 울리면서 바위 여럿이 화산에서 떨어져 나와 경사를 굴러내려갔다. 윤돌은 바위들이 밖으로 굴러나가면서 화산의 발치의 용암의 강으로 빠지는 것을 보았다.
"흠..." 다르케르가 정상을 보며 말했다. "가논이 처음 깨어났을 때가 생각이 나는군."
윤돌은 루다니아의 등에 녹색의 혼령의 빛을 내면서 서 있는 그의 할아버지를 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죠고로?"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 다르케르가 윤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끔 산은 이런 큰 소리를 내곤 하니까. 그런데 루다니아 때문에 오랫동안 분출하고 있었으니 이제는 슬슬 쉴 때가 되었는데."
"그래요, 좀 이상하네요고로." 윤돌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링크 형이 가고 나서 데스마운틴이 잠잠했으니까요고로."
다르케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루다니아의 머리를 보았다. 링크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대강 수복되어 있었다. 날개는 제자리로 돌아가 있었지만 그 자리의 돌과 쇠는 싸움의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정상 작동은 하고 있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윤돌아, 생각보다 이 끝이 금방 오고 있는 것 같다." 다르케르는 그의 후손을 돌아보았다. "그러니 준비를 해 둬. 나랑 루다니아가 가논에게 최대한 맞서보기는 하겠지만, 다른 이들을 지키는 것은 네 몫이야."
그 말에 윤돌의 마음 속에 두려움이 솟구쳤지만 그는 당당하게 섰다. 이제 그는 두려움을 마주하는 것에 있어서 더 나아지고 있었다. 다른 날에는 그에게 너무 가까이 온 모리블린을 때려눕히기까지 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도망칠 때까지 돌을 집어서 던진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올라왔어?" 다르케르가 한동안의 침묵 끝에 물었다. 데스마운틴은 다시 차분해졌다.
"아, 고론 시티를 한동안 떠난다고 말하려고요고로."
"그래?"
"어, 링크 형이 얼마 전에 와서 반장님께 하일리아인 마을의 방비를 굳힐 수 있게 고론족을 조금 보내 달라고 한 거 기억나죠고로?"
"그래."
"어, 그 야생 도동고 사태를 좀 진정시키고 나서 보내기로 했어요고로. 그리고 이제 다 정리가 됐으니 반장님이 이제 보내기 시작했죠고로. 저...도 가겠다고 했고요고로."
다르케르는 대견하다는 듯이 그의 눈썹을 들었다. "거긴 몬스터가 더 많을 텐데?"
"알아요고로." 윤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싸우지는 않을 것 같아요고로. 그리고 또...링크 형이 여기까지 와서 부탁을 할 정도로 중요한 거면...저도 도와야죠고로?"
다르케르는 웃으면서 그의 손으로 윤돌의 등을 한번 쳤지만 그의 손은 윤돌의 등을 통과해서 가슴으로 나와서 한기가 들었다.
"어이쿠, 미안." 다르케르가 당황해서 말했다. "그래도 큰 녀석, 참 대단한데!"
윤돌은 칭찬에 쑥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냥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 지를 생각했어요고로. 형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저도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죠고로."
다르케르의 표정이 더 푸근해졌고 그는 윤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잘 하고 있어, 손자 녀석. 자랑스러워."
윤돌은 다르케르의 눈을 보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3
그 멍청이가!
테바가 하이랄 성 위를 날아다니고 그 주변의 땅을 돌아보면서 생각했다. 링크가 사라졌다고 한 시커족 남성이 와서 알려준 지 5일이 지났었다. 그리고 그 같은 남자가 또 와서 그의 시커 스톤이 성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말한 지 이틀이 지났었다.
결국 링크가 사라진 지 도합 일주일이나 지난 것이었다.
왜 그렇게 성으로 가 버린 거냐고? 다른 지원도 없이 말이야!
하지만 테바는 이해하고 있었다. 카시와의 추측을 듣지 않아도 왜 링크가 성으로 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성공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메도와의 전투에 뛰어든 테바 본인과 같은 이유였다. 링크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링크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자마자 테바와 카시와는 링크를 찾기 위해 나섰고 어떤 때에는 교대로 성으로 날아가서 주변을 돌아보면서 그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테바는 다른 리토족 여럿을 데리고 북쪽과 남쪽으로도 정찰을 나섰다. 하지만 여러 날을 돌아보아도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가디언들도 그를 찾고 있었다. 그의 아래 멀리에 여섯 다리의 기계가 나무 숲을 헤쳐 나무를 넘어뜨리면서 표적을 찾아다녔다.
잘 됐군, 테바가 생각했다. 저것들도 찾고 있으니 아직 그를 못 찾은 거다. 아직 살아 있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희망은 굉장히 희박했다. 링크가 강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그가 빠져나올 수 있었을 위치는 얼마 없었다. 더 밑으로 떠내려갔을 수도 있었지만 리토족과 조라족 모두가 하류를 수색했는데도 소득이 없었다. 마치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아니면 어딘가에 거꾸러져 있는지도 모르지. 강 끝까지 떠내려가 버려서 말이야.
생각만 해도 불편했다. 이를 처음 말하자 카시와는 거세게 질책했었지만 테바는 카시와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의 상황도 악화되었고 강 바닥에서 시커 스톤이 발견되었으며 계속 수색해도 링크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 그가 죽었다는 생각이 거짓이기만 한 것은 아닌 같았다.
카시와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져보자고 했었다. 링크는 이전에도 더 어려운 고난을 겪었었으니 무언가 큰 것을 이루고 그들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었다. 테바도 카시와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링크는 테바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실력이 좋았으니 말이었다.
아래에서 테바는 가디언이 자신이 순찰하는 영역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누군가를 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실눈을 뜨면서 이 사람이 누구인지 집중해 보았다. 하지만 링크가 아닌 다른 남자였다. 그 남자는 그래도 실력은 좀 되어 보여서 가디언의 공격을 피하며 피해를 얼마 주지도 못하는 화살로 맞서고 있었다.
테바는 그의 끈기에 놀라며 한동안 보았지만 이 남자는 아직 체력이 부족하면서 가디언과 맞설 준비는 되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한숨을 쉬며 테바는 몸을 낮추고 날개를 접으면서 아래로 급강하했다. 아직 남아있는 폭탄 화살을 누군가를 구하는 데에 써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4
마키 아 루쥬는 큰 모래언덕에 선 채로 쌍안경을 들어서 멀리의 모래폭풍을 보았다. 먼지와 모래의 폭풍 속에서 번개가 조금씩 치면서 그 안의 네 다리의 괴수를 드문드문 비추었다. 아직 모래바람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범위에 있었지만 얼마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었다.
신수는 이미 오랫동안 폭주하고 있었다. 사막 어딘가에 혼자 돌아다니고는 있었지만 겔드족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한동안 그 존재는 거의 전설에만 불과했다. 유목민들이 가끔 거대한 기계 동물을 보았다고 증언한 일은 있었지만 그 위치로 돌아가는 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모래폭풍에 의해서 뒤로 밀려났다고 했다.
그녀는 늘 이 이야기들이 말 그대로 유목민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들에게는 이러한 이야기가 많았으니 말이었다. 아름다운 샘을 품고 있는 거대한 화석의 이야기나, 중앙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없는 거대한 미궁의 이야기나, 북쪽 어딘가에 있는 여덟번째 영웅의 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몇몇은 사실일지도 몰랐지만 그녀는 사막 어딘가에 신수 바 나보리스가 있다는 것을 의심한 것처럼 이 역시에도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이야기 중 하나가 사실이라는 것이 눈 앞에 밝혀져 있었다. 나보리스가 깨어나면서 이 근방의 땅을 어지르고 있었다. 루쥬는 기계에 다가간 여러 부족들이 결국은 폭풍과 번개를 피해 도망쳐 나와야 했다는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었다. 그렇다면 도망치지도 못한 이들은 얼마나 있을 것이란 말인가?
루쥬는 이 사실이 불편했다. 그녀는 그 유목민들의 족장은 아니었다. 그들은 겔드족과는 별개로 그들만의 법과 관습을 따르고 있었다. 누구는 브오이를 그들의 전사들로 들여서 마치 브아이와 같은 태도로 대하는 이상한 태도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족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녀는 겔드족의 족장, 더 나아가서 이 사막의 족장이었다. 겔드족의 대부분이 그녀의 지시를 따르고 싶지 않았다 하더라도 여기는 그녀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영역 한가운데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부숴 버릴 재앙이 있었다.
그래서 뷰러가 하기를 바란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루쥬는 최소한 저것을 이해하기라도 해 보기로 했다. 그녀는 근처의 작은 썰매로 다가가서 패트리샤의 고삐를 집어 들었고 자신의 아름다운 모래표범에 미소를 지었다.
"이 폭풍이 얼마나 나쁜지 봐야겠어. 패트리샤, 가자!"
모래표범은 재빠르게 달려나갔고 모래언덕 아래로 루쥬를 빠르게 끌어당겼다. 루쥬는 씩 웃고 손을 들어서 폭풍에 다가가는 동안에 입에 마스크를 올렸다. 오늘은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닌,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정탐할 생각이었다. 그들의 도시는 이전에도 많은 모래폭풍을 버텼었고 큰 피해를 입은 적도 얼마 없었다. 저 신수가 가까이 온다고 해도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그들이 사막을 가로질러가는 동안 그녀는 겔드의 마을 쪽을 돌아보았지만 이미 많은 모래언덕 뒤에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뷰러는 지금쯤 그녀가 몰래 나간 것을 알아챘을 것이었다. 루쥬가 어디로 갔는지도 알 것이었다. 그녀는 루쥬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눈치가 매우 빨랐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어쩔 길은 없었다. 루쥬에게 전속력으로 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었다. 패트리샤가 다른 모래표범들에 비해서 매우 빨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시 앞을 보면서 커져가는 모래폭풍을 보았다. 위험한 번개와 휘몰아치는 모래의 기둥들이 있었다. 바람도 거세졌다. 그런데 모래의 벽 너머의 이 정도 거리부터 벌써 바람이 거세진다는 것은 유목민에게는 안 좋은 이야기였다.
그녀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추우면서도 어두운 사막을 계속 나아갔다. 그녀의 치마가 뒤로 날리면서 다리가 아침의 한기에 드러났다. 그녀가 다가가는 동안 바람이 계속 거세져서 모래가 그녀의 팔과 얼굴을 긁으면서 갔다.
마침내 그녀는 패트리샤를 멈춰 세워 마스크 아래에서 인상을 쓰면서 모래의 벽을 올려다보았다. 바람이 그녀의 땋은 머리를 당기면서 모래도 여러 방향으로 날렸다. 패트리샤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눈도 굴리면서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모래폭풍 한가운데에서 번개가 한번 더 쳐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네 다리의 짐승을 살짝 드러내었다.
"패트리샤, 상황이 안 좋네." 그녀는 썰매에서 내려 모래표범 옆에 서며 말했다. 그녀는 손가락을 모래표범의 등지느러미를 쓰다듬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만 하면 유목민의 말이 옳았다. 폭풍은 그동안 봐온 다른 폭풍들과 비교해도 많이 거칠었다. 그 바람은 텐트같이 임시로 세운 가건물들은 다 날려버릴 것 같았다. 더 큰 문제는 번개였다. 신수 어딘가에서 나타나면서 번쩍여 땅으로 내리꽂혔다. 유목민의 증언 중에는 번개가 돌을 부숴버렸다는 증언도 있었다.
나보리스가 일단은 겔드의 마을을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때가 되었을 때 고개를 돌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녀의 마을로 거센 바람과 번개를 데리고 왔다가는 그녀의 백성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것이었다. 특히 뇌명의 투구도 없이는...
불안에 입술을 깨물며 (뷰러는 이런 불안 행동을 볼 때마다 그녀를 질책했었다) 루쥬는 겔드의 마을을 돌아보았다. 당장은 무사하겠지만 그래도 뭔가는 해야 했다. 나보리스는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마을에 도착할 것이었다. 뇌명의 투구를 되찾고 신수에 올라타서 기능을 정지시켜야 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고 얼굴에 모래가 튀자 흠칫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썰매로 가서 패트리샤의 고삐를 잡았다. "패트리샤, 가자. 이제 집으로."
그녀는 모래표범을 돌려 겔드의 마을을 향해 갔다. 일단은 치크 대장을 만나서 그 도둑들의 위치를 찾아내는 데에 성과가 있었는지 물을 것이었다. 도둑들은 사막을 떠났거나 서쪽의 황무지로 갔거나, 아니면...
왼쪽의 모래사장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위장한 리잘포스가 갑자기 모래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자 루쥬는 놀라서 숨을 들이쉬었고 그것은 허공을 날아서 조악한 검을 모래표범에게 휘둘렀다. 패트리샤는 놀라서 짖었고 리잘포스에게서 몸을 돌렸고 루쥬의 손에서 고삐를 당겨 손에서 빼 버렸다.
허리에 썰매와 자신을 이은 끈이 묶여 있어서 썰매에는 그대로 있었지만 이제는 조종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리잘포스가 위장을 풀고 뒤에서 튀어나왔지만 패트리샤는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모래폭풍 한가운데로 가고 있었다.
루쥬는 고삐를 잡으려 하면서 모래표범보고 속도를 줄이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거친 바람 소리와 놀란 패트리샤의 짖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바람이 더욱 강해지고 모래가 허공에 뜨면서 아침 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고삐는 그녀의 손가락 얼마 앞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루쥬는 팔을 뻗고 모래에 눈이 따가운 동안에 이를 갈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죽 끈에 두어번 닿았지만 잡기 전에도 끈이 매번 멀어졌다.
패트리샤, 제발 멈추라고!
힘을 다해서 그녀는 몸을 앞으로 굽혔다. 허리에 묶은 끈이 그녀와 썰매를 앞으로 당기고 있어서 발 밑이 떨렸다. 고삐가 손가락을 다시 스쳤고 그녀는 검지와 중지로 이를 잡았다. 그녀는 다른 손으로 이 끈을 잡았고, 거칠게 뒤로 당겨 패트리샤의 속도를 낮추었다.
됐다! 이제...
그녀는 허공을 가르는 돌을 보지도 못했다. 돌은 그녀의 머리의 옆을 강타했다. 루쥬의 눈 앞에 불빛이 번쩍이더니 어두워졌다.
5
"그가 정말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임파가 상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프루아와 로베리 모두가 씁쓸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제린과 시몬도 있었다. 임파는 카카리코 마을에 파야를 두고 왔었다. 링크가 사라진 뒤로 그녀는 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 아이는 딱하게도 이렇게 큰 상실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아주 어릴 때에 채터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났었다. 임파는 파야에게 사별의 고통을 미리 익히도록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희망적인 태도는 임파의 삶에 즐거움을 주었었다. 이를 잃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건 모르지!" 프루아가 쏘아붙였다. "시커 스톤을 놓쳤으니까 빨리 워프해 올 수가 없는 거지. 죽었다는 뜻이 아니라고."
정반대의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루아는 희망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 몸과 그 시기의 성숙함으로 인해서 그런 태도를 가진 것이었거나, 프루아가 늘 낙천적이어서 그런 것일 것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운명에 체념하는 이가 아니었다.
"NO, 그렇지만, FACT를 FACE해야 할지도." 로베리가 프루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WE는 HE가 성으로 간 것을 알지. HE의 시커 스톤이 거기에 있었으니까. 그리고 WE는 재앙 가논의 STRENGTH가 늘고 있는 것도 알지. HE가 탈출했을지도 모르지만, 왜 ROAD나 RIVER 근처에서 보이지 않은 거지?"
로베리도 한때는 낙천적이었지만 나이와 경험으로 그런 면모가 조금 사라졌었다. 어쩌면 다른 시커족 원로들보다 비관적인 면모가 더 있는지도 몰랐다.
프루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야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가 죽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지난번에는 그가 돌아오기를 100년이나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왜 2주 동안 안 보인다고 체념하는 거냐고?"
"누님, 이번에는 100년을 더 기다릴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까." 임파가 말했다. "가논의 힘은 강해지고 있지. 100년 전처럼 그 징조가 명확하고. 그 몬스터들도 다 모이고 있어. 이 마을을 습격하는 그 몬스터들을 잊은 건가?"
프루아는 고개를 숙이면서 바닥만 내려다보았다. 임파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조금 더 현실주의적인 면모가 있었다. 프루아는 밝은 미래를 보았지만 임파는 후회스러운 과거를 보고는 했었다.
"SO, 무엇을 하지, 임파?" 로베리가 물었다. "LINK는 이미 신수 THREE를 해방했어. 그 정도도 ENOUGH인 건가?"
"가논이 처음 깨어났을 때에 비하면 하나라도 있는 것이 큰 차이지. 셋이 있으면 충분히 약해지면서 약점을 드러내게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WHO가 쓰러뜨리지? LINK가 없으면 CHAMPION도 없는데?"
임파는 코웃음을 쳤다. "살면서 그 소년 말고도 여러 용사들을 보았어. 그들 중에 마스터 소드를 쥘 이는 없어도 이 대지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칠 이들은 충분히 있을 거다."
"그럼 그 용사는 어떻게 찾을 건데?" 프루아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시간이 없는 이 상황에서 가논과 맞서겠다고 나설 그 용사는 어떻게 찾냐고?"
"누님, 우리는 이 용사를 우연히 찾았다." 임파가 말했다. "우리가, 아니, 링크가 꽤 많이 찾은 거다. 그의 여정 동안 그는 하이랄의 여러 종족들의 영웅들과 수장들을 만나 협력했었다. 그는 이 땅에 평화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에 조라족과 고론족, 그리고 리토족을 결집시켰어. 이제 이를 더 이어가는 거다. 링크의 일을 끝내는 거다."
"ARMY를 일으키는 건가." 로베리가 턱을 건드리며 생각하듯 말했다. "YES, 그 LOGIC은 알겠어. 조라족, 고론족, 리토족, 하일리아인, 그리고 시커족 전사들의 ARMY, 그리고 THEY의 뒤에는 신수가."
"무기가 필요하다." 임파가 로베리의 눈을 보며 말했다. "방어구도."
"ME가 SOME을 이미 쌓아 두었어. ME가 찾을 수 있는 GUARDIAN에서 MATERIAL을 최대한 모았지만, 더 MORE가 필요해."
"체리블랙 평원의 가디언에서 부품을 떼어낼 수 있도록 인원을 보내지. 거기에는 수백 대나 있으니까."
"흠, YES. 그 정도면 EXCELLENT하지. BUT 임파 YOU가 말한 것처럼 TIME이 얼마 없다면, ME가 군단을 위한 WEAPON과 ARMOR를 만들 TIME은 얼마 없다는 것은 알텐데."
"그래도 선봉대를 위한 정도는 될 거다. 처음 가디언과 교전하게 될 이들이지."
"CHANCE는 주어지는 거군."
"그래."
프루아는 둘의 대화를 늘 그랬던 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도 입을 열었다. "그럼 난 뭘 하고? 새 군단을 위해 시커 스톤을 찍어낼 수 있지는 않은데."
"하지만 지금은 둘이 있지. 여러 무리를 워프시킬 수는 있으니 로베리에게 부품을 조달하는 데에 쓸 수가 있어."
"SHE가 ME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SOMETHING이 또 있어." 로베리가 말했다. 프루아와 임파는 그를 보고 로베리는 몸을 낮추어 조용히 말했다. "SHEIKAH SLATE는 우리가 고대 시커 TECHNOLOGY와 INTERACT할 수 있는 MEANS이지."
"그래. 그건 알아." 프루아가 말하고 하나 더 덧붙였다. "당연히."
"ME는 이걸 GUARDIAN의 CONTROL을 되찾는 방법에 대해 THEORY를 세웠어. YOU가 잘 아는 것처럼, WE의 CONTROL은 CALAMITY가 오기 전에도 많이 약했어. WE는 ALL을 한번에 CONTROL하는 법을 NEVER로 이해했지. 마치 PUZZLE의 중요한 PIECE를 놓친 것처럼 말이야. 아직 DISCOVER되지 않은 것..."
"체키, 그래서 요점이 뭐야?"
로베리는 프루아에게 인상을 썼지만 말을 이었다. "임파, 오래 전의 CALAMITY와의 BATTLE을 그린 MURAL을 가지고 있지?"
임파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도 있지. 왜 물어보나?"
"MURAL에 있는 것 중에서 WE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있어. WE가 100년 전엔 가지지 않은 것. 그게 WHAT일까?"
임파는 한동안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그 그림을 확연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거의 100년이나 보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가운데, 대재앙 양 옆에 두 영웅이 서 있는 것을 기억했다. 그들을 에워싼 가디언을 기억했다. 네 기의 신수를 기억했다. 그리고...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고개를 들었다. "탑인가!"
"TOWER, 왜 그들이 MURAL에 있지? 그들의 PURPOSE는 뭐고? 지금까지 THEY가 한 일은 NOTHING이지만, BUT 중요한 역할이 있을 거야. LINK가 하나를 ACTIVATE하자, OTHER들이 LAND의 곳곳에 일어섰지. ONE은 CITADEL 한가운데, 아마 MOUNTAIN 밑에 묻혀 있다가 솟아 올랐어. 아마 그 산이 지난 일만년 간에 TOWER 주변에 솟아 오른 건지도?"
"체키!" 프루아가 탁자에 손을 내리쳤다. "조종 장치로군!"
"ME가 한동안 생각하고 있던 THEORY일..."
"시커 스톤의 코드표에 언급이 되어 있었어. 처음 봤을 때에는 링크의 아이템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잘 보지는 않았는데..."
프루아는 의자에서 뛰어 연구소의 바닥에 내려왔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왔다갔다 했다. "탑이 가디언을 조종할 수 있다면, 이것은 신호소와 같은 역할이야. 사거리가 너무 좁아서 탑을 여럿 세웠거나, 더 많이 기동할 수록 신호가 강해지는 건지도?"
"각각 모두를 기동해야 할 필요는 없기를 바라야겠군. 그러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임파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몇몇은 위험한 곳 한가운데에 있지."
"그래. 하테노의 탑은 몬스터의 군대에 둘러싸여 있지."
"그리고 추낙의 TOWER는 GUARDIAN이 에워싸고 있고." 로베리가 말했다. "BUT, 지금 그건 POINT 외의 내용이야. PURAH, 이걸 연구해줘. 가능하면, TOWER를 연구하고, USE의 방법도 알아내고. GANON에게서 GUARDIAN의 지배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그럼..." 그녀는 자기 자신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맙소사, 다시 현장으로 나가려면 나이를 좀 더 먹어야겠네."
"아, 다행이군요." 시몬이 근처의 그의 자리에서 말했다.
"네가 꼭 와야 할 필요는 없다고!" 프루아가 소리를 질렀다.
임파는 자신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좋은 소식이었다. 지금도 일말의 희망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링크, 살아있어다오.
그녀가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고 또 증명해다오.
6
"오늘 밤은 링크와 같이 지냈어요. 할머니도 계셨고요. 이미 신수 셋을 해방했고요. 2달 동안 참 많은 일이 벌어지다니 놀라워요! 그리고 오늘 밤에는 더 기뻐 보였어요. 미소를 지으면서 웃기도 하고 할머니께 자신의 과거를 묻기도 했어요. 젤다 공주님과 그 분과의 여정에 대해서 많이 물었어요. 할머니는 두 분이 같이 있으면 자주 웃었다고도 했고, 정말 급박한 상황에서 만났어도 서로 미소를 짓는 것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어요.
"링크가 젤다 공주님을 사랑하는지 궁금해요. 제 생각에는 두 분은 꽤 어울려요. 두 분이 결혼하게 된다면...저는 진심으로 응원할 거예요. 하지만 그 생각만으로도 제 속이 불편해요...파야는 사랑을 알게 되었나봐요. 이게 사랑이라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아파요. 하지만 오늘 밤에 본 그 미소가 저를 향한 미소가 아닌 걸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 미소를 보니까 정말 행복해요."
그 장에 눈물이 떨어지면서 글씨가 울었고 파야는 떨리는 손으로 손가락을 뻗어 이를 지우려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얼룩이 더 커지면서 글자 여럿을 가려버렸다. 그녀의 눈으로 손을 들어서 눈물을 닦았지만 멈추지가 않았다.
쓰라려요...
그녀가 생각했다.
너무 쓰라려요...
그녀는 이가단의 습격이 있기 전에 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나타났을 때에 깨어 있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말이 생각 속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잠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그 때 느꼈던 그 쓰라림이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것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그가 살아있기라도 했다면 말이다.
저 말은 그녀의 가장 최근 일기였다. 그 끔찍한 밤이 지나고 나서 일기를 또 써 보려 했지만 아무 말도 쓸 수가 없었다. 여러 번 시도해도 한 글자도 나오지 않았다.
2주, 그가 사라진 지 2주째였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하이랄 성 밖의 강의 바닥에서 그의 시커 스톤이 발견된 것이었다.
파야는 다리를 가슴으로 끌고 와서 이마를 무릎에 대었고 흐느끼는 소리가 다시 입에서 흘러나오자 몸이 떨렸다. 할머니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녀가 알기로는 금방 올 것이었다. 다만 지금은 혼자 있어서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가 살아있기를 정말 절박하게 바랐다. 그날 밤은 꽤 무서웠다. 자신의 목숨과, 할머니의 목숨, 그리고 그녀의 동족들 모두를 걱정했다. 그와 있으면 그래도 힘이 솟았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함정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그가 소중하게 여긴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당당하게 서서 맹렬하게 싸웠었다. 그의 힘이 없었더라면 그날 밤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싸울 수 있었을지 잘 몰랐다.
할머니는 그가 그녀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늘 말했었지만 파야는 그것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링크는 그녀가 발전하도록 동기를 준 것이었다. 그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늘 맞섰다. 그의 주변에서 모든 것이 무너져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목표를 잃지 않았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려웠지만 그날 밤에 싸웠었다. 이가단 암살자를 놀라게 하면서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지기 전까지 인명을 빼앗은 적이 없었어도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무슨 희망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링크는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번에는 회생할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을 것이었다. 그녀를 사랑했든, 젤다 공주를 사랑했든, 이제는 상관없었다. 그가 잘생겼고 용감하고 친절했다는 사실도 상관없었다. 그가 그녀를 위해서 미소를 지은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하나.
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파야는 여전히 훌쩍이고 떨고 있었지만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다리를 펴고 책상으로 의자를 가지고 와서 그녀의 눈을 손목으로 닦아냈다.
그녀는 손을 뻗어서 먹물 병을 가까이 끌고 오고 깃을 잡아 먹물을 묻혔다. 그녀는 다음 빈 장을 넘겨서 마침내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링크가 살아있기를 바라요. 언젠가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문가에 나타나기를 바라요. 그의 미소를 보고 싶어요. 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이제는 나아가야 해요. 할 일이 아직 있어요. 이 모든 것에 제 역할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저도 준비해야 해요.
"내일은 두런에게 전투법을 더 가르쳐 달라고 할 생각이예요. 그 분이 이전에 이가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할머니는 아직 불편해하시는 것은 알지만, 그 분은 저희 중에서 가장 강한 전사이고 저희 시커족이 모르는 전술도 여럿 알고 있을 거예요. 재앙 가논과 계속 싸울 것이라면, 저는 가능한한 모든 방면으로 도울 거예요. 링크가 그랬던 것처럼, 제가 검을 대신 드는 한이 있더라도요."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elta plague = 채터 전염병 (There was Telta Lake, and I got the inspiration from there./채터호가 있어서 여기에서 이름을 따 옵니다.)[Name glossary]
Makeela Riju = 마키 아 루쥬
Buliara = 뷰러
Teake = 치크
Chapter 40: 3부, 37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는 하이랄 대삼림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총회에 참석할 수 있다는 명예를 가졌다고 자부해도 될 것이었다. 숲에 사는 자들은 굉장히 폐쇄적이어서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굉장히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당장 필요로 하는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모든 하인들을 두고 갔었다. 하지만 그의 기사였던 카스토의 러셀 경은 링크가 곧 기사가 될 것이라면서 자신의 종사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던 것이었다. 왕에게 모습을 보여도 좋을 것이었다.
게다가 러셀 경은 최근에 벌어진 일에서 링크의 신경을 돌릴 겸 데리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안돼, 링크가 눈을 꽉 감으면서 생각했다. 그 생각은 하지 마.
그의 아버지는 이 자리에 없었다. 왕과 공주마마가 최전방 가까이에서 말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빈자리는 굉장히 컸다. 아버지가 가정의 사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근위대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이었다.
그만.
그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서 어두운 숲을 통과해 가는 그들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드디어 이 숲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숲이었던, 이상한 일들로 인해 여행자들이 길을 잃고는 했던 미로숲을 통과한 것이었다. 그들의 인도자가 없었다면 숲을 통과할 수도 없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머리 위의 잎이 갈라져서 빛 몇 줄기가 그 어둠을 갈랐다. 나무도 바뀌었다. 두껍고 푸르면서 머리 위에는 더 큰 나무줄기와 가지들이 있었다.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였다. 다람쥐와 새, 그리고 숲의 부족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는 다시 앞을 보았다. 일행은 좀 작아서 거의 끝에 선 그도 가장 앞에 있는 왕가를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은 공주를 쫓았다. 그녀는 푸른 마상 복장으로 마치 정수리에 관처럼 머리를 땋아 묶은 것을 제외하고는 긴 머리를 푼 채로 말을 타고 있었다. 그녀는 링크보다 두 살 연하였으며 지금 그녀가 예쁜지는 잘 몰랐다. 사실 조금 더 크면 더 아름다워질 수는 있었으나 아직 열다섯이라 더 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눈은 왕가의 하인들을 보았고 그가 찾던 누군가를 마침내 보았다. 젤다 공주의 시녀 중 하나로 링크보다 몇 살 연상이었다. 그녀라면 예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력적인 갈색 머리와 눈에, 여성적인 체형에, 종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가 있었다. 그는 이번 여행에 그녀와 말을 섞을 수는 있을까 궁금했다. 그녀가 올해 봄의 결투에서 자신을 보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그 여인에게서 눈을 떼며 한숨을 쉬었다. 그 결투에서 이겼던 일을 생각해도 그의 불안한 기분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차라리 러셀 경에게 집에 가서 아버지를 돕거나 아릴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라도 보게 성에서 좀 더 시간을 빼 달라고 하는 것이 좋았을지도 몰랐다.
머리 위의 나뭇잎이 가볍게 떨리고 잎사귀가 서로 쓸리는 소리에 그의 생각이 깨어졌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고 숲의 부족민 하나를 보았다. 그들의 작은 인도자 말고 처음으로 본 다른 부족민이었다.
스스로를 코로그라고 부르는 숲의 부족민은 많이 특이한 민족이었다. 온 몸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 같았는데 그들의 살은 일반적인 살처럼 탄력이 있었다. 작은 팔과 다리가 있었고 키는 45센티미터도 안되어 보였지만 일부는 그 두 배만큼 컸다. 그들은 늘 큰 나뭇잎으로 만든 가면을 썼고 그들의 코만 이를 통과해 드러났다.
링크 위의 코로그는 낄낄 웃고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나뭇잎의 천장으로 올라가 몸을 숨겼다. 다른 이들도 내려다보는 것도 이제 보였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없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머리 위의 나뭇잎은 이제 거의 늘 떨리고 있었다.
하이랄 대삼림의 한가운데에 온 것이었다.
하일리아인 일행은 숲의 가운데의 공터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링크가 살면서 본 나무들 중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었다. 모두의 기억 상에서는 이 땅에서 가장 큰 나무였다. 데크나무는 하이랄 성 시내의 집 여러 채만큼 큰 줄기가 있었고 성의 첨탑보다도 더 높은 나뭇잎의 차양이 있었으며 그들을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모두가 아는 나무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람 같은 나무였다.
신기하게 도드라지게 파여서 마치 눈을 이룬 것 같은 나무껍질 위에서 나뭇가지들이 긴 눈썹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껍질에서 자라 나온 코가 있었으며 뿌리는 수염을 이루고 있었다. 왕가가 다가가자 열린 거대한 입의 형상도 있었다.
"안녕하시오, 로암 폐하." 데크나무가 말했다. "나의 거처에 온 것을 환영하오. 그리고 젤다 공주, 그대도 반갑네. 이전에 볼 때에 비하면 많이 아름다워졌군."
왕과 공주가 고대의 나무의 정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링크와 그의 주변의 다른 이들이 말에서 내렸다. 몇몇 나이를 더 먹은 하인들이 주변의 코로그들에게 어디에서 밤을 지낼 수 있겠는지 묻고 있었다. 그렇게 길고 힘겨운 여정 뒤에 링크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디 앉아서 쉬고 싶었다.
그는 손으로 에포나의 코에 어루만지고 그의 충직한 말에게 미소를 지은 뒤에 사과를 가방에서 꺼내주었고 말은 이를 받아먹었다. 에포나는 미로숲을 통과하는 중에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은 말들 중 하나였고 링크는 이것을 자랑스레 여기고 있었다.
그의 말을 돌봐준 뒤에 링크는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물건들을 옮기고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러셀 경의 물건을 챙겨서 그의 거처를 세워야 했던 것이다. 그러는 중에 무언가가 그의 눈에 들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그가 아까 본 것을 보기 위해서 몸을 조금 더 옮겼다. 공주와 왕은 흰 돌로 만들어진 조금 올라간 단상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자리에서 그는 이 왕족이 선 자리의 사이를 볼 수 있었고 오후 햇빛에 빛나는 검날이 조금 보였다. 검은 끝을 아래로 향하면서 단상 한가운데의 조금 올라간 돌에 끼워져 있었다.
그는 이 검이 무엇인지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것이 정말 실제로 있는 것이었지는 잘 몰랐다. 퇴마의 검, 고대의 봉마의 검, 마스터 소드였다. 오래 전의 전설에서 내려오는 검으로 전설 속의 영웅만이 뽑을 수 있는 강력한 검이었다.
그 검을 뽑아 강한 기사가 되어 세상을 구하고 공주와 연인으로 발전하는 자기 자신을 꿈꾸는, 여러 종사들과 하인들이 식사자리에서 말하곤 했던 그 검이었다. 링크는 그것이 젊음의 패기일 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보자 심장이 더 뛰었다. 이제 청년이 된 그는 그러한 꿈을 오래 전에 버리고 현실을 마주했지만 그 검을 실제로 보자 그 검을 뽑고 그 용맹에 칭송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공주가 자세를 바꾸어서 검을 시야에서 가리면서 그 상상이 깨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깊은 숨을 내쉬고 다른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는 다른 기사들과 그들의 수행원들이 안장가방과 장비를 푸는 것을 보았고 그는 바로 그들처럼 러셀 경의 말을 찾아서 그 장비를 풀기 시작했다.
그는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그와 그의 기사가 잘 지점에 작은 천막 둘을 세웠다. 천막을 세우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지만 모든 일을 마치자 주변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천막은 안에 작은 기름 등을 켜서 빛을 비췄지만 숲의 공터는 나무 덩굴에 걸린 이상한 식물들이 은은한 불빛으로 비추어지고 있었다.
코로그들이 그들의 주변에 있었지만 대화하기 위해 내려온 이들은 얼마 없었다. 이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남녀는 이 숲의 부족민들을 경계하는 것 같았지만 링크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사실 그들은 볼일을 보러 숲 속으로 들어간 때와 같이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곤 했지만 그들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미소가 절로 났다.
거처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종사들과 작은 식사를 한 뒤에 러셀 경이 잠자리에 들게 되면서 지금의 링크는 업무가 없는 상태였다. 다른 이들도 이미 자리에 들었기에 링크 자신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 동안은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도 느끼고 있었다. 최근 들어 잠에 드는 것이 어려워졌고 그 탓에 여러 시간 동안 깨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아직 그 외에도 깨어 있던 이가 있어서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미로숲으로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데크나무의 주변만 돌아다녔다.
밤의 숲은 아름다웠다. 달빛이 잎 사이로 통과되어서 그 창백한 빛이 주변을 비추었다. 밤은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숲도 밤의 풀벌레와 밤짐승들의 소리가 들려서 살아있는 것 같았다. 반딧불이도 몇몇 나타나서 그들의 샛노란 빛을 달빛에 더했다. 심지어 길고 나비 같은 날개를 가진 여러 색깔의 작은 요정이 날아다니는 것도 본 것 같았다. 숲은 평화로웠다.
링크 자신도 그렇게 평화롭기를 바랐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그를 압도할 것만 같았던 그 기억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퀭한 눈 아래에 검은 그늘이 진 채, 피부가 창백해져서 생기를 잃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던 어머니와, 항상 아름답고 음악과도 같았지만 지금은 거칠고 갈라지는 것 같던 그 목소리와, 링크를 약한 손으로 잡고 있던 그 모습까지.
미동 없이, 눈에 생기도 돌지 않았던 어머니.
장례 천에 덮인 어머니...
그 고통으로 링크는 속이 뒤집어지는 것 같았고 그는 손을 뻗어서 나무에 기대었다. 그의 왼손은 흘러나올 것만 같았던 눈물을 억누르려는 듯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미 석달이었으니 이제는 극복했어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링크는 아버지가 집안의 의무에 대해서 말할 때 괴로워하고 있는 그 표정을 보았다. 아른은 그들이 하테르에 가지고 있던 그들의 토지 재산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고 있었다. 아릴은 집안을 이끌기에는 너무 어렸으며, 링크의 아버지는 근위대의 중요 자리에 있었다. 결국 아른은 재혼 상대, 곧 전 아내를 대신할 인물을 찾는 동안 그의 부동산을 대신해서 맡아볼 누군가를 지정하게 될 것이었다.
"괜찮으세요?" 뒤에서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링크는 등이 굳으면서 벌떡 몸을 세웠다. 그는 손을 들어서 눈물을 재빨리 닦아내고 몸을 돌렸다. 젤다 공주가 그의 뒤에 바로 서 있었다.
"전하!" 그가 목소리가 갈라지며 말했다.
"쉬잇...!" 그녀가 손을 저어서 그를 조용히 하게 했다.
링크는 진정하려 애썼지만 그의 심장은 쿵쾅대고 있었다. 밤중에 그에게 몰래 다가올 수 있을 다른 사람들 중에서도 젤다 공주는 그가 바라거나 기대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의 희망대로 근위대의 기사가 된다면 그의 아버지가 왕을 경호한 것처럼 자신은 공주를 경호해야 했다. 이렇게 감정을 주체 못하는 사내를 자신의 호위로 두고 싶을 리가 없었다.
"공주님, 죄송합니다. 좀...놀랐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보았고 딱 봐도 호위병이 없는 것을 보았다. 데크나무의 뒤쪽, 야영지에서 멀리까지 걸어간 것이었다. "그런데...여기서는 무슨 일이십니까?'
그녀는 눈을 굴렸고 그 움직임은 달빛 아래에서도 다 보였다. 링크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여기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았다. 사실 이번 때 전에는 공주와 말을 섞은 적도 없던 것 같았다. 몸을 숙이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저도 당신과 비슷한 이유로 있죠." 그녀가 잠시 뒤에 말했다. "잠이 안 와서요."
"혹시..." 그는 머뭇거렸다. 지금 같은 때에서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공주가 이 어두운 곳을 돌아다닌다고 말해야 하는지, 그녀와 같이 움직여야 하는지... 숲의 중앙은 안전하다고는 했지만 미로숲에 있는 동물들의 소문은 들었었다. "호위병을 하나 더 부를까요? 여기가 안전한지는 잘..."
"전 괜찮아요. 이 공간은 데크나무님의 마법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몬스터들이 접근할 수 없어요."
"아, 네, 그렇군요." 그는 말을 멈추고 공주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에는 잠옷 차림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녀는 허리와 소매 쪽에 수를 놓은 흐르는 듯한 흰색의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들이 여행하는 중의 아침과 저녁에 말을 타기 전과 내린 뒤에 이를 입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 의미는 몰랐다.
젤다 공주는 그를 한동안 유심히 보았다. 마침내 그녀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죠?"
"아, 링크입니다. 아버지는..."
"아른이었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의 표정은 부드러워졌다. "부고 소식은 유감이에요. 저도...어머니를 잃는 고통은 잘 알고 있어요."
링크는 공주의 말에 목이 메였다. 이 대화는 다른 사람들, 특히 공주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어머님은 여러번 뵈었어요." 그녀가 생각하는 듯이 말했다. "궁중에서와 동쪽에 있는 당신의 영지를 보러 갈 때요. 그 분은 꽤 강하면서 능력도 좋아 보이셨죠. 아버님과는 잘 어울렸어요."
"네..." 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젤다 공주는 그를 다시 보았다. 달빛을 받는 그 모습에서는 그녀가 생각보다 젊게 보이지 않았다. 그 복장과 얼굴의 표정으로 인해서 더욱 나이가 있어 보였다.
"러셀 경의 종사이시죠?" 그녀가 한동안의 침묵 끝에 물었다. 링크는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와 같이 걸으실래요? 당신의 검술에 대한 소문은 들었어요. 제 곁에 실력이 훌륭한 종사가 있으면 걱정이 없을 것 같고요."
링크는 그 말에 갑자기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그의 실력은 기사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져 있었지만 공주가 들었을 정도라면 놀랄 만했다. 그런데 근위 기사가 그가 있는 것을 보고 넘길지는 잘 몰랐다. 그는 젤다 공주의 눈빛을 보았고 그 눈빛에는 조금 도전적인 눈빛이 있었다. 그가 거절해서 다른 이를 찾아온다고 해도 그때까지 기다릴 눈빛이 아니었다.
"예, 전하." 그가 말했다.
"좋아요." 그녀는 데크나무의 뿌리를 돌아다녔고 그는 뒤를 따랐다.
둘은 한동안 조용히 걸었다. 공주는 나무와 이파리를 보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았고 가끔은 손가락으로 잎과 꽃을 매만졌다. 그 식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나뭇잎 하나를 따서 손에 천천히 돌려보는 것을 보았다. 얼마 뒤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가 있는 것도 잊어버린 듯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여기가 하이랄 대삼림이 늘 있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셨어요?" 그녀가 다시 잎사귀를 보면서 물었다.
"아뇨, 들은 적은 없습니다." 링크가 대답했다.
"고대의 문서들과 지도에 의하면 데크나무님과 대삼림은 원래는 남쪽의 시작의 대지 근처에 있었다고 했죠. 하지만 언제 왜 움직였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데크나무님에게 여쭈면 되잖습니까?"
그녀는 그를 보았고 눈썹을 갸웃했다. "아, 같은 데크나무님은 아니거든요."
"예?"
"데크나무님은 아주 긴 세월을 사셨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사신 것은 아니에요. 몇 천년 주기로 데크나무님은 그 다음의 새로운 데크나무님이 될 묘목 하나를 심으시고, 얼마 뒤에는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전 몰랐습니다."
"그럴 만도 하죠. 다른 것에 비하면 좀 학술적인 영역이니까요. 데크나무님은 이전 세대의 기억을 조금은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이를 잘 말하지는 않죠. 제가 알기로는 이전 세대의 숲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말하지 않으셨어요. 어쩌면 기억을 못하시는 것일수도 있고요."
젤다 공주는 큰 데크나무의 줄기를 보면서 그 나뭇잎을 놓았다. "어찌 되었건 간에, 이전의 숲의 위치가 무언가의 이유로 살기가 부적합해져서 선대 데크나무님은 묘목을 이곳으로 보내었고, 그 주변에서 나무가 자랐다는 거죠. 다만 다른 가설도 있어요."
링크는 공주가 왜 이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지 몰랐지만 그녀는 이것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는 공주만큼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그저 또 다른 숲일 뿐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미로숲이예요." 그녀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데크나무님이 자리를 어떻게 옮겼을지는 이해할 수가 있는데, 고대의 기록에는 미로숲도 언급되어 있어요. 새로운 숲이 후대의 데크나무님 주변에 자랐다는 것을 보면, 미로숲도 데크나무님의 힘과 연결되어있다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데크나무님이 미로숲을 만들어낸 것인데, 왜일까요?
"보호를 위해서일까요?"
"음, 가능성이 가장 높죠. 데크나무님의 껍질은 꽤 귀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면 어딘가에 데크나무님을 숨겨놓거나, 사람이 오지 못할 곳에 심어도 되지 않을까요? 왜 사람들을 오지 못하게 할 마법의 숲을 조성해 놓고서는 이를 통과해 올 수 있도록 인도자를 마련하는 걸까요?"
"그건...잘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보았고 그는 그 눈에 순간 실망감이 돌았다는 것을 느꼈다. 엉뚱한 대답을 한 것 같았다. 잠시 뒤에 그녀는 몸을 돌리고 다시 나아갔고 그는 빨리 쫓아갔다.
한동안 침묵이 돈 뒤에 다시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어쩌면...미로숲은 일종의 시련일지도요."
그녀는 그를 어깨 너머로 다시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요?"
링크는 숲 한가운데의 단상에 꽂힌 마스터 소드를 생각했다. "어...미로숲이 결국은 그 정도로 심하게 보수적이지는 않으니까요. 탐사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침입하려 하는 이들이 쉽게 불을 질러서 태워버릴 수도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언가의 특수한 목적을 가진 이는 이 숲을 통과해서 숲의 한가운데로 와야 한다거나...?"
공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자들 사이에서의 유력한 가설이죠. 미로숲은 데크나무님에게서 지식이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시련이라고요. 그리고 마스터 소드도 있고요."
그는 조금 낙담했다. 당연히 학자들은 이에 대해서 더 깊이 토론했을 것이었다. 그의 생각이 전례가 없었을 리가 없었다.
"이 숲의 기원에 대한 다른 유력 가설은 그 숲이 통째로 남쪽에서 무언가의 방법으로 옮겨졌다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보면 새로운 숲은 아니지만, 위치한 지역은 새로워졌으니까요."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그가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과거에는 고대 기술과 마법으로 엄청난 위업을 이루었지요. 그러니 이것도 아주 불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식생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남쪽의 식물들과 비슷한 종이 있는지 궁금해져서요."
그러면 누군가가 이미 발견하지 않았을까? 링크는 이 생각이 스쳤지만 이를 말하지는 않았다. "찾으신 것은 있습니까?"
"아뇨. 하이랄의 남쪽과 북쪽 출신인 식물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희 나라는 그렇게 생태가 다양할 정도로 넓지는 않아요. 뭐, 중앙 하이랄 정도는 북쪽과 남쪽 지역이 기후가 비슷하죠. 다만 주변은 다른 이야기예요. 필로네 우림이나 헤브라 산맥의 경우가 있으니까요."
젤다 공주는 돌 단상 근처에 멈추었다. 데크나무를 한바퀴 돌아서 다시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링크는 위에서 내리쬐는 달빛을 받으며 빛나는 마스터 소드가 눈에 들어왔다. 공주는 그 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 공주, 밤늦게까지 있는구려."
그녀는 놀란 숨을 들이쉬고 그 깊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링크도 고개를 들어서 데크나무의 큰 얼굴을 올려보았다. 나무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 데크나무님, 주무시는 것을 방해했다면 죄송합니다."
"괜찮네. 그리고 그 옆의 이는 누구인지?" 데크나무는 링크를 내려다보았고 미소는 더 커졌다. "아, 그래, 링크라 하는 이였군."
그는 놀란 채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데크나무가 어떻게 그의 이름을 아는지 몰랐다. 누가 말해주기라도 했나 싶었다. 젤다 공주도 그만큼이나 혼란스러워하면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놀란 얼굴은 거두거라." 데크나무가 말했다. "내 영역에 들어오는 이들을 알아보는 시간은 늘 가지니 말이다. 젊은 링크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대가 내 숲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지?"
링크는 약간 볼이 빨개진 채로 단상에 올랐다. "꽤...아름답군요, 어...데크나무님."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 같이 달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것도 좋기는 하지."
그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공주를 보았는데 그 얼굴에는 절제가 보였다.
"자, 거기 둘, 여기에 있는 검이 무엇인지는 아는가?"
링크는 검을 돌아보았다. 마스터 소드는 훌륭하게 만들어진 보라색 자루에 녹색 끈이 손잡이 역할로 묶여 있었다. 십자 가드는 마치 날을 향해서 뻗은 날개의 형상이었다. 날에는 아무런 녹도 없었다. 링크는 그 날에 고대의 표식과 왕가의 표상의 세 정삼각형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참 아름다운 검이었다. 한동안 링크의 생각은 몇 년 전, 그와 다른 종사들이 아직 보지도 못한 전설의 검을 서로에게 자랑하는 시늉을 하는 것에 향했다.
그가 여기에서 젤다 공주와 같이 마스터 소드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그들이 알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다. 마치 그런 허황된 자랑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마스터 소드입니다." 젤다 공주가 말했다. "재앙 가논과의 전투에서 고대의 용사가 사용했다는 검이죠."
재앙 가논이라? 링크는 마스터 소드에서 눈을 떼며 생각했다. 그는 이 표현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 표현은 어딘가 낯익게 들렸다. 한때 꿈에서 들은 것만 같았다.
"그렇지." 데크나무가 말했다. "하이랄이 탄생하기 전, 여신 하일리아가 만든 검일세. 그녀의 고대의 적, 종언자를 무찌르기 위해서 말일세."
젤다 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검에 다가갔다. "역사 속에서 여러 번 사용되었죠. 위기의 상황에서 선택받은 용사가 늘 사용하였고요."
"그렇다네. 그리고 선택받은 용사만이 그 부름을 받게 되지. 다른 이들이 이 검을 저 자리에서 뽑으려 했으나, 지난 일만년간 성공한 이는 없었네."
일만년이라, 링크는 젤다와 데크나무가 대화하는 동안 불안하게 떨면서 마스터 소드를 돌아보았다. 정말 아름다운 검이었다. 그는 검에 천천히 다가가서 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낯익게 느껴졌는지, 왜 이렇게 끌리는 것인지...
링크는 천천히 손을 뻗어서 검의 자루의 끝에 손을 조심스레 대었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그는 헉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손을 떼었다. 머리 속에서 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너무나 실감났다. 혹시 다른 이들도 들었단 말인가? 그는 공주를 보았지만 그녀는 데크나무와 여전히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대화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아까...들었습니까?"
젤다가 인상을 쓰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데크나무가 다시 말을 시작하자 그녀는 링크는 잊고 다시 나무를 보았다.
그는 다시 검을 보고 입술을 축였다. 설마 상상에 불과했단 말인가? 그는 다시 망설이며 손을 뻗어서 왼손의 손가락으로 자루를 잡았다.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피부가 닿자 그의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그를 부르는 것 같았다.
하라고 하고 있었다. 시도하라고 했다. 이미 다른 기사들이 시도하는 것을 보기는 했다. 일종의 전통이었거나, 그들 사이의 내기인 것 같았다. 그들을 응원한 코로그들에게도 재미있는 볼거리였던 모양이었다.
그는 두 손을 검의 자루에 올렸고 그의 발을 옮겨서 어깨 넓이가 되도록 섰다. 그리고 이유를 생각하지도 않은 채로 검을 당겼다.
그는 일찍이 이 내기에 참가하지 않았었다. 종사였던 그는 기사들 사이의 전통적인 내기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들 중에서 검을 돌에서 뽑는 데에 성공한 이는 없었다. 얼마나 많은 힘을 줬어도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몇몇 기사들은 그로 인해 굉장히 지친 것 같아 보였다.
링크는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기합을 넣지도 않고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힘을 주지도 않았다. 근육에 힘을 더 주면서 자랑을 하면서 몸을 푸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당겼을 뿐이었다.
그러자 마스터 소드가 돌과 철이 긁히는 소리를 내면서 부드럽게 뽑히는 것이 아닌가.
그 소리가 밤의 고요를 가르자 데크나무와 젤다 공주 사이의 대화는 멈추었다. 젤다 공주는 몸을 돌려 링크를 보았고 그 얼굴에는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벌어졌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링크는 그 끝이 땅의 빈 틈 바로 위에 떠 있는 상태로 검을 잡으면서 그 검을 멍하니 보았다. 검을 뽑은 것이었다.
마스터 소드를 뽑았던 것이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그가 이 검을 뽑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날 낮에도 여러 명이 안간힘을 썼었는데도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왜 그는 되었단 말인가. 왜 그여야 했단 말인가.
"아하..." 데크나무가 링크를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대일 것이라고 생각했네. 운명을 타고난 소년 말일세."
젤다 공주는 갑자기 더 어려진 것 마냥 눈이 휘둥그레져 링크와 데크나무를 돌아보았다. "설마..."
"그렇다네." 나무의 목소리는 갑자기 진지해졌다. 숲 사이로 바람이 불면서 나뭇잎이 서로 쓸리는 소리가 조용히 더해졌다. "용사가 일어서야 할 시간이 왔네."
"그럴 수가..." 그녀가 중얼거렸다.
링크는 천천히 검을 들었고 이 검의 느낌에 놀랐다. 바람이 거세지면서 그의 주변에서 돌았다.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은 것이었다. 일만년 이래로 처음이었다. 데크나무는 그를 운명을 타고난 소년이라고 했었다. 그는 그의 옛 환상 그대로, 공주가 옆에 있는 때에 이 검을 뽑는 것을 성공시킨 것이었다.
그는 그녀를 보았고 젤다 공주의 표정을 보았다. 그 표정은 너무나도 또렷했다. 경악이 가득했다. 환상은 그의 머리 속에서 깨어졌다. 그리고 번뜩 그는 이 날은 기뻐해야 하는 날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나, 사실을 아는 다른 이들은 이를 축하할 수가 없었다.
용사가 일어서야 할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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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작은 바위 그늘 밑에 피운 작은 불가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모습을 감추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가디언의 수색 범위를 벗어났을 것이었다. 며칠간 그런 기계 병사들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초라할 정도로 적은 그의 소지품이 있었다. 성에서 찾은 방패, 조라의 검, 보코블린들이 자는 동안 그들의 주둔지에서 훔쳐 낸 조악한 나무 활과 화살이 전부였다. 성에서 망가진 고대 병기 검도 없었고 시커 스톤도 없었다.
시커 스톤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뼈아팠다. 그의 최고의 여행 수단이었는데다가 그의 여행 중에서도 굉장히 유용한 도구였던 것이다. 이것이 없으니 이제 그의 동료들에게 자신이 성에 갔다가 살아나왔다고 보여줄 증거가 없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 뼈아팠던 것은 유용한 도구를 잃었기 때문만이 유일하지는 않았다. 그 안에 추억들이 담겨 있었던 것이었다. 젤다 공주, 아니 젤다가, 100년 전 그들이 여행하면서 찍은 수백 장의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하이랄 성에서 후퇴한 뒤의 여러 주 동안은 공주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서 이에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그 사진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그는 정말 어리석었다.
성은 이제 많은 양의 나무와 주변의 언덕들에 의해서 가려져 있었지만 그는 그 성이 지평 너머 어디에 있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오늘은 재앙 가논이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아서 이를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였다. 마수는 그가 처음 깨어났을 때에 비해서 훨씬 더 자주 나타나서 성의 첨탑 주변을 날아다녔다. 하지만 젤다가 아직 정신을 유지하는 듯이 빛의 신호로 나타나 마수를 다시 안으로 끌어내렸었다.
그녀는 참 강해, 그가 불을 찌르면서 스스로에게 생각했다. 정말 감탄스러웠다. 그녀는 그의 얼마 없는 기억에서 본 모습에 비해서 훨씬 대단했다.
하지만 가논이 강해졌다는 것도 보였다. 땅이 더 자주 떨렸고 링크가 하이랄 성 북쪽 구릉을 건너는 동안 데스마운틴의 표면에 새로 생긴 분출의 흔적이 보였다. 가디언들도 앞뒤로 더 자주 순찰하면서 그 활동량이 늘어났다.
그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성에서 패퇴한 뒤의 시간은 한동안 정말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가디언은 조금도 지치는 기색 없이 그를 찾아다녔다. 그들에 효과적으로 맞설 무기가 없는 링크는 그가 쓸려 나온 북쪽 구릉에 조금씩 난 나무들로 가면서 계속 도망치며 피하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그 성의 마지막 순간들에 대한 생각은 꽤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렀고 링크는 가디언이 그를 쏜 지점에 무심코 손을 얹어보았다. 미파의 도움 덕에 그 지점은 이미 오래 전에 회복되었지만 살갗에 흉터는 남아 있었다. 100년 전에 가디언과의 싸움에서 입은 등의 상처와 똑같은 모양으로 나 있을 새 상처였다.
그의 영걸의 옷 역시 타 버려서 결국 링크는 이를 벗어버려야 했다. 탄 자국과 핏자국에도 불구하고 그 색은 뚜렷했다. 이틀 전이 되어서야 자신의 옷 대신 한때는 다른 색이었을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회색으로 변색되어버린 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그 옷은 구릉 기슭의 옛 훈련장에서 찾아낸 것이었다. 그 지점에 둥지를 튼 여러 리잘포스들도 쓰러뜨려야 했었다.
패퇴한 이후의 그의 진전은 꽤 느려졌다. 젤다가 그에게 이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무기인 마스터 소드의 위치를 알려주었기에 링크는 구릉 위에서도 보이는 북쪽의 대삼림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기로 가는 것도 큰일이었다.
숲은 깊은 물로 넓게 둘러싸인 섬에 있었다. 이 숲이 굉장히 커서 처음에 링크는 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볼 수 없었다. 그는 북쪽으로 가기 직전에 시커 스톤의 지도에 길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든 기억해 내면서 동쪽으로 발을 디뎠다. 며칠 간 가디언들을 피하면서 느리게 여행을 한 끝에 그는 숲과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육교를 보게 되었다.
지금 그의 위치, 하이랄 대삼림의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2주일이 걸렸다. 그 정도의 거리를 2주일이 걸려서 지나갔다면, 그의 계산을 바탕으로 하면 그와 카시와가 하이랄 평원을 거치는 동안에 지나간 거리와 비슷했다. 그리고 이 여행 내내 그는 재앙 가논이 언제라도 깨어나서 이 땅을 다시 황폐화시키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음식과 물이 부족했다. 숲의 해자는 깊은 분지에 있어서 링크가 쉽게 내려갈 수가 없었고 성의 해자로 가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대신 그는 첫 주 동안에 빗물과 풀, 그리고 열매들을 먹었고 보코블린의 주둔지를 발견하자 활을 훔쳐낸 것이었다. 그 몬스터들을 다 처치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직 가디언이 주변에 있어서 소리가 그들을 끌어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결국 그를 여기로 이끌었다. 그는 거대한 숲을 보았고 그 한가운데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제 그가 이전에 그것, 마스터 소드를 여기에서 찾은 것도 기억났다. 숲을 보자 그날의 기억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온 것이었다. 혼란, 흥분, 두려움, 아직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 어머니를 잃은 것의 고통, 그리고 그의 여동생 아릴에 대한 얼마 없는 정보까지.
그리고 어렸지만, 세상을 구할 부담을 지닌 젤다까지. 마스터 소드는 그의 운명을 결정한 것처럼 그녀의 운명도 결정해버렸다. 그래서 그렇게 겁에 질렸던 것이었다. 당시에 그는 그녀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혼신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검은 둘을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어버린 것이었다. 한때 그는 그가 근위 기사가 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은 엄밀히 말하면 이루어지기는 했다.
링크는 눈을 감고 그날 밤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녀 곁에 걸을 때 느낀 신기한 편안함, 그녀가 주변의 모든 것을 분석하는 안목까지. 모든 것은 그녀에게 연구 대상이었다. 그가 나무만 보았다면 그녀는 그 생애를 본 것이다.
다시 성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가 세상을 다시 멸망의 위기에 빠뜨려버릴 뻔했다. 그도 아니면 멸망이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젤다가 가논을 얼마나 가둬둘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의 준비가 끝나기 전에 가논이 풀려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는 눈을 다시 뜨고 어두워지는 숲을 보았다. 내일 그는 그 숲으로 들어가서 이를 돌파할 것이었다. 처음에 여기에 들어왔었던 기억은 아직 흐릿했다. 우선 통과해야 할 어둠의 숲이 있었다. 그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시련이었다. 하지만 숲의 한가운데로 들어갈 것이었다. 마스터 소드를 되찾을 것이었다.
용사가 일어서야 할 시간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Great Hyrule Forest = 하이랄 대삼림
Lost Woods = 미로숲
Faron = 필로네
Chapter 41: 38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는 하이랄 대삼림의 나무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지금은 아무런 해가 없어보였지만 마스터 소드에 관한 그의 기억을 바탕으로 하면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다른 숲들보다 더 무성하다는 것만 빼고는 일반적인 숲처럼 보였다. 햇빛이 아래로 내려 비치면서 가벼운 바람이 꽃가루를 가볍게 날렸다. 새소리도 밝게 들렸다. 그의 기억에서 젤다가 말했던 미로숲이 정말 여기였나 의심이 되었다.
그는 해 쪽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자리에서 보면 해가 방금 데스마운틴의 경사 너머로 올라온 것처럼 보였다. 해와 데스마운틴을 그의 길잡이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숲으로 깊이 들어가면 나무를 타야 써먹을 수 있을 것이었다.
마침내, 머뭇거린 것에 스스로를 질책하면서 그는 수목의 경계로 들어섰지만, 그냥 숲으로 들어간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색하게 느껴진 것이 없었다. 나무의 잎이 굉장히 빽빽해서 잔디가 더욱 무성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만 아직 초여름이라서 얼마 뒤에 건기의 고열이 다가오면 이 수목들도 마를 것이었다.
그가 걷는 동안 그의 발 밑에서 나뭇가지가 밟혔고 튀어나온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렸다. 아직 어색한 것은 없었다. 자신감을 느끼면서 링크는 더 빨리 나아가서 숲의 가운데에 도착하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최소한 하루 종일은 걸릴 것 같았다.
"처음 검을 뽑았을 때에 당신이 근처에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가 소리내어 말했다. "당시에는 당신의 얼굴의 경악을 이해하지 못했죠. 저도 느끼기는 했지만 좀...혼란스러웠습니다."
젤다가 그의 말을 들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 그녀가 보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주변을 늘 알지는 않는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가논에 맞서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괴로웠다.
그래서 그녀가 들을 수 있든 없든 그녀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 이는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안 될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 말을 하는 것은 기분이 나아졌다.
"물론 그 당시에는 당신의 기도도 모르고 있었죠. 당신의 부담을 전혀 몰랐죠. 영걸 임명식 직전에, 그것을 갓 알게 되었으니까..."
링크는 정신을 집중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 기억이 눈 앞에 선했다. 그는 머리 속의 장면을 미약하게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하이랄 왕, 그리고...
"링크, 그대가 마스터 소드에게 선택을 받았으니, 그대도 이 일의 일원일세."
로암 왕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그 혼자가 아니었다. 젤다도 의자에 앉은 채로 어딘가로 가 버렸으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로암은 책상에 앉아 있었고, 링크는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우리가 신수를 발굴하고 재앙 가논의 부활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것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진행되었네. 다만 그대는 왜 이것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모르겠지."
그도 그 소문은 들었다. 듣지 못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저 속삭이는 식으로 소문이 퍼져서 이게 사실이었는지는 확실히 할 수가 없었다.
"오래 전, 한 점술가가 재앙 가논의 부활을 예고했네. 점술가는 또 나라 곳곳에 고대의 시커족의 유물이 묻혀 있다고도 했지.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그 유물들이 나타났으니...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예고라고 받아들였지."
젤다는 그 자리에서는 정말 작게 보였다. 열다섯으로 하이랄 역사상 최연소로 임관된 기사인 링크보다 두 살 연하였다. 이렇게 보자 정말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의자에는 똑바로 앉았지만 링크를 보지 않고 머리 위의 먼 산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발을 발목에서 서로 꼬고 있었고 발가락을 불안한 듯이 바닥에 두드려댔다.
"내 딸도 자네처럼 앞으로의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네. 대재앙이 부활하면 그녀의 봉인의 힘이 필요하겠지만, 어릴 때부터 계속 쫓아왔는데도 아직 나타나지 않았네. 그대가 마스터 소드를 뽑은 것이 곧 깨어날 것이라는 좋은 신호가 되기를 바라고 있네."
그때에도 링크는 왜 로암 왕이 젤다를 그 회의에 불러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확실히 불편해하고 있었고 그가 능력이 없다는 말을 했을 때 더욱 그러는 것 같았다. 몸을 더 움츠리면서 어깨를 움츠리고 손은 긴 치맛자락을 잡고 있었다.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은 날 밤의 숲에서의 호기심 많은 젊은 여인의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이를 말하는 것은 그대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네. 과인은...그대 둘이 일만년 전 그대들의 선임이 했던 것처럼 그 역할을 이룰 것이라고 믿네. 하지만 그대의 부담은 이제 그대를 전혀 다른 길로 들게 할 걸세. 이 땅의 그 어떤 기사들보다도 높은 임무가 주어졌으니, 그 임무에 걸맞는 진지함으로 임하게."
왕은 그가 한 그 말로 인해 그가 다른 이들을 대하게 된 태도를 손쉽게 바꾸게 될 것이라고 상상은 했을 것인지 돌아보았다. 그는 이전에도 자신이 그렇게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회의가 있은 뒤에 그는 완전히 침묵하게 된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새 친구들을 더 사귀지 않았고 옛 친구들과는 서먹해져 간 것이었다.
"아버님도 당신에게 부담을 주었었나요?" 그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채로 허공에 물었다. "그래서 처음에 저를 경계하신 거군요. 그건...용서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서로에게 쌀쌀맞았다는 것은 기억합니다. 저도 죄송합니다. 제 부담에만 너무 매몰되어 있어서요. 처음에는 당신의 부담도 알고는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갑자기 그걸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 위에서 내려오는 햇빛을 보았다. 시자기 마을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와 말을 나누고 싶었다. 이제 알고 싶은 것, 알아야 하는 것이 많았다. 이가단의 습격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다른 기억을 근거로 해서 그 사건으로 인해서 둘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누가 먼저 입을 열고 다가갔는지는 몰랐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마 처음에는 당신도 거리감을 느꼈던 거겠죠? 생각해 보면 전 거의 말을 하지 않았죠. 어릴 때부터 알게 된 미파와도 말을 끊어버렸을 정도니까요. 다르케르와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요."
그는 갑자기 웃으면서 추억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제가 다르케르가 신수를 조종하는 것을 도와준 것은 좀 악의가 담긴 것도 있어요. 당신은 안간힘을 쓰고 있었는데 문제가 금방 해결되어 버린 것을 봤을 때의 그 표정을 좀 보고 싶어서요. 저희는 때로는 좀 유치했죠. 그런데...저도 그 부담은 알고...느끼고 있기는 했습니다. 당신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여긴 것 만큼이나 저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여겼으니까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그때는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두려웠다고, 지금도 두렵다고...
"물론 100년 전에 이미 말은 했을 테니 반복해서 듣는 것에 불과하겠죠. 그래도 말을 하니 편해졌네요. 솔직해지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일 줄이야..."
링크는 입을 닫았고 숲도 조용해졌다. 그는 걷는 것을 멈추고 인상을 쓰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새소리와 다른 소리들도 조용해졌다. 햇빛은 나뭇잎을 계속 통과하면서 들어왔지만 머리 위의 잎사귀가 더 짙어져서 햇살이 들어올 틈이 거의 줄어들었다.
이 적막이 그는 좀 불안했다. 이제 미로숲에 제대로 들어간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저기, 여기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는 없겠죠? 제 기억이 그 순간만큼은 잘라버렸더라고요."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어떻게 보면 제 기억이 참 기복이 심하네요."
대답도, 그 어떤 소리도 없었다. 그의 목소리도 마치 입을 떠나자마자 소리를 빼앗겨서 더 조용해진 것 같았다. 그의 앞에서 숲이 더욱 어두워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입술을 깨물면서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어두운 숲이라 해도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게 최악이라면 더 두려울 것은 없었다.
숲은 훨씬 더 어두워졌다.
얼마 뒤에 머리 위의 나뭇잎이 더 두꺼워져서 햇빛을 완전히 막아버렸고 그의 주변의 숲이 어둠에 빠졌다. 게다가 땅에서 안개가 올라오더니 멀리 있는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렵게 했다. 나무도 변해서 줄기가 더 험상궂은 얼굴이 되어 있었고 긴 나뭇가지는 낮게 걸렸다. 링크의 검은 나뭇가지에 꽤 자주 걸렸다.
그의 발소리만이 어두운 숲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였다. 발 밑에서 밟히는 나뭇잎 소리와 나뭇가지 소리는 이제는 깊은 숲에서는 굉장히 크게 들렸다. 발밑의 잔디는 마치 오래 물을 못 받은 듯 꽤 말라 있었고 힘도 없었다. 그가 걷는 길은 그의 발목을 걸기 위해서 나타난 것만 같은 덤불과 잡초, 그리고 뿌리들로 어질러져 있었다.
"뭐, 왜 미로숲인지는 알겠네." 그가 중얼거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단 말이지."
그는 마침내 걷는 것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보자 괜찮아 보이는 나무를 발견했다. 낮은 나뭇가지 여럿이 있었지만 우거진 나뭇잎의 지붕은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이 나무에 다가갔다.
나뭇가지 하나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고 그는 검에 손을 얹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는 숲을 돌아보았지만 휘도는 안개 말고는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저기요?" 그가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거기 누굽니까?" 대답은 아직도 없었다.
그는 눈을 찡그리면서 숲의 어둠과 안개를 뚫어보려 했다. 더 어두워졌다가는 횃불을 밝혀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러면 더 멀리 보기가 어려워질 것이었다. 마침내 그가 혼자라는 것을 확실히 한 뒤에 그는 몸을 돌려서 나무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낮은 나뭇가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뒤 손을 잡을 지점이 많이 줄어들었다. 밧줄이 있었으면 했다. 있기만 했다면 타는 것이 쉬워질 것이었다.
그는 주변의 다른 나무들을 돌아보았지만 도움이 될 것은 얼마 없었다. 대부분의 나무줄기는 더 두꺼웠고 손으로 잡을 자리가 얼마 없었다. 이 나무가 최선이었다.
한숨을 쉬며 링크는 가까이 있는 나뭇가지를 잡고 몸을 끌어올렸다. 처음 3미터는 이렇게 두꺼운 나뭇가지들을 잡으면서 올라갔었다. 하지만 곧 나뭇가지들이 가늘어졌다. 결국 그는 손가락으로 나무껍질의 틈을 잡고 장화발로 나무를 감싸서 자세를 안정시키며 올라가야 했다.
그는 느린 속도로라도 나무를 올라갔다. 그러더니 머리 위의 나뭇잎 지붕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나무줄기는 더 가늘어졌지만 머리 위에 더 많아진 나뭇가지들을 써서 몸을 끌어올렸다.
그는 계속 높이 올라갔다. 이 나무가 얼마나 높았는지 몰랐다. 땅에서는 그렇게 높아 보이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나뭇잎 지붕은 땅에서는 꽤 가깝게만 느껴졌다.
어느 순간 그는 두꺼운 거미줄을 뚫었고 그 실이 얼굴과 머리에 달라붙자 인상을 썼다. 하지만 그는 나무를 계속 타서 나뭇잎 지붕에 도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더 높이 올라가서 그 두꺼운 잎사귀를 뚫고 올라갔다. 어둠은 약해졌고 갑자기 그의 머리가 나뭇잎 지붕을 뚫어서 이제는 너무 밝게 느껴진 빛을 받았다.
인상을 쓰며 링크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데스마운틴을 찾았는데 보이자마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방향이 잘못되었던 것이다. 길을 가던 중 어느 순간에 남쪽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그는 산이 그의 오른쪽에 있도록 방향을 틀었고 숨을 들이쉬었다. 내려가는 것은 심하면 심했지 더 낫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느 방향을 보고 있었는지도 기억해야 했다.
그는 다시 나무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안개 때문에 땅을 잘 볼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땅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만일을 위해서라도 그는 여행하는 중에 리잘포스와 싸운 끝에 얻은 작은 칼로 나무에 올바른 방향을 새겼다. 그는 내려가는 동안에 그런 비슷한 표식을 주기적으로 나무에 새겨서 다른 발판을 찾는 동안에 그 방향을 잃지 않도록 했다.
그가 마침내 땅에 도착하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의 나뭇잎의 지붕은 보이지 않았지만 땅에 가까운 지점에 칼집 여럿이 보였다. 그 정도면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갈 방향을 화살표 모양으로 새긴 뒤에 그는 몸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가는 동안 숲이 그의 주변에서 더 짙어지는 것만 같았다. 링크는 그가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하기 위해서 표식을 나무에 더 자주 새겨야 해서 그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기를 정말 끔찍하게 바랐다.
"직선으로 가기가 어렵단 말이지."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무언가에 묻힌 채로 굳어 있었다.
그의 뒤에서 무언가가 부러졌고 그는 몸을 돌려서 눈을 재빠르게 돌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계속 움직이는 안개 말고는 없었다. 그의 왼손을 주먹을 쥔 뒤 몸을 돌려 다시 나아갔다.
마침내 숲이 굉장히 어두워져서 링크는 날의 시간이 지나감을 알아 횃불을 밝혀야 했다. 초라한 불빛이었고 계속 관리하면서 가끔 보인 소나무의 송진으로 다시 불을 붙여야 했다.
그는 곧 그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 보이는 들짐승 말고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마치 누군가가 그림자에 숨어서 그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그의 목덜미의 털이 곤두섰고 그는 횃불을 더 강하게 쥐면서 나무에 다시 표식을 새겼다. 그가 한번 더 나무 위를 올라간지 시간이 좀 지난 뒤였다. 나무들이 타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었다. 잡을 나뭇가지도 줄어들면서 더욱 높아진 것이었다. 나무껍질도 잡기가 더 힘들어졌다.
그런데 하나가 더 그의 마음에 걸렸다. 그가 이전에 또 나무 위로 올라가고 돌아보자 그가 길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뿐만이 아니라 생각보다 그렇게 깊게 숲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인 것이었다. 동쪽에 데스마운틴이 있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멀어진 것 같지 않았다. 설마 한 바퀴를 돌았던 것인가 싶었다.
링크는 얼마 뒤에 앉아서 쉬기로 했고 머리 위의 나뭇잎을 한숨을 쉬면서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말을 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이 숲에는 무언가 오싹한 것이 있었다. 이 고요함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어둠은 더욱 그러했다. 안개는 그가 걸어가면 갈수록 짙어졌고 가끔은 너무 짙어져서 그의 발 앞까지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제 왜 왕과 같이 일행으로 이동했을 때 인도자를 불렀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그 인도자가 정말 필요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나무에 머리를 기댔다. 그의 실종을 임파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다른 시커족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할 것인지, 그가 돌아올 것을 기다린 테바와 카시와는 어찌해야 할 것인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리발도 그가 금방 돌아오기를 바랐다. 리토족 영걸은 아마 그가 겁을 먹고 돌아오지 못했다고 할 것이라고 다른 이들에게 말하겠지만 사실 그도 내심 링크가 죽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있을 것이었다.
다른 불편한 생각이 그의 머리속에 떠올랐다. 이전에도 한 생각으로 이런 때면 생각이 나곤 했었다. 그는 그 숲에서 이가단의 위협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확신할 방법이 없었다.
이가단의 일원이 최소 한 명 더 있지... 그가 생각했다. 두런이 첩자였어.
그런데 두런은 이가단에 맞서서 싸웠었다. 그리고 그들을 배신했다고도 했었다. 링크는 그래도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설마 혼자 도망쳐서 임파와 파야를 아직 남아있었을지도 모를 다른 이가단에게 넘겨버린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이라면 시커 스톤이 정말 있으면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고 링크는 눈을 벌떡 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확실히 움직였다.
그는 재빨리 일어서서 검을 뽑고 어둠을 유심히 보았다. 그의 횃불이 발치에서 불안하게 타고 있었다. 이를 세워 두려고 검으로 땅에 구멍을 팠었다. 그는 지켜보면서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무언가를 본 것은 확실했다. 매우 긴 다리가 있는 어두운 모습의 무언가가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간 것이다. 나뭇잎도 흔들렸다. 그냥 안개가 허상을 만들어서 그가 잘못 본 것인지도 몰랐다.
링크는 어둠을 돌아보았는데 그의 눈이 나무에 새겨진 낯익은 표식을 찾아내었다.
이럴 수가...
그는 앞으로 나서서 그 표식을 보았는데 다가갈 때마다 참담함이 더해졌다. 그가 처음 탔던 나무에는 북서쪽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새겼었는데, 그 이후에는 편의를 위해서 나무 줄기에 T자 표식을 새겼었다.
이 나무에는 온전한 화살표가 있었다.
그의 속에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제 확실히 볼 수가 있었다. 근처의 나무가 줄기 가운데가 썩어서 마치 얼굴이 그려진 것 같았다. 나뭇가지가 손가락같은 다른 작은 가지를 내면서 아래로 걸린 모습은 그의 검이 걸렸던 그 나뭇가지와 같은 모양이었다.
그가 가면서 여러 번 확인을 했는데도 한 바퀴를 돌아서 숲이 짙어지기 시작한 곳으로 돌아와 버린 것이었다. 여러 시간이나 걸었는데 어떻게 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왔단 말인가? 대체...
그의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옆으로 뛰면서 링크는 그에게 내려오는 길고 검은 다리 한 쌍을 간신히 피했다. 그 다리를 쫓아서 고개를 들어보자 엄청나게 큰 거미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무를 타고 내려오지 않고 머리 위의 나뭇잎까지 올라가는 긴 거미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것의 배는 이상한 색이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무슨 낯익은 모습을 그리고 있었는데 너무 놀라서 이를 알아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등의 그 색은 마치 해골을 그리는 것 같았다.
거미는 땅으로 내려가고 링크에게 두 이빨을 드러내면서 다가갔다. 검고 끈끈한 액체를 떨어뜨리는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그는 뒤로 더 물러나면서 검을 들었고 지금 그의 뒤의 짧은 거리에 있는 횃불을 들었으면 했다. 사실 꺼져가고 있어서 별로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거미는 앞으로 덤볐고 그는 검으로 다리 하나를 쳐내고 나서 곧바로 얼굴을 향해서 검을 찔렀다. 거미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들었다. 그 몸집에 맞지 않는 속도로 그의 주변을 빠르게 여덟 다리로 돌았다. 그는 검을 앞으로 내밀어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거미는 다시 전진했고 링크는 아래로 베어서 그 검으로 머리를 찍었다. 하지만 검은 거미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도 못하고 날이 두꺼운 외피에서 튕겨나갔다. 거미는 계속 걸어왔고 입의 털이 그의 팔에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 그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서 범위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그의 발뒤꿈치가 뿌리에 걸렸다.
링크가 넘어지자 거미는 그의 위로 올라타서 이빨을 그의 얼굴에 박으려 했다. 그는 첫 공격은 굴러서 피했지만 거미는 그를 온 몸으로 누르면서 그를 땅에 박고 있었다. 힘을 쓰면서 그는 검을 쥔 팔을 빼어 거미의 옆을 뽑은 검으로 베었다. 검은 또 그 해골이 그려진 등에서 튕겨나갈 뿐이었다.
거미는 다시 앞으로 덤볐고 그 이빨로 그의 오른 어깨 바로 아래를 스쳤다. 오른편에 엄청난 고통이 솟아오르자 그는 비명을 질렀지만 이 고통을 씹어 삼키면서 이를 갈았고 왼손에 검을 휘둘렀다. 그는 앞으로 한번 내질렀고 이번에는 아래의 배를 찔렀다.
거미는 소리를 지르고 그에게서 뒤로 뛰며 물러났고 그 상처에서 검은 액이 흘러나왔다. 링크는 한번 굴렀지만 그의 오른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감각이 없고 팔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아까까지 느낀 고통도 사라져 있었다.
그는 등을 거미에게 보인 채로 왼손으로라도 무릎으로 일어서려 했지만 거미가 그에게 다가가기 전에 완전히 일어나지는 못했다. 그는 다시 검으로 베었고 다리 둘을 베어내 버렸다. 놈은 링크의 종아리를 찌르기 직전에 땅으로 쓰러져버렸다.
안간힘을 쓰면서 링크는 일어섰지만 오른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비틀거렸다. 독인가. 그가 생각했다. 빨리 끝내야 해.
그는 몸을 돌려서 이제 왼다리 둘이 없어서 안간힘을 쓰면서 일어서는 그 거미를 보았다. 거미가 일어서자 이제 뒤의 네 다리로 일어서며 쉬잇 소리를 내었다.
그는 다시 앞으로 달려서 거미의 아랫배가 그의 위로 오는 순간 검을 찔렀다. 그 살에 검이 박히자 그 묵직한 몸이 그의 위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는 거미 아래에 쓰러졌다. 거미는 그의 위에서 버둥거렸고 그는 그의 다리가 또 물릴 것을 각오했지만 아무 고통이 없었다. 대신 거미는 더 거세게 버둥거려서 링크의 검이 그 베인 곳을 더 크게 열어서 검은 액을 그의 팔과 얼굴에 더 흩뿌렸다.
그리고 마침내 움직임이 멎었다. 다리가 한두번 더 떨리더니 움직임이 멈추었다.
힘을 쓰며 신음을 하면서 링크는 밑에서 굴러나갈 수 있도록 거미의 사체를 밀어냈고 그 옆의 땅에 숨을 들이쉬면서 드러누웠다. 이제 오른편의 감각이 하나도 없었다.
머리 위의 안개가 휘돌면서 여러 형상이 그려졌다. 안개 속에서 사람들이 보였다. 낯익은 얼굴과 낯선 얼굴들이 보였다. 다른 것들도 보였다. 어두운 형상, 그를 보는 형상, 그를 증오하는 형상, 몬스터들의 형상도 있었다.
이를 갈며 링크는 검으로 그의 불편한 몸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오른다리가 그의 몸을 더 이상 받치지 못해서 그는 머리가 멍한 채로 아무 방향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독이 번지고 있었다. 그의 몸 속에서도 느껴지고 있었다. 왼손의 손가락이 저릿저릿했다.
계속 가. 그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멈추지 말고...
얼굴과 사람들이 더 많이 나타났다. 아버지가 보였다. 미파도 보였다. 품에 모형 배를 든 금발의 어린 소녀도 보였다. 장난스런 푸른 눈과 밝은 미소가 있었다.
"아니...넌 여기 있으면 안돼...아..." 링크는 그녀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아니...잖아..."
또 다른 얼굴, 한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도 푸른 눈이 있었다. 그 소녀와 같은 눈이었다.
"어머니...?"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여인의 얼굴이 뒤틀렸다. 피부가 하얘지더니 색을 잃었다. 얼굴이 마르면서 광대뼈가 튀어나왔다. 눈은 안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초점을 잃었다. 죽은 것이었다. 머리는 더 변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도 벗겨지면서 그 밑의 하얀 해골을 드러냈다.
"안돼...!"
링크는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은 거친 나무줄기만을 잡을 뿐이었다. 그의 손은 비어 있었다. 검을 어딘가에서 떨어뜨려버린 것 같았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손가락의 나무 줄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서 등을 나무줄기에 기댔고 얼굴은 더 많이 나타났다. 그가 알지 못했던 남자와 여자들이 다 죽어가고 있었다. 누구는 병으로 죽었고 누구는 노환으로 죽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타 죽고 있었다.
그는 땅에 앉을 때까지 나무줄기에 등을 기대며 미끄러져 앉았다.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렸다. 그림자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죽을 때마다 흐느끼는 소리에 몸을 떨었다. 웃는 소리도 들렸다. 여러 방향에서 한꺼번에 들려오는 높은 어조의 비웃는 소리였다.
그리고 하얀 드레스 차람의 젤다도 있었다. 링크를 비난하듯, 분노한 얼굴로, 증오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원념에 휩싸이면서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안개 속에서 돼지와 같은 얼굴을 하면서 노란 눈에 증오가 가득한 가논이 나타났다. 그 괴수는 입을 열었고 링크는 그 안에 어둠과 죽음밖에 볼 수 없었다. 가논은 앞으로 덤벼들었고 놈이 가져올 죽음에 링크는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어둠이 링크의 눈을 가렸고 그의 주변에 조용한 숲과 돌아다니는 안개만 있는 상태에서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링크의 눈이 떠졌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몸을 일으켜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의 주변의 숲은 어둡고 조용했다. 그는 숨을 빠르게 쉬면서 손을 들어 그의 몸과 가슴, 어깨를 만져보았다. 거미가 남긴 그 상처가 미파의 힘 덕분에 보통보다 더 빠르게 아물어 이제는 흉터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는 오른팔을 들고 손가락을 굽혀보았다. 손가락 끝이 아직 얼얼했지만 이것이 나아진 기분에서 온 것인지 아직 거미 독의 영향이 남아 있던 것인지는 잘 몰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살았다는 것이었고 그 정도도 충분했다.
가볍게 신음하면서 링크는 나무를 붙잡고 일어났다. 그는 어두운 숲을 움직임을 찾아서 돌아보았지만 늘 있는 안개만이 보였다.
눈을 감으면서 그는 그 환영들을 머리 속에서 지우려 했다. 이미 다 죽은 그의 여동생과 어머니, 친구, 가족들, 이웃들, 동료 종사와 기사들, 그를 우러러보고 의지하고 구하리라고 믿었던 이들, 다 죽은 이들...
모두 죽은 것은 아니야, 그가 속으로 말했다. 젤다는 아직 살아있어.
그리고 그녀는 그를 믿고 있었다.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그는 나무에서 몸을 떼고 앞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그는 어느 방향에서 이곳으로 왔는지는 몰랐지만 가장 그럴듯한 방향을 찾아 놓친 검을 찾아갔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거미의 피로 인해서 검게 물든 잔디를 따라가서 처음 싸운 자리로 가 보았는데도 조라족이 준 은빛의 검은 찾지 못했다.
거미의 시체도 온데간데 없었다.
인상을 쓰면서 링크는 몸을 돌려 어두운 숲으로 나아갔다. 팔이 아직도 약했고 더 이상은 나무를 타고 싶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무엇이 그를 노리고 있는지 알고 있는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그는 화살표 표식을 찾아서 몸을 돌리고 그 방향을 따라갔다. 미로숲 안쪽, 북서쪽으로 향했다.
결국 그는 두꺼운 나뭇가지와 송진으로 횃불을 하나 더 만들었다. 어둠을 많이 몰아내지는 않았지만 그 온기와 빛은 위안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는 본능만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지금 그가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나무들이 가볍게 흔들렸고 그의 횃불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는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보고 얼마 뒤에 그가 가던 방향으로 다시 나아갔다. 멀리서 늑대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볼 수 있다면 좀 도와주시죠." 그가 허공에 대면서 말했다. 젤다에게 말하고 있는지, 여신에게 기도하고 있는지, 아니 이제 차이가 있기는 했는지...
나뭇가지가 그의 머리카락과 얼굴을 긁으면서 가볍게 상처가 났지만 그는 이를 무시했다. 계속 어두운 숲으로 나아갔다. 그는 곧 자고 다시 일어서서 더 걷기 시작했다.
여러 날, 또는 여러 주, 어쩌면 몇 시간일 뿐이었는지 모를 시간이 지나갔다. 미로숲에서 시간은 중요한 개념이 되지 않았다. 늘 어두웠던 것이다.
그는 그가 출발한 나무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고 또 그랬다. 한번 돌아올 때마다 좌절감이 더욱 강해졌다. 다시 나갈 수는 있는지, 그의 기억 속의 인도자는 어디에 있고, 장난스러운 코로그와 아름답고 우거진 숲의 심장부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두려워졌다.
울음소리가 더 들렸다. 늑대 하나인지 여러 마리인지는 몰랐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수와 관계없이 그를 쫓고 있었다. 가끔 그는 놈들이 발치로 나뭇잎을 거스르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을 들었지만 확실히는 몰랐다. 공격을 하기 위해서 그가 잠시 쉬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그가 출발한 나무를 다시 알아보았지만 이제는 화살표가 잘못된 방향을 가리켰다.
바로 아래 땅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링크는 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 새겨진 표식을 건드려 보았다. 똑같은 표식으로 살짝 비뚤어진 끝도 동일했다. 대체 어떻게 바뀐 것이란 말인가, 이 숲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그는 주먹을 쥐고 나무를 세게 쳤다. 갑작스런 고통에 숨이 막혔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이 숲에 혼자 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이 숲을 움직이면서 지배했다. 젤다는 이 숲이 자연스러운 숲이 아니라고 했었다.
시련... 그가 멍이 든 주먹을 만지면서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불렀었지. 나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시련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한단 말인가? 평생을 이 숲만 헤맬 수도 있었다. 그가 얼마나 이 숲에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최소 하루는 지났을 것이었다. 아니면 더 오래일 수도 있었다. 얼마나 자주 잤는지도 몰랐다.
집중, 집중해야 했다. 당황한다고 바뀔 것은 없었다. 그는 눈을 꽉 감고 유심히 들었다. 가벼운 바람소리와 횃불이 조용히 타는 소리 외에는 침묵만이 있었다. 숲이 너무 고요해서 그의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쪽입니다...
한 목소리, 부드럽고 여성스러우며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이것이 그를 끌어들인다고 생각했다. 그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이를 따라갔다.
그는 이제 그의 발걸음을 거의 신경쓰지 않으면서 걸었다. 무언가가 그의 마음에 줄을 묶어서 그를 숲 안쪽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그 줄은 부드러우면서도 꾸준했다. 그는 그 목소리의 조용한 지시를 들으면서 여러 방향으로 돌았다.
그러는 동안 그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방향을 새로 바꾸기 전에 그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걸어야 했던 일도 있었지만 그것도 옳은 길로 느껴졌다. 주변의 나무들은 다 어둡고 위협적으로 보여서 다 똑같이 보였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더니 무언가가 그의 머릿속에 스쳤다. 그는 바람을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의 마음 속의 당기는 힘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바람도 방향을 바꾸었고 그의 횃불의 불씨가 날아가는 방향도 바꾸었다. 이렇게 미로숲을 돌파하는 것이었을까? 머리 위의 나뭇잎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링크는 이번에 더 가까이 들린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 소리에 조용히 내는 흥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나뭇가지가 부러졌고 그 소리는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늑대 한 마리야. 그는 뒤로 손을 뻗어서 그의 방패를 오른팔에 끼웠다. 그는 횃불을 왼손에 마치 검처럼 들었다. 아직 주머니칼도 있기는 했지만 횃불만으로 늑대를 쫓아버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 횃불의 빛에 빛나는 늑대의 눈을 보았다. 이 눈을 바라보자 그 눈도 그를 바라보았다.
"가." 그가 말했다. 그리고 더 힘을 실어 말했다. "가!"
늑대는 으르렁 소리를 내었다. 깊고 위협적인 소리였다. 눈은 마치 일어서는 것 같이 높이 올라갔다. 그러더니 더욱 높아졌다.
무언가가 그림자에서 횃불의 빛으로 걸어 나왔지만 늑대가 아니었다. 늑대같은 큰 형상이 뒷다리로 서 있었다. 떡 벌어진 가슴과 두꺼운 팔의 끝에 있는 늑대같은 발에 긴 발톱이 나 있었다. 얼굴은 늑대처럼 생겼지만 그 코가 더 컸고 눈빛은 뚜렷한 황록색이었다.
이번 것은 헤브라 산맥의 흰색이 아닌 어두운 회색의 털이었지만 그는 이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테바가 말해준 적이 있었던 울포스였다.
마지막 시련이군. 그가 생각했다.
링크는 몸집이 큰 짐승에게서 뒤로 물러났고 울포스는 네 다리로 다시 내려앉았다. 놈은 다시 으르렁거렸다. 그는 횃불을 앞으로 가리켜서 공격을 기다렸고 몇 초 뒤에 공격이 왔다. 놈은 짖고서 큰 입을 열면서 앞으로 뛰었다. 그의 방패로 이를 막아냈지만 그 힘에 그는 거의 넘어질 뻔했다.
그는 횃불을 앞으로 휘둘러 울포스의 털가죽을 조금 지졌다. 그것은 낑 소리를 내고 뒷다리로 일어서면서 큰 앞발을 링크에게 휘둘렀다. 그 앞발은 링크의 옆구리를 쳐서 그를 넘어뜨렸다. 그는 구르면서 아직 꺼지지 않은 횃불을 재빨리 집어 들었다. 그 불씨로 잔디 일부가 타버렸다.
울포스는 다시 앞으로 덤볐고 그는 횃불을 휘둘러서 전진을 막았다. 놈은 불을 유심히 보았고 그는 놈의 얼굴의 왼쪽에 불이 태운 털과 살갗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횃불을 흔들면서 앞으로 다가갔고 울포스는 으르렁거리며 뒷걸음질쳤다.
"그래. 너와는 안 싸워." 링크가 굳은 어조로 말했다.
울포스의 눈은 그의 뒤의 무언가로 눈짓을 했다.
망할...!
링크는 이 생각을 하면서 몸을 뒤로 돌렸고 또 다른 울포스의 입을 방패로 쳤다. 첫번째 울포스가 앞으로 덤볐고 그는 그 발톱이 그의 등을 긁으면서 옷과 살을 찢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두번째 울포스의 목청의 안쪽으로 횃불을 박아 넣어서 살을 태워버렸고 놈은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물러났다.
링크는 몸을 돌려 그의 방패를 첫번째 울포스의 머리에 내리찍었다. 놈은 울부짖더니 머리가 떨구어졌고 그는 바로 무릎을 들어서 울포스의 턱을 찍었다. 그는 뒤에서 두번째 울포스가 오는 것을 들었고 그에게 덤비는 순간 옆으로 피해서 자신의 동료를 도리어 덮치게 했다.
그는 앞으로 뛰어서 횃불을 그 회색 털의 몸집에 찔러넣으면서 각각의 털과 살을 지졌다. 울포스 둘은 비명을 지르고 떨어지면서 물러섰다. 둘은 이제 곳곳에 화상을 입은 채로 그를 망설이며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한 놈의 눈에 맞춘 것 같았는데 그쪽 눈을 감고 있었고 주변의 살갗도 지져져 있었던 것이다.
둘은 그의 주변을 돌아서 그를 에워쌌다. 그는 이를 갈았다. 울포스가 찢은 등의 살은 굉장히 아팠지만 이는 치유될 수 있었다. 그러니 살아남기만 하면 되었다.
근처에 그의 횃불이 떨어져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한 잔디에서는 작은 주황색 불길이 옆의 잔디를 건드리면서 번져가고 있었다. 그러자 링크에게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는 그의 앞의 땅에 큰 반원을 그려서 그의 주변의 잔디에 불을 더 질렀다. 그도 데일 수 있어서 위험한 모험이었지만 울포스가 불길을 넘어가서 공격하려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그의 바로 앞의 있는 울포스는 그 타는 잔디를 망설이듯이 바라보았다. 뒤에 있는 울포스만 공격을 했다.
놈은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뛰었고 그는 몸을 돌려 큰 발을 방패로 쳤다. 그런데 방패의 겉을 발톱으로 걸어버려서 균형을 잃었고 그의 몸통이 노출되었다. 놈은 방패를 잡은 동안 다른 발톱으로 그를 찔러버리려 했다. 링크는 횃불을 다른 발에 찍어서 쳐냈고 이를 놈의 겨드랑이에 박아넣었다. 놈은 방패를 놓았고 그는 방패를 놈의 가슴에 쳤다.
울포스는 뒤로 넘어졌고 링크는 놈에게 덤벼들어 방패의 끝을 목에 찍어서 기도를 꿰뚫었다. 놈은 버둥거렸지만 다시 일어서지 않았다.
다른 울포스가 불타는 잔디를 돌아왔는지 링크에게 공격을 가했다. 놈은 그에게 몸을 날려서 그를 넘어뜨렸다. 그는 아무 데인 곳 없이 불타는 잔디를 굴러서 통과했지만 이제 횃불이 완전히 꺼져서 불을 잃은 상황이었다.
울포스는 링크가 신음을 하면서 일어서는 동안 다가갔고 그 몸은 아직 가볍게 반짝이고 있는 불빛에 비쳤다. 그것은 그를 특유의 매서운 표정으로 보았고 하나만 남은 황록색 눈은 분노와 굶주림에 차 있었다.
잔디의 불이 꺼지자 둘은 이제 어둠 속에 놓여 있었다. 링크는 울포스가 그에게 덤벼드는 것을 느꼈다. 털과 근육, 매서운 발톱과 이빨로 된 몸집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방패를 놈의 이빨과 자신의 목 사이에 둔 채로 있기 위해서 용을 썼다. 놈의 발톱이 다른 여러 곳의 그의 살갗을 베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생각하지 않고 그의 허리띠를 건드렸다. 울포스가 소리를 지르면서 짖었고 이빨은 방패를 갉고 있었다. 그의 팔과 허리에 계속 발을 긁고 있어서 닿을 때마다 아팠다. 그는 허리의 주머니칼을 잡았다.
울포스는 센 팔로 그의 방패를 잡고 이를 뒤로 당겨서 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놈은 입을 열면서 앞으로 덤볐고 링크는 칼을 다른 눈에 찔러넣었다.
울포스가 그의 목을 물려고 했으나 아직 물지는 않은 그 순간 녀석의 몸의 힘이 빠졌다. 놈은 거센 숨을 내쉬고서 숨이 끊어졌다. 링크는 울포스의 시체를 신음을 하며 밀어내고 그의 옆구리를 잡으면서 일어섰다. 여러 곳에 깊이 베였었다. 지금은 꽤 위험했다. 미파의 기도를 받는다고 해도 너무 많이 피를 흘렸다. 빨리 회복할 수나 있는지도 몰랐다. 그 큰 거미와 싸우고 나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몰랐다. 연속적으로 회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힘의 한계였다.
그는 찢어진 옷을 벗어서 피가 묻은 칼로 이를 여러 조각으로 찢었고 울포스가 가장 큰 피해를 입힌 그의 허리와 등을 매었다. 그는 남은 옷으로 그의 얼굴에서 피와 땀을 닦아내며 인상을 썼다.
링크는 근처의 땅에서 아직 주황빛으로 끝이 빛나는 횃불을 집어들었다. 마른 잔디를 횃불의 끝에 더 채워 넣었고 아직 잔디에 불씨가 남아 있는 곳으로 가서 횃불에 조심스레 불을 붙였다. 마침내 불이 붙자 그는 이를 머리 위로 들어서 쓰러진 두 시체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옆으로 침을 뱉고 다시 그의 횃불을 보았다. 그 목소리가 그를 인도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를 듣기에는 그의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횃불의 불씨는 그 바람에 반응하면서 한 방향으로 날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았다.
Notes:
There were no Skulltulas or Wolfos in Breath of the Wild, but the writer added them for the atmosphere. (원작에서는 스탈튤라나 울포스가 없으나, 작가는 이를 추가하였습니다. 이 역시 번역합니다.)
Chapter 42: 39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링크의 횃불이 흔들리다가 꺼지면서 검게 그을린 나무 막대의 끝에 불씨만 조금 남았다. 그는 이를 버리고 나아갔다. 중요하지도 않았다. 머리 위에서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나무가 주변에 있었지만 억압적이고 검지 않았다. 입구 근처의 나무들처럼 크면서 녹색이었고 길고 두꺼운 나무줄기와 깊이 뻗은 뿌리가 있었다.
그리고 움직임을 보이면서 떨린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이 움직임이 이제는 미로숲에서 벗어나면서 더 잘 느껴진 바람과 날짐승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올려다보자 그의 기억에서 나온 것처럼 숲의 부족민인 코로그가 머리를 나무 너머로 드러내는 것을 보았다. 코로그는 그를 호기심에 찬 얼굴로 보다가 다시 나뭇잎 뒤로 사라졌는데 움직이는 동안 나무가 달각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는 더 걸어 나갔다. 머리 위에서 빛이 더 밝아졌지만 이게 새벽빛이었는지 나뭇잎이 옅어지면서 그런 것이었는지는 잘 몰랐다.
코로그가 더 많이 나타났다. 몇몇은 머리 위의 나뭇가지 위에서 내려다보았고 다른 이들은 나무 줄기나 큰 잔디에서 몸을 세워서 그를 보았다. 또 다른 이들은 덩굴에 몸을 여전히 맡긴 채로 바람에 천천히 흔들렸다. 말하는 이는 없었고 그저 보기만 했다. 그들의 얼굴은 입과 눈만 드러낸 각양각색의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의 몸이 쑤셨는데 이는 울포스와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와는 별개였다. 피곤했다. 그의 팔은 양 옆에서 아무런 힘이 없이 간신히 몸에 걸려 있었다. 발도 천근만근 무거웠다. 미로숲을 돌파하는 데에 며칠이나 걸렸단 말인가? 그 안에 있으면 시간 관념이 이상해졌다. 조금 자기는 한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대체 얼마나 잤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루나 이틀이 지났는지, 아니면 여러 주나 지났는지 몰랐다.
"도착했다..."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걸걸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팠지만 도착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앞에서 나무들이 갈라졌다.
그의 심장이 거의 100년 전의 모습과 거의 그대로와 같았던 평원을 보자 크게 뛰었다. 작은 물줄기와 밤의 빛을 비춰 줄 콩깍지같은 식물들이 보였다. 여러 방향에 수십 수백이나 되는 코로그들이 보였다. 몸집은 여럿이 있었고 그 중에는 굉장히 큰 종류도 보였다. 그 큰 코로그는 양 손에 마라카스를 쥐고 있었지만 다른 코로그들처럼 조용히 있었다.
그는 성의 첨탑만큼 두꺼운 줄기에 크고 위엄있는 데크나무의 뿌리도 볼 수가 있었다. 마침내 커다랗고 빈 나무 줄기를 통과해서 평원에 도착하자 검이 눈에 들어왔다.
마스터 소드가 그 돌의 틈에 아무런 흠도 없이, 링크의 기억에서 바로 나온 것만 같이 꽂혀 있었다. 작은 단상은 삼각형의 형상으로 가운데의 튀어나온 돌에 검이 박혀 있었다. 삼각형의 각 꼭지점에는 또 다른 표시석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새겨져 있었을 다른 표식들은 이미 오래 전에 닳아서 사라져 있었다. 단상은 잔디와 꽃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중에는 젤다의 서재에 있었던 하얗고 푸른 꽃도 있었다.
링크는 걸음을 멈추고 그 아름다운 검을 보았다. 그는 이를 사용하던 기억을 다시 떠올렸다. 두려움과 부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의구심도 들었다. 만약에...
"오호오호...역시 그대로군."
링크는 데크나무가 말하는 것을 올려다보았다. 그 깊고 울리는 목소리가 평원에 울렸고 그의 주변의 나무도 기대를 한다는 듯이 떨었다.
"그대가 드디어 돌아왔군." 데크나무가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대를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네.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나 역시도 그대가 올지 의심했다네."
링크는 목을 고르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마스터 소드의 단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오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데크나무는 가볍게 웃었고 링크는 새들이 위쪽 줄기에서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숲을 통과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을 테지?"
"죽을 뻔했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그러면 기억이 아직도 없다는 거로군? 그러면 숲을 통과한 것도 대단하네. 내가 누구인지는 기억하나?"
"일부는...기억납니다. 당신은 데크나무님이죠. 이전에 마스터 소드를 뽑은 것이 기억납니다. 제게 말을 하셨죠. 저를..."
"운명을 타고난 소년이라 했지. 그래. 그 정도만 기억나도 다행이네. 그래도 숲을 통과하는 법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군."
"아뇨, 그게..." 링크는 검을 보았다. "저를 부른 것 같습니다.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횃불로..."
"그래...내 숲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인도자를 불렀다는 것을 기억했다면 인도자를 불러오는 법을 알고 있었을 테지. 허나 이 모습도 나쁘지는 않다. 시련이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리하면 되겠군."
인도자...인도자를 부를 수 있었다니...
"데크나무님, 저..." 링크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할 수나 있는지 어느 것도 몰랐다. 그는 지난 2주간 이 순간, 마스터 소드에 도달하는 순간을 떠올렸는데, 정작 여기 와서는 왜 머뭇거리고 있다는 말인가? 왜 단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아직도 망설인단 말인가?
"그래?"
그는 입술을 축이고 목을 고르고 그의 목소리의 거친 것을 제거하려 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전에 제가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제가 데크나무님과 한번도 말한 적이 없잖습니까. 그럴 것이라고 말을 한 기억이...최소한 제 기억 상으로는 없습니다."
"소년이여, 그대가 나만큼 오래 살아보면, 다른 것들을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게 되네. 그대와 그 공주...그 영혼들은 다른 이들의 영혼과는 다른 형태로 빛이 난다네. 그대는 용사의 혼을 가지고 있네. 오랜 세월 전, 그 검을 처음으로 사용한, 자네와 같은 용사와 같은 혼일세. 그대가 나의 영역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이를 알게 되었지."
"저와 같은 이들도 있었군요." 링크가 말했다. "그러면...실패한 이들도 있었습니까? 저처럼 쓰러진 이들도 있습니까?"
데크나무는 한동안 링크를 보면서 침묵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네. 그대의 마음 속의 선함이 항상 승리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네. 허나 그것은 왜 묻는가?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제가 실패했었으니까요. 제가 죽었...거의 죽었었으니까요. 하이랄은 멸망 직전까지 갔고, 젤다는 제가 회복하는 동안 가논을 100년이나 묶어두어야 했고요."
"거의였지." 데크나무가 말했다. "하이랄은 거의 멸망했고, 그대도 거의 실패했네. 소년이여, 그렇다고 그대의 선대의 용사들이 패배와 실패를 겪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들의 길이 항상 탄탄대로였다고만 생각한 건가?"
링크는 아무 말 없이 그 커다란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 대지를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봐 왔네. 많은 용사들의 여정을 바라보았지. 그대가 그 검을 처음으로 뽑은 것이 아닐세. 그리고 용사가 검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없게 되자 공주가 대신 놓은 것을 본 것도 처음이 아닐세. 허나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이 대지는 아직 무사하고, 그대는 아직 살아있네."
"왕국이 멸망했잖습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가 보호했어야 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의 아버지, 여동생, 가족, 친구들, 그리고 그에 의지한 이들 모두였다.
"수천년의 시간을 보다 보면, 죽음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네. 삶이 죽음으로서 끝나면, 계절이 바뀌듯이, 새 생명이 생겨난다네. 재앙 가논이 부활했을 때 이전에 이러한 악이 깨어난 때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이들이 죽은 것은 사실이네. 그대는 그들 모두를 구할 수는 없네. 구할 수 있는 이들을 최대한 구하고, 구하지 못한 이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네."
"그럼 그 여신, 하일리아는 뭐를 하고 있는 겁니까?" 링크의 목소리가 더 거세졌다. "여신이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가 없는 겁니까? 가논을 영원히 지워버리는 것 말입니다."
"그럴 수는 없네." 데크나무가 선뜻 대답했다. "그러할 힘은 없네. 그래서 오랜 세월 이전, 여신은 천상의 자리를 포기하고 이 땅에 환생하는 것을 선택했네. 여신의 힘을 이어받고 자신에게 나타난 여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하일리아인 여인으로 환생하였네."
그는 입을 열었지만 데크나무는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전 여신은 마스터 소드와 이를 사용할, 그대와 같은 용사를 만들어 내셨지. 이는 시간 속의 순환이네. 악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서지만, 이에 맞설 두 인물도 늘 있을 것이네."
"그럼 제가 재앙 가논을 쓰러뜨린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다시 깨어난다는 겁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이번 전투가 하일리아의 용사들과 종언자의 화신 사이의 마지막 전투일 수도 있다네. 시간이 지나면 의미를 알게 될 것이지. 허나 지금의 그대에게 묻겠네. 그것이 중요한가? 그렇다고 한들 지금 그대가 해야 할 일이 달라지는 것인가?"
링크는 데크나무를 보자 목이 메는 것 같았다. 그들 사이의 대화의 중요성이 더 실감이 났다. 그의 이전의 선대의 영웅들의 유산과, 그 기대감과, 운명까지.
"아뇨." 그가 마침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서 마스터 소드에 다가갔다. 날이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아서 빛이 났다. 오점도, 녹도, 상흔도 없었다. 자루는 그의 기억 속 그대로였다. 보라색 날개가 날을 향해서 뻗었고 그 사이에는 금색의 보석이 있었으며, 손잡이에는 서로 교차되는 녹색 가죽이 매여 있었다.
그 때...
마스터 소드가 날에서 이가 빠지고 금이 가면서 녹과 부식이 보이는 채로 그의 옆의 땅에 떨어져 있었다. 그 빛은 이미 오래 전에 사그라들었다. 그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그의 머릿속에 번쩍였고 자루로 손을 뻗던 링크는 그 손을 멈추었다. 그는 검을 쥐면서 그 검이 부서져 있는 모습을 충격에 빠져서 보는 것을 기억했다. 그는 손을 다시 뒤로 빼었다.
"이를...부술 뻔했는데요." 그가 조용히 말했다. "잃어버릴 뻔했고..."
"그래도 그대처럼 이제 나의 그늘 아래에 있으면서 전투를 할 준비를 마쳤네." 데크나무가 말했다.
링크는 나무를 올려다보고 눈을 감았다. 그가 이전에 실패해버린 이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가 여전히 기억하지 못한 이들, 그에게 의지한 이들, 그리고 지금도 의지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는 눈을 뜨고 다시 나아가서, 100년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마스터 소드의 자루에 손을 얹었다.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의 삶의 여러 모습들이 한순간에 전부 떠올랐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버지와 영문을 모르겠다는 여동생에게 검을 보여주던 기억, 하이랄 성 시내에서 들린 수군대는 소리의 기억, 젤다의 반감에 대한 기억, 이가단에 맞선 기억, 수많은 몬스터들과 맞선 기억, 비가 쏟아지는 동안 나무의 그늘 아래서 연습하던 기억, 젤다가 꽃을 관찰하면서 그녀의 옆 땅에 앉아있던 기억, 그녀를 보호하다가 그녀가 보호한 기억까지. 그는 가디언과, 화염과, 그녀가 여신의 빛으로 빛나면서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뒤, 그녀가 홀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천에 싸인 마스터 소드를 쥐었다. 무녀복은 더럽혀지고 찢어져 있었으며 머리도 어질러져 있었다. 곳곳에 찰과상과 화상이 있었지만 치명상은 없었다. 링크가 그녀 대신에 강한 공격 여럿을 받은 것이었다.
젤다는 단상에 마스터 소드를 들고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검을 꺼내었다. 유실되기 직전까지 가 있었다. 날에는 금이 많이 가고 이도 많이 빠져서 부러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속에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 그 목소리는 약하기는 했지만 그녀를 이끌어 갔다. 그가 들었을까? 만약 그랬다면, 그는 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물론 그에게 한번 물어보기는 했는데 이는 그들이 가까워지기 전의 일이었다.
"언젠가 당신의 주인이 이곳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그녀가 얼룩지고 떨리는 손으로 날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 동안에는 여기서 쉬면서..."
그녀는 손을 떼었고 가슴 사이에 손을 모아서 기도를 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기도를 한단 말인가? 그녀도 이제는 더 이상 몰랐다. 지금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 힘이 깨어난 뒤에는 이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지만...그가 다시 당신에게 확실히 올 것이라고 믿어 주세요." 그녀가 말했다. "설사 모든 기억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링크는 그의 기억이 번쩍이는 것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의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보였다. 그는 이제 아름답고 완전해진 검을 내려다보았다. 젤다와의 마지막 순간을 검이 기억해서 그에게 전해준 것 같았다.
"고맙다." 그가 속삭였다.
그는 이를 두 손으로 잡고 돌에서 부드럽게 뽑아내었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하늘을 향해 들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서 바람이 휘몰아쳐 잔디와 꽃을 흔들었다. 나무의 나뭇잎들이 서로 바스락거렸고 수백명의 코로그가 그에 따라서 딸각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가 검을 쥐자 그의 마음 속에서 낯익은 존재가 느껴졌다. 그의 주인과 마침내 다시 만난, 검의 정령 그 자체였다.
마스터 소드는 그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무게도 편안하면서 자연스러웠으며 길이도 딱 적당했다. 자루 역시 다른 기성품 검과는 달리 그에게 맞추어져 있던 것 같았다. 마치 그 검이 언젠가 그가 사용할 수 있도록 그 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는 그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을 뽑은 뒤에 코로그들이 그에게 다가와서 푸른색과 금색의 정교한 검집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이것이 전에 그가 사용했던 검집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지만 젤다와의 기억에는 검만 있고 검집은 없었다. 그가 이에 대해 물어보아도 그들은 낄낄 웃고 달아날 뿐이었다.
그는 책상다리로 평원의 한 쪽에 앉았다. 그의 기억 속에서 러셀 경과 야영한 자리인, 데크나무의 뿌리 중 하나의 그늘 아래와 아주 가까웠다. 그는 무릎에 마스터 소드를 놓고 그 납작한 날을 어루만졌다. 그는 날이 시작하는 지점의 삼각형 문양을 만져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세 정삼각형이 만나서 하나의 큰 정삼각형을 만드는 이 문양은 왕가와 관련된 일에서는 더 자주 보이는 문양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을 조용히 하면서 그의 마음 속의 존재에 집중하였다. 검의 정령이었다. 그의 속의 미묘한 감정만을 사용하면서 말을 거의 하지 않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존재는 확실했고 이 정령이 여성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얼굴도 있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다.
무슨 일이 벌어졌어? 그가 조용히 물었다. 부서져 버렸는데 왜 그런거야?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온전한 거고?
정령은 한 단어, 희망이라고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과 같이 다른 맥락도 새겨졌다. 절망과 다른 무언가였다. 가논이 부활하자 그는 의지를 잃어버린 것만이 아니라 절망감이 들었던 것이었다. 고통과 고뇌가 자신의 안에 있던 용사의 혼을 짓밟을 수 있을 정도였고 그 혼은 마스터 소드와 바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마스터 소드는 다시 온전해졌는데, 이것은 그가 100년을 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용사의 혼이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링크 자신이 희망을 다시 얻고, 용기를 얻은 것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그런 사실을 쉽게 이해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용히 이를 받아들였다. 이제 그가 깨어난 때와는 달랐다. 결국 가논을 쓰러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신감만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는 자신감이 별로 확실하게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왜 그가 싸우는지 이해했고, 왜 갖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 싸울 것인지도 이해했다.
그는 왜 그가 선택을 받아야 했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했지만, 그의 마음 속의 의구심은 이제 다 사라졌다. 그는 선택을 받은 용사이자, 마스터 소드를 쥔 자였다. 그리고 그는 이 대지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그 검을 미소를 띠면서 바라보았다. 처음 이를 사용할 때에는 마스터 소드는 짐처럼 느껴졌었다. 이를 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옛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만 같았다.
그는 손을 뻗어 검집을 잡아서 검을 그 안에 밀어 넣었다. 그 때 검집 옆에 아까는 없었던 무언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진한 녹색의 상의였다. 그의 바지의 연갈색과 같은 색의 속셔츠까지 같이 있었다. 코로그들이 언제 이를 가져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링크는 이 옷을 들었고 그러자 그 밑에서 연기가 터지고 푸른 빛이 번쩍여서 놀랐다.
"우왓!"
갑자기 코로그가 그 옷이 있던 자리에 나타나서 링크를 올려다보았다. 그에게 땅딸막한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낄낄 웃어댔다.
대체 어떻게...
그러더니 코로그는 연기와 같이 한번 더 사라졌고 링크는 이를 신기하게 보았다. 그가 여행하면서 본 이들 중에서 코로그들이 가장 신기했다.
그는 다시 이 옷을 보았고 이를 펴자 그 안에 다른 옷이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 링크는 큰 스타킹인가 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컸다. 자세히 보자 그는 이것이 무슨 챙이 넓은 모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끝이 그의 어깨에 내려올 것 같았다. 깨어나고 나서 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모자를 내려놓고 속셔츠를 입었다. 마스터 소드를 뽑았을 때 숲에서 입은 상처들이 다 회복되었었다. 미파의 회복의 힘이 그 검 내의 마법에 의해서 더 강해진 것 같았다. 그러고 그는 상의를 입었다.
그는 일어서서 팔과 어깨를 움직여 보았다. 옷은 잘 맞았지만 옷감은 좀 뻣뻣했다. 그 바느질도 오래된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장비끈과 방패걸이, 검집도 모두 매었다.
링크는 다음에 모자를 의심스럽게 보았다. 그는 이를 다시 들고 얼마 뒤에 머리에 써 보았다. 그의 생각대로 그 끝이 그의 어깨 바로 위, 방패와 검집 바로 위에 있었다. 그 끝은 그의 뒷목에 쓸렸다. 그는 고개를 양 옆으로 돌려보다가 마침내 모자를 벗어버렸다.
누가 이거를 쓰는 거냐고? 그가 이를 말아서 허리의 가방에 넣으면서 생각했다.
이제 옷도 입고 몸도 편해졌으니 그는 젤다와 오래 전에 걸은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생각을 자유로이 했다. 마스터 소드를 뽑자 수많은 기억들이 그의 머릿속에 번쩍였다. 대부분은 그 순간의 일부였지만 이제 이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니 더 많은 기억이 반응하듯 떠올랐다.
그는 손을 뻗어서 나무에서 나뭇잎을 따서 이를 유심히 보았다. 이를 그의 손에서 돌려보는 동안 미소가 절로 났다. 지금도 젤다가 숲을 걸으며 했던 말들은 조금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연구와 수수께끼를 늘 좋아했다.
그 생각에 미치자 그는 손을 내려서 그가 가방에 넣었던 책 두 권 중 하나를 꺼내었다. 이번 책은 젤다의 옛 일기였다. 해자에 빠지면서 피해가 많이 가 몇몇 장들의 잉크가 번져 다른 장들을 완전히 망쳐버렸지만 이를 말리자 여러 장들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그가 성에서 탈출한 뒤 여러 차례 읽었던 장으로 돌렸다. 젤다의 필체는 좁고 가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만 빼면 꽤 깔끔했다. 그래도 그 말은 늘 마음을 따스하게 해 주었다.
"오늘은 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내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할 수가 없다. 그가 나를 구해 주었다. 이가단의 칼날에서 나를 지켜 주었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나 매정하게 굴었는데, 내 멋대로 신경질을 냈는데...내일 지금까지 했던 일을 사과해야겠다. 그리고 그와...링크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다음 장은 다 번져 있었지만 괜찮았다. 그 장이 없어도 쉽게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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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이상으로 더울 수가 있었다니, 링크는 그들이 처음 도착하고 나서 세운 텐트에서 나오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높고 강한 겔드의 마을의 벽 밖에서 그와 같은 다른 이들과 같이 있었다. 남성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 마을에 왔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부분은 그냥 오아시스 근처의 바자에 상을 차리고 싶지 않았던 상인들이었다. 다른 이들은 신기하게도 그들의 남편이거나 이 신기한 모습의 여성들의 남편이 되고자 한 이들이었다.
겔드의 문화는 확실히 신기했다.
그는 근처의 물통으로 가서 뚜껑을 열었다. 전날에 모래폭풍이 불었지만 그 안의 물은 깔끔하게 유지해주고 있었다. 사방을 덮고 있는 모래를 생각하면 겔드가 그들의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던 것이 참 신기했는데 공주가 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기억이 났다. 무슨 지하수 여과와 수로를 매일 청소하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젤다 공주...
전날은 이색적이었다. 꽤 달랐다. 지금도 그는 벌어진 모든 일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을 피해서 바자에 가서 무언가를 사려고 하는 듯 도시를 몰래 빠져나왔다가 이가단의 눈에 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암살자의 생각에 몸을 떨었다. 그날 오후에 나중에 들어보니 이가단 암살자들과 처음 마주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 자들은 늘 가까이 있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한 걸음 느렸다면,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다른 곳을 찾으러 갔었더라면, 이 일 중 하나라도 일어났다면, 젤다 공주는 죽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링크는 그녀를 구했고 그녀를 암살할 뻔한 이들 중 하나도 처단했다. 그 생각만으로도 그의 속이 서늘해졌다. 그렇게 많이 훈련하고 연습했는데도 인명을 직접 빼앗은 적은 없었다.
그는 그의 마음 속에서 그 암살자의 시체를 밀어내고 공주를, 그가 지키는 공주를 다시 생각했다. 그녀가 이가단에게서 도망치는 것을 보자 그의 마음 속에서 큰 변화가 일었다. 그동안 그녀를 지켜온 이유는 그의 의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이유가 그동안 느낀 열기와는 다른 강도로 안에서 자신의 안에서 불타올랐다. 그녀를 위해서 누군가를 죽였고 그래야 한다면 또 그럴 것이었다. 그녀를 지킬 수만 있다면 그녀를 향한 공격에도 뛰어들 것이었다.
물론 공주가 같은 마음인지는 확실히 할 수가 없었다. 그가 그녀를 다시 마을로 이끌어 가자 그녀는 거의 아무 말도 없이 들어갔다. 그녀가 놀랐다는 것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고맙다고 했던 것이었다. 처음에 느낀 감정들이 다 진정되자, 그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미워할 것인가? 그녀가 그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일까? 그도 같은 부담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물이 담긴 국자를 입술로 가져가 그 물을 길게 들이마셔서 그 시원함을 느꼈다. 아침 일찍의 물이 최고였는데, 해가 그 물통을 데워서 밤의 찬 기운을 쫓아내기 전의 최고의 시간이었던 것이었다. 몇 번을 더 마신 뒤 그는 국자를 머리 위로 들어서 물을 머리 위에 끼얹었고, 찬 물이 그의 얼굴과 맨 가슴을 흘러내리자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저..." 그의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몸을 돌려서 국자를 방어하듯 들었다가 그의 뒤에 젤다 공주가 서 있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겔드족이 입는 것과 비슷한 얇은 옷차림이었는데 보라색이면서 금색으로 수가 놓아져 있었고 허리에는 천을 살짝 비뚤어지게 입었다. 그녀의 머리는 겔드족과 비슷한 하이테일로 묶여 있었다. 팔에는 보석이 박힌 팔찌를 끼었고 물방울 모양의 사파이어가 이마에 걸린 얇은 머리 장식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그의 말문이 막혔다.
한동안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는 그녀가 그의 얼굴과 그가 누구를 공격하기라도 할 것처럼 든 국자를 번갈아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어...좀 있다가 올 수는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과 말을 좀 하고 싶었다고 말해야 했을지도요. 서신을 보내거나...일어나서 몸을 풀 시간을 주거나..."
"아뇨." 그가 고개를 저으며 재빨리 말했다. 그녀를 보자 갑자기 경계심이 들면서 다른 위협 요소가 있는지 주변을 빨리 돌아보았다. 그의 심장이 뛰었지만 다음 습격이 있지는 않을까에 대한 것이었는지는 잘 몰랐다.
"어, 그게..."그녀는 조금 망설이며 그의 얼굴과 국자를 돌아보았다. "정말 괜찮으세요? 정신 깰 시간이 좀 더 필요하시다면..."
마침내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고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국자를 그의 뒤의 물통에 던져넣었다. "죄송합니다, 그게..." 그는 목을 골랐다.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몇몇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요...저와 걸으시겠어요? 바자까지라도?"
공격을 받은 위치였던 바자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자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기대하는 표정이 있었고 그 표정을 보자 다른 곳으로 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정말 드물게 봤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가 옷을 입고 마스터 소드를 매고 수통을 채울 시간을 주었다. 그런 뒤에 둘은 카라카라 바자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막의 넓은 크기에 비해서 카라카라 바자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한 시간은 걸어야 했다. 겔드족의 대부분은 모래표범이 끄는 썰매를 타거나 얼마 없는 말을 타고 여행하고는 했다. 마을과 바자 사이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해서 모래가 많이 다져진 길이 있었지만 전날의 모래폭풍은 새로운 모래를 이 위에 깔아버렸다.
그는 이 길에 이전에 비해서 무장한 겔드족 여성과 같은 보행자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도 보았는데, 그 암살 시도 이후에 경계가 강해진 것이 분명했다.
둘은 한동안 늘 그랬듯이 침묵하면서 걸었고 링크는 공주 뒤에서 걸을 수 있도록 걸음을 늦추었다. 그녀가 이를 보자 그를 흘긋 보았지만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뒤에 그녀는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마음을 정리할 때면 하는 것처럼 주먹을 쥐었다. 그는 뒤에 따를 짜증스러운 말을 각오하기 시작했다.
"링크 씨."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옆에서 걸어 주셨으면 해요." 그녀는 그를 돌아보았다. "괜찮으시다면요."
그는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보았다. 그녀의 요청은 그의 아버지에게 배우고 기사로 있는 동안 배웠던 방법과는 배치되고 있었다. 왕이 자신의 친구라고 불렀던 아버지조차도 그의 임무를 하고 있을 때에는 적절한 존경과 존중의 태도로 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비번이면서 사석일 때면 왕과 사적인 일에 대해서 서로 터놓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같은 상황은 어디에 해당된다는 말인가? 늘 그렇듯 사석이기는 했지만 아직 근무 중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이에 대한 답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그를 보던 표정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짜증이나 경멸이나 반감도 없었다. 오히려 왠지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링크는 그의 의심을 삼키고 나아가서 그녀의 곁에서 걸을 수 있도록 앞으로 갔다. 그러자 그녀의 입술에 마음이 놓이는 듯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 같았다가 다시 그 표정을 통제하면서 앞을 보았다.
뭘 하시는 거야?
다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이 여인과 옆에서 걷는 것은 느낌이 미묘했고, 그가 그녀를 어린 소녀로 더 이상 보지 않고 있었다는 것에 그는 조금 놀랐다. 아직 열여섯이기는 했지만 그녀를 보는 그의 시선이 바뀌었다. 우르보사와 대화한 덕에 그는 젤다 공주가 가진 강인함을 알게 되었고 그녀를 어린 사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링크는 고개를 돌려서 눈가로 그녀를 보았고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사막을 여행한 것으로 조금 타서 창백하지 않았다. 그녀는 보통 팔과 다리까지 덮은 옷을 입고는 했지만 피부가 탄 것을 보자 그녀는 이곳에서는 겔드족의 옷을 입기로 한 것 같았는데 그가 있는 동안에는 입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왜 갑자기 이 옷을 입었는지 몰랐다.
그 옷이 싫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녀는 그를 흘긋 보았고 그는 다시 앞으로 보았다. 맙소사, 그가 생각했다. 공주님 옆에서 걸으니까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는 그녀가 그의 옆에서 숨을 들이쉬는 것을 들었고 그는 그녀의 말에 다시 각오를 다졌다. 그의 아버지가 왕가의 기사이자 마스터 소드를 쥐는 자인 그의 아들이 겔드족의 복장을 한 공주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하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그녀를 보았다. "예, 전하."
"전날 우르보사와 얘기했어요. 그...일이 있고 나서요. 당신이 바자를 보러 가겠다고 하셨더라고요. 제가 거기로 갈 거라고는 어떻게 아셨나요?"
그는 머뭇거렸다. 그에게는 바자가 그가 가봐야 할 당연한 곳이라고만 여겨졌던 것이다. 겔드족은 멀리 수색을 나갔지만 그는 사막에 말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바자로 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 것이었다.
"그...제가 쉽게 찾을 수 있을 법한 유일한 위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우르보사는 다른 중요한 곳은 다 확인하는 것 같았고요."
"그렇군요." 그녀는 생각에 잠기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다시 빨리 보았다.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곳이 전하가 갈 법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셨죠?"
"전날을 생각해 봤는데, 그 일들이 있고 나서는 한동안은 연구를 잠시 쉬고 싶어하실 것 같았고, 그리고..." 그는 다음에 할 말이 무례하게 들리거나 그 말에 오해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말을 멈추었다.
"계속 말해 주시겠어요?"
그는 그녀의 눈을 보았고 심장이 더 뛰는 것을 느꼈다. "...호위가 있는 것을 바라지 않으시니까요. 그래서 전하께서 모습을 위장하여 홀로 있을 수 있을법한 곳으로 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신수라면 금방 발견될 테니 논외이고, 대중 사이에 숨을 수 있는 곳으로요." 그는 말을 멈추고 그 끝에 전하 한 마디를 더 붙였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입술에는 재미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링크 씨, 눈치가 많이 빠르시네요. 저를 그렇게 잘 알 줄은 몰랐어요."
잘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생각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주님은 정말 답답하고, 이해를 할 수가 없고, 이성적이지도 않죠. 하지만...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당신은 저에 대해서 잘 아시는데, 저는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르죠." 그녀의 미소가 사라지며 말했다. 그녀는 크게 숨을 뱉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게 제 잘못인지도 모르죠."
"공주님?"
그녀는 숨을 들이쉬고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세웠다. 그도 영문을 몰라서 그 자리에 섰다. 바자와 마을로 가는 길의 중간에 있어서 지금은 그들만 있었다. 젤다는 고개를 들어서 그의 눈을 보았다.
"링크 씨, 당신에게...사과하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는데, 당신에게 함부로 자주 대했었죠."
"그게 아니..."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아직이요. 말이 남아 있어요."
그는 숨을 들이쉬며 조용히 있었다.
젤다 공주는 그의 눈을 계속 바라보았다. "전날 저를 구해주셨죠. 저는 당신의 그런 헌신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 당신은 제 목숨을 빼앗아버릴 수 있었던 그 공격 사이에 끼어들었죠. 3명이나 상대해야 해서 수적으로 불리했는데도 도우러 와 주셨죠."
"제 의무라서..."
그녀는 다시 그를 보았고 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저도 이게 당신의 의무라는 것은 알아요. 당신이 보호하겠다고 맹세한 사람이 저가 아니더라도 그와 같이 하겠죠. 어쩌면 위기에 처한 다른 이를 보더라도 그럴 것일 것이고요. 하지만 그것은 누구든 할 수 있어요. 지금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저를 구해주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행동 덕에 보는 시선이 바뀌었어요.
"저희는 각자의 의무로 여기에 같이 있죠." 그녀의 눈은 마스터 소드를 보았다가 다시 그의 눈을 보았다. "제가 같이 있어서...편하지 않은 것은 알아요. 제 험한 태도와 말들에 대해서 전부 사과할게요. 그런 태도를 받을만한 일은 하나도 하지 않으셨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많이 부끄러워요."
링크는 조용히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는 어제가 되어서야 그가 하던 일들과 하지 않던 일들이 그녀의 부담감을 늘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제 그녀가 그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니, 여기에 그냥 조용히 서 있는 것만도 옳지 않게 느껴졌다.
"저는...이걸 바랄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용서해 주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새롭게 다시 출발해요."
그녀는 말을 멈추면서 그를 머뭇거리며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지만 그러지 않자 입술을 축이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선택권이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
둘 사이의 침묵이 더 길어지자 젤다 공주의 표정이 낙담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목을 골랐다. "물론입니다, 전하. 하지만 굳이 그러실..."
그녀는 다시 살짝 짜증이 난 듯 손을 들었다.
"그만요. 그...전하고 공주님이고 하는 말은 그만해줘요. 지금 제가 공주의 지위처럼 보이나요?"
예, 그가 조용히 말하면서 그녀를 보았다. 이마의 사파이어가 사막의 아침 빛을 받으면서 반짝였다. 그 빛은 그녀의 눈빛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보입니다.
"그게...알고는 싶어서요..." 그녀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쉬었다. "저를 용서하지 못하신다고 해도 괜찮아요. 받을 자격은 없으니까요. 의무감 같은 것은 버리고 말해주세요. 그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링크는 잘 몰랐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조금 더 고민해 보았다. 그들의 여행과 우르보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공주에 대해서는 알만한 것은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성격과 헌신을 생각했다. 그리고 이 순간이 그녀에게는 얼마나 힘들지도 생각했다. 그녀는 자존심이라면 참 강했다.
마침내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용서합니다. 진심으로요."
그녀는 그의 눈빛을 더 보았고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억지 미소인 것 같았다. "고마워요."
그녀는 몸을 돌려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링크는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공주님?"
그녀는 멈추고 다시 그를 보았다.
"그..." 그는 목을 골랐다. 이를 어떻게 말할지 정리해보았다. "전날 밤에 제가 공주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셨죠."
그녀의 볼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예?"
"그 때는...대답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그 모습이 무뚝뚝해 보일 수가 있었으니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있습니다. 듣고 싶으시다면 말이죠."
"해 보세요." 그녀의 눈빛에 다른 기운이 돌았다. 이전에 없던 기대감이었다.
"전 공주님이...아주 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 표현은 너무 딱딱하고 사무적으로만 들렸다. "사실, 공주님 만큼이나 자신에 목적에 굉장히 열심인 다른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동안에도 매일의 기도를 쉬지 않고 올리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녀의 볼은 더욱 빨개졌다. 말을 좀 더 신중히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바로 말을 이었다.
"제 말은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공주님의 끈기도 존경합니다. 왜...여신님이 공주님이 그렇게 바라는 것을 아직까지 내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공주님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공주님의 힘도 깨어날 것입니다."
그녀는 링크가 잘 아는, 통제된 표정을 지었다. 그나 그녀의 아버지나 다른 이들에게 말하고 있을 때면 여러 번 짓던 표정이었다. 그는 그 밑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말을 잘못했는지 흠칫했다.
"그 말은 고맙네요, 링크 씨." 그녀가 말했다. "그 말은 참 친절하시네요."
링크는 아직 잘 모르는 듯이 손가락을 깍지를 꼈다. 지금 그의 입가에 있는 말을 해도 될 것이었는지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몸을 돌리기 시작했고 그는 그녀를 멈춰세우려는 듯 손을 들었다. 그녀는 눈썹을 들고 그의 뻗은 손을 다시 보았다.
"저기, 아직...말이 남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젤다 공주의 표정에는 모르겠다는 기운이 돌았고 그녀는 다시 그에게 몸을 돌렸다.
"저, 그게...저는 또 공주님이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총명한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에는 반응이 나왔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이다. "신수와 그 신수의 작동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합니다. 그리고 가끔 공주님은 본인의 이론에 대해서 쉽게 터 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지적인 대화를 얼마나 할 수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괜찮으시다면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경청하는 것에 있어서는 자신이 좀 있어서요."
그 말이 통했다. 젤다 공주는 웃음을 참았지만 그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표정을 링크에게 처음으로 지은 것이었고 그 순간 그녀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고 새로운 의무감이 지워진 이래로 그의 심장을 이렇게까지 빠르게 뛰게 하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 모습에는 반역적인 생각, 위험한 생각들이 같이 딸려왔다.
"링크 씨, 그것은 제가 정말 바라는 것이예요." 그녀는 손을 뻗으며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 손을 마치 독을 품은 독사인 것마냥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손을 뒤로 빼지 않고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녀의 손은 아주 부드럽고 따뜻했다.
"고마워요." 그녀가 손을 놓자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마음이 놓여요. 이제 갈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다시 서로 옆에 서서 걸었다.
"그게요." 그녀가 얼마의 침묵 뒤에 다시 말을 꺼냈다. "당신이 말을 하도록 하는 것이 꽤 어렵네요. 좀 아까운 게, 당신이 말을 하면 다른 이들보다 더 통찰력이 깊거든요." 그녀는 다시 그를 보았다. "저도 당신의 말을 들어드릴 게요.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면요."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눈을 보았다. 그의 심장이 아직도 뛰면서 머리 위의 태양과는 무관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 위험한 생각이 다시 피어올랐다.
Notes:
[Name glossary]
Demise = 종언자
Chapter 43: 40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하이랄 대삼림을 나서는 것은 들어가는 것에 비해서는 어렵지 않았다. 데크나무는 링크에게 작은 코로그 하나를 인도자로 붙여주었고 링크는 코로그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가끔 그에게 장난을 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를 따라갔다. 그래도 하루가 지나기 전에 그들은 아무 방해 없이 미로숲을 통과했다.
그가 마스터 소드를 뽑은 그 다음날 손을 흔드는 코로그를 뒤로하고 드디어 숲에서 나오자 아직 시간이 이른 오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랐다. 그 숲의 크기를 생각하면 이렇게 아직 시간이 이르다는 것이 많이 이상했는데 이를 너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미로숲은 모든 상식과 이성을 무너뜨리는 숲이었다.
다만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고 말이나 다른 동물들을 생각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자신의 속도만 신경을 쓰면 되었기에 링크는 걷기만 했다. 그는 나머지 하루 동안 기력이 차고 의지가 찬 채로 걷기 시작했다. 하이랄에 여름이 오자 일몰이 더 늦어져서 그는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가디언을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가디언의 눈에 띄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가는 길은 오랫동안 이어졌고 양 옆에서는 숲이 우거져 있었고 이를 보자 혹시라도 근처에 있을 가디언에게서 좋은 위장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그가 걷기 시작하자 그는 성이 있을 것 같은 방향을 보면서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숲속에서의 그의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다. 길을 잃은 것과 그가 본 환영들에 대해서 말했다. 검을 건드리자 떠오른 기억들에 대해서 말하였다. 검이 그와 대화한 것에 대해서 말했다.
젤다가 그를 보거나 들을 수 있는지는 잘 몰랐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꽤 중요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녀가 듣고 있기를 바랐다. 이것이 그녀를 도와주고 있기를 바랐다. 그가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면 그녀가 마음이 많이 놓인 것만 같았던 것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겁니다." 머리 위의 하늘이 어두워지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카카리코 마을까지는 좀 오래 걸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하테노 마을로 갈 겁니다. 프루아를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라기는 합니다만, 시커 스톤이 없으니 프루아의 것을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스피릿을 타고 사막으로 갈 수는 있지만 프루아의 것으로 워프하면 며칠은 줄이면서 이가단도 따돌릴 수 있겠죠."
이것이 젤다가 하곤 했던 버릇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그의 입에 쓴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링크와 본격적으로 말을 터 놓기 전부터 자신의 계획을 전부 말하곤 했었다. 그녀가 평원을 천천히 걷는 동안 시커 스톤을 앞으로 내민 채로 데스마운틴으로 길을 떠나는 것에 대한 계획을 말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마 그래서 그가 같은 버릇을 들였던 것인지도 몰랐다.
"그...같이 여행하는 것이 그립습니다. 아직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많이 있지만...깨어나면서부터 이를 확실히 느꼈습니다. 혼자 이 땅을 여행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도 어색했습니다." 그는 이를 말하는 것이 쑥스러웠다. 둘 사이에 무슨 우정이 피어났는지는 잘 몰랐지만 그 일기만 보아도 둘이 가까웠다는 것이 나타났다. 아직 확실하게 파악하기가 어렵기는 했지만 다른 기억들도 이를 나타내 주었다.
"다른 이들과 여행하는 것도 어색합니다." 그가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했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했다. "그러니 이 일을 빨리 처리할 것입니다. 나보리스만이 남아 있으니, 이를 제압하고 같이 가논을 토벌하는 겁니다."
나무 사이로 가벼운 바람이 불었고 밤하늘의 첫번째 별들이 나타났다. 그가 고개를 들자 하늘에 작은 빛줄기가 지나갔다. 별똥별이었다.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보폭을 늘리면서 걷는 속도를 빨리 했다. 밤이 되어도 아직 한동안 걸을 수 있는 기력은 있었다.
그는 밤의 어둠을 뚫고서 머리 위에 내리쬐는 달빛에 빛나는 마구간을 찾았다. 해가 지난 뒤 이어진 두 시간 동안 그는 길을 걸어내려가서 숲을 나선 것이었다. 갈림길에서 그는 남쪽으로 걸어갔고 곧 말머리가 선 모습의 마구간을 발견했다.
링크는 그 마구간을 멀리서 보면서 인상을 썼다. 불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늦었으니 움직임이 없는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었지만 불빛이 없는 것은 걱정스러웠다. 마구간 직원들이 말 도둑을 쫓기 위해서라도 등불 두어 개 정도는 피워 둘 것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몬스터들이나 가디언들이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돌아본 뒤 그는 이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가 본 광경은 그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마구간에는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버려져 있었다. 아직 도둑들이 물건들을 훔쳐가지 않은 것을 보아서 최근에 버려진 것 같았다. 링크는 한동안 잡동사니를 뒤진 끝에 기름 등을 찾아내어 불을 켰다.
마구간 사람들이 이곳을 떠나버린 것도 매우 급하게 떠난 것 같았다. 여러 물건들이 휴게실에 어질러져 있었던 것이었다. 컵이 탁자 위에 있었고 덜 먹은 음식도 여러 접시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이란 말인가?
링크는 등불을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가서 어둠을 돌아보았다. 시커 스톤이 있기를 바랐다. 망원경 아이템이 이 상황에서는 굉장히 유용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은 그렇게 위협적인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가디언이 왔다면 이 건물을 분명 부숴 버렸을 텐데...?
그가 한 탁자에 다가가서 앉고 어두운 방을 돌아보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마구간의 인원들이 근처 언덕에서 가디언들이 폭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디언이 다가오기 전에 도망친 모양이었다. 그렇기를 바랐지만 지금 성과 꽤 가까운 것이 마음에 걸렸다. 시커 스톤이 없어서 자신의 위치는 잘 몰랐지만 대강의 위치는 알 수 있었다.
한 생각이 떠올라서 그는 마구간의 내부를 뒤져서 찾을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다. 상인이나 여행자들이 지도를 남기고 가지 않았던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피하면서 가져갔을 것이었다.
하지만 쓸만한 다른 물건들은 찾았다. 주방의 조리용구와 침낭과 다른 여행용품이 있는 여행가방에 망토까지 있었다. 여름의 열기에 입고 다니기에는 더 두꺼웠지만 그래도 유용할 수 있었다.
오늘 밤에는 따뜻한 침대에서 잘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아져서 링크는 등불을 켜면서 작은 주방으로 향했다. 그 안의 물건들을 뒤진 끝에 염장을 한 고기를 찾았다. 한동안 냉장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았지만 그래도 먹는다고 배탈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화덕에 불을 피우고 자신이 먹을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완전한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네. 그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불을 피우고 그 위에 냄비를 놓고 요리하는 것이 더 편한데.
그래도 용구가 잘 마련된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요리를 하는 동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얼마 뒤 그는 김이 나는 그의 요리를 들고 휴게실로 나왔다.
그런데 거기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키와 몸집이 그와 비슷한 한 남자가 어두운 방에서 탁자에 기대어 둔 링크의 장비를 굽혀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에는 참담하게도 마스터 소드도 있었다.
링크가 주방에서 나오자 그 남자는 벌떡 일어서서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경계하듯 바라보았다. 얼굴은 갸름하고 그의 금발은 어깨까지 내려왔다. 링크가 그를 보자 그가 낯익은 무언가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구부러진 시커족의 단도 중의 하나로 무장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시커족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가단의 습격의 선례가 있었기에 링크의 경계심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둘은 한동안 경계하듯 바라보았고 마침내 그는 미소를 지었다. "ME를 위해서 좀 남았나? 배고파서."
링크는 주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좀 남았습니다. 가서 드세요."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고 링크도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 뒤 그는 불안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YOU는...여행자인가? 서쪽로 가는 것은 아니지?"
"아뇨, 남쪽이요. 그쪽은요?"
"동쪽."
"고론족을 보려 가게요?" 링크가 물었다. 그는 그의 요리를 옆의 다른 탁자에 내려놓았지만 등불은 들었다.
"뭐? NO." 그는 빨리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반쯤 가리는 그의 긴 금발머리가 좌우로 날렸다. "추낙으로."
링크는 신기하다는 듯이 눈썹을 떴다. "카스토로 갑니까?"
"YES! 가 본 적 있나?"
한 생각이 링크의 머리에 스쳤고 그는 고개를 조금 기울이면서 그 남자를 보았다. 이제 자세히 보니 어딘가 낯익어 보였다. "혹시 로베리와 제린을 아십니까?"
그 남자는 그의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고 링크는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왜 묻지?"
"그들의 옛 친구라서요."
"그것 신기하네. YOU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이 그라넷입니까?"
그 남자는 멈칫하고 그의 경계하는 얼굴은 혼란으로 바뀌었다. "그걸 어떻게..."
링크는 숨을 내쉬고 몸의 힘을 풀었다. "전 링크입니다. 그쪽 아버님이 저에 대해서 말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라넷은 그를 생각하듯 바라보았고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링크의 장비 중에서 마스터 소드를 보고 다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정말이야?"
"예."
"맙소사! ME는 네가 도둑인 줄 알았지!" 그의 입에는 사람 좋은 미소가 번졌고 그라넷은 긴장을 풀었다. "SO, 마침내 일어났군? DAD가 늘 말한 그것. YOU가 깨어난 거지."
링크의 입에서 미소가 자연스레 번졌다. 석 달 전 그가 깨어나고 나서 참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좀 일이 일었지만, 그렇습니다." 그는 걸어가서 그의 식사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마스터 소드가 그의 손 근처에 있는 것이 안심이 되었다. 두런을 믿었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YOU가 최근에 대재앙이 폭주하고 GUARDIAN이 날뛰고 있는 이유인 건가?" 그라넷이 물었다. 링크는 멈칫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ME는 가디언의 상황을 보고 집에 가던 중이었어. 대재앙이 풀려날 것 같다고 PARENTS에게 말해야 할 것 같았거든."
그 말에 링크의 가슴에 한기가 들었다. 빨리 행동을 해야 했다. 마스터 소드를 찾느라고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한 것이었다.
"가까워지고는 있죠." 링크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라넷의 얼굴에서 미소가 줄어들었다. "YOU는...할 수 있겠어? 쓰러뜨리는 것 말야."
링크는 그라넷의 옆 바닥으로 건너가서 마스터 소드를 들었다. 그는 이를 뽑았고 시커족 남자는 그에게 여유공간을 주기 위해서 뒤로 물러났다. "이걸로 성공시킬 겁니다."
그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담겼는지는 확실히 할 수가 없었지만 원하는 효과는 난 것 같았다. 그라넷이 마스터 소드를 휘둥그레지는 눈으로 본 것이다.
"정말 그것이 맞아? DAD가 다 말해줬고 그림도 조금은 보여줬는데..."
"맞습니다."
그라넷은 손을 뻗다가 머뭇거리고 링크를 허락을 구하듯이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라넷은 날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그 표면을 매만져 보았다. "모조라는 흔적은 일단은 안 보이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링크를 보았다. "괜찮을까?"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보면서 잠시 머뭇거렸지만, 괜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에게 손잡이를 건넸다. 그라넷은 이를 조심스레 받고 그는 검을 앞으로 뻗어 들어 보면서 그 무게를 재어 보았다. 다음에 그는 이를 양 옆으로 돌려보면서 그 날을 확인했다. 그러는 중에 똑바로 뻗어서 그 길이도 가늠해보기도 했다. 마침내 그는 이를 링크에게 다시 건넸다.
"뭘 찾고 있었습니까?" 링크가 마스터 소드를 받아 다시 집에 넣으면서 물었다.
그라넷은 고개를 저었다. "뭐랄까...흠결? DAD는 여신이 이 검을 직접 만들었다고는 했는데 ME는 좀...글쎄." 그는 웃었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고 안색이 좀 창백해 보였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의자에 기대었다. "제련술을 좀 아십니까?"
"그냥 ME의 취미야. 그러니까, DAD는 가디언을 보고, MOM은 사당을 보는데...뭐, 고대 시커 기술은 ME한테는 별로 관심이 안 가서. 그런데 그 가마는 일반적인 걸 만들어도 문제가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ME가 좀 여행하던 거였어. 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RACE들은 무기와 방어구를 어떻게 만드는가 배우는 것도 ME에게는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거든."
"지금까지는 누구와 만났습니까?"
"생각보다는 별로. ME가 한번은 고론 시티에 갔었어. 좀 환대하기는 했는데, 거기가 완전 가마같이 HOT하더라고. 그런데 그들의 제련 실력은 좀...BASIC해. 그냥 철의 SHEET를 두들겨대서 어느 정도 DECENT한 모양만 만들더라고."
그라넷은 몸을 기울였고 그의 표정에는 더 흥미가 돌고 있었다. "조라족은 ME가 갔을 때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무슨 REASON에서인지 시커족 전체를 별로라고 여기는 것 같고. 하지만 THEY의 제련 솜씨는 봤어. 은이 너무 SOFT하지 않게 하는 특별한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
링크의 미소가 더 커졌다. 그라넷이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그가 그의 부모의 학구열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보였다.
"그러고 나서 ME는 겔드족을 만나러 남쪽으로 갔는데...뭐, 알다시피. 그 RACE의 대장간에는 발도 못 디뎠고 말도 못해 봤어. 하지만 무구 몇 점은 샀으니까 THEY의 제련 실력을 알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 사실 그냥 STANDARD인 것 같지만."
"리토족에게는 가 봤습니까?" 링크가 물었다.
"가던 길이었어. 특히 THEY가 무기를 가볍게 하는 비결도 좀 보려고 했거든. 그런데 성 주변에 대재앙이 훨씬 더 자주 날아다니는 걸 봐서 확인하러 갔어. 그 때에 GUARDIAN들을 봤고 바로 부모님에게 돌아가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링크는 인상을 썼다. "그럼 왜 여기 있습니까? 추낙으로 가는 거라면 여기는 길에서 좀 벗어났을 텐데요?"
