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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dom:
Relationships:
Characters:
Additional Tags:
Language:
한국어
Stats:
Published:
2025-04-29
Completed:
2025-05-29
Words:
4,355
Chapters:
4/4
Kudos:
9
Bookmarks:
1
Hits:
102

초상권

Summary:

라르곤이 아발론에 소환된 직후, 브랜든이 아니라 브란두흐를 먼저 만나버리다.

Chapter Text

 

 

 

영혼이 쪼개지는 건 엄청나게 고통스러울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러나 세상을, 동료들을, 소중한 친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고.

다들 뒤를 부탁해요.

주문 첫 마디를 읊은 다음에야, 혹시 영혼이 쪼개져 흩어지면 환생도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렇다고 중단할 수는 없었다. 이 방법이 아니면 모두 죽을 테니까. 그것만은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 하니까.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지켜질 수 있을까?

 

 

멈춰진 시간 속에서 라르곤은 거대한 시계 같은 것을 올려다보았다.

"어라, 사후세계라는 거 이런 모습이었나...."

-라르곤 에스테리아.

누군지 모를 목소리가 울렸다.

-당신과 인연이 이어진 사용자가 찾으러 왔어.

라르곤이 눈을 크게 떴다.

-소환에 응해주겠어?

"브랜든이요? 브랜든이 절 데리러 왔어요?"

그 목소리는 잠시 응답이 없었다.

-이곳에 개체 브랜든 카스가 존재하고 당신이 소환에 응할 경우 그와 재회할 수 있는 건 맞아.

"갈게요."

이곳이 사후세계인지, 자신의 영혼은 어떻게 된건지 알 수 없는 건 많았지만 아는 게 없어도 결정을 내리는 건 쉬웠다.

"어디든."

-그래.

초월체 추가접근 권한 생성 완료

빛이 터져나오고, 그의 존재가 어디론가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트였을 때, 그의 눈 앞에는 여행자가 서 있었다.

"어, 여행자님?"

놀라 그 쪽으로 다가가려다 바닥에 낙차가 있었는지 내딛은 발이 흔들렸다. 그가 휘청이자 여행자가 손을 뻗어 라르곤의 손을 잡았다.

"어, 어어?"

둘의 손이 맞닿자, 어딘지 모를 밤하늘 가운데 같던 공간은 벽과 바닥으로 둘러싸인 현실의 장소가 되었다. 라르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행자가 활짝 웃었다.

"와주셔서 고마워요."

"어, 인연이 이어진 사람이란 게 여행자님이었나요?"

라르곤이 물었다.

"그럼 여기는.."

"아발론이에요. 그, 엘펜하임 남쪽에 있는 나라요."

그가 잠시 말을 떼었다 덧붙였다.

"저는 여기 왕이고요."

"네? 와, 왕이요?"

라르곤이 기겁했다.

"아니 언제 왕까지 되셨어요? 어, 우리 싸운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나요?"

"아..."

로드가 난처한 얼굴로 웃었다.

"시간은 많이 지났어요. 한 50년 쯤."

라르곤이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전 원래, 그러니까 기억 잃기 전부터 왕이었어요. 그 때 이후로 왕이 된 건 아슬란이고요."

"네에에?!"

"50년이 지났는데 제가 그 때와 똑같아 보이는 이유는 제가 원래 지금 사람이었다가 과거로 날려가서 그래요. 온달이 과거에서 날려왔듯이."

라르곤은 혼란에 빠졌다. 이해한다는 듯 로드가 멋적게 웃었다.

"음... 가면서 이야기 할까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텐데."

그 말에 라르곤의 귀가 번쩍 뜨였다.

"저 여기, 브랜든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아요."

로드가 라르곤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소환실을 나와 왕성의 시종에게 기사단에 가서 브랜든을 불러달라 말을 하고 로드가 라르곤을 개인 응접실로 데려갔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바로 기사단으로 가겠지만 라르곤은 먼저 브랜든과 단둘이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복도를 걸으며 로드가 아발론과 현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라르곤은 이전 동료 대부분도 여기 모여 있으며 자기가 이곳의 기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만 겨우 알아들었다.

로드가 응접실 문을 열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브랜든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로드가 멈칫했다.

"응? 왜 그러세요?"

라르곤이 응접실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안에는 선객이 있었다.

