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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한국어
Stats:
Published:
2023-11-13
Words:
1,055
Chapters:
1/1
Kudos:
2
Hits:
99

후회없는 선택을 위하여

Summary:

악몽 6-12 스포일러

빛프라우<-> 카멜롯 로드 <- 암요한

카멜롯의 군주는 어떻게 요한을 설득했나.

Work Text:

 

“자, 이만하면 우리의 입장과 목적은 대충 다 설명한 것 같고.”

‘카멜롯의 군주’가 요한 발켄슈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때. 우리와 합류할 뜻이 있어?”

요한은 그를 둘러싼 이방인 무리들을 눈으로 훑었다.

이방인. 이들을 설명하기에 그보다 적합한 말이 없었다.

아까 자신과 싸운 자가 동방의 복식을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서대륙의 기사, 동대륙의 왕녀, 모두 요한이 알고 눈에 익은 사람들이건만 달랐다. 이 세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 또 다른 자신이 그렇듯이. 이 세계에서 났는데도 그자에게 밀려난 자신이 그렇듯이.

아발론의 군주와 그 기사들을 그대로 검은 거울에 비춘 것만 같은 사람들을 보며 요한 발켄슈트는 고민했다.

‘여기에는 내 자리가 있을까?’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자신의 갈망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요한이 물었다.

“너희들만으로도 이미 실력도 수단도 갖춘 것 같은데, 왜 내가 필요하지? 내가, ‘요한’이라서인가?”

“아하하.”

카멜롯의 군주가 웃었다. 요한이 아발론의 군주에게선 보지 못한 티없는 웃음소리였다.

“뭐, 솔직하게 말할게. 맞아. 네가 ‘요한’이어서야.”

요한의 마음에 돌을 던져두고 그가 자기 기사들을 돌아보았다.

“보다시피 내겐 요한이 없거든. ...정말 찾기 힘들었다는 건 알아줘.”

“그럼, 다른 요한이 만약.”

“말했잖아, 찾기 힘들었다고.”

카멜롯의 군주가 요한의 말을 자르고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 ‘너’는 내게 유일한 존재야. 다른 요한 같은 건 없어.”

그 얼굴 그 목소리가 간절히 자신을 원하는 모습을 보며 요한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어-이 로드으--!! 나 왔어~~!!!”

노랗고 까만 게 날아와 카멜롯의 로드에게 달라붙었다. 막 입을 떠나려던 말을 쏙 삼키고 요한은 갑작스레 난입한 인물을 보며 얼이 빠졌다.

“프라우, 중요한 이야기 중이었는데.”

“그래서 나 안 보고 싶었어?”

프라우가 매달리자 로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그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그래 보고 싶었어. 잘 다녀왔어.”

그리고 로드가 프라우의 볼을 꼬집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계획대로는 안 했고.”

“아하하하 타임 타임. 그래도 목표는 달성했다고? 글고 이게 내 매력이잖아, 이 편이 더 재밌기도 하고.”

프라우가 로드의 손을 떼어내곤 그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

“그니까 나 잘했지?”

“잘한 건 아닌데...”

“그래도 잘했다고 해주라.”

칭찬하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 라는 눈빛을 반짝반짝 빛나는 프라우의 기세에 밀려 로드도 어쩔 수 없이 웃으며 프라우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프라우가 요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 이건 못 보던 까망이네. 새로 줍게?”

“원탁의 마지막을 채워줄 귀한 인재야. 너무 놀리지 마.”

로드가 프라우를 밀어내며 요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놀랐어? 프라우가 악의가 있어 이러는 건 아니야. 동료가 될 사이니 친근하게 구는 것에 가깝지. 음. 프라우뿐 아니라도 내 기사들은 다들 개성이 강해서 같이 지내면 재밌는 일도 많을 거야.”

“오, 라샤드 있으면 그거 허위광고라고 태클 건다.”

프라우가 낄낄 웃었다.

“없어도 네가 걸잖아...”

로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프라우가 그 모양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애정행각은 적당히 해두고 신입 기사에게 관심을 주시는 게 어떨까요. 난감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요.”

루인이 지적하자 로드가 쓴웃음을 짓고 프라우를 밀어내었다.

“그러게, 프라우 넌 이따 놀아줄게. 사람 불러놓고 불편하게 만들었지. 미안해, 요한.”

“아, 아니... 불편한 건 아닌데...”

누가 봐도 불편한 표정으로 요한이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 여기, 아니 카멜롯에선 기사들끼리, 아니 기사와 군주가 격의 없이 신체 접촉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인가?”

“푸하핫!”

로드가 뭐라 말하기 전에 프라우가 먼저 웃어 굴렀다.

“아니, 내가 있던, 그러니까 제국에서 황제 폐하는 그러지 않으셨단 말이다!”

그리고 아발론의 군주는 자기 기사들을 지극히 아끼고 가까이 하기는 했지만 그 중에 애인이 있지는 않았다. 아발론에도 ‘프라우’는 있고, 로드와 무척 가까운 사이라고는 들었지만...

“격의없이 신체 접촉이래, 애정행각이라고 대놓고 들어놓고. 까망이 이거 진짜 웃긴 놈이네.”

신나게 웃어대다 프라우가 요한에게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나랑 로드는 그냥 격의없는 사이가 아니야. 애.정.행.각.을 하는 사이지.”

프라우가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길게 입을 벌려 웃었다.