"성의 NORTH의 구릉을 타고 왔거든. 보니까 거기가 가디언들이 주로 모인 지역이더라고. 구릉을 타고 오니까 HERE로 오게 되었고. 그런데 이렇게 버려져 있을 거라고는 몰랐는데...뭐, 대체로 버려진 거지만." 그는 링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는 압니다." 링크는 그 구릉에서 가디언들을 간신히 피한 것을 생각하며 말했다. "가디언은 어떻게 피한 겁니까? 그것들이...아...저를 찾고 있었군요."
그라넷은 씩 웃었다. "우리 DAD와 크다 보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돼. 가디언은 QUICK하지만 좀 멍청해. 기억도 별로 좋지 않고. YOU를 본다고 해도 잘만 숨으면 YOU가 있는 걸 잊어버리고 그냥 가 버려. 피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고."
링크는 일주 전에 성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경험했던 추격전과 발각 직전의 상황들을 생각했다. 그보다도 어린 것처럼 보인 이 남자가 가디언들을 쉽게 피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은 좀 불편했다. 이 기계 병사들과 맞서는 것에 대해서 로베리에게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어느 정도의 침묵이 돌고 그라넷은 이제 다 식어버린 링크의 요리를 다시 보았다. "YOU는 진심이었어? 아직 요리 남은 거?"
"예? 아, 예. 제 몫 이상으로 했으니까요. 주방에 있습니다."
그라넷은 바로 일어서더니 자신의 몫을 덜러 주방으로 향했다. 링크는 그가 가는 것을 보고 바로 일어서서 그의 가방으로 가서 위쪽을 열어보았다. 그는 그의 물건을 잠깐 더듬어보고 나서 가방을 다시 닫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그라넷이 나오는 순간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가단의 가면이나 다른 흉기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링크는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가는 중에 이가단의 습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꽤 길었고 카카리코 마을을 습격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그 둘 외에도 더 있을 것이었다. 이가단이 그의 실종을 알았는지는 몰랐지만 만약 알았더라면 그를 더 필사적으로 찾으려 들 것이었다. 좀 불편한 생각이었지만 그라넷이 이가단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래서, YOU를 찾아다니는 거였다고?" 그라넷이 링크 건너편에 앉으면서 물었다.
링크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요리를 베어 먹었다. 그 괜한 말을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성에 갔다가 왔습니다."
"ME도 그랬는데 가디언은 안 끌고 왔어." 그라넷이 말했다.
링크는 짜증스럽게 다리를 건드렸다. "저도 안 그랬습니다. 가논의 주의를 끈 겁니다."
그라넷은 인상을 쓰면서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놈이 또 그걸 조종하는 거야? DAD는 늘 그게 지배권을 잃었고, 비록 오염된 상태지만 그래도 자신의 의지로 이동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거든."
뭐, 로베리와 제린의 아들인 게 드러나네, 링크가 그라넷의 말을 해석하려 하면서 쓰게 생각했다. "그게...잘 모릅니다. 그런데 저를 뒤쫒게 하더라고요."
그라넷은 자신의 음식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서 방을 돌아보았다. "사실 ME는 여기에 온 적이 있어. 주로 여기는 조용해. 여행자들이 여기까지는 안 오고 주로 모험을 찾는 이들이나 보물 사냥꾼들이 오거든. 북쪽으로 가도 드인블라 유적 말고는 별로 볼 일도 없으니까. THEY가 늘 위험에 노출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성에서 갑자기 움직임이 활발해져서 더 이상 안 오는 것 같아."
둘이 조용히 식사를 하면서 침묵만이 계속 감돌았다. 어둑한 휴게실은 식기를 놀리는 소리 말고는 적막했다. 마침내 그라넷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가논이 다시 깨어나는 거지?"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넷은 인상을 쓰고 마스터 소드를 내려다 보았다. 겁에 질린 것 같았고 링크는 이를 이해했다. 시커족이라고 100년 전과 다르게 산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재앙이 얼마나 끔찍할지, 부활하기 전에 무슨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들을 구해 주기 위해 용사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과 같은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던 것이다.
"깨어날 것을 대비해서 준비를 할 겁니다." 그가 그라넷의 눈을 보면서 마침내 말했다. "마지막 신수를 해방하러 이제 가려 합니다. 마스터 소드도 쥐었으니 그 신수만 해결하면 됩니다."
그라넷의 태도는 바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가 더 똑바로 서 앉으면서 볼에 화색이 도는 것이었다. 그는 링크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기류도 사라졌다.
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남은 시간은 편하게 지나갔다. 하이랄을 여행하는 것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며 미래의 희망에 대해서도 말을 나누었다. 링크는 그가 여행하는 동안 겪은 어려움은 말하지 않고 자신감을 보여주려 했다. 지금의 그가 더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된다고 해서 첫 세 신수를 제압할 때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것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에 링크와 그라넷은 오전 동안에는 같이 걷다가 갈림길을 마주쳤다. 그들은 거기서 헤어져서 그라넷은 동쪽으로 추낙을 향해 갔고 링크는 그가 조라의 마을로 가는 동안 본 다리를 건너서 남쪽으로 향해 갔다.
그날 저녁에 야영지를 세운 뒤 그는 하이랄 평원을 다 볼 수 있는 높은 언덕을 올랐다. 거기서 멀리 있는 붉은 안개가 에워싸는 검은 그림자인 하이랄 성이 보였다. 성을 둘러싼 원념의 안개가 이전보다 더 강해 보였다.
그날 밤에 그가 성을 보면서 그녀가 듣기를 바라며 젤다에게 가볍게 말을 거는 동안 재앙 가논의 흐릿한 형체가 일어서다가 다시 끌려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발밑에서 땅이 흔들렸다.
그는 언덕을 다시 내려갔고 그날 밤에는 불과 고통의 꿈을 보면서 잠을 설쳤다. 그가 다음 날에 발을 떼었을 때에도 발걸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의 여정 동안에도 링크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로 올 것이라고 예상은 못했는지 이가단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모리블린과 보코블린의 진지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진지들은 작아서 그들을 쉽게 처치할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 길은 조라의 마을과 데스마운틴으로 향하는 북향의 유일한 길이었고 예전에는 아무런 위협이 없었던 길이었다. 게다가 조라족과 고론족이 하테노 마을을 지원하기 위해서 인원을 남쪽으로 보내겠다고 동의했었는데 뭔가 수상했다.
몬스터들에게 세번째로 습격을 받자 링크는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몇몇 물건들을 버려가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날 저녁에는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하이랄 평원으로 이어지는 다리의 한쪽 끝에 선 여관과 마구간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목책과 망루가 서 있어서 방비가 철저했던 습원의 마구간이 이미 잿더미였고 주변의 건물과 숲도 그러했다.
"이럴 수가..."
그가 무너져버린 망루를 조심스레 넘어가면서 중얼거렸다. 언뜻 보면 처음에 바로 타 버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가 지지대를 도끼로 찍어서 넘어뜨려서 마구간 건물이 안으로 무너진 것 같았다.
땅의 대부분을 재가 덮고 있었고 링크는 거기서 발자국을 보았다. 모리블린과 보코블린들의 맨발 발자국이었다. 그가 그날 아침에 처치한 놈 중 하나의 발자국이었을지도 몰랐다. 그는 잔해를 조심스레 뒤졌고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보기를 바라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시체들이었다.
검게 그을린 하일리아인의 시체들이 무너진 마구간의 잔해 곳곳에 깔려 있었고 다른 곳에는 이 작은 공동체를 지키고 있던 가죽 갑옷을 입고 있던 다른 시체 여럿도 찾아내었다. 그 중에는 어린아이의 시체가 하나 이상은 되었다.
습원의 마구간이 결국은 무너진 것이었다. 링크는 그가 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몬스터들에게 살해당한 이 사람들의 시체를 수습할 방법은 별로 없었다. 이 잔해를 다 파내어 시체들을 꺼내 줄 힘이나 시간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을 이대로 방치해 두는 것이 너무 무례하고 냉담한 것만 같아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카시와는 이 마구간의 사람들이 조라의 마을과 데스마운틴에서의 그의 성공 덕에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을 덮친 이 비극 앞에서는 그 희망도 소용이 없었다. 그가 다른 이들을 구하는 데에는 늦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그날 밤 쉬지 않았다. 카카리코 마을을 둘러싼 거대한 바위의 기둥들을 향해서 땅이 경사지고 있어서 그의 다리가 아팠어도 계속 걸었다. 다시 밤이 되었지만 그는 피로를 버텨가면서 걸어나갔다. 자정이 조금 지난 그 시간에 그는 카카리코 마을의 서쪽으로 가는 좁은 길에 들어섰다. 한 시간 뒤, 어두운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멈춰라!" 어둠 속의 목소리가 외쳤다. 그 목소리는 낯익었지만 놀라웠다. 이 목소리를 다시 들을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한 것이다.
"두런?" 링크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몇 시간 전에 물이 다 떨어졌고 이를 더 찾아 나서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몇 초의 침묵이 흐르더니 근처의 그림자가 움직였고 두런이 머리 위의 달빛으로 걸어 나왔다. 파야가 그날 밤에 입었던 복장과 비슷한 어두운 복장으로 그의 흰 머리는 이가단의 복장을 연상시키는 검은 후드로 덮여 있었다.
두런은 그를 유심히 보다가 마침내 다가갔다. 그가 링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다가가자 숨을 들이쉬었다.
"링크님...그...저희 모두가 당신이..."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서 링크의 어깨를 쥐었다. "살아 계셨군요. 하일리아님 맙소사...살아 계셨군요!"
"두런, 제가 갔던 그날 밤, 두 분은 지금..."
"무사합니다. 링크님 덕분에 무사합니다. 그날 밤 이후에 이가단 습격은 없었습니다."
링크는 그 말에 멈칫했다. "한때 이가단이었군요?"
두런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에 대한 정보를 흘린 범인도 저였습니다. 당신이 쫓긴 건 저 때문입니다."
링크의 속에 분노가 치밀었다. 이 자가 이가단의 습격의 원흉이었다. 델리아의 공격 이후로 링크가 느낀 두려움의 원인도 이 자였다. 델리아의 죽음의 책임도 그가 져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을 기억했다. 이가단 구성원이 두런에게 한 말과 그 협박을 기억했다. 두런이 결국 어느 편에 섰는지도 기억했다.
그러자 분노는 금방 가라앉았다. "자식 분들은요? 무사합니까?"
두런은 망설이듯 링크의 눈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예."
"다행이군요." 링크는 손을 들어 두런의 손을 매만졌다. "당신은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두런은 긴장을 풀었고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감사합니다, 링크님. 다...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링크는 표정을 침착하게 유지했지만 속에서 인상을 썼다. 그를 실망시키는 것을 언제부터 사람들이 걱정하기 시작한 건지 몰랐다.
"자." 두런이 손을 치우면서 더 곧게 섰다. "임파님과 파야에게 가 봅시다. 당신이 사라진 이후로 불안해서 잠도 못 이루셨습니다. 지난 여러 주 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니 다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가 임파의 집의 어둑한 응접실에 서 있는 동안 두런은 서둘러서 올라가서 임파와 파야를 깨웠다. 두런은 방에 등 하나를 켜 두어서 어느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빛을 비추었다. 방은 늘 같았던 그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바닥의 가운데로 향했다. 이가단의 시체는 사라졌고, 마룻바닥에서 핏자국도 완전히 지워졌다.
파야가 이 나무에서 흔적을 지우는 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란 말인가? 분명 파야가 지웠을 것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도 사람의 태도는 완전히 변할 수 있었다. 그녀가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 것이었다.
계단 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발걸음 뒤에 빠른 발걸음이 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이가단의 습격이 있던 것과 비슷한 잠옷 차림이었던 파야가 뛰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층계참에 멈추었고 방 건너편의 링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져 입을 손으로 가리고 계단을 마저 뛰어 내려갔다. 방을 건너서 달려가고 나서는 그가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목을 팔로 끌어안았다.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그 자리에 한동안 서 있다가 그를 머뭇거리며 끌어안았다. "미안해." 그가 그녀를 끌어안는 동안 이렇게 속삭였다.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의 품에서 떨면서 계속 울었다.
그는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이 걱정하고 심하면 죽었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라고는 이해했지만 이 반응은 그의 생각보다 더 사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왜 가신 거예요?" 파야가 웅얼거리는 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직 그의 어깨에 박은 채였다.
이제 다른 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들자 임파가 옆에서 두런의 부축을 받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은 굳은 채로 링크를 꾸짖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할 일이 있었어." 링크가 말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녀는 마침내 멀어지면서 충혈된 붉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양 팔을 가볍게 잡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괜찮아."
그녀의 입술이 떨리며 벌어지더니 다시 닫혔다. 그녀의 볼이 더 붉어지더니 그에게서 등을 돌려버렸다. 그가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임파가 말했다.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하길래 해야 했다는 거냐, 링크?"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녀는 바닥에 닿으면서 방을 가로질러 그에게 다가갔다. "성에 간 것이 맞지?"
링크는 그들이 이를 예상했다는 것에 놀랐다. "예. 젤다를 구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대의 시커 스톤이 강에 떠내려 온 거를 보고서 짐작했다."
뭐라고?
"그런데 왜 돌아오는 것에 오래 걸린 거냐? 그 무모한 짓거리를 하고서도 살아났기를 바라며 그대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가디언들이 성 주변을 마구 짓밟으면서 지난 100년간 남아 있던 것들을 죄다 부숴버렸었다. 그대가 죽었을 거라고도 생각했었다!"
링크는 머뭇거리다가 등에 손을 뻗어서 마스터 소드를 잡고 이를 검집에서 뽑았다. 임파의 눈은 이 깔끔한 검을 보자 휘둥그레졌다. 그녀 역시 입을 손으로 가리고서 눈에는 눈물이 맺히는 것 같았다.
"무모하고, 어리석고, 훌륭한 소년이구만! 어떻게 찾았나? 성에 있었나?"
"젤다가 말해 주었습니다." 링크는 앞으로 나아가서 임파를 보기 위해 몸을 굽혔다. "임파, 그녀를 보았습니다. 거기에 있었고, 그녀가..." 그는 그 기억 속에 솟아난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가볍게 웃었다. "...절 보호해 주었죠. 또...뭐, 거기를 간 것에 대해서도 많이 열 받은 것 같더라고요. 실수기는 했지만 그래도...해 봐야 할 것 같아서..."
임파는 그를 한동안 보았다. 그러더니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그의 뺨을 한번 매만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맞을 만 했으니 말이었다. 그러나 그가 그녀를 다시 보았을 때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말이다," 임파가 말했다. "그대의 기억이 돌아오면 한번 그런 무모한 짓을 할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대는 살아나지도 못할 전투에 뛰어들기도 했었으니까. 그런 무모함은 어느 정도 억제를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틈도 주지 않더구나.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그대가 살아 있으니까."
"임파, 가논이 곧 부활합니다."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이제 압니다. 이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젤다가 꽤 강해서 내내 눈을 가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분을 볼 수만 있었더라면 분명..."
임파는 그의 입술에 손을 대었고 링크는 그녀가 이상한 눈빛으로 손녀를 보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야, 거기 잠옷 차림으로 서 있지만 말아라. 갈아입고서 차라도 내려 줘라. 얘기할 것은 많은데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다."
링크는 파야를 보았지만 그녀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계단 위로 걸어 올라가서 얼굴은 잘 볼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되자 가슴이 철렁했다. 내내 그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 주변에서는 소심하고 내성적일 것이라고만 생각한 것이었다. 그에게 얼마나 깊이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가 임파를 보며 말했다. "그게..."
"쉬잇, 파야는 괜찮을 거다. 지금은 좀 많이 감정이 북받친 거다. 링크 그대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깊이 슬퍼했으니까. 우리 모두가 그랬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대가 다시 돌아온 것이 더 중요하지." 그녀의 미소에는 결의의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우선, 공주님에 대해서 말해다오."
"그녀는 아직도 가논을 가두어 놓으면서 맞서고 있습니다." 그는 성의 어둠을 몰아내는 것과 같았던 그녀의 찬란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제게 말도 했습니다. 제 앞에 실제로 나타나서 말한 겁니다. 영혼이 아닌, 실제의 모습이었고요. 지금은 가논을 묶어 놓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마스터 소드를 손에 넣고 마지막 신수도 해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그는 쉬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그가 말을 다하자 임파는 미소를 지으면서 눈에서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그 분이 아직도 강하게 버티고 계신다는 것이 다행이구나. 아마 이래서 마지막이 되어서야 힘을 깨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맞설 힘이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은 불편했다. 그렇다면 그의 패배도 예정되어 있었을 수도 있었다. 말은 되었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파야가 마침내 잠옷 위에 옷을 하나 더 걸쳐 입고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빨갛고 부어 있었지만 이제는 진정한 것 같았다.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았고 그녀는 멈칫하다가 볼을 붉히더니 그를 지나쳐 주방으로 갔다. 그의 심장이 뛰었지만 뭘 할 수는 없었다. 파야를 신경 쓰고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상황이 다르다면 그녀를 좋아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의 마음을 다른 이에게 준 상태였다.
안 돼, 그가 속으로 다그쳤다. 아직 네가 모르는 것이 많아. 기억 못하는 것도 많고.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안 돼. 네 생각이 널 잘못된 길로 이끌기도 했잖아.
그들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임파가 몸을 돌려서 그녀가 않곤 했던 단상으로 다가갔다. 링크는 임파를 유심히 보았는데 임파가 베게 주변을 더듬어서 직사각형의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벌떡 일어섰다. "시커 스톤입니까?"
임파는 그를 보면서 이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이를 공손하게 받아서 그 표식이 있는 표면을 어루만져 보았다. 이를 돌려보자 색이 입혀진 낯익은 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앨범 아이템을 가볍게 눌렀고 그가 젤다와 떠났던 여정에서 그녀가 찍은 사진들 여럿이 나타났다.
그의 심장이 뛰면서 이 중 몇몇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의 기억들을 사진으로 돌려보는동안 그의 목이 메이는 것이 느껴졌다. 시작의 대지, 헤브라 산맥, 고론 시티, 조라의 마을, 하이랄 성까지. 이 사진의 대부분이 이제 그에게는 참 많은 의미가 주어져 있었다.
"어떻게..." 그의 목소리는 감정에 북받쳐 먹먹했다. 그는 목이 메는 것을 삼키려 했다. "어떻게 찾은 겁니까? 잃어버린 줄 알고..."
"조라족 왕자가 찾아줬다."
"시드요?"
"그래. 그가 성 근처에서 순찰을 도는 동안에 해자의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것을 찾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대가 성으로 갔다는 것을 알았고, 그대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링크는 젤다가 힘의 샘에 서 있는 사진에 도착했다. 그녀의 사진은 너무 없었고 이제는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사진을 더 돌려보다가 이제 그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 사진을 찾았다. 영걸 임명식 이후 그들이 찍은 사진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은 다르케르의 장난 때문에 꽤 훌륭한 사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모인 영걸들의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것은 그의 친구들의 사진이었다. 미파, 다르케르, 리발, 우르보사, 그리고 젤다. 그의 얼굴이 붉어지고 그의 손가락은 시커 스톤을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임파, 할 겁니다." 그가 낮게 내려앉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막으로 가서 우르보사를 해방한 뒤에 그동안 가논이 횡포를 부린 것의 대가로 이 검으로 그 자식의 목을 베어버릴 겁니다."
"그리고 그대 혼자가 아닐 것이다."
그는 임파를 보았는데 그 얼굴에 굳은 결의가 보였다. 그녀는 말하는 동안에 굳은 미소를 지었다. "그대가 없는 동안, 로베리와 프루아와 내가 몇 가지 계략을 짰다. 그에 대해서는 차차 설명하지. 아침에 로베리의 연구소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들도 그대를 보기를 학수고대할 거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 병기 화살을 더 구하기 위해서라도 로베리를 만나야 했다. 처음에는 프루아의 시커 스톤을 빌리려 하테노 마을로 갈까 했는데 이제 상황이 더 좋았다.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이었다.
파야가 부엌에서 김이 나는 차가 담긴 주전자와 작은 잔 셋이 들린 쟁반을 들고 나왔다. 그녀는 링크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앉더니 바닥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링크는 그녀 옆에 편하게 앉았다.
그는 그녀가 조용히 주전자를 들어서 황갈색의 차를 각각의 잔에 붓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았다.
"파야?"
그녀는 그의 목소리에 굳었다. 그는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볼 때까지 조용히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에 이가단이 습격했을 때 대처한 것에 꽤 감탄했다고 말을 못했네. 급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을 뿐만이 아니라 훈련을 받은 암살자를 상대로도 잘 버텼으니까. 지금 여럿을 상대했는데도 그들은 꽤 강해. 처음 마주쳤을 때에는 죽을 뻔했어."
파야의 볼이 더 빨개졌고 링크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어, 그게...아니, 제 말은, 그, 제가 그러니까..."
"같이 와줘서 고마워. 혼자서는 상대하기 어려웠을 거야."
그녀는 입을 닫았고 자신의 차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녀가 다시 말했다. "무서웠어요."
"나도 그랬어." 링크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하지만 무서웠는데도 행동했지. 그 정도면 충분해."
그녀의 미소가 더 밝아졌고 그녀는 그를 보면서 속삭였다. "고마워요."
링크는 임파를 보았고 그녀는 눈짓만 했다. 그는 손을 떼고 자신의 찻잔을 들었다. 이를 마시자 기분이 좋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거 마음에 드네요. 지난 몇 주간 따뜻한 것을 마시지 못해서요. 처음 두 주 동안은 가디언을 피해다녀야 했으니까."
"그래. 그대의 리토족 친구들에게도 들은 바였지만 그것들의 행동이 이상하기는 했다." 임파가 자신의 찻잔을 들면서 말했다.
"그들도 절 찾고 있었던 겁니까?" 그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당연하지. 조라족도 그랬다. 며칠 전이 되어서야 수색을 멈췄어. 그대가 죽었거나 성 밖으로 빠져나갔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르게 예상했네요." 링크는 임파가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를 슬쩍 보는 것을 보았다. "숲에 있었습니다. 데크나무님이 보고 있었죠."
"아하." 임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예상대로였구나."
"예?"
임파는 링크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있을 거라고는 몰랐지만 있을 거라고 짐작한 위치 중 하나였다. 신수가 우선순위여야 했던 때에 그대가 하이랄 곳곳을 떠돌아다니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공주님은 그대가 위치를 자연스럽게 찾을 거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신기하네요. 제가 물었을 때에는 바로 알려줬던데." 그는 그의 목소리에 짜증을 최대한 숨기면서 말했다. 진작에 임파가 후보지를 말해주기라도 했다면...
"아마 그분은 그대가 시간을 너무 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
링크는 조용히 자신의 차를 내려다보았다. 마침내 그가 고개를 들어서 임파의 눈을 보았다. "제 어머니의 성함은 뭐였습니까?" 그 노인 시커족의 눈은 조금 휘둥그레졌지만 대답하지 않았기에 그는 말을 이었다. "제 아버지 성함이 아른이라는 것은 지금은 압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제 여동생 이름은 아릴이었고요."
임파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링크, 왜 우리가 그대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는지 알 텐데. 우리 모두는 모든 것을 다 그대에게 쏟아붓기 보다는 그대의 기억이 차차 돌아오도록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성함이라도 말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어머니는 제가...아무런 짐작도 못하고 있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다고요."
"메딜리아다."
메딜리아. 부드러우면서도 온화한 이름이었다. 링크는 자신의 차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머릿속에 얼굴 하나가 떠올랐다. 푸른 눈에 길고 주홍색의 머리칼, 그리고 온화한 미소가 있었다. 얼굴만이 떠올랐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고맙습니다."
"오래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 링크가 스피릿의 코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스피릿은 아직도 불만인 듯 콧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링크는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각설탕을 꺼냈다. "이래도?"
스피릿은 그 큰 갈색 눈으로 그를 의심하듯 보더니 고개를 숙여서 링크의 손에서 각설탕을 받았다. 그러더니 링크의 어깨에 그의 얼굴을 박아서 그를 거의 넘어뜨렸다. 그는 웃으면서 귀의 뒤를 긁어 주었다.
"그래, 알아. 하지만 사실 곧 또 가 봐야 돼. 이번에는 시간이 오래 안 걸리면 좋겠지만."
그는 말에 안장가방을 다시 올려두었다. 이를 굳게 맨 뒤에 그는 스피릿의 고삐를 잡고 마구간을 나서서 임파와 파야가 선 마을 광장으로 나왔다. 지금 그는 새 영걸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전에 입고 있었던 옷이 여러 싸움 끝에 좀 닳는 것을 본 임파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새 옷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었다. 그가 코로그에게서 받은 그 녹색 옷은 그래도 그의 장비 사이에 챙겨 두었다. 이를 버리는 것이 맞지 않게 느껴진 것이었다.
"준비 다 됐습니까?" 그가 다가가며 물었다. 임파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파야에게 고삐를 넘겼다. 시커 스톤을 허리에서 풀고 그는 기능을 돌아본 끝에 로베리의 등대 근처에 있는 사당을 찾았다. 여기에 손가락을 누르자 그들 주변에 푸른 원이 나타났다. 그는 그들 모두가 그 원 안에 있는지 확인한 뒤에 이를 다시 눌렀다.
얼마 뒤에 그들은 추낙해를 바라보는 절벽 위에 나타났다. 짠내음이 나는 바람이 그들의 옷을 스치고 있었고 스피릿은 주변을 불안하게 돌아보며 콧소리를 내었다. 링크는 시커 스톤을 다시 허리에 차고 말의 고삐를 잡아서 얼굴을 아래로 당겨 진정시켰다.
"대단해요." 파야가 숨을 들이쉬면서 걸어나가 절벽 너머를 보면서 말했다. "바다는 살면서 한번만 봤는데..."
링크와 임파는 그 자리에서 파야가 주변 광경을 돌아보는 동안에 기다렸다. 마침내 그녀가 만족하자 그들은 로베리의 등대로 다가갔다.
등대의 문이 벌컥 열렸고 링크가 알아보지 못한 한 여성이 나왔다. 그녀는 링크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작았고 그 하얀 머리칼은 꽤 낯익은 모양으로 묶여 있었다. 둥근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마치 부엉이의 얼굴과 비슷한 머리띠를 하고 있었다.
"링키!" 그녀가 외쳤다. "살아 있었구나!"
"프루아?" 그가 어리둥절해 물었다.
프루아인 것 같은 그 여성은 앞으로 달려나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는 얼마 뒤에 팔을 풀고 밝게 웃으며 그를 보았다. "맘에 들어? 이제 나이를 다시 먹는 법을 알아냈지!" 임파는 놀리듯이 코웃음을 쳤고 프루아는 씩 웃었다.
그녀의 뒤에서 로베리, 제린, 그리고 시몬이 프루아가 그가 살았다고 외친 말을 들은 듯 빨리 달려나왔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는 몰랐습니다." 그가 그의 앞의 여성을 보면서 여전히 놀란 채로 말했다. 그녀는 아직 링크의 또래와 비슷하게 보일 정도로 어렸고 그 표정에도 앳된 흥분이 있었다. 다만 처음의 놀람이 가라앉자 그는 약간의 그의 기억 속에서 그녀가 딱 이렇게 생겼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프루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뭐, 네가 처음 나타났을 때 나이 되돌리는 아이템을 거의 완성했었고, 네가 오고 나서는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지.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생각해보니까, 지금이라면 시도해도 될 것 같았거든."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했을 때 시몬의 얼굴을 못 봐서 아쉽네! 완전히 홍당무였는데!"
시몬은 그녀의 뒤에서 버벅거렸다. "소장님, 옷을 입지도 않으셨잖아요."
"당연히 벗었지. 그런 어린애 옷이 나한테 맞기라도 했겠어? 체키, 시몬, 생각 좀 해." 그녀는 파야를 보면서 눈짓을 하고 일부러 다 들리도록 속삭였다. "남자란 정말 예쁜 여자가 나타나면 정신을 못 차리지. 그렇지, 파야? 너도 알지?"
파야는 깔깔 웃었고 시몬은 계속 버벅거렸다. 링크는 다른 이들이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맞이하면서 그가 살아난 것을 기뻐하는 내내 웃고 있었다. 상황이 진정되고 다시 등대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는 동안 링크가 주변을 돌아봤는데 이전에 비하면 더 많은 양의 기동을 정지한 가디언이 있는 것을 보았다. 언덕이 가디언으로 완전히 뒤덮였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로베리, 왜 이 주변에 가디언이 이렇게 많습니까?" 그가 들어가며 물었다.
"다 PLAN의 일부지!" 로베리가 그를 보면서 크게 씩 웃었다. "어서, YOU에게 보여주지."
로베리는 (각종 기계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는 것을 보아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 시커 레인지 옆을 지나쳐 뒷벽에 걸린 많은 양의 장비들로 그를 이끌었다. 검과 창, 그리고 화살과 같은 수십 개의 고대 병기들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것들도 보였다. 시커족 무늬가 있는 방어구와 투구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ME는 시커 레인지를 NEW 장비들을 만들기 위해 밤새 돌리고 있지." 로베리가 투구 하나를 들어 링크에게 건네며 말했다. "그래서 GUARDIAN이 밖에 많이 있어. 처음엔 IMPA의 사람들이 체리블랙 평원의 GUARDIAN을 분해하고 PIECE를 ME에게 보냈는데, AWFUL했지. 그래서 GUARDIAN을 통째로 보내게 한 거야."
"그래서 가디언에서 회수한 부품으로 만들고 있는 겁니까?" 링크가 투구를 손에서 돌려 보며 물었다. 묵직했고 밖을 어떻게 볼 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형상이었던 것이다.
"EXACTLY! WE는 GANON과의 최후의 싸움을 준비하는 거야."
링크는 인상을 쓰며 로베리를 보았다. 그는 다시 이 장비를 보았다. "로베리, 이건 제가 쓸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습니다. 마스터 소드가 있으니 고대 병기 검이 또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YOU의 것이 아니야. EVERYONE을 위한 거지. 설마 YOU 혼자 THERE로 보낼 거라 생각한 건가?"
"성은 가디언들로 득실대고 있습니다. 군대가 있어도 정면 돌파는 어렵습니다. 전 별로 큰 힘을 안 들이고 몰래 들어갔지만..." 그의 뒤에서 임파가 코웃음을 쳤다. 링크는 이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죽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할 일입니다."
"그럼 저희는 싸울 이유가 없다는 건가요?" 제린이 로베리 뒤로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임파도 앞으로 나섰고 파야도 뒤를 따랐다. "링크,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방관만 해 왔다. 그대가 가논을 공격하러 갈 때, 그대 혼자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들이..."
"이제 내 역할이 빛을 발하는 거지." 프루아가 그의 귀를 건드리면서 말했다. 그는 그녀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가디언의 조종권을 다시 빼앗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거든."
"EXACTLY. 프루아는 시커의 TOWER를 연구하고 있었어. WE는 그게 GUARDIAN의 상위 CONTROL의 권한의 KEY라고 생각해. LUCK만 좋으면, GANON의 손아귀에서 빼앗을 수도 있어. 그렇지 않다 해도 WE는 놈의 지배권을 DISRUPT해서 효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
링크는 각각의 얼굴을 보았고 그 얼굴에서 같은 결의를 보았다. 파야도 자신이 돕는 것을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저...확실합니까? 정말 되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가 물었다.
"일단 더 악화되지는 않을 거야." 프루아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는 성과가 다소 좋았어. 네가 마지막 신수를 해방하고 돌아왔을 때에는 답이 나왔기를 바랄 수밖에."
"그럼 군대는..."
"그것도 이미 해답을 알아냈다." 임파가 말했다. "그대의 시커 스톤을 써서 여러 종족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조라족과 고론족은 가디언 방비 대책이 제대로 선다면 재앙 가논의 토벌에 도와줄 것이라고 이미 맹세해 두었다. 리토족은 늘 그렇듯 확답을 내지 않았지만, 분명 그들도 도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시커족과 하일리아인도 참전한다."
"겔드족을 만나면 그들도 아군으로 끌어들여 달라고." 프루아가 그에게 눈짓을 하면서 말했다. "몸집이 큰 여전사들도 있으면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링크는 말문이 막혔다. 이 정도로 큰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시드가 그가 가논에 맞서러 갈 때 그를 도울 것이라고 말을 하기는 했는데 이를 그는 많이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가 가논과 결투하는 동안 수많은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은 불편한 기분을 일으켰다.
"이것만큼은 그대에게 선택권이 없다." 임파가 단단히 말했다. "그대가 대재앙에 맞서러 갈 때, 그대는 이 군대의 선봉으로서 들어가는 것이다."
천천히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그가 패배하면 대재앙이 풀려나서 새로이 파멸을 불러올 것이었다. 이렇게라도 한다면 그가 쓰러진다 해도 다른 방법으로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약화시켜둔 상태로 만들어둘 수 있을 것이었다.
"좋아!" 프루아가 말했다. "자, 이제 와. 논의할 다른 사안도 생각해 보자고. 연구 다시 곧 시작해야 하니까."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Thyphlo Ruins = 드인블라 유적
Chapter 44: 41장
Chapter Text
링크는 안장가방을 스피릿의 등에 올리고 이를 묶었다. 가방 한 쪽에는 로베리가 만들어 준 화살 몇 대가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다음 신수를 공략하러 가기 전에 고대 병기 화살을 충분히 확보하기로 했던 것이었다. 스피릿의 안장을 잘 묶은 뒤 그는 그를 희망에 차서 보고 있는 시커족 셋을 돌아보았다.
이것이 재앙에 맞서기 전에 하게 될 마지막 과제였다. 신수가 하나만 남은 것이었다.
"프루아, 사막에 도착하자마자 사당이나 탑을 찾아보죠. 하테노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굴 보내서 절 부르시면 될 겁니다. 가능한한 빨리 일을 해결하죠."
하테노 마을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탑에 모여 있는 몬스터들이 아직 마을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길을 가는 여행자들과 상인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번은 조라족의 작은 소대와 몬스터의 떼가 교전했고 양쪽 모두에서 사상자가 발생했었다. 프루아는 걱정할 것 없다고 흘려 넘겼지만 시몬은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링크는 지금 그 몬스터들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격이 시작되면 뛰어들 준비는 되어 있었다. 가능하다면 마을 사람들이 알아서 방비를 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그 전투의 판도를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는 몰랐어도 말이다.
"네 일에나 집중해." 프루아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다른 이들을 구하는 데에 집중할 테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로베리와 제린을 돌아보았다. "그동안 늘 고마웠습니다. 검과 화살 덕에 여러 번 살았어요." 그는 로베리의 손을 잡고 꽉 쥐었다. 그러자 재회한 흥분으로 잠시 잊어버린 무언가가 하나 더 떠올랐다. "아! 아드님도 만났습니다."
"예?" 제린이 목소리가 갑자기 걱정으로 높아지며 말했다. "그라넷을 만났어요? 어디에 있었나요? 아무 일 없고요?"
"여기로 오고 있었습니다. 이틀 전에 데스마운틴의 발치에서 만났습니다. 도보로 오고 있으니 며칠은 더 걸릴 겁니다."
"진작에 말해 주시지..." 그녀는 로베리를 보았다. "말을 꺼내서 어디쯤 왔는지 보러 가야겠네요. 북쪽이나 남쪽 길을 타지 않았을까요?"
"제린, DEAR." 로베리가 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어루만졌다. "그라넷은 NOW면 이 땅의 HALF를 돌았어. ME는 분명 HE가 FINE하게 돌아올 거라 믿어."
링크는 조금 쑥스럽게 미소를 짓고 임파와 파야를 보며 고개를 돌렸다. "오후 즈음에 카카리코 마을에 스피릿과 들르죠."
"그러면 그때 다시 보자." 임파가 그의 팔을 매만지며 말했다.
파야는 미소만 지었다. 그녀를 보자 무언가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첫 인상과는 다르게 꽤 강인한 여자였다.
링크는 그들에게 한번 더 작별 인사를 하고 스피릿을 타고 습보로 이끌어내서 등대를 내려가서 카스토 마을을 지난 뒤 추낙 고지로 나섰다. 밤이 될 즈음에 그는 리토의 마을로 워프하고 나서 아침에는 사막으로 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온 김에 시자기 마을에도 들러서 볼슨 건설의 사업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도 볼까 싶었다.
한동안 그는 스피릿이 바다를 보는 넓은 평야를 달리도록 해 주었다. 해안가에 멀리서 온 파도가 치는 광경은 많이 아름다웠다. 스피릿은 평야의 절반에 다다르자 지친 것 같았고 링크는 내렸다. "좀 쉴까?" 그가 가방에서 사과를 꺼내 스피릿에게 건네며 물었다.
말이 좀 편해졌다는 것에 만족한 그는 안장가방에 손을 넣어서 그날 아침에 카카리코 마을에서 받은 작은 빵 하나를 꺼냈다. 그는 바다를 보며 잔디밭에 앉아 빵 한 입을 메어물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 뒤 그는 가방에 손을 넣어서 젤다의 일기를 꺼내 새 장을 펼쳤다. 그는 이미 마음 속으로도 무슨 글이 적혀 있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와 관련된 그의 기억은 다소 흐릿했다.
"링크와 조금씩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는 대식가여서 뭐든 맛있게 먹는다고 한다."
그는 볼수록 낯익어져 가는 그 비좁은 글씨를 보면서 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젤다가 지는 해를 배경으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일기를 쓰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이 모습이 그의 기억 속에서 나온 모습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상상한 모습이었는지는 확실히 몰랐다.
"내가 일기를 읽는다고 뭐라 하려나?" 그가 스피릿을 보면서 물었다. 스피릿은 늘 그렇듯이 그를 무시하고 사과를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뭐, 거의 100년이나 되었고, 성에서 일기를 꺼내줬잖아. 그 정도면 의미가 있을 텐데."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우면서 그는 다시 내려다보면서 이를 계속 읽었다.
"용기를 내서 평소에 왜 말이 없는지 물어보자 링크는 잠시 망설였지만 대답해 주었다. 늘 주목을 받는 그는 항상 타인의 모범이 되어야 함을 의식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풍부한 재능 덕분에 고민 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누구든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고민이 있다...나는 나 자신을 감당하느라 그런 것도 몰랐다."
링크는 눈을 감고 그 말에 집중했다. 그 말이 낯익었다. 그가 이러한 말을 한 적이 미약하게나마 기억났다.
갑자기 뇌리에 한 광경이 스쳤다. 그는 눈을 번뜩 뜨고 손을 내려서 시커 스톤을 들었다. 그는 앨범을 열어서 이전에 보았지만 유심히 보지는 않은 사진을 보았다.
겔드 사막의 한 광경이었다. 야자수와 돌 우물과 겔드 여성이 큰 모래표범들이 끄는 썰매에 타는 모습과, 경주용 길이 있었다.
일기의 대화와 연관된 광경이 찍히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를 기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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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씨?" 젤다 공주가 모래에 편 여러 색의 깔개의 자리에서 그를 여러 번 돌아보면서 말했다. "또 멍하니 있네요."
링크는 목덜미가 더워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사람들 주변에 있었다. 대부분은 겔드족이었지만 다른 종족의 일원들도 있었다. 더 적절한 자세를 취하려면 분명...
그녀는 그녀 옆의 깔개에 손을 두드렸다. "앉으시죠." 그녀는 고기 꼬치구이를 들었다. "좀 뭐라도 드시고요."
그녀가 그러라고 하면 그래야 할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옆의 자리에 앉아서 고기 꼬치구이를 받아 들었다. 이를 코로 가져가서 무슨 종류의 고기인지 일단 파악하려 했다. 마침내 한 입을 물자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맛이 좋은데요." 그는 나무 꼬치에서 고기를 한 점을 더 물어 뜯으면서 겔드족이 고기를 절여 놓은 그 향신료의 맛을 음미했다. 이를 따라할 수 있을지도 속으로 생각했다.
젤다 공주도 고기 꼬치구이를 들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더 조심스레 먹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
"이게 매일 나온다는 걸 알았다면 여기서 밤을 꼬박 새우죠." 그 때 갑자기 걱정스런 생각이 들어서 멈칫했다. 그러면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을에도 있어요. 길의 노점은 여러 향과 고기를 가지고 서로 경쟁하고요." 그녀가 자신의 꼬치구이를 보면서 말했다. "여기보다도 더 다양해요."
링크도 그 노점을 보기는 했지만 그 사실은 말하지는 않았다. 공주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그가 아는 바로는 우르보사가 그녀에게 그가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 한 짓을 말한 적이 없었다. 특히 그 지난 시도는 더욱 말하지 않았고 계속 함구되어 있기를 바랐다.
다음 랠리가 시작되자 금방 그들은 조용해졌다. 겔드족 여성들이 작은 썰매에 서서 모래를 마치 물처럼 가르는 모래표범에 묶은 밧줄이나 고삐를 꽉 잡고 있었다.
겔드의 마을에 있는 마지막 날에는 신수를 연구하거나 시커족 사당을 조사하는 것에 투자할 생각이 아니었다. 젤다 공주가 그날 아침에 그에게 말하기를 오늘은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했었다. 우르보사가 모래표범 랠리에 참가하는 것을 보고 싶어했고 링크 보고 같이 와 달라고 한 것이었다. 마을 밖이었으니 그가 보러 가도 무방했다.
지난 주의 일 이후로 그들 사이는 크게 변했다. 이제 공주 옆에 있는 것이 껄끄럽지가 않았고 그녀도 그렇게 느끼는 듯 마을을 나서서 그에게 오면서 계획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신수의 연구나 사당의 조사에 그도 부르고 있었다. 여기에 가끔은 그저 식사를 하기 위해 나와서 그와 말을 하곤 했다.
이제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변한 것이 많이 놀라웠다. 물론 답답해하는 경우는 있었다. 끝도 없어 보이는 질문 하나 내지는 여럿에 너무 애매하게 대답을 하거나 그녀의 표현으로 '멍하니 있을' 때면 그런 모습이 나왔었다. 그리고 마스터 소드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갑자기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조금 더 말을 하려고 하고 있었고 그녀도 이에 맞춰 대답해 주고 있었다. 링크가 아버지가 왕에 대해서 말할 때면 그 말에 묻어 나는 것과 같은 유대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녀와 가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그는 이 변화에 마음이 놓였다. 처음부터 말을 놓았더라면 이런 변화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생기지는 않았을까 후회되기도 했다.
"저기네요!" 공주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그도 일어섰고 우르보사가 다음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경주 트랙의 한가운데, 출발점과 도착점 근처에 있는 작은 관중들의 무리의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의 자리에서는 랠리의 대부분은 볼 수 있겠지만 선수들이 그들의 뒤로 넘어가면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르보사는 그들을 보고 손을 흔들면서 링크가 알아듣지 못한 겔드족의 언어로 무언가를 말했다. 젤다 공주가 이에 대답했고 우르보사는 껄껄 웃었다. 주변의 다른 겔드족도 낄낄 웃었다.
젤다 공주는 볼이 빨개지면서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말을 잘못 했나 봐요."
"뭐라 하려 했습니까?" 링크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행운을 빌어주려고 했는데...사브오크...생각해 보니까 아닌 것 같네요."
링크는 그가 여기에 있는 동안 어느 정도 배우게 된 표현들을 생각했다. "그건 작별 인사입니다. 행운을 빌려면 '사브세악'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떴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그냥...있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경기가 시작하면서 우르보사가 소리를 지르며 출발하자 그녀는 신경을 다시 우르보사에게 돌렸다. 그녀는 빠르게 속도를 높이면서 다른 겔드족을 앞질렀다.
링크는 모래표범 경주 선수들이 돌진해 나아가면서 굽이를 돌아서 다른 관중들 뒤로 대부분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젤다 공주는 머리를 앞으로 뻗어서 관중 사이로 그 모습을 보려고 했다. 까치발까지 들었지만 링크는 그런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그는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때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들이 여행하는 동안 그녀는 그의 옆에서 조금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선수들이 반대쪽의 굽이를 다시 돌아오면서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우르보사가 여전히 선두였지만 다른 겔드족 여성이 그녀 바로 옆에서 자신의 모래표범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선두 둘이 뒤로 뿌리는 모래먼지를 헤치면서 나아갔다.
"우르보사!" 젤다 공주가 손을 신이 나서 흔들면서 외쳤다. "조금만 더요!"
선수들이 도착점을 통과하자 링크는 누가 이겼는지 가늠을 못했었다. 하지만 우르보사의 승리라는 것을 들은 것으로 보아 다른 이들은 알아본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높이 뻗었고 다른 겔드족도 환호했다. 공주도 다른 이들과 같이 박수를 보냈다. 링크는 조용히 있었지만 미소는 짓고 있었는데, 사실 누가 이겼는지는 그의 관심 밖이었다.
몇 분 뒤 관중들의 흥분이 가라앉고 다른 경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겔드족의 족장은 주로 참여하지 않다 보니 우르보사의 경기는 많이 이례적이었지만 경기는 하루 종일 이어질 것이었다. 그는 우르보사가 그들에게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신기하게도 그러지 않았다.
그와 공주는 다시 앉아서 식사를 마저 했다. 여름의 사막이 늘 그러했듯이 날은 더웠지만 큰 야자수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덕에 어느 정도 버틸 만 했다. 그는 땀을 흘렸지만 젤다 공주는 편해 보였다. 그녀가 쓰고 있는 사파이어 머리 장식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전날에 그녀가 말했었는데, 보석들을 적절한 방법으로 세공을 한다면 그 안에 숨겨진 마법적인 힘을 끌어낼 수 있다고 한 것이었다.
"링크 씨, 하나 묻고 싶은 것이 더 있어요." 그녀가 그를 돌아보면서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른 것에 비해서는 조금 더 사적이기는 하니까 답하기 싫으시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적이라니, 그녀가 한 질문은 전부 사적으로 들렸다. 그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의 가족은 어떤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계절을 좋아하는지 등, 중요도가 서로 다른 여러 질문들을 했었다. 심지어는 개를 좋아하는지도 물었었다.
그는 그녀를 좀 바라보다가 잠시 머뭇거린 뒤 고개를 끄덕였다.
"왜 당신은..." 그녀는 잠시 멈추고 말하려는 표현을 바꾸었다. "제 말은, 당신은 좀 많이 말이 없어서요. 최근에는 저에게 말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들 주변에서는 말이 없다는 것이 더 부각되어서요. 왜 그런 건가요?"
아... 링크가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이 질문을 결국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확실했었다.
그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얼마나 오래 그랬는지 공주가 인상을 조금 찡그리며 불편해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그녀는 대답 안 해도 된다고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그는 마침내 대답하였다. "그게...그냥 그게 제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고 그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보지 않고 멀리 산만 바라보았다.
"항상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이 말은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다. 그는 좀 내성적이었다. 종사 시절에도 그는 많이 과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마스터 소드를 뽑은 뒤에..."
"당신이 바뀐 건가요?"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 바뀌었습니다. 저는 같은 사람인데...이제 제가 더 큰 무언가이기를 모두가 바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마음 속이 조였다. 의무감의 무게였다. 공주와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는 쉽게 잊을 수 있던 것이었다.
"그...이제 꽤 많은 것이 걸려 있고, 모두가 제가 그들의 구원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강하면서도 무패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걸이 어릴 때 염소를 쳤고, 바위 타는 것을 좋아하고, 조라족에게 배웠는데도 아직도 수영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인지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기를 바라지 않고요."
그는 젤다 공주를 돌아보았다.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유심히 듣고는 있었는데 듣는 말에 좀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그녀도 모를 것이었다. 그는 그녀와 이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왜 지금은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몰라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강하고...과묵한 모습이요. 저의 생각이나 감정은 그들이 알기를 바라지 않고, 알아서도 안되기에, 제 생각이나 감정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저는 지금의 저 이상이 되어야만 하니까요."
그는 젤다 공주가 숨을 들이쉬는 것을 들었고 그는 그녀를 보지 않으면서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그녀는 그를 더 낮게 볼 것이란 말인가? 그녀가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그도 별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자신의 부담을 더 크게 느낄 것이란 말인가? 그들의 선임보다도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둘 모두가 느끼고 있으니 희망이 있기는 한 것인가?
"당신과 저는 보니까 많이 비슷하네요." 그녀가 주변의 관중들 사이로 간신히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
"저..." 그녀는 말을 하려다 멈추고 그를 보았다. "이 말을 해줘서 고마워요. 당신도 그렇게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지난 일은 지나간 거죠." 그녀는 그의 팔에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얹었다. "하지만 좀 확실히 말할게요. 제 근처에서 그런 모습을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돼요. 살면서 강하고 과묵한 기사들은 많이 봤어요. 이제는 좀 질려요."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녀는 이를 문제 삼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손은 그 자리에 좀 있었고 그는 공주가 다른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을 짐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손을 떼고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 생각엔 당신은 그대로도 좋아 보여요."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낯익은 꼼꼼한 면모를 보이면서 말했다. "영웅들이 다른 사람과 별 차이 없이 사는 것도 별 문제 없죠. 우르보사가 있잖아요." 그녀는 우르보사가 서서 각자 무슨 음료가 든 잔을 들고 겔드족 사이에서 소리 높여 웃는 모습에 손을 흔들었다. "우르보사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이들 주변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저희 둘 모두가 이걸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네요."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어서 와요. 뭐라도 마셔요."
가만, 설마 이게 진심이라고?
"공주님, 저는 마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누가 습격이라도 하면..."
"그럴리가요. 고개만 돌리면 전사들인걸요. 제 말을 듣지 않는다면 우르보사의 말을 잘 따를 것이니 이가단이 무슨 수작을 부려도 저희를 잘 지켜줄 거고요. 게다가 그렇게 많이 마실 필요도 없어요. 그런데 저기에 브아이 밋 브오이가 좀 있는데, 우르보사는 못 마시게 하더라고요." 그녀는 조금 반항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번만큼은 마셔 볼 거예요. 하이랄의 공주를 막아볼테면 막아보라죠."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그녀의 말을 안 따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눈에 흥미가 가득 차서 보고 있을 때면 더욱 그러했다. 마침내 그는 일어서서 옷에서 모래를 조금 털어냈다. 한 잔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다고 취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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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와 더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생각을 알고 싶다. 그리고 내 고민도 그에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링크는 젤다의 일기의 말을 손가락으로 매만져가며 보았고 그의 목이 메는 것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 기억은 뚜렷했다. 피부의 느껴지던 사막의 열기를 느꼈고, 향이 좋은 고기 꼬치구이의 맛이 입에 돌았고, 그가 아직도 거기에 있는 것과 같은 만족감이 느껴졌다.
공주가 그를 그가 되어야 하는 모습보다 그의 모습 그 자체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을 때 그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고 있는지는 잘 몰랐다. 사실 그는 그의 기억 속에서 그 자신도 얼마나 깊이 고마워하고 있었는지 아직도 확실히 감을 못 잡았다. 그녀와 같이 일어서서 길을 걷는 동안에는 어깨에서 부담이 다 날아간 것 같았다. 마치 신선한 공기와도 같았다.
그가 깨어나고 나서 상황은 크게 변했지만 그는 그 기대의 부담감을 늘 지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이를 모두 그의 안에 담아두지는 않았고, 부담을 같이 나눌 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시드, 카시와, 임파와 파야도 있었다. 그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보고 신경 쓴 것이 아니라, 그가 누구인지를 보고 신경을 쓴 것이었다. 젤다처럼 말이다.
시자기 마을은 링크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비교해서 크게 변했다. 링크가 호수 가운데의 섬으로 향하는 육교를 건너는 동안, 지난번에 왔을 때에는 없었던 더 큰 건물들 여럿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허드슨과 그의 인부들이 짓고 있었던 본사 사옥은 이미 오래 전에 준공된 것 같았는데 그 문 위에 대문짝만하게 '볼슨 건설 북부 지사'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건물들도 지어져 있었다. 마치 여러 고리의 배열로 건물을 지어 두어서 가운데의 원이 마을의 광장을 이루도록 한 것 같았다.
링크가 보내준 고론족이 일을 잘 한 것 같았는데, 섬을 이루던 바위 더미들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 돌들은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새로 까는 데에 사용되었던 것 같았다. 마을의 이름을 알리는 간판도 이제는 아래에 돌을 괴어서 더 튼튼히 세워져 있었다.
링크는 마을의 가운데로 말을 타고 들어가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을 사람들의 수도 늘어난 것 같았다. 몸집이 큰 건설 인부 여럿이 돌아다니면서 자재와 도구들을 옮기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도 보였다. 새롭게 지어진 집 둘에는 새 가족이 들어온 것 같았고, 그는 그 중 한 가족이 이전까지는 뉴 카스토에서 살고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말에서 내려서 아직 지어지고 있는 건물 하나로 다가갔다. 거기에 도착하자 그레이슨과 펠리슨 고론족 형제가 그 건물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 펠리슨이 그레이슨에게 목재를 건넸고 그들 중 형은 집 안에서 문틀을 세우고 있었다. 다른 여러 건설 인부들도 있었지만 허드슨은 보이지 않았다.
"형제!" 링크가 집에 들어서자 펠리슨이 말했다.
그레이슨도 몸을 돌렸고 그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오, 형제! 여긴 무슨 일이야고로?"
링크는 안팎의 도배만 되지 않은, 반쯤 완성된 건물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는 김에 잠시 들렀습니다.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도 보고요."
"아, 그래, 여기는 꽤 좋아고로." 그레이슨이 말했다. "바위는 금방 부쉈어고로. 데스마운틴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웠고고로. 그런 뒤에는, 허드슨 씨가 나무 베고 집 짓는 일에 일손을 도와달라고 하더라고고로."
"바위를 다 부순 뒤에도 여기 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데스마운틴으로 다시 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형제, 여기 있어도 꽤 좋아고로. 펠리슨하고 나하고는 여기 좀 있을까 싶어고로. 허드슨 씨는 우리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고로!"
"잘 됐네요." 링크가 말했다. "허드슨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그 분과도 말을 나눌까 해서요."
"옆 건물에 있을거야고로. 그 건물의 2층을 올리고 있거든고로."
링크는 고론족 둘과 다른 인부들과 조금 더 있다가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갔고 놀라서 올려보자 리토족 파이슨이 다른 건물에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 그도 지붕 기왓장 여럿을 박아넣기 시작했는데 아래의 링크를 보자 날개를 들어 한번 흔들었다.
그가 이미 본 광경에 기분이 나아져서 링크는 옆 건물로 갔고 바로 허드슨과 마주했다. 그는 링크를 놀란듯이 내려다 보았고 밝게 미소를 지었다. "링크! 오늘 올 줄은 몰랐어."
"근처를 지나고 있어서요." 링크는 허드슨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뒤 반쯤 완성된 건물을 보았다. "지난번에 온 것에 비하면 시자기 마을이 참 많이 발전했네요."
"그래. 손이 빠르지."
"그러게요."
"그래."
둘은 한동안 조용했다. 링크는 목을 골랐다. "그 부유한 후원자는 왔습니까?"
"아니." 허드슨은 건물 밖으로 나섰고 링크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신 사옥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가구가 얼마 없었고 벽은 단조로운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외벽이 더 밝은 색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대비가 되었다.
허드슨은 구석의 나무 책상으로 가서 손을 얹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있으니까 좋더라고. 직접 만들었어."
링크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여기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여기 한번 더 올때쯤에는 마을이 준공이 되어 있겠어요."
"그럴지도." 허드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인원이 더 있어야 해."
"하테노 마을에서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여기로 이사 온다고 들었는데?"
"그렇기는 한데 그거 이상으로. 장인들이 더 필요해. 상인이 있기는 하지만 팔 물품이 얼마 없거든."
"시자기 마을에 차차 사람들이 늘겠죠."
허드슨은 얼굴이 굳은 채로 그를 보았다. 링크는 그 표정이 굳은 표정이라고 해석했다. 그의 표정은 정말 읽기가 어려웠다. "그게 아니라 일을 계속 하려면 직인이 필요한 거야."
"무슨 일인데요?"
"일단은 옷이 다 떨어지고 있어."
"예?"
"건축은 험한 일이라 옷이 금방 닳아버려." 허드슨은 그의 조끼를 손으로 잡았는데, 링크가 이를 보자 찢어진 흔적을 대충 기운 흔적이 보였다.
링크는 이를 보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그래서...재봉사가 필요한 겁니까?"
"그래."
"옷을 새로 사면 되지 않나요? 카스토는 동쪽으로 말을 타고 가면 하루도 안되어 도착합니다. 거기에는 새 옷을 만들어 줄 재봉사가 있을 텐데요."
"한 사람 있는데 병이 났대." 허드슨이 어깨를 으쓱했다. "늙었으니까."
"파이슨을 시키면요? 어디로 날아가서 새로 몇 벌 더 공수해 올 수 있을 겁니다."
허드슨은 입술을 깨물면서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콧수염을 통해서 큰 숨을 내쉬었다.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군. 하테노로 가서 새로 가져와 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어."
링크는 조금 미소를 지었다. 허드슨은 다르케르를 많이 연상시키고 있었다. 그와 비슷하게 직설적이었지만 말이 많은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에 재봉사 하나가 있으면 좋지. 구두장이하고 대장장이도 있으면 좋고."
"차차 올겁니다." 링크가 말했다. 그는 허드슨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건물만 지으라고 지시받은 것 아니었습니까?"
허드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누가 내 자리를 맡을 때까지는 다 내 소관이지. 마을 사람들을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렇기도 하네요." 링크가 말했다. 그래도 허드슨의 우려는 그의 소관 그 이상으로 넘어가는 것 같았다. "뭐, 길에서 재봉사를 보면 그쪽으로 보내 드리죠."
"볼슨 건설 작명 규칙 잊지 말고."
링크의 미소가 사라졌다. "허드슨, 설마...재봉사까지 건설에 동원하려는 것은 아니죠? 제 말은, 파이슨을 보내드리기는 했는데, 정말 갈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요."
"링크, 규정을 내가 만든 건 아니잖아."
"그래도 좀..." 링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주민들은요? 그들도 이름이 다 '슨'으로 끝나나요?"
"아니. 그런데 우리가 고용한 건 아니고 갑자기 온 거더라고."
"만약 내일 재봉사가 여기에 나타나서 가게를 세우겠다고 해도 이름이 '슨'으로 안 끝나면 안 받아 줄 겁니까?"
허드슨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하러 그래?"
"재봉사도 이름이 규정에 맞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아니, 내 말은 네가 한 사람을 구해 와 준다면 그 규정에 맞아야 한다는 거지. 볼슨 건설의 일을 지금 도맡아 하고 있는 거니까 규정을 따랴야지."
"제 이름은 규정에 맞지 않잖아요." 링크가 투덜거렸다.
"자원하고 있으니까 그건 예외지. 아까 말한 것처럼, 나타나서 하겠다고 한 거나 다름없잖아?"
링크는 어처구니없게 그를 보았다. 무슨 되지도 않는 농담을 하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시자기 마을이 발전하는 것을 보고는 싶었지만 허드슨의 필요를 충족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러 여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하던 것처럼 조건에 맞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냥 시자기 마을이 있다고만 하고 그대로 끝낼 생각이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허드슨, 한번 보죠. 조건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로 보내드리죠."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려울 것 같네요. 다음에는 겔드 사막으로 가는데, 조건에 맞는 사람이 있기나 할지 모르겠어요."
"그거야 모르지." 허드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겔드족은 재봉 솜씨가 훌륭하다고는 하다만."
"그러니까 이름이 '슨'으로 끝나면서 이 대지의 반대쪽 끝까지 갈 생각이 있는 재봉사를 찾아야 한다는 건가요?" 링크가 조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허드슨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링크의 미소는 더 커졌다. "확인해 보죠."
그는 스피릿의 코를 매만졌다. 말이 다시 카카리코 마을의 마구간에 다시 들어가자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주인이 다시 어디로 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알아. 하지만 내가 할 일을 넌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걸." 링크가 달래듯이 말했다. "내 기억으로는 사막은 말이 가기에는 너무 거칠어. 그 높은 데서 어떻게 내려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스피릿은 코를 흥 하더니 한 눈으로 그를 흘겨보았다.
"날 왜 그렇게 봐?" 그가 말했다. "여기는 너한테는 천국이잖아. 파야가 설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거든? 좀 나눠주라고 할게."
말은 가볍게 콧소리를 내더니 얼굴을 링크의 어깨에 박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끌어안고서는 고삐를 그날 저녁에 마구간을 관리하는 소년에게 넘겼다.
그가 몸을 돌리자 그의 뒤에서 임파와 파야가 신이 난 동시에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달랐다. 분위기가 우려스러웠다.
"설탕은 많이 줄게요." 파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씩 웃었다. "너무 주지는 마. 돌아오고 나서도 달릴 수 있어야 하니까." 스피릿은 뒤에서 콧소리를 내었다.
임파는 다가가서 링크에게 자루 하나를 주었다. 자루 안에는 루피가 잔뜩 담긴 것 같았다. "지난 100년간 사막으로 간 적은 없지만, 내가 알기로는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마을로 들어갈 수는 없을 거다."
"설마 하이랄의 영걸이라도 길을 막을까요?"
"겔드족이 얼마나 고집이 강한지 기억이 안 나나보군?"
"뭐, 공주만큼이나 고집이 강하다면..."
임파는 그의 팔을 한번 세게 때렸다. "거기까지 해라. 차차 그 분과 친해졌다는 기억까지 떠올랐다고 해서 그렇게 경망스럽게 말해도 된다는 것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될 텐데? 링크가 생각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 둘 사이에서 격식은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다고. 그는 임파를 보았는데 그 입가에는 안다는 듯한 미소가 있었다. 그것 역시 말하지 않기로 했다.
"빨리 돌아오도록 하죠." 그가 말했다.
"준비를 마쳐 두마." 임파의 얼굴이 굳은 의지로 변하면서 말했다. "대재앙의 시대의 끝이 도래하고 있으니."
파야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 역시도 의지가 굳어 보였다. 암살 시도가 있던 날 밤 이후 그녀도 많이 변했다. 그녀는 등 뒤에 시커족의 검 하나를 매고 있었다.
링크는 둘 모두에게 미소를 지었지만 아까의 자신감과는 별개로 불안이 오르고 있었다. 설마 그가 돌아오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이란 말인가? 그 일을 또 겪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파야에게 그랬다. 이전에 그가 혼자 사라져버리고 나서 그녀가 겪어야 했던 감정에 그는 아직도 미안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 당당히 서고 그 걱정을 밑으로 밀어내렸다. 그는 등에 가방을 매었다. 짧은 여정에 필요할 것만 있었다. 그 가방 아래에는 마스터 소드를 매었지만 방패는 가방에 매고 있었다. 젤다가 직접 만든 것과 똑같이 생긴 푸른 영걸의 옷은 달빛을 받아서 더 밝게 빛났다.
그는 시커 스톤을 풀어서 리토의 마을 근처의 사당을 찾았다. 그는 그들의 눈을 한번 보더니 사당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얼마 뒤에 그는 카카리코 마을에서 사라지고 다른 사당의 입구에 다시 나타났다.
그가 다가가는 리토의 마을은 빛을 받아서 반짝였다. 머리 위에서 달이 밝게 빛나고 있는 밤이었지만 주민들은 깨어 있던 것 같았다. 머리 위애서 리토족 여럿이 날아다녔지만 중앙의 기둥에 다가가는 하일리아인 한 명을 바로 알아본 이는 없었다. 메도는 아직도 그 기둥의 꼭대기에 서서 그의 고향을 지켜보고 있었다.
계곡을 넘어서서 도시로 이어지는 다리 양 옆에 선 리토족 보초들이 그를 보자 크게 놀란 소리를 내었다. "링크님?" 그 중 하나가 횃불을 들면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저희는 당신이...설마 당신이..."
링크님이라, 그건 새로운데.
"괜찮습니다. 돌아오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 것이 전부입니다." 그가 머뭇거렸다. "지금 저를 찾고 있는 사람은 없죠?"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만..." 그는 그의 동료를 인상을 조금 찡그리며 보았다. "테바에게 알리지." 그 리토족은 날개를 펴고 링크가 말리기도 전에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링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기다렸다. 다행히 리토족 하나가 새로 내려와서 그의 앞에 서기까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테바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링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아있었군." 그가 목소리에 퉁명스러운 어조가 하나도 없는 채로 말했다.
"보시다시피요." 링크는 크게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그게..."
갑자기 머리 위로 그림자 하나가 더 지나가자 그는 말을 멈추었다. 카시와가 완전히 내리기도 전에 웃으면서 앞으로 다가가서 링크의 어깨에 날개를 얹었다. "언젠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안 오는 것보다는 낫죠?" 링크가 카시와의 날개를 매만졌다.
"예.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대의 시커 스톤이 발견되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찾아다녔습니다만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가디언에게 쫓기고 있어서 흔적이 없는 게 좋은 일이었죠. 게다가..." 그는 등으로 손을 뻗어서 마스터 소드를 뽑았다. "이것도 찾아야 했습니다."
"그건 뭔가?" 테바가 인상을 쓰고 팔짱을 끼면서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마스터 소드군요!" 카시와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설명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이를 찾았다고요? 그 과정을 듣고 싶군요!"
"차차 말하죠." 링크는 검을 다시 검집에 밀어넣었다. "하지만 일단 리발과 말을 좀 해야 합니다. 내일 아침에 사막으로 출발할 거라서 준비가 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래." 테바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네가 발견이 안됐다는 말을 듣고서는 발을 동동 구르더군. 뭔 목이 달아난 거위같이 펄쩍펄쩍 뛰는 건 덤이고."
링크는 껄껄 웃었다. "그럴 만도 하죠! 어서 가서 그를 보고 나서 벌어진 일을 다 말해 드리죠. 할 말이 꽤 있습니다."
Chapter 45: 42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뭔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려?" 링크와 테바가 메도의 날개에 도착하자 리발이 물었다.
해가 동쪽에서 뜨고 있었고 신수는 이미 허공에 있었다. 신수가 날개를 다시 펴고 날 때까지 매달려 있기보다는 차라리 링크가 날아오른 메도 위로 바로 올라가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는 많이 추워서 링크는 더 두꺼운 리토족의 옷과 그들이 준 망토를 둘렀다.
"전 빈 속에는 아무데도 못 가는 걸 알잖아요." 링크가 말했다.
리발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죽으러 가는데 배부터 채우려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죠."
"차라리 말이 없는 때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렇죠?" 링크는 리발에게 다가갔고 그 말과는 별개로 미소를 지었다. 리발도 씩 웃었다.
"이제 다 했나?" 테바가 물었다.
리발은 그의 어깨 너머로 돌아보고 눈을 한번 굴렸다. "쟤는 너무 딱딱하게 날아." 그가 링크를 다시 보았다. "너랑 비슷해. 어울리는 이유를 알 것 같네."
테바는 헛기침을 하고 몸을 돌려서 날개를 폈다. 그는 그들과 같이 겔드 사막으로 날아가지 않고 대신 리토의 마을에 남기로 한 것이었다. 링크를 찾아다니는 바람에 비행 훈련장 근처에 나타난 울포스들을 몰아낼 수가 없었기에 오늘이야말로 전사들을 데리고 나가기로 한 것이었다.
"나중에 보지. 이번에는 부탁이니 사라지지 마라." 그가 다시 날아가기 전에 말했다.
메도는 몸을 조금 기울이더니 남쪽으로 향했다. 리발은 신수를 조종하는 손짓도 하지 않았다. 이 위에 있던 마수를 쓰러뜨리고 나서 다른 영걸들과 마찬가지로 그 지배권이 강해진 것이었다.
둘은 한동안 같이 서 있었고 유일한 소리는 메도가 사막으로 향하면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전부였다. 마침내 리발은 목을 골랐다. 그에게 몸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링크에게는 좀 어색한 것이었기에 그는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그가 말했다. "이게 마지막인가?"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입니다."
"그 옛날에 쓰던 검은 다시 챙겼나 보네. 이번에는 가논과 맞설 준비가 더 잘 되었기를 바라야지."
링크는 리발을 눈썹을 들면서 바라보았다.
"왜?" 리발이 물었다. "진심이야. 난 준비된 걸 우리 다 알잖아."
"지금이야 그렇죠."
"그리고 그게 중요한 거고."
그들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리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그 공주는 지금 어때?"
링크가 전날에 리발에게 성에 간 일을 말했던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리발은 그를 조롱하지 않았다. 그도 괜한 짓임에도 불구하고 왜 링크가 그 짓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 같았다.
"버티고는 있습니다." 링크가 동쪽을 보면서 말했다.
리발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난 공주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었어."
링크는 그 말에 조금 짜증이 나서 리발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조금 생각에 잠기면서 약간 후회하는 눈빛을 보이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생기고...공주가 무슨 일을 할지 알았더라면 아마...뭐, 그 분을 조금 오해했나 보네."
링크는 조금 긴장을 풀었다. "결국 저희 중 누구보다도 가장 강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참 신기하지?" 리발은 팔짱을 끼면서 날개의 손가락을 생각하듯 꺾었다. "우리는 각자가 특별한 능력과 무기가 있었잖아. 그리고 여신이 공주가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게 될 지도 의문을 품었었고. 그리고 그 끝에는 이렇게 되었지."
링크는 눈을 조금 찡그렸다. 무언가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기억의 끝자락 어딘가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 분이 힘이 없었어도 그녀가 없었으면 저희는 제자리 걸음만 했을 겁니다. 그녀는 신수에 대해서는 전문가였습니다. 메도가 발굴된 뒤에 날아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녀의 덕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신수가 없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해."
"아뇨." 링크가 말했다. "가논은 그래도 가디언을 지배했을 겁니다. 지금은 신수라도 쓸 수 있으니 다행이죠."
"그렇긴 하지만, 거기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을 것 같아." 리발이 말했다. "가디언 정도면 맞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럴 지도..." 링크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도 가논이 승리했을 겁니다. 가디언을 지배할 것이라는 가능성에는 대비하지 못했으니까요."
"지금은 대비가 된 건가?"
링크는 리발을 놀라서 보았다. 그런데 일리가 있었다. 가디언은 강하면서 수도 많았다. 로베리의 무구와 그 뒤의 군대가 있더라도 가논이 가디언들을 다시 온전히 지배하면 이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프루아의 연구에 무언가의 소득이 있기를 바랐다.
"시커족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지난번에 참 도움이 많이 되기는 했지."
"모두 실수를 하잖습니까."
리발은 대답을 하지 않고 아래의 지나가는 땅을 내려다보았다. 링크는 그의 옆에 좀 있다가 물러나서 그들이 날아가는 경로를 볼 수 있는 날개의 모서리 근처의 기둥 하나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사막으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었다. 리발이 암산한 결과로는 대여섯 시간은 걸린다고 하였다. 링크가 걷거나 리토족의 등에 타서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었다. 사실 메도는 빠르지는 않았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이 더 빠르기는 했지만 중간에 쉴 필요가 없었고 지형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 순간 그는 젤다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고, 최근의 버릇처럼 그의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고 싶었지만 리발이 근처에 있는 동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시커 스톤을 풀어서 앨범을 열어서 사진을 내려다보았다.
링크는 모래표범 랠리 중에서도 중요했던 경기 하나를 찍은 사진을 보았다. 그 날의 생각과 그 해의 초여름에 있었던 영걸제 이후의 저녁에 리발, 우르보사, 그리고 다르케르와 보낸 기억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와 젤다는 사막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성으로 돌아왔고 왕은 허울 뿐인 축전을 열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아니면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시커 스톤에는 답이 얼마 없었다. 랠리의 광경을 찍은 사진 말고도 여럿 있었지만 지금 기억을 깨우는 사진은 없었다. 그녀의 일기 역시 그 순간에 대한 그의 기억의 단서를 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것에 집중하였다. 아까 리발과 말하면서 느낀 것이었다. 그가 말한 것 중에서 그의 기억 속의 무언가를 자극한 것이 있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단서들을 잡아내고 있었다.
"우리는 각자가 특별한 능력과 무기가 있었잖아."
그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기억을 쫓아보았다. 그 약하면서도 낯익은 감정을 쫓으면서 그의 기억을 가둔 마음 속의 벽을 밀어냈다. 마침내 그 말이 일깨운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인상을 쓰자 그 벽이 무너졌다. 감정과 생각, 그리고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억이 솟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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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사바."
링크는 그 목소리에 벌떡 깨어서 이불을 걷으려고 황급히 움직였다. 그의 위에 성의 복도의 횃불을 받고 있는 그림자가 진 키가 큰 모습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웃었고 링크는 바로 행동을 멈추어 눈을 찡그리며 올려다보았다. "우르보사?" 그가 마침내 말했다.
"이제 깨어나서 다행이네." 우르보사가 말하면서 복도의 약한 빛에 모습이 들어오도록 뒤로 물러났다. "2분 동안 서 있었어. 공주님을 지킬 거면 조금 더 감각을 키우라고."
"무슨..." 링크는 아직 머리가 멍한 채로 그녀를 보았다. "지금 몇 시입니까? 왜 여기서...?" 그러더니 생각이 빨라졌다. 설마 젤다 공주가?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 분은 무사하십니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아니, 그 아이는 괜찮아." 우르보사는 손을 저었다. "잠을 못 이루더라고."
링크는 아직도 어리둥절했다. "그럼...왜 절 깨우신 겁니까?"
우르보사는 코웃음을 쳤다. "너와 얘기하고 싶은 거지, 왜겠어? 브오이는 참."
"지금이요?"
"아니, 내일 저녁 식사 자리." 그녀는 목소리가 더 거칠어지며 더 세게 말했다. "그래, 지금이다."
"그래서 절 깨우려고 당신을 보낸 거예요?"
우르보사는 허리에 손을 얹고 링크를 쏘아보았다. "기사가 되어가지고 공주님이 불렀으면 빠릿빠릿하게 가야 하지 않겠어?"
링크는 잠시 더 머뭇거렸고 이윽고 우르보사가 맞는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불을 더 걷으려 했다가 멈추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럼 좀...나가 주시겠어요? 옷을 안 입어서요."
겔드족은 껄껄 웃었다. "하일리아인은 참 소심하다니까! 맨몸 조금 드러난다고 창피해하다니."
링크는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이불을 치우고 일어섰다. 그는 속옷만 입은 채였다.
우르보사의 그 미소는 어두운 방에서는 미약하게만 보였고 그녀는 곧 몸을 돌려서 방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문을 닫았고 그 작은 방은 어둠으로 찼다. 링크는 장식장을 더듬어서 찾았고 다시 더듬어서 상의와 바지를 한 벌씩 꺼내었다. 그는 빨리 옷을 입고 장화에 발을 밀어 넣고 성 안이라도 경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마스터 소드를 챙겨 맨 뒤 복도로 나왔다.
우르보사는 그의 방 밖에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링크가 나서자 그녀는 그를 유심히 한동안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렸다. 그녀는 큰 보폭으로 복도를 걸어내려갔고 링크는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서 반쯤 뛰어야 했다. 이번만큼은 겔드족의 긴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사실, 네가 좀 자랑스러워." 그녀가 한동안 걷다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한 복도에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대체 지금이 몇 시란 말인가?
"왭니까?"
"그 아이에 대해서 잘 해주었잖아. 그 아이의 아버지가 헛고생을 하는 동안에도 이제는 좀 더 밝아졌다고."
링크는 그 말에 순간적으로 우려가 들었다. 왕의 성 안에서 왕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었다. 왕은 원한을 많이 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엄격했고 링크가 그의 기사였듯이 우르보사도 그의 손님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르보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이해가 되었다. 이틀 전의 영걸제에 대해서였다. 그런 일이 있은 뒤에 젤다 공주는 더 조용하고 내성적인 모습이 되었으며 자신의 방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동안에는 링크와도 말을 거의 하지 않아서 우르보사가 남아 있을 수 있는 핑계가 되었다. 다른 영걸들은 이미 돌아갔지만 우르보사는 며칠 더 남아서 그녀의 방에서 공주와 더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대답을 하지 않자 우르보사는 그를 씩 웃으면서 내려다보았다. "그 아이만이 아니야. 너 역시도 조금 긴장을 푸는 것 같아서."
"여긴 성입니다." 그가 조금 더 변명하듯이 말했다. "여긴 위협이 적고 경비도 많으니까요."
우르보사는 코웃음을 쳤다. "에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척 하지 말고."
그는 그녀의 말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막의 사건 이후로, 그의 부담감에 대해서 공주에게 말한 뒤로, 사람들 주변에서는 긴장을 너무 하지 않고 있었다. 그에게는 별 큰 차이는 없었다. 그 부담이 사라지거나 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를 같이 질 누군가가 있으니 더 편해진 것이다.
우르보사는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너와 그 아이는 딱 똑같단 말이야. 딱 브에이비야."
링크는 눈썹을 뜨면서 그녀를 보았다. "무슨 말입니까?"
"어린아이 말이야." 우르보사가 말했다.
그는 입술을 조금 물었다.
둘은 한동안 조용히 걷다가 그녀는 성의 정원 중 하나로 가는 길로 그를 이끌었다. 그녀가 문 앞에 서서 그에게 가 보라고 손짓을 하자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
"어서. 너와 얘기하고 싶어하는 거니까."
그 말에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 같았고 그는 밖으로 나섰다. 우르보사는 그의 뒤에서 정원의 문을 닫았다.
정원은 성 내의 외딴 곳에 있었다. 성이 지어진 산의 암벽 하나가 한 쪽에 있었고 다른 쪽에는 성벽이 있었기에 정원으로 들어가려면 양쪽의 문을 지나야 했다. 꽃이 필 수 있을 정도의 햇빛이 든다는 것도 신기했다.
링크는 젤다 공주를 찾기 위해서 좀 돌아보았다. 정원이 큰 것은 아니었지만 어두운 데다가 횃불이 없었던 것이었다. 다만 하일리아 여신상이 선 뒤쪽의 연못으로 가는 좁은 길을 이루는 은밀초 여러 송이는 있었다. 공주는 돌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그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어, 이런, 죄송해요. 당신을 깨우지 말라고 했는데...그 분은 우리 둘이 마실 것을 가지러 가겠다고 확실히 말했었어요."
그는 어리둥절해서 멈추어 섰다. "공주님...괜찮습니다. 제가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면..."
"아뇨!" 그녀는 소리 높여 말했고 조금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아뇨, 그게...괜찮아요. 여기 있으셔도 돼요." 얼마 뒤에 그녀는 다시 앉았고 그녀 옆에 앉으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조금 어색하게 느끼면서 그는 앉았고 그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었다. 둘이 여기 같이 앉아있는 것을 하인들이 창문 밖으로 보기라도 하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 것이란 말인가? 그 생각은 딱히 즐거운 생각은 아니었다.
둘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젤다 공주는 여신상에서 몸을 돌려서 꽃밭을 대신 보고 있었다. 은밀초는 은은한 푸른 빛을 내면서 그녀의 표정을 비추었다. 그녀는 조금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공주님?" 그가 말을 꺼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눈썹을 들었다. 그의 질문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어쩌면 무언가를 물었다는 것 그 자체에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고 그는 그녀가 그에게서 무언가를 찾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어색하다고, 더 나아가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그녀의 눈빛과, 이를 무는 것과, 무언가 진지한 것을 말하기 전에 그러는 것처럼 숨을 들이쉬는 것에서 알아보았다. "저는...당신을 피해 다녔어요."
뭐라고?
"영걸제 이후에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그랬어요."
그 말은 너무 뜬금없이 느껴졌다. 영걸제 이후에 링크가 그녀를 잘 보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겨우 이틀이었다. 그는 그의 책무를 하면서 가끔은 그녀의 방 문을 경비했지만 지금은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에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가 늘 그녀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는 다른 근위병에게 호위를 맡기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보러 가기도 했었다.
"사과드려요." 젤다 공주가 말을 이었다. "사실 영걸제가 있고 나서...그게, 다른 이들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좀 많이...두렵고요."
그는 갑자기 놀랐다. 등 뒤에 열이 올라왔고 그는 더 꼿꼿이 섰다. "두렵다고요? 공주님,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다면..."
그녀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고 고개를 저었지만 바로 말을 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일어서서 꽃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며 잔디밭을 걷기 시작했다.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사실 당신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좀..." 그녀는 한 손을 주먹을 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질투가 났어요. 당신이 마스터 소드를 뽑은 것이요."
링크의 속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우르보사가 그에게 똑같은 말을 한 것을 그녀가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당연히 그는 이제 서로 잘 어울리고 있다는 것에 안도하여 이를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가 그를 보면서 그가 무슨 반응을 할지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가 바로 반응하지 않자 그녀는 조금 답답한 듯이 다시 걸어다녔다.
"좀 어처구니없기는 하죠. 당신과 저는 해야 할 임무도 다르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맡을 역할도 다르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그냥...나가서 이를 뽑아버리니까...좀 많이 분노가 일었어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했으니까요. 링크, 당신 이전에 많은 이들이 시도한 것을 보았는데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사실 그들 중에는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마스터 소드가 체력을 빼앗아 가기라도 한 듯, 많이 지친 기색을 보인 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냥 걸어 나아갔죠. 축전도, 의식도 없었죠. 그냥 같이 걷고 있는 중에...그냥 돌에서 뽑았죠. 이러면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해 하다가 행동에 옮긴 것처럼요."
"그게 아니라..." 그는 말하다가 멈추었다. 그녀의 행동을 더 이해하기가 어려워졌다. 아까 본 그녀의 애수는 사라지고 무언가의 의지가 찬 것 같았다. 그녀가 또 화를 낼까 두려워졌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절 부른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멈칫하면서 그를 보았고 그 눈빛에 약간의 분노 같은 무언가를 느꼈는데 이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녀가 다시 말을 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렸다. 다시 말을 꺼냈을 때에는 그를 보지 않고 있었다.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많이 거슬렸어요." 그녀는 팔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지금도 그렇고요. 당신은 검이 있고, 다른 이들은 각자의 능력과 신수가 있죠. 하지만 전...아무것도 없어요."
링크는 어떻게 대답을 할지 몰라 조용히 있었다.
"그게...어머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저는 어머님에게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를 잃는 것의 최악은 그것이어야 하니까요. 그런 사람의 주변에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요."
링크의 심장에 차가운 느낌이 들면서 이 느낌이 자신의 심장을 꽉 쥐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멈추고 고요해졌다. 그는 그의 바지를 꽉 쥐었다. 그녀의 숨소리도 들렸고 그 숨을 쉬면서 어깨가 오르고 내리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때로는, 어머님이 돌아가신 것을 제대로 슬퍼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점술가의 예언이 날이 갈수록 사실이 되고 있었고, 재앙 가논의 부활도 더 확실시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자 최악은 어머니를 잃은 것이 아니라, 선생님을 잃은 것이 되어버렸어요. 왕가의 봉인의 힘을 깨우는 법을 가르쳐 줄 분이면서, 저보다도 대재앙에 맞설 자격이 더 되는 분 말이요."
그녀는 조용해졌다. 링크는 무력감을 느끼면서 계속 앉아 있었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저..." 그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조금 굳어서 어깨 너머로 그를 보았다. "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잘 슬퍼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돌렸지만 그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링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게...제가 검을 뽑기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집안의 일을 정리하느라고 오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궁중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고요."
"그리고 검을 뽑자,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군요."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 그 뒤로 저는 링크도, 아른과 메딜리아의 아들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냥...용사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어서 조용히 기도를 올리듯 하늘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다시 보자 그녀의 얼굴은 더 의지가 굳어 보였다. "저는 평생을 이 힘을 깨우기 위해서 헌신했어요. 어릴 때부터 이 일을 해왔고, 여신님이 제가 자격이 있다고 판단할 때까지 계속하겠어요." 그녀의 눈은 링크 뒤의 여신상을 보았다.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죠."
"분명 그럴 겁니다." 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더 머뭇거렸다. 그녀는 결정을 내린 듯 다가가서 그의 옆의 자리에 앉았다.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공주님, 물론입니다."
"당신은 저의 호위 기사이죠. 아버님이 붙여 주셨고요. 아버님의 명령에 따라 제가 가는 곳마다 따라오시고, 당신의 방패로 저를 지키고, 필요하다면 저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도 바칠 것이고요. 이것이 당신의 맹세였죠."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을 정말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버님의 명령 때문이죠. 마스터 소드에게 선택받은 하이랄의 영걸이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당신이 다른 이도 되어 주었으면 해요. 저 다른 지위들보다는 덜 중요할 테지만...저에게는 한없이 더 소중한 거요."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았고 더 들뜨면서도 불안해졌다. 그녀에게 영걸보다 더 중요한 자리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가슴 속에서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손에서 땀이 흘렀다.
"제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해요." 그녀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그는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이미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왕과의 친분에 대해서 말하고는 했지만 어느 정도의 적절한 거리는 두고 있는 사이였고 링크도 그 사막의 사건 이후로는 그와 공주가 그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보자 그는 그녀가 이것을 부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이상한 부탁인 건 알아요. 좀 유치한 부탁일 수도 있죠." 그녀는 얼마 조용히 있다가 마저 말을 했다. "하지만 링크 씨 당신과 제가 친구인 척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에 수반하는 어떤 조건도 바라지 않아요."
그에 수반하는 어떤 조건이라니. 그가 놀라서 생각했다. 그녀는 대답을 바라면서 그를 계속 보았다.
"물론입니다, 공주님.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가 조금 망설이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는 아직 성에 차지 않은 것 같았다. "저희가 얼마 전까지 좀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제가 용서를 부탁드렸고 당신은...진심으로 받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과거의 그런 실수가 저희 사이를 가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는 어느 순간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그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녀와 하고 있던 대화 중에서 가장 이상한 대화였는데다가 얼마 전까지는 그녀의 연구와 실험에 대해서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는 진심인데요?" 그녀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당신은 만나는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되는 것 같은데..."
"공주님, 전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는 것을 알자 얼굴이 붉어졌다. "죄송합니다. 이래서는..."
그녀는 빨리 고개를 저었고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친구가 될 거라면 그 말도 바꾸죠."
"무엇을요?"
"그 망설이는 것과, 존중하는 것과, 그리고...존칭도요." 그녀의 눈이 커졌다. "이제는 저희 사이에는 아무런 장벽도 없는 거예요."
"전하, 그럴 수 있을는지는..."
"젤다요. 제 이름은 그냥 젤다로 해요. 같이 여행하거나 사석에 있을 때면...그냥 젤다이고 싶어요.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링크?"
부적절하다는 생각밖에 그의 머릿속에 울리지 않았다. 존칭도, 존중도 없다니, 그녀가 그에게 부탁하는 것은 이상한 것을 넘어서서 터무니없었다. 오늘 밤에 벌어진 일의 절반만 왕의 귀에 들어가도 그는 바로 해임될 것이었다. 이 부탁까지는 너무 선을 넘어갔다. 하지만...
"저희 둘은 좀 많이 비슷하네요."
그녀는 그와 같이 가면을 가지고 있었다. 왕가의 공주로, 엄하면서 다가가기 힘들고 좀 과하게 신앙심이 깊었다. 여기에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도 다른 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와 그녀는 동일했다.
그는 그녀를 바로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희망이 있었다. 그에게 이를 바라고 있었고 이를 보자 그녀가 자라온 생애가 머릿속에 상상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단순한 공주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자라야 했다. 항상 사제들과 학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침과 저녁을 기도하면서 보내야 했다. 그녀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를 계속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앞에서는 자신 그대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그런 가면을 쓰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젤다..." 그 말에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었지만 우정이 있었다. 둘 사이의 유대와, 그리고...
그는 조금 웃었다.
젤다는 조금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를 보았다. "왜요?"
"이름 말입니다. 저희 사이에...링크가 있습니다. 이름으로 링크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려 했는데 이 말은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끔찍하게 처참했다. 그의 입 밖으로 나온 말에 전부 후회가 들었다.
젤다의 눈썹이 솟았고 그녀의 입은 작은 원의 모양으로 벌어졌다. 몇 초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바로 일어서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냥 방으로 돌아가서 없던 일로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웃었다. 조금 낄낄거리는 웃음이기는 했다. 볼이 빨개지면서 입을 가렸지만 그래도 그런 웃음소리는 들렸다. 그의 볼도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건..." 그녀는 숨을 고르고 다시 말했다. "정말 터무니없게 끔찍하네요." 그래도 그녀는 그를 보고 웃었고 링크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좀 창피하지 않으세요? 그 재미도 없는 말장난을 누구에게 또 하셨어요?"
"그럼요. 창피하죠." 그가 말했지만 더 이상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웃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고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고 표정은 더 따스했다. "링크, 고마워요. 지난 몇 주의 일 뒤로...이 말은 하고 싶었어요."
"물론입니다, 공..." 그녀가 눈썹을 들자 말을 멈추었다. "젤다."
그녀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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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 해가 떠 있었지만 이 고도에서는 몸이 조금도 덥혀지지가 않았다. 그는 눈이 덮인 고원과 산을 지나면서 주변을 보았다. 그 산을 넘어가기 위해서 리발이 메도를 더 높이 띄워서 구름 높이까지 올라가야 했고 그로 인해서 그의 후드가 다 젖었지만 그래도 그 아래의 옷은 말라 있었다.
구름이 마침내 흩어지자 링크는 겔드 고지를 한눈에 보고 있었다. 고원 중 하나에는 이미 지붕이 눈에 쌓여 무너져버린 마을의 옛터가 있었다. 환경에 버티는 나무와 동물들 일부가 눈에 들어왔고 이전에 볼든이 말한 것 같은 거대한 바위록 몇몇도 보이는 것 같았다. 서로 붙어 있는 돌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뚜렷한 얼굴이 없는 생물이었다. 아무런 목적 없이 고원을 방황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들이 머리 위로 지나가자 잠시 멈추기는 했다. 눈이 없었지만 그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그들이 고원의 모서리로 다가가자 갑자기 눈이 사라지고 돌과 모래의 평원이 나타났다. 땅이 밑으로 꺼지면서 고원이 수십 킬로미터는 솟아 보이는 가파른 절벽으로 끝났고 그 아래에는 누런 모래사막이 있었다.
메도가 천천히 몸을 아래로 기울였지만 그 움직임에 링크는 일어서서 기둥에 몸을 받쳐야 했다.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자 땅이 올라와서 가까워졌다. 그들이 내려가자 그의 눈에 다른 특징들도 들어왔다. 식물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가 보던 식물과는 달리 땅 근처에서 자라는 작고 마른 식물들과 가시가 달린 선인장이 여럿 있었고 간혹 사막의 동물들도 있었다. 몇몇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낙타 무리 근처에 천막 여럿이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자 키가 큰 겔드족 여성 하나가 천막에서 나와서 손차양을 하며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는 메도의 움직임에 아무런 영향도 없이 똑바로 서 있는 리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옆에 서자 리발은 그를 흘긋 보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는데 리발이 무언가의 생각에 깊이 잠긴 것 같았었다. 링크의 경우는 젤다와 만난 일의 기억을 정리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새로운 감정과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막은 거대했고 그 위를 날아가는 것은 링크의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내려가는 동안 공기가 더워져서 그는 두꺼운 리토족 옷을 벗어서 간편한 상의와 바지로 갈아입어야 했다. 하지만 계속 더워져서 그는 땀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이마에 천을 묶었다.
사막의 몇몇 모래언덕이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듯이 올라왔고 다른 곳에서는 모래와 널찍한 바위만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보자 링크는 사막이 의외로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에 놀랐다. 그들은 마을과 도시, 그리고 겔드족 행상을 다 지나쳤다. 시장과 바자, 그리고 가끔 보이는 오아시스도 지나갔다.
링크는 이전에 젤다와 같이 왔을 때 이런 것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있었다는 기억은 없었지만 그 순간에 대한 기억에는 구멍이 너무 많았다. 아마 기억을 잘 못하던 것이 분명했다. 위에서 보니까 이전에 비해서는 더 시야가 넓어졌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자 겔드족 사이에서 혼란이 벌어졌고 그들이 사막의 가운데의 수도인 겔드의 마을에 다가가자 혼란은 가중되었다. 그들이 날아가는 동안 링크는 겔드족 몇몇이 크고 마른 말이나 모래표범이 끄는 썰매에 타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메도가 피로를 느끼지도 않고 날아갔기에 결국 그들을 모두 앞질렀다. 그래도 그들은 무언가의 경고라도 보내려는 듯 계속 달려갔다.
"링크." 리발이 방금 그들이 앞지른 기수들에게서 링크의 주의를 끌며 말했다. "저걸 봐."
그는 리발이 가리킨 곳을 돌아보았고 그제서야 그것을 볼 수 있었다. 하늘 높이 모래와 번개의 소용돌이가 솟구치고 있었다. 자세한 것을 보기가 어려워서 그는 시커 스톤을 꺼내서 망원경 아이템으로 더 자세히 보았다.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번개가 번쩍이자 그는 가운데에 서 있는 신수 바 나보리스의 흐릿한 그림자가 보였다. 신수는 네 다리로 서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번개는 신수 바로 위에서 생기는 것 같았다.
그는 그 폭풍의 파괴력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로 아래에서 모래가 움직이면서 휘몰아쳐서 가운데의 기계 신수 너머로 날아갔고 번개가 땅을 치면 모래와 바위의 조각들이 흩날렸다.
그의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저렇게 위협적인 힘을 가진 신수의 한가운데에는 가논의 마지막 분신이 있었다. 그의 친구를 죽이고 이 땅을 위협하는 마수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도 느껴졌다. 저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는 마수를 처단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 감정이 자신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 소드에게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도 그와 마찬가지로 그 안의 마수를 처치하기를 갈망한 것이었다.
"저기에 내려줘?" 리발이 웃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깃털 몇 개 손질하는 것만큼이나 말이야."
링크는 고개를 젓고 커다란 또 다른 모래언덕 너머로 나타나기 시작한 겔드의 마을을 바라보았다. 겔드 사막의 보배가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고 거대한 돌 벽과 밝은 타일이 깔린 수로가 멀리서도 보였다. 그 소박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조라의 마을의 수도에 비교될 정도로 거대한 마을이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낮은 돌 건물들이었지만 대부분은 여러 층으로 쌓여 있으면서 아름답게 장식된 발코니도 나와 있었고 탑 같이 서 있기도 했다. 도시의 한쪽 끝에는 거대한 바위 셋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가운데는 좁아지면서 꼭대기는 다시 넓어지고 있었다. 이 돌에서 물이 흘러나오면서 수로를 이루었다.
그 세 탑 같은 구조에 건물이 지어지거나 깎여 들어간 것 같았는데, 그 역시도 오래 전에는 하나의 돌이었던 것 같았다. 건물은 크고 웅장했으며 여러 층으로 되어 있고 그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바로 궁전이었다. 그는 곧바로 결정을 내려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기서 내리겠습니다."
"용감하네." 리발이 메도를 도시의 가운데로 몰면서 말했다. "화려하게 등장하시겠다? 맘에 들어."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장비를 챙기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이 일은 전부 끝낼 겁니다."
리발은 흥 소리를 내었다. "어련하시겠다. 100년이나 잤으니까."
"그리고 일어나서는 그쪽 꽁무니도 구해줬으니까 그건 좀 고려해요."
그는 헛기침을 하고 팔짱을 끼었다. "준비됐어?" 그러더니 메도가 옆으로 세게 기울었다.
"리발!" 링크는 외치고서 굴러 떨어지기 전에 기둥 하나로 손을 뻗었다. 리발은 그저 웃기만 하고 다시 바닥을 똑바로 했다.
그의 아래에서 도시 사람들 전체가 집에서 나와서 날개가 달린 거대한 신수가 궁전으로 바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 대다수가 검과 창을 든 것도 보였다.
이게 실수가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그가 패러세일을 꺼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실수일 것이었다. 하지만 깨어나고서 한 최악은 아니었다. 화려하게 나타나서 그들이 그의 말을 듣도록 만들어야 했다.
"링크." 리발이 말하자 링크는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리발은 한동안 그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행운을 빈다. 네가 돌아와서 가논에 맞설 순간을 위해서 메도를 준비해 두지."
"곧 보죠." 링크는 말하고 몸을 돌려서 메도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등의 장비를 생각하면 이제는 좀 어색하게 느껴진 패러세일을 펼쳤다. 그래도 패러세일은 그의 몸무게를 잘 받아 주었다.
하지만 그가 메도에서 발을 내리자마자 메도의 몸에서 불어나오는 바람에 잡혀서 그는 바람이 그를 곳곳으로 날리는 동안 패러세일을 붙잡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래에서 겔드족 경비병들이 창으로 가리키면서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궁전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는 패러세일을 조종하려고 힘을 썼지만 뛰어내린 속도와 꽤 강한 바람이 같이 힘을 써서 그가 내리려고 했던 궁전 앞의 광장이 아니라 궁전의 상층으로 그를 밀고 있었다.
크게 욕을 내지르면서 그는 상층의 바닥의 모서리에 발을 잠시 걸었고 그는 한동안 거기에 불안하게 서 있는 채로 패러세일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었다. 그러더니 바람이 한번 더 거세게 불어서 그를 앞으로 밀어 바닥으로 서게 해 주었다.
머리 위에서 메도가 몸을 돌리면서 공중으로 올라가 북쪽으로 향했다.
그의 아래에서 경비병들이 그들의 언어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렸고 링크는 곧바로 그의 선택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최악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의 바로 앞에는 열린 문가가 있었고 그 안에는 여러 색의 양탄자와 커튼으로 잘 장식되었으며 가운데에 커다란 침대가 있는 침실이 있었고, 방에는 다리를 꼰 채로 소파에 앉아서 손에 깃펜을 쥐고 앞에는 열린 책이 있는 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긴 붉은 머리는 땋은 채로 등 뒤에 걸려 있었고 머리 위에는 마치 부채나 편 날개로 보이는 금빛의 장신구가 보였다. 아무리 봐도 왕관으로 보였다.
젠장, 왜 하필이면...!
이 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바로 아래쪽의 층에서 겔드족들이 여럿 달려들었다. 그는 위협의 의도가 없음을 나타내려고 두 손을 들었지만 그래도 그에게 달려들어 넘어뜨렸다. 얼마 뒤에 그의 머리를 창대로 찍자 눈 앞이 어두워졌다.
Notes:
The joke Link makes at one part is when he uses his own name-Link-to show that they are connected/similar. This is impossible to carry it out in translations. Thus I was forced to directly translate it./링크가 농담을 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의 이름인 'Link'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의 영어 표현인 'link'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를 한국어로 살릴 방법이 전혀 없어 직역합니다.
Chapter 46: 43장
Chapter Text
링크는 어두운 방에서 찢어지는 두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가볍게 신음을 하면서 그가 있는 방을 돌아보았다. 작은 우리같은 방으로 한 쪽에는 쇠창살이 있었고 다른 세 곳에는 돌 벽이 있었다. 바닥은 짚이 조금 깔려 있었다. 공기에서는 곰팡내가 나면서 땀과 소변, 그리고 썩는 냄새가 났다.
그는 세게 숨을 들이쉬고 벌떡 일어나 눈이 휘둥그레져 돌아보았다. 그는 지금 옷만 입고 있는 채였다. 그가 가진 모든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시커 스톤도 없고 마스터 소드도 없으며 자신은 무언가의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이봐요!" 그가 일어서 쇠창살로 가면서 외쳤다. "저기요!"
여기는 지하감옥이었다. 긴 방의 반대쪽에는 다른 감방이 있었고 유일한 빛이라고는 벽의 한 쪽의 고리에 걸린 흐릿하게 흔들리는 횃불이 전부였다.
한동안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는 이 지하감옥을 돌아보면서 그가 쓸 수 있을 것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지하감옥은 텅 비어 있으면서 아무런 생명도 없었다. 장비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복도의 끝에서 문이 열렸고 키가 큰 겔드족이 감옥으로 들어오면서 경첩이 세게 끽 소리를 냈다. 그녀는 복도를 내려와서 그가 있는 방 앞에 섰고 그는 그 위압적인 여성에게서 조금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링크보다도 키가 컸다. 이 겔드족 여성은 긴 붉은 머리를 위로 올려 묶어서 등쪽으로 보내었고 금색의 갑옷을 많이 입고 있었다. 다만 이 갑옷은 기능성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한 것 같았는데, 허리와 팔다리, 그리고 빗장뼈의 가운데에 루비가 여럿 있었던 것이었다. 이마 위에는 금색의 장신구도 있었는데 마치 이빨이 드러나는 위압적인 얼굴이 있었다.
그녀는 큰 양손검을 손에 쥐고 그 끝을 땅에 박았다.
그녀는 그를 분노에 차서 바라보았다. "브오이여, 뭐하러 루쥬님의 방을 들어가려 했느냐? 그...날아다니는 기계를 타고 겔드의 마을로 들어오려고 한 이유는 또 뭐란 말이냐?"
"제 이름은 링크이고 저는..."
그녀는 검을 한번 더 땅에 쳐서 그의 말을 막았다. "네놈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보면서 머뭇거렸다. 마침내 입술을 조금 물면서 철창에 다가갔다. "그 날아다니는 것은 신수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해방한 것입니다. 그쪽의 신수도 해방하려 온 겁니다."
"그럼 루쥬님의 방에 들어간 이유는?"
"그럴 의도는 없었습니다. 제가...내릴 곳을 넘어가 버렸습니다. 문제를 일으킬 의도는 없었습니다."
"암살자냐?"
"예? 아닙니다! 그쪽을 도와주려고 한 것일..."
그녀는 검을 한번 더 땅에 박았고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키가 큰 여성은 그를 엄하고 굳은 얼굴로 유심히 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검을 들고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갔다.
"잠깐만요!" 그가 놀라서 외쳤고 바로 철창으로 뛰었다. "제 장비는 어디있습니까? 검은요?"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밖으로 나가서 문을 세게 닫아 그를 홀로 남겨 두었다.
그는 철창을 잡고 흔들어 보았지만 단단한 철이라서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뒤로 물러나 그의 주변을 돌아보면서 탈출할 수단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방은 바닥의 짚과 구석의 물동이 말고는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벽에 몸을 기대앉아서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이제...어찌합니까?"
하지만 젤다는 늘 그랬듯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하이랄 성으로 들어가고 나서 벌어진 사단 이후에 그녀가 그를 들을 수나 있는지도 몰랐다. 게다가 지금 그는 감옥에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는 있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 겔드 여인은 그날 세 번이나 돌아왔다. 링크는 다 같은 하루라고만 생각이 들었다. 창문이 없어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녀가 내려올 때마다 링크에게 온갖 질문을 던졌다. 신수에 대해서 뭘 아는지, 어떻게 제압했는지, 도시 근처에 와 보기는 했는지, 그의 집은 어디인지 등등이었고 그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만 들어 보아도 그녀는 나보리스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확실히 말하겠습니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고 아직도 여기에 갇혀 있는 채였다. "저는 여기 신수를 제압하려 합니다. 다른 세 신수도 제압했고 여기 있는게 마지막입니다!"
링크가 아직도 이름을 모르는 그 여성은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왜 나보리스로 바로 가지 않은 거냐? 궁전에 왜 침입하려고 한 것이냐?"
"침입이 아니라..." 그는 한숨을 쉬면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여기서 말싸움한다고 상황이 해결될 리가 없었다. "각 신수는 서로 다른 방비가 있습니다. 제가 보아하니 나보리스는 모래폭풍과 벼락을 쓰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 여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막지도 않았기에 그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온 겁니다. 그 방비를 어떻게든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겔드족이 이를 알 것 같아서 온 겁니다. 최소한 조라족과 고론족, 그리고 리토족은 그러했습니다."
그녀는 한동안 그를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럼 너무 늦었군."
"예?"
그 여성은 대답하지 않았고 몸을 돌려 감옥에서 나갔다. 링크는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았고 몸 속에 두려움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이었단 것인가? 그는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했다. 대부분의 신수가 그가 깨어나면서 폭주하기 시작했다면, 사막을 가장 마지막으로 온 것이 실수였나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을 미뤄둘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철창에 이마를 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감방에서 가볍게 긁는 소리가 들렸다. 쥐 한 마리가 그 방 안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 말고는 그의 숨소리만이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이거 참 기가 막히네요." 그가 누런 돌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당신이 갇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성으로 쳐들어가더니, 이제는 제가 갇혀버리다니요."
젤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생각을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그는 철창에서 물러나서 주변을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시커 스톤이 있었으면 쉽게 탈출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 그는 손만 있었다. 그는 철창 주변의 돌을 좀 깨 보려 했지만 정말 튼튼하게 지은 이 감옥에는 틈도 보이지 않았다.
링크는 벽에 기대어 앉아서 인상을 찡그렸다. "이 일이 다 끝나고 나서 카시와가 저희에 대한 노래를 쓸 수 있게 얘기를 한다면 이 단락은 뺍시다. 카시와는 당연히 노래를 만들 테니까요. 당신이 제가 늘 영웅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한데...이건 좀 부끄러우니까요."
그는 눈을 감고 기억에 집중했다. 젤다와 정원에 앉아 있는 것은 참 마음에 드는 기억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면 그렇게 쉽게 서로에게 마음을 터 놓았다는 것에 많이 놀랐을 것 같았다. 왕국에서 갑자기 주어진 고독한 지위와 그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사실 그는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기를 정말 바랐었다. 젤다에게 말을 하기 전에 이 일을 말할 수 있던 이는 다르케르였는데 그와 거의 만나는 일도 없었다.
링크는 공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사실 생각을 해 보니 그녀 역시도 늘 볼 수 없는 친구인 우르보사가 있었다. 그녀와 우르보사는 그와 다르케르 이상으로 가까웠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서로 비슷한 부담을 지닌 그와 그녀가 서로 가까워 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말하지 않았다. 이 생각을 젤다와 나눌 준비는 아직 되어 있지 않았다. 힘의 샘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기 전까지는 이를 미루고 싶었다. 그녀를 소중히 했어. 내 지위 이상으로 소중히 여겼지.
그의 기억에서 아직도 느껴지던 그 생각, 기사의 책무에 대한 생각과 배치되는 생각은 아직도 정리되고 있지 않았다. 지금이야 왕국이나 사회적 지위는 없었으니 상관없기는 했다.
하지만 다시 생기겠지. 그가 속으로 말했다. 우리가 이 일을 끝내면 말이야.
가논이 쓰러지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카시와는 그 질문을 이전에 했었고, 링크가 이 땅의 지도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했었다. 링크가 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생각을 하자 링크는 두려워졌지만...
사실 젤다라면 여왕이 될 것이었다.
지금은 그 생각을 하면 안돼. 링크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직은 꿈에 불과해. 왕국이 재건될 거라는 보장은 없어. 당장은 아니겠지.
그는 리토족과 그들의 자긍심을, 조라족과 여전히 만연한 하일리아인을 향한 불신을, 고론족과 데스마운틴 바깥의 세상의 상황에 대한 무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왕가의 말에 따르기나 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 생각을 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었다. 그가 잡힌 상황을 더 절망적으로 만들 뿐이었다.
그는 일어서서 몸을 풀었다. 얼마 뒤에 그는 가상의 대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마치 명상을 하듯 자연스럽게 움직이자 그의 걱정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방은 작았지만 그가 조심하기만 한다면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었다. 그의 팔과 다리는 공격과 방어와 관련된 여러 자세들을 하나씩 연습하고 있었다. 그의 대부분의 훈련은 그의 주특기인 검술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는 격투술을 포함한 대부분의 무술에도 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훈련을 받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 훈련을 받았다는 짐작 정도는 되었고 그의 몸도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훈련을 받은 그의 시간에 대해서는 아직 빈 칸이었다. 그가 잃어버린 모든 기억을 되찾을 수는 있는지 의문이었다.
젤다에 대해서는 얼마나 기억해낼 것이란 말인가? 그녀가 그에게 말했을 때에 그녀의 정신 역시 가논과 맞서면서 부스러졌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링크가 그녀의 말을 들을 때면 명확하고 뚜렷하게 느껴졌지만 그 순간은 굉장히 드물었다. 가논이 마침내 쓰러지면 그녀는 다시 정상이 될 것이란 말인가?
"저희는 참 잘 어울리네요." 그가 용을 쓰는 동안에 말했다.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행동을 더 빠르게 했다. "기억을 못하는 용사와 제정신이 아닌 공주라니."
그의 행동은 더욱 빨라졌고 그의 행동은 더욱 유동적이고 거세졌다. 머리 속에서 한 그림이 그려졌다. 땅에 원형이 그려져 있고 가운데에는 젊은 남성 둘이 있었다. 뒤이어서 결투가 있었다. 결투 경기였다. 그의 상대는 그보다 두 살 더 많았고 기사 지위에는 그보다도 더 가까웠지만 링크는 그를 손쉽게 이겼었다. 그는 늘 이겨왔다. 다른 종사들은 그래서 그를 질투하곤 했다.
가논에 맞서야 하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싸움에 능한 거야? 아니면 그 반대인가? 싸움에 능해서 가논에 맞서야 하는 거야?
그는 답을 몰랐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의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마스터 소드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안에는 용사의 혼이 있었다. 그는 운명을 타고난 소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감옥에 갇힌 처지인...!
그는 짜증스럽게 소리를 지르면서 몸을 돌려 그의 방의 철창을 발로 찼다. 맨발이라서 아팠지만 그래도 조금은 후련해졌다. 피곤해져서 그는 몸을 억지로 편하게 취했고 그 철창을 짜증스럽게 보았다.
이마에 땀에 젖은 머리가 붙어 있었다. 리토의 마을로 가기 전에 자른 머리가 다시 자라고 있었다. 이제는 뒤로 묶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았다. 물론 여기에 오기 전에 카카리코 마을에서 면도를 하고 왔었다. 미로숲에 들렀다가 카카리코 마을로 가자 리발이 놀렸던 그 몰골과 비슷하게 수염이 조금씩 나 있었다. 수염이 다시 자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었다. 면도할 때가 되기 전에 여기서 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고 차가운 철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여기서 나가야 해."
감옥의 문이 벌컥 열리자 그는 정신이 들어서 벌떡 일어섰다. 얼마나 잤단 말인가? 그는 그의 감방 앞에 또 키가 큰 그 겔드족이 나타날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다른 겔드족 셋이 문 앞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자 놀랐다. 한 사람은 열쇠가 걸린 고리를 들고 있었다.
"풀려나는 겁니까?" 그가 다가가면서 물었다.
열쇠를 쥔 여성은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 손을 뻗어서 그의 방의 잠금을 풀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한 사람이 밧줄을 쥔 채로 안으로 들어갔다.
"손을 내밀어라." 그녀가 거친 사막 민족의 억양으로 말했다.
링크는 다른 두 겔드족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뿌리치고 달아날 수는 있을까? 그의 싸움 실력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모두가 위협적으로 보이는 나이프를 허리에 차고 있었고 그는 무방비였다.
"두 손 모두." 밧줄을 든 겔드족 여성은 그를 더 매섭게 보면서 앞으로 나섰다.
맞설 수 있어도 경비가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 여성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가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젤다에게 접근했다면 그라도 이렇게 했을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쉬면서 링크는 손을 모은 채로 손을 앞으로 뻗었고 겔드족은 그의 손목을 단단히 묶었다. 되었다고 생각하자 그녀는 밧줄을 잡은 채로 방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이를 당겼고 그는 이 여성들 한가운데로 비틀거리며 끌려나갔다.
열쇠를 쥔 겔드족은 문을 세게 닫더니 그와 다른 두 겔드족 옆으로 지나가서 문으로 향해 갔다. 그가 묶인 줄을 잡은 겔드족은 그를 자신의 뒤에서 끌고 오면서 뒤를 따랐고 셋째 겔드족이 뒤따랐다.
그들은 감옥이 있는 곳에서 장식이 덜 되어 있는 건물 밖으로 나섰다. 다른 겔드족이 있었고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문도 여럿 있었다. 그는 더 밝아진 횃불에 눈을 깜박였다.
다른 겔드족들은 그들이 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그가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 중 몇몇이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 하나는 심지어 하일리아인 브오이가 원래 이렇게 혼잣말을 많이 하냐고도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방을 돌아보았다. 얼마 뒤에 그가 찾고 있던 그의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그 겉을 돌아보았다. 그의 방패는 여전히 매여 있었고 옆에 땅에 장화도 있었다. 그런데 마스터 소드는 없었다.
링크는 걸음을 멈추고 줄을 당겼다. "제 검은 어디 있습니까?"
그의 뒤의 겔드족이 그의 어깨를 쳐서 그는 고통에 신음했다. 그의 줄을 쥐고 있는 다른 여성은 그를 앞으로 잡아당겨서 넘어질 뻔했다.
"검은 잃어버리면 안됩니다." 그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문으로 이끌었고 열쇠를 가진 여성이 이를 열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은 매우 눈이 부셔서 그는 숨을 들이쉬고 그 빛에 눈을 찡그렸다. 어두운 곳에 너무 있다가 나오자 사막의 해가 눈이 많이 부실 지경이었다.
갑자기 손목의 줄이 잘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앞으로 밀려서 뜨거운 모래에 쓰러졌다. 그는 몸을 돌려서 겔드족을 올려다보았다. "검 주시라고요. 장비도요! 그거 없으면 정말 안..."
그의 가방이 그의 가슴 위로 떨어져서 숨이 턱 막혔다. 그의 장화도 같이 떨어졌고 신기하게도 가죽 덮개 안에 잘 접혀 있는 패러세일도 던져졌다. 마지막으로 그의 바로 옆의 땅에 긴 금속이 떨어졌다.
마스터 소드였다.
그는 손을 뻗어 이를 잡아 가슴으로 끌고 왔다.
"브오이여, 우리가 도둑이라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냐?" 문가에 선 겔드족이 놀리듯이 말했다. "겔드의 마을로 잠입하려는 브오이의 물건을 무조건 빼앗지는 않는다. 위협이 되는 자들의 물건들만 압수한다. 그리고 그대는 위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위협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테니까."
그는 마스터 소드를 쥔 것에 큰 안도를 느끼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가지고 있지 않게 된 뒤로 다시 잃게 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경비병은 그를 조금 더 바라보다가 뒤로 물러나서 큰 나무 문을 세게 닫았다. 링크는 그녀가 이를 잠그는 것 역시 들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그의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금 그는 마을의 밖에 있었다. 경비병의 거처는 돌 건물로 외벽 바로 바깥에 지어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서 벽의 위에서 겔드족이 창을 들면서 벽 위에서 순찰을 도는 것을 보았다. 일부는 걸음을 멈추어서 그를 보기도 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하루 이상을 꼬박 감옥에서 보낸 것 같았고 더위도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데스마운틴 수준으로 더웠고 방염 물약을 챙길 생각도 못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마스터 소드를 그의 옆 땅에 내려놓았고 그의 가방을 잡아서 뒤져보았다. 안쪽에 쑤셔 넣어진 시커 스톤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무사한 것 같았다. 그는 장화를 잡아서 양말을 찾아 신은 뒤 이를 발에 신었다. 그런 뒤에 그는 얇은 남색 후드를 꺼내어서 목 주변에 매고 이를 끌어올려 머리를 덮었다.
이제 만족하여 그는 일어서서 어깨 너머로 검집을 매고 가방도 매었다. 그는 도시 주변을 돌아보면서 식사를 할 곳을 찾았고 그의 다음 행동을 생각할 위치도 찾기 시작했다.
"저기, 여기를 이끄는 사람과 말 좀 하고 싶습니다." 링크는 마을 입구를 지키는 겔드족을 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창을 교차해서 들고 있어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었다. 도시 내부로 남성을 들이지 않는 그들의 규범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았다.
"브오이는 못 들어가." 여성 중 하나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압니다. 수십 번이나 들었다고요." 그가 짜증이 나서 말했다. "그런데 그쪽의 지도자인지 족장인지 하는 사람하고 말해봐야 한다고요. 중요한 사안입니다!"
"아, 메리나, 들었어?" 그 여성은 동료를 웃으면서 보았다. "중요한 사안이라네."
"그렇구나. 하지만...브오이는 안돼." 메리나라고 하는 다른 여성이 말했다. 그녀는 창을 링크에게 조금 저었다. "이제 가봐. 바자로."
"아니 그러니까, 신수를 막으려고 한다고요!" 그가 짜증이 더욱 올라오면서 쏘아붙였다.
"그래, 이미 들었어. 제압하고 나서 다시 돌아와." 메리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돌아가라고 할 테니까." 다른 겔드족이 웃으며 대답했다. "겔드의 마을에 남성은 안돼. 그게 규칙이고 예외는 없어."
그는 두 여성을 노려보다가 마침내 몸을 돌려 가버렸다. 해가 이미 지고 있어서 밤이 되면 아주 추워질 것이었다. 그러기 전에 바자에 마련한 자신의 방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가 걷는 동안에 그는 어깨 뒤로 그 마을을 다시 돌아보았다. 지난 이틀 동안 이 마을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경계가 철저한 경비병에게 막힐 뿐이었다. 벽은 도시를 전부 둘러싸고 있었고 각 벽에 입구가 하나씩만 있어서 넷이 전부였다. 각 입구는 겔드족 하나 또는 둘이 지키고 있었고 더 많은 이들이 벽의 위에서 순찰하고 있었다.
그는 그를 취조했던 그 여성에게 어느 정도 인상을 주었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를 풀어줄 리가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임무가 사실이라고 생각했어도 지금은 그를 찾으려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이 무엇인지, 이 마을에서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알아보지도 못했었다.
그렇다고 겔드족이 나보리스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최근의 신수의 폭주로 인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을 바로 감지했다. 그가 예상한 대로 나보리스는 다른 신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겔드족을 공포로 몰아넣고는 있었지만 아직 겔드의 수도를 노리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깊은 사막에서 여러 유목 민족을 쫓아내 버렸고 작은 마을은 여럿 부숴버렸다고 했었다.
지금은 신수가 어느 한 목표를 정하지 않은 채로 방황하는 것 같았지만 대부분은 결국 그들을 향해 올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랬다가는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었다.
그가 수백년 동안 여행자들이 걸어서 닦아 놓은 모래 길을 따라서 다시 바자로 돌아가는 동안 서쪽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모래폭풍에 눈길이 갔다. 겔드 사막의 여름은 굉장히 더우면서도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켜서 신수가 없어도 모래폭풍을 자주 일으키는 것 같았다.
인상을 쓰면서 링크는 후드를 얼굴까지 끌어올렸다. 모래폭풍이 불어 닥치기 전에 바자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마을 근처로 돌아갈 수는 있었다. 지난번에 사막에 있을 때 그가 묵었던 천막이 신기하게도 아직도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천막 안에서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폭풍을 헤치면서 오아시스로 돌아가고 싶었다. 게다가 그 천막을 지금 그가 빌릴 수나 있는지도 몰랐으니 말이었다.
그는 반대쪽으로 향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지나쳤다. 대부분은 바자에서 자신의 물품을 팔고 돌아가는 겔드족 상인이었지만 몇몇 하일리아인들도 보였다. 그들의 언어로 브아이라고 하는 하일리아인 여성들은 얼마든지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모든 여성이 그러했다.
지난 며칠 간 링크가 파악해본 바로는 겔드의 마을은 이 땅의 가장 큰 상업 도시였다. 중앙 하이랄의 위험한 도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상인들이 겔드와 교역하기 위해서 사막까지 왔었다. 대부분의 겔드족은 살면서 고향을 떠났지만 대부분은 돌아왔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외부와의 무역으로 많은 부를 축적했었다. 텔마와 같은 상인들이 동쪽의 하테노 마을의 염료와 직물, 그리고 데스마운틴의 광석을 가져오면서 많은 양의 루피를 벌어 들이는 광경이 쉽게 상상이 되었다. 겔드족이 만든 물건이라면 주로 형형색색이었으며 그 물건에는 보석이 박혀 있기도 했다.
그가 깨어나고 나서 만난 종족들 중에서 겔드족이 가장 부유한 종족이었다. 그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100년 전에도 겔드족이 많이 강성한 종족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화려했는지는 기억할 수가 없었다.
대재앙이 벌어지고 나서 겔드족의 권력이나 영향력이 더 강화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가디언들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고 하일리아인들은 사분오열되었으니 겔드족이 그 틈에 이 땅의 주종족이 된 것만 같았다. 조라족이 그 뒤를 바짝 쫓아올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그들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고 링크가 그들을 구해주기 전까지는 외부인에 대해서도 배타적이었다.
반면 겔드족은 여성이라는 전제만 있었다면 누구든 환영했다. 물론 외곽에 남성이 지내는 것 정도는 허용하고 있었다. 남성들은 바자와 도시 밖의 천막에서 자신들의 상품을 팔 수 있었고 일부는 겔드족 여성과 결혼하고 이 마을로 이사해서 그 천막에서 거의 평생을 살기까지 했다.
바람이 더 거세졌고 그는 그의 노출된 피부에 쓸리는 거친 모래에 눈을 찡그렸다. 그는 눈을 가리려고 손을 들었지만 먼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주변이 이미 흐려지고 있었다. 눈이 따가웠고 이 사이에 거친 느낌이 강해졌다.
그의 뒤의 짖는 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아보았고 모래표범이 끄는 썰매를 타는 여성이 그의 옆에 선 것을 보자 놀랐다. "브아사크!" 그녀가 그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태워줄까?"
링크는 얕은 그릇처럼 보이는 썰매를 한번 보았다. 모래표범의 가슴줄에 연결된 밧줄이 한쪽에 연결되어 있었고 다른 쪽에는 그 여성의 허리에 매여 있는 줄이 엮여 있었다. 그녀는 손에 고삐를 쥐고 있었다. 그는 이 썰매를 탄 적이 없었고 타려고 할 생각도 없었다. 겔드족의 말을 빌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 말들은 모래표범보다도 드물어서 외부인, 특히 브오이들이 탈 수 없었다.
그는 다가오는 모래폭풍을 보았다. 폭풍은 많이 거칠 것만 같았다. 전날 밤의 모래폭풍으로 그의 방의 대부분이 모래투성이가 되었는데 그것도 블라인드를 닫아서 줄어든 정도였다. 그래도 모래폭풍을 헤치며 걸어야 한 적은 없었다. 마침내 그는 겔드족 여성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썰매의 뒤에 타라고 손짓을 했다.
그녀 뒤에 타자 그는 그녀의 허리를 보면서 머뭇거렸다. 그녀는 다른 겔드족처럼 그보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면서 허리는 넓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겔드족처럼 배 쪽의 검은 피부의 대부분을 드러내는 옷을 입은 채였다. 그냥 붙들어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녀는 어깨 뒤로 그를 보았고 눈썹을 조금 치켜떴다. "왜?"
마침내 생각보다 더 부끄러움을 느낀 링크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한동안 겔드 여성은 조금 멈칫하는 것 같았다가 혀를 한번 튕겼다. 그녀의 모래표범은 짖다가 앞으로 나아갔고 그 지느러미로 모래를 빠르게 헤치고 나아갔다.
그러더니 갑자기 모래표범이 모래 밑으로 들어갔고 썰매가 앞으로 세게 당겨지면서 링크의 발 밑에서 앞으로 쏠렸다. 그는 떨어지지 않도록 이를 갈면서 더 꽉 쥐었다.
겔드족은 타고 가는 내내 그녀의 어깨 너머를 보면서 그를 보았다. "브오이 당신은 모래표범을 타고 여행한 적이 없나 봐?"
링크는 그녀를 올려보았다. 그녀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썰매에서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잘 잡지 못해서 밖으로 밀려 나가버릴 것을 대비해서 줄을 묶어둔 것도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아뇨." 그가 썰매가 모래에 미끄러지는 소리 너머로 말했다. "탄 적이 없습니다."
"처음으로 브오이를 태워봤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조상님이 이 만남을 미리 정하셨나?"
링크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지만 그 여성은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듯 계속 카라카라 바자를 향해 나아갔다.
그들이 도착하는 순간 모래폭풍이 당도했고 햇빛을 가려내면서 가시 거리가 팔 거리로 줄어들었다. 겔드족은 입에 마스크를 둘렀고 링크도 입 주변을 두건으로 가렸지만 눈은 아직도 따가웠다.
그녀는 바자 입구까지 모래표범을 몰고 갔고 둘 모두 내렸다. 그 여성은 썰매를 모래표범에서 풀었지만 가슴줄은 묶어 두었고 썰매를 줄로 끌어갔다.
링크는 모래 때문에 눈을 찡그리면서 뒤를 따랐다. 그녀는 썰매를 오아시스 주변에 어우러진 작은 공동체에 있는 돌 건물 옆에 기대었고 문 앞으로 올라가다가 멈추면서 링크를 돌아보았다.
"여관에 묵고 있는 거야?" 그녀가 거센 바람소리로 인해서 거의 소리를 지르듯 물었다.
링크는 여관의 방향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옆 건물도 볼 수 없었고 여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볼 수가 없었다.
여성은 조금 망설이더니 그녀의 집 문을 열었고 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는 폭풍을 헤치고 나가는 것은 삼가고 싶었기에 그녀의 뒤를 따라가 집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작고 땅딸막하면서 하나의 방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작은 부엌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돌 벽의 우묵한 틈에 침대가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 외에는 방 곳곳에 형형색색의 천과 옷이 걸려 있었다.
여성은 한숨을 쉬면서 손을 들어 그녀의 면사포 일부를 내렸다. 그녀는 주방 근처의 물동이로 다가가서 걸린 행주를 물에 담그고서 이로 얼굴에서 모래를 닦아내었다. 이를 다하자 그녀는 이를 링크에게 줬고 그도 두건을 벗으면서 마찬가지로 했다.
"작은 브오이는 이름이 뭐야?" 여성이 부싯돌 하나를 꺼내어서 작은 레인지에 불을 피우면서 물었다.
"링크입니다. 태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
"론드슨이야." 불꽃이 조금 붙자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몸을 굽혀서 불씨에 입김을 불어 불을 키웠다.
"아, 론드슨, 태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래폭풍이 이렇게 심할 것이라고는..."
그녀는 몸을 세워서 작은 구리 주전자를 잡아서 물통에서 물을 채우고 향기로운 찻잎과 다른 약초를 섞었다. 그녀는 이를 레인지 위에 올렸다. "진짜 나쁘기는 하네. 마마는 마을에 있으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녀는 어깨를 으쓱였다. "난 밤에 일하는 것이 더 손에 잘 잡히거든."
링크는 여러 색의 옷감과 그녀의 작업 도구인 가위와 반짇고리를 보았다. "재봉사인가요?"
"그래." 그녀가 옷감 하나에 다가가 이에 손가락을 어루만져 보면서 말했다. "마을에는 경쟁 업자들이 많아서 여기에 점포를 세웠어. 바자에서는 경쟁이 좀 덜하고 수입 옷감을 가장 먼저 구할 수 있게 되거든."
허드슨이 엄청 좋아하겠네. 링크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다.
"웃는 건 왜?" 론드슨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무슨 말 했나?"
"아뇨, 전혀요. 그냥...다른 생각이 들어서요."
여성은 그를 한동안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쪽 같은 브오이는 무슨 일로 겔드의 마을로 온 거야? 상인은 아닌 것 같은데. 짝을 찾으려면 여기로 와야 한다는 소문이라도 듣고 온 거야?"
링크는 얼굴이 붉어졌다. "예? 아뇨, 절대...남자들이 정말 그럽니까?"
론드슨은 눈썹을 조금 치켜떴다. "당연하지. 매번 그래. 우리 겔드족이 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리고 성공하나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해. 그런 남자에게서 남편감을 골라내는 법을 조금 알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하룻밤만 같이 보내고 돌려보내 버리거든." 론드슨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 일로 온 게 아니면...왜 온 거야?"
"좀 복잡합니다." 링크가 젖은 행주를 내려다보면서 얼마나 많이 사실을 말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쪽의 신수 일로 왔습니다."
"나보리스?" 론드슨이 그를 유심히 보려고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너같은 하일리아인은 이거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녀는 그를 영문을 몰라 바라보다가 이해하겠다는 눈빛으로 보았다. 그녀는 씩 웃었다. "아하, 알겠다."
링크는 그런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입니까?"
"여기 온 진짜 목적 말이야." 론드슨은 더 큰 미소를 지었다. "신붓감 찾으러 온 게 아니라면서."
"예?" 왜 그 화제가 또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뭐, 네가 대단한 무용담을 늘어놓면서 자리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건 사절이야. 너같이 연약해 보이는 브오이는 마마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걸."
"연약하다고요? 제가 그렇게..." 링크는 론드슨의 재미있다는 표정을 보면서 입술을 물면서 말을 멈췄다. "여기 와서...겔드 여성에게 뭔 작업을 걸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보리스의 폭주를 막으면서 신수 넷을 재앙 가논을 쓰러뜨리는 데에 쓰려는 겁니다."
"그 말이라면 하일리아인 브아이에게는 통하겠네." 론드슨이 말했다. "그런데 내 자매들에게도 좀 인상을 남기고 싶으면, 한 가지 알려줄게. 우리 겔드족은 무용담에 있어서는 말보다는 행동이야. 그리고 시인이기라도 한다면...관심이 있을 법한 다른 사람들을 알고는 있어."
링크는 입을 열다가 말을 좀 생각하면서 다시 입을 닫았다. 여성들에 대한 그의 매력을 화제로 잡는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화를 원래 화제로 되돌리거나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았다.
"어제 날아가던 신수 보셨죠? 그걸로 소동이 벌어졌었고요."
"그래, 봤지." 그녀가 말했다. "난 눈이 멀쩡해."
"그걸 타고 온 게 저입니다. 북쪽의 리토의 마을에서 날아왔습니다. 그걸 해방했었고 데스마운틴과 조라의 마을의 다른 두 신수도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제압해야 할 마지막 신수는 바로 나보리스입니다."
"그럼...네가 그 왕궁에 잠입하려 한 브오이인 건가?"
"그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좀...불의의 사고였습니다."
론드슨은 유심히 그를 눈을 찡그리며 한참 그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몸을 돌려서 주전자로 걸어가서 이걸 레인지에서 들어 자기 잔 둘에 금색의 액체를 따랐다. 그녀는 돌아와서 작은 탁자에서 펼쳐져 있는 바느질 용구를 치우고 두 잔을 올렸다. 그녀는 의자 중 하나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도 앉았다.
링크는 자리로 다가가서 앉았고 그 잔을 들어 입에 대었지만 잠시 머뭇거렸다. 낯익은 매운 향이 났다. 그는 이 향을 알고 있어서 차를 유심히 보았다.
"화염차입니까?" 그가 물었다.
"물론이지." 그녀가 차를 길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고 조심히 한 모금을 마셨다. 그의 입술과 혀가 바로 따가운 느낌이 들었지만 오래 전에 텔마와 처음 마셨을 때에 비하면 덜했다. 이번에는 무슨 느낌이 올지 알고 있어서 덜했다. 기침이 절로 나올 뻔했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참아냈다.
론드슨은 웃었다. "그 연약한 혀에는 좀 너무 매운가 보지?"
그의 볼이 더 빨개졌고 그는 다시 잔을 입에 가져다 대어 마시면서 매운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매운 요리라면 버틸 수는 있었다. 전날 밤에 겔드의 향신료로 카레까지 해 먹은 정도였는데 이 정도로 매운 차는 대체 누가 마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둘 사이에 침묵이 돌다가 론드슨이 말했다. "최근에 나보리스가 우리들에게 좀 많은 문제를 일으켰어. 도시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우려가 솟고 있고."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온 겁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이요."
"그래서, 네 계획은?"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은 모릅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족장이 이에 대해서 뭘 아는가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 방비를 통과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없을 거야. 브오이는..."
"출입 금지죠. 압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수십 번은 들었습니다." 그는 론드슨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남자 겔드가 태어나면 어떻게 됩니까?"
"겔드의 브오이? 그건 엄청 드물어. 그런 일을 직접 본 적은 없는데 브아바 말로는 한번은 친구분이 남자를 낳으셨다 하더라고."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내다버려요?"
"아이를?" 론드슨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당연히 안 그러지. 우리는 그렇게까지 무자비하지 않아. 청년이 될 때까지 키우고 그 다음에 그는 마을을 나서지. 그들 사이에 브오이가 있는 것을 허락하는 유목 민족에 끼기도 하고."
"남자를 허락하는 겔드 부족이 있는 겁니까?"
"우리는 부족이 꽤 다양하고 남자를 무조건 싫어하지도 않아. 법 상으로는 겔드의 마을 내부에 브오이를 허락하지 않지만 우리의 땅에서 통째로 금지하지는 않아. 하지만 외부의 브오이 중 오랫동안 사막의 열기를 버틸 각오를 하고 있는 이는 거의 없지."
링크는 의자에 뒤로 기대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그는 마을로 들어갈 수 없었고 경비병들도 족장이 그에게 올 일은 없을 거라고 못 박았었다. 그러면 그가 직접 신수로 가서 올라탈 방법을 그가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론드슨, 모래표범 한 마리를 좀 쓸 수는 없겠습니까?"
그녀는 그를 한참 보면서 생각했다. 마침내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못 할 거야."
"제가 브오이라서요?"
"그것도 있는데 여기 근처에서 모래표범을 대여할 수 있는 곳은 겔드의 마을 안에 있거든. 그러니까 한 마리 빌리려면 사막 입구까지 걸어나가야 할 거야." 그녀는 입술을 조금 물었다. "하지만 그거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네."
그는 기대하듯 올려보았다. "정말입니까? 하나 빌려와 주실 수 있습니까?"
"너의 그...임무에는 진심이야?"
"예."
"그럼 아침에 한 마리 빌려서 데려올게. 그런 뒤에는 알아서 잘 해봐."
Chapter 47: 44장
Chapter Text
링크는 100년 전 그와 젤다가 처음 사막에 왔을 때 겔드 여성 하나가 모래표범의 썰매에 태워줄지 물어본 일을 어렴풋이 기억할 수 있었다. 그는 그때 거절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모래표범이 짖으면서 모래로 뛰어드는 동안 그의 몸을 썰매에 묶어 놓았어도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몸을 똑바로 세워두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모래표범은 모래를 불규칙적이고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모래 속을 헤엄쳤고 가끔 위로 뛰다가 다시 내려가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썰매는 조금씩 흔들리기만 했다.
욕을 하면서 그는 고삐를 꽉 잡으며 자세를 다시 잡고 신이 나서 자기 마음대로 짜증날 정도의 불규칙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그 모래표범을 노려보았다. 그의 주변에서 모래사장이 빠르게 지나갔다.
론드슨은 약속을 지켜주었다. 폭풍이 지나가자 링크는 여관의 그의 방으로 돌아갔는데 사실 그의 방은 벽에 있는 침대와 그를 가릴 수 있는 커튼이 전부였다. 다음날 아침 론드슨이 와서 그를 불렀고 바자 밖에 뒹굴고 있는 모래표범으로 데려가 주었다. 몇 가지의 조종법을 알려준 뒤에 그녀는 신수가 마지막으로 보인 위치였던 남동쪽을 가리켰고 그를 보내주었다.
그는 손을 들어서 바자의 상인 중 하나에게서 산 안경에서 모래를 닦아냈다. 그 안경과 입과 코를 가린 두건 덕에 모래가 거슬리지 않게 되었지만 태양의 열기는 막을 수가 없었다. 이미 아침의 중턱이 되자 해가 땅을 덥히고 있었고 오후가 되자 마치 데스마운틴에 다시 서 있는 것 같았다.
이보다 나쁜 것은 그가 성에 돌격하려고 하던 때처럼 무모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려웠던 것이었다. 그는 나보리스의 방어를 알지 못했을 뿐만이 아니라 이를 통과할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이를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기를 바랐다. 신수를 보면 무언가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었다.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신수를 정찰하러 갔다고 해도 될 것이었다. 마을 입구에 선 경비병에게 애걸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젤다, 지금쯤이면 말 좀 걸어주시죠." 그가 중얼거렸다. 이를 통과할 방법을 알 이는 젤다가 유일할 것이었다.
그는 멀리 있는 모래폭풍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신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인상을 쓰면서 그는 두건을 내려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썰매에는 작은 수통이 있어서 이 여정을 가는 동안 어느 정도 물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시커족 사당을 마주치지는 않아서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방법은 그가 온 길을 되돌아가는 방법이 유일했다. 그럴 일이 없기를 바랐다. 사막으로 오는 데에도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 것이었다.
겔드의 마을과 사람의 흔적에서 멀리 가면 갈수록 사막은 더 이상하고 낯설어졌다. 이상하게 생긴 바위와 큰 구덩이, 심지어는 이상한 모양의 식물과 동물들도 볼 수 있었다. 잠시 멈춰서 쉬는 동안 모래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큰 턱을 가진 녹색의 지렁이들에게도 공격을 받았었다. 그는 검으로 이를 쉽게 베어버렸지만 더 많이 나타나자 바로 썰매에 타서 물러나 버렸다.
그가 시커 스톤에 동겔드라고 표시된 지역에 다가가기 시작하자 그는 옛 건물들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한번은 기나긴 세월에 직각이 닳아 없어진 무너진 아치를 지나갔다. 다른 건물은 한때는 무언가의 신전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도 앞에 선 한 사람의 조각상 말고는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링크가 더 깊이 들어갈수록 공기는 흐릿해지고 바람도 거세졌다. 이제 모래폭풍의 바로 앞을 볼 수 있었다. 가끔 안쪽에 번개가 쳐서 빛이 나는, 모래와 잔해가 휘몰아치는 거대한 소용돌이였다. 그 한가운데에는 네 긴 다리로 걸어다니는 거대한 형상이 있었다.
그는 모래표범을 앞으로 몰면서 그의 주변으로 거세지는 바람을 향해 몸을 기울여 갔다. 시야가 계속 좁아졌고 날아다니는 모래가 노출된 그의 얼굴과 손에 세게 치면서 따가웠다. 모래의 벽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래폭풍이 그의 위로 오르면서 양 옆으로 번져 있었다.
공기 중에 번개가 치고 뒤이어서 천둥이 울렸다. 폭풍의 한가운데에 번개가 내리 꽂힌 자리에는 모래와 돌이 흩날렸다. 그는 폭풍의 눈에 웅장하게 서 있는 신수의 그림자를 한번 더 보았다.
그가 볼 수 있는 자리에서는 이 신수는 다른 것들보다 훨씬 컸는데, 여러 분절로 나뉜 네 다리의 각각에는 붉은 빛이 나고 있었다. 마치 사막의 낙타와 같은 모습으로 등에는 낙타의 혹처럼 두 돌기가 올라와 있었고 그 긴 목의 끝에는 넓고 납작한 머리가 있었다.
링크가 보는 동안 두 혹 사이에서 빛의 구가 만들어져서 번개를 이루었고 갑자기 쏘아져 나오면서 그의 근처의 옛 건물을 강타했다. 그 건물은 마치 고론족의 해머에 맞은 것처럼 산산조각났고 폭발의 소리에 정신이 멍해졌다. 모래표범이 놀란 듯이 짖고 나서 옆으로 돌아 그 빛과 소리에서 도망치려 했다.
한숨을 쉬면서 그는 모래표범이 알아서 가도록 했지만 한번 더 폭풍 속의 신수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혹 사이에서 번개가 한번 더 모이더니 그의 방향을 겨누듯이 번개를 쏘았지만 이번 것은 이전보다는 먼 자리에 꽂혔다. 그 정도면 경고로는 충분했다.
모래폭풍이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 번개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가까이 갈 수도 없을 것이었다.
"금방 왔네?" 론드슨이 바자의 외곽에 선 그녀의 노점에 링크가 다가가는 것을 보자 물었다.
그는 그녀에게 지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다음날이 오면서 해는 중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사막에서 불편한 밤을 보내야 했었다. 동겔드까지의 거리는 하루 안에 오고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모래표범도 그저 뒹굴기만 한 시간을 생각해도 체력이 대단했지만 그것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하루 종일 썰매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와 등이 아팠다.
설상가상으로 몇 시간 전에 물이 다 떨어진 것이었다. 생각보다 수량을 적게 헤아린 것 같았다. 다행히도 바자 곳곳에는 물을 담을 수 있는 수통이 여럿 있었고 그는 다시 여기로 돌아가자마자 한 통을 완전히 들이킬 뻔했다.
"문제를 해결을 못했나보지?" 론드슨이 그를 조금 더 보면서 물었다.
"예. 이건 그냥 정탐이었습니다." 그가 그녀의 물건들을 보면서 말했다.
론드슨은 자신의 작업 결과물을 여럿 진열해 두었다. 거의 겔드족의 천처럼 많이 얇은 천으로 만든 옷 외에도 그녀는 여러 색과 무늬가 있는 다른 옷감도 진열해 두었다.
"계획은 있어?"
링크는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저었다.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했지만 그는 번개를 뚫고 갈 수 있을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다리를 타고 올라갈 방법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메도를 다시 쓸까 했지만 모래폭풍 때문에 패러세일을 조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가 너무 노출되는 문제도 있었다.
한동안 침묵이 돌다가 그가 물었다. "장사는 잘 됩니까?"
론드슨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오테, 전혀." 그녀는 손을 뻗어서 옷 하나를 들면서 유심히 보았다. "겔드의 마을의 다른 재봉사와 차별화를 좀 해보려고 바자로 나온 건데, 대부분은 필요한 옷을 사기 위해서는 겔드의 마을로 바로 가는 것 같더라."
"남자들은요? 옷을 사러 마을로 갈 수는 없잖습니까?"
그녀는 눈썹을 들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브오이의 옷을 만들 것 같이 생겼어?"
"그렇긴 하네요."
"브오이의 옷을 만드는 법을 모르는 거는 아닌데, 대부분의 브오이는 바자로 옷을 사러 오지 않아." 론드슨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부분은 이미 계약한 사업 상대와만 거래하는 상인들이거나...다른 이유로 온 거지."
그 말을 하자 론드슨은 더 인상을 험악하게 찡그리면서 자신의 상품을 내놓은 나무 탁자를 손톱으로 두드렸다. "그런데 그들이 오는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나에게는 관심을 거의 주지 않더라고."
"왜 구매자가 없는지 모르겠네요." 링크가 탁자의 옷 하나를 집어 들면서 말했다. 다른 겔드족의 복장과 같이 여성의 어깨와 배를 내놓고 가슴만을 가리는 겔드족의 복장과 비슷한 녹색 상의였다.
"왜, 뭐 하나 사게?" 론드슨이 씩 웃으면서 물었다. "그건 너한테 꽤 잘 어울리겠는데?"
링크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그 상의를 내려놓았다. "아뇨, 그게..."
"그게 너한테 참 잘 어울릴 줄은 몰랐네. 공주님이 지금 널 보면 뭐라 할까 궁금해진다!"
그는 갑자기 떠오른 우르보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스치자 멈칫했다. 뒤이어서 광경과 감정, 그리고 기분이 쏟아졌다. 좌절감과 수치감, 그리고 의지였다. 머릿속에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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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겔드의 마을의 옆 입구 중 하나의 밖에서 벽에 기대어 섰다. 두 경비병은 그가 헛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한 채로 그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여기에서 기다리든지 천막으로 돌아가든지 해야 했다. 남자가 들어갈 수 없는 마을에서 공주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왕실 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생각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 공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전하긴 한 것인지 등이 생각났다. 그는 최근에 불길한 소문을 여럿 들었었다. 밤중에 의문의 모습들, 이가단의 구성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럴 것 같지는 않았어도 걱정이 되었다.
그의 지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것은 싫었다. 겔드의 마을의 안에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녀와 보려고 하거나 말을 할 기회도 없어서 알 도리가 없었다. 그녀가 우르보사와 같이 신수를 보러 가겠다고 했을 때도 그에게 자세한 상황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 공주라는 자는 정말 성질을 돋우고 있었다. 대체 왜 화해를 못한단 말인가? 그를 마음에 들어할 것이라는 기대는 진작에 버렸지만 이렇게까지 대우하니 이제는 뭘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가버릴까 했다. 왕에게 가서 공주가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하니 차라리 다른 기사를 붙이라고 할까 싶었다. 그가 마스터 소드를 쥘 자격이나 있는가 싶었다. 공주가 숨바꼭질하는 동안 겔드의 마을의 밖에 우두커니 서 있는 시간에 다른 일이나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뭐라고 할까? 그가 좌절하며 생각했다. 평생을 왕가에 봉사하셨어. 지금 아버지가 퇴임하신 이유는 아릴을 돌보기 위해서인 동시에 내가 아버지의 유지를 이을 수 있어서였다고.
지금 포기하는 것은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이를 버텨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그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했으니 이를 따라야 한 것인지도 몰랐다.
입구 근처의 경비병들이 숨을 들이쉬더니 키가 큰 사람이 나타나자 꼿꼿이 섰다. 금색 관과 치마의 형태로 된 영걸의 복장을 한 우르보사가 걸어 나와 돌아보더니 링크를 보았다. 그녀는 씩 웃었다.
"사브사바, 링크. 내 경비를 또 괴롭히고 있었구나."
링크는 얼굴이 붉어졌다. 괴롭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우르보사를 만나고 싶다고 알려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이를 전할 때까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었다. 겨우 두 시간이 지났다. 여러 시간 기다리는 것에는 익숙했다.
우르보사는 그를 한동안 보더니 눈썹을 치켜 떴다. "자, 만나 달라고 했잖아. 용건이 뭐지?"
링크는 들으려는 내색을 하지는 않으면서도 유심히 듣고 있는 경비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우르보사를 보면서 얼마나 큰 부탁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했다. 그들은 영걸에 있어서는 거의 신기한 동료관계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부족의 족장으로 조라의 왕과 비슷한 지위였다.
"좀...둘이서만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르보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경비병을 돌아보았다. "안에서 대기해."
"우르보사님, 입구는..." 한 경비가 말을 시작했다.
"브오이가 들어가는 것은 나 혼자서도 막을 수 있다. 근처에 있어라. 일이 끝나면 다시 데리러 가겠다."
한동안 두 겔드족은 머뭇거리더니 우르보사에게 경례를 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냥...멀리 가면 안됐나요?" 링크가 말했다.
"가끔 군기를 세워줘도 나쁠 건 없지." 우르보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벽으로 가서 기대고 팔짱을 꼈다. "자, 이제 무슨 일이야?"
링크는 사암 외벽의 어두운 지점을 보면서 어떻게 말을 할지 생각했다.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부끄럽기는 했었다.
"예외 하나 둔다 생각하시고 절 들여보내주면 안됩니까?"
우르보사는 조용히 눈썹을 들고 고개를 저었다. "안돼. 겔드의 마을에는 브오이는 못 들어가."
"그럼 공주님을 어떻게 지키라는 말입니까?"
그녀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내 마을 안에서는 공주님은 안전하다는 걸 알 텐데. 내 경비병은 겔드족의 최정예 전사이고 나도 공주님과 자주 같이 있다고."
"그게 아니라..." 그는 손을 들어 이마를 문질렀다. "폐하께서 제게 주신 임무란 말입니다. 그 분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전 그 분의 기사입니다. 하지만 그 분을 여기까지 바래다 주고 나서는 언제 나올지 말도 하지 않았단 말입니다."
"아...그래, 왜 우리가 나보리스를 보러 갈 때 같이 안 왔는지 알 것 같네." 그녀는 입술을 조금 물었다. "사실 공주님은 그러는 동안에 네가 올 필요가 없다고 이미 서로 동의했다고 말하기는 했지."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 "최소한 그 분이 무사하다는 것을 제 눈으로 봐야겠습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정말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가?" 그녀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공주님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네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던데."
그는 얼굴이 더 붉어졌다. "그...분을 지키는 것은 제 임무입니다. 그렇게 맹세했다고요."
"의식에 철저한 기사가 납셨네."
우르보사는 손을 들어서 붉은 머리를 손가락에 걸어 돌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언제 가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해줄 방법이 있기는 할 것 같아. 그 방법을 알려주면 공주님이 날 정말 미워하겠지만 난 십대 소녀의 분노 같은 것에는 이골이 났거든."
그는 약간의 안도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도 다행이었다.
그녀는 그를 보았고 그의 모습을 머리에서 발 끝까지 돌아보았다. 그는 발을 불안한 듯 움직였다. 왜 그를 그렇게 보고 있단 말인가?
"하나만 묻자..." 우르보사는 벽에서 떨어져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를 여전히 좁힌 눈으로 보았다. 그녀는 생각하듯이 입술을 두드렸다. "몸에 털이 얼마나 있어?"
"예?" 그가 놀라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는 여윈 얼굴을 하늘로 보더니 크게 웃었다. "아이쿠, 그냥 대답이나 해! 소심하긴! 가슴에 털 많냐고?"
그는 그녀를 그 질문에 당황하여 바라보았다. "어...아뇨, 없어요."
