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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에게 있어서 패배란, 빠르고,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패배란 바퀴가 트랙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느낄 때, 충돌의 둔탁한 충격으로 숨이 폐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때, 엔진 소리가 잦아들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이었다. 달리다가, 더 이상 달리고 있지 않을 때.
멈춰 선 감각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 언제까지고 달리기 위해서 샤를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샤를은 멈추지 않았다. 카트에서 싱글 시터로, F2에서 F1으로, 자우버에서 페라리로.
샤를 르클레르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가 패배했다는 사실을 아주 뒤늦게 자각했다.
어릴 적 샤를은 친척 집의 발코니에서 모나코 그랑프리의 서킷을 달리는 차들을 내려다보며 그 차를 탄 자신을 상상하면서도, 그것이 말 그대로 상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잠들기 전 그가 단 한 번의 그랑프리도 우승하지 못한다면, 포디움을 밟아보지도 못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상상한 실패한 삶 속에서 샤를은 언제나 우승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있었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실패를 너무 경계한 나머지, 샤를은 실패에는 많은 형태가 있음을, 패배의 길에도 색종이 조각이 흩날리고 샴페인 향이 날 수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맥스 베르스타펜의 은퇴 발표는 아주 평범한 날의 오전에 찾아왔다. 날씨조차도 평범한 날에.
그가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돌고 있었다. 그의 새 계약 발표가 몇 달째 지지부진 미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기자는 자신이 왜 이것을 베르스타펜의 은퇴 조짐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기사를 썼다. 기사에 관한 멘션의 절반은 팬들의 비난이었고 절반은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그 기사를 읽지 않았다. (샤를은 그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샤를은 기사를 클릭해서 끝까지 읽었다. 그리고 창을 끄면서 역시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은퇴 소문을 나르면서도, 베르스타펜이 진짜로 은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걔가 벌써 은퇴 루머가 돌 나이가 됐나? 사람들은 말했다. 시간 빠르네. 그리고 은퇴보다는 그저 연봉 협상의 문제, 혹은 이적을 고민하는 문제일 거라고 얘기하면서, 그가 이적한다면 어느 팀으로 가야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해 여러 댓글에 걸쳐 토론을 나눴다. 누군가가 그런 이적이 실제로 일어나겠느냐고 지적하면서 댓글은 수십 개로 늘었다. 샤를은 이 모든 걸 지켜보았다. 그 정도의 소문이었다.
샤를은 베르스타펜의 은퇴 발표에 대한 기사는 읽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를 끄고 침실로 가서, 휴대폰을 침대 위로 집어던졌다. 휴대폰은 매트리스를 맞고 튕겨져 나와 침대의 다른 쪽으로 떨어졌다. 샤를은 휴대폰이 깨졌는지 어쨌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개 같은 일이었다.
그랑프리 주말이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맥스는 서킷의 모든 미디어의 타겟이었다. 그와 조용히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러기에 이번 주말만큼 최악인 때는 찾기 힘들 것이다. 물론 샤를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는 패독 어디를 가던 들려오는 맥스의 이름을 꿋꿋하게 무시했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순간이 올 때까지.
챔피언 자리를 놓친 직후의 기자 회견도 이렇게 싫지는 않았었는데. 그는 맥스의 옆자리에 앉아서 오직 정면의 기자들만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가 그렸던 가장 희망찬 그림은 기자들이 이른 나이에 돌발적으로 은퇴 선언을 한 맥스에게 너무나 집중하느라 자신이 그 옆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오늘만큼은 그 누구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목요일의 기자 회견 자리에 의도 없는 구성이란 없었다.
“-샤를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카트 시절부터 오랜 라이벌이었던 맥스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오랜 라이벌. 지겨운 단어였다.
