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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한국어
Stats:
Published:
2023-11-10
Words:
1,761
Chapters:
1/1
Kudos:
4
Hits:
130

궁정식 연애

Summary:

엘리트 이후의 요한로드. 자기가 알던 로드와 같으면서도 다른 로드를 보며 요한이 자기의 사랑을 돌이켜 생각해봅니다.

Work Text:

 

 

로드의 집무실 근처 첨탑에 올라 낮설면서도 익숙한 아발론 성을 내려다보면서, 요한 테일드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의 부름에 따라 이곳으로 옮겨온 지도 꽤 시일이 지났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르면서도 그대로인 지금의 현실에는 그럭저럭 적응을 했다고 생각한다. 살던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도 처음이 아니었고, 로드께서 계신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요한이 있을 곳이 맞았기 때문에 그 점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적응력에 자신이 있는 요한에게도 여전히 어색한 부분은 있었다.

“요한, 여기 있었나.”

로드가 요한을 부르며 다가왔다. 기억하던 것과는 다른 목소리와 발소리를 들으며 요한은 웃는 표정을 만들어 로드에게 몸을 돌렸다.

“로드.”

요한이 알던 로드와 머리색, 눈색, 머리모양, 목소리, 체형 모든 것이 다르지만 그래도 요한의 로드임에는 틀림없는 그가 손을 내밀었다. 요한은 어색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 손을 마주잡았다.

“내 모습이 많이 어색해?”

요한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

“그, 그런 게 아니라.”

“괜찮아, 나도 가끔은 아침에 거울 볼 때 내 얼굴이 낯서니까.”

“그렇습니까..”

“이 몸이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닌데 말이지, 신경 쓰면 기분이 묘하다니까. 나도 여기 ‘옮겨온’ 직후는 걷는 것도 좀 어색하고 평지에서 넘어질 뻔도 하고 그랬어. 남자 몸과 여자 몸은 무게중심이라던가 많이 달라서.... 그래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걸 보면, 내가 기억 못하는 동안엔 남자 몸으로 살았던 적도 꽤 있지 싶어.”

“예...”

로드가 요한의 표정을 살폈다.

“요한, 혹시 너도 이리로 오면서 원래와 달라진 점이 있어?”

“아, 아뇨 전 여전히 남자 맞는데요!”

요한이 주춤 뒤로 물러섰다. 자기 몸을 가리려는 것처럼 손을 들었으나 어딜 왜 가려야 할지 몰라 허둥대다 도로 손을 내렸다.

“전 그저.... 로드께서 힘드시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입니다.”

“걱정은 고맙지만 나는 괜찮아.”

로드가 말했다.

“움직임도 금세 적응했고, 아발론 왕은 혈통승계가 아니라 후계 생산의 의무도 없고 정략혼의 가치도 없어서 내가 남자든 여자든 별로 달라질 것도 없어.”

“그렇습니까... 저는 몸이 완전히 바뀌면 적응할 자신이 없어서 좀 상상이 안 가네요.”

“나도 처음부터 잘 적응하지는 않았을 거야 아마. 그때의 기억은 없어서 다행일지도.”

로드가 얼버무리듯 웃었다.

“뭐, 어떤 몸이든 내가 나라는 건 변하지 않아. 나는 그걸로 충분해.”

“네. 겉모습이 어떻든 로드께선 제 로드십니다.”

“그래.”

로드가 티나지 않게 안도했다. 정답을 말한 것 같아 요한도 속으로 안도했다.

거짓을 말한 건 아니었다. 이 로드는 분명 그의 로드였다. 하지만 그래서 예전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기엔 분명 그렇지는 않았다.

 

 

-

“고민이 있으신가요?”

아무도 없는 것 같이 고요한 정원 구석에서, 요한이 고개를 들어 나무 위에 앉아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는 라플라스를 올려다보았다.

“라플라스님! 아, 죄송합니다. 혼자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혼자 한숨 좀 쉬었다고 죄송할 게 뭐 있나요. 기척을 안 내면 남에게 들려주기 싫은 혼잣말이라도 하실까봐 먼저 말을 건 것 뿐이랍니다.”

“예......”