"그럼 한 생각이 난다." 그녀는 그 녹색의 눈빛에 장난스런 빛이 돌았다. "브오이 출입 금지 규칙을 유지하는 채로 네가 마을로 들어갈 수 있을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링크는 갑자기 불안을 느끼면서 그녀를 보았다. 앞으로 벌어질 일이 두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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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론드슨이 그를 유심히 보면서 물었다.
링크는 그 기억과 뒤따른 모습들을 눈을 깜박여 쫓아내고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우르보사의 제안을 생각하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데 성공하기는 했었다.
그는 론드슨을 보고 그녀가 그의 요청에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해졌다. 그녀가 그를 도울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손해는 없을 것이었다.
"저...옷을 좀 사야겠습니다." 그는 누가 들을까 우려해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론드슨은 한쪽 눈썹을 올렸다. "브오이 옷은 잘 안 만든다고 했잖아. 너한테 뭐라도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좀 있어야 돼. 게다가 내가 작업하는 옷감은 주로 브아이가 좋아하는 재질이고."
"아뇨, 그게 아니라..." 그는 한숨을 쉬면서 녹색의 상의를 다시 들었다. 어느 정도 크기는 맞을 것 같았다. 조금 올려야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이거하고 어울릴 게 있을까요?"
링크는 이게 그가 떠올린 가장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가 처음 떠올린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론드슨의 작은 거울에 비친 그의 모습을 보자 어떻게든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못해 인정하는 것이었다.
푸른색의 숄이 그의 머리 대부분을 덮으면서 빗질하고 왁스로 꾸민 그의 앞머리만 내놓았다. 마찬가지의 색의 면사포가 얼굴의 나머지를 덮으면서 눈 주변에는 가벼운 화장도 했다. 비슷한 옷이 그의 팔 대부분을 덮었지만 어깨는 내놓았다. 배를 드러내는 녹색 상의와 무릎까지만 내려오는 부푼 보라색 바지까지 합하면 얼추 효과는 있을 것 같았다.
론드슨은 그의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턱을 생각하듯 두드렸다. 그러더니 서랍장으로 다가가서 보석 장신구 팔찌와 목걸이 여럿을 꺼내었다. 이를 그의 목과 팔에 걸고서는 뒤로 물러나서 섰다.
마침내 그녀는 씩 웃었다. "참 귀여운 브아이가 됐네." 그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는 웃었다. "빨개지니까 더 그래!"
"생각을 하니까..." 링크가 말을 시작하려 했다.
"근데 목소리는 어떻게 좀 해봐. 내가 아는 브오이보다 음역대가 높기는 한데 조금 더 높이면 될 것 같아."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입을 다물었다. 100년 전보다 지금이 더 창피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아마 비슷한 정도일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번에 이를 제안한 것은 우르보사이기는 했다.
이건 하이랄을 구하기 위해서야... 그가 뇌까렸다.
이미 수차례나 스스로에게 말했었다.
"좀 늘씬해서 다행이야. 내가 본 다른 브오이는 이렇게 여장이 잘 안 어울릴 것 같아." 론드슨은 다시 그를 돌아보면서 그를 뒤에서 보면서 멈추었다. "그 상처가 없었다면 전사의 실력도 의심했을 것 같고."
그는 처음에 흉터들을 걱정했지만 그녀는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었다. 겔드족은 전사들이 많은 집단이라 흉터가 있는 피부는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상처가 많은 하일리아인 여성이라면 이상한 광경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무슨 말을 해 볼래?" 그녀가 뒤로 물러나 팔짱을 끼며 말했다.
링크는 목을 고르며 그녀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한숨을 쉬고 고음의 가성으로 말했다. "이건요?"
"안돼, 끔찍하네."
"이번엔요?"
"하일리아인 브아이가 정말 그런 목소리를 내나?" 그녀가 눈썹을 들며 물었다.
그는 생각을 하면서 머뭇거렸다. 얼마 뒤 그는 그렇게 고음은 아니면서도 좀 부드러운 어조를 내었다. 젤다의 세련된 말투도 조금 더해 보았다.
론드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낫네. 그런데...그냥 조용히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링크는 조금 부담을 풀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서 면사포를 당겨 내렸다. "그런데 왜 저를 도우시는 겁니까? 이게 당신에게 연결이라도 된다면..."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브아이가 브오이를 마을 안으로 몰래 들여오려고 하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야. 이거는...좀 다르기는 하지만, 처벌도 그냥 솜방망이야. 또 그러지 못하게 놀림감만 되는 것이 전부지."
"그런데 왜 저를 위해서 하는 겁니까? 어제 만났잖습니까."
"왜냐면, 만약 네가 사실을 말하는 거라면, 전통을 생각할 때가 아닌 것 같아서 그래. 루쥬님이 네가 신수를 올라타게 해 주는 방법을 정말 알고 있으시다면 이게 최선일 거야."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걸 다 말하지는 말아줘. 이게 알려지면 다른 브오이들이 브아이 옷을 사겠다고 덤빌 거야. 브오이에게서 그런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거든."
링크는 미소를 지었다. "뭐, 고맙습니다. 이게 통하기를 바라야죠."
그는 마찬가지로 위장을 한 마스터 소드를 들었다. 그는 시장에서 낡은 가죽 검집을 하나 사서 그 손잡이와 가드를 헝겊으로 덮었었다. 위장이 거의 되지는 않았다.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는 가리기가 어려운 특징적인 모습으로 되어 있었지만 검을 그의 손 근처에 늘 두고 싶어서 한 것이었다.
"아, 통할 거야." 론드슨이 아직도 웃으면서 말했다. 이걸 너무 즐기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를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보고 다시 면사포를 올려 썼다. 그는 그의 정체를 바로 탄로나게 해버릴 시커 스톤을 숨긴 작은 가방을 허리에 차고 그녀의 집을 나섰다.
날이 저물고 있었지만 서쪽의 해가 아직 보였다. 대부분의 상점 주인들은 그들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몇몇은 사려는 사람들이 줄었어도 계속 판을 열어두고 있었다. 몇몇 새 사람들도 온 것 같았다. 그들은 여관으로 가는 대신 물가에 더 큰 천막을 세우고 있었다.
그가 지나가자 한 사람이 그를 보았지만 링크의 우려와는 달리 의심이 아니었다. 마치 관심이 간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면사포 밑에서 인상을 쓰며 링크는 걸음을 재촉하였고 그의 발의 신에서 모래가 크게 날렸다. 그는 아까 탔던 모래표범으로 다가가서 썰매를 그 몸에 매었다. 몇 분 뒤 그는 겔드의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다.
바로 들키고 말거야. 그가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는 모래표범에서 내리고 그 썰매를 풀어서 다른 썰매와 마찬가지로 마을의 외벽에 기대어두었다. 모래표범은 저녁 햇살에서 뒹굴었다. 그들은 훈련을 잘 받아서 멀리 가는 일이 없었다.
다른 여러 사람들이 도시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그가 보는 동안 경비병 하나가 손을 뻗어서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를 붙잡았다. 지금 들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들어가려 한 것 같았다. 경비병은 브오이는 안된다고 외치면서 그 남자를 모래로 밀쳐냈고 그녀의 동료는 낄낄 웃었다.
숨을 들이쉬면서 링크는 상의를 조정하는 동시에 그 안에 덧댄 것이 안 나왔는지 내려다보았다. 그의 위장이 정리가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여 그는 들어가는 줄에 섰다. 그가 다가가자 입구의 한 여성이 그를 인정한다는 듯이 보고서는 고개를 돌렸다.
안도가 느껴지면서 그는 경비병을 통과해갔다.
"잠깐!"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깨너머로 보자 경비병 하나가 어깨에 창을 걸친 채로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그를 위아래로 보더니 눈을 보았다. "그 옷은 어디서 났지? 색이 맘에 드는데."
"어...어!" 그는 재빨리 목소리의 음정을 생각보다 더 높이 하면서 목소리를 숨기려 했다. "시장...어, 바자에서요."
"누가 판 거지?"
링크는 숨을 들이쉬었다. 론드슨은 자신이 이 일에 엮이지 않게 해 달라고 했지만 그는 거짓말을 정말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론드슨이요."
"아! 일이 끝나면 바자로 내려가서 보러 가야겠네..." 경비병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그를 보았다. "이 마을에는 처음인가?"
"예." 그가 최대한 진정하면서 말했다.
"그렇구나! 새 브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저기에는 여관이 있고..." 그녀는 문 위에 초승달이 그려진 간판이 걸린 건물을 가리켰다. "저 옆 골목에는 훌륭한 식당들이 있지. 고기 꼬치구이 강력 추천이야."
"어....고마워요! 먹어 보죠!"
겔드 여성은 그에게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입구의 자리에 섰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들어갔다.
그는 도시의 주 거리로 가는 사람들의 무리를 따라갔다. 양 끝의 길이 벽돌로 깔려 있었고 가운데에 살짝 올라간 중앙 거리는 저녁노을에 빛나는 장식 타일과 보석들로 깔려 있었다. 그 길의 양 옆에는 가게들이 있었다. 중앙 거리의 양 옆에는 야자수와 깨끗한 물의 웅덩이가 있었고 나무그늘의 아래에서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의자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겔드의 마을은 여러 색과 아름다움의 도시였다. 그가 거리를 계속 내려가는 동안 링크는 여러 식품을 파는 다양한 노점과 보석이 박한 금과 은의 장신구를 파는 보석상, 그의 색만큼 화려하지는 않은 여러 색의 옷을 파는 재봉사와 여러 모양의 신발을 파는 구두장이 등 여러 가게를 보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외벽과 비슷한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서로 구분하기 위해서 여러 색의 간판과 보석이 있었다. 문가와 창문은 여러 색이 칠해져 있었고 건물의 안쪽 바닥은 잘 짜여진 깔개가 덮고 있었다.
내벽의 여러 곳에는 도시의 벽 곳곳에 흐르는 수로가 지하로 이어지는 배수구로 내려가는 작은 폭포를 이루어서 중앙의 못에 물을 채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겔드의 마을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을 다 떠올려 봐도 한 자리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것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가 간 다른 도시에도 사람이 많이 있을 때는 있었지만 겔드의 마을은 여러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여러 체형과 모습과 나이와 피부색이 있었으며 붉은 머리의 색조도 다른 겔드족 여성들이 서로 어울렸다. 다른 여성들도 금방 어울리는 것도 보였다. 그 중에는 그와 같은 하일리아인도 있었지만 그들 중에 리토족도 꽤 있었다. 몇몇 시커족도 들어간 것 같았지만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참 신기하게도 고론족도 있었다.
저 고론족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링크가 남자처럼 보이는 고론족이 보석을 팔고 있는 노점상인 하나와 대화하는 것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여자 고론족을 본 적이 있기는 했나?
높은 웃음소리가 갑자기 들리자 고론족에게서 주의가 빠져나왔고 돌아보자 여러 색의 음료를 든 겔드족 여성 여럿이 식당 앞의 의자에 드러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방금 식사를 마친 것 같았다.
링크는 심하게 어색함을 느끼면서 계속 나아갔다. 도시는 순수 여성의 분위기와는 상관이 없게 느껴지는 활발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라족과 리토족, 그리고 고론족은 각자의 신수의 폭주에 무언가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리토족은 땅에만 머무르면서 나는 것을 피했고, 조라족은 갑자기 경계가 강화되며 외부인을 배척하기 시작했으며, 고론족은 산 밑과 지하로 피했었다. 반면 겔드족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최고급 음료를 찾고 계시면 퓨어 러브로 찾아오시면 됩니다!" 겔드족 하나가 갈림길에 서서 마을 안의 외부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뒤에는 그녀가 말하는 것 같은 2층에 있는 바가 있었다. 벽 하나가 완전히 열려 있어서 그 안에는 여러 의자와 여성들이 있었다.
"거기 하일리아인, 이전보다 더 젊고 활기차게 보이고 싶어?" 그 목소리에 링크는 고개를 돌아보았고 그를 바로 보고있는 겔드족 여성을 보았다. 그녀는 눈이 마주치자 더 크게 미소를 지었다. "호텔 오아시스가 딱이야! 특별 스파 테라피도 있는데, 할인가야!"
"아...아, 괜찮아요." 그가 말하고 재빨리 물러났다. 스파 테라피를 하면 그의 위장이 바로 들통날 것이 확실했다.
마을은 굉장히 컸고 골목길도 각자의 그림자가 진 구석과 작은 골목들로 나뉘어서 거의 미로와 같았다. 다행히도 중앙의 대로는 마을 한가운데의 궁전의 입구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그는 겔드 여성과 더 말을 섞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 길로 계속 나아갔다.
그가 마을로 더 깊이 들어가자 건물이 더 화려하고 정교해지는 것이 보였다. 노점과 가게는 더 줄어들었지만 여러 색으로 칠해진 집이 더 늘어나는 것 같았다. 여기는 사람들이 더 적기는 했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있었다. 외부인은 얼마 없었기에 그가 걸어가는 동안 그를 사람들이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를 막아 세운 이는 없었다.
그가 궁전에 도착했을 때에는 해가 건물과 외벽 아래로 진 상태였다. 길가와 건물의 대부분의 앞에 있는 종이 등에서 불이 들어왔다. 그가 궁전으로 다가갔을 때 끝에 불을 붙인 장대로 종이 등에 불을 붙이는 여성 하나가 눈에 들었다.
계단은 여러 색의 모자이크로 어우러지면서 겔드의 상징도 위에 그려진 궁전의 입구로 이어졌고 양 옆에는 창을 들고 있는 겔드족 한 쌍이 서 있었다. 그는 이전에 그가 내렸던 위층을 올려다보며 머뭇거렸다. 계단 바로 위의 모서리에 족장의 거처로 가는 문이 간신히 보였다.
숨을 들이쉬면서 그는 경비를 보면서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손을 들며 최대한의 여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사브오타."
두 겔드족 여성은 그를 보면서 낄낄 웃었다. 링크는 머뭇거리면서 손을 내렸다. 말을 잘못했나 싶었다.
"정확한 말은 사브사바야." 경비병 하나가 말했다. 면사포 위의 그녀의 눈은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인상을 쓰는 것 같았다. "지금이 네가 온 곳에서 아침이라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지."
"아..." 그가 속으로 질책하며 말했다. "어...사브사바."
"사브사바, 하일리아인." 다른 경비병이 말했다. "지금같이 늦은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지? 길을 잃었나?"
"아, 아뇨, 그게...사실, 족장님을 뵐 수 있을까 해서요."
두 여성은 조금 더 몸을 세우면서 그를 눈썹을 올려뜨면서 보았다. "루쥬님? 족장님과는 무슨 볼일이지?"
그는 다음에 할 말을 론드슨과 조금 연습을 했었다. "그 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좀 많이 들은 적이 있어서요. 가끔은 외부인과도 만난다고 하시니까 저도 좀 볼 수 있을까 해서요."
두 겔드족은 조금 긴장을 풀었지만 그래도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얼마 뒤에 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루쥬님은...겔드족 일로 바쁘시긴 하지만, 외부인에게는 정오 정도에 모습을 보이기는 하신다. 내일 오면 그때 뵐 수 있을 거다."
"아, 알았어요." 링크는 그녀와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일 그녀와 만날 때에 사람들이 좀 적기를 바랐다.
"그런데 꼬마 브아이, 만약에 남편이 겔드의 마을로 들어올 수 있게 허락을 해 달라고 하려는 거면 안 들어주실 거야." 그 겔드족이 말했다.
"그...게 아니라..." 그가 머뭇거렸다.
두 겔드족은 서로를 보더니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뭐, 그렇다면야. 사실 그게 브아이들이 루쥬님을 뵐 때 가장 자주 요청하는 거라서."
"아, 전 그게...결혼도 안 했어요. 브오이는 없어요!" 그는 조금 더 불안한 기색이 들리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럼 혼자 여행하는 건가?" 겔드족이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링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여성은 대견하게 보는 것 같았다. "대단한데? 너희 하일리아인은 대부분은 브오이에게 너무 의지한단 말이야. 작은 체구 치고는 혼자 여행하는 하일리아인을 오랜만에 보는 것도 신선하지. 그러고 보니 검도 챙기고 있네. 전사인가?"
"조금...은요." 링크가 말했다. 그녀가 자꾸 그의 키를 지적하는 것이 불편했다. 거구의 겔드족 만큼이나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키가 작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더 좋지. 정신은 놓지 말아. 지금은 모두에게는 힘든 시기이지만 조상님들이 우리를 지켜봐 주실거야."
감쪽같이 속고 있네, 링크가 면사포 밑에서 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말은 다르게 했다. "그럴게요. 고마워요...두 분."
겔드족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브오크."
링크는 마찬가지로 대답하고 계단을 내려갔는데 조금 실망하는 동시에도 놀라지 않았다. 저녁이 저물어가는 지금의 시간에 족장이 그를 만날 거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외부인을 만나는 기회가 있다는 것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시간까지 알아냈으니 되었다.
그 지식을 가지고 그는 몸을 돌려 마을 안쪽 깊이 갔다. 아침이 되기 전까지 족장 루쥬를 만날 수 없다면 할 수 있을 때 구경이라도 할까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여성 둘이 그를 미행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 헤매던 골목에서 나오고 돌아보자 그들이 보인 것이었다. 한동안 시커족이나 하일리아인 같았던 두 여성은 잠깐 놀라는 것 같았지만 바로 보석점으로 들어갔다. 그가 보석점을 지나가자마자 그들이 가게를 나와서 그를 따라오는 것을 흘긋 보지 않았더라면 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들은 이상하게 낯익었는데, 마을의 입구에서 그들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정체를 알아낸 것만으로 그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겔드족의 경비병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가 도시로 들어왔을 때 쓴 속임수를 알아본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두번째 예상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내가 사막으로 들어온 방법도 일반적이지는 않았으니까. 그가 다른 골목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그는 보석상으로 하나 더 들어가서 사파이어 머리 장식이 걸린 단상으로 다가갔다. 그의 기억 속에서 젤다가 하고 있던 장식과 많이 비슷했다. 겔드족 점주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지만 그는 그녀를 보지 않고 열린 문 밖을 흘긋 보았다.
그의 예상대로 여성 둘이 시야에 나타났지만 보석상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대신 길의 반대편의 구두상으로 들어갔다. 링크는 몇 초를 기다리고 점주를 보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사브오크라는 말을 속삭였다.
그는 바로 밖으로 나가서 온 길로 되돌아 나갔다. 그가 다른 골목으로 몸을 돌리자 그의 추적자들이 가게를 나와서 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확실하군. 그가 입술을 깨물면서 생각했다.
여성들은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가단의 겉모습만 보고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계속 마을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서 넓은 광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금은 텐트 여럿과 겔드족 여성과 어린이들로 가득해 있었다. 그들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렇게 화려한 옷은 입지는 않았지만 양모와 다른 재료들로 만든 더 기능적인 옷을 입고 있었다. 신수에게서 쫓겨온 난민들이었다.
그는 좌절감에 끙 소리를 냈다. 마을의 외딴 곳에 오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골목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그의 추적자들은 그를 계속 미행했고 이제는 이를 숨기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이미 눈치챈 것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링크는 길을 하나 더 돌아갔고 골목으로 걸어내려갔다. 골목길은 어두웠고 그 끝은 막다른 길이 있었다. 그 끝에는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었고 그 중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버려져 있는 썰렁멜론의 껍질들도 꽤 있었다. 물이 벽 위, 수로가 끝나는 지점에 난 금에서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빨리 돌아보았지만 밖에서 잠긴 문이 유일했다. 그 아래에서 빛이 새어나오지 않았기에 그는 반대편에 아무도 없기를 바랐다. 이제 그가 완전히 홀로 있다는 것에 만족하여 그는 골목의 반대편을 보기 위해 몸을 돌리고 기다렸다.
여성 하나가 달빛을 받으며 얼마 뒤에 나타났다. 그녀는 골목의 입구에 서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꼭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들은 서로를 보았고 그녀는 허리의 가방에 손을 넣어서 둥글고 움푹 파인 무언가를 꺼냈다. 그녀는 이를 얼굴에 썼다.
"이가단인가." 그가 남자의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보면서 골목에 서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골목에서 큰 소리가 울렸고 그의 앞에서 흰 빛이 번쩍여서 눈이 부셨다. 다른 암살자가 나타나는 순간 그는 뒤로 뛰었고 그녀는 날이 선 낫 하나를 그에게 휘둘렀지만 간신히 비켜갔다. 그는 욕을 내지르면서 눈이 아직도 이가단의 섬광탄으로 멍한 채로 뒤로 물러났다.
그는 곁눈으로 움직임을 감지했고 몸을 굽혀서 주먹을 내질렀다. 그 주먹은 암살자의 배를 맞추었고 그녀가 신음하는 것이 들렸다. 아직도 눈이 멍한 채로 그는 다리를 뻗어 그녀의 발목을 걸었다. 그가 곧바로 반응하기 전에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링크는 옆으로 굴러서 그가 일어서서 물러나는 동안에도 눈을 깜박였다. 시야가 다시 돌아오고 있었지만 눈의 가운데에는 잔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골목은 너무 어둡게 느껴졌고 암살자는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는 손을 등에 뻗어서 마스터 소드를 가죽 검집에서 꺼내었다. 그는 손잡이에 묶은 천을 풀어서 던져버리고 이를 준비하여 들었다. 이가단 둘이 그를 바로 공격했다.
링크는 위에서 오는 첫 공격을 쳐내고 손을 뻗어서 두번째 공격자의 손목을 붙잡아 앞으로 당겨서 중심을 무너뜨렸다. 그녀가 앞으로 비틀거리다 그는 그녀의 목을 팔로 붙잡아서 졸랐고 그녀를 빠르게 휘둘러서 그녀의 동료에게 내던졌다.
둘은 뒤엉켜서 쓰러졌고 그는 덤벼들어 그들의 손 하나를 그의 발뒤꿈치로 짓밟았다. 그는 슬리퍼만 신고 있는 채였지만 그의 발길질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고통에 신음을 뱉었다. 그는 곧바로 그녀의 낫을 차버렸다. 한편 다른 이는 링크가 그녀를 던져버렸을 때 낫을 놓쳐버렸었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여전히 든 채로 바닥에 엎어진 두 암살자를 노려보며 뒤로 물러났다.
서서히 둘은 서로를 풀어내고 땅에서 일어섰다. 둘 모두 무기를 잃었고 그들 중 누구도 예비 무기를 쥐고 있는 것 같지 않았지만 숨기고 있다고 해도 놀라울 것 같지 않았다. 그들 중 하나의 가면이 부러져서 아래턱이 드러났다.
"가라."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필요하면 죽이겠다." 둘은 서로 보고 다시 링크를 보았다.
어서 가라고...
지금은 누구를 처단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폭력배처럼 뒷골목에서 필요하지 않을 때에 누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둘은 뒤로 물러나고 각자 동시에 땅에 무언가를 던졌다. 작은 물체는 불꽃과 연기로 폭발했고 이게 흩어지자 이가단 둘은 사라져 있었다.
링크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하지만 몇 분의 침묵 끝에 그는 마침내 경계를 풀었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다시 검집에 넣고 그 손잡이를 최대한 잘 감쌌다. 론드슨의 실력보다 더 어설펐고 이제 누구도 속이지 못할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그는 그를 보았을 법한 다른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골목으로 다시 나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가 홀로 있다는 것에 안도한 그는 시장과 중앙 대로가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빨리 마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Chapter 48: 45장
Chapter Text
"왜 오빠가 가야 하는 거야?" 아릴이 말했다.
링크는 장화를 신으면서 여동생을 올려다보고 미소를 짓다가 손을 뻗어 금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가야 하는 걸 알잖아."
"내 생일날에 오지 못하는 거잖아."
"이번만이잖아? 앞으로 생일은 더 있을 거잖아. 그 중에서 최소한 한번에는 와 있을게." 그가 장화 끈을 묶으면서 그녀를 보았다.
곧 열두살이 되는 아릴은 아직 어려 보였지만 금방 성숙하게 될 여인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그녀가 아직 아기였던 시절이 꼭 엊그제인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걷는 법을 알려주려고 한 일도, 부모님에게는 참 황당하게도 달리는 법도 알려주려고 한 일도 기억이 났다. 지금 그녀는 십대로 본격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치 그 과정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알아, 그냥...오빠가 가는 것이 난 싫어." 그녀는 이마를 찡그리면서 입술을 내밀었다. "오빠는 집에 있는 적이 없잖아."
그 말은 정곡을 찌르면서 사실이었다. 그녀와 어머니가 하테노 마을에 남아서 그들의 가사일을 계속하는 동안 아버지와 그는 성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추수 시기와 겨울의 일부의 때에만 집으로 돌아왔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른은 아릴을 데리고 와서 가족 모두가 하이랄 성 시내에서 같이 살아왔고 그들의 작은 집은 집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아버지는 곧 퇴임하기로 결정했었지만 아직은 하이랄 성 시내를 떠날 준비를 하지 않은 것 같았다.
특히 링크가 온 나라가 기대를 걸고 있는 소수의 일부가 된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알아. 그래도 틈이 나면 널 보러 오고는 하잖아."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려고 했었다. 그런 연유로 지난 며칠 간 성에서 출타하겠다고 하면서 젤다를 다른 정예 기사들에게 맡긴 것이었다. "금방 돌아올게."
사실 그는 얼마나 오래 여행하게 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선 데스마운틴으로 향하고 나서 남쪽의 필로네 수원과 용기의 샘으로 향할 것이었다. 최소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이었다.
"그러고서는 또 갈 거면서." 아릴이 말했다.
링크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녀의 말도 맞는 것 같았다. 젤다는 다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할 외부에 있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최대한 집에 오래 있을게." 그가 마침내 말했다. "돌아오면 오래 말을 타고 다니자고. 별빛을 보면서 몇 날 밤을 지내도 될 테고."
아릴의 눈이 기대감으로 찼다. "그럼 에포나 태워줄거야?"
"한번 봐야지." 링크가 말했다. "걘 다른 사람은 아직도 잘 안 태워주려고 하고 있으니까."
"난 좋아하는데? 가끔 마구간으로 보러 가서 간식을 먹여준다고."
"그래서 녀석의 배가 좀 통통한 거였구나. 마구간 직원들한테 네가 접근하지 못하게 말을 해 놔야겠네."
아릴은 그의 팔을 쳤고 그는 웃으면서 팔을 뻗어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는 정수리에 입을 한번 맞추고 일어서며 팔을 풀었다. "사실 준비한 게 있어."
"생일 선물이야?"
그는 그녀를 보면서 씩 웃었다. "당연하지.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사실 그는 이를 잊어버렸었다. 하지만 이를 전날 알아차리고 시장으로 빨리 달려간 덕에 그 실수를 빠르게 만회할 수 있었다.
그는 시내의 그의 가족들을 만날 때면 묵곤 했던 그의 방으로 들어가서 그 안의 작은 장식장을 열었고 그 안의 갈색 종이로 싼 작은 물건을 꺼냈다.
아릴은 손뼉을 치고서 그에게 달려왔고 눈빛에는 신이 난 모습이 보였다. 링크는 미소를 지으며 선물을 그녀에게 내밀었고 그녀는 빨리 이를 풀어 보았다.
그 작은 포장 안에는 작은 나무 배가 있었다. 그가 처음 이를 보았을 때 그는 그 솜씨에 감탄했다. 갑판과 돛대가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돛을 만들기 위해서 실제 천이 사용되었으며 왕가의 선박과 같은 모양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오빠, 이거...마음에 들어!" 그녀는 조심스럽게 배를 들어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려보았다.
그녀는 바다로 나가 하테노 만에서 배가 지나가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녀가 때때로 강의 부두로 나가는 것을 그도 알고는 있었지만 강에 떠가는 배들은 바닥이 납작한 나룻배였지 이전에 볼 수 있었던 거대한 범선을 보지는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비교가 될 수가 없었고 그는 그녀가 이를 정말 그리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릴은 그에게 팔을 둘러서 꽉 끌어안았다. 그는 몸을 낮춰 그녀를 꽉 끌어안았는데 현관에 노크 소리가 들리자 멈추었다.
그는 인상을 쓰면서 다시 일어서 아릴을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보았고 둘 모두 걸어나갔다. 하지만 아버지가 먼저 문으로 다가가서 이를 열었는데 그 문 밖에는 젤다가 서 있었다.
그녀는 푸른 여행복 차림이었고 그녀의 말이 바로 뒤에 가방을 다 챙겨서 묶인 있었다. 말의 양 옆에는 경비병들이 경계하듯이 서 있었다.
"공주님?" 그의 아버지가 목소리와 표정에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것을 담으며 말했다. 한번 그는 그녀의 너머로 이마에 주름살을 조금 지우면서 보았다. 아른은 더 꼿꼿이 섰고 링크는 검이 있었을 법한 허리춤의 자리로 그의 손이 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검이 없었다. 그는 이 상황에 살짝 당황한 인상을 보였고 한번 링크를 돌아보았다. 마침내 그는 한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링크는 아버지를 지나쳐 다가갔고 그는 젤다의 눈을 보고 경비병들도 돌아보았다. "공주님, 무슨 일입니까?" 그가 유심히 돌아보면서 물었다. 그는 그 경비병들을 알아보았다. 오늘 아침에 그가 일을 직접 맡긴 경비병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는 그를 보고 미안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 아무 일 없어요!" 젤다가 손을 빨리 들으며 말했다. "아른 경, 일...일어서세요. 전 당신의 집에 있으니 이런 격식을 굳이 차릴 것은 없어요." 그녀는 링크의 눈을 보았고 볼이 조금 빨개졌다. "당...신을 찾으려 왔어요. 준비가 다 되었나 해서요."
세상에...
그는 얼굴을 최대한 진정시켰지만 그의 심장은 더 세게 뛰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공격을 받거나 기습이라도 받았다면...
사막의 사건 이후로 그는 숨은 암살자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성 내의 경비병들은 신뢰했지만 시내를 포함한 밖에서는 그는 그의 검만이 믿을만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공주님, 그게...서신이라도 보내 주셨어야죠. 그럼 바로 갔을 겁니다. 길이 항상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젤다의 얼굴이 조금 싸늘해졌고 그는 속으로 질책했다. 저 표정은 불길한 징조였다. 그는 뒤의 경비병들을 돌아보았다. "거기 둘은 성으로 돌아가라. 다른 이들에게 여기서 출발하겠다고 전해라." 젤다가 식량을 좀 챙겼기를 바랐다. 여기서 조금 챙길 수는 있었지만 식량을 조금도 챙기지 않았다면 마을의 식품점에 들러야 했거나 더 일찍 사냥을 시작해야 했어야 했다.
젤다는 경비병 둘을 돌아보면서 따스한 미소를 보내었다. "같이 와 줘서 고마워요."
한동안 경비병들은 영문을 모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들이 대답했다.
"예, 전하."
그리고는 링크에게 경례를 한번 하고 바로 물러났다. 그는 입술을 물면서 그들이 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이 돌아오면 바로 이를 말하기로 했다. 다음에 젤다가 시내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그에게 속달로 알리라고 할 것이었다.
"그만하실래요?" 젤다가 그를 한심하다는 듯 보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저들 정도만 되어도 길에서 만난 소란스러운 상인들에게서 절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요."
"젤..." 그는 숨을 들이쉬면서 말을 멈추었다. 아버지가 이를 들었다가는 큰일이 날 것이었다. "전하, 전 반드시 갔을 겁니다." 그는 목소리를 일정하게 하려 애썼다. 그가 좀 짜증이 났거나, 우려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가 감지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아는 것 같았고 눈빛에는 조금 반항적인 빛이 섞였다. "하지만, 링크 씨, 제가 직접 왔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준비 다 하셨나요?"
그녀가 이번 여정을 기대하고 있을 거라고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 모습은 많이 놀라웠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이렇게 재촉을 하고 있는 것은 당연할 것 같았다. 지난주 내내 젤다는 사제를 쉬지 않고 만나면서 그들에게서 기도와 표현, 그리고 용기의 샘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각종 교습을 받았었다. 그 일이 얼마나 그녀에게 거슬렸는지 알고 있었다.
"그...거의 다 됐습니다. 들어오시겠습니까?" 그는 그녀를 알아본 늘어나는 마을 사람들의 수를 불안하게 돌아보았다. "마저 싸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녀는 짜증이 났을 때 하곤 했던 내려앉은 말투로 말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안으로 들어왔고 그는 뒤를 따라서 그들 뒤에서 문을 닫았다. 아버지가 그를 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링크는 그의 눈을 보지 않았다. 대신 아릴이 근처에 서서 공주를 큰 눈으로 보는 것을 보았다. 그의 여동생이 젤다를 만난 적이나 있는지, 본 적이나 있는지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과 같은 때에도 그녀는 성 근처에서 시간을 잘 보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젤다는 집을 돌아보았고 링크는 곧바로 집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의 아버지는 지저분한 사람은 아니었다. 수십년간 왕가를 섬기는 기사였으니 모든 것이 단정하고 깔끔해야 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을 정리하는 법은 잘 몰랐던 것이었다. 링크의 어머니가 이런 일을 거의 도맡았던 것이다. 아릴도 돕기는 했지만 시내에 나가서 장난치고 오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는 아릴이 아버지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주는 조금도 실망스러운 눈빛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왕가 근처에 자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굳은 것처럼 보이는 아른에게 미소를 보냈다. 왕실의 인원 하나가 집에 온 적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아른 경은 집을 참 깔끔하게 하네요. 아드님이 어디서 그런 습관을 들였는지 알 것 같네요."
"아, 전하, 저에게서 배운 것이 아닙니다." 아른이 긴장을 풀면서 말했다. 그는 링크를 돌아보았다. "저 아이는 그걸 애 엄마한테서 다 배웠습니다."
날 아직도 아이라고 부르시네. 링크가 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다. 마스터 소드 말고 그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저희가 여행하는 동안에 그가 보였던 태도는 당신에게서 온 것이 확실하네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젤다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는 굉장히 심지가 곧아요. 아버님을 딱 닮았어요."
그 말은 원하는 효과를 내었다. 아른은 더 똑바로 서면서 어깨를 폈다. "공주님, 황송합니다. 그가 임무를 잘 맡고 있다니 다행이군요."
젤다는 링크를 한번 보았는데 그녀의 눈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그의 얼굴을 최대한 통제했다. 그 정원의 밤 이후로 그녀는 그가 곁에 있을 때에 긴장을 풀라고 강하게 나갔다. 조금이라도 제식을 차리려고 하면 비난했었다.
이를 아버지와는 말하지 않았지만 왜 그랬는지 알지 못했다. 아마 그들 사이에 느낀 우정이 아버지와 왕 사이에 느껴진 우정과는 다른 종류라서 그런 것 같았다.
"공주님, 여동생은 만나보셨습니까?" 링크가 아릴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물었다.
젤다는 몸을 돌리더니 밝게 미소를 지었다. "만난 것 같네요. 하지만 기억을 못할 거예요. 그 당시에는 아직 걸음마를 떼고 계셨으니까."
그리고 나이 차이가 많지는 않았죠. 링크가 생각했다. 젤다는 놀랍게도 기억력이 대단했다. 그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벌어진 일들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총명함이 이때부터 보였던 것 같았다.
"저...죄송한데 기억이..." 그녀는 젤다가 손을 뻗자 말을 멈추었다. 아릴은 그녀와 악수하게 되는 것에 겁에 질린 듯 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링크는 그녀를 가볍게 밀었고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젤다의 손을 잡고 빨리 흔들더니 놓았다.
"자, 이제 제대로 인사했네요." 젤다가 말했다. "음, 링크가 당신에 대해서 말을 많이 했어요."
"정말요?" 아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고도 했고..." 링크는 그녀의 눈이 아릴의 다른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배 모형을 빨리 보는 것을 보았다. "...차차 배의 선장이 되고 싶다고도 했고요."
"그랬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모깃소리에 가까웠다.
링크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한 기억도 없었다. 겔드 사막에서 그녀가 마구 캐물을 때 잠깐 말했던 것 같았다. 그는 그녀가 그가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그녀의 일기장에 쓰고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대답을 분석하기라도 한 것인가 싶었다.
"전 꽤 좋은 생각이라고 보는데요. 제가 공주가 아니었으면, 바다에 나가서 배를 타고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 배를 타 본 적이 없거든요."
"전 타 봤어요!" 아릴이 이 질문에 신이 나서 말했다. "하테노 마을에 살 때 어부들이 타는 배에 같이 탄 적이 있어요."
"들어보고 싶네요." 젤다가 말했다. 그녀는 링크를 보고 눈썹을 조금 올려떴다. "저희 여행하는 거 준비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링크는 볼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예. 공주님,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엷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빨리 그의 방으로 물러나 채비를 이어갔다. 그의 뒤에서 젤다와 아릴이 해양 선박의 특징들에 대해서 서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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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침 바람이 링크의 머리를 흩날리는 동안 그는 보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나보리스와 그 모래 폭풍이 있는 남동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관 위로 솟은 버섯 모양의 돌 기둥 위에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사다리가 여럿 있었지만 올라오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무엇이 그의 아버지와 여동생에 대한 기억을 깨웠는지는 몰랐지만 이제 기억을 떠올리니 아는 것이 좋았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그 기억은 많이 행복한 기억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지만 링크는 그의 여동생이 다음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다. 선장이 되고 싶다던 꿈을 이루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더 자주 있겠다고 약속했었다.
정말 그랬는지, 그의 약속대로 그녀의 생일을 놓치는 것을 만회해 주었는지, 아릴은 정말로 존경했던 오빠와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한 것을 한탄하면서 죽은 것인지, 그는 이제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기억이 그와 젤다가 지난 몇 달 동안 집에 거의 가지 않고 길에서 시간을 보냈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는 눈물을 더 이상 흘리지 않았다. 눈물은 이미 볼에서 말라버렸다. 그는 그 자리에 한 시간 가량은 앉아 있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때에는 해가 아직 뜨지도 않았지만 멀리 수평선 너머가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어, 그가 씁쓸하게 생각했다. 가족이 있었다고, 여동생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는데. 알 필요가...
목이 메였으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그의 여동생과 둘 사이의 관계를 기억하고 싶었다. 다만 사실을 마주하기가 어려웠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가논에게 죽은 것이었다.
가논...
그 이름은 마치 저주와 같았다. 생각만 해도 증오와 격노가 끓어올랐다. 가논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의 가정, 그의 가족, 친구, 심지어 목숨까지. 그 놈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남동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가논의 마지막 분신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 안의 괴물을 처치할 것이었다. 여동생의 원수를 갚을 것이었다.
그의 의식 내부에서 마스터 소드도 동의하는 듯 울리는 것 같았다. 검 역시 이 땅을 잠식한 마수를 처단하고 싶어했다. 검 속의 정령도 자신이 정말 필요로 하고 있었을 때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과오를 청산하고 싶어했다.
이룰 거야. 링크는 주먹을 굳게 쥐며 생각했다. 이룰 거라고...!
전날 밤과 비교해서 도시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는데 링크는 무슨 연유인지 몰랐다. 입구의 경비병이 더 경계를 강화한 것 같았다. 들어오는 이들에게 더 냉담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더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링크를 막아 세우지는 않았다. 여장이 아직도 잘 통한 것이었다. 이가단이 그의 위장을 어떻게 눈치챘는지 의문이 들었다. 정황상 그들이 위장술의 달인이니 다른 위장술을 찾아내는 데에 눈치가 빨랐을 것 같았다. 아니면 그가 사막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를 보면서 기습할 틈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안에 들어가자 시장이 전날의 오후와는 별 차이가 없다고 느꼈지만 경비병이 더 많이 서 있던 것 같았다. 사람들은 겔드의 마을이 파는 상품들을 사거나 마을의 시설들을 마음껏 이용했지만 경비가 더 삼엄해져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설마 그와 이가단이 싸웠다는 소문이 퍼져나간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가 알기로는 그와 싸우는 모습을 본 이는 없었고 그가 남긴 흔적이라곤 그들의 무기가 전부였다. 그 정도로도 불안이 커지는 것인지, 겔드족이 이가단이 누구인지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었다.
불안을 더 크게 느끼면서 링크는 멈추지 않고 부산스러운 마을을 통과했다. 족장이 외부인과 만나는 시간보다 더 일찍 도착할 것이었지만 빨리 만나고 싶었다. 그가 찾고자 하는 정보를 더 빨리 알게 되면 신수 내의 괴물을 더 빨리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면 가논을 더 빨리 벨 수 있는 것이었다.
왕궁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직도 아침이었지만 날은 더욱 더워졌다. 그가 입은 겔드족의 옷은 가볍고 시원했지만 링크는 이마와 등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수통에서 물을 한번 더 마시면서 왕궁의 입구를 보았고 그 입구 양 옆에 경비병 둘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전날 밤과는 다른 경비병이었지만 그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 외에도 그 지역에 다른 경비병들이 늘어난 것이 보였다. 서로와 조용히 대화하면서 유심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몇몇은 그를 보기도 했다.
"하일리아인이여, 여기는 무슨 일이냐?" 그가 다가가자 경비병 하나가 물었다.
"전날 밤에 왔었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족장님을 뵙고 싶으면 오늘 다시 오라고 들었습니다."
경비병 둘이 갑자기 그 자리에 굳었고 그는 전날 밤에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싶었다.
"루쥬님은 겔드족의 문제로 바쁘시다. 왜 그 분을 만나러 하는 것이냐? 무슨 목적으로 겔드의 마을로 온 것이냐?"
링크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 그는 머뭇거렸다. 겔드족이 이렇게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그가 족장을 볼 수 있도록 들여보내줄 리가 없었다. 그러면 사실, 내지는 그에 가까운 것을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저는 신수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그쪽의 신수가 여기를 힘들게 한다고 들어서 진정시키는 데에 제 지식을 빌려드릴까 했습니다."
두 겔드족은 그를 의심스럽게 보다가 그 중 하나가 몸을 돌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경비병은 그를 유심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학자이면서 검을 쓰는 건가?"
"시커족 기술도 연구합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러다 보니 위험한 곳으로 가기도 하죠."
그는 그의 불안감 때문에 들키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 하이랄의 여러 곳으로 여행했겠군."
"어...예, 그렇죠."
"혹시...여행하는 중에 브오이는 만났나?"
어? 링크는 질문에 놀라서 생각했다. "가끔은요."
"자매들이 사막 밖에는 이전보다 마을들이 훨씬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여성은 링크를 보지 않고 말했다. "이제는 브오이를 만나기 위해서 멀리까지 여행하든가, 아니면 길가에서 마주치거나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왜...브오이를 만나고 싶으신지요?" 링크가 영문을 몰라서 물었다.
겔드족은 한숨을 쉬면서 긴장을 조금 풀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고 싶어서지. 친구들 대부분은 브오이를 만나기 위해 동쪽까지 여행했어. 일부는 심지어 결혼도 했는데 남편을 사막으로 데려오는 이는 드물어."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남편 있나?"
"아뇨." 그가 빨리 대답했다.
"브오이를 대하는 거는 너에게도 어려운 일인가? 브오이 대하는 연애 특강을 많이 듣기는 하는데, 너무 복잡하단 말이지."
"생각만큼...복잡하지는 않아요." 링크는 좀 어색해하면서 말했다. 연애 특강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당신은 꽤...아름다운데요. 분명 당신과...어, 결혼하고 싶은 이가...분명 있을 거예요."
겔드족은 면사포 아래에서 미소를 지었다. "사크사크. 그 말이 마음에 드는데. 너도 꽤 아름답군. 언젠가 너도 특별한 짝을 찾기를 바라지."
다른 경비병이 나와서 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 덕에 어색한 대화는 끝이 났다. 그는 그 여인에게 작별하고 다른 경비의 뒤를 따라서 왕궁 안으로 들어갔다.
왕궁의 내부는 화려했다. 입구는 두꺼운 깔개로 덮여 있었고 벽도 마찬가지로 진홍색의 천으로 덮여 있었다. 빛이 벽 위 높이 있는 창문에서 들어오면서 천 사이의 벽에 박힌 보석들을 비추었다.
경비병은 링크를 입구 깊이 이끌어서 알현실이라고 생각이 든 방으로 이끌었다. 이 방은 더욱 화려한 것을 넘어 웅장했다.
방 전체가 돌을 깎아 들어갔거나 마치 한때는 동굴이었던 것 같았다. 벽은 부드러우면서 사암으로 되어 있었지만 천장은 여전히 거친 돌이었다. 벽에는 궁전 깊이 들어가거나 밖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보석이 박힌 아치의 길이 있었다. 방의 입구 근처 양 옆에는 겔드족의 돌 조각상이 금빛 갑옷으로 장식된 채로 서 있었다. 조각상 뒤 깔개가 깔린 바닥 양 옆에는 물의 웅덩이가 있었다.
이것 모두 너머에 조금 상승한 단상 위에는 왕좌가 있었다. 금으로 도금된 팔걸이와 다리가 있어서 꽤 크고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겔드의 언어가 왕좌의 뒤 돌의 등받이로 금으로 새겨져 있었다. 그 언어 위에는 겔드족의 상징이 있었는데, 끝이 둥글어진 마름모꼴 안에 두 원이 양 옆에 그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그 위압적인 왕좌의 모습은 거기에 앉아있는 이를 보자 조금 줄어들었다. 왕좌의 양쪽 긴 팔걸이 사이에 걸린 나무 보조의자가 있었고 그 의자에는 그가 처음 왔을 때 침실에 있었던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옆으로 기대어서 턱을 주먹으로 괴고 다리는 꼬고 있었다. 이전보다는 더 차려 입은 채였지만 링크가 처음 봤을 때에 쓰던 왕관은 그대로였다. 금색 고리가 그녀의 목과 위팔, 손목과 발목에 걸려 있었으며 그녀의 옷은 몸통을 드러내면서 조금 헐거운 치마가 있었다. 그녀는 진남색의 립스틱과 검은 아이섀도로 화장이 진했지만 그녀가 링크의 생각보다 더 어렸다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족장의 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흠칫 놀라면서 생각했다. 내 기억 속의 아릴 또래로 보인다고.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그가 구금되어 있을 때 그를 심문했던 그 겔드족이 족장 바로 뒤에 서서 검 끝을 땅에 댄 채로 그를 매섭게 보고 있었다.
링크는 그 여인을 보면서 조금 머뭇거렸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볼 수 있는 말을 아직 하지는 않았다.
"하일리아인, 빨리 말하라." 링크가 천천히 다가가자 그 키가 큰 여인이 검을 돌 바닥에 찍으면서 말을 강조하였다.
저러면 검이 금방 부서질 텐데. 링크가 생각했다.
그 여인은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넌 겔드 사막과 그 민족의 족장이신 루쥬님 앞에 서 계신다. 신수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했나?"
링크는 그 여성의 눈빛이 경고하듯 빛나는 것을 보자 나오는 것을 멈추었다. 이 정도면 적당한 거리였다. "저는..."
"흠..." 그 어린 소녀가 그의 말을 막았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그를 유심히 보았다. "있지, 뷰러, 이 브아이는 꽤 낯익어 보이지 않나?" 그녀는 브아이라는 말에 강조를 두었다.
링크는 한숨을 쉬었다.
키가 큰 여인 뷰러는 눈을 찡그리며 링크를 보았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루쥬님, 무슨..." 그녀는 말을 멈추고서 그의 등에 걸린 검의 손잡이를 흘긋 보았다. 그녀는 이를 한동안 보다가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그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면사포를 벗어봐라."
링크는 그녀를 보면서 입술을 조금 깨물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는 것을 안 그는 그 말을 따랐다. 그는 손을 들어서 면사포의 옆을 풀어서 이를 내렸다.
뷰러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콧구멍도 벌렁거렸다. "네 놈은!" 그녀는 바닥에서 검을 뽑아들고 그와 루쥬 사이에 섰다. "경비병! 오라!"
"잠깐만요!" 그가 서둘러 말했다. "신수에 대해서 온 것이 맞습니다. 이를 제압할 겁니다!"
그의 뒤에서 금빛 갑옷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깔개가 깔린 바닥에서 뛰어오는 발걸음이 들렸다. 그는 손을 들어 무기로 보일 법한 모든 것에서 멀리했다. 정말 필요로 할 때만 검을 들 것이었다. 그 일이 없기를 바랐다.
"한번은 보내주었지만 두 번은 아니다." 뷰러의 눈이 분노에 차서 말했다. "직접 목을 베어주지, 이 저주받을..."
"그만!"
그의 뒤의 경비병은 뷰러 뒤의 소녀의 목소리에 바로 멈추었다. 키가 큰 여성은 그 말에 굳고 조용한 말로 말했지만 링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루쥬님, 이 브..."
"브아이다. 이 브아이는 우리의 동료다, 뷰러. 그리고 겔드는 늘 동료들을 잘 대우했다." 루쥬님은 그녀의 왕좌에 앉아서 뷰러의 어깨 너머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는 링크 뒤에 선 경비병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 일 없다. 오해가 있었다. 각자 자리로 돌아가라."
"루쥬님, 이것은 별로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뷰러가 이를 문 채로 말했다. "최소한 경비병들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배치하시죠."
"괜찮다. 여기 우리의 친구가 나를 위협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뷰러 그대 혼자만으로도 날 지킬 수 있지 않겠나?"
한동안 긴장된 순간동안 뷰러는 내내 링크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언제라도 그 큰 검을 들어서 링크를 베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침내 뒤의 경비병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로."
링크는 그들이 빠르게 다시 되돌아가는 것을 들었다. 얼마 뒤 뷰러는 옆으로 이동했지만 검은 그대로 든 채였다. 루쥬님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왕좌에 앉았는데 그 왕좌에는 신기한 모양의 방석이 있었다. 모래표범 같았다.
"자." 그 소녀는 가볍게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어서 다시 면사포를 써라. 이 일이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그녀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중대 범죄니까."
링크는 그가 선 자리에서 곧바로 베어버릴 것 같은 뷰러를 잠깐 보고 다시 루쥬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면사포를 얼굴에 썼다.
한동안의 침묵 뒤에 소녀는 목을 골랐다. "자, 우리를 도우러 왔다고 했지? 우선 어떻게 할지 계획을 말해 보아라. 하지만 일단 통성명을 하면 좋을 텐데..."
"제 이름은 링크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이제 목소리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뷰러는 이에 멈칫했다. "100년 전, 우르보사와 같이 전투한 하일리아인의 영걸입니다."
"이건 무슨 소리냐?" 뷰러가 말했다. "영걸은 모두 죽었다."
루쥬의 눈썹은 더욱 높이 솟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뇨." 그가 말했다. "젤다 공주님이 생존하셨고...저도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저를 회복시켜 준 고대의 시커족의 사당 안에 있었지만 100년이 걸렸습니다. 석 달 전에 깨어나서 지금까지 신수를 각각 해방했고 이제 하나만 남아 있습니다."
"나보리스..." 루쥬가 숨이 막힌 채로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를 보았고 그 눈에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게 사실이면...증거가 있나?"
링크는 한동안 생각하다가 그의 허리의 시커 스톤을 풀어 꺼냈다. 그는 앨범을 열어 여섯 모두가 서 있는 사진을 찾았다. 그는 이를 한동안 보다가 앞으로 나섰다.
뷰러는 재빨리 움직여 그의 길에 서서 검을 그의 목을 향해 내밀었다. "거기까지 허락하겠다, 브오이여."
링크는 머뭇거리면서 그녀 너머로 루쥬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시커 스톤을 돌려서 그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루쥬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고 뷰러도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우르보사의 그림이 최소한 한 점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가 그렇기를 바라면서 물었다.
루쥬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침실에..."
"그러면 사진의 여성을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이들은 조라족의 미파, 고론족의 다르케르, 리토족의 리발, 젤다 공주님, 그리고...저입니다."
"뷰러, 괜찮다." 루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더 오게 두어라."
키가 큰 여성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검을 내리면서 조금 물러나 다시 왕좌 옆에 섰다다. 루쥬는 링크의 눈을 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는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몸을 굽혀 그녀가 볼 수 있도록 시커 스톤을 건넸다. 그는 만일을 위해서 뒤로 조금 물러났다.
루쥬는 그 사진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이를 뷰러에게 건넸고 그녀 역시 이를 받아서 보다가 앞으로 나서서 링크에게 돌려주었다.
어린 족장은 링크를 유심히 보면서 손가락을 생각에 잠겨 두드렸다. 그러더니 그녀의 눈은 그의 어깨 너머의 덮인 손잡이를 보았다. "그럼 저게 그 검인가? 우르보사님이 일기에 쓰신 검은 퇴마의 검이라고 했는데, 그 검인 것인가?"
링크는 뷰러를 보면서 잠시 머뭇거렸지만 만일을 위해서라도 한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그는 손을 들어서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를 잡아 검집에서 뽑아들었다. 뷰러는 조금 움찔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검의 끝을 조심스레 바닥에 대었고 손잡이의 가죽을 풀어서 결점이 없는 보라색 손잡이와 가운데의 노란 보석을 드러냈다.
루쥬는 입술을 조금 깨물면서 뷰러를 보았다. 하지만 얼마 뒤 이 행동을 멈추고 그녀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그녀는 링크를 보면서 더 똑바로 앉았다. "그럼 그대가 온 것이 행운이군. 나보리스를 잠재울 계획이 있나?"
링크는 머뭇거렸다. "그게...족장께서 번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뷰러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도시 안으로 잠입하고 루쥬님을 만나기로 하는 것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쏟았으면서 이를 잠재울 계획은 정작 없다는 건가?"
"저 혼자서 다는 못합니다." 링크가 짜증이 나면서 말했다. "각 신수에 다가갈 때는 그것과 연이 깊은 종족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겔드족이라고 차이는 없을 겁니다. 이미 말했잖습니까."
"신수를 제압할 법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니냐!"
링크는 앞으로 다가갔고 뷰러는 다시 그를 가로막았다. "보십시오. 일단 나보리스에게 탈 수 있게 해 주시면 바로 제압하겠습니다. 하지만 각 신수는 그 신수가 속한 종족의 일원 중 하나가 같이 가야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각 신수는 조라족과 고론족, 그리고 리토족이 보유한 기술로 그 방어 기제를 돌파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나보리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결국, 소용이 없는 거군. 루쥬님, 다 들은 것 같습니다. 이제 이 브오이를 쫓아내버리고 마치죠."
링크의 속에 무언가가 갑자기 욱했다. "당신들 모두를 구하려는 겁니다! 제가 뭘 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만!" 루쥬의 목소리가 벽력같이 울리면서 둘 모두 조용히 했다.
링크는 심호흡을 하면서 물러났고 그 얼굴에는 짜증과 부끄러움이 섞여 있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없었고 아침의 기억을 보자 조바심이 나 버린 것이었다.
뷰러도 마찬가지로 부끄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녀는 뒤로 물러나서 평소의 자세를 잡으면서 검의 끝을 땅에 대었다.
루쥬는 왕좌에 손가락을 조금 두드리며 링크를 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나보리스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져 버렸다."
링크의 속이 철렁했다. "무슨 말입니까?"
"가보가...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것이 있었다."
링크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뇌명의 투구군요."
"그래." 루쥬가 말했다. "알고 있나?"
"우르보사가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항상 근처에 두었기에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자신에게 번개의 힘을 내려준다고 했습니다."
우르보사는 잔디에 앉은 채로 금색의 투구를 조심히 들고 있었다. 그녀는 긴 손톱으로 이를 한번 두드렸다. "이걸 많이 써 왔는데 이제는 쓸 필요도 없어졌어."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가까이 두면 힘이 가장 강해지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하면 근처에 두어야 할 것 같거든."
"도난당했다." 루쥬가 말했다.
링크의 머릿속 기억이 흩어졌다.
"예?" 그가 말했다. "도난이요? 어떻게...?"
"이가단 놈들이다." 뷰러가 목소리를 낮게 내리깔며 말했다.
링크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방해 공작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누구든 생각할 것이었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루쥬를 보았다.
"그들이 조라의 마을에도 같은 수작을 부렸습니다. 신수가 강을 다 불려버리기 전에 제압할 여러 시도를 방해했었습니다."
루쥬는 다시 뷰러를 보았다. "역시, 가보만을 노린 것이 아니었군. 우리 모두를 멸하려는 거야."
"그렇습니다." 뷰러가 이에 대답했다. 분노한 것 같았지만 링크를 향한 분노는 아니었다.
"언제 훔쳐갔습니까?"
루쥬는 그를 보면서 입술을 조금 깨물었다. "한 달 정도 전이다. 이곳 근처에 그들의 은신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서 그냥 두었다."
"그냥 두었다고요?" 링크가 놀라서 물었다. "저들은 가논을 섬기는 자들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저를 암살하려 여러 사람이나 보냈다고요. 어젯밤만 해도 절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이 도시에 둘이나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럴 리가. 이가단은 우리의 도시 안에는..." 뷰러는 말을 하려 했다가 그 말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재빨리 말을 멈추었다. 애초에 한 달 정도 전에도 이가단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던 것이었다.
"이제는 아닙니다." 링크가 말했다. "그들을 쫓아버렸습니다. 하지만 여기 근처에 은신처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는 아시는 겁니까?"
루쥬는 고개를 끄덕였다. "뇌명의 투구가 도난당하기 전에는 몰랐다. 이 도둑들이 어디로 이것을 훔쳐갔는지 흔적이라도 찾아보기 위해 병사들 여럿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난주에 간신히 찾았다. 전날 밤에 은신처를 공격하려고 했지만 놈들은 이를 막아내었다."
그래서 마을 속의 긴장감이 높아진 것이었다. 그들은 반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가단은 그런 총공세를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림자에 숨어서 공격할 것이었다.
"당신들을 죽이려 할 겁니다." 그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 보라고 하지." 뷰러가 말했다.
"그들은 교활합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위장술의 달인이고 나름의...능력도 있습니다. 속임수인지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원하는 대로 나타나거나 사라지기도 합니다."
"난 내 경비병을 믿는다." 루쥬가 말했다. "그들은 날 잘 지켜줄 거다. 그래도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이가단은 아직도 뇌명의 투구를 쥐고 있다. 놈들의 은신처에 숨겨두고 있을 거다."
"더 많은 수의 병력으로 다시 공격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뷰러가 말했다. "놈들의 은신처는 아주 좁은 협곡의 끝에 있는데, 방비가 철저하다. 정탐꾼을 몰래 잠입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는데, 정보에 의하면 이가단이 여러 동굴과 통로 속에 숨어 있다고 했다."
"그렇게 깊이 들어갔다면 은신처 안쪽까지 갈 수 있지는 않겠습니까?"
"그렇게 안 한 줄 아나?" 뷰러가 세게 말했다. "잠입을 시도하는 중에 몇몇이 살해당했다. 그래서 지난 밤에 공격한 것이었다. 두번째 잠입 부대가 들어갈 수 있도록 시선을 끌려고 한 것이 목적이었다."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 계책은 그들이 조라의 마을에서 쓴 계책입니다. 바로 알아챘을 겁니다."
"딱 그대로다."
"이제 우리의 문제를 알겠지." 루쥬가 말했다. 지금은 좀 몸이 줄어들어 더 소녀같이 생겼다. 아까까지 더 나이가 들어보였던 것을 생각하면 좀 신기했다. "나보리스를 타려면 뇌명의 투구가 필요한데 도난을 당한 거다."
"되찾아야 합니다." 링크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가단이 얼마나 있는지 아십니까?"
뷰러는 한숨을 쉬었다. "정확한 수는 알지 못하지만, 어젯밤에 공격했을 때에는 이백 가까이가 막아냈다. 우리는 그의 배를 보냈었다."
링크는 눈을 감으면서 생각을 시작했다. 그들의 말이 정확하다면 진을 친 그 자리에서 공격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었다. 설사 이가단의 방비를 돌파한다고 해도 그들은 다른 길로 도망쳐버릴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뇌명의 투구가 아직 멀쩡했다면 이를 부숴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가단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겔드족은 은신처에 침투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겔드족은 꽤 눈에 띄었다. 이가단 소속 겔드족이 있지 않는 한 그들이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는 바로 눈을 떴다. "한 생각이 있습니다."
Chapter 49: 46장
Chapter Text
링크의 계획은 금방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영걸의 옷을 입었는데 낮동안에는 너무 더웠지만 해가 지면서 노을이 지자 조금 나아졌다. 그는 바자로 돌아가서 물건을 사는 모습을 일부러 보이면서 마스터 소드도 숨기지 않고 대놓고 등에 매고 다녔다.
그리고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그의 뒤에 두 사람이 그를 뒤에서 따라오는 것이 보였고 그의 앞에서 걸어가는 사람이 갑자기 도시로 가는 걸음을 멈춘 것 같기도 했다.
셋이라, 얘기가 새어나갔나 보군. 그가 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더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갑자기 수가 너무 늘어난다고 해도 비상탈출을 할 수 있었다. 경비병 하나가 그가 시커의 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라는 말을 듣자 그 경비병은 가장 근처의 시커족 사당으로 데려가 주었는데 사당은 마을 근처에 있었지만 바위 몇 개 뒤에 숨어 있었다.
미끼가 되는 것이 그의 당초의 계획은 아니었다. 원래 그는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가서 임파에게 공격한 이가단원에 대해서 묻고 파야에게 그들의 옷이 남아 있는지 물으려 했었다. 생각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한 듯 두 시커족 모두가 놀라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체와 옷, 그리고 가면은 이미 다 태워버린 뒤였다.
임파는 시커족 병력을 보내어서 이가단의 은신처를 습격하고 싶어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다. 겔드 사막에 갑자기 시커족이 단체로 나타나는 것도 의심스러울 것이었다. 그리고 시커족은 하테르 지역에 반드시 있어야 했다. 하테노 마을 근처의 몬스터들이 마을을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고론족이 제때에 도착한 덕에 지금은 어느 정도는 막아내고 있었지만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다.
따라서 링크가 미끼가 되는 계획을 쓰게 된 것이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마스터 소드를 뽑았다. 이 사람들을 죽이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그들은 벌어져서 그를 세 방향으로 둘러싸더니 바로 흰 가면을 썼다.
좋아. 링크가 대비를 하면서 생각했다. 그는 손을 들어서 안경을 썼다.
그들은 세 방향에서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그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손을 내려서 시커 스톤의 화면을 눌렀다. 그의 앞에 폭탄이 나타났고 그는 이를 가장 가까운 이가단 구성원에게 차서 보냈는데 그 구성원은 이를 어리둥절하게 보았고 얼마 뒤에 폭탄을 격발했다.
폭탄은 모래먼지를 크게 일으켰고 그는 앞으로 달려서 그의 뒤의 두 이가단원을 일단은 무시했다. 그는 먼지를 뚫고 가서 세번째 구성원이 놀라서 1미터 정도 뒤의 모래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링크는 검을 이가단원의 가슴에 찔러박았다.
그는 먼지구름에서 다른 이가단 구성원 둘이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렸다. 그는 하나를 타임 록으로 멈추고 앞으로 뛰어서 그의 검을 두 손으로 잡고 걸리지 않은 다른 상대의 낫에 세게 내리찍었는데 그 힘으로 낫을 반으로 부러뜨림과 동시에 이가단원의 가슴을 깊게 베어버렸다.
구성원 둘을 처치한 뒤, 링크는 마지막 구성원이 비틀거리면서 타임 록에서 벗어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몸을 다시 돌렸다. 링크는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기 전에 덤벼서 이가단원의 손목에 검을 내리찍어서 무기를 쥔 손을 잘라버렸다. 구성원은 고통에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는 링크가 뒤에서 그 구성원의 목을 오른팔로 조르기 시작하면서 막혔다.
암살자는 한동안 힘을 쓰면서 목에서 링크의 팔을 풀려고 했지만 링크는 꽉 붙들고 있었다. 금방 이가단원은 저항을 멈추었다.
그는 남은 한 시체를 땅에 내려놓으면서 깊이 숨을 쉬었다. 그의 주변에서 시체 셋이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어서 모래가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속이 메슥거렸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작전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정탐꾼들이 나보리스가 겔드의 마을로 몸을 돌렸다고 보고한 것이었다. 다시 몸을 돌리지 않으면 시간이 전혀 없을 것이었다.
그가 몸을 굽혀 그가 목을 졸라 죽인 이가단원에게서 가면을 떼어냈을 때 화살 하나가 허공을 갈라 그의 어깨에 박혔다.
소리를 지르면서 그는 뒤로 구르면서 물러났고 그가 무릎을 꿇고 있던 자리에 화살이 둘 더 박혔다. 어깨에 박힌 화살의 대가 부러지면서 어깨에는 통증이 솟구쳤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근처의 모래언덕에 이가단원 둘이 서서 매섭게 보이는 각궁을 그에게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욕을 내지르면서 링크는 그에게 화살이 다시 날아오기 시작하자 다시 달렸다. 그러는 동안 손을 뒤로 뻗어서 등에서 방패를 빼어 들었다. 팔에 제대로 걸 시간이 없어서 그냥 손잡이를 잡은 채로 앞으로 들기만 했다. 화살 하나가 이에 맞고 튕겨나갔다.
그는 궁수를 향해 내달렸는데 둘은 그가 다가오는 것에 당황한 것 같았다. 하나는 화살대를 놓쳐버려서 떨어뜨렸다.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다른 화살 둘이 다른 방향에서 날아와서 각각의 궁수의 가슴에 박혔다. 두 궁수들은 쓰러졌고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두 겔드족 여성이 각각의 은신처에서 아름다운 금빛 활을 든 채로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이들은 마을의 치크 대장에게서 잠시 빌린 이들이었다. 하일리아인 브오이에게서 지시를 받는 것을 대장은 불쾌해 했지만 뷰러는 이것이 루쥬의 지시라고 말했었다. 물론 전날 링크가 마을에 있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사오텐." 리너가 면사포를 내리고 모래의 시체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다른 겔드족 코트는 링크가 목을 졸라 죽인 그 겔드족의 시체를 발로 건드렸다. "정말 죽이려고 했네." 그녀가 말했다. "공격하려는 것은 어떻게 안 거야?"
"이게..." 그는 생각을 하면서 머뭇거렸다. "저를 죽이려고 한 다섯번째 시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 번은 저와 가장 가까운 이를 죽이려고 한 것이었지만요. 이제는 다 보입니다."
"놀랍네." 리너가 눈썹을 들면서 링크를 한동안 보았다.
그녀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코트가 끼어들었다. "거기도...브아이가 있어? 네가 온 곳에서 말이야."
"코트, 지금 신랑감 헌팅 할 때가 아니잖아!"
"그냥 물어봤는데 왜?" 코트가 투덜거렸다.
링크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 어...좀 있죠."
"아, 그래." 코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금방 사막을 나서서 브오이를 찾아 나서야겠거든. 하일리아인들 중에도 강한 전사가 있었을 줄이야."
링크는 대화를 더 잇지 않고 그 시체들을 다시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깨에서 갑자기 고통이 솟구쳤고 그는 이를 갈면서 그의 어깨에 부러진 화살이 아직 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 화살이 어깨를 완전히 꿰뚫었으면서 그 깃이 달린 곳이 부러져 있었다.
그는 여성들을 돌아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이거 누가 좀 뽑아 주시겠어요?"
리너가 앞으로 나가서 손을 뻗어서 링크의 등에 손을 대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서 화살을 힘껏 뽑았다. 그는 신음을 씹어 삼키고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눈을 질끈 감았다. 얼마 뒤에 리너는 그의 팔을 들었고 코트는 천 하나를 들고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매어 팔 아래에서 묶어주었다.
이를 다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어...사크사크."
이제 팔을 어느 정도 해결했으니 이제 그가 목을 조른 이가단에게 다가가서 몸을 굽혀서 가면을 빼어냈다. 가면 밑에는 누런 머리의 남자가 있었다. 머뭇거리며 링크는 가면을 돌려서 얼굴에 썼다.
가면에는 눈 구멍이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 문제 없이 밖을 볼 수는 있었다. 색만 회색조로 보일 뿐이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저 계곡의 끝이야. 리너가 말했다. 그녀는 이가단이 숨어 있는 계곡까지 링크를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었다. "정탐한 결과 계곡은 많이 깊다고 해. 그들의 표식을 보면 이제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거야."
계곡은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눈이 덮인 고원 사이로 난 작은 틈이었다. 이미 하늘에는 달이 낮게 떠 있었다. 이제 그들은 남쪽의 겔드의 마을과 북쪽의 작은 협곡 사이의 사막 근처에 있었다. 그는 리너가 와 준 것이 고마웠다. 그들이 오는 길에 모래폭풍을 뚫고 갔는데 이상하게도 시커 스톤의 지도 기능이 마비되면서 소용이 없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리너는 다른 겔드족처럼 지리에 밝았다.
"여기에 모래표범을 놓고 가도 문제가 없을까요?" 링크가 이미 잠에 든 녀석을 보면서 물었다. 나태한 것 치고는 끈기가 좋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뚱뚱한 것 치고는 모래에서는 완전히 물 만난 고기였던 것도 신기했다. 젤다라면 분명히 이것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괜찮을 거야." 리너가 말했다. "네가 올 때까지 내내 자고 있을 걸."
링크는 불안하게 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그가 하던 일과는 전혀 달랐다. 하이랄 성에 쳐들어가는 것과도 전혀 달랐다. 성은 겉으로 보면 아주 무시무시했지만 정작 들어가면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간 때에는 그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굉장히 정교한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링크." 리너가 목소리가 더 굳으면서 말했다. "이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들에게 우리는 겔드족을 많이 잃었어. 저런..." 그녀는 그가 알아듣지 못한 겔드어를 했다. 그런 뒤에 그녀는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쉬며 진정했다. "지난번에 공격했을 때 나의 친구들이 많이 쓰러졌어. 그리고 몇몇 정탐꾼도 아직 행방을 못 들었고."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리너, 얼마나 죽이게 될 지는 잘 모릅니다. 최대한 발각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리너는 굳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는 잘 알아. 하지만...아직 안에 동료들이 살아 있다면..."
"탈출시키겠습니다."
그녀는 그를 다시 보았고 손을 뻗었다. 링크는 악수를 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대신 그녀는 아래팔을 굳게 잡았다. 그는 겔드족 사이에서 이러한 인사를 보았기에 그도 그녀의 아래팔을 잡았다.
"오늘 밤에 조상님들이 지켜주기를." 그녀가 말했다.
그들은 서로 팔을 풀었고 그녀는 다시 썰매에 올라탔다. 얼마 뒤에 그녀와 그녀의 모래표범은 멀어졌다. 그녀는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기서 성공하든 그가 죽든 할 것이었다. 여기 너머는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다시 계곡으로 몸을 돌려서 망토를 더 단단히 둘렀다. 그는 다른 이가단원이 입곤 했던 평범해 보이는 옷을 입었고 그 아래에는 그날 그가 처치한 이가단원 중 하나에게서 빼앗아 온 진홍색 옷을 입었다. 그는 작은 가방으로 손을 넣어서 가면을 꺼냈고, 이를 불쾌하다는 듯이 보다가 바로 썼다.
그러자 주변이 바로 밝아지는 것 같았다. 가면 너머로 보는 세상은 색을 다 잃어서 거의 회색조였지만 이전보다도 확실히 밝아져 있었다. 가면을 만드는 데에 무슨 마법이 쓰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꽤 놀라웠다.
그는 허리에 찬 낫을 건드려 보았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뷰러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 일에 대해서 그녀는 여전히 의구심에 차 있었지만 검은 안전하게 맡아두겠다고 했었다. 나머지 장비 역시 여관에 두거나 론드슨에게 맡겨두었다. 그녀에게 그가 무슨 일을 하려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뇌명의 투구 도난 사건은 왕궁 경비병 외에는 모르는 것 같았던 것이었다.
검이 그의 손에 없어서 완전히 무방비로 느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잠입하는 동안에는 마스터 소드를 숨길 방법이 없었다. 특히 그가 본 이가단원 중에는 그와 같은 자세로 검을 쓴 사람이 없었다.
마침내 그는 계곡 안으로 나아갔다. 그가 절벽 사이로 들어가자 달이 완전히 가려지면서 길이 어둠에 휩싸였다. 하지만 가면 덕에 아무런 문제 없이 앞을 볼 수 있었다.
그가 계속 지나가는 동안 그는 이가단의 흔적을 계속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그가 혼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계곡의 절벽 높은 자리에 감시자를 숨길 수 있을 것 같은 몇몇 틈새들이 보였다. 분명 거기에 여럿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를 공격한 이가 없었기에 그의 위장이 통하고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계곡은 공성군에게는 최악의 환경이 되는 거군. 그가 계곡 높이 위에 있는 꽤 넓은 발판을 보면서 생각했다. 궁수 몇십 명을 저기에 배치해서 화살을 쏟아붓기만 해도 겔드족은 이를 거의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계곡 자체가 꽤 좁아서 굳이 조준을 하지 않고 대충 아래만 보고 쏘아 내리기만 해도 맞게 될 것이었다.
생각을 해 보자 그가 이가단의 은신처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 꽤 신기했다. 그들은 그가 여행하는 내내 눈엣가시였고 그는 이들과의 교전을 최대한 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들의 은신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터무니없이 무모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와는 달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가 지금까지 한 일들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성공 확률이 낮아도 살아났었다. 이번에도 그렇기를 정말 간절히 바랐다.
링크는 계곡 안으로 깊이 들어가다가 굽이를 돌았다. 굽이를 돌자 이가단의 표식이 여럿 보이고 있었다. 몇몇 벽에는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대부분에는 뒤집힌 시커족의 눈이 뚜렷했다.
계곡은 위로 올라가면서 갈수록 좁아졌다. 계곡이 좁아지자 바람에 붉고 흰 깃발들이 날리는 것을 보았다. 더 깊이 들어가자 카카리코 마을에 있던 개구리 석상과 똑같은 조각상들이 땅과 돌 발판에서 보였다. 그들의 얼굴은 다 이가단의 눈이 그려진 흰 천으로 덮여 있었다.
계곡이 갑자기 끝나면서 경사는 너무 급해졌다. 대신 단순한 동굴 입구가 있었다. 언뜻 보면 동굴이었지만 링크가 들은 설명을 바탕으로 하면 바로 여기가 바로 이가단의 아지트의 입구였다.
숨을 들이쉬면서 그는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뒤에서 빛이 번쩍이고 연기가 나타났고, 그가 몸을 돌리자 붉은 옷을 입은 이가단의 구성원이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서 오게. 오늘 밤에 대재앙이 그대의 행적에 미소를 지었기를."
"그래." 링크가 조금 어색한 어투로 말했다. "돌아와서...마음이 놓이는군."
이가단원은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젠장, 암호를 물어보는 거였군. 링크가 생각했다. 그는 허리에서 낫 하나를 꺼내어 그 이가단원의 가슴으로 박았다. 그의 놀라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의 몸은 싸늘해졌다.
속으로 질책하면서 링크는 고개를 돌리며 높이 있는 돌 선반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고 그를 공격하는 이도 없었다.
그가 혼자라는 것에 안도하고 그는 시체에서 낫을 빼고 다시 허리에 맨 뒤, 이 이가단원을 팔 아래를 잡아서 입구 근처의 큰 바위로 끌고 갔다. 그는 반대쪽에 시체를 숨겨서 입구에서 보일 일이 없었고 다가올 이도 이를 보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를 보는 이가 없다는 것을 한번 더 돌아보아서 확인한 뒤 그는 어두운 이가단 아지트로 걸어들어갔다. 그는 짧은 동굴을 지나서 크고 둥글면서 천장이 높은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의 벽은 거친 벽이 아닌 조각된 돌로 되어 있었고 벽을 따라서 일곱 개의 동일한 깃발들이 일곱 개의 동일한 문 위에 걸려 있었다. 가운데에는 올라간 단상이 있었으며 흔들리는 횃불에 에워싸여 있었다.
링크는 여러 선택지를 돌아보며 머뭇거렸다. 방금 그가 지나간 입구도 다른 일곱 문처럼 생겼으면서 그 아래의 통로도 동일하게 생겼었다. 다 비슷한 동굴 같은 통로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인상을 쓰면서 그는 가운데의 단상으로 올라가 어느 길을 타야 할 지에 대한 단서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느 길이 정답인지에 대한 단서는 조금도 없었다. 이 방을 만든 사람이 들어온 이를 헷갈리게 하려고 만든 것 같았다.
당연할 것 같았다. 이 방도 아까 출입 암구호를 물어보는 그 경비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보안 체계였다. 이 방에는 진짜 길이 두 개만 있을 것이었다. 하나는 아지트 더 깊이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었다. 다른 통로는 다 함정이 있을 것이었다.
치밀하군, 그가 생각했지만 한숨이 나왔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 그는 알 방법이 없었다.
그냥 하나를 찍어야 하나?
그건 너무 무모했다. 이가단이 무슨 함정을 세워 두었는지는 몰랐지만 알아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를 알아내는 방법이 있는지, 아니면 이가단은 이미 이를 다 알고 있는 것인지 몰랐다.
그는 중앙 단상의 여덟 횃불들을 돌아보았다. 모든 횃불은 서로 똑같이 생겼으며 별 차이가 없어보였다. 다른 횃불들도 벽에 걸려 있었고 그는 단상에 선 채로 올바른 길을 알아낼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다 똑같이 생겨 있었다.
한숨을 쉬면서 그는 단상에서 내려와서 방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어두운 복도 중 하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어도 올바른 길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사실 단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가볍게 깔린 모래에 찍힌 그의 발자국이 아니었다면 출구도 잊어버렸을 것이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섰다. 가만, 모래라고?
그는 이번에는 바닥을 보면서 방을 다시 돌아보았다.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모래가 얕아졌으니 모래가 그곳을 통해 불려 들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가 처음 방을 돌아볼 때 걸은 걸음 그대로의 발자국도 보았다.
그는 마침내 한 통로 근처에서 아주 흐릿하게 찍힌 발자국을 찾아내었다. 그들은 이 방법까지도 예상해서 방에서 모래를 다 치워왔던 것 같았지만 얼마 전에 모래폭풍이 불어서 이 모래를 안까지 밀어 넣었고 아직 치우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확실히 이 통로를 타고 나간 것이 분명했다.
의기양양해진 링크는 문가로 다가가서 그 너머의 복도를 보았다. 언뜻 보면 다른 복도와 마찬가지로 별로 큰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 보다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어두운 복도로 들어가서 기다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서 발 밑에서 땅이 꺼지거나 벽에서 화살이 쏘아지기를 기다렸지만 그냥 평범한 복도였다.
그는 천천히 나아가면서 복도가 구부러진 곳에 도달했다. 문가가 완전히 사라지자 거친 벽이 어두운 색의 벽돌로 바뀌었다. 회랑이 너무 어두워서 이가단의 가면의 마법으로도 벽과 입구만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으며 넓은 방을 한 눈에 보는 복층으로 이어졌다.
그 방에는 이가단 구성원 다섯 명이 기본으로 있었다.
셋은 한 탁자에 앉아 있었고 그들 앞에 놀이용 카드가 펼쳐져 있었다. 한 사람은 링크가 복층의 끝에 다가가자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자신의 수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다른 이들은 그들의 수에 너무 집중하고 있어서 그를 알아채지 못했다. 가볍게 빛나는 등 아래에는 이가단원 하나가 더 앉아 있는 채로 카카리코 마을에서 본 긴 장검을 닦고 있었다. 마지막 이가단원은 신기하게도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바나나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만 입을 드러내기 위해서 가면을 젖히고 씹는 동안에는 가면을 다시 썼다. 다른 네 이가단원은 가면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링크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방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무슨 휴게실처럼 보였다.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앉은 것과 비슷한 탁자 여러 개가 있었고 여러 모양의 의자들도 있었다. 이가단의 표식이 그려진 천을 얼굴에 덮은 개구리 석상도 더 보였다. 방의 한쪽에는 여러가지 무기가 걸린 상이 있었다. 링크가 그들이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무기들 외에도 날카로운 창과 굉장히 매서워 보이는 도끼까지 있었다.
벽은 이가단의 눈이 그려진 붉고 흰 깃발로 덮여 있었고 그 붉은색은 다른 장식에도 쓰여 있었다. 식탁보와 의자 덮개, 그리고 깔개 여럿도 그런 색이었다. 벽과 바닥은 마찬가지로 같은 검은 돌로 되어 있었다.
링크는 조금 돌아보았지만 그가 선 복층은 휴게실을 다 돌아보는 것 말고는 다른 기능이 없는 것 같았다. 얼마 머뭇거리고 나서 그는 나무 난간을 돌아서 아래의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이 공간을 낯설어하는 기색을 숨기기 위해서 문 하나를 무작위로 정한 뒤에 복도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다른 방과 문을 지나쳤는데 별로 놀라운 광경은 없었다. 마치 서른 개 정도 되는 양의 침대가 있어 보이는 긴 병영으로 보이는 방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방에는 아직 이가단원이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방은 가운데에 모래사장이 있고 벽에 나무 무기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서 훈련장인 것 같기도 했다.
이가단 여럿이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넓이였지만 겔드족의 수에 비하면 작아 보였다. 다른 복도도 다른 생활관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대체 이곳이 얼마나 컸고,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는지 몰랐다.
이가단은 겔드 사막에서 젤다를 공격했지. 그 때에도 있었던 게 분명해. 생각하면 불편했다. 겔드족이 얼마나 그들을 이곳에 허용했는지, 정말 최근에 되어서 안 것이 맞기나 한 건지도 의문이었다.
여기에 다른 생각도 들었다. 그의 생각보다 그들의 은신처가 훨씬 더 컸다면 대체 어떻게 뇌명의 투구를 찾으라는 것인지가 그것이었다.
그의 앞에서 문이 열리고 이가단원이 나오면서 문을 닫았다. 그는 링크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를 지나쳐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링크는 머뭇거리면서 어깨 너머를 보고 다시 문을 보았다. 진짜 문이 있는 것 같은 드문 경우였다. 그리고 그 문을 잠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링크는 손을 뻗어서 문고리를 돌려 보았고 잠금이 걸려있지 않은 것을 알았다. 어깨 너머로 그를 보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한 뒤 그는 문을 조금 밀어 열고 안을 엿보았다. 방은 누군가의 개인 침실로 보였다. 벽의 한쪽에는 침대가 있었고 붉은 종이 등이 한쪽 벽에 걸려 있었다. 종이가 덮인 의자와 작은 테이블도 있었다.
그는 문을 닫고 복도를 더 걸어내려갔다. 얼마 뒤에 삼거리가 나오자 링크는 왼쪽으로 돌았다. 그는 거대한 식당으로 보이는, 나무 탁자와 의자가 여러 줄로 있는 방을 지나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 방에는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주방이 있었다. 여기에는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이가단 구성원이 여럿 있었다. 한 쪽에는 바나나가 가득 쌓여 있는 조리대 하나도 있었다.
바나나를 정말 좋아하는가보군. 그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아갔다.
이른 시간이라서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은 깨어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직 자고 있었다. 하지만 몇 시간 뒤면 상황이 바뀔 것이었다. 곧 아침이 될 것이었다. 그 전에 여기서 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거리를 하나 더 도착해서 왼쪽으로 다시 돌았지만 이가단원 두 명과 마주치자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링크가 그들을 지나치려고 하자 잠시 멈추었지만 한 사람이 손을 뻗어서 잠시 그를 세웠다.
"왜 아직도 위장 복장을 입은 거지?" 그녀가 물었다.
링크는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해서 살짝 긴장이 올라왔지만 그녀의 말의 의중을 알아챘다. 그동안 아지트에서 본 이가단은 다 붉은 옷만을 입고 있었다. 그는 그의 옷과 망토를 아직 입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게...벗는 걸 잊어버렸어." 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짜증스럽게 흥 소리를 냈다. "어디 임무를 하다가 바로 온 거야?"
링크는 머뭇거렸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잘 수행은 했겠지?"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최소한 무슨 일은 잘 처리하네. 포로 확인하고 그 옷 바로 벗어. 총단장님이 아침에 중앙 구멍에 집합하라고 했어. 모두 오라고 했고."
포로라? 링크가 생각했다. 리너의 정탐꾼 중 하나인가?
"그래. 바로 갈게." 그는 이가단 여성을 지나쳐가려고 했다.
"어디 가? 포로 확인하라고 했잖아."
"아, 미안." 그가 몸을 돌려서 반대로 돌아갔다. 그는 교차로를 바로 지나쳐서 걸어갔고 그녀가 그를 부르지 않자 마음이 놓였다. 이번에는 길을 올바로 탄 것 같았다.
그는 등이 더 서로 멀리 떨어진 복도를 더 걸어 내려가서 나무 문에 도착했다. 그는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고 그를 돌려보낸 이가단원 두 명이 자기가 처음에 온 길로 사라진 것을 보고 안도했다.
그는 천천히 문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가운데에 탁자가 있는 어두운 방이 있었다. 바닥의 대부분은 짚이 깔려 있었고 가운데의 짚은 무슨 검붉은 액체로 물들어 있었다. 벽에는 여러 도구가 있었다. 좁은 망치와 긴 칼, 갈고리와 줄, 쇠사슬이 있었다.
그는 속이 뒤틀리는 것을 느끼며 문을 닫고 창살의 창이 달린 옆의 문으로 다가갔다. 틈새로 어두운 방의 여러 철창이 보였다.
그는 이 문을 열어서 방 안으로 들어갔고, 그의 가면은 한 철창 내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한 사람을 보여주었다. 붉은 머리가 등 뒤로 흘러내리고 있는 겔드족 여인이었다. 그녀는 일반적인 겔드족의 복장을 입고 있었지만 옷은 오물로 덮여 있었다. 그녀가 있는 철창의 바닥 역시 짚이 깔려 있어서 마치 짐승을 가두는 우리처럼 보였다. 생각해 보니 이 철창이 사람들이 갇히는 감방이 아니라 동물들을 가두는 우리로 보였다. 이렇게 좁은 우리 속에서는 몸을 일으킬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방을 들어가자 그녀는 고개를 세게 돌려서 그를 증오가 섞인 눈빛으로 보았다. 얼굴에 멍이 든 것이 보였고 몸 곳곳에 베인 상처도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겔드어의 욕설로 짐작되는 무언가를 외쳤지만 그는 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손을 들어서 가면을 벗고 후드도 벗었다. "리너의 정탐꾼 중 하나입니까?"
여성의 얼굴은 충격과 혼란을 나타냈다. "뭐? 그 이름은 어떻게 들었어?"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는 철창에 다가가서 자물쇠를 보았다. 무쇠로 된 자물쇠였다. 그는 방을 돌아보면서 열쇠를 찾았지만 벽에 결려 있는 것은 없었다. 당연하지, 그가 쓰게 생각했다. 동화도 아니고 누가 감방 근처에 열쇠를 둬.
"브오이, 넌 누구야? 여기는 무슨 일이야? 이가단이라도 되는 거야?"
"아뇨. 뇌명의 투구를 당신들의 일족에게 되찾아주려 합니다."
"우리 일족이 사람을 보낸다면..."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그가 외쳤다. "전 이가단이 아니고 전 도움을 주러 왔습니다.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압니까?"
"어리석게 굴지 마. 여기에 잠입한 걸 알면 죽어. 이제 가. 난 내 앞가림은 할 수 있어."
링크는 한숨을 쉬고 가방에 손을 넣어서 그 안에서 얇은 막대를 꺼냈다. 로베리가 만들어준 새 고대 병기 검의 손잡이었다. 마스터 소드가 있어서 이게 또 필요할지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래도 예비로 하나 있어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설득했었는데 이제 그의 혜안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는 검을 켰고 방은 밝은 푸른 빛으로 밝아졌다.
겔드족은 그 빛에 눈이 부셔하면서 인상을 찡그리고 손으로 눈을 가리며 물러났다. 링크도 방의 어둠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너무 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철창이 있는 창문을 통하면 복도에서도 빛이 다 보일 것이었다.
그는 빨리 움직이면서 한 손에 자물쇠를 쥐었고 그 걸쇠에 검을 대었다. 잘 잘리지 않았지만 링크는 용을 쓰면서 검을 더 세게 내리 눌렀다. 그의 검이 닿은 쇠가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갑자기 그의 검이 쇠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서 걸쇠를 통째로 잘라버렸다. 그는 검을 끄고 그의 가방에 넣은 뒤 걸쇠를 풀고 철창 문을 열었다. 문은 큰 쇠소리를 내었다.
그는 얼어붙고 귀를 기울였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욕을 하면서 그는 허리에서 낫을 풀어 문으로 뛰어가고 철창이 있는 창문 바로 아래 구석에 몸을 숙였다.
얼마 뒤 문이 열리고 이가단원 셋이 탈출한 포로와 싸우기 위해서 무기를 들고 뛰어들었다. 하지만 링크가 덤비는 것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가단 셋이 모두 처치되자 그는 우리 밖으로 걸어나와서 등을 풀면서 인상을 쓰는 그 여인을 보았다. 그녀가 몸을 풀자 등에서 뚝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몸을 굽혀 이가단의 낫 하나를 집어들고 이를 불쾌하다는 듯이 보았다.
그녀는 마침내 링크를 올려다보았다. "사실대로 말해줘. 리너가 보냈어?"
"아뇨." 링크는 시체 하나에서 낫을 뽑으며 말했다. "족장님이 보냈습니다만, 지금 그 말을 할 시간이 아닙니다. 뇌명의 투구가 어디있는지 아십니까?"
"몰라. 우리가 잡히기 전에 그렇게 깊이까지는 못 들어갔어. 하지만 그들의 총단장의 손에 있을 거야. 그들이 코가라고 부르는 자야."
"우리요? 다른 이들도 있습니까?"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젠 없어."
링크는 이전의 방을 생각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조용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당연하지." 그녀가 조금 거만한 인상으로 말했다.
못 할거야. 링크가 생각했다. 이가단원이 가득한 방을 통과할 리가 만무하다고.
그는 멈칫하고 그의 가방에 손을 넣어 시커 스톤을 꺼냈다. 그는 겔드의 마을 바로 밖에 있는 사당을 찾아서 눌렀다. 땅에 푸른 원형이 나타났고 그는 이를 겔드족에게 건넸다.
"그 푸른 표식을 한번 더 누르면 겔드의 마을로 갈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하나 부탁이 있는데...리너에게 사람들을 불러서 데려와 달라고 해 주세요. 혼란을 일으키게요."
겔드족 여성은 그를 불안하게 보았다. "이게...이게 네 탈출 방법 아니야?" 링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더니 이를 다시 주려고 나섰다. "안돼. 이...뭔지 모를 이걸 쓰지는 않을 거야. 직접 나갈 수 있어."
"힘으로 싸워 나가려는 겁니까?" 링크가 또박또박 되물었다. 지금 그녀와 말을 섞을 시간이 없었다. "위장해서 들어왔으니 제가 온 걸 아무도 모릅니다. 뭐, 거기다가..."
그는 잠시 생각을 하면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망토를 빠르게 벗었고 이를 이가단원의 시체 중 하나의 목에 조심스레 걸었다. 아까 그가 입고 있던 옷 때문에 이가단원은 그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단원은 아지트 안에서는 위장복을 입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이렇게 한다면 방금 돌아온 그들의 단원 중 하나가 지하감옥에서 탈출한 포로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볼 것이었다. 물론 자세히 보면 금방 알아챌 것이었다. 그를 복도에서 보고 지나간 이들이 망토 아래의 옷을 보았으니 말이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뭐하는 거야?" 겔드족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절 더 위장하는 겁니다." 링크는 그의 바깥의 옷을 벗어서 그 아래의 붉은 운동복 차림이 될 때까지 벗었다. 그는 방을 돌아보고 옷을 벽과 철창 하나 사이에 구겨 넣고 발로 깊이 밀어서 박았다. 이렇게 하면 한번 방을 돌아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랐다.
링크가 마저 일을 처리하는 동안 침묵이 돌았다. 마침내 겔드족이 말을 걸었다. "브오이는 이름이 뭐지?"
"링크입니다. 그쪽은요?"
"바레타야."
"네. 만나서 반갑군요, 바레타. 이제 뇌명의 투구를 찾으러 갈 겁니다." 그는 문으로 다가가서 가면을 다시 얼굴에 썼다. 바로 방이 밝아졌다. "그 표식을 누르고 리너에게 탈출할 수 있게 시선을 끌어달라고 해 주세요. 공격 시도라도요. 실제로 교전하지는 말고, 교전하려고 한다고 생각만 할 수 있도록이요."
"그냥 이렇게 갈 수는..."
링크는 몸을 빨리 돌려 그녀를 보았다. "곧 있으면 그들이 다 깹니다. 여기서 나가는 출구는 저는 하나만 알고 있고 그 사이에는 이가단원이 수십명은 있습니다. 힘으로 나갈 수는 없고 몰래 나갈 수도 없을 겁니다." 진중한 상황이었지만 웃음이 조금 나왔다. "애초에 키가 너무 크잖습니까."
바레타는 입술을 조금 깨물며 그를 진지하게 보았다. 하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좋아요. 리너에게 제 말을 전해주세요. 뇌명의 투구를 잡는 것은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는 방을 나섰지만 밖에 서자 멈추면서 각 복도를 돌아보았다. 얼마 뒤 지하감옥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그는 몸을 돌려서 어두운 방을 보았고 바레타가 사라져 있는 것을 보았다.
뭐, 쉬운 길로 나갈 수는 없게 됐군. 링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젤다는 또 무모한 짓을 했다고 하겠지.
관련된 기억이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 이를 떠올릴 시간은 없었다. 그는 복도를 다시 나와서 불러 세워지기 전에 걸어가려고 했던 그 길로 계속 나아갔다.
Chapter 50: 47장
Chapter Text
링크가 아지트를 더 깊이 들어갈수록 이가단의 일원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변의 사람들이 다 가면을 쓰고 있다 보니 서로 다른 사람들과 가벼운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되는 일인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서 잡담을 할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는 위장할 수 있음에 안도함과 동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 사이에 있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발걸음 하나만 잘못 디뎌도 발각되는 것이었다.
아직 지하감옥의 시체들을 발견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도 아니면 발견했어도 링크가 있는 지역까지 경보가 가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가 이제 있는 복도는 다행히 비어 있었다. 깨어난 이가단원 대부분이 식사를 하러 간 것 같았다. 그가 복도를 내려가는 동안 양 옆에 종이 등이 걸린 열린 문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문이 조금 위치가 어색하다는 기분이 들어서 링크는 방 안을 들여다보았고 그 안에 무언가의 예배당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방은 작았지만 마치 제단을 보는 것과 같은 의자가 여러 줄 있었다. 제단 뒤의 벽에는 거대한 푸른 괴수가 그려진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다. 돼지와 같은 얼굴로 양 손에는 세 가지가 난 검을 쥐고 있었다.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임파의 태피스트리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지만 그가 보고 있는 것의 정체는 확실했다. 이 괴수는 가논이었거나, 그 가논의 추상화였다.
그는 주변을 조금 돌아보고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뒤의 벽 아래에 초가 몇 개 타고 있어서 그 반짝이는 빛을 태피스트리에 비추었다. 그것과 의자만 빼면 한쪽 벽에 기대어져 있는, 천으로 덮인 개구리 모양의 석상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의 전부였다.
그는 하나로 다가가서 이를 유심히 보았다. 이제 보니 카카리코의 개구리와는 조금 달라보였다. 그 모양은 꽤 비슷했지만 천을 들어보자 그는 숨을 세게 들이쉬었고 뒤이어 구역질이 나서 물러섰다.
그 석상은 개구리의 형상이 아니라 돼지의 얼굴과 같은 모습으로 매서운 엄니와 검은 눈이 있었다. 태피스트리에 그려진 모습보다도 더 끔찍했다.
임파는 그들이 왕가를 배신하고 가논을 섬기기로 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 이상이었다.
이 태피스트리와 조각상만 봐도 이가단은 단순히 가논을 섬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논을 숭배하고 있다는 것이 나타나고 있었다. 대체 저 끔찍한 괴수를 어떻게 숭배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군 측인 두런이 이를 믿은 때가 오래 전이라고 해도 대체 어떻게 이러한 삶이 합당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겔드의 마을에서 그를 습격한 두 여성과 델리아, 그리고 카카리코 마을과 사막에서 죽임 당한 이가단원 모두도 가논을 신처럼 숭배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예배당과 끔찍한 그림을 뒤로 하고 그가 이전에 가던 길로 계속 이동했다. 휴게실이 하나 더 보였다. 아지트 곳곳에 이런 방으로 이어지는 열린 문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생활실과 식당, 그리고 부엌도 여럿 있었다. 생각보다 겔드족이 이를 자세히 못 알아보지는 않았는지 불안해졌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이가단이 훨씬 더 많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본 이들과 비슷한 복장이었지만 그들의 복장은 더욱 튀어보였다. 금색 버클이 있는 허리띠를 매면서 손목에는 흰 띠를 하고 있었다.
이가단 간부인가. 링크가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그가 곧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더 튀어 보이겠지.
이를 물면서 그는 휴게실로 들어가지 않고 지나쳐서 그가 이동하던 복도를 계속 내려갔다. 그가 어디로 가고 있기나 한지 알기가 어려웠다. 각 복도가 서로 비슷해 보인 것이었다. 검은 돌로 된 벽과 나무로 된 문, 이가단의 눈이 그려진 태피스트리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뒤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모를 것 같았다.
"어디로 가는 거냐?"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링크는 얼어붙고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이가단원 하나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이 여인은 키가 크고 간부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가면도 다른 이와는 달랐는데 더 각지고 뾰족했다.
링크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총단장께서 구덩이로 집합하라 했다. 못 들었나?"
그는 그녀를 완전히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링크는 침착하게 있으면서 필요하다면 바로 공격을 할 준비를 조용히 갖추었다.
"그러면 가라. 곧 시작하신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있는 쪽으로 가서 지나쳐 갔다. 그가 지나가는 동안 그를 보았고 그의 목 뒤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의심하고 있는 것이었는지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링크가 아까 지나친 휴게실로 가는 동안 그를 불러세우지 않았다. 그는 이가단원 몇몇이 한 문을 통과해서 가는 것을 보았고 그는 그들의 뒤에 서서 따라갔다. 그는 문을 지나치는 동안 뒤를 돌아보았고 휴게실에서 아까 그 이가단 여성이 팔짱을 끼고 그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숨을 들이쉬는 것을 참았다.
이가단 구성원들은 이 복도를 걸어 내려갔다. 일부는 그러는 동안 조용히 말을 나누었고 그는 그들의 대화를 조금 엿들었다. 왜 총단장이 그들을 불렀는지, 언제 겔드족이 또 공격을 할 지 등에 대한 것이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그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를 암살하기 위해 파견된 한 무리가 실패하여 다른 무리가 준비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원거리에서 공격할 계획으로, 모퉁이로 몰아 화살을 쏟을 것이라고 하였다.
뭐, 알아서라도 다행이군. 그가 힘겹게 생각했다. 이제는 주의를 하면서 항상 방패를 들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건물 지붕과 벽 위도 주의해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은 반쯤 열린 문을 지나쳤고 링크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는 그 무리가 복도로 계속 걸어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를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의 뒤에도 사람은 없었다.
그는 방의 안을 보았는데 안을 보자 심장이 뛰었다.
"일부는 왕가를 거역하고 기술을 유지하였다. 왕가가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다른 주인이 받아주리라고 믿었다."
임파의 말이 그의 마음 속에 울렸다. 당시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래야 했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이 광경이 그렇게 놀랍지 않았을 것이었다.
거대한 연구실로 보이는 방 안에 반쯤 완성된 가디언이 있었다. 그가 본 다른 가디언과는 달랐다. 정사각형 머리에 뿔이 더 있어서 모습이 위압적이었고 그 검은 표면에는 이가단의 붉은 눈이 그려져 있었다. 머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반의 바로 위에 줄로 천장에 매여 있었다. 다리는 아직 붙어있지 않았지만 방의 구석에 있었다. 다리는 넷만 있었고 모두 원본 가디언에 비해서 더 날카롭고 긴 위압적인 발톱이 있었다.
다른 것들도 있었다. 고대 기술을 그린 여러 도식들이 있었다. 네 신수도 보였고 그들의 특징들에 대해서 빽빽하고 작게 적은 주석도 보였다. 다른 것들도 보였는데 다른 신수처럼 보였지만 별로 자세하지는 않았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다른 신수도 있었는가 싶었다.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계속 돌아보았다. 시커의 탑의 그림이 보였고 로베리의 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글도 보였다. 설마 그들이 가디언을 조종할 계획도 하고 있던 것인가 생각도 들었다. 그는 그들이 시커 스톤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알고 있었지만 있는지도 몰랐다. 프루아가 만들 수 있었다면 이가단도 가능할지도 몰랐다.
방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보니 시커 스톤이 없는 것이 뼈저렸다. 이 자료들 중 몇몇은 프루아와 로베리의 연구를 크게 도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몇 장의 도식들을 벽에서 떼어 가방에 쑤셔넣는 것으로 타협하기로 했다. 손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필사본 여럿이 엮인 작은 책도 선반에서 빼어 가방에 넣었다.
링크는 조금 흥분한 채로 방을 돌아보았다. 여기에는 많은 것이 있었으며, 그가 예상한 것보다 더욱 발전된 내용이었다. 어쩌면 시커족의 연구보다도 더 발전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이 선반의 책들 중 여러 권은 유서 깊은 기록을 담은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생각이 하나 났지만 프루아는 이를 절대로 싫어할 것이었다. 그래도 이를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그는 작은 책 몇 권을 뽑아서 이제 거의 터질 것 같은 가방으로 밀어넣고 책상 위에서 타는 양초들로 다가갔다. 그는 이 중 하나를 손으로 쳐서 가디언의 내부가 그려진 도면 위로 양초를 넘어뜨렸다. 종이가 불에 붙자 그는 양초를 잡아서 밀랍 같은 물질로 벽에 붙어 있는 종이들로 다가갔다. 그는 이 종이에도 불을 붙였고 이 종이가 타면서 불이 번지는 것을 보았다.
그 뒤에 그는 고대 지식이 적힌 책장에도 불을 질렀다. 그는 젤다가 그를 용서해 줄 수 있기를 조용히 바랐다. 그녀는 이를 정말 보고 싶었을 것이었다. 그가 그나마 건진 것만으로도 젤다와 시커족이 다소의 진척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디언의 머리를 매단 줄이 벽에 이어져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양초의 불을 밧줄로 가져갔고 그 줄이 타는 것을 보았다. 줄은 움직이며 금이 가고 약해졌다. 그는 다른 줄로 다가가서 마찬가지로 그렇게 했다.
갑자기 줄 하나가 끊어졌고 두번째 줄도 끊어졌다. 머리를 지탱하는 네 줄 중에서 두 줄이 없어지자 머리 위에서 가디언의 머리가 옆으로 위태롭게 흔들렸다. 방의 다른 쪽의 줄은 힘을 버티는 동안 끽 소리를 내었다.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았다.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그는 양초를 던져서 버렸다.
링크는 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복도에 사람이 있는지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안도하면서 그는 다시 나와서 등 뒤에서 문을 닫았다. 방 안에서는 벽과 책장이 타면서 검고 매캐한 연기를 천장으로 뿜어냈다.
그는 이가단의 무리를 곧 발견했고 바로 뒤를 따르면서 은신처에서 나가 햇빛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암벽이 둘러싸고 있는 납작한 돌의 땅으로 나와 있었다. 고원 안에 있는 분지 중 하나 같았다.
링크는 그 넓은 원형의 벽에 다른 문이 있는 것도 보았고 그 문에서 이가단원이 전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이가단에 든 사람들은 정말 많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최소 오백명이 이미 나와 있었고 각 입구에서 더 걸어 나오기까지 하고 있었다.
저렇게나 많으면서도 아무도 못 알아챘다고? 그가 인상을 쓰면서 생각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그들은 원형의 가운데에 있는 깊은 구덩이의 주변에 모여 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마구 사람들이 들어오는 동안 그는 거의 앞으로 밀려 있었다. 그는 구덩이를 들여다보았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누가 그를 밀어 떨어뜨리는 일이 있을까 싶어 뒤로 조금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주변에 있는 동일한 복장의 무리가 불안에 떨었다. 갑자기 단체집합 지시가 떨어지는 것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그럴 만도 했다.
차라리 아지트 안에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이가단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면서 더 수색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여기로 나온 이유가 있었다. 델리아나 다른 이들에게 그를 암살하라고 지시한 이 의문의 코가님이라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한 것이었다. 일단 그가 보고 싶었던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그가 뇌명의 투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두번째였다. 그의 숙소의 위치를 알아낼 수만 있었다면...
이가단 사이에서 침묵이 갑자기 돌았고 링크는 돌아보았다. 이가단 총단장이 어디서 나올지 보고 싶었다. 일단 그들은 다 구덩이 주변에 서 있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동안 서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없었다.
그때 그가 보였다. 그들의 머리 위에 떠 가면서 책상다리를 한 채로 코가님이 그의 무리를 바라보면서 구덩이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는 쉽게 허공을 날아가면서 구멍의 가운데에 앉았고 그 밑에 바닥이 없는 것은 조금도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링크의 예상과는 달랐다. 다른 이가단과 마찬가지로 붉은 옷과 가면을 쓰고는 있었지만 옷이 더욱 화려했다. 그의 가면의 양 옆에 세 개씩, 여섯 개의 구부러진 뿔이 오르고 있었고 목에는 뒤편에서 펼쳐져 나오는 하얗고 누런 깃이 있었다. 그의 허리띠에는 하얀 배경에 큰 눈 셋이 그려져 있었고 어깨에도 둘이 더 있었다.
그리고 배도 링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이상하게 더 둥글어 있었다. 뚱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둥근 모양이었다.
구덩이 주변의 이가단은 모두 무릎을 꿇으면서 가면을 벗어서 얼굴을 햇빛에 드러냈다. 링크도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조금 생각한 뒤에 그의 가면을 벗었지만 고개는 숙였다. 사람이 많아서 그의 얼굴을 금방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일을 위해서였다.
"이가단이여." 코가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말하는 동안 팔다리를 넓게 뻗었다. "오랫동안, 우리는 그림자에 은둔하면서 위대한 재앙 가논의 부활을 위해서 이 땅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제 숨어서 계략만 짜는 시기는 이제 끝이 나고 있다.
"대재앙이 곧 깨어나고 우리는 이 땅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너희 모두는 용기와, 고향과 일상을 버리고 이 더 큰 선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보답을 받을 것이다."
링크는 날아다니는 남자를 올려보았다. 코가는 말을 하는 동안 팔로 행동을 취했고 모두를 보기 위해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링크는 그가 뇌명의 투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에게 없었다. 다른 이가단의 구성원과는 달리 그 어떤 무기도 들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허나, 실패하는 자는...용기 대신 두려움을 보이는 자, 임무를 완수하는 대신 도망치는 자는..." 코가의 목소리는 더욱 냉정해졌다. "그들은 우리의 땅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지배할 수도 없고, 참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워지고 커졌고 그는 하늘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아주 분노하는 것 같았다.
링크의 건너편에서 몇몇 사람들이 떨면서 움직이고 물러섰다. 네 사람이 그 틈으로 걸어가며 구덩이로 다가갔다. 이 중 둘은 완전한 이가단의 복장이었지만 그들은 다른 이들 같은 검고 붉은 옷차림이 아닌 전부 검은 옷이었다. 다른 둘은 가면도 없고 넝마를 입고 있는 두 여성이었다.
"너희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우리를 방해하는 자가 하나 있다." 코가가 말했다. "우리의 계략을 망치는 자, 전설 속의 용사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 자, 그리고 우리의 위대하신 신께서 100년 전에 깨어났을 때 죽여버린 하일리아인 영걸이라고 하는 자이다."
링크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는데 그 두 이가단 여성이 겔드의 마을에서 그를 공격한 이로 그가 보내준 그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들은 정말 호되게 얻어맞은 것 같았고 그가 팔목을 부러뜨린 그 한 사람은 치료도 제대로 못 받은 것 같았다. 그녀는 망가진 그녀의 손을 가슴 쪽으로 가져온 채였다. 붉으면서도 부어 있어 염증이 아직도 그대로였다.
"우리는 이 영걸이라는 자에게 단원을 너무 많이 잃었고 놈의 속임수로 인해서 그들의 시체도 썩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영웅이다. 죽기까지 싸웠고 죽는 순간에도 우리들의 신을 섬겼다."
코가는 두 여성에게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저 둘은 우리 사이의 정의로운 자와는 달리 목숨을 바치지 않았다. 섬기는, 기색, 하나,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면서 굉장히 미친듯한 목소리가 되었다. 링크는 그가 반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도망쳤다! 겁쟁이들처럼, 한 사람에 불과한 그와 맞서지 않고 도망쳤다!
"그들은 여기로 돌아와서 그의 전투 실력을 그대로 읊으면서 나에게 기회를 한번만 더 준다면 그를 죽이겠다고 하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지? 도망치려는 놈들 대신에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백 명이 더 있는데!" 그는 마지막 말을 두 팔과 다리를 뻗으며 무릎을 꿇은 이가단에게 손짓을 하면서 거의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그러더니 그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지고 더욱 음험해졌다. "아니, 두번째 기회는 없다. 저들은 적을 궁지에 몰아놓고서 도주를 택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운명은 정해졌다. 그들의 비겁함은 죽음을 부를 것이고, 너희 모두 이를 볼 것이다. 나의 새로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너희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할 표본이다."
링크는 주먹을 쥐면서 조용히 이를 갈았다. 그들은 이가단이었지만 비무장이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거나 동료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들을 변호하는 이도 없었다.
맞서고 싶었고 공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말 그대로 그의 적의 군단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순식간에 죽을 것이었고 그러면 하이랄은 끝장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검은 옷의 이가단 둘이 두 여성을 앞으로 밀면서 구덩이의 모서리로 다가갔다. 한 여성은 멍하니 앞을 보았다. 다른 하나는 고개를 숙였고 그녀의 어질러진 얼굴에 눈물 자국도 보였다.
망할 자식. 링크는 두 여성에서 고개를 돌려 기대하는 듯한 모습으로 손을 앞으로 뻗어서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굽힌 채로 보는 코가를 보았다. 다가갈 수만 있다면...
"코가님!"
무리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렸다. 이가단 구성원 하나가 손을 흔들며 달려오자 다른 구성원들이 그의 주변에서 조금씩 움직였다. 코가는 링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코가님! 포로가, 겔드족이...도망쳤습니다!"
"뭐라고?" 코가가 가까이 다가가며 따져 물었다. "어떻게 말이냐?"
"자물쇠가 잘렸습니다." 구성원이 총단장 앞의 예우를 위해 앞에서 가면을 벗으면서 말했다. "저희 중 셋이 죽었습니다."
"대체 포로가 어떻게? 다른 경비는 어떻게 지나간 거냐?" 그의 목소리가 위압적으로 변하면서 코가가 물었다.
"총단장님, 모르겠습니다. 그게..."
"코가님!" 이번에는 나이가 많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찬가지로 무리가 갈라져서 가면을 쓰지도 않은 채로 붉은 옷을 입은 나이든 여성이 지팡이를 짚으면서 구덩이 근처로 서둘러서 다가가도록 해 주었다.
"뭐냐?" 코가가 말했다.
여성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아지트의 입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링크는 그녀를 잘은 모르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구실에 불이 났습니다! 모든 것이 소실되었습니다. 연구 자료와 가디언, 모두가요!"
한동안 코가가 떠서 그 소식을 듣는 동안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더니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목소리가 날카롭고 크게 변했다.
"그가 왔다!" 그가 팔다리를 넓게 펴면서 외쳤다. "우리의 적이 우리의 아지트로 들어왔다! 이가단, 출동해라! 모든 방을 찾아라! 그를 찾아서 데려와라!"
무리는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링크도 그들처럼 가면을 쓰면서 같이 일어섰다. 이가단원이 각자의 입구로 달려가는 동안 혼란이 일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검은 옷의 이가단원이 코가가 지시를 내리기 전에는 집행을 할 수 없다는 듯 그들의 죄수들을 구덩이에서 뒤로 끌었다.
하지만 코가는 그의 죄수들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다. 허공에 떠서 이가단에게 링크를 찾아서 잡아 오라고, 내보내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지시를 하고 있었다.
역시 벌집을 건드리는 거였군. 링크가 가면 아래에서 쓴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다. 그는 무리의 뒤에 서서 코가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있던 끝에 그는 코가가 한 입구로 떠가는 것을 마침내 볼 수 있었다. 찾았다.
그는 이가단이 서둘러 움직이는 틈에 섞여서 구멍을 돌아갔다. 그는 코가가 한 입구로 떠가는 동안 그의 근처에 최대한 가까이 있으려고 다른 단원들을 헤치면서 나아갔다. 그는 무리를 따라서 아지트 입구 하나로 들어가서 큰 휴게실 중 하나로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 코가가 다른 복도로 가는 것을 보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동안 이를 갈면서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코가가 소리를 질렀을 때 링크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돌려버렸다는 것을 그가 아는지는 몰랐다. 그는 이가단 대부분이 다 밖에 있는 동안 링크가 아직 안에서 방해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링크가 사실 그의 앞에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의 정체를 짐작할 법한 사람도 이를 눈치채기에는 너무 늦은 셈이었다.
그는 코가가 정교하게 깎인 문틀에 걸린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때까지 뒤쫓았다. 그는 문을 세게 닫았는데 그 표면에는 붉은 이가단의 눈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기다리면서 다른 이가단원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들은 근처의 방을 수색했고 그는 그 흐름을 따라갔지만 그 문의 위치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사람들이 흩어졌다. 수색하는 이가단원들이 그들 중 한 사람을 두고 갔다는 것을 잊은 채로 아지트 깊이 들어간 것이었다.
곧 그는 혼자가 되었다.
그는 다시 복도로 돌아가 그 문으로 다가가서 이를 열려고 했는데 문이 갑자기 열렸다. 일찍이 그가 본 그 키가 큰 이가단 여인이 나왔고 그를 보자 얼어붙었다. 그는 긴장하며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그를 한동안 조용히 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반대로 걸어가 버렸다.
링크는 그녀를 보면서 가면 밑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위장이 정말 그렇게 훌륭한 것이었단 말인가? 정말 링크가 그들 중 하나로 위장했다고 아무도 몰랐단 말인가? 아니면 그녀는 이를 눈치챘지만 그를 막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이를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는 문에 다가가서 이를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코가가 천장이 높은 방의 안락한 왕좌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은 둥근 배 위에 깍지를 끼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높은 단상에 금빛의 뇌명의 투구가 있었다. 넓은 면판에 세 개의 녹색 보석이 양 옆으로 선을 이루면서 나열되어 있었다. 머리 위에 난 돌기는 마치 구름처럼 보였고 가면 뒤에는 금으로 후광의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 거기서 번개 모양이 솟아나와 있었다.
그는 기억 속의 그 모습을 바로 알아봤고 우르보사와 나보리스에서 한 대화를 거의 떠올릴 뻔했다. 하지만 코가가 입을 열자 바로 이를 멈추었다.
"하야? 무슨 일..." 코가는 링크를 보고 머뭇거렸다. "가만, 넌 하야가 아니잖아. 넌 누구냐? 왜 내 방에 있는 거냐? 침입자를 찾으라는 말 못 들었나?"
링크는 그의 뒤에서 문을 닫고 앞으로 나서면서 얼굴에서 가면을 벗어 땅으로 던졌다. 후드도 벗어서 그의 바랜 금발 머리를 드러냈다.
코가는 바로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넌! 넌 여기 있을 수가 없잖아, 너..." 그는 말을 멈추고 링크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바로 알아챈 듯 몸을 굳혔다. 그러더니 웃기 시작했다.
코가의 웃음소리는 더욱 높아져서 넓은 알현실 안의 돌 벽에 울려 퍼졌다. 팔을 양 옆으로 뻗고 등을 뒤로 젖히면서 천장을 보았다.
"내내 너를 찾고 있었는데, 네가 나에게 오다니! 마치 꿈 속의 모습 그대로군. 암살자만 보내도 네가 자연스럽게 여기에 올 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정확히 여기에 왔어!"
그는 다시 웃었고 링크는 손을 내려서 낫 하나를 풀어 쥐고 코가를 노려보았다. 이 이가단 총단장의 꿈이 무엇인지는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이 자를 처단하고 뇌명의 투구를 되찾을 것이었다.
코가는 미친 듯이 웃는 바람에 몸을 굽히며 공중에 떴다. "계획대로 완벽하게 되었어! 네가 여기에 있으니, 나, 코가님은 너를 죽이겠다. 그리고 이에 대해 약속된 대가로 난 이 땅의 왕이 되겠지."
코가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몸을 펴면서 링크를 보았다. "설마 그 하찮은 무기로 날 이길 거라 믿은 것은 아니겠지? 어리석기는."
링크는 더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바로 앞으로 덤볐지만 코가는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얼마 뒤에 그는 링크 뒤에 나타나면서 그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세게 쳤다. 그 힘으로 링크는 앞으로 날아갔고 통증이 솟구쳤다. 그는 땅으로 넘어지면서 굴렀고 반대쪽 벽에 도착했다.
코가는 다시 그의 옆에서 나타났고 그의 발을 링크의 머리에 겨누었다. 바로 밟았지만 링크는 구르면서 벌떡 일어서 낫으로 그를 베었다. 하지만 코가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코가는 다시 그의 뒤에서 나타났고 링크는 그의 일격을 돌며 피했다.
이가단 총단장은 다시 사라지면서 웃었다. 링크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지만 벽에서 울리는 코가의 웃음소리만 들렸다. 그는 방의 반대쪽에 팔을 들면서 나타났다.
"꼬마 녀석, 내가 누구인지 알기는 하냐!" 그가 외쳤다.
갑자기 벽에 걸린 이가단의 무기들이 그 상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튀어나와 그에게 떠 오는 동안 코가는 웃었고 그 낫과 창과 검의 날카로운 날들이 링크를 겨누었다.
"난 산 자들 사이의 신이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손을 앞으로 뻗었고 무기들은 링크를 향해 날아왔다.
링크는 욕을 하면서 그를 찌를 뻔한 창을 피했고 낫을 휘둘러서 검을 그에게서 쳐냈다. 몇몇 무기들이 그의 팔과 허리를 스치는 것 같았지만 그는 찔리는 것의 대부분은 피했다.
"어허, 그럴 수는 없지." 코가가 말했다. 그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의 무기가 다시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에게 되돌아갔다. 그러더니 링크가 든 낫까지도 손에서 당겨져 나갔다. 반대쪽 허리의 다른 낫도 허리띠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다른 무기들로 향해 갔다.
마그넷 캐치인가. 그가 코가를 진지하게 보면서 생각했다. 시커족의 아이템에 능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바로 달려서 코가에게 달려갔고 그가 덤비는 것에 그는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전처럼 무기를 그에게 날렸지만 링크는 정신을 집중하며 숨을 멈추었다. 시간이 느려지면서 무기도 천천히 날아왔다.
그는 이 능력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직도 몰랐다. 언제 이 능력을 배웠는지도, 왜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링크는 날아가는 낫을 쉽게 피하고 장검 아래로 피했다. 그가 코가에게 다가가자 그는 가방에 손을 넣어서 고대 병기 검을 꺼내어 이를 켰다. 그는 이를 코가의 가슴에 박았다.
링크의 실력에 비해서도 신기하게 빠른 속도로 코가는 옆으로 피해서 손바닥을 펴서 링크의 어깨에 내리쳤다. 맞은 곳에 통증에 솟구치자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는 돌면서 뒤로 밀려났다. 날아가는 무기들은 다시 시간이 되돌아가면서 반대쪽 벽에 세게 부딪혔다.
"이건 뭐냐?" 코가가 조금 신음을 하고 고개를 젓는 링크를 보면서 외쳤다. 그는 오른 어깨를 만져보았다. 마치 탈구된 것 같은 통증이 솟았다.
너무 세군. 그가 굳게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빨라.
"시간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은 왜 알지 못했던 거지?" 코가가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누구는 알았을 거다! 너라도...하지만 소용없다. 난 그것 이상으로 빠르니까!" 그는 다시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말이 쓸데없이 많군." 링크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는 오른팔을 머리 위로 들어서 어깨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느껴질 때까지 들었다. 팔은 아직도 아팠지만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는 바로 일어서서 자세를 잡고 빛이 나는 검을 그의 앞에 들었다.
코가는 흥 소리를 내고 그 즐거움이 가득한 모습은 다시 사라졌다. 감정의 기복이 뭐가 이리 심해? 링크가 준비를 하면서 생각했다. 같은 공격을 또 할 생각이었는지 코가는 링크에게 다시 무기를 날렸지만 이번에는 무기들이 옆에서 왔다. 그는 앞으로 달려서 이번에는 돌며 날아가는 무기들을 앞질렀다. 그의 예상대로 코가는 링크가 다가가기 시작하자 하나라도 그가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날리는 것을 멈추었다.
"가만히 있으란 말이다!" 링크가 푸른 날로 그를 베려 하자 코가가 외쳤다.
링크는 무기 공격을 또 기다렸지만 코가는 땅으로 내려와서 손을 모았다. 그는 허공에서 이를 저었고 모은 손은 둥글게 돌리는 동안 붉은 잔상을 남기면서 그 빛으로 빛났다. 다시 손을 모으자 그가 여섯으로 늘어나면서 그의 양 옆에 셋씩 나타났다.
갑자기 그들이 덤비자 링크는 입에서 욕이 절로 나왔다. 둘이 그를 연속적으로 맞추어 그를 넘어뜨리자 단순한 분신일 것이라는 생각은 바로 사라졌다. 코가의 분신 하나는 그의 바로 위에 창을 들고 나타나서 그에게 박았지만 그는 이를 굴러서 피했다.
그는 빠르게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 다른 코가를 공격했다. 그는 검으로 목을 베었고 그 모습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는 다음 분신의 공격을 뒤로 뛰어서 피하고 얼굴을 발로 찼다. 이 역시 흩어졌다.
공격은 강하지만 방어는 약해. 그가 낫 하나를 피하면서 생각했다. 그는 이 분신의 다리를 검으로 베었고 그 역시 사라졌다.
그는 재빨리 방을 돌아보았다. 코가 셋이 그를 공격하려 덤볐다. 하지만 하나는 구석에 서서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링크는 바닥에서 오른손으로 낫을 집어 들어서 돌면서 코가의 분신 하나에게 이를 던져 돌아가듯이 날렸다. 하나가 더 그의 위로 나타나자 링크는 뒤로 뛰었고 분신이 땅으로 내려가자 바로 앞을 찌른 뒤 그의 날은 이를 뚫어서 위로 베었다. 이제 둘, 분신과 본체 하나씩만 남아 있었다.
그는 앞으로 달려서 집중하기 위해 눈을 찡그렸다. 그의 앞에 분신이 나타났지만 링크는 멈추지 않고 고대 병기 검을 그 가슴으로 찔러넣었다. 분신은 사라졌고 링크는 곧바로 진짜 코가 앞에 나타났는데 그는 놀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뒷벽에 등을 박았다. 그는 공격을 막으려고 움직였으나 이번에 링크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코가가 날을 막아내려고 빛이 나는 손을 내세우자 링크는 그의 힘을 이용해서 발끝으로 빠르게 돌아 그의 옆구리를 검으로 베었다.
코가의 옷과 살이 칙 소리를 내면서 탔고 그의 검이 코가를 깊이 벤 그 순간 그는 숨을 내쉬었다. 코가는 옆으로 비틀거리면서 땅으로 쓰러졌다. 신음을 하면서 그는 손을 내려서 그의 허리에 손을 대었는데 그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안돼..." 코가가 소리가 작아진 채로 말했다. "안돼! 너에게는 질 수 없어!" 그는 그 깊은 상처에 손을 댄 채로 불안한 발로 일어섰다. "난 코가님이다, 여기는 나의 땅이고 나의 왕국이다! 너를 죽이게 될 이란 말이다! 분명히 약속이...!"
그는 손을 들었고 낫 하나가 땅에서 뽑혀서 방을 건너 날아왔다. 링크는 그 날을 검으로 두 동강을 내버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검이 뒤이어 날아왔지만 그는 손바닥으로 이를 쳐내버렸다. 코가는 계속 뒤로 물러났다. 가면 뒤의 인상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자세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링크는 그에게 계속 다가갔다.
이 남자, 이 조직이 그에게 암살자를 보낸 자들이었다. 델리아와, 카카리코 마을에서 죽은 자와, 사막에서 죽은 자와, 링크가 살려 준 두 여성을 포함했다. 그들은 그에게 골칫거리였고, 그의 친구들을 위협했으며, 조라족과 겔드족을 모두 멸하려 했다. 그리고 젤다까지 죽이려 했었다. 그녀가 죽음을 각오했을 때 그 눈에 비친 공포가 아직도 눈에 선했다.
이제는 끝이었다.
"넌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이가단이다! 내가..."
그는 시간을 다시 늦추고 코가의 머리를 목에서 베어버렸다.
그는 숨을 다시 내쉬었고 시체는 힘없이 땅으로 쓰러졌다. 링크는 인상을 쓰면서 머리가 잘린 그 시체를 보았다. 얼마 뒤 그는 몸을 돌려서 뇌명의 투구로 다가갔다. 그는 이를 오른손에 들어서 유심히 보다가 방을 돌아보았다. 벽에 이가단의 깃발이 걸린 것이 보였고 그는 검으로 아래쪽을 베어 이를 뇌명의 투구를 싸는 데에 썼다. 위장으로서는 형편없었지만 금색의 투구를 대놓고 들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나았다.
복도에서 경보 소리가 들렸다. 그는 검을 끄고 가면을 들어서 다시 쓰고 문으로 나아갔다. 이제 죽은 이가단 총단장을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링크는 알현실에서 나와서 문을 닫았다.
이가단은 완전히 혼란 상태였다. 연구가 다 타고 있고 포로가 도망쳤고 그들 사이에 첩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혼란을 일으켰지만 곧바로 엄청난 양의 겔드족의 무리가 기지로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가 온 것이었다. 아직은 코가의 죽음을 알아챈 이가 없는 것 같았지만 금방이라도 알게 될 것이었다.
이가단이 전투를 준비하는 동안 그는 공격을 거의 받지 않고 아지트를 통과했다. 그의 옷의 피를 본 이는 없었지만 검붉은 옷에서는 핏자국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며 허리에 걸린 무언가에 싸인 물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의는 다른 곳에 끌려 있었다.
그는 이가단이 계곡의 양 옆의 벽에 서서 겔드족이 공격하는 것에 대비해서 화살을 쏘아 내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중앙 입구를 타지 않았다. 대신에 사수들의 뒤를 따라서 옆길로 빠져나와 계곡의 모퉁이에 도착했다. 운이 좋게도 그 자리는 계곡의 입구 쪽에 가까운 자리였다. 아직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가오는 겔드족이 일으키는 모래먼지도 볼 수 있었다.
리너, 고맙군요. 링크가 쓰게 웃으면서 생각했다. 빨리 오려고 정말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것 같았다.
사수들은 모래먼지를 유심히 보면서 전투를 준비했다. 링크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근처에는 이가단이 서 있는 다른 절벽도 있었지만 일단 그는 여기서 탈출해야 했고 겔드족이 그를 이가단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옷을 입은 모습이었기에 그는 전투의 혼란을 틈타서 탈출하기로 했다.
링크는 허리에서 낫을 뽑아 들어 공격했다. 다가오는 겔드에만 집중하던 사수들은 금방 쓰러졌다. 그는 가면 아래에서 굳은 얼굴로 그들을 베었다. 그는 살육을 즐기지 않았지만 사수 하나가 죽을 때마다 겔드 하나가 살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른 틈의 이가단이 그를 보자 바로 경보가 울렸다. 그는 욕을 내지르면서 앞으로 달려갔고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려 가파른 계곡의 벽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는 굴러서 모래에 도착했고 그의 주변으로 화살이 쏟아지는 동안 계곡의 입구로 달려갔다.
링크는 도주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시간을 다시 늦추려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몸이 너무 피곤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빠르게 미파의 회복을 다시 사용하려고 했을 때 느낀 그런 피로와 비슷했다. 그가 이를 한번에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는 제약이 있는 것 같았다.
화살 하나가 그를 지나쳐 그의 발치에 박혔고 링크는 바로 그의 방향을 바꾸었다. 다른 이가단원들이 그를 알아보면서 놀라며 지르는 소리도 더 들렸다.
"이 살인자!" 하나가 외쳤다. "코가님의 원수!" 다른 이가 외쳤다.
아하, 코가의 죽음도 이제 알게 되었군.
단원들이 땅에 숨겨진 입구에서 여러 무기를 들고 달려 나왔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동료 이가단이 있다면 그들의 동료를 쏠 수도 있었으니 화살을 쏘는 것을 망설일 것 같았다.
얼마 뒤에 화살이 어깨 너머로 날아가서 그의 어깨를 스치는 것으로 그는 그 답을 바로 짐작했다. 지금이라면 방패가 있어야 했다.
그는 뒤에서 이가단원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좌우로 움직였다. 어깨 너머로 보자 그를 쫓아오는 이가단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달리면서 화살을 피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부는 그렇게 달린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그가 보는 동안 화살 몇 대가 빗맞으면서 이가단원 몇몇이 쓰러졌다.
링크는 아침 해를 받으면서 등으로 뒹굴고 있는 그의 모래표범에 달려갔다. 제 시간에 갈 수 있을지, 제 시간에 뛰게 할 수 있을지 몰랐다.
"야!" 그가 모래표범을 깨우려고 외쳤다. 모래표범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야!"
녀석은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욕을 하면서 링크는 한번 뒤를 돌아보았고 이가단이 그에게 빨리 다가온 곳을 보고 놀랐다. 시간이 없었다. 그가 할 수 있을 것들을 생각하는 동안 마음이 빨리 달렸다. 겔드족의 모래먼지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가 지상 병력과 맞서는 것을 도와주기에는 너무 멀었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이를 갈면서 링크는 손을 들어서 가면을 벗고 몸을 돌려서 모래먼지를 조금 일으켰다. 한 손에 고대 병기 검을 뒤고 다른 손에는 낫을 쥐었다. 겔드족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 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도 아니면 그들이 가보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가단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에게 달려왔고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그의 주변에서 화살이 쏟아졌지만 너무 많이 멀어져서 정확히 맞출 수도 없게 된 것이었다. 일부는 이가단에게 맞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생각보다 더 많이 쓰러졌다.
링크는 바로 뒤를 돌아보았고 겔드족에게서 화살이 쏘아지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래표범을 타면서 활도 쏜다고? 그가 놀라워하며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보니 실력도 훌륭한 것 같았다. 화살은 링크의 머리 위를 지나가면서 이가단에게 치명적인 정확성으로 날아갔다. 굉장히 멀리 있고 움직이기까지 했지만 겔드족은 꽤 무시무시한 전사들이었다. 하나의 공격만으로도 이가단 여럿이 쓰러지자 그 무리가 마침내 흩어졌다. 일부는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고 다른 일부는 피하기 위해서 흩어져 도주했다.
그는 몸을 돌려 드디어 일어난 모래표범에게 달려갔다. 그가 썰매에 도착해서 줄을 그의 허리에 빨리 맨 순간 겔드족이 각자의 썰매를 타고 검과 창을 든 채로 도착하였다. 그들은 전투의 함성을 외치면서 노출된 이가단을 무자비하게 공격했고 그들의 피는 모래를 붉게 물들였다.
Chapter 51: 48장
Chapter Text
어처구니가 없네, 링크가 생각했다. 이 정도 해 줬으면 예외로 해 줄 수 있는 거 아냐? 지금의 태도만 보면 링크가 신수를 제압하거나 심지어 하이랄을 다 구해도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을 기세였다.
그는 이른 저녁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비어 있는 시장을 돌아보았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그들의 수레와 노점을 정리하기도 했다. 가게로 가는 사람들도 나보리스가 마을로 몸을 돌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바로 신수의 위협을 알아챈 것 같았다. 먼 쪽으로 몸을 돌릴 것이라는 그들의 희망사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속 땅을 거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빠르면 하루, 길어야 하루와 반이었다. 카라카라 바자는 벌써 많이 비어 있었다. 다음 하루가 지나가기 전에 그곳이 먼저 공격을 받을 것이었다. 그곳에 사는 겔드족은 겔드의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대부분의 외지인들은 바로 사막에서 벗어났다.
내일이야. 그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처리해야 해.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피곤했다. 이가단 잠입은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일 뿐이었다. 겔드족은 그 전투에서 완승하였다. 링크는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그가 코가를 죽이면서 이가단이 더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계곡 밖에서 겔드족과 교전하는 바람에 이가단이 크게 불리해진 것이었다. 이가단은 거의 학살을 당했고 그들의 시체는 모래를 붉게 물들였으며 다른 짐승들이 뜯어먹어도 남을 정도었다. 호전적인 그들의 성향을 감안해도 보기에 많이 불편했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은 대승의 분위기를 풍겼지만 몇몇 겔드족 전사들은 링크의 공이 높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성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대 내에서도 어느 정도 그를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한 사람 이상이 그에게 무언가 과감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그는 이를 바로 거절했다.
물론 그들이 마을에 도착하자 그에게 마스터 소드만 쥐어주고 여느 때와 같이 바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리너는 뷰러에게 그들의 승리에 있던 그의 공헌을 말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링크는 정말 쉬고 싶었지만 그 날에 두 번째로 변장을 하였다.
"아하, 꼬마 하일리아인이군." 그가 겔드의 왕궁의 입구에 다가가자 경비병 하나가 말했다. 그날 아침에 링크와 말을 섞었던 경비병 리자였다. "어서 가봐. 루쥬님은 네가 아무런 조건 없이 출입해도 된다고 하셨어."
그녀의 눈에는 미묘한 빛이 돌았다.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는 것과 같은, 다 안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비밀을 안다고 해도 함구해주려는 눈치였다. 그가 왕궁으로 들어가자 다른 겔드족 경비병들이 그를 유심히 보는 것은 보았지만 그를 막은 이는 없었다.
그가 알현실로 들어가자 화려한 방이 대체로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왕좌는 비어 있었지만 뷰러는 겔드족의 조각 옆에 서 있었다. 그녀가 그를 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뷰러는 몸을 돌려서 왕좌를 지나 뒤의 사막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의 뒤쪽으로 향했다. 그는 그녀를 따라 왕좌와 그 뒤의 물이 나오는 분수를 지나 그녀의 곁에 섰다.
한동안 뷰러는 조용히 있었다가 그녀는 그를 보았다. "사과를 해야겠군." 그가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네가 처음 우리의 마을에 도착했을 때, 처음에 너는 잘 쳐줘도 어리석은 브오이이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았지. 출입...만으로 거의 처형 명령을 내릴 뻔했다. 간신히 물려서 다행이었군."
"그렇기도 하죠." 링크가 말했다. "그랬다가는 제 정말 위태로운 계획을 다 망쳤을 테고요."
뷰러는 흥 소리를 내었다. "어쨌든, 네가 한 일은 많이 무모하기는 했지만 꽤 훌륭했다. 오늘 정말 많은 은혜를 졌어."
"내일은 더 큰 일을 할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래. 뇌명의 투구를 되찾아 왔으니, 이제 신수 제압에 협력할 것이다. 이 일에 대해서는 루쥬님과 이미 논의했다. 이 일을 어떻게 접근할 지...좀 갈등이 있었다."
"뷰러, 갈등을 해소할 시간이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나보리스가 오고 있습니다. 이를 제압할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제가 올라타야 합니다."
뷰러는 입술을 조금 물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루쥬님이 따로 너를 보고 싶다 하였다. 그 분의 침소에서 말이다."
"그래도...괜찮은 겁니까?" 링크가 조심스레 물었다.
"원래는 아니지." 뷰러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강하게 고집하셨다. 그래도 존중을 담아서 대해라. 이는 루쥬님의 최측근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니 말이다."
"예. 그런데...어째서 여기서 만나지 않고요?"
뷰러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그냥 올라가면 됩니까? 제가 들어간다고 복창하시는 것은 아니고요?"
그녀는 방의 반대쪽의 창을 든 키가 큰 겔드족이 지키고 있는 계단을 가리켰다. "저 계단으로 올라가라. 루쥬님은 이미 네가 온 것을 알고 계시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방향으로 갔다. 계단 위의 겔드족은 그를 의심스레 보았지만 길을 비켜주었다. 그는 아치를 건너서 처음 마을에 들어갔을 때에 보았었던 그 계단으로 올라갔다.
여기 다시 오니까 미묘하네. 그가 계단을 오르면서 쓴 생각을 했다. 계단 위에 루쥬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손에는 뇌명의 투구를 든 채로 그 얼굴에 박힌 녹색 보석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궁금했다." 그녀가 옆의 계단에 손을 대면서 말했다.
"뭐, 제 모습을 정돈해야 했으니 당연하죠." 링크가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족장님을 뵙기 전에는 몸을 잘 정돈해야죠."
루쥬는 그를 씩 웃으며 보았다. "흠, 다시 보니까 귀엽기는 하네." 링크는 코웃음 소리를 냈고 그녀는 웃었다. 웃음이 가라앉자 그녀는 그를 눈빛을 반짝이면서 그를 보았다. "이걸 되찾아 주어서 고맙다. 그런 일에 동원해서 미안했다. 우리가 직접 해결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하지만 지난번에 실패했고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이가단과의 악연도 끝내야 했으니 괜찮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그래도 이 도시 안에 잠입시켜야 한다는 것이 좀 우습지." 그녀는 그를 보았다. "경비병은 그대의 정체를 이미 안다. 뷰러에게 다 알리라고 했다."
"그럼...이렇게 안 입어도 되는 겁니까?"
"아니, 입어야지. 최소한 왕궁 경비병과 출입구의 경비병들 정도는 진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렇게 보던 거였군. 링크가 생각했다. "뭐, 최소한 감옥에 다시 끌려갈 일은 없겠군요."
"흠...그렇겠지. 하지만 만약 그대가 브오이라는 말이 누설되기라도 한다면 뷰러가 널 감옥에 넣는 시늉이라도 하자고 강하게 말할 거다. 물론 곧바로 풀어주겠지만."
"괜찮습니다."
루쥬는 씩 웃었고 링크는 그의 안에서 무언가의 온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어렸지만 낯익고 편한 분위기로 말을 하고 있었다. 얼마 뒤에 그녀는 뇌명의 투구를 들어서 투구의 낯을 한동안 보다가 이를 돌려 머리 위에 썼다.
"어떠냐?" 그녀가 그를 보며 물었다.
뇌명의 투구는 확실히 너무 컸다. 이를 썼을 때 입술과 턱만 간신히 보였다. 너무 밀려 내려가면 손을 들어서 이를 다시 밀어 올려야 할 정도였다.
"어울리는데요." 그가 말했다. 그녀가 투구를 쓰는 것을 보자 우르보사가 생각이 났다. 그녀가 이를 쓰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쓰는 모습을 본다고 해도 위엄이 서는 모습은 아니었다.
루쥬는 미소를 짓고 얼마 뒤에 투구를 벗었다. "이걸 쓰면 그대를 신수까지 데려가 줄 수 있을 거다."
"뷰러와 그에 대해서 갈등을 빚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 나에게 좀 많이 성이 나 있다." 루쥬가 말했다. "나보리스 제압 작전에 내가 투구를 쓰고 가겠다고 했으니까."
링크는 이에 한동안 생각을 했다. "루쥬님, 저..."
"그대의 족장은 아니니 그냥 루쥬라고 해라. 말 놓아도 된다."
왕족들은 왜 다 말을 놓으라고 하는 거지? 그가 쓴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좋아요, 루쥬. 이 신수가 어떻게 공격할 지는 모릅니다. 위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가야 하는 거다."
"무슨 말입니까?"
그녀는 투구를 한동안 두드리다가 대답했다. "나를 보면 어린 소녀가 생각나는 건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으로도 대답이 된 것 같았다.
"다른 이들도 다 그렇지. 아, 나를 존중하고 내 말을 따르기는 하지만 그래도...그들의 눈에는 난 아직 어린아이다. 내가 그들을 이끌 것이라고 진정으로 신뢰하는 것보다는 응석을 받아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위험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루쥬는 코웃음을 쳤다. "겔드족이 어떤 종족인지 잘 모르는가 보군. 우리 종족은 성인이 되면 용맹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언가 무모한 일을 하라고 종용한다. 산 하나를 맨 몸으로 오르라거나, 맨 발로 사막 멀리까지 갔다가 오라거나, 몰드래고를 쓰러뜨리거나 등을 말이다."
그럼 그쪽은 성인이 된 겁니까? 링크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이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그의 여동생 또래로 보인 것을 생각에서 지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저와 가는 이유가...일종의 통과 의례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그대와 가는 이유는 내가 겔드족의 족장이기 때문이고, 나의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 나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위험을 무릅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왕족들은 늘 전투에 참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휘하 병사가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겔드족의 족장은 가만히 앉아서 명령만 내리는 이가 아니다. 우르보사님도 싸우셨고 어머니도 싸우셨다. 나 역시도 그러할 것이다."
"루쥬...일이 틀어지면요? 당신이 죽기라도 한다면요?"
그녀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러면 백성들은 다른 이를 찾을 것이다. 나는 아직 후계가 없으니 왕족의 혈통을 가진 다른 이를 족장으로 세울 거다. 특이한 일도 아니다. 우르보사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 분도 자식이 없으셨으니까. 사실 겔드족의 대부분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래도 왕실의 혈통은 곳곳에 퍼져 있다. 할머님은 우르보사님의 방계 혈족이셨다."
"지금 당신의 종족을 그런 위기에 처하게 해도 되는 겁니까?"
루쥬는 코웃음을 쳤다. "지난번에 그렇게 했을 때에 하이랄 왕국이 멸망했다. 그 때에도 우리는 살아남았으니 내가 죽어도 겔드족은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는 한숨을 쉬었지만 이렇게 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루쥬, 차라리 제가 투구를 쓰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하는지만 알려..." 그는 그녀의 얼굴의 경악을 보고는 바로 말끝을 흐렸다.
"되찾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대에게 준단 말이냐?"
당신을 위해 제가 되찾아 줬잖아요. 링크가 하는 수 없이 생각했다.
"게다가 그대는 이를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를 거다. 연습이 필요하지."
"당신은 압니까?"
그녀는 씩 웃었다. "당연하지."
"다른 사람은 대신 못 쓰는 겁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고 링크는 한숨을 쉬었다. "왕족이란..."
"그게 무슨 말이냐?"
"왕족들은 다 이렇게 고집이 강한가 싶어서요." 링크가 말했다. "그리고 수호자들이 늘 신경이 곤두서 있게 별 핑계를 대고요."
그녀는 웃었다. "뭐, 뷰러는 맨날 그걸 꼬집지."
"당신을 많이 생각하는 겁니다." 그는 몸을 뒤로 기대어 그의 뒤의 층계에 팔꿈치를 대었다.
루쥬는 눈썹을 올리면서 링크를 보았다. "그대도 그대의 공주를 지켰었지? 우르보사님이 그대와 그 공주 모두를 일기에 적으셨다."
"예. 그리고 그 분도 많이 곤경에 처하곤 했죠." 그의 머릿속에 기억들이 번쩍였다.
몬스터 떼가 있었다. 라이넬 셋이 있었다. 데스마운틴의 붉은 용암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가 도망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공주는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뒤, 쓰러진 몬스터들이 널린 평원과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팔을 붕대로 감으며 무모함을 질책하는 젤다가 있었다. 당연히 이 산길을 가자고 한 것이 그녀 본인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링크는 그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났고 면사포 덕에 입을 가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우르보사님은 그대의 공주를 정말 소중히 하셨지." 루쥬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건 마치..."
신수를 보고 돌아가는 동안 그가 그들의 뒤에서 걸었던 기억, 젤다에게 하이랄 성의 주방으로 몰래 내려가자고 등을 밀던 우르보사의 모습의 기억, 사막으로 나서기 전에 젤다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응원을 해 주던 기억...
"젤다는 우르보사에게는 거의 딸과 같았죠." 링크가 말했다.
"그래." 루쥬가 일어서서 왕궁의 지붕의 돌 모서리로 다가가 북동쪽을 돌아보았다. 나보리스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 분에 대해서...좀 더 말해줄 수 있나?"
링크는 일어서서 그녀의 곁에 섰다. 그 몸집이 작은 족장이 좀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신수를 더 많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르보사는 좀...장난스러웠죠. 그리고 젤다에게 긴장 풀고 좀 웃으라고도 했고요."
루쥬는 이마를 조금 찌푸렸다. "그래? 일기를 읽기는 했는데, 그런 모습은 못 봤는데."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마 타인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마치 우르보사와 젤다는 서로와 마음을 터 놓고 있는 것 같았죠."
루쥬는 신수의 방향을 보면서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난 항상 더 진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뇨, 제 말을 믿으세요. 루쥬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모습에 스스로를 맞추려는 것은...실패할 뿐입니다." 그는 손을 뒤로 뻗어서 마스터 소드를 뽑아 손에서 돌려 보았다. 검은 지는 해에 기름을 바른 듯 윤이 났다. "오랫동안 저는 한 사람이 자격을 갖춘 이처럼 보이게 행동하는...방법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르보사는 제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었죠. 그녀와 젤다 사이의 모습을 보자...영웅들은 과묵해야 하거나, 진지해야 하거나, 불패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검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그가 말을 멈추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가끔은 영웅들이 바위 타는 것을 좋아해도 되고 터무니없는 말장난을 해도 괜찮죠."
루쥬는 더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표범?"
한동안 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가 그녀의 옷의 자수를 보았다. 간단한 모양의 모래표범의 수가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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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는 용기의 샘에서 있던 일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링크는 이를 이해하고 있었다. 그 샘에 서서 여신에게 기도를 하는 것을 넘어 애원을 하는 동안 그가 샘의 바로 밖에 서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성에 돌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당연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이 방향으로 길을 돌렸다고 그는 짐작했다.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그에게 이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쪽으로 가서 투기장에서 벌어지는 시합을 보고 가자는 그녀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이 시합을 보는 것을 늘 좋아했고 이 오래된 투기장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상상까지 한 적도 있었다. 이는 대부분 어릴 적의 상상이었고 지금의 그라면 대회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의 상상만큼 멋있어 보이지는 않게 되었다.
물론 지금 젤다와 가는 것을 마다하고 싶지는 않기는 했다. 지금 여정에 그녀와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너무 놓였는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 다행이다!" 젤다가 투기장이 있는 반도로 이어지는 아쿠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말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고 그가 이를 따라가자 겔드족의 기를 날리는 천막 여럿이 보였다. "아직 가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그러자 그녀가 여기로 가자고 한 이유가 바로 확실해졌다.
그녀는 말을 습보로 이끌었고 링크는 빨리 뒤를 따랐다. 그녀가 천막에 다가가자 키가 큰 겔드족 여인 하나가 나와서 그들을 돌아보았다. 여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르보사!" 젤다가 말을 세우고 내리면서 불렀다.
"젤다, 여긴 무슨 일이야?" 우르보사가 다가와서 젤다를 끌어안으며 물었다. "아직 필로네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대한 빨리 왔어요. 다시 사막으로 가기 전에 좀 뵐까 해서요."
"그래?" 우르보사는 눈썹을 올리면서 물었다. 얼마 귀에 그녀는 몸을 기대었지만 링크는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됐어?"
젤다의 미소가 흐려졌다. "그게...어, 다음 달에는 힘의 샘으로 갈 거예요."
우르보사는 실망을 잘 숨기는 것 같았다.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어서 와. 이제 곧 결투에 참전할 내 민족 전사들이 있으니까." 그녀는 젤다의 어깨에 팔을 둘러 투기장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하지만 잠시 멈추고 어깨 너머로 링크를 돌아보았다. "링크, 너도 와. 말들을 내 부하 하나에게 맡기고 같이 오라고."
몇 시간 뒤, 겔드족 전사 여럿이 맨손 격투로 하일리아인 여럿을 쓰러뜨린 뒤 해가 지고 별이 나오자 젤다와 우르보사는 같이 투기장에서 나와서 한동안 걷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우르보사는 링크에게 같이 가자고 했고 젤다도 반대하지 않았다. 아마 우르보사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링크 본인이 자신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을 알고 있어서 미리 여지를 차단하려고 한 것 같았다.
물론 그래도 그가 두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질적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들이 걷는 동안 우르보사와 젤다는 그 결투와 별, 그리고 날씨에 대한 얘기 등등의 잡담을 나누었다. 마침내 대화는 그들이 계속 피하고 있던 것이 분명했던 그 주제로 향했다.
"샘의 여정에 대해서 좀 말해줘." 우르보사는 부드러우면서도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젤다는 걸음을 멈추고 링크를 잠시 보았다. 한동안 그는 그녀가 잠시 물러나 달라고 할 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에 고개를 숙였다. "우르보사,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샘에서 기도를 올렸지만...별다른 일이 없었어요."