샤를은 그들이 - 아니지. 자신이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그렇게 묶이게 되었던 것을 기억했다. 그들은 언제나 서로의 삶 안에 있었다. 나이와 재능이 비슷했던 만큼 카트 레이스에서부터 자주 마주쳤고, 곧 서로를 기억하게 되었다. 샤를은 종종 레이싱과 아무 관련 없는 일상 속에서 맥스를 생각했다. 그는, 그 상상을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언젠가 포뮬러 원에서 지금과 같이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샤를이 데뷔하면서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그때는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그렇게 싫지 않았었다.
무엇인가 들을 만한 대답을 해야 한다. 샤를은 입술을 적셨다.
“맥스는... 좋은 선수였고, 겨루기 즐거운 상대였어요. 그의 은퇴는 이 챔피언십에 큰 손실이죠. 너무 이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음, 선택에는 그만의 이유가 있겠죠. 은퇴 이후에 뭘 할 계획인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하면서 샤를은 반쯤은 본능적으로 맥스 쪽을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를 전혀 쳐다보지 않는 것은 말하는 사람에게나 지켜보는 사람에게나 어색한 일이었다. 그가 본 맥스는, 그가 늘 앉아 있는 그 자세 그대로 앉아서, 자신의 은퇴에 대해 말하는 샤를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눈이 마주쳤다. 맥스의 표정은 덤덤했다. 은퇴하는 게 자신이 아닌 것처럼. 이게 다 무슨 소란인지 싶다는 듯이.
샤를의 말을 별로 듣고 있지 않다는 듯한 얼굴로.
샤를은 재빨리 다시 정면을 보았다. 맥박 소리가 귀에서 울렸다. 피가 빠르게 도는 게 느껴졌다.
“그곳에서는 성공을 거두기를 바랍니다. 그는... 우리는 그가 그리울 거예요.”
됐나요? 그는 그런 의미로 자신에게 질문한 기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면서 애써, 맥스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기자들은 다행스럽게도 그 시간을 샤를에게 쓰지 않았다. 샤를은 그저 회견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가 일어섰다. 맥스와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로, 그는 돌아갔다.
은퇴 발표 직후의 그랑프리 주말이 지나자, 남은 시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태연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사실 드라이버의 은퇴야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소란 피울 이유가 없었다.
맥스 베르스타펜이라는 이름 하에 챔피언십 타이틀이 있었다면 반응이 달라졌을까? 샤를은 은퇴 후에 패독을 다시 찾는 드라이버들을 떠올렸다. 더 이상 현역이 아닌 드라이버들은 그들의 가장 큰 업적이 수식어로 붙었다. 맥스 베르스타펜의 경우에는... 그랑프리 다수 우승자 정도가 될 테였다.
샤를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반드시 찾아올 미래에는 자신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과 싸웠다.
샤를이 챔피언 자리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해, 그는 그가 가진 것을 모두 바쳐 임했지만 차 성능의 근본적인 차이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시즌 최후반부, 체커드 기를 가장 먼저 받으면서도 샤를은 그가 또 한 번 패배했음을 알았다. 차에서 내려 새롭게 챔피언이 된 드라이버를 의무적으로 축하하던 순간보다 그를 더 비참하게 했던 것은 그 날 3위를 했던 맥스가 포디움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눈이었다. 그 해 맥스가 올랐던 몇 안 되는 포디움 중 마지막이었다. 그는 동정이나 비웃음 따위는 전혀 없는, 다만 낯설지 않은 광경을 알아보는 눈으로 샤를을 보았다. 두 번째로 빠른 팀의 가장 빠른 드라이버. 맥스가 이미 여러 번 겪었던 위치였다.
