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Text:
[HA4KE674P1640]
“............................................”
존은 한참 고민하다 셜록에게 가서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이게 뭐야?”
존은 가자미 눈으로 셜록을 째려보았다.
“이게 뭐냐고, 미녀 앞에서는 숨 쉴 시간도 아까워하면서 전력을 다해 해독하고 해석까지 해줬으면서.”
“아, 수수깨끼야?”
셜록이 냉큼 폰을 빼앗아 들었다.
“열 하루 만에 문자 한 줄이 왔는데 그것도 네가 아니라 나한테 보낸 거나 다름없어서 삐진 것 까지는 이해를 하는데 화풀이는 내가 아니라 마이크로프트에게 하도록. 혼자 낑낑거리지 않고 내게 보여준 건 잘했어 시간이 얼마 없으니 지금 시각 런던 교통 상태로 볼 때 택시보단 지하철을 타는 게 빠르겠군 그래도 그 전에 옷 갈아입고 좀 단장할 시간이 20분 정도는 있으니 너무.......”
“셜록!”
존이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알아듣게 좀 설명해. 돌아왔단 거야?”
“곧 돌아온다는 거야.”
셜록이 말했다.
“히드로 공항 4번 게이트에 KE674항공편으로 4시 40분 도착 예정인거니까.”
존은 급히 시계로 눈을 돌렸다. 현재 시각 2시 20분. 그가 자기 방에 뛰어들어 옷장을 열어젖혔다.
“아니 잠깐.”
마중 나갈 옷을 고르다 말고 존이 다시 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보낸 건 어떻..... 아니, 말을 말자.”
그리고 다시 방 안으로 사라졌다.
셜록은 싱긋 웃었다. 저번 일 이후로 존이 그를 은근히 경계하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저 그런 모습이 어째 더 귀여워서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 뿐이었다.
좀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존 왓슨이 상대라면 섹스라던가 애인 관계 등을 시험해 봐도 좋았을 텐데. 그런 관계가 끝나고 나면 높은 확률로 모든 관계가 끝장이 나기에 어쩔까 망설이고 있는 새 딴 사람도 아니고 마이크로프트와 사귈 줄이야.
존은 소중한 친구고, 마이크로프트는 ‘몹시 싫어하고’ 있기는 해도 형이고, 같이 있어 행복해 보이니 배신감이나 질투심을 젖혀두고 두 사람을 축복해주는 게 좋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술 정도 부려도 되겠지, 자기는 셜록 홈즈고 마이크로프트의 동생이니까.
셜록은 존의 방으로 갔다.
“존.”
“으악!”
팬티 차림이던 존이 손에 들고 있던 옷으로 황급히 몸을 가렸다.
“갑자기 들어오지 좀 마!”
“뭘 부끄러워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난 너랑은 달라서 맨몸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면 부끄럽다고!”
“여긴 사람들 앞이 아니잖아.”
“......복수가 아니라 단수라고 지적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넌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존은 포기하고 손에 든 옷을 내렸다. 상대는 셜록, 그가 방 밖으로 나가거나 적어도 뒤돌아서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빨리 옷을 입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러고 보니 나 마이크로프트의 알몸도 본 적 있는데.”
“나도 봤거든! 그리고 두 사람 형제잖아, 자연스러운 거라고!”
“그런 거야?”
“그래, 나랑 해리도 어렸을 땐.....”
이러다 어디까지 쓸데없는 소릴 해버릴지 몰라 존은 서둘러 옷을 찾아 입었다.
“그러고 보면 존.”
“응?”
“마이크로프트가 왜 갑자기 연애를 싹 그만두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대답하기 전에 존은 잠깐 생각했다.
“안 궁금해.”
“정말? 애인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다고?”
“나도 어디 남 말 할 수 없을 만큼은 과거가 있어. 나는 마이크로프트의 과거가 궁금하지 않고, 마이크로프트도 내 과거가 궁금하지 않아.”
“그야 당연하지, 마이크로프트는 이미 전부 알고 있을 테니까.”
존은 말문이 막혔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또한 마이크로프트는 자기에 대해 다 알 텐데 자기는 마이크로프트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동요하면 안돼, 이건 셜록의 함정이다.’
악마의 속삭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존은 서둘러 옷을 걸쳐입고 방을 나갔다.
“나 간다. 늦을 지도 몰라.”