그 밤은 많이 괴로웠다. 그에게 잠시 작별을 하고 샘에 들어간 뒤 그녀는 수 시간을 서서 기도했다. 그녀가 샘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고 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가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에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부끄럽다느니 무능하다느니 하는 말만 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할지 잘 몰랐지만 이번 만큼은 그가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그녀가 무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했다.
"지금은 어때?" 우르보사가 강하게 물었다.
젤다는 한숨을 쉬고 손을 들어 위팔을 비벼댔다. "어떨 것 같아요?"
우르보사는 그녀가 말을 잇도록 조용히 있었다.
"그게...이 일을 하면 마침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설에 의하면 초대 공주는 그 샘에 가서 정화를 받았다고 하니까요. 사제들은..."
"젤다, 난 사제들이 뭐라 생각하는지 쥐뿔만큼도 신경 안 써.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냔 말이야."
젤다는 말을 멈추었고 그는 그녀의 표정에 갈등을 읽었다. 이제 그녀의 표정을 해석하는 것이 쉬워진 것이 신기했다. 처음에 어떻게 그녀를 알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고 팔짱을 끼면서 자리에서 맴돌았다.
"그...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면 좀...순진하기도 하죠."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졌고 한 손은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다음 샘도 가야 하는지도요. 아니면 세 샘 모두 가거나. 하지만..."
"하지만?" 우르보사가 물었다.
젤다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우르보사나 링크의 눈 모두 보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다음 말을 꺼내자 그 말은 거의 모기소리 수준이었다. "통하지 않는다면요?"
우르보사는 혀를 튕기고 팔을 뻗어서 젤다의 어깨에 얹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는 조금 불편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둘만 보내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몰랐다. 그가 없었다면 젤다는 한층 더 편하게 털어놓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젤다는 그가 여기 있다고 더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원에서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한 뒤부터 그녀는 그에게 더 솔직하고 개방적이면서 다소 직설적이었다. 그들이 친구가 되기 전의 모습과 다소 비슷했지만 그녀의 짜증이 그에게 향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우르보사는 한동안 젤다를 머리를 매만지면서 끌어안고 있기만 했다. 마침내 그녀는 팔을 풀고 젤다를 미소를 지으며 보았다. 그러더니 서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높은 산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산의 정상은 은은한 푸르스름한 빛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사토리산이었다.
"산의 주인의 전설을 알지?" 우르보사가 물었다.
젤다는 고개를 돌려 산을 보았다. "전설에 의하면 산의 주인은 한때는 숲의 현자였고, 그는 숲과 그 안의 모든 생명체를 관장한다고 하죠."
우르보사는 맞다는 듯이 흠 소리를 냈다. "사실일까?"
젤다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지도요. 일단 자료만 보면 저 산에는 무언가의 생물이 산다고 확실히 했고 정말 신기한 존재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하죠."
"하지만 네가 실제로 본 적은 있어?"
"아뇨. 당연히 못 봤죠. 전설은 많지만 이걸 실제로 본 이는 거의 없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입술을 물며 우르보사를 올려보았다. "그냥 믿음을 가지라고 하는 건가요?"
우르보사는 고개를 젖히더니 껄껄 웃었다. "내가 사제냐? 아니, 그냥 직접 본 적이 있냐는 거지. 어릴 때에 보려고 한 적이 있었거든."
"우르보사는 본 적이 있나요?" 젤다가 물었다. 우르보사는 그냥 미소만 지었고 젤다는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있군요?"
얼마 뒤에 우르보사는 침착함이 깨졌고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니, 당연히 못 봤지. 나타나는 순간에 그 산의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만 모습을 몰 기회가 있다고 해. 듣자하니 정말 잠깐만 나타난다고 하더라고."
그녀는 다시 앞으로 보았고 산을 보았다. 그들이 보는 동안 정상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나타난 그 순간에 그를 본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뒤바뀌었다고 해. 다른 이들에게 주는 그 경외감을 생각하면...그 산 위에서 며칠 더 기다려볼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럼 보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둘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젤다와 우르보사는 모두 산 위의 사라지는 빛을 보고 있었다. 한편 링크는 젤다에게 눈길이 갔다. 그녀의 푸른 눈이 달빛에 반짝였다.
우르보사는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보았다. 그녀는 눈을 찡긋했다. 그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바로 고개를 돌렸다. 이걸 알면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지, 아니 왕이 무슨 말을 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마침내 빛이 사라지자 젤다는 인상을 찡그리며 우르보사를 보았다. "그런데...그건 왜요?"
"뭐, 산이 빛나길래 말이야." 우르보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릴 때 이를 오르던 생각이 나서."
"아."
우르보사는 다시 웃으며 한 팔로 젤다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 공주님, 언젠간 네 힘이 깨어날 거야. 산의 주인처럼 말이야. 좀 변덕스럽고, 원하는 때에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깨어나는 날에는, 그걸 보는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뀔 거야."
"우르보사..." 젤다는 말을 꺼내려다가 갑자기 코웃음을 치면서 웃었다. "결국 그냥 믿음을 가지라고 하는 거잖아요!"
우르보사는 껄껄 웃었다. "당연하지! 원래 같았으면 더 똑바로 말했을 거야. 네가 그렇게 퉁퉁 부어있지만 않았더라면 말이지."
젤다는 더 웃었고 링크는 자신도 따라 웃으면서 용기의 샘을 뒤로 한 이후로 느껴진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대화 하나만으로도 우르보사는 그가 며칠 간 했던 형편없는 농담이 하지도 못한 무언가를 해 주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그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즐거움과 만족, 그리고 행복이었다.
그는 젤다의 삶에 이를 더 많이 끌어내는 법을 알고 싶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고 그는 바로 주의를 집중하면서 검에 손이 갔다. 하지만 다시 보자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아니라 경외가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자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볼 수 있었다. 온 몸이 노란 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용이 하늘을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먼 겔드 고지 위로 날아가고 있었지만 세 용의 뒤에 따라오는 침묵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용은 천천히, 하지만 또렷하게 날아갔고 그 눈은 아래의 땅을 바라보았다. 다리는 공중에는 쓸 일이 없어서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채로 몸의 아래에 달려 있었다. 착륙을 하기는 하는 것이었을까? 링크가 아는 한 이 용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각각은 주기적으로 나타났지만 이 필로드래곤은 가장 자주 나타났다. 게다가 이 땅의 여러 곳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경로도 가장 긴 것 같았다.
마치 이 땅 전체를 돌아보는 것 같았다.
링크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용에서 잠시 눈을 떼어 이를 희열감에 차서 보는 젤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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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다음날 아침 일찍,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났다. 밖에서는 바람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야자나무의 잎이 흔들렸고 근처의 창틀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보리스가 다가온 것이다. 그의 생각보다 더 일찍 온 것 같기도 했다.
여관은 그와 겔드족 여관지기 외에는 비어 있었다. 여관지기는 이번 밤까지 그를 묵게 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녀는 아침에 바로 짐을 챙겨서 겔드의 마을로 향할 것이었고 그도 되도록이면 사막을 나서라고 했었다.
그가 옷을 입는 동안 전날에 입은 상처들이 다 회복된 것을 알아보았지만 동시에 꽤 피곤했다. 몸이 무거웠다. 전날 밤의 잠자리를 온갖 악몽과 기억들 때문에 꽤 설쳤었던 것이었다. 쉬기 위해서 하루를 온전히 뺀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몰랐다.
그는 옷을 다 입자마자 바로 밖으로 달려나가서 사막을 볼 수 있도록 여관 위의 바위 기둥에 올라갔다. 멀리서 번개가 번쩍이면서 강한 모래폭풍을 안에서 비추었다.
시간이 없어. 그가 험악한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쉴 시간은 없어.
그는 나무 사다리를 미끄러져 내려가서 바로 여관 안으로 달려들어가 그의 물건을 챙겼다. 이를 마치자 그는 바로 다시 달려나가 늘 그렇듯이 모래에 뒹굴고 있는 그의 모래표범을 찾았다. 론드슨의 모래표범은 이미 없었는데 전날 대부분의 상인들처럼 겔드의 마을로 대피한 것이었다.
그는 고삐를 휘둘렀고 모래표범은 바로 출발해서 그를 끌고 갔다. 그는 그와 루쥬가 만나기로 한 겔드의 마을 근처로 달려갔다. 이미 거세진 바람에 모래가 움직여서 모래언덕이 새로 생기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가 도착하자 루쥬가 이미 남동쪽의 입구에 서 있었고 그녀가 패트리샤라고 부르는 남색 모래표범이 과일 하나를 먹고 있었다. 뷰러도 등을 든 채로 서 있었다.
그는 모래표범을 세우고 루쥬를 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모래폭풍을 보고 있었는데 표정에는 겁이 조금 나는 것 같았다. 손에는 뇌명의 투구를 들고 있었다. 그가 도착하자 그를 보았고 숨을 천천히 쉬었다. 그런 뒤에 뷰러를 보았다.
"뷰러, 괜찮을 거다." 그녀가 뷰러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뷰러는 흥 소리를 내고 그를 한동안 쏘아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루쥬님은 무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링크가 말했다. 원래의 그의 바람은 루쥬가 같이 오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는 이것이 필요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 때는..."
"뷰러, 링크는 내가 다쳤을 때 네가 내릴 일보다도 더 고민해야 할 게 있을 텐데." 루쥬는 경비대장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네 걱정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겔드족을 지키기 위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그건 알고 있을 텐데."
뷰러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루쥬님."
루쥬는 그녀에게 미소를 짓고 팔을 어루만진 뒤 링크를 보았다. "준비는 됐지?"
"정말 되겠습니까?" 링크가 뇌명의 투구를 보면서 물었다.
그녀는 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들에 비해서는 더 잘 한다. 뭘 하는지도 알고."
그렇기를 바랄 수밖에. 링크가 생각했다. 번개에 맞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었다.
루쥬는 그녀의 모래표범의 썰매에 올라탔다. 오목한 원형으로 그녀가 간신히 올라탈 수 있는 크기였다. 그 오목한 부분에는 금빛의 겔드족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되어 있었다.
"출발하죠." 링크가 말했다.
루쥬는 씩 웃으면서 투구를 썼다. 그녀는 고삐를 쥐고 이를 당겼다. "가자, 패트리샤!"
그녀의 모래표범이 짖더니 앞으로 뛰면서 모래를 향해 달렸고 루쥬를 끌고 갔다. 링크 역시 자신의 고삐를 당겼고 그의 모래표범도 내달렸다.
그들의 앞에 모래와 번개의 폭풍의 구름이 올라섰다. 링크의 주변으로 바람이 불면서 모래와 먼지가 머리 위의 별을 가려버렸다. 루쥬는 패트리샤를 세우고 앞의 모래폭풍을 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은 뇌명의 투구 밑에서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링크는 그녀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았다.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맞설 상대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었다.
폭풍의 한가운데에 나보리스가 걸어다녔고 등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번개의 빛이 간신히 모습을 보이게 했다. 벼락이 내리치자 모래표범 둘이 불안하게 움직였다.
루쥬는 천천히 썰매에서 내려 모래에 서서 나보리스를 올려다보았다. 링크가 보아도 이 거센 모래폭풍에 비하면 그녀는 한없이 작아보였다. 그러다가 그녀는 양 팔을 옆으로 벌렸다.
"나의 이름은 루쥬이다!" 그녀가 또렷하며 강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 목소리는 폭풍의 소리와 어우러졌다. "족장의 후손이자 현 겔드족의 족장이다! 겔드의 조상들이여, 나의 요청을 들으시어, 내가 도전할 이 일에 도움을 주시기를, 우르보사 님이시여, 신수 바 나보리스를 잠재울 수 있도록 도움울 주시기를!"
그녀가 외치자 뇌명의 투구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수직의 후광에 달린 금색의 번개 장식 사이에서 전기가 뛰기 시작했다. 링크는 그 힘이 나오는 동안 숨을 멈추었고 푸르스름한 전기는 투구의 표면에 흐르다가 후광에 모이면서 번쩍이는 번개의 그물을 만들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옆에 번개가 치면서 모래가 흩날렸다.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우르보사가 이 일을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고 루쥬가 이를 따라하는 것을 보자 그녀가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얼굴의 대부분이 투구에 가려진 채로 링크를 보았다. 전기의 흐름은 계속 후광에서 번쩍이면서 이상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녀의 입술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되었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안에서 미묘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 전투의 흥분은 아까까지 느낀 피로를 대부분 씻어주었다. 이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바로 마지막 신수였다.
젤다, 곧 가겠습니다.
"최대한 가까이 붙어라." 루쥬가 다시 썰매에 타면서 말했다. "뇌명의 투구가 주는 가호가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다. 최대한 겨누는 것에 집중하고 조종은 그냥 모래표범이 하도록 두어라. 다른 길로 가라고 하지 않는 한 패트리샤 근처에 있을 거다."
링크는 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루쥬가 번개의 방어막을 세워줄 것이었지만 신수를 공격할 이는 그였다. 겔드족의 고문서에 따르면 나보리스는 발 밑의 모래에서 전기의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러니 겔드의 마을에서 만들어진 폭탄 화살을 발에 잘 맞춘다면 공격을 멈출 수 있도록 충분히 그 힘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링크는 이 화살로 신수를 넘어뜨릴 수 있기를 바랐다. 신수는 굉장히 튼튼한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말 가냘픈 희망이었다. 하지만 더 좋은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어서 이제 선택권이 없었다. 카라카라 바자가 나보리스의 사정거리 안에 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준비됐지?" 루쥬가 그를 보면서 물었다.
링크는 손을 들어서 고글을 눈에 덮고 입과 코를 두건으로 덮었다. 그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바로 모래폭풍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바람이 더욱 거세져서 그는 이를 갈면서 앞으로 몸을 기대야 했다. 안경을 꼈어도 보는 것은 꽤 힘들었다. 그들은 거대한 사구를 오르락내리락했고 가끔은 뇌명의 투구의 후광의 푸르스름한 빛만 보이는 때도 있었다.
번개가 머리 위에서 벼락으로 번쩍여 근처의 땅을 찍었다. 그는 욕설을 내뱉었고 그 빛의 잔상을 재빨리 눈을 깜박여서 지웠다. 루쥬는 그가 따라오고 있는지 보기 위해 한번 뒤를 보았고 바로 속도를 높여 모래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돌덩이를 피했다. 이 자리에 있던 옛 건물의 흔적이었다.
그는 계속 뒤를 쫓아가면서 모래표범의 속도를 높여 루쥬 옆에 서기 위해서 고삐를 흔들었다. 그는 미파의 치유 능력이 번개에 맞는 것에서도 회복을 시켜줄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좋든 싫든 그것을 각오해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이 다가가자 나보리스가 무시무시한 낮고 울리는 소리를 냈고 그로 인해 발 밑에서 땅이 울렸다. 번개가 다시 번쩍이며 땅을 내리찍었고 벼락은 근처의 오래된 돌 하나를 산산조각내서 날카로운 돌 조각들이 그의 팔에 쏟아졌다.
우리를 본 건가, 그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루쥬가 후회를 하고 있다고 해도 그 후회는 표정에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대신에 그녀는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서 선인장을 쉽게 돌아갔다. 그녀는 우아하게 모래표범을 이끌었고 모든 움직임이 다 조화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단단한 땅에 두 발을 선 것 같았다. 그녀는 썰매를 편하게 조종하면서 앞뒤로 움직이며 무게 중심을 잡고 있었다.
반면 링크는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모래표범이 앞으로 뛸 때마다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화살을 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젠장!
나보리스 위에 다시 번개가 모이는 것이 보이자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번개는 신수를 비추는 전기의 구체가 되어 있었다. 신수는 굉장히 컸다. 그동안 본 모든 신수 중에서 가장 컸고 그 높이가 하이랄 성의 첨탑 중 하나에 맞먹을 것 같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벼락 하나가 또 날아왔다. 그는 움찔했지만 번개는 그를 치지 않았다. 대신에 그들을 둘러싼 원형의 방어막에 맞았고 막은 녹색의 빛으로 번쩍였다. 번개는 여러 작은 가지로 나뉘면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그들 주변의 땅을 찍었다.
뇌명의 투구의 가호였다.
나보리스는 불만스럽다는 듯한 소리를 질렀고 링크는 모래폭풍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모래 입자가 그의 주변에 휘날리면서 손과 노출된 얼굴이 따가웠다.
"어서 가자!" 그가 고삐를 당기면서 루쥬 옆으로 가기 위해서 속도를 높이며 모래표범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나보리스를 향해 가리켰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각도를 조금 틀었다. 그의 모래표범은 지시 없이도 군말없이 따랐다.
그들은 곧장 신수의 커다란 다리에 뒤에서부터 접근해 갔다. 그 거대한 발은 둥근 발굽 모양으로 낯익은 붉은 빛으로 빛났다. 신수가 발을 디딜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머리 위에서 번개가 다시 쳤지만 마찬가지로 뇌명의 투구의 방어막에 맞고 빗나갔다. 링크는 나보리스의 다리를 보고 루쥬를 보았다. 그녀는 그를 기대한다는 듯이 돌아보았다. 조용히 욕을 내면서 그는 천천히 고삐에서 손을 떼어서 무게 중심을 조심스럽게 옮겨 발을 똑바로 세웠다. 썰매가 허리에 줄로 묶여 있었지만 그래도 안전한 것 같지는 않았다.
모래표범이 다시 뛰어서 균형이 무너질 뻔했지만 링크는 간신히 무게 중심을 잡아서 일어섰다. 두꺼운 수건에 조금 숨이 막히는 채로 그는 숨을 들이쉬면서 그는 고삐에서 손을 놓았다. 그의 모래표범은 지시가 없어진 것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달려나갔다.
링크는 활을 빼어들었고 폭탄 화살이 든 화살통에 손을 가져갔다. 그는 가장 가까운 발로 최대한 정확하게 겨누었고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바람의 영향과 링크의 조준이 떨어진 것의 영향으로 너무 옆으로 많이 날아갔다. 폭발하자 모래가 휘날렸다.
"더 가까이 가야 합니다!" 링크가 외쳤지만 그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와 번개 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는 방향을 가리켰고 루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그의 모래표범도 이에 반응했다.
그는 화살을 하나 더 당겨서 그가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발을 겨누었다. 활시위를 다시 놓았지만 또 옆으로 비켜가 버렸다.
겔드족은 어떻게 하는 거야? 발 밑에서 썰매가 비틀거리자 링크가 짜증이 나서 생각했다. 이를 갈며 그는 무릎을 꿇어서 불안정한 바닥에 손을 대면서 다시 중심을 잡았다. 그는 그렇게 꿇은 채로 화살을 하나 더 당겼다.
이번에는 화살이 빛나는 발에 명중했다. 한동안 발의 빛이 번쩍이다가 이전과 차이가 없이 강렬한 빛이 다시 들어왔다. 링크는 욕을 다시 뱉고 또 화살을 당겼다. 그의 모래표범이 갑자기 튀어나온 돌부리를 피해 옆으로 갑자기 움직이면서 링크는 옆으로 넘어졌고 화살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는 다시 일어서서 고개를 돌아보았는데 그와 루쥬 사이에 거리가 벌어진 것을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다급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바로 나보리스의 위에서 번개의 구가 번쩍이기 시작했다.
링크는 머리 위로 활을 들어서 목에 걸었고 바람에 날리는 고삐로 손을 뻗었다.
좀 잡혀라!
그의 손가락은 줄 하나를 스쳤지만 한번 더 앞으로 당겨지자 이를 놓쳐버렸다. 욕을 더 내지르면서 그는 무릎을 굽힌 채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는 다시 몸을 앞으로 굽히면서 손을 천천히 썰매와 모래표범 사이의 간격으로 뻗었다. 조금만 더...조금만...됐다! 그는 고삐 하나를 잡고 이를 당겼지만 모래표범은 루쥬가 아닌 나보리스를 향해 갔다. 발로 향해서 나아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다가가는 내내 귀에는 강력한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머리 위에서 전기가 모이는 소리가 들릴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전기의 구의 크기가 커지면서 나보리스의 등의 혹에서 솟아나온 두 탑으로 삐죽삐죽한 전기가 튀고 있었다. 아니면 이 첨탑이 발전기의 역할을 하면서 번개를 키우는 것인지도 몰랐다.
욕을 내지르며 링크는 몸을 앞으로 뻗어서 두번째 고삐를 잡았다. 이를 뒤로 당겨서 표범의 속도를 높였고 번개가 치는 그 순간에 나보리스 바로 밑을 지나쳤다. 번개는 신수 바로 밑으로 들어간 그를 맞추지 못하고 바로 뒤의 땅을 쳤다.
그의 모래표범은 놀라서 짖었고 바로 내려오는 발을 향해서 달려갔다. 링크는 놀라면서 소리를 지르고 반대쪽으로 고삐를 당겨서 발이 내려오려는 순간 그 발을 간신히 피해 발이 내려오며 흩날린 모래를 뚫고 나왔다. 그는 반대쪽, 나보리스의 뒤로 나와서 그 와중에 루쥬의 모래표범과 부딪힐 뻔했다.
"제정신이야?!" 그녀가 외쳤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가까워져서 말이 확실하게 들렸다.
링크는 이를 갈고 모래표범이 루쥬 옆에서 같이 나아가도록 조종했다. "그런지도요!" 그는 이번에는 고삐롤 놓지 않고 썰매의 바닥에 대어서 무릎을 꿇은 채로 발로 밟아두었다. "다시 가까이 갑시다!"
루쥬는 무슨 말을 했지만 바람소리에 묻혔고 그녀는 패트리샤를 돌려서 한바퀴 돈 뒤에 나보리스를 뒤쫓아갔다. 번개가 한번 더 쳤지만 이번에도 방어막에 맞고 흩어졌다.
그는 활을 또 빼서 화살을 당기고 근처의 발을 유심히 보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화살을 놓았고 화살은 그 발에 명중하면서 폭발했다. 그런데도 역시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 것 같았다.
시커족이 쓸데없게! 링크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화살을 한발 더 쏘았지만 이번 것은 옆으로 비켜가면서 다른 발을 맞출뻔했다.
"통하지가 않아!" 루쥬가 외쳤다.
"압니다! 가깝게 거리 유지해요!"
그들은 나보리스의 앞으로 나아갔고 루쥬는 다시 돌려서 또 다른 경로로 그들을 이끌었다. 그런데 그들이 도는 순간 링크가 앞을 보았는데 놀랍게도 카라카라 바자가 눈에 들어와 있었다. 모래폭풍이 바자의 주변을 덮고 있었고 그가 보는 동안 번개 하나가 쏘아지면서 외곽의 돌 건물 하나를 맞추었다. 이에 건물은 아예 폭발해 버렸다.
욕을 내지르며 링크는 화살을 하나 더 당기고 쏘았다. 마찬가지로 소용이 없었다. 이제 어쩌란 것인지 몰랐다. 다음 발은 약점이기를 바라면서 나뉜 다리 쪽으로 쏘아 보았지만 이 역시 그의 화살에 끄떡없었다.
그는 절박해져서 다리를 유심히 보기도 했다. 타서 올라갈 수는 있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두꺼워지는 것으로 보아 각 다리 부분도 안으로 접힐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가만히 서 있어도 타고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가까이 가주세요!" 그가 루쥬에게 손을 흔들며 외쳤다. 그녀는 그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보았지만 그의 요청대로 해 주었고 그가 했던 것처럼 나보리스 바로 아래를 지나갔다. 그래도 될 것 같았다.
그는 화살 하나를 더 꺼내어 가까이 있는 다리 하나를 겨누고 쏘았다. 화살이 맞으면서 폭발했고 그는 그 빛이 번쩍이는 것이 멈추기 전에 같은 자리에 화살을 다시 쏘았다. 발에서 더욱 빨리 빛이 번쩍였고 다리도 잠깐 마비되었다. 그 정도도 유의미한 피해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바로 반대쪽으로 나왔는데 나보리스의 움직임에 부서진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신수가 속도를 높이면서 바자를 향하는 것 같았고 결국에는 겔드의 마을로 향하는 것 같았다.
욕을 다시 내지르며 링크는 썰매에서 몸을 돌려 그의 뒤를 겨누었다. 그는 화살을 다시 쏘아서 같은 발을 맞추었다. 이제는 빛이 더 빠르게 번쪅였다.
피해는 주고 있지만 너무 적어!
루쥬는 그에게 새로 만든 폭탄 화살을 스무 대를 주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풍족한 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 이상을 써버렸다.
머리 위에서 번개가 그들의 방어막을 지속적으로 강타했다. 나보리스는 울부짖었고 바람은 더욱 강해져서 모래와 돌 조각이 신수 주변을 소용돌이로 휘감았다. 천둥이 다시 울리고 번개가 바자의 건물 하나를 더 맞추었다.
링크는 활을 매고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낚아채서 다리 하나에 겨누었다. 타임 록을 써 보았지만 노란 빛은 도착하자마자 끊어졌다. 신수는 타임 록으로 멈추기에는 너무 컸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났다.
"다시 안으로요!" 링크는 나보리스 아래의 공간, 앞다리와 뒷다리의 틈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루쥬는 고개를 끄덕이고 패트리샤를 이끌었다. 링크의 모래표범도 뒤따랐고 그들은 거대한 기계 아래로 다시 지나갔다. 아래에서 잠시 멈춘 동안 발 하나가 그들 근처에 내려오면서 땅이 울렸다.
링크는 리모컨 폭탄 아이템을 눌렀고 폭탄은 썰매 위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이게 굴러가버리기 전에 이를 잡아서 내려오고 있는 다리 하나에 던졌다.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폭탄은 다리가 내려온 자리 근처에 떨어졌고 링크는 바로 이를 격발시켰다.
발의 빛이 더욱 거세게 번쩍이면서 관절들이 굳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는 허리에 시커 스톤을 다시 차고 활을 꺼내었고, 폭탄 화살 한 대를 더 겨누어서 발사했다.
발의 빛이 완전히 나갔고 다리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머리 위에서 나보리스가 흔들렸다.
"저기!" 루쥬가 불렀고 링크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위로 머리 위의 나보리스를 가리켰다. 그는 그녀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그녀는 패트리샤를 돌렸고 링크는 신수가 쓰러질 것을 대비해서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링크는 그가 준 피해를 다시 확인했다. 다리를 끌면서 그 뒤에는 큰 모래의 금이 그어지고 있었다. 나보리스의 움직임도 느려졌고 네 다리가 아닌 세 다리로 걸으려고 하면서 더욱 힘겨워하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고 링크는 번개가 더 쏟아져 바자의 집과 노점들을 부숴버리는 것을 기겁하며 보게 되었다. 나보리스가 번개를 쏟아붓는 동안 천막은 불이 붙었고 야자나무는 쓰러졌으며 돌은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여관지기와 바자에 있던 다른 이들이 제때에 대피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앞쪽, 같은 방향이요!" 링크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다. 루쥬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삐를 당겼다. 패트리샤는 앞으로 돌진했고 링크의 모래표범도 따랐지만 더 느려졌다. 욕을 하며 그는 어깨에 활을 매고 고삐를 잡아서 잡아챘다. "빨리 속도를 내!"
그의 모래표범은 머리 위에 방어막에 다시 번개가 내리꽂히자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루쥬는 나보리스의 앞다리를 돌아갔고 그는 뒤를 따랐다. 자리를 잡자 그는 다시 고삐를 발로 내리눌러 잡고 몸을 돌리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 팔을 뻗었다. 그의 뒤에서 다리가 내려오며 모래가 흩날렸다.
그는 리모컨 폭탄을 하나 더 생성하여 발에 던졌다. 이번에는 조준이 더 좋아서 폭탄 바로 위로 발이 내려왔다. 링크는 이를 격발시켰고 발 밑에서 모래가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 다리가 폭발로 흔들리자 나보리스는 괴로운 듯한 소리를 내었다.
"빨리!" 그는 리모컨 폭탄이 다시 충전되는 동안 활을 꺼내어 들면서 이를 갈았다. 그는 다시 활을 겨누어서 화살 두 대를 발로 발사했고 이 두 대가 각각 불꽃과 빛을 내면서 발에서 폭발했다.
루쥬는 놀라며 소리를 질렀고 링크가 이에 돌아보자 패트리샤가 부서진 건물 하나를 간신히 피하는 것을 보았다. 링크의 모래표범도 따랐지만 너무 늦어 있었다. 그의 썰매가 돌부리 하나에 걸렸고 그는 갑자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썰매에 맨 줄 덕분에 완전히 날아가는 것은 면했지만 썰매의 바닥으로 세게 떨어져서 숨이 순간적으로 막혔다. 무언가가 끊어지는 것이 들렸고 고개를 들자 썰매와 모래표범을 이은 줄이 끊어졌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고삐를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모래표범은 계속 루쥬를 따라갔고 링크는 그 자리에 남겨져 버렸다.
그의 주변에서 번개의 방어막이 사라져버렸고 그는 욕을 지르면서 활을 내려놓고 손을 내려서 썰매에서 몸을 풀었다.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올려다보았고 신수의 발이 그에게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줄을 다 풀고 옆으로 굴러서 피했다.
발이 내려오면서 썰매를 박살을 냈고 모래와 돌을 링크에게 흩뿌렸다. 기침을 하면서 그는 이 잔해에서 몸을 일으켜 주변을 급하게 돌아보았다. 이 난리통에 그는 이미 활도 어딘가에 잃어버린 채였다.
하지만 아직 시커 스톤은 쥐고 있었다.
폭탄을 하나 더 소환해서 링크는 이를 다리에 던지고 몸울 굽혀서 이를 격발시켰다. 폭발과 뒤이은 모래는 그에게 아무런 피해도 없이 스쳐갔다. 하지만 신수에게는 피해가 갔다.
나보리스의 다리 하나가 굳으면서 마비되자 신수는 울음소리를 냈다. 다른 앞다리가 세게 앞으로 내려앉았고 잠시 비틀거리다가 큰 신음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서서히 쓰러졌다.
그는 반대쪽 방향으로 달려서 공중으로 올라가는, 붉은 빛이 번쩍이고 관절들이 경련을 일으키는 다른 앞다리 아래로 지나갔다. 그는 그의 등 뒤에서 충돌이 들리고 느껴지는 그 순간까지 달렸다. 나보리스가 쓰러지자 충격파가 일어나면서 모래먼지를 파도처럼 사방으로 흩뿌렸다. 링크는 이에 휘말려 두번째로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그는 다시 땅으로 떨어졌고 모래에 내려앉았기에 조금 충격이 완화되었다. 그러다가 모래먼지가 그에게 쏟아지면서 눈 앞이 캄캄해졌다.
Chapter 52: 49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그는 지각하고 말았다.
링크는 하이랄 성 시내의 시장을 사람들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하면서 달려나가며 계속 스스로를 질책했다. 이미 광장에는 그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그도 아니면 이제 열일곱이 된 젤다 공주를 포함한 영걸들을 보기 위해서 모인 것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출발할 것이라는 그 얘기가 어떻게 새어 나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젤다가 조용히 출발하고 싶어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틀 전에 우르보사가 오고 어제 다르케르와 미파가 와서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젤다의 생일에 성년 기념식같은 것이 없어서 더욱 의심스러웠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전날 저녁에 젤다에게 생일 선물을 미리 줄 수는 있었다. 그 기억만으로도 심장이 뛰었다. 그녀의 반응과 그 뒤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절대 안된다고! 그가 몸집이 큰 여인과 시끄럽게 짖는 그녀의 개를 밀고 지나가면서 마침내 성의 입구에 이어지는 도로에 도착하는 내내 이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늦잠을 잔 건지, 그것도 하필 늦잠을 자서는 안되는 그 날에 그래 버린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젤다와 그가 다른 여정에 가던 때처럼 그는 가족들을 만나고 아릴과 놀아주고 집을 나서기로 했었다. 원래 같으면 그는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출발을 대비하기 위해서 장비를 준비할 것이었다. 그런데 전날의 일 때문에 새벽이 될때까지 뒤척였고 자신의 습관이 아니라 이상하게 여겨서 온 아릴에 의해서 깨어난 것이었다.
제기랄!
그는 바로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입구의 경비병들은 그가 오는 것을 보자 그들은 그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틈만큼 큰 문을 열어주었고 그는 바로 성내로 달려들었다.
그는 왕실의 마구간으로 향했고 다르케르와 미파가 근처의 들판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길을 잘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들 옆에는 각종 장비를 실은, 짐을 나르는 말이 있었다. 그들이 가는 곳은 따뜻한 집이나 마구간이 없었고 음식도 적었기에 대부분을 그들이 챙겨야 했던 것이었다.
"어, 링크!" 미파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그가 달려오면서 거친 숨을 고르는 동안 그녀는 더 곧게 섰다. "설마 집에서 여기까지 뛰어온 거야?"
그는 다시 진정하기 위해서 깊은 숨을 고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르케르는 크게 미소를 지었다. "형제, 뭐하느라 이렇게 오래 걸렸어?"
"늦잠이요." 링크가 중얼거리면서 돌아보았다. 젤다나 우르보사는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 늦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미파는 조금 인상을 썼다. "정말 괜찮아? 전날에는 잘 잤어?"
링크는 그녀를 보았고 조금 창피해졌다. 밤새 내내 그를 깨운 채로 있게 했던 전날 밤에 느꼈던 그 감정은 그녀나 다른 이들에게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어...그게, 아니. 그냥 신경증이었나봐."
그녀는 그를 여전히 걱정스레 바라보았지만 다르케르는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형제, 무슨 말인지 알아. 나도 바위 하나를 다 삼키게 생겼어. 하지만 이젠 끝이야. 이번엔 성공할 거야. 반드시."
"리발은 왔습니까?" 링크가 물었다. 그들은 전날 오후에 이미 전갈을 받았다. 샘까지 같이 가 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고 며칠 뒤에 거기서 합류하겠다고 알린 것이었다.
미파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진짜였나봐."
제멋대로야, 정말. 링크는 입술을 조금 깨물다가 생각 속에 잠긴 그 질문을 꺼내었다. "젤다...공주님은 내려오셨어?"
미파는 그의 실수에 조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그를 한동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주님과 우르보사님은 마구간에서 말을 준비하고 있었어. 네 것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녀가 이를 직접 하는 것인지 몰랐다. 주로 그가 말을 준비하고는 했지만 다른 마구간 직원에게 시켜도 될 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그녀가 말과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들이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직접 돌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을 한 것도 자신이기는 했다.
"그래. 들어가서 나도 도와줘야겠네." 그가 마구간을 향해서 발을 디디면서 말했다. 미파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손을 들었지만 멈추었다. 그는 그녀를 영문을 모른 채로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걸어가서 열린 마구간의 문으로 들어갔다.
왕실 마구간은 굉장히 크고 왕가의 말들로 가득했지만 링크처럼 성 안에 별도의 방을 둔 기사들의 말도 있었다. 그는 편히 쉬고 있거나 여물을 먹고 있는 말이 있는 칸 여럿을 지나쳤다. 에포나는 이 중 하나에 있었고 그가 지나가자 그를 보았다. 링크는 에포나에게 손을 흔들며 금방 오겠다는 자세를 취했고 말은 콧김을 내뿜고 다시 여물통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계속 칸 여럿을 지나가서 왕과 젤다의 말들이 있었던 왕가 소유의 마구간으로 향했다. 그는 젤다의 백마를 옆의 다른 말에서 분리하는 칸막이 벽 바로 위로 올라온 우르보사의 머리를 간신히 알아보았다.
그런데 다른 소리가 들리자 링크는 멈추었다. 뭔가에 묻혀 있는 소리였고 처음에는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때 감정에 찬 젤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올라와서 뵙기를 바라고 계시겠지만...우르보사...할 수가 없어요. 그 일 뒤로는 눈을 똑바로 볼 수도..." 그는 그 소리를 또 들었고 알아들었다. 훌쩍이는 소리였다. 설마 울고 있었던 것이었나 싶었다.
링크는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고 바로 그 칸으로 달려 들어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녀를 안으면서 그가 있다고 위로하고 또...
안돼. 그가 스스로에게 굳게 말했다.
우르보사는 혀를 튕겼다. "그 분의 말에 자책하지 마. 네 아버지는 좀 고집이 강해. 내가 아는 한 내내 그런 모습이었어. 네 어머니는 이를 도무지 못 참았고."
"알아요. 하지만...그냥 제가 올라가서..."
"젤다, 네 아버지는 네가 오늘 간다는 것을 알아. 그가 직접 내려와서 너를 볼 생각을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면..." 그녀는 겔드어에 문외한인 링크에게도 험하게 들리는 말을 내뱉었다.
"우르보사!" 젤다가 기겁을 하여 말했다.
우르보사는 한숨을 내쉬었고 그는 그녀가 움직이는 것을 들었다. "미안. 자기 아집에 차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브오이는 도무지 참지를 못하거든."
"아집은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링크는 젤다가 발을 구르는 소리를 들었고 그가 앞에 손을 모으면서 발을 불안하게 움직이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쉬었다. "아바마마는 왕국을 먼저 생각해야 하니까요. 저는 제 힘을 깨워야 하고요. 사제들이 하는 말을 다 들으셨잖아요?"
우르보사는 겔드어의 욕설 하나를 더 뱉었다. "그 자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마.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그게 아니면요?" 젤다가 모기소리 수준의 목소리로 물었다.
우르보사는 다시 움직이면서 벽에서 떨어졌다. "그럼 힘이 깨어나는 거지."
젤다는 조용히 있었지만 훌쩍이는 소리가 또 들었다.
"우리 공주님..." 다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천끼리 문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 말 들어. 지금까지 많이 했잖아. 이 일도 할 수 있을 거야. 공주님을 믿어. 시간이 되면 깨어날 거야."
젤다는 더 많이 훌쩍였고 그는 우르보사가 그녀를 조용히 시키는 것을 들었다. 그는 빨리 물러나야 한다 것을 알고 있었다. 있어서는 안되는 사적인 순간에 침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저는...어마마마가 있었으면 해요." 젤다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알아." 우르보사가 말했다. 이번에는 더욱 감정에 찬 목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널 내려다보고 있을 거야. 내가 매일 기도를 올리고 있거든."
"정말요?"
"그럼. 그리고 그 분은 우리 공주님을 자랑스럽게 여길 거야. 늘 그래왔고."
그 이후에 나는 소리를 듣자 링크는 빨리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발은 돌 바닥을 긁어버렸다. 칸 속의 소리는 갑작스레 끊겼다.
링크는 조용히 욕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숨을 곳이 없는 것을 보자 그는 눈을 잠시 감고 목을 가볍게 골랐다. "공주님, 여기 계십니까? 미파한테서 들었는데..."
"어...어!" 그는 그 칸 안에서 움직임이 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또 훌쩍였다. "링크, 예, 여기예요. 우르보사도 있어요. 스톰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는 앞으로 나서서 그의 모습을 보였다. 우르보사와 젤다가 서로 떨어져 있었고 젤다는 그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한 손에는 빗을 들고 있었고 말의 긴 갈기를 빗고 있었다. 우르보사는 한 눈썹을 뜬 채로 그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드디어 나타나셨구만?" 그녀가 물었다.
링크는 얼굴이 붉어졌다. "어...예."
"우르보사, 괜찮아요." 젤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우르보사를 돌아보았고 그는 그녀의 눈이 운 것처럼 충혈되고 부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까의 대화를 엿들은 것에 기분이 안 좋았고 그가 그녀를 위로할 수 없었다는 것에 더욱 좌절감이 들었다. "가기 전에 가족들과 시간을 좀 보내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이해...해요."
그것은 그가 지각한 이유가 아니었고 그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그런 위안의 말을 들으니 다행이었다.
"공주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마저 하겠습니다." 그가 칸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저희가 가기 전에 다른 하실 일이 있다면..."
젤다는 마침내 그를 돌아보았는데 그녀의 그 표정을 보는 것도 꽤 괴로웠다. 그 순간에 우르보사가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가 무엇을 했을지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그가 마저 하라고 하는 게 어때?" 우르보사가 말했다. "우리는 이미 좀 늦었고 가기 전에 내 몸에서 짚을 좀 털어내고 싶거든."
링크는 우르보사를 곁눈질로 보았다. 그녀의 몸에 짚은 조금도 붙지 않았지만 젤다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없는 동안 말을 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마상 복장이 많이 지저분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짚과 여물이 조금 붙어 있었다.
그나 젤다는 그래도 우르보사의 속 뜻을 알고는 있었다. 젤다가 방금 울다가 나온 표정으로 시내로 나갈 수는 없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은 쓰라렸지만 그가 그러는 것처럼 자신감에 찬 거짓 표정을 지으면서 나와야 했다.
마침내 젤다는 고개를 끄덕였고 링크에게 빗을 넘기고 칸 밖으로 걸어나갔다. 우르보사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링크는 잠시 머뭇거리면서 머릿속에 말을 정리했다. 위험한 말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젤다?"
젤다는 조금 놀라면서 멈추었다. 그녀는 그를 돌아보았다. 우르보사도 보았고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피었다. 젤다의 이름을 그대로 부른 것에 불쾌했다면 이를 잘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잠시 침묵이 돌았고 그녀의 볼이 조금 빨개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약하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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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링크는 기침을 하면서 모래를 뱉어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그러자 모래가 그에게서 흘러내렸다. 반쯤 몸이 묻혀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 보았다. 과거의 기억을 밀어내고 몇 분 전의 일을 생각하는 데에는 한동안의 시간이 걸렸다.
신수, 그 신수의 넘어짐, 충격파, 그리고...
신음을 하면서 그는 몸을 일으켰고 얼굴에서 수건을 벗어던졌다. 수건은 신수를 상대할 때 입과 코로 모래가 들어가는 것을 조금도 막지 못했다. 그래도 안경은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었다.
바람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공기 중에는 모래가 가득했다. 입과 폐가 모래로 덮이는 것 같았고 몇 차례 더 기침을 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의 근처에서 신수 바 나보리스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피해를 입지 않은 두 다리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모래를 힘없이 파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발의 빛도 약하게 반짝였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아니면 그의 공격으로 큰 피해가 갔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생각할 때가 아니야. 멀리서 그를 부르는 루쥬의 목소리가 들리자 생각했다. 그는 몸을 돌렸다.
루쥬는 패트리샤 뒤에서 썰매를 타고 오면서 그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뇌명의 투구를 벗은 채였고 머리는 땋은 머리가 대부분 풀려 헝클어진 채였다. 그녀는 그의 옆에 서서 끈을 풀고 썰매에서 내렸다.
"괜찮은 건가?" 그녀가 그를 위아래로 보면서 물었다.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건을 잡아서 남은 먼지를 더 털어내려 했다. 공기가 이렇게 탁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최소한 번개가 멈춘 것도 감지덕지였다.
루쥬의 얼굴에 안도가 피어났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옆으로 누운 나보리스를 보았다. "성공했군. 모래폭풍이 멈추었어."
"바자는 박살이 났군요." 링크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가 쓰러뜨리기 전에 나보리스가 바자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을 보았다. 여관 위에 있던 버섯처럼 생긴 돌 역시 부서지면서 큰 조각들이 떨어져 아래의 건물들로 쏟아져 있었다. 그는 여관에 장비를 조금 두고 오기는 했는데 이제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는 다른 건물들도 돌아보았다. 론드슨의 집은 무사했을까 싶었다. 그 집은 부서지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에게 이 작은 집을 사기 위해서조차도 돈을 힘겹게 모아야 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재건할 수 있다." 루쥬가 자신감에 차서 말했다. "겔드의 마을까지는 가지 않았으니까. 그 정도도 괜찮다."
링크는 그녀의 말이 맞음을 알고 있었다. 겔드의 마을은 그가 하이랄을 다 둘러본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가장 인구가 많은 곳이었고 거기에 나보리스의 폭주의 피해자들이었던 수백명의 난민들도 있었다.
"뭐,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입에서 먼지를 다시 뱉어내려 하면서 말했다. 역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침내 한숨을 쉬면서 그는 얼굴에 다시 수건을 매었다. "제가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그대의 말처럼 그 안에 마수가 있다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수를 처단하면 나보리스가 진정으로 해방되는 겁니다."
루쥬는 잠시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링크, 이제 그대에게 맡기겠다."
"정말입니까?" 그가 그녀를 보며 눈썹을 올린 채로 말했다.
"왜? 그것까지 도와 달라고 하려고 한 건가?"
"어...아뇨. 이제는 돌아가라고 할 생각이었죠."
그녀는 씩 웃으면서 그와 신수를 번갈아 보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제 끝이 났다. 하지만 난 전사가 아니야. 뷰러나 치크같은 사람이 아니지. 난 방해만 될 거다."
어린 것 치고는 참 현명한데. 링크가 그녀를 보면서 생각했다. 젤다처럼 너무 빨리 자라야 했던 사람일 거야. 아마 그 이상인지도 모르지.
루쥬는 그를 돌아보았다. "그대가 성공하리라 믿는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래. 다 끝나면 다시 보러 와라."
"또 여장해야 합니까?"
그녀는 장난스레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그대가 브오이인 것은 불변이니까. 오랜 전통을 깬 족장으로 기억에 남고 싶지는 않다."
그러자 그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미 절 들여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뭐, 그것도 나름대로의 전통이지. 브오이는 마을로 들어오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시도하고는 해 왔다. 우리는 대부분 이를 알고 그냥 살다가 벌어지는 일로 받아들였지. 뷰러 같은 일부는 최대한 부인하려고 하지만 말이야."
나보리스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흔들리는 다리가 조금 균형을 잡고 있었다. 링크는 몸이 굳으면서 이를 쏘아보았다. "가야 합니다. 금방 오겠습니다."
"그러리라 믿는다. 행운을 빈다."
그는 루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모래를 흩날리며 신수를 향해 달려갔다. 나보리스는 이미 배 쪽으로 엎드리고 있었고 다리가 그 밑으로 내려갔다. 몸을 세우는 순간 그는 뛰어올라서 그 몸에 걸려 있는 작은 경사면의 모서리를 간신히 잡았다.
이를 갈면서 그는 나보리스의 다리가 펼쳐지면서 몸을 공중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자신의 몸을 끌어올렸다. 마침내 발 밑에 바닥으로 서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돌아보았다.
경사로가 신수의 배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돌의 격자 벽이 탑승자가 경사로 옆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세워져 있었지만 나보리스가 갑자기 앞으로 움직이자 넘어질 뻔했다.
링크는 다시 모래폭풍이 불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곧 신수가 힘을 되찾고 공격을 시작할 것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바자의 피해 이상을 일으키도록 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서 경사로를 올랐다. 이 위를 다 오르자 나보리스의 커다란 둥근 배 안에 팔짱을 끼고 낯익은 미소를 짓고 있는 반투명한 우르보사의 영혼을 바로 마주쳤다.
"아아, 그리운 얼굴이네." 그녀가 지금도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사람 오래 기다리게 하는 재주가 좋단 말이지."
링크는 그 말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녀를 보자 쓰라린 기분이 들었다. 그녀도 다른 영걸들과 마찬가지로 죽어 있었다. 마지막 임무를 끝내기 위해서 간신히 숨을 유지하고 있는 영혼이었다.
"죄송해요. 늦잠 자느라." 그가 말했다.
우르보사는 씩 웃으며 입이 벌어졌고 그녀는 그를 유심히 보았다. "링크, 몸이 좋은데.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 치고는...근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최소 10년인가?"
"100년입니다. 회생의 사당에 들어갔고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그녀는 이를 곧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턱에 손을 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젤다는?"
"살아 있습니다. 아직 가논에 맞서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 공주님이야." 우르보사는 자랑스럽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넌 이제 나보리스를 가논에게서 해방하려 온 거고."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다른 셋도 해방했고 각각의 영걸들이 조종하고 있습니다."
우르보사는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 "조종한다고? 살아있는 거야?"
"아뇨, 그...영혼들이 조종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기생하는 놈이 없어지자..."
"...연결이 돌아온 건가. 신기하네. 젤다는 그 일에 답을 알고 있을 것 같네."
"그럴 겁니다."
우르보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럼 가논을 무찌르고 나서 말해줘야겠네. 곧바로 가설들을 세우기 시작할 것 같으니까."
링크는 우르보사를 보았고 자신 말고도 젤다에게도 연민이 들었다. 그녀와 우르보사의 관계는 친구 그 이상이었다.
"그 분에게는 좀 힘든 일일 겁니다. 친구와 가족들이 다 죽었으니까요."
우르보사는 코웃음을 쳤다. "우리 중에서 가장 강인했으니까 괜찮을거야. 게다가, 아직 네가 있잖아."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았고 둘 사이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오고 갔다. 그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맙군요. 처음에 저희들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든 원만하게 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아차렸는지 모르겠네요."
"뭐, 그래도 너희 둘은 얼마 뒤에 서로 어울리게 되었을 거야. 너희 둘은 같은 방에 들어가 있어야 했던 브에디와 같았으니까. 서로에게 으르렁거리고 발톱을 세웠지만 차차 서로가 있는 게 편해졌잖아."
"그 말은 모르겠는데요." 링크는 눈썹을 올리면서 말했다.
우르보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작은 동물로 귀가 뾰족하며 발톱이 있는 거. 하일리아인이 집에 두면서 작은 쥐를 잡게 하지."
"고양이요?"
"그래, 고양이. 너희 둘은 딱 고양이같았지."
링크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의 눈은 그녀 너머 신수의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배의 안쪽은 여러 발판이 있는 거대한 원통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발판으로 이어지는 둥근 문 여럿이 보였고 나보리스의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문도 보였다.
그 거대한 방의 한가운데의 발판 하나에는 주황빛으로 빛나는 중앙 제어 장치가 있었다.
내부의 대부분은 원념의 늪으로 덮여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고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발판 일부도 덮고 있었다. 몇몇 문과 출입구는 거미줄 같은 촉수들로 덮여 있었다. 노란 눈 여럿이 돌아가서 그를 보는 것도 보였다. 눈은 그를 유심히 보면서 떨고 있었다.
"널 두려워하는 거야." 우르보사가 조용히 말했다. "다른 분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는 것 같아."
"잘됐군요." 링크는 그녀 옆에 서서 어두운 나보리스의 내부를 보았다. 공기에 떠 있는, 끈적하고 역한 원념이 느껴졌다. 이제 더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더 강력하고 더...
그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또 다른 정신을 느꼈고 숨을 들이쉬었다. 마스터 소드의 정령이 더 강해진 것이다. 정령도 그만큼이나 이 안의 마수를 처단하고 싶어했다. 검에서 느껴지는 것은 증오가 아닌, 진정한 목표의식이었다. 그런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이 세상에서 그를 없애야 한다는 의지였다.
링크는 등 뒤로 손을 뻗어서 검의 손잡이를 잡고 뽑았다.
그러자 빛이 그의 주변의 공간을 비추었다. 검은 고대 병기 검보다도 더 순수하고 밝은, 강렬한 하얀 빛으로 빛났다. 어찌나 밝은지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 눈을 찡그려야 할 정도였다.
방 안의 원념은 떨면서 그 빛을 피해서 물러났다. 줄기 끝의 눈도 고개를 돌렸다. 공기 중의 원념의 기운도 마치 링크가 든 마스터 소드를 가운데로 하는 구형 영역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힘을 느꼈다. 그의 손에 딱 맞게 만들어진 전천후의 무구였지만 그것 이상이 느껴졌다. 더 강한 힘이 느껴지고 정신도 또렷해졌다. 마치 더 강한 흥분인 것 같았다. 모든 피로도 사라졌다.
그는 이를 느낀 적이 있었다. 가논의 공격 이후로 폐허가 되어버린 하이랄 성 시내를 질주하는 그 느낌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그 때에도 마스터 소드는 가논의 원념을 느끼고 마찬가지로 빛이 났었다. 하지만 동시에 좌절감이 기억났다. 이전에 느낀 적이 없는 고통과 절망이었다.
안돼, 그걸 생각하면 안돼. 그는 머릿속에 번쩍인 그 모습들을 지워버렸다. 그런 기억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있었고 지금은 이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집중하면서 침착해야 했다.
그가 앞으로 나가 더 큰 방으로 들어가자 원념이 모이는 것이 보였다. 천장에서 떨어지면서 머리 위의 제어장치가 있는 발판으로 떨어졌다. 노란 눈이 사라지면서 원념의 웅덩이를 이루었고 바닥을 따라 흘러가거나 공중으로 떠서 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우르보사? 여기에서는 어떤 놈과 맞섭니까?"
우르보사는 그의 옆에 서서 분노에 찬 눈빛으로 모습이 이루어지는 마수를 보았다. "빠른 놈이야. 눈 깜짝할 새에 움직여. 그리고...내 힘도 빼앗아버렸어. 내 번개의 힘 말이야. 링크, 조심해."
그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인 뒤 오른 아래팔에 방패를 매고 앞으로 나서서 태세를 갖추었다. 만일을 위해서 고대 병기 화살이 있었지만 지금은 쓰지 않을 것이었다. 특히 마스터 소드가 이 놈을 간절히 베고 싶어하는 이 순간에는 더욱 그랬다.
떠오르는 구형의 원념이 늘어나면서 몸을 만들고 마수가 형체를 이루었다. 그 놈은 다른 놈처럼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이번 것은 신기하게 크고 예리해서 마치 넓은 날과 같았다. 가운데의 푸른 눈을 제외하고는 주황색의 별자리 같은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가면의 양 옆으로 긴 붉은 머리가 흘러내려 몸의 대부분을 덮고 다리가 없는 아래까지 내려갔다. 두 팔이 늘어나면서 그 끝에 시커족의 장비가 나타났다. 각 팔에서 반짝이며 불이 들어왔고 왼팔은 빛이 나는 푸른 방패가, 오른팔에는 갈고리 같은 긴 검이 만들어졌다.
나보리스에 기생하는 놈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작았다. 사람의 머리와 몸통 정도의 크기였지만 공중에 떠 있어서 언뜻 보면 키가 커 보였다.
링크는 씩 웃고 손에서 마스터 소드를 돌렸다. 이 대결은 더 마음에 들었다. 검으로 승부하는 것이었다면 자신있었다.
"링크!" 우르보사가 말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놈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고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약간 오목한 바닥을 지그재그로 건너왔다. 링크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서 그의 목을 베어버렸을 그 검격을 막아냈다.
욕을 내지르며 그는 검으로 앞을 찔러 반격했지만 놈은 마스터 소드의 범위 밖으로 금방 물러나며 다시 덤볐다. 링크는 자신의 검으로 놈의 검을 막았고 한동안 힘을 겨루었지만 놈은 금방 사라져버렸다.
너무 빠르잖아! 그가 이를 갈면서 돌아보는 동안 생각했다. 놈은 있는 힘껏 그의 방패에 덤벼들어서 그를 몇 발짝 뒤로 밀쳤다. 그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자 무슨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안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 안의 증오가 느껴졌다.
놈은 다시 물러나더니 검을 공중으로 들었다. 링크는 전기를 아슬아슬하게 알아차렸다. 그는 옆으로 몸을 던졌고 번개가 그가 얼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찍는 것을 피했다.
"조심해!"
우르보사의 경고 덕에 또 살게 되었다. 링크는 구르면서 마스터 소드를 들어서 아래로 베는 공격을 막았다. 그는 다리를 차서 푸른 가디언 가드를 받아 벌떡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밀어냈다. 나보리스가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발 밑의 바닥은 계속 흔들렸고 그는 제대로 반격하기 위해서 자세를 잡는 것에만 시간을 너무 쓰고 있었다.
하지만 놈은 그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링크가 마스터 소드의 빛나는 끝을 푸른 눈에 겨누면서 앞으로 찌르자 검은 링크가 알아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회복된 방패에 맞고 튕겨나갔다.
놈은 다시 공격해서 그 검을 링크의 방패에 찍었다. 다행히 방패는 그 에너지의 공격을 버텨냈다. 그는 방패를 쳐내서 공격 하나를 쳐냈고 다시 방패를 내리찍어서 놈의 방패에 찍었다. 그러자 놈이 균형을 잃었고 링크는 검을 앞으로 찔렀다. 이번에는 원념에 닿았고 놈은 몸통을 이루는 꿈틀거리는 일부가 연기를 내면서 타버리자 괴성을 질렀다.
놈은 물러나서 번개를 쏘았고 링크는 이를 방패로 막으려 했다. 이것은 나쁜 선택이었다. 전기가 방패를 타고 그에게 흘러 들어가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왼손이 떨리면서 벌어져 마스터 소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몸을 떨면서 링크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서 매섭게 빠른 여러 공격을 막아냈다. 본능만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이 탓에 그의 목숨만 간신히 부지하고 있었다.
결국 놈의 검은 그의 허리를 베었고 옷을 베면서 살이 조금 탔다. 그는 이를 갈고 일반 사람의 뼈를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힘으로 방패를 놈의 얼굴에 찍었다.
유의미한 피해가 간 것 같았다. 링크가 아직도 저릿저릿한 손가락으로 마스터 소드를 들 수 있을 정도로 밀려난 것이었다. 그는 이제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해서 그와 놈 사이의 바닥을 가로질러 놈의 방패에 검을 내리쳤다. 방패의 일부는 마치 피해를 입은 듯 반짝였지만 놈이 다시 공격하기 시작해서 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교전은 잠깐이었고 다시 서로 물러나면서 멀어졌다. 그는 놈이 움직이기를 기다렸고 얼마 뒤에 다시 잔상만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기다리면서 눈에서 힘을 풀어 놈의 움직임을 따라가려 하는 대신, 그의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두었다. 그는 한 무릎을 꿇었고 놈의 검은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링크는 검을 위로 치켜들어서 사람이었다면 배가 있을 위치에 마스터 소드를 박아넣었다.
놈은 날아오르면서 그 상처에서 검은 안개를 뿜어내며 괴성을 질렀다. 놈은 링크의 범위 밖의 위쪽 발판으로 날아올랐다.
욕을 씹으며 링크는 돌아보면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발판으로 올라갈 경사로 여럿이 보였지만 그러면 노출될 것이었다. 화살은 있었지만 놈의 움직임을 보자 맞출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리발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지만 링크의 궁술은 그의 엄청난 정확성에 맞먹을 수가 없었다.
"피해." 우르보사가 갑자기 그의 옆에 나타나면서 말했다.
놈은 검을 허공으로 들었고 링크는 그 위로 전기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좌우로 달리면서 번개 하나를 간신히 피했다. 번개는 계속 내리찍으면서 그를 아슬아슬하게 빗맞추고 있었다.
그는 놈이 떠올라 있는 그 발판 아래로 들어갔고 놈이 짜증스런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들었다. 얼마 뒤 놈은 다른 발판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는 옆으로 달려서 다른 발판 뒤로 숨었고 번개는 그가 있던 자리를 찍으면서 흰 잔상이 눈에 남았다.
"일단은 시야에서 숨고 있어." 우르보사가 그가 있던 자리에 당당히 서면서 놈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한테 오게 해. 반드시 쓰러뜨릴 수 있어!"
놈은 그가 취하는 이 새 전략에 정말 짜증이 난 것 같았고 다시 링크를 멀리서 보면서 공격할 수 있는 위치로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그는 다시 또 다른 엄폐물 뒤로 숨었고 놈은 또 분노한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무기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제 시간에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았고 그는 돌면서 마스터 소드를 놈의 방패에 찍었다. 방패는 빛나는 검에 세게 맞자 번쩍였다.
링크는 힘을 더 주면서 방패에 계속해서 마스터 소드를 찍어 댔고 그러는 동안 방패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 한편 그의 방패는 놈의 반격을 전부 막아내고 있었다. 빠른 속도 치고는 놈은 검술에 그렇게 숙달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숙달되어 있었다.
그는 놈의 방패에 다시 마스터 소드를 찍었고 이번에는 방패가 완전히 꺼져버리면서 그의 검이 놈의 팔을 깊이 베어버렸다. 놈은 고통의 괴성을 질렀고 마스터 소드가 그 살과 기계 장치를 다 태워버리자 팔이 부스러지며 말라버렸다.
놈은 링크에서 엄청난 속도로 물러나면서 그가 쫓아갈 수 있는 거리 그 이상으로 멀어졌다. 놈은 다시 검을 들었고 링크는 또 그 날에 전기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다음 번개 공격을 피하기 위해 대비했지만 놈은 다시 움직였다.
그는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았지만 전기가 방패를 타고 팔로 흘러들어가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링크는 뒤로 비틀거렸고 그 팔은 더 이상 방패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마비되었다.
놈은 다시 덤볐고 링크는 마스터 소드로 공격을 막아냈다. 그 팔도 찌릿찌릿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충격이 덜했다. 그래도 검을 떨어뜨릴 뻔할 정도는 되었고 그는 이를 갈면서 전기가 흐르는 검을 밀어냈다.
이걸 빨리 끝내야돼. 링크는 놈의 공격 하나를 더 쳐내면서 생각했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전기가 검을 쥔 팔로 흘러 들어갔고 마스터 소드는 충격을 줄여 주었지만 팔의 힘이 빠지고 있었다. 오른팔은 아직도 먹먹했지만 손가락에 감각이 조금씩은 돌아오고 있었다.
놈은 다시 빠르게 움직였고 링크는 뒤에서 온 공격을 굴러서 간신히 피했다. 미칠 정도로 빨랐다. 하지만 놈만이 비상식적인 속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놈은 다시 그 빠른 속도로 덤볐지만 링크는 공격을 피하면서 뒤로 뛰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정신을 집중했고 그의 주변에서 모든 것이 느려졌다. 놈은 여전히 빨랐지만 갑자기 그 움직임을 볼 수가 있게 되었고 공격할 부위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움직이면서 전기로 번쩍이는 검의 베는 공격을 피했고 마스터 소드를 놈의 경계 너머로 밀어넣었다. 그의 검은 놈의 검을 든 팔을 완전히 베어 팔꿈치 부분에서 잘라버렸다.
놈이 외친 괴성에 링크는 귀청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다시 그에게서 멀어지며 빠르게 도망쳤다. 한 팔이 잘려나가고 방패를 든 팔은 아직도 다 말라서 힘이 없었기에 놈은 이제 절박한 기운을 풍겼다. 검을 든 팔이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가늘고 약했으며 무기도 없었다.
그래도 놈은 무기가 없는 팔을 들었고 그 열린 손바닥에 전기의 구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는 옆으로 뛰어서 첫번째와 두번째 전격을 피했고 둥근 바닥의 중간 정도에서 올라가는 발판 하나 뒤로 숨었다.
숨을 들이쉬면서 링크는 이를 갈았다. 놈은 이제 정면승부는 피할 것이었는데 허공에 있는 동안에는 링크가 불리했다. 화살로 쏘아볼까 싶었다. 일단 방패는 없으니 가능할지도 몰랐다.
손의 마스터 소드가 빛을 내며 반짝였고 그는 이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정령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 속에서 부드럽지만 강건하게 말했다.
검을 위로 들어올리세요.
놈은 그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을 유지하면서 그의 시야로 들어왔다. 놈은 손을 들어서 전기를 다시 생성했다. 링크 역시 마스터 소드를 든 손을 위로 들었다.
그러자 마스터 소드가 이전보다 더 강하게 빛이 났다. 그의 몸에 힘이 다시 솟아오르는 것 같았고 그가 느낀 상처와 전기 충격의 통증을 씻어냈다.
그는 다시 놈을 보았고 그 가면에 가려진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자세를 보자 영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검을 아래로 베었고 그러자 날에서 광선이 쏘아져 나오면서 번개와 같은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광선은 놈의 노출된 가슴 한가운데를 강타했고 그 자리에서 검은 안개가 솟구쳐나왔다. 놈은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링크는 앞으로 달리면서 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는 뛰면서 검의 끝을 아래로 겨누면서 놈의 번쩍이는 푸른 눈으로 찔러 박았다. 검이 놈의 머리를 꿰뚫으면서 바닥을 찍는 것이 느껴졌다.
한동안 침묵만이 돌았고 놈은 마지막 고통의 괴성을 지르면서 링크 밑에서 몸을 떨다가 검은 원념의 구름으로 흩어졌다. 이전에 링크가 이런 구름과 같은 원념에 닿으면 마치 화상을 입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그와 그가 든 빛이 나는 마스터 소드에서 도망치면서 한동안 휘돌다가 흐려졌다.
끝이 난 것이었다.
그의 위에서 우르보사가 웃는 것이 들렸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고 원념의 존재가 사라지자 마스터 소드에서 빛이 사그라드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검에게 조용히 감사를 전했고 그는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 것을 잠시 느꼈다. 그는 이를 검집에 넣고 몸을 돌려 우르보사를 보았다.
"잘했다, 링크." 그녀가 감정에 북받친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알았다고."
그는 발 밑에서 나보리스가 멈추는 것을 느꼈다. 올라탄 뒤로 처음으로 서는 것이었다. 밖에서는 모래폭풍의 바람소리도 진정되는 것 같았다.
링크는 우르보사의 눈을 보다가 미소를 지었고 순간 그의 몸 안에서 갑작스럽게 감정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안도와 즐거움, 애수와 피로 모두가 섞여 있었다. "이제 다 해방됐습니다." 그가 말했다. 마침내, 오랜 여정과 시련, 부상과 고통 끝에 신수 넷이 모두 해방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의 과거의 네 친구들 모두도 그 감옥에서 풀려난 것이다.
"그렇지."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풀어줄 한 사람이 더 있잖아?"
"아, 그거에 대해서는 좀 다릅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지만 눈물이 나기 직전이었다. "저는 젤다를 풀어주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녀라면 원하는 때에 아무 때나 나올 수 있습니다."
우르보사는 코웃음을 쳤다. 영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신기한 소리였지만 곧바로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는 자존심이 강하단 말이야. 시간이 그렇게 지났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
그는 그녀를 보았고 젤다에 대해서 말했을 때에 그녀가 지은 표정에서 자랑스러움과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면 그의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여기로 데려올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가 말했다.
우르보사는 그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내가 그 아이를 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대답을 해 줄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아이는 얼마든지 말을 걸 수는 있거든."
그녀는 몸을 돌려 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들은 이제 은은한 푸른 빛을 내는 나보리스의 제어 장치가 있는 발판 아래를 지나쳐서 중앙 방을 건너갔다. 우르보사는 그를 발판 하나로 이끌어서 다른 복도로 이끌었다. 바닥과 벽에 녹색의 빛의 선이 들어와서 그들이 지나가는 동안 미묘한 그림자가 생겼다.
마침내 그들은 나보리스의 긴 목의 아래로 나왔다. 그들이 나오자 목이 내려가면서 사막과 카라카라 바자의 흔적 쪽으로 나아가는 가로의 긴 발판을 만들었다. 우르보사는 긴 목으로 나섰고 그도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나보리스의 둥근 머리에 도착하자 신수는 다시 공중으로 고개를 들어서 사막의 한참 위, 모래폭풍의 흔적 위로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을 올려주었다. 해가 뜨면서 땅을 빛으로 비추었고 멀리 있는 사막이 반짝였다.
"나의 고향인가..." 우르보사가 멀리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멀리서 겔드의 마을의 외벽이 보였지만 아직도 멀리 있었다. 그들의 아래에는 낙뢰로 파괴된 바자가 보였지만 건물 여럿이 아직도 멀쩡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야자수는 멀쩡해 보였다. "링크, 고향을 구해줘서 고맙다."
링크는 한숨을 내쉬면서 앉았고 나보리스의 머리 너머로 다리를 늘어뜨렸다. 그의 눈길은 다시 하이랄 성이 있는 위치인 먼 동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하나가 남아 있어. 그는 검이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을 느꼈다. 적수는 이제 하나만 남아 있었다.
"제가 처음 이 여정을 시작했을 때 할 수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가 말했다. 우르보사는 그의 옆에 앉아서 눈썹을 조금 든 채로 그를 보았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 "사당은 제 기억을 지워버렸고 그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기나 할는지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어때?"
그는 가볍게 웃었다. "아직도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콧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젤다는 늘 널 믿었지."
"뭐, 늘은 아니죠. 몇몇 여행은 기억합니다."
"그래. 하지만 너를 믿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어."
그녀의 의심과 고통, 그리고 나보리스를 타기 전에 떠오른 그 기억을 생각하자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혹시 제가..." 그는 말을 꺼내다가 망설였다.
우르보사는 그를 기대하듯 보았다. "네가 뭐?"
그는 그녀의 눈을 보지 않았다. "제가 그녀를 도와주었습니까? 당신이 그녀를 위로해 주던 것을 기억하고 있고 저도 그러려고 했다는 것은 기억하는데..."
그녀는 답답하다는 듯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그 아이가 말하는 것처럼 눈치가 없네."
"기억을 잃었다고 했잖아요." 그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리고...눈치가 없다니요?"
그녀는 낄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젤다의 비밀을 내가 말하지는 않을 거야. 기억을 더 되찾다 보면 알아내겠지."
링크는 심장이 더 빨리 뛰는 것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젤다에 대해서 생각하기만 해도 이런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녀에 대한 생각은 그가 방금 처단한 마수에 맞서는 것 이상으로 그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다.
"뭐...그래, 링크. 넌 그 아이를 많이 도와줬어. 너와 있으면 자주 웃었고, 행복한 모습을 보였지." 우르보사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그 아이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너였는지도 몰라."
"예." 그가 말했다. "다행이네요."
우르보사는 그를 보면서 눈썹 하나를 올렸다. "생각보다 더 많이 기억을 떠올린 것 같은데?"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고개를 젖히면서 웃었다.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도 한 변했네!"
그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녀가 맞는지 아닌지도 잘 몰랐다. 그는 젤다에게 무슨 강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사랑이었는지 확실하게 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는 더 많은 기억, 그가 한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가 한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둘 사이는 어땠는지에 대한 지식을 더 알기를 바랐다. 그는 그 당시에 느낀 감정과 기억 속의 감정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미 호되게 배웠다. 그것도 두 번 이상이나 배웠었다.
얼마 뒤 우르보사는 다시 진정하고 목을 골랐다. 다시 입을 열자 더 사무적인 말투였다. "자. 이제 마지막 신수도 해방됐겠다, 우리가 100년 전에 시작한 일을 마침내 끝낼 때가 온 거군."
"그렇죠." 그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가 하이랄 성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보기를 정말 고대했어. 그리고 가논을 시커멓게 태워 무덤에 처박아버릴 순간도 고대했고."
그는 그녀를 쓴 미소를 지으면서 보았다. "한계는 있을 겁니다."
"아, 우리 모두가 한을 풀 순간은 있을 거야."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자신의 마을을 보았다. "우리의 역사에 가논이 한때는 겔드족이었다고 기록한 것을 알아?"
"아뇨, 몰랐습니다."
그녀는 입술을 물었다. "사실이야. 원래 우리 종족의 일원이었는지, 아니면 둔갑을 한 건지는 나도 모르지만 관심도 없어. 그것은 우리 종족의 수치라고 생각해 왔고, 반드시 씻어낼 수치라고 여겼지."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들어도 별로 감흥은 없었지만 이는 우르보사가 정말 간절히 바라는 것임이 확실했다.
그녀는 그를 보았다. "가논의 주의를 끌어서 노출시키는 것은 너의 일이야. 그런 뒤에는 우리가 공격을 나서는 거지. 그런 뒤에는...그때는 젤다가 자신의 진정한 힘을 증명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되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랄 평원에 신수를 집합시킬 겁니다. 그리고...가디언에게서 가논의 영향을 뽑아낼 계획도 세워지고 있습니다. 설령 그게 통하지 않는다 해도 제 뒤에는 군대가 있겠지요."
"좋아. 겔드족도 기꺼이 참전할 거야. 그러지 않는다면 족장에게 겔드족은 물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줘."
"예."
"그리고 젤다에게...자랑스럽다고 전해줘."
링크는 나보리스의 발판에서 내려 아래의 모래로 내려갔다. 우르보사는 겔드의 마을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나보리스가 마을로 계속 걸어오면 벌어질 소동을 우려해 거절했다. 고론 시티와 리토의 마을의 반응을 고려해본 끝에 그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해서 사람들을 더 많이 기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원한다면 마을 근처의 사당으로 언제든지 워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 여관에 남겨둔 그의 장비를 구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링크는 완전히 버려진 카라카라 바자를 조용히 뚫고 갔고 나보리스의 모래 폭풍이 일으킨 파괴를 놀라며 보았다. 건물이 그의 리모컨 폭탄에 맞은 것처럼 무너져 있었다. 바위가 조각이 났었고 일부 모래는 서로 녹아 붙어 유리가 된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여관의 잔해를 향해서 갔다. 지붕의 절반과 한쪽 벽이 완전히 날아가 있었지만 그래도 현관은 그대로 있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고 모든 것이 모래먼지에 두껍게 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가 찾던 것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모래폭풍에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침대에 그의 가방이 있었다. 그는 침대에 걸터앉아 이를 끌고 왔고 그 안의 물건들을 확인했다. 젤다의 일기와 이가단의 아지트에서 훔쳐온 서류 및 책도 그대로였다. 그의 여장 복장도 보였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이를 꺼냈다. 한번은 더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딱 한번이야. 그가 마지못해서 생각했다. 그런 뒤에는 이 이상한 사막을 완전히 떠나야지.
링크는 일어서서 등에서 방패와 마스터 소드를 풀었다. 그는 손을 내려 그가 입은 상의의 아랫도리를 잡았다.
"링크!"
그는 멈추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 목소리의 위치를 찾아 몸을 돌렸다. 목소리는 낯익었다.
"젤다?"
Notes:
1. Urbosa's dialogue is a combination of the East Asian release dialogue and a translation of the fiction (우르보사의 대화는 정발판 대사와 원작 소설의 대사의 번역의 혼합입니다.)
Chapter 53: 50장
Chapter Text
"링크!"
그는 용을 쓰면서 작은 바위틈으로 손가락을 뻗어서 다시 잡았다. 더 안정적으로 잡았다고 생각한 그는 그가 매달린 암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꽤 먼 아래쪽에서 두 금발의 여성을 보았다.
젤다는 여기서도 보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아릴은 그녀 옆에 서서 한 팔에 딸기가 들어있는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가 말했다. 사실 방금 떨어질 뻔했지만 암벽을 타는 것에 있어서는 그 작은 실수도 치명적이었다.
젤다는 입술을 조금 물었다. "갑자기 달려가서 절벽을 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요. 이제 내려오세요. 버섯 안 가져와도 돼요."
"문제 없습니다!" 그가 다시 말하고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보라색 버섯은 이제 몇 발자국만 더 올라가면 되었고 거기까지 가려면 그가 타야 할 길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발을 들어서 다른 틈을 잡고 위로 몸을 밀어 올렸다. 작은 돌 몇 개가 빠져나오면서 가파른 암벽을 굴러 내려갔다.
그리고 어차피 올라가서 가져와 달라고 할 거였잖아요. 그가 그의 위태로운 자세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생각했다. 젤다가 절벽의 한 쪽에 자라는 보라색 버섯을 보았는데 자세히 보고 싶으면 늘 그러던 듯이 숨을 들이쉰 것이었다.
아래에서 젤다와 아릴 둘이 말하는 것이 들렸다. 아릴은 그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빨리 쏟아냈고 젤다는 지나가듯이 이에 대답했다. 그는 다시 아래를 보고 그녀가 그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가 바위를 탄 것을 본 적은 있잖아. 그가 영문을 몰라 생각했다. 지금이라고 달라? 물론 이 절벽은 그녀가 있을 때 타던 절벽보다는 다소 높았지만 그는 이 절벽보다 더 높은 암벽이나 더 까다로운 암벽도 탔었다.
그는 다시 몸을 끌어올리고 손을 아래로 뻗어 허리띠에서 칼을 뽑았다. 그는 조심스레 팔을 들어서 그 이상하게 생긴 버섯의 자루를 잘라서 절벽 아래로 굴려보냈다.
"갑니다!"
그가 아래를 보자 젤다가 앞으로 달려가서 그 버섯을 잡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팔에서 버섯은 신기하게도 컸다. 그녀는 아까 그를 말렸던 것에 반하여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는 것은 늘 좋았다.
그의 발이 미끄러졌고 그는 욕을 내지르며 힘이 빠질 것 같은 손가락으로 암벽을 잡았다. 아래에서 젤다와 아릴 둘이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들렸다. "괜찮습니다!" 그는 다른 발판을 더듬어 찾으면서 말했다. 다행히 그의 손가락에서 힘이 완전히 풀려 이게 완전한 거짓말이 되기 전에 그의 손가락이 틈 하나를 잡았다.
링크는 조심스레 암벽을 내려왔고 마지막 1미터는 뛰어내려서 땅에 무릎을 꿇으면서 착지했다. 젤다는 근처에 서서 그 버섯을 보면서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는 조금 어깨를 펴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던 뽐내는 기색을 보이려 했다.
"그래, 자랑은 다 했어? 나 이제 배고파." 아릴이 딸기를 씹으면서 물었다.
"입 다물어라." 링크가 그녀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그를 보며 씩 웃었다. 그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바구니에서 딸기를 집고 입에 물었다. 그는 그녀의 바구니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반 이상이나 먹었잖아!"
"나만 먹은 거 아냐!" 아릴이 변명하듯 말했다. "젤다 언니도 좀 먹었다고."
젤다는 웃었다. "저한테 떠넘기지 마세요. 전 한 움큼만 먹었다고요."
아릴은 인상을 찡그리더니 딸기를 하나 더 입에 물었다. "난 두세 주먹만 먹었어. 하지만 걱정 말아. 여기 근처에 또 덤불을 봤거든. 요리하는 동안 더 따올게."
그는 손을 뻗어 여동생의 머리칼을 헝클고 머리를 살짝 밀었다. "그러다가 지난번처럼 또 배탈 난다."
"안 나거든."
"후회하지 마라."
그녀는 링크에게 혓바닥을 내밀고 몸을 돌려서 딸기를 더 따러 걸어갔다. 그는 그녀를 미소를 지으며 보았고 그의 왼쪽에 젤다가 있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는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녀의 눈을 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전 자매가 있었으면 했어요."
"원하시면 여동생 데려가세요."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링크가 큰 물푸레나무 아래에 세운 그들의 작은 야영지로 돌아갔다. 그녀는 손에 큰 보라색 버섯을 들고 있었는데 마치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가 말했던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한 것은 딱 이걸 말한 거였어요." 그녀가 한동안 걷다가 말했다.
그는 코웃음을 쳤다. "저건 아무 문제도 없었죠. 라이넬 세 마리였다면 좀 버거웠을지도 몰랐고요."
"참 겸손하시네요."
그는 조금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죄송하군요."
"사실 다른 사람이 맡았더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좀 어깨 펴도 될 것 같네요."
링크는 데스마운틴의 발치 근처의 싸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이를 당당하게 자랑할 일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전투일 뿐이었다. 몬스터 무리, 라이넬 떼의 습격 한가운데에 젤다가 휘말린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간신히 살아났고 생채기 하나도 입지 않고 살아났다는 것도 더 기적에 가까웠다.
둘 사이에 침묵이 돌다가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여동생 분이 좀 신기한 말을 했어요."
링크의 뒷목에 소름이 돋았다. "정말요?"
"예." 그녀는 앞을 보면서 무표정을 유지했다. "이 여정에 저도 같이 오게 하는 것이 당신의 생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 그게...어, 예. 맞습니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링크, 제가 당신이 여동생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여동생 분과 둘이서만 있고 싶었으면 전 연구소에 이틀 더 있어도 정말 상관없었어요."
"그게 아니라..." 그는 말하다가 머뭇거렸다. "아릴은 당신이 여기 있는 걸 좋아합니다. 제가 돌아가자마자 저한테 당신과 여행한 일에 대해서만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당신과 좀 더 친해질 수 있게 할까 했습니다."
젤다는 눈썹을 치켜떴다. "그래요? 그래서 절 데려온 건가요?"
그는 고개를 돌리며 목을 골랐다. "다른 것도 있습니다."
"뭔데요?"
링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 밖으로 나올 핑계도 하나 드릴까 해서요."
용기의 샘에서 돌아온 뒤에 벌어진 일은 링크의 우려 그대로 진행되었다. 사제들은 젤다가 말에서 내리기도 전에 그녀에게 다가와서 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와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더욱이 그녀의 아버지도 엄한 눈빛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날 밤에 젤다는 링크에게 그 샘에서 자신이 실패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하이랄 평원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다가갈수록 그녀는 더욱 입을 다물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왕립 고대 연구소로 향해서 링크는 아릴을 밖으로 데려나가 별빛을 보면서 야영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킴과 동시에 젤다가 시커족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었다. 사실 젤다가 연구소의 자신의 방에 묵게 하지 않고 그들과 같이 있도록 하자고 한 것은 아릴의 생각이었지만 지금 그것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젤다가 있는 것에 대해서 아릴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것은 사실이었다. 특히 젤다가 그녀에게 공주라는 호칭을 붙이지 말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은 뒤로부터는 젤다를 많이 좋아했다.
젤다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지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역시 그랬군요. 정말 그러실 필요는 없었어요." 그녀는 멀리 성이 있는 동쪽을 보았다. "사실 지금은 힘의 샘에 갈 것을 대비해서 기도해야 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몰라요."
"예, 뭐, 저도 기도하기 전에 기도 잘 올리는지 기도하죠." 링크가 말했다.
그녀는 웃음을 참으면서 그를 보았다. "진심인데요."
"저도 그럽니다." 링크가 말했다. "식전 기도하기 전에 기도 꼭 한다고요."
그녀는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 "이제 보니 이전에 왜 그렇게 과묵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조용히 기도했으니까요."
"그렇겠죠."
그들은 작은 언덕을 올라 그들의 야영지 근처의 나무에 도착했다. 작은 연못이 그들 앞에 펼쳐져서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빛났다. 동쪽의 바치 평원에서 말의 무리가 달렸고 북쪽으로는 마리타 언덕이 오르고 있었으며 멀리에는 헤브라산 정상이 배경을 이루었다.
젤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버섯을 내려놓고 시커 스톤으로 사진을 찍었다. 링크는 그녀를 보다가 바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곧 아릴이 돌아왔는데 그녀의 손가락은 딸기를 따는 것과 동시에 먹는 것으로 빨개져 있었다.
한동안 링크는 요리하는 것에 집중했고 뒤에서는 그의 여동생과 젤다가 떠들어댔다. 아릴은 강의 나룻배와 해양 선박들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었고 젤다는 이에 진심으로 흥미가 있는 것 같았다.
아릴은 곧 달려나갔다. 아릴은 한 자리에 진득하니 앉아 있지를 못하곤 했다. 링크는 연못가로 달려가서 장화를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고 나서 물을 가르면서 가는 그녀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의 전골에 적절한 양의 재료가 들어갔다고 판단한 링크는 일어서서 팔을 뻗고 끓는 냄비에서 물러났다. 요리가 다 되기 까지는 몇 시간이 더 걸릴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고 젤다가 여러 색의 꽃을 관찰하는 것을 보았다.
"무엇을 보십니까?"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시커 스톤을 들어서 사진을 찍으며 다시 꽃을 보았다. "이 꽃이 참 신기해서요."
그는 더 설명이 있기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물었다. "왜 신기합니까?"
"여기에서 자라고 있으니까요." 그녀는 무릎을 땅에 대고 앞으로 몸을 숙여서 한 꽃을 바라보았다. "이런 종 같은 거요. 이것은 분명히 추낙 지방에서 자생해요. 그리고 이건..." 그녀는 다시 몸을 일으켜 무릎을 댄 채로 앞으로 나아갔다. "...필로네 수해에서 자생하고요!"
그는 그녀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런가요?"
"예." 그녀는 또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야생에서 다양한 꽃이 자라는 것은 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은 신기한 특성들을 가지고 있죠. 사실 이 꽃을...당신 요리에다가 넣어볼 수도 있고..." 그녀는 말 끝을 흐렸다.
그녀는 천천히 앞으로 몸을 숙여서 맨 손가락으로 줄기 쪽이 푸르고 끝이 하얀, 다섯 꽃잎이 있는 꽃을 어루만졌다.
"이 꽃은 '고요한 공주'라고 해요." 그녀가 링크가 옆으로 다가가야 들릴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그 꽃을 굉장히 부럽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굉장히 희귀한 멸종위기종이죠."
그녀는 그가 다가오는 것을 돌아보았다. "얼마 전부터 인공 재배를 시작했지만 좀처럼 자라지 않아요. 야생에서만 자랄 수 있죠."
젤다는 다시 다리로 꿇어앉아서 시커 스톤을 들어 꽃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다시 무릎으로 내려놓아서 꽃을 바라보았다. "이 종이 알아서 잘 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멸종할지도 모르는 공주죠."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의 등을 보았다. 갑자기 그 꽃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젤다?" 그는 조금 움직이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려 했다.
갑자기 그녀가 숨을 들이쉬면서 앞으로 빨리 기어나갔고 링크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다리 쪽을 바로 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부끄러워지면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것도 꽤 어려워지고 있었다.
"여기 좀 보세요!"
그는 다시 그녀를 보았고 젤다가 다시 무릎을 꿇은 채로 그를 보고 있는 동안에 손으로 무언가를 덮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아까의 씁쓸한 말투는 온데간데 없이 흥분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정말 놀랍네요! 실제로 잡아서요!"
"뭐를...잡아요?"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무릎으로 나아가서 그에게 다가갔다. 꽤 가까워져 무릎끼리 닿을 정도였다. "별미로 유명한 식용종이지만, 최근 연구에서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판명됐지요!" 그녀는 손을 링크가 그 안에 있는 것을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로만 열었다. "자!"
"그건...개구리네요." 링크는 그녀의 손 안에 있는 작고 누렇고 푸른 개구리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이전에 잡은 적은 없었거든요!" 그녀는 얼굴로 이를 가까이 가져가서 유심히 보았다. "성에서 연구를 한 결과 이를 섭취하면 몇몇 능력이 강화된다고 해요."
"능력이 강화돼요? 젤다, 설마..."
그녀는 그의 영문을 모르는 충격을 모르는 채로 말을 이었다. "여기서는 환경이 통제된 상태가 아니지만, 당신같이 탁월한 신체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대상자로 훌륭할 거예요."
"예?" 그가 기겁을 하며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했다. "싫습니다."
"자!" 그녀는 더 다가가면서 그에게 개구리를 들이밀었다. "어서요, 자!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본 적이 없어요!"
"개구리는 안 먹을 겁니다."
젤다는 그에게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조금 물러났다. "왜요? 독이 있는 것도 아닌데요."
"독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개구리는 먹기가 싫습니다."
젤다는 반박하려 입을 열었는데 갑자기 아릴이 바지를 아직도 걷고 손에 장화를 든 채로 달려왔다. "오빠! 내가 방금 뭐를 찾...어, 개구리를 잡았네요!"
젤다는 눈빛이 빛나는 모습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전에 잡은 적이 없었어요."
아릴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녀는 바로 진지해지면서 미간을 좀 쓰게 찌뿌렸다. "그럼 안 돼죠."
젤다도 이를 따라했다. "그럼요."
그리고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셋 모두가 연못으로 바지를 걷은 채로 내려가서 개구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링크는 이 개구리들이 자신의 전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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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젤다."
링크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쏟아졌다. 절벽을 타던 것과, 젤다와 개구리의 일과, 셋 모두가 서로에게 물장구를 치던 끝에 다 흠뻑 젖어버린 일까지. 젤다는 그 능력을 강화한다고 알려진 개구리를 전골에 넣자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그 전골을 완전히 망쳐버리기까지 했다.
다른 기억들도 여러 색과 기분과 생각이 되어 쏟아졌다. 별빛 아래 젤다 옆에 누워서 이미 여러 차례 그녀에게 대부분 말해주었던 그의 어린 시절을 말했다. 그녀는 공주일 때에 같이 어울릴 친구가 없다고도 말했다. 몸을 굴려 엎드려서 그녀의 얼굴이 그에게 꽤 가까운 채, 눈은 불빛에 크고 녹색으로 비치고 있던 것도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친구가 되어준 것을 많이 고마워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았다. 그가 그 순간에 어떻게 느꼈는지 그녀는 알았을까? 그 순간에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이...
링크는 멈추고 기억을 재빨리 치워냈다. 일단 현재, 젤다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금으로 돌아와야 했다.
"제게 말하고 있군요." 그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
"성공하셨군요. 링크, 정말로요!" 그녀는 신이 나고 당당한 말투로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믿었다고요."
그녀의 목소리를 듣기를 얼마나 자주 기도했단 말인가, 그녀에게 말을 걸면서 그녀가 들을 수 있기를 얼마나 자주 바랐단 말인가...
그리고 그녀는 지금 여기에, 바로 그의 옆에 있는 듯이 목소리가 또렷했다.
"젤다, 무슨 일입니까?" 그는 반쯤 무너진 여관의 침대에 앉아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가논이 너무 세게 저항하고 있어서 저와 말할 수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있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마지막 분신을 파괴하자 무언가가 변했어요. 그런 일이 벌어지자 분노했어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이상으로 분노했어요. 풀려날 뻔했고요. 하지만 갑자기 물러나더라고요."
"물러나요?"
"그게..." 그녀는 조금 머뭇거렸다. "성에 있는 것은 아직 느껴져요. 본관에 있어요. 더 이상 족쇄를 풀어버리려고 하고 있지 않아요. 아마 당신을 대비하고 있나봐요. 하지만 지금은 풀려나려고 하지 않고 있으니까 지금은 제 모습을...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목이 메였다. 정말 그녀의 목소리 그대로였다. 시자기 마을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었을 때 들렸던 것 그 이상이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 말해야만 했던 것이 꽤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말이 도무지 나오지가 않았다.
"혹시..." 그는 목소리가 매여 있었다. 그는 목을 고르고 다시 또렷하게 말했다. "내내 저를 보고 있었습니까?"
"그럴 수 있을 때면 그랬어요. 마스터 소드를 뽑는 것도, 숲에 있던 것도 보았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인도자를 부르는 법을 말해줬어야 했네요. 그건 잊어버렸어요. 미안해요."
"예? 아, 아뇨, 괜찮습니다. 당신에게 내내 말하려고도 했으니까요. 들을 수 있었는지는 몰랐지만요."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아, 당연히 들었죠. 뭐, 대부분은 들었어요. 지금이 되어서야 말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죄송해요."
"정말 괜찮...습니다." 갑자기 부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젤다가 그의 말을 듣기를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못 듣고 있을 거라고 여기면서 말하고 있던 것이다. 대체 얼마나 솔직하게 말하고 있던 것이었단 말인가? 지금 그는 그가 말한 모든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억은 계속 돌아오고 있나요?"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럴 필요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조각이 전부입니다. 저희가 연못가에 갔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아릴도 있었고요. 혹시..."
갑자기 그를 끌어안는 듯한 온기가 온몸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미소를 볼 때와 비슷한 온기였다. "예. 여름의 끝자락이었죠. 잘 기억해요. 정말 평온한 때였죠. 그런 뒤에...좀 일이 복잡해졌죠."
둘 사이에 불편한 침묵이 감돌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젤다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링크는 그 기억도 없다는 사실에.
마침내 그는 먼지가 깔린 침대의 여러 색의 겔드족 복장을 보면서 침묵을 깼다. 또 다른 부끄러움이 쏟아지면서 크게 신음소리를 낸 것이었다.
"왜요?" 그녀가 물었다.
"절 계속 보고 있었다고 했죠."
한동안 침묵이 감돌았고 그녀는 목소리에 웃음을 숨긴 채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아, 그럼요. 당연하죠."
"그러면 제가 겔드족의 마을로 들어가려고 했을 때 겪은 각종 생고생들을 다 보셨겠죠?" 그가 그녀의 대답을 두려워하며 물었다.
"뭐, 링크 당신에게도 그런 면모가 있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이 대화를 즐기는 것 같이 말했다. "그리고 그 옷도 정말 잘 어울리고요."
"대화 그만하겠습니다."
"에이, 누가 먼저 나무라요. 제 일기를 당신이 먼저 읽고 있었으면서요. 개인적인 영역을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네요."
그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거하고는...직접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제가 그동안...옷도 갈아입고...화장실에 가서...목욕에...그것도 다 보셨냐고요?"
그녀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부끄러운 상황과는 별개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지금 제가 얼마나 잘 보입니까?"
"직접 있는 것처럼요."
그는 한 발짝을 걸어나갔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얼마나 가깝습니까?"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굉장히 가까워져 있었다. 거의 귓속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꽤요." 한순간 그의 볼에 그녀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서 그녀의 녹색의 눈이 바로 옆에 있기를 상상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모래가 덮인 반쯤 무너진 벽이 전부였다. "직접 봤으면 합니다."
한동안 침묵이 돌았다. "저도 그럴 수 있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힘을 너무 많이 쓸 거예요. 가논이 그 틈을 타서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압니다. 이해합니다." 그는 말을 멈추었다. "그래도 곧 당신을 직접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아까 느꼈던 그 온기를 다시 느꼈다. 젤다의 모습이나 그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기대감에 몸을 떨었고 이것이 그에게서 왔는지 그녀에게서 왔는지 확실히 몰랐다.
하지만 그 느낌은 사라졌고 그녀의 목소리도 조금 흐려졌다. "하지만 링크, 너무 서두르지는 마세요. 지금 가논은 잠시 후퇴했으니까요. 지금은 준비를 마치는 것에 집중해 주세요. 다시 와 버리면 그 때에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를 배치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리고 시커족이 가디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예. 준비를 하시는 동안 가논의 눈을 막아 둘게요. 전능하지는 않으니까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계략을 알아차리게 되기를 바라야죠."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아직도 그들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떠올리기에는 이상한 생각이었지만 최근 자주 떠오른 생각이었다. "젤다?"
"예, 링크?"
"다음엔...뭘 하실겁니까? 이 일이 끝난 뒤에요?"
그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녀가 빨리 자리를 떠나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지난 가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기억나세요?"
"아주 조금만이요."
"이게 다 끝나고 뭘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 지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서로 다른 일인 것 같고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고 링크는 그녀가 조용히 한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항상 그렇게 되겠죠."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의 당신은 당신의 의무 그 이상을 하셨습니다. 이제는 원하는 것을 해도 될 때일 겁니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할 건가요?"
"저...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요?"
그는 그의 생각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있었다.
젤다도 마찬가지로 그러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난 가을을 생각해 보세요. 저희의 대화와, 힘의 샘과 지혜의 샘으로 간 여정들이요. 거기서 답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는 한편으로는 그녀가 답을 회피하는 것이 답답했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그녀는 그가 알기를, 기억하기를 바랐다. 신수를 해방하라고 보낸 것에도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시커 스톤을 주고 사진을 보라고 한 것이었다. 임파가 그가 직접 이를 대부분 알아내라고 한 이유이기도 했다.
과거를 기억해 나가면서 그는 그의 삶을 서서히 되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것은 젤다조차도 해 줄 수 없는 것이었다.
"예."
겔드의 마을은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바자가 부서지는 것을 보아서 나보리스가 도시로 몸을 돌려서 돌진하지 않을까 두려워했지만 이제 신수는 사막 밖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향해서 천천히 걸어나가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이제 시련의 시간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부는 루쥬님이 그날 아침에 신수에 맞서기 위해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했고 돌아오는 것과 모래폭풍이 멈춘 것을 근거로 이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링크는 이제는 도시에 아무런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마스터 소드를 숨길 필요도 없었지만 여장은 젤다가 다시 가논이 바깥의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잠시 신경을 돌린 뒤에서야 정말 마지못해서 했다.
그는 그래도 그녀가 그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의심했지만 이제는 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그를 계속 볼 수 있었다면 온갖 옷차림의 그를 이미 보았을 것이었다. 그래도 생각만 해도 부끄러웠다. 지금 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차라리 모르던 때가 더 마음이 편했다.
그는 이전보다 사람이 더 많이 있는 마을을 통과해 나갔다. 유목 겔드 부족이 더 많이 도시로 들어왔고 바자에 지내던 여성들도 잔뜩 들어왔다. 마을 안에 남자는 없었지만 마을의 외벽 밖에 서 있는 천막의 수가 늘었다는 것은 알아보았다.
그는 걸으면서 론드슨을 찾아다녔다. 그는 마을로 오는 길에 그녀의 집을 한번 보았는데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그 작은 집과 가게를 마련하려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를 생각하자 쓰라린 기분이 들었으며 이 소식을 자신이 직접 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붉은 머리의 여성 사이에서 그녀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기에 그는 왕궁으로 바로 향하기로 했다.
여기서도 그는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지만 경비병들이 그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이 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고 그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발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알현실은 그가 들어가자 대부분 비어 있어서 그는 바깥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루쥬의 방으로 향했다. 여기서 그는 그녀와 뷰러가 북동쪽, 그러니까 나보리스가 있는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발이 돌 층계 하나에 긁혔고 루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몸을 돌렸다. 갑자기 그녀가 층계를 뛰어내려와서 그의 몸을 꽉 끌어안고 얼굴을 가슴에 박았고 그녀의 붉은 머리가 그의 얼굴에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이상한 행동이어서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그냥 서 있었다.
그는 뷰러를 보았는데 경악하지만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그는 조심스레 루쥬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녀는 그에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떨어졌다.
"성공인가? 제압한건가?" 그녀가 물었지만 답은 이미 확실했다.
그는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었습니다."
루쥬는 더 크게 웃고 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뷰러 옆에 서서 북동쪽을 다시 보았다.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되는 걸까?"
링크는 두 겔드족 옆에 섰다. "성을 되찾기 위한 준비를 마저 하기 위해서 갈 겁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에 대해서 논의하고 싶었습니다."
루쥬는 눈썹을 치켜들며 그를 보았다. "겔드족이 가디언에 맞설 때의 전투에 참전하기를 바라는 거겠지?"
"어, 가디언이 끝에는 문제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예. 하이랄을 탈환하기 위한 군을 모으고 있습니다.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필요하다면 가논에 맞서는 것이 편해지도록 가디언도 무찌를 수 있도록이요."
그녀는 안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이미 경비대장 치크에게 이 말을 했고 이미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씩 웃었다. "우르보사 말이 맞군요."
"무슨 말이냐?" 그녀가 영문을 몰라서 그에게 날카롭게 물었다.
"나보리스에 있었습니다. 한동안 같이 말을 나누었죠. 저희를 돕기 위해서 군을 보낼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겔드족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다고 하면서요."
루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뷰러를 흘긋 보다가 다시 링크를 보았다. "주간에 경계하며 비약한다, 겔드는 물러서지 않는다..."
"무슨 말입니까?"
"모든 겔드족 족장이 공부하고 익혀야 할 세 주요 가치 중의 하나이다." 그녀는 이를 생각하면서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링크, 그대를 모든 방면으로 돕겠다."
"고맙습니다, 루쥬."
뷰러는 그 눈빛을 위험하게 번쩍이면서 목을 골랐다. "그렇게 존중 없이 루쥬님에게 말하는 것은 무엄하다!"
그는 더 크게 씩 웃었다. "아, 물론이죠. 죄송합니다, 루쥬님."
루쥬는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고 그 눈빛에 장난기가 어렸다. "사죄를 받아들이겠다, 어...그대를 무슨 호칭으로 부르지?"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링크 양이면 될 것 같군요. 링크 아가씨이거나, 아니, 생각해보니 링크 아씨요?"
루쥬는 고개를 저으면서 낄낄 웃었다.
"예? 왜 그래표범?"
어린 겔드족 족장은 더욱 크게 웃었고 뷰러는 끙 소리를 내었다.
링크는 그날 저녁에 론드슨을 찾았다. 나보리스가 떠났다는 말이 마을 곳곳에 퍼지자 마을로 피신한 겔드족이 다시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링크는 모래표범을 한 마리 더 빌려서 바자의 폐허로 갔고 그녀가 그녀의 가게의 잔해를 뒤지는 것을 쉽게 찾았다.
그녀는 그가 오는 것을 듣자 고개를 들었고 그 표정은 알기가 어려웠다. "사브사바, 링크."
"사브사바." 그는 표범에서 내려서 땅에 널부러진 잔해를 피해 그녀에게 다가갔다.
론드슨은 다시 가게로 몸을 돌려서 몸을 쭈그려 끝이 조금 찢어진 붉은 비단을 꺼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신수를 막아줘서 고맙다는 소리를 듣기를 기대하는 거겠지?" 그녀는 나보리스를 말하면서 옆으로 침을 뱉었다.
그는 그녀 옆에 서서 그녀의 집을 내려다보았다. "바자에 오기 전에 제압하려고 했습니다. 론드슨, 미안합니다. 그쪽 집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무사하니까 그 정도면 괜찮지."
링크는 그녀의 표정과 어투만 들어도 이것이 진심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사업이 불황이었어도 자신의 가게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졌는지를 알고 있었다. "다시 지을 겁니까?"
그녀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마침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린 뒤일 거야."
"왭니까?"
그녀는 비단을 손가락 사이에서 놓고 한때는 지붕이었을 것 같은, 튀어나온 돌 위에 앉았다. 그 자리에 앉아서 오아시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녁노을이 가운데의 물에 반사되어서 시뻘겋게 보이고 있었다.
"왜겠어? 돈이지. 말했잖아. 여기서 그렇게 사업이 잘 안되었다고. 옷을 사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을로 바로 향했다고. 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벌었어. 그것도 간신히."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그녀의 옆에 앉았다. 고론족에서 받은 보석들과 임파에게서 받은 루피를 생각했다. 이를 주는 것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 작은 재산은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이 말을 그녀에게 전했다.
"사오텐!" 론드슨이 목소리가 더 날이 서면서 말했다. "그거는 못 받아. 너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해도 말이야!"
그는 빨리 두 손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그녀는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니 그게...괜찮아. 그냥..." 그녀는 가볍게 신음을 했다. "호의로 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아. 하지만 이미 겔드족에게 많은 은혜를 졌잖아. 이거 이상으로 빚을 지기는 싫어."
그는 그녀의 거절에 더 큰 뜻이 있음을 짐작하고 조용히 있었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브아바가 돈을 조금 빌려주셨어. 내가 재봉사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 하지만 엄마는...과일 장수셨는데 같은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못 받아들이더라고."
"브아바요?"
"내 엄마의...엄마, 그러니까..."
"할머니요?"
"그래. 할머니." 그녀는 그 말을 조금 더듬었다. "브아바가 말하셨어. '론드슨, 네가 재봉사가 되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다. 꿈을 포기하지 말거라'라고."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얼마 뒤에 돌아가셨어. 겔드의 마을에서 포목점을 열어 보았는데 이미 마을에는 실력 좋은 재봉사들이 충분히 있었지. 그래서 여기로 나오기로 한 거야. 엄마는 꽤 화가 나셨지."
링크는 이를 이해했다. 이해한 것 이상으로 이해했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기억이 더 많이 들어온 것이었다. 그녀의 방으로 이어지는 돌다리에 서서 가디언을 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는 그 기억을 일단은 치워서 다시 론드슨에 집중했다. 그 기억에는 확실히 고통이 담겨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겔드의 마을에서 다시 시작합니까?"
"아마 엄마와 같이 과일을 팔겠지. 얼마 뒤에 다시 재기하고."
그는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론드슨, 재봉사가 정말로 필요한 동네가 있다고 하면 가 볼 겁니까?"
그녀는 관심이 간다는 듯이 눈썹을 치켜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어느 한...마을, 그러니까 계속 성장하는 새 마을이 있습니다. 그 마을은 지금 필수적으로 필요한 직인과 여성들을 많이 필요로 하고 있는데 재봉사도 필요로 합니다."
론드슨은 눈을 찡그렸다." 사막 너머에?"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동쪽의 추낙 지방입니다. 시자기 마을이라는 곳입니다."
그녀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안될 것 같네. 너무 먼데다가 거기서 날 받아줄지도 모르겠어."
"론드슨,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그들은 정말 당신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일에 보수도 충분히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녀는 무릎을 한동안 두드렸다. 마침내 그녀는 다시 붉은색과 금색으로 빛나는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난 사막을 떠난 적이 없어."
"나쁘지는 않습니다. 모래는 적고 잔디가 더 많죠."
"잔디가 뭐야?"
그는 그녀를 놀라서 보았다. "예? 아 그건..." 그녀의 미소를 보자 말을 멈추었다. "농담이군요."
론드슨은 고개를 젖히고 껄껄 웃었다. "한번 해 봐야 했어. 잔디가 뭔지는 알아. 겔드족 연애교실을 가 본 적이 확실히 없나 보네."
"그런 연애교실은 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관심이 가네요."
그녀는 코웃음을 치고 말리듯이 손을 저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북동쪽을 보았다. "멀리 여행하겠네..."
"그렇게 멀지는 않습니다." 그는 손을 내려 시커 스톤을 건드렸다. "거기까지 데려다 드릴 수는 없지만 하루 안에 갈 수 있도록 해 줄 수는 있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계속 두드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계속 중얼거렸다. "꿈을 포기하지 말라..." 그녀는 마침내 링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 볼게. 언제 갈 생각이야?"
그는 눈을 깜박이고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았다. "아침에 갈 생각인데 시간이 필요하시면 며칠 뒤에 올 순 있습니다."
론드슨은 고개를 저었다. "됐어.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다 잃어버렸으니까. 구할 수 있는 장비나 재료만 최대한 구해 봐야지. 아침에 가도 돼."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예. 그렇게 하죠. 물건 구해내는 것 도와드리죠."
Chapter 54: 51장
Chapter Text
"아버지가 유물 연구에서 손을 떼라고 명령하셨다. 봉인의 힘을 얻기 위한 수행에 전념하라신다."
링크는 그의 모닥불 근처에서 글씨를 최대한 알아보려고 하면서 읽었다. 이번 장은 그가 해자에 빠지는 바람에 훼손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글들, 특히 더 그 이후의 장들이, 읽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일찍이 그의 기억은 마치 꿈에서 떠올리는 것처럼 떠올랐지만 그가 론드슨의 물품들을 꺼내는 것에 신경이 다 쓰이는 바람에 신경에서 미끄러져 나가버린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기억을 하려 했지만 짜증이 났던 기분 외에는 기억이 너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기억이 났는지는 기억하고 있어서 젤다의 일기를 꺼내기로 한 것이었다. 이미 젤다에게 직접 물어보려 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할 때에 젤다와 직접 말할 수 있는 그의 소원은 아직 이루어질 날이 오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자주 그녀에게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분하고 창피해서 말이 안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쭉 노력해 왔는데..."
그는 이 단락을 여러 번 읽었지만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겼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도 있었고, 그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도 있었다. 그는 이것이 그의 기억 밖의 일이리라고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수행을 시작하기 한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어머니와 스승을 동시에 잃고 말았다."
그는 정원에서 이와 같은 대화를 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느낀 고통과 좌절감은 처음 이를 읽었을 때에는 떠오르지 않았던 쓰라림을 그의 마음 속에서 깨웠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했다.
"어머니는 미소를 띠며 말씀하셨다. 괜찮아 젤다, 너라... 봉인의 힘을 쓸 수 있을거야, 라고. 하지만 그렇지 못..... 몇 번을 해도, ......이 지나도, 봉인의 힘이 잠...되어 있을 텐데도..."
여기부터는 잉크가 번지거나 장이 훼손되는 바람의 글의 대부분이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었다.
"내...은 ...크와 힘... 샘에 수행을 ...러 간다. 하지... 헛수고가 될 것...다... 분명..."
그는 이제 힘의 샘의 기억을 더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 기억은 그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두드러져 있었다. 그녀와 거기까지 가는 것도 일부 기억이 났다. 나무 아래에서 호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도 기억이 났다.
그는 다시 일기의 첫 문장을 돌아보았다. 이번 것이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화가 나 있었다. 마치 론드슨의 어머니와 마찬가지였을 것이었다. 그들의 딸이 그들이 바란 길로 가지 않고 있어서 화가 난 것일 것이었다.
"무엇을...조사하고 있었다고요? 사당인가요?" 그렇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다른 기억이었다. "무언가 시커족과 관련 있는 무언가라..." 머릿속에 한 모습이 떠올랐다. "...가디언?" 그게 자연스러웠다. 젤다는 조사를, 아니, 가디언을 관찰을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한 다리였다. 그는 그 다리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방에서 연구실로 이어지는 다리였다. 젤다가...
젤다가 연구실로 날 데려갔었지, 맞아.
그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했고 주방으로 가서 그에게 같이 와 달라고 거의 왕명을 내리는 수준이었다.
링크는 그녀의 고집을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배고파 죽을 지경이었는데 그녀는 하인들에게 식사를 올려 달라고 할 참이었다고 했었다.
더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더 많은 모습과 기억과 감정, 그리고 그녀의 기억이었다.
마침내 그의 과거로 가는 틈이 열리고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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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주님, 요리사들이 저녁 식사를 거의 다 준비했습니다." 링크가 젤다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가면서 뒤따랐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빠르게 걸어나가고 있었고 허리까지 오는 금발은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 "몇 분만 있으면 저녁 식사가 될 텐데요."
"당신 배 말고는 생각하는 것이 없나요?" 그녀는 그를 어깨 너머로 보면서 물었다.
"아뇨." 그가 선뜻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저녁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배가 고파지죠."
그녀는 손을 저으면서 뽐내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인을 시켜서 식사를 올려보내라고 할게요. 그러면 되죠?"
그는 그 제안에 살짝 기운을 차렸다. 식당이나 심지어 주방의 벽감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것 대신에 젤다와 단 둘이서 하는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를 걸 수 있었다. 그것이 좀 더 낫게 들리기는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에게 너무 휘둘리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그를 너무 많이 끌고 다니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겠네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하, 그렇겠다고요?"
그들은 시녀 둘을 지나쳤는데 그들은 링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불편하게 둘을 바라보았다. 조금 더 눈치를 챙겨야 했다. 그는 이 복도 한가운데에서 그녀와 너무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다. 이미 주방의 잡역들이 그들이 갑자기 즉석에서 만나는 것에 대해서 소문을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었다.
그는 목을 조금 고르고 입을 다물고, 더 어깨를 펴서 조금 더 기사처럼 보이려 했다. 젤다는 조금 짜증이 난 듯이 그를 돌아보았지만 둘 사이의 친근한 대화를 더 잇지는 않았다.
아릴과 같이 연구소로 간 이후의 여러 주 동안 그녀는 꽤 힘들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홀로 조라의 마을로 간 뒤로는 더욱 그랬을 것이었다. 그런데 미파가 그에게 와 달라고 하면서 리잘포스의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기에 바로 가기로 했다. 그녀를 보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던 것이었다.
여행은 다소 괜찮았다. 부담도 적었다. 아무 문제 없이 친구로 만나면서 그녀의 눈빛이나 그녀의 사실상 모든 행동에 대한 선 넘는 생각을 떠올릴 필요도 없었다. 다만 미파는 좀 행동이 어색했다. 옛날을 많이 생각하면서 많이 머뭇거리는 것 같았다. 문득 한 생각이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최소한 젤다가 성에 박혀 있는 시간이 곧 끝이 날 것이었다. 내일 그들은 추낙 지방으로 향해 힘의 샘으로 갈 것이었다. 링크는 젤다가 그러는 것처럼 그 여정을 기대하고 있었다. 별빛 아래에서 잠드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침실에 도착해서 열쇠를 꺼내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링크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돌리자 그들을 보는 몇몇 하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공주님..."
그녀는 멈추면서 그를 한 눈썹을 들면서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알겠다는 표정이 얼굴에 떠올랐다. "아! 그렇죠." 그녀는 두 하인들을 보았다. "주방으로 가서 두 사람 분의 저녁식사를 준비해서 제 방으로 올리라고 하세요. 오늘 저녁에는 링크 씨와 제가 같이 제 방에서 식사할 겁니다."
"예, 전하." 시녀 하나가 몸을 깊이 숙이며 말했고 그녀와 같이 있던 사람과 같이 지시받은 대로 걸어나갔다.
링크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젤다는 인상을 조금 쓰며 그를 보았다. "왜요?"
"그...아닙니다."
"아뇨, 뭔데요?"
그는 입술을 조금 물면서 돌아보았다. "최근에 제가...소문을 좀 들어서요."
"무슨 소문이요?"
"공주님과 저에 대한 소문이요."
젤다의 볼이 조금 빨개졌고 그녀의 표정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래요? 소문이 뭐라 하던가요?"
"저와 당신이 단 둘이서 시간을 자주 보낸다고요."
"당신은 제 호위 기사잖아요. 서로 같이 있는 시간이 자주 있는 것은 당연하죠."
"공주님 방에서 단 둘이 있을 정도로요?"
그녀의 볼은 더욱 빨개졌다. "저희는...정확히 말하면 제 방에 있는 것은 아니죠. 연구실에 있을 거니까요. 제 방은 그냥 지나쳐가기만 할 뿐이에요.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복도를 다 내려가기는 싫으니까요."
"압니다. 그런데 저희 사이가 좀 많이...격식이 없다는 것 같다고도 해서요."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 그러면 그냥...그냥 저와 같이 안 가실래요?"
아, 젤다... 그가 생각했다. 정말 모르시네요. "당연히 아닙니다." 링크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좀 더 몸을 기울여 마치 은밀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시를 더 내리는 모습을 보이면 될 겁니다. 어쩌다가 저를 좀 노려보셔도 될 것 같고요."
그녀는 놀라서 눈을 깜박이다가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알았어요. 뭐, 최근에 갑자기 많이 불평을 쏟아내시네요."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노려보는 눈빛을 주었다. "링크 씨, 당신이 농땡이 치는 것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농땡이요?"
"예, 농땡이요. 당신이 주방에 내려가서 침이나 흘리고 있는 동안에 제가 위험에 처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아마 시녀 중 하나에게 또 추파나 보내고 있었겠죠."
"또라뇨, 그건..."
"다 보이는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요. 제 기사이니 제 말대로 따르세요. 알겠어요?"
생각보다 너무 열연하는데, 링크가 눈썹을 들면서 생각했다. 젤다의 미소는 사라지고 엄한 눈빛이 돌았다.
그는 목을 골랐다. "예, 전하." 그는 깊이 목례했다.
"좋아요. 그럼 부..." 그녀는 잠시 생각하면서 머뭇거렸다. "아니, 제 방으로 당장 들어오세요."
"예, 정말 잘 어울리네요." 링크가 쓰게 생각하며 말했다. "합리적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그의 얼굴 앞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불평은 그만해요. 제 방을 통과해 가고 제 연구실로 올라가서 제 새로운 이론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겁니다."
링크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밉살스러운 왕족 공주님에서 갑자기 엄한 유모가 됐네요."
젤다는 웃으면서 동시에 소리내는 것을 참으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랬네요. 그렇죠?"
"괜찮습니다. 분명 쥐들이 오늘 저녁에 수군댈 말은 충분히 줬을 겁니다."
그녀는 방문을 열면서 코웃음을 쳤다. "그럴리가요. 여기에는 쥐는 없어요. 키이스들이 서로 재잘거린다면 또 모르죠."
그는 그녀의 침실로 따라들어갔고 그녀는 등 뒤의 문을 닫았다. 방은 크고 둥글면서 한쪽에 흰 레이스가 걸린 네 기둥의 침대가 있었다. 구석에는 수가 놓인 장식장과 옷을 갈아입을 자리에 차양이 있었다. 반대쪽 벽에는 큰 벽난로가 있었고 그 위에는 금색 활이 있었는데 젤다는 이를 거의 쓴 적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이 되었을 때 링크는 그녀에게 쓰는 법을 알려줄까 했다. 방의 가운데에는 자신의 연구실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는 이층으로 가는 나선 계단을 보여주는 두 큰 창문의 가운데를 보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하인들은 정말 수군대기를 좋아한단 말이죠." 그녀는 방을 거쳐 계단으로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분수를 알고 끼어들어야죠."
"취미에 가깝죠. 종사들도 다 그래요. 아니, 기사들도 그러죠. 조심하지 않으면 그렇게 수군대다가 결투로도 이어지고요."
"남자란."
"그런데 엘레노어는 올해만 해도 기사 셋 정도는 때려눕혔어요."
젤다는 그를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돌아보았다. "그걸 대단하다고 하는 건가요? 다른 사람을 장대로 치는 것에 능하다는 게요? 아마 청혼하는 이들도 잔뜩 있겠네요."
"그건...화제가 아니잖습니까." 링크는 그녀의 뒤에서 계단을 오르기 위해 뒤를 따랐다. "게다가 엘레노어는 결혼하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남자 관심은 없는 것 같고요."
그녀는 그를 갑자기 돌아보면서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말을 멈추었다. "왜요? 그 말에 저는 아무런..."
"당신도 그러네요!" 그녀가 씩 웃으며 말했다. "당신도 수군대요."
"그...아뇨."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아뇨, 하고 있어요. 왕가의 소문꾼이 링크 씨 당신이라니, 의외인데요?"
"소문내는 거 아니었습니다. 대답하는 거였죠."
"링크, 전 그 사람이 남자나 여자에 무슨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안 물었어요."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멈추었다. "이런, 그랬죠. 더 이상 프레데릭하고는 술자리 같이 하면 안되겠군요." 그는 최근에 젤다의 고집대로 사람들과 더 어울리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당당한 미소를 짓고 계단을 마저 올랐다. 그는 그녀를 한동안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빨리 뒤를 따랐다.
둘은 다음 두 시간 동안 연구실에 있었다. 그러던 중에 신하들이 와서 식사를 가져왔다. 오늘의 식사는 고기와 야채들이 가득한 맛있어 보이는 고기 조림이 왔고 둘은 연구실로 이어지는 다리에 서서 사기 그릇을 벽 위에 둔 채로 먹었다. 식사는 맛이 다소 좋았다. 젤다는 지금은 기분이 좋은 채였고 그 역시 내일 성에서 나갈 것이라는 기대에 그러했다.
몇 시간이 지난 뒤에 그들은 좁은 연구실에서 나와서 다리로 나와 노을을 보면서 말하기로 했다. 밖에 있다는 것에 링크는 좀 불편했지만 사람들은 얼마 없었고 이 거리에서 그들을 들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들의 아래의 마당에 커다란 가디언 하나가 있었다. 최근에 이 기계들이 성의 지하에서 더 많이 발굴되었고 모두 수리되면서 기동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이 이전에 무기에 관해서 있다고 했던 문제점들은 이미 해결되어 있어서 그들이 경비에 더 많이 배치되고 있었다.
그는 그것들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았다. 첫번째가 젤다를 죽일 뻔했고 그도 당할 뻔했던 것이었다. 다만 그녀는 이를 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성벽의 총안 지점에 기대어서 아래의 가디언을 더 유심히 보았다. 시커족 학자 둘이 다가가서 무언가의 조작을 가했고 이에 가디언은 갑자기 살아나서 여섯 다리가 움직이더니 이어서 일어섰다.
"놀랍네요." 젤다는 그에게 미소를 짓고 다시 아래의 가디언을 내려다보았다. "드디어 움직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어요."
그는 그녀의 옆에 다가가서 성벽에 기대어 가디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시커족은 아래에서 무언가의 실험을 하는 듯 했다. 가디언은 마치 강아지처럼 시커족을 따라다녔는데 움직일 때에 따라오고 멈출 때는 섰다. 다른 시커족은 공책에 필기를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디언이나 신수에 대해 이해도를 넓히면..." 그녀는 그를 보면서 표정에 굳은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설령 재앙 가논이 부활한다고 해도 대항할 수 있을 테죠."
그녀가 가논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다행스러웠지만 그는 걱정이 되었다. 그가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인지는 의심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
그녀는 숨을 들이쉬며 몸을 돌렸고 링크의 눈은 그녀의 얼굴에서 다리를 건너 그들에게 다가오는 사람에 향했다. 국왕 로암 보스포라무스 하이랄이었다. 그는 경비병 둘과 같이 있었고 그들은 길의 양 옆에 경계하듯이 섰다.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뒤이어 처음 떠오른 생각은 그가 일찍이 말했던 그 소문들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 말이 왕의 귀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는 이 생각을 치워버리고 땅에 무릎을 꿇으면서 아래팔을 무릎에 얹고 고개를 숙였다.
"그..." 젤다는 머뭇거리듯이 말했다. 그는 조금 고개를 들어서 젤다의 손이 한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는 큰 숨을 들이쉬고 그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가디언에 대한 실험을 보고 있었습니다."
왕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면서 말을 이었다.
"저희가 유물을 완전히 파악한다면 재앙에 대한 대응도..."
"안다." 로암 왕의 말은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확실히 고대 유물 연구는 하이랄의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이를 계속 지켜봐야 하지."
"예. 그러니..." 젤다는 말을 이으려 했으나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 말이 더 거세지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공주인 네가 해야 하는, 아직 되지 않은 일은 있을 터."
링크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뭐야? 설마 여기서 그런 말을 할 생각인 건가? 내가 있고 저 뒤에 경비들도 있는 와중에?
"한번 더 묻겠다." 왕의 말은 더 엄해지면서 가시가 솟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도망치고만 있을 것이냐?"
링크는 귀까지 열기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도망이라니. 내내 도망치고 있다고만 여기는 거야? 그의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고 이에 그는 놀라면서 당황했다. 이런 감정을 국왕에게 나타내어서는 안되었다. 특히 그의 기사라면 더욱 그러했다.
젤다는 뒤로 조금 물러나며 떨리듯 숨을 내뱉었다. 그녀가 다시 말을 하자 그녀의 목소리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한 떨림이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습니다. 얼마 전에 돌고 온 용기의 샘에서 여신님께 기도를 최대한 드렸고 내일은..."
"그런데 여기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는 건가. 유물에 대한 관심을 접고 모든 시간을 수행에 쏟아부으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다." 왕의 목소리는 더 거세지고 더 엄해졌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재앙 봉인의 힘을 너의 몸에 깃들게 하는 방법이 그것 외에 있느냐?"
제발... 링크는 조용히 외었다. 여기서는 그러지 마십시오. 그는 다음의 말을 우려했다.
"모르겠습니다..." 젤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그러니까 적어도 지금의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지금이 무슨 시간이냐?"
"어...예?"
"무슨 시간이냐고 물었다."
젤다는 머뭇거리면서 하늘을 보았고 해의 위치도 보았다. 그녀는 몸이 굳어졌고 링크도 멈칫했다. 저녁 기도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었다. 그녀는 아버지를 다시 보았다. "그...그게..."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로암은 멈추고 숨을 들이쉬면서 목소리를 진정시켰다. "왕의 이름으로 명한다. 앞으로 유물에 관여하는 것을 일절 허락하지 않겠다. 샘에서의 수행에 전념해라."
젤다의 몸이 더욱 굳어졌고 그녀의 손은 더 강한 주먹을 쥐어 하얘졌다. 그의 자리에서 그는 그녀의 턱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왕의 매도는 아직 끝이 나지 않은 것 같았다.
"말 많은 왕궁 사람들에게 네가 어찌 불리고 있는지 아느냐?" 그는 몸을 돌려서 그녀를 보지 않고 가디언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 수군대고 있는 말이다..."
링크는 뒤이을 말에 이를 악물었다. 그와 젤다가 너무 가까워지는 바람에 이제는 멀어지게 될 것 같았다. 그들의 우정도 끝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오지는 않았다.
더 최악이 온 것이었다.
"반쪽짜리 공주이면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무능한 공주라며..."
젤다는 조용한 소리를 내었다. 흐느끼는 소리 같았다.
그에게는 이성을 충분히 잃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벌떡 일어서서 그녀와 그녀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이 사람 사이에 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정말로 그럴 뻔했다. 주먹을 꽉 쥐면서 당장이라도 일어날 듯이 다리의 근육도 굳혔다.
하지만 의무감 하나만으로 이를 단단히 억눌렀다.
왕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렇지 않다는 증명을 해 보이거라." 그는 그녀를 다시 보았다. 그의 뒤에서 두 경비병들이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은 채로 서 있었다. 이 시간 뒤에 곧장 이 일에 대해서 다른 이들에게 떠들 것이 분명했다. "알겠느냐?"
젤다는 고개를 떨구고 그녀의 손을 모았다. "예..." 그녀는 거의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바마마."
왕은 한동안 그녀를 보더니 링크가 무릎을 꿇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얼마 뒤 그는 왕이 몸을 돌린 것을 들었다. 그는 한번 고개를 다시 들어서 자신에 딸에게 무슨 충격을 줬는지 알지 못하는 듯이 걸어가는 왕을 보았다.
그가 떠나고 나서 침묵만이 돌았다. 젤다는 계속 손을 모은 채로 서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일어서서 다가갔다. 가까이 가자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볼에 눈물이 흐르면서 감정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젤..." 링크는 머뭇거리면서 손을 뻗었고 그의 손가락은 그녀의 어깨를 스쳤다.
그녀는 눈을 벌떡 뜨면서 물러나면서 고개를 저었다. "가...야 해요. 기도를..."
"젤다."
"기도를 놓쳐 버리다니 이런 일이...그런 적은...그런 적이...!"
"젤다!" 그는 그녀의 앞에 서서 그녀의 길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입술이 떨리는 것을 보자 그녀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가야 해요."
그녀는 그를 지나쳐갔고 나선 계단을 내려가는 그녀의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 자리에 홀로 남겨졌다. 아래에서 가디언의 머리가 천천히 돌았고 그는 그 푸른 눈이 그를 주시한 것만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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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천천히 일기를 닫았다. 번진 글씨가 쓰인 장이 찢어져서 빽빽히 쓴 글씨의 첫 몇 줄 위에 찢어진 금이 있었다. 그가 그랬던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책을 옆으로 치우고 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밤새 내내 그러고 있었다.
Chapter 55: 52장
Chapter Text
그가 추낙에 나타나자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다의 파도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뉴 카스토의 절벽 위의 나무는 푸르렀다. 누런 사막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는 반가운 광경이었다.
그의 뒤에서 론드슨이 놀라 숨을 들이쉬면서 그 광경을 눈이 휘둥그레져서 보았다. 그는 그녀가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녀는 그에게 사막을 나선 적이 없었다고 말했으니 이 광경은 그림이나 삽화로만 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얼마 뒤 둘은 걷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선 등대로 갔는데 신기하게도 로베리가 작업하고 있는 것에 힘을 쏟으면서 작동되고 있는 시커 레인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기요?" 링크는 건물로 안으로 들어가며 사람을 불렀다. 그는 조용히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는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뒷벽에는 상당한 양의 갑옷과 무기가 있었다.
준비가 거의 다 되고 있군. 그가 기대감에 부풀면서 생각했다. 그는 주먹을 쥐고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방의 옆의 작은 침대가 내려지고 그 위에 몇몇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추었다. 그라넷이 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아무도 없어?" 론드슨이 그가 다시 나서자 물었다. 그녀는 가디언의 몸체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그 다리 하나를 보고 있었다.
링크는 고개를 젓고 작은 마을로 계속 내려갔다. 그들이 걷는 동안 그는 시자기 마을에 대해서 더 설명했지만 그 이상한 규칙은 빼기로 했다. 추낙을 그녀 혼자 거쳐가게 하도록 두는 것이 걱정이 되었지만 이는 괜한 걱정이 되었다. 언덕 아래의 뉴 카스토 마을에 도착하자 볼슨 건설의 북부 지사의 목수 여럿과 허드슨이 있는 것을 본 것이었다.
"링크?" 허드슨이 링크가 마을의 광장에 다가가는 것을 보자 말했다. "여긴 무슨 일이야? 네가 분명..." 그는 론드슨을 보자 말을 흐리고 더 똑바로 섰다. "아."
링크는 웃음을 도무지 참을 수 없었고 그는 론드슨과 허드슨을 계속 돌아보았다. "이 사람은 허드슨입니다. 제가 말한 그 사람이죠. 허드슨, 론드슨입니다. 재봉사입니다."
허드슨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의 덥수룩한 수염 아래에 미소가 피어났다. "딱 완벽해."
론드슨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아, 그..." 그녀는 목을 고르고 몸을 세우고 허드슨에게 다가갔다. 얼마의 시간 뒤 그녀는 손을 뻗었다. "안녕하세요, 론드슨이에요.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그녀가 한 말이 꽤 기계적이고 많이 고상한 표현처럼 들려서 링크는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목소리도 조금 내리깐 것 같았다. 겔드족 연애교실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외워 말하는 것 같았다.
허드슨은 어색함을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손을 바로 잡았다. "허드슨이오. 와서 다행이요. 마테슨이 또 바지를 터뜨려서 말이오. 다시 꿰맬 실이 없어서 여기로 온 참이오."
한동안 론드슨은 허드슨의 직설적인 말에 놀란 것 같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더욱 침착해졌다. "그렇군요. 실과 바늘은 많은데 천은 좀 사야 해요. 대부분을 잃어버려서요."
"여기 와서 도와준다고 하니, 건설사가 비용을 대겠소."
링크는 둘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둘은 여전히 손을 잡고 있었고 그는 둘 모두 언제 손을 풀어야 하는지 적절한 때를 모르는 것인가 싶었다. 론드슨은 볼에 조금 홍조를 띠었다. 마침내 그는 헛기침을 했고 둘은 떨어지면서 그를 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론드슨, 이제 가야 합니다. 이제는 시자기 마을에 무사히 갈 수 있겠군요."
"어, 그래.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지." 그녀는 손을 뻗었고 링크는 겔드족의 전통적인 인사로 아래팔을 잡았다. "하지만 다 마치면 좀 와 볼 거지?"
"물론입니다."
둘은 팔을 풀었고 허드슨이 큰 손을 링크의 어깨에 얹으면서 힘을 주었다. "링크, 고맙다. 못 찾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론드슨은 고개를 갸웃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못 찾아요? 재봉사를요? 왜 재봉사를 못 찾아요?"
허드슨은 그녀를 다시 보았다. "링크가 말하지 않은 거요? 겔드족 재봉사 중에서 건설사의 이름 규정에 맞는 이를 찾아 달라고 했소."
"예?"
킥킥 웃으면서 링크는 허드슨의 손을 매만지고 둘에게 작별했다. 그는 마을 밖으로 나가서 이번에는 카카리코 마을로 워프했다.
그가 마을을 보는 언덕 위에 나타나고 나서 그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임파에게 자신의 성공을 보고할 순간을 기대하면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언덕을 내려가는 동안 마을이 이상하게 조용한 것이 느껴졌다. 임파의 집에 경비를 서는 이들도 없었다. 뒤이어 그녀의 집 문에 다가가서 문을 열자 집이 어둡고 빈 것이 보였다.
"다들 어디 갔지?" 그가 중얼거렸다. 이가단이 생각에 떠올랐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또 습격이 있었다면 그 흔적이 남았을 것이었다.
"어, 링크." 그가 다리를 건너오자 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굽은 모자를 쓴 나이가 든 시커족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었고 링크는 이름을 기억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어...바난나죠?"
그녀의 미소는 더 커졌고 더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확실히 떠올랐다. 그녀는 한때 프루아의 조수였다. 대재앙 이전부터 살아있던 시커족 중의 일부로 그를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 임파님에게 말하려고 온 거지?"
그는 인상을 쓰며 빈 집을 돌아보았다. "예. 다들 어디 갔습니까?"
"하테노 마을로 갔어."
등에 식은땀이 흘렀고 그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하테노 마을이요?"
바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표정을 굳혔다. "응. 거기의 상황이 최근 들어서...심각해졌다고 들었어."
이럴 수가.
그는 이를 갈면서 시커 스톤을 쥐려 했으나 잠시 머뭇거렸다.
스피릿이...
"시커족 대부분도 데려갔습니까?"
"싸울 여력이 될 사람은 모두."
"고맙군요." 그는 몸을 돌려 마구간으로 달려 문을 박차고 열어서 벽에 기대어 졸고 있는 소년을 화들짝 깨웠다. "내 말 꺼내줘. 당장!"
칸 중 하나에서 말 소리가 들렸고 그가 몸을 돌리자 칸의 문에 몸을 기대어 밖을 보고 있는 스피릿이 보였다. 링크는 짚이 깔린 바닥을 뛰어가서 말의 얼굴을 잡고 그에게로 당겼다.
"그래, 알아. 이번에는 데려갈 거야. 또 싸움이 있나 봐." 그는 스피릿이 그를 툭툭 치자 그의 볼을 쓰다듬고 다시 소년을 보았다. "어서!" 소년은 바로 행동을 개시해서 링크의 안장가방을 꺼내왔고 링크는 안장을 얹었다.
그는 안장가방 몇 개를 남기는 한이 있었어도 스피릿의 등에 가능한한 많이 장비를 올렸다. 준비를 마칠 시간도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를 마치고 나서 그는 말을 마구간 밖으로 끌고 나와 마을의 광장의 가운데로 갔다. 가까이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그는 바난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시커 스톤으로 워프했다.
이번에 그는 하테노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프루아의 집으로 워프했다. 링크가 언덕 위에 나타나자 그는 공기 중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나무가 타는 냄새 말고도 더 고약하고 톡 쏘는 냄새도 났다.
광경을 우려하면서 그는 언덕 끝으로 향해서 하테노 마을을 보았다. 그러자 입 안이 마르는 것 같았다.
마을은 아직 있었지만 그가 지난번에 본 것이 비해서 크게 변해 있었다. 서쪽의 주출입구 쪽에 통나무로 이루어진 방벽이 서 있었다. 방벽 뒤에는 비계가 서 있었고 링크는 그 위에 많은 남자와 여자가 활을 든 채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이들은 길가에 서서 무기를 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을의 북쪽은 방비가 더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거기에도 벽이 여럿 서 있었지만 여러 층계의 언덕을 따라서 세워진 하테노 마을의 특성상, 여러 층으로 나뉜 그 자리에는 일직선의 장벽을 세우기가 더 어려웠다. 완전한 장벽이 서지 않은 곳에는 땅에 여러 가시들이 밖을 향해서 박혀 있는 것이 보였고 침입 저지선을 이루기 위해서 나무판자와 다른 자재들이 쓰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 자리의 건물 여럿은 이미 타서 재가 된 채였고 그중에는 마을의 이장의 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을 밖에는 몬스터들이 있었다. 수가 굉장히 거대해져서 그들의 고약한 냄새가 바람에 풍긴 것이었다. 수백 개의 화톳불이 온갖 고기를 구우면서 있었고 보코블린과 모리블린, 그리고 리잘포스의 더러운 몸의 악취가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은 주출입구 밖의 서쪽에 대부분에 있었지만 논과 밭이 있던 자리의 북쪽에도 여럿 있었다.
먼 나팔소리가 들렸고 그는 궁수들이 벽으로 달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몬스터들에게 화살을 쏘아 내렸지만 이에 응대하는 사격이 돌아오자 몸을 숙여야 했다. 몇몇 화살은 촉에 불이 붙은 채로 날아왔다. 많은 양의 남녀가 대문에 서서 몸을 기댔지만 반대쪽에서 거세게 두드리는 듯 나무가 거세게 흔들렸다. 마침내 문 하나가 열려나갔고 방어하던 이들이 뒤로 날아갔다. 다른 이들은 검과 망치, 그리고 괭이와 끝을 세운 막대와 같은 임시로 만든 무기까지 들고 달려나갔다.
링크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스피릿 옆에 서서 그는 언덕 밑으로 워프해 마을 안의 시커족 사당에 나타났다. 그가 다시 나타나자 고약한 냄새와 전투의 소음이 더욱 거세졌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고 쇠끼리 부딪혔다. 일부는 벽으로 달려나가고 다른 이들은 도망쳤다.
그는 스피릿에 올라타서 방패와 마스터 소드를 뽑고 중앙 대로를 내달렸다. 대다수는 그를 보자 소리를 지르고 그의 길에서 비켜나갔다. 그는 그들을 무시하고 전투의 소리 한가운데로 스피릿을 몰아 달렸다.
하지만 거기서 싸우는 이들을 보자 말을 세웠다. 시드를 필두로 한 조라의 무리가 말을 타고 마을로 덤비는 보코블린과 통나무를 공성추처럼 쓰는 모리블린을 공격했다. 조라족의 키 덕에 보코블린의 높이의 우세가 대부분 상쇄되었고 그들은 반쯤 열린 문으로 몬스터들이 밀려오는 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시드는 효율적이면서 매섭게 공격했다. 그는 광린의 창을 휘둘러서 그 장대를 보코블린의 머리에 찍어 말에서 떨어뜨리고 그 날카로운 끝을 보코블린의 가슴에 찔러박았다. 그는 바로 몸을 돌려 자세를 다시 취해 말에서 보코블린을 꿰어 머리 위로 들어올려 마을로 들어오는 몬스터들에게 내던졌다.
머리 위에 그림자들이 지나갔고 링크가 놀라서 올려다보자 지붕 위로 대열을 갖춰 날아가는 리토족의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장벽 위로 날아가서 발톱에 쥔 작은 자루들을 떨어뜨렸다. 그 자루들은 아직 밖에 있던 몬스터들에게 떨어졌고 링크는 묵직한 폭음 여럿을 들었다.
그 폭음의 뒤를 이어 마을 위쪽에서 가볍게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헷갈린 채로 링크는 안장에서 몸을 돌렸고 고론족 여럿이 마을 사람들 사이로 중앙 대로를 굴러 내려오는 것을 보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스피릿은 불안하게 뛰었지만 그들은 무사히 지나갔고 얼마 뒤에 곧장 입구로 향했다. 그들은 문을 밖의 몬스터들에게 박았고, 그들의 큰 몸집과 무게로 버티는 동안 방벽 위의 하일리아인과 시커족이 화살을 쏘아 내렸다.
몇 분 뒤에 상황이 정리되었다.
사람들은 몬스터들의 시체를 정리하고 조라족은 모여서 상처들을 확인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넣고 말에서 내려 조라족에게 향했다.
시드는 다른 이들보다 키가 조금 더 커서 링크를 먼저 보았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가디슨과 리트반을 헤치고 나섰다. "링크!"
다른 조라족도 몸을 돌렸고 다른 이들도 따라했다. 시드는 창을 다른 이에게 맡기고 링크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세게 흔들었다.
"다시 보게 되어 기쁘군!" 시드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면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것은 들었는데 여기에 왔을 때에는 이미 없더군."
링크는 한동안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멍하니 서서 시드가 그의 손을 흔들게 두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시드, 저...여기 오신 겁니까?"
"당연하지! 도움을 부탁했잖아?"
"링크 형!" 다른 젊은 목소리가 들렸고 링크는 어리둥절하게 몸을 돌렸는데 윤돌이 그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윤돌?"
이 말을 하고 나서 윤돌이 그를 꽉 끌어안아 숨이 막혔다.
"곧 올 거라고 믿었어고로!" 윤돌이 링크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그것도 시간에 맞췄네고로!"
시드는 웃으면서 윤돌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숨은 쉬게 해 줘. 흐름에 적응하려 하고 있으니까."
링크는 무슨 말을 할지 모른 채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그림자가 머리 위로 지나가면서 바람이 그에게 휘날렸다. 테바가 윤돌 옆에서 날개를 펴면서 내려앉았다.
그는 일어서면서 리토족 특유의 씩 웃는 미소를 지었다. "언제 오나 했다."
"테바, 당신...당신도 다 왔군요." 링크는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 도우러 오신 건가요?"
시드는 웃었다. "당연하지! 우리 종족을 도왔으니, 그대의 종족도 도와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난 오겠다고 말했잖아고로." 윤돌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알아. 안다고. 둘 모두에게 도움을 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당신은..." 링크는 테바를 보면서 말 끝을 흐렸다. 그는 리토족에게 하테노 마을을 지원해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 때에 생각이 스치지도 않은 것이었다.
테바는 어깨를 으쓱였다. "카시와가 네가 여기에서 겪고 있던 어려움을 알려줘서 그 울포스 문제를 처리하고 전사들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다 온 것이었다. 도움을 청하자 바로 온 것이었다. 왜 이게 어색하다고 느껴졌는지 몰랐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마을은...괜찮습니까?"
"그건 차차 말하지." 시드가 말했다. "우선 소식을 전해줘. 사막으로 갔다고 들었어. 마지막 신..."
"성공했어고로?" 윤돌이 끼어들었다.
링크는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 하이랄로 향하고 있어. 다른 신수의 기수들에게 가서 그들도 준비하라고 알리려던 참이었지."
시드는 주먹을 다른 손에 내리쳤고 웃었다. "좋았어! 때가 왔군. 그놈을 완전히 지워버릴 테니까."
"그래요. 그렇죠." 링크는 점차 늘어나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조라족, 고론족, 리토족, 하일리아인, 시커족까지. 다 그들을 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그들의 이웃들에게 신이 나서 말했다. 그는 조금 어깨를 폈다. "하지만 일단 하테노 마을의 일을 해결해야겠군요."
그 말에 사람들이 더욱 많이 신이 나서 웅얼거렸고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하일리아인들 사이에서 이 소리가 더 컸다. 희망적인 중얼거림이 링크의 말에 의해 파도처럼 번져나갔고 그는 다시 이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어깨에 진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거의 끝이야, 그가 되뇌었다.
"그럼." 조라의 왕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의 본부로 가야겠군. 그대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걸로 알고 있어."
그들은 임시 작전 본부로 변한 여관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탁자들이 치워져 있었고 링크는 바닥에 여러 물건을 이용하여 마을과 주변의 언덕의 지도를 그려 놓은 것을 보았다. 붉은색 천으로 적진을 표시했고 뒤집은 나무 잔으로 마을 건물을 표시하고 있었다.
여관에는 많은 종류의 이들이 있었다. 뾰족한 턱을 어루만지며 지도를 내려다보는 조라족 장군 세곤이 있었다. 그의 옆에는 그의 아들 스바바가 있었는데 시드가 링크와 들어오자 놀라 올려다보았다. "링크!"
다른 이들이 그를 보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조라족 외에도 리토족 전사와 고론족의 성인들이 있었고 두런과 보가드를 포함한 시커족과 하일리아인이 있었다. 그는 그들 모두를 보았고 그를 희망에 찬 눈빛으로 보는 키가 작은 임파도 보았다.
"다시 만나게 되어 좋구나." 그녀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의 바로 밑에 긴장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링크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가단은 궤멸했고..." 이 말에 두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보리스도 해방되었습니다. 성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임파는 눈을 감고 떨리는 듯이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마른 입술은 큰 미소를 이루었다. "대단한 소년이여, 정말 성공했구나." 그녀는 몸을 돌려 지도 주변을 돌아서 걸어오며 사람들을 밀어냈다.
링크는 그녀가 오는 길의 중간으로 다가가서 몸을 굽혀 임파를 끌어안았다. 둘은 그렇게 있다가 그녀가 눈가를 훔치며 몸을 풀었다.
"그럼 때가 왔구나. 모든 것을 끝낼 때가."
링크는 고개를 젓고 바닥에 그려진 지도에 눈길을 주었다. "여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일단 말해주십시오." 그녀는 그를 모른다는 듯한 눈으로 보았고 그는 위안시키듯 미소를 지었다. "임파,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젤다와 말했는데 지금은 버틸 수 있답니다."
임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는 것이 낫겠군. 프루아와 로베리가 곧 새 소식을 들고 올 거다. 곧 알아낼 것 같다고 하더구나."
링크의 속이 들떴다. "가디언 말입니까?" 군대 없이도 가디언의 위협을 없앨 수 있다면 링크와 가논 사이의 전투만이 전부일 것이었다. 죽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임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허나, 링크, 이곳의 상황은...심각하다." 그녀는 세곤에게 몸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곤이 자세히 설명해 줄 거다."
머뭇거리며 링크는 지도로 다가가서 이를 인상을 쓰면서 보았다. 세곤은 목을 골랐다. "안녕, 링크. 다시 봐서 반갑다."
링크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지난번에 세곤을 보았을 때에 그는 링크를 대한 태도에 큰 부끄러움을 느껴 그를 똑바로 보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세곤, 저도 반갑군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세곤은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시작했다. "자, 여기 보다시피, 여기가 하테노 마을이다." 그는 긴 장대로 마을의 경계를 나타냈다. "이곳과...이곳에 방벽과 여러 방비가 세워져 있지." 그는 북쪽과 서쪽의 경계를 가리켰다. 남쪽은 산과 가파른 절벽으로 자연스럽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적군은 여기에 있다." 그는 장대로 서쪽과 북쪽까지 퍼진 붉은 천을 건드렸다.
"공습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다." 그는 붉은 천 아래에 있는 여러 지역들을 가리켰다. "이곳과, 이곳의 방벽은 이미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정문 바로 앞까지 왔군요."
"그래. 놈들도 나름대로의 방벽을 세워서 마을까지 더 많은 조라의 부대가 오는 것을 막아버렸다. 북서쪽의 수로와 강이 많이 좁다 보니 지원군이 막혀 버렸다."
"시커 스톤은 어떻습니까?" 링크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그동안은 프루아의 것으로 운송해 왔다." 임파가 그의 옆에 서며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 조라 부대 근처에는 사당이 없어. 그들이 길을 돌려서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가서 합류해야 되는 거다. 그리고 프루아도 연구할 때에 필요하고."
"일단 지금은 그들에게 다른 임무를 준 상태다." 세곤이 말했다. "그들이 도착하자 하테노 공습이 줄어들었다. 놈들이 총공격을 시작하면 우리의 지원군이 놈들의 방비를 뚫고 후방에서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아는 거다."
"그러면 좋은 것 아닙니까?" 링크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세곤은 인상을 찌푸렸다. "모르겠다. 몬스터들이 전기의 화살을 손에 넣었다.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지원군이 전진하려 할 때마다 쏘아 댔다."
링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지전을 한 것이 결국엔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다." 세곤이 테바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리토족이 이틀 전에 도착해서 공중에서 적군을 공습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동쪽의 만에서 리잘포스가 발견되었다. 그 방향에서도 곧 공격이 들어올 것이 확실하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지도를 오랫동안 보았다. "얼마나 있습니까?"
"적어도 이천, 아니 그 이상일 것 같다. 계속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천이라니, 대체 어떻게 그렇게 늘어난 거야? 그는 세곤을 보았다. "아군은 얼마나 있고요?"
세곤은 인상을 찡그렸다. "오백이다. 지원까지 합하면 일천 정도."
링크는 숨을 내쉬고 한동안 눈을 감았다. 이 대 일로 불리했다. 생각보다 끔찍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참혹할 것이었다. 그들이 승리해도 그들의 힘은 크게 무너질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죽게 될 것이었다.
그는 눈을 뜨고 임파를 보았다. "겔드족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대규모 군대가 있습니다. 몇몇...여성들을 보내어 설명해 봅시다. 기꺼이 지원을 보낼 겁니다."
임파는 굳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겔드족은 다른 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전투 민족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그들에게는 낯선 지형이라는 문제가 있었고 한번에 다섯 내지는 열 명만 수송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링크는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풀러 그녀에게 넘겼다. "어서 누구를 보내세요. 치크 대장에게 빨리 합류해 달라고 하세요. 그녀가 겔드족의 부대장입니다."
임파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커 스톤을 들고 사신을 찾아 나섰다.
그는 다시 지도를 보았지만 그가 전술가가 아니라는 것을 짜증스럽게 되새겼다. 그는 실전에 강한 전사였다. 살아있는 누구보다도 싸움에는 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부대를 통솔한 적은 없었다. 최소한 그의 기억상에는 그랬다.
세곤 정도라면 지휘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치크가 도착하면 지혜가 더해지기를 바랐다. 일말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들자 다른 이들이 그를 보고 있으며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이 상황에 참담함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표정을 최대한 무표정으로 유지했다. 그는 장군이 아니었고 이에 대한 답도 없었다.
그는 그들의 눈을 보기 싫어 다시 지도를 보았다. 그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한 사람에 불과한 그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는 지도상에 표시된 여러 지역들을 돌아보았고 한 위치를 유심히 보았다.
"세곤, 만에 리잘포스들이 발견되었다고 했죠?"
"그래. 하지만 아직 토벌하러 가지는 않았다. 우리의 정탐이 오늘 아침에 발견한 것이니까."
링크는 고개를 들어 돌아보고 시드의 눈을 보았다. "사냥 좀 가시겠습니까?"
시드의 입술은 큰 미소를 지었다. "그대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이게 마지막인 것 같다." 시드가 텅 빈 해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그들 주변에 조라족과 시커족 전사들의 작은 부대가 모여서 경계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리잘포스 무리를 공격한 지 한 시간이 다 지난 뒤였다. 몬스터들은 만조가 되면 물에 잠길 동굴들에 숨어 있었다. 작은 무리들로 나누어 숨어 있어 찾기는 어려웠지만 한번 발견하면 토벌하기는 쉬웠다.
"그런 것 같군요." 링크가 손을 들어 이마에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마을로 돌아가서 상황을 점검합시다."