언제부터인가 샤를은 맥스를 보면서 그를 미워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랑프리 우승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것들이 모여 챔피언십이 된다는 말을 믿던 이십 대의 초, 맥스는 그가 이겨내야 하는 장애물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그는 맥스의 기록으로부터 깎아내지 못한 모든 밀리초들을 경멸했고 자신이 어떤 드라이버인지에 대해 생각할 때 습관적으로 맥스를 비교 대상으로 떠올렸다. 맥스는 샤를이 자신을 보는 방식이었다. 어떤 증거도 없었지만 샤를은 맥스 또한 그러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떤 의미에서 그건 여전했다. 샤를은 여전히 맥스로부터 자신을 보았다. 다만 이제는 자신이 그와 어떻게 다른지보다는, 자신이 그와 무엇을 공유하는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뿐이었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미워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다. 대신 반드시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로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맥스와의 드문드문한 메시지 내역은 그 사실을 반영했다. 스크롤 한 번으로 샤를은 몇 년 전에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을 들여다보지 않으며 샤를은 자판을 두드렸다.
- 어디야?
그는 그 목요일 기자 회견에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다지 친밀하지는 못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둘의 사이에, 샤를의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단어 선택 덕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사소한 논란이었지만 한쪽이 은퇴하는 판에 굳이 찜찜함을 남길 이유는 없었다. 적어도 샤를은 그렇게 생각했다.
샤를이 메시지를 보냈던 건 그랑프리가 끝난 일요일 오후였다. 답장은 다음 그랑프리 주말이 되어서야 왔다.
- 왜?
그 대꾸를 생각해 내는 데에 일주일이 넘게 걸렸냐? 샤를은 그의 변하지 않는 재수 없음을 욕하고 싶었지만 그런 무의미한 일에 쓸 의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맥스의 무례를 못 본 척해 주겠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답했다.
- 할 얘기가 있는데 언제 시간 돼?
- 꼭 만나서 해야 되는 얘기야?
샤를은 이를 약간 악문 채로 답장을 쳤다. 그렇게 물은 이상 양보할 수는 없었다.
- 맞아.
잠깐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 것처럼 맥스는 몇 분 후에 메시지를 보냈다.
- 경기 끝나고 봐.
‘경기 끝나고’가 정확히 언제인지 샤를은 묻지 않았다.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경기를 끝마치고 모든 회의가 끝나고 팀이 다음 서킷으로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맥스로부터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샤를은 처음에는 이대로 언제까지고 기다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곧 이 짓을 다음 그랑프리 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 나 지금 호텔인데. 곧 공항으로 출발할 거라 길게는 얘기 못 해. 상관없으면 와.
샤를에게 유일한 위안거리는 그들이 같은 호텔에서 묵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맥스가 알려준 호실을 찾아가면서 그는 잠시 대화고 뭐고 맥스를 한 대 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했다.
문을 열어 준 맥스는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고 도로 방 안으로 향했다. 샤를은 문을 닫으면서 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가 뒤늦게 그게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깨달았다. 여긴 그저 다 똑같은 호텔 방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나마 있던 투숙객의 흔적도 지금 맥스가 전부 여행 가방 안으로 쑤셔 넣는 중이었다.
그걸 지켜보다가 샤를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지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맥스의 호텔 방 안에 서 있었다.
“할 얘기라는 게 뭔데?”
샤를은 자신이 하려고 했던 얘기에 대해 생각했다. 처음부터 사소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입 밖으로 내려니 이보다 우스운 게 있을까 싶었다. 그는 고개를 젓고 싶은 것을 참고 말을 꺼냈다.
“내가 네 은퇴에 대해 했던 말을 네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서.”
“무슨 말?”
그를 돌아보는 맥스의 표정을 보면 정말로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때... 목요일 기자 회견에서. 네 커리어는 끝났고 네가 그걸 알기 때문에 일찍 은퇴하는 거라는 의미로 한 말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네가 그걸 보고 혹시라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난 어디까지나 표면 그대로의 뜻으로 한 말이니까.”
맥스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피식 웃었다.
“넌 진짜 한결같다.”
“뭐가?”
“순진한 척하는 거.”
샤를은 입을 다물었다. 맥스는 뒤를 돌아 그를 마주했다. 비웃음이 그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그렇게 완벽한 척하면서 사는 거 안 지겨워? 그냥 네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나 해. 비밀로 해 줄 테니까.”