“안 들어올지도 모르는 거겠지.”
“아무튼, 그러니 기다리지.... 아니지, 네가 언제 날 기다렸니, 문자 보내야 하는데 자기 주머니에서 폰 꺼내기 귀찮을 때 말고. 그래, 오늘은 안 들어올 거니까 귀찮더라도 폰은 직접 꺼내서 문자도 직접 찍도록 해. 알았지?”
그리고 시계를 보곤 부리나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셜록은 웃었다.
존은 비행기 도착 시각보다 15분 늦게 4번 터미널에 도착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입국 수속이라든지 짐 찾고 세관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 고려하면 넉넉히 시간이 남지만 상대는 마이크로프트 홈즈, 이미 나와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행히도 그가 멈춰 서서 막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마이크로프트가 나왔다.
“존.”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존은 뒤늦게 마이크로프트를 어떻게 맞아야 하나 고민했으나 그가 끌어안을지 손만 잡을지 그냥 마주보고 설지 결단을 내리기도 전에 마이크로프트가 앞에 와서 섰다.
“오랜만이에요.”
애인을 만났는데 할 말이 그것 밖에 없는 거냐 존은 마음속으로 자기를 발로 찼다.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상대가 계속 말을 바꿔대는 통에 합의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어요.”
“고생하셨어요.”
“그래봐야 셜록보다는 다루기 쉬웠답니다.”
마이크로프트가 빙긋이 웃다.
“그렇게 생각하면 존 당신도 외교에 꽤 재능이 있는 것 아닐까요? 셜록을 다룰 수 있다면 다른 누구도 다를 수 있어요.”
“그거, 외교가 아니라 맹수 조련의 영역인 것 같은데요.”
“음, 그 점은 그렇군요. 참.”
마이크로프트가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내밀었다.
“선물입니다. 갔던 곳이 비밀이라서 지역 특산품 같은 건 사올 수 없어 무난하게 위스키로 했는데, 어떤가요?”
“어, 감사합니다.”
제발 자기보다 더 묵은 것만은 아니길 빌며 존은 슬쩍 쇼핑백 안을 보았다.
‘다행이다, 15년 밖에 안 된 거구나....’
자기가 언제부터 15년 묵은 위스키를 ‘밖에’라고 표현하게 되었나 생각하면 아득했다.
“셜록이 다 마셔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겁니다.”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술고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심술부린답시고 뭘 할지 모르니까요.”
그 순간 셜록이 심술로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자기는 또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올랐다. 변명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마이크로프트와 잔 이야기를 셜록에게 말해 버린거다.
‘어, 어쩜 좋지?’
마이크로프트에게 알려야 한다. 그건 우선 확정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언제? 어디서?
“저녁식사 시간 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는데 그 동안은 클럽에라도 가 있을까요?”
마이크로프트가 물었다.
“네, 그런데, 중요한 업무에서 이제 막 복귀한 거라면....”
“문제는 해결되었고 꼭 필요한 보고라면 이미 마쳤습니다. 그리고 제 통상 업무에는 내일 오전 중에 복귀하는 것으로 해놨습니다.”
“즉 내일 아침까지는 방해 안 받는 거군요.”
마이크로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내일 아침 10시까지만 출근하면 돼요.”
땜빵의사의 장점이었다.
“잘 되었군요. 그럼 갈까요?”
마이크로프트는 존의 팔꿈치를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 존은 이 또한 마이크로프트식 유혹의 일종일까 생각하다 또다시 이전 사태로 생각이 옮겨가고 말았다.
말해야 했다. 어쩌면 마이크로프트고, 상대가 셜록이니까 그리 화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시간 끌지 말고 최대한 빨리 고백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 붐비는 공항에서는 말할 수 없었다. 택시 안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마이크로프트와 단 둘이 된 존이 말을 할 용기를 낸 건 또다시 디오게네스 클럽의 침실에 들어간 뒤였다.
“저, 마이크로프트. 할 이야기가 있어요.”
방문을 닫자마자 서로 꼭 끌어안은 채, 그러나 지금 말 못 하면 섹스 끝나고 나서든 식사 자리에 가서든 절대 이런 말 못할 상황이 될 것이기에 존은 어렵게 입을 떼었다.
“그게.... 우선, 셜록이 우리 둘 사귀는 걸 알아버렸어요.”