“남에게 들려줘도 되는 고민이라면 들어드리겠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 무슨 일이라기 보다도.... 제안은 감사합니다.”

그리고 요한은 라플라스의 머리카락이 나뭇가지에 엉켜있는 걸 눈치챘다.

“아, 이게 날아가다 걸려서요.”

라플라스가 서둘러 머리카락을 풀어내고 요한의 앞으로 내려왔다.

“예쁜 척 하려고 분위기 잡고 있던 건 아니에요.”

“아, 아니 그런 무례한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홰홰 고개를 젓던 요한이 슬며시 라플라스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저... 아주 개인적인 일....도 들어주십니까?”

“성별 정정 관련 고민도 듣는걸요.”

“아, 아뇨 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정말 그런 쪽 문제인가요? 그것도 다른 누구의? 아니, 그렇다면 말하지 마세요. 요한경은 믿을만한 분인 것 압니다만 그래도 성정체성 관련 문제는 타인을 통해 들을만한 일이 아니라서.”

“아, 아뇨 그게 제 얘기... 이긴 합니다만 그게 그러니까.”

요한이 고개를 푹 숙였다.

“라플라스님께서는 그, 로드께서 다른 시간선에선 신체도 다르셨다는 것 알고 계십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요한경께 문제가 되나요?”

“아뇨. 로드께서 어떤 모습이시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모습을 보는 제게 있습니다.”

요한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외람되지만, 사실 저는 감히 로드를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라플라스가 잠깐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예, 그러시군요.”

“로드를 섬기는 기사로서 품어서는 안 되는 불경한 마음인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뜻대로 되지 않고, 제 마음을 잘 감추고 행동을 삼가서 로드께 폐를 끼치지는 않는다면 제가 혼자 사모하는 것 까지는 크게 해가 없지않을까 생각하여 계속 이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잘 감추고 계셨군요.....”

라플라스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요한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말을 계속했다.

“로드께선 혼인에 뜻이 없으시고, 아니 제가 질투를 한다는 게 아니고 로드께서 누군가를 좋아하시게 되면 물론 응원하고 힘이 닿는 대로 도와드릴 겁니다만, 그래서 누구에게 죄를 짓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음, 좀 오래된 기사도 문학 같은 데 보면 기사가 고귀하신 분을 정신적 지주로 삼아 명예를 바치며 흠모하는 이야기 같은 것도 있어서요.”

“궁정식 연애 말이군요. 정말 오래된 이야기인데, 아발론의 도서관은 놀랍네요.”

“그렇습니까? 저는 그냥 기사다움에 대해 나온 책은 전부 찾아 읽다보니 그렇게 되어서요.”

“키워드 검색의 폐해로군요. 그래서 결실 없을 사랑에 납득하고 그 마음을 잘, 크흠, 감춘 채 지내왔는데 로드께서 남성 신체로 바뀌자 요한경의 마음도 바뀌었나요?”

“아니오.”

요한이 고개를 저었다.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외양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로드를 뵈면 행복하고 발소리만 들어도 두근거립니다. 지금 마음 같아선 로드께서 아슬란 전하 같은 체격으로 바뀌셔도 근육량이 늘어 건강에 도움이 되겠다고 기뻐하고 끝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좀 정상이 아닌 것 같아서.”

“흠.”

라플라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냥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요? 여자를 좋아하듯 남자도 좋아해도 이상한 건 아닙니다.”

“네, 세상엔 남자도 여자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있고. 그런데 그 사람 말로는 좋아하는 여자 타입과 남자 타입은 꽤 다르다고 해서요. 그야 그건 그 사람 취향이고 전 똑같은 건지도 모릅니다만, 안 그래도 제 충성심이 좀 과한 면이 있는 걸 생각하면.... 이게 사랑은 맞는 걸까요? 제가 뭔가 착각해서 과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게 아니라?”

“확실히, 그건 생각해 볼 문제는 맞네요.”

라플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양하기에, 저는 누구를 좋아하고 해를 끼칠 마음이 없으면 다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한경이 고민하는 건 이게 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랑, 그러니까 사람 대 사람의 성애가 맞는지 이겠지요?”

얼굴이 빨개졌지만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생각해 봐야지요. 로드께 성욕을 느끼시나요?”