그들은 아침 내내, 그리고 대부분의 오후를 리잘포스를 사냥하는 데에 썼다. 무언가라도 할 수가 있어서 위안이었다. 이쪽에서의 공격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머지 부대는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도 감을 잡지 못했다. 겔드족이 있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었고 방해를 돌파할 수만 있다면 조라족의 두번째 군단도 하테노 마을의 방벽으로 몬스터를 몰아붙여서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 것일까 싶었다.
"왜 지금 이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와 시드가 다른 전사들에 앞장서서 걷는 동안 링크가 말했다.
시드는 그를 보았다. "당연하지 않아?"
"무슨 말입니까?"
"그대는 가논을 공격하려 하고 있어. 저놈들은 가논을 섬기고 있고. 분명히 이것은 교란 작전이야."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조용히 있었다. "조라의 마을의 리잘포스와 같군요."
"그래."
"시드, 모르겠습니다. 가논은 제가 성으로 가기 전까지는 제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이 몬스터들은 제가 깨어난 순간부터 모이고 있었고요."
"그리고 그대가 깨어난 순간부터 신수 문제도 악화되었지. 게다가 이가단도 그 순간부터 행동을 개시했고."
링크는 이를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시드의 말이 맞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했다. 가논이 그가 깨어났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해도 그가 깨어난 순간 무언가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이 일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어서 그가 깨어났거나.
어쨌든 그와 젤다 이상의 큰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다. 여신이 그의 운명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가논에게 힘을 준 다른 무언가가 그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었는지 몰랐다.
"설마 제가 뭘 놓치고 있다는 뜻은 아니겠지요." 링크가 인상을 쓰며 생각했다. "제가 있어야 할 다른 곳이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군." 시드가 턱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그의 다른 손에는 리잘포스와의 전투 이후 청소한 창이 들려 있었다. "그대의 마음은 뭐라고 해?"
"이 사람들을 이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습니다. 신수의 도움이 없는 동안에 성을 공격하는 것은 꿈도 꾸지도 않을 거고요"
"그러면 이미 답이 나왔군." 시드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링크, 지도자는 그 상황에서 자신이 올바른 판단을 내린 것인지 아닌지 거의 알지 못해. 책사들에게서 조언을 듣고,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고, 채택하거나 기각하는 이유 여럿을 생각하게 되지. 하지만 결국 지도자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야 해."
"제가 지도자를 언제 하겠다고 했습니까?" 링크가 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시드는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이미 한 것 같은데. 우리의 마을에 나타나서 우리 중의 누구보다도 우리의 문제를 훌륭하게 해내겠다고 선언한 그 때에 말이야."
"그런 적은 없습니다."
"그 말 그대로야 하지는 않았지만, 그대의 행동을 보면 그대가 이미 그렇게 말했다고 해도 돼. 하지만 그대를 탓하고 싶지는 않아. 그대는 옳게 했으니까."
링크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저를 추앙하는 눈빛에 이제 좀 적응하나 싶었더니 시선이 더더욱 따가워졌네요."
시드는 그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나쁘면, 그대가 가논을 쓰러뜨리고 나서는 얼마나 변할지 생각해봐."
"예, 예."
그들은 마을로 올라가는 언덕을 올랐다. 그러는 동안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렸다. 링크와 시드는 서로 보다가 마을까지 가는 마지막 길을 달려 올라갔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방비군이 이미 적습을 막아낸 뒤였고 링크는 고론족이 입구와 벽의 여러 약점에 보강을 하고 있는 것도 보았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에 만족하여 그들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링키!" 그가 들어가자마자 한 목소리가 세게 들렸다.
링크가 돌아보자 프루아가 작은 무리를 헤치면서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를 알아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녀의 성인의 몸을 보는 것이 낯설었지만 그의 기억 속의 모습과 닮았다는 느낌은 들었다.
그녀의 뒤에는 머리가 더 헝클어진 로베리와 임파를 구하러 갈 때와 비슷했던 복장 차림에 구부러진 검을 든 파야가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서 복면을 내렸고 링크를 보자 미소를 지었다.
"HAH!" 로베리가 이렇게 말하며 씩 웃고 프루아를 밀치면서 (그녀는 그에게 눈총을 쏘았다) 링크에게 다가가면서 손을 꽉 잡았다. "NEWS는 들었네! FINAL 신수가 FREE라고!"
"맞습니다." 링크가 확언하면서 그 남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당신과 프루아는요?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가디언 조종이 가능한 겁니까?"
로베리의 얼굴에서 미소가 흐려졌고 링크도 기대감이 식었다. 프루아는 그들에게 다가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가까워. 내 이론은 맞아. 탑으로 가디언을 조종하는 것은 맞는데 내가 우려한 것 이상으로 복잡해. 두어달만 더 있으면 알아낼 수 있을 텐데."
"프루아, 두어달이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짜증스레 손가락을 튕겼다. "체키, 그걸 내가 모르는 줄 알아? 하지만 이건 검을 휘두르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생각 이상으로 전문성과 고찰이 필요..."
파야가 손을 뻗어서 프루아의 어깨에 진정시키듯 손을 얹었고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로베리는 링크에게 쓴 미소를 지었다. "WE가 하위 FUNCTION 정도는 DISRUPTION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더 ERRATIC하게 MAKE하는 거지. WE가 할 수 있는 BEST일 지도 몰라. THAT과 수백을 SPECIAL한 WEAPON으로 무장시키는 거야. ARMOR가 한 스무 명 분은 있어."
링크는 의무감과 리더십의 무게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여관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는 것을 보았다. 파야와 임파가 그를 기대하듯 보았다. 테바는 날개를 꼰 채로 있었다. 카시와도 어느새 미소를 지은 채로 와 있었다. 윤돌은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당당히 섰다. 그리고 루쥬까지.
"루쥬?"
겔드족의 족장은 그에게 씩 웃었다. 그녀의 옆에는 뷰러와 치크 대장이 있었고 다른 겔드족도 있었다. 방은 꽤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를 위해서 적군을 쓰러뜨려주었으니, 나도 그대의 군에 조력을 주기 위해 왔다." 루쥬는 허리에 놓인 뇌명의 투구를 건드렸다.
링크는 손을 들어서 목을 문질렀다. "제가 이가단을 궤멸시켜 줬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그냥 혼란만 일으켰고..." 그는 손을 천천히 내리며 말 끝을 흐렸다.
"링크?"
그는 혼란을 일으켰었다. 포로를 풀어주고, 총단장을 처단하고, 그들의 연구, 바로 가디언 연구를 소거해버렸었다.
"프루아." 그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가단도 가디언을 연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뭐?"
"그들도 가디언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새 것을 만들기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걱정되는구나." 임파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더 이상 쓰지도 않고 있어서 그들도 그 기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체키, 그걸 좀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특히 새 기라니..."
"없애버렸습니다. 가디언과 연구자료..."
"안 하는 게 이상하지!" 프루아는 그를 매섭게 째려보았다.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제가 챙겨온 것 빼고 모두요."
프루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그럼 설마..."
"프루아, 전 모르겠습니다. 하나도 이해를 못했습니다. 어쨌든 가디언과는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젤다의 옛 연구 일지도 있고요."
프루아는 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말을 하려는 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밖에서 나팔 소리가 또 들렸다.
모두가 침묵하면서 문을 돌아보았다.
"또 적습이야?" 윤돌이 끙 소리를 내면서 물었다.
이에 화답하듯 나팔 소리가 여러 차례 들리자 시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적습이 아니다."
Chapter 56: 53장
Notes:
Fair warning. This chapter is very long, even in the original work. As I translated it into Korean, it got gigantic. Make sure you have enough time before entering.
원작에서도 이 장은 꽤나 깁니다. 그런데 한국어로 번역하니까 문단이 한 문장으로 끝나기도 하더군요. 다만 분량상으로는 꽤나 많지만 좀 드라마틱한 장이니,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more notes.)
Chapter Text
링크는 벽으로 다가가서 그의 앞의 광경을 보았다. 그의 옆에서 병사들이 불안한 듯 왔다갔다했다. 갑옷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기도하는 소리도 들렸다.
누구에게 기도하는 거지? 그가 손가락으로 거친 돌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온 몸이 꽤 아팠다. 여러 날을 달린 끝에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웠다. 팔에 힘도 들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싸웠는지, 얼마나 많이 쓰러뜨렸는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치료해야 했는지...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갔다. 수염이 덥수룩한 노병이었다. 기사는 아니었지만 평생을 군에 바친 이, 하테노 요새의 대장이었다. 그는 밖을 굳은 표정으로 보면서 무언가를 기다렸다.
마침내 병사는 링크를 보았다. "계속 가야 하지 않나?"
어디까지 가? 결국에는 바다에 도착하게 될 거야. 마지막으로 보낸 사신이 전한 말만 봐도 이미 하테노 만에 있던 배의 대부분이 출항해 버렸다고 했어. 제 시간에 못 탄단 말이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장은 한숨을 내쉬고 쇠 장갑을 낀 손으로 링크의 어깨를 쥐었다. "얘야,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책임이 있잖니. 공주님을..."
"공주님께서는 여기에 남아있자고 하였습니다." 링크가 그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그 말은 거짓처럼 느껴졌다. 그에게도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대장은 그의 어깨를 더 세게 쥐었다. "그러면 강제로라도 데려가거라. 네 말을 생각하면 그 분이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니까."
파괴되었어. 모든 것이 파괴되었어. 하이랄 성 시내가 무너졌어. 모두가 죽었어. 아버지, 아릴, 모두가 말이야. 성은 폐허가 되었어. 왕국은 멸망했어.
링크는 눈을 꽉 감고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는 마침내 대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기는 제 고향이었던 곳입니다. 그러니..."
성벽에 서 있는 다른 병사가 외치면서 그의 말이 끊어졌다. "온다!"
링크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밖을 보았다. 넓은 평원의 반대쪽 멀리, 마치 건드린 개미집에서 몰려 나오는 개미떼처럼 가디언들이 나타났다. 크고 작은 크기의 가디언들이 쌍둥이산 사이의 틈으로 기어나오고 있었다. 큰 몸집과 많은 양으로 인해서 그 협곡을 힘겹게 통과했지만 통과하는 순간 바로 번져나가면서 빠르게 움직였다. 모두 붉은 빛으로, 죽음의 붉은 빛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링크는 떨리는 숨을 내뱉고 벽에서 몸을 돌렸다. 그는 손을 들어서 마스터 소드를 검집에서 뽑았다. 시내의 상황과는 달리 빛이 나고 있지 않았다. 더욱 불안하게도 검 곳곳에 이가 빠지고 있는 것도 보였다. 그동안 여기에 흠 하나도 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상황과 잘 어우러졌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아직도 엉망이 된 무녀복 차림의 젤다가 눈에 들어왔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옷을 갈아입을 여유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링크의 진물이 들고 찢어진 옷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그녀의 눈, 아름다우면서도 절망에 찬 그 눈을 보자, 무슨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정말 도망쳐야 했을지도 몰랐다. 하테노 만의 배들이야 다 출항했겠지만 더 남쪽, 사우스 만이나 야시노 만에는 아직 배가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병사들을 버릴 수는 없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을 버리고 온 상황에서 이 남자와 여자들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들이 여기서 죽을 것이라면 그도 여기서 죽을 것이었다.
하지만 젤다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었다.
"젤다, 저..."
그녀는 손을 들었고 그는 땅에 내려오면서 입을 닫았다. "당신이 할 말은 알아요."
"남쪽에는 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상황을 못..."
"링크." 그녀는 그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눈을 감고 손이 아플 정도로 마스터 소드를 꽉 쥐었다. 그의 심장에 차가운 낫이 박히는 것과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왜 그녀를 지키지 못한단 말인가, 왜 아무도 못 지킨단 말인가,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그를 감쌌고 그의 눈이 놀라서 열렸다. 젤다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던 것이다. 그녀는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고 있었다.
"미안해요." 그녀가 속삭였다.
링크는 땅에 마스터 소드를 떨어뜨렸다. 그는 젤다에게 팔을 감싸 안아 꽉 끌어안았고 그의 얼굴을 그녀의 목에 대었다.
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느껴지는 시간 동안 있었다. 그의 뒤에서 링크는 병사들이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진흙을 뛰어가는 장화 신은 발소리도 들렸다. 그들은 죽을 각오를 한 이들이었다.
이제 말해야 해. 이게 내 마지막 기회야.
링크는 그의 머리를 들어서 젤다의 머리의 옆에 입술을 붙였다. 그러고 그는 그녀에게서 떨어지고 몸을 굽혀 검을 들었다.
"저...죄송합니다. 이미 말했지만 그래도요. 성 시내에서 말한 것이요." 그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제가 잘못되었어요."
안돼. 더 많은 괴로움만 주고 말 거야. 뭐하러 이러는 거냐고? 그냥...가면 되는데.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으려 하고 있었다.
"젤다, 어서 가십시오. 몸을 피하십시오. 최...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습니다."
"아뇨, 링크, 그러시면..."
"어서 가시라고요!" 그가 목소리에 날이 서면서 말했다. "이해 못하시겠습니까? 전 절대...당신을...!" 그는 신음을 내었고 그 말이 입에서 사라져버렸다.
"저를 떠나지 말아줘요."
그는 그녀의 눈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야 합니다." 그는 몸을 돌리고 가디언과 교전하기 위해 달려드는 병사들을 따라서 열린 문으로 다가갔다.
"링크, 잠깐만요!"
눈을 감고 그는 달리기 시작하면서 방비군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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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억은 링크의 머릿속에 빠르게 번쩍였지만 그 여파로 스피릿의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젤다와 그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가족을 잃은 일과 다가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기억이었다.
왜 지금이야, 왜 하필 지금이냐고?
그는 이를 갈고 스피릿의 고삐를 강하게 쥐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고, 이것도 끝으로 두지 않을 것이었다. 그와 스피릿은 방벽에 도착했고 링크는 뛰어내려서 한번에 세 칸씩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그 너머로 예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군 무리가 진영을 나선 것이었다. 그들은 대규모로 하테노 마을에 진격했다. 대열도 위계도 없는 몬스터 무리였지만 위협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누군가가 궁수들에게 활을 준비하라고 외쳤고 링크는 돌아보았는데 근처에 활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이를 들었지만 벽에 배치된 사람들이 활을 마구 쏘는 것을 보자 머뭇거렸다. 공격이 너무 급하고 허둥지둥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들의 표적을 놓치고 있었다. 무리는 아직 범위 밖이었다.
"멈춰요!" 링크가 손을 저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멈추었지만 대부분은 무질서하게 화살을 쏘면서 이를 낭비하고 있었다.
젠장!
그는 이를 갈면서 방비대장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나이든 농부처럼 보였다. 경험이 많은 시커족은 어디로 간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는 곧바로 이 사람이 시커족인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는 그래도 농부에 불과했다.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링크는 그를 어깨로 잡았다. "공격을 멈추라고 해요. 아직 멀리 있습니다. 공격으로 최대한 쓰러뜨리려면 동시에 공격해야 합니다."
그 남자는 머뭇거렸다. 시커족으로 성장하면서 전투 훈련은 받았겠지만 이것이 그의 첫 실전임이 분명했다. "범...위 내에 있는 것은 어떻게 압니까?"
링크는 그의 몸을 돌려서 가리키면서 평원을 보게 했다. "저기 화살 박힌 곳 보입니까? 저기까집니다."
"어...어..."
"명령 어서요!"
"중지! 멈춰라! 공격을 멈춰라!"
장벽에 선 다른 이들이 그의 지시를 다 들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공격이 멈추었다.
"사정거리에 들었을 때 공격하라고 하세요. 일제 사격으로 공격한 뒤, 저 거리의 절반까지 오면 그때부터는 각개 사격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링크는 몸을 돌려 방벽을 달려서 다른 지휘관들에게도 같은 지시를 내렸다. 그러는 동안 전장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농장이나 숲이 버려지고 벌목되었으며 이 무리가 더 멀리의 농장도 공격한 것 같았다. 한때 서 있었던 농가의 뼈대도 눈에 들어왔다.
전장을 더 볼 수록 다른 것들이 더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 머릿속에서 전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북쪽의 산에서 고론족들이 돌을 떨어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쪽에는 몬스터들이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피해는 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고원과 농지를 탈환하면 높이에서 더 우세를 점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마을 안팎으로 흐르는 시내는 조라족이 맡으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링크는 이를 세곤과 논의한 적이 없었다.
맙소사, 그냥 내가 여기 남고 시드가 리잘포스를 정리하라고 했어야 했어. 그가 후회하며 생각했다. 이런 식의 전투에 있어서는 나만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궁수가 더 필요했다. 다른 무기도 필요했다. 폭탄을 든 리토족도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 몬스터들이 방벽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그때에는 필요해질 것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테바를 찾아보았다.
그는 근처의 땅에서 테바가 다른 이들과 회의를 하는 것을 보았다. 링크는 입에 손나팔을 했다. "테바!"
테바는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아서 링크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전사를 보면서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모두 몸을 돌려서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는 날개를 펼치고 몇 번 펄럭인 뒤 링크 옆의 방벽으로 날아서 도착했다.
"폭탄 더 있습니까?" 그가 착지하자 링크가 물었다.
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고론족에게서 받은 폭탄도 있다."
"좋아요. 가까워지면 놈들에게 쏟아부으세요. 처음에는 방벽에 가장 가까운 쪽에 쏘고, 그런 뒤에는 가장 약한 쪽을 노립니다. 폭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겁니다."
근처에서 시커족 대장이 첫번째 일제 사격 지시를 내렸고 링크는 몸을 돌려서 화살들이 허공으로 날아 멀리 있는 적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가 또 일찍 말을 해버린 것이 않았기를 바랐다.
"링크!" 그가 아래를 보자 시드가 근처의 땅에 있었다.
그는 테바가 자신의 말을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를 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링크는 계단을 내려가 시드를 보았다.
"상황이 어때?" 시드가 물었다.
"아직 시작은 아닙니다. 시드, 당신 종족이 마을 안팎으로 흐르는 수로를 감시하고 있습니까?"
"그래. 물론이지."
"그래요. 그들에게도 좋은 고지를 찾아서 화살을 쏠 수 있는지도 알아보라 하시면 됩니다."
시드는 조금 인상을 쓰면서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링크, 그대가 이 전투를 총지휘할 필요는 없어. 세곤과 겔드족이 이미 새 작전을 짜고 있다고."
링크는 돌아보면서 머뭇거렸다. "저들을 보호해야 한단 말입니다."
"그게 아니..."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링크는 고개를 들어서 방벽에 선 남자 하나가 가슴과 목에 화살이 꽂힌 채로 벽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숨이 끊어진 남자를 보았고 그 상황의 충격을 받아들였다. 모두를 지킬 수는 없었다.
링크는 시드를 다시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시드, 일단 병사들이 준비하라고는 하세요. 물길을 타고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그래."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고 루쥬를 필두로 하는 겔드족이 오는 것을 보자 돌아보았다. 그녀의 주변에서 방패를 든 여인들이 불안한 듯이 보면서 서 있었다. 그녀의 경비병들이 그녀가 여기에 오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 확실했다.
"어디로 가면 되나?" 링크가 그녀에게 다가가자 루쥬가 물었다.
"번개가 얼마나 멀리까지 갑니까?"
루쥬는 잠시 머뭇거렸다. "잘은 모른다. 실전에서 쓴 적은..."
"일단은 기다리세요. 하지만 궁수 중에서 좀 여유가 있다면 저 방벽에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루쥬는 고개를 끄덕이고 겔드 여인 하나를 보았는데, 링크는 그녀가 리너라는 것을 기억했다. 리너는 몸을 돌려서 열 명 정도 되는 여인들을 가리키고 벽을 다시 가리켰다. 그들은 경례를 하고 지시대로 이동했다.
"링크, 괜찮은 건가?" 루쥬가 그에게 인상을 쓰며 물었다. "표정이 꼭..."
"괜찮습니다. 지금은...안전하게 계십시오. 적들이 가까이 오면 그 번개가 필요할 겁니다. 정문을 뚫고 들어오려 할 겁니다. 최대한 막아내 보세요."
그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걸어가서 근처에 겁에 질린 채로 선 윤돌을 보았다. 윤돌은 링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링크 형!"
"윤돌, 지금은 어때?" 링크가 그에게 다가가면서 물었다.
"아, 저...그게 지금은..." 그는 인상을 쓰면서 머뭇거렸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고로. 싸움에는 하나도 소질이 없고, 몬스터들 상대로는..."
링크는 인상을 썼다. "윤돌, 굳이 나가 싸우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 방어막은 큰 도움이 될 거야. 최대한 사람들을 보호해. 알겠지? 나를 보호한 것처럼 말이야."
윤돌은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는 다시 정신을 차리면서 다소 겁을 먹었지만 더 의지를 강하게 먹은 눈빛으로 링크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볼게."
링크는 그의 어깨를 쓰다듬고 상황을 더 잘 보기 위해서 위치를 옮겼다. 머리 위로 리토족의 무리가 지나갔다. 그는 몸을 돌려 그들을 보았다. 대부분은 그 폭약을 들고 있었지만 테바를 포함한 여럿은 활을 쓰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화살이 쏘아 올려졌지만 그들은 이를 쉽게 피하고 그들의 사수들이 대응 사격을 하였다. 그들의 폭탄 화살이 벽 너머의 땅에 떨어지자 폭음 여럿이 들렸다.
빛이 번쩍이자 그가 인상을 쓰면서 몸을 돌렸다. 그 순간 저장고 뒤에서 겔드족 전사 여섯 명이 더 도착했다. 그들은 한번 돌아보다가 링크가 방금 떨어져 나온 전사들의 집단을 향해서 달려갔다. 그 자리에는 링크의 시커 스톤을 든 지친 기색이 역력한 시커족만 남았다. 그녀는 겔드족을 더 데려오려고 하는 듯 금방 다시 워프로 사라졌다.
멀리의 비명으로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되었고 링크는 스피릿을 휘파람으로 불렀다. 그의 말이 다가가자 링크는 그의 등에 타서 길을 달려 올라갔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의 뒤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언덕 위에 프루아의 연구소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좋아, 그가 생각했다. 저기면 좋은 후방 진지가 되겠지.
저 언덕 위에서는 가능하면 여러 날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링크는 그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는 얼마 뒤 그 소란의 원인을 찾아냈다.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의 무리가 북쪽의 방비의 틈을 찾아 이를 돌파하고 조라족 전사들과 교전을 시작했던 것이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뽑고 스피릿에 올라타서 덤벼 두 모리블린을 베고 보코블린 하나를 짓밟았다. 스피릿은 몸을 돌렸고 그는 검으로 계속 공격을 가하면서 몬스터들을 베어넘겼다. 하지만 수는 계속 늘어났고 집 사이의 골목들은 굉장히 비좁아졌다.
갑자기 고론족의 무리가 나타나서 거대한 망치들로 보코블린들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커다란 철 방패를 들고 나타나서 땅에 서로 겹쳐서 박아 넣어 마을의 방비를 통해서 비집고 들어오려는 몬스터들의 몸에 맞서서 바리케이드를 쳤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폭탄꽃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머리 위로 던졌고 이는 시야 밖에서 폭발했다. 링크는 조각난 몬스터 시체가 공중으로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
고론족이 빠르게 도착하기 전에 통과한 몬스터들은 아군 지원이 끊기자 금방 쓰러졌다. 링크는 마지막 남은 몬스터에 검을 찔러 박았고 그게 쓰러지면서 보라색 피가 땅과 돌을 적시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돌아보았고 조라족 둘이 전사한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고론족 하나도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일단은 이 지점은 안전했다. 고론족의 방패는 강한 장벽을 만들어주었고 링크는 양 옆의 집 위로 시커족이 올라가서 돌파하려고 오는 몬스터들에게 화살을 쏘는 것도 보았다.
그는 스피릿을 돌려서 마을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약점을 확인했다. 몬스터들이 여러 곳을 돌파했지만 계속 격퇴되었다. 마을의 북쪽 경계는 사람들을 배치하는 인공적 수비전을 하기에는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절벽과 여러 층으로 되어 있어 자연스러운 방벽을 이루어주었다. 가장 높은 층은 그렇게 땅이 넓지도 않았고 몬스터 무리가 그 지역의 수비를 압도할 수 있는 병력을 데려올 여건도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겠는데. 그가 그의 자리에서 마을을 돌아보며 몸을 돌렸다. 그들은 잘 버티고 있었다. 서쪽에서는 진격하는 무리에게 궁수들이 공격해 왔고 북쪽에서는 검과 창과 방패를 든 이들이 침공을 막아내고 있었다. 저기서 공격해 볼까? 북쪽의 고지를 완전히 빼앗아버린다면...?
번개가 번쩍였고 링크는 다시 입구를 보았다. 입구 바로 옆으로 많은 양의 궁수들이 모여 있었고 루쥬가 뇌명의 투구를 쓴 채로 그들 사이에 있었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고 링크는 그녀 주변에 흐릿한 전기의 방어막이 보였다. 그가 보는 동안 번개가 더 쏘아지면서 각각이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내리꽂혔다.
그녀를 보자 자부심이 들었지만 왜인지는 몰랐다.
그때 그는 벽의 반대쪽에 눈이 하나만 있는 커다란 머리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루쥬는 물러났고 전사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달려나가 그 거인의 눈을 찔러댔다. 그것은 푸른 색의 커다란 팔 하나를 뻗어서 겔드 한 명의 허리를 잡았고 그녀를 어깨 너머로 던져버렸다.
링크는 스피릿에게 박차를 가하면서 심장이 뛰는 동안 마을의 길을 달려나갔다. 그가 다가가자 서쪽의 벽이 거인의 큰 발에 의해서 무너지고 안으로 열렸다. 보코블린과 모리블린, 그리고 리잘포스가 그 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스피릿에서 뛰어내려 그들 사이에 내려 그의 검을 위협적인 호를 그리며 휘둘렀다. 몬스터의 몸이 사방에 있었지만 링크는 빛과 같은 속도로 적들을 베어넘겼다. 리잘포스가 머리 위로 검을 휘두르면서 공중을 날았지만 링크는 방패를 들어 공격을 막아내고 놈의 가슴에 검을 찔러박았다. 모리블린이 그에게 커다란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링크는 뒤로 뛰어서 놈의 팔을 잘라버리고 가슴을 깊이 베었다. 세 보코블린이 그에게 덤볐지만 마스터 소드는 놈들의 약한 무기를 쉽게 망가뜨려버렸다.
머리 위에서 번개가 쳤고 그가 올려다보자 루쥬가 발판의 반대쪽 끝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거인은 팔을 다른 방비병을 밀어내면서 그녀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루쥬를 잡으려는 순간 뷰러가 나타나서 놈의 팔에 그 거대한 검을 찍었다. 검은 팔을 깊게 베었고 몬스터는 소리를 지르면서 팔을 뒤로 빼면서 그녀의 검도 같이 가져가버렸다. 거인이 그 고통에 짜증을 내면서 벽에 몸을 부딪치자 벽이 떨렸다.
링크는 욕을 내지르고 놈이 다시 나타나서 피가 흐르는 손으로 뷰러를 옆으로 치워버리는 그 순간에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키가 큰 겔드는 벽에서 떨어져 땅으로 쓰러졌다. 링크는 놈이 루쥬를 다시 잡으려 하기도 전에 손바닥에 마스터 소드를 박아 넣었고 검은 이를 뚫으며 아래의 나무에 박혔다.
놈은 소리를 질렀지만 루쥬는 다시 번개로 공격하였고 그녀의 분노로 놈의 살갗과 털을 태워버렸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 겔드어로 무언가를 외치는 것도 들렸다. 하지만 번개는 그 거인에게 별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지는 않았고 성질만 돋우는 것 같았다.
그 큰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고 검을 계속 쥔 상태로 링크는 이 거인에게 쓸 수 있을법한 다른 무기를 찾아보았다. 근처에 겔드의 검 하나가 떨어져 있었고 이때 하나의 생각이 났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뽑았고 거인은 뒤로 비틀거렸다. 그가 벽 위에 서 있게 되자 이제는 놈을 더 잘 볼 수가 있었다. 크고 뚱뚱하면서 나무만큼 기다란 두 팔, 넓직한 귀가 있었으며 노란 눈 위에 뿔 하나가 있는 모양이었다.
놈은 어깨를 벽에 다시 박았고 링크는 나무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떨어진 겔드의 검을 오른손에 들고 이를 놈에게 흔들었다. "여기다! 여기에 있다!"
놈은 그에게 손을 뻗었고 링크는 바로 이를 피했다. 놈은 짜증이 나서 괴성을 지르고 다시 손을 뻗었지만 그는 놈의 손목에 오르고 옆으로 빠져나오면서 그가 지나온 길에 얕은 상처 둘을 내었다. 놈은 그를 움켜쥐려 했지만 손바닥에 검이 박힐 뿐이었다.
놈이 더 성질이 나자 놈은 더욱 앞뒤를 안 가리게 되었고 팔을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놈의 눈이 계속 가까워졌고 링크는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놈의 팔 위로 뛰어 올라가 아랫팔 위로 달려간 뒤 그 커다란 눈에 겔드의 검을 깊이 박아넣었다. 놈은 고통에 소리를 지면서 뒤로 물러났다. 링크는 놈에게서 뛰어내렸고 벽의 발판 위로 고통을 느끼면서 굴렀다.
"루쥬! 눈을 공격해요! 검을 향해서요!" 링크가 일어서면서 외쳤다.
루쥬는 입이 벌어진 채로 그를 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뼉을 한번 쳤고 그녀의 전기의 막에서 번개가 솟구쳐나와 거인의 눈에 박힌 검의 손잡이를 강타했다. 날카로운 천둥소리가 들렸고 빛과 소리가 가라앉자 놈은 뒤의 몬스터의 무리 위로 쓰러졌다. 눈이 있던 자리에는 연기만 나는 빈 구멍만 있었다.
그는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열린 문으로 쏟아지는 몬스터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수비병들이 맞서고 있는 것을 보자 인상을 찡그렸다. 이미 겔드족과 시커족, 조라족과 고론족이 꽤 많이 몰려서 보였다.
머리 위에서 리토족이 날면서 폭탄을 벽의 반대쪽으로 떨구면서 공중으로 힘이 없는 시체들을 휘날렸다. 흐름을 늦추고 문을 막을 수만 있다면...?
"루쥬, 있는 대로 공격하세요. 화살은 조심하고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래를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링크!"
그는 그녀를 다시 보았다.
"뷰러가..."
그녀는 한 쪽을 가리켰고 링크는 이를 따라가서 아래에서 뷰러가 어딘가에서 주워 온 나이프 두 자루로 싸우는 것을 보았다. 벽으로 다시 돌아오려는 것 같았는데 쏟아져 들어오는 몬스터들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할 수 있는 대로 해 보겠습니다!" 그가 말하고 싸움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 내려갔다.
링크는 시드를 보았고 평생을 그 광린의 창을 들고 살아온 듯이 전투하는 것을 보았다. 그가 빠르게 베어 넘기고 찌르는 것으로 몬스터들이 밀려나면서 틈이 열렸다. 스바바의 무리의 다른 일부는 그의 뒤에서 펼쳐 서서 삼각형 대열을 이루어 이 무리를 막아내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근처에는 고론족들도 보였다. 대부분은 그가 일찍이 본 강철 방패를 들고 있었지만 그렇게 효과가 좋지는 못했다. 몬스터가 너무 많았던 것이었다. 그는 이 판도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링크는 함성을 지르면서 몬스터들 한가운데에 내려왔다. 그는 놈들을 싸워나가면서 뷰러에게 도착했다. 곳곳에 베이고 멍이 든 채였지만 나이프를 들고 휘두르면서 보코블린을 한번에 셋씩 베어넘기기까지 했다.
"뷰러!" 그가 창으로 그녀를 베려고 한 모리블린 하나를 찔러 넘어뜨렸다. "루쥬가 도움을 청합니다! 저기 위에서는 무방비입니다!"
그녀는 아래를 보고 그의 눈을 보다가 그의 뒤로 그가 열어준 길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옆을 지나가면서 함성을 질렀고 다른 여러 겔드족들도 이에 계단으로 모였다.
"링크 형!"
그가 몸을 돌리자 근처에 윤돌이 보였다. 그는 방어막을 치고 있었고 그 방어막을 깨뜨리기 위해서 리잘포스 둘이 여러 차례 이를 공격하고 있었다. 방어막의 표면에 나 있는 하얀 금을 보자 링크는 곧 방어막이 깨질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링크는 앞으로 달려나가 리잘포스를 베어넘겼다. 첫번째 놈이 그가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놈을 베어버렸고 두번째도 쓰러뜨렸다.
윤돌은 방어막을 해제했고 큰 숨을 내쉬었다. 팔에도 여러 곳을 얕게 베였지만 그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링크는 순간 그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의 뒤의 땅에 앉아 다리의 부상으로 피를 흘리는 시커족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링크는 겁에 질려 보이는 윤돌에게 일말의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윤돌, 잘했어. 그를 저기 상점으로 데려가 봐. 저기서 부상자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으니까."
윤돌은 대답을 머뭇거렸지만 링크의 말대로 몸을 돌려 놀란 시커족 남자를 들쳐 메고 전장에서 그를 데리고 나갔다. 그러는 동안 지원군이 그의 옆을 지나가면서 주출입구 근처의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링크는 몸을 돌려서 전장을 보았다. 몇몇 고론족은 문으로 간신히 도착해서 두 문 중 하나를 닫아 적들의 유입을 늦췄다. 아직 살아있는 놈들은 하이랄 연합군이 더 많이 도착하자 더 빠르게 쓰러지고 있었다. 그가 보는 동안 다른 문도 닫혔고 고론족이 등으로 이를 막고 버티는 동안 다른 이들이 나무로 보강했다.
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그는 앞으로 달리면서 마스터 소드를 치켜들었다.
전투는 여러 시간 이어졌다. 링크는 스피릿을 타고 앞뒤로 뛰면서 포위된 방비를 강화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가 나타나는 순간 전황이 뒤집혔다. 하일리아인이든, 시커족이든, 조라족이든, 고론족이든, 리토족이든, 겔드족이든 상관없이, 그의 존재만으로도 변화가 생겼다.
링크가 하이랄의 사람들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볼 수 있던 순간이었다. 임파와 카시와가 그에게 말했었던 바로 그 영향이었다. 그가 간 곳에는 희망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강한 힘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싸웠다. 다른 사람이라면 진작에 포기했을 정도 그 이상으로 싸웠다. 피와 체액이 그를 덮고 팔이 욱신거리고 아파올 때까지 싸웠다. 미파의 치유 능력과 그의 시간 지연 능력이 고갈될 때까지 싸웠다. 잃을 것이 없고, 되찾을 것만 있던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싸웠다.
그리고 하테노 마을은 수성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적의 수와 대부분의 전사의 미숙에도 불구하고 마을이 몬스터 공습을 막아낸 것이었다. 벽이 흔들렸고 화살과 검과 몽둥이에 전사한 이들도 있었지만 하이랄 곳곳에서 모아온 링크의 연합군은 적들을 막아내고 그들에게 패배를 안겼다. 아직 어리거나 싸우기에는 너무 약한 하테노 마을의 주민들은 무사했다.
그리고 해가 지자 전투가 끝났다. 몬스터 군대가 후퇴하면서 벽 바깥과 북쪽의 평원 쪽에 시체를 남기면서 물러났다. 크기와 무관하게 100년 이래로 처음으로 하이랄에서 형성된 연합군은 피로에 찬 상태로 놈들이 물러나는 것을 환호하면서 바라보았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 군부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재정비를 위해 후퇴한 것일 뿐이었다. 이미 링크는 다시 화톳불 여럿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 아침에 다시 돌아올 것이었고 그 때에는 더욱 위협적일 것이었다. 마을이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병사들은 이미 마을의 수용 인원을 넘어섰고 쓸 수 있는 자원과 식량도 불충분했다. 대부분이 오늘 밤에 주리고 피곤한 채로 맨 땅에서 자게 될 상황이었다.
"저희가 공격을 나가야 합니다." 링크가 여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그 안에서 그들의 작은 군대의 사령관들이 지도에 모여 새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가 모르던 사이에 브루도가 새로 고론족을 데리고 합류했었다. 그들의 합류도 반가웠다. 바닥의 지도 주변에 있는 이들 중에는 세곤과 치크, 그리고 테바가 있었다.
치크는 링크를 눈썹을 치켜뜨며 보았다. "어떻게 하자는 거지?"
그는 하루의 대부분 동안 이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위험했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몬스터 군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었다.
"북쪽의 고원을 탈환하는 겁니다." 그가 적들이 점령하기 전에 대부분의 농지가 있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으로 병사들을 보내어서 놈들이 예상하지 못한 때에 공격하면 몰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전군에게 압도적 우위로 화살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살 행위야. 네가 너무 노출된다고."
"제가 깨어난 지 3개월 동안 한 것 모든 것이 사실상 자살 행위였습니다."
세곤은 그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기는 하지만 널 쓰러뜨리는 것은 화살 하나면 충분해. 그러면 우리는 어쩌고?"
테바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일은 없을 거요."
링크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테바를 보았고, 군부대를 지휘한 경험이 가장 많은 치크를 다시 보았다. 세곤은 나이 치고는 리잘포스와의 전투 말고는 다른 싸움에 참여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한편 치크는 이가단 소탕을 최근에 나갔었고 싸움을 걸었던 다른 겔드 분파와의 전투에 공격자와 방어자로 참여한 적이 많았다.
"봅시다. 지금 사막에서 온 말들이 있으니 그들을 타고 여기로 공격하러 가는 겁니다." 그가 한 자리를 가리켰다. "여기의 산등성이에 고론족 몇몇을 배치해서 돌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도 보고요." 그는 테바를 보았다. "리토족들로 세력을 약화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조라족은 이 연못에서 공격하고요. 몇 시간 전에 리잘포스가 썼던 방법 그대로 되돌려주는 겁니다."
전장에서 그의 무력을 익히 알게 되어서인지, 아니면 이전에 각각 모두가 그의 목표를 이루는 것을 단념하게 하려 했다가 실패해서인지는 몰랐지만 그들은 반대하지 않았다.
만족한 그는 지도에서 물러났다. 나머지 작전은 그들이 잘 짤 수 있을 것이었다. 일단은 쉬고 싶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는 계단에 다가가 위층으로 올라가서 시커족의 원로들이 본부를 차린 곳으로 갔다.
그는 한 방의 문을 열었고 그 침실이 일종의 연구실로 개조된 것을 보았다. 프루아의 언덕을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차지해서 그녀가 대부분의 필기본과 연구 재료들을 여기로 가져와 약간의 개인적 공간을 마련한 것이었다. 로베리와 임파도 있었지만 그는 임파가 하루의 대부분을 근처에 세워진 의무동 텐트에서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파야는 당장은 없었지만 링크는 어디에서 봤는지는 알고 있었다. 벽에서 싸우고 있었다가 기력이 다하자 의무동으로 돌아가서 임파와 다른 이들이 부상자를 치료하는 것을 도왔다.
프루아는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짜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라는 것을 알게 되자 짜증이 사라졌다. "체키, 꼴이 말도 아니네."
링크는 인상을 쓰고 낱장이 흩어진 의자 하나로 다가갔다. 그는 프루아의 항의를 무시한 채로 종이를 들어 옆으로 정리해 치우고 한숨을 내쉬며 앉았다.
임파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지금은 어떠냐?"
"괜찮습니다." 링크가 말을 멈추었다. "아까까지는요."
그녀는 그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꽤 지쳐보인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그는 그녀에게 눈썹을 치켜 뜬 채로 보았다. "그렇지 않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그대는 오늘 저기 있는 다른 이들보다도 많이 싸웠어. 그 조라족 왕자도 광린의 창을 들지 못할 수준까지 되어서야 경비병들이 끌고 가게 뒀단 말이다."
"그렇기는 한데..." 그는 한숨을 쉬고 천장을 보았다. "그렇게 해서 얼마나 지켰습니까? 목숨은 얼마나 구했고요? 희망은 또 얼마나 줬냔 말입니까?"
임파는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묻기보다는 지금 이 땅을 완전히 해방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그대가 쓰러지면 얼마나 많은 희망이 사그라들지 물어야 할 거다."
"아이고, 임파, 너무 심하시네!" 프루아가 말했다. "링키는 머리 쓰기 보다는 검 쓰기에 더 실력이 좋은 거를 알잖아. 할 수 있는 거를 하라고 해!"
링크는 어깨 너머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 상황에도 그런 말이 나오나보죠?"
"그럼."
링크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신음을 하면서 바로 앉았다. "지금까지 얼마나 알아냈습니까?"
프루아는 미소를 지으며 나아간 로베리를 흘긋 보았다. "WE는...무슨 답을 알아낸 것 같아."
의무동은 햇빛을 가리기 위한 차양에서 처음 시작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근처의 염색숍에서 나온 천을 이용하게 되면서 더욱 커졌다. 이제는 여러 색과 무늬가 그려진 천막이 되어 있었고 그 안에 있는 이들도 그만큼 다양했다.
링크는 여기에 와도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여기 와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그곳으로 갔다. 이 사람들은 그가 지키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들 외에도 어딘가에 모아 둔 전사자들도 포함해서였다. 그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았다. 낯익은 얼굴이 있을까 두려웠던 것이었다.
침대가 없어서 부상자들은 바닥에 앉거나 누운 채로 싸우기에는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든 사람들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대부분은 하테노 마을 출신이었지만 일부는 다른 종족들의 마을 출신이었다. 각 종족의 신체적 생리를 알고 있는 각각의 의사들은 필수적이었다.
링크가 들어서자 리트반이 그의 딸 둔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트반의 팔은 팔꿈치 아래로 잘려나갔는데, 리잘포스 하나가 시드가 보고 있지 않을 때에 그의 등 뒤를 베려 한 공격을 받았던 것이다.
시드도 리트반 옆에 쭈그린 채로 앉아서 그에게 부드럽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는 그의 친구의 부상을 꽤 힘들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고 링크는 시드가 그를 전기가 흐르는 물웅덩이에서 그를 밀쳐내서 그가 위험에 처했었던, 그와의 첫 만남이 생각났다. 왕자는 경비병들과 꽤 친했었다. 그들은 그의 친구인 동시에 의무감을 되새기지 않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링크는 과거에 자신이 의무감에만 매몰되어 젤다와의 우정을 미룬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물론 차이가 있기는 했었다. 젤다에 대한 그의 생각은 우정에서 그치지 않았고 그녀도 그러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직 중요한 무언가를 되찾지 못했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트반은 그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고 시드도 그를 보았다. 링크는 그의 옆에 한동안 있다가 계속 걸어내려갔다. 그가 걷는 동안 주변의 다른 대화가 들렸다.
"죽는 줄만 알았는데, 그 고론족이 막아섰어. 그러더니 이상한 오색의...뭔가가 우리를 감쌌어. 그러니까 몬스터들이 더 이상..."
"...만큼이나 올 줄은 생각을 못..."
"...들이 오지 않았다면 물량에서..."
"링크."
그는 고개를 돌아보았고 근처에 파야가 선 것을 보았다. 그녀는 전사의 복장을 하지 않고 시커족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시커족 남자 옆에서 일어섰고 그는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지금은 어때?" 그가 물었다.
파야는 그와 비슷하게 지친 기색이 보였고 그는 그녀가 자신이 오기도 전에 프루아의 연구를 돕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했다. 그녀도 그만큼이나 고단한 하루를 보낸 것이었다.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할머니는 저보고 쉬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녀는 아래를 보았다. 링크는 바닥의 시커족 남자를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다. 한쪽 눈과 머리의 대부분이 붕대에 덮여 있었고 그의 팔도 붕대로 감겨 있었다.
얼마 뒤 링크는 그가 두런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는 호흡이 안정된 채로 바닥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었다.
"괜찮을까?" 그는 두런의 어린 두 딸로 생각이 미쳤다. 이미 가논의 하수인에게 어머니를 잃은 상황에서 아버지까지 잃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피어났다.
파야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거예요. 부상은 다른 이들보다 심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전투에서 의식을 잃어버렸고 아직도 안 깨어났어요."
"괜찮을 거야. 파야, 임파 말이 맞아. 지쳐 보여."
그녀는 그를 보고 볼을 붉혔다. "그쪽도 저만큼 지친 것 같은데요."
그는 조용히 웃었다. "그렇기는 해. 곧 쉴 거야. 그냥..."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는 여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내내 이를 곱씹었다. 부상을 당한 이들에게 그의 존재는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는 각각 모두를 만나거나 그들에게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그냥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그가 아직도 살아있고 아직도 싸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조금도 다치시지 않았죠?" 파야가 그를 보면서 물었다. 그는 마침내 피가 묻은 상의를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팔을 닦은 뒤였다. 하지만 장화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있었다.
"어, 조금은 다쳤어." 그가 약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내가...옛 친구에게서 다른 이들에 비해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무슨 선물을 받았어."
그는 그가 여기서 미파의 회복 능력을 쓸 방법이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녀의 힘은 그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회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그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었고 이제는 이것이 그의 실수가 된 것만 같았다.
약간이라도 힘을 써 볼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그는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피로는 그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쓰는지 알아도 지금은 못 쓸 것 같았다.
갑자기 방에서 조용한 음악 소리가 들렸고 링크가 고개를 돌리자 카시와가 좀 떨어진 바닥에 앉아서 콘서티나를 연주하는 것이 보였다.
"언제 온 거야?"
"자주 왔다가 가요." 파야가 링크의 옆에 서서 카시와의 연주를 보았다. "많이 도움을 주고요. 이야기도 해 주고요." 그녀는 그를 갑자기 쑥스럽게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쪽에 대해서요."
"당연한 일이지." 그가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것도 있어요! 각 종족의 역사들을 다 알아요. 할머니만 알고 있는 시커족의 이야기도 알더라도요. 수세기 전의 영웅들에 대해서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이 대재앙 이전의 궁중 시인이었어. 그러니까 시커족의 이야기는 당연히 알 거야."
"참 친절하고요."
"그래." 링크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파야, 지금은 좀 쉬어. 오늘은 충분히 했어."
"어...저..." 그녀는 한동안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쪽도요."
링크는 스피릿을 탄 채로 검을 휘두르며 혼란에 빠진 보코블린 주둔지로 뛰어들었다. 그의 뒤에는 말을 탄 겔드 전사 대여섯 명이 따랐고 전부 몬스터들을 공격하며 겔드의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테바가 이끄는 리토족 전사들이 아직 잠이 덜 깬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에게 화살을 쏘아 내렸다.
해가 이제 막 뜨려는 순간에 링크를 포함한 전사들이 재빠르게 움직여서 그가 소수만 데려왔다는 것을 놈들이 알아채기 전에 혼란을 일으켰다. 다른 곳에서 조라족이 케야 연못에서 뛰쳐나와 그 지역의 리잘포스를 공격했으며 고론족은 마드로나산의 완만한 경사로로 커다란 바위를 굴렸다.
그는 멀리서 나팔소리가 울리다가 갑자기 끊기는 것을 들었다. 인상을 찡그리며 링크는 스피릿을 돌렸고 모리블린이 그에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을 간신히 보았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혀 안장에 최대한 몸을 붙였고 방망이는 그의 머리 바로 위로 지나갔다. 그는 검을 빼어 들어서 모리블린의 팔 아래를 찔렀다. 놈은 고통의 괴성을 질렀고 뒤로 비틀거리다가 커다란 겔드의 양손검 위로 쓰러졌다.
링크는 그를 도와준 겔드족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스피릿에 다시 박차를 가해서 근처의 보코블린에게 덤볐다. 그의 주변에서 전투가 치열해지고 있었다. 일부 몬스터들이 자신의 동료를 깨우러 갔기에 링크는 그곳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검을 넣고 활을 꺼내어 폭탄 화살을 쏘아 몬스터의 시체를 휘날리게 했다. 테바의 리토족들도 그들의 화살로 공격하여 전선을 무너뜨리고 혼란을 이끌어냈다.
그는 다시 검을 들고 덤벼서 몬스터들을 차례차례 베면서 큰 효과를 일으켰다.
무언가가 근처에 떨어졌고 그는 고개를 돌려서 뿌리째 뽑힌 나무가 굴러오는 것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어제 들은 바에 의해 히녹스라고 불린다는 거인이 눈이 충혈되고 짜증이 난듯이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어디서 저런 놈을 데려왔대?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그는 스피릿에서 내려서 말의 뒷다리를 쳤다. 저런 놈과 싸울 때에는 말에 탄다고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말이 충분히 멀어지자 링크는 검을 든 채로 준비를 취하면서 거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머리 위에서 그림자가 지나가더니 리토족의 무리가 놈에게 화살을 쏘아댔다.
놈이 짜증이 나서 괴성을 지르자 링크는 앞으로 달려나가 다리 사이로 미끄러져서 방어를 갖추지 못한 종아리를 베었다. 피부는 꽤 두꺼웠지만 마스터 소드는 이를 깊이 베어서 근육과 힘줄을 잘라버렸다.
히녹스는 고통의 괴성을 지르며 무릎을 꿇고 링크를 잡으려고 뒤쪽으로 두툼하고 커다란 팔을 휘둘렀다. 그는 공격을 피하고 놈의 노출된 등과 옆구리를 공격했다. 여기서는 그렇게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는데, 장기를 치려면 상당한 양의 지방을 뚫어야 했던 것이었다.
놈은 일어서려 했지만 비틀거려 넘어졌다. 링크가 발뒷꿈치로 이어지는 힘줄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놈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손으로 몸을 지탱하자 그는 뛰어서 놈이 입은 동물 가죽으로 된 것 같은 조끼를 붙잡았다. 그는 지탱하는 것이 쉬워지도록 마스터 소드를 등에 박았고 히녹스는 바로 몸을 뻗으면서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둘렀다.
그는 필사적으로 검을 잡고 버텼고 놈이 그를 잡으려고 팔을 뒤로 뻗는 내내 발이 놈의 피부를 긁어댔다. 다른 손으로 놈의 옷을 잡고 있는 동안 그는 검을 뽑아서 그에게 가까이 온 손을 베었다.
그는 놈의 어깨 쪽으로 더 높이 검을 박았고 놈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놈이 그를 털어내려는 동안 검을 더 단단히 붙잡았고 계속 타고 올라가며 마침내 놈의 어깨에 올라섰다. 놈은 고개를 돌려서 그를 보았고 그 큰 눈이 흔들렸다.
링크는 검을 돌려서 히녹스의 머리의 옆으로 깊이 박아 넣어 날이 놈의 뇌를 찍었기를 바랐다. 놈의 눈은 한동안 커지더니 그 눈에서 생명이 사라져갔다. 놈이 쓰러지는 동안 링크는 뛰어내려 몸을 구르며 착지했다. 히녹스는 숨이 끊어진 채로 그의 뒤의 땅으로 쓰러졌다.
겔드족 하나가 함성을 지르며 말을 타고 지나갔고 링크는 돌아보았다. 근처에 스피릿이 불안한 듯 땅을 긁어댔다. 그는 휘파람을 불었고 그의 말이 그에게 다가왔다.
다시 말 위로 타서 링크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의 주변의 땅은 일단 몬스터들이 전부 정리되어 있었다. 히녹스란 놈들은 손에 잡히는 것이라면 아군도 가리지 않고 던지는 습성이 있었기에 보코블린들은 히녹스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놈이 쓰러지자 놈들은 링크에게 감히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투는 생각보다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작은 병력으로 이루어졌지만 여러 단계로 공격해 나가는 작전은 마치 대군이 공격한다는 착각을 주어서 다른 부대끼리 연합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그가 보는 동안에도 보코블린 일부가 몸을 돌려 후퇴했지만 해머를 휘두르는 고론족에게 막힐 뿐이었다.
그는 그의 뒤에서 함성을 더 들었고 하일리아인과 시커족으로 구성된 새 전사들이 뛰어서 몬스터들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으로 이루어진 집단과 교전했다.
링크는 스피릿을 돌려서 이 집단의 옆으로 달려들었다. 새로 온 도전자들에게 정신이 팔린 나머지 놈들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고 말았다.
확실히 그들이 승기를 잡았다. 확실히...
그 순간 멀리서 폭음이 들렸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는 하테노 마을로 고개를 돌렸다. 벽 근처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있었다. 폭발이 더 일어나고 링크는 나무 파편들이 휘날리는 것을 보았다.
뭐야?
그는 말에서 몸을 돌려서 근처에서 리너를 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손짓했다.
"저기 보고 오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키가 크고 마른 겔드 종마를 돌려서 다시 함성을 지르면서 방어선을 이루고 있는 몬스터들에게 달려나갔다.
링크는 스피릿을 세게 몰아 마을로 달려가서 방비선으로 향했다. 그가 하테노 마을에 다가갔을 때에는 이미 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고 마을 안에 보코블린과 모리블린들이 보였다.
욕을 내지르며 링크는 비전투원 하나를 쫓는 큰 모리블린을 베고 안장에서 일어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정문이 무언가의 폭탄으로 인해 나가떨어진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벽의 일부와 그 발판 역시 부서져 있었다.
보게 될 광경을 우려하면서 링크는 안으로 몰려들어가려는 몬스터 무리에 덤볐다. 그는 스피릿에서 뛰어내려 그들 사이에 내리고 이 무리를 막아내려는 방어군에 가세했다.
더 많은 폭음이 들렸다. 정문을 잡고 있던 아치가 무너져서 하테노 마을 바깥의 몬스터의 상황이 잘 보였다. 이제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꽤 있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조악한 폭탄 화살을 건 활을 사용하는 거대한 금빛 갈기의 라이넬이 있었다. 팔과 어깨가 떡 벌어져 있었고 가장 큰 모리블린보다도 컸다. 뇌수산에서 맞선 라이넬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맙소사...
라이넬은 활을 내리고 전장을 돌아보았다. 그가 가한 피해에 만족한 듯 놈은 활을 다시 몸에 걸고 옆에 둔 거대한 몽둥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놈은 돌진하기 시작했다.
"물러나요!"
링크는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라이넬이 자신의 아군을 짓밟으면서 입구를 박차고 들어왔고 놈은 궁사들이 쓰던 발판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나무는 힘없이 부서지고 링크는 궁수들이 그 잔해로 쓰러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라이넬은 계속 자신의 경로로 달려나가면서 몽둥이를 피아의 구분 없이 휘둘렀다. 고론족 하나가 허공을 날라서 근처 건물에 처박혔다. 다른 보코블린이 온 몸이 부서진 채로 죽어서 나가떨어졌다. 양측의 전사들이 뒤로 급하게 물러나면서 길이 뚫렸다.
그리고 링크는 그 길 한가운데에 섰다.
라이넬은 그를 녹색의 매서운 하나의 눈으로 노려보았다. 다른 눈은 창백하게 하얬는데 얼굴에 난 큰 상처가 이를 멀게 한 것 같았다. 뿔 하나가 부러져 있었고 놈의 몸에는 많은 전투를 한 상처가 나 있었다. 놈은 링크보다 높이 서 있었고 숨을 거세게 몰아쉬었다. 놈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그러더니 몽둥이를 들었다.
링크는 라이넬에게 공격을 하려 앞으로 달렸지만 놈이 몽둥이를 어찌나 세게 내리찍던지 땅에 진동이 울렸다. 그는 이 힘에 비틀거리는 바람에 놈의 다리로 엎어졌다. 라이넬은 발길질을 하면서 몸을 돌렸고 링크는 방패를 간신히 들어서 놈의 발길질을 막아냈다. 그는 뒤로 날려져서 땅 위로 굴렀다.
라이넬이 달려오자 땅이 울렸고 링크는 라이넬이 달려오는 동안 옆으로 몸을 피해서 그 큰 힘을 담은 몽둥이를 간신히 피했다. 저것에 한번이라도 맞았다가는 끝장이었다. 그의 방패도 이를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글자 그대로 산산조각날 것이었다.
그들 주변으로 몬스터들과 하이랄의 민족들이 흩어졌다. 그들은 계속 싸웠지만 라이넬과 링크가 결투하고 있는 길 한가운데에는 다가가지 않았다. 몬스터들은 계속 마을 안으로 몰려왔다. 지원이 더 오지 않는다면 이미 지친 수비군이 압도당할 것이었다.
욕을 지르면서 링크는 몸을 돌려 그에게 돌진하는 라이넬에게 달려들었다. 놈이 몽둥이를 휘두르자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자신의 신기한 능력을 사용했다. 모든 것이 그의 주변에서 느려졌고 그는 그의 다리를 겨누어서 휘두른 몽둥이를 뛰어넘었다. 반대쪽에 도착한 그는 바로 마스터 소드로 라이넬의 다리를 베었다.
라이넬은 다리가 깊이 베이자 큰 괴성을 질렀고 몸을 돌려 링크를 바라보았다. 그는 놈의 다리 밑으로 굴러 반대로 나오고 옆구리를 검으로 다시 베었다. 마스터 소드는 깊게 베었지만 링크의 생각보다는 얕게 베었다. 이 라이넬의 피부는 이전에 싸웠던 종보다 더 튼튼한 것 같았다.
놈은 다시 몽둥이를 휘둘렀고 링크는 놀란 소리를 지르며 뒤로 뛰어 간신히 피했다. 그는 놈의 수비의 안쪽을 다시 파고들려 했지만 놈은 계속 몽둥이를 휘둘러서 링크가 계속 물러난 끝에 결국 남은 건물 중 하나의 벽에 등을 대게 되었다.
라이넬이 다시 몽둥이를 내리찍자 그는 옆으로 굴렀다. 놈은 몸을 돌려 그의 움직임을 찾아낸 뒤에 그의 바로 뒤로 내리찍었다. 땅은 놈이 칠 때마다 울렸다. 링크는 바로 일어섰지만 라이넬이 바로 그의 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놈의 가슴에 화살 두 발이 박혔다. 테바가 머리 위로 날면서 링크가 못 알아들은 무언가를 외쳤다. 라이넬은 괴성을 지르고 몸을 돌려 가슴이 부풀 정도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놈은 테바에게 불덩이를 뱉었고 그는 공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링크는 앞으로 달려가서 라이넬의 가슴을 찔렀다. 뚫리기는 했지만 간신히 뚫은 것이었다. 라이넬은 한 발을 휘둘러서 링크의 옆구리를 차서 그를 날려버렸다. 그는 건물의 외벽 하나에 부딪혔고 마스터 소드를 떨어뜨리면서 땅으로 내려왔다.
그는 일어서려고 힘을 썼다. 눈 앞이 침침하고 생각도 잘 들지 않았다. 간신히 고개를 흔들며 일어서자 그림자가 햇빛을 가렸다. 고개를 들자 라이넬이 그 바로 위에 선 것을 보았다. 놈은 손을 뻗어 그의 상의의 앞을 잡고 그를 들어올렸다.
무기도 없는 링크는 라이넬의 손가락을 펴려고 안간힘을 썼다. 놈은 그 힘을 더 세게 쥐어서 숨을 쉬기도 어려워졌다. 놈은 링크가 알아듣지 못한 한 말을 내뱉고는 그를 가까이 끌고 왔다. 라이넬은 입을 벌렸고 그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었고 입김의 냄새도 고약했다.
번개가 하늘을 갈랐고 라이넬은 옆으로 비틀거렸다. 놈의 손은 경련을 일으키는 채로 벌어졌고 링크는 땅으로 떨어졌다. 돌아보자 루쥬가 길 한가운데에 양 팔을 벌리고 뇌명의 투구로 얼굴을 가린 채로 서 있었다.
그녀는 다시 번개를 불렀고 이는 다시 라이넬을 강타했다. 라이넬은 신음했지만 그 충격을 떨쳐냈다. 놈은 몸을 돌려서 그 작은 여인에게 덤볐다.
"안돼!"
갑자기 윤돌이 굴린 몸을 풀면서 나타났다. 그는 제 시간에 방어막을 펼쳤고 라이넬의 몽둥이가 방어막에 튕겨나가서 놈이 괴성을 질렀다. 번개가 다시 치면서 놈의 몸에 다시 전기를 흘려보냈다.
링크는 검을 쥐고 앞으로 달려서 그를 기습하려는 리잘포스를 피했다. 그가 라이넬에 다가가는 동안 시드를 필두로 한 조라의 무리가 골목에서 달려나왔다. 그들은 흩어져서 라이넬을 그들의 창으로 에워쌌다.
라이넬은 으르렁거리면서 뒤로 서서 몸을 돌렸다. 몽둥이를 밖으로 뻗었지만 조라족들은 쉽게 뒤로 물러났고 시드는 갈비 아래를 창으로 찔렀다. 라이넬은 고통의 소리를 지르고 몸을 돌렸지만 그 때를 틈타 다른 조라족이 옆구리를 찔렀다. 번개가 다시 쏘아졌고 라이넬은 몸을 멈칫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리를 굽혀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놀란 조라족 모두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3미터는 뒤로 날아가더니 몸을 돌려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들에게 거대한 불덩이를 뱉었고 조라족들은 이를 피했다. 링크는 이 불덩이가 지나가자 옆으로 몸을 던져 피했고 불덩이는 다른 건물을 맞춰서 불을 붙여버렸다.
그가 다시 일어났을 때 라이넬은 그 몽둥이를 윤돌의 방어막에 계속 내리치고 있었다. 마침내 그 빛나는 방어막이 유리처럼 깨지더니 사라졌다. 윤돌은 입을 벌린 채로 뒤로 비틀거렸고 라이넬은 씩 웃었다. 루쥬는 팔을 계속 펼친 채로 이를 보기만 했다.
놈이 다시 몽둥이를 내리찍자 링크는 졸린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하얗고 회색인 무언가가 내려와서 라이넬의 머리와 어깨를 쳐서 겨누는 것이 흐트러졌다. 몽둥이는 루쥬의 바로 옆의 땅으로 내리찍혔다. 테바가 라이넬과 육탄전을 벌이면서 그의 발톱으로 라이넬의 얼굴과 목을 찌르면서 날개를 퍼덕였다. 라이넬은 손을 들어서 다리 하나를 잡은 뒤 테바를 땅으로 내동댕이쳤다. 그는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지고 일어서지 못했다.
시드가 다시 나타나서 창을 라이넬의 가슴에 찔러 박아 뒤로 밀어냈다. 라이넬은 몽둥이를 떨어뜨리고 창을 빼려고 힘을 썼다. 놈은 창대를 잡았지만 시드는 이를 갈면서 온 체중을 창에 실어 버텼다.
몬스터 무리에서 화살이 날아와서 시드의 등에 박혔다. 화살이 박힌 자리에서 전기가 쏘아져 나오더니 시드는 갑작스런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그는 떨면서 쓰러졌다. 라이넬은 창을 몸에서 뽑고 이를 돌려 무방비인 그에게 찌르려 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위로 들어서 라이넬의 배를 찔렀다. 이 빠른 공격에 당황해 놈은 뒤로 비틀거렸다. 놈은 창을 휘둘렀지만 그는 이를 피하고 라이넬의 눈이 먼 쪽으로 달려가 검을 놈의 옆구리로 박아넣었다. 놈은 그 깊은 상처에 떨고 몸을 돌리면서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링크는 놈의 발 밑으로 굴러서 반대쪽으로 나왔다.
그는 라이넬의 앞다리를 베었고 그 다리가 구부러졌다. 라이넬은 창을 땅으로 떨어뜨리면서 팔로 몸을 받쳤다.
링크는 놈이 일어설 틈을 주지 않았다. 대신에 말과 같은 놈의 등에 뛰어올라서 마스터 소드를 곧게 뻗은 상체의 등에 찔러 넣어 몸을 꿰뚫었다. 라이넬은 그 몸이 굳어졌다. 링크는 검을 뽑고 두 손으로 이를 잡아서 라이넬의 목으로 휘둘렀다.
그 공격으로 라이넬의 목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거의 그렇게 되었다. 목의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자 라이넬은 그 피를 막으려고 떨어져 가는 힘으로 긁어댔다. 놈은 목이 졸린 소리를 내고 팔에서 힘이 빠져버렸다.
링크는 놈이 죽어가는 동안 뛰어내려서 시드의 옆으로 달려갔다. 그의 조라족 동료들도 와 있었다. 그들은 화살을 뽑고 시드를 눕힌 뒤였다. 그의 빨간 피부가 창백해졌고 의식도 없어보였다. 얕은 숨만 내쉬고 있는 동안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인상을 쓰며 링크는 테바를 보았다. 그도 상태가 안 좋았다. 날개 하나가 어색하게 꺾였고 링크가 서 있는 자리에서는 그가 숨을 쉬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루쥬는 그에게 무릎을 쭈그리고 있었고 뇌명의 투구는 비뚤어져 있었다.
안전지대로 보내야 해. 링크는 몸을 돌려 근처에 윤돌을 보았다. 그는 죽어가는 라이넬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윤돌에게 달려가서 그의 팔을 잡았다.
"시드와 테바를 의무동으로 데려가. 알았어?"
"링크 형, 미안해. 내 방어막이..."
"윤돌, 어서 데려가! 지금은 시간이 없어!"
윤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그는 조심스레 테바를 들어 안았고 링크는 아무 힘도 없이 흔들리는 테바의 망가진 날개를 보았다. 윤돌이 그 부상을 악화시키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지금은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아니, 우리가 시드를 맡지. 그..." 윤돌이 다가가자 스바바가 일어서며 말했다.
"스바바, 당신은 여기 있어야 합니다." 링크가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저 몬스터들이 더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 죽습니다."
스바바는 반박하려고 시드를 잠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옆으로 비켜서 윤돌이 몸을 굽혀 다른 팔에 시드를 끌어올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링크는 앞으로 나아가서 그들 앞의 전황을 보았다. 몬스터들은 계속 오고 있었지만 수비군은 어느 정도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의 변화가 보였다. 마을 안으로 들어온 보코블린이 죽은 라이넬을 보자 그 자리에 서서 공포가 얼굴에 보인 채로 걸음을 멈추었던 것이었다.
그래, 보이냐? 그가 냉혹한 웃음을 띠며 생각했다. 네놈들 중에 강적을 죽였다.
그는 한쪽을 가리키며 루쥬를 보았다. "저 잔해에 엄폐하세요.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것들에게 번개를 쏘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루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따랐다. 링크는 조라족 하나에게 몸을 돌려서 가리켰다. "저 분과 같이 가요. 기습하는 놈이 없게요. 나머지는 같이 갑시다."
그들은 함성을 지르며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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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빛의 광선이 쏟아졌고 광선은 링크의 머리를 간신히 비켜갔다. 그는 몸을 돌려서 그에게 쏜 가디언을 찾았다. 보행형 중 하나였다. 다리 두 개가 잘렸지만 조금 비뚤어진 채, 똑바로 일어서서 움직이고 있었다.
링크는 몸을 돌려서 그것에 달려들었다. 가디언은 그에게 공격을 한번 더 날렸지만 그는 빛줄기를 피했다. 그의 방패는 이 광선을 여러 차례 받아낸 끝에 녹아서 부서져 버렸다. 달궈진 쇠가 소매를 태워버린 지점 아래의 팔에는 붉은 염증이 여럿 나 있었다.
그는 가디언이 쏘기도 전에 몸 위에 올라탔고 마스터 소드를 휘둘렀다. 다리 하나를 쳤지만 전투의 시작과는 달리 다리를 쉽게 잘라내지 못했다. 한번 더 휘두르고 나서야 다리가 잘렸다.
세 다리가 잘리고 나서야 가디언은 비틀거리더니 쓰러졌고 그 둥근 기반이 진흙 밑으로 가라앉았다. 링크는 이 위에 올라타서 머리가 그를 보려고 한 순간 마스터 소드를 떨리는 푸른 눈에 박아넣었다.
그는 뛰어내려서 몸을 돌리고 가디언이 폭발하기 전에 뒤로 물러났다. 얼마나 부쉈단 말인가, 얼마나 오래 싸웠단 말인가...
그는 이 요새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가디언이 점령보다는 살생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남아돌고 있었다.
뜨거운 무언가가 그의 어깨의 뒤를 쳤고 링크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렸다. 그는 땅에 세게 쓰러지고 머리를 간신히 들었다. 소형 가디언이 그에게 빨리 다가왔다. 놈의 눈이 한번 더 번쩍이더니 링크는 좁은 빛줄기가 그의 옆 땅을 태우는 것을 굴러서 피했다.
그는 다시 벌떡 일어섰고 오른손으로 검을 쥐었다. 아까의 공격으로 인해 왼팔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검에 눈길이 갔다. 곳곳이 이가 빠지고 금이 가 있었다. 녹처럼 보이는 무언가도 끼어 있었다.
검이...죽어가는 건가. 그가 멍하니 생각했다.
소형 가디언은 다시 그에게 쏘았고 그는 본능적으로 움직여서 맞는 것을 간신히 피할 정도로만 움직이고 바로 달려나갔다. 눈에 한번 공격을 가하자 끝이 났다. 그것이 폭발하고 링크는 앞으로 넘어지며 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왼팔로 몸을 받쳤지만 고통이 솟구치며 비명이 나왔다.
눈에 초점이 돌아오고 나서 그는 고개를 돌아보았다. 가디언이 그의 주변에 있었지만 그를 보는 것은 없었다. 대신 다른 남아있는 병사들을 쫓았다. 살아있는 병사들은 극히 일부만 남아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동안 커다란 보행형 하나가 또 빛을 쏘았고 한번에 세 병사들이 타는 갑옷만 남긴 채로 쓰러졌다.
왜 더 싸우는 거야? 그가 이성을 잃은 채로 생각했다. 그냥...포기하고 싶어. 멈추면 다 나을텐데...
"링크!"
그는 고개를 빠르게 돌렸고 하얀 무언가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멍하니 보았다. 그녀는 무녀복을 발목 위까지 들어올린 채로 전장을 달려왔다.
도망치지 않았어...도망치지 않았다고...! 그 생각에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도망치지 않고 여기에 와 있었다.
"젤다, 안 됩니다!" 그는 억지로 일어서서 그녀에게 달려왔다. "안 됩니다, 어서 가십시오!"
"링크, 잠시만요, 조금이라도..."
그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몸을 돌려 땅으로 내리 눌렀다. 가디언의 공격이 지나가서 그의 팔을 스쳤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그대로 계십시오!"
그는 몸을 돌려서 얼마 남지 않은 분노를 끌어올려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가디언에게 덤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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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이 도망친다! 도망치고 있다!" 리토족 하나가 몸을 내리면서 외쳤다.
링크는 그와 싸우고 있던 리잘포스를 베어 넘기고 리토족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주변을 한번 보았지만 당장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 주변에 몬스터들이 얼마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금방 포위당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정문으로 다가갔다. 낡은 가구와 탁자, 그리고 시체들이 문이 있던 자리에 쌓여 있었다. 방벽으로는 완전하지 않았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느리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곧 북쪽에서 더 많은 병력이 도착했다. 그의 계략이 성공한 것이었다. 그의 도움 없이도 그들은 적들을 충분히 압박해서 그 구역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도망친다면...
그는 조심스럽게 잔해를 올랐다. 대부분은 보코블린과 리잘포스의 피로 끈적거렸지만 이미 그는 이에 덮인 채라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위에 도착하자 그 광경이 보였다. 몬스터 군단이 초토화된 것이었다. 전날에 피해를 엄청나게 입었고 이번에는 정문으로 너무 무리하게 나아가는 바람에 더욱 피해가 컸다. 그리고 이제 놈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박살이 난 군대의 사분의 일 내지는 그 이하나 되는 것 같은 패잔병들이 언덕 밑의 계곡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들이 승리한 것이었다.
하이랄의 민족 사이에서 환호가 들렸고 링크는 웃으면서 허공으로 마스터 소드를 치켜들었다. 박수소리가 들렸다. 남은 몬스터들은 하나씩 정리되었다. 남녀가 서로 끌어안았다. 눈물을 흘리고, 웃고 울었다.
끝이 난 것이었다.
하루가 지나면서 가벼운 비가 내렸고 전투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씻어주었다. 몇몇 건물들이 그 공격에 불타버리거나 무너진 뒤였다. 다른 건물들의 경우는 급하게 방벽을 쌓느라고 가구와 벽과 다른 자재들을 써서 비어 있었다. 마을 주변에 세운 방벽은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다.
수비군이 일백 이상이 전사했으나 마을 안팎에서 죽은 천오백 내외의 적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들의 시체를 처리하기까지는 여러 날이 걸릴 것이었지만 이미 날짐승들이 그 작업을 조금씩 해 주고 있었다. 시체들은 대부분 하테노 마을의 서쪽, 링크가 이전에 나츠와 메구를 구해줬던 그 숲에 쌓여 있었다.
진지한 일이기는 했지만 마을 사람들과 방어군이 그 작업을 시작하는 동안에도 승리의 분위기가 감돌아 있었다. 링크가 빚어 낸, 일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떠나지 않겠다는 결속력의 증명이기도 했지만 그는 누군가는 떠나기는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식량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였고 농지도 대부분 망가진 상황이라 이번에는 마을이 보릿고개를 심하게 겪을 것 같았다. 다른 종족들이 올해에 그들의 식료품을 나누어주기를 바랐다.
링크가 마을을 걸어갈 때마다 모든 남녀가 그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가 다가가는 순간 대화가 멈추는 것은 좀 을씨년스러웠다. 얼마나 감사를 받고 얼마나 포옹을 받았는지 몰랐다. 심지어는 키가 큰 겔드족을 포함한 여성들 여럿이 그에게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들은 그를 용사라고 불렀다. 그는 북쪽을 탈환한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정문의 방비에 앞장섰다. 적의 총대장을 쓰러뜨렸다. 거인도 쓰러뜨렸다.
불편한 관심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불편을 이제는 감수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임파가 옳았고 카시와도 옳았다. 그는 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반격할 열정을 주었고 잃은 것을 되찾을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시간 여유가 생기자 임파는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가서 새 영걸의 옷을 가지고 왔다. 그가 습관처럼 옷을 망가뜨릴 것을 대비해서 여러 벌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그는 목욕을 하고 새 옷을 다시 입었다. 하일리아인의 영걸의 모습, 내지는 최근의 말을 인용하면, 부활한 영걸의 모습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 부족한 기억이 마음에 걸렸다. 특히 젤다와 보낸 마지막 주의 기억에 대한 틈이 있었다. 마지막 전장의 기억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여신의 샘 중 하나로 가는 마지막 여행에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음이 분명했다. 머리 속에 한 생각이 떠올랐지만 임파가 허락할지는 몰랐다.
그는 몸을 돌려서 멀리 구름에 덮인 라넬산을 올려다보았다. 저기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신수가 모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직 다른 세 영걸의 영혼에게 그의 승리를 알리지 못했기에 그들이 아직 중앙 하이랄로 출발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프루아가 약간의 시간 여유를 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거의 다 된 것이라고 한 것이었다.
빨리만 움직이면 될 것 같았다.
머리 위에서 여러 색의 폭발이 터지면서 원형으로 붉고 푸른 불꽃을 흩뿌리더니 사라졌다. 고론족이 그들의 폭죽을 머리 위로 한번 더 터뜨리자 모인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이번 것은 밝은 녹색으로 터졌다.
길거리에 식탁들이 차려지고 하이랄 각지의 음식이 올려졌다. 전투가 끝나고 마을에서 몬스터들이 정리되었기 때문에 프루아의 짜증을 감내하면서 시커 스톤 둘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돌려보내 식사를 가지고 오게 했다. 상황을 생각하면 낭비였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적절하게 느껴졌다.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일단 중앙 하이랄에 링크가 가논에 맞서는 동안 그를 지킬 군대가 집결할 것이라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그는 그 군대가 필요해질 일이 없기를 바랐다.
일부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군을 더 일으킬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테노 마을에서 출격할 것이었다. 그러니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너무 오래 걸릴 수도 있었지만 링크는 필요하다면 이를 감수할 각오가 되었다. 마지막 군 세력이 도착할 때까지 자신의 사명을 미룰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대강의 계획은 잡혔다. 나머지는 진격하면서 결정될 것이었다. 여기에 하테노 마을의 수비군이 다른 종족들의 병력 중에서 잔류한 이들과 합류하게 된다면 이는 100년 이래 최대의 종족간 연합군이 되는 것이었다. 이는 구 하이랄의 군사 조직에 버금갈 정도로 커지는 규모였다.
링크는 그 정도로도 충분하기를 바랐고 그들이 무의미하게 죽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일단은 경축이 이어졌다. 카시와는 여러 악기를 다루는 악사들과 같이 노래를 불렀다. 일부는 잔디가 깔린 조약돌 길에서 춤을 추었다. 전사자들을 추모할 것은 확실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조라의 부대의 추가 지원군도 도착했지만 그들은 하테노 마을에서 떨어져 있기로 했다. 마을이 이미 수용 한계를 초과하고 있던 것이었다. 대신 그들은 근처의 자라호에서 머물기로 했고 축전을 위한 물고기도 모아주었다.
"링크!" 나츠가 임시로 만든 댄스 플로어의 가운데의 자신의 자리에서 불렀다. 이미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축전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손짓으로 불렀지만 그는 손만 들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신에 자신의 친구들이 모인 식탁으로 걸어갔다.
시드는 여전히 조금 창백하지만 안색이 나아진 상태로 앉아있었다. 테바도 있었지만 오른날개에 부목을 덧댄 채였다. 가논과의 전투에 참전할 수 없게 되어서 그는 굉장히 짜증이 나 있었지만 링크는 그가 살아났다는 것에 안도했다. 루쥬와 윤돌도 있었고 뷰러는 루쥬 뒤에 가까이 서 있었다. 루쥬가 자신이 마을의 정문을 방어하러 가겠다고 뷰러에게 말하지 않은 것 같았고 뷰러는 루쥬를 찾아다니는 동안 여관으로 쳐들어가려는 몬스터 떼를 막아야 했던 것이었다.
링크는 근육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신음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좀 늙었다는 기색을 보이는구나." 루쥬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칠면조 다리에서 고기 한 점을 뜯어서 천천히 씹었다. "하지만 100살 이상이니, 이해는 되지."
"그 정도면 늙은 정도는 아닌데." 시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테바는 코웃음을 쳤다. "우리는 그쪽 조라족만큼이나 오래 살지 않소."
"몇 살이세요고로?" 윤돌이 앞으로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그는 긴 나무 탁자의 끄트머리의 땅에 앉아 있었다. 마을에 고론족의 몸무게를 버티는 의자는 별로 없었던 것이었다.
"아, 이제 한 115살 됐지." 시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조라족에게는 아직 청년기지. 특히 왕족들에게는 말이야."
윤돌은 시드와 링크를 번갈아 보았다. "그럼 링크 형이 나이가 더 많은 거예요고로?"
"어..." 시드는 링크를 보았다. "그런 건가?"
링크는 고개를 젓고 낄낄 웃었다. "이제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떤 때에는 그 정도로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루쥬 당신은요고로?" 윤돌이 물었다.
뷰러는 짜증스럽게 끙 소리를 내었지만 루쥬는 그만하라고 손을 저었다. "나 말이냐?" 그게..."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 주변을 돌아보며 머뭇거렸다. "열둘이다. 다음 달에는 열셋."
"그래요? 그건..." 윤돌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별로 나이 많이 안 먹은거죠?"
루쥬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 "아니지."
"나한테 당신 또래의 아들이 있소." 테바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구름이 갈라지면서 머리 위의 별들이 나타났다. "다만 당신은 그 애보다 더 성숙하게 행동하오." 그가 다시 루쥬를 해석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보았다. "그래서 나이가 더 많을 것 같았소."
그녀는 조금 더 당당히 섰고 링크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테바는 겉으로는 꽤 거칠었지만 속에는 너그러운 면이 있었다.
"그게, 제...어...여동생도 그 정도 나이였습니다." 링크가 루쥬를 보며 마침내 말했다. 그는 다시 말을 멈추었다. "사실 그쪽을 보면 여동생이 생각이 납니다."
루쥬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유심히 보았다. "어떤 면에서 말이냐?"
"장난스러우면서도 곤경에 자주 처했거든요."
뷰러는 낄낄 웃었고 루쥬는 자리에서 몸을 돌려 경비병을 인상을 쓰면서 올려보았다. "그게 웃긴 건가?"
뷰러는 곧바로 미소를 늘 그러했던 굳은 얼굴로 바꾸었다. "죄송합니다, 루쥬님."
루쥬는 뷰러를 한동안 유심히 보다가 다시 링크를 보았다. "여동생은 어떤 이였나? 그것 말고?"
링크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호기심이...많았습니다. 모든 것에 대해서요. 아직 기억나는 것이 많이 없지만...모험하기를 좋아했죠. 항해사, 그 중에서도 배의 선장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항상 저 밖의 신대륙을 발견할 것이라고 했고요. 아버지는 이를 좀 이상하게 여기셨던 것 같지만 그래도 꿈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대에게 여동생이 있는 줄은 몰랐어." 시드가 말했다.
링크의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저도 얼마 전에야 알았습니다."
"어떻게 됐어?" 윤돌이 물었다.
링크는 이에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계속 감돌자 테바가 멀쩡한 날개로 윤돌의 팔을 쳤다. "뻔하지 않나?"
윤돌은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미안. 미처 생각이..."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직 모든 것을 좀...받아들이는 중이니까. 몇 주 전만 해도 내 여동생에 대해서도, 아니, 여동생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어. 그런데 지금은...마치 어제 죽은 것 같단 말이야."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시드가 목을 골랐다. "그대의 심정이 이해는 돼."
링크는 그를 올려보았다.
"나도 나의 어린 시절 당시의 미파 누님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어. 누님이 돌아가셨을 때에 난 열다섯이었는데, 그건 조라족 기준으로는 아직 어린아이야. 하지만 루타에서 누님의 영혼을 마주하고 나니까, 누님이 없어서 얼마나 쓸쓸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어."
윤돌은 고개를 빨리 끄덕였다. "저도 할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었어요고로. 다르케르 할아버지요. 많이 가르쳐 주시고 있고요고로. 방어막을 잘 쓰는 법하고, 루다니아를 조종하는 법하고, 최고급 로스 바위가 어디에 있는지도..."
"루다니아 조종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링크가 놀라서 물었다.
"어, 응! 그 분이 가논이 없어지고 나서는 떠나야 할 것 같다고 했어고로. 나보고...영걸의 자리를 맡아 달라고 했고고로."
"누님도 그와 비슷한 말을 한 것 같더군." 시드가 덧붙였다. "누님이 가고 나서는 루타를 맡아 달라고 했고."
그러자 링크는 멈칫했다. 이 일 뒤에도 신수가 필요하기는 할 것인가 싶었다. 그것들은 가논을 쓰러뜨리기 위해 만든 병기였으니, 그 목적을 달성하고 나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던 것이었다. 그 문제가 있는 대상에는 가디언 군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젠장." 테바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나도 리발님께 조종법을 좀 알려 달라고 들쑤셔야 했나."
"난 우르보사님을 만난 적도 없는데." 루쥬가 시무룩해 하면서 말했다. "나와 말을 나눌 틈도 주지 않고 링크가 보내버렸다고!"
머리 위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붉은 빛을 그들의 주변에 비추었다.
"저희가 새 영걸들이 필요할 때가 되면 저희가 가르쳐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링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젤다가 기존의 영걸들을 훈련시켰으니 말입니다. 다시 하라고 해도 기꺼이 할 겁니다. 이 일을 좋아하거든요."
루쥬는 몸을 앞으로 기댔다. "젤다라, 그대의 공주 말인가? 그럼 그대가 가논을 무찌르면 그 분이 돌아오는 건가? 그 분이 혹시..."
"죽었냐고요? 아뇨. 그녀는 아직 살아있고 가논을 막고 있습니다. 놈이 사라지면 바로 돌아올 겁니다."
"흠..." 루쥬는 손을 들어서 붉은 머리카락 하나를 건드렸다. "그럼 그 분이 돌아오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거지? 하이랄을 재건하려 할 건가? 그대의 나라는 한 때는 큰 권력을 쥐었고, 우리도 동맹이기는 했는데..."
테바는 코웃음을 쳤다. "리토족이 다시 순순히 복종할 것 같지는 않은데."
"겔드족도 그럴 것 같다. 우리가 하이랄의 법을 따랐는지도 잘 모르겠고."
시선은 시드에게로 향했고 그는 좀 머뭇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아바마마도 이 일에 대해서 말하셨어. 대재앙 이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하더군. 하이랄은 다른 종족에 비해서 영향력이 꽤 강했다고 해. 아바마마의 말에 의하면, 과도할 정도였다고."
동시에 모두가 윤돌을 돌아보았다.
"반장님이 뭘 할지는 난 모르겠어고로!" 윤돌이 말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고로."
링크는 목덜미가 더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젤다에게 할 일이 벌써부터 쌓이는 것 같았다. 왕국을 어떻게 통째로 재건할 수 있을 것인지, 하일리아인과 시커족 조차도 그녀의 통치에 따를 것인지의 문제도 있었다.
머리 위에서 폭죽이 더 터졌지만 붉은 빛은 그대로 남았다. 무리에서 그의 이름이 불리는 것 같았지만 그는 이를 무시했다.
"그녀가 뭘 할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그녀가 옛...뭐냐...협정인가? 그걸 갱신하려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생각하면, 그녀가 정말 재건을 바란다면 약간의 도움이라도 있으면 좋겠군요."
그는 그들의 눈을 보았고 그들의 표정을 보자 그의 뜻이 확실히 전달된 것이 보였다. 그들은 친구였다. 하지만 그는 그들 각자의 종족을 구해주었었다. 그들은 그에게 빚을 진 것이었다.
시드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조라족과 하일리아인은 가장 관계가 공고했던 동맹이지. 다시 그럴 수 있으리라 믿는다."
테바는 어깨를 으쓱했다. "칸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카시와가 그에게 이미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그 녀석은 정말 날개를 여러 방면으로 쑤셔 넣는단 말이지."
"우리가 재건하는 것도 생각해야 할 텐데." 루쥬가 망설이면서 말했다. "나보리스에 피해를 많이 입은데다가.."
그의 이름이 또 들렸다. 링크는 루쥬의 말을 듣는 것을 멈추고 인상을 쓰며 돌아보았다. 누가 부르는 거란 말인가? 마치...
"링크!"
그는 벌떡 일어섰다. "젤다?"
"주의하세요! 무언가가...새로운 무언가가...벌어지고 있어요. 가논의 힘이 강해졌어요. 붉은 달이 이를 강화시킨 거예요."
가논이라니, 지금은 안되는데. 준비가 덜 됐는데!
그는 마스터 소드를 뽑았지만 그 이유를 몰랐다. 그의 식탁에 앉은 다른 이들도 일어서는 것이 들렸다.
젤다가 숨을 헉하며 거세게 들이쉬는 것이 들렸다. "몬스터들이...! 영혼들이 육체를 되찾고 있어요!"
그는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서 구름이 흩어지면서 보름달이 떴다. 짙은 붉은색이었다.
"부디...조심하세요."
마스터 소드가 강렬한 흰 빛으로 번쩍였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Loshlo Harbor = 사우스 만
Palmorae (Beach) = 야시노 (비치)
Zelkoa Pond = 케야 연못
Maldorna Mountain = 마드로나산
Champion of Hyrule = 부활한 영걸 (Referring to Link's ring name in Super Smash Bros. Ultimate/이를 의역하는 대신,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얼티밋의 링크의 링네임을 따 왔습니다.)
Chapter 57: 54장
Chapter Text
"뛰어요!" 링크가 빠르게 돌아보면서 말했다. "달려요! 방비대는 벽으로! 다른 이들은 언덕 위로요!"
그의 말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음악이 멈추고 대화가 멈추었다. 그리고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곳곳으로 뛰었다. 일부는 무기를 쥐러 갔고 다른 이들은 피신했다. 또 다른 이들은 가족들을, 부모, 형제자매, 자식들을 찾으러 갔다.
상황은 전혀 맞는 것 같지 않았다. 공기도 이상했다. 끈적거리면서 진해진 것 같았다.
원념이야. 왜 원념이 여기에?
그러더니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밝게 비치는 검을 들고 달렸다. 그는 광경을 보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서 땅으로 넘어진 여자에게 달려갔고 그녀의 손을 밟지 않으려 멈추었다.
그녀의 앞에는 보코블린이 있었는데 링크가 본 것과는 달랐다. 눈은 머리 안에서 나오는 붉은 빛으로 빛났다. 놈은 엎드린 채였고 다리는 으깨져 있었다. 뼈 하나가 붉은 달빛을 받으며 삐져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장애를 가진 동안에도 조약돌을 긁고 입에서 혀를 날름거리며 여자에게 기어갔다.
링크는 앞으로 달려서 마스터 소드를 놈의 목을 향해 아래로 베었다. 그러자 상처에서 검붉은 연기가 나오더니 놈의 머리가 눈빛이 꺼진 채로 굴러가 버리고 몸의 힘이 빠졌다.
"어디서 왔습니까?" 그가 숨을 빨리 쉬면서 물었다. 그는 빠르게 돌아보았다.
메구라는 이름이 뒤늦게 떠오른 그 여자는 전투에서 피해를 입은 건물의 잔해 중 하나를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그 건물로 다가가려 했는데 마을 어딘가에서 또 비명이 들렸다.
욕을 내지르며 그는 메구를 넘어가서 사람들을 헤쳐나갔다. 이번에는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리잘포스가 있었다. 놈은 몸을 굽히고 마을 사람 남자에게 덤벼들어 발톱이 달린 발을 그의 가슴에 박았다.
"안돼!" 링크가 외치면서 그 남자에게서 리잘포스를 밀쳐냈다. 놈이 떨어지는 동안 발이 움직여 옷과 살갗이 더 베였다. 그는 곧바로 놈에게 달려가서 검을 박아 넣어 같은 상처를 하나 더 입혔다. 이미 뚫린 가슴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양 그 이상으로 검은 연기가 솟구쳐 나왔고 놈의 눈빛이 사라져 갔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필사적으로 누르는 그 남자를 보았다. 갈색 옷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지만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살 것 같았다. 링크는 몸을 낮춰 팔을 잡고 그를 일으켜세웠다. "가요!"
겔드족 셋이 나이프를 들고 달려나왔다. 링크는 그들의 뒤를 따라서 부서진 벽을 향해서 뛰어서 내려갔다. 벽에 도착한 뒤에 그는 이제는 활짝 열린 정문 밖을 보았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소름이 돋았다.
붉은 눈으로 가득한 광경이었다.
머리 위의 붉은 달에 비추어진 광경을 통해 그는 시체 더미가 움직이면서 죽은 몬스터들이 더 많이 일어서서 걷거나 비틀거리거나 기어서 하테노 마을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궁수! 궁수들이 필요합니다!" 그가 정문에 모인 이들을 돌아보았다. "방벽을 다시 세워요. 저 문을 막아야 합니다! 들여보내지 마십시오!"
"어디로..."
"북쪽을 점검할 겁니다! 거기 시체를 아직 정리하지 않았으니까요!"
링크는 달려갔고 그의 장화가 피처럼 붉게 물든 물웅덩이들을 밟으면서 갔다. 가는 동안에 머리가 반쯤 부서진 보코블린을 마주했다. 무너진 건물 하나에서 나왔는데 시체를 정리하는 동안에 놓친 것 같았다.
멈추지 않고 그는 놈의 목을 베어버리고 다시 움직였다.
사람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뛰고 있었다. 비명도 들렸지만 대장들의 명령들도 들렸다. 방비를 다시 세우려 하고 있었는데 느릴 것 같았다. 이미 많은 이들이 배불리 먹고서 자러 들어간 뒤였다. 술에 취한 이들도 있을 것이었다.
젠장, 제발!
그는 어안이 벙벙한 고론족들을 밀고 나아갔다. "방벽으로 가요! 몬스터 막는 걸 도와요!" 그는 그들이 알아들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그가 달리는 동안 쇠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고통의 소리가 들려왔다. 북쪽에서는 전투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모퉁이를 돌았고 그의 앞에 그날 아침에 그가 진격에 나선 그 고원이 나타났다. 곳곳에서 붉은 눈의 몬스터들이 일어섰고 대다수는 아직 무기를 쥐고 있었는데 이를 사용할 이성 정도는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보는 동안 조라족 하나가 모리블린이 든 창에 꿰뚫려버렸다. 링크는 그가 그 부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안돼!" 그는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모리블린의 팔을 베어냈고 가슴에 깊이 상처를 냈다.
놈은 다른 이들처럼 금방 죽었지만 조라족은 가망이 없었다. 너무 느리게 행동한 것에 자책하며 링크는 몸을 돌려 다른 전사들을 찾아보았다. 겔드족 하나가 팔이 하나만 있는 보코블린에 필사적으로 맞서고 있었다. 그녀가 놈의 가슴을 찔러서 링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놈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늦게 눈치챘다. 대신에 나이프에 찔린 채 그대로 곤봉을 휘둘러서 그녀의 관자놀이를 쳤고 그녀는 옆으로 넘어졌다.
링크는 놈의 머리를 잘라내어 이를 처리했고 겔드족 옆에 무릎을 꿇어서 맥박을 확인했다. 숨은 붙어 있었다. 일단 그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는 다시 일어서서 전장을 돌아보았다. 다른 이들이 이곳에서 싸우고 있었다. 고론족이 놈들에게 해머를 휘둘렀지만 놈들은 뼈와 몸이 부서져도 멈추지 않았다. 몸이 박살나도 움직이려 했다. 겔드족같은 다른 이들은 팔다리를 잘랐지만 그런다고 놈들이 죽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검은 연기가 나왔지만 그가 공격을 한 것보다 더 적게 나오고 있었다.
무기의 차이야. 원념에서 나온 다른 생물들처럼 마스터 소드가 약점인 거야.
그 생각은 두려운 생각이었다. 하테노 마을로 일천 오백이나 되는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고 놈들을 죽일 수 있는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마스터 소드였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맞설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젤다, 어찌해야 합니까?" 그가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다른 몬스터를 처리하면서 말했다.
"머리를요!" 그녀가 그의 머릿속에 외쳤다. "가논의 원념이 그곳에 집중되어 있어요! 거기를 잘라내면...!"
그것도 방법이었다. 그는 이제 팔이 없는 리잘포스와 맞서는 겔드족을 보았다. "머리를 베어요!"
겔드족은 그의 말을 그대로 따라서 놈의 뻗은 목을 칼로 베었다. 놈은 쓰러졌고 링크는 눈의 빛이 꺼지는 것을 보았다. 그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말을 퍼트려요!" 그가 달려나가며 말했다. "최대한 머리를 노려요! 거기가 약점입니다!"
리잘포스가 그에게 덤볐고 그에게 쓰러지면서 그 혀가 나와 그의 뺨을 핥았다. 그 혀는 마르고 거칠었다. 욕을 내지르며 링크는 옆으로 굴러서 놈이 그의 등에 칼을 박으려고 할 때 놈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곧바로 마스터 소드를 들어 놈의 손을 잘라냈다.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오더니 놈은 소리를 지르면서 땅으로 떨면서 쓰러졌다. 놈의 눈빛도 사그라들었다.
마스터 소드로 치명적이지 않은 곳을 베어도 죽는 거군!
"젤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가장 큰 위기에 처했는지 알려주십시오. 한번에 여러 곳에 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링크, 최대한 도울게요. 가논이...저항하고 있어요. 당신을 도울 거라는 걸 아는 거예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갑자기 멀리서 커다란 붉은 눈이 보였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히녹스가 다시 일어선 것이었다.
내 생각을 시험해 볼 차례다!
그는 앞으로 달려가서 그를 짓뭉개려 한 큰 주먹 밑으로 굴렀고 검을 치켜들어 노출된 배를 베었다. 검은 깊이 베어 그에게 검은 연기를 뿜었다. 그는 멈칫했지만 그 원념은 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고 나보리스 내의 마수를 공격할 때처럼 그에게서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히녹스는 괴성을 지르고 팔을 뻗어 링크의 등을 쳤다. 그는 앞으로 날려졌고 마스터 소드도 손에서 놓쳐버리면서 검이 젖은 잔디로 굴러떨어졌다. 욕을 내지르며 그는 간신히 일어서서 그의 뒤의 땅에 히녹스의 몸이 쓰러지는 것을 들었다. 그는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고 놈에게 새 생명을 준 원념이 흩어지자 떨면서 죽어가는 것을 만족스레 보았다.
"링크, 정문이요! 더 못 버티고 있어요! 저들이 아직..."
"약점을 모르는군요! 젠장, 생각을 왜 못한 거야!"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낚아 채 올리고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면서 팔이 없는 모리블린의 어깨를 베었다. 근처에 리토족이 보였다.
"거기! 어서 날아서 호수에 주둔한 조라 군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해요!" 리토족은 그녀의 눈빛에 영문을 모른다는 안색을 띠며 머뭇거렸다. "어서요! 저들 없으면 못 살아납니다. 머리를 집중 공격하라고 해요!"
리토족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고 날개를 펼치면서 고원의 옆으로 뛰어내려 서쪽으로 세게 날개짓을 하며 날아갔다.
그는 계속 달려갔다. 가는 동안 브루도가 보코블린의 다리 아래를 공격해 넘어뜨리고 해머로 머리를 내리쳐서 으깨버리는 것이 보였다. 해머 아래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졌다.
저것도 통하겠군.
링크는 전사한 리토족을 뛰어넘어서 마을의 중앙으로 돌아갔다. 여기에는 여전히 혼란이 감돌았다. 그는 루쥬를 보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루쥬!"
그녀는 눈이 두려움과 혼란으로 커진 상태로 몸을 돌렸다. "링크! 무슨 일인건가?"
"뇌명의 투구를 써 봐요. 효과가 있는지 보고요. 효과가 없으면 언덕 위로 피신하세요." 그는 검을 들고 준비하고 있는 뷰러를 보았다. "머리를 베면 완전히 쓰러집니다." 뷰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테바는 근처에서 그의 주변을 짜증스레 돌아보기만 했다. 활은 들고 있었지만 날개의 상태를 보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테바, 리토족을 최대한 모아보세요. 화살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폭약이 아직 있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아니면 최소한 횃불이라도 밝혀 들게 해요. 너무 어두워서 서로에게 피해를 입힐지도 모릅니다."
테바는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 그가 데려온 리토족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근처에서 번개가 번쩍였지만 링크는 루쥬를 점검하러 가지 않았다. 시드나 윤돌도 보이지가 않아서 그는 몸을 돌려 다시 언덕 밑으로 달려갔다.
이미 상황은 더 악화된 채였다.
방벽을 새로 세우려 하고 있었는데 너무 늦어서 마을 안으로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수비군은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몬스터 대부분은 여전히 무기를 쥐고 있었고 고통이나 두려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서 이 혼란 속에서 그의 지시를 알아듣기를 바라면서 이를 외쳐댔다. 그는 치명타를 입히기 보다는 빠르게 찌르고 베는 것으로 공격을 바꾸었다.
그런데도 계속 몰려왔다. 열린 문으로 계속 밀려 들어왔고 여기를 막는 데에 필요한 방비는 극히 일부만 모여 있었다. 아직도 혼란이 가라앉지 않은 것이었고 사람들이 다 깨어나기는 한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욕을 내지르며 링크는 검을 넣고 음식을 다 수송하고 나서 돌려받은 시커 스톤을 빼었다. 그는 리모컨 폭탄을 선택하고 이를 눌렀다. 빛나는 푸른 폭탄이 나타나자 이를 들어서 전사들의 머리 위로 던져서 정문으로 던졌다. 폭탄은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몬스터 무리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얼마 뒤에 폭탄이 터져서 시체들이 휘날렸다. 뒤이어서 테바의 리토족이 폭약을 모은 듯 벽 너머로 폭음이 더 들려왔다.
그런데 그들은 거의 느려지지 않고 계속 몰려왔다.
얼마나 있는지도 몰랐다. 일천은 되어 보였다. 정문이 무너지고 벽이 저 모양인 채로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틈이 있어서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었다.
"링크, 뒤를!" 젤다가 외쳤다.
링크는 돌면서 그의 빛나는 검으로 노출된 모리블린의 배를 베었다. 놈은 고통의 소리를 지르면서 원념을 뿌리며 땅으로 쓰러졌다.
대체...어떻게 구하라는 거야? 너무 많아. 정리가 하나도 안 됐어!
그들은 방비를 이미 많이 해체해 버렸다. 방벽을 남겨둘 생각을 왜 못한 것인지 답답했다. 아까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오면 큰일이었다. 지금이라도 오고 있을 수도 있었다.
갑자기 고론족 여럿이 굴러서 지나가면서 링크 주변의 땅이 울렸다. 그는 윤돌이 그 가운데에 있는 것을 보았고 이에 꽤 놀랐다. 고론족은 곧바로 옛 방벽의 파편과 다른 잔해들을 들었다. 윤돌을 포함한 다른 이들은 몬스터들에게 덤벼서 판자와 가구를 이동식 장벽으로 활용하면서 움직임을 늦추려 했다.
링크는 다시 전투 안으로 뛰어들어서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고론족을 위해서 길을 뚫었다. 몬스터들은 이미 고론족을 공격하고 있었지만 두꺼운 가죽과 더 튼튼한 등 덕분에 그들은 문제 없이 나아갔다. 고론족은 그들이 들고 있는 잔해와 파편으로 맞섰고 죽은 시체들이 흩날렸다.
갑자기 링크의 뒤에서 날카로운 막대가 어깨에 박혔고 그는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는 생각 없이 뒤로 검을 휘둘렀고 무언가를 베었다. 몸을 돌리자 리잘포스가 얼굴에 상처가 난 채로 떨면서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욕을 내뱉으며 링크는 팔을 뒤로 뻗어서 어깨에서 막대를 뽑아 이를 보코블린의 눈 사이로 박았다. 그것만으로 전진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균형을 심하게 잃게 만들었다. 그는 마스터 소드로 마무리했다.
고론족이 큰 차이를 이미 만들어냈다. 그들이 찾아낸 나무와 돌 조각들이 높이 쌓여서 몬스터들이 이를 타고 넘어와야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머리가 약점이라는 소식이 수비군에게 다 전달된 것 같았다. 창을 쓰는 조라족은 불리했지만 대부분은 2인조로 활동했다. 하나가 몬스터를 고정하면 다른 하나가 창의 날로 몬스터의 머리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벽의 반대쪽에서 무언가가 울리더니 링크는 다음의 것을 우려하면서 긴장했다. 얼마 뒤에 약해진 벽이 안쪽으로 터져나갔다. 그 반대쪽에는 히녹스가 또 있었다. 이번 놈은 눈도 없었지만 그 눈구멍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이 새 구멍으로 흘러 들어왔다. 분노에 차 링크는 소리를 지르며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 검을 넓게 베면서 그들을 수십씩 쓰러뜨리고 벽의 틈에 도달해서 히녹스의 허벅지를 베었다. 놈은 쓰러졌지만 이미 피해는 갔다. 큰 입구 하나만 이용해서 들어갈 필요도 없어진 몬스터들이 이 새 입구로 들어왔다.
그리고 링크는 여기서 혼자 맞서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싸웠고 그에게 덤비는 몬스터들을 베는 동안 움직임이 굼떠지고 있었다. 곧 그의 자리는 이곳을 사수하지 않으면 금방 당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챈 조라족과 겔드족이 대신했다. 다른 이들은 새로 방벽을 쌓을 수 있을만한 물건들을 모아오고 있었다.
"아, 안돼." 젤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링크, 마을 사람들이요!"
그는 뒤로 물러나서 대검으로 공격하는 자신감에 찬 겔드족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두었다.
"왜요? 언덕으로 이미 보냈습니다!"
"몬스터들이...만에서 오고 있어요! 언덕을 오르고 있어요!"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해안의 리잘포스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링크와 시드가 정리한 놈들이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몸을 돌려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그러는 동안에 화톳불 하나가 넘어져서 집 하나가 불에 붙었고 그 불이 지붕까지 간 것이 보였다. 지금은 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마을까지 달려가서 여관 근처의 광장에 도착했다.
몬스터들이 북쪽의 거의 없는 방비를 다 뚫고 여기를 완전히 점령해버린 상태였다. 욕을 뱉으며 링크는 언덕을 보았고 정상으로 어두운 형상들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젠장, 제 때 도착할 수 없을 거야! 이러면...
그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그는 허리에서 시커 스톤을 빼었다. 그는 모리블린이 시체 하나에서 노획한 것으로 보이는 겔드의 검 하나를 들고 그에게 덤비는 순간 워프 원형을 가동했다.
링크는 수천 개의 푸른 입자로 나뉘더니 얼마 뒤에 프루아의 집 바로 앞의 원형, 프루아의 언덕 위에 나타났다.
그와 함께 모리블린의 반쪽도 같이 왔다.
바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렸다. 언덕의 정상은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부상자들로 가득했다. 싸울 수 없는 이들이 여기로 온 것이었다.
모리블린의 반쪽은 그가 들은 모리블린의 소리와는 전혀 다른 걸걸대는 소리를 내며 팔로 링크에게 기어갔다. 놈의 하반신과 다리는 이미 마을에 남겨진 채였다. 그는 검을 손에서 돌리고 모리블린의 등에 찍었고 사람들을 밀치고 가기 시작했다.
"물러서요! 모두 물러서요! 오고 있습니다!"
더 많은 비명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링크는 프루아가 부은 뺨을 매만지는 것을 보았다. 임파도 근처에 있었고 파야가 의무동에서 입고 있던 시커족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검도 없는 채였다.
가만, 의무동! 거기에 누군가 가서 지켜야 하는데!
지금 그들을 도울 수는 없었다. 지금 이를 그가 유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를 바랐다. 여러 색의 천막 아래에서 쉬고 있는 두런과 리트반, 그리고 다른 여럿에게 생각이 미쳤다.
"링크!" 링크가 그들을 헤치고 나가자 임파가 놀라서 말했다.
"물러서요!"
그는 언덕 모퉁이 근처에 루쥬가 방금 언덕을 달려온 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보자 그녀의 눈이 놀라고 혼란스러운 채로 휘둥그레졌다.
"링크, 대체..."
"뇌명의 투구가 통했습니까?"
"전혀! 피해가 하나도 안 갔다! 아무것도 아닌 듯이 떨쳐냈다!"
링크는 욕을 뱉었다. "뷰러는요?"
"아직 아래에서 싸우고 있다. 내가 후퇴하고 있는 동안 남으라고 했다."
젠장, 그녀라면 큰 도움이 됐을 텐데.
링크는 이를 갈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과 있으세요. 보호...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녀의 곁을 지나쳐가서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도착해 길을 달려내려갔다. 한번 몸을 돌리자 첫번째 리잘포스를 마주쳤다. 이미 꽤 가까운 상태였다.
욕을 내지르며 링크는 검을 놈의 가슴에 박았고 곧바로 다른 리잘포스가 아래의 땅에서 뛰어올라 그의 옆의 땅에 내렸다. 그는 다시 욕을 뱉고 창격을 피한 뒤에 그 열린 입에 검을 박아넣었다.
다른 놈들도 뒤를 따라왔다. 예닐곱은 되는 놈들이 모서리를 돌아서 일찍이 입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짜증날 정도로 빠르게 달려왔다. 링크는 놈들을 공격했지만 그의 곁으로 하나가 지나치려 해서 뒤로 두 보 가야 했다.
머리 위에서 비명이 들렸다. 사람들이 리잘포스를 보아서 지른 반응이 전부이길 바랐다. 이미 그를 뚫고 가버렸다면...
"젤다, 위의 상황을 말해주십시오! 무사합니까?"
대답이 오지 않았다.
"젤다!"
그녀는 말했지만 목소리가 힘겨웠다.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예! 아무런..." 그녀는 신음을 하고 대답이 끊겼다.
"젤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자 그는 욕을 내질렀고 세 리잘포스가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덤비자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나야 했다. 한 놈은 그에게 부메랑을 던져서 오른쪽 위팔을 깊게 베었다. 방패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에 자책감이 들었다. 이를 가지고 올 시간도 없었던 것이었다.
몬스터들은 계속 그에게 덤볐고 링크는 다시 언덕 위로 물러나면서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냥 위쪽으로 뛰어서 넘어갈 수준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이란 말인가. 벽을 타고 오면 또 어쩌란 말인가...
그의 오른 어깨에 창이 박혔고 링크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창대를 반으로 자르면서 리잘포스의 가슴을 대각선 아래로 베었다. 그는 창을 뽑아서 옆으로, 언덕 아래로 던져버렸다.
언덕 아래의 땅에서 몬스터 하나가 더 뛰어올랐다. 한 팔이 없었고 일찍이 숨을 끊어버린 그 상처가 가슴에 깊이 나 있었다. 링크는 놈에게 공격했지만 빗나갔고 놈은 그를 지나쳐 언덕을 올랐다.
"안돼!"
그는 시간을 늦추고 언덕에 올라가는 순간 그 놈을 따라잡았다. 그는 놈의 등에 검을 박아넣었고 몸을 돌렸는데 다른 리잘포스들이 그의 뒤를 쫓아온 것을 기겁하여 바라보았다. 이제 마을 사람들까지는 3미터 남짓이 남아 있었다. 몬스터들을 보자 그들에게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링크는 다시 앞으로 덤벼서 빛이 나는 검으로 매섭게 공격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덤비려 한 셋을 한번에 베었다. 그는 돌면서 둘을 더 베었다.
그가 도는 동안 그의 검이 더 강하게 빛났고 검날에서 하얀 빛줄기가 원형을 그리면서 쏘아지는 것이 보였다. 이에 닿은 몬스터들은 마치 베인 것처럼 쓰러졌고 검은 안개를 입에서 토했다. 빛의 일부는 사람들에게 향했고 그들이 휩싸이자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빛줄기는 그들에게 닿자 그냥 안개인 듯 흩어지기만 했다.
저들을 지켜야 해. 손도 댈 수 없을 거다!
링크는 계속해서 놈들을 베었다. 얼마 뒤에는 리잘포스 외에도 모리블린과 보코블린도 쓰러지고 있었다. 마을에 있던 다른 몬스터들이 합류한 것이었다. 벽이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인지, 그의 수비군이 아직 생존해 있는지, 윤돌, 시드, 테바는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보지 못했던 카시와, 나츠, 로베리, 시몬, 제린 등은 또 어떻게 되었는지, 뷰러가 아직도 버티고 있는지, 아니면 루쥬가 벌써 경비병이자 친구를 잃은 상태란 말인지...
그는 언덕 위의 그 자리에 서서 끝도 없는 몬스터들의 흐름에 맞섰다. 곧 그는 둘셋이 아니라 무기를 들거나 맨발톱만 있는 예닐곱씩과 한꺼번에 싸우고 있었다. 일부는 사지가 잘렸거나 구멍 내지는 창상이 있었다. 제각각의 상처는 있었지만 계속 살아서 싸우고 있었다. 링크에게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저들의 목표는 링크 뒤에 있는 겁에 질린 마을 사람들이었다.
"절대로 갈 수 없을 거다!" 그가 모리블린의 가슴을 검으로 베면서 외쳤다. 그의 검이 빛을 발했고 하얀 빛줄기를 쏘아서 모리블린을 통과하고 보코블린을 쳤는데 놈은 머리가 잘린 듯 쓰러졌다.
리잘포스 하나가 그를 지나쳐갔고 링크는 옆으로 뛰면서 팔을 최대한 뻗어서 놈의 팔을 스쳤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 순간 모리블린이 창을 그의 배로 박아넣어 등까지 뚫었다.
"안돼!" 누군가가 외쳤다. 젤다의 목소리 같았다. 그녀가 그렇게 비명을 지른 때가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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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님, 젠장!
링크는 옆으로 뛰면서 가디언의 다음 공격을 피했다. 남은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평원에 다른 병사들도 없었고 지금 그는 벽에서 멀리 떨어져서 체리블랙 평원의 한가운데에서 맞서고 있었다. 그 너머로 그는 가디언들이 요새와 거기에 남은 소수의 방어군들을 향해 가는 것이 보였다. 일부는 이미 도착해서 거미 같은 다리를 들어서 장벽을 타려고 했다. 벽을 넘어서는 순간 하테노 마을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마스터 소드가 손에서 이제는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이전보다도 더 무거웠다. 마치 커다란 쇳덩이가 된 것 같았다. 날의 녹이 더 널리 번지면서 갈색의 금이 마치 검이 부패한 것처럼 곳곳을 덮고 있었다. 날의 다른 곳도 더 많이 이가 빠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검이 아니라 거의 몽둥이가 되어 있었다.
가디언은 땅을 가로질러 그에게 다가갔고 링크는 그것에게 덤볐다. 젤다는 그의 뒤, 그가 아까 망가뜨린 기계의 잔해 하나 뒤에 숨어 있었다. 얼마나 부쉈는지 몰랐다 열둘, 아니, 그 곱절은 되었는지도 몰랐다. 몇 시간은 싸운 것 같았는데 사실은 몇 분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가망이 없었다. 그라고 무한히 싸울 수는 없었다. 그의 몸은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왼팔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아서 오른팔로 어색하게 싸워야 했다.
가디언은 그를 쏘았고 링크는 옆으로 피했다. 빛줄기는 그의 가슴을 스쳐서 천과 살을 데었다. 검집의 끈이 타버려서 등에서 떨어졌다. 그는 고통의 소리를 질렀지만 계속 싸웠다. 그는 놈에게 다가가서 다리에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 쏟았다. 놈은 다리를 휘둘러서 그의 옆구리를 쳐서 허공으로 보내버렸다.
"링크!" 젤다의 비명이 들렸다.
그는 땅으로 떨어져서 굴렀다. 그 와중에도 마스터 소드는 놓치지 않았다.
가디언은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온 몸의 항의를 무시하며 억지로 일어섰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젤다가 있는 와중에는 그럴 수 없었다. 지금 그가 죽으면 그녀가 공격을 받을 것이었다.
그는 오기로 소리를 질렀고 앞으로 달렸다. 그가 가디언에 다가가자 눈이 위협적인 빛으로 번쩍였다. 링크는 다리를 앞으로 내질러 커다란 몸체 아래를 지나쳤다. 그것은 그가 있던 자리를 쏘아서 그의 뒤에 있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던 다른 가디언을 공격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들어서 몸체 아래의 푸른색으로 빛나는 원형에 찔러서 박았다. 그러자 눈을 찌른 것과 같은 효과가 났다. 바로 가디언의 힘이 빠졌다. 그는 옆으로 굴러서 다리가 쓰러져서 땅으로 몸체가 떨어지기 전에 멀어졌다.
그는 계속 굴렀다. 기계는 폭발했고 그는 그 폭발에 휘말리지 않도록 계속 몸을 낮췄다. 마침내 그는 멈추고 신음하면서 일어섰다. 가디언이 하나 더 파괴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더 많이 있었다.
그는 몸을 돌려서 젤다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정지한 가디언의 뒤에서 그를 보는 것을 보았다. 비가 오고 있었는데도 잔디가 주변에서 타고 있었다.
그녀를 안전지대로 데려가야 해. 숨겨야 해. 동굴이든, 강가든, 내가 어디라...
그 순간 가디언 하나가 그의 등을 쏘아버렸다.
링크는 그 빛줄기에 맞아서 젤다에게 날아가는 순간 비명을 질렀다. 그는 땅에 힘없이 떨어져서 불타는 잔디를 넘어가서 등에 누운 채로 구름이 가득한 하늘만 올려다보게 되었다. 시야의 바깥쪽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안돼...반드시...젤다를...안전한 곳으로...
그는 배쪽으로 굴러서 떨리는 손가락으로 흙과 잔디를 더듬었다. 얼마 뒤에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가 잡혔고 그는 이를 잡았다. 신음을 하면서 그는 일어서려고 애를 썼다.
그 자리에 젤다가 있었다. 그의 팔 아래로 손을 감싸며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몸이 온전히 일어서지 않았다. 그는 검끝을 아래로 향하면서 무릎을 꿇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려 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감각이 다 무뎌지고 있었다. 등의 감각도, 왼팔의 감각도 이미 없어졌다.
젤다는 뒤에서 그의 어깨를 꽉 쥐었다. "링크, 제발, 이제 됐으니까 어서 가요!"
가라고요? 갈 수는...없습니다. 당신을...보호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흐려졌다. 그의 시야가 더욱 어두워졌고 그는 눈을 깜박이면서 젤다의 말에 집중하려 했다.
"괜찮을 거예요!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당신만이라도 도망치세요!"
도망쳐요...? 제가 아까 당신에게...도망치라 했잖습니까. 저는...도망칠 수...없습니다. 아직...안돼...
신음하면서 링크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몸을 세웠다.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무뎌지는 순간이 아닌 그의 고통에 더 집중하려 하면서 이를 갈았다.
"링크, 부탁이니까 그러지 마요!"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은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듯 숨을 세게 들이쉬었고 심장도 빠르게 뛰었다. 가디언 하나가 돌무더기를 넘어왔고 놈의 머리가 돌아서 그들을 보았다. 붉은 빛은 신이 난듯 번쩍이고 다가왔다.
그 순간 링크의 생각에 그의 삶 중에서 후회하게 된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과 시간을 잘 보내지 않았다. 죽기 전에 미파와 조금 더 어울려야 했다. 다르케르와도 그래야 했다. 처음부터 젤다에게 솔직해야 했다. 그랬다면 모든 것이 다 달라졌을 것이었다. 결국 시간을 다 허비하고 만 것이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 바로 말했어야 했다. 그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게 그의 가장 큰 후회였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미뤘단 말인가...
그녀와 야반도주했어야 했다. 그녀의 아버지, 이 끔찍한 왕국과 그 기대감에서 멀리 사라져야 했다. 그녀를 지킬 수만 있다면 이 땅을 저버릴 것이었다. 이 가디언들, 가논에게서 그녀를 데리고 사라질 수도 있었다.
둘이서 행복했을 수도 있었다. 둘이 행복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혼해서 아이도 낳을 수도 있었다. 젤다는 그들의 아이들에게 고대 시커족 기술과 그녀가 연구하기를 좋아한 자연의 특징들을 가르쳤을 것이었다. 그리고 링크는 요리하는 법과 나무를 타는 법을 가르쳤을 것이었다. 검도, 싸움도, 죽음도 없는 그 세상에서...
하지만 이제 다 늦어버렸다. 그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실패해 버렸다. 그의 가족, 왕국, 젤다까지. 그는 자주 실패해 왔고 죽는 순간도 실패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실패로 그녀도 죽을 것이었다.
가디언은 쓰러진 동료들의 몸을 넘어서 달려왔고 여섯 다리로 서서 둘을 내려다보았다. 이 순간을 즐기는 듯이 잠시 섰다. 그러더니 그 눈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링크는 마지막으로 하늘을 향해 욕을 내뱉기 위해서 입을 열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럴 힘도 없었던 것이었다.
"안돼!" 젤다가 외치면서 그의 앞에 서서 가디언을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옷의 모든 손상과 상처, 그리고 진흙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순결한 모습이 되었다. 그녀의 머리는 바람에 휘날리듯 뒤로 펼쳐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밝고 강렬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손에서 노랗고 하얀 빛이 사방으로 반구의 형태로 퍼져나가 주변의 모든 것을 뒤덮었다. 한동안 링크는 젤다만 보였다. 앞으로 팔을 뻗으면서, 눈은 두려움과 의지로 차 있었고, 그 아름다운 힘은 그들을 덮고 있었다.
그러더니 빛이 흐려지고 하늘에서 내려와서 그녀를 금빛으로 비추는 밝은 빛의 기둥 하나만이 남았다. 그것도 얼마 뒤에 흐려졌지만 그녀는 가디언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그 가디언은 흔들렸다. 빛이 번쩍이다가 나가버렸다. 다리가 구부러졌고 조금 비틀거리다가 뒤로 물러나 젖은 땅에 박혔다.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검붉은 안개가 하늘로 올라가다가 흐려졌다.
다른 것들도 그렇게 쓰러졌다. 체리블랙 평원의 모든 가디언들이 남김없이 쓰러지고 그 생명이 사그라들었다.
그 아름답고 강렬한 그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녀가...성공했어. 정말로...성공했어...
링크는 그녀만 보이는 흐려지는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그의 공주를, 그의 여신을, 아직은 볼 수가 있었다.
그녀는 손을 내리고 무언가를 말했지만 알아듣지 못했다. 눈앞에서 세상이 뒤집히고 그는 오른손에 마스터 소드를 쥔 채로 땅으로 쓰러졌다.
젤다는 금방 그의 옆의 땅에 무릎을 꿇고 그를 그녀의 무릎으로 끌어왔다. 그의 눈꺼풀이 떨렸고 그녀의 입술과 눈, 머리카락이 보였다.
젤다, 이제 눈을 감을 수 있겠습니다...성공하셨군요. 저희 모두를...구할 겁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했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한번 더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울음소리까지...
그의 실패가 있었다 하더라도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렇게 용사 링크, 마스터 소드에 선택받은 자, 하이랄의 영걸, 그리고 젤다의 친구가,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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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
그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오늘 죽지 않을 것이었다. 다시는 죽지 않을 것이었다. 젤다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었다. 그녀를 다시 만날 것이었다. 그가 속에 담아두고 있던 모든 것, 그가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하고야 말 것이었다.
그리고 이 땅도 지켜낼 것이었다.
그는 모리블린을 두 동강을 내버리고 배에서 창을 뽑아냈다. 그의 상처가 찬 기운과 함께 회복되었다. 그는 검을 계속해서 휘두르면서 몬스터들에게 하얀 빛을 흩뿌리고 쏟아내었다. 놈들이 전부 쓰러졌다.
그들은 그를 지나가려 했지만 그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들과 그들의 목표 사이에 서서 놈들의 몸을 마른 풀처럼 베어넘겼다. 그는 바람처럼, 아니 바람 그 자체가 되어 움직였다. 그의 주변의 모든 것이 천천히 움직였다. 이 강렬한 빛과 같은 순간에 그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었다.
분노가 그를 이끌었다. 잃은 것에 대한 분노, 그의 실패에 대한 분노, 그가 사랑한 모든 것을 앗아간 가논을 향한 분노였다. 그놈은 이겼다고 생각했겠지만 링크는 다 되찾을 것이었다. 그 자식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버릴 것이었다.
거대한 형상이 언덕 위로 달려올라왔다. 라이넬의 머리가 약간의 근육과 힘줄만으로 옆에 힘없이 걸려 있었다. 가슴에는 링크가 꿰뚫은 구멍이 있었다. 앞다리 하나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놈은 그를 보았고 그 한 눈은 깊은 증오로 차 있었다. 놈은 입을 열었고 링크가 들은 적이 없는 소리를 내었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단어가 들렸다.
용사.
라이넬은 그에게 덤볐고 링크는 놈이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받아쳤다. 놈은 주먹 하나를 그에게 휘둘렀지만 그는 아래로 몸을 숙여서 마스터 소드를 가슴으로 박아넣었다. 몸이 떨렸지만 바로 죽지는 않았다. 놈은 그를 잡으려 했지만 링크는 다시 피해서 그 팔에 상처를 입혔다.
왜 안 죽는거야? 그는 그 두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조용히 생각했다. 놈은 덜렁거리는 머리에서 이를 갈면서 계속 서 있었다. 놈은 그에게 다시 덤볐다.
링크는 옆으로 피해서 그 한 놈에만 온전히 집중했다. 모든 것이 멈추었다. 바람도 불지 않았다. 라이넬은 팔을 뻗은 채로 그를 공격하려는 듯 그대로 있었다. 그 입은 열린 채로 조용히 울부짖는 모습이 되었다.
링크는 바로 공격했다. 베고, 찌르고, 난도질해서 상처를 잔뜩 입혔다. 옆구리 곳곳에 벤 상처와 찌른 상처를 잔뜩 내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공격했고 시간이 재빨리 되돌아갔다.
라이넬에게서 커스 가논에게서 나온 것과 비슷하게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라이넬의 몸체 위로 올라가 휘몰아치고 모습을 갖추었다. 그 모습은 검붉은 색을 띠며 이상하게 커지더니 엄니가 난 노란 눈의 돼지같은 얼굴이 되었다.
그러더니 그 형상은 흩어졌다. 라이넬이 생명이 다한 채로 땅으로 쓰러졌다. 뒤이어 도착한 다른 몬스터들도 쓰러졌고 그 눈빛도 없어졌다.
머리 위에서 달빛이 붉은색에서 창백한 흰색으로 변했다.
끝났다...저들은 무사해. 내가...지켜냈어.
가벼운 신음과 함께 링크는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면서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Chapter 58: 55장
Chapter Text
"힘의 샘에서도, 용기의 샘에서도 제 힘은 눈뜨지 않았어요."
날은 아주 맑았다. 정말로 날씨가 좋았다. 그들의 여정 준비는 완료된 뒤였다. 그 리토족을 뺀 다른 영걸들도 이미 도착한 뒤였다. 여기에 링크는 젤다에게 말을 한번 같이 타자고 이끌어 내기까지 한 것이었다.
이른 아침에 산책으로 가는 것이 명분이었다. 링크는 젤다가 우르보사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오래 붙잡아둘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서고 나서 그는 젤다가 방향과 속도를 정하게 두었는데 그녀는 계속 갔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지난번보다 더 자유로워 보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톰을 평원과 시내 너머로 몰면서 머리를 뒤로 휘날렸다.
"하지만 그곳에서라면...지혜의 신과 관련된 그 샘에서라면 어쩌면..."
그는 이를 이른 생일 선물로 준비했었다. 실제 생일에는 라넬산으로 가고 있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성 안에는 분위기가 뻣뻣했다. 그는 그녀가 아버지가 탑 밖에서 그녀를 꾸짖은 뒤로 한번도 아버지와 말을 한 것 같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사제들은 그냥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링크는 한동안 둘이 밖으로 나서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 안에서는 젤다는 갑갑해하는 것 같았다. 특히 연구를 금지당했으니 더욱 그럴 것 같았다. 그녀는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기도할 때만 나왔다. 서고에는 발도 들이지 않았다. 그와 사제들 만이 낮에 그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서면 바로 생기가 돌았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활기차면서 기뻐했다. 그녀는 아름다웠지만 잔디와 나무, 그리고 꽃들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그녀의 눈과, 미소와, 피부와, 머리까지...
"근거는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희박하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저는 그것에 기대 보고 싶어요."
그녀를 사랑한 것이다.
이를 인정하기란 힘겨웠지만, 이 감정을 부정하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둘의 미래가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기사였고 그것도 말단에 있었으며, 반면에 그녀는 공주였다. 만약 대재앙이 닥치고 그가 이를 쓰러뜨리면 그에 적합한 지위로 오를 수도 있었지만 그걸 바랄 수는 없었다. 그건 검술 훈련을 빠지려고 크게 다치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날에는 그런 소망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둘이 같이 웃을 때, 서로의 비밀을 말할 때, 같이 산책할 때, 잔디에 같이 누워, 구름을 보면서, 부담을 뒤로 하고 미래를 말할 때...
그런 날에는 그는 그녀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그녀가 그를 볼 때 단순한 친구도, 영웅도, 영걸도 아니기를 바랐다. 그를 한 남자로, 연인으로, 어쩌면 남편으로, 백년해로할 동반자로 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날에는 항상 끝이 오기 마련이었다.
"내일 저는 17살이 됩니다."
내일 그들은 라넬산을 향해서 갈 것이었다. 도착까지는 여러 날이 걸리겠지만 젤다는 그녀가 열일곱이 되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다. 그 희망마저 꺾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마지못해서 링크는 둘이 이제 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릴에게 오늘 저녁을 해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그녀와 시간을 좀 더 보내고 나서 다음 여행을 나설 것이었다.
오는 길에 카카리코 마을에서 선물을 하나 사 줄 생각도 했다. 그녀는 그들의 조각상을 좋아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 하나 있었다.
"공주님, 이제...거소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가 다른 하인들이 엿들을 수 있을 정도로 마구간에 가까워지자 다시 격식을 차리기 시작하면서 물었다. 소문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긴 했다.
젤다는 고개를 돌려서 그를 미묘하게 바라보았다. "이 다음에는..." 그녀는 그의 부탁하는 것 같은 표정을 보자 머뭇거렸다. "아, 어, 예. 거기로 향할 거예요."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뭔가 가져올 것이 있으니 이를 찾아오고 나서 거기서 뵙겠습니다."
그녀는 영문을 몰라 인상을 찡그렸지만 링크는 더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성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는 너무 서두르고 신이 났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한 발짝 멀어지는 모든 순간이 평생처럼 느껴졌다.
맙소사, 나도 이제 라오 녀석처럼 말하네. 그 어처구니없는 노래에서 따온 거겠지.
그는 그 시커족 시인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그의 노래와 시가 링크가 느끼는 감정을 그 자신이 형언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하려 했다. 일단 링크는 젤다가 그 시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라오가 그녀와 같이 시커족 사당 몇몇을 조사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것은 그와 젤다가 여행하기 이전의 일이었다. 그녀는 그 시인을 거의 언급도 하지 않았었다.
링크는 마침내 그가 그것을 숨긴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젤다의 방 근처의 실내의 방을 자신의 방으로 골라서 방에 창문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그의 방에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탑 중 하나의 외딴 곳에 숨겼었다. 그 탑은 창고로 쓰이는 탑으로 사람들이 자주 가지 않는 곳이었다. 바닥의 먼지는 그가 여러 주 동안 왔다갔다해서 많이 날린 뒤였지만 다른 것은 있는 그대로였다.
그는 그가 찾으러 온 것을 찾아서 그가 찾아낸 간단한 가방 안에 조심스레 넣었다. 이렇게 하면 그가 젤다의 방으로 무언가를 들고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표할 이가 없을 것이었다.
흠, 소문이 얼마나 크게 날까. 뭐, 놀랍지도 않아. 최근 들어 그녀를 보기만 하면 근처의 시녀들이 낄낄거리고 서로에게 속닥이는데, 뭐.
심지어 지난주에는 호기심 가득한 기사들이 묻기도 했다. 소문이 번지는 것이 확실했다. 이를 막아야 했겠지만 방법이 없었다. 입을 막기 위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마침내 그는 젤다의 방으로 향했다. 그는 성의 상층만 걷고 복잡한 복도를 거친 뒤에 그녀의 방에 도착했다. 그는 그 가방을 한 손으로 등 뒤에 숨기고 다른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문은 그가 한번 두드리는 걸로 열렸다.
젤다는 승마복이 아닌 간단한 드레스 차림으로 서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녀복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그녀는 머리도 정리했다. 그녀의 볼은 그를 보자 조금 빨개졌다. 금방 옷을 갈아입은 것 같았다.
"아, 예. 링크 씨, 오셨군요."
그 목소리는 유난히 불안한 목소리였다.
"예, 공주님." 그는 옆을 돌아보았다. 복도 끝에 하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저...괜찮으시다면, 지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녀의 눈썹이 치켜졌다. 애초에 그들은 말을 서로 나누면서 하루를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묻지 않고 그에게 미소를 짓고는 문에서 물러났다. "예."
다른 곳에서 했어야 했을지도 몰라. 정원? 안돼, 그럼 너무 노출돼. 말 타고 나갔을 때에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면 망가졌을 거야.
하지만 이제 와서 계획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서서 그녀가 그의 등 뒤에 숨긴 것을 보지 못하게 조심했다.
젤다는 문을 가볍게 닫고 몸을 돌려서 인상을 조금 찡그린 채로 그를 보았다. "뭐하세요?"
그는 가볍게 웃었다. "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 그런데...무슨 일이냐고요? 아까 나갔을 때 말하면 되었잖아요?"
링크는 깊은 숨을 쉬었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의 심장이 가슴 속에서 벌렁거렸다. "그게...오늘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생일을 위해서요."
그녀의 볼이 더 빨개졌다. "아, 그런..."
그녀는 그가 등 뒤에서 자루를 꺼내어서 그녀의 테이블로 다가가서 가볍게 내려놓고 다시 물러나서 고개를 가볍게 조아리자 말을 멈추었다. "내일은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녀는 그를 유심히 보았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잘 모르겠다는 것 같았다. 사실 링크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는 꽤 과감하게 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이를 생각해 보아도 너무 친밀해졌다. 그의 속마음을 터 놓기 직전까지 간 것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침내 젤다가 테이블로 다가가서 자루의 위를 잡아서 그 아래의 물건에서 들어서 치웠다. 그러자 테이블 위에는 간단한 화분에 활짝 핀 건강한 고요한 공주 한 송이가 있었다.
젤다는 숨이 멎는 것 같았고 그녀는 가슴으로 손을 얹으면서 휘둥그레진 눈으로 꽃을 보았다. "링크..."
그는 천천히 테이블로 다가갔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그를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았다.
"아름답기는 한데..."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미간에 조금 주름이 졌다. "좋은 선물이네요. 고마워요."
그의 가슴이 철렁했다. 잘못 골랐던 것인가 싶었다. "아...당신이 그때 평원에서 본 그걸 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전..." 그는 말 끝을 흐렸다. 생각을 잘못한 것이 분명했다.
"아뇨, 좋아해요!" 젤다가 급하게 말했다. "그냥...그게...이제 화분에 심었으니까 꽃이 금방 죽을 거예요. 야생에서 떨어진 채로 이틀 이상을 키운 이는 없었어요."
"그건 한 달 이상을 버텼습니다."
"예?" 그녀는 인상을 더 찡그리며 그를 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무엇을 예상할지도 몰랐다. 그녀와 아릴과 시간을 보낸 날 이후로 그는 그 소소한 꽃에 생각이 꽂혀 있었다. 야생 환경 외에는 자생하지 못한다, 젤다를 정말 잘 설명하는 표현이었다.
그래서 힘의 샘에서 돌아온 뒤 한 아침에 해가 뜨기도 전에 링크는 다시 말을 타고 가서 이를 뽑아 온 것이었다. 그는 젤다가 설명한 대로 금방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 꽃은 북동쪽 탑에서 한 달 넘게 살아 있었습니다."
젤다는 한동안 침묵했다. 그는 그녀가 그의 말을 곱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간의 그 주름이 그녀가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고 있을 때와 비슷하게 찡그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인상을 쓰는 것 보다는 집중하는 것에 가까웠고 그는 이제 차이를 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마침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시커 스톤을 빨리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몸을 가져다 대어 이를 유심히 보았다.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바치 평원입니다."
그녀는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 꽃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인상을 더욱 찡그리며 꽃을 보았다. 그녀는 꽃잎 하나를 따서 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문질렀다.
"정말 고요한 공주네요...어떻게 돌보셨어요?"
링크는 목 뒤를 문질렀다. "물...주고요. 햇빛도 쬐어줬습니다." 그것이 왕실 정원사에게 꽃을 돌보는 법을 물어봤을 때 알아낸 전부였다. 그 남자는 링크의 질문에 두려움에 떠는 듯이 말했었다.
"예, 그런데 다른 것은 또 없어요? 무슨 특별한 것을 했을 텐데요."
"물을...매일 준 게 다인데요?"
"무슨 특별한 것을 먹이거나?"
"꽃도 뭘 먹입니까?"
"링크, 좀 진지하게 대답해 봐요. 하신 걸 알아야 하니까요!"
"정말입니다."
그녀는 그를 답답하다는 듯이 보았다. "이 종은 이런 환경에서 못 자라요. 절대로요. 이를 재배하려고 여러 차례 시도를 해 봤다고요. 정원에서도 못 자라고, 화분이면 더더욱이요."
"젤다, 제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꽃을 뽑아서 화분에 심고 물을 매일 준 게 다입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당장이라도 뭘 적어야 할 것처럼 떨렸다.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는지 몰랐다.
"좋아요, 그럼...무슨 토양을 쓰셨죠?"
링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흙이요."
"그 흙을 어디서 가져오셨냐고요?"
"어, 일부는 원래 있던 자리의 흙이었고...나머지는 정원에서 파냈습니다. 하지만 정원사에게는 말하지 마세요. 여러 주 동안 유기견이 들어왔는지 보고 있어서요."
"그러고 나서...탑에 두셨다고요?"
"예."
"그런데...그건 해 봤는데요. 다른 고도와 흙 배합도 해 봤고, 야생에서 자라는 지역의 흙을 써 보기도 했고, 여러 영양 배합과 햇빛 조도와 관련해서도 실험했는데..."
링크는 신기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꽃에도 그렇게 많이 실험하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당연하죠. 인간은 모든 것에 대해서 실험을 하니까요." 그녀는 다시 꽃을 보았고 조용해졌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다시 꽃잎을 매만졌다. "링크, 대체...당신이 뭘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있을...수가 없어요."
"예, 뭐, 그렇다고는 해도 있어서는 안 되지만 있는 여러 많은 것도 있죠."
젤다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링크는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은 굉장히 직설적이고 어리석은 말이었다.
"무슨...말이세요?" 그녀는 그를 보지 않고 그 꽃을 계속 보고 있었다.
링크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게..."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질문이 담겼다. "다른 것은 무엇인데요?" 그녀의 말은 마치 숨이 걸린 것 같았다. 그녀의 볼에 다시 홍조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손이 떨렸다. 다른 것이 뭐겠습니까? 당신에게 손을 뻗는 제 생각 말입니다. 당신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제 말 속에 당신을 얼마나...
이 생각은 그만해야 했다.
"그게...이 순간에 해도 될 법한 말인 것 같았습니다. 그냥 나왔습니다."
그녀는 계속 그의 눈을 보다가 마침내 깊이 숨을 내쉬었다. 방 내의 긴장감이 좀 풀렸지만 그는 그녀가 조금 낙심한 것 같은 기색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그의 생각일 뿐인지도 몰랐다.
젤다는 다시 몸을 돌려 꽃을 보았다. "살 거라고는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죽을 거라고 예상했고 언제 죽을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어느 순간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있잖습니까?"
그녀의 눈이 한번 휘둥그레지더니 감겼다. 그녀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피어났다. "예. 예, 그렇죠..."
둘은 한동안 계속 그렇게 있었다. 마침내 링크는 목을 골랐다. "이제...마을로 가야 겠습니다. 아릴이 늦게 온다고 뭐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녀는 눈을 벌떡 떴고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럼요. 그...런 일은 벌어지면 안되죠. 여동생 분에게 안부...전해주세요."
"예. 아, 저...젤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링크. 오늘은 정말...특별한 날이었어요. 당신이 가자고 그렇게 말하셔서 정말 잘 됐네요."
그 말에 방의 분위기가 더 따뜻해졌고 그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뭐, 제가 당신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으면, 저는 기사로서 실격 아닙니까?"
"그렇죠."
마지막으로 작별을 하고 그는 그녀의 방문으로 향하고 문을 열었다.
"링크?"
그는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그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내내 고요한 공주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있지만 있어서 다행이에요. 정말로...있어서 다행이에요."
머릿속이 어질러지고 심장이 뛰면서 그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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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마에 차고 축축한 천이 덮인 것을 느끼며 깨어났다.
링크는 눈을 뜨면서 가볍게 신음했다. 그의 이마를 매만지던 이가 숨을 들이쉬며 손을 치웠다. 시야가 또렷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또렷해지자 파야가 그의 곁에 젖은 천을 손에 든 채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파야, 무슨..." 그는 말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침대와 갈색 벽, 그리고 대들보까지. "내 집?"
"어...어, 예. 저희가 여기가 그쪽이 가장 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할머니와 저요. 그리고 프루아 고모 할머니도요. 어디 있는지 말해 줬어요."
먼 과거의 기억이 흐려지자 최근의 기억들이 솟아났다. 그는 숨을 세게 들이쉬며 몸을 일으켰고 너무 빠르게 하다 보니 눈 앞이 어질어질했다. 그는 신음하면서 손을 들어서 머리에 손을 얹었다.
"조심해요!" 파야가 목소리가 날카로워지며 말했다. "아직 기력이 온전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무슨...일이 있었어?" 링크가 시야가 다시 돌아오자 물었다. "붉은 달도 기억나고 또...싸움도 기억나."
죽은 라이넬, 끝없는 몬스터의 무리, 그의 뒤에 아무런 무장도 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과 파멸과 그들 사이에 홀로 선 그 자신,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그의 힘이 절정에 치달은 일까지도 기억이 났다.
"저희들을 지켜주었어요." 그녀가 숨이 막혀서 말했다. "한번도...그쪽 싸우는 것이..."
그는 그녀가 말을 이을 것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물었다. "다른 이들은? 정문의 이들은? 무사해?" 몬스터들이 굉장히 많이 언덕을 뛰어올라 그들에게 덤빈 것이었다.
파야는 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쪽에도 사상자가 생겼지만 몬스터들은 그들을 싸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언덕으로, 저희들에게 가려고 했더라고요."
링크는 이해가 되었다. "가논이 조종하고 있던 거야." 파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놈이 우리들을 제 시간 안에 몰살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거고 아마...민간인들을 죽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내가 이성을 잃었겠지.
파야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게..."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쉬고 눈은 초점이 흐려졌다.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쪽이..."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며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바로 그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도착했을 때, 저희가...무사할 거라고 믿었어요."
링크는 그녀가 쑥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미소가 절로 나왔다. 생각해 보면 꽤 매력이 있었다. "얼마나 오래 정신을 잃었어?"
"밤 내내와 오늘 하루 대부분이요."
"그럼 이제 가 봐야겠네." 그는 이불을 걷었고 파야는 소리를 질렀다.
"리...링크!"
그는 그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상하의 모두를 입고 있지 않았다. 속옷만 입고 있었다.
"몰랐다고." 그가 이불을 다시 끌고 오면서 변명했다. "내 옷 어디 있어?"
그녀는 그의 침대맡의 작은 테이블을 가리켰고 거기에는 새로 마련된 영걸의 옷과 깔끔한 바지가 있었다. 그녀는 그가 갈아입을 수 있도록 아래층으로 빨리 내려갔다.
그는 아직도 기력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는 있다고 느끼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빨리 옷을 입었고 침대의 발치에 있는 그의 신발도 찾아내었다. 신발에서는 전투의 모든 오물이 닦인 뒤였다. 마스터 소드는 벽의 고리에 걸려 있었고 방패는 바로 아래의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가 옷을 다 입고 장비도 다 챙기자 그는 계단을 내려갔고 방의 한가운데에 식탁과 의자가 놓인 것을 보고 놀랐다. 임파와 프루아, 그리고 로베리가 둘러앉아 있었다. 파야는 없어서 그는 그녀가 그들에게 개인적 시간을 주기 위해서 나섰다고 생각했다.
"체키, 이제 일어나셨네!" 프루아가 그를 보자 씩 웃으며 말했다.
임파도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링크, 다시 살아 돌아온 걸 환영한다. 심히 걱정했다."
"NONSENSE!" 로베리가 말했다. "HE에게는 전투 뒤에도 SCRATCH 하나 없었어!"
"거기 없었잖아." 프루아가 말했다. "맹세하는데, 내 눈으로 창에 꿰뚫리는 걸 봤어. 옷도 앞뒤로 구멍이 났다니까!"
링크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아래로 내려서 창이 뚫은 그의 배를 어루만졌다. 그가 다시 보자 임파가 그를 유심히 보는 것이 보였다.
"그대가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여럿이 있다."
링크는 식탁으로 다가가서 마지막으로 빈 의자에 한숨을 내쉬면서 털썩 앉았다.
"맞아. 그렇게 꿰뚫리는 것에서 어떻게 살아났고 눈 깜짝할 새에 움직이는 건가 말이야." 프루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일이 있던 뒤에도 네가 어떻게..." 그녀는 그에게 손짓을 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인가 싶어서."
그는 프루아에게 눈썹을 치켜떴지만 그녀에게 대답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임파를 보았다. "미파의 힘입니다. 제가 해방시켜줬을 때, 무슨 방법인지 모르겠는데 치유의 힘을 제게 줬습니다. 그렇게...효과적인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가끔씩 마스터 소드와는 신기하게 반응하더라고요."
"그렇구나." 임파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대의 그...속도는? 누님의 말이 사실이다. 그대는 내가 아는 사람들 그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 라이넬이 나타났을 때 그..."
"아이쿠, 난 뭔 일이 일어났는지도 몰랐어!" 프루아가 임파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 "아까까지 놈은 너에게 덤벼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옆구리가 터지면서 원념이 솟구쳐 나왔다고."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제가 할 줄 아는 겁니다. 오랫동안 쓸 줄 알았는데, 최근이 되어서야 이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투 중에 집중하면 제가...주변의 모든 것을 다 느리게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몇 초 동안은요."
"FASCINATING." 로베리가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ME는 이걸 들은 적 있어. 시간 지연이지."
"그 이가단 총단장도 그렇게 부르더군요."
"YES, 당연하지. 그런데 왜 YOU가 IT을 쓰는 것을 아는 거지? ME가 알기로는 IT은 ANCIENT의 시커의 기술이야. ME가 간신히 찾아낸 SCRAP에서 밖에 못 읽은 거야. IT는 재앙 가논의 PREVIOUS의 부활 훨씬 이전이고."
링크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계속 이를 쓴 것 같습니다. 이전과는 달리...이제는 더 강해졌습니다."
"WELL, 당연하지. MUSCLE과도 같은 거니까. YOU가 더 쓸 수록, STRONGER해지는 거지." 로베리는 식탁에 손가락을 두들기다가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ME는 이걸 WRITE해야겠어. YOU의 혈통에 시커의 BLOOD가 섞여있는지 궁금하군. INCREDIBLE!"
임파는 목을 고르고 링크를 보았다. "전날 밤에 한 일은 정말 대단했다. 그 언덕에서 이백 가까이나 되는 몬스터들을 쓰러뜨렸는데 그것도 그대가 정문과 다른 곳에서 베어버린 것을 제외한 수치다."
이백이라니.
"마스터 소드 덕분입니다.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쓰러졌습니다."
프루아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그래. 무기 하나만 가지고 수백이 넘는 몬스터들과의 전투에서 이기고 상처 하나 나지 않았는데 무기 덕분이라니."
"꿰뚫렸잖습니다. 그것도 수 차례나요."
"그렇다 해도 누님이 맞다. 그대가 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에 그대가 보여준 그 모습은...내가 들은 것 그 이상이다. 그대가 이를 정말 끝낼 준비가 된 것 같다."
링크는 머뭇거렸다. "준비가 끝나려면 얼마나 걸립니까? 군대를 수송하고...당신이 준비하고 있는 것의 준비를 마치려면요?"
"2주일이다." 임파는 입술을 물었다. "차차 더 도착하겠지만 하일리아인과 시커족의 대다수에게는 말이 없다. 최대한 물자를 끌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 그 정도는 걸릴 거다."
링크는 조용히 욕을 씹어 삼키고 프루아를 보았다. "당신은요? 가디언의 지배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프루아는 한동안 책상에 연필을 두드렸다. "그럴 거야. 하지만 이건 엄청 복잡해! 체키, 이건 네가 가져온 그 문서들까지 동원해도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그녀는 임파를 흘긋 보았다. "하지만 2주일? 우리의 이론이 정확하다고 가정하면, 그래, 될 것 같아."
링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2주 뒤에 공격합니다. 그 정도면 신수가 배치를 마치기에 충분합니다. 아니, 시간이 남아돌 겁니다."
로베리는 그가 뒤지던 가방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마침내 노트 하나와 연필을 꺼냈다. "YOU가 가논이 그 전에 FREE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어...모르겠습니다. 젤다는 놈이 제가 오기를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벗어나려고 저항하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최소한 그렇지는..."
프루아는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좋아, 설명 좀 해. 그 분이 이걸 다 말해줬다는 건 또 뭐야?"
임파는 숨을 들이쉬었다. "전투에 그대와 같이 있었던 건가?"
링크는 머뭇거리고 고개를 숙여서 나무의 목재를 긁어보았다. "예. 한동안 그러했습니다. 그녀는...때로 제게 말도 겁니다. 몬스터들이 언덕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 이도 그녀였습니다."
식탁에 침묵이 돌았다. 프루아와 임파는 알아보기 어려운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마침내 임파가 다시 링크를 보았다. "몇몇 마을 주민들이 그 분이 그대와 있는 것을 보았다."
"예?"
"전투 이후에 들은 바이기는 한데, 몇몇 사람들이 그대가 싸우는 동안 그대 바로 위 공중에 웬 여인 하나가 있는 걸 봤다고 하더구나. 처음에는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하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어쩌면 그 분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분의 목소리도 들은 것 같았다."
링크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설마 싸움 내내 그렇게나 가깝게 그의 곁에 있었던 것인지, 내내 그를 조용히 돕고 있었던 것인지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느끼지는 못했었지만 그의 마음이 당장의 일에 집중이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프루아가 입을 열면서 말했다. "넌 그 분과 말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분은 널 볼 수 있다고?"
"가끔은 그럽니다. 좀...간헐적이죠."
"그러니까 널 실제로 볼 수 있냐고?"
"예."
"그렇다면, 젤다 공주님은 네가 다 벗은 걸 본 적이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거네." 프루아는 로베리를 보았다. "내가 이겼네."
