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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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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5-01-03
Words:
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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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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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워라밸의 문제

Summary:

로드가 몰래 야근을 시도하다 루인에게 걸림

Notes:

(See the end of the work for notes.)

Work Text:

 

 

암막 커튼 ok.

방음 결계 ok.

문도 확실히 다 잠갔고 이제 이 침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밖에서 알아차리고 끼어들 방법은 없다. 로드는 안심하고 탁자로 돌아왔다.

그 위에는 밀린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로드의 일이 많기는 해도 평소에는 이 정도로 밀리지는 않는다, 처리 속도도 빠르고 일정에 맞춰 배분을 잘 해 두니까.

그런데 이번엔 그 일정이 조금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예측 못한 사건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놀아서 이렇게 된 거니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지만.

그래서 로드는 몰래 야근을 하려는 중이었다. 하루쯤 잠을 안자더라도 크게 티는 나지 않을 테니, 현장을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도 모르게 밀린 일을 처리하고 평소 일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로드, 안 주무시고 뭘 하시는 겁니까?"

"히익!"

바로 옆에서 들린 루인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로드가 집중에서 깨어났다. 그가 당황해서 침실 문을 돌아보았다.

"부, 분명히 잠갔는데."

"예. 이곳은 왕의 침실이라, 아발론의 국왕이 허락하지 않은 사람은 드나들 수 없게 되어있지요."

그리고 루인은 그 마법을 건 장본인이자 초대 국왕이었다. 로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놀랐잖아."

"죄송합니다. 그래서 로드께선 이 밤중에 무엇을 하고 계신 겁니까."

로드가 하던 일을 내려다보았다. 루인도 쌓인 일을 내려다보았다.

"그, 일이 조금 늦어져서 해놓느라고..."

"조금, 입니까 이게?"

"진짜 얼마 안 남았어, 금방 끝낼 수 있다고!"

"..."

어딜 봐도 얼마 안 남은 게 아닌 일을 보며 루인이 '로드를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로드 지금 헛소리 하십니다' 표정을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루인의 충심을 전해 받고 로드가 쪼그라들었다.

"그, 어쩌다 하루쯤 밤을 샌다고 해서 건강에 문제 생기는 건 아니니까."

"로드께선 이미 충분히 과로하고 계십니다."

루인이 로드의 택도 없는 변명을 끊었다.

"애초에,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로드께서 몰래 야근을 하셔야만 할 정도로 과도하게 업무 일정을 잡지는 않았습니다만."

".......최근에 파견에서 복귀한 기사들이, 오랜만에 같이 시간을 보내달라고 해서."

루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께선 어리광에 너무 약하십니다."

"아니 그래도."

"막상 저는 로드께서 늘 이렇게 바쁘시니 감히 놀아달라고 조르지도 못하는데, 그 틈을 타서 다른 기사들은 로드를 꼬여내서 함께 놀고 있었다니."

"아니, 그....."

"어쩌겠습니까, 이런 분인 줄 모르고 마음을 바친 것도 아닌 것을요."

그렇게 말하며 루인이 쌓여있는 일의 탑을 차곡차곡 챙기기 시작했다.

"로드께선 주무십시오. 이건 제가 해놓을 테니."

"아니, 안 돼."

로드가 루인의 손을 잡아 제지했다.

"이건 내 일이고 내 책임이야."

"제가 월권을 할까봐 걱정하시는 건 아닐 테고, 과로 문제라면 로드보다는 제가 하는 게 낫습니다."

"그렇지만 노느라 일정을 못 맞춘 건 나잖아. 내 잘못을 루인에게 책임지게 하고 싶지는 않아."

"군주의 실책을 책임지기 위해 신하가 있는 겁니다."

"아니지, 군주가 잘못하면 군주가 책임져야지 왜 신하가 책임져."

"하지만 그게 군주제인데요."

"..."

애석하게도 이건 루인의 말이 옳았다. 역시 이놈의 군주제와 신분제를 언제고 완전히 없애버리고 말리라 결심하며 로드는 루인을 설득할 말을 찾기 위해 바삐 머리를 굴렸다.

그러는 새 루인이 일을 챙겨들었다.

"그러니 로드께서는 지금이라도 쉬십."

"루인이 일하면 내가 루인하고 놀 수가 없잖아."

루인의 움직임이 멎었다.

"일하느라 취침이 늦어지는 게 안 된다면, 노느라 취침이 늦어지는 것엔 어떻게 생각해?"

이걸 혼자 다 하려면 취침이 늦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루인은 말하고 싶었다. 허나 그리 말하기에는 로드가 암시한 내용이 너무 유혹적이었다.

"...저는 그저 로드를 업무 걱정 없이 주무시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말입니다."

루인이 일을 내려놓았다.

"그리 유혹하시면, 제가 로드의 수면시간을 줄이는 주범이 되는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기사들과 놀기 위해서는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나의 행정관과 놀기 위해서는 줄일 수 없으면 안되잖아."

"제 질투심보다는 로드의 건강이 중요합니다."

"말했잖아, 하루쯤 밤 샌다고 건강을 해치지는 않아."

로드가 장갑 한 쪽을 벗고 맨손으로 살며시 루인의 손끝에 손끝을 맞댔다.

"물론 루인이 싫다면."

"싫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즉답하고 루인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하에게 일을 떠넘기지 않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왕도 드물 겁니다."

"내가 드문 점이 그것만은 아니지."

"예, 그렇지요."

루인이 피식 웃고 로드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럼 남은 일은 내일 낮에 같이 하는 것으로 합시다."

"좋아."

로드가 일어나자 루인이 그를 안아들고 침대로 향했다.

그러면서, 루인은 로드를 얼마나 깊게 재워야 그가 아침잠을 자는 동안 자기가 저 남은 일을 싹 해치울 수 있을까 계산하기 시작했다.

 

 

Notes:

링피트에서 링(여로드와 성우 같음)이 운동 절반 남았을 때 '얼마 안 남았어!'라고 소리치는 게 킹받아서(반이나 남았잖아! 니가 힘든 게 아니라 이거지!) 로드가 일하다 헛소리 하는 걸 쓰려고 했는데 막상 쓰고나니 그 대사는 별 임팩트가 없네요;;

상과 벌 하고 Be my (not) Valentine하고 해서 로드와 루인의 업무 배틀 시리즈로 묶어도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