아까보다 더 빨개진 요한이 입을 딱 벌리자 라플라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욕망을 갖는 건 불경이 아닙니다. 로드와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거나, 같이 잠자리에 들고 싶어 하는 건 그분을 ‘더럽히거나’ ‘정복 하려드는’ 짓과는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네....... 알, 알고는 있습니다만...”

요한이 얼굴이 빨개진 채 말을 더듬었다.

“그래도, 어린 시절 빈민가에서 보고들은 것이 있다 보니 그렇게 간단히 마음 편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어서요.....”

“기분은 알겠지만 지금의 요한경은 명예를 아는 기사입니다. 로드께 해가 되는 일을 할 리 없으니 조금 더 자신을 믿고 솔직하게 털어놔주세요.”

“...감사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요한은 한참이나 입을 열지 못했다.

“정 말하기 힘들다면 다른 일반적인 사람을 상대로 생각해보면 어떻습니까? 로드 외의 사람이라면 남자와 여자 어느 쪽에 끌리나요?”

요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으음, 그게, 로드 외의 사람에겐 그렇게까지 관심을 둔 적이 없어서.....”

라플라스가 작게 입을 뻐끔했다.

“아, 고백을 받은 경험이라면 남녀 모두 있는데 어느 쪽도 특별히 기분이 나쁘거나 꺼려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미 로드를 마음에 두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고백을 받을 수는 없다, 말고 다른 생각은 안 들었고 말이지요?”

“바로 그렇습니다.”

“음....”

라플라스가 조금 생각에 잠겼다.

“요한경, 이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겁니다만, 요한경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성애를 느끼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인 것은 아닐까요?”

“반대라면, 남자도 여자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성애만이 사랑인 건 아닙니다. 저는 루실리카를 깊이 사랑합니다만 같이 성행위를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요한이 흠칫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무성애는 아무래도 오해를 받기 쉽지요. 연애를 하는 건 티가 나지만 안 하는 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그저 애인이 없는 이성애자로 착각하기도 쉽고. 유성애를 기본으로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제 쪽에서 보면 왜들 그렇게 성행위와 연애에 집착하는지 쪽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아, 그건 저도 비슷한 생각 한 적 있습니다.”

요한이 반가워했다.

“애정관계를 빙자해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사고들을 보면서, 저는 저런 사랑을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로드를 연모하게 되었을 때 조금, 안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마음이 로드를 향하는 한 저는 모두에게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모두에게 무해한 사람은 없습니다.”

“예. 지금은 압니다.”

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라플라스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사랑에 뭔가 결함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성애는 아닐 뿐이라면.... 하하.”

요한이 푹 고개를 숙였다.

“저, 괜찮으신가요?”

“예. 그저 제가 그동안 너무 자아성찰을 안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만큼 로드에 대한 확고부동한 사랑에 자신이 있으셨던 거겠지요.”

“그랬나봅니다.”

요한이 후련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도 이 마음 사랑은 맞는 거지요? 제가 뭔가 착각하거나 욕망을 과도하게 억눌러서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로드께 성욕을 품지 않아도 세상에 둘만 있고 싶어지지 않아도....”

라플라스의 걱정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며 요한이 뒷머리를 긁었다.

“예전에 그런 생각해본 적 있거든요. 저는 세상 다른 누구도 필요 없이 오직 로드와 둘 뿐이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로드께선 그렇지 않으실 거고 무엇보다, 세상을 도외시하고 저만 사랑해주시는 로드는 로드가 아니시겠지요. 저야 그분이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겠지만 그래도, 세상을 사람들 모두를 사랑하고 염려하시는 게 제일 그분답고 좋습니다. 네, 로드는 세상을 사랑하시고 저는 그런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 맞습니다.”

요한이 한결 가벼운 얼굴로 웃었다.

“그럼 이제 고민하던 건 해소 되었나요?”

“예. 라플라스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다면 제가 더 기쁩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지금 정답이라 생각한 것이 훗날 아니게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로드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줄 굳게 믿고 있던 것처럼 말이군요.”

“자책은 하지 마세요. 그때 요한경은 그걸로 충분했던 거고, 사람은 자신을 완전히 알 수 없습니다. 오백년을 살아도 여전히 그래요.”