“아.”
마이크로프트는 별로 놀란 것 같지 않았다.
“이제쯤이면 눈치 채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이제는 셜록이 알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여기 비누 냄새 그대로 보낸 거였어요?”
마이크로프트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냄새로 알았나요? 거참. 그건 아니에요, 아무리 셜록이라고 해도 룸메이트가 외출에서 돌아올 때 마다 체취를 맡아볼 거라고까지는 생각 못 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다니 의외로 확신이 없었나보군요.”
보통은 그 반대일거라고 말하려다 존은 고개를 흔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보통’이란 말이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어, 그런데, 셜록이 협박을, 아니 조르는 바람에....”
변명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진해서 말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알려야 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 날 우리 잔 얘기를 해주고 말았.... 습니다만.......”
끌어안은 몸이 굳는 게 느껴졌다. 역시 홈즈 형제라 해도 그건 너무한 일이었을까, 마이크로프트는 어떻게 화를 내는 걸까, 알고 싶지 않았는데 같은 생각을 하며 존은 공포에 질렸다.
“그래서 셜록이 뭐라던가요?”
“정상위라니 실망스럽다던데요.”
대답하고 나서야 존은 이 역시 자기가 기대하던 반응은 아니라고 깨달았다.
“그 말만 하던가요?”
마이크로프트가 그럼 다음에는 셜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승위를 시도하자고 제안하면 어쩌나 마음 졸이던 존은 조금 안도했다.
“아뇨.....”
그가 셜록이 더 무슨 말을 했던가 떠올렸다.
마이크로프트는 지방으로 되어있어서 유연하니까, 라던 말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바지 버클 이야기도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럼 또 뭐가 있더라?
“어.... 전 괜찮다고 했어요.”
마이크로프트가 별안간 몸을 떼고 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정말인가요? 그 애가 그렇게 말했어요?”
“네, 머리는 안 돌지만 인정해주겠다고.....”
마이크로프트가 다시 한 번 존을 덥석 끌어안았다.
“.....마이크로프트?”
“다행입니다.”
마이크로프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이 존의 귀 바로 위에 위치해있었기 때문에 존은 어깨를 움츠렸다.
“그 애가 곤란하게 행동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이제 덜었군요.”
“곤란한 행동이요?”
셜록이 지금보다 더 곤란하게 행동할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저, 대체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좀 물어도 될까요?”
셜록에게는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 알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 호기심이 있는 인간인데. 그것도 애인과 친구의 일인데. 자기가 어떤 수렁에 발을 들였는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셜록이 아니라 마이크로프트에게 묻는 건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이야기하자면 조금 깁니다.”
마이크로프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존에게서 떨어졌다. 그가 물러나서 팔을 풀고 미니바로 갔다.
“저녁 식사도 전에 술은 별로 좋지 않지요. 차 한 잔 어떻습니까?”
마이크로프트를 실망시킨걸까 존은 약간 죄책감을 느꼈지만 상대가 홈즈고 보면 자기 호기심 충족을 좀 우선시했기로서니 무슨 문제가 되랴는 생각도 들었다.
곧 두 사람은 찻주전자를 사이에 놓고 탁자에 마주앉았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셜록이 어디까지 말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존은 난감함에 뒷머리를 긁었다.
“그게..... 두 사람 키스까지는 한 적이 있다고.....”
“사실입니다.”
마이크로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요...... 현재 일본에는 중2병이라 불리는 증후군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병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갑자기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기 때문에 존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렇겠지요. 그건 병이 아니라 사춘기 특유의 과대망상과 일탈행동을 비하해서 지칭하는 말일 뿐이니까요. 흔히 자신을 특별한 존재, 이를테면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용사 초능력자 이세계인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더군요.”
존은 이 설명이 어디로 갈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청소년기는 어떠했을지 혹시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까.”
“....아니오.”
“그 시기는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듭니다만, 우리에게는 특히 더 그러했지요. 어찌 보면 그 중2병이란 것에 푹 빠져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아주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이라면 극복하기 쉽겠지만 저도 셜록도 실제로 천재였고 실제로 주위와 고립되어있었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마이크로프트가 어딘지 아련한 눈빛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
“셜록이 이 세상에 의미 있게 존재하는 사람은 오직 우리 둘 뿐이며, 따라서 우리 둘이 함께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것도 무리는 아닌 겁니다.”