“무슨 소리야?”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왔다는 얘기를 나더러 믿으라고?”
샤를은 이 근거 없는 비난에 화가 나서 입을 열었다. 그는 맹세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여기 온 게 아니었다. 그러나 반박하려는 순간 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혀 위로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샤를이 그 평범한 오전 자신의 집에서 맥스의 은퇴 발표 소식을 처음 읽었던 때 이후로 줄곧 그의 뱃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의문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왜 은퇴하는 거야?”
맥스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샤를은 그가 이 질문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했던 그는 이제 샤를을 노려보고 있었다. 맥스의 침묵으로부터 기세를 얻은 샤를은 다시 덤볐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었다.
“네가 해 보라며. 왜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했어? 언론에다 대고 한 대답을 다시 들려달라고 하는 질문 아니야.”
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 그게 맥스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이유였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맥스는 그의 포뮬러 원에서의 커리어가 이미 십 년을 넘었다는 점 등에 대해서 언급하며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뭉술하게 내놓았다. 샤를은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은퇴하면, 뭘 할 건데? 내구? 거기서 우승이라도 하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너 같은 놈이? 진짜로 그런 머저리 같은 기대를 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왜 화가 났지? 왜 화를 내고 있을까? 샤를은 말 없이 계속해서 자신을 노려보는 맥스의 시선을 맞받아치면서 생각했다.
“내가 과분한 말을 해 준 거지. 너는 그냥 도망치는 건데. 남이 끝내버리기 전에 네 손으로 끝내려고.”
“멍청한 건 너지.”
맥스는 음절을 씹어 뱉었다. 샤를은 그들 사이의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리로 피가 몰리면서 눈 앞에 선 맥스를 중심으로 시야가 좁아졌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과거에 묻어 두었던 익숙한 감각이었다.
샤를은 그들이 서로를 증오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현실을 인정 못 하는 건 너라고. 넌 그냥 고집 센 어린애나 마찬가지야. 끝난 걸 끝났다고 인정할 줄 모르는.”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견디지 못하고는 했다. 상대방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도, 그가 언젠가는 자신에게 졌음을 인정하는 꼴을 보기 위해 그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서로를 증오하는 데에 쓸 마음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증오처럼 느껴지는 감정의 파편들은 전부 바닥을 보일 줄 모르는 자기혐오의 투영에 불과했다.
그들은 같은 저주로 엮여 있었다. 우승은 늘 한 뼘 거리로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졌다. 둘은 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서킷 위에서 얽혔다. 하지만 그들의 전투는 언제나 전쟁의 승패와는 관련 없는 가장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샤를은 곧 그것이 그가 맥스와 같은 수렁에서 익사하고 있다는 징후임을 깨달았다. 서로를 밟고 올라갈 수도 없고, 붙잡아 끌어내릴 수도 없는 곳에서. 천천히. 함께.
“미련한 짓 하는 건 네 자유지. 네가 무슨 꿈을 꾸던. 나까지 그 헛된 꿈을 같이 꿀 이유는 없어."
그렇게 말하면서 맥스는 샤를의 어깨를 두 손으로 밀쳤다. 샤를은 언제 자신이 그렇게 맥스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맥스는 그런 샤를을 지켜보지 않고 몸을 돌렸다. 짐을 마저 챙기는 그의 손길은 숨길 수 없이 거칠었다.
샤를은 내장을 찢는 이 아린 배신감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는 맥스에게 배신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맥스는 그를 배신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은 맥스가 그를 - 그들을 버리고 떠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샤를은 떠났다. 내가 무릎을 꿇고 빌 수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엘리베이터 안에 멍하니 서서 샤를은 맥스가 없을 내년의 그리드를 상상했다. 그러다 그가 맥스 베르스타펜이 없는 그리드에 단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함께 무언가가 될 수 있었어. 우리 둘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무언가가.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