로베리는 링크와 프루아를 흘긋 보면서 영문을 모르는 얼굴을 지었다. "WHAT? YOU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우리 내기 말이야!"
"내기?"
"왜 그래, 로베리? 내기 기억 안나? 공주님이 링크가 옷 하나도 안 걸친 모습을 봤을 거라고 내기했잖아."
"뭐라고요?" 링크가 기겁을 하며 물었다.
로베리는 그녀에게 인상을 쓰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AHH! 프루아, THIS는 아니지!"
"아니, 맞지. 50루피 내셔."
"NO. NO, CURRENT와 같은 육신 없는 반신의 BEING과 같은 젤다 공주님의 상태는 THAT 내기의 SCOPE의 너머야. 그리고 THAT은 일백년 전 아냐! THEY가 여행하는 중에 THAT의 내기는 날아갔을 걸."
"저기, 왜 그걸 내기를 해요?" 링크가 따지듯 물었다. "젤다가 왜..."
"에이, 링키, 당황하지 말고! 둘이 자주 여행을 다녔으니까 그냥 좀 가벼운 내기를 한 거지. 난 로베리한테 공주님이 네가 옷을 하나도 안 걸친 모습을 한번은 봤을 거라고 했지. 의도적이었으면 거기에 추가하고. 그러면...보고 있었다면, 의도적이지. 로베리 할아범, 75루피 내셔!"
임파는 가볍게 끙 소리를 내고 손을 들어서 이마를 어루만졌다. "저, 누님, 그것 말고 더 중요한 일이 있을..."
"또 무슨 내기 했습니까?" 링크가 임파의 말을 가로채며 물었다.
프루아는 좀 흠 소리를 내더니 생각하면서 고개를 양 옆으로 까닥였다. "어, 네가 그 분이 목욕하는 것을 슬쩍 봤을 거라고도 한번 내기 했었지."
"예? 전 절대로..."
"그리고 라오 녀석한테는 몸을 덥히려고 서로 끌어안았을 거라고도 했어. 녀석은 꽤 싫어하더라."
"설마요."
그녀는 말을 이으면서 손가락을 굽혔다. "그리고 시녀 하나한테는 그 분이 최소한 두 번은 너한테서 도망쳐버릴 거라고도 내기했고."
"그건 이기셨네요."
"그리고 임파에게는 너희 둘이 끝내는 동침할거라고 내기하게 하려 했지. 뭔 뜻인지는 알지? 그런데 나한테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더라고. 내숭은."
링크는 얼굴이 시뻘개지는 것을 느꼈고 그는 대답을 찾으려고 버벅거렸다.
임파는 목을 골랐고 프루아를 보며 입술을 물었다. "누님, 할 말은 다하셨나?"
프루아는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로베리를 돌아보았다. "할아범, 대가 뱉으셔!" 로베리는 그녀에게 인상을 찡그리더니 그의 가방으로 손을 뻗었다.
임파는 얼굴에 진지한 표정을 띠고 링크를 보았다. "자, 링크 그대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다."
링크는 프루아의 내기를 생각하려 하지 않으면서 입술을 축였다. "뭔데요?"
그녀는 프루아를 한번 흘겨 보더니 장난스런 미소를 띠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만약 내가 그 내기에 응했다면 말이다, 처음에 누가 먼저..."
프루아는 웃음보를 터뜨렸고 임파도 낄낄 웃었다. 링크는 손에 얼굴을 묻으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이거 그만 말하시면 안돼요? 제발요?"
임파는 껄껄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그래, 알겠다. 그냥..."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것이 끝이 난다는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들떠서 말이다. 공주님을 다시 뵙는 것도 있고. 더...젊어지는 것 같다."
"그건 이뤄줄 수 있어." 프루아가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내 연구소로 한번 올라오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다 널 바라보게 해 줄게."
"싫다."
프루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여동생아. 개인적으로는 꽤 좋은 것 같은데. 사실상 난 영원히 살 수 있는 거잖아? 영생을 돈을 주고 파는 거야. 그럼 떼돈을 벌겠네!"
링크는 크게 목을 골라서 이 대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가로챘다. 그는 얼굴의 홍조가 가라앉았기를 바라면서 똑바로 앉았다. "최후의 공격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OH?" 로베리가 물었다. "뭔가?"
"라넬산을 오르려 합니다. 지혜의 샘으로 갈 겁니다."
프루아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긴 손톱으로 식탁을 두들기며 몸을 앞으로 기댔다. "왜? 혹시..."
"아뇨." 링크는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는 눈을 감으면서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하지만...제 기억 속의 균열을 좀 채우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날 바로 가논이 깨어났잖습니까? 모든...것이 다 어그러지기 전 마지막 며칠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러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링크, 얼마나 기억이 나나?" 임파가 물었다.
"많이 기억하고 있고 매일 조금씩 떠오릅니다. 하지만...거기로 가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임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되는구나. 신수가 도착할 때까지 그대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 기억을 다시 보고 싶으냐? 그 기억들 중 일부가, 특히 뒤이어서 오는 그 기억들이, 좀...힘겨울텐데."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멀리 보았다. "전 어제 제가 죽는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것 이상으로 불쾌하지는 않겠죠."
식탁에 앉은 넷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마침내 프루아가 손뼉을 쳤다. "뭐, 네가 분위기를 다 망가뜨렸으니, 그러자고. 나와 로베리는 계속 가디언을 파악해 보고, 링크는 기억을 되살리는 여정을 가는 거고. 그리고 임파는..." 그녀는 여동생을 유심히 보았다.
임파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카리코 마을로 돌아가지. 아직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있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도 해야 하니. 링크, 거기서 그대도 출발하거라.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카카리코 마을에서 출발한다고 알고 있다."
"체키, 계획은 완료되었네."
그 회의 이후에 마을을 지나가는 것은 더욱 부담스러웠다. 어제 사람들은 링크를 영웅으로 칭송했다. 하지만 전날 밤의 전투 이후로 그는 거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의 명성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나츠조차도 지나가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조용히 살 수 있기를 바란 날이 있었지. 그가 쓴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다. 대재앙 이전에도 영웅은 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그것 자체도 영웅의 탄생을 암시했다고 하겠지.
마을은 그가 생각한 것 그 이상으로 전날 밤에 피해를 입었었다. 처음의 화재로 집과 가게 여럿이 불타버려 이제는 검은 뼈대만 남아 있었다. 재건하는 데에는 오래 걸릴 것이었고 재건한다 해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시신들은 이미 처리되었지만 그가 본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과 전사들이 그 일을 한 끝에 꽤 지친 기색을 보였다. 그가 쉬는 동안 저들이 밤 내내 작업을 한 것 같았다.
그는 마을 뒤편의 언덕을 올려다보았다. 이 자리에서는 꽤 깔끔하게 보였다. 하지만 전날 밤의 광경은 여전히 기억이 났다. 프루아의 연구소로 리잘포스의 무리가 달려 올라가고 있던 것이었다. 그날은 정말 끔찍했다.
"링크!"
그가 몸을 돌리자 시드가 의무동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비늘에 색이 거의 돌아왔고 한 손에 광린의 창을 편하게 쥔 채로 똑바로 서서 다가왔다. 링크는 밝게 미소를 짓고 그에게 다가갔다.
"시드, 잘 버텨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는 그의 친구의 손을 꽉 쥐었다.
"아, 우리 대부분이 잘 버텨냈지. 그...것들은 죽이기는 어려운데 전투에는 별 소질이 없더라. 대부분은 무기도 없었고."
"의무동은요?"
"당연히 지켜냈지. 안 그럴 줄 알았어?"
링크는 가볍게 웃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지 않았겠죠. 그게...전날 밤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요."
"그대에게는 특히 더 그렇겠군. 내가 들은 바로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당신의 경비병들은요? 다 무사합니까?"
"상처 더 입은 것 빼고는 다 괜찮아. 스바바는 이미 지느러미에 입은 상처를 매력점으로 여기려 하고 있고, 리트반은 한 팔을 잃은 채로도 날 지킬 수 있도록 검을 쓰는 법을 배우려 하고 있어. 가디슨은 시간을 틈타서 보코블린 뿔로 목걸이까지 만들어냈고."
"잘됐군요. 다른...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그러니까 다른..." 그는 머뭇거렸다. 그의 동료들을 어떻게 부를까 싶었다. 시드, 윤돌, 테바와 루쥬는 신수를 제압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들 모두가 그의 시선에서는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다른 영걸들 말입니다."
"아하, 이젠 우리들이 그러한 칭호를 받은 건가?"
"뭐, 이미 당신들 중 둘이 신수를 조작하는 법을 배우고 있고, 다른 둘도 곧 그리할 겁니다."
"흠...그렇기는 하군. 뭐, 어서 와. 청년 윤돌이 의무동 안에 있어. 테바는 벌써 남은 전사들을 소집하고 리발에게 전투를 알리기 위해 돌아간 것 같고. 어린 루쥬는 여기 어디에 있을 거야. 일찍이 얘기했는데 겔드족 전사들과 이동하겠다고 했지."
링크는 시드의 뒤를 따라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부상자들 사이에 침묵이 돌았고 그는 그의 표정을 침착하게 유지했다. 그들이 그를 다시 일반적인 사람처럼 대할 수 있게 될지가 의심되었다.
곧 키가 작은 조라족 여성에게 팔을 진단받고 있는 윤돌이 보였다. 윤돌은 얼마 뒤에 그를 보고 그 팔을 들었지만 곧 멈칫하고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내렸다.
링크는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윤돌은 링크에게 미소를 지었다. "모리블린에게 공격을 받았지!"
"아. 그게...잘된 건가?"
"그렇지! 도망치지 않았으니까고로! 그 정문을 계속 막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냥..." 그는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주먹질을 하는 시늉을 했다. "뭐...곧바로 일어섰고 다른 사람이 머리를 잘라 버렸지만 그래도 맞섰어고로!"
링크는 웃었다. "다르케르가 자랑스러워하겠네. 팔은 어때?"
윤돌은 조라족이 보고 있는 그의 위팔 근육의 깊은 상처를 한번 보았다. 그는 머뭇거리고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괜찮아. 정말 심한 건 아냐."
"뭐, 무리하지는 마."
그는 한동안 윤돌의 곁에 있다가 그에게 작별하고 천막의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두런은 땅에 누운 채로 나이가 더 있는 시커족 여성에게 돌보아지고 있었지만 링크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벼운 신음과 함께 그는 일어서 앉았다.
"링크님." 링크가 그의 곁에 무릎을 꿇자 그가 말했다. "다시 일어서 계시는 보아서 다행힙니다."
"그쪽도요." 링크가 말했다. "지난번에 뵈었을 때에는 파야가 걱정을 꽤...뭐, 전투에서 살아나셔서 다행이군요."
두런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이마를 건드렸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너무 심하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그는 다시 머뭇거리고 그 시커족 여성을 보았다. "난 정말 괜찮다. 다른 사람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나을 텐데."
여성은 마른 입술을 물다가 몸을 돌려서 상체가 붕대로 덮인 다른 시커족 남성을 보러 갔다. 두런은 한동안 그녀를 보다가 링크를 다시 보았다.
"링크님, 죄송합니다만, 하나 여쭐 것이 있습니다. 전투가 시작하기 전에, 임파님에게 한 말을 하셨죠. 이가단이 궤멸되었다고요. 사실입니까?"
링크는 그의 눈을 보면서 망설였다. 은신처에서 본 그 모든 것을 두런이 정말 믿은 것이었는지, 가디언 기술과 연관된 이가단의 실험도 알고 있었고, 가논을 숭배했는지 망설였다. 이렇게 친절하고 믿을만한 남자와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제가 아는 바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분명 잔당이 남아 있겠죠. 생각해 보니 그들의 보복도 염두에 두어야겠군요. 하지만 일단 코가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겔드족도 대부분을 처치했고요. 그 정도면 조직이 와해되었기를 바라야죠."
두런은 눈을 꽉 감았고 그의 표정은 그가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감정을 나타냈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더욱 두껍고 굵어져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지금 이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링크님 덕분에 제 딸들이 이제는 무사할 겁니다. 이가단의 남은 이들이 저의...배신을 알게 되면 딸을 데리고 은둔해야 하는지 걱정했습니다."
링크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두런의 어깨를 꽉 쥐었다.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군요."
나이 든 남자는 눈을 벌떡 뜨고 손을 들어서 링크의 손에 얹었다. "링크님,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있다면, 언제든지 부탁하셔도 좋습니다. 하신 일 덕에 갚지도 못할 빚을 졌습니다."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개를 끄덕이고 마른 침만 삼켰다. 마침내 그는 두런에게 작별하고 다시 일어서서 시드가 조라의 의사 하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는 왕자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에 꽤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링크를 보자 그는 미소를 짓고 말을 마친 뒤 천막에 있던 다른 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링크, 시드 왕자님, 다시 뵈어서 반갑습니다." 카시와가 왕자와 그에게 목례를 하면서 말했다.
시드는 카시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카시와! 내 노래는 얼마나 되었나?"
"아직은 미완입니다. 아시다시피, 최근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도 노래를 쓰고 있어서요." 카시와는 링크에게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드는 웃었다. "훌륭해! 이 일이 끝나고 나서는 링크의 각종 무용담을 듣고 싶군."
"가장 먼저 조라의 마을에 향할 것을 약속드리죠. 이 모든 것이 시작된 자리인 동시에, 저희의 첫번째 모험이 있던 곳이기도 하니까요."
"마치 전날 벌어진 것만 같지." 시드가 말했다.
"글쎄요." 링크가 말했다. "저에게는 이미 오래 전 일 같은데요."
카시와는 껄껄 웃었다. "지난 석 달 간 하신 일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군요. 말이 나와서 말이죠, 겔드 사막에서 벌어진 일도 듣고 싶군요."
링크는 조금 인상을 찡그렸다. "노래에는 넣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대가 여장해야 했다는 일 말인가?" 시드가 말했다.
"루쥬가 말했습니까?"
카시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하, 이 이야기는 꼭 들어야겠군요. 링크, 부탁입니다. 그 노래는 그대의 행적을 그린 서사시에는 절대로 넣지 않겠다고 맹세하죠."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헌데 희극이라면..."
링크는 신음했다. "아뇨, 싫습니다. 제가 귀여운 하일리아인 브아이가 되었다는 노래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시드는 웃었다. "아이고, 겔드족 사이에서 도는 말을 들어봐야겠는데! 대부분은 이미 그대에게 푹 빠진 것 같더라고."
"루쥬한테는 정말 크게 한 소리 해야겠어요."
시드와 카시와는 껄껄 웃었고 그는 곧바로 긴장을 풀었다. 셋은 서로 그렇게 대화했고 그 와중에 그는 그의 사막의 경험담도 말했었다. 그 중에는 겔드족을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의 경험과 수감당했던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제가 좀 자리를 비울 거라고 말하려 왔습니다."
"예?" 카시와가 물었다.
"마지막 전투 전에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되찾아야 하는 또 다른...파편입니다."
"기억에 대한 것이죠?"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와는 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고 링크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죠?"
"무엇을요?"
링크는 정말 모르냐는 눈빛을 주었고 카시와는 웃었다.
"아, 그대와 공주에 대한 것 말이군요. 언제 제게 여쭈실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
"친구여, 얘기해 보세요. 그 일에 대해서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름 결론을 내리셨나요?"
링크는 머뭇거렸다. 젤다가 지금 그를 보고 있는지, 그를 들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자 그는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을 카시와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이미 그가 알기 오래 전에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이 그가 한 유일한 대답이었다.
카시와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것은 공주님에게 직접 대답을 듣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링크는 목덜미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는 목을 골랐다. "늘 그렇듯 정곡을 찌르시네요." 그는 머뭇거리고 한 생각이 스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카시와, 당신의 스승에 대해서도 압니다."
"그래요? 그 분에 대해서 무엇을 기억하시나요?"
"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단 것을요." 링크는 낄낄 웃었다. "그 자는 말 하나는 화려했어요."
카시와는 재미있는 미소를 짓고 날개를 들어서 링크의 어깨에 얹었다. "그래도 그대를 가장 질투한 것은 바로 그 분이었죠."
링크는 눈에 장난기가 어린 채로 씩 웃었다. "그럴 법도 했죠."
마침내 그는 카시와가 부상자에게 음악을 계속 들려주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시드는 그와 같이 햇볕으로 나갔다.
"아까...그 말은 무슨 뜻이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가 링크를 보면서 말했다.
링크는 웃었다. "그렇게 둘 겁니다. 미안하군요."
"아니, 괜찮아." 시드의 미소는 아쉬운 기색을 풍겼다. "나도 곧 조라의 마을로 돌아가서 루타에 타서 누님과 같이 중앙 하이랄로 나아갈 거야. 가기 전에 그대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저도 그렇습니다, 시드.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쪽과 조라족 전사들이 없었으면 가망이 없었을 겁니다."
시드는 씩 웃었다. "물론이지, 친구!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대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줄 준비가 되어 있어."
"저도요."
"그러면 한, 2주일 뒤에 다시 보는 건가?"
링크는 미소가 흐려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주입니다."
시드는 손을 뻗었고 링크는 이를 꽉 잡았다. "그럼 다시 보지, 링크."
그는 루쥬가 하테노 마을 바로 밖에 뷰러를 옆에 둔 채로 치크 대장과 리너를 포함한 여러 겔드족 전사들과 같이 장작더미의 대열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모든 전사한 겔드족 전사들이 각각의 장작더미의 위에 있었다. 스무개의 열은 있었고 연기가 각각에서 두꺼운 검은 기둥이 되어 올라가다가 한데 섞여 바람에 흩날려갔다.
나이든 겔드족은 모인 겔드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말했지만 링크는 이를 알아듣지 못했다. 이 장례가 전부 겔드어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조용히 다른 겔드들이 같이 한 표현을 반복하고 그들의 무리가 의례용 금빛 갑옷을 입은 채로 창대의 끝을 땅에 규칙적으로 찍는 것을 보았다. 각각의 찍는 소리는 그에게는 비난처럼 들렸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지켰지만 모두를 지킬 수는 없었다. 그가 얼마나 힘을 많이 쓴다고 해도 모두를 지킬 수는 없는 것이었다.
장례가 다 끝날 때까지는 몇 분 이상이 걸렸다. 그 끝에 모든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고 주황빛 불꽃이 하늘로 향했다. 루쥬는 그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는 그가 본 의복보다 더욱 격식을 차린 것처럼 보이는 의복 차림으로 당당히 서 있었다. 모래표범 수가 놓인 치마 대신에 겔드족의 표식의 수가 놓인 검회색의 치마 차림이었다. 그녀는 다른 전사들처럼 어깨에 금빛의 갑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 위에는 왕관이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다.
겔드 원로가 마지막 말을 마치자 모인 모든 여성들이 고개를 들면서 함성을 내었다. 그러고 나서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몇몇 여성들은 몸을 돌렸지만 다른 이들은 재를 담기 위함으로 보이는 작은 주머니들을 들고 가까이 남아 있었다.
링크는 그 무리에 다가가지 않았다. 그가 지켜내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들에게 다가간다고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머리로는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온 전사들이었다. 그처럼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싸운 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싸워야 했다는 것 그 자체가 응어리로 있었다.
곧 루쥬가 몸을 돌렸다. 그녀의 표정은 그가 보던 그 표정보다 더욱 진지하고 나이가 들어 보였다. 그녀는 그를 보고 눈을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뷰러를 올려다보고 무언가 중얼거렸고, 그 키가 큰 경비대장은 그를 흘긋 보았다. 그녀는 링크를 유심히 보더니 다시 루쥬에게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쥬는 뷰러와 같이 모임을 나섰고 링크가 선 자리로 나아갔다. "깨어나서 다행이군." 그녀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링크는 불타는 장작에서 시선을 떼고 루쥬의 눈을 보았다. "예, 그..." 그의 입에서 말이 절로 사라졌다. 왜 이렇게 말하기가 어려웠는지 몰랐다. "감사하다고 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그는 다시 타오르는 불로 보았다. "것에 대해서요."
"우리가 돕는 게 당연하지. 우리 민족을 도와줬으니까."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링크?"
그는 다시 그녀의 눈을 보았고 그녀는 그에게 인상을 찡그렸다. "죄송합니다, 그게..." 대체 어떻게 설명하고, 그가 이를 할 수나 있었는지 몰랐다.
"죽음을 보는 것은 그대 같은 하일리아인에겐 힘든 건가?"
그 말은 꽤 직설적이라서 마치 뺨을 맞은 기분이 들었다. "예? 아뇨, 죽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들의 죽음이 제 책임인 것 같아서요."
한동안 침묵이 돌았다. 얼마나 오래 침묵했는지 링크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마침내 그는 다시 그녀를 보았고 그녀의 표정에 분노가 담긴 것을 보고 놀랐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내지를 것처럼 주먹을 쥐고 있었다.
"겔드의 족장은 나다." 그녀는 그의 눈을 노려보았다. "내 민족의 죽음은 내 책임이다."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그대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고 이게 다 그대의 책임이라고 넘겨짚지 마라." 그녀는 여린 몸과는 다른 날카로운 말로 대답했다. "내 전사들은 그대의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다. 내 명령에 따랐다. 이해했나?"
그는 지금의 그의 말도 믿을 수가 없어서 조용히 있었다.
루쥬는 그를 쏘아보다가 참은 것 같은 숨을 내쉬고 손을 풀었다. "어제 우리는 대승을 거두었다. 치크 대장은 어려운 것을 넘어 승산이 없는 전투일 것이라고까지 말했지. 대다수가 죽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다. 병사들을 더 많이 잃을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대가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니 놀랍군."
"그게 아니라...누군가는 죽을 거라고는 생각했습니다." 그는 다시 장작 더미를 보고 말소리를 부드럽게 했다. "그 생각을 하기가 두려운 겁니다."
"쓸데없군."
그는 눈썹을 치켜뜨며 그녀를 보았다. "쓸데없다고요? 다른 사람들이 저를 위해서 죽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요?"
"그래."
"왜 그런 겁니까?"
"당연하지 않나?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왜 다 그대를 위하다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것도 쓸데없는 거다. 그들은 이 사람들을 지키다가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대의 마을의 사람들이 살아 있으니 쓸데없이 죽은 것도 아니다."
그녀의 말에 체리블랙 평원의 전투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하테노 요새 너머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젤다를 지키기 위해 싸웠었다. 결국 그는 쓰러졌지만 그는 이를 둘 다 이룩했던 것이다. 최소한 젤다를 위해서 시간을 벌어주었으니 말이었다.
그녀가 그의 앞에 서서 그를 지키려고 한 모습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고 그 정도로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왜 그때, 왜 그 순간에 그 힘이 깨어났는지...
"링크?"
그는 다시 현재로 주의를 돌려 다시 루쥬에게 집중했다. 갑자기 다른 느낌이 들었다. 겔드족의 죽음은 조라족, 고론족, 리토족, 하일리아안과 시커족이 전사한 사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에게 응어리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어떤 것도 헛된 죽음이 아니었다. 그래도 하나는 알아야 했다.
"루쥬, 그...런 결정은 어떻게 내리는 겁니까?"
"내 전사들을 사지로 모는 것 말이냐?" 그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집이 작아진 것만 같았다. "우리 겔드는 필요한 것은 반드시 한다. 쉽지는 않지만 해야 하는 일들이지. 그리고 내 전사들을 그런 위험에서 막아내는 것은..." 그녀는 적절한 말을 찾으려 머뭇거렸다. "존중하지 않는 것이려나? 그들의 헌신과 실력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전사이기 때문에 그들의 죽음을 그냥 받아들이는 겁니까?"
루쥬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고 링크는 그녀의 표정에 그녀의 갈등이 드러난 것을 보았다. 이것도 하나의 부담이었고 이렇게 어린 사람이 지기에는 꽤 무거운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감내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그녀를 더 이상 어린 소녀로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승리를 위해서는 희생이 있는 법. 이 재앙 가논이라는 자가 다시 깨어나면 그대의 하일라아인의 땅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겔드족에게도 마수를 뻗치겠지. 그걸 막는 것이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가치가 있다."
"마을을 지키는 것은요?"
그녀의 얼굴에 답답하다는 표정이 비추어졌다. "이미 말했지. 그대도 우리를 구해줬다고. 그대가 사막으로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나보리스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들 이상의 수가..." 그녀는 장작더미를 가리켰다. "죽었을 거란 말이다. 게다가 겔드가 빚을 갚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며 조용히 있었다. 그 말은 그래도 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들렸지만 그녀의 말은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표정을 풀고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무고한 이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그대만이 아니니까."
"루쥬, 고맙습니다. 그대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녀는 살짝 씩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이걸로 은혜는 갚은 거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고 그를 보았다. "하지만...그렇다고 해서 추후의 전투와 그대의 재건에 힘을 더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조금 더 당당하게 서서 미소를 지었다. 재건, 그리고 가논 이후의 삶, 이는 이제 먼 훗날의 꿈이 아니었다.
그는 조금 더 루쥬와 같이 있다가 그녀에게 작별하였다. 그녀는 아직 남아 있는 그녀의 백성들에게 갔고 그는 걸어갔다.
"링크!"
그는 뷰러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멈추었다. 그녀의 갑옷은 잘 닦여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이제는 손에 드는 대신에 등에 맨 대검을 새로 구한 것 같았다.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아래팔에 손을 대어서 자신의 금색의 완갑 하나를 풀었다. 그녀는 이를 링크에게 건넸고 그는 살짝 인상을 찡그려서 받았고 이를 돌려보았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가 잠시 후에 대답했다.
뷰러가 답답하다는 듯이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루쥬님이 언덕 위에서의 그대의 활약상을 말하셨다. 내가 없을 때 그 분을 지켜주셨지. 그리고...다른 여러 때에도 그랬다. 잊지 않았다."
"어...고맙습니다, 뷰러. 그래도 이게..."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입는 갑옷은 착용자가 족장의 경비대장인 동시에 최측근임을 나타낸다. 다른 경비병을 두시기는 하지만 나만이 이를 입는 영예를 가진다."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이제 알겠지?"
"예." 링크는 그 갑옷을 더 존중하듯이 잡았다. "고맙습니다, 뷰러. 영광입니다."
그녀는 짧게 목례를 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아래팔을 잡고 그녀의 눈을 보았다.
"전장에서 보지." 그녀는 손을 풀기 전에 말했다.
"예. 그때 뵙죠."
Chapter 59: 56장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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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Text
"링크, 말해봐." 미파가 강가의 풀을 엮어 관의 모양을 만들면서 물었다. "공주님과의 여행은 어때?"
링크는 찬 물에 발가락을 담근 채로 강가에 앉아 있었다. 완연한 가을이 온 채였다. 그는 여름에 산으로 여행한 것이 낫지 않을까 했다. 지금이면 산 위는 굉장히 추울 것이었다. 젤다가 무녀복을 입겠다고 고집하지 않기를 바랐다.
"아, 상황은 좀...괜찮아." 링크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 "잘 어울리고 있어."
미파는 눈을 살짝 흘기면서 그를 보았다. "나한테 말 안 하는 것이 있잖아."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가볍게 웃었다. "다 보이나 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는 한숨을 내쉬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그는 오른쪽, 나무가 삼림을 이루어서 굽이를 보는 것을 막고 있는 쪽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거기서 우르보사가 보호하고 있는 동안에 젤다가 목욕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젤다가 목욕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 특히 그 일 이후로는...
그는 다시 미파를 보았다. "이제 친구야."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그 정도면 사실이었다.
"정말...친구일 뿐이야?"
링크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공주님이시잖아."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녀의 표정은 조금 쌀쌀해진 것 같았다. 왜 그걸 답답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대답이 아니고."
"우린...친구야, 미파. 난 그 분의 기사고, 그 분은 나의 상관이야. 친구 그 이상까지 가면 부적절할 거야."
미파는 가볍게 흠 소리만 내고 다시 그녀가 손으로 엮고 있던 잔디 관을 보았다. 링크는 그 재주에 꽤 놀랐다. 그녀는 여기에 작은 꽃까지도 엮어 두어서 관은 마치 작은 구슬처럼 여러 색의 점이 박힌 모양처럼 보였다.
둘은 한동안 편한 침묵 속에 있었고 링크는 작은 물고기가 그의 발치에서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해는 멀리서 이미 졌고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의 발치까지는 나흘은 더 가야 했고 이를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 하루가 더 걸릴 것이었다. 내일이면 카카리코 마을에 도착할 것이었지만 오늘 밤은 야외에서 야영해야 했다. 근미래에 여기에 초소 하나를 짓자는 것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있잖아...가끔 난 공주님이 왜 나에게 루타를 조종하는 것을 맡겼는지 생각하곤 했어." 미파가 얼마 뒤에 입을 열었다.
링크는 그녀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더 말을 이을 것을 알았기에 그는 계속 침묵했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난 가장 뛰어난 전사가 아니야. 세곤이 원래라면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거란 말이야."
링크는 코웃음을 쳤다. "그 툴툴대는 아저씨 말이야? 너랑은 다르게 루타의 안팎을 쉽게 이해하는 것도 못할 것 같은데."
"이해만 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세곤도 시간을 들였으면 알아냈을 거야."
"진심이야? 아니면 그냥 겸손한 척 하는 거야?"
미파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그에게 작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세곤 같은 이가 루타처럼 섬세한 것을 쉽게 조종하는 것을 생각하기는 어렵지."
"커다란 얼음의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거대한 병기를 섬세하다고 할 이는 네가 유일할 거다."
"그렇지 않아." 미파가 변명하듯 말했다. "공주님도 그렇게 말해."
"그래서 그 분이 널 정한 걸거야." 링크는 엄지발가락을 물 속에서 튕겨서 가까이 오는 송사리들을 밀어냈다. "네 신수를 다른 이들보다 더 잘 이해하니까."
"그런지도. 그래도 날 정한 것이 좀 신기해서."
"넌 왕녀잖아."
"그게 뭐?" 그녀는 조금 도전적인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난 왕녀지만, 하나의 개인이기도 해. 사실 젤다 공주님과 비슷하게 말이지. 그 분의 지위와 신분에도 불구하고 그 분은 우리와 같은 자리에서 주무시잖아.
"왕족이라고 해서 늘 더 훌륭하기만 한 것은 아니야. 우리 양쪽의 역사를 보면 질이 나쁜 왕족들도 있었어. 우리가 말한 것처럼, 왕녀라고 하더라도 루타를 조종할 수 있는 최고의 후보가 되는 것도 아니야. 그래서 좀 놀란 거야. 왜냐하면..." 미파는 자신이 엮은 화관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그 분은 나만큼 이를 잘 이해하는 것 같아서."
링크는 한동안 조용히 있으면서 그녀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 말은 젤다를 공주로 보는 것이 어려워진 그의 고민과 꽤 맞닿아 있었다. 이제는 한 여인만이 보일 뿐이었고 이는 위험한 것이었다.
"뭐..." 그가 말했다. "네가 정해졌다는 것에 대해서 난 조금도 놀라지 않았어." 그는 일어서서 발에서 물을 털어냈다. "가자. 이제 야영지로 가야 하니까. 젤다는 보통 이렇게 오랫동안 목욕하지 않아. 특히 강물이 이렇게 차가우니까. 그리고 지금쯤이면 국이 다 됐을 거야."
그는 손을 그녀에게 뻗었지만 미파는 읽기 어려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 눈빛에 약간의 슬픔이 있는 것 같았지만 빛을 잘못 본 것인지도 몰랐다. 이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을 때 그녀는 미소를 짓고 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게 두었다.
둘은 간단한 천막 여럿이 세워진 작은 야영지로 돌아왔다. 그의 생각대로 젤다는 이미 목욕을 마친 뒤였고 지금은 조금 젖은 것 같은 분홍색 옷차림이었다. 그 불빛에 비친, 옷이 몸에 붙어 있는 그 모습에 링크는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갔다. 그녀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젖은 머리카락을 빗질하고 있었다.
"아!" 그녀가 그가 야영지로 오는 것을 보자 말했다. 그녀는 그의 눈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지만 미파가 그의 뒤로 야영지로 오는 것을 보자 약간의 망설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는 곧 사라졌지만 링크는 이를 조금 더 생각하기 위해서 잠시 미루어 두었다. "언제 돌아올지 좀 궁금했어요. 배고팠어요."
"이 국 누가 좀 보고 있을 수도 있었잖아요." 링크가 투덜댔지만 속으로는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내가 보게 시키지는 않았을 거 아냐." 다르케르가 돌에 기대면서 말했다. 링크는 돌에서 몇 조각이 떨어진 것을 보았다. 다르케르가 그들 없이도 벌써 식사를 시작한 것 같았다.
"아뇨, 절대로요. 지난번에 제 요리 봐 달라고 했을 때 돌을 넣으셨잖아요."
"그러니까 더 맛이 좋았지!"
"이빨 깨질 뻔했다고요."
"하일리아인 이빨은 좀 더 튼튼해야 돼."
링크와 다르케르는 서로 씩 웃었다. 그는 냄비로 다가가서 뚜껑을 열었다. 거기서 풍기는 향기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서 수저로 생선과 야채, 그리고 향신료가 섞인 국을 한번 저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입으로 가져가 천천히 맛을 보았다.
"다 됐습니다."
링크는 각각의 그릇을 채웠다. 다르케르만은 뺐는데, 그는 납작한 정으로 돌 한 조각을 더 떼어 큰 소리로 이를 씹어먹고 있었다. 그는 그릇을 각각에게 전했고 그의 가방으로 가서 빵 한 덩이를 꺼냈다.
"빵을 여기에 찍어 드시면 됩니다." 그는 빵도 한 조각씩 주었다. "잘 어울릴 겁니다." 그는 젤다에게 손을 뻗었고 그녀는 그에게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빵을 받을 때 그녀의 손가락이 그와 스쳤고 무언가의 충격이 그의 팔을 타고 올라가는 것 같았다.
"대단한데." 우르보사가 얼마 뒤에 말했다. "네 요리로 젤다가 통통해지지 않았다는 것에 말이야." 그녀는 그의 요리를 참 잘 먹고 있었다. 우르보사는 생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링크가 요리하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아, 저는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아요." 젤다가 두번째 그릇을 들며 말했다. 그녀는 미파의 관을 이미 쓰고 있었다. "게다가 링크는 요리에 뭘 넣는지 잘 알고요. 항상 맛과 영양의 균형을 정말 잘 잡고 있죠."
링크는 볼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고 너무 많이 웃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빵 한 덩이를 입에 밀어 넣었다. 그는 미파가 그를 보는 것을 느껴서 그녀를 잠시 보았다.
"글쎄다." 우르보사가 수저로 자신의 입을 건드리며 말했다. "둘이 같이 여행하기 시작하면서 좀 살이 붙은 것 같기도 한데."
젤다는 숨을 들이쉬고 눈을 흘겼다. "저희가 겔드족의 높은 키와 대단한 복근을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링크는 웃었고 그러면서 빵 몇 조각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우르보사와 젤다가 놀라서 그를 보았다. 그는 얼굴을 붉히고 입을 손으로 가려서 빵을 삼켰다. "죄송합니다."
우르보사는 그를 보며 더 씩 웃었고 눈빛은 장난스러워졌다. 마침내 그녀는 젤다를 보았다. "놀리는 거 알지? 늘 그렇듯이 몸도 좋고 아름다워."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그렇지, 링크?"
이럴 수가, 우르보사, 왜 그러세요?
그는 입에 빵을 한 덩이 더 밀어넣고 그를 너무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는 것 같은 우르보사와 젤다를 돌아보았다. 이 둘이, 특히 우르보사가, 같이 있을 때면 그를 놀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잊을 뻔했던 것이다.
"예에." 그가 너무 큰 빵을 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불빛 때문에 잘은 몰랐지만 젤다의 볼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침실에서 나서는 때의 순간으로 그의 생각이 흘렀다. 있어서는 안되는 것에 대해서 다행이라고 한 그녀의 말을 생각했다. 순수한 의도였을 수도 있었다. 꽃에 대한 것일 뿐일 수도 있었다. 그게 다일 수도 있었다.
그와 같은 생각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다르케르는 다시 그의 옆에서 돌 한 덩이를 크게 씹어먹었고 링크는 자신의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젤다를 계속 멍하니 보고 있었고 야영지의 모든 이들이 이를 알아챘을 것이 분명했다. 다만 다르케르는 모를 것 같았다.
그는 국을 한 수저 더 떠서 입에 물었고 젤다와 우르보사가 서로 말하는 것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다시 고개를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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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스피릿 위에 탄 채로 봉우리와 고원의 두 조합으로 이루어진 계곡 사이에 세워진 오래된 돌 아치 앞에 서서 이를 바라보았다. 돌을 따라서 이끼가 꼈고 덩굴이 녹색 리본처럼 매달려 있었다. 머리 위에서 구름이 껴서 곧 비가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치 너머로는 계곡 벽을 따라 세워진 다리가 있었다. 그의 기억 중 하나에서 이 다리를 본 기억이 났다.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저 다리는 네 영걸이 흩어져서 각자의 신수로 가던 그 자리와 멀지 않았던 것이었다.
여기에서 영걸들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본 것이었다. 그의 가슴이 먹먹해졌고 스피릿의 고삐를 단단히 쥔 뒤에 고개를 숙여 그의 후드가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두었다. 각자에게 마지막으로 작별을 할 시간이 더 있었기를 바랐다. 그에 대한 미파의 호감을 이해했기를 바랐고, 우르보사에게 그녀가 보였던 젤다를 향한 열의와 헌신에 고맙다고 할 수 있기를 바랐다. 다르케르에게 마스터 소드를 뽑은 뒤에도 뽑기 전과 같은 태도로 대해 줬다는 것을 고마워하며 한번이라도 끌어안고 싶었다. 심지어 리발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아서 무슨 말이라도 해 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링크 본인도 잘은 몰랐다.
그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과거의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어린 소년일 때와 청년일 때에 여름이면 조라의 마을에서 미파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수많은 기억들을 떠올렸다. 러셀 경을 따르는 것에 우선순위가 세워지자 이런 시간들은 사라졌지만 그는 이 기억들을 늘 소중히 간직했다.
다르케르와 대련하던 것도 떠올렸다. 이 큰 고론족은 늘 링크와 잘 어울렸고 더 큰 적수를 마주했을 때에 쓸 수 있을 법한 새 기술들을 기꺼이 그에게 시험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링크는 이제 자신이 히녹스와 라이넬과 맞설 때에 쓰는 그 기술들이 그와의 대련에서 만들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대련 이후에는 온천으로 가서 피곤한 근육을 풀어주었다.
리발과 어느 정도 설전을 벌이던 것을 기억했다. 처음에는 말을 아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입을 더 많이 열었다. 그는 리발을 끝내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가 좀 되었다. 그 자존심과 질투심이 리발의 모습 그 자체였고 그것도 이제는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링크는 그가 동료라는 것을 아직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 둘이 친구가 되지 못하더라도 동지 정도는 될 수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우르보사가 잔디를 맨발로 걷는 것을 즐겼다는 것도 기억했다. 사막의 잔디는 좀 많이 날카로웠고 모래는 뜨겁거나 그 아래에 위험한 생물들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젤다와 말을 할 때면 그 표정이 꽤 너그러웠던 것도 기억이 났다. 젤다는 그녀에게는 없던 수양 딸과 같은 이였고 가족처럼 사랑해 온 것이었다.
"보고 싶다." 그가 중얼거렸다. 젤다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마침내 그는 스피릿을 몰아서 다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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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지역은 여전히 의문에 싸여 있어요." 젤다가 링크의 옆에서 다리를 걸으면서 말했다.
둘은 계곡 벽의 커다란 틈 안에 야영지를 세웠고 그 자리의 위에는 길이 한때 이 다리에서 뻗어나가 계곡의 반대쪽의 건물로 이어졌던 것처럼 보였다. 지금 그 길은 무너져 있었지만 링크는 젤다가 이 길을 건너가서 반대쪽의 그림들을 보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리발이 여기에 있었다면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르케르와 미파는 이미 자러 들어갔지만 링크는 우르보사는 아직 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젤다가 그와 같이 좀 걷자고 하기 전에 그녀와 젤다가 말을 나누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었다. 링크는 젤다가 자리에 들고 나서야 잤기 때문에 깨어 있었다. 그녀가 몰래 나가버리곤 했을 시절 때에 생긴 습관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로 이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무사하기를 바라게 된 것이었다.
"얼마나 오래되었습니까?" 그가 목을 뻗으면서 물었다. 그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계곡 벽이 서로 멀어지면서 거대하면서도 무너져 가는 건물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에서 커다란 돌 기둥들이 솟아 있었고 그는 이 옛 건물들 사이를 이었을 것 같은 거대한 다리들의 잔해도 볼 수 있었다. 건너편에는 폭포도 있었고 이곳으로 광경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길 역시 보였다.
"잘은 몰라요." 젤다는 뒤로 물러나서 등을 계곡의 벽에 기대면서 다리의 끝에 앉았다. "수천년도 더 오래되었죠. 왕가와 시커족의 분리 그 이전일지도요." 그녀는 그를 보았다. "재앙 가논이 마지막으로 깨어나기 이전 말이죠."
그녀의 말과 어투는 링크의 등에 소름을 돋게 했다. 그 말에는 두려움, 공포가 서려 있었다. 이제는 산에 꽤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일 그들은 산의 발치에 야영지를 세우고 영걸들과 작별할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는 정상까지 링크와 젤다 둘이서만 가는 것이었다.
"왜 지어졌는지는 압니까?" 그가 지금 그녀가 좋아하는 것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물었다.
젤다는 조금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론은 무성하지만, 확실히는 몰라요. 조나우 부족이 지은 것은 아닌데, 정확히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요. 아마 하일리아인일 거예요. 카카리코 마을과 많이 가깝지만, 왕가와 절연한 뒤로 시커족이 한동안 여기에 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돌에 그의 머리를 기댔다. 그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별을 보았다. "그럼 그 서고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까?"
그녀는 둘의 팔이 서로 스칠 때까지 그의 곁에 가까이 갔다. 그는 추운 밤이라서 그녀가 그런 거라고 되뇌었다. "당연히 서고에는 이에 대한 기록이 많죠. 하지만 결정적 결론을 내리는 것은 없어요. 학자들은 이게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서로 논쟁만 하다가 끝날 뿐이죠."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럼 당신은요? 학자로서의 젤다는 뭐라고 생각하는지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음...제 생각에는 다른 학자들이 지적하는 시기 그 이상으로 오래되었다고 생각해요."
"얼마나요?"
"아마 선사 시대, 왕국 건설 이전부터 오래되었을 것 같아요. 저 위쪽에..." 그녀는 멀리 있는 곳을 가리키며 몸을 조금 기울였다. "...이전에 본 그림과 같은 표식들이 있어요. 커다란 새의 그림과 사람들이 그 새의 등에 타고 있는 그림이 있어요."
"새를 타고 난다고요?" 링크가 눈썹을 들면서 물었다. "리토족과 같은 새요?"
젤다는 뒤로 몸을 기울였고 링크에 더 몸을 기울였다. "다른 새들이요. 아마 오래 전에 멸종한 고대의 종이겠죠. 하늘의 민족에 대한 전설은 들어봤나요?"
"아뇨. 하지만 이제 들을 것 같네요."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잘 알고 계시네요. 전설에 의하면 한때 하늘에서 살던 민족이 있었다고 해요. 그들은 커다란 새의 등을 타고 날고 용들과 어울려 살았죠.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하이랄로 내려왔고...여기서 전설이 갈려요. 한 판본은 그들이 하이랄을 정복하러 왔으며 토착민이 여기에 맞섰다고 해요. 다른 판본에는 그들이 도움을 주러 왔고 그들이 적대한 대상은 대..." 그녀는 말을 멈추었고 링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대재앙을 말하려고 한 것이었다. "악이었어요. 그들은 우리를 돕고 다시 하늘 위의 도시로 올라갔고, 거기서 계속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하죠."
"흠...그걸 믿나요?"
젤다는 어깨를 으쓱였다. "몰라요. 말 그대로 전설이니까요. 아마 저 위의 표식을 바탕으로 한 거겠죠. 그런데 그 표식도 무언가를 대상으로 그린 것 아닐까요?"
"그렇죠. 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인 것 같다는 생각은 말하지 않았네요."
그녀는 힘을 조금 쓰면서 움직이면서 조금 더 편하게 있으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뭘 하려고...
그녀가 갑자기 몸을 돌려서 그의 팔을 잡고 자신의 어깨에 두르고 그에게 기대는 것에 그는 멈칫 놀랐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어두운 와중에도 그녀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보였다. "추워서요."
"제 망토라도 가져와 드릴..."
"괜찮아요."
그녀가 어깨에 걸쳐진 그의 팔에 더 깊이 파고들자 그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 팔을 움직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아마 이곳은 한때는 숭배의 장소였는지도 몰라요. 그도 아니면, 단순히 산을 보기 위함일 수도 있고, 당연한 얘기라면 얘기인 넬드래곤을 보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죠."
"용 말입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를 날아가거든요. 매일 밤에요."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볼 거예요."
아, 그런 거였군.
"그리고 아마도...정말로 상상 뿐이지만, 하늘의 민족이 우리를 떠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말했다.
"예?"
"좀 우스운 생각이지만...우리가 하늘의 민족이라면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녀는 한참 조용히 있었다. "얼마 전에 꿈을 꾸었어요. 그 내용은..." 그녀는 그를 보지 않고 목을 골랐다. "저와 당신의 꿈이었어요. 구름 위에서 새를 타고 나는 꿈이요."
"뭐, 어머니께서 제가 무슨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고 하시긴 하셨는데..."
젤다는 조용히 웃으며 몸을 떨었다. 마침내 진정하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네, 딱 당신 같네요. 몽상가 링크라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그래서, 공주님은...제가 이해한 게 맞다면, 저희 역사를 전부 부정하는 그 이론을 최근에 꾼 꿈을 근거로 두는 겁니까?"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당연히 아니죠. 가능성을 보여주는 몇몇 민담과 같은 증거들이 있어요. 그 모티브들도 어디선가는 와야 하고, 하이랄 곳곳에는 신기한 지역들도 여럿 있죠. 이 이론을 제가 처음 만든 것도 아니에요. 이 이론을 주장한 유명 학자들 여러 명도 있어요."
"그러면 그 꿈이 이를 확증합니까?"
"아뇨, 그게..." 그녀는 머뭇거렸다. "좋은 꿈이라서요. 최근에 나쁜 꿈만 꾸었거든요."
링크는 인상을 쓰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예를 들어서요?"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예를 들어..." 그녀는 고개를 들며 머뭇거렸다. 얼마 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몸을 굳혔다. "저기요! 저기 오네요!"
링크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고 라넬 지방의 수호룡인 넬드래곤의 길고 구불거리는 몸을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피부는 창백한 푸르스름한 빛으로 빛이 났고 머리에 마치 갈기처럼 솟은 가시와 등을 따라 나 있는 여러 가시들은 시퍼런 색이었다. 그것은 마치 헤엄을 치듯이 발톱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허공을 서서히 날았다.
용은 라넬산의 정상을 한번 돌다가 천천히 몸을 풀고 계곡과 이제는 라넬 로드라고 불리는 곳으로 서서히 나아갔다.
"아름다워요..." 젤다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속삭였다.
둘은 넬드래곤이 다가오면서 머리 위로 계곡을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링크는 뒤를 돌아보았고 우르보사가 길 아래를 더 보기 위해서 나아간 것을 보았다. 미파와 다르케르도 일어났는데 우르보사가 둘을 깨운 것 같았다. 그는 그와 젤다가 이렇게 있는 모습을 다른 동료들에게 보여도 되는지 은근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는 곧 오늘 밤 그들이 뭘 볼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넬드래곤은 천천히 그들 위의 하늘을 가로질러서 강한 바람을 일으켜 계곡 안으로 불어넣었다. 젤다는 떨었고 링크는 선뜻 그녀를 끌어들여서 어깨를 잡았다.
용은 속도를 바꾸지 않고 여기에 있는 이유도 주지 않은 채 계곡을 계속 내려갔다. 그 길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길을 나아갔고 마침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젤다는 바람이 다 진 후에도 그에서 떨어지지도 않았고 그도 그의 손을 풀지 않았다.
"무서워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압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세요. 다음 순간에는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그 이후 몇 초간 조용히 있다가 머리를 옆으로 기울어서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의 모든 정신은 이것이 부적절하다고 외치고 있었고, 그의 의무와 지위에 대한 모든 의식도 당장 멀어지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를 더욱 끌어들여서 그녀의 작고 따뜻한 몸이 그에게 닿아 있는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곧 그는 그의 볼을 그녀의 머리에 대었다. 둘은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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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구름이 마침내 흩어지고 비가 오는 다음날에 링크는 두꺼운 리토족 망토를 두른 채로 스피릿을 타고 다시 나아갔다. 그는 100년 전 그들 다섯이 같이 잤던 그 우묵한 공간 안에서 잤다.
전날 밤에 넬드래곤이 그의 기억의 모습 그대로 날아갔고 링크는 그것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의 팔 아래에 젤다가 있던 그 느낌을 기억했다. 그 느낌을 다시 받기를 간절히 바랐다. 기억을 더 볼수록 그녀가 그의 곁에 있음을 바라는 갈망이 더욱 강해졌다. 처음부터, 그의 잠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그를 깨우는 그 순간부터 그렇게 느꼈으나 날이 갈수록 그런 소원이 강해졌다.
곧 있으면...
그는 속으로 맹세했다.
그의 우선순위는 여럿이었다. 그의 여정과 그의 존재 이유는 하이랄을 구원하는 것이었다. 한 여인보다도 훨씬 컸다. 그런데 가논을 무찌르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그가 구원한 수천 명의 사람들도, 심지어 왕국의 재건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젤다가 초원에 서서 그에게 미소를 짓는 모습만 상상이 되었다.
그래서 더 나아간 것이다.
그는 젤다가 그의 말에 대답하는 것을 아직은 듣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붉은 달 이후에는 한번도 듣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다치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의 말에 대답하려고 애를 쓸 때에 그녀의 목소리 속에 담긴 괴로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2주, 그녀는 아직 2주는 더 버틸 수 있어.
스피릿은 다시 경사가 지는 돌다리를 발굽 소리를 내면서 나아갔다. 다리는 굉장히 길어서 끝까지 가는데 여러 시간이나 걸렸다. 마침내 그들은 반대쪽에 서 있는 아치와 비슷한 아치 아래를 건넜고 라넬산과 마드로나산 사이에 있는 커다란 계곡으로 나아갔다.
이곳의 공기는 여름의 온기에도 불구하고 시원했고 계곡에는 두껍고 푸른 잔디와 과실이 열려 있는 여러 나무가 있었다. 비는 부슬거리며 내려서 가는 실의 형태로 나뭇잎에서 떨어졌다. 계곡 건너편에는 라넬산이 솟아 있었고 그 정상은 두꺼운 구름 뒤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계곡을 가로질렀고 가는 동안 여러 산짐승들을 지나쳤다. 이곳에는 사슴이 많았고 토끼와 여우, 그리고 멧돼지 몇 마리도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는 편해 보였고 그가 그들의 영토에 들어와도 그의 생각과는 달리 많이 도망치지 않았다.
계곡의 평화는 그가 멀리 있는 라이넬을 보자 거의 깨어질 뻔했다. 라이넬은 키가 크고 당당히 서 있으면서 희고 검은 털에 덮여 있었다. 그의 처음 본능은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라이넬은 그를 공격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도 녀석의 등에 무기가 없는 것을 보았다. 그저 그를 유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마침내 그것에게 자신의 등을 보인다는 것에 대해 불안함을 몇 번 삼킨 뒤에 링크는 계속 나아갔다. 그는 몇 킬로미터를 나아간 뒤에 라이넬이 그를 따라오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가 보았지만 녀석은 따라오지 않았다. 계곡의 과일을 따먹으면서 평화롭게 사는 것 같았기에 그는 이를 방해할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는 계곡의 반대쪽, 땅이 경사가 지면서 잔디가 돌이 되고 더 높은 곳에서는 눈이 되는 그 지점까지 나아갔다.
여기서 그는 스피릿에서 내렸고 말의 목을 어루만지면서 안장을 풀었다. 스피릿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여기는 식량과 물이 충분히 있었고 라이넬은 이미 여러 시간 전에 뒤로 한 이후였다. 그리고 라이넬이 따라왔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는 동물들과 잘 어우러지면서 사는 것 같아서 스피릿을 공격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이틀 안에 올게." 링크가 스피릿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는 그의 가방과 장비를 챙겼고 부슬비가 계속 오는 동안 망토를 단단히 두르면서 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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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리발은 머리 위를 날아가면서 그들이 계곡을 다 지나가자마자 그들 앞에 내려앉았다. 링크는 리발을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젤다는 그의 팔에 진정하라고 손을 얹고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따뜻하게 맞이했다.
"리발, 도착해서 다행이군요." 젤다가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리발은 날개를 흔들고 부리가 눈이 덮인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깊이 숙였다. "당연하지! 절대로 이걸 놓칠 리가 없지." 그의 목소리는 최대한 억제하고 있었으나 링크는 그의 말에 약간의 경멸이 섞였다고 생각했다.
"잘 맞춰서 오셨어요. 그리고 다행이네요. 날아서 오는 게 꽤 힘들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거든요."
그 지적은 굉장히 미묘했고 링크는 젤다의 가볍고 술술 말하는 말투 때문에 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할 뻔했다. 다르케르와 미파가 알아들었는지는 몰랐지만 우르보사가 고개를 젖히고 껄껄 웃는 것을 보아 그녀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리발은 깃을 조금 세우고 반박하려 부리를 벌렸지만 신기하게도 그러지 않기로 한 것 같았다. 그는 젤다에게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가 영걸들에게로 다가갔다.
"조용히 하라고." 그가 링크에게 약간 들릴 정도로 우르보사에게 투덜거렸다.
"허, 참 신기하네요." 링크가 젤다에게 다가가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씩 웃었다. "왕궁에 있다 보면 절로 익히게 되죠. 지적을 잘 숨기는 것도 그 중에 하나에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곧 당신도 이걸 배워야죠."
그의 심장이 뛰었다. "왜 그렇죠?"
그녀는 눈썹을 치켜뜨며 그를 보았다. "왜냐뇨? 설마 마스터 소드에 선택 받은 용사가 소규모 귀족으로 계속 남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녀는 고개를 젓고 스톰의 고삐를 쥔 채로 이끌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안 그러겠죠. 분명 당신과 당신 가문은 이 일이 다 끝나고 나서는 지위가 상승할 거예요."
이에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과거에는 생각을 했었고 상상도 했었으며 스스로를 질책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을 듣자 그의 마음이 더 빠르게 뛰었다. 그와 젤다가 동일한 지위까지 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가까워질 것이었다. 그렇게 가까워진다면...
그녀는 그를 신기하다는 듯 보았다. "거기 계속 서 계실 건가요?"
그는 그의 생각을 떨쳐버리면서 에포나를 끌면서 그녀의 옆까지 나아갔다. 그는 그녀를 흘긋 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있었다.
지혜의 샘에 가까워진 것 치고는 젤다는 신기하게 오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늘은 조용히 고찰을 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일찍 일어나서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를 맞이했었다. 이 계절에 눈을 일찍 보게 되는 것에 신이 나 있었고 다르케르가 보지 않는 그 순간 그에게 눈덩이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산의 발치에 다가가자 그녀의 안에 불안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미소가 줄어들었고 링크는 그녀가 계속 정상을 흘긋흘긋 보는 것을 보았다.
"그게..." 그는 그날 저녁에 야영할 지점에 다가올 때 말을 꺼냈다. 그들은 이제 말을 타고 있었고 각자의 말은 차분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르보사는 젤다의 옆에 있었고 미파와 다르케르는 걸었다. 리발은 늘 그렇듯 거만한 태도로 먼저 날아가서 야영할 지점에서 그들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를 의문이 들어서 돌아보았다. "그게 뭐요?"
"링크 경이라니 어느 정도 어울릴 것 같기도 하네요."
그녀는 그가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것에 영문을 몰라 인상을 썼다. "무슨 말인데요?"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 말은, 이 일이 다 끝나고 저희 가문의 지위가 더 상승한 뒤 말이에요. 그때는 전 링크 씨를 넘어서서 링크 경이 되는 거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당신은 이미 당신의 가문에서 행정을 맡고 있잖아요."
링크는 코웃음을 쳤다. "글쎄요, 그 늙은 메벨 보고 저를 링크 경이라고 부르라고 하면 밀대로 절 두들겨 팰걸요."
젤다는 미소를 지었고 눈빛에는 장난스러운 빛이 서렸다. "그게 누구 잘못인데요?"
그는 손을 내저었다. "아마 할아버지겠죠. 저희 가문 중에서 최초로 기사 작위를 받으셨으니까요. 어쨌거나, 무슨 지위 정도가 내려질까요? 남작인가, 백작인가...설마 공작은 아니겠죠?" 그가 말하는 동안 그는 말에 격식을 더 섞으면서 그녀의 말투를 조금 따라했다.
"그 지위로 뭘 하려고요?"
"저..." 그는 머뭇거리며 그녀의 눈을 보았다.
저와 결혼해 달라고 청할 것 같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상위 귀족이 무도회에서 지적이나 주고받지 않는 동안에는 뭘 할까요? 제가 영주나 다름없으니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전혀 모릅니다."
"분명 중요한 일이겠죠."
"그럼 잘 이루겠군요. 어떤 무리 사이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니까요."
"정말로 어떤 무리죠."
링크는 그녀를 보고 씩 웃었다. "그 무리는 보통은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하죠. 사람들이 절 자세히 알게 되면서 제가 얼마나 교양 없는..." 그는 멈추었고 젤다는 그를 기대하듯이 보았다. "뭐가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촌뜨기요?"
"촌뜨기? 촌뜨기라고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 건가요?"
젤다는 어깨를 으쓱였다. "하루 대부분 당신에게서 말 냄새가 나긴 하죠."
"어...그렇기는 하죠?" 그는 고개를 숙이고 에포나의 목을 매만졌다.
"그건 괜찮아요." 그녀는 턱을 들어서 등 뒤의 머리칼이 빛나게 하면서 말했다. "말 냄새는 이제 저도 괜찮아요. 조금도 싫지 않아요."
"어...아, 그렇죠. 그건 다행이네요..." 링크는 그런 말을 얼마나 많이 바라고 있었는지 최대한 숨기려 했다. "그런데 다른 귀족들은 제...어,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그를 다시 보았다. "그러면 저에게만 좋은 인상을 주기만 하면 되니 다행이네요."
링크는 얼굴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고 대답을 어떻게든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머리가 복잡해졌다. 젤다는 다행히 그럴 필요를 막았다.
"아, 리발이 저기 있네요. 저기서 야영할 건가봐요." 그녀가 가리키면서 말했다.
"다행이네." 우르보사가 젤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링크는 그녀가 그들에게 가까이 온 것을 몰랐었다. "조금이라도 더 너희 둘이 서로에게 시시덕거리는 거를 더 들었다면..."
"우르보사!" 젤다의 평온한 표정이 바로 깨어지면서 쏘아붙였다. "그게 아니라..."
우르보사는 껄껄 웃고 말을 몰아 그들을 지나쳐 리발이 이미 천막을 세우고 불을 피운 자리로 나아갔다.
젤다는 말을 세우고 우르보사의 등을 노려보았다. 링크도 섰고 다르케르와 미파는 그들 옆으로 지나갔다. 다르케르는 그를 미묘한 눈빛으로 보았으나 미파는 그들을 보려 하지 않으면서 빨리 지나갔다.
"우르보사는 좀...괜히 많이 놀리기를 좋아하죠." 젤다는 볼이 여전히 빨개진 채로 말했다.
"전 몰랐습니다." 링크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녀는 그를 돌아보고 입을 열었으나 말을 하지 않기로 한 듯 다시 다물었다. 그는 그녀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깊이 숨을 들이쉬는 것을 보았다. "뭐, 어서 가요. 추워서 불가에 가고 싶네요. 그리고 배도 고프고요."
"예, 전하."
그녀는 그를 째려보다가 말을 계속 몰아 나아갔다. 링크도 그러했고 둘은 계속 나아가 나머지와 같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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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에 구름이 하늘을 더 덮었지만 링크가 등산을 시작할 때에 비는 오지 않았다. 그는 리토족의 장화와 바지를 입었으나 일단은 영걸의 옷을 입었다. 더 높이 올라가면서 추워지면 그때 리토의 옷을 걸칠 것이었다.
그가 출발하자 그는 100년 전에 젤다와 이렇게 올랐다는 것을 조금 기억했다. 그날 아침에는 다른 영걸들이 이번에는 성공하리라고, 다음에 젤다를 만나면 힘이 깨어 있을 것이라고 격려한 것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작별했다.
젤다는 이를 믿지 않았지만 억지로 강인한 표정을 지었었다.
그리고 둘은 정상까지 가는 오래된 돌 길을 따라 올라가며 등산을 시작했다. 라넬산은 헤브라 산맥의 몇몇 봉우리처럼 크지도 않았고 데스마운틴만큼 높지도 않았기에 해가 지기 전에 정상에 도착했다.
링크가 이 날에 산을 오르는 동안에 그는 그의 여정의 고독을 다시금 느꼈다. 그는 다시 젤다에게 말을 걸어보았으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녀가 걱정되었지만 아직 가논이 풀려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아직 가논을 묶어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마 다시 저항을 시작해서 그녀의 모든 힘을 그 자리에 필요로 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기를 바라면서 계속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가 최근에 깨우고 있는 기억들을 말하면서 더 많이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람들 사이, 특히 하테노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거의 살아있는 전설 취급을 받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고도 말하고, 산의 추운 바람에 대해서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산이 정상 근처에서 완만해지는 곳에 도착했고 그의 바로 앞에는 지혜의 샘이 보였다.
얼음과 같은 수정으로 된 거대한 기둥들이 샘을 둘러싸면서 그 배경도 이루고 있었다. 바로 뒤의 산의 봉우리는 눈으로 가볍게 덮여 있었다. 샘에는 지붕도, 벽도 없었으며 물웅덩이가 양 옆에 있는 돌길만 있을 뿐이었다. 물 위로 더 작은 돌기둥도 나와 있었지만 오래되어 닳아 있었다.
한때 네 기둥이 서 있었던 단상으로 올라가는 작은 계단이 있었지만 이미 기둥은 오래 전에 부서져 단상 앞 물웅덩이로 떨어져 있었다. 올라간 단상의 양 옆에는 작은 폭포가 있었다. 가운데에 여신상이 있는 작은 웅덩이도 그 단상 위에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는 물이 얕았고 그 수면 아래에서 물 위로 올라온 조각상으로 향하는 또 다른 돌길도 있었다. 링크는 조각상 바로 앞에 무언가가 새겨진 돌이 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표식이었는데, 세 원이 삼각형을 이루면서 각각의 사이에는 초승달의 형상이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알아보았는데 조라의 마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았다.
링크는 단상으로 나아가서 눈에 무릎을 꿇고 하일리아의 상을 올려다보았다. "계십니까?" 그는 그 인자한 미소를 보면서 속삭였다. 그는 대답을 바라지도 않았고 역시 대답도 없었다.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그는 앞으로 몸을 숙여 물에 손가락을 담갔고 100년 전에는 이 물이 얼마나 차가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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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샘에 도착하자 링크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썼기를 바라고 있음을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올라야 했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돌려야 했다. 어떻게든 일탈하도록 해야 했다. 몇 분이라도, 몇 시간이라도, 며칠이라도, 어쩌면 한 생애 그 이상이라도.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는 눈이 많이 덮인 벽돌길을 내려다보는 젤다 옆에 서서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녀의 감정을 생각해 보려 했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그녀는 거의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추위로 빨개진 코와 볼 빼고는 핏기가 없었다.
그녀는 두꺼운 리토의 옷을 입고는 있었으나 그녀의 작은 가방 안에 뭐가 있는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미 그에게 무녀복을 반드시 입겠다고 말한 것이었다. 최소한 두껍게 속에 옷을 입기를 바랐지만 이를 어떻게 강제해야 할지 몰랐다. 둘의 관계는 며칠 간 많이 발전했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아니었다.
한동안 그녀를 보다가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는 흠칫하다가 그를 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여기 있을 겁니다. 혼자 두지 않을 겁니다."
그는 그녀의 얼굴에 일일이 이해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빠르게 많은 감정이 지나치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약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고 다시 풀었다. "불을 피우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저도 이렇게 껴입었는데도 정말 춥군요."
"부탁해요. 그건...좋겠네요. 혹시...제가 시작하기 전에 식사 준비해 주시겠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없었다. 전날의 미소와 열의는 이미 사라졌고 남은 것이라곤 그들이 용이 지나가는 것을 볼 때 그가 끌어들인 작은 모습이 전부였다. 이 모습이 그는 정말 싫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가 말했다. "오늘 공주님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여드릴 거고 막지 못할 겁니다. 그럼...어, 식기류 좀 꺼내 주시겠습니까? 불을 피울 겁니다. 아까 잡은 꿩을 요리해 드리죠."
그녀는 무릎을 꿇고 가방을 뒤지면서 식기와 식재료를 꺼냈고 그는 눈을 일부 치운 자리에 오는 길에 모은 장작을 내렸다.
그들은 한동안 조용히 자기 일만 했다. 이전 그 이상으로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젤다는 마치 사형을 앞둔 사람같은 얼굴을 했다. 이것은 정말로 마지막 식사같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다른 교묘한 술책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시선을 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와 그녀는 서로의 일을 하면서 그날 밤을 보낼 야영지를 차렸다. 천막은 하나였지만 둘이 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그러한 생각만 하면 마음이 들떴지만, 사실 오늘 밤은 매우 추울 것이라서 서로 가까이서 자는 것이 체온을 보존하는 것에 필수적이었다.
마침내 불이 탁탁 튀면서 주변에 눈이 녹아서 젖은 자리를 말리고, 불 위의 냄비에서 익는 꿩 요리의 향기와 익는 소리가 흘러나오자 젤다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그녀는 불가에 앉아서 장갑을 벗고 손을 녹였다.
"제 손 좀 느껴보세요." 그녀가 몸을 기울여 손등을 링크의 뺨에 대며 말했다.
그는 잇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완전 얼음장입니다! 저 장갑은 종이로라도 만들어진 겁니까?"
"하루 대부분은 손이 꽤 따뜻했어요. 당신은요? 따뜻하세요?"
"문제 없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팔다리 감각이 없어졌습니다."
"그 마을의 리토족 상인에게서 더 따뜻한 옷 좀 사라고 했잖아요." 그녀는 목소리에 약간의 밝은 어투를 섞으면서 말했다.
그는 코웃음을 치고 조리 기구 하나를 든 채로 손을 뻗어서 꿩의 살점을 뒤집었다. 그는 고기에 많은 양념을 칠해 놓았었다. 다른 냄비에는 끓는 물과 쌀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하일리아인 손재주의 망토도 충분히 따뜻합니다."
"아, 그래요. 지금 몇 겹이나 입으셨죠?"
"지금 이 대화에 그게 중요한가 싶은데요. 지금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다 하일리아인이 만든 것이라는 거죠."
젤다는 웃었고 링크의 마음이 떴다. "정말 하일리아인의 옷이 좋은 거예요, 아니면 리발이 있을 때 당신이 리토족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이기 싫어서 그런 거예요?"
"둘 다 조금씩이죠. 후자가 더 강하긴 하지만."
"정말 고질적이네요."
"아뇨, 그가 고질적이죠. 저는 촌뜨기잖아요?"
그녀는 기쁜 숨을 내쉬고 불에서 조금 멀어져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촌뜨기가 아니에요. 아바마마의 왕궁에 있는 남자들 그 이상으로 친절하시고 명예로운데요."
링크는 무슨 재치 있는 말을 하려 입을 열었으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는 가장 끈기가 강해요. 늘 다른 사람들을 돕고, 저를 돕고...만나는 모든 사람마다...희망을 불러주죠." 젤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보아도 당신은 용사의 혼의 환생 그 자체예요. 제 생각 그 이상으로 낫죠. 그리고...당신은 더 나은 공주를 섬길 자격이 되고요."
링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 가까이 끌었다. "저기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그녀는 그를 떨리는 눈으로 보았다. "링크, 가논이 부활하면, 전...제가 할 수 있는 건..."
"젤다, 당신의 힘은 반드시 깨어날 겁니다. 당신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까지...곁에 있을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요?"
"그럼 저와 꽤 오랫동안 있게 되겠죠."
그녀는 입술을 물었고 마치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 그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머릿속에 여러 말이 휘몰아쳤다. 그가 할 수 있을 말, 그가 해야 하는 말, 그가 해야 하는 일 등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고 그녀는 손을 무릎으로 가져갔다.
둘은 조용히 식사를 했다. 링크는 여러 번 대화를 시작하려 시도했으나 이제는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젤다는 이제 자신의 생각 속으로 들어갔고 그는 그녀의 표정에서 그녀의 감정이 서로 부딪히는 것을 뚜렷이 보았다.
식사가 마무리되고 그녀는 마침내 일어서서 무녀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그들의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그러는 동안 링크는 불에 나무를 더 넣어서 불을 키웠다. 몇 분 이내로 불은 커져서 얼마나 뜨거운지 가까이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해도 샘의 엄청난 추위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젤다는 마침내 천막에서 머리를 풀고 무녀복이 종아리까지 오는 모습으로 나왔다. 그녀의 어깨와 팔은 그대로 드러났고 그 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샌들을 신었다는 것도 링크는 놀란 얼굴로 보았다. 무녀복 아래에 다른 옷을 더 입은 것 같지도 않았다.
"젤다, 그 밑에 옷을 더 입어야 합니다. 얼어 죽습니다."
그녀는 차가운 물을 보면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샘이 산 위에 있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시련의 일종일지도요."
링크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 "안됩니다. 당신이 동상을 입는 것이 고작..."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고요!" 젤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볼이 빨개지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이마를 문질렀다. "죄송해요. 조...심은 할게요, 링크. 단상 위에서 기도를 올리죠. 샘 안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되길 바라야죠."
그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너무 추우면, 그러니까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욱신거리거나 따가우면 당장 불가로 와야 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제가 동상이나 그 이상의 징후라도 보면 바로 들쳐 업고 불가로 끌어낼 겁니다."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공주를 그렇게 대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당신은 안전하게 하는 것에 있어서는 적절함이고 뭐고 없습니다."
젤다의 눈은 그의 눈에 한동안 있다가 천천히 숨을 내쉬고 그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가까이 있을거죠?"
"바로 뒤에 있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이 쌓인 단상으로 다가갔고 샌들을 신은 발은 그 위의 눈으로 조금 들어갔다. 그녀는 굳었고 링크는 추위가 그녀에게 몰아치자 그녀가 신음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이를 가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고 그녀 옆을 지나쳐 단상 위로 올라가 땅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단상 위 눈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맨손으로 털어냈다. 마침내 그녀가 눈 위에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 그는 다시 일어서서 그의 외투에 시린 손을 털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단상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그가 가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서서 돌 위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하일리아 여신상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앞으로 손을 뻗어 손가락을 물에 담갔다. 손가락이 얼음장 같은 물에 닿자 그녀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손가락을 물에서 빼어 물의 일부를 이마 위로 흘러내리게 했다. 그녀는 세게 숨을 들이마시고 떨었다.
링크는 이 모든 것을 입술을 문 채로 보았고 그도 고개를 들어서 자애로운 눈빛의 여신상을 보면서 자신만의 기도를 올렸다. 이를 마치고 나서 그는 뒤로 손을 뻗어 마스터 소드를 검집에서 뽑고,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린 뒤에 검의 끝을 차갑고 눈이 덮인 돌에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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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부족했단 말입니까?" 링크가 무릎을 꿇고 상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왜 여기서 힘을 주지 않았습니까? 바로 그 당장에 말입니다. 왜 그런 고통을 겪게 했습니까? 왜 우리 모두가 그런 고통을 겪게 했냔 말입니다."
여신상은 그의 기억 그대로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 차갑고 감정이 없으며 공허했다.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고 부서진 기둥에서 돌 하나로 손을 뻗어 집었다. 이를 여신상에 집어던졌고 돌은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고 얼굴에서 튕겨나갔다. 그런다고 링크의 짜증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가 더 유치하다고 느껴졌다.
한숨을 내쉬며 그는 일어서서 여신상을 등졌다. 그는 야영을 위한 보급을 위해 나섰다. 이미 어두워지고 있어서 식사를 준비하고 온도가 더 낮아지기 전에 불을 피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가 천막을 치는 동안 그는 밖으로 아주 멀리 밖으로 보아서 그 앞에 동쪽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보았다. 라넬산은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서 여기서는 굉장히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배도 보이지 않았고 이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이를 볼수록 그의 여동생이 더욱 생각나 기분은 더욱 암울해졌다. 가논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배의 선장이 되었을 것이었다. 그는 그것은 확신할 수 있었고 그녀가 이 바다를 항해했을 것이라는 것도 확신했다. 그런데 가논은 그녀가 그 기회를 가지기도 전에 죽여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여신이란 자는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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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그녀가 기도를 올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시간 동안 그러고 있었으며 하일리아가 힘을 일깨울 수 있도록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쏟아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그녀는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있었다. 돌 위에 무릎을 꿇고, 아예 엎드리기도 했고, 차가운 물에 있다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는 여러 번 그녀에게 그만하고 불에 몸을 덥히라고 강제하듯 말했었고 그는 이를 정말 싫어했다. 그녀가 그의 주장을 마침내 받아들일 때마다 그녀는 마치 거대한 시련을 실패하기라도 한 듯한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하일리아가 내리는 시련이라면 링크는 차라리 하일리아가 직접 나서서 가논을 처리하라고 할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 젤다는 그저 돌 단상 위에 서 있기만 했다. 눈이 그녀의 발 주변에 모였고 그녀의 머리와 무녀복에 쌓였다. 그녀의 무녀복의 끝자락에 또 살얼음이 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까 그녀를 억지로 불가에 앉혔을 때 옷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가 또 떨고 있는지도 확실히 할 수 없었다. 조금 뒤면 그는 또 그녀를 끌어내어 몸을 덥히게 할 생각이었다.
그는 간혹 그녀의 말을 조금씩 듣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고 이른 밤에 비해서 훨씬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왜입니까? 왜 기도를 안 듣는 겁니까? 링크는 여신상을 노려보며 조용히 따졌다.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그녀는 다 했습니다. 헌신을 보여줬고, 의례, 열정, 인내를 다 보였습니다. 시련이란 시련은 다 거치고 믿음마저 흔들리지 않았단 말입니다. 지금 이게 그녀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는 겁니까? 그는 등에 있는 마스터 소드의 낯익은 무게를 느꼈고 그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왜 저를 정한 겁니까? 그녀에게 힘을 주지도 않을 거면 왜 제가 마스터 소드를 뽑게 한 겁니까?
그는 눈을 꽉 감으면서 그가 느낀 분노를 억제하려 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지지가 필요했지 그의 분개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는 천이 쓸리는 소리를 듣고 가벼운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그녀가 쓰러지지는 않았나 해서 눈을 빨리 떴지만 아니었다. 젤다가 돌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채였고 어깨도 떨리고 있었다.
"제발 이번엔 빈손으로 보내지 말아주세요." 그녀가 주먹을 양 옆으로 꽉 쥔 채로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 뭘 더 하냐고요? 저...전 하이랄 곳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여신님을 위해 제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요. 뭘 더 바라시냐고요?"
아, 젤다...
"결국 그걸 원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더 커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제 어린 시절도 다 버렸어요. 열정도 버렸다고요. 제가 사랑하는 이도 버리라는 건가요? 저의 저다움을 다 버리라는 건가요? 그...그것 말고는..."
산은 떨리기 시작했고 젤다는 숨을 들이쉬었다. 링크는 곧바로 앞으로 달려가 그녀 옆에 쭈그려 앉고 주변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밤의 침묵은 굉장히 거대한 울음소리로 뒤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고 그녀를 그의 뒤로 밀며 그 소리의 진원을 찾아 돌아보았다.
그리고 얼음이 덮인 라넬산의 정상에서 넬드래곤이 몸을 풀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젤다는 링크 뒤에서 놀란 듯한 조용한 숨소리를 냈고 그는 용이 산에서 몸을 푸는 것을 보면서 몸을 굳혔다. 그것은 꼬리가 산봉우리에서 마침내 떨어질 때까지 날아올랐고 그들 위로 조용히 맴돌았다.
"안전합니까?" 그가 어깨 너머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잘 모르겠어요."
"천막으로 갑니다."
다만 둘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오색의 용을 유심히 보았다. 넬드래곤은 천천히 내려와서 그들의 머리와 가까운 지점에서 다시 봉우리를 맴돌았다. 바람이 거세지고 링크는 흠칫했다. 옷을 두둑하게 입은 그에게도 바람은 살을 에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젤다에게는 훨씬 괴로웠을 것이었다.
용은 그들을 공격하지도 않았고 그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용은 한번 더 울부짖었다. 그 목소리에는 거슬리다는 투가 없었다. 거의 선언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용은 이 산의 주인이었다. 그러고 그것은 몸을 풀고 다른 여러 밤에도 그러했듯이 라넬 로드를 따라 내려갔다.
주변은 곧바로 조용해졌고 이를 깨는 소리는 불이 튀는 소리와 젤다의 조용한 울음소리였다.
그가 빨리 몸을 돌리자 젤다가 무릎에 팔을 두르고 몸은 거친 울음소리로 떨리는 채로 땅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젤...젤다." 그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얼마 뒤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여 그의 팔로 그녀의 웅크린 몸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그렇게 얼마간 있다가 마침내 그에게 몸을 기울이고 그녀의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더욱 강하고 거세게 나왔고 그는 최대한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꽤 차가웠다. 무녀복은 눈에 푹 젖어 있었고 어깨와 팔의 피부도 꽤 차가웠다. 그녀가 다른 것이라도 입으라고, 무녀복 아래에 뭐라도 더 입으라고 강하게 나왔어야 했다. 이 모든 행동은 광기를 넘어 거의 자살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의 얼굴은 더욱 굳어지고 몸을 움직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그녀를 그의 팔로 들쳐 업고 그를 그의 가슴에 꽉 끌어안았다. 그녀는 놀란 숨을 들이쉬고 그를 올려다보면서 놀라서 볼에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나 있는 얼굴로 그를 보았고 그는 계단을 내려가 단상에서 내려와서 불가로 다가갔다.
그는 그녀를 마른 땅에 앉히고 걸어가서 그녀가 가지고 온 두꺼운 리토의 외투를 꺼냈다. 그는 그녀 옆에 앉아서 외투를 그들 모두에게 두르고 그의 팔로 그녀를 안고 그에게 더욱 강하게 끌어당겼다.
"링크, 저..."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하다가는 저체온증 걸립니다."
젤다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마침내 그 굳은 표정이 깨어지고 다시 울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온몸이 떨렸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돌렸고 그는 그녀를 망토와 팔 모두로 그녀를 끌어안아 그의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자..." 그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괜찮습니다. 다...괜찮을 겁니다."
"아뇨..." 그녀는 목이 쉰 채로 울먹이며 말했다. "아뇨! 할 수 있는 것은 다...다...이제 뭘 하라는 거죠? 저나 사제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는데...여신님은 아직도 제가 자격이 없다고 한다고요! 여섯 시간이나 기도를 올렸는데...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거칠어졌고 그녀는 눈을 꽉 감고 그에게 더 가까이 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요...!"
"압니다." 그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저 그녀를 더 꽉 끌어안고 그의 입술을 머리에 대었다.
"그리고...곧...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옷에 묻혀 있었다. "그런 악몽이 들고, 그런 불안한 기운이 들고...링크...가논이 깨어났을 때 봉인하지 못하면..."
"방법을 찾을 겁니다." 그가 얼굴을 뒤로 빼어 그녀를 보았다. "반드시요, 젤다."
"모두가 죽을 텐데...그러면 제 잘못이죠...제가...할 수가..." 그녀는 다시 목에 울음이 걸렸고 그의 옷을 꽉 붙잡으며 몸을 떨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저희가 어떻게든 이긴다고 하더라도...당신은...새 지위와 영지가 주어지겠죠. 여기를 떠나서, 그 영지를 관할하면서, 그리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링크 당신이 절 떠날 거잖아요! 당신이 이 지위를 받은 이유는 이 여정과 가논의 부활의 상황에서 저를 지키기 위함이 전부라고요. 그 이유가 없으면 당신은..."
"젤다, 전 절대 가지 않습니다." 지위고 뭐고 상관없었다. 그는 그녀의 턱에 손을 대어 그녀가 그를 보도록 고개를 들었다. "곁에 있겠습니다. 당신이 질릴 때까지 말입니다."
그녀의 충혈된 눈이 더 커졌다. "그건...링크, 당신에게는 합당하지 않아요. 당신의 삶을 살아야죠. 이게 당신이 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요.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자연을 만끽하고, 별 아래에서 잠이 들고...당신이 좋아하는 삶을 살아야죠."
"이게 제가 좋아하는 삶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이는 수준으로 되었다. 그의 손을 옮겨 눈물로 젖은 그녀의 뺨에 대었다. "여기가 제가 있기를 바라는 곳입니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면서 그녀의 눈이 그의 두 눈으로 돌아다녔다.
"젤다, 당신...당신은...당신이 되어야 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그의 입술은 이제 스스로 움직이면서 그의 말을 그대로 말하고 있었다. 이를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었다.
"제가 가장 소중히 하는 것은 당신의 신앙이 아닙니다. 의지도 아닙니다. 인내도, 그 기도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도 아닙니다. 바로...당신의 지성, 재치, 그리고 호기심입니다. 제가 나무를 보면 전 그냥 나무만 볼 뿐입니다. 당신이 그 나무를 보면 당신은...그 나무의 생애를 봅니다. 그 누구보다도 더 깊이 바라봅니다.
"당신은 늘 수수께끼를 풀고 있거나 새 이론을 내세우고 있죠. 그리고 제가 이에 맞먹을 수 없지만, 당신이 그것을 멈추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그게 당신이고, 그게 마땅한 당신의 모습이니까요. 그것을 모르는 자는 바보입니다." 그 중에 그녀의 아버지가 있다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하일리아 여신이 이를 보지 모른다면, 최악의 바보나 마찬가지입니다."
"링크..."
"젤다, 이 세상이 당신이 당신인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상이라면...그 세상은 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의 숨이 막히면서 그녀는 움직여서 높이 몸을 들어서 앉았다. 그녀는 그의 무릎에 있었고 그녀의 얼굴이 그와 같은 높이였다. 그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뺨에 있었다. 손을 치워야 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눈물을 엄지로 가볍게 지웠다.
"얼마 전, 당신은 제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죠." 그는 그녀의 깊고 푸른 눈을 보면서 말했다. 그 눈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었으며 이미 그러고 있었다. "당시에 전...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당신은...제가 그동안 만난 이들과는 꽤 달랐습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링크..." 그녀는 그의 손에 더 얼굴을 기대었다.
그녀는 꽤 가까웠다. 그의 얼굴, 그의 입술에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의 몸에 가까이 붙은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온기도 느껴졌다. 그의 몸 속에서의 열기도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할지 아시겠습니까?" 그가 조용히 말했다.
"저..."
이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수천 개의 경고가 그의 머리 속에 번쩍였다. 지위, 의무...이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제는 사랑한다고 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가 움직였는지 몰랐다. 그였는지도 몰랐지만 그녀였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의 입술이 서로 닿았다. 처음에는 망설이듯, 그러나 곧 강하게. 그의 손은 그녀의 뺨에서 떨어지고 팔로 그녀의 몸을 감싸 그녀를 가까이 끌면서, 그녀를, 그가 깊이 사랑하게 된 그 여인에게, 키스하였다. 그녀도 그러고 있었다. 그녀가 살아온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게, 정말 열정적으로 키스하였다. 경험이 없는 그가 할 말은 아니기는 했다.
그 짧은, 빛나는 순간에, 모든 것은 완벽했다.
그러다가 끝나버렸다.
젤다는 뒤로 물러나며 눈을 꽉 감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는데 이는 그녀가 말하기 두려워한 것을 말하려 할 때면 늘 하던 버릇이었다. 그의 속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젤..."
"아뇨, 저...희...는 안될 거예요."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떨면서 그녀의 이마를 그의 어깨에 대었다. 그녀는 마치 놓치기를 두려워하는 듯 그의 옷을 꽉 잡았다.
그러자 크게 철렁하는 생각과 함께 링크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나 겁이 났다. 의무감이 그에게 다시 외치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불안해 하는 때를 악용한 바람에 다 망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저...죄송합니다. 생각을 잘못했다면..."
"아뇨."
젤다는 고개를 빨리 들었다. 그녀는 눈물이 새로 고이면서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저..."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밤의 어둠에 가려져 있는 하일리아의 상을 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그의 옷을 놓았다.
"죄송해요."
그는 그녀가 그를 보지 않는 채로 그의 무릎에서 일어났을 때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서 천막 안으로 들어가고 천을 뒤에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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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이제는 이길 수가 없었다.
성에 간 날과 같이 그의 감정이 도무지 통제되지 않았다. 그 가운데에는 젤다가 있었다. 그녀가 거절하자 칼에 꿰뚫리는 것 같았다. 몸 전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젤다가 텐트에서 우는 동안 그저 불가에 잠자코 있지는 않았다.
이제 그는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더 잘 이해가 되었다. 그녀의 감정을 잘못 짚은 것도, 잘못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날 그와 비슷하게 절실했던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거절이 절대로 지위에서 온 것이 아니었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농담으로도 그녀의 지위를 언급해도 싫어한 그의 공주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전날에 그녀는 그가 그녀와 어울리도록 지위를 새로 받는 것에 대한 말을 나누었었다. 그 새로운 지위란 것도 둘의 관계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위였다.
그렇다면 그 망설임의 원인은 하나 뿐이었다.
링크의 마음 속에 새로운 열기가 터져 나왔다. 갈망도, 사랑도, 열정도 아니었다. 분노, 증오, 격노 그 자체였다. 그의 기억들, 젤다와의 기억, 가족과의 기억, 그의 친구와의 기억들은 이를 더 부채질했다. .
"망할!" 그는 벌떡 일어서서 하일리아의 조각상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 때문이야! 힘을 진작에 깨웠더라면, 이 일은 없었을 거야! 저 성에서 저...저 마수하고 지난 100년간 같이 있을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얼음장같은 물에 서 있었지만 그는 이를 알지 못했다. 그의 손에는 마스터 소드가 쥐어져 있었다.
"당신이 다 망쳤어. 다 부숴버렸다고. 우리를 지켜주는 것 아니었냐고! 당신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었어! 미파, 다르케르, 우르보사, 리발...당신 때문에 다 죽었어! 아버지...여동생..." 그 말에 목이 메였다. "아릴이...살았을 거라고. 그저 당신이...그저..."
그의 팔이 떨렸고 그는 검을 조각상에 내리치려고 머리 위로 팔을 들었다. 여신이 만든 검과 여신 중에서 무엇이 먼저 박살이 날지 머리 속으로 세어 보면서...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머리 속에서, 검의 목소리가 이는 옳지 않다고, 그녀가 바란 것은 이것이 아니라고 속삭였다. 그는 마스터 소드가 아래의 물로 떨어지도록 그저 두고 무릎을 꿇었다. 앞날이 창창했을 수도 있었던 그 목숨들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살려내...살려 내라고..."
그가 얼음장 같은 물에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상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는 고개를 조심스레 들었는데 머리 위에서 구름이 조금 흩어졌고 달빛이 하일리아의 여신상을 비출 정도만 들어오고 있었다.
조각상은 오색 빛깔로 빛을 받아 반짝였다. 푸른색, 녹색, 붉은색, 주황색 등등으로 마치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서 온 것 같았다.
그는 이제 무지개를 받은 그 자애로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얼굴은 그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생각 속에서 여러 그림들이 나타났다. 사람들, 위치, 사건, 소리, 냄새, 질감, 맛, 희망, 꿈, 후회, 고뇌, 사랑까지, 한 인생을 만든 모든 것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링크는 모두 기억했다. 모든 것이 기억났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Zonai = 조나우
Chapter 60: 57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100년 전
라넬산을 내려오는 동안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링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젤다 역시 입을 열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녀복 차림이었다. 그렇다 해도 두꺼운 리토의 외투를 입은 채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두건을 올렸고 털장화도 신고 있었다. 그 외에도 바지도 아래에 입고 있는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그는 처음에는 그녀가 아침에 다시 기도를 올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녀는 그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천막을 정리하고, 불을 끄고, 재를 흩었다. 그리고 나서 둘은 돌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고 그녀도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산의 아래에 올 때까지 아무 말도 흐르지 않았다. 작은 둔덕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과 그들 사이를 막고 있었다.
젤다는 걸음을 멈추었고 그도 그러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깍지 끼면서 입술을 물었다. "링크, 저...말해드릴 것이 있어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서서 기다리기만 했다.
그녀는 그를 한번 보고 고개를 숙이면서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억지로 손을 풀었다. "성에 돌아가면, 저...아바마마께 이제는 신수를 점검하러 가지 않을 거라 할 생각이에요. 갈 일도 사라지고, 각 샘도 다 돌았으니 이젠...여행할 필요도 없겠죠.
"그러니, 아마 아바마마까서 당신을...지위와 업적에 걸맞는 새로운 자리로...다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아바마마가 늘 그랬듯이 제 말을 들을지는 모르지만 이제는...제 이유를 합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섰다. 크게 잘못 짚은 것 같았다. 전날 밤의 터무니없는 고백 하나만으로 공든 탑을 무너뜨려버린 것 같았다.
"제 말은..." 그녀는 그를 보았고 그 얼굴에 괴로움을 읽었다. "그러니까...당신이 곁에 있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좋아요. 하지만 이제 제가 성에 내내 있을 거라면, 당신은 다른 일을 해야죠. 수련하고, 준비하면서, 뭐라도 해야죠. 제 방문 앞에 우두커니 서서 복도만 바라보는 것 말고요."
마치 발 밑에 무슨 구멍이 열려 그를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는 제 봉인의 힘을 깨우치는 데에 집중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자지도 않고 기도해야죠."
확실했다. 다 무너뜨려 버렸다. 그녀도, 자기 자신도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같이 행복할 수 있을 기회까지 다 날려버렸다. 그 때에는 그냥 침묵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았다. 늘 지도받은 것처럼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았다.
"저...링크? 대답해...주시겠어요?"
그는 그녀를 보고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공주님이 원하시는 바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녀는 마치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링크 안의 어둡고 비틀린 무언가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앙갚음했다는 통쾌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 감정을 밀어냈다. 이는 그녀가 아니라 그의 잘못이었다. 결국 그가 이런 피할 수 없는 파국으로 끌고 와 버린 것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죄송합니다. 그게...아무래도 몇몇...경계는 다시 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날 있던 일 이후로 말입니다."
그는 아직도 그녀의 입술이 그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몸을 떨면서 그에게 붙은 것도 생각이 났다. 그가 오판했던 것이었는지, 그의 환상 속에만 있던 일이고, 그녀가 그를 좋아했다는 것도 거짓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건 전날 밤과는 무관해요." 그녀는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당신이 한...말한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공주님의 필사적인 감정을 악용했습니다. 이기적이었고 이를 인정합니다. 다시는...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아...아뇨, 아니에요. 전 절대로 그렇게..."
"젤다 공주님." 그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저는 기사입니다. 아마 나중에는 더 큰 무언가가 되겠죠.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일개 기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공주님이시죠. 제가 말한 것은...부적합합니다."
"링크, 당신은 일개 기사에 불과하지 않아요. 저에겐 그 이상이라고요..." 그녀는 앞으로 나서서 그에게 손을 뻗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멈추었다. "그래서 성공해야 해요. 늦기 전에 봉인의 힘을 깨워야 한다고요."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공주에 말대답을 하는 것은 기사로서 부적합했다. 그래서 침묵을 지켰고 그녀는 아래를 보고 길을 계속 걸어내려갔다.
그는 그녀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둘은 같이 언덕을 올랐고 그들이 영걸들과 같이 있었던 야영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머리 위로 기지개를 켜고 있던 다르케르를 가장 먼저 보았다. 그리고 우르보사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미파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는 나뭇가지를 쏘면서 궁술을 연습하고 있는 리발도 보였다.
우르보사는 그들을 보고 몸을 세웠다. 다른 이들도 이를 따라했고 링크와 젤다가 돌길을 내려가서 야영지로 도착하는 것을 조용히 보았다.
"그래, 어떻게 됐어?" 다르케르가 기대하듯 물었다. "조바심 일으키지 말고. 신의 산에서의 수행은?"
링크는 우르보사와 미파의 표정만 보아도 그들이 젤다의 대답을 짐작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젤다는 그 누구의 눈을 보지 못했고 계속 아래만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고, 아니라는 듯한 조용한 소리만 내었다.
다르케르의 얼굴은 낙담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리발은 인상을 찡그리고 앞으로 나서서 링크가 그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신기하게도 꽤 안타깝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각성하지 못했군…봉인의 힘."
"죄송합니다…" 젤다가 말했다.
한동안 침묵만이 있었다. 그러다가 우르보사가 앞으로 나서서 젤다의 어깨를 꽉 쥐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말자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서 젤다의 눈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 공주님. 최선을 다했잖아? 그래도 안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젤다는 그녀의 눈을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르보사는 그녀가 왜 상처를 입었는지 아는 듯 표정이 더욱 풀어졌다. "그리고 우리 공주님, 이 산에서의 수행이 전부는 아니잖아. 의외의 것을 계기로 봉인의 힘이 눈뜨게 될지도 모르고 말야. 그 의외의 것이 뭔지만...알아봐야지."
링크는 자신도 찢어지는 듯한 쓰라림을 느끼며 젤다를 보았다. 갑작스럽게 보인 사무적 태도와 둘 사이에 경계를 다시 세우자고 한 자신의 말이 벌써부터 냉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시 실수하고 후회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상처를 주지만 말고 그녀를 도울 방법은 정녕 찾지 못하는 것인가 답답했다.
"고마워요, 우르보사…"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저, 공주님..." 미파가 젤다에게 다가가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젤다가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 전까지는 말을 잇지 않았다. "저기…잘 설명하진 못하겠지만…" 그녀는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젤다와 링크를 번갈아보았다.
"이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생각해 봤어요. 제가 치유의 힘을 쓸 때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러니까, 그러는 중에 무엇이 머릿속에 스치는지."
미파는 더욱 불안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가져가면서 손가락을 깍지를 꼈다. "그랬더니, 제가 생각하던 것은...그건..."
땅이 발밑에서 흔들렸다. 진동은 더욱 거세져서 각자가 균형을 잡으려고 팔과 날개를 펴야 할 정도였다. 링크는 손을 뻗어 젤다의 팔을 붙잡아서 그녀를 세움과 동시에 필요하다면 그의 뒤로 그녀를 끌어올 준비를 했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돌아보면서 위협을 찾아보았다.
그때 바로 눈에 들어왔다. 지평선 근처의 땅에서 검붉은 색으로 흔들리는 거대한 구름의 구체가 보였다. 굉장히 먼 거리였고 산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막고 있었지만 그는 그 방향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도 보았고 리발은 갑자기 날개를 펼치며 몸을 숙였다. 상승 기류가 위로 솟구쳤고 그는 좁은 원을 그리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링크는 젤다를 꽉 붙잡으면서 리발이 하늘의 점이 될 때까지 올려다보았다. 하늘 위로 검고 붉은 번개가 번쩍이는 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젤다는 떨었고 다른 이들은 긴장한 채로 조용히 기다렸다. 발 밑의 땅은 계속 흔들렸다.
리발은 다시 날아서 내려오면서 땅으로 내려왔다.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 "녀석이...눈을 떴어...!"
젠장, 왜 하필 지금이야...지금은 아직...!
"확실해요?" 미파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젤다의 다리에서 힘이 풀리는 것 같았지만 링크는 그녀를 잡아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녀는 손을 입에 댄 채로 거세게 떨었다. 그녀의 온 피부에 핏기가 전혀 없었다. "가논...!"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그의 주변에서 세상이 다 어지럽게 도는 것 같았지만 그는 젤다를 꽉 잡으면서 정신을 유지했다. 아까 전의 말들은 다 잊혔다. 이제 남은 것은 그녀였다. 그녀를 안전하게 해야 했다.
다르케르는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시간이 없어. 저놈을 쓰러뜨리려면 있는 힘껏 덤벼야 해! 다들 자기 신수로 가서 재앙을 공격할 준비를!"
다른 이들은 그를 돌아보았다. 다르케르는 더 이상 미소를 지으며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싹싹한 모습을 풍기지 않았다. 한순간에 그는 그의 무리의 지휘관의 모습을 풍겼다. 작은 군대였어도 이를 지휘하는 장군이 되어 있었다.
"우린 링크가 가논과 싸울 때 일제히 공격을 퍼붓는 거다. 이건 일제 사격이여야 해. 그러니 시간이 얼마 없어. 친구, 너는 하이랄 성으로!"
그의 눈에는 무언가가 비쳤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링크가 절대로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는 눈빛이었다. 사실 그들 중 누구도 도착할 수 없었다. 성 주변에 배치한 가디언들이 한동안 가논을 막아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우르보사는 링크의 어깨에 손을 얹어서 그가 그녀를 보도록 했다. "하지만 일단 공주님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 카카리코 마을이라도..."
"아뇨!" 젤다의 목소리는 확고하게 나왔다. 그녀는 링크의 손에서 빠져나와 앞으로 나서서 하늘 위의 먹구름을 보았다. "전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아무 도움도 안 될지 모르지만, 지금 물러날 수는 없어요. 적어도 여러분와 함께 하겠어요."
"안됩니다." 링크가 대답했다. "젤다, 그건 자살 행위입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뇨, 링크! 그 자리에 있겠어요. 이게 제 힘을 깨우는 의외의 것일 수도 있어요. 저를 필요로 할 때 피할 생각은 없어요! 이들은 저의 백성들이니 그들 사이에 있겠어요!"
그는 짜증이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안전한 곳에 있어야 했고 보호를 받아야 했다. 그가 가논과 맞서고 있다면 그녀를 지킬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반박하려 입을 열었으나 우르보사는 그의 어깨를 더 강하게 쥐었다.
"맞는 말이야."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젤다를 보았다. "네 말이 맞다. 우리 공주님도 우리의 일원이지." 그녀는 얼굴을 돌려 링크를 보았다. "링크, 공주님을 지켜줘. 목숨을 걸어서."
그는 우르보사의 눈을 보면서 머뭇거렸다. 사실 그녀가 젤다와 마찬가지로 녹색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젤다의 어머니 그 자체였을 것이었다. 그리고 링크는 다른 어머니들에게도 그렇듯이, 이 말이 자기 자신에게 쓰라린 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말 속에 필요하다는 굳은 결의도 보였다.
"예."
"그럼 먼저 출발하지." 리발이 자신의 바람을 준비하면서 몸을 숙이며 말했다.
"리발." 링크가 말했다. 리발은 그를 인상을 쓰면서 돌아보았다. "조심해요."
리발은 코웃음을 쳤다. "난 맨몸으로 덤비지는 않는다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너도."
그는 다른 영걸들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거센 바람을 일으키면서 허공을 날아 서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어서." 우르보사가 말했다. 그녀는 젤다에게 손을 뻗고 그녀를 들어 올려서 오늘 출발하는 것을 대비해서 이미 안장을 채워 둔 그녀의 백마 위로 태웠고 그녀는 놀란 얼굴을 했다. 그녀의 무녀복은 다리에 뭉쳐서 그 아래에 꽉 끼는 하얀 바지를 드러내었다. "이제 움직이자. 다르케르, 잘 따라와 줘. 멀리 가야 하니까. 미파, 강까지는 같이 우리 중 하나의 말과 타고 가자."
링크는 에포나에 다가가서 안장에 타고 손을 아래로 뻗었다. 그는 미파를 그의 뒤로 끌어올렸다. 우르보사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큰 말에 탔다.
"출발하자!"
"공주님!" 링크와 젤다가 마침내 카카리코 마을에 도착하자 임파의 목소리가 저녁의 그늘을 가르고 들려왔다. 그들의 말은 산에서 마을까지 거의 쉬지 않고 달려와야 했기 때문에 많이 지쳐 있었다.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달리거나 내지는 습보로 달려와야 했다.
두 마리 다 살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언제든 둘 중 하나 또는 둘 모두가 죽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달렸어도 겨우 하루밖에 절약되지 않은 상태였다. 성에 도착하려면 여러 날은 걸릴텐데 남은 것이 있기나 할는지 몰랐다. 그는 아버지와 여동생을 생각하며 그들이 빠져나왔기를 바랐다.
가디언이 시간을 벌어주면 돼. 며칠이라도 늦추면 된다고.
임파는 흰 머리가 어질러진 채로 젤다에게 달려왔다. 링크는 그 자리에 프루아와 로베리도 있는 것을 보았는데 라넬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들 모두가 카카리코 마을에서 만나자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행히도 그들은 공격이 시작된 시점에는 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젤다는 안장에서 내리려고 움직이려 했으나 미끄러지는 바람에 임파가 간신히 그녀를 붙잡았다. 거의 정신을 놓은 상태였다. 그녀가 안장에서 조금 자기나 했는지 의문이 들었고 멈춰세워야 했는지 속으로 물었다. 그가 거의 필사적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재빨리 에포나에서 내렸고 그도 땅에 내려오자 무릎에 힘이 풀릴 뻔했다. 그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피곤했던 것이었다. 그는 에포나의 몸을 돌아가서 임파가 앉아서 그녀의 눈을 걱정스레 보는 젤다의 옆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죄송해요." 젤다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멀리까지 왔고...더 멀리 가야 해서요. 조금이라도 뭐라도 먹고 다시..."
임파는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공주님, 지금 상태로 더 가실 수는 없습니다. 다른 영걸들은요? 각자의 신수로 갔나요? 우르보사가 방금 여기를 지나쳤는데 새 말로 갈아탔습니다."
"다 갔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우르보사 말고 다른 이들은 벌써 탔을 거예요. 며칠은 더 걸릴 테니까요."
"사흘이면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링크가 임파를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박차를 가하겠죠."
임파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신수를 자리로 배치하려면 이틀은 더 걸릴텐데요."
젤다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안 걸릴 거예요. 쉬기 위해 설 필요가 없으니까요. 분명 하루 안에 돌아오겠죠. 아니, 그보다 더 적게 반만 걸릴 거예요. 사막을 나설 때마다 나보리스를 입구 근처에 세워 두니까요."
"그럼 지금부터 사흘 뒤군요. 가장 빨리 도착하는 시점이 사흘입니다. 다른 신수들이 이미 출발했다면 지금쯤이면 도착했거나 거의 다 왔겠죠."
젤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파, 무슨 말을 들으셨나요?"
임파는 머뭇거리며 프루아를 돌아보았다. 다른 시커족 여성은 임파만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면서 자신을 사실상 안고 있었다. 마침내 프루아가 다가가서 젤다 앞에 몸을 숙였다.
"별로...상황이 안 좋아, 젤다." 링크는 그녀가 공주의 이름을 바로 사용하는 것을 들었다. 프루아는 주로 사석에서만 그러했던 것이었다. "주변의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어."
"출발한 정탐꾼들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임파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젤다는 입술을 깨물고 임파와 프루아를 돌아보았다. "가디언은요? 기동했나요? 가논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나요?"
링크는 그 이름, 가논이라는 이름에 몸을 떨었다. 놈은 진정으로 부활했고 그들은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은 채였다.
프루아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아는 게 없어."
젤다는 눈을 감고 임파의 품 안에서 떨었다. "그러면...조금 휴식한 뒤에 출발하겠습니다."
"예?" 임파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물었다. "공주님, 안됩니다. 신수가 배치되기까지는 여러 날이 걸립니다. 우르보사가 도착할 시간이라도 주어야 합니다."
"제...제 왕국과 백성들을 확인해야 해요. 그들이 안전한지 봐야 한다고요."
"그럼 공주님의 힘은 깨어났습니까?"
젤다는 머뭇거리고 아래를 보았다. "아뇨."
임파는 눈을 감고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마침내 그녀는 눈을 떴다. "공주님, 저희와 있는 것이 안전할 겁니다. 그걸 넘어서서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겁니다."
"아뇨." 젤다는 더욱 강하게 말했다. "제 백성들을 버리고 도망칠 생각은 없어요! 가서 다른 신수들이 도착할 때까지 그들에게 희망을 주겠어요. 분명히 겁에 질려 있을 겁니다."
그 말에는 아무런 진심이 없었고 링크도 알고 있었다. 둘 중 누구도 그들이 느낀 두려움을 말하지 않았지만 둘 다 느끼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가디언이 가논에 맞서지 못했다면, 성 내의 마을에 남은 것이 없었다면...
"젤다." 그가 마침내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상황을 한번 돌아보고 곧바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신수와 합류하면 될 겁니다."
그가 돌아올 수나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녀를 이곳, 위험에서 안전한 이곳에 둘 수만 있다면...
"아뇨." 그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절대요, 링크. 같이 가는 거예요."
임파는 천천히 젤다를 일으켜 세웠다. "지금은 논의할 상황이 아닙니다. 둘 모두 쉬셔야 합니다. 아침에 자세히 논의합시다."
젤다는 반박하고 싶은 듯 했지만 임파가 끌어당기자 이를 물리고 근처의 집으로 끌어가는 임파에게 몸을 기댔다. 링크가 아는 바로는, 그녀 본인은 거의 성 안에 살기는 했지만, 여기는 그녀 본인의 가족의 집이었다.
잠시 머뭇거리고 나서 링크는 뒤따랐다. 지금 혼자 갈 수는 없었다. 그가 얼마나 깨어 있을 수나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조용히 문이 밀리는 소리에 깼다. 조금 신음을 하면서 그는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은 아직 어두웠고 닫힌 창문에서는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한동안 그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다시 잘까 했지만 한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그는 욕을 내뱉고 이불을 걷어버린 뒤 젤다가 누워 있던 침상으로 다가갔는데 침상은 비어 있었다.
더 큰 욕을 지르며 그는 침대에서 상의를 집어 들어서 방을 가로질러 문으로 달려가는 동안에 입었다. 그는 문을 밀어 열어서 밖을 보았다. 그러자 마을의 마구간을 향해 공터를 건너가는 흰 무녀복 차림의 젤다가 보였다.
몰래 가는 건가,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그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그녀를 쫓아갔다. "젤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돌아보았다. 머리 위의 별빛이 빛을 비추어 주었는데 어두운 와중에도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이 보였다. 눈이 붓고 머리가 어질러져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안됩니다." 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임파의 말을 들었잖습니까. 우르보사가 도착하려면 아직 며칠은 더 걸립니다."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요." 그녀가 쉰 목소리로 조용히 대답했다. "최소한의 도움이라도 주겠어요. 가디언이라도요. 시커족들이 가디언 조종에 도움이 필요하다면..."
"젤다..." 그는 그녀의 고통을 잘 이해했다. 그도 당장 출발하고 싶었다. 그의 가족이 거기에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들이 안전한지 알아야 했고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다. "...신발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같이 가는 겁니다."
그냥 정찰만 하는 거야. 다른 이들이 오기 전까지는 가논과 교전하지 않는 거다.
젤다는 입술을 물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말을 준비해 주세요. 이번에는 더 멀리 가야 하니까 좀 튼튼한 놈들로요. 운이 좋으면 길에서 피난민들과 말을 갈아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녀는 다시 끄덕이고 링크는 바로 임파의 집으로 향했다. 그 집에는 둘 외에는 아무도 없었던 때였다. 그는 임파가 방에 있던 다른 침대를 내준 것을 내심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래달라고 했을 것이었다.
그는 어두운 집으로 재빨리 돌아가서 신발을 신고 마스터 소드를 챙겼다.
카카리코 마을에서 출발하여 성으로 가는 동안 그들은 피난민들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았고 곧 하이랄 평원으로 향하는 다리로 도착했다.
"링크, 보세요." 젤다가 성을 가리키며 보았다. 가논의 붉은 연무가 어둡고 불길하게 성을 휘감고 있었으며 바로 위에는 폭풍이 휘몰아치며 붉은 번개를 쏘아보내고 있었다. "저거 보이세요?"
그는 처음에 그녀가 말한 것을 몰랐으나 곧 알아보았다. 성의 첨탑만큼 거대한 기둥 다섯이 땅에서 솟아나와 성을 향해 기울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저것이 뭔지 아세요?" 젤다가 그를 큰 눈으로 돌아보며 물었다. "저건 가디언이예요. 분명 저 기둥들은 가디언을 잔뜩 보관하고 있었을 거예요. 가논이 부활한 것을 감지하자 가동된 것이 분명해요. 그렇다면 가디언들도 기동을 시작했을 거예요. 시간을 끌어주고 있나봐요!"
그는 그녀의 눈에 희망이 뜬 것을 보았고 그도 약간의 희망을 느꼈다. 가논이 한동안 발이 묶였다면,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마을이라도 무사했다면...
그런데 그 희망은 메베 초원을 지나는 동안 불타 무너진 농가 몇몇을 보자 사그라들어 버렸다.
"어...이럴 수가...무슨 일이...?" 젤다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집을 큰 눈으로 멍하니 보면서 말했다. 마치 폭발해버린 것만 같았다.
링크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집을 멍하니 보았다. 아직 하이랄 성 시내에서 멀리 있었지만 이것만 보아도 그의 걱정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그의 아버지와 여동생이 무사히 빠져나왔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생존자들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마즈라 다리와 카로크 다리로 갔다고 가정한다 해도, 레보나 다리로 아무도 가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히 이상했다.
"이...이 피해는 분명...가디언이 반응하기 전의 피해일 거예요." 젤다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들의 불안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가논이 이 작은 농장을 부쉈다면 성 시내의 상황은 안 봐도 훤했다.
그는 고삐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젤다...여기서 기다립시다."
"예?" 그녀는 그를 돌아보았고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아뇨! 계속 가야 해요! 아침이면 시내에 도착할 거예요. 조금만..."
"저희 말은 한번에 그렇게 멀리까지는 못 갑니다. 알잖습니까. 이미 지쳤습니다."
그녀는 입술을 물고 그녀가 타고 있는 갈색의 거세 말을 보았다. 링크는 그 목이 땀으로 젖은 것을 보았다. 그의 점이 박힌 말도 상태가 더 나쁘면 나빴지 낫지 않았다. 옆구리가 피로로 크게 벌렁거리면서 입가에는 거품이 나 있었다. 이 두 말 모두 이러한 장거리 달리기의 훈련은 되어 있지 않았다. 에포나나 스톰이라면 하루 종일 달리면서 어떻게든 도착했겠지만 그들의 한계까지 몰아붙여지게 될 것이었는데 둘은 이미 전날에도 전력을 다한 바가 있었다.
"그럼 걷죠."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하루종일 달렸으니까...지금 걷기라도 하면..."
링크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런다 해도 그의 속은 계속해서 가라앉고 있었다.
제발...무사해야 하는데...
"지금은 쉬어야 합니다. 아침까지 쉬고 다시 출발하는 겁니다. 그게...더 나을 겁니다. 아직 신수도 못 봤다고요. 지금쯤이면 메도라도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어야 했습니다."
"멀리 가야 하잖아요. 리발이 중간에 쉬어야 했거나...아니면 성 시내의 사람들을 먼저 도와주기로 했는지도 몰라요. 분명히 곧 올 거예요."
아니야.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멈출 리가 없어. 신수를 자리에 배치시켜 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단 말이야.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파라도 보여야 했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뭔가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링크는 말에서 내리고 젤다에게 갔다. "하지만 일단은 쉬어야 합니다. 어서요. 저기 숲에서는 잘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말들을 숲으로 이끌었고 링크는 말의 안장을 풀었다. 말들과 젤다가 안전해지자 그는 다시 낡은 농가로 돌아갔다. 다행히도 아직 멀쩡한 우물이 있었고 줄에 연결된 양동이도 보였다. 그는 곧 부서진 집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시신이 보였다. 세 구가 놓여 있었는데 다 타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하나는 아직 어린아이였는지 꽤 작았다. 구석에 모여 있었고 집의 잔해에 반쯤 묻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고 그 죽은 아이가 아릴이 아닐 것이라고 계속 되뇌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침내 그는 양동이 둘에 물을 채워서 숲으로 돌아가 각 말에게 주었다. 그는 다시 농가로 돌아가 그와 젤다의 몫의 물을 하나 더 길었다.
그는 그녀에게 시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나뭇잎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서 링크는 다음날 아침에 깼다. 그는 그의 등을 나무에 댄 채로 잤는데 그런 자세로도 잘 수 있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랐다. 젤다가 그에게 기대고 볼끼리 대면서 자기 시작한 바람에 누울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의 팔은 그녀의 몸을 감싸고 둘의 손을 잡고 있는 채였다.
그날 밤은 추웠고 링크는 불을 피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안장의 담요를 이용해서 다리를 덮고 그들의 체온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했다. 그녀는 아직도 무녀복 차림이었다. 왜 마을에서 갈아입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여분의 필수품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 것이다. 옷도 침낭도 없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와 방패라도 있었지만 젤다는 그것도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맹금류의 울음소리와 같았지만 더 우렁차고 기계와 같은 소리가 마침내 젤다를 깨웠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링크를 돌아보았지만 곧 이 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저건 메도예요."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곧바로 일어섰고 링크도 일어섰는데 등이 뻣뻣해서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는 자신의 샌들에 발을 밀어 넣고 숲의 끝으로 달렸다. 링크는 아직 무슨 위협이 있는지 확실히 모른 채로 그녀를 뒤따랐다. 하지만 그들이 나왔을 때 그들을 공격한 것은 없었다. 아직 멀리 있었으며 높이가 더 높았기 때문에 보였던 하이랄 성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신수 바 메도가 성에서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날고 있었다. 그들과 성 사이의 지점의 하늘 높이에서 맴돌며 날고 있었다.
링크는 인상을 썼다. 리발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리발이 왔다면 다른 둘도 왔을 거예요." 그녀는 링크를 보았다. "이제 가요. 가논은 신수가 오는 것을 보면 곧바로 반격에 들어갈 거예요. 아마...아마 셋만 있어도 이길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그녀는 말을 아꼈고 그도 그랬다. 그런데 둘 모두 이 계획에는 치명적 결점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는 바로는 지금은 가논을 무찌를 방법이 없었다. 마스터 소드만으로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모든 전설에서는 젤다의 힘이 필수적으로 나타났다. 놈에 대한 리발의 설명만 들은 지금 그조차도 그런 형태의 가논은 어떻게 싸워야 하며 쓰러뜨릴 수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말에 타서 재빨리 하이랄 성으로 갔다. 그들이 마지막 거리를 넘어가는 동안 다른 전투의 흔적들이 보였다. 다른 농장들도 파괴되어 있었고 땅에는 타버린 줄과 같은 흔적이 있었다. 마을이 통째로 파괴되었으며 타버린 시신도 여럿 있었다.
이를 지나갈 때마다 젤다는 계속 불안에 떨었다. 피부가 창백해서 그녀가 속이 뒤집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놀라웠다. 그녀는 다른 공주에 비해서 굉장히 강인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걱정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만 그도 정신줄을 놓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것이죠?" 젤다가 돌로 된 곡물 창고가 파괴되어서 타버린 곡식이 주변의 땅으로 흩어진 것을 보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논의 피조물이 공격했다 해도 이런 피해를 이렇게...빨리 일으킬 수는 없는데...설마 우리가 산으로 가는 동안에 공격한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링크는 무너진 창고를 멍하니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그는 더 많은 불길한 흔적들을 보았다. 타버린 땅의 흔적들이었는데 그는 이 흔적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세 발가락이 달린 발자국도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이 자리에는 가디언들이 있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가디언들이 가논을 쫓고 있었던 것이라면, 가논이 이미 성에서 탈출해버린 것인가 싶었다. 성 위에는 붉은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는데 그 괴수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계속 나아갔고 메도가 천천히 돌고 있는 지점 아래를 지나갔다. 그것은 다시 소리를 질렀고 머리 위를 돌면서 그들을 쫓아서 성으로 다가갔다. 리발이 그들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았다. 마침내 그들의 말이 거의 지쳐가고 있을 때 루타의 큰 모습이 보였다. 바로 옆에는 긴 꼬리를 땅에 붙인 채로 있는 루다니아가 보였다.
그리고 신수의 너머에는 성 시내의 폐허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럴 수가...대체...무슨 일이...?" 젤다가 주변의 박살이 난 도시를 멍하니 돌아보며 말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다 타서 무너진 채였다. 시신들도 보였는데 대부분 벽에 기대어 있거나 문가에 밀려 있었다. 하일리아인과 시커족은 그들의 옷가지로 구분이 가능했었고 그 외에도 조라족과 고론족, 겔드족과 리토족이 있었다. 마치 사신이 휩쓸고 간 것 같았다.
링크는 정신이 멍해져 서 있기만 했다. 그는 그가 보는 광경을 이해할 수도,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이러한 규모의 파괴와 파멸은 본 적이 없었다. 성 시내는 수백 수천이 넘는 이들이 있었고 여러 종족들이 모여 있었다. 탈출한 이는 있는 것인가 싶었다. 재앙 가논이 깨어난지 며칠 만에 이런 큰 파괴를 일으켰다면, 대체 이러한 마수는 어떻게 이기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젤다를 지나쳐가서 앞으로 나아갔다. 마을 깊이에는 무엇이 있을지 이미 짐작이 되었지만 확실히 알아봐야 했다. 두 눈으로 봐야 했다.
"링크?"
그는 계속 걸었고 그의 발은 재가 덮인 땅을 쓸며 갔다. 그의 앞의 길에 마차 하나가 옆으로 전복된 채로 타고 있었다. 이를 끌던 말은 여전히 묶인 채로 죽어 있었지만 다른 시신들과는 달리 많이 타지는 않았다.
그는 그의 뒤에 빨리 오는 발걸음을 들었고 젤다가 따라잡아 그의 손을 잡는 동안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링크, 그...지금은 물러나야 할 것 같아요. 아직 우르보사가 오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이들을 만나러 가요. 신수 하나에 타고 있으면 마지막 기가 올 때까지는 안전할 거예요."
그는 머뭇거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가 영혼도 없이 말했다. "가세요." 그리고 그는 가볍지만 확실하게 그의 손을 빼고 계속 걸어나갔다.
젤다는 놀란 소리를 그의 뒤에서 내고 빨리 그를 쫓아갔다. 이번에는 그를 세우지 않고 그의 손을 잡은 뒤 성 시내로 깊이 들어가는 내내 쥐고 있었다.
들어갈수록 참상은 심해지기만 했다. 분수가 아직 서 있던 마을 광장에는 곧 왔지만 대부분의 석조와 석상들은 부서져서 땅에 흩어져 있었다. 여기서는 새로운 무언가가 모였다. 검붉고 딱딱한 색의 끈적한 무언가가 땅과 분수의 일부를 덮고 있었다. 마치 덩굴처럼 뻗어나갔고 성에 가까워질수록 이 물질은 더욱 짙어졌다.
둘 중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성은 마치 살갗을 뚫고 나온 부러진 뼈와 같이 보였다. 가논이 깨어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첨탑은 땅으로 무너져 내렸고 돌벽은 거대한 괴수가 난동을 부린 듯 안팎으로 터져나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젤다는 하이랄의 여왕이 된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이 모든 것이 정리되었을 때 하이랄이 아직도 있을 거라는 것을 가정한 뒤였다. 그녀의 아버지와 기사단, 종사들, 하인들, 그리고 성에 거주하던 이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처음의 파괴를 피했다면 이 마을에서 죽임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이를 신경 쓰려 했지만 그의 국왕이나 그와 같이 자라온 사람들의 사망을 애도해야 할 감정을 끌어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더욱 깊이 끌었다. 여기서 그녀를 보내야 했겠지만 이제 왔으니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의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둘이 짧은 시간 동안 같이 있을 때에 여러 번 지나간 낯익은 거리를 걸어내려갔다. 여기로 갈 때에는 조금 돌아서 가야 했다. 그렇게 대규모의 파괴를 본 것에 대한 공포만이 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잊게 했다. 아마 그를 성을 향해서, 그의 운명을 향해서 이끌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곧 그들은 다른 길로 향했고 그가 찾으러 온 그 지점에 도착했다. 그의 가족의 집이었다.
집은 완전히 무너진 채였다.
링크는 그의 아버지와 여동생이 살던, 완전히 박살이 난 그 집을 보는 동안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한쪽 구석의 지붕이 무너져 있었고 다른 벽은 완전히 터져서 옆의 길에 벽돌이 흩어져 있었다. 화염이 타면서 나무 대들보와 지붕의 기와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부서진 벽을 통해서 재만 남은 가구들을 볼 수 있었다.
"아, 링크..." 젤다는 그의 옆에 쭈그려 앉아 그녀의 팔로 그를 감쌌다. "정말 유감이에요."
시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이 없었다. 마을 주변의 시체들만 봐도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난민도 없었다. 이 참상은 빠르면서도 잔혹했다. 그의 아버지와 여동생은 아마 저 무너진 지붕 밑에 묻혀 있거나 도망쳤어도 그들이 지나온 길의 두 시체로 남아있을 것이었다.
그는 눈을 꽉 감고 거세게 떨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가져가 머리칼을 잡고 좌절의 비명을 질렀고 이는 주변의 부서진 돌벽에 울렸다. 젤다는 울먹이며 그를 더 꽉 잡았고 그녀의 얼굴을 그의 어깨에 대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가 그에게 닿는 것이 짜증이 났다.
그는 그녀를 밀쳐버렸고 그녀는 돌길에 쓰러졌다. 그는 벌떡 일어났고 그의 머리를 잡은 채로 비명을 지르는 것을 참고 있었다. 그의 집 안에 잔해가 흩뿌려진 것을 보였다. 링크가 저녁을 차리던 그 식탁은 무너져 있었다. 그들의 가족의 초상화는 타버렸고 그을린 액자만이 땅에 있었다. 나무 모형 배는 부서진 채로 타 있었다.
링크는 그것을 보자 굳어버렸다. 아릴은 그 선물을 좋아했고 그녀의 다음 생일에는 그녀 곁에 있으리라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그걸 잊어버렸던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지난 생일도 잊어버렸고 그녀의 삶을 축하할 마지막 기회가 날아가버렸다.
소득 하나 주지 않는 젤다의 수행 때문에...!
그는 떨면서 그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기에 왔어야 했는데!"
"링크..."
"뭐라도 했을 수 있는데! 지켰어야 했는데!"
"할 수 있는 건..."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무슨 소리냐고요! 전 영웅이자 영걸이라고요! 전설의 검을 들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요! 그 말라버려 마땅할 샘이나 쫓아다닐 바에야 여기에 있었어야 했다고요!"
젤다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관심에도 없었다. 그가 느낀 이 비통함이 너무 커서 억제할 수가 없었다.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당신에게 변화 하나 없고 다 없어졌습니다! 여동생이..." 그는 그 말에 울컥했고 고개를 숙였다.
"저..." 젤다는 조용히 말했다. "유감이에요, 링크..."
"여...여동생이..." 그는 무너진 집을 돌아보면서 그 잔해를 돌아보았고 그 순간 얼어붙었다. 무너진 지붕에는 평원에 있던 것과 다른 곳에 있던 것과 마찬가지의 세 발가락의 발자국이 있었다. 기왓장을 잡았을 때 그 발톱이 깊이 박힌 것이 확실했다. 집을 타고 올라갔을 것이고 그래서 지붕이 무너져 벽이 완전히 터져 나왔을 것이었다. 안쪽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가디언이..." 그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조용히 말했다. "가디언이 한 겁니다."
"어...예?"
갑자기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이것 중 어느 것도 가논의 행패가 아니었다. 바로 가디언들, 그들을 지켰어야 했던 것들의 행패였다. 그래서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었다. 시커족들은 마을 곳곳으로 가디언들을 행진시켰고 외곽을 순찰시키기도 했었다. 최근 들어 하이랄 평원 안팎으로 몬스터를 마주하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되어 있었다.
"가야 합니다." 링크가 말했다. "지금 당장이요."
"그게 무슨..."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아 끌어올렸다. 그녀는 놀라고 아파서 소리를 냈지만 그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그들이 온 중앙 대로를 향해 끌었다. 그녀의 말대로 신수로 갈 것이었다.
"링크, 무슨 일이에요?"
"가디언은 어딨습니까?"
"예?"
"젤다, 가디언이 어디 있냔 말입니다. 저 기둥 안에 더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죠? 그러면 다 어디로 갔습니까? 이 주변이 가디언으로 가득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게..."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고 시커족의 별자리 무늬로 붉게 빛나는 커다란 기둥을 돌아보았다. "제대로 기동하지 않았는지도요."
"아뇨, 기동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분수가 있는 광장으로 이끌었고 성 밖으로 나가는 주요 도로로 향했다. 이제는 세 신수가 다 보였다. 루타와 루다니아는 그와 젤다가 도착했을 시점에 있었던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메도는 계속 머리 위를 맴돌았다. 왜 저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영걸들이 나오지 않는 것인지 몰랐다.
얼마 뒤에 젤다는 그의 걱정을 바로 이해했다. "아뇨, 그것들이 이 피해를 일으켰을 리가 없어요. 그건 가논에게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다고요."
신수도 무언가가 이상했지만 그가 이를 알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 빛은 원래는 푸른색이었는데 지금은 붉은색이 되었던 것이었다. 가논의 존재에 반응해서 그런 빛이 반응한 것인가 싶었다. 그러한 연유로 빨리 나가야 했던 것도 있었다.
"어서요. 천천히 생각합시다. 일단은 루타로 가는 겁니다." 미파에게 의탁하기로 한 것이었다. 미파가 맡은 그 신수는 네 신수들 중에서 가장 잘 방어가 되어 있고 방어 기제도 훌륭했지만 물에서 멀어져도 효과가 좋은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랬다 해도 강 근처나 의식장의 연못 근처에 세우면 될 것이었다.
그의 가족과 그의 집을 버리고 간다는 것을 생각하자 속이 뒤틀렸다. 하지만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젤다를 보호해야 했다. 아직 그럴 수 있었다.
발 밑의 땅이 흔들리자 링크는 욕을 내뱉었다. 그들은 길거리를 달려 내려갔고 부서진 마차와 그들이 한때 알았을지도 몰랐던 사람들의 타버린 시체들을 넘어갔다.
그들은 빠르게 도시의 외곽에 다가갔는데 땅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링크는 그 자리에 우뚝 섰고 젤다는 그에게 부딪히면서 작은 신음을 내었다.
"링크, 대체..."
그녀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들 바로 앞의 땅에 쓰러진 세 시신들이었다. 조라족과 고론족, 그리고 리토족이었다. 미파와 다르케르, 그리고 리발이었다.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미파는 뜬 눈에 초점이 없는 채로 땅에 쓰러져 있었다. 다르케르의 큰 몸집 곳곳에 큰 상처들이 나 있었다. 리발의 목은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 있었다. 각각 모두가 상흔을 입은 채였다. 자상과 창상, 그리고 화상 등등이었고 하나같이 숨이 끊어져 있었다.
이...이러면...이러면...이럴 수는...없어...
미파가 죽었다. 그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그가 안 이들 중 가장 훌륭한 이였다. 여름을 둘이서 같이 자주 보냈었다. 그녀는 그에게 헤엄치는 것을 가르쳤고 그는 그녀의 솜씨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도 어쨌든 요리를 알려줬다. 그의 형과 같았던 다르케르, 그는 그들이 노닥거리던 많은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로의 식성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온천에서 피로를 풀던 때가 기억이 났다. 심지어 리발까지. 결국 둘은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링크는 그의 실력을 존중했고 그 역시 하이랄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이라고 인정했다.
"뛰어야 합니다." 그는 그 시신들을 휘둥그레진 눈으로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근처의 건물 하나가 흔들렸다. 잔해들이 떨리면서 작은 조각들이 돌 위로 떨어지고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무언가가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섯 다리가 있고 몸 곳곳에 붉은 빛이 별자리의 무늬를 하고 있었으며 떨리는 푸른 눈 하나가 있었다.
가디언이었다.
링크는 그것이 발사하자 젤다를 밀쳤고 빛줄기는 그들 사이를 통과해서 바로 뒤의 집을 강타했다. 그녀는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그는 그의 등으로 손을 가져가 그의 팔에 방패를 걸었다. 다시 발사하자 그는 빛을 바로 반사시켜서 그 눈에 명중시켰다. 가디언은 그 기능이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자 떨기 시작했다.
"어서요!" 링크는 젤다를 일으켜 세웠고 그의 왼팔로 마스터 소드를 잡으며 반대쪽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검은 밝은 흰 빛으로 번쩍였다. 젤다는 이를 보자 놀란 숨을 들이쉬었지만 이를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가디언들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거미와 같은 다리로 벽돌을 쉽게 헤집으면서 집과 건물의 잔해에서 나타났다.
"이...이럴 수는! 절대...이래서는...!"
링크는 젤다를 골목으로 끌었고 그의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뒤를 흘긋 보고 나서 다리가 달린 그 가디언이 그들에게 빛을 발사하자 젤다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그 빛줄기는 그들이 방금까지 걷던 돌길에 검은 자국을 남겼다.
"어서요!" 그는 부서진 집으로 그녀를 밀고 반대쪽의 부서진 벽을 통해서 나와 다른 골목으로 향했다. 그들이 달리는 내내 가디언들이 쫓아왔다.
둘은 곧 대로로 빠져나왔고 갑자기 가디언이 눈을 맹렬히 번쩍이면서 길을 막기 위해 달려왔다. 링크는 젤다를 옆으로 밀며 머리를 숙였고 빛은 그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그는 앞으로 달려나가서 다리를 검으로 베었다. 마스터 소드는 아무 저항 없이 그 다리를 잘라버렸고 가디언은 그 빛을 번쩍이면서 몸을 떨었다. 그는 다리를 둘 더 잘라서 넘어뜨렸고 바로 올라타서 눈에 검을 박아 넣었다.
"링크!"
그가 몸을 돌리자 젤다가 비행형 가디언들이 날아오는 것을 보아서 이를 가리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 제시간에 도착해서 방패를 들어 그녀를 보호했다. 빛은 방패를 세게 치고 튕겨나가며 그 센 힘으로 건물 하나를 더 뚫었다.
땅이 한번 더 떨렸고 링크는 성쪽에서 거대한 울음소리를 들었다. 그는 다른 길로 나오고 나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가 본 광경에 소름이 돋았다. 마수 가논이 성 주위를 도는 연무에서 일어선 것이었다. 단단한 형체는 없었다. 돼지의 코와 엄니, 그리고 노란색의 빛나는 두 눈은 보였으나 다른 몸은 그저 흘러가는 연기일 뿐이었다.
함정이었어. 우리를 여기로 유인했고 우리가 에워싸일 때까지 기다린 거야.
눈 앞을 보지도 못한 자신을 질책하면서 링크는 가디언 하나가 또 빛줄기를 쏘자 젤다를 부서진 벽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 빛은 벽 하나를 맞췄고 벽은 한번 떨고 나서 조각들이 터져나와 그들에게 파편이 흩뿌려졌다. 그는 한동안 그녀를 그 자리에 두고 방패를 든 채로 벽을 넘어갔다. 다시 발사한 그 순간에 그는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기에 빛줄기를 되돌렸다.
무언가가 그를 쳤고 그의 옷을 찢으면서 옆구리에 상처를 냈다. 그 힘으로 옆으로 넘어졌고 신음이 나오면서 땅을 굴러 다섯 보는 떨어진 자리까지 굴러갔다. 한 발에 피가 조금 묻은 가디언이 그의 위에 서 있었다.
"링크!" 젤다가 외쳤다.
가디언은 그녀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듯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웅크린 몸으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링크는 곧바로 공격하여 두 다리를 빠르게 잘라버렸다. 가디언이 넘어지자 그는 옆으로 굴러 빠져나와 기반의 가운데의 푸른 지점을 가격했다.
그는 다시 벽을 뛰어 넘어갔고 벽이 폭발하자 젤다를 끌어내렸다. 얼마 뒤 둘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를 마을의 문으로 이끌어 갔지만 가디언들이 그를 막기 위해 또 움직였다. 빛줄기가 스쳐 지나가면서 그의 어깨를 지졌고 그는 갑작스런 뜨거운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젤다는 다른 가디언들이 그들에게 발사하기 전에 그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고통에 소리를 냈지만 다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도시를 돌아서 성으로, 재앙 가논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놈을 싸워서 이길 수라도 있는가 생각도 들었다.
그것은 불가능했다. 영걸들은 죽었고 신수는 무력화되었다. 젤다의 봉인의 힘도 없었다. 게다가 링크는 여러 형상으로 변하는 저것을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안다고 해도 가논이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냥 무수히 많은 가디언만 투입하면 끝나는 것이었다.
소형 가디언 하나가 골목으로 들어오더니 공격을 가했다. 링크는 젤다를 붙잡고 돌아서 그녀를 그의 몸으로 막았다. 공격은 그의 등 높은 곳에 맞았고 그는 신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이를 악물며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그녀에서 멀어지면서 마스터 소드를 눈에 박았다.
"어서요!" 그는 잇소리로 말하고 다른 골목으로 그녀를 당겼다. 가디언은 이제 양 옆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수십 기가 넘었다.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비행형과 걸어오는 보행형이 보였다. 싸워서 나갈 수나 있을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젤다가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격을 나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달렸다. 무너진 건물로 뛰어들었고 좁은 골목으로 빠져나갔다. 잔해와 오물을 넘어갔다.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죽은 하일리아인, 시커족, 고론족, 조라족, 겔드족, 리토족 남녀노소의 시체들을 넘어갔다. 링크는 다른 길과 건물, 그리고 골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디언을 부수면서 나아갔다. 가디언을 속이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수로 압도하고 있어서 그냥 나아가도 되었다.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굉장히 많아서 그가 갈 수 있을 법한 곳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는 내내 그는 그의 공주를 지켰다. 기계의 마수들을 부수고, 빛줄기를 막고, 그의 몸으로 그녀를 여러 차례 막았다. 그들의 최종 지점에 도착하자 그는 여러 곳에 데이고 베인 자국에서 통증을 느꼈다. 그녀의 하얀 무녀복은 그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가논은 성을 에워싼 시뻘건 구름에서 휘몰아치며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왜 직접 나서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가디언에 비하면 저 자의 힘은 비할 바도 아닐텐데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가디언들은 쫓아오면서 그나마 남은 건물을 넘어가거나 날아왔다.
그들은 길을 벗어나서 거대한 기둥 근처의 공터로 빠져나왔다. 사제들의 말에 의하면, 거의 천 년 이상이나 서 있었다고 했던 성당이 폐허가 된 채로 그들 앞에 무너져 있었다.
가디언의 빛줄기가 하나 더 뜨겁게 뒤에서 따라왔지만 링크는 계속 달려서 성당의 폐허 안으로 들어가 반대쪽으로 나왔다. 아릴이 그를 여러 번 데려왔기에 그는 이 장소를 잘 알고 있었다.
성당의 반대쪽으로 나오자 그가 찾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되어 금이 간 벽의 일부로 그들의 탈출로가 될 수 있을 강가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만든 상태였다.
"가세요!" 그가 젤다를 틈새로 밀면서 말했다. "막아보겠습니다!"
"당신을 두고 갈 수는 없어요!"
"바로 뒤따르겠습니다! 지금 저 안에 둘 다는 한꺼번에 못 들어갑니다! 다시는 못 나가기 전에 어서요!"
그녀는 진흙탕에 손과 무릎을 대어서 좁은 개구멍을 기어서 빠져나갔다. 그는 그녀가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기 위해서 그녀를 보았고 다시 돌아보자 보행형 두 기가 그에게 달려오고 비행형 하나가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발사하자 링크는 정신을 집중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느려졌고 그는 곧바로 달려들어 한 빛줄기를 피하고 다른 빛줄기는 되돌렸다. 뒤이어 마스터 소드를 비행형을 향해서 휘두르자 빛의 원형이 그 날에서 쏘아져 나왔다. 시간이 다시 되돌아가자 두 가디언의 빛이 번쩍이면서 그 둘이 쓰러졌다. 셋 중의 첫번째 기가 다시 발사했고 링크는 그 빛줄기를 바로 되돌렸다.
그는 그의 힘도, 마스터 소드가 어떻게 이 기계에 훌륭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일단 지금 그들을 살려준 것이 더 중요했다.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젤다가 이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검을 검집에 넣고 금을 향해 뛰어들어서 빠르게 기어나갔다. 그는 가디언이 그의 벽 위를 치는 것을 들으면서도 느꼈고 돌조각과 먼지가 떨어졌다. 벽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인상을 쓰면서 그는 더 빠르게 기어나갔다. 젤다는 이미 반대쪽에 나와 있었다. 마침내 그도 빠져나온 뒤 일어서서 돌아보자 그녀가 벽에 기대서 그를 큰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앞에는 강이 있었고 성의 해자로 가는 지류에서 떨어져 나가는 지류와 만나는 지점에 회오리가 있었다. 가파른 절벽의 아래에 있었으나 벽과 절벽 끝에는 좁은 흙과 잔디의 땅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오른쪽으로 벽을 따라서 끌고 갔다. 그 지점에는 묘지 다리가 있었다. 그 다리에 도달해서 북쪽으로, 추낙으로 갈 수 있었다. 추낙 요새는 계획을 짤 시간을 벌어줄 방비가 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무슨 계획을 짜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반격 계획은 상황이 급박하지만 않았다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제안이었다.
머리 위에서 비행형 하나가 지나가더니 그들에게 발사했다. 링크는 욕을 내뱉고 몸을 돌려 방패를 들었다. 빛줄기는 튕겨나가 강을 쳤고 그 자리에 수증기가 끓어올랐다. 벽을 기어오르는 다른 가디언도 보였고 갑자기 그들이 빠져나온 벽이 가디언이 뚫고 나오면서 밖으로 터져 나왔다. 가디언은 푸른 눈을 그들에게 겨누었다.
"뛰어요!" 링크가 외쳤다. 그는 다시 젤다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끌어당겼다. 그들은 짧은 거리를 떨어져 강의 차가운 물로 떨어졌다. 물에 들어가자 그는 그녀의 손을 놓쳤고 그녀를 찾으려고 어둑한 물을 돌아보았지만 흐름이 너무 거세고 불규칙했다.
마침내 그는 장화발로 힘겹게 물을 차내면서 수면으로 올라왔다. 방패가 무거워서 그를 끌어내리고 있었지만 그는 이를 절대 놓지 않았다.
그는 공주를 찾기 위해서 돌아보았지만 그녀는 같이 올라오지 않은 채였다.
"젤다!"
근처의 돌이 물로 떨어졌고 고개를 들자 가디언 하나가 절벽의 모서리에 걸쳐서 그 다리로 돌을 단단히 붙잡고 몸을 크게 기울여서 머리를 돌려 그를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숨을 들이쉬었고 가디언이 발사하는 그 순간 물 아래로 잠수했다. 그의 주변의 물이 순간적으로 뜨거워졌다가 강물이 흐르면서 곧바로 식었다. 그는 수면 아래에 있으면서 손으로 강하게 더듬어 보았다. 마침내 그는 부드러운 무언가를 느껴서 이를 꽉 잡았다. 그녀의 무녀복의 옷자락이었다. 그는 이를 그에게 끌어당겼고 마침내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무녀복이 그녀 주변으로 번져 다리를 휘감자 그녀는 당황하여 허우적거렸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찾아내어 그녀를 끌어들이고 수면으로 세게 발을 차면서 올라왔다. 둘의 머리가 물 위로 올라오자 깊이 숨을 쉬었고 더 많이 온 가디언들이 쏘기 시작하자 그녀를 다시 물 밑으로 밀었다. 그는 흐름에 몸을 맡긴 채로 헤엄쳐 갔고 그들이 해자가 아닌 강의 하류 방향으로 가고 있기를 바랐다.
가디언들은 계속 발사했지만 수면 아래로 발사할 수는 없었는데다가 깊은 강물 안쪽의 표적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젤다를 끌어올려 다시 큰 숨을 들이쉬고 돌아보았다. 가디언 하나가 그를 찾아내어 발사했지만 대부분의 다른 것들은 9미터 뒤의 자리를 아직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머리를 물 밑으로 다시 밀어서 같이 발을 차면서 가디언에서 최대한 멀어지도록 했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흐름이 만나는 곳에서 멀어지는 동안 강의 흐름이 그들을 더 강하게 당긴 것이었다. 얼마 뒤에는 강이 그들을 멀리 끌어당기는 동안 머리를 물 위로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발을 계속 차야 했다.
묘지 다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지만 양 옆에 깎아지른 절벽이 있었고 가디언들도 아직은 너무 가까웠다. 욕을 내뱉으며 링크는 젤다를 꽉 잡아서 다리 아래로 지나가서 하일리아강의 주류로 흘러가는 지류까지 나아갔다.
그녀는 그의 팔을 꽉 잡았고 이제는 물 위로 머리를 드러내기 위해서 힘을 쓰고 있었다. 링크는 이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의 팔과 다리가 강한 흐름을 타고 헤엄치느라 욱신거렸고 등에는 검이 있었는데다가 방패가 위팔에 아직도 매여 있어서 더욱 그러했다. 흐름에 반하여 헤엄치려 했다면 그대로 가라앉아버렸을 것이었다.
그는 발을 댈 수 있는 강가를 찾아서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공글 언덕으로 향하는 하이랄 평원의 반대쪽의 강가로 가려 했으나 흐름이 반대로 가면서 계속 밀어내어 경로를 바꿀 수 없었다.
더 돌아보자 젤다의 머리가 다시 물 밑으로 내려간 것이 보였다. 다시 욕을 지르며 그는 그녀를 다시 끌어올렸고 그녀는 숨을 들이마시며 그에게 더욱 강하게 매달려서 그를 끌어내릴 뻔했다. 물이 그의 머리 뒤에 튀겼고 맹렬하게 발을 차는 것만이 그를 띄우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방패를 잡은 손에서 힘을 풀고 손을 놓았다. 물의 흐름은 곧바로 그의 팔에서 방패를 빼어냈다.
"어서..." 물이 그의 입으로 들어가자 그는 곧바로 토해냈다. "강가로 가야 합니다!"
그는 반대쪽 강가를 가리키면서 같이 헤엄치려 했지만 여전히 소용이 없었다. 흐름이 그들을 아예 붙잡아서 이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계속 잡아 두었고, 둘 모두 각자의 머리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하면서 계속 떠내려갔다.
곧 그들은 강의 얕은 지점에 도착했고 거기서 하이랄 평원 쪽의 깊은 숲 근처로 가는 강가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그에게 이 숲은 사과의 숲처럼 보였다. 수년 전에 그의 아버지와 여기서 사슴을 사냥했었다.
그는 젤다를 물에서 끌어내었고 둘은 기침하고 숨을 세게 들이쉬면서 진흙 위로 넘어졌다. 둘을 계속 물 위로 끌어올리느라 근육이 다 아팠다. 익사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는 수영을 잘 하지 못했고 젤다는 전혀 못하는 것 같았다.
둘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다가 마침내 링크는 신음을 하며 억지로 일어났다. 구름에서 큰 빗방울이 떨어져서 강가는 더욱 진흙탕이 되어 갔다. 가디언의 빛을 맞은 그의 몸의 부분, 특히 등과 어깨가 아팠다. 그는 젤다가 옆으로 누운 채로 떨고 있는 지점으로 걸어갔다.
"갑시다." 그가 말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젤다, 어서요. 계속 가야 합니다."
"돌아가야 해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는 진흙에 몸을 굽혔고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럴 수 없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그래야 한다고요! 다른 영걸들은 죽었어도 우르보사는...아직..."
"젤다, 저...죄송합니다만, 그...다른 이들도 죽었으면 우르보사가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함정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요."
그녀의 인상은 험악해졌고 링크는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상처도 아픈 마당에 그녀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는지 몰랐다. 특히 수많은 이들이 죽었으니 말이었다.
"당신이 가세요." 그녀가 마침내 조용히 말했다. "절 두고 가세요. 여기 남아서 나보리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어요. 만약 우르보사도 죽었다면 그러면...그때에..."
링크는 인상을 찡그리고 흙탕으로 몸을 굽혀서 그녀의 몸에 손을 감쌌다. 그는 그녀를 일으켜 앉혔고 다른 손으로 젖은 머리를 그녀의 얼굴에서 조심스레 밀어냈다. "아뇨, 안됩니다. 왜 제가 못 떠나는지는 아시니까..."
"가셨어야죠." 그녀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쳤다. "몇 개월 전에라도 갔어야죠. 당신이 맞아요. 여기 있어야 했어요. 그러면 무슨 차이라도 있었겠죠. 제가 그...그 산에 있을 때 같이 있기보다는요!"
그 말은 마치 비수로 그를 찌르는 것 같았다.
"아뇨...아닙니다. 여기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가족들을 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저들 중 누구도요. 저희도 간신히 살렸잖습니까. 젤다, 전 제가 있어야 했던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그 말 한 것은 죄송합니다. 이성을 잃어서..."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진흙을 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어째서…어째서 이런 일이…신수가...가디언이...저희를 지켜줘야 했고 저희를 구원해야 했는데. 우리를 공격하다니..."
"다 함정이었습니다." 링크가 조용히 말했다. "가논은 수년 동안 이를 계획했을 겁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떨었다. "설마…재앙에게…가논에게 빼앗겨 버리다니… 그리고 모두가...미파도, 다르케르도, 리발도, 그리고...우르보사까지도...다 죽었어요. 제 탓이에요!"
"아뇨, 젤다. 절대..."
"봉인의 힘을 각성시키지 못하고, 가논에게 대항할 유물들마저 빼앗기고…! 제가…제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어요…" 그녀는 이성의 끈을 놓아가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전 정말로 반쪽일 뿐이었어요!"
링크는 뻗어서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젤다,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 그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소중한 사람들을...국민들을…동료들을…아버님을…그리고 당신의 아버님과 여동생을...돌아가시게 만들었어요…아, 링크, 저는 모든 걸 다했는데, 부응하지 못했고...역시...나는..." 그녀의 얼굴이 마침내 일그러졌고 그녀는 비통한 울음을 뱉으면서 그의 팔에 안겼다. 그는 그녀를 꼭 안으면서 그녀의 젖은 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 역시 울고 싶었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의 사망을 애도하고 싶었다. 그의 고향과 나라, 그의 삶을 개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차차 애도할 시간은 오겠지만 지금은 그가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가 지켜야 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그래서 젤다가 우는 내내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다 괜찮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할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버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숨이 끊어지는 날이 된다 하더라도.
Notes:
[Translation glossary]
Orsedd Bridge = 마즈라 다리
Carok Bridge = 카로크 다리
Rebonae Bridge = 레보나 다리
Crenel Hills = 공글 언덕
Applean Forest = 사과의 숲
Chapter 61: 막간 3
Chapter Text
1
링크는 다음 하루를 라넬산 위에서 내내 머물렀다.
그의 기억에 대해서 이제 되찾은 자세한 내용들이나 새롭게 세워진 관계들을 모두 정리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전혀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기억이 온전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가 한 모든 대화가 기억나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가 회생의 수면에 있는 동안에 잊힌 모든 것들은 모두 되돌아왔다는 것이 확실했다.
그는 아릴이 태어난 날을 기억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준 것도 기억했다. 처음에는 하인들을 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그의 여동생이 태어난 후 산후 조리를 하고 있을 때 요리를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에서 시작했는데 그는 어린 나이부터 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가 아버지와 같이 성 시내에서 살게 될 것을 듣자 그의 어머니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을 기억했다.
그는 그의 아버지가 무뚝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을 사랑한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했다. 그는 또 그의 왕과 나라에 결사적으로 충성하였다. 이전에 떠올린 기억에서는 눈치채지 못했던, 왼다리를 저는 모습도 있었는데 이는 전투가 아닌 훈련 중의 실수로 입은 상처의 흔적이었다.
링크는 다른 가족도 기억했다. 카스토에 살고 있던 숙부가 있었다. 아직 그의 가족이 어딘가에 살아있는지는 몰랐다. 그의 숙부는 결혼하지 않았었고 당시에는 슬하에 자식도 없었다. 그리고 친구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가고 링크의 사명이 바뀐 이후로 여러 친구들은 사라져갔다. 그러나 몇몇 친구들은 그대로였다. 스바바와 리트반, 가디슨을 기억했다. 특히 스바바는 링크의 어린 시절부터 그와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
그리고 그는 젤다와의 시간을 더욱 확실하게 기억했다. 일찍이 있었던 짜증과 좌절의 순간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런 여정 도중에 느낀 편안함도 기억했다. 상황은 그의 생각보다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돌아보니 눈치채게 된 것이기도 했다. 겔드의 마을에서 시작하여 성으로 돌아가면서 더 발달한, 느리지만 확실한 동질감을 기억했다. 그들은 시간 여유를 두고 여행했고 그러는 동안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을 기억했다. 어떻게 보면 뚜렷했던 추파와 그 암시, 그리고 놀리기까지. 이는 우정에서 출발하여 더욱 큰 것으로 발전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밤을 지내면서 그녀가 그와 같은 감정을 가졌었는지를 궁금해했고 성에 그녀와 같이 있는 동안에 그녀도 그러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했다.