고풍스러울 정도로 격식 차린 검은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긴 검은머리 남성이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날카롭게 눈꼬리가 올라간 붉은색 눈과 마주치고 라르곤은 응접실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브랜든!!"

상대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라르곤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어떻게, 저주를 푼 거야? 축하해! 정말 잘됐어!"

상대가 놀라 입만 뻐끔거리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라르곤은 환하게 웃으며 기쁨의 말을 쏟아냈다.

"50년이 지났다더니 그동안 해낸 거구나. 정말... 꿈만 같아. 원래 어른이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니 안 믿었다는 건 아니고. 아무튼 꿈만 같다.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아, 아니 잠시만... 위험하니 떨어져라."

브란두흐가 조심스럽게 라르곤의 어깨를 잡고 밀었다.

"위험이라니? 뭔가.. 혹시 저주 완전히는 못 푼 거야?"

위험하대서가 아니라 순전히 상대가 불편해하는 것 같아 라르곤이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브란두흐가 일어서자 그는 다시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제 땅도 딛을 수 있고..."

"아니, 잠시만 내 말을 먼저 들어라."

브란두흐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네가 찾는 그자가 아니다."

"......응?"

"네가 그 망령의 왕이 찾던 정령사인 모양이군. 짐은 종언의 마왕이라 불리는 자, 망령의 왕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다."

라르곤은 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거기에 브란두흐가 쐐기를 박았다.

"나는 이곳의 사람이 아니고 너와는 인연이 없다. 남으로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하, 하지만 완전히 똑같은데..."

"저, 라르곤."

로드가 살며시 라르곤의 팔을 잡았다.

"이 사람은 브랜든이 아니에요. 브란두흐 카디아라크... 이긴 한데, 그러니까 같은 이름과 기원을 공유하긴 해도 다른 세계에서 다른 문제를 겪었고 삶의 궤적이 너무나 달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게 된 거에요."

로드가 안타까운 눈으로 라르곤을 보았다.

"그의 말대로 다른 사람으로 대하는 게 좋을 거에요."

"그럴 수가..."

라르곤을 다독이며 로드가 브란두흐에게 고개를 돌렸다.

"말없이 네 개인공간에 숨어들어 미안하다."

로드가 추궁하기 전에 브란두흐가 먼저 사과했다.

"음, 제 개인공간은 괜찮은데 왜 여기 있었던 건가요? 기사단 숙소에 무슨 문제라도."

"숙소에는 문제가 없다. 허나 거기 있으면 북방의 마법사가 쫓아오기 때문에 여기 숨어있었던 거다."

"아...."

로드가 눈을 꽉 감았다.

"그분이 좀 집요하긴 하죠."

"그자에게 짐에게 관심 갖지 말라 전해줄 수는 없나?"

그러나 미리안드는 로드에게 브란두흐를 불러내 달라 요청한다. 기사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 중재하는 것도 로드의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타협할 길 없는 평행선일 경우는 골치가 아팠다.

"그럼... 정말 다른 사람인 거야? 아니, 건가요?"

그러는 동안 라르곤이 겨우 상황을 이해했다.

"이름..은 같고, 생김새도... 그러니까 원래는 같은 사람인데 서로 다르게 살다보니까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요?"

"예, 그런 거에요."

로드가 확인해주었다.

"그럼, 그래도, 브랜든의 어른 모습인 건 맞고요."

"그래."

브란두흐가 말했다.

"짐에게도 저주는 있다만, 나는 그걸 말하자면 약간 우회해서 인간이던 시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 그렇군요...."

라르곤이 실망한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럼 브랜든은."

"50년 전 모습 그대로에요. 불렀으니까 곧 올 거에요."

로드가 말했다.

"그런 건가. 재회를 방해할 순 없으니 짐은 가보겠다."

브란두흐가 문으로 갔다. 그러나 그가 문을 열기 전 밖에서 먼저 문이 열렸다.

"사실이냐? 라르곤이.."

"브랜든!"

숨을 헐떡일 리 없는 불멸자지만 브랜든은 전력으로 달려오기라도 한 듯 숨이 가쁘고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자기 친구를 만난 라르곤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브란두흐는 조용히 응접실을 나갔고 로드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르곤이 브랜든보다 먼저 브란두흐를 만나게 되는 바람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걱정했으나, 다행히 큰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다. 로드는 마음 놓고 두 사람의 재회를 축하했다.

 

 

마음을 놓기에는 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