“라플라스님처럼 현명한 분도 그렇다니 저는 더욱 겸손하도록 주의해야겠네요.”

“요한경은 충분히 겸손하시다고 생각합니다만... 성찰을 더 해도 문제는 없겠지요. 되도록 혼자 생각하지 마시고 주위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시고요.”

요한이 자기 마음을 남들이 모른다고 착각하던 걸 떠올리고 라플라스가 급히 덧붙였다.

“로드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네, 꼭 새겨듣겠습니다.”

요한이 약속했다.

 

 

-

“여기 계섰군요, 로드.”

첨탑 창문 아래 숨듯이 앉아 서류를 읽던 로드가 찔린 표정으로 요한을 올려다보았다.

“어... 요한 혹시.”

“미하일의 부탁으로 로드를 찾아다니고 있던 건 아닙니다.”

로드가 안도했다.

“그럼 못 본 척 해주지 않겠어? 내가 지금 이걸 끝내지 못하면 루인의 퇴근시간이 더 늦어질 거야.”

요한이 깜짝 놀랐다.

“그분이 퇴근을 하시기도 합니까?”

“....요한.”

로드가 눈을 흘기자 요한이 웃으며 양 손을 들었다.

“미하일은 로드의 건강을 생각해서 운동을 권하는 겁니다.”

“그리고 난 업무가 운동보다 더 중해.”

“운동하기 싫은 사람의 전형적인 변명입니다. ...만 로드께선 진짜 일중독도 맞으시죠.”

“요한...”

로드가 처량한 표정을 했다.

“걱정 마세요. 미하일에게 이르, 알리지 않을테니까요. 대신.”

그가 로드 옆으로 와 앉았다.

“제가 도와드려도 되는 일은 절 주세요.”

“너도 바쁠 텐데.”

“저도 로드께서 더 중하시니 하루쯤 훈련을 빠지겠습니다.”

“...다음엔 운동시간 비워놓고 일할게.”

그러면서도 쌓여있는 서류를 뒤적여 요한에게 한 부 건네주는 걸 보니 진짜로 일이 많은 모양이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제가 로드는 돕는 건 당연한 일인걸요.”

“그렇지만... 너도 요새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잖아.”

요한은 받아든 서류를 떨어트릴 뻔 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티를 냈나요?”

“그래. 날 피하...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예전보다 덜 적극적인 기색이었지.”

웃다 말고 로드가 진지한 표정을 했다.

“그래서, 이제 괜찮아?”

“네. 제가 걱정하던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음, 처음부터 제가 지나치게 생각해서 걱정했던 것 뿐이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요.”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럼 내게 온 걸 후회한다거나 그런 건...”

요한이 깜짝 놀랐다.

“절대 아닙니다! 그런 걸 걱정하고 계셨습니까?”

“응. 우리 둘 다 쓸데없는 걱정을 했나보네.”

로드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점은 날 안 닮는 게 좋았을텐데.”

“네? 제가 로드를... 닮았나요?”

“왜, 부부는 닮는다는 말도 있잖아. 꼭 유전정보를 공유하지 않아도 가족이고 오래 같이 지내면 서로 비슷해지는 거지.”

“프람은 그런 쓸데없는 걱정 같은 건 전혀 안 할텐데요.”

“그래서 다행이지. 삽질하는 건 우리 둘... 에 미하일 정도면 족해.”

“그건 그러네요.”

로드가 웃고 있는 요한을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좀 변했어. 예전 같으면 제가 로드와 가족이라니.. 하며 당황했을 거 같은데.”

“그런 비슷한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깨달았거든요.”

“그래?”

“네. 그래서 로드와 한식구가 되는 영광은 감사히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요한이 엄숙하게 말했다. 로드가 푸훗 웃음을 터트렸다.

“그거 정말 다행이네.”

로드가 요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요한도 로드의 머리 위에 자기 머리를 살짝만 기댔다.

그 상태로 두 사람은 정답게 업무를 처리했다.

운동 시간에 도망간 로드를 찾아헤매던 미하일이 그들을 찾아내어 잔소리를 퍼붓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