프루아는 내기 둘을 더 이겼을 것 같았지만 그가 그녀에게 이를 말하지는 않을까 싶었다. 다만 젤다라면 말할 것 같았다. 그 둘은 그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웠던 것이다.
그가 마침내 산등성이를 내려와서 스피릿에 다시 타자 링크는 같은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다. 그는 아직도 그의 회생 이후의 경험을 몸에 가지고 있었다. 부끄러움과 희망, 승리와 패배까지. 하지만 예전의 모습과도 다시 하나가 되어 있었다. 두 모습은 꽤 비슷했다. 과거에는 더 주저하면서 더 과묵했다. 그리고 링크는 그가 느낀 부담감으로 그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더 잘 이해했다.
둘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신기하게 달랐다. 그는 과거에는 없었던 매운 맛에 대한 선호가 생겼다. 몇몇의 검술은 더 발전하면서 변했는데 이는 과거에 그가 배운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사람들과 눈을 더 많이 맞추었다.
링크가 스피릿을 다시 보자 그의 옛 말의 모습도 조금 보였다. 그 날에 링크는 두 말을 구했었는데 이제 그는 왜 그가 이 말을 골랐는지 알 것 같았다. 지금은 그 이유가 꽤 확실해 보였으며 그는 그의 마음의 일부분이 그의 옛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났나 싶었다.
에포나와 스톰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몰래 나간 날에 하테노 마을에 그냥 두고 갔는데.
임파에게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약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는 이것이 그의 과거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질문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링크는 망치를 내리쳐서 못을 나무 안쪽으로 더 깊이 박고 뒤로 물러나 그의 솜씨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는 못이 똑바르게 들어간 것 같았다.
그의 앞에는 아직은 목조 뼈대만 있는 집이 있었다. 그가 건설에 있어서 돕는 것의 정도는 아직까지는 굉장히 적었다. 그가 사흘 전에 하테노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는 재건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볼슨과 그의 직원들도 열심이었고 심지어는 작명 규칙에 맞지 않는 이들의 임시적이자 무급으로 한 비공식적인 도움도 받기로 했다.
"이야, 정말 훌륭하네." 볼슨이 그에게 다가가서 아직 문틀에 불과한 그의 일을 보며 말했다. "잘하네, 링크슨! 계속 하면 정규 사원이 되겠어."
게다가 볼슨은 아무래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인지 모든 이름 끝에 '슨'을 붙였다.
몬스터 공세에 많은 피해를 이미 입었지만 하테노 마을은 벌써 재활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부분의 강한 남녀는 전투에 참가하기 위해 하이랄 평원으로 향했지만 몇몇은 남은 상태였다. 참전하기를 바란 볼슨 건설의 인부들은 다음날 카카리코 마을로 워프해서 평원으로 향할 것이었고 링크는 그 일행에 합류할 것이었다.
그는 하테노 마을이 정녕 과거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인지는 몰랐다. 벽과 문을 돌과 나무를 사용한 건축물을 이용해서 완전히 뿌리를 내리자는 말도 있었고 식량 부족도 다시 화두로 올랐다. 그들의 우려대로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바깥쪽 농장에서 있던 모든 작물들을 따버리고 남은 것은 다 짓밟은 뒤였던 것이다. 하지만 약속된 도움이 도착하면 어찌저찌 살아갈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재건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그들의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을 애도했지만 대부분은 이제는 '대연합'이라고 불리는 세력에 의해서 구원을 받은 것을 기뻐했다. 지금의 시대에는 오백에 불과한 전사들의 연합이 대군과도 같았다. 링크가 지금 기억하는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작은 규모였다. 그는 성장하면서 다른 종족들과 훈련하는 것도 기억할 수 있었다. 투기 대회와 모의전에는 수천 명이 있었던 것이다.
하이랄은 한때는 크게 달랐었다. 링크는 하테노 마을처럼 하이랄도 과거처럼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는 그럴 수는 없으리라고 짐작했다. 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흉터가 낫는 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것, 더욱 커다란 것도 될 수 있었다. 어쩌면 과거의 위상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자 링크는 마침내 인부의 자리에서 물러나서 마을에서 떨어져 있던 그의 집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그의 땅이었던 자리를 길게 돌아보았다.
그와 아릴은 그 평원에서 같이 놀곤 했고 그들의 어머니인 메딜리아는 그들이 벼랑에 너무 가까이 가면 꾸짖었었다. 링크는 뒷산의 가파른 절벽을 이용해서 어린 나이부터 암벽을 탔었다. 한때는 꼬꼬도 길렀었다. 낡은 나무 닭장의 위치는 그대로였지만 이제는 잔해만 남은 채였다. 아릴이 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보는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도 생각했다.
링크는 마침내 그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얕은 연못가에 앉았다. 이 연못이 다 말라버린 때와 넘친 때가 기억이 났다. 성 시내에서 지낸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이 꽤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다 가지고 있었다.
그는 호숫가에 앉아서 회상하는 내내 물수제비를 떴다. 그의 기억이 돌아온 것을 기뻐해야 하는지는 아직은 몰랐다. 그가 이제 알게 된 것에서 다행인 것들은 있었다. 기억 속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돌아온 것이 좋았다. 그러나 그 기억에는 고통도 있었다. 과거의 회상에서 온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이 아닌 더 심오한 무언가였다. 채워질 수 없을 것만 같은 큰 구멍이 그의 안에 뚫린 것 같았다.
고통 안에는 분노도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고통을 초래한 그 마수를 향한 분노였다. 이전에는 가논을 향한 증오만 있었지만 이제는 더 큰 것이 느껴졌다. 가논이 무릎을 꿇지 않는 한 링크는 쉬지 않을 것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이랄 성에 달려들어 놈과 붙고 싶었다. 허리에 찬 시커 스톤이 무겁게 느껴졌고 당장 빼어서 화면을 건드려 성 근처의 사당을 누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 했다. 기회는 오직 한번 뿐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재앙 가논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아직도 완전히 몰랐다. 원념의 구름으로만 이루어진 마수를 어떻게 벨 것이며, 마스터 소드가 통할 것인지, 시간이 되면 젤다가 무언가를 말해주기를 바랐다.
2
임파는 카카리코 마을 바로 밖의 사하스라 평원 위에 서서 하이랄 성을 바라보았다. 늘 그랬듯 부서진 첨탑들이 저녁 하늘을 가리키면서 서 있었다. 그런 것은 상상일 뿐으로 성은 지금은 검은 점으로 보였다. 한때는 거리가 멀었어도 이렇게 높은 지점에 서 있으면 성의 작은 특징들도 잘 볼 수 있었다. 시커족 사이에서는 눈이 가장 예리했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침침해지고 있었다. 나이를 도무지 숨길 수가 없었다. 안경이라도 사서 써야 했겠지만 파야가 옳다는 것을 드러내기는 싫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녀를 돌아보았다. 이 소녀는 이가단 습격 이후로 크게 변했지만 그것은 유심히 봐야만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몇몇 감정은 정말 잘 못 숨기는데 다른 감정들은 효과적으로 숨긴다는 것이 대단했다. 그러나 임파는 그 충격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충격은 파야가 늘 가지고 있었던 다른 충격들과 함께했다. 부모를 잃은 고통과 임파를 보살피면서 느껴 왔던 외로움이었다.
임파는 가능하다면 그 고통을 전부 자신이 짊어지고 싶었다. 오래 사는 동안 고통과 후회는 굉장히 많이 겪어 왔으니 하나 더 얹는다고 대수라고 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살았어도 몇몇은 임파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있었다.
"파야, 무엇이 보이냐?"
파야는 조용히 흠 하는 소리를 냈다. "날아다니는 신수가 보여요. 저게 뭐였죠?"
"메도?"
"예. 메도가 날고 있고, 다른 것도 보이는 것 같아요. 멀리 있어서 확실히 보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성은, 가논은 보이냐?"
파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지만 주변의 원념은 보여요."
임파는 생각에 잠겨 입술을 물었다. 가논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의 함정일 것 같았는데 확실히 몰랐다. 그런데 이미 다른 몬스터들과의 조우전은 벌어졌다. 조라족이 하이랄 평원으로 향하던 중에 문제에 부닥쳤는데 대량의 리잘포스 떼들이 강을 헤엄쳐 온 것이었다. 그래도 시간 내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테노 마을에서 출발한 군세는 서하테르의 체리블랙 평원과 타모늪 근처에서 더 많은 몬스터들의 무리도 마주쳤었다. 하테노 마을의 총공세에 있었던 몬스터 군대의 잔당이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놈들은 마치 사기가 높아진 것처럼 싸웠었다. 이 대지의 다른 곳에서 벌어진 현상처럼 이 역시 가논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데스마운틴도 분출을 더 자주 하면서 고론족과 그들의 재개장한 광산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할머니?"
"그래?"
"그..." 파야는 머뭇거리며 손을 꼬았다. "우리가 정말 이길 수 있을까요?"
임파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그녀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저...무서워요. 평생을 대재앙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들으면서 자랐는데, 이제 그 자리에 있으니..."
"그래, 이해한다. 대재앙 치하의 삶이 너의 삶의 전부였으니까."
파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앙 가논은 물론 굉장히 강하지. 얼마 뒤에는 분명히 젤다 공주님의 힘을 깨뜨리고 나올 거다. 지난번에는 가디언들이 하이랄 대부분을 파괴해 버렸지만, 만약 가논이 원했다면 그만한 피해를 직접 일으킬 수도 있었을 거다."
"그게 두려워요. 링크라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까요?"
"그래." 임파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가 이룬 것을 다 생각해 보아도 분명히 그는 방법을 찾아낼 거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인데, 이것은 그만이 할 수 있단다. 신수들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기다릴 거고, 공주님은 가논을 묶어둘 필요가 없어지면 같이 나서실 거다."
파야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하니까 정말...신기해요. 두려움이 없는 삶, 가논이 없는 삶 말이예요."
"그래, 안다. 하지만...올 거라고 믿는다. 드디어 말이다."
3
"시드, 듣고 있어?"
시드는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돌려서 그의 누나의 작은 몸집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미안, 누님. 그냥...생각에 잠겨서."
그녀는 이해한다는 눈빛과 함께 루타의 조종간에서 몸을 돌렸다. "뭐에 대해서?"
"미래." 시드는 바닥에 앉았다. 앉은 자세에서는 이제 미파와 눈높이가 맞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끝나면 어떻게 보일지."
"음...꽤 부담되기는 하지? 나도...볼 수 있었으면 했는데."
시드는 그녀를 보았다. "어떻게 알아? 가논이 사라지면 누님도 사라진다는 걸?"
"그건 잘은 몰라. 그냥...내 느낌이야. 아마 그 이유 때문에 아직 여기에 있는 것 같아. 녀석이 사라지면, 내 영혼도 여기에 남을 이유가 없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아?"
"정말 몰라. 살아있는 때에도 몰랐으니 지금도 내세에 대해서는 모르지."
시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의 누나가 그냥 이대로 사라지는 것은 싫었다. "그러면...무서워?"
미파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조금은 그래. 그래도 기뻐. 그게 내 존재 이유 같았거든. 처음부터 왜 내가 태어났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야."
"그런데 늘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잖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기는 하지. 내가 어릴 때, 그러니까 아직 살아 있을 때, 난...다른 꿈도 여럿 있었지."
시드는 드디어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어떤 하일리아인과 결혼하는 것 같은 거?"
영혼 상태에서도 미파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어...응. 그래, 그 꿈은 그 중 하나였는데, 이제 소문이 다 나서 참 다행이기도 하네."
저 빈정대는 말투는 미파가 자주 하는 말투가 아니어서 시드는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는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누님, 미안. 분명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아니, 괜찮아. 이미 마음은 정리했으니까. 죽기 전에도 정리는 한 것 같아. 그래서 갑주를 주지 않았던 거야. 그 당시에도 그와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사랑하기는 하지?"
"당연하지. 어떻게 안 그러겠어?"
둘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시드의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져서 나왔다. "이 모든 게 끝나면 누님이 그리울 거야."
미파는 슬픈 눈빛을 띠었다. "나도. 같이 오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뭐, 링크는 몸놀림도 빠르긴 하지."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그런 면에서는 사실이야. 마음이 한번 정해지면 절대 멈추지 않아. 하지만 네가 커가는 모습을 같이 볼 수 있었으면 했어."
"나도."
"시드, 난 네가 정말로 자랑스러워. 어머니도 그랬을 거야. 분명 네가 나중에 왕이 된다면, 우리의 백성들을 선대의 왕들보다도 더욱 훌륭한 지혜로 이끌 수 있을 거야. 널 믿어."
4
카시와는 하이랄 평원을 높이 날며 그의 아래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든 네 신수들이 100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신기하게도 메도가 마지막으로 왔지만 카시와는 이것은 리발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리토족의 영걸은 그의 예상과는 많이 달랐었다.
이 자리에서는 다른 이들도 보였다. 성 근처에 가디언들이 모였고 다른 몬스터 무리가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테바를 필두로 한 일부 리토족들은 이미 몬스터의 군세를 조금씩 약화시키고 있었다. 하테노 마을의 전투와 비슷한 일이 또 벌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싫었던 것이다.
나의 큰 꿈은 딸들이 재앙이 없는 세계에서 자라나는 것이었지... 그가 벅찬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실현되려고 하고 있어.
그는 이를 말했었고 꿈꿔왔었다. 하지만 그는 내심 이 꿈이 실현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 면에 있어서는 스스로가 모순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담은 노래를 부르면서도 자신이 이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링크를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링크는 카시와에게는 큰 격변을 일으켰다. 불가능이 현실이 되고 꿈이 실현되고 있었다. 그들에게도 아직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의 증명이었다.
그리고 링크는 참 대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카시와가 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있었고 그것은 검술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었다. 그는 겸손하면서도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그의 걸음마다 그들을 끌어들이면서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친구와 동료들을 모았다. 그의 강렬한 의지의 힘만으로 오랜 마음의 장벽들이 허물어졌다. 그는 마치 겸손한 시인처럼 다른 왕과 장로, 족장과 반장과 친해졌지만 그 자신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운이 떠오를 것만도 같군.
카시와는 날개를 몸에 접고 아래로 급강해해서 그의 시야를 가린 구름 아래로 내려갔다. 물론 구름을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날개를 펼쳤다. 지금은 낮게 나는 것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가 보는 내내 나보리스의 등에 두 혹 사이에서 번개가 나타나 가까이 온 기마 보코블린들에게 날카롭게 쏘고 있었다. 별로 큰 위협도 아니었지만 카시와는 나보리스와 메도와 같은 신수들이 근처의 가디언과 몬스터들을 공격하는 것을 이미 보았었다. 가논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전에 그들은 앞으로의 전투에서 강한 아군이 될 것이었다.
우리의 아이들은 어떠한 세상에서 자랄 것일까...
다가오는 종말의 이야기가 아닌, 영웅담과 희생, 그리고 승리의 이야기로 가득한 세계이리라. 이는 가장 큰 축복일 것이리라. 그는 그의 친구가 이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는 쉴 수 있기를 바랐다. 다만 카시와는 링크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내심 생각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모든 것이 끝나면 더 많은 것이 그에게 기대될 것이었다. 카시와는 사람들이 그를 새 왕의 자리에 앉히려고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어쩌면 안 일어날 수도 있었다. 젤다 공주를 향한 그의 마음만으로도 그가 할 일은 굉장히 많을 것이었다. 이미 노래를 둘이나 작곡하고 있었으니 카시와는 이를 알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에 대한 그녀의 마음에 대한 노래까지 더하면 굉장히 아름다울 것이었다.
고대의 용사가 봉인한 재앙 만년의 시간을 넘어 소생한다.
하이랄의 호위 기사 스스로 몸을 던져 공주의 방패가 되고 힘을 다해 쓰러지니
기사를 향한 마음 공주의 힘을 일깨워 재앙을 성에 봉인하리라.
호위 기사 회생의 사당에서 상처를 치유해 긴 잠에서 깨어날지니.
수많은 시련을 뛰어넘어 힘을 되찾은 그 기사가
현세의 용사가 되어 다시금 재앙에 맞서 공주를 마수로부터 탈환하리라.
용사와 공주 손을 마주 잡고 하이랄에 빛을 되찾으리라.
가사들이 그의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올랐고 카시와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스승의 노래였다. 그의 스승이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알게 되었는지 아직도 이해는 되지 않았다. 링크가 깨어날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공주의 힘의 근원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몰랐다. 아마 나이를 먹을 대로 먹은 라오에게는 카시와가 아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노래도 거의 다 완성되었다. 카시와가 여행하는 내내 구절을 더한 것이었다. 영걸들과 링크에 대한 구절들이었다. 이제는 단 한 절만 남아 있었다.
바로 대단원이었다.
5
미파는 루타의 코 위에 서서 자신의 민족이 아래에 모인 것을 보았다. 각자의 민족들이 그들의 신수 근처에 진지를 이미 세워 두었었다. 리토족만은 예외였는데 리발이 아직은 메도를 착륙시키면 안된다고 했던 것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민족과 꽤 가까운 곳에 있었던 동시에 지난 100년 간 그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는 것은 꽤 신기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 괴수에 의해서 갇혀 있었는데 링크가 그녀를 풀어주었는데도 신수 밖으로 멀리 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의 영혼은 이에 연결되었던 것이었다. 루타 밖으로 나설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내려가서 나의 민족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만나볼 수 있겠지.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곧 쓸쓸한 미소만 지었다. 아냐. 이대로 가면 혼란과 고뇌만 일으킬 거야.
시드 외에 다른 이들도 루타를 올라타서 그녀를 보러 왔으나 대부분은 금방 갔다. 죽은 여인과 말하는 것은 대부분에게는 이상한 것이었으니 이해가 되었다.
그녀가 한때 친구라고 불렀던 이들이 꽤 달라졌다는 것을 보는 것은 참 슬픈 일이었다. 코다는 이미 결혼해서 사춘기에 가까워지는 아이가 있었다. 세곤과 무즈리는 나이를 먹었다. 스바바 특공대의 인원들도 이제는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서 그녀의 남동생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모두는 달라졌다. 한 사람만 빼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미파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언제 여기로 올지 속으로 궁금해 했었다. 예상보다는 오래 걸렸지만 하이랄의 부활한 영걸이 최후의 전투 전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녀는 루타의 몸체 아래로 내려가 그를 기다렸다. 링크가 상승하는 발판에 올라타서 신수의 중앙 몸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가슴은 더 이상 예전처럼 뛰지는 않았지만 그 옛날의 불안은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그러한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안녕, 링크."
"안녕, 미파."
"무슨 일이야? 방금 온 거야?"
"응. 그게...많은 일이 일어나고 나서..." 그는 조금 당황한 듯이 말을 조금 끌었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는 생각을 하는 듯 입술을 물다가 그녀의 눈을 보았다. "기억들이...다 돌아왔어."
미파의 눈은 휘둥그레지다가 입술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아, 링크, 그건 잘 됐네! 어떻게 된 거야? 시드가 네가 라넬산에 올라서 기억을 되찾으려 했다고 했었어."
그는 머뭇거렸다. "응, 그게...어디 앉아서 얘기해도 될까?"
그 부탁에 약간 놀라는 동시에 크게 안심하여 미파는 링크를 루타의 긴 코로 다시 데려가고 그들을 높이 들어올렸다. 가벼운 바람이 링크의 머리를 조금 날렸지만 그녀는 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는 그 느낌을 즐기는 동시에 한동안 그들의 주변에 모인 군세를 돌아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그의 기억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와 다른 영걸들, 그리고 그의 가족과 보낸 시간을 기억한 것에 기쁨을 느끼다가 고통까지 느꼈다고 밝혔다. 마치 그들의 죽음을 또 본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는 특히 그녀의 여동생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다가 그녀가 죽은 것도 기억한 것에 대한 고통도 말했다. 다른 영걸들과는 달리 그는 그녀와 마지막으로 대화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는 그의 슬픔과 동시에 분노도 말했다. 실패한 자신을 향한 분노, 많은 것을 앗아간 가논을 향한 분노, 젤다가 벌어준 시간을 활용하지도 않은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분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일으킨 운명을 향한 분노까지 털어놓았다.
여기에 두려움까지 털어놓았다. 그는 하이랄 성을 보았고 미파는 그가 그의 손의 미묘한 떨림을 숨기려 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실패가 이번에는 하이랄에 무슨 일을 불러올지 알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 모인 이들, 그의 친구들, 영걸들, 그리고 그가 진심으로 사랑한 젤다에게까지도 말이었다.
미파는 이에 상심하지 않으려 했다. 100년 전부터도 둘이 서로 사랑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라넬산으로 올라가는 동안 보인 모습은 이를 확증했다. 다만 지금은 이를 거의 숨기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링크가 마침내 말을 마치자 미파가 입을 열었다. 마치 한꺼번에 여러 개를 말한 것으로 인해서 지친 듯 그는 피곤해 보였다. "네가 한번에 이렇게 많이 말한 거는 처음 봐."
링크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많이 과묵하기는 했지. 그 부담이...너무 무거웠거든.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럴 수 있을 거야. 내 기대에는 부응했으니까."
그는 한동안 눈을 감았고 이를 다시 뜨면서 입을 열자 그 목소리에는 무슨 감정이 담겨 더 가라앉아 있었다. "미파, 내가 크는 동안 네가 있어서 정말 기뻐. 상황이 좀 다르게 진행되었으면 좋았을텐데. 넌...더 좋은 결말을 맞았어야 했는데."
"모두 그럴 거야.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 보아도 과거는 바꿀 수 없지." 그녀는 팔을 뻗어서 그의 팔에 손을 얹고 이를 단단한 표면으로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해 보았다. 힘을 많이 써야 했고 그러느라 지쳤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 속에 살 수는 없잖아. 이것은 어느 정도의 과오를 고칠 수 있는 기회야."
"그렇지." 그는 다시 성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의 눈에 의지가 차는 모습을 보았다.
둘은 긴 시간 동안 그렇게 있다가 마침내 그가 깊은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었다. 일말의 긴장이 그의 어깨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그녀를 보고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들어줘서 고마워."
미파는 그 대답에 흠 하는 소리만 내었다. "천만에."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다시 짓고 손을 치워서 자신의 무릎 위에 두었다. "내 치유 능력이 너에게 많이 도움이 되었어?"
링크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어이쿠, 당연하지. 그게 없었으면 한번 죽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야."
미파는 링크의 의도와는 달리 많이 그 대답에 많이 안심하지는 않았다. "그...그래?"
"응, 네가..." 그는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계속 나를 지켜주고 있었잖아."
그런 말을, 특히 저런 표정으로 하는 것을 듣는 것은 힘들었다.
"아...잘됐네. 내가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네. 아무리 사소한..."
"사소하다고? 미파, 난 진심이야. 난 네 덕분에 살아있는 거야. 그동안 내가 마주한 거...네가 없었으면 절대 못 이겼어."
마치 그녀의 없는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그가 특히 이런 말을 할 때 그녀에게 주는 영향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고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구나..."
"사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어. 그걸로...다른 사람들 어떻게 치유해 주는지 알려줄래?"
세상에, 그 말은 정말로 듣고 싶지 않았다고...!
6
테바는 날개를 펼쳤고 그 안에 힘이 돌아온 것에 놀랐다. 골절이 처음에 일어나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는 날개를 이리저리 굽혀보고 머리 위로 들고 돌려보면서 시험해 보았다. 조금의 통증도 없었다.
"이건 뭐야?"
링크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창백하고 이마에 땀이 흐르는 채로 씩 웃었다. 그의 손은 옅은 푸른 빛을 내지 않았다. 테바의 팔도 한겨울의 리리토토호의 물에 담근 느낌이 들지 않았다.
"살다가 어쩌다가 배우게 된 겁니다. 한번은 써 볼까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느낌이...최고인데." 그는 씩 웃었다. 테바가 다시 나는 것을 보면 하츠가 입이 떡 벌어질 것이었다. 메도의 날개에 직접 올라오는 걸 보는 리발이 할 법한 말도 생각났다. 그의 부상을 흘려들어버린 그 영걸이라는 자의 표정도 한번 직접 보고 싶었다.
"고맙군, 링크. 넌 아직도 비밀덩어리야."
"이건 미파의 도움입니다. 그녀가 준 겁니다."
"뭐, 어쨌든 고맙다. 오랫동안 땅에 있어서 깃털을 마구 뽑기 직전이었어."
링크는 가볍게 웃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에 모인 리토족 군세를 바라보았다. "전투 이후에 제대로 말을 나눌 수 없었는데...고맙습니다, 테바. 당신과 리토족이 아니었으면 못 살았습니다."
테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만에 말이다. 우리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
링크의 이마에 인상이 찡그려졌다. "제가 오기 전에...얼마나 많이 메도에게 잃었습니까?"
"그게 중요한가? 그 조라족 왕자 말이 맞군. 넌 책임을 너무 많이 지려고 하고 있어."
"그냥 다르게 했을 수 있는가 싶어서 말입니다. 좀 더 일찍 오거나, 그런 것 같은 거요. 제가 도착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린 바람에 나보리스는 사막에 이미 큰 피해를 입혀둔 뒤였습니다."
테바는 코웃음을 쳤다. "역시 하일리아인이야. 다 자기와 결부시키려 한다니까." 그는 고개를 돌려 주변의 리토족을 돌아보았다. 저들도 그나마 남아있는 리토족들이었다. 얼마 뒤에서야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무모했다. 결국 칸의 말이 옳았다. 내가 승리에 집착하는 바람에 너무 많은 전사들을 잃었다."
"당신의 일족을 보호하려는 것 뿐이었잖습니까."
"뭐에게서 말이냐?" 테바는 고개를 저었다. "메도는 도발하지 않으면 공격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바뀌었겠지만..."
"바뀌었을 겁니다. 각 신수들은 결국 자신들의 종족을 공격했습니다. 메도라고 예외는 아니었을 겁니다."
"어쨌든 말이다, 네가 도착했다는 것은 내가 좀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그랬다면 네가 나타나서 우리의 문제를 다 해결해줬을 거고 더 많은 이들이 살아 있었을 거다."
왜 이 말이 나왔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를 하츠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 이런 말을 들은 유일한 다른 이는 사키였는데 그녀는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는 기대도 않았다.
링크는 읽기가 어려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를 보았다. 마침내 그는 굳은 미소를 지었다. "테바, 당신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온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는데다가...당신 덕에 어떻게 메도의 방어를 격파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이 손만 놓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테바는 헛기침을 하고 날개를 가슴에 접고 고개를 돌렸다. "그런가."
"소용없는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때로 우리는 모두...무모한 일을 하죠. 가끔은 그 대가를 치르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 제 친구가 지도자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거의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면서 최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죠."
"썩 만족스럽지는 않군."
"예, 저도요. 그런데..." 링크는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맞는 말이예요. 여기서 하려는 일과 똑같은 것이니까요. 제가...가논을 마주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몰라요. 패배할 수도 있죠. 그렇게 되면 하이랄 전체가 그 여파에 휘말리겠죠. 하지만 다른 길이 있을까요?"
그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링크를 보고 그의 눈을 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미묘한 표정이 있었다. 흥분도, 두려움도 아니었다. 기대감과 갈망이었다.
"하지만 패배할 생각이 없는 것이군."
"네. 반드시 끝내버릴 겁니다."
테바는 씩 웃었다. "그 정도면 되겠군. 그러니...최선을 기대할 수밖에."
7
프루아는 손을 들어서 그녀의 얼굴에서 젖은 머리칼을 밀어냈다. 새 모습을 시험해 보느라고 적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로 아직은 한 발만 그런 색이었다. 조금 더 젊었던 시절에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바꾸는 것을 좋아했었다. 다만 그것은 정말 얼마 없는, 자금이 충분해지는 시기일 때에 그러했었다. 그녀가 이 염색약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이름이 기억도 나지 않는 염색숍 주인이 하테노 마을의 방비에 그녀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감사를 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것 외에도 그녀가 좀 예뻐 보인다는 것도 있었다.
체키, 엄청나게 덥네. 그녀가 가이드 스톤 아래의 장치를 쏘아보면서 생각했다. 링크가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가동하도록 한 하테노의 탑은 해당 지역에 아직 기동하는 가디언이 굉장히 적어서 위치 상으로 유리했다. 그랬기는 했지만 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시작의 탑이 더 좋았다.
"프루아 소장님, 로베리 박사님, 곧 식사를 가져올까요?"
그녀는 시몬을 무시했다. 그는 좀 뻣뻣하고 사무적이기는 했어도 좋은 남자였다. 그래도 효용은 좋았다. 훌륭한 연구자에다가 그가 한 초콜릿 케이크는 꽤 맛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케이크 포함 다른 식사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의 기한이 굉장히 빠르게 다가오는 동시에 아직도 가디언의 핵심 기능으로 직접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다리와 프로펠러와 같이 자율적인 기능 여럿을 순식간에 정지시켜 버리는 것은 가능했다. 링크는 이 정도도 충분하다고 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무장 기능, 요격 기능에 접속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래의 목적을 위해 기능을 복구시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흠...프루아, THIS는 어떤가?" 로베리가 링크가 이가단 아지트에서 훔쳐온 책 하나를 들이밀어서 한 줄을 가리켰다.
"해 봤어." 그녀는 엄청나게 많은 줄글만 보여주고 있던 시커 스톤을 두드려 댔다. "계속해, 로베리."
"DID YOU?" 로베리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는 그가 늘 보이던 표정이었다. 그녀는 로베리를 마음에 들어하기는 했지만 젤다가 그 가디언에게 죽을 뻔하게 한 것은 그였다.
"당연히 그렇지. 당..."
프루아는 책을 보고 나서 그가 표시한 글을 보았다. 그걸 보니 사실 그것은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 책을 한동안 두드리면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밝히지 않으려고 하면서 이 방법을 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YOU가 잊었군?" 로베리가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거 알아? 네가 날 프루아 박사님이라고 부르던 때가 마음에 들어."
"죄송합니다, DOCTOR."
그녀는 그에게 혓바닥을 내밀었다가 재빨리 밀어 넣었다. 그녀는 여섯 살의 몸도 아니었으니 이를 그만해야 했다. 그녀는 시커 스톤을 다시 보고 새롭게 명령문을 입력했다.
"시몬, 계속 웃다가는 이 탑에서 내던져버린다." 그녀가 명령문을 잘 입력했는지 확인해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뒤에서 그가 웃는 것이 더욱 강해지는 것만 같았다.
이 명령문은 그녀가 이미 해 본 것과 꽤 비슷했다. 그래서 실수를 한 것이었고 그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니 다른 것처럼 이것도 안 될 것 같았다...
"근처의 가디언을 감지합니다. 확인 완료, 근처의 가디언 12기 감지. 현재 명령: 오류. 유효 명령 입력이 없습니다. 초기화하시겠습니까?"
"체키!" 프루아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뛰었다. "됐어! 됐다, 됐다, 됐다, 됐어!"
"REALLY?" 로베리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프루아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눈이 휘둥그레져 화면을 계속 두드렸다.
"초기화 확인, 명령 초기화 완료. 새 명령을 입력하십시오."
그녀는 천천히 시커 스톤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로베리를 보았다. "아무래도...우리가 성공한 것 같아."
"ME가 좀 보자!" 로베리는 그녀에게서 시커 스톤을 받아 화면을 보았다. 그는 몇 줄의 명령을 입력하고 기다렸다. 프루아는 그가 흥분하여 떠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녀도 그러했다. 이게 성공이라면...
"된다."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작아지며 말했다. "NEW의 명령에 RESPOND를 하고 있어! 프루아, YOU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아나?"
"이제 가논을 길길이 날뛰게 만들 수 있다는 거지!" 그녀는 눈빛이 확신으로 빛나며 씩 웃었다. 과학으로 놈에게 한방 먹일 차례였다.
8
대체 얼마나, 얼마나 이 감옥에 갇혀 있단 말인가? 바람을 느낀 지가 언제이고, 태양의 열기를 느낀 지가 언제이고, 발밑의 모래를 느낀 지가 언제란 말인가? 그게 대체...언제였단 말인가?
그 생각은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절대로.
언제란 말인가? 공주와, 용사와, 그 전투와, 기계들. 그 끔찍한 기계들은 빛과 불을 쏘았다. 그들은 그것을 공격하고 약화하고 제압했다. 그리고 용사와 그의 검, 공주와 그녀의 힘, 결국...
얼마나 긴 것이란 말인가?
며칠인지, 몇 년인지, 오랜 세월인지. 어쨌든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아예 시간의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 가지, 그것은 한번이 아니었다. 여러 번 벌어지고 있었다. 대책과, 함정과, 승리인 동시에 패배였다. 용사는 죽었고, 공주는 힘이 없고, 기계들은 지배당했고, 대재앙은 승리했다.
왜 감옥이 있는지도 몰랐다.
대체 얼마나 긴 건가...
그것은 보았고 이해했다. 공주, 바로 그 공주에 의해서였다. 그녀는 그것을 쓰러뜨리고 제압하고 가두었다. 그것이 목표를 이루는 것을 막았다. 부활, 새로운 육체를 만드는 것, 이 땅을 다시 밟는 것이었다. 바람과 열기와 모래를 느끼는 것이었다.
중지된 채로 멈추었고, 시간 속에 갇혔다. 얼마나 오랫동안이란 말인가?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이제 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의 감옥 밖에서 남녀가 모여서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헛수고일 것이었다. 그것의 기계들이 싸울 것이었다. 그러면...
그 기계들 중 가장 큰 것들...그것이 지배한 것이자 그것의 그림자들이...쓰러졌다. 대체 어떻게...
그것은 생각에 잠겼다. 깊이 생각하다가 보았고 기억했다.
용사.
용사...
용사...!
죽은 것도, 패배한 것도,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살아있었단 말인가...아니, 늘 살아있고 늘 준비되어 있었다.
그럼 언제...대체 얼마동안...!
수세기, 수천 년...아니, 훨씬, 그보다도 굉장히 훨씬 길었다. 끝없이 계속되는 무한의 쳇바퀴나 다름없었다. 패배하고, 봉인당하고, 부활하고, 다시 패배하고, 다시 봉인당했다. 늘 준비하고 늘 살아있었다. 끝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계속, 그리고 계속...
얼마나 오래냔 말이다...!
용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은 그를 느낄 수 있었다. 바라보면서, 기다리면서, 준비했다. 아직 살아있고, 아직도 준비되어 있었다.
용사...
분노가 격노가 되고, 그것이 또 증오가 되고, 두려움이 되었다.
용사...
용사가...
용사, 용사가, 정말로 용사가, 확실히 용사가...
분명히 용사다...!
9
젤다는 조용히 신음을 뱉었고 그녀에게 다시 의식이 되돌아왔다. 대체 얼마나 오래 전이었는지 생각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전투, 하테노 마을의 전투를 기억했다.
그녀는 링크의 뒤에 서서 그녀의 힘으로 그를 도운 것을 기다렸다. 그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 외에도 그보다도 다른 것들을 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각각의 수하들에 가논의 영향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마수가 어떤지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녀가 링크에게 준 가장 큰 도움이었다. 그 무리를 마주할 때에 그가 더욱 조심할 수 있도록 해 준 미묘한 지식이었다. 그가 필요로 했는지도 의문이기는 했다. 그는 그 몇 분에 불과한 전투에서 이전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수준으로 용사의 혼으로 빛이 났다. 그녀가 거의 항상 존재하고 있던 이 이상한 연옥 같은 공간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와 마스터 소드는 하나가 되어서 수천 년 이래로 보지 못했던 대단한 실력으로 움직였다. 아마 그런 모습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었다.
그때 그녀는 라이넬을 보았다. 그 가련한 생물은 가논의 원념에 너무 깊이 잠식당해서 아예 조종당하고 있었다. 이것이 가논의 계략이다, 저 언덕 위에서 링크를 죽여버릴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링크는 싸우고 젤다가 도왔다. 가논이 조종하면 그녀는 지도했다. 그것이 지배하면 그녀는 제안했다. 이것이 그들의 힘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그래서 그녀, 즉 하일리아가, 늘 과거에 이를 쓰러뜨린 것이었다. 진정한 힘은 협박과 지배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강인한 정신과 이길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용기, 그리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리라는 의지에서 나왔다.
그 뒤에 링크가 가논의 원념을 제거하자 젤다는 그것이 다른 계획이 있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하나의 함정처럼, 이 놈은 그것의 커스 가논의 일부나 마찬가지였다. 가논의 분신처럼 라이넬 안에 봉인된 채로 자라나면서 분노하게 하면서 계략을 짜도록 하여, 적기에 하일리아인들을 공격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리고 링크가 말 그대로 그 저주당한 몬스터에게서 원념을 말 그대로 베어내자 그녀는 가논이 그것을 새로운 분신으로 만들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녀의 힘으로 그 분신을 공격했고 그때 가논은 함정을 발동시켰다. 그것이 링크에게 집중할 것이라 생각한 바람에 그녀에게 직접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녀의 정신은 그 힘에서 뜯겨나가면서 조각이 나 깊이 박혀버렸다. 거의 죽을 뻔했었다. 그녀가 느낀 고통으로 인해서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힘은 남아 있었다. 100년 간 끊임없이 싸워와서 그 힘은 가논을 계속 가두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신은 흩어져 버렸다. 그녀가 죽기 직전의 그 상황에 놓여 있는 동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지금도 그녀는 집중하고 보는 것도 어려웠다. 그는 그녀가 없는 우위를 점했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아직도 탈출에 실패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녀의 힘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마치 온전해졌다는 느낌을 들었다. 그녀가 느낀 격렬한 고통의 기억은 남아 있었으나 가논은 그녀의 의식을 찢으려 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것은 그것의...
그녀는 이를 볼 수 없었다. 그것의 정신도 느낄 수 없고 의도도 짐작할 수 없었다. 있기는 한데 그것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빈 종이와 같았다.
그녀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이것이 그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간섭에 더 강한 방벽을 치는 것이었다. 그 방벽은 꽤 강했다. 그녀는 이를 밀어붙여 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본관에서 무엇을 하고 있던 간에 그녀는 이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는 있었다. 링크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될 그것이었다. 바로 놈의 새 육신이었다.
그녀가 100년 전에 가논과 맞서기 위해서 하이랄 성에 도착했을 때에는 꽤 놀랐었다. 대재앙은 강하지만 불완전했다. 지금 상황의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었지만 놈은 다른 것을 원했다. 완전히 다른 것, 바로 육신이었다. 다시 살아나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오랜 세월 동안 그에게서 빼앗긴 것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 갈망이, 새 육신을 만드는 동안 불완전함을 감수하겠다고 한 그 생각이, 하이랄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을 미루는 것이, 결국 그의 패착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녀는 다시 밖으로 집중했다. 아직도 의식이 흔들리다 보니 멀리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링크는 아직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한순간 그가 신수 바 루다니아에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와 함께 영걸들의 영혼이 있는 것도 보였다. 그들이 끝을 보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로 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그녀의 마음이 놓였다.
그녀의 힘이 강해지자 그녀는 정신을 펼쳐서 주변의 환경을 돌아보았다. 작은 불빛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하이랄의 국민들이 대군을 이루어 모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라족과 겔드족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전사들은 앞으로의 전투를 기대하고 있었다. 고론족도 일부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무장보다는 그들의 작업 연장을 들고 왔다. 리토족도 있었고 늘 그랬듯이 다른 이들보다 조금 멀리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일리아인과 시커족도 있었다. 둘을 하나로 한다 해도 인원은 적었다. 대재앙 이후에 이들 사이에는 전투원들이 굉장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
젤다는 정신을 더욱 펼쳐서 그녀가 숨을 들이쉬는 것을 상상했다. 그녀의 의식이 밖으로 흘러나와 언덕과 잔디, 나무와 호수, 그리고 산을 덮었다. 그녀는 하이랄을 아예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모든 대지가 다음 날 벌어질 일을 기대했다. 데스마운틴이 분출했고 땅이 흔들렸고 바람이 불며 구름이 흩어졌다.
100년의 인고의 세월을 거친 끝에, 이 대지가 기다려온 그 순간이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Chapter 62: 58장
Chapter Text
링크는 지는 해를 받아 그림자가 드리워진 하이랄 성을 보면서 전투 이전에 늘 느낀 불안감을 느꼈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몰랐다. 프루아는 가디언의 언어를 마침내 이해했다고 했지만 그는 이게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알아듣지 못했다. 어쨌든 그녀는 몇몇 가디언의 통제권을 빼앗아왔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곳 근처의 가디언에 있어서는 문제에 부닥쳤다고 했다. 그는 이것들이 가논의 영향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이라 싶었다.
여기에 몬스터들도 있었다. 가디언들이 그들에게 주고 있던 위협도 이제는 해결이 됐는지 이 두 세력이 합쳐져서 링크의 하이랄 연합군에 맞서고 있었다. 하지만 연합군은 하테노 마을 침공전 당시의 군사처럼 미숙하지도 않았고 이제는 계속 벌어지고 있는 교전에 방어 기제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신수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나보리스의 경우는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을 꽁무니 빼고 도망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몬스터 군단의 규모는 결국은 거대하지만 실전 경험은 거의 없는 링크의 대군에 어느 정도 맞먹는 거대한 규모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테노 마을에서는 훌륭히 싸웠지만 그 인원은 이 대군의 반의 반 정도에 불과했다. 거기다 이제 그들은 수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하는 것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도 큰 차이였다.
로베리는 최대한 많은 인원들을 가디언 저항성 갑옷과 고대 병기로 무장시키기 시작했다. 푸른 빛으로 날을 만든 검과 창, 잘만 맞추면 한방에 가디언을 부숴버릴 수 있는 화살, 그리고 가디언의 빛줄기도 막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 그 갑옷까지 있었다. 그는 링크에게도 이를 주려 했으나 거절했다.
애초에 링크의 최종 목적은 가디언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성에 한번 더 들어가서 중앙의 탑, 본관으로 향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젤다의 말과 마스터 소드가 조용히 당기는 것 덕에 알게 된, 가논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었다. 다른 전투는 그가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 뿐이었다.
"형제, 준비는 다 됐어?" 다르케르가 링크 옆에 서서 물었다. 그들은 높이 날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신수 중에서도 가장 높이까지 데려다 줄 수 있는 신수였던 루다니아의 등에 타고 있었다.
링크는 그의 따스한 표정을 보았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우르보사는 킥킥 웃고 그녀의 투명한 손이 그의 어깨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아, 나는 알지."
"그렇잖아?" 미파는 그녀 곁에 섰다. "내일 가논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보게 될 거잖아."
"그렇지!" 다르케르는 가슴을 쳤으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할 수 있어! 들어가기만 하면 가논은 버티지도 못할 거다!"
그 후로 큰 침묵이 돌았고 링크는 깃털이 난 눈썹을 조금 치켜든 리발을 돌아보았다.
"내가 격려의 말을 하는 거를 기대하고 있는 거냐?"
링크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무시하는 거는 예의가 아니니까요."
그는 팔짱을 끼었다. "또 죽지 마라."
우르보사는 코웃음을 쳤다. "100년이나 지났으면 변할 만도 하잖아. 덕담 한번이라도 하면 덧나냐?"
링크는 껄껄 웃었고 다르케르도 웃었다. 미파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그녀의 손 뒤에 미소를 숨겼다. 리발도 고개를 갸웃하면서 낄낄 웃었다.
정말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그가 눈을 감으면 그들 모두가 불에 둘러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농담을 나누고 웃으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 자리에는 젤다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그들을 보면 그는 그들의 영혼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반투명한 모습에 그들의 발이 바닥에 닿지도 않고 있었고 그의 어깨에 올린 우르보사의 손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뭐야, 왜 그 표정을 지어?" 다르케르는 인상을 찡그리며 링크에게 몸을 기울였다. "속이 더부룩해?"
그는 고개를 저으며 숨을 내쉬었다. "그냥...100년 전에 여기에 온 것이 기억이 나서요. 가논은 참상을 볼 수 있도록 했죠. 우리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그리고 당신들 모두가 어떻게 되었는지...그리고 함정을 파놓았죠."
우르보사는 가볍게 흠 소리를 냈다. "둘 모두가 그 조우에서 살아난 것이 기적이야. 무엇에 맞서고 있는지 생각하면 그 정도로도 훌륭해."
"그래야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요. 맞설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것이 잘 생각한 거야.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 후퇴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어. 거기서 억지로 싸웠다면 너희 둘 모두가 죽었을 것이고 가논은 풀려났겠지."
"스스로를 너무 원망하지 마, 링크." 미파는 그의 옆에 다가와서 그의 팔에 차분히 손을 얹었다. "너나, 둘 중 누구에게도,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 거야."
"알아." 링크는 그녀의 눈을 보고 말했다. "이제는 인정했어. 그게...너무 최근 일 같이 생생하거든. 아직도 그 공포와 절망이 기억이 나."
"잘됐네." 우르보사가 말했다. "그걸 힘으로 돌려봐. 가논은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으니 이제는 놈의 모든 것을 빼앗아버리는 거야."
링크는 우르보사에게 감사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요. 당신..." 그는 말을 멈추고 우르보사가 아닌 그녀의 뒤쪽을 보았다. 그 뒤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모두, 안녕하세요." 젤다가 말했다.
우르보사는 몸을 돌렸고 링크는 그녀를 뚫고 보지 않도록 옆으로 움직였다. 그녀도 약간 투명한 상태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다른 영걸들과 비슷한 푸르스름한 빛이 아닌 금색의 빛이 나고 있었다.
"젤다, 당신..." 링크는 그녀와 성을 돌아보면서 말을 꺼냈다. "오셨네요. 어떻게...분명히..."
"제 분신만이 여기 있을 뿐이예요." 그녀가 성을 보면서 말했다. "가까워서 이 모습으로 짧게 나타나도 문제는 없어요. 그리고...모두를 보고 싶었고요."
링크는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으나 우르보사가 앞으로 나서서 젤다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 했다. 둘이 서로 닿자 그들의 형상이 닿은 지점에서 약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고 우르보사의 손도 그녀가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어깨 안으로 조금 들어갔다.
젤다는 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았다. "미안해요, 우르보사. 가능하면 끌어안고 싶네요. 그런데..."
우르보사는 몸을 낮춰 젤다의 머리 위에 입을 맞추었다. 둘 중 누구도 이를 느끼지 못해도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 공주님, 정말 잘해왔어." 그녀는 조용히 말해서 링크가 신경을 집중해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러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최소한 그에게는 최근에 젤다와 말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반면 우르보사는 일백년만에 그녀를 본 셈이었다.
다른 영걸들도 그리 생각했는지 그들도 멀어져서 두 여인들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링크도 그들을 따라가서 조용히 성만 바라보았다. 그들의 뒤에서 그는 젤다와 우르보사가 조용히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얼마 후 두 여인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고 링크가 뒤를 돌아보자 우르보사가 일어선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서 할 말을 다 했다고 알려주었다.
참을 수가 없었는지 링크는 염려를 숨기지 않은 채로 젤다의 곁으로 바로 다가갔다. "젤다, 저...당신...괜찮습니까? 말을 걸려고 해왔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형체만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에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 설마 정말로 그녀가...
"링크, 전 괜찮아요." 그녀는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논이 하테노 마을의 전투에서 절 쓰러뜨리려 했지만 아직 살아있어요."
그러자 안도가 느껴졌고 목이 메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다. 지난 2주간 그에게 있었던 무언의 두려움은 아침 해에 물러나는 안개처럼 사라졌다.
"무슨...일이 일어났습니까?" 그가 목을 고르며 물었다.
"설명하기는 어렵고 시간도 얼마 없을 것 같아요. 제 힘은 아직도 그 일 때문에 약해진 상태니까요. 하지만, 그 전투에서 당신을 도우려고 너무 무리를 하는 바람에 제 경계가 낮아진 틈에 가논이 저를 공격했어요. 저와 제 힘까지 모두 깨뜨릴 뻔했죠."
순간적으로 격렬한 분노가 느껴졌다. 링크가 주먹을 쥐자 뚜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계획이고 뭐고 당장 성으로 쳐들어가서 놈을 갈갈이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주님, 아직도 가둬 두기는 했지?" 다르케르가 물었다.
젤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힘이 견디기는 했어요. 아무리 제가...뭐든 간에, 아직 가논은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있는 것 같다니?" 리발이 물었다.
"예. 제가 약해진 틈을 타서 무슨 일을 더 해서 제가 놈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게 되었어요. 당장이라도 봉인을 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 있네요."
"그럼 이번에는 준비가 다 되었으니까 다행이네." 다르케르가 씩 웃으면서 한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풀려나라고 해. 루다니아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아니, 아직은 안됩니다. 링크가 생각했다. 가논이 나타나는 자리에 그가 있어야 했다. 놈이 우위를 점하기 전에 놈을 공격해야 했다.
젤다는 인상을 쓰면서 성을 돌아보았다. "내일은 모두 조심하세요. 신수를 수복하려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각 커스 가논들은 놈의 영혼의 일부였어요. 그러다 보니 하나가 쓰러질 때마다 약해졌기에 또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할 수도 있어요."
리발은 코웃음을 쳤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우린 이미 죽었는데."
젤다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신수를 다시 빼앗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건 제 주요 걱정이 아니예요." 그녀는 링크를 보았다. "아마 목적은 신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쓰러뜨리려는 것일 거예요. 당신이 본관에 도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뭐든 할 거예요. 그것 만은 확실해요."
링크는 아까의 분노가 다 식었고 그녀에게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을 해보면 제가 깨어난 이후로 터무니없는 몬스터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잖아요. 다른 누가 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니 그것 만으로도 신선하네요."
"뭐, 그렇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이번에는 그냥 성으로 돌격하는 것 말고 다른 계획을 연구했기를 바라야죠. 가디언이 찾아낼 테니까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설마 정말로 성으로 돌격하는 것만 생각한 것은 아니죠?"
"어, 그동안 가논을 쓰러뜨릴 방법만 생각하느라고..." 그녀는 정말로 젤다라면 할 것 같은 신음소리를 내서 그는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젤다, 할 수 있습니다." 이에 그녀는 멈칫했다. "계획은 있습니다. 가디언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젤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성공한건가요? 조종권을 되찾은 건가요?"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루아가 여기 있는 가디언들의 몇몇 문제를 해결하고는 있는데 어느 정도는 다시 완전하게 조종할 수 있답니다."
그녀는 한동안 조용히 있어서 이 말의 암시를 생각해 보았다. 링크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논이 가디언을 잃으면 전투는 급격하게 그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었다. 임파의 태피스트리에 그려진 그대로 결말을 맺게 될 것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가논에게 어떻게 피해를 줍니까? 보일 때마다 놈은...그냥 날아다니는 연기였습니다. 닿을 수나 있는 겁니까?"
그녀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표정은 진지해졌다. "놈의 형체만을 마주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 형태는 약하니까요. 그러나..."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100년 전에 가논이 부활했을 때 직접 공격하지 않고 가디언을 빼앗은 이유가 있어요. 가논은 육신이 없거든요. 한때는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제가 왔을 때 저는 놈이 새 육신을 만드는 것을 방해했고 이걸 봉인하는 것으로 이를 100년 동안 막아왔어요. 하지만 이제 저를 밀어내 버렸으니까..."
링크는 마침내 모든 것이 어떻게 되는지 이해하였다. 그가 그동안 봐 왔던 가논은 늘 그 이상한 연기의 멧돼지 형태였었다. 내일 그가 싸울 가논이 실질적인 육체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안심이 되었다. 무엇이 올지는 몰랐어도 말이다. "좋아요. 그건 싸울 수 있죠."
"링크, 강할 거예요. 평범한 커스 가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죠."
평범, 이라니. 링크가 쓴 미소를 지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손을 뒤로 뻗어서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를 건드렸다. "우리 모두가요."
그녀는 그를 조용히 한동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요."
"공주님, 그럼 우리는?" 다르케르가 물었다..
"제가 신호하면 공격 준비를 하세요. 링크, 가논을 열린 벌판으로 끌어내셔야 할 거예요. 가능하다면 본관에서 싸우지 마세요. 장애물이 가득하니까요. 신수가 확실하게 조준할 수 있는 곳으로 끌어내고 빨리 빠져나오세요."
"가논이 미끼를 안 물면?" 리발이 물었다.
"그러면 본관으로 바로 공격하세요. 그 일이 벌어진다 해도...링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우르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공격을 맞추면 가논이 충분히 약화되어서 네가 봉인할 수 있는 건가?"
"예. 그 때에 제가 나설 때죠." 젤다의 표정이 굳었고 링크는 그녀의 눈에 그놈을 향한 증오가 담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100년간 그녀가 버티면서 경험한 것들이 상상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시련은 하찮게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리발이 조금 뒤에 물었다. "어떻게 힘을 깨우게 된 거야?"
그녀의 표정은 확실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 항상 그 힘이 저를 희생하고 스스로의 안정을 포기하면서 신성하게 해야 나올 것이라 생각했어요. 스스로를 비움으로서...더 찰 수 있을 것이라고요."
미파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면서 앞으로 다가가 젤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었죠?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죠."
젤다는 쓴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보면 그렇죠. 샘으로 여정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마지막 샘에서...무언가를 보았거든요." 그녀는 링크를 잠깐 보았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모르겠는데." 리발이 날개로 팔짱을 끼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정확히 뭐였는데?"
젤다는 리발의 눈을 보았다. "저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을 받아들여야 했어요. 제가 무엇인지를...부정하는 것을 멈추어야 했고요. 제가 하일리아의 환생이지 제가 되려고 했던 것이 환생이 아니었으니까요."
"그게 다야? 그냥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답이었어?"
"다른 것도...있었죠. 하일리아 여신은 모든 생명을 보존하기를 바라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거든요. 용기와, 희생과...사랑을 중시했고요. 과거에는 두려움과 의심만으로 가득해서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상황이..." 그녀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악화되었고요."
"어이쿠, 공주님!" 다르케르가 말했다. "살아있는 동안에도 접근이 잘못되었다고 하려고 했는데!"
우르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젤다를 따스하게 내려다보았다. "우리 공주님은 늘 우리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이였어."
"고마워요." 젤다는 모두에게 미소를 지었다가 그 목소리가 희미해졌다. "그리고...다른 것도 있었어요. 우리 학자들 모두가 몰랐던 것이 있었어요. 제가 쥔 힘은...여신의 힘만은 아니예요. 시간이 지나며 잊힌, 다른 것도 있었죠. 일종의 균형을 이루어야만 했는데 그건 제가...음, 너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바람에 이를 놓쳤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일어난 거야?" 리발의 목소리는 더 조용해지면서 이번에는 정말로 궁금한 것 같았다. "이전에 두려웠으면 어떻게..."
젤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아 링크가 대신했다.
"저와 가디언 사이를 막아 섰습니다."
그녀는 놀란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 채로 그를 빠르게 보았다.
그는 그녀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죽어가고 있었던 때에 가디언이 저를 마무리하려 나서자 사이에 섰습니다. 그러니까...일어나더라고요."
"용기와, 희생과, 사랑이네요." 미파가 말했다.
젤다의 눈은 그를 그대로 보았다. "예." 한동안의 침묵이 그들 사이에 돌았다.
그러더니 그녀의 인상이 찡그려지면서 침묵이 끝이 났다. 그녀가 다시 말할 때에는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죄송한데 이제 가야 해요. 가논이..."
그녀는 눈 앞에서 흐려지며 사라졌다.
"젤다?" 링크가 앞으로 나서서 돌아보며 말했다. "젤다, 괜찮습니까?"
"예..."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해졌고 이제는 성에서 오고 있었다. "가논이 제가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나봐요. 아직은 묶어두고는 있지만...링크, 주의하세요."
링크는 손을 뒤로 뻗어서 마스터 소드의 손잡이를 잡았다. "지금 가겠습니다."
"아뇨!" 그녀는 거세게 말했다. 그리고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 "아직이요. 다 준비될 때까지 공격하지 마세요. 아직은 버틸 수 있어요. 지난번과는 다르게 저를 기습하지 않았으니까요."
링크는 그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싶었다. 지난번처럼 성으로 달려들어 본관으로 향해 당장 가논을 끝장내고 싶었다. 하지만 한 손이 그의 어깨에 얹히면서 그를 진정시켰다. 그가 뒤를 보자 우르보사가 그의 뒤에 서서 성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 공주님, 필요하면 당장 우리를 불러. 준비할 테니까. 아니면...내일 보자고."
"기대할게요."
하나씩 영걸들의 혼이 사라지면서 각자의 신수로 되돌아갔다. 미파는 남은 소중한 시간을 시드와 보낼 것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들이 실패할 것을 대비해서 전투에 참전하지 않고 그의 백성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남기로 했다. 우르보사는 루쥬와 시간을 보내서 아직 어린 족장에게 최대한 많은 지혜를 전수할 생각이었다. 리발은 메도로 돌아갔으나 테바가 그와 같이 있게 될지는 몰랐다. 그것이 링크에게는 하나의 걱정이 되어 있었다. 리발에게 작별 인사도 할 사람이 없게 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리토족 하나에게 그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할까 싶었다.
다르케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영면하게 될 자리에 아직도 있는 것이었다. 대신에 그는 주변의 고론족을 돌아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형제...마침내 이 자리에 도착해서 이제는 후련하네."
링크는 리발에 대한 걱정을 덜면서 그의 옆에 섰다. "그렇죠."
다르케르는 눈을 반짝이면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내일 우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내일 네가 본관에 발을 디디는 순간 가논은 낯짝을 든 것도 후회하게 될 거다."
"저...그렇기를 바라야죠. 이제 여기를 오니까..."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 두려워 미치겠거든요."
"당연히 무섭겠지. 안 그러는게 이상할걸. 내 손자 녀석하고 똑같네. 그 녀석도 몬스터만 나타나면 좀 불안해하거든. 그런데 그래도 당당히 서서 자신의 일족을 보호하기 위해 할 일은 하더라고."
"그래요, 그렇죠." 링크는 그가 느끼는 두려움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었다. 그의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죽음이 무슨 일을 불러올지 두려운 것이었다. "이번에는 패배하면 안되니까 그럽니다. 지난번에 여기에 왔을 때에는, 가논이...큰 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싸워 온 것들도 젤다는 그게 다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놈의 힘의 일부일 뿐이라고요."
"그런데? 다 이겼잖아?"
"도움도 있었고 운도 좋았으니까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제가 끌고 온 이들에게 죽음을 불러오기가 싫은 겁니다. 여기에 오지 않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고요."
다르케르는 손을 들어 자신의 수염을 어루만졌다. "형제, 내 의견을 말해볼까? 내일 가논은 뼈도 못 추려. 100년 전에 비하면 꽤 강해졌잖아.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야. 널 도와주기 위해 우리 모두가 있다고. 그리고 곁에는 힘이 완전히 깨어난 공주님도 계시잖아. 놈을 무찌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 준비되었다고."
링크는 오랫동안 조용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네요." 그는 그의 친구이자 형제를 올려다보았다. "그게...정말 그리울 겁니다. 제가 제 스스로를 아는 것 이상으로 절 잘 아셨으니까요."
그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에 투명한 손을 얹었고 이는 간신히 느껴졌다. "링크, 넌 꽤 강하게 컸어. 괜찮을 거야. 너와 공주님 둘 모두 다 괜찮을 거라고."
링크는 미소를 지었고 목에 큰 것이 메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별 인사를 나누는 것은 늘 힘들었다. 그러나 그가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루다니아의 상판으로 올라오는 경사로에 울리는 소리가 들리며 다른 이가 다가왔다. 고개를 돌리자 윤돌이 머리를 뺀 것이 보였다.
"다...간거야고로? 방해했으면 미안해고로!"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훔쳤다. "그래. 다 각자의 신수로 갔어."
"아, 그래." 윤돌은 그들에게 다가갔고 둘을 번갈아 보면서 머뭇거렸다. "좀 더 기다릴까고로? 아직 말 안 끝났으면..."
링크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어서 와." 그는 옆으로 서서 윤돌이 와서 그와 다르케르 사이에 서있을 수 있도록 했다.
몸이 더 큰 고론족은 씩 웃으며 자신의 손자를 보았다. "그래, 내일은 무슨 일을 맡았어?"
"남아서 대장들을 보호해달래요고로! 제 도움이 없으면 좋겠지만, 무슨 공격이 오면 남아서 지원이 올 때까지 보호해달래요고로."
다르케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군! 내일은 큰 전투야. 군사를 이끄는 이들이 전투 중에 쓰러지면 큰일 나지."
링크는 두 고론족이 대화하는 것을 돌아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이 둘을 같이 있게 해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다르케르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나 그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느낀 것과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의 여동생과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앞으로도 확실하게 모를 것이었다.
사실 그들이 빠져나왔다고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이미 늙어서 죽은 뒤였을 것이었다. 건강을 아주 잘 유지한 하일리아인들도 시커족만큼 장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릴이 자신과 비슷하게 모험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배의 갑판에서 지휘를 하고 있는 자신의 자식이나 손주를 보았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도 좋았다. 이것이 사실일 리는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나름대로 강한 기사이기는 했었다. 그라면 그들을 그런 지옥도에서 빠져나오게 해 줄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링크에게는 최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링키! 링키! 어서 일어나!"
무언가가 그를 세게 흔들었고 링크는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서 마스터 소드를 쥐었다. 그의 작은 텐트 안에서 그림자가 짙은 모습 하나가 그의 옆에 무릎을 꿇은 채로 있었고 그녀의 뒤에는 작은 등불이 있었다.
"프루아?" 링크는 인상을 찡그렸다. "무슨 일입니까? 벌써 공격했습니까?"
"아니, 하지만 도움이 필요해. 여기의 가디언을 왜 조종 못하는지 알 것 같아."
링크는 그녀 뒤를 보았다. 하늘은 아직 어두웠고 별도 보였다. 그녀는 밤 내내 이 문제를 싸매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뭘 하면 됩니까?"
"여기 하이랄 평원의 탑을 기동해야 해. 그게 내 가정이야. 다른 지역들에는 다 탑이 기동하고 있었는데 그 지역의 가디언은 조종할 수 있었거든."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뻗어서 영걸의 옷을 잡았다. 그는 그의 머리 위를 통해 이를 입었다. "바로 가겠습니다."
"나도 갈게!"
링크는 입술을 물며 그녀를 보았다. "제가 다 하고 나서 워프하시면 될 텐데요."
"이게 더 빠를 거야. 그것 말고도 탑이 기동되는 거를 직접 본 적이 없거든."
그는 그녀를 한동안 보면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그 길에 몬스터들이 있을까 걱정되었지만 조심하기만 하면 그녀를 지킬 수 있을 것이었다.
"좋습니다. 말은 준비했습니까?"
"네 것에 이미 안장을 얹어 놨어."
링크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다시 그의 작은 천막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이불을 걷어버리고 바지를 입은 뒤에 나와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은 밤이었지만 곧 새벽이 될 것이었다.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는 프루아가 세 마리의 말 근처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세 마리나?
그리고 자세히 보니 한 말 위에 파야가 꽉 끼는 시커족 전사의 복장 차림으로 있는 것이 보였다.
링크는 앞으로 나서서 스피릿의 고삐를 잡았다.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너도 가는 거야?"
파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면을 내린 상태여서 그녀의 얼굴이 모두 보였다. "프루아 고모 할머님이 같이 와 달라고 했어요. 일하고 있거나 돌아오는 길에 공격하는 자가 있지 않을까 해서요."
"왜 날 그렇게 봐?" 프루아가 얼마 뒤에 말했다. "파야 정도라도 날 잘 지킬 수 있어. 어쨌든 탑 위니까. 이건 조금 더 조심하자는 거야."
링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겠죠." 그는 파야를 돌아보았다. "일단은 조심해. 아직 가논이 우리의 계략을 모르는 것 같은데 눈치채면 무슨 짓을 할지 상상도 안 가."
그녀는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링크는 스피릿의 등에 타서 같이 서쪽 방향에 있는 탑을 향해 나아갔다. 한 시간 안쪽 정도로 시간이 걸렸지만 그들은 링크가 원래 바라던 정도 이상으로 말을 몰아붙여서 갔다.
평원의 탑은 마을의 옛터 한가운데에 있던 것 같았다. 기반 근처의 부서진 돌과 흙의 정도로 보아 링크는 이 탑도 시작의 대지의 탑처럼 묻혀 있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작의 탑과는 달리 이 탑의 주변에는 보코블린 두엇이 돌아다니고 있지 않았다.
"프루아, 저건 가디언입니다." 링크는 프루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가디언이 있는 겁니까?"
프루아도 링크처럼 크게 놀란 것 같았다. 그들은 적습을 우려하여 말을 1킬로미터 정도 뒤에 있는 작은 숲에 숨겨두고 탑에 걸어서 다가갔었다. 그것도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이 가디언 셋이 마을 옛터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어떻게 알아? 여기에 있을 거라고는 나도 예상 못했다고."
링크는 조용히 욕을 내뱉고 그들이 숨은 벽 뒤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그 불안과 공포, 그리고 격앙된 두려움이 생겼다. 기억을 다 되찾게 되었을 때 그것들을 잊게 되었기를 바랐지만 그 감정은 아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가논이 저희 계획을 눈치채고 막으려고 보냈는지도 몰라요." 파야가 걱정스러운 눈치로 말했다.
프루아는 고개를 뻗어서 보았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그런 것 같아. 찾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돌아다니는 거야. 아마 100년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젤다가 가논을 억제한 그 시간에 저놈들이 마을을 부쉈었고 그 뒤로 계속 남아 있었나봐."
"그런 겁니까." 그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젤다가 무모하다고 말할 것 같은 한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나가 다 쓰러뜨리겠습니다."
프루아는 눈썹 한 쪽을 치켜떴다. "쓰러뜨린다고? 셋 다?"
"링크, 그건 너무...위험하지 않나요?" 파야가 물었다.
그동안 난 세 기 이상이나 부숴버렸어. 이것이 그가 기억을 되찾은 것의 한 장점이었다. 이것들의 약점을 알고 있었고 과거에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버렸는지 알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조준 당하지 않게 조심해. 알겠지?"
"돌아가서 다른 이들을 더 불러도 될 거예요." 파야는 그녀도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하는 듯이 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링크는 고개를 젓고 손을 뒤로 뻗어서 마스터 소드를 뽑았다. 검은 가디언 내의 가논의 오염에 반응하는 듯 어둠에서 빛이 났다. 그도 아니면 가논이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었지도 몰랐다.
"시간이 없어. 그래도 괜찮을거야." 그리고 다른 이들이 더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벽의 모퉁이로 다가가서 가디언 하나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작한다. 그가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그것은 긴 다리로 잔해를 헤치면서 다가왔다. 그것은 눈을 여러 방향으로 돌렸고 그는 그것의 기동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곧 몸을 돌렸다.
링크는 그가 숨은 위치에서 뛰쳐나와 달려들었다. 그것은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그는 빛이 나는 검으로 앞을 베어 다리 하나를 쉽게 잘라버렸다. 잘린 다리에서는 스파크가 튀었고 가디언은 움찔했다.
그것은 머리를 돌려 공격자를 찾으려 했으나 그는 계속 움직여 놈의 시야 밖으로 움직였다. 그는 두 다리를 더 잘라버렸고 그것은 마침내 넘어졌다. 성공이었다. 그는 곧바로 둥근 몸으로 달려 올라가서 마스터 소드를 떨리는 푸른 눈에 박아 넣었다.
몸체의 빛이 번쩍이더니 링크는 뒤로 뛰어서 멀어졌다. 그것이 폭발하자 그는 가디언의 잔해를 큰 눈으로 보았고 숨도 빨라지고 있었다. 성공했다. 정말로 성공한 것이었다.
다른 두 가디언들도 어둠 속에 번쩍이는 붉은 빛과 떨리는 푸른 눈으로 나타났다. 그것들은 그를 바로 보았고 그는 그것들이 발사하자 고함을 지르며 벽 뒤로 숨었다.
벽이 터지고 링크는 뒤로 날려갔다.
그는 그 폭발에 약간 정신이 흐려져서 다시 일어섰지만 놈들이 벽의 조각과 가디언의 잔해를 헤치면서 표적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를 갈면서 그는 달리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향해 달려갔다.
하나는 발사했으나 링크는 그 눈이 발사하기 직전에 하얗게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는 빛줄기를 피했고 두번째 기체가 발사하자 다시 몸을 숙였다. 머리 위로 뜨거운 빛줄기가 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가디언들이 다시 발사하기도 전에 링크는 하나의 주변을 돌아가서 한 가디언을 그와 또 다른 가디언 사이에 두려고 했다. 그는 검을 놈의 다리로 휘둘렀으나 가디언은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서 가디언의 빛줄기를 막았다. 공격은 튕겨나면서 탑의 기반에 아무 피해도 없이 부딪혔다.
다른 가디언이 움직여서 시야로 들어왔고 링크는 정반대로 달려서 첫번째 가디언이 그와 그들 사이에 있도록 했다. 그는 다시 다리를 공략해 보았으나 이번에는 다리를 앞으로 쓸어서 그 발톱으로 그의 가슴을 쳤고 그를 뒤로 날려버렸다.
그는 땅에 구르면서 내려앉았고 그의 바로 옆 땅이 또 불꽃을 튀기며 폭발했다. 신음하며 그는 더 멀리 날려서 한동안 구른 뒤에 다시 멈추었다. 금속이 땅과 부딪히며 그에게 달려오는 것이 들렸고 이에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는 간신히 방패를 들어 다음 공격을 막았으나 얼마 뒤로 밀려났다.
그는 검을 위로 치켜들었고 검은 강해진 힘과 빛으로 번쩍였다. 아래로 휘두르자 백색의 빛의 원형이 쏘아져서 가디언의 머리에 맞았다. 부숴지지는 않았으나 크게 떨리게 할 수는 있었다. 빛은 빠르게 번쩍였고 그것은 옆으로 흔들렸다.
다른 가디언이 발사했으나 이번에는 링크는 그 빛을 바로 되돌려버렸다. 빛은 눈에 명중했고 가디언은 과도해진 전력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얼마 뒤에 그것은 폭발하면서 다른 가디언을 뒤로 밀어냈고 그 가디언은 세 다리를 버둥거리면서 완전히 넘어지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는 그것이 다리를 내려 몸을 세우는 순간 앞으로 달렸다. 그것이 눈을 그에게 돌리자 링크는 앞으로 발을 차내어 몸을 돌려 그의 오른쪽으로 굴렀고 그의 아래에 방패를 두었다. 그는 방패를 타서 앞의 땅 위를 미끄러져 갔고 가디언의 아래쪽의 밝게 빛나는 지점에서 멈추었다. 미소를 지으며 그는 마스터 소드를 그 안에 박았고 폭발하려는 순간 빠르게 빠져나왔다.
가디언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붉은 빛이나 푸른 눈처럼 다른 움직임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없었다. 세 가디언 모두가 사라진 것이다.
"와." 프루아가 벽 뒤에서 나오며 말했다. "세상에, 싸울 줄 안다는 거는 아는데 저건...와."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검집에 넣고 소매로 이마를 훔쳤다. 그의 손도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됐다, 할 수 있어.
그는 주먹을 쥐어서 떨리는 손을 진정시켰고 주먹을 내렸다.
"괜찮으세요?" 파야가 물어서 그의 주의를 끌었다. 그녀도 보았나 했다. "저 가디언이 그쪽을 쳐서요."
"아." 링크는 그 발에 맞은 그의 가슴 지점을 보았다. 미파의 힘이 빠르게 발동하지 않았다면 멍이 들 것 같았다. "괜찮아. 나쁘지는 않아."
"있잖아, 로베리는 이거랑 싸우는 거에는 소질이 좀 있었어." 프루아가 가디언의 잔해를 보면서 말했다. "너보다는 나았겠지." 그녀는 타버린 다리를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박살내지 않고 쓰러뜨릴 수가 있었으니까."
링크는 코웃음을 쳤다. "그럼 다음에 탑에 갈 때에는 로베리 보고 데려가 달라고 해요."
"아냐. 걔는 너무 늙었어. 그 아들이라는 사람은 좀 배웠나 몰라?"
"아, 그라넷이요?" 파야가 조금 굳으며 말했다.
프루아의 얼굴에 놀리는 듯한 미소가 피어올랐고 그녀의 눈빛이 반짝이며 파야를 보았다. "아는 거지?"
파야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만난 적은...있어요. 집을 나서고 나서 카카리코 마을에 온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프루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어떻게 생각해?"
파야는 불안한 듯 돌아보고 마침내 탑을 올려다보았다. "탑 기동해야죠? 시간 얼마 없잖아요?"
프루아는 그녀의 여동생이 생각나는 모습으로 낄낄 웃었고 앞으로 나서서 탑의 기반에 다가갔다. 그는 파야에게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더욱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가 먼저 탑의 정상에 오르고 두 여인을 그 위로 이끌어주었다. 마침내 둘 모두 오르자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탑은 하이랄 평원의 주변을 잘 보여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지역의 파괴도 잘 보여주었다. 옛 하이랄군 주둔지와 남쪽의 교역소의 옛터가 보였다. 그 두 지역에서 일면식이 있던 사람들의 얼굴도 기억이 났다.
이를 다시 물면서 그는 몸을 돌려 단상으로 향해서 틈 안으로 시커 스톤을 넣었다. 탑이 기동되면서 푸른 빛이 주변에 번쩍였고 꼭대기의 세 팔은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시커 타워를 기동, 워프 지점을 설정합니다. 근처의 가디언 감지, 확인. 근처에 가디언 113기가 감지되었습니다."
프루아는 다가가서 단상에서 시커 스톤을 뽑고 그 보고 비키라고 했다.그리고 나서 자신의 시커 스톤을 긴 전선을 사용해 단상에 연결했고 바닥에 꿇어서 시커 스톤을 두드렸다.
"좋아, 접속했다." 그녀가 조금 긴장된 시간 이후 말했다. 그녀는 링크를 바라보았다. "준비는 하겠는데, 공격이 개시되기 전까지는 시작하지 않을 거야. 정말 최후의 순간에 가논이 힘을 쓰게 하려고 할 거거든."
링크는 그녀를 한동안 보다가 몸을 돌려서 탑의 모퉁이로 가서 하이랄 성을 보았다. 하늘이 옅어지고 있었다.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기대감에 심박이 더 뛰었다.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파야는 그의 옆에 서서 그가 보던 것을 같이 보았다. "준비...되셨어요?"
그는 그녀를 흘긋 보았다. "많이 준비되었지."
그녀는 입술을 물고 그를 보았다. 그녀의 표정에 우려가 있었고 그가 미로숲에서 돌아왔을 때 그녀가 반응한 모습이 생각이 났다. "저...감사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희를 위해서 한 모든 것을요. 할머니를 구할 수 있게 도와준 것과, 이럴...수 있게 해준 것에요."
그녀는 고개를 아래로 숙여 조용히 마루를 닦던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사의 모습을 띠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링크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도와줄 수 있어서 기쁘기는 하지만, 이건 이미 너의 일부였어. 이를 끌어낼 이유만 있었으면 되었지."
"그럴 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안 왔으면 안 그랬을 것 같아요."
링크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이야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되었을 거야.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어마어마한 것들도 이룩하거든."
젤다가 그의 앞에 서서 포악한 가디언에 맞서던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스쳤다.
파야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반드시 승리하실 거예요."
"그래." 링크는 성을 보면서 말했다. "절대 지지 않아." 그는 그녀를 보았다. "무사히 있어.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그는 패러세일을 가방에서 꺼내어 열었다. 그녀는 이를 보고 놀라워했고 링크는 씩 웃었다. 생각을 해 보니 파야는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탑의 모퉁이 밖으로 나서서 주변을 큰 원을 그리면서 날았고 마침내 아래쪽의 땅에 발을 디뎠다. 그는 탑을 올려다보면서 손을 흔들고 말을 두고 온 숲으로 달려갔다.
링크는 군대의 선두에 스피릿의 등에 탄 채였다. 그의 양 옆에는 하이랄의 모든 종족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연합군이 있었다. 아침 해를 받으며 은빛으로 빛나는 무기를 든 조라족, 망치질한 철판으로 갑옷을 입고 거대한 망치와 채광 장비로 무장한 고론족, 머리 위로 활과 폭약을 준비하여 비행하는 리토족, 금색 갑옷과 날카로운 무기로 무장한 겔드족, 링크의 기억에서 나온 것과 아주 비슷한 무릎 높이의 의복의 전사들로 구성된 시커족, 그리고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이들도 있으나 대다수는 농기구와 가죽 조끼 차림인 하일리아인까지.
링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는 서른 명 정도 되는 시커족은 로베리의 특수한 고대 병기 갑옷으로 무장했다. 그 갑옷은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는 원뿔형 투구와 가디언의 표면에도 그려진 고대의 그림이 있는 검은 판금으로 되어 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의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푸른 빛으로 번쩍이는 무기를 지닌 조라족과 겔드족이 있었다. 링크는 머리 위의 리토족들이 고대 병기 화살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이 중 어느 것도 필요가 없기를 바랐다. 프루아의 계략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머리 위에서 메도가 큰 울음소리를 내었고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뽑았다. 날은 여전히 빛이 나고 있었다. 검의 정령도 그 기대감에 차 있었다.
가논의 분노를 나타내는 듯 땅이 울렸다. 그들 사이의 평원 너머에서 링크는 몬스터와 가디언을 보았다. 이 거리에서도 몬스터들의 얼굴에 나오는 붉은 안광이 보였다. 그들도 가디언처럼 가논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보리스가 하늘로 번개를 쏘아보냈고 이에 천둥이 쳤으며 그 번개는 마치 나뭇가지들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링크는 천천히 기다렸다. 스피릿은 땅을 긁어댔다. 그의 주변에 갑옷을 입은 이들이 각자의 말에 탄 채로 불안하게 떠는 것이 들렸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수십 개의 가디언의 붉은 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링크는 숨을 참았다. 빛은 또 번쩍이더니 가디언들이 떨었다. 빛은 주황색으로 변했고 다시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또 주황색, 또 붉은색, 다시 주황색, 그리고 마침내 푸른색이 되었다.
가디언들은 곧바로 몬스터의 군세에게 공격을 가해 가논의 군대에 혼란을 일으켰다. 몬스터들은 최대한 맞섰지만 그들의 조잡한 무기로는 가디언에 흠집도 내지 못했다. 가디언이 새 표적을 찾는 동안 보코블린과 모리블린은 불타 죽어갔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그의 뒤에서 하이랄 전 구역에서 모인 군대가 가논의 분노의 소리도 묻어버릴 정도의 거대한 함성을 외쳤다.
지금 갑니다, 젤다!
그리고 함성을 지르며 링크는 스피릿에 박차를 가해서 평원을 달렸다.
하이랄 성으로 가는 것이었다.
기마병이 가장 먼저 몬스터들에게 덤벼들어 혼란에 찬 몬스터에 마치 망치처럼 공격을 가했다. 링크는 혼란에 찬 몬스터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마스터 소드를 마치 뱀의 혀처럼 베어갔다. 그는 큰 피해를 입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여기서 싸움에 휘말리는 것은 그의 목표가 아니었다. 성 시내로 들어가서 성으로 향해야 했다.
그는 푸른 빛으로 번쩍이다가 혼란에 싸인 리잘포스 무리를 향해서 빛을 쏜 가디언을 지나갔다. 그나마 남은 놈들은 흩어졌고 가디언들은 놈들을 쫓았다. 이를 보자 링크의 등이 서늘해졌지만 그는 일단 이것을 생각하지 말아야 했다. 그 두려움에 맞서고 이긴 적이 있었으니, 지금 그것에 발걸음이 멈출 리가 없었다.
그는 걸걸거리는 울음소리를 들었고 그는 스피릿을 간신히 틀어서 창백한 보코블린 하나가 꽤 상태가 좋은 검을 휘두르는 것을 피했다. 링크는 이를 본 순간 그 검이 하이랄의 기사들에게 주어진 왕가의 검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게 되었다. 그가 받지 못한 검이었는데, 마스터 소드 하나만으로도 그의 지위를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자기 말을 탄 보코블린은 소리를 지르고 스피릿의 옆구리를 겨누었다. 링크는 날을 막고 그의 손목을 돌려서 보코블린이 검을 놓쳐버리게 했다. 한번 더 베어버리자 보코블린은 말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
비행형 가디언 하나가 머리 위로 날아갔다. 링크는 몬스터들 몇몇이 해도 입히지 못하는 화살을 쏘다가 가디언의 공격에 당하는 것을 보았다.
성공이군. 그가 스피릿을 습보로 이끌어 모리블린의 시체 하나를 넘어 마을로 덤벼들었다. 도착이다!
몬스터들 사이로 달려가는 동안 다른 몬스터들도 보였다. 히녹스와 라이넬, 울포스가 있었고 무슨 마법복을 입은 채로 허공에서 떠다니면서 불꽃과 얼음을 쏘는 놈들도 있었다. 그는 내심 걱정이 되어 남아있고 싶었었고 이 군세에 덤벼드는 그의 군을 지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절대로 그러면 안되었다. 계속 전진해야 했다.
그가 날아다니는 마법사들을 지나가는 동안 그는 마스터 소드를 검집에 넣고 활에 화살을 걸어서 모자 바로 아래의 검은 얼굴에 쏘았다. 녀석은 땅으로 떨어지더니 여러 소형 가디언들의 발에 짓밟혀버렸다.
만족하여 링크는 달려가서 성 시내의 대문이었던 것을 통과하여 시내의 옛터로 향해 강렬한 전투의 대부분을 뒤로 했다.
프루아는 시커 스톤의 화면을 두드려 가면서 가논이 다시 가디언의 조종권을 빼앗으려는 시도를 중지시키기 위해서 명령어를 입력해 댔다. 대재앙이 기술에도 일가견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힘든 일이기는 했지만 프루아가 100년 간 이 기술을 연마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이 탑에 남아 묶인 채로 있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탑의 제어 장치에서 접속을 끊으려 하면 가논이 늘 지배를 빼앗아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여기에 남은 채로 꽤 특이한 본인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땀이 코에서 떨어져 화면에 떨어졌고 그녀는 빨리 이를 닦아냈다. "어때, 파야?"
"그...가디언이 아직도 몬스터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파야는 프루아가 가져온 망원경으로 전투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나보리스의 번개로 표시되는 행동 개시 신호를 보아서 프루아에게 알려줬었다. 이제는 프루아의 지시가 아직도 유효하게 작용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게다가 그녀는 일찍이 다가오는 보코블린들도 어떻게든 쓰러뜨렸었다. 꽤 아슬아슬했지만 이 아이는 실력은 있었다. 귀여운 남자를 보면 얼굴이 시뻘게지는 것이 흠이기는 했지만 말이었다.
그녀는 가논의 오염이 다시 그녀의 명령에 저항하는 바람에 화면에 나타난 새 표적 알림을 보았다. "체키, 그만 좀 해!" 그녀는 이를 재빨리 수정했다. 그녀가 이를 잡아내지 않았다면 링크가 맞았을 수도 있었다.
"저...프루아 고모 할머니?"
프루아는 파야를 무시했다. 그녀는 정말 말이 많았다. 지금은 이 소녀의 애정 얘기를 들어줄 때가 아니었다.
이건 또 뭐야? 훗! 내 눈길을 피하려 했겠다?
"프루아 고모 할머니!"
"뭐? 나 지금 바빠!"
"저 가디언 조종하시는 거예요?"
프루아는 시커 스톤에 새 명령을 입력하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어느 거?"
"탑으로 오는 거요!"
프루아는 고개를 치켜들더니 놀라서 돌아보았다. 잠시 시커 스톤을 내려놓으면서 그녀는 모퉁이로 다가가 파야가 보고 있던 것을 보았다. 남서쪽의 다프네스산을 방금 돌아와서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일곱 기의 가디언이었다. 그 가디언은 모두 붉은 빛이 났다.
"제길!" 그녀는 곧바로 시커 스톤으로 돌아갔고 가논이 그 틈을 타 몇몇 그녀의 명령을 빼앗았다는 것을 보았다. "파야, 엎드려! 우리에게 오는 거면 알려줘!"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논은 그녀의 위치와 목적을 알아채서 이 탑의 제어 범위 밖에 있는 가디언에게 지원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성 시내를 통과하자 젤다와 같이 이곳에 왔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두려움과 공포, 고뇌가 지금도 링크를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그의 아버지의 옛 집, 그의 가족이 영면했을 것 같은 자리로 가는 길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성을 계속 쏘아보면서 계속 나아갔다. 이제는 꽤 크고 위협적일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이 자리에서도 본관이 보였다. 성의 중심부이자 왕좌가 있는 곳, 그가 기사 서임을 받은 곳, 영걸의 옷을 받은 곳, 젤다의 호위 기사 자리를 받게 된 곳, 그리고 그의 운명을 마주하게 될 곳이었다.
이곳은 곳곳이 원념으로 덮여 있었다. 원념은 벽에서 흘러내리면서 땅을 넓게 덮었다. 매서운 검은 가시들이 오래된 마차와 감시소의 잔해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가끔은 장애물이 되었지만 마스터 소드는 이를 쉽게 베어버렸다.
하지만 결국 원념 때문에 발걸음이 늦춰져 버렸다. 그것 외에도 이것에 신경이 돌아가 버려서 그의 근처의 벽 하나가 길 위로 무너지면서 오래된 벽돌이 그에게 흩뿌려지는 것도 놓치게 되어 그에게 꽤 위험한 일까지 되었다.
스피릿은 옆으로 피했고 링크는 돌면서 벽돌과 시멘트가 그에게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고 먼지구름 너머에 잔해에서 가디언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 가디언은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움직였고 링크는 가디언의 빛이 푸른색과 주황색, 붉은색 사이를 빠르게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허공의 아무 지점으로 빛을 발사했다.
링크는 욕을 내지르고 스피릿을 가디언으로 몰면서 마스터 소드를 뽑았다. 달리는 동안 그는 안장에 몸을 굽혀서 다리 둘을 잘랐다. 가디언은 몸을 틀었지만 곧바로 세웠다. 그 머리는 그를 쫓기 위해 돌았고 빛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링크는 그것이 발사한 순간에 스피릿을 틀었고 그 빛줄기는 옛 건물의 잔해를 파괴했다.
그는 스피릿을 돌리고 다시 가디언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은 그 한 눈으로 그를 쫓았고 링크는 공격을 예상하며 방패를 들었다. 그런데 가디언이 공격을 하기도 전에 빛이 여러 색으로 다시 번쩍였다. 그는 두 다리를 더 잘라서 이를 땅으로 넘어뜨렸다.
남아서 이 가디언을 끝장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스피릿을 다시 달리게 하여 마을을 달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가디언을 뒤로 했다. 가논이 저항하고 있었으니 당장 성으로 가야 했다. 지배당한 가디언과 몬스터들 사이에 끼면 그의 군대는 궤멸당하는 것이었다.
그들 아래에서 땅이 떨렸고 링크는 성 안쪽에서 울리는 울음소리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몸을 낮추어 스피릿을 더욱 강하게 몰았고 중앙 광장에 도착하자 이를 갈았다. 가디언 둘이 여기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나는 똑바로 서 있었으나 다른 하나는 다리 셋이 날아가 있었다.
다리가 잘린 가디언은 링크로 고개를 돌렸고 그것의 몸의 빛은 붉게 빛났다. 링크는 이제는 썩은 나무와 옛 천으로만 남은, 한 때는 가게였을 것 같은 지점을 돌아갔다. 가디언은 공격을 가했으나 빛은 엉뚱한 곳으로 나아갔다.
다른 가디언의 빛이 푸른색으로 빛나면서 고개를 링크가 아닌 다른 가디언으로 향한 것이었다. 그것이 또 발사했고 다른 가디언을 옆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그는 계속 나아갔다.
우르보사는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보았다. 그녀의 겔드의 전사들이 늘 그러한 것처럼 우아함과 격렬함의 혼합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을 보았다. 일부는 기마대였지만 대부분은 보병으로 마치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몬스터들을 베었다.
현 겔드 족장은 나보리스의 머리 위 그녀의 옆자리에 서서 놀라워하는 눈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우르보사는 루쥬가 얼마나 어린 지를 보자 꽤 놀랐지만 그녀 안의 물러나지 않는 겔드족의 정신을 알아보았다. 지난 2주간에도 나보리스의 조종법을 많이 익혔었다. 우르보사는 그녀가 더 성장하고 성숙하면 훌륭한 족장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대재앙에 맞서 싸운 족장이 되는 것이었다.
"저것을 보세요!" 루쥬가 가리키며 말했다. 우르보사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았고 겔드의 전사 하나가 지나가는 말의 고삐를 잡아서 안장으로 올라타 그 위에 탄 보코블린을 낙마시키고 그 말을 몰아 두 몬스터를 짓밟는 것을 보았다.
허, 저건 내가 옛날에 했던 건데. 우르보사가 쓴 생각을 했다.
"우르보사!"
그녀가 몸을 돌리자 그녀 뒤에 투명한 모습이 보였다. "리발, 무슨 일이야?"
"문제가 터졌어." 그는 옆으로 다가가서 루쥬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무시했다. 그가 동쪽을 가리키자 우르보사는 허공에 있는 점과 땅에서 기어오는 몇몇 점들을 보았다. "가디언들이야."
"그런데?"
리발은 그녀를 답답하다는 듯이 보다가 이해가 되었다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아, 맞다. 겔드족은 리토족만큼 눈이 빼어나지 않지. 늘 잊는단 말이야."
그녀는 이 리토족을 때려눕히고 싶은 생각이 꽤 자주 들었지만 한번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사실 한번 정도라도 하고 싶기는 했다. 우르보사는 자신의 삶에 후회는 없었지만 사실 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았던 몇몇 일들은 있었다.
"그래서?"
"우르보사, 저것들은 붉은 빛이야. 적이라고."
우르보사는 욕을 내질렀고 나보리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기로 가지. 다른 이들에게 번개가 갈 거라고 말하고 군을 지원하는 것을 준비시켜."
나보리스가 발 밑에서 움직이자 루쥬는 비틀거렸다. 우르보사는 그녀를 보면서 이 어린 소녀를 땅으로 내려보낼까 싶었지만 곧바로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 겔드 족장을 어린애로 대우하면 안되었다. 우르보사와 함께 있을 자격이 충분했다.
"루쥬, 내가 나보리스의 번개를 조종하겠지만, 그래도 뇌명의 투구를 써라. 비행형 일부가 따라오면 쏘아라. 나보리스에 무슨 피해를 줄지 모르겠다."
게다가 번개 근처에 있는 것은 꽤 위험했다. 어디로 공격할지는 우르보사가 조종하지만, 그 번개가 지나갈 경로는 그녀도 조종할 수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안전하게 하는 것이 나았다.
루쥬는 그녀를 보고 잠깐만 망설이고 고개를 끄덕여 뇌명의 투구를 허리의 가방에서 꺼내어 머리에 썼다. 아직도 그녀에게는 너무 컸지만 우르보사는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저승에서 그녀의 할머니와 어머니를 만나면 루쥬의 업적을 반드시 말할 생각이었다.
프루아가 시커 스톤에 명령어를 재빠르게 입력하는 동안 탑은 심하게 떨렸다. 제발, 제발 좀 돼라!
바닥이 세게 흔들렸고 그녀는 비틀거리며 단상에 몸을 기울였다. 가논은 또 짜증스럽게도 그녀의 명령을 중단시켜 버렸다.
"프루아 고모 할머니, 아무래도..."
"조용!"
그들의 탑은 이미 둘러싸여 있었다. 가디언은 프루아의 예상과는 달리 탑을 오르지 않았다. 대신에 탑을 에워싸고 아래쪽에 공격을 가했다. 탑은 꽤 잘 버텼지만 그녀는 이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이런 탑이라도 저런 공격은 계속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최후의 계획은 성공할지도 몰랐다. 그냥 시간만, 시간만 더 있으면 되었다.
"아직 보여?" 그녀가 손가락을 불안하게 더 빨리 두드리며 물었다. 손가락 끝에 멍이 다 들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몇 초만 시선을 돌려도 가논이 그 틈을 타 가디언을 다 빼앗아버리는 것이었다.
파야는 탑의 모퉁이 너머를 볼 수 있도록 조금 일어서서 돌아보았다. "아뇨, 그...잠깐, 보여요! 오고 있어요!"
프루아의 가디언이었다. 가논이 절대로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성의 가디언이 아니었다. 프루아가 가장 먼저 수복한 가디언들이었다. 가논은 이를 되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녀와 비슷한 규칙 안에 얽매여 있는 것이 확실했다. 가디언은 특정 탑의 명령에만 반응했으니...
탑은 또 흔들렸는데 이번에는 정도가 심하게 흔들렸다. 체키, 무너지지 마라! 거의 다, 거의 다 왔다고!
"다른 것들을 공격하고 있어요! 됐어요!"
그녀는 다시 시커 스톤을 바라보면서 가논의 명령을 중지시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어렴풋이 이 싸움이 결국에는 어떻게 끝날 것인지 생각이 들었다. 그녀라고 이를 영원히 할 수는 없었다. 벌써 지친 것이었다. 그녀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가논은 계속 그녀를 싸워 왔다. 말 그대로 기계 같았다.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은 이제는 정말 몇 초 정도의 시간만 벌어줄 뿐이었다.
그녀는 가디언들이 아래에서 싸우는 것을 들었다. 서로를 부수고 있었다. 하지만 탑을 공격하는 빛도 생겨났고 꽤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는 한계였다. 꼭대기가 무거운 이 탑이 계속 공격을 받으면...
프루아는 조용히 욕을 읊었다. 미안, 링키. 시간은 잘 벌어줬기를. 그녀의 마지막 계락이자 최후의 결단이었다.
그녀는 가디언들이 따를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오래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로도 군대와 링크를 도울 수 있기를 바랐다.
정문이 바로 눈 앞이었다. 스피릿은 광장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달려갔다. 거대한 나무 문은 남아 있었지만 하나가 미묘하게 열려 있었다. 그와 스피릿이 이를 밀어 열 수 있기를 바랐다.
갑자기 비행형 하나가 동쪽에서 꾸준히 붉은 빛을 내며 쫓아왔다.
링크는 욕을 지르며 말을 골목으로 이끌어서 해자를 건너는 다리 직전의 위치에 도착했다. 가디언이 공격하자 조약돌이 불꽃과 함께 허공으로 튀었다.
스피릿은 털이 땀으로 젖은 채로 거세게 숨을 쉬면서 골목길을 달려갔다. 한때 그 길에는 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 건물들이 있었으나 대부분 사라진 뒤였고 이제는 한 발도 버틸 수 없는 잔해만 남아 있었다.
"얘, 어서! 거의 다 왔어!"
링크는 스피릿을 돌리고 발굽이 돌에 미끄러지자 다시 자세를 제대로 잡을 때까지 몸을 낮추었다. 가디언이 다시 공격했고 거의 그들을 맞출 뻔했다. 저 놈을 빨리 따돌려야 했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밀어 넣고 활을 꺼내 고대 병기 화살로 겨누었다. 활시위를 놓았지만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최강의 기마 궁병이라 해도 달리는 말 위에서 날아다니면서 움직이는 표적에는 잘 쏠 수 없었다.
링크는 욕을 내지르고 빛이 하나 더 지나가자 몸을 숙였다. 그들은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는데 충격적이게도 아까 그를 도와준 가디언이 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프루아, 어서 좀 도와달라고요!
링크는 좁은 원을 그리며 분수를 돌았다. 문득 정말 끔찍한 계획이 들었다.
그는 고대 병기 화살을 두대 꺼내 이에 물었다. 보행형에 다가가는 순간 링크는 등자에서 발을 떼고 안장으로 올라가서 스피릿에서 뛰어오르면서 분수를 향해 공중제비를 돌며 뛰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가디언에 집중하면서 주변의 시간을 늦추었다. 링크는 재빨리 화살 하나를 걸고 당기면서 이를 가디언의 눈에 바로 겨누었다.
그는 이 때에는 정확하게 겨누어 눈의 한가운데에 맞추었다. 화살은 푸른 빛을 내며 폭발하였고 가디언의 빛은 빠르게 번쩍였다. 링크는 얼마 있지도 않은 원념이 멀어진 마른 분수에 꽤 아프게 내려앉았다.
그는 가디언이 뜨거운 잔해를 흩뿌리며 폭발하자 몸을 낮추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비행형을 겨누었다. 그 눈은 푸른 빛으로 번쩍이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그 때 성에서 한 비행형 가디언이 날아오더니 앞선 가디언을 쏘았다.
테바는 날개를 몸에 붙인 채로 하늘을 날아 들어가서 아래의 고론족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춤을 추는 것 같은 위즈로브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 흰 빛줄기가 지나갔다. 가디언의 움직임이 꽤 이상해진 것이었다. 그가 보낸 리토족이 시커족의 화살을 더 확보해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날개를 펴서 하강을 멈추고 활을 앞으로 던져 날개로 잡았다. 그는 화살을 빠르게 겨누어서 위즈로브의 얼굴에 화살을 박았고 위즈로브는 땅으로 떨어졌다. 그 뒤 고론족이 말 그대로 그 위로 굴러서 화살을 눈에 박은 것으로도 끝나지 않았을 것을 대비해서 위즈로브를 완전히 끝장내버렸다.
다른 흰 빛줄기가 그의 곁을 지나갔고 테바는 욕을 내지르며 땅에 박히기 전에 몸을 돌렸다. 그는 가디언에게 쏘았으나 빗나가면서 화살이 눈 옆의 검은 판금에 튕겨나갔다.
그는 날개를 펄럭였으나 바로 실수를 알아차렸다. 가디언의 눈이 그를 쫓아서 다시 쏘기 위해서 떨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땅에서라도 싸워보려고 내려가려 했는데 다른 곳에서 빛이 쏘아지면서 가디언에 세게 박혀 그 가디언을 넘어뜨렸다.
이건 뭐야?
그는 가디언이 초점을 잃은 틈을 타서 곧바로 고도를 높였다. 그는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아서 그것에게 쏜 또 다른 가디언을 보았다. 이 가디언은 붉은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빛났는데 그가 보는 동안 두 빛으로 번쩍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푸른색으로 바뀌더니 옆으로 달려가 다른 가디언을 쫓았다. 다시 발사하자 이번에는 붉기만 한 가디언이 불꽃과 함께 폭발했다. 아군 가디언은 몸을 돌려서 다른 방향으로 가서 비행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 거야?
그는 더 높이 올라가서 아래의 전장을 바라보았다. 모든 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디언 대부분이 몬스터나 하이랄군을 공격하는 것을 멈추고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공격을 피하려고 하지도 않고 둘 중 하나나 둘 다 부서질 때까지 공격을 계속 가하고 있었다.
"테바!"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하츠가 내려와 그의 곁에 떠올랐다. "저거 보이나?"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시커족이 가디언이 서로 공격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가 아는 대부분의 이들 중에는 이러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지식도 없었다.
마침내 그는 하츠를 바라보았다. "리토 몇몇을 데리고 저 탑으로 가서 저기 있는 인원이 무사한지 확인해줘.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가디언이 곧 우리를 완전히 공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를 내려. 우리를 노리지 않는 동안에 부숴버리라고 해."
"확실한가? 만약이라도..."
"하츠, 어서! 시간이 없어!"
하츠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날아갔다. 테바는 그가 잘못 짚었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임을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디언이 서로를 공격하게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서로 맞고 있는 가디언의 대부분이 아직 푸른색을 계속 띠고 있었던 것이다.
시드는 돌면서 그의 발을 커다란 울포스 아래로 내질렀고 그의 창을 놈의 심장에 찔렀다. 그것은 고통의 소리를 냈고 창을 뽑자 이는 단말마로 바뀌었다.
근처의 가디언이 폭발하며 뜨거운 잔해를 흩뿌렸다. 그는 몸을 낮추어 주변을 돌아보았고 근처에 조라족 하나를 찾아냈다. "스바바, 무슨 일인가?"
스바바는 보코블린의 목을 창으로 꿰뚫고 그를 돌아보았다. "모르겠습니다조라! 갑자기 서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조라!"
시드는 그 말에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비늘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가끔 그들을 공격하는 가디언에 맞서야 했지만 이는 잠깐 뿐이었다. 가디슨은 이미 그녀에게 주어진 시커족의 창에 있어서 실력을 충분히 보이고 있었다. 기계 둘 이상을 눈으로 꿰뚫어버린 것이었다.
근처에서 나보리스는 전투에 새로 참가한 가디언들에게 번개를 쏘면서 싸웠다. 그 가디언은 그들이 조종하는 것이 아닌 종류로 보였다. 아무래도 그 시커족 여성이 아군 가디언에게 이상하게 행동하는 가디언들을 모두 부수라는 지시를 내린 것 같았다.
땅이 일정한 발자국 소리로 울렸고 시드가 몸을 돌리자 나무 하나를 통째로 손에 쥔 채로 다가오는 거대한 히녹스 한 마리가 보였다.
그는 씩 웃었다. 자, 내 계획을 한번 시도해 볼까?
"스바바! 일으켜줘라!"
스바바는 시드를 보고 히녹스도 보았다. 그의 얼굴에 한탄의 기색이 보였지만 그는 히녹스를 향해 달려갔다. 시드가 그의 바로 뒤를 따라갔다. 히녹스는 그들을 보고 나무를 뒤로 들어 두 조라족을 뭉개려고 했다.
스바바는 몸을 돌리고 웅크리고 그의 손을 깍지꼈다. 시드가 그에게 다가가서 그 손에 발을 딛자 그는 일어서서 시드를 위로 던져 올려, 어깨 너머로 밀어올렸다.
시드는 허공으로 날아올라 창을 머리 위로 들었다. 히녹스는 멍청해보이는 한 눈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계속 이해를 못하는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시드는 곧바로 광린의 창을 아래로 내지르면서 눈을 꿰뚫고 머리 안쪽 깊이 박아넣었다.
히녹스는 뒤로 넘어졌고 시드는 놈의 가슴에 발을 디딘 채로 내려왔다. 나무는 큰 소음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씩 웃으며 시드는 창을 뽑았다. 거인을 쓰러뜨린 시드라는 칭호가 꽤 마음에 들었다.
그가 곧바로 몸을 돌리자 스바바가 가디언의 빛에 맞는 것이 보였다.
두런은 팔을 뒤로 한 채로 달려나갔고 그러는 동안 그의 갑옷이 조용히 소리를 내었다. 그의 앞에 있던 모리블린은 녀석의 발치의 땅에 죽어가고 있거나 내지는 죽어 있는 하일리아인 여인을 찾아갔다. 그것은 두런에게 고개를 돌렸으나 그를 보기도 전에 작은 탄알을 던졌고 탄알은 빛을 번쩍이고 두꺼운 연기를 내며 폭발했다. 모리블린은 놀랐지만 그것이 반응하기도 전에 두런은 이미 놈의 뒤에 가서 푸른 빛으로 빛나는 검으로 놈의 척추를 뚫어버렸다.
놈은 쓰러졌고 두런은 이를 옆으로 밀어 그 여인을 보았다. 그 여인은 배에 큰 상처가 난 채로 죽어 있었다. 그 자리는 마치...
안돼!
지금은 그의 죽은 아내를 떠올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일어서서 다른 상대를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쓴 원뿔형 갑옷은 무겁게 느껴졌지만 높은 것 치고는 균형이 잘 맞춰져 있었다. 갑옷도 느낌보다는 많이 가벼웠지만 그에게 익숙했던 속도보다 느려지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갑옷은 튼튼했고 적의 무기들을 쉽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는 고론족 하나가 리잘포스 떼의 공격에 압도당해 넘어지는 것을 보았고 그 자리로 달려갔다.
갑자기 무언가가 그의 옆을 세게 강타했고 허공으로 그를 날려보냈다. 그는 이에 멍해져서 열 보 정도 떨어진 곳의 돌에 웅크린 채로 떨어졌다. 그의 근처에서 무언가 큰 것이 움직였고 몸을 돌려보자 그에게 푸른 눈을 겨누고 있는 붉은 빛의 가디언이 보였다. 그를 쏜 것 같았다.
그는 장갑을 낀 손으로 그가 맞은 옆구리를 매만져 보았다. 갑옷은 아직 버티고 있었다. 이 갑옷은 역시 저 공격을 잘 막아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지만 이런 공격은 계속 버틸 수는 없을 것이 당연했다.
가디언의 눈이 번쩍였고 두런은 용을 쓰면서 구르고 일어섰다. 그는 허리의 주머니를 열어서 수리검 하나를 꺼내어 그 눈에 던졌다. 수리검은 눈에 정확히 맞았고 가디언은 빛을 번쩍이며 비틀거렸다.
그는 재빨리 돌아보았고 그의 검의 손잡이가 근처의 땅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가 검을 놓쳤을 때 검이 꺼진 것이다. 그는 이를 재빠르게 잡아 올려서 가디언과 맞서기 위해 돌아보았고 숨을 천천히 골랐다.
그는 시커족이었다. 그의 민족은 오래 전에 이 기계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이 기계를 다루는 것에 가장 적격인 이들이었다. 다만 그는 다른 장로들과 비슷한 수준의 지식은 없었기에 이는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런은 단순한 시커족이 아니었다.
그는 손으로 원을 그리면서 움직였고 그 손의 뒤를 따라서 붉은 빛과 기묘한 문양들이 생겨났다. 그는 고개를 들어서 가디언의 머리 바로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연기와 불꽃과 함께 사라져 바로 위에 나타났다.
그는 가디언 바로 위에 착지했고 가디언은 표적을 잃어버려 영문을 모르는 듯이 돌아보았다. 두런은 검을 역수로 잡고 몸을 기울여서 푸른 눈으로 검을 박아넣었다. 기계가 번쩍이기 시작하자 그는 뛰어내려서 아까 본 리잘포스 떼로 잘려갔다.
탑은 이제 꽤 심하게 흔들렸다. 프루아의 가디언이 밀리고 있었거나 다른 가디언의 주의를 돌릴 만큼 수가 많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화면을 계속 두드렸다.
"파야, 여기로 와!"
파야는 아래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돌아보았다. 탑은 또 흔들렸고 그녀는 놀란 소리를 내면서 비틀거려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여기로 어서 오라고!"
그녀는 바로 듣고 탑의 모서리에서 나와 프루아 곁에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죠?"
프루아는 입술을 깨물며 마지막 명령을 입력하고 탑의 단상에서 줄을 뽑았다. "갈 시간이다."
탑은 기울어지면서 넘어지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돌에 금이 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에 있던 고대의 에너지원과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단상과 가이드 스톤의 푸른 빛이 사라졌다.
최소한 마지막 순간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지도의 시커족 사당을 골라서 근처의 사당을 보았다. 성 시내 바로 밖에 있는 채석장 옛터 안에 있는 것이었다. 우선 거기로 가서 안전한지 볼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되었다. 프루아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링크는 여행하는 동안 사당을 많이 기동하지도 않았기에 다른 곳에 가게 되면 전투에서 완전히 이탈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들 주변에 푸른 원이 생겨났고 얼마 뒤에 탑이 기울어 큰 소리를 내며 땅으로 쓰러지는 그때 여러 푸른 빛이 허공으로 올라가 사라졌다.
이럴 수가!
미파가 루타의 코에서 전투의 광경을 보면서 생각했다. 서로를 부순 끝에 남아 있던 가디언들이 다시 가논의 붉은 원념으로 빛이 났다. 그녀는 몸을 돌려 시커의 탑을 보았지만 탑은 옆으로 넘어지면서 먼지를 흩뿌리는 것을 놀라서 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은 다시 성 시내를 보았고 그때 링크가 홀로 가논에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성에 가디언이 얼마나 남아있는 것일까 싶었다. 전혀 없기를 바랐다. 가논과 프루아가 각자의 가디언을 총동원했을 것만 같았다.
링크, 제발 무사해줘.
루타 앞에 얼음의 가시가 나타나고 쏘아졌다. 얼음은 전장을 가로질러 날아가서 가디언 하나를 맞춰 넘어뜨리고 빛줄기가 크게 빗나갔다.
그녀는 의식장 옛터의 연못을 바라보았다. 수면은 이미 많이 낮아져 있었다. 좀 깊은 연못이었지만 물이 끝없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이 고갈되면 루타의 아이스 메이커로 싸울 수 없게 될 것이었다.
그녀는 전장을 돌아보면서 시드의 조라족 사단을 바라보았다. 몇 분 전에는 보였지만 지금은 혼란상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시신들도 곳곳에 있었다. 가디언과 몬스터, 조라족과 고론족, 겔드족의 시신이 있었다.
루다니아는 땅을 밟으며 돌아다녔고 그 와중에 가디언 하나를 밟아서 부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서 꼬리를 몬스터와 가디언들에게 휩쓸면서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메도는 낮게 날아서 아래쪽의 대포를 이용해서 공격을 가했다. 나보리스는 울부짖었고 번개를 곳곳에 계속 쏘아서 리토족에게도 문제가 된 비행형 가디언들을 요격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이 싫었다. 전투, 처치, 죽음이 싫었다. 전투 실력이야 출중했지만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일 뿐이었다. 링크가 그랬던 것처럼,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 그는 그녀가 아는 이들 중에서는 가장 훌륭한 전사였으며 그는 목숨을 빼앗는 것을 싫어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를 깊이 사랑한 것이었다.
루타는 크게 울음소리를 냈고 얼음 조각이 앞으로 더 쏘아지면서 비행형 가디언들을 맞춰서 추락시켰다.
그녀는 싸울 것이었고, 목숨도 빼앗을 것이었다. 싫었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야 한다면 기꺼이 할 것이었다.
스피릿은 힘을 써서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갔고 링크도 큰 문을 밀어 열려 하면서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다.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커다란 쇠 경첩이 녹이 슬고 구부러진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움직여서 성 내의 공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전처럼 모든 것이 죽어 있었다. 잔디와 나무, 식물과 덤불이 모두 회색이면서 생명이 없었다. 머리 위에 달이 없었지만 공기에는 그 붉은 기운이 그대로였다.
그의 주변은 침묵으로만 가득했다. 움직임이 없었다. 가디언도 없었다. 지하감옥에 있는 그 생물도 없었다. 몬스터도, 그 어떤 생명도 없었다.
갑자기 기대감이 들면서 링크는 다시 스피릿에 올라타서 말을 습보로 이끌어 옆으로 돌아가는 길을 탔다.
그의 발 밑에서 땅이 불안하게 떨렸다. 가논이 흥분한 것이었고 그 공기에도 놈의 분노가 찬 것 같았지만 상상일 것만 같았다.
그가 성 안을 달려가는 동안, 산과 같은 기반을 달려 올라가는 동안,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 번쩍였다. 그가 종사였을 때에 업무를 보던 경비소가 있었다. 그와 젤다가 수십 번을 성 안팎으로 나설 때에 지나곤 했던 2관과 3관이 있었다. 그가 에포나를 맡겼던 마구간이 있었다.
모두 기억이 나서 계속 분노가 끓어올랐다. 여기는 그의 집이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이 이곳을 어릴 때부터 왔었다. 여기서 시동의 시절을 보냈었고 얼마 뒤에는 가논에게 죽은 러셀 경의 종사를 했었다. 그는 여기서는 젤다의 호위 무사였고 그녀의 친위대의 대장이기도 했다. 많은 시간과 여러 날을 이 안에서 보내왔었다.
"스피릿, 어서!" 그는 이를 갈면서 말하고 말을 더 빠르게 몰았다. 거의 다, 거의 다 왔다.
가디언이 그들 앞의 벽을 타고 올라와 링크에게 집중했다. 그는 욕을 지르고 스피릿의 고삐를 당겨 공격을 간신히 피했다. 짜증이 올라왔다. 그는 스피릿의 몸을 돌리고 가디언에게 마스터 소드를 위로 높이 든 채로 달려들었다.
그것이 또 발사하자 링크는 그의 무릎으로 스피릿을 제시간 안에 돌렸다. 링크가 등자에서 발을 빼고 안장에서 뛰어 마스터 소드를 눈에 깊이 박아버린 바람에 세번째로 쏠 수는 없었다. 그는 가디언에서 떨어져서 스피릿의 안장에서 타고 말을 습보로 다시 달려냈다. 그의 뒤에서 그 가디언은 폭발했다.
조금만 더...!
가디언이 더 나타났다. 보행형 둘에 비행형 하나였다. 한번에 이 셋을 모두 싸울 수는 없었다. 그는 욕을 지르고 스피릿을 돌리려 했으나 젤다의 목소리가 그를 말렸다.
"링크, 계속 가세요! 길을 열어드릴게요!"
그녀는 길 위, 가디언 바로 앞에 나타났다. 100년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손을 뻗어서 그녀 주변으로 금색의 밝은 빛의 파동을 구의 형태로 쏘아보냈다.
링크는 그녀의 옆으로 달려갔고 스피릿을 다른 구석으로 돌려 이제 쓰러져가는 가디언들을 지나갔다.
"고맙습니다!"
"링크, 곧 풀려날 거예요! 힘이 계속 강해지고 있어요. 최대한 묶어두려 하고는 있는데 더 이상은 안되겠어요."
"압니다! 스피릿, 어서!"
그는 2관을 지나갔다. 또 다른 벽을 돌아서 구부러진 길을 걸어갔다. 이제는 옛 산의 정상에 거의 다 도착해서 아래의 하이랄 성 시내의 대부분을 볼 수 있었다. 가디언들이 오는 것이 보였다. 비행형과 보행형이 있었고 꽤 많았다.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꽤 되었다니 놀라웠다.
"젤다!"
"알아요! 계속 가세요!"
스피릿은 필사적으로 달려나갔고 링크는 말이 울퉁불퉁한 돌이나 잔해에 미끄러져서 다리를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 높이 갈수록 성이 입은 피해가 점점 커져 간 것이다.
가디언들은 그에게 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맞추기에는 너무 멀리 있었지만 우연히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있었다. 다만 젤다가 곁에 있어서 이 공격을 다 빗나가게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럴 때마다 신음을 하는 것이 들렸다. 그녀에게도 부담이 심한 것이었다. 가논을 묶어두는 동시에 그를 보호하는 것을 계속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와 스피릿은 마지막으로 한 굽이를 돌았고 바로 눈에 들어왔다. 성의 중심에 선 건물이었다. 폭포가 양 옆으로 떨어져서 해자로 떨어지게 될 웅덩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거의 다 왔다!
링크는 말에서 내려서 달렸다. 그러는 동안 중앙의 첨탑이 그의 앞에서 높이 솟아올라서 하늘을 뚫을 정도까지 높아졌다. 머리 위의 하늘도 가논의 영향을 받아서 붉고 흐릿하며 이상한 황혼의 모습을 영구적으로 하고 있었다. 태양이 보이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구름이 적막 속에서 소용돌이로 휘돌고 있었다. 붉은 번개가 하늘을 가로지르기도 했다.
"젤다, 조금만 더요! 거의 다 왔습니다!"
그는 계속 달렸다. 돌길이 돌계단이 될 때까지, 날개가 부서진 석상의 첫 열을 지나갈 때까지, 한때는 날개가 달린 석상으로 장식되어 있으나 이제는 잔해가 되어버린 돌의 아치 길을 지나갈 때까지, 그리고 뒤집어진 돌출부를 지나 둥근 기둥이 나열되어 있는 복도를 달려갈 때까지.
조금만 더...!
그는 성의 한가운데,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 바로 앞에 섰다. 이 공간, 즉 왕의 왕좌가 서 있는 자리를 지키는 문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 있었다. 그 안의 어두운 내부, 그리고 그 안의 괴기한 공포를 볼 수 있었다.
"다...왔다."
링크는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자신의 운명을 마주할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하이랄 성의 본관으로 향했다.
리발은 메도 위에 서서 그의 매서운 리토족의 눈으로 구름을 뚫고 아래의 땅을 바라보았다. 링크가 말에서 내려서 성에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링크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서 한번 멈추고 걸어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젤다 공주도 나타나서 금색의 힘을 뻗어내어 다가오는 가디언을 휩쓸어 쓰러뜨리는 것을 보았다.
"정말 성공하긴 하셨나 보네." 그가 깃이 달린 손가락으로 그의 부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리고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링크도 성공했다. 저렇게까지 이루었으니, 리발은 그도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고 짐작했다.
그것을 인정하기란 좀 쓰라리기는 했다.
그는 그를 과소평가했었다. 물론 링크에게는 두번째 기회가 있었고 무엇이 올 지도 이미 알고는 있었다. 그에게 그런 기회가 있었더라면...
하지만 그런 가정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 승리를 거머쥘 이는 그가 아닌 링크였고 그럴 자격이 되었다. 저 영웅은 많은 것을 이미 겪었으니 그의 보상을 받을 자격이 되었다. 최소한 리발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기록에 남을 것이었다. 죽은 뒤에도 하이랄을 지키기 위해 싸운 리발이 될 것이었다.
그 표현도 꽤 마음에 들었다.
메도는 크게 울부짖고 내려와 잔디 평원에 자리를 잡았다. 등은 수직으로 세워졌고 부리는 성을 향해서 겨누었다. 다른 신수들도 도착했다. 다르케르와 루다니아, 미파와 루타, 그리고 우르보사와 좀 느린 나보리스까지.
그리고 그들은 차분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최후를 위하여 기다렸다.
Chapter 63: 59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근위대의 군복 차림의 링크의 아버지는 아버지의 잰 발걸음을 뒤따르기 위해서 빠르게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링크가 뒤쫓고 있는 채로 본관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걸어나오는 잘 차려입은 이들을 지나갔고 그들은 링크를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보았으나 그에게는 말을 걸지 않은 대신 아른에게는 존경을 담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본관에 들어서자 링크는 커다란 둥근 방 안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머리 위에 둥근 천장이 높이 있었고 여러 곳으로 나뉜 천장의 구획들에는 왕실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금색으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천장 바로 아래에 있는 거대한 창문들로 금색의 빛줄기가 들어와 따스한 분위기가 풍겼고 창문 사이에는 창을 든 채로 말에 탄 기사의 조각상이 있었다. 천장 바로 한가운데에는 열린 틈이 있었고 링크가 그 아래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서 고개를 들어서 종탑을 바라보았다.
다섯 살이었던 링크가 본 가장 큰 건물은 풍차였는데, 이 탑은 링크가 하테노 마을에서 풍차를 본 기억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
방의 바닥에는 링크가 아버지의 갑옷과 무기에 새겨져 있었던 것을 보았던 삼각형의 문양이 새겨진 아름다운 석조가 있었다. 그리고 방 양 옆에는 거대한 조각상을 뒤로 한 두 왕좌가 있는 둘째 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은 두 왕좌가 비어있어서 링크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그를 데리러 온 이유가...
"아른! 자네가 온 줄은 몰랐네."
링크는 몸을 돌리자 두 어른이 보였다. 검고 두꺼운 턱수염에 흰 수염이 조금씩 보인 통통한 남자와 긴 금발의 늘씬한 여성이 있었다. 남자는 왕족의 금색 날개를 이루고 있는 왕관을 쓰고 있었다.
링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숨을 들이쉬면서 아버지가 그에게 말한 왕을 알현할 때의 예의를 기억하려 했다. 몸을 숙여야 했는데, 그게 아니면...
그의 아버지는 씩 웃으며 다가가서 왕의 손목을 잡았다. "폐하, 오랜만에 와서 기쁩니다."
"나 역시 그러하네." 왕이 그의 수염 사이로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말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바둑을 제대로 두는 상대가 없어서 참 많이 심심했단 말이야!"
아른은 낄낄 웃었다. "폐하보다 수를 잘 못 두는 상대가 돌아와서 기쁜 것이겠지요."
"흠, 그럴지도 모르지."
"아른, 다시 뵈어 반갑네요." 여왕이 그에게 낯익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른은 그녀에게 낯익으면서도 왕에게 했던 것보다도 더욱 공적인 분위기의 인사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보아하니 한 분을 더 데려오셨네요?"
그녀는 링크를 보면서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링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곧 아까는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다. 여왕의 진한 푸른색 의복 뒤에서 얼굴 하나가 나왔다. 어린 얼굴로 금발에 밝은 녹색의 눈이 있었다.
아른은 고개를 돌려 링크에게 미소를 지으며 오라고 손짓했다. "폐하, 제 아들 링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수습기사로 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성 시내에서 같이 지내게 될 겁니다."
"메딜리아의 시선 밖으로 데려나올 수 있었다는 게 놀랍네요!" 여왕이 말했다. "서신을 보니 보내는 것을 정말 두려워한 것 같더라고요."
"뭐, 지금은 아릴 돌보는 것만으로도 꽤 손이 벅차니까요." 아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저를 많이 괴롭히기는 했지만...겨울에는 성 시내로 데려와서 지내게 할 생각입니다. 물론 저와 링크는 수확기에 잠시 돌아갈 겁니다."
로암 왕은 몸을 굽혀 그의 눈빛을 반짝이면서 링크를 보았다. "얘야, 한번 와 보거라." 링크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 아버지처럼 기사가 되고 싶은 것이겠지?"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장차 근위대의 일원이 되고?"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벌써 목표가 정해졌네요." 여왕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는 다른 성인 남자들보다도 검술이 뛰어납니다." 아른이 조금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능인가 봅니다. 곧 정식 훈련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죠."
로암은 아른을 올려다보고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네." 그는 다시 링크를 돌아보았다. "사실 말이다, 너희 아버지는 짐의 밑에서 오래 섬겼단다. 네 아버지는 짐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신뢰하는 이란다."
그는 옆으로 돌아보고 여왕의 뒤로 손을 뻗어 어린 소녀를 끌고 나와서 데리고 나와 링크가 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여기는 내 딸, 젤다란다. 언젠가 네가 자라서 기사가 되면 너희 아버지가 짐에게 그런 것처럼 너도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보호자이자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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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랄 성의 본관은 더 이상 아름답고 정교한 모습이 아닌 파괴되고 기괴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석조가 바닥으로 무너졌고 창문은 깨졌으며 왕좌는 잔해만 남아 있었다. 들어오는 빛은 붉고 불길했다.
그리고 이것 모두 위에는 적갈색의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천장에서 걸려 있었다. 종탑이 보이는 원형에 걸려 있었던 것이었다.
시커족 기술과 원념의 줄이 마치 담쟁이나 혈관처럼 뻗어나가서 천장으로 올라가 돌을 뚫고 나갔고 그 무언가는 그 줄에 걸려 있었다. 촉수들은 시작이나 끝도 없이 알아보지도 못할 문양으로 서로 꼬여 있었다. 그 촉수 사이사이에는 가디언의 부속품이 있었다. 그 기계의 머리 둘 이상이 기동하지 않아서 아무 색도 없이 검은 채로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걸려있는 꿈틀대는 무언가는 더욱 끔찍했다. 구형같이 보였는데 하나로 고정된 형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대신에 움직이고 있었는데 꿈틀대면서 마치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려는 듯 일부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 구체는 시커족의 무늬과 붉은 빛으로 덮여 있었다. 그 안에서 빛이 떨리면서 그 안에 있는 검은 형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괴상하고 이상하며, 기괴함 그 이상이었다. 그의 눈길이 가고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마스터 소드가 원념을 밀어내고 있는데도 공기 중의 원념은 꽤 강했고 링크는 마치 몸에 진흙이 붙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손이 미끈거리고 있었다. 땀이라도 난 듯이 머리카락이 머리에 달라붙었다. 그의 속이 그 느낌과 시야, 그리고 냄새에 뒤틀렸다. 거의 토할 것만 같았다.
세상에, 대체 저게 뭐야?
그 형체는 그가 방에 들어서자 떨었다. 더 거세게 늘어나면서 떨렸다. 그는 그 안의 무언가가 있는 것을 들었다. 진한 액체를 헤치는 것 같았다. 성은 다시 떨렸다.
"더는 못하겠어요." 젤다가 지쳐서 말했다.
그는 멈칫하고 그녀가 이제 서 있는 옆으로 돌아보았다. 그녀의 금빛이 많이 사라졌고 이제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제가...할 것은 다했어요."
그 형체는 떨었고 무언가가 늘어나면서 그것을 강하게 밀었다. 금방이라도 찢고 나올 것만 같았다.
"괜찮습니다." 링크는 그의 마음 속의 두려움을 진정시켰다. 이제 끝을 완전히 내버릴 것이었다. "이제 놓으세요." 그는 마스터 소드를 뽑았고 빛이 나는 검은 어둠을 조금 밀어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흰 빛줄기가 그 형체에서 쏘아져 나왔다. 바닥과 벽을 큰 원을 그리면서 지나갔고 그 돌을 아무런 방해도 없이 잘라내었다. 성은 다시 떨렸고 석조가 부서지며 무너졌다.
빛이 반대쪽으로 쏘아져서 바닥의 잔해를 부숴 버리자 링크는 방패를 들어서 젤다와 저것 사이에 섰다. 갑자기 작은 여러 빛줄기가 어두운 그 형체에서 나타났다. 빛은 외피를 잘라내었고 그 걸린 무언가가 터졌다.
무언가가 그 안에서 떨어졌다. 여러 팔과 다리가 있는 거대한 모습이 있었다. 그것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무게를 못 버티는 듯 바닥이 흔들리며 금이 갔다. 링크는 비틀거렸고 바닥에 금이 더 많이 가자 놀라서 바라보았다. 그것은 아래로 가라앉았다. 방은 떨렸고 곧 바닥이 통째로 무너져버렸다.
"링크!" 링크의 발 밑의 바닥이 흔들리고 무너져 추락하자 젤다가 외쳤다.
아래의 어두운 곳으로 떨어졌을 때 그는 생각할 시간도 거의 찾지 못했다. 벽에 시커족의 문양들이 번쩍이며 지나갔다. 그는 반대쪽의 놈을 보았다. 여러 다리가 뻗어나가면서 돌바닥의 잔해와 부딪혔다. 링크는 그가 서 있던 바닥의 일부가 등에 있는 것을 느꼈다. 그가 바닥에 닿으면 그를 깔아버릴 것 같았다.
그들은 둥근 구멍을 지나쳐서 커다란 원형의 천장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방에 도착했다. 그에게 달려오는 바닥이 보였다.
이것이 그의 최후일 것 같았다. 마수와 싸우다 전사하는 게 아니라 구멍에 떨어져서 잔해에 깔려 죽는 것일지도 몰랐다. 공포도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생각이 다 느려졌다. 가논도 그와 같이 죽기를 바랐다.
갑자기 금빛이 그를 감쌌다. 젤다가 내는 빛과 비슷하게 그도 이 빛을 받아서 빛이 났다. 그녀가 느껴졌다. 몸도, 손이나 팔도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느껴졌다. 그것은 그를 잡고 천천히 내려주었다. 그것과 돌바닥은 그의 아래로 떨어져서 거대한 소음을 내고 먼지를 방 곳곳으로 뒤덮으며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천천히 내려가서 발이 바닥에 깃털처럼 내려앉았다.
먼지 구름 한가운데의 그것은 움직였고 링크의 손에 있는 빛나는 검은 기대한다는 듯이 떨렸다. 정령의 정신이 그와 같이 합쳐지며 떨리는 것 같았다. 가논이 눈 앞에 있었다.
놈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자 먼지는 가라앉았다. 팔과 다리가 꽤 많이 있었다. 가디언과 같은 다리도 있었고 다른 다리는 원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부의 팔에는 꽤 긴 손가락이 달려 있었다. 다른 팔에는 무기가 끝에 달려 있었다. 거대한 붉은 도끼와 긴 푸른 창, 가디언의 눈이 가운데에 박힌 원통과 검이 있었다. 등에서 바로 튀어나온 한 팔에는 빛나는 푸른 손톱이 달린 손가락이 있었다.
가논의 몸은 마치 기괴한 거미같이 길고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마치 미로숲에서 그를 공격한 거미의 더욱 괴상한 모습 같았다. 거의 사람 같은, 일어서있는 몸통이 있었지만 그 역시 팔이 너무 많았다. 모든 것은 시커족의 유물이나 꿈틀거리는 원념으로 덮여 있었다.
그것은 마침내 그를 보았고 링크는 그것의 얼굴을 보았다. 마치 가논이 사람의 얼굴을 만들려 했으나 사람의 얼굴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것 같이 보였다. 위쪽은 시커족의 물질로 만들어진 껍질이 있어서 두 주황색 눈이 있었고 이마 한가운데에는 또 빛이 나는 구멍이 있었다. 그 아래에는 원념 덩어리가 뾰족한 이빨이 구부러져 튀어나와 있는 크고 벌어져 있는 입을 만들었다. 이러한 얼굴의 형상 뒤에는 붉은 갈기가 여러 방향으로 나 있었다.
가논은 그 입을 움직였고 그 입에서 무언가의 소리가 들렸다.
"용...사...여..."
그것은 한 음절씩 띄어 말하며 이에 링크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더니 그 얼굴은 갑자기 분노한 얼굴로 찡그리고 뒤로 젖히면서 그 윗몸이 위로 솟았다. 그리고 놈은 방의 기반이 떨릴 정도로 크게 울부짖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똑바로 잡았고 오른팔에는 방패를 잡았다. 이 괴물에 비해서는 검은 이쑤시개로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싸워야 했다. 이놈이 원흉이었다. 아릴, 아버지, 왕국, 친구들, 같은 나라 사람들, 젤다까지, 이 자식이 원흉이었다.
가논의 몸은 다시 내려와서 그 얼굴이 그의 앞에 있으면서 그 입가에 조롱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뜨거운 도끼를 그에게 휘둘렀다.
링크는 바로 반응해서 뒤로 뛰어 도끼를 피했으나 그는 그의 아래로 지나는 날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가논은 작은 가디언 나이프를 쥔 다른 팔을 앞으로 내질렀다. 링크는 이를 방패로 쳐내고 마스터 소드로 휘둘러서 그 팔을 잘라 원념을 흩뿌렸다.
가논은 소리를 질렀고 링크는 다시 도끼가 내려오자 옆으로 굴러 피했다. 도끼는 바닥의 돌을 세게 쳐서 불꽃을 그에게 튀겼고 이에 그의 머리와 옷이 그을렸다. 그는 바로 일어서서 다른 팔을 잘라 버린 것처럼 도끼를 쥔 팔을 자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발톱이 있는 손이 갑자기 내려와서 그를 쳐내버렸고 링크는 바닥으로 굴러버렸다. 그는 고개를 들고 욕을 내지르면서 방패를 들어서 그 대포의 포격을 막아내었다. 가논은 또 대포를 발사했고 링크는 이를 쳐내고 일어서서 놈에게 다가갔다.
가논은 분노에 차 소리를 지르고 루타에서 그를 죽일 뻔했던 그 창을 링크에게 내질렀다. 그는 마스터 소드로 이를 쳐내고 옆으로 달려가서 가논의 옆구리에 도달했다. 그는 마스터 소드로 옆을 베어서 그 옆구리를 이루는 원념을 깊게 베고 다리 하나를 잘라버렸다.
놈은 소리를 지르고 링크의 범위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뜨거운 도끼로 앞을 베었다. 링크는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뒤로 물러나 방패를 들었다. 창은 그 방패를 세게 쳤고 그 힘이 그의 팔로 들어가자 신음이 나오면서 뒤로 두 보 밀려났다.
가까이 가야 해!
그는 옆으로 돌아서 창격을 또 피하고 가논의 얼굴로 덤벼들었다. 도착할 수만 있다면 미간에 마스터 소드를 박아 넣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 정도라도...?
손톱이 달린 손이 그에게 날아왔으나 이번에 링크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놈이 푸른 손톱을 아래로 뻗자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위로 휘둘러서 긴 손바닥을 베어서 손톱 넷을 날려버렸다. 가논은 손을 뒤로 당기면서 고통과 분노가 찬 고함을 질렀다. 곧바로 손톱이 자라났지만 가디언의 무기가 이제는 달려있지 않았다.
도끼가 또 옆으로 베었고 링크는 돌아서 마스터 소드와 방패를 모두 들며 돌아서 막았다. 검과 방패는 그를 보호해 주었지만 그 힘으로 링크는 등으로 넘어졌다. 어깨가 거의 탈구당한 것 같았다. 가논이 창을 그의 위로 들고 있을 때 그는 숨을 간신히 헐떡이고 있었다.
링크는 가논을 향해서 굴렀고 드러난 몸통 아래에 도착했다. 씩 웃으면서 그는 가논의 배로 검을 찔러서 원념을 뿌렸고 이에 그 거대한 놈이 울부짖었다. 가논은 거미 다리 하나로 링크를 내리찍으려 했으나 그는 재빨리 벗어나서 다리를 잘라내어 놈이 멈칫하게 했다.
그가 또 공격을 가하기 전에 가논은 빨리 도망치면서 위에서 떨어진 돌조각들을 기어 올라갔다. 링크가 쫓으려 하자 그것의 대포로 그를 쏘아서 링크는 방패 뒤로 몸을 숙여야 했다.
갑자기 가논은 팔을 뻗었고 뜨거운 주황색의 방어막이 그것을 둘러쌌다.
젠장!
링크가 바닥의 조각 뒤에 숨으면서 생각했다. 방패를 잡은 그의 팔은 무기의 공격과 가디언 발사를 계속 막아내느라고 욱신거렸으나 그의 방패는 다행히도 아직 멀쩡했다.
루다니아의 놈처럼 그 뜨거운 방패는 가논이 가디언의 발톱이 달려 있었던 그 손을 저으며 다음 공격을 시전하자 약간 떨렸다.갑자기 그들 사이에 커다란 회오리가 나타나서 돌조각들을 허공으로 흩날렸다. 링크는 욕을 지르면서 큰 원을 그리면서 달려 그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그의 귀에 바람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갑자기 뜨거운 무언가가 그의 가슴을 쳐서 그는 뒤로 넘어졌다. 그는 가슴을 더듬어 보면서 조금 신음을 뱉었다. 옷의 한가운데에 구멍이 타서 나 있었다. 가논의 대포의 공격이었다.
링크는 이를 갈며 일어섰다. 회오리를 피하는 데에 집중한 바람에 가논의 조준 거리에 들어버린 것이었다. 이걸 생각하지 못했다니, 한심했다.
가논이 다시 발사하자 링크는 몸을 숙여서 잔해 하나 뒤로 숨었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검집에 다시 끼워 넣고 활을 들어 고대 병기 화살 하나를 걸었다. 그리고 나서 엄폐 뒤에서 뛰어나왔다. 가논이 다시 발사하자 링크는 집중하여 그에게 오는 빛줄기를 느리게 했다. 그 순간에 방어막은 사라져 있었다.
바람은 링크의 경로를 조금 비틀었지만 그래도 가논에게 맞으면서 푸른 빛으로 폭발했다. 놈은 분노에 차서 뒤로 비틀거렸다. 바람은 곧바로 사라졌고 링크는 화살을 하나 더 쏘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어막이 다시 생기면서 그 밖에 부딪혀 폭발해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다.
링크는 욕을 지르고 화살을 하나 더 꺼내어 활시위에 걸고 준비했다. 가논은 이를 예상한 듯 그에게 다가왔다. 가디언 발톱과 원념의 손, 대포까지 모두 동원해서 잔해를 넘어서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화살을 다시 넣고 옆으로 달리면서 활을 어깨에 걸었다. 그의 옆 땅에 번쩍이는 푸른 창이 내리찍혔다. 링크는 가디언의 빛이 머리 위를 지나는 순간 앞으로 달렸다. 그러더니 무언가가 위에서 그를 맞췄다. 그의 모든 정신이 번쩍 들었고 바닥의 금이 간 조각 하나 위로 쓰러졌다. 그렇게 넘어지면서 그의 갈비 하나가 부러지는 것을 느끼는 것을 넘어 부러지는 것 같은 소리까지 들렸다.
"링크!" 젤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그를 아직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신음하고 손을 떨면서 링크는 기침을 하며 옆으로 굴렀다. 대체 뭐가 그를 쳤는지 몰랐다. 그는 그의 앞에 조금 떨어져 서 있는 가논을 바라보았고 그 마른 얼굴에는 마찬가지의 큰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등의 손 하나가 허공으로 올라가 있었고 그 손바닥에서 전기가 파박거리면서 일고 있었다.
저것도 있는 건가?
갑자기 번개 하나가 더 쏘아지면서 허공을 갈라 그에게 맞았다. 고통이 쏟아지면서 등이 구부러졌고 아까는 느껴지지 않았던 부러진 갈비의 통증이 갑자기 솟구쳤다. 그는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이를 너무 악물고 있어서 턱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
"링크, 어서 일어나요!"
지금 멈출 수는 없어. 거의 다 왔다고!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고 있어!
그의 안에서 무언가의 생기가 들었다. 뙤약볕에 있다가 시원한 물에 뛰어든 듯 미파의 치유가 시작되었다. 몇몇 고통이 아물고 근육의 마비가 멈추며 다시 초점이 돌아왔다.
가논의 손에서 다시 번개가 지직거렸다.
링크는 뒤로 손을 들어 마스터 소드를 뽑았고 앞으로 겨누었다. 번개는 검에 맞았고 링크는 전류 일부가 자신의 팔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느꼈지만 팔이 그렇게 많이 마비되지는 않았다. 마스터 소드가 어느 정도 전기를 막아낼 수가 있는 것 같았다.
가논은 짜증난 소리를 지르면서 불이 붙은 도끼를 들어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링크는 손을 내려 그의 허리에 묶인 시커 스톤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는 벌떡 일어서서 놈과 빛나는 방어막에서 떨어졌다. 가논은 계속 쫓아오면서 링크가 넘어진 잔해를 넘어왔다.
링크는 손을 내려서 시커 스톤의 화면을 다시 건드렸고 날카롭게 금이 간 돌 옆의 작은 틈에 숨겨둔 리모컨 폭탄이 폭발했다. 그것도 가논의 방어막 안에서였다.
이걸로 가논을 쓰러뜨릴 수도 없었고 피해도 거의 가지 않았겠지만 주의를 돌려버리는 것에는 성공했다. 방어막이 내려갔고 가논의 발은 아래의 폭발에서 조금 떨어졌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허공으로 휘둘렀고 흰 빛의 원형이 전기를 다루던 손으로 날아갔다. 원형은 정확히 명중하며 그 둥근 팔이 원념으로 흩어졌다.
그가 가논에 달려가자 놈은 분노에 소리를 질렀다. 그는 마스터 소드를 질러 가논의 이마에 박으려 했으나 갑자기 도끼가 나타나 그의 공격을 막았다. 링크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가논은 이를 휘둘러 뭉툭한 부분으로 그를 쳐 옆으로 날려버렀다.
그것은 창을 들어 바닥에 박았다. 그러자 그 주변에 푸른 빛의 원이 생겼고 링크가 이를 채 이해하기도 전에 그의 발 밑에서 땅이 솟구쳤다. 그는 충격과 통증의 소리를 지르며 뒤로 밀려나서 열다섯 보 뒤까지 굴러갔다.
가논은 다시 방어막을 올리고 벽 하나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다리로 마치 거미가 그러는 것처럼 벽을 타고 올라갔다. 다시 가디언의 탄환을 쏘기 시작하자 링크는 이를 굴러서 피했다.
그는 방패를 들어 그 빛 하나를 간신히 막았다. "저걸 어떻게 쓰러뜨리는 겁니까?!"
"링크, 계속해요!" 젤다가 말했다. "이길 수 있어요! 당신을 두려워하는 거예요!"
링크는 젤다가 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몰랐으나 그녀의 뜻을 믿기로 했다. 그는 발포 하나를 더 튕겨내고 마스터 소드의 빛을 가논에게 발사했다. 그 빛은 방어막에 맞고 피해를 주지 못했지만 가논은 또 방어막을 내려 그에게 가디언의 포격을 쏘려 했다.
링크는 이를 쳐내고 다시 빛을 쏘아 보았지만 가논의 방어막은 뚫지 못했다. 활도 쏘아 보았지만 가논은 무엇이 올지 예상하고 이에 맞춰 반응했다. 루다니아의 분신보다도 방어막을 더 잘 통제했고 가디언의 빛을 쏘기 위해서만 이를 내렸다. 게다가 바람도 갑자기 불기 시작했고 이제는 회오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겨누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가논은 내내 거리를 유지했다.
마스터 소드의 공격을 당하기 싫은 것인가, 그가 이를 갈며 생각했다. 젤다가 맞아. 유의한 피해를 입힌 거야.
그게 지금 그를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한 생각이 들었다. 성공할지는 몰랐지만 일단 빛의 포격은 저 바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가논은 다시 그에게 발사했고 링크는 기다리면서 그 탄환이 그의 방패에 닿는 시간을 어림해 보았다. 그는 두번째 탄환은 피했지만 세번째는 가논에게 되돌렸다. 방어막이 다시 올라왔지만 아슬아슬하게 늦었다. 그 빛은 가논을 세게 쳐서 벽에서 떨어뜨려 등으로 눕게 했고 방어막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재빠르게 사라졌다.
링크는 앞으로 달려나가 노출된 가논의 거미와 같은 배를 베어내었다. 원념 덩어리들이 튀어나왔고 가논은 그가 벨 때마다 버둥거렸다. 마침내 가디언 다리 하나가 그에게 덤벼들었고 링크는 놈이 일어서자마자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가 남긴 상처에서 원념이 계속 쏟아졌고 몇몇은 연기처럼, 몇몇은 바닥을 덮는 액체처럼 흘러나왔다.
가논은 그를 보면서 분노의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창을 그의 심장으로 겨누었지만 그는 이를 쳐냈다. 도끼가 다름에 왔지만 링크는 이것이 가로로 지나가자 몸을 숙여 피했고 다시 되돌아오자 뒤로 뛰었다.
이제 그만...!
그는 집중해서 그의 주변 모든 것을 늦추었다. 가논의 남은 두 무기가 양 옆으로 벌어져서 그의 가운데가 노출된 상태였다. 그 얼굴은 그를 보고 있었고 입은 조용히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그 주황색 눈은 번쩍이고 있었다. 링크는 앞으로 달려서 마스터 소드를 앞으로 찔러서 그의 이마의 한가운데에 박아넣었다.
가논은 제 시간에 머리를 돌렸고 검은 놈의 어깨에 박혔다. 링크는 욕을 지르고 이를 뽑아 다시 찌르려 했으나 가논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다. 등에 남은 손이 아래로 내려와 그의 옷의 뒤를 잡았다. 마지막 남은 가디언의 손톱이 그의 등을 고통스럽게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가논은 몸을 돌려 그를 벽으로 날려버렸다. 마스터 소드가 그의 손에서 날아가고 그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링크는 억지로 일어서려고 했으나 무언가가 그를 내리눌러 바닥에 붙이면서 숨이 턱 막혔다. 그는 기침을 하면서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냈다. 고개를 들자 가논이 대포로 그를 내리누르고 창을 머리 위로 든 것이 보였다.
그는 화살통으로 손을 뻗어 그 안의 화살을 꺼내었다. 손가락으로 그는 활고자 안의 작은 장치를 눌러서 대포로 박아 넣었다. 화살은 푸른 빛으로 폭발했고 그 빛이 그에게 쏟아지면서 그의 피부가 데이는 느낌이 들었다. 가논은 떨면서 링크가 굴러 피할 수 있을 약간의 틈을 허용해 버렸다. 얼마 뒤에 창이 그의 머리가 있었던 자리에 내려박혔다.
그는 다시 일어섰고 방패를 들어서 그 짜증나는 창의 공격을 한번 더 막아내었다. 방패 너머로 보자 대포가 파손된 것처럼 보였다. 파박거리면서 작동이 제대로 안 되었고 화살은 그 돌 같은 바깥의 표면을 부숴 그 안의 원념을 드러내었다.
가논은 뼈까지 울리는 매서운 정도로 울부짖으면서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 괴성 안에 무언가의 말이 들린 것 같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려가 떨어진 검을 집어들었다. 바닥에서도 빛은 나고 있었지만 그가 손잡이를 잡는 순간 빛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는 몸을 돌려서 마스터 소드의 빛을 가논에게 쏘아보냈고 이는 그가 날로 직접 벤 듯 원념을 베어내었다. 그는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덤벼들었다. 창은 그를 향해 날아왔지만 링크는 옆으로 굴러 이를 피했다. 그가 다가가자 가논은 그 손으로 또 그를 잡으려 했으나 그는 그 손이 다가오는 순간 손목을 잘라버렸다. 이번에는 곧바로 재생하지 않았다.
그것은 뜨거운 도끼를 휘둘렀고 그는 앞으로 뛰어서 가논의 두꺼운 팔과 연결한 돌과 같은 갑옷에 내려서 바로 그 반대쪽으로 뛰어내렸다. 그는 머리 위로 마스터 소드를 들고 아래로 내려 베어서 원념을 깊이 베어 도끼를 떼어버렸다.
가논은 그에게서 물러나기 시작했지만 링크는 이대로 두지 않았다. 그는 분노와 살의에 차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 달려들었다. 창은 그의 옆구리를 베어버렸지만 일단은 상처를 무시하고 노출된 가논의 얼굴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 입은 크게 열려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링크는 그 열린 입에 마스터 소드를 깊이 박아넣었다.
"좋아요!" 젤다가 외치는 것이 들렸다.
놈은 한동안 목이 졸리는 소리를 내고 그가 검을 박아 넣는 동안 떨었다. 링크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가논의 주황색 눈을 쏘아보았다.
이 괴물은 그가 알던 모든 사람들을 거의 다 죽였고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위협하였다.
이제 끝이었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비틀어 바로 뽑아내고 가논의 눈 사이의 주황색 지점에 박아넣었다.
가논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링크는 소리를 지르면서 검을 더 강하게 눌러 가드의 양 옆에 있는 날개 장식이 놈의 해골 같은 가면에 닿을 때까지 깊이 박아 넣었다.
가논은 그 자리에서 떨었고 갑자기 그 상처에서 강력한 힘과 함께 원념이 뿜어져 나오면서 마스터 소드가 날아가고 링크를 여러 보 뒤로 밀어냈다. 그는 그 끔찍한 원념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방패를 들면서 일어섰다. 놈은 힘겹게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공격을 또 대비했다.
그 공격은 오지 않았다.
재앙 가논은 온 몸의 상처에서 원념을 흘리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공중으로도 솟구치고 바닥으로도 흘러나왔다. 그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고 유일하게 입만 크게 벌려서 벽과 땅을 흔드는 비명만 질렀다.
가논의 육체의 한가운데에 밝고 시뻘건 빛이 나타났다. 놈은 그 빛이 커지는 동안 비틀거렸고 그 빛이 육체를 뒤덮자 가논의 몸은 폭발했다. 링크는 인상을 쓰고 연기와 같은 원념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서 그에게 밀려오자 방패를 들어 막아냈다.
그리고 그 몸은 사라졌다. 그는 조금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고인 원념이 허공으로 떠올라서 공기 중의 원념과 하나가 되고 각 커스 가논과 같이 스스로 휘감는 것을 큰 눈으로 보았다. 그는 이 원념이 날아가고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임파는 유심히 성을 보았다. 그가 성 안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수는 그들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공격을 해야 하는 것인가 싶었다. 그들의 군대는 아직도 몬스터들에게 맞서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쓰러졌거나 퇴각한 뒤였다. 그들의 최종 목적을 제외했다면 이는 대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구름이 몰려와 머리 위의 해를 가리면서 가볍게 비가 왔다.
그가 성공했기를 바랍니다. 임파가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그녀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여신님, 성공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왜 그가 계획대로 가논을 끌어내지 않고 있는가 싶었다.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진동이었다가 갑자기 거세졌다. 사람들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고 근처의 천막 하나가 무너졌다. 그녀는 비틀거렸지만 지팡이를 꽉 쥐었기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성을 계속 바라보았다.
부탁이니...
"할머니!"
그녀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파야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프루아는 얼굴이 붉어지고 크게 숨을 헐떡이며 뒤떨어지기는 했지만 같이 오고 있었다. 임파는 순간의 안도를 느꼈다. 탑이 무너졌을 때 그녀의 손녀와 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했었다.
파야는 임파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잡아 똑바로 세웠다. "무슨 일이죠? 링크는요?"
"아직 저 안에 있다." 임파는 땅의 진동과 비명소리를 넘어 들릴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발 밑의 땅이 열려서 그들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파야는 조용한 두려움의 소리를 내고 눈이 휘둥그레져 성을 보았다.