“저, 마이크로프트 형님의 결론은 무엇이었는데요?”
이유 없이 공포에 질려 존이 물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친애하는 존. 내가 사춘기에 막 들어섰을 때 셜록은 고작 다섯 살이었답니다. 제겐 많은 악덕이 있지만 소아성애는 그 중에 들어가지 않아요.”
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다가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그 말은, 막상 형님이 중2병으로 몸부림치고 있을 땐 둘도 아니라 혼자였단 뜻이네요?”
마이크로프트가 존에게 방긋 미소 지었다.
“명백히, 제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에요.”
존은 조금 얼굴이 빨개졌다.
“당시 저는 막 대학에 들어간 참이었고, 말하자면 새 출발을 하려고 결심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흔히 그러하듯이 맨 처음 제게 먼저 말을 건 사람과 사귀기 시작했지요.”
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크로프트가 그랬다는 건 조금 믿기 어렵지만 대학 신입생 때의 경솔한 연애라면 그도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안 셜록은 방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해요? 대체 어떤....?”
마이크로프트가 존과 눈을 마주쳤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까?”
“..............................아니오.”
그 셜록이, 그것도 정말로 몸도 마음도 진짜로 애새퀴이던 시절의 그 셜록이 진심으로 깽판을 치고 다닌 이야기 같은 거 듣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결국 네 명하고 비참하게 깨지고 나서야, 셜록과 대놓고 말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지요.”
존은 작년에 자기가 채인 횟수랑 정확히 일치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셜록의 생각과 논리는 이해하지만 저도 말하자면 겨우 빠져나온 수렁에 다시 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는데다가 셜록 역시 나이를 먹고 철이 들면 사람들에게 적응해 나갈 거라고 생각했으므로 그 때 셜록에게 내기를 걸었습니다.”
뜻밖의 말이 나와 존은 조금 놀랐다.
“내기요?”
“말로 설득해서 들을 상태가 아니었답니다.”
마이크로프트가 어깨를 조금 으쓱했다.
“그가 스무 살이 될 때 까지 그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함께 하겠다고, 그 때까지는 다른 사람 사귀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맙소사.”
존이 이마를 짚었다.
“한창... 말하자면 성욕이 샘솟을 나이에 순결 선언이라니요!”
자기가 그 나이 때 앞으로 칠년.... 팔년? 동안 금욕해야 한다고 들었다면 혀 깨물고 죽었을 거라고 존은 확신했다.
“애초에 섹스에 크게 관심 있지는 않았었으니까요.”
마이크로프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셜록의 논리 자체에는 꽤 동감을 하기도 했고요. 어쩌면 도리어 연애 행각이라는 골치 아픈 일을 피할 핑계가 생겨서 안도했는지도 모르지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다는 점에선 좋은 핑계는 아닙니다만.”
“키스는요?”
“그 날 밤에요. 맹세 의식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셜록이 스무 살이 되고 나니까, 세상에는 자기 형 말고도 사귈만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깨닫던가요?”
그거 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존이 물었다.
“솔직히 그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마이크로프트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 때 이미 우리는 서로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되어있었으니까요. 그 때 까지 생각이 변치 않았다 해도 내게 사귀자고 말 할 수는 없었겠지요.”
홈즈 형제 사이의 불화가 이렇게 다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존은 이 때 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실은 당신하고 사귀기 시작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더 이상 제게, 아니 그 누구에게도 그런 관심은 보이고 있지 않았지만 또 모르는 거니까요. 게다가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고.”
애인끼리 특별한 건 당연하지만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저렇게 말한다고 생각하면 좀 많이 우쭐해져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럼 이제.... 셜록이 인정해주마고 했다는 건....”
“당장 사이가 좋아지진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면 좋은 거였다. 아무튼 존에게는 둘 다 소중한 사람이고, 서로 싸우지는 않았으면 하니까.
마이크로프트가 시계를 보았다.
“식당 예약 시간에 맞추려면 슬슬 나가봐야 할 때가 되었군요.”
존이 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네, 그럼 갈까요.”
존이 먼저 일어나서 몸을 숙여 마이크로프트에게 키스했다. 이젠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 사람은 자기 것이고, 셜록이 뺏으러 오지도 않을 것이며, 오늘은 밤새 시간이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