“왜 못 알아들은 척 해? 카멜롯에서 아발론의 로드를 기대했어? 아니면 모르는 척 하고 너도 ‘격의없는 신체접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로드가 독신이면 네가 끼어들 수 있을까 생각했어?”

프라우가 뒷걸음질 치는 요한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미안하지만 이 로드는 이미 임자가 있어. 그것도.”

“프라우.”

카멜롯의 로드가 프라우의 뒷덜미를 잡고 잡아당겨 요한에게서 떼어냈다.

“계획을 망치는 건 한 번으로 족해. 지금은 들어가 있어.”

“에.”

“에가 아냐.”

로드가 표정을 굳히고 프라우를 바라보았다. 프라우가 쳇, 하고 입을 비죽 내밀었다.

“뭐, 로드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그러고 생긋 웃은 프라우가 로드의 손을 잡아 들어올렸다. 눈으로는 요한을 노려보며 프라우가 그 손등에 키스하고 뒤로 물러났다.

로드가 요한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 그래서 요한.”

“정말로... 저 광인이 너의 애인인가?”

요한이 묻자 로드가 한숨을 쉬었다.

“프라우는 광인이 아니야. 그저... 조금 남들이 쉽게는 이해 못할 언행을 하고 다니는 것뿐이지. 그리고 프라우가 내 애인인 건 맞아.”

“어째서 저런 자를...”

“요한. 프라우가 이상하게 보이는 건 이해하지만 나는 기사로서 애인으로서 프라우를 아껴. 그 이상 말하면 화낼 거야.”

카멜롯의 로드가 단호하게 말했다.

“내게 애인이 있는 게, 네가 카멜롯에 들어오는 데 문제가 되나?”

요한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 아니.”

“그럼 결심은 섰어?”

요한은 로드를, 프라우를, 루인과 다른 카멜롯의 기사들을 쭉 돌아보았다.

요한은 망설였다.

아까는 확실히 결심했다 생각했는데, 저자에게 아발론의 로드를 겹쳐 보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그가 자기 기사와 사귀든 말든 자기랑 아무 상관도 없는데.

“미련이 남았나보네.”

카멜롯의 로드가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쪽의 나나 다른 요한을 만나보고 싶으면 그렇게 해. 일정이 촉박하긴 하지만 그 정도 기다려줄 시간은 있어.”

“그래도 되나?”

자기를 놔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요한은 놀랐다. 자기라면 이야기를 다 들은 시점에서 합류하든가 아니면 죽든가 양자택일을 시켰을 것이다. 자기가 이 정보를 들고 아발론의 군주에게 가버리면 이들은 큰 낭패를 볼 테니까.

“물론이야. 한 점의 후회도 강요도 없이 오직 자기 마음에 따라 결정해야 진짜 결정이지 않겠어.”

카멜롯의 군주가 손을 내밀었다. 정복과 장갑으로 손끝 하나 드러내지 않는 아발론의 군주와 달리 완전히 노출된 흰 팔이 요한의 시야를 메웠다.

카멜롯의 군주가 요한의 손을 잡았다.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게 요한을 보내놓고 로드가 프라우를 마주했다.

“왜 방해했지?”

“방해라니, 난 그저 로드가 너무 보고 싶어서 곧장 달려왔을 뿐인데...”

“프라우.”

프라우가 혐의를 인정하듯 쓴웃음을 지었다.

“요한이 안 들어온다 하면 네 탓이야.”

“그건 아니지. 놔준 건 로드잖아? 기다려준다느니 여유 안 부리고 그냥 끌어다 원탁에 앉혔으면 어영부영 앉았을걸. 자기가 왜 망설이는지도 모르는 꼴이던데.”

“그렇긴 했지.”

로드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요한이라 내가 조금 마음이 약해졌나봐.”

“좋은 쪽을 보라고. 대신 들어와서 사실을 안 다음에 충격받고 방황하고 배신하는 일은 없을 거잖아.”

“요한이니까 일단 우리 편에 서겠다고 결정하고 나면 그 정도 충격으론 배신까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만.”

“아이고 그 충격이 어떤 충격인데. 로드는 인간의 마음을 몰라.”

프라우가 로드를 폭 끌어안았다.

“프라우.”

“질투하는 인간의 마음을 몰라.”

“...거기엔 반박할 말이 없군.”

로드가 프라우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었다.

“그래도, 올 거라고 생각해.”

로드가 말했다.

“요한은 자기가 아발론의 군주를 어쩌고 싶은 건지, 아니지, 아발론의 군주가 자기를 어떻게 해줬으면 하는지 몰라. 아니었음 이만큼도 내게 넘어오지 않았겠지. 그러니 올 거야. 반드시.”

“그걸 알면서 아무 말도 안 해주고, 원래 사기쳐서 들일 생각이었어?”

“사실은 그래.”

로드는 시원스레 인정했다.

“자기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원하는 걸 가질 수는 없지 않겠어?”

로드가 씩 웃었다. 프라우도 따라 웃었다.

“그렇지. 우리 악독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로드.”

프라우가 로드의 목에 팔을 감아 끌어당겼다. 로드도 기꺼이 고개를 숙여 프라우에게 마주 키스했다.

키스가 길어지기 전에 로드가 프라우를 밀어냈다.

“라샤드 돌아올 때가 됐어. 더 하면 잔소리 들을 거야.”

“에.”

“자, 일이 우선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걸 가지러 가야지.”

로드가 손을 내밀었다. 프라우가 그 손을 마주잡고 그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