갑자기 성에서 원념의 구름이 솟구쳐 나왔다. 모든 복도와 창문에서 빠져나와서 떨리며 휘몰아치는 거대한 형상을 만들었다. 일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파야는 숨을 들이쉬며 임파를 더 강하게 쥐었다.
이...이럴수가...안돼...
원념은 하늘로 올라가서 흉측한 멧돼지의 형상을 만들었다. 재앙 가논은 울부짖었고 공기 그 자체가 떨리는 것 같았다. 성의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몸을 돌려 전장으로 날아왔다.
임파의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하고 시련도 이겼고 승리까지 거머쥐었는데 그 끝은 이것일 뿐이었다. 가논은 또 승리했다. 영걸은 사라졌고 희망도 사라졌다.
비명이 더 들리며 공포가 빠르게 번져나갔다. 신수도 각각 울음소리를 내면서 소란을 더욱 키웠다. 재앙 가논은 평원으로 달려와서 땅에 세게 부딪혔다. 원념은 다시 휘몰아치며 더 거세졌고 검붉은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한 발이 나왔다. 거의 건물 크기의 발이 나와서 땅을 세게 내리찍었다. 두번째 발에 이어서 세번째 발이 나왔다. 그러더니 머리가 그들의 머리 위의 원념의 구름에서 나왔다. 마치 황소의 뿔처럼 앞으로 나온 엄니와 납작한 돼지 코, 그리고 붉게 빛나는 눈 한 쌍이 있었다. 원념의 구름은 하나로 압축되어 놈의 몸이 되었고 바라보기도 힘든 시뻘건 불길이 등에 피어올랐다.
파야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임파는 떨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가논이 완전히 풀려난 것이었다. 링크도, 젤다도 없었고 이 마수가 그들을 모두 죽일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재앙 가논은 머리를 뒤로 젖혀 소리를 질렀다.
"저길 봐요고로!" 고론족 윤돌이 말하면서 두꺼운 손가락 하나를 가리켰다.
그는 가논 바로 아래의 땅을 가리키고 있었다.
잔디 바로 위의 금빛이 나타나자 임파의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저 거대한 마수에 비하면 꽤 작고 초라해 보여서 처음에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잘 보였다.
빛은 커지고 넓어졌고 그러더니 한 말과 남자의 형상을 이루었다. 빛은 사라지고 링크가 밝게 빛나는 마스터 소드를 허공에 겨눈 채로 나타났다.
임파의 가슴에 희망이 찼고 그녀는 젖은 잔디로 서서히 주저앉았다. 파야도 눈물을 흘렸지만 좌절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다른 이들도 환호하면서 환영했다. 신수들은 각자의 소리를 지르고 함성을 질렀다.
최후의 전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링크는 천천히 마스터 소드를 내리면서 가논이 변한 저 마수의 모습을 보았다. 꽤 무시무시하고 거대하며 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몸집이 크다고 겁에 질릴 때는 이미 지난 상태였다.
"링크! 지금이 적기예요!" 젤다가 숨이 차서 말했다. 그녀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최대한 힘을 모아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건 뭡니까?" 그는 놈이 발을 굴러서 땅이 흔들리자 멈칫했다. 스피릿은 불안한 듯 땅에서 발을 굴렀다. "자자..." 그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가논은 먼 옛날에 태어나서 몇 번이나 쓰러져도 부활을 되풀이하는 증오와 원념의 화신이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부드러워지면서 마치 이 마수가 딱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이것은...부활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폭주해버린 모습이에요. 육신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100년 전에 이런 모습이었을 거예요. 이대로 두었다가는 100년 전을 뛰어넘는 비극을 낳겠지요."
그는 널리 보아서 사람들을 보았다. 그를 지원하기 위해 모인 군대였고 그에게 이 기회를 준 이들이었다. 그가 실패하면 저들이 모두 죽을 것이었다.
그러니 패배하지 않을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십시오."
"이것을 사용하세요." 그의 앞에 작은 빛이 구가 나타나서 하나로 뭉치더니 황금으로 대를 하고 정교한 장식이 달린 손잡이가 있는 아름답게 만들어진 활이 되었다. 그 시위도 순수한 하얀색 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활은 그가 젤다를 볼 때마다 그녀가 두르고 있던 그 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사악함을 무찌르는 빛의 활, 이를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젤다가 말했다. "시위를 당기면 순수한 빛만으로 이루어진 화살을 쏠 것입니다. 그것과 마스터 소드 모두를 사용해서 조금만 더 약화시키세요."
"신수는요?"
"곧 쓰일 겁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하라고 일러주십시오." 그는 마스터 소드를 다시 넣고 평범한 활을 땅에 버렸다. 그가 손을 뻗어 빛의 활을 잡자 활이 그의 손에서 울렸다. 그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가논은 울부짖었고 링크는 스피릿을 움직이도록 하여 잔디의 평원을 가로질러 숙적을 향해 달려나갔다. 말은 늘 그랬듯이 위험에서 물러서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질주했다.
"링크..." 젤다의 목소리는 조용해졌지만 마치 그녀가 그의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소리처럼 들렸다. "여기까지 와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는 활시위를 뒤로 당겼다. 그러자 금빛의 촉의 하얀 화살이 빛에서 생겨나 그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걸렸다. 그는 조준을 하고 이를 쏘았다. 화살은 정확하게 날아가 가논의 어깨를 큰 빛을 내면서 맞췄다.
마수는 울부짖으며 비틀거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고개를 들었고 링크는 엄니 사이 놈의 입 안에서 무언가가 생기는 것을 보았다. 얼마 뒤, 뜨거운 붉은 빛줄기가 쏘아져 나와 그를 향해서 땅을 갈랐다. 그는 스피릿의 등에 몸을 낮추고 말을 이끌었다. 그들은 공격을 간신히 빠져나왔고 뜨거운 바람이 그들에게 불려왔다.
"지금 당신이 어느 정도의 힘과 기억을 되찾았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젤다가 다시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지만 당신의 용기는 그대로였고 변하지 않았습니다. 늘 그렇게 예상했습니다. 저는 당신을...당신의 용기를 믿습니다!"
그는 다시 시위를 당겨서 가논의 다리에 화살을 쏘았다. 화살이 자리에 맞았고 원념이 그 주위에서 흔들렸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넘어지지 않았다. 놈은 소리를 지르며 그 발을 들었다. 그의 위로 그 그림자가 지나갔다.
스피릿은 왼쪽으로 돌아 놈의 배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링크는 오른팔로 활을 잡고 마스터 소드를 뽑아 위로 들면서 가논의 배에 밀어 넣어 그가 지나가는 길 그대로 베어버렸다. 가논은 떨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와 스피릿이 반대로 나오자 그는 다시 검을 넣었다.
안장에서 몸을 돌려 링크는 빛의 화살을 가논의 옆구리에 쏘았다. 마수는 머리를 돌려서 뜨거운 빛줄기를 쏘았다. 빛줄기는 땅을 가로질러가서 흙먼지와 돌을 흩날렸다. 그 공격은 돌과 나무가 마치 종이로 된 듯 날려버렸다.
그는 화살을 한 대 더 쏘았고 빛이 또 번쩍였다.
"좋아요! 링크, 계속해요!"
링크는 스피릿을 돌렸고 시뻘건 빛이 그를 향해 오자 욕을 질렀다. 말은 간신히 방향을 돌렸으나 가논의 발굽의 그림자가 또 아래로 지나갔다. 그는 그가 온 자리로 되돌아갔고 그 지점에는 가논의 공격을 받은 흔적이 시뻘건 불길이 되어 남아 있었다.
스피릿은 그 흔적을 뛰어넘었고 링크는 큰 원을 그리며 돌아서 가논의 얼굴로 달려갔다. 그는 화살을 하나 더 쏘았고 이번 것은 엄니에 맞았다. 화살은 엄니의 끝을 부러뜨렸고 검은 파편이 땅으로 떨어졌다.
"스피릿, 어서, 어서!"
말은 땅을 달려나가면서 불의 공격을 앞질러서 달려갔다. 마지막 순간에 그들은 방향을 틀었고 빛줄기는 이 전투에 너무 가까이 간 것 같았던 겔드의 무리로 향했다. 그 빛줄기가 곧바로 그들을 뚫고 가며 말이 소리를 지르고 다른 여러 시신을 흩날리는 것을 그는 놀라 바라보았다.
"젠장!"
번개가 하늘에서 번쩍이며 가논을 맞췄고 놈은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나보리스에 그 빛줄기를 돌렸고 그 신수가 이에 맞자 떨리면서 비틀거렸다. 링크는 그 빛이 옆구리에 깊은 피해를 입혀 그 안의 부품이 일부 드러난 것을 보았다.
"신수가!" 젤다가 소리를 질렀다.
링크는 빛의 화살을 가논에게 두 대 더 쏘아 주의를 돌렸다. 놈은 빛줄기를 그에게 돌렸으나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링크는 마스터 소드를 위로 든 채로 놈의 머리 아래를 지나가 길게 놈의 배를 깊이 베었다. 발굽을 지나는 동안에 몸을 기울여 그 자리에도 상처를 입혔다.
"링크, 거의 다 왔어요!"
링크는 안장에서 몸을 돌려 빛의 화살을 한 대 더 쏘았다. 다르케르의 입을 빌리자면, 멱살에 명중했다.
가논은 울부짖었다. 땅이 흔들리고 바로 앞에 땅의 균열이 생겼다. 링크는 욕을 내지르고 스피릿이 이를 뛰어넘자 몸을 굽혔다. 스피릿은 불안하게 착지했고 뒤의 땅이 꺼지기 시작했다. 말은 비틀거렸으나 곧 다시 몸을 세웠고 링크는 다시 스피릿을 습보로 이끌었다.
재앙 가논은 점점 더 통제를 벗어나고 있었다. 온 방향으로 빛을 쏘면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숲을 깔아뭉갰고 의식장 옛터를 파괴해 버렸고 성의 많은 부분도 무너뜨렸다.
링크는 안장에 서서 가논의 얼굴로 빛의 화살을 두 대 더 쏘았다. 하나는 놈의 눈에 명중했다. 가논은 고개를 들었고 그 빛줄기가 구름에 찬 하늘로 쏘아 올려져 구름이 그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그러더니 고개를 낮춰 그에게 한발씩 다가갔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링크는 가논에게서 스피릿을 돌려 다시 달리도록 했다. 놈이 달리는 동안 땅이 울리는 것이 들렸다. 그들이 도망치는 동안 그는 안장에서 몸을 돌렸고 놈이 큰 몸으로 느린 움직임을 보완해서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링크는 빛의 활을 또 당겨서 가논의 방향으로 화살을 계속 쏘았으나 놈은 계속 달려들었다. 놈은 머리를 숙이면서 분노의 괴성을 지르고 남은 엄니를 링크에 겨누었다. 그는 스피릿을 좁은 원형으로 돌렸고 순간적으로 스피릿의 발굽이 젖은 잔디에 미끄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바로 완전히 돌아가서 이제는 가논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가논은 방향을 바꾸려 했으나 스피릿과는 달리 너무 크고 무거워서 효과적으로 방향을 바꿀 수가 없었다. 링크는 활을 어깨에 매고 마스터 소드를 뽑아 왼쪽으로 내질렀다.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그는 아래로 지나가는 땅과 거의 평행하게 몸을 기울여 가논의 다리 둘을 깊이 베어버렸다.
그는 몸을 다시 안장 위로 똑바로 세우고 가논의 큰 몸이 다리에서 원념을 많이 흘리면서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머리 위에서 가논의 영향으로 하늘이 어두워지고 구름이 붉게 변했다. 땅에서 균열이 더 나타났고 링크는 멀리 데스마운틴이 마그마를 높이 분출하는 것을 보았다.
하이랄을 완전히 찢어버리기 전에 끝내야 해!
"젤다! 얼마나 더 해야 합니까?!"
"거의 다 왔어요! 눈 사이를요!"
링크는 가슴 속에서 심장이 크게 뛰는 것을 느끼며 스피릿을 돌렸다. 가논은 그를 보기 위해서 천천히 몸을 돌렸고 그에게 강한 빛을 쏠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이를 갈며 링크는 마수를 향해 달려나갔다.
가논의 입에서 뜨거운 붉은 빛이 쏘아져 나왔고 링크는 그 직전에 옆으로 스피릿을 당겼다. 스피릿은 소리를 냈지만 그의 지시를 따랐다. 그리고 링크가 가논의 공격의 빛에 몸을 숨기고 있는 동안, 그는 빛의 활을 당겨 빛의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놈의 눈 사이, 이마 한가운데에 맞았다. 가논은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지금이요! 우르보사, 다르케르, 미파, 리발, 지금이예요!"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널 위한 건 아냐." 리발이 만족감을 느끼면서 말했다. 패배의 수치를 오늘 씻을 것이었다. 그는 날개를 마수를 향해 뻗었다. "난 가논에게 빚을 갚고 싶을 뿐이니까!"
미파는 가슴에 손을 모으고 가논이 아닌 아래의 작은 링크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할 수 있으리라 믿었어, 링크. 지지 않을 거라고!"
다르케르는 웃으면서 주먹을 서로 쳤다. "좋았어, 친구!" 그는 가논의 마수와 같은 눈을 보았고 그 눈에 두려움이 서린 것이 느껴졌다. 반드시 그러해야 했다. "자, 이거나 먹어라, 가논!"
우르보사는 팔짱을 끼면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녀의 일족도 평안을 맞이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젤다에게도 평안이 올 것이었다. "화려하게 가 볼까! 우리 공주님. 조금만 더 참아!"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각자의 신수는 가논을 겨누었다. 메도는 날개를 펼친 채로, 루타는 코를 위로 향한 채로, 루다니아는 머리를 열어 그 안의 포대를 드러낸 채로, 그리고 나보리스는 다리를 접고 머리를 앞으로 향한 채였다. 그리고 각자의 앞에 빛의 구체가 나타났다. 구체는 점차 커지다가 다른 가디언의 빛줄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빛줄기를 발사했고 네 빛줄기는 가논을 강타했다.
그 빛줄기가 원념을 뚫고 떨리는 검붉은 살을 찢어내자 재앙 가논은 소리를 질렀다. 놈은 그 공격의 여파로 떨며 쓰러지고 그 끔찍한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그 공격도 끝났다. 빛줄기들은 가느다랗게 흐려지면서 사라졌다. 검은 연기가 가논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마수는 땅에 쓰러진 채로 누워 있었다. 그 몸이 더 작아졌고, 더 말라서 훨씬 더 작아진 채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완전히 쓰러뜨릴 수는 없었고 놈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허공에 금색의 빛으로 나타나 가논 앞에 서서히 내려왔다. 빛은 젤다의 모습을 이루었고 무녀복이 그녀 주변으로 흩날렸다. 그녀는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재앙 가논은 그녀를 보면서 그 붉은 눈은 내려오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발은 땅에 닿았고 그녀는 그렇게 많은 고통과 슬픔을 준 원흉인 마수를 올려다보았다. 100년, 이 마수와 동거하는 채로 100년을 지내왔다. 그녀는 이를 증오하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해를 하고 있었다. 놈의 분노, 끝없이 환생하는 놈의 고통, 그리고 오랫동안 홀로 감금되어 있는 것만으로 미쳐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녀는 이를 이해했고, 이해했기 때문에 더더욱 증오했다.
가논은 입을 열었고 그 안에는 죽음이 보였다. 그녀를 공격하기를 바랐고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만."
그녀에게서 사방으로 빛의 파동이 번져나갔다. 빛이 가논에게 쏟아지면서 몸이 산산조각이 났다. 육체는 파괴되어서 연기와 같은 원념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아직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원념은 돼지 같은 입과 누런 눈만 남긴 채로 형체 없이 돌았다. 그것은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그것을 보았다. 그녀가 느낀 분노와 증오, 공포와 기대를 표정에 나타내지 않았다.
가논은 몸을 돌리고 울부짖으며 그녀에게 덤볐다. 최후의 공격이자 일말의 시도였다. 정신이 그렇게 미쳐버린 것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젤다는 손바닥을 마수 쪽으로 벌리면서 손을 들었다. 그녀 주변의 금색 빛은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밝아졌고 세 정삼각형이 하나로 모여 커다란 삼각형을 만든 형상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트라이포스의 형상이었다. 그녀는 이 힘을 100년 동안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었다.
그 힘은 마치 커져가는 방울처럼 그녀의 손에서 터져나왔다. 힘은 재빨리 가논을 뒤덮었고 그 순간 놈은 그 실수를 알아차렸다. 놈은 도망치기 위해서 어두운 구름이 찬 하늘로 돌았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빛이 가논을 뒤덮자 링크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그 힘을 알고 있었다. 100년 전에 체리블랙 평원에서 본 힘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공격보다도 굉장히 강한 힘이었다. 태양처럼 빛이 나서 그의 눈 앞에는 그 빛만이 보일 정도로 커졌다. 그 힘과 마수만 있었다. 그는 그 빛이 가논을 뒤덮고 그 연기 같은 몸체가 완전히 에워싸이는 것을 경외감도 드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힘만이 남았다.
빛의 구체는 늘어나는 것을 멈추더니 그의 눈이 쫓을 수 있는 수준보다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젤다 위에 뜬 작고 검은 구체로 줄어들었다. 곧 그 역시 사라졌다.
그렇게 하이랄에 기생하는 재앙 가논이 사라졌다.
링크는 다리가 떨리는 채로 천천히 스피릿에서 내렸다. 그는 금색의 활을 떨어뜨렸고 이는 빛의 조각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머리 위에서 비가 그쳤다. 붉은 구름은 옅어지면서 족자가 말리듯 사라져갔다.
그리고 젤다가, 그의 젤다가, 스무 보도 안되는 거리의 평원에 서 있었다. 그녀 주변의 금빛은 사라졌지만 그녀는 그대로 있었다. 손을 허리로 내린 채로 등을 그에게 보인 채로 잔디 위에 서 있었다. 긴 금발의 머리가 100년 전의 모습 그대로 등의 굽이까지 내려와 있었다.
"전 지금까지 당신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에게 돌아오기 위해 용감히 맞서온 분투와 싸움의 시련들까지 말이지요."
그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전 당신이 가논을 물리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아니, 믿고 있었어요."
그는 가슴이 더 빨리 뛰며 빠르게 움직였다. 젤다가, 그녀가, 그 자리,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돌렸다.
"저는 오랜 세월 동안 당신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았어요..." 그녀는 가슴에 손을 모으고 그를 올려다보면서 눈을 바라보았다. "감사..."
그는 그녀가 말을 마치도록 하지 않았다. 곧바로 달려가서 그녀를 끌어안아서 그녀를 든 채로 돌았다. 그는 그녀를 가깝게 안으며 웃었다. 그녀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의 온기와, 그녀의 몸이 닿는 감촉, 그녀의 팔이 그를 안는 느낌, 그녀의 얼굴이 그의 목에 닿는 것까지. 그녀의 심박이 자신만큼 빠르게 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링크는 도는 것을 멈춘 뒤에도 오랫동안 젤다를 그렇게 안고 있었다. 마침내 그녀를 내려놓은 뒤에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는 떨었고 그도 그러했다.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그는 고개를 숙이며 더 꽉 쥐었다. 그녀의 손은 그의 옷의 뒤를 꽉 잡았다.
"실제군요..."
"그래요."
"정말로..."
"정말로요..."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그..."
"자..." 젤다는 고개를 뒤로 뺐지만 그는 그녀를 이제 놓아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볼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그를 보았다. 그의 볼에도 눈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끝났어요."
끝이 났다. 그들의 여정, 아니 그들의 평생 동안 그들의 삶에 드리워진 장막이 완전히, 그리고 갑자기 걷혔다. 가논은 사라졌다. 죽었거나, 봉인되었거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끝이 난 것이었다.
그리고 젤다가, 그의 젤다가, 그의 품 안에 있었다. 그 순간에 모든 시련과 분투, 의심과 고통과 전투는 전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순간, 그가 사랑한 공주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순간이 왔기에, 모두 의미가 있게 되었다.
"젤다, 저..."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가자 말을 멈추었다. 고개를 들자 놀랍게도 카시와가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리토족은 가볍게 바람을 일으키며 내려왔다. "카시와?"
카시와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고 젤다는 천천히 링크의 품에서 나왔다. 그는 그녀를 놓아주기가 너무 싫었다. 그녀가 마침내 완전히 물러나자 카시와는 그녀에게 깊이 목례하였다.
"젤다, 이 이는 카시와입니다."
지금은 정말 있지 않기를 바랐지만요.
"그는..."
"마침내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하." 카시와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링크님이 많은 것을 말해 주었죠."
한동안 젤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링크 말고 다른 이와는 말한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이었거나 그녀를 왕족으로 지칭했기 때문이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마침내 목을 골랐다. "예, 그...가까이서 볼 수는 있었죠. 당신의..."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멈추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카시와. 제가 알기로는 링크의 여행 대부분에 함께했다고요."
"제가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좀 무례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두 분이 자리를 뜨기 전에 힘겨운 싸움 끝의 승리를 한번이라도 축하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뜬다니요?" 젤다는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링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고 그는 허리에 손을 내렸다. 그의 주변에서 고함이 들렸다. 마수나 몬스터의 괴성도 아니라 보고 있는 이들의 함성이었다. 가논의 압제에서 마침내 벗어난 하이랄의 민족의 함성이었다. 돌아보자 그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두 사람에게 달려오는 수백의 사람이 보였다.
카시와는 리토족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링크를 돌아보았다. "예, 그게, 링크님이 여기에 오래 있기가 싫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젤다는 더욱 주름이 깊어지면서 링크를 보았는데 그의 손에 시커 스톤이 있는 것을 보자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카시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링크는 그를 보며 말했다. "당신이 없었으면 못했을 겁니다."
카시와는 고개를 조아렸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도움이 되었다면 기쁘군요. 오늘은 정말 생의 최고의 날입니다.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제 딸들이 이제 저...마수가 있는 땅에서 살지 않게 해 주셔서요."
링크는 그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마수가 없는 땅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그의 여동생은 그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게 될 것이었다. 그 정도면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다.
"괜찮으시면 스피릿을 하테노 마을에 돌려놓아 주세요." 그는 시커 스톤의 한 그림을 누르며 말했다. 바로 그들 주변에 푸른 원이 나타났다.
"물론입니다. 곧 다시 뵙죠, 친구여." 카시와는 원 밖으로 나섰다.
"링크, 무슨..."
그는 화면을 다시 눌렀고 그와 젤다는 여러 갈래의 빛으로 흩어져 하늘로 올라가 전장과 하이랄 연합군을 뒤로했다.
우르보사는 그들이 가는 것을 따스하면서도 쓴 미소로 바라보았다. 한번이라도 더 말을 걸고 싶었는데, 안되겠네. 오랫동안 기다려야지. 꽤 오랜 시간이여야 하는데.
그녀는 그녀의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미파, 다르케르, 리발, 그리고 놀랍게도, 로암 왕도 있었다. 그들은 성 위에 떠서 둘이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수고했다, 링크." 로암이 말했다. "그리고 젤다, 훌륭히 잘했다. 딸아, 자랑스럽구나."
"정말 성공했네." 다르케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성공한 거지." 리발이 말을 고쳤다. "노래에 내가 빠지면 안될텐데."
미파는 가볍게 웃었다. "리발 당신을 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링크가 기억을 잃었어도 당신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을 걸요."
"기억을 잃어? 그게 무슨 말이야?" 리발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우르보사는 따스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차차 말해줄게. 일단은, 작별 인사를 건네자고."
그들은 조용히 앞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종족들이 발 밑의 전장에 모여 있었다. 일부는 신수를 올려다보고 일부는 성을 보았다. 다른 이들은 대승리의 주역들을 찾아서 돌아보고 있었다. 하일리아인, 시커족, 조라족, 고론족, 리토족, 그리고 겔드족이 평화를 위한 기 아래에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네 영걸과 국왕 하나의 다섯 영혼이 사라져갔다.
Notes:
1. Zelda's dialogue before the battle against Dark Beast Ganon is written in a complete opposite direction and is very different compared to the East Asian version. This translation adopted the official game release. (젤다의 대사는 영문판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정식발매 대사를 공식으로 보기에, 이를 이용했습니다.)
2. The Divine Beasts were supposed to attack Calamity Ganon before the battle, but here, it fires after the battle of Dark Beast Ganon. To accomodate it, the East Asian versions are modified a bit. (본래 신수는 최후의 전투 이전에 발사하지만, 이 소설은 최후의 전투의 마무리에 사용되었습니다. 몇몇 대사는 어색하기에, 적절하게 변용했습니다.)
Chapter 64: 60장
Chapter Text
왜 젤다를 여기로 데리고 오기로 했는지 링크는 잘 몰랐다. 이유라면 여러가지가 떠올랐다. 그가 눈을 뜨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곳이기도 했고, 그녀가 그의 임무를 들려준 자리이기도 했고, 가논을 처음 본 자리이기도 했으며, 처음 떠오른 자리이기도 했다. 이것 중 아무것일 수도 있었고 이 중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아..." 젤다가 시작의 탑의 모서리로 다가가 광활한 하이랄의 대지를 보면서 말했다. "아...링크..."
정말 장관이었을 것이었다.
그는 시커 스톤을 허리띠에 끼우고 그녀 곁에 서서 멀리까지 바라보았다. 멀리 성이 보였으며 붉은 안개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곤충들처럼 그들 앞의 평원에 네 신수들이 서 있었다.
"저...당신이 구한 대지를 보고 싶을 것 같아서요." 그가 말했다. "100년 동안 목숨을 유지해 줬으니까."
젤다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눈물이 고인 채로 멀리 바라보았다. "아름다워요..." 가벼운 바람이 지나갔고 그녀는 숨을 들이쉬며 가볍게 떨었다.
"왜 그럽니까?" 링크가 갑자기 걱정되며 물었다.
"그...정말 오랜만에 제 피부에 바람이 느껴지는 것이어서요. 좀...춥네요." 그녀는 여러 감정이 섞인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느껴지고요..."
링크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푸른 눈과 상기된 뺨, 도톰한 입술과 머리를 깊이 바라보았다. 아직은 키스하지 않았다. 많이 그러고 싶었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그 많은 것을 겪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가..."
"저를 지켜야 했다고요?" 그녀의 입술은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지키기는 했죠. 그러느라 죽을 뻔했고요."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기억나죠?"
"어...예, 기억납니다." 그는 말을 멈추었지만 그의 미소는 커졌다.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젤다는 가볍게 웃었다. 그의 귀에 그 소리는 음악과도 같았다. "당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일어서지도 못하는데도 계속 싸우려 했잖아요." 그녀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옷의 앞쪽을 건드려 보았는데 그 자리는 가논과의 전투에 의해서 타면서 닳아 있었다. "흉터가 참 많네요."
"당신이 입느니 제가 입겠습니다."
"그래요..." 그녀는 그의 옷을 계속 어루만졌다. 옷을 통해서 그녀가 가볍게 어루만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의 심장이 그가 가논을 마주하던 순간처럼 강하게 뛰었다. "지난...두 주간 무엇이 기억나세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얼굴에 마치 우려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선...당신의 생일이 언제이건 간에 가을에는 라넬산을 오르는 것이 꽤 끔찍하다는 것이 있었죠."
산을 언급하자 그녀의 볼은 더욱 빨개졌다. "그러면...저희가 간 것이 기억나나요?"
그는 손을 위로 들어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그녀는 조금 멈칫하다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젤다...전부 기억납니다."
"전부요?"
"예."
그녀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입을 가렸고 그녀의 눈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꽉 쥐었다. 다시 진정해서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저...당신이 기억을 되찾지 못할 것 같아 걱정했어요. 언제...어떻게 되었죠?"
"산 위에서 벌어졌습니다. 보지는 못했겠지만 하테노 마을의 전투 이후에 한번 올랐습니다. 가논이 깨어나기 전 몇 주 전의 일을 한번 기억하라고 해서...해 봤습니다. 그곳에 있는 동안, 나머지 기억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여신이 그의 기억을 되돌린 것 같다는 말은 뺐다. 젤다가 하일리아 여신에 대해서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몰랐는데다가 지금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면 산 위에서 있던 일은 다 기억하세요?"
"어제 일같이 기억합니다."
그녀는 숨을 가볍게 들이쉬었다. "그러면...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나요?"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까?"
그녀의 볼이 더 빨개졌고 더 말을 더듬었다. "그게...다시 들어도 별로...싫지는 않은데요."
그는 씩 웃었고 그녀의 행동과 암시를 알아보아서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사랑합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고 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말했어야 했어요. 그러지...말았어야 했어요. 거짓말을 하면 안되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아니라는 말은 하지..."
그녀는 그의 옷을 잡고 그를 당겨 그의 입을 맞추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팔로 감싸 안으며 화답했다. 억눌린 감정과 두려움, 그리고 안도가 모두 몰려오는 절박함에서 오는 것이었지만, 젤다는 그의 팔에서 긴장을 풀었고, 그녀의 미소가 그의 입에서 느껴졌다. 그녀는 곧 몸을 떨며 웃기 시작했다.
링크는 놀라며 그녀를 내려다보며 멀어졌다. "왜요?"
젤다는 웃으면서 고개를 젓고, 이마를 그의 어깨에 댔다. "지난 100년 동안 이 날을 꿈만 꿔 왔어요. 정말로 왔다니...믿기지가 않아요."
그는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이는 꿈이 아닙니다. 젤다, 당신은 성공한 겁니다."
그녀는 본인의 팔을 그의 몸통에 둘러서 그를 끌어안았다. "우리가 성공한 거죠."
"뭐, 제가 제 나름대로 조금 도왔다고 할 수는 있겠군요."
그녀는 코웃음을 한번 내었다. "겸손하기는..." 그녀는 말을 멈추고 눈빛이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사랑해요."
링크는 이 말만 들어도 행복이 올라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몸을 낮추어 다시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둘 모두 오랫동안 그렇게 유지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게 유일하게 타고 내려온 탑이었네요." 링크가 탑의 바닥으로 이어지는 격자 무늬를 보며 말했다. "패러세일이 있었다면..."
젤다는 그의 옆에 서서 그에게 미소를 짓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아까에 비해 더 잔잔한 금빛으로 빛이 났고 둘은 금빛으로 흩어져서 가볍게 내려와 아래의 땅에 다시 나타났다.
링크는 탑을 올려다보고 그녀를 보았다. "유용하네요."
"그렇기도 하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돌아보면서 주변의 흩어진 흙과 부서진 돌을 보았다. "이 탑들이 바로 우리 아래에 있었던 거네요. 이 탑이 아래에 있었던 흙 언덕이 겨울에는 썰매를 타곤 했던 곳이었죠."
링크는 조용히 입을 다문 채로 주변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탑에서 내려오자마자 보코블린들을 마주친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이 땅을 구하고 나서 보코블린에게 등을 보였다가 화살을 맞는 허망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싫었다.
"왜 지하로 갔을지 의문이 드네요." 젤다는 탑을 보면서 말했다. "왕가와 시커족의 분열 시기 즈음에 일어났을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왜 그런 기능을 애초에 두었을지..."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아래를 보았다. 뭐라도 쓰고 싶었는지 손가락이 조금씩 떨렸다. "많이 알고 있었나 봐요. 만년 전부터 가논의 부활을 대비하고 있었나봐요. 일어날 거라고 이미 짐작하고 있었네요." 그녀는 링크를 올려다보고 그가 웃는 모습을 보자 멈칫했다. "왜요?"
"아뇨, 그냥...이론을 세우는 게 오랜만에 들려서 좋아서요."
"이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거죠. 추론과 가설은 그 이후에 와요."
"그렇군요. 언제...한번 말했겠죠."
"당연하죠. 당신 기억이 꽤 끔찍하기는 했지만요." 그녀는 부서진 돌과 흙에서 멀어지며 앞으로 걸어갔고 링크는 아직도 돌아다닐 법한 보코블린들을 감시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나갔다.
"안절부절 못하네요." 그녀가 몸을 굽혀 잔디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말했다.
"여기서 화살을 맞을 뻔했습니다. 아니, 생각을 하니 이미 맞았네요." 그는 고개를 돌려 여러 달 전에 보코블린 사수들이 서 있었던 그 작은 잔디의 언덕을 보았다. 움직이는 것이 없어서 그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을 거예요." 젤다가 말했다.
"왜 그럽니까?"
"그들의 주군이 사라졌으니까요. 이건 믿어도 돼요." 그녀는 샌들에도 손을 가져갔다. 얼마 뒤에 그녀는 이를 완전히 벗고 맨발을 잔디에 내디뎠다. 그녀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왜요?"
"100년 동안 잔디는 느껴본 적도 없어서요."
그는 억지로 웃으려 했지만 빈 웃음이었다. 그 역시 100년 동안 자고 있었던 것이다. 깨어나는 것은 좀 혼란스럽기는 했고 그의 기억도 사라진 뒤였지만 그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기분은 들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황이 달랐다.
링크는 그녀를 한동안 보다가 그도 몸을 숙여 자신의 신발을 벗었다. 신발을 당겨 벗고 양말도 벗으면서 그녀 옆에 섰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걸어 고개를 들어 주변의 고원을 돌아보았다. 시간의 신전은 늘 그러한 잔해 뿐인 모습으로 섰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서렸다.
"재건은 오래 걸리겠죠." 그녀가 말했다. "많은 것이 사라졌어요."
시작의 대지의 위에는 작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링크가 알기로는 마을의 대부분은 성직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살던 집이었고 아이들도 한때는 이 길에서 뛰어놀았다. 이제는 기억과 옛터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재건은 이루어질 겁니다. 임파가 벌써 계획을 세우는 것 같더군요."
그녀는 앞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임파...임파 외에도 프루아와 로베리를 다시 만나도 좋을 것 같네요. 그들을 보는 시간은 많이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성 밖을 보는 방법도 몰랐고 가논을 억제하는 데에도 힘을 많이 쓰느라..."
좀 긴 시간 뒤에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다 지난 거죠."
"이제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가논이 없는 미래요."
"가논이 없는 미래..." 젤다는 이것이 마치 낯선 말인 듯이 말했다.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네요. 제 평생 동안 제 미래는 가논이 전부였거든요."
"아닙니다. 저희가 가논을 쓰러뜨리면 제가 무슨 특별한 칭호를 얻느니 마느니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건 그냥 놀린 거죠. 맞는지는 모르죠."
"몰랐습니다." 그가 좀 아무렇지도 않듯이 말했다.
"당신인 것을 치면 몰랐겠네요. 정말 둔감했으니까."
"완전히 둔감하지는 않았습니다. 뭔가는...알고 있었습니다. 최소한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제가..." 그는 말을 흐렸다. 그 일을 말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날 밤은 둘 모두에게 힘겨웠고 그 다음날부터 더 악화된 것이었다.
젤다는 그가 말하려다가 말았던 것이 무엇인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조용히 올려다보았다. "그때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절 사랑한다고 들으니까..." 그녀는 조금 떨었다. "정말 황홀했는데, 그 순간에는 정말 듣는 것이 괴로웠어요."
"아."
그녀는 웃었다. "당신 잘못은 아니죠. 제 잘못이죠. 그게 사실...여신님이 그날 제가 기도할 때 무슨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인데, 그..." 그녀는 그의 아래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저희 둘이 나타나는 꿈에 대해서 말한 것이 기억나세요? 새의 등에 탄 꿈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가 이를 아직도 기억한다는 것에 놀랐다. 100년이면 꿈을 기억하기에도 너무 긴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의 그의 기억이 다 돌아왔어도 그동안의 꿈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게 기도하면서 본 모습이었고 다른 모습도 보였어요. 저는...그게, 여신님이 당신을 향한 제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한 거라고 해석했어요. 저희의 우정이 제 힘을 깨우는 것의 장애물이라고요."
"아..."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젤다의 거절과 좌절감, 그리고 그가 다른 곳이라면 더 기뻐할 것이라는 제안, 그리고 그를 밀어내려는 그녀의 행동까지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그런 것이었군요."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에 당신을 좀 많이 힘들게 해서 죄송해요. 정말 하고 싶었던 게..." 그녀는 볼이 빨개지면서 말을 멈추었다.
링크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고 그의 등에 오르는 열기를 최대한 무시하려 했다. "뭔데요?"
그녀는 그의 눈을 피했다. "어쨌든, 만약 전날에라도 당신이 마음을 고백했더라면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 했을 거예요. 산의 발치에서 영걸들과 먼저 헤어지고 나서 제가 먼저 말할 뻔했어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에 제가 조바심이 나서요. 그리고...전 두려웠어요. 그 말은 저에게는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이었을 텐데."
"하지만 기도를 마치고 나서는 마치 철창에 갇힌 굶주린 사람 앞에 진수성찬을 놓은 모습이었죠."
그녀는 입술을 같이 물었다. "굶주렸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저한테 키스할 때..." 그녀가 그를 놀리듯이 팔꿈치로 찌르자 그는 말을 멈추었다. "죄송합니다. 농담이 너무 많이 나오네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서 다행이에요. 이전보다...더 많이 웃으시네요."
"전 웃을 때 당신과 웃곤 했습니다."
그녀는 가볍게 흠 소리를 내고 시간의 신전을 올려다보았다. 한동안 침묵이 돌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여신님이 제게 보여준 모습을 저는 틀리게 해석했죠. 사실 그 새 위에 저희 둘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여신님의 과거의 환생일지도 몰라요. 첫번째 젤다이자 여신의 환생과, 그녀의 링크로, 둘은 서로 사랑했었죠."
"그의 이름도 링크였습니까?"
"잘은 몰라요." 그녀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저는 그렇게 보였거든요. 당신과 그는 꽤 많이 닮았어요. 어쨌거나 젤다와 그 시대의 용사는 서로 사랑했고, 그 사랑 덕에 많은 시련을 이겨냈죠. 그것이 여신님이 말하는 것이었어요."
"사랑해도 된다는 것이요?"
"제가 어떻게 느끼는 지를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이요. 저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부정하려고 참 많이 힘을 썼어요. 학구적 면모, 하찮은 의식과 기도를 싫어한 것, 후회와...반감이요."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여신님은 사랑해도 된다고, 감정을 느껴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죠."
링크는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 "그러면 당신이 제게 고백했더라면, 그 힘이 깨어났을 거라는 건가요?"
"글쎄요...그럴지도요? 제 힘이 깨어난 것은 제가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을 받아들이고, 당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인정했기 때문임이 틀림없어요. 만약 잘못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산에서라도..."
"그래도 바뀐 것은 없을 겁니다."
"예?"
"젤다, 그래도 상황은 똑같이 흘러갔을 겁니다. 당신의 힘이 깨어났다고 해도 가논은 함정을 꽤 잘 파 놓았습니다. 우리가 없는 동안 공격을 가했을 겁니다. 그리고 영걸들은 죽었겠죠. 가디언은...무찌를 수는 있었겠지만, 그래도 피해는 갔을 겁니다. 그리고 가논을 이길 수도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는 마스터 소드가 힘을 잃는 것을 기억했다. 성 시내가 폐허가 된 것을 보자 그의 희망은 파괴되었었다. 사실상 자포자기한 셈이었다. 젤다에게 힘이 있었다고 해도 상황이 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요...그럴지도요. 이제 와서 알 방법은 없겠죠. 그래도 그날 밤의 결정은 후회돼요. 당신과...저를...괴롭게 했으니까요. 할 수 있다면 그건 바꾸고 싶어요."
링크는 그녀의 팔을 꽉 쥐었고 그녀는 그에게 기댔다. 그녀의 시선은 시간의 신전과 그 앞의 폐허에서 빠져나왔고 둘은 오른쪽의 언덕을 걸어 올라갔다.
그녀는 걷기 시작했고 링크는 그녀와 같이 갔다. 그들은 돌길을 걷지 않고 잔디를 걸으면서 길을 올랐다. 그러는 동안 링크는 그가 깨어난 첫날을 기억했다. 보코블린을 처음으로 싸우면서 그의 전투 실력을 깨웠었다.
"처음 깨어났을 때에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 몸도 없는 여인의 목소리를 무슨 계기로 따르기로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일단은 목소리가 좋았죠."
"제 목소리가 좋았다고요?"
"당신의 어조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그러니까 겨우 제 어조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이랄을 구한 건가요?"
"결과는 좋았으니까요." 그는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보면...기억이 나네요. 아무것도 모르기는 했는데도...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제 안의 무언가가 당신을 알아보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되시나요?"
"잘 알죠." 그녀의 표정은 슬픈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인상을 찡그렸으나 더 묻지 않았다. 그녀가 준비되면 말할 것이었다. 그리고 역시 얼마 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지난 100년간 몇몇 순간에는...저의 자아를 잃은 때가 많이 있어요." 그녀는 그를 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제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그런 때에는 저는 기다려야 한다는 것만 기억했어요. 버티면서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가 올 것이다..."
"저..."
그녀는 목을 고르고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 그를 보았다. "그리고 당신이 왔죠."
"진작에 올 것을 그랬군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당신은 회복해야 했으니까요. 당신은 깨는 순간부터 가논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죠. 저는 당신이 모든 것을 그렇게 빠르게 처리하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잘못이라면 제게 있어요. 제가..."
"젤다..."
"아직 말 남았어요. 제가 진작에 나섰다면, 당신은 그렇게 심하게 다치지 않았겠죠. 당신이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제가 뭐라도 했었으니까요." 그녀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걸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링크는 그녀의 말을 막기 위해서 끌어당겼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감싸 그녀의 얼굴을 그에게 향하게 했다. "당신은 당신이 되어야 하는 것 그 자체였습니다."
그녀의 볼은 빨개졌고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는 것 같았다. "그...꼭 그렇게 말하셔야 돼요? 100년 전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해서 같은 반응이 나올리가 없잖아요."
그는 미소를 지었고 이 순간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몸을 낮춰 입을 맞추었다. 그녀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는 장화를 내려놓고 팔로 그녀를 감싸 안아 그녀를 들었고 서로 멀어지지도 않았다.
이 느낌은 정말 좋았다. 과거든 현재든 그가 살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 느낌이었다.
"임파가 뭐라 할 지가 궁금해지네요." 그가 마침내 그녀를 내려놓자 링크가 입을 열었다. "너무 쉽게 말한다고 뭐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는 또 말을 흐렸다.
"또 뭐요?"
"프루아가 저희 가지고 내기 하던 거 기억해요?"
"아, 예. 들은 적은 있어요. 제게 말한 적도 있고요." 그녀는 그에게서 몸을 돌려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의 신을 들고 뒤따랐다.
"그러라고 했나요?"
"아뇨. 본인 일에나 신경 쓰라고 했죠." 그녀는 장난스런 미소를 입가에 띠면서 그를 보았다. "그러니까 더 황당한 얘기나 했죠."
"그 중에는 제가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있는 모습을 찾아서 볼 거라고 한 것도 있었죠."
젤다의 미소가 사라지더니 기겁하는 표정이 되었다. "예?"
"그리고 제가 여행하는 내내 보고 있었으니 자신이 이겼다네요."
그녀의 얼굴은 귀까지 빨개졌고 그녀는 표정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고개를 돌렸다. "그럴 리가요. 그 당시에는 전 하일리아 여신의 힘 그 자체였는데요. 그건 통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녀도요."
"뭐, 그때의 일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건 고의가 아니라고요!"
"그러시겠죠."
링크는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으나 그의 뒤를 보자 조금 옅어졌다. 작은 돌 지붕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오래된 모닥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버님을 저만큼 오래 홀로 살게 했네요." 그녀가 말했다.
"결국에는 의미가 있을 거라고 하면서 잘 버텼을 겁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그걸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기뻐하신 것 같고요."
"그럴지도요."
그들은 계속 언덕을 올라서 회생의 사당으로 들어가는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햇빛이 동굴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아서 링크는 안쪽의 시커족의 문도 보이지 않았다.
젤다는 그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그 안쪽만 바라보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언젠가 이를 써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했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눈을 뜬 곳으로 돌아와서 이를 바라보는 것은 기분이 묘했다. 그의 새 삶의 첫 순간을 생각한 지가 꽤 오래된 것이었다. 사실 기억이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것보다도 꽤 혼란스러웠고 이제 그의 모든 기억을 되찾고 나서는 이 상황이 꿈에서만 있던 일 같았다. 다 기억하고 있는데도 기억을 못하는 것이 기억이 났다.
정말 묘한 느낌이었다.
젤다는 앞으로 나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고 링크는 그녀 곁에서 걸었다. 그들은 시커족의 문이 열려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고 링크를 위한 옷가지가 남아 있었던 둘째 방을 지나가서 회생의 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링크의 목숨을 유지해 준 그 장치에 손가락을 대었다. 이제는 빈 채로 말라 있었으나 그는 밝은 푸른 액체가 차 있던 것을 기억했다. 눈을 떴을 때 그 빛에 눈이 부셨던 것이 기억났으나 이제 밖의 해에 비해서는 어둑해 보였다.
"아마..." 그녀는 그 장치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알았나 싶어요. 이것을 필요로 할 정도로 중상을 입은 경우가 있었나 싶었지만...제가 알기로는 이게 유일해요."
그녀는 머뭇거리고 벽으로 고개를 돌려 그 벽의 별자리 문양을 보았다. "그럼 당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일까요?"
"글쎄요. 아마 쓰여지지 않았어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눈썹을 든 채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런 생각이 드시는 이유는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둔 것일 겁니다. 100년을 여기서 잤고 기억을 다 잃었으니까요. 결국은 잘 되었지만...필사적일 때에만 쓰라고 한 것 같더군요."
그녀는 몸을 돌려 그 수조의 겉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녀는 생각에 잠겨 이를 두드렸다. "확실히 잘되기는 했죠. 아주 훌륭할 정도로요. 그런데 저는 당신이 깨어나고 나서 신수를 다 해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죠. 신기하게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요?"
그는 머뭇거렸다. 그렇게 보면 굉장히 잘 맞아 떨어졌다. 거의...
"이렇게 이루어지도록 계획된 것일까요? 하일리아 여신이 그런 걸까요?"
젤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계획한...건 아닐 거예요. 하지만 고대 시커족은 알았을 것 같아요. 그들은 당신이 쓰러지고 여기에서 회생할 것을 알고, 당신이 탑을 기동할 것을 알았던 거겠죠."
"그리고 제가 사당으로 갈 것도 예상했겠죠."
"그렇죠..."
"그래서 그 끝에 고대 시커 도사가 있는 것이겠군요."
"예?" 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보았다. "무슨 말인가요?"
"끝에...몰랐습니까?"
"몰랐죠. 당신이 사당 안에 있는 것은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 안을...전혀 볼 수 없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링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 안에는...시련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시커족 도사 하나가 자리해서...절 치하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 같더라고요. 꽤 나이가 들어서 저에게 말하자마자 사라지더라고요."
젤다의 손가락은 떨렸고 그녀는 몸을 돌려 출구로 나갔다. 링크는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건...많은 것을 바꿀 거예요. 그들과 대화를 어느 정도 해서 이들이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를 조금이라도 알면...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번에 가논이 부활할 때를 지금부터 대비할 수 있을 거예요."
"다음번이요?"
"저희가 살아있는 동안은 아닐 거예요. 아마 만년 정도는 지나야 될 지도요. 하지만 부활할 것은 확실해요. 그것은...매여 있어요." 그녀는 그를 돌아보았다. "저희가 서로 매여 있는 것처럼요."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사당 밖으로 나와 햇빛으로 나왔다. 그녀는 이미 턱에 손가락을 두드려 대면서 잔디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는 그녀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처럼 주름이 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이제 가설을 세우고 있네요."
그녀는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렇죠. 혹시...사당 하나 볼 수 있을까요? 기동 안 한 거요?"
"지금이요?"
한동안 그녀는 그러자고 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은 하지 말죠." 그녀는 몸을 돌려서 링크가 사당에서 나오자마자 다가간 그 벼랑으로 향했다. "할 일은 꽤 많으니까요."
그는 인상을 찡그리고 그녀 뒤를 따라가서 절벽 위에 서서 대지를 바라보았다. 한여름에도 하이랄은 수목으로 가득해 푸르렀다. 산과 골짜기, 호수와 강, 초원과 숲이 있어 꽤 아름다웠다.
그녀는 그 초원에 앉아서 이 모든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링크도 앉았지만 그녀에게 눈길이 더 갔다. "젤다?"
"전...왕국을 이끌기는 커녕 재건하는 방법도 전혀 몰라요."
그는 갑자기 화제가 바뀐 것에 놀랐다. 어쩌다가 여기로 왔는지 몰랐다. 아마 그녀가 생각하기를 피한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도 그러했다.
"아마...다른 이들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럴까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저는 평생을 단 하나만을 위해서 바쳐왔어요." 그녀는 손을 들었고 그 손은 잔잔한 금색으로 빛이 났다. "이 힘을 조종하는 것이요. 그리고 제가 기도하거나 이를 가지고 머리를 싸매고 있지 않을 때면 고대 시커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죠. 어느 정도의 지도는 받기는 했지만 항상...제가 즉위하고 나서 마저 배우거나 이끌 왕국도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둘 모두 이루어질 것은 아무도 몰랐겠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제 잘못이 맞아요. 통치에 대한 제 지도에 조금 더 신경을 썼을 수도, 아니 썼어야 했어요. 과세에, 각 도를 돌아보는 것에, 궁중 예절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도 아니면 현명한 책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임파는 살아 있습니다. 한때는 책사였잖습니까?"
젤다는 조금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임파는 수석 사관이었고 시커족을 대표하던 책사였죠. 그 분은 왕국의 통치를 전문으로 하는 분이 아니었어요. 물론 통찰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왕국은 역사 그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왕국이 있어야 하기는 합니까?"
그녀는 머뭇거리며 입술을 물고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네요. 하일리아인들은...뭐라도 필요하고 받아야 해요. 지도자는 법을 만들거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생기는 것이 아니에요. 자신의 백성들을 섬기고, 보호하고, 성장하도록 이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그것만이 목적이죠."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 "그게 제 지도에서 배운 것 중 하나였어요."
링크는 그 말에 조금 회한이 들었다. 그 말만 들으면 그녀는 여왕이 되는 것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한단 말인가? 당연히 그녀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었다. 가능하면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왕이 된다는 생각에는 망설여졌다.
"그렇다 해도 왕국을 재건하는 것은...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과제예요. 100년이나 지났으니까 사람들은 그 동안에 자신이 왕족과 귀족들의 통치 아래에 있었다는 것을 잊었을 수 있죠."
"젤다, 글쎄요. 다른...종족도 도와줄 거라고 하는데요." 그는 머뭇거렸다. "그래 달라고 압박을 넣은 것이 더 정확한 말이지만요."
그녀는 그에게 작은 미소를 지었다. "도와줄 거예요. 상황을 돌아보아도 그들은 꽤 잘 버텼죠. 사실 핵심 지도부가 없는 것은 하일리아인이 유일해요. 그리고 가장 약하면서도 가장 많이 흩어졌고요."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그에게 기댔다. 링크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서 그녀를 가까이 끌어왔다. "제가 여왕이 되기 싫다고 하면...이기적인 거겠죠?" 그녀는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뇨." 링크는 확고하게 말했다. "절대로요. 당신은 기대를 받은 역할을 다했습니다."
젤다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 얼마 뒤의 침묵 뒤 링크는 생각이 하나 떠올라 그의 허리에 손을 내려 시커 스톤을 뺐다. 그는 이것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왜요?"
"당신의 것이니까요."
"아뇨, 이건 저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용사가 쓰기 위해서 있었던 거고요."
"그랬죠. 그리고 유용하게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것이니까요."
그녀는 망설이면서 머뭇거리다가 이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이를 그에게서 받아 화면을 켰다. 그녀는 화면에 있는 여러 색의 그림들을 조용히 보았다.
"푸른색은 누르지 마시고요." 링크는 빨리 말을 이었다.
젤다는 가볍게 웃으며 떨었다. "그래요. 가까이서 격발시켰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봤어요."
"가히 폭발적이더군요."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그건 좀 억지인데요."
"고대의 악을 물리쳤잖습니까. 억 소리가 날 정도로 지쳤다고요."
"이젠 그만요."
그는 그녀의 미소가 보였고 이를 보자 그는 계속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그녀가 시커 스톤을 볼 수 있도록 두었다. 그녀는 화면 위로 손가락을 머뭇거렸다. 마침내 그녀는 앨범 아이템을 눌렀다. 여러 사진들이 나타났고 그녀는 이를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다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그녀는 화면을 부드럽게 밀면서 가끔 몇 개는 크게 해서 보기도 했다. "참 많은 상황에 처하게 했었으니까요."
"보니까 고대 시커족의 장비는 망가뜨리기가 꽤 어렵더군요."
그녀는 신수 바 나보리스의 사진에서 멈추며 코웃음을 쳤다. "그게 다행이네요. 당신은 뭐든지 부숴버리는 습관이 있으니까요."
"그건 이제 잊기로 한 것 아닌가요?"
젤다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걸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당신은 처음 가디언을 보자마자 부숴버리지 않았나요?"
"목숨을 구하려 한 것이었으니까요. 이제 생각해 보니 고맙다는 말도 못 들었네요."
그녀는 조금 더 움직여서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뭐, 고마워요. 하지만 앞으로 제 실험물은 부수지 않으면 정말 고맙겠네요."
"저희를 위협하지만 않으면."
그녀는 다시 시커 스톤으로 눈을 돌려서 나보리스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제 영걸들도 사라졌겠네요."
링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럴 거라고 했는데다가..." 그는 머뭇거리며 자신의 몸의 안쪽을 보았다. "미파의 치유 능력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준 뒤에도 그녀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이제 완전히 떠났다면..."
링크는 젤다를 더 끌고 와서 그녀의 머리에 그의 볼을 댔다. "이제 편히 쉴 수 있겠지요."
"그래요." 그녀는 사진들을 돌아보다가 그 중 하나에 머물렀다. 하이랄의 여섯 영걸들이 찍힌 사진이었다. "그리울 것 같아요."
"저도 그럽니다." 그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그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녀의 향기가 그대로인 것을 알게 되었다. 여신은 목욕을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 괜찮을 겁니다. 모든 것이요."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링크, 그렇기를 바라야죠. 저도 좀 쉬고 싶네요."
링크는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둘은 오랫동안 그 잔디의 언덕에 있었다. 마침내 둘이 함께 있게 된 것이었다.
Chapter 65: 61장
Chapter Text
젤다는 이렇게 안전하게 있을 수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도 힘들었다. 다만 안전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듯 했다. 그녀는 링크가 있으면 늘 안전하게 느껴졌다. 사막에서 이가단과 조우한 이후로 계속 그러했다. 다만 이것이 만족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렇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녀가 기쁘고 그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한 이 남자를 향한 사랑으로 마음이 가득해 있었어도 무언가가 그녀의 안에서 불안하게 있었다. 두려워하고 우려하게 되는 이 느낌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했다.
희망, 그것이 적절한 말일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언덕 위에 앉아 있는 동안 느껴지는 낯설면서도 이상한 감정이었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희망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물 밑에 갇혀 있다가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이 있기는 했지만 이제는 희망도 있었다. 가논이 또 부활하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 놈의 끔찍한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속에서 울리는 것을 들을 일도 없어졌다. 그것의 힘이 그녀의 힘을 오염시키면서 다가오는 것을 느낄 필요도, 이로 인해 다칠 일도 없어졌다.
그 생각과 감정이 그녀 속에서 강하게 끓어올랐지만 그녀는 눈을 꽉 감으며 그 생각을 밀어 내렸다. 아직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었다.
링크는 그의 머리를 그녀에게 기대면서 졸고 있었다. 그의 규칙적인 숨결이 그녀의 머리칼에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내음도 났다. 낯익은 잔디와 땀, 그리고 이제는 여행 중에 익숙해진 말의 냄새가 느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의 내음은 똑같았다. 그것은 그에게 말한 것보다도 더 큰 위안이 되고 있었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고 그의 기억 상실과 시련을 다 겪은 이 링크는 여전히 그녀의 링크였다. 물론 차이가 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전의 그녀가 아니듯이 말이었다.
젤다는 떠는 것을 참았다. 그녀는 한때는 거의 미쳐 있었다. 여러 차례 그러했다. 그 시기가 기억이 나기도 했다. 놈과 수십 년을 동거하면서 생겨난 그 혼란의 사상도 꽤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가논을 꽤 많이 증오했지만 어떤 때에는 이상하게 비틀어진 사상으로 놈을 사랑하기까지 했다. 꿈처럼, 악몽처럼 이를 기억했다.
하지만 이제는 끝이야. 그녀가 속으로 말했다. 이제는 끝이야. 나와 링크, 그리고 모든 왕국일 뿐...
그녀는 눈을 감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무를 기억하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바라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여왕이 되기 바라지 않았다. 링크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면 같이 여행하며 별을 보면서 잘 수 있었다. 많은 것도 새로 연구할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한 자연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도 아니면 하테노 마을의 그의 작은 집에서 살 수 있을 것이었다.
그것이 정말 틀린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 자신이 이기적인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도 충분히 많이 희생했으니 그럴 자격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링크는 뭘 할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가 왕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카시와와의 대화를 들은 것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를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훌륭한 왕이 될 재목이라는 것은 진정으로 믿고 있었지만 그는 이를 싫어할 것 같았다.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도, 자유가 사라지는 것도, 그 부담까지도, 그는 그녀가 이를 싫어하는 만큼 싫어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짊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늘 그녀를 위해서 많은 것을 했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선택할 권리는 줘야 할 것이었다. 그는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 좋았고 그것이 그가 바라는 유일한 것이라고 하기는 했다. 그 당시에 그의 말을 믿었는지는 몰랐지만 이제는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유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를 지킬지는 몰랐다.
그녀가 돌아보는 동안 해는 그녀의 살을 데워주었다. 새는 근처 나무에서 지저귀었다. 근처의 절벽 아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근처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도 들렸다. 풀벌레 소리도 들렸고 가벼운 바람이 잔디와 나뭇잎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녀 역시 이를 좋아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한동안 이를 듣기만 했다. 자연의 소리와 링크의 느리지만 꾸준한 숨소리를 들었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음 한구석에서 들리는, 한때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고맙습니다.
그 목소리가 들렸다. 제 주인님을 도와주셔서요.
그녀는 눈을 벌떡 떴다. 마스터 소드의 목소리였다. 링크가 그의 머리를 그녀의 무릎에 대고 죽어가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그 끔찍한 때, 그때 들렸던 목소리였다. 그 날에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링크를 구해달라고 했었다. 회생의 사당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 목소리는 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가 아직은 회생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힘이 남아있고, 아직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제게...말을 걸 수 있군요." 그녀는 링크를 깨우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말을 하는 것처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의 힘이죠.
그녀는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용사와 검의 연결과 같은 것으로 마스터 소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인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마스터 소드를 만든 힘과 그녀 안의 힘은 관련이 있거나 동등한 것 같았다.
젤다는 검에게 무언가를 묻고 싶었다. 물어볼 것이 많이 생각이 날 것 같았지만 지금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그를 지켜줘서 고마워요."
검은 다시 그녀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을 주었고 조용해졌다. 젤다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곧 그녀도 잠이 들었다.
그녀는 조금 뒤에 일어났다. 한동안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하이랄은 늘 그랬듯 아름답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그녀 앞에 있었다. 그런데 시야가 바뀌어 있었다. 성이 왜 보였고, 왜 평원을 이 방향에서 보고 있었고, 왜...
젤다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숨을 거세게 들이쉬었다. 그녀는 링크가 그녀의 어깨를 더 단단히 쥐는 것을 느꼈다. 그도 있었고 그녀 자신도 있었고 가논은 사라진 뒤였다.
"괜찮습니까?" 링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랬다. 그녀는 괜찮았다. 정말로...
가논이 사라졌어...
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울렸다. 알고는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광란과 증오, 파괴와 죽음이, 전부 사라졌다는 것을 이해했는지는 몰랐다.
"젤다, 무슨 일입니까?"
원념이, 그녀의 살갗을 차게 했던 그 존재가, 끝도 없이 그녀를 공격한 통증이, 절망이, 비통이, 그리고 좌절이, 사라졌다.
그녀 안에 무언가 강한 것이 걸렸지만 그녀는 이를 멈추려 했다. 그녀는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그..." 목소리가 메였다.
아니, 안돼. 지금은 안돼...나...는...
그런데 뭐가 되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이제 자유가 주어져 있었다.
"젤..."
갑자기 모든 것이 그녀에게 몰려왔다. 그녀는 자유였다. 가논은 사라졌다. 그들이 싸워 온 모든 것은 사라졌다. 그 희생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 고통은 목적이 있었다. 이 땅은 이제 회복할 것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링크는 다시 오래 전에 라넬산에서 그녀가 우는 동안 그녀를 끌어안았던 것처럼 그녀를 다시 안았다. 그녀는 그에게 몸을 돌려 그의 옷을 잡고 그의 어깨에 그녀의 얼굴을 박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는 그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을 들었다. 그녀의 머리에 그의 입술이 닿는 것도 느껴졌다. 거기다가 그가 떨리는 것도 느껴졌다. 그는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다른 이들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링크에 더 안겨서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들을 울면서 쏟아내었다. 분노, 증오, 슬픔, 애도의 감정을 쏟았다. 바뀌기 전에 그녀가 누렸을 삶에 대한 애도, 오래 전에 죽은 동료와 가족에 대한 애도, 최근에 죽은 친구들을 향한 애도, 우르보사, 미파, 다르케르, 리발에 대한 애도였다. 그녀는 그들을 볼 수도, 그들과 말을 나눌 수도 없게 되었다. 여기에 안도가 더해졌다. 대재앙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에 대한 안도였다.
곧 그가 눈물을 흘리는 것도 들리고 느꼈다. 그의 울음소리는 그녀보다 더 작고 억제되어 있었지만 그렇게 감정을 내보이며 그녀와 같이 이를 나누겠다고 하는 그의 뜻은 수천 번의 키스보다도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더 강하게 안겼다.
곧 둘 모두 감정을 추스렸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줄어들었고 숨은 거칠어졌다. 그녀는 다시 그를 보기 위해 뒤로 잠시 물러났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당시의 산 위의 시절처럼 그녀는 그의 무릎 위에 있었다. 그러자 약간의 흥미가 생겨서 눈물에 젖은 웃음이 나왔고 그는 어리둥절했다.
"그...미안해요, 그게...다..."
"압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에 손을 대었다. 그의 먼지가 묻은 볼에 눈물 자국이 생겼다. "많이 놀라웠죠."
"끝이 났죠."
"그...예, 젤다, 끝이 났습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 인상을 더욱 밝게 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정말...정말로 해낸 거죠?"
그는 그녀의 뺨을 엄지로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일은 또 겪지 않게 될 겁니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고 손을 들어서 그녀의 손목으로 눈을 훔쳤다. "언제...얼마나 깨어 계셨어요?"
"한 시간 정도요."
"저도 깨우셔야지."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새로운 이 자신감에 이제는 익숙해질 것만 같았다.
물론, 고백은 링크가 먼저 하기는 했지.
그러더니 그녀가 그의 무릎 위에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임파가 그녀를 지금 보면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프루아라면 더할 것이었다.
링크가 마침내 떨어지자 그의 표정은 더 따스하고 만족하는 분위기도 풍겼다. "저를 깨우셨어야죠. 보아하니 저희 모두 피곤하기는 한가 봅니다."
"왜 그럴까요?" 그녀는 훌쩍이며 말했다.
링크는 장난스레 눈빛을 반짝였다. "사랑하고 있으니 그렇겠죠."
그녀는 눈을 굴렸다. "그 말만 들으면 꼭..." 그녀는 말을 흐렸다. "뭐, 됐어요."
그는 웃었지만 그의 볼에 홍조가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볼에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들이 지금 있는 이 자세는 꽤 부끄럽기는 했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멀어지려 하지 않았다.
참 많이...열렸어. 더 대범해졌고. 그녀는 이를 좋아했다. 이제 그는 꽤 자유로워하면서도 족쇄에 물린 것 같지도 않았다.
다시 그에게 족쇄를 채우기는 싫었다.
"이제는 슬슬...돌아가야죠."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링크의 미소는 조금 옅어졌고 얼마 뒤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을 보기 위해서 학수고대한 사람들이 꽤 있죠. 원한다면 실컷 기다리게 해도 되고요."
"흠...그러고 싶네요. 하지만 이미 충분히 기다리게 했을 것 같네요."
그는 그녀의 눈을 한동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의 무릎에서 천천히 일어섰고 지금의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근육이 뻣뻣해진 것에 인상을 찡그렸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아파본 적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제대로 잔 지가 언제였는지도 몰랐다.
링크는 그의 등에 손을 대면서 끙 소리를 내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그는 손을 내려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잔디는 그녀의 발바닥을 부드럽게 간질였고 그녀는 이 느낌을 즐기며 발가락을 움직였다.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발을 샌들 안에 넣어서 이 끈을 묶기 위해 몸을 숙였다. 새 옷과 제대로 된 신발이 정말 필요했다.
"지도를 열어서 갈 곳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링크는 그녀의 허리에 매인 띠에 걸린 시커 스톤 쪽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아서 알게 되겠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녀는 시커 스톤을 풀어서 이를 켜 새로운 그림들을 보았다. 실험하고 싶은 항목들이 많았다. 타임 록의 한계는 얼마나 되는지, 마그넷 캐치로 얼마나 무거운 것 까지 들 수 있는지, 폭탄의 파괴력을 시험할 수 있는지 등이었다. 그리고 신수 바 루타의 전례를 보아 아이스 메이커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다만 지금은 실험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일단은 지도를 열었다.
그녀는 마을 둘을 보고 링크를 보았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는 조금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하테노 마을이요. 거기로 갔을 겁니다. 돌아갔다는 가정 하에요."
둘은 하테노 마을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나타났다. 젤다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보았고 그 연구소와 망원경, 가디언의 잔해, 그리고 프루아의 안경과 같은 이상한 간판도 보았다. "조금도 안 변했네요."
"원할 때에 나이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감안하면..." 링크가 말했다. "절대 변하지 않겠죠."
그 말을 듣자 젤다는 다시 머뭇거렸다. 프루아는 어떻게 보면 사실상 불사의 몸이었다. 이 기술을 다른 이들에게도 보급하게 된다면 모두가 그럴 것이었다. 그녀는 이 가능성의 장점과 단점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노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인 질병들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었다. 더 젊은 몸은 노인의 몸보다도 더 빠르게 회복하니, 최고의 의료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신체 나이를 바꾸는 것으로도 질병에 무슨 영향을 주는지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었다. 인구가 과도하게 늘고 기아가 생기며 주거 부족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것이 부유한 자만의 전유물이 될 정도로 값이 비싸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랬다간 하이랄의 상류층은 이기적인 불사신들만으로 남고 가난한 자들은 모두 늙어 죽는 상황에 처해지는 것이었다. 젤다는 프루아가 가끔은 욕심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가설을 또 세우시나요?" 링크는 눈썹을 들며 물었다.
"아뇨, 그게..." 젤다는 말을 멈추었다. "추측하고 있죠."
"차이가 있나요?"
"예."
연구소의 문이 벌컥 열렸고 젤다는 다시 현재로 생각을 돌렸다. 프루아는 문가에 서서 100년 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었다. 머리에서 적갈색의 머리칼만 새롭게 생긴 채였다. 옷가지도 그대로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예상을 하기는 했어도 젤다는 멈칫했다. 한동안 그녀는 과거로, 모든 것이 어그러지기 전으로 기억이 되돌아가 있었다.
"젤다!" 프루아가 외치며 달려왔다.
눈가가 젖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앞으로 달려가 옛 친구를 끌어안았다. 프루아는 그녀를 꽉 끌어안고 웃었다. 그녀 역시 웃고 둘은 앞뒤로 몸을 흔들기까지 했다.
"올 시간이 거의 다 됐네." 프루아가 감정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멍청이들한테 둘러싸여 있는 동안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아, 그렇겠죠. 그래도 기억해요, 제가 평범한 사람보다도 지식이 없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프루아는 코웃음을 쳤다. "대재앙 이후로 만난 사람 중에는 네가 가장 눈치가 빨랐지. 그리고 링키는 말도 말아. 네가 없으니까 방향도 못 잡더라." 그녀는 링크가 놀리는 듯이 코웃음을 치는 것을 들었다. "늘 두 보 뒤에 있었으니까. 가디언 문제도 진작에 해결되었을 거야. 딱..."
"공주님..."
젤다가 고개를 들자 임파가 문가에 서 있고 손녀인 파야도 그녀 뒤에 있는 것이 보였다. 임파를 보는 것은 프루아를 보는 것 그 이상의 놀라움이었다. 그 시커족의 여성은 꽤 나이를 먹었다. 한편 파야는 젊은 시절의 임파와 꽤 많이 닮아 있었다.
"임파!" 그녀는 프루아에서 떨어져서 임파에게 다가갔다. "모두 보게 되어 반가워요. 그...아직 살아 계셔서 다행이네요."
"공주님을 뵙기 전에는 죽을 수 없지요." 임파가 젤다의 무녀복을 잡으며 말했다. "하이랄의 자랑이십니다."
그녀는 안에 감정이 북받치는 것을 느꼈다. 기쁨과 부끄러움이 같이 합쳐져서 그녀를 쓰러뜨릴 것만 같았다. 그녀의 동료들은 대재앙 이후로 쉽게 살지 못했었다. 이들 모두는 어떻게 보면 시커족과 하일리아인의 무리를 하나로 모아주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임파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마워요...이 날이 올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준 것이요." 젤다가 말했다.
그녀는 임파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조금 떨어졌다. 그 때 그녀 뒤에 로베리가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 순간 그녀의 감정은 더욱 격해졌다. 그 역시 나이를 먹은 채였지만 임파처럼 주름이 지거나 허리가 구부정해지지는 않았다. 그의 눈에는 젊음의 빛이 보였다. 나이가 더 많이 어린 제린과 결혼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WE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었습니다." 로베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젤다는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그를 꽉 끌어안았다. "당신이 더 고맙죠. 당신이 없었으면 성공을 못했을 거예요."
"NONSENSE." 로베리가 마찬가지로 그녀를 안으면서 말했다. "YOU는 결국 알게 되었을 겁니다. YOU와 링크 모두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여러분...모두가...저희를 위해서 한 거죠. 링크를...봐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훌쩍이는 소리를 내고 이 세 시커족을 보았다. "그가 깨어날 때까지 정말 오래 기다렸죠. 꽤 많은 것도 희생해 가면서..."
"이제 다 끝이 났습니다." 임파가 말했다. 그녀는 눈을 천으로 닦았다. "두 분 모두 성공하셨습니다. 둘..." 그녀는 멈추면서 몸을 돌렸다. "링크, 여기로 오거라."
그는 조금 쑥스러워진 채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시 만나는 이 순간 동안에 그는 그녀만의 시간을 주기 위해 떨어져 있었던 것 같았다. 다만 그가 다가왔을 때에 그는 젤다 바로 옆에 섰다.
임파는 둘 모두에게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두 분이 우리를 구했지요. 우리 모두를 말이요. 그..." 그녀는 그 말에 목이 메였고 파야는 손을 잡아 자신의 손으로 매만졌다. 다시 나이가 든 임파가 정신을 가다듬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것이...그랬을 때 걱정되었는데...이제 둘 다 있으니까..."
링크는 앞으로 나섰고 임파를 안아서 젤다는 놀랐다. 임파는 바로 그를 끌어안았다. "도움을 주어 고맙습니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옷을 또 망가뜨렸네요. 그건 사과하고 싶군요."
임파는 웃으면서 그를 밀어내고 그녀의 눈을 닦아냈다. "여러 벌 만들어 두어서 다행이군. 그리고..." 그녀는 젤다를 보았다. "그 옷은 이제 벗고 싶으시겠지요."
"아, 그렇죠. 벗고 나서는 불살라버리죠."
"자, 들어오십시오." 임파는 링크와 젤다를 지나쳐 연구소로 향했다. "곧 올 것을 예상했습니다. 링크가...뭐, 여기로 올 것이라 예상했죠."
"체키, 그렇지! 둘 다 어디로 간거야, 응?" 프루아는 놀리듯이 둘을 보며 물었다.
젤다는 턱을 치켜들었다. "프루아, 그건 알 필요도 없죠." 그래도 그녀는 볼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고 표정도 침착하게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프루아는 낄낄 웃었다. "로베리 영감한테 루피를 더 받아야겠네! 자, 그러면 파야라면..."
링크는 가볍게 신음했다.
"저...저는 내기 안 했어요!" 파야가 목소리가 갑자기 꽤 당황한 것 같은 수준으로 올라가며 말했다. 그녀는 큰 눈으로 링크를 보면서 얼굴도 시뻘게졌다.
"아이고, 했잖아! 너랑 나하고 저 둘이..."
"안 했다고요!"
젤다는 귀까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손을 저었다. "이건 그만 말해요, 예?"
"그러자고요." 링크는 프루아가 그들을 더 놀릴 틈을 주지 않고 젤다의 손을 잡고 연구소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프루아는 그들 뒤에서 크게 웃었다.
그들은 연구소 안으로 몰려 들어갔고 젤다는 링크가 가까이 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게 된 다른 이들을 보았다. 프루아의 조수 시몬, 로베리의 아내 제린, 그리고 그들의 아들로 앞으로 나서서 씩 웃으며 링크의 손을 잡고 악수하는 그라넷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 모두에게 미소를 지었으나 그녀에게는 다 낯설었다. 더 적절하게 맞이했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다른 것에 주의가 집중되었다. 우선은 연구소 그 자체였다. 딱 프루아의 성격처럼 어질러져 있었다. 그녀는 프루아의 정리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본인에게는 통하고 있었으니 별 수 없었다.
다음으로 그녀는 달콤하고 따뜻한 차의 향내를 알아차렸다. 입에 침이 돌게 할 정도였다. 탁자 위에는 찻주전자 하나와 여러 잔들이 있었다. 시몬은 그녀의 표정을 알아본 듯 앞으로 나서서 누런 액체를 잔 하나에 따랐다.
"공주님?" 그가 그녀를 보면서 그녀에게 건넸다. "차 하시겠습니까?"
젤다는 이를 그에게서 기꺼이 받았다. "고마워요. 시몬이라고 했죠?"
그는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프루아 소장님이 자주 이야기하곤 하셨죠."
그녀는 잔을 그녀의 입으로 가져가서 그 향을 들이쉬고 한 입을 마셨다. 차의 맛은 났는데 평생을 맛을 느끼지 못하고 산 뒤에는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위안, 우정, 그리고 그녀와 함께 그녀의 연구실에서 조사하거나 시커족과 함께 왕립 고대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시원한 가을날이 생각이 나는 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속이 따스해지고 만족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조금만 더 그녀는 그 평화와 기쁨의 순간에 머물렀다. 그들은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더 기쁘던 순간들을 말했다. 링크가 여행하던 중간의 순간들을 들으며 웃었고 프루아는 그를 계속 놀렸지만 그는 늘 그러한 과묵함으로 버텨냈다. 다만 그녀는 그의 표정에서 이것이 더 이상 그의 성질을 긁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가끔 그녀에게 받아치면서 나이를 바꾸는 실험으로 역으로 놀리곤 했다. 그들의 관계도 바뀌어 있었다. 그와 로베리, 그리고 다른 시커족들 사이의 관계가 그러했던 것처럼 변해 있었다.
링크는 이 무리의 일원이 되어 있던 것이었다. 젤다보다도 더 깊은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승리를 일구기 위해 그들 모두가 함께한 것이다. 파야와 그라넷 같은 젊은 세대까지도 이 승리에 기여했었다. 파야는 프루아를 탑에서 도왔고 그라넷은 로베리가 가논과의 최후의 전투에 쓰일 갑옷을 완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그 뒤에는 당연히 링크와 가논의 최후의 전투를 논했다. 그는 늘 그러했듯 꽤 답답할 수준으로 겸손하게 전했다. 다만 그녀는 그가 빼 놓은 부분을 채워 넣었다. 그녀는 그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젤다가 곧 오게 될 것이라 예상한 주제에 도달했다. 바로 미래였다.
"공주님." 임파가 탁자 너머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지금은 말하기 적절하지 않은 시기임을 압니다만, 이제는 하이랄 왕국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를 보아야 하고, 공주님이 이 재건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젤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링크는 그녀 곁에서 더 똑바로 앉았다. 방 안에는 긴장과 같은 기대가 감돌았지만 그녀의 상상이었을 수도 있었다.
"꽤...힘들겠지요." 임파가 자신의 차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살아있는 하일리아인들 중에 한때 왕국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기성 세대에게서 왕국의 존재는 들었겠지요."
"어렵지는 않을걸." 프루아는 그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링크가 왕이 된다고 말하면 될 거야. 마을 사람들 말을 들으니 벌써부터 왕좌에 앉히려는 것 같더라고."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임파는 그녀의 언니에게 엄한 눈빛을 보였다. "젤다 공주님이 하이랄 왕가의 후계이시고 그 분의 혈통이 유지되어야 하는 거다." 그녀는 탁자 너머로 둘을 바라보았다. "둘이 혼인하면 그 결합으로 주장을 강화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최초 수단이 되어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혼, 결합이라...우리가 결혼한다 해도 정치적 수단으로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젤다는 인상을 찡그렸지만 링크의 굳은 살이 배긴 손이 그녀의 손을 탁자 아래에서 잡자 잠시 멈칫했다. 그를 보자 그는 알아보기 어려운 표정으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 암시는 뚜렷했다. 어떠한 상황이 되어도 그녀 곁에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그의 손을 꽉 쥐었다. "임파..." 그녀는 그녀의 옛 동료이자 책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상처가 될 것이 분명했다. "전...여왕의 자리에 앉는 것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침묵이 돌았다. 임파의 표정에는 충격이 스쳤다.
"지금 하이랄의 상황은 이해해요." 젤다가 말을 이었다. "제게 주어진 의무와 기대도 이해하고요. 다만...지금 그게 제가 바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이 정도면 간단하고 충분했다. 확답이나 결정이 아니었다. 대신에 연기일 뿐이었다. 그녀와 링크는 이를 조금 더 논의해야 했다.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논의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그의 동의 없이 그를 돌 벽 뒤에 가두는 삶을 줄 생각이 없었다.
특히 정치적인 수단으로 그와 혼인하는 것은 더욱더 바라지 않았다.
"젤다 공주님." 임파의 목소리는 더 굳었고 그 안에는 최대한 숨기려 한 답답함이 섞인 것 같았다. "망설이는 것은 이해합니다. 정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견디시고 나서, 그리고 이루시고 나서...이를 맡게 할 자격은 저희에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백성들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공주님이 없으면 하이랄도 없습니다."
"그게 나쁜 건가요?" 젤다가 물었다. "저희 가문은...오래 전부터 왕좌에 앉아왔어요."
"여신님이 직접 왕위를 내렸기 때문이죠."
젤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임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아주 맞는 사실은 아니죠. 태초에는 왕국도 없었어요. 하이랄 왕국은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레 생긴 것이었고, 건국과 멸망도 반복했어요. 하일리아 여신이 세운 것이 아니었고, 왕가는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했을 뿐이죠."
"그렇다 해도 공주님 가문이 그 힘을 오래 가진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들의 축복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공주님의 힘은..."
"제 능력이나 제가 통치를 해야 한다는 것과 관련 없어요."
"공주님..."
"임파, 부탁인데, 지금은요..." 그녀는 천천히 숨을 내쉬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그냥 젤다이고 싶어요. 전 평생 동안 제가 아닌 다른 것이 되기를 강요받았어요. 필요에 의해서였음은 이해해요. 지금은, 일단 지금은...제 자신이고 싶어요."
임파는 주름진 손을 주먹으로 쥐고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있다. 젤다는 약간의 후회도 들기는 했다. 그녀는 이 날을 100년 동안 꿈만 꿔 왔을 것이었다. 대재앙 이전만큼 왕가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좋습니다, 젤다." 임파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손을 폈다. "다만 지금 왕위에 오를 기회는 꽤 작으리라는 것을 아시겠지요. 대재앙이 사라졌으니 다른 이들이 권력을 차지하려 할 겁니다. 링크가 다른 종족들과 관계를 맺은 덕에 무력으로 이를 찬탈하지는 않겠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오래 기다릴수록 반대의 목소리 없이 그러한 주장을 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럼 지금이라고 하일리아인 모두가 제 말을 들으리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젤다가 물었다. "왕국이 명분 그 이상이라는 것은 임파가 더 잘 알잖아요. 제가 세금을 징수하려 해도, 젊은 남녀를 군대에 징집하려 해도 과연 그들은 저를 지지할까요?"
임파는 입술만 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재앙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저라는 말이 퍼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 것이고, 제가 왕위에 앉을 정당성을 의심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그들의 가족들이 너무 작아졌고, 우리의 백성들이 이 땅에서 목숨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던 이유가, 제가 의무를 시간 내에 다하지 못해서, 그들을 지키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소문이 퍼질 때까지 얼마나 걸리겠냐고요?"
그녀의 목소리는 더 거세졌고 뺨은 감정에 차 붉어졌다. 눈에는 눈물도 조금 고였고 링크의 손은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젤다..." 프루아가 달래듯이 말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숨을 조금 골랐다. 마침내 눈을 뜨고 임파의 눈을 보았다. "임파, 100년 전에 가논이 풀려나고 왕국이 무너지면서 제가 왕위에 앉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겁니다."
임파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표정은 딱하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어린 분의 기분은 잘 이해합니다."
"전 더 이상 어린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죠." 임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는 말이니 사과드립니다. 지금의 모습을 보아하니...오래 전의 모습이 기억이 나는군요. 하지만 우리의 지위가 그 때와 동일하다고 보고 말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녀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조용히 있었다. "일단은...이 말은 나중으로 미루지요. 결정할 시간을 달라고 하셨고 그럴 시간을 받을 자격도 충분합니다. 한 가지만 여쭈겠는데, 돌아오셨으니 이제 무엇을 할 생각인가요?"
"사실대로 말하면..." 젤다는 화제가 바뀐 것이 고마워하며 미소를 지었고 링크를 보았다. "모르겠네요."
"전 압니다." 링크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녀가 이해를 못하고 물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여행길에 오를까 했습니다. 리토의 마을로 가는 길에 사당이 하나 있는데 아직 기동하지 않았습니다. 하나 보고 싶다고 하셨으니..."
"어..." 젤다는 이를 이해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곧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거기부터 가면 되겠네요."
"언제 출발할 예정인가?" 임파가 물었다. 아까의 좌절감의 암시는 전혀 사라졌지만 젤다는 그녀가 여전히 자신의 결정을 미룬 것에 조금 낙담한 것을 보았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다른 사람들을 낙담하게 하는 것이 이번 한번도 아니었던 것이었다.
링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며칠 뒤에는 출발합니다. 준비해야 할 테니까요. 젤다에게 말하고 새 옷하고 장비도 챙겨 줘야 하니까요. 그...스피릿은 돌아왔습니까?"
"응. 그 리토족 음유시인이 나보고 녀석을 데려오기 위해서 한번은 가라고 고집을 부리더라고." 프루아가 입술을 물면서 말했다.
"카시와는 있습니까?"
파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곧 만나자고 전해 달라고 했어요.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얘기를 전하고 노래를 완성한다고 하더라고요."
"며칠 뒤부터 각 민족의 군이 각자의 영토로 돌아갈 거다." 임파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령관 대부분이 너와 말을 나누고 싶다는구나. 특히 그 새 영걸들이 각자의 영토로 그들의 신수를 몰고 가려면 조종하는 법을 일단 배워야 하니까."
젤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녀는 링크를 보았다. "그러면 사당을 가기 전에 하이랄 평원으로 가요."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뵙고 싶어할 겁니다. 그리고...또 제가 그들에게 당신이 신수를 조종하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약속했으니까요."
"물론이죠. 기꺼이 도와주죠." 그녀는 그 생각에 들떠서 말했다. "저도 그들을 만나서 그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네요."
"그렇게 하기로 하죠. 그럼 내일이나 그 다음날 정도에 가죠. 군대가 진지를 세운 곳 근처에 사당이 하나 있습니다."
젤다는 다른 새롭지만 낯익은 것을 느끼자 말을 멈추었다. 오랫동안 느끼지도 못한 것이었다. "지금...바라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해요."
"무엇이죠?"
"그게...배고파요. 뭐라도 해 주시겠어요?"
링크는 신이 나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입니다."
링크는 화덕의 문을 열고 안을 보았고 약한 불에 꼬꼬 고기가 익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곧 그 향이 집안을 향긋한 내음으로 가득 채웠고 그의 입에 군침이 돌았다. 그도 그날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었다. 프루아가 그 탑을 기동하는 것을 도와 달라고 깨운 것이 겨우 오늘 아침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 시간은 꽤 오래 전처럼 느껴졌었다. 하루아침에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화덕의 문을 닫고 몸을 돌려 그의 집을 돌아보았다. 조금 삭막하면서도 깨끗했지만 방에는 시커족과 그의 친구들의 흔적이 있었다. 그는 탁자가 있는 것과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가 찬 작은 부엌이 마음에 들었다. 집의 작은 창고에는 야채 몇몇과 다른 식재료도 있었다.
파야가 다 한 거겠지. 그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그가 하테노 마을의 전투 이후에 그가 자고 있는 동안이나 그 뒤의 두 주 동안에 이를 채워 넣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깊은 고마움을 표하던 다른 마을 사람들이 한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신선한 고기와 젤다가 좋아할만한 다른 재료들을 사러 나서야 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었다.
젤다는 다른 시커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해서 남았다. 링크는 그녀가 모인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을 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의심했고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그가 받은 대우만 보아도 꽤 불안했던 것이었다. 프루아는 맞는 말을 했었다. 하일리아인 사이에서는 그의 지위가 벌써 수직으로 상승해버린 것이었다.
문에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렸고 그는 몸을 돌려 빠르게 나아갔다. 그를 보러 온 감사하는 마을 사람일 것 같았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달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젤다가 문가에 서 있었는데 흰 무녀복 차림이 아니었다. 더 낯익고 편안한 옷차림이었다. 긴 팔의 흰 셔츠와 푸른 상의, 그리고 검은 바지로 여행하곤 하던 때에 입던 옷이었다. 그녀의 머리는 왕관의 모양처럼 올려 묶여 있었고 다른 머리는 등 뒤로 흘렀다. 시커 스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의 허리에 걸려 있었다.
"어디서 구한 겁니까?" 링크가 크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임파가 꽤 잘 아는 것 같더라고요." 젤다가 허리에 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저희가 성으로 갈 때 여분의 장비와 옷가지를 놓고 가서 제가 평소에 입던 것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했어요."
"이해가 되는군요." 링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어떻게 제 치수를 잘 안다 했더니 그랬군요."
"그렇죠." 그녀는 그의 눈을 보았다. "괜찮나요?"
"어울립니다."
"고마워요." 그녀가 고개를 기울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들어와도 될까요? 당신의 집은 본 적이 없어서요. 좀...다른 관점으로 보고 싶네요."
그는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문에서 뒤로 물러나 그녀를 들여보냈다. 그녀는 들어와서 흥미가 생겨서 방 안을 돌아보았다.
"얼마...없습니다." 그가 말했다. "어머니는 더 간소하게 사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하인들을 두는 것도 싫어했고요."
젤다는 천천히 방을 돌아보면서 대들보를 올려다보고 그가 음식을 준비했던 작업대의 나무 표면을 매만졌다. 그녀의 눈은 맨 벽을 보았고 화덕을 보다가 복층을 보았다.
"마음에 드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코로 숨을 깊이 들이쉬었고 기쁜 듯이 입으로 내쉬었다. "와, 링크, 냄새가 정말 좋아요. 뭔가요?"
링크는 그 칭찬에 기쁨을 느꼈다. 그는 씩 웃고 화덕으로 다가가서 문 하나를 열어 냄새 하나가 나오도록 했다. 젤다는 그의 옆에 서서 안을 보고 신이 난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는 간단한 것을 먹을까 합니다. 향신료 연기로 훈제한 꼬꼬 고기와 쌀밥이요. 조금 더 익어야 하는데 곧 다 될 겁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빵도 한 덩이 샀습니다. 반은 오늘 먹고 내일 아침으로 나머지 반을 먹는 겁니다. 계란하고요."
"참 맛있겠네요." 그녀는 화덕에서 물러났다. "생각해보니 당신이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네요."
"기회가 많이 없었으니까요." 그는 열이 너무 많이 새지 않도록 다시 화덕 문을 닫았다.
"제가 먹을 여러가지를 생각해 낼 수 있겠죠."
그의 심장은 그의 가슴에서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음에 무엇이 올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와 여기에 있을 것인가, 이것이 그녀가 바란 것인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지만, 이것이 정말 그녀가 바란 것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가 있었을까 싶었다. 그녀는 많은 관심을 바라지 않을지도 몰랐다.
"젤다...그, 저희가...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논의를 안 해봤네요. 저희 둘 모두에게요."
그녀의 볼이 살짝 빨개졌다. "그러네요. 그런 적이 없었죠?"
링크는 목을 골랐다. 그녀의 표정은 조금 기대를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가 무엇을 물을 지를 이미 아는 것 같았다. "일단은...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저희가 사당을 다녀온 뒤에요?"
"모르겠네요." 젤다가 그에게 다가갔다. "당신은요? 저만큼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저..."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분수에 대한 옛 생각이 그동안 그들의 결정을 내렸었다. 그가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녀가 정하고 그녀가 첫발을 내딛으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그녀 곁에서 걷기로 한 그 순간에 그는 그 분수에 대한 생각을 버렸었다.
"곁에 있고 싶습니다. 이제 할 수 있는 만큼 연구하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고, 그때 옆에 있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행이 지겨워지면...여기로 오는 겁니다. 여기 주민들이 불편하면 여기와 비슷한 다른 곳이라도요."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그의 두 손을 잡았다. "링크, 정말 좋은 제안인데..." 그녀는 갑자기 불안한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임파가 하는 말이 옳으면요? 제가 왕위에 올라야 한다면요? 여왕이 되어야 한다면요?"
그는 그녀의 손을 더 단단히 쥐었다. "그러면...제 말투를 조금 더 부드럽게 하는 법을 배워야겠군요."
"링크, 제가 여왕이 되면 당신은..."
"압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대들보를 올려다보았다. "카시와에게서 이미 말을 들었습니다. 저를 왕좌에 앉히려는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요."
"일어날 거예요. 프루아의 말이 맞아요. 분명 지금 사람들이..."
"이미 그럽니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들었습니다. 소문이 다 났어요. 제가 공주를 구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것에 강제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것 알잖아요? 당신이...옆에 있기를 바라기는 해요. 하지만 그 삶에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아요."
"당신은 절대로 저를 끌고 온 적이 없습니다. 말했잖습니까, 당신의 곁이 제가 원하는 자리라고요. 이곳이든, 이 낡은 집이든, 저 밖이든...왕좌든 말이죠."
"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면 안 되죠."
"그러면 당신과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하이랄을 구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가논이 사라진 뒤로는...그 생각만이 들더라고요."
그녀는 앞으로 더 나아가 그의 몸통에 팔을 감싸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게...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 백성을 돕고는 싶어요. 하지만...사실을 말하면 저는 여왕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돕는 것 말고 다른 돕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저희의 지식이, 옛 하이랄에 대한 지식이 도움이 될 겁니다. 돌아다니며 다른 하일리아인의 무리를 찾을 수도 있죠. 그들을 다시 모아서, 재건을 돕고...굳이 저희가 수장이 아닌 정부를 그들이 세우도록 할 수도 있고요."
그녀는 이를 생각하면서 조용히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저희를 기다리고 있다면...젤다, 이를 받아들이겠습니다. 혼자 그것을 마주하도록 두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쉬더니 이제 안정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그는 그녀를 그렇게 오랫동안 안고 있었고 그의 뺨이 그녀의 머리와 닿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그의 속에서 불타는 질문을 할 때가 왔다. 그는 고개를 들어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저와 결혼하고 싶다는 것입니까?"
젤다는 그를 올려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제게 청하는 건가요?"
그는 귓가에서 울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너무...이른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100년을 기다렸으니 이른 것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는 대부분을 잤습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그 오래 전에 묻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미소가 조금 줄었다. "확실하세요? 저희가...혼인하고, 제가 왕좌에 오르게 되면..."
"확실합니다.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그녀의 표정은 더욱 밝아지고 앞으로 기대었다. 그녀는 그와 입술을 가볍게 닿는 순간 이렇게 속삭였다.
"예."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더 강하게 끌어안고, 바닥에서 들어 올리며 깊이 입을 맞추었다.
Chapter 66: 막간 4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1
"자, 꼬마, 겁주려고 하는 거는 아닌데, 내가 가고 나서는...네가 영걸이야. 많은 이들이 널 우러러볼 거야."
윤돌은 신수 바 루다니아의 상판에 몸을 웅크린 채로 한가운데에 있는 조종 장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르케르가 사라졌고 그는 또 홀로 남겨졌다.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미리 말해두었던 것이었고 전투 전에도 작별 인사를 했었다. 하지만 첫번째 축연이 끝나고 나서 루다니아에 올라탔을 때에는 텅 비어 있었다. 움직임 하나 없었다. 신수는 푸른 빛을 내지도 않았다. 마치 폭탄꽃의 봉오리과 비슷하게 생긴 조종 장치의 주황빛 말고는 아무런 빛도 없었다.
시드는 그들을 영걸이라 불렀다. 전투 전에 넷 모두를 한 자리에 모아서 윤돌, 루쥬, 테바와 마지막으로 시드 본인까지 포함해서 그들 넷을 그렇게 선언했었다. 그는 각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씩 웃으며 승리를 말했다. 그리고 나서는 패배의 가능성도 말하면서 끔찍한 무언가가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각각이 신수를 조종하는 것도 각오해야 할 것을 말했다.
그 마수가 이를 빼앗을 것을 걱정했지만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마수가 직접 그들을 죽이려 들었다.
윤돌은 눈을 감으며 떨었다. 마수가 성에서 빠져나와 바로 앞 평원의 땅에 부딪히자 느낀 그 공포를 기억했다. 그 일은 꽤 무서웠다. 그는 도망치고 싶었었다. 몸을 굴려서 재빠르게 벗어나 버리고 싶었었다.
그리고 그럴 뻔했다.
그때 그 금빛을 보았고 링크를 보았으며 그가 도망치지 않고 맞서는 것을 보았다. 광산에서 돌을 깨는 것처럼 땅을 찢는 마수를, 수천 개의 폭탄꽃 이상의 힘을 가진 마수를, 데스마운틴을 지배하던 그 마수를 상대로 싸웠다. 그리고 승리했다.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부탁을 받을 사람이 될 거다."
윤돌이 대체 어떻게 그것이 된단 말인가? 자기자신도 보전하는 데에 큰 힘을 필요로 하는 그는 영웅이 아니었다. 영걸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윤돌, 자신의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이 힘을 쓸 수 있는 겁쟁이 윤돌일 뿐이었다. 이제는 다른 것까지 물려받아 버렸다.
그는 머리를 무릎에 박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다르케르가 아직 있었으면 했다. 그의 할아버지 덕에 그는 겁쟁이가 아닐 수 있었다. 더 강하게 설 수 있었다. 링크가 마을과 데스마운틴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없었고 링크도 어딘가로 가고 나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동안에는 윤돌은 한없이 약해졌다.
"많이 무서울 거다. 나도 무서워. 링크도 그럴 거다. 하지만 그놈 역시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가장 열심히 싸워야 하는 거다."
그는 다르케르의 말을 생각했을 때 조금 훌쩍이고 고개를 들어 성의 부서진 첨탑을 바라보았다. 가논도 정말 두려워한 것이었는지, 그 거대한 마수가 링크를, 군대를, 신수를 무서워한 것이었는지 생각이 들었다.
그랬어야 했을 것이었다. 링크는 그것을 쓰러뜨렸다. 신수도 힘을 보태주었다. 그 작은 공주님도 마치 안개처럼 그것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중 누구도 혼자 이를 이루지 않았다. 서로가 있었다. 링크, 영걸들, 그리고 공주...그리고 다른 이들도 있었다.
시드, 루쥬, 테바, 그리고 그 자신이 있었다.
그는 눈을 꽉 감고 주먹을 쥐어서 루다니아의 상판을 세게 내리쳐 큰 소리를 냈다. 얼마 뒤 이 행동을 반복했다. 곧 이는 그의 심박과 비슷한 박자로 울리는 소리가 되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변했다. 용기가 새로 생긴 것은 아니었다. 대신 의지가 생겨났다. 처음으로 루다니아로 뛰어들었을 때처럼, 하테노 마을의 정문을 지키기 위해 달려든 것처럼, 그 끔찍한 라이넬에 맞선 때처럼, 그리고...
그는 눈을 뜨고 그의 주변에 그의 방어막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그 방어막은 주황색과 푸른색 사이를 반짝이면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의 능력이 아니었다. 이것은 다르케르의 능력이었고 항상 그럴 것이었다.
그는 그의 주변의 상판을 창백한 빛으로 비추는 방어막을 돌아보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인도할 다르케르의 영혼은 없어도 그의 할아버지는 어떻게 보면 늘 그와 있으면서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할 수 있어, 다 큰 녀석아. 넌 강해. 그리고 자랑스럽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크게 내쉬며 일어섰다. 방어막은 사라졌지만 그는 이 방어막이 언제든지 지시를 기다리면서 아직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한번 돌아보았다. 세 신수가 루다니아처럼 빛이 꺼진 채로 양 옆으로 펼쳐져 있었다. 저들의 새로운 탑승자들이 다시 이를 조종하려고 했는지는 몰랐다.
주먹을 쥐면서 그는 한 발을 내딛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그는 주황색 판에 도달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그는 다르케르의 지시대로 장치에 두 손을 얹었다. 그는 기능을 멈춘 거인이자 그의 발 밑의 기계 동물에게 집중했다. 그것의 정신이 느껴졌다.
그리고 번쩍이면서 판이 푸른색으로 변했다. 발밑에서 상판이 떨렸다. 그리고 신수 바 루다니아가 다시 기능을 시작했다.
2
"내일이면 조라의 마을로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시드 왕자님." 세곤이 그의 구부정한 등 뒤로 손을 깍지 끼며 말했다.
시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바마마께서는 전투의 결과를 듣고 싶으시겠지."
"전령들이 곧 도착할 것입니다조라." 늙은 장군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왕자님의 입으로 들으시기를 바라실 수도 있죠조라."
그리고 그의 아들이 이 전투에서 살아 나왔다는 것도 듣고 싶겠지, 시드가 다른 조라족을 보면서 생각했다.
세곤의 근처에서 100년을 같이 지내지 않았다면 그의 자세가 더 뻣뻣하다는 것이나 그의 주름이 더 뚜렷하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이를 정말 잘 숨기고 있었다.
"세곤."
"예?"
"오늘 하루는 수고했다. 그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떤가?"
세곤은 입술을 찡그리며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더 하지 않고 나이가 지긋한 조라족은 언덕을 내려가 조라족 부상자가 있는 의무동 천막으로 내려갔다.
시드는 그가 가는 것을 보았고 그의 눈은 천막으로 돌아갔다. 가디슨이 천막의 바깥에 서 있는 것이 약간 보였다. 리트반은 좀 쉬어야 했는데도 곧 그 자리로 교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때라면 그들은 그의 주변에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시드의 친위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시드는 그러지 말라고 하였었다. 전투에서 승리해서 지금은 위협이 없었을 뿐더러 다른 조라족이 그들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스바바에 대한 기억이 시드의 머릿속에 스쳤다. 히녹스를 무찔렀다는 승리감은 그의 친구가 가디언의 공격에 맞아 쓰러지면서 경악으로 변해버렸다. 뒤이은 혼란스러운 전투는 시드가 그의 친구의 몸 위에 서서 갑자기 혼자가 되어 아무런 방비도 없는 동안에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는 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스바바를 안아올리고 필사적으로 전장에서 후퇴했다.
그가 살아났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다른 치유사들은 시드가 그를 빠르게 그들에게 데려온 덕에 살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드는 그 칭송을 들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행동 때문에 스바바가 다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어리석은 작전과 명예욕으로 인해 그의 친구가 죽을 뻔했던 것이었다.
시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두려운 생각을 떨쳐냈다. 너무 많이 얽매이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담은 그대로였다. 지난 3주간에 그는 가장 친한 친구들을 둘이나 잃을 뻔했다. 게다가 그의 누나도 이제는 사라진 채였다.
그의 눈은 신수 바 루타로 향했다. 그는 아직 이를 조종하는 법을 완전하게 터득하지 못했다. 미파가 옆에서 다 설명할 때면 다 간단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부름에 전혀 대답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제 링크와 함께 도착하여 신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젤다는 이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신수를 조종하는 방법은 각각의 신수가 다 달랐고 각자의 신수도 특정한 의식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이끌어내야 하는 의식은 미파가 이끌어낸 의식과는 다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었는데 아직 그는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뒤의 언덕에서 발소리가 들리면서 누군가가 오는 것이 느껴졌고 몸을 돌리자 링크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공주는 다른 이들을 돕고 있나보지?"
"사실 루쥬가 그녀에게 우르보사에 대해서 말해 달라고 꽤 많이 조르는 것 같더라고요. 저보고는 가버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대가 남자라서 그런가?"
"그런 식으로 말했을 때 하는 제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루쥬는 여장하면 올 수 있을 거라고 하기는 하더라고요."
시드는 웃었다. "그래, 그 얘기를 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더군!"
"최대한 비밀스럽게 하려는 것 치고는 소문을 벌써 크게 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대는 여장하지 않을 건가?"
링크는 입술만 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루쥬는 경비병을 수십 명이나 데리고 있으니 젤다는 무사할 겁니다."
그들은 한동안 조용히 있었고 시드가 입을 열었다. "스바바는 보러 갔나?"
링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보고 왔습니다." 그는 말을 멈추고 시드를 보았다. "가디슨은 그쪽이 스바바가 부상을 입은 것을 크게 자책했다고 하더라고요."
시드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도 팔자군. 괜찮을 거야. 그게...일단 리트반이 다치고 나서 그다음은 스바바라서. 그리고 미파 누님이 또 사라지니...몇 개는 다른 시점으로 보게 되면서 생각에 잠기게 되더라고. 삶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길지도 않은 모양이야."
링크는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이해합니다."
둘은 오랫동안 조용히 있었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드는 기분이 나아졌다. 상황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스바바는 중상에서 회복하는 중이었고 누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링크가 이해를 하고 있음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되었다.
마침내 그는 목을 고르고 링크를 등을 두드렸다. "그래, 링크, 그대의 공주에 대해서도 말해 보겠나? 그대와 공주님이...서로 사랑했다는 것은 몰랐네!"
링크는 가볍게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일이기는 하지만 100년 전에도 손을 뻗긴 했죠."
"하테노 마을에서 그대와 카시와가 하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군?"
"예, 그...가 어떻게 그 정도로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음유시인들은 신비롭기는 하지...내가 알기로는 그들은 그들이 알 것 같은 범위 그 이상으로 알더군." 시드는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뭐, 잘됐군. 미파 누님도 기뻐하실 거야. 나도 그러니!"
"시드, 고맙군요. 사실, 부탁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조라족이 곧 조라의 마을로 돌아갈 거는 아는데 그쪽하고 다른 영걸들을 카카리코 마을로 초대하고 싶어서요."
3
하객들이 마을의 한가운데에 모였다. 하테노 마을의 주민들이 많이 왔고 뉴 카스토 같은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왔다. 신랑과 신부는 그들이 만난 사람들에게 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민들은 그들을 안 지가 얼마 안되었으나 다 마음에 들어하기는 했다.
하지만 시자기 마을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새 집이 거의 매일 한 채 씩 완공되고 곧바로 사람들이 입주했다. 마을은 이미 그 암석 고원을 넘어서서 주변의 초원에 농장과 과수원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낡고 허름한 집들에 살던 사람들이 허드슨의 여러 층이 있는 신축으로 이사를 가기 시작하면서 뉴 카스토는 빠르게 비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링크가 한가운데에 있는 탑을 되찾은 이후로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던 가디언이 잠잠해진 그 추낙 요새를 개수하자는 말도 돌고 있었다.
젤다는 시자기 마을에서 각 종족의 일부와 함께 서 있는 것에 미묘함을 느꼈다. 고론족, 조라족, 리토족, 겔드족, 하일리아인, 그리고 시커족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꽤 신기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은 이 마을의 주민이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종족이라면 과거에 성 시내가 이룬 것과 비슷했는데 그 당시에도 이렇게 균일하게 분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링크가 이 대지를 구원하기 위해 여행하던 중에 일궈낸 놀라운 것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신수를 제압하고, 고대의 악을 물리치고, 마을을 침공하는 몬스터 부대에게서 지켜냈고, 사이비 광신도 교단을 해체했으며, 공주를 구했을 뿐만이 아니라 새 마을을 짓는 것을 도우면서 이 땅의 모든 곳에서 관계를 맺은 그의 친구들로 마을을 채우기까지 했다.
만약 그들이 왕위에 오른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는 정말 훌륭한 왕이 될 것이었다. 다만 한 달이 지나도 그녀는 그 결정을 내릴 것인지 확실히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미 이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녀 보고 지도자가 되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는 와중에도 이미 새 마을들이 생기고 있었다. 리토족은 목수 대부분을 잃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하일리아인들은 그들과 같은 대지에 사는 이들을 위해서 새 집을 지어주는 것을 기꺼이 했다. 하이랄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편, 대부분의 하이랄이 아직 여름을 완전하게 떨치지는 않은 동안에 추낙에 완연한 가을이 왔다. 나무가 붉고 누런색으로 변했고 숲의 바닥은 여러 색의 나뭇잎으로 덮였다. 추낙 지방은 아름다운 추경으로 유명했었는데 100년이 지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그녀는 남편을 찾아 돌아보았다. 몇 분 전에 누구와 말을 나누려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이었다. 젤다는 그와 같이 가지 않고 작은 무리의 앞 자리를 맡아두기 위해서 그 자리에 있기는 했지만 누구든 그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할 것이기는 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오는 그를 찾아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몸집을 넘어서 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고론족 하나를 조심스레 돌아오는 것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누구 보고 가신 거예요?" 링크가 오자 젤다가 물었다.
"그라넷을 봐서. 그도 여기 와서 살게 되었는지는 몰랐지. 얼마 안 있으면 등대에는 로베리와 제린만 남을 것 같네."
"그래도 괜찮아할 것 같네요. 조용한 것을 좋아하니까. 식료품 사는 거야 힘들겠지만 시자기 마을은 멀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프루아가 중앙 탑의 고대의 에너지를 실험에 쓰려고 할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그들도 한동안 그 주변에 머무르겠죠."
링크는 미소를 짓고 젤다의 허리에 팔을 감싸 그녀를 가까이 끌었다. 그들은 가장 친한 동료들만 모아서 조촐하게 식을 올렸었다. 당시에 임파가 주례를 맡았다. 그녀는 이 혼인이 더 성대한 혼례가 되어야 한다고 투덜댔지만 링크와 젤다는 물러서지 않았었다.
네 종족들이 다시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자리에 모여 새롭게 훈련을 받은 영걸들이 네 신수를 다시 조종해 돌아가게 되는 자리에서 성대한 축연이 이루어질 것이었다.
모인 이들은 서서히 조용해졌고 젤다가 고개를 들자 키가 큰 겔드족 여성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재빨리 길을 비켜주었다.
사막에서 링크를 많이 도와준 겔드족 론드슨이 등의 끝까지 내려오는 흰 면사포와 금색으로 마감하고 큰 루비가 달린 흰 바지 및 상의 차림으로 오고 있었다.
한편 허드슨은 마을 한가운데의 연못 위에 있던 단상 위에 서 있었다. 그는 간단한 검은 바지에 흰 조끼 차림이었다. 조끼는 민소매였고 젤다는 그가 두꺼운 머리를 빗질하지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론드슨이 다가오는 것을 몸을 돌려서 보았고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보다 키가 조금 컸던 론드슨은 그의 옆에 섰으나 허드슨도 키는 컸고 그들 앞에 선 조금 더 키가 작은 조라족인 카프슨을 보았다. 젤다는 어릴 때에 조라의 마을로 갔을 때에 그를 만났던 것을 조금 기억했지만 그에게 말을 건 적이 있는지는 몰랐다. 링크는 그를 알고 있었는데 다른 조라족들도 다 알고 있기는 했다.
나이가 들어 주름이 많이 지고 머리 지느러미가 아래로 내려온 카프슨은 그의 앞에 선 둘을 진지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는 목을 고르고 손을 뒤로 하여 조금 더 똑바로 섰다.
"준비는 되었는지?" 그가 신혼인 두 사람을 보면서 물었다.
"예." 론드슨은 더 거친 겔드족의 어투로 말했다. 허드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프슨은 미소를 짓고 갈퀴가 달린 손을 한번 앞에서 서로 쳤다. 그는 그들 주변에 반원으로 연못에 모인 이들을 돌아보았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의 친한 이들, 허드슨과 론드슨의 혼례의 증인으로 있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를 드리며 맹세가 완성될 때까지는 조용히 계시길 부탁드립니다."
젤다는 링크의 팔이 더 꽉 쥐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의 얼굴에 자부심과 같은 미묘한 표정이 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가 그런 감정을 지녀도 되리라 보았다. 그가 이 둘을 만나게 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새 세상을 주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녀도 그러한 자부심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허드슨." 카프슨은 몸집이 큰 남성을 보면서 말했다. "하일리아 여신과 여기 모인 이들 앞에서, 론드슨을 아내로 맞이하여, 좋을 때와 나쁠 때 모든 순간에서 지킬 것을 맹세합니까?"
젤다의 눈은 카프슨 뒤의 작은 하일리아의 조각상을 향했다. 저 상이 저 자리에 섰다는 것을 보고 그녀는 조금 놀랐었다. 마을 사람들이 저 상을 모두에게 보이는 자리에 두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일단 지금은 조각상을 볼 때에 들던 과거의 두려움이 들지 않고 있기는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두려움이 자주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순간들이 있기는 했다. 악몽을 꾸면서 식은땀이 나는 밤이 있었고 그 때마다 링크에게 매달려 그 잔상들이 사라질 때까지 떨었었다. 그녀는 다시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면서 상에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에게 집중했다.
"맹세합니다." 허드슨의 거친 목소리가 이번에는 감정이 담겨 있는 채로 말했다.
카프슨은 고개를 끄덕여 받아들이고 겔드족의 여성을 보았다. "론드슨, 여기 모인 이들의 앞과..."
"조상님이요." 론드슨이 뚜렷하게 말했다.
조라족은 잠시 말을 더듬고 목을 골랐다. "아, 예, 그리고 당신의 조상님들 앞에서, 허드슨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병이 나거나 건강할 때에도 지키며...추후의 모든 자손들도 볼슨 건설 작명 규칙에 따라 지을 것을 맹세합니까?"
링크는 조용히 웃으면서 몸을 떨었다. "쉿...!" 젤다가 소리를 냈다.
론드슨은 한동안 멍하니 서서 카프슨과 허드슨을 돌아보았다. "어...예? 그건...들어본 적도 없는 가약 같은데요."
허드슨은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소?"
"이 가족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전통이 되는 거지!" 볼슨이 근처에서 밝게 말했다.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보니까 좀 어처구니가 없네. 젤다가 생각했다. 링크는 다른 손에 얼굴을 박은 채로 웃음을 간신히 참아 떨고 있었다.
"미래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니오?" 허드슨이 론드슨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론드슨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젓고 허리에 손을 얹었다. "뭐, 그래요." 그녀는 카프슨을 보았다. "맹세합니다."
"좋소!" 카프슨은 하늘로 손을 들었다. "이로써 하일리아 여신과 우리의 선조들 앞에서, 둘의 부부됨을 선언합니다!" 그는 다시 하객들을 보았다. "이 신혼부부를 환영해 주십시오! 함께 길을 걷는 동안에 무한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원합시다!"
허드슨과 론드슨은 서로를 보며 섰고 그녀는 그녀의 남편을 팔로 안아서 몸을 숙여 입을 맞추었다. 링크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젤다도 미소를 지으며 따라했다. 볼슨은 꽃잎을 위로 날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후의 피로연에 참석했고 젤다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소개했다. 링크가 이름이 '슨'으로 끝나면서 고향을 떠나 시자기 마을로 이사해서 일손을 더하기로 한 이렇게 많은 이들을 어떻게 찾았는지 정말 경이로웠다. 가능한지도 몰랐던 것이다.
마침내 그들은 신랑과 신부가 선 자리로 향했다. 링크는 허드슨의 팔을 잡고 그에게 큰 미소를 지었으며 그도 큰 미소로 화답했다. "축하합니다, 허드슨." 그는 몸을 돌렸는데 론드슨이 그를 안자 멈칫했다.
"사크사크, 링크." 그녀가 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사막에서 널 태워주기로 해서 잘됐네."
"저도요." 그가 다시 멀어지자 말했다. "제가 결혼할 때 못 불러서 미안하네요. 계획이...빨리 돼서요."
론드슨은 젤다의 눈을 보고 눈을 찡긋했다.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생각해도 지켜야 할 것 같은 몇몇 분수는 있기는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링크가 말하고 그녀가 동의한 것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려고?" 허드슨이 물었다.
링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시커족의 사당을 조금 더 볼까 했어요. 그리고 영걸들을 신수 조종법을 훈련시키는 것도 있는데 준비가 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아마 겨울은 집에서 보낼 것 같네요."
론드슨은 드러난 팔을 매만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낮에도 그 정도로 추워져?"
허드슨은 흥 소리를 냈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소."
"하지만 사막 출신인 걸 감안하면..." 젤다는 론드슨에게 이해한다는 미소를 지었다. "우르보사는 저희 겨울을 정말 싫어하기도 했거든요."
론드슨은 그녀를 어리둥절하게 보았다. 100년 전에 죽은 사람을 그렇게 쉽게 말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녀는 곧 입술을 물었다. "우르보사님도 북쪽의 겨울을 그렇게 느끼셨다면 저도 싫겠네요."
또 다른 남자가 허드슨과 링크에게 다가갔다. 허드슨의 예복보다도 더 깔끔한 옷차림으로 훌륭한 검은 턱수염과 검은 머리에 새치가 나 있었다. 그녀는 그를 하객 중 하나로 알아보았지만 링크는 그를 소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허드슨, 축하드립니다." 그 남자는 꽤 교양 있는 말씨로 말했다. 그는 손을 뻗어서 허드슨과 악수했다. "두 분을 보아하니 제 사랑하는 아내가 생각이 나는군요."
"고맙군요, 다리오." 허드슨이 말했다. "혹시, 저...링크를 만나보셨습니까?"
다리오라 한 그 남자는 링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당신이 제가 많은 얘기를 들었던 영웅이군요. 대재앙을 아주 끝내버린 용사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링크 뒤의 젤다를 보았다. "그쪽은 전설과도 같은 젤다 공주님이시군요."
젤다는 링크 옆에 서서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 "예, 하지만 지금은 젤다라고 부르세요. 지금의 나라의 꼴을 보면, 제 지위는 불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의 하이랄의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살아있는 왕가의 일원이 질서를 복원하는 것이 희소식이라고 보거든요. 그...왕위를 계승하실 생각은 있으신 거죠?"
그녀는 자신의 표정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했다. "일단은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려고요. 예상하셨겠지만 제가 놓친 것이 꽤 되는 것 같거든요. 일단 지금은 왕위라는 개념도 없는 상태죠. 하지만 앞으로라면 얘기가 달라질 지도요."
"아, 그렇군요. 합당한 선택입니다. 저도 최근에 제 가족들이 대재앙 이전에 소유하던 땅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거든요. 결국은 그러기로 해서 허드슨이 시자기 마을을 지을 수 있도록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래요?" 그녀는 그 당시에 살았던 귀족들의 이름을 최대한 기억해 보았다. "제가 알기로는 이 지역을 관할하던 이가...아, 라울이죠. 추낙의 백작이요. 혹시 혈연관계이신가요?"
다리오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불편이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아뇨, 제 할아버님은 귀족 지위를 받지는 않으셨지만 이 근처에 과수원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녀는 링크가 그녀 옆에서 굳는 것이 느껴졌다. "할아버지 성함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리오는 머뭇거리며 링크를 보았다. 그는 젤다가 왕가의 혈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보다 링크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에 더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링크는 친절했는데 신기하게 사람들은 그를 대하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의 지위가 이미 전설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성함은 알폰이었습니다."
"알폰이요...?" 링크는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젤다는 그 이름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미묘하게 낯익었다.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다리오는 영문을 몰라 그를 보았다. "예."
"여기 추낙에서 과수원을 하셨다고요? 확실합니까?"
"어, 예. 아버지께서 말씀하셨거든요."
"링크?" 젤다는 인상을 찡그렸다. "왜요?"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의 인상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창백했다. "그...외삼촌이...어머니의 남동생분이...성함이 알폰이었는데...추낙에서 과수원을 하셨어."
젤다는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면..." 그녀는 마찬가지로 눈이 휘둥그레진 다리오를 보았다. "이 분은...당신의 외사촌이신 건가요?"
링크는 다른 남자를 보았고, 젤다가 그를 다시 보자 이제는 그와 비슷한 모습들이 꽤 많이 보였다. 확실히 하기에는 좀 미묘했는데 코의 모양과 귀의 모양이 비슷해 보였다. 그들의 눈도 비슷한 푸른색이었다.
"응..." 링크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4
테바는 비행 훈련장 위를 큰 원을 그리며 날면서 그의 아래에서 리토의 어린이들이 각자의 활과 끝에 자루가 매인 화살을 들고 나는 것을 보았다. 각자의 화살의 자루 안에는 색이 있는 분이 들어 있었다. 아직 이 어린이들에게 실제 무기를 주지는 않기로 했었다. 실제 무기들은 나중에 주어질 것이었다.
어린이들은 대형을 이루어 나는 것을 연습하며 과녁에 화살을 쏘는 것을 번갈아 하고 있었다. 일부는 훌륭한 사수였고, 몇몇은 비행 실력이 더 훌륭했다. 만족스런 이들은 아직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잠재력은 충분했다. 함께 나는 것에 훌륭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굉장히 뛰어났다.
테바는 날개를 몸에 붙이고 아래로 내려가서 출발대에 부딪히기 전에 낙하를 느리게 해서 쉽게 내려왔다. 곧바로 리토 어린이들이 그에게 날아와 각자 착륙했다. 그들은 각자의 활을 손에 든 채로 두 줄로 서기 위해 조금씩 움직였다.
테바가 날개를 등 뒤로 접고 그들을 엄하게 보자 각 어린이들은 똑바로 섰다. 그는 그들 모두를 보다가 뒤쪽에 있는 어린이 하나를 보았다.
"궁술은 나아지고 있지만 대형은 더 연습해야 할 거다." 그가 두 줄로 선 어린이 사이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마을로 날아가는 동안 비행 대형을 연습해라. 시합은 절대로 하지 마라. 또 시합 했다는 것이 내 귀에 들렸다간 내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리리토토호를 바퀴로 돌 거다. 알겠나?"
모든 어린이는 앞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테바는 결국 그들이 시합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대형 연습은 하기를 바랐다. 그러지 않으면 하츠가 말할 것이었다.
"좋다. 활 전부 반납하고 귀가해라."
모든 어린이는 재빠르게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테바가 오늘은 꽤 엄하게 훈련시켜서 지금 다 빨리 집으로 가고 싶어할 것 같았다. 하나가 지나가는 동안 테바는 날개를 뻗어서 막았다.
"코말리, 넌 남아라."
어린 리토족은 약간의 반항심이 눈에 비친 채로 그를 보았지만 곧 이는 사라졌다. "예, 선생님. 무슨...문제가 있나요?"
테바는 대답하지 않고 날아가는 어린이들을 보았다. 그는 그들의 대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직도 연습이 더 필요했다. 서로와 너무 가까이 날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게 실전이라면 적 사수들이 그들을 겨누기도 전에 서로와 부딪혀버리게 될 것이었다. 내일 대형을 갖춰서 리리토토호 바퀴 돌기를 시키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이 사라지자 그는 고개를 돌려 리토족 어린이를 보았다. "오늘 대체 뭘 하고 있던 건가?"
어린 코말리의 눈은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해져서 휘둥그레졌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가...뭘 잘못하고 있었나요?"
테바는 눈을 찡그리며 날개를 들어 코말리의 몸을 돌려 과녁을 보게 했다. "과녁을 보고 뭐가 보이는지 말해봐라."
"일단 푸른색이 많이 보이네요."
그의 말이 맞았다. 각 어린이들에게는 한 가지 색의 분가루가 주어졌고 코말리는 그의 남색 분가루의 흔적을 다른 동기들에 비해서 많이 남겼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도 빠르게 날면서 많이 쏘았다. 이렇게 되면 리발의 후예가 되는 것이었다.
테바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생각이 없었다.
"그게 문제다."
"어...예?" 코말리는 어리둥절해 그를 보았다. "그게 왜 문제인 거죠?"
테바는 몸을 숙여 코말리와 눈을 맞추었다. "다른 이들이 쏜 것을 네가 쏜 것으로 일부러 가리고 있는 거다."
코말리는 다시 몰랐다는 척을 하려고 했다. "선생님, 전..." 테바의 표정을 보자 그의 말끝이 흐려졌다. 한동안 그는 그래도 대꾸할까 한 것 같았는데 마침내 고개를 떨궜다. "예."
테바는 코말리를 조용히 노려보기만 했다. 마침내 그는 일어섰다. "내일 출석하기 전에 네가 쓰는 남색 분가루를 더 많이 가져와라. 모두의 분량만큼 말이다."
"예?"
"말했지, 네가 쓰는 분가루를 더 많이 들고 오라고. 내일은 모두가 같은 색을 쓸 거다."
"그러면 누가 궁술 실력이 좋은지 알 수가 없지 않나요?"
테바는 냉정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궁술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비행 실력도, 급상승 실력을 변별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마디라도 더 했다간 매일 훈련 끝나고 저 과녁을 청소하게 할 거다."
코말리는 바로 자신의 부리를 다물었다.
"코말리, 잘 들어라. 너희 중에서 누가 실력이 가장 뛰어난지는 난 꽁지깃 만큼도 관심 없다. 넌 실력이 좋다. 그건 인정하마. 하지만 리발님도 그랬고,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해 봐라. 지금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단 말이다."
코말리의 얼굴에는 조금 항변하려고 하는 것 같은 기색이 보였지만 조용히 있었다.
좋아, 테바가 생각했다. 최소한 말은 잘 듣는군.
"나는 네가 최고의 궁술 실력이나 비행 실력을 갖추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팀이 되도록 훈련시키는 거다. 협동하고, 함께 싸우고, 함께 성공하는 거다. 비행 실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싶으면 비행 곡예단에나 들어가라. 색색의 기를 꽁지에 매달고 행진이나 하면서 노래나 불러라. 하지만, 나와 같이 날 거라면,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거다."
코말리는 부리를 다문 채로 아무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알겠나?"
코말리는 테바를 보면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좋아. 이제 저 과녁에서 분가루 다 지우고 귀가해라."
"하지만..."
테바는 한번 더 그를 매섭게 노려보있고 코말리는 멈칫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청소 용구를 꺼내기 위해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5
"최근에 동쪽에서 하일리아인들의 상인이 유입되면서 꽤 나아지기는 했는데 값을 매기는 정도가 좀 우려됩니다."
루쥬는 자신의 상업 책사의 말을 멍하니 들으면서 그녀의 자리에 앉아 근처 단상의 뇌명의 투구를 바라보았다. 집중해야 하기는 했는데 이건 너무 지루했다. 상업이 겔드의 주요 산업이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거친 사막에서 오래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이었다. 다른 여러 부족들이 약탈을 종종 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특히 곧 축전이 시작되려다 보니 그러했다. 그녀는 링크와 젤다와 다른 영걸들을 만나는 것을 정말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한 달 전에는 신수 조종 훈련이 마무리되었다. 지금은 무장을 해제하고 사막으로 다시 몰고 올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어 있었다. 신수에 남아서 젤다가 나보리스가 가논에 의해 입은 피해를 수리하는 것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바람보다는 백성들을 보는 의무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가끔은 수준이 비슷한 이들이자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젤다의 지적인 대화와 테바의 조용한 존경 표현, 시드의 열정, 윤돌의 순진함, 그리고 링크의 재치와 굳은 의지가 근처에 있는 것이 즐거워졌다. 자신을 '루쥬님'이라고 계속 부르는 사람들에 에워싸여 있는 것이 괴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루쥬님?"
그녀는 눈을 깜박이고 책사를 보았다. "아, 그래. 계속 말해라."
그 여성은 머뭇거리면서 뷰러와 루쥬를 돌아보았다.
결정을 내리라고 했던 건가?
"그러니까..." 그녀는 볼이 조금 빨개지면서 목을 골랐다.
뷰러는 앞으로 나섰다. "루쥬님은 그 제안을 좀 고민해보실 것 같다. 내일 아침에 돌아와라."
"하오나..."
뷰러는 검의 끝을 바닥에 박았고 그 책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루쥬에게 몸을 숙이고 빠르게 방을 나섰다.
루쥬는 그녀가 가는 것을 쓸쓸히 미소를 지으며 보았고 뷰러를 보았다. "사크사크."
나이가 더 많은 뷰러는 루쥬를 입술을 물면서 보았다. "루쥬님, 이 책사들을 만나는 계획을 세우셨으면 집중하셔야 합니다."
그녀는 뷰러의 눈길에 조금 몸을 숙였다. "안다, 알아. 그냥 집중이 안된 것이 다다." 그녀는 옥좌에서 내려와 팔을 위로 뻗어 끙 소리를 냈다. 그러는 중에도 뷰러의 눈길이 느껴졌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최근에 많이 벌어지는 것이기도 하지."
뷰러는 코웃음을 쳤다. "그렇긴 하죠."
"나아질 거다. 그냥..." 그녀는 손가락을 튕기며 뇌명의 투구를 보았다. "무엇을 결정하라 했지?"
"하일리아인들이 마을 밖에서 팔 수 있는 품목에 제한을 더 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합니다. 저희 직인들이 만드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옷을 만들면서 더 싼 값을 부르고 있다는군요."
루쥬는 인상을 찡그리며 또 손가락을 튕겼다. "그건 왜 묻는 건가? 그런 작은 결정은 재량 하에 결재하라 했을 텐데."
"이제 하일리아인 공주가 있으니까 우려하는 것이겠지요."
"하일리아인과 관계가 악화될까 우려하는 것이라...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마을이 더 생기는 것 말고는 별로 차이도 아직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내일 만날 때에는 우려를 바로 말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겁니다. 저보다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알겠다고. 내일은 더 집중하지." 그녀는 손가락을 또 튕기고 숨을 들이쉬었다. 이번에는 뭔가가 확실히 느껴졌다.
"루쥬님, 뭐하십니까?"
루쥬는 깊이 인상을 찡그리며 뇌명의 투구를 보았고 혀를 꽉 물었다.
거의 다 됐는데...?
그녀는 손가락을 계속 튕겨댔다. 그러더니...
알현실 밖에서 번개가 치더니 벼락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루쥬는 기쁜 소리를 질렀고 뷰러는 욕을 지르며 위협이 있는 것인가 돌아보았다.
"됐다!"
뷰러는 멈칫하고 루쥬를 어리둥절해져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뇌명의 투구와 그녀를 보더니 휘둥그레졌다. "아! 루쥬님, 잘됐군요. 뇌명의 투구를 쓰지 않고도 할 수 있다면 암살 시도를 막는 데에도 유용할 겁니다."
그녀는 씩 웃고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참나, 왜 또 이래표범?
6
하야는 새하얀 이가단 가면 아래에서 입술을 물었고 그러는 동안 그녀의 무리의 단원들이 지나쳐 들어갔다. 대부분은 하일리아인과 시커족 사이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평상복 차림에 가면도 벗은 채였다. 그녀와는 달리 가면을 벗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평범하게 보이려 하는 것을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마을의 만 하나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근처에서 파도가 해안에 쳤고 돛은 그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에 지나간 폭풍이 남긴 바람에 휘날렸다. 세 척의 배가 클라리 비치 근처의 만에 정박되어 있었다. 부두를 급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그녀의 필요는 잘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그녀가 보는 동안 그녀의 무리의 대부분의 인원이 식료품과 물을 담은 통을 배 하나로 싣고 있었다. 그들이 멀리까지 항해할 때까지 충분히 그들을 먹여 살릴 것이었다.
멍하니 그녀는 그날로 생각을 되돌렸다. 그 소년이 코가님을 죽이고 이가단을 거의 해체한 그 순간을 본 것을 기억했다. 뒤이은 일을 예상했다면, 겔드족에게 참패를 당하고 내분도 일어나고 무리도 분열되는 것을 예상했다면, 그래도 그를 보냈을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그래도 그를 보냈을 거라고 여겼다.
그녀의 무리는 수적으로 보면 과거의 규모의 흔적에 불과할 뿐이기는 했다. 남은 이가단원들은 패배 이후에 잠적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강했다. 그들의 동료들이 도망쳤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그들의 목적에 충실했다. 이들 중 일부는 하일리아인과 시커족 사이에서 살았었다. 일부는 결혼하여 가족도 두었지만 그것도 그들의 본 목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하야는 그들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그 소년이 어리석은 코가를 죽이도록 둔 것이었다. 그녀는 그를 본 순간 그가 바로 그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의 자세와 그가 걷는 모습만 보아도 그가 외부인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코가는 이가단의 총단장으로 떵떵거리는 것을 즐겼겠지만 하야는 자신의 무리를 잘 알고 있었다. 진정한 리더가 그러한 것처럼 그 일원을 하나씩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소년이 코가를 죽이도록 둔 것이었다.
이제 그 어리석은 자가 죽었으니 그의 죽음조차도 이용할 수 있었다. 순교자와 복수의 다짐을 사용하면 사람은 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코가는 살아있을 때보다 죽어있을 때 더 유용했다. 그의 잘린 머리를 이용하면 그녀의 이가단은 사기를 잃지 않을 것이었고 하이랄을 반드시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의 계략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들의 어둠 속의 신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활동을 정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숨어서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기회를 보아서 유리할 순간에 공격하여 하이랄을 무너뜨릴 것이었다. 이미 수십 개의 계략이 떠올라서 진행되고 있었다. 복수는 이루어질 것이었다. 그 소년과 동료들, 그리고 그 공주를 향한 복수였다.
그녀는 왕가의 마지막 혈통이었다. 그녀가 죽으면 이가단의 목표는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배 하나가 널판지를 들어올렸고 그 안의 이가단원 하나가 닻을 힘겹게 올렸다. 다른 이들은 배의 돛을 묶은 줄을 풀었다.
커다란 흰 돛이 풀리고 바람이 들어가며 첫 배가 필로네 해로 출발하자 하야는 미소를 지었다. 가장 큰 돛의 한가운데에는 그녀의 이가단의 뒤집힌 눈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7
"사실 내가 카카리코 마을로 가는 동안 링크가 나를 경호해줬어." 텔마가 새 마차 앞에 편하게 앉아있는 동안에 말했다. "심지어는 보코블린 떼에서 목숨도 구해줬다니까."
그녀의 새로운 경호원 토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늘 인상을 찡그리는 퉁명스러운 남자였고 그가 그녀의 말을 믿기나 하는 건지 의심도 들었다. 그래도 그녀의 바람이기는 했지만 검술도 대충은 좋을 것 같았다. 저 흉터를 입은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보코블린들이 과거에 비하면 위협이 덜 된 것이었다.
그들은 겔드 사막에서 출발하는 길을 따라서 시작의 대지의 옆을 지나갔다. 이 길은 한때는 그녀가 사막으로 가는 길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경로라서 보통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겔드족을 찾아 그녀가 가는 길을 더 보호해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리를 튼 몬스터들의 대부분이 없어지면서 이 길도 왕래가 잦아지고 있었다. 주변의 옛터를 뒤지고 시작의 대지로 올라가는 방법을 찾는 보물 사냥꾼들도 자주 왕래하기 시작했다.
"내가 쌍둥이 마구간에서 태워줬던 그 녀석이 이 대지를 다 구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그녀는 그를 마지막으로 본 그 순간을 생각했다. 그와 이제는 그의 아내가 된 그 공주는 리토의 마을로 가는 길에 있는 옛 시커족 사당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것은 재앙 가논의 패배 이후 얼마 이후였는데 최후의 전투 당시에 그녀는 사막으로 피난한 뒤였다. 그 뒤에 하테노 마을에 돌아가 보기는 했지만 그들은 집에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둘에게는 잘됐지. 그녀가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좀 행복해져도 돼.
그녀는 여행하면서 다음에는 무엇이 일어날 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있다는 것을 들었었다. 대다수의 하일리아인들은 이 둘이 곧 하이랄 왕국을 재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텔마는 그 내용은 잘 몰랐다.
하지만 하테노 마을의 사람들은 다르게 얘기했는데, 그 둘이 하이랄을 통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급한 것이었다. 무엇이 사실이었는지는 몰랐다. 다만 그 둘이 여러 마을들과 새 터전을 방문하며 몬스터 발견 소식과 다른 우려들을 듣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곧 있으면 직접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축연의 자리에 그 둘은 당연히 있을 것이었다. 그녀는 하이랄 평원을 가로지르기 위해서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과 2달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생각이 자연스레 든단 말이야. 링크가 몇 달 만에 이걸 다 이루었다면, 왕이 되고 나서는 무엇을 할 수 있게 될까?
정말 상상의 영역이었다. 그를 보면 그에게 확실히 물어야 할 것 같았다.
8
카시와는 하이랄 평원을 보면서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재앙 가논이 패배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친 것의 피해는 남아 있었지만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고 있었다. 다른 지역은 금이 간 채로 생명 하나 없었지만 다른 곳에는 늦여름과 초가을의 생명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것이 생명의 새 탄생이었다. 그의 앞에 세워진 천막과 깃발, 그리고 다른 구조물들을 빼고 보아도 그러했다. 앞으로 오게 될 축전과 축연, 그리고 연주하게 될 노래도 전부 포함하지 않아도 그러했다.
지금도 그가 한때 하이랄 성 시내였던 곳 바로 바깥에 서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한때는 가논의 추악한 권력과 영향의 상징이었던 곳은 이제 희망과 생명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옛 마을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링크, 이걸 다 보시지요." 그가 말했다. 그의 주변에서 사람들이 일하고, 말하고, 웃고, 어린이들은 서로 놀기까지 했다. 그의 아이들 역시 기쁘게 웃으면서 고론족과 하일리아인 아이들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링크는 카시와 옆의 잔디밭에 앉았고 그의 옆에는 작고 잘 만들어진 가방 하나가 있었다. 카시와가 기꺼이 들어준 그의 요청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군요." 그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기는 하죠." 카시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100년을 기다렸으니 빠르게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죠. 예를 들면,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있죠."
그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카시와를 보았다. "사실 젤다가 더 재촉하더라고요. 임파는 축하연이 될 때까지 기다리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했고요."
"그럼 모든 나라의 백성 앞에서 식을 올릴 생각도 있었나요?"
링크는 코웃음을 쳤다. "절대로요. 임파가 싫다고 하면 다른 사람을 찾았겠죠. 카프슨처럼요. 하지만 임파가 거절할 리가 없죠."
"그 분도 거절할 리가 없을 것 같기는 할 것 같군요. 그 분을 저는 잘 모르기는 합니다만, 두 분을 정말 아끼는 것은 확실하군요."
"그렇죠." 링크는 일하는 사람들, 어린이와 가족들, 일꾼들, 병사들, 그리고 그가 여행한 동안 마주친 남녀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누구를 찾는 중이었고 카시와는 그 누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그녀를 찾았다.
바로 그의 공주였다.
젤다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이 든 남자과 젊은 여자인 두 시커족과 함께 대화하고 있었다. 카시와는 그들이 가디언의 잔해를 어떻게 놓아야 어울릴지 논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링크는 이제 그녀와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카시와는 그녀가 그의 시야 밖에 있었다면 그도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두 달을 같이 있었는데도 그는 그녀를 정말 열심히 지키려 했고 특히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때면 더 그러하고 있었다.
카시와가 그를 본 모든 순간에 그는 마스터 소드를 매고 있었지만 방패나 다른 장비는 이제는 거의 들지 않았다. 이 모습이 어울리기는 했다. 그의 장비는 그의 여행의 표식이기는 했지만 검은 본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노래에 넣을까 고민이 되는군, 그가 생각했다. 좋아하시지는 않겠지만, 말하시기는 하겠지.
"알고 계셨던 거군요?" 링크가 젤다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둘이 결혼할 거라는 걸 말입니다."
카시와는 가볍게 웃었다. "여러 번 언급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렇기는 한데 그 말은 제가 왕이 된다는 것이라는 말이었죠. 저희가 사랑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제가 그 말을 할 자격은 없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서로의 감정은 서로의 것이니까요. 그대의 미래를 말하는 것과 같이 그대에게 이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링크는 한 눈썹을 든 채로 그를 돌아보았다. "알고는 있었으니까요. 최소한 저희가 서로를 아꼈다는 것을요."
카시와는 말을 멈추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랬죠. 최소한 공주님이 그대에게 큰 호감을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제 스승님은 그대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품었는지는 모를 정도로 그대를 몰랐습니다."
"말이라도 해 주셨어야죠."
그는 웃었다. "친구여, 저는 말을 하기는 했습니다. 제 스승님이 그대와 공주 사이의 유대감에 대해서 말했었다고 말했었죠. 제가 알기로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였다고요."
링크는 반박하려 입을 열었으나 쑥스러워진 채로 입을 다시 닫았다. "그랬던 것 같네요."
"제가 더 확실하게 말했다면 기쁜 재회의 순간을 망칠 수 있었는데도 확실히 말하는 것이 나았을까요?"
그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그냥...얼마나 바보였는가를 생각해서요."
"아하, 사랑하신 거죠. 사랑은 때로는 사람이 어리석은 일을 하도록 하죠."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를 거의 기억도 못했고 또 짜증이 나서..."
카시와는 날개를 내려 링크의 어깨에 얹었다. "때로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 가장 편할 수가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니까요. 게다가 제가 알기로는 그대는 공주님을 꽤 아꼈고 제 스승님이 잘 모른다고 하신 것을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얼마나 잘 알고 계셨는가도 궁금하더군요. 아마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는지도요."
링크는 흠 소리로 대답을 대신하고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마침내 그는 생각에서 벗어나 카시와를 올려다보았다. "저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노래를 완성했으니 말이죠."
"시인이 악기를 내려놓는 일은 없습니다." 카시와가 몸을 굽혀 그의 가방을 열어 콘서티나를 꺼내며 말했다. "아시다시피요."
링크는 코웃음을 치고 그의 옆의 가방을 봤다. 카시와가 지금 쓰는 콘서티나보다도 더 작고 간단한 종류가 있었다. 카시와가 예전에 연주하던 악기였다. "저를 시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겁니다. 그 전까지는 연습하셔야죠."
"그럴 겁니다."
카시와는 자신의 악기에서 부드러운 음악을 연주했고 그 음악은 몇몇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이 달려오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제 할 일은 말이죠..." 그가 입을 열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아직 배우고, 작곡하고, 연주할 노래는 많으니까요. 차차 여행을 더 많이 할 생각이고 난이 다음 해에는 저와 같이 올 수 있을 정도로 나이를 먹겠죠."
"하밀라가 새 아이가 오는 상황에서 당신이 맏딸을 데리고 가는 것을 허락할까요?"
카시와는 가볍게 웃었다. "뭐, 한바탕 다투기는 하겠군요. 하지만 오래 자리를 비우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난은 정말로 하이랄을 더 널리 보고 싶어하거든요."
"그러면 사당을 더 보시면 알려주세요." 링크는 젤다를 다시 보았다. "그 이는 조사하는 거를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시커 도사들이 다 사라졌다 해도요."
"물론이죠. 제가 보는 사당은 전부 확인해서 다음에 뵐 때 알려드리죠."
어린이들이 그의 주변에 더 모였고 카시와는 그의 여러 딸들의 눈도 보면서 그들 모두에게 미소를 지었다. 다음 아이도 딸일지가 궁금해졌다. 그들의 가족에 남자 고음, 중간음이나 저음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링크는 가볍게 신음하면서 카시와 옆에서 일어서 그의 팔을 매만졌다. "다시 뵙죠, 카시와."
카시와는 그의 친구에게 미소를 지었다. "약속은 잊지 마세요."
"물론이죠. 가끔 젤다 데려와서 당신이 연주해줄 수 있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링크는 몸을 숙여 그의 악기 가방을 들고 그의 아내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카시와는 그가 가는 것을 한동안 보다가 어린이들에게 눈을 맞추었다. 그들의 눈을 보는 동안 그의 안에 희망이 차올랐고 순간 그의 감정을 추스리는 것도 힘들어졌다.
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도 꽤 아름다웠다. 그들은 어른의 때를 묻지 않은 채였고 의심도 없었다. 그저 음악 그 자체를 듣고 즐겼으며 전설을 사실이라고 여겼다. 비극이 오면 눈물을 흘리고 선한 이가 악을 상대로 승리하면 기뻐했다. 어린이들의 순수한 희망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긴 음 하나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승리, 환희, 그리고 사랑의 노래였다. 오랫동안 떨어진 뒤에 다시 만난 친구들의 기쁨의 노래, 인내의 힘과 고난의 노래, 행복한 결말과 만족스러운 대단원의 노래, 그리고 앞으로 올 이야기들의 노래를 불렀다.
Notes:
[Translation difference glossary]
Clarnet Coast = 클라리 비치
Chapter 67: 종장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다시 나가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링크는 스피릿을 카카리코 언덕 밖으로 이끌었고 그의 눈 앞에 하이랄 평원이 펼쳐졌다. 아름다운 초원과 구릉이 그의 앞에 있었다. 하일리아강이 북쪽에서 녹은 눈이 더해져 흘러넘치면서 흘러갔고 아름다운 꽃이 땅 곳곳에 피어 있었다. 고요한 공주가 자라는 꽃밭도 보였다. 젤다가 이를 좋아할 것 같았다.
봄이 다시 온 것이었다.
젤다는 자신의 백마의 고삐를 쥔 채로 링크 옆에 서서 조용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 말은 대재앙 이전의 그녀의 말의 후손이라 했었다. 그녀는 이 녀석에 리버티라는 이름을 붙였었다. 링크에게는 좀 어색했지만 그녀는 그를 째려보았었다.
"아름다워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링크는 가볍게 흠 소리만 내고 멀리 있는 하이랄 성을 바라보았다. 아직 재건의 움직임이 없었고 재건하려고 할 것인지도 확실히 알지 못했다. 재앙 가논이 처음 깨어났을 때 대부분이 무너졌고 링크가 불필요하게 성으로 돌진한 것 때문에 더 많이 무너졌었다. 재앙 가논과의 최후의 전투로 벽의 대부분이 무너져서 성은 마치 앙상한 모습이 되었다.
"저기 봐요." 젤다가 강의 한 지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의 끝으로 눈길을 돌려 보았고 마침내 멀리 떨어져 있는 집의 모임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그들의 여행을 저기서 마무리 지을 것 같았다. 습원의 마구간이 한때 서 있던 자리에 새 마을이 생겼다. 여행자들에게서 이미 새 마구간이 지어졌다는 말도 들었었다.
링크는 그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잃은 목숨들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새 삶이 그 자리에 생기고 자랄 수는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들과 없는 이들을 계속 기억할 것이었다.
"언제 하이랄 평원에서 재건이 이루어질지 궁금해지네." 그가 말했다.
"모르겠어요."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팔이 그의 팔에 걸리자 그는 따스한 미소를 띠며 내려다보았다. "100년의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려면 오래 걸리겠죠."
"그럴지도." 그는 다시 구릉과 초원으로 시선을 돌렸다. 옛 마을의 옛터는 이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땅의 구릉 뒤에 숨겨진 채로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땅의 흉터였다.
그들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비록 가논은 사라졌지만...아직 저희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와 견뎌 나가야 할 괴로운 기억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견뎌야 할 괴로운 기억도 있겠지. 그는 이 생각을 했으나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다. 젤다가 최근에 악몽을 꾸고 기억을 떠올리면서 밤에 잘 자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상처도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의 힘을 하나로 뭉치면... 하이랄을 예전의 영광으로 되돌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어요." 그녀는 다시 멀리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지금보다도 더욱이요."
"그럴 수 있을 거야." 그가 말했다.
그들의 지위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었다. 아직 그들이 통치자의 자리에 오르지도 않았고 그러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구 왕국을 거름으로 하여 새 왕국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방법은 둘 중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이랄의 사람들을 돕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일단은 조라의 마을로 향할 것이었다. 젤다가 갑자기 기능을 멈춘 신수를 우선적으로 조사해야 했던 것이었다. 워프해도 되기는 했지만 그러는 것은 괜한 짓 같았다. 봄이 방금 와서 길을 직접 같이 걷는 것이 적절하게 느껴졌다. 이 여행이 그렇게 긴급한 여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는 마침내 그에서 떨어져 리버티에게 가서 안장에 올라탔다.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짓고 스피릿으로 갔는데 그의 갈색 말이 잔디를 뜯어먹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놀리듯이 코웃음을 쳤다. "이 먹보야,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스피릿은 머리를 들고 그 갈색 눈 하나로 그를 보았다. 그 이빨은 그 사이의 잔디를 계속 씹어댔다. 얼마 뒤 말은 큰 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여 잔디를 한 움큼 더 뜯었다.
"너 오늘 엄청 세게 달릴 거다. 겨울 동안에 찐 살 다 빼야지."
그는 스피릿의 안장에 다가가서 올라탔다. 말은 잔디를 마저 다 씹어 먹은 뒤에 고개를 들었고 평원을 달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몸을 세웠다. 링크는 스피릿도 그가 하테노 마을을 나섰을 때처럼 신이 났다고 생각이 들었다.
링크는 고개를 돌렸고 젤다가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것이 보였다. "준비 됐나요?" 그녀가 눈썹 하나를 치켜 들며 물었다.
그는 스피릿에 박차를 가해 출발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젤다는 그의 뒤에서 웃고 그의 옆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둘은 그렇게 다시 야생으로 출발했다.
<끝>
Notes:
After almost a year and a half in the working (including the moments when I had it unofficially), this translation is officially completed. Now I will continue to smooth out some of the inconsistent translations, fix errors, and check if I got it all proper. I want to provide big thanks to The Zed of Ages, the original author that wrote this excellent original work, the staffs of Nintendo who created this masterpiece of a game, and also you readers, although I don't know how many Koreans are in AO3. Also, I discovered that a user named Shimkyu has begun a French translation. If you know French, it will also be an interesting viewpoint to read. Thank you everyone, once again.
비공식으로 제 개인 파일로만 두었던 시기까지 포함한, 거의 1년 반의 긴 대장정 끝에, 드디어 이 번역본의 사실상 초판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는 계속해서 돌아보면서 번역 상의 오류나 매끄럽지 않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수정할 계획입니다. 훌륭한 원작을 창작하신 The Zed of Ages님, 명작의 반열에 올라온 게임을 만드신 닌텐도 사의 직원 분들, 그리고 독자 분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바칩니다. 그러고 보니 Shimkyu라는 다른 분이 프랑스어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어를 아시는 분은 그 분의 글도 읽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First draft completed in 2022-02-05)
(2022년 2월 5일 기준 초벌 번역이 완료되었습니다)(First revision completed in 2022-02-11)
(2022년 2월 11일 기준 1차 검수가 완료되었습니다)

RDYTOFLT (Guest) on Chapter 1 Sun 23 May 2021 05:54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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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a (Guest) on Chapter 1 Mon 21 Jun 2021 03:15P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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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inablankmoon on Chapter 1 Thu 30 Sep 2021 01:26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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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ondEmblem on Chapter 1 Thu 07 Apr 2022 11:31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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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 on Chapter 4 Fri 28 May 2021 02:36P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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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YTOFLT (Guest) on Chapter 5 Fri 04 Jun 2021 06:23P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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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ondEmblem on Chapter 41 Fri 14 Jan 2022 02:40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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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Zed of Ages (TheZedofAges) on Chapter 67 Mon 16 May 2022 02:32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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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ondEmblem on Chapter 67 Mon 16 May 2022 04:19PM UTC
Last Edited Mon 16 May 2022 04:21P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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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ondEmblem on Chapter 67 Wed 07 Dec 2022 05:45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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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cleskyrule (unclemoriarty) on Chapter 67 Fri 07 Feb 2025 03:39AM U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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