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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허그나 할래?”

Summary:

“…왜?”

마후유는 에나가 또 뭘 원하나 싶어서 물었다. 미즈키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마후유한테 권유하는데 에나만큼 막무가내는 아니다. 지난번에도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런 식으로 강요당하는 게 한두번이 아니라면, 동생은 어떻게 견뎌낼까. 나중에 마주치게 되면 한번 거절하는 팁이라도 가르침 받을까.

“허그에는 진통제? 수면제? 몰라? 아무튼 그런 효과가 들어있대. 그러니까.”

Work Text:

“…왜?”

마후유는 에나가 또 뭘 원하나 싶어서 물었다. 미즈키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마후유한테 권유하는데 에나만큼 막무가내는 아니다. 지난번에도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런 식으로 강요당하는 게 한두번이 아니라면, 동생은 어떻게 견뎌낼까. 나중에 마주치게 되면 한번 거절하는 팁이라도 가르침 받을까.

“허그에는 진통제? 수면제? 몰라? 아무튼 그런 효과가 들어있대. 그러니까.”

“안 해.”

“아! 또 그런다. 허그 정도면 좋잖아. 손해 보는 것도 아니고.”

“손해야. 미즈키나 카나데랑 하면 되잖아.”

“미즈키는 놀릴 거고 카나데는 싫다고 말도 못하는 앤데 어떻게 그래?”

그럼 나는? 이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아까부터 은근히 가디건을 잡아당기는 탓에 늘어날 것 같다. 에나는 밤도 샜는데 자려고 눈 꼭 감고 버티다가 5시간이 지나서 세카이에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마후유가 있는 힘껏 얼굴을 찡그리는 게 좀 재밌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이녀석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하면서 표정은 은근 잘 드러난단 말이야.

“아무튼! 네가 할 일도 안 끝냈는데 세카이에 있을 리가 없잖아! 한가하면 좀 하자!”

“쉬려던 중이었어. 에나때문에 못 쉬고 있고.”

“눈 딱 감고 허그만 하면 쉴 수 있다니까.”

“…”

“아니면 뭐야. 못하는 이유라고 있어?”

“…안 익숙해.”

“겨우 그거?”

“학교에서 반 친구가 뛰어들어서 안기는 건 몰라도 내 의지로 허그한 건 거의 없어.”

“거의?”

“…카나데랑.”

“헤에. 하긴. 카나데 말고 허그할 사람이 따로 없긴 하지.”

비 오는 날 뛰쳐나갔을 때의 이야기였다. 에나는 그것도 신경 안 쓰고 부럽다면서 자기도 카나데랑 기쁘게 허그하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근데 안 익숙하면 익숙해지면 되는 일 아니야? 카나데랑 허그해서 어땠는데.”

“상황이 상황이라 잘 모르겠어.”

“그럼 해보는 수밖에 없네.”

“…”

또 말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후유는 별 이유없이 하기 싫다고 했고, 에나 또한 별 이유없이 해보자고 덤볐기 때문에 이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었다. 마후유는 이대로 세카이 바깥으로 도망가버릴 수도 있었지만 오늘 25시에 에나가 마후유가 이랬다고 저랬다고 시끄러울 걸 생각하면 그냥 한번 해주고 도망가는 게 더 손쉬울 것 같았다. 이런 감각을 뭐라고 하지. 뒷골이 당긴다?

“엄청 짜증나 보이네…”

에나는 웃음을 참는지 입가를 슬쩍 가렸다. 마후유가 이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소극적으로 양팔을 벌렸다. 에나의 낯이 화색이 돌았다. 거리낌도 없이 체중을 힘껏 내실어 안겼다. 마후유가 아니었으면 건장한 남자도 뒤로 휘꺼덕 했을 위력이었다.

부딪친 충격에 비해 에나의 품은 포근했다. 굳이 더듬거릴 생각은 들지 않아서 엉거주춤하게 등에 팔을 감은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마후유는 이게 정말 수면 촉진이나 진통 효과를 가져다줄까 하는 고민에 빠져있을 때, 에나는 딴 생각을 했다.

‘와, 아니 나도 작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마후유 거 때문에 아무리 밀착해도 배끼리 안 닿아.’

마후유가 들었다면 당장 밀어내고 경멸의 시선을 던졌을 것이다. 그걸 알고 있는지 에나는 굳이 가슴끼리 비비적대지는 않았다. 다만 마후유의 어깨에 푹 쪼그린 목으로 옆얼굴을 기댔다. 고작 4센티 차이라서 완전히 기대려면 몸을 구겨야 했다. 어느정도 안정적인 위치를 잡았는지 움직임을 멈춘 에나는 어느 순간 하품을 했다.

“하암, 뭐지? 진짜 졸려.”

“이 상태로 자지 마.”

“하아암. 아니, 진짜라니까? 장난치는 게 아니고…”

“!”

그때 마후유도 작은 하품을 했다.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한테서는 하품이 잘 옮는다.

“아, 거봐! 너도 졸리지.”

단순하게 ‘하품은 원래 옮는 것.’이라는 개념으로만 인식한 에나에게는 하품이 옮는 원리를 가르쳐주지 말아야겠다고 마후유는 생각했다. 에나는 이 기회를 잘 됐다 생각해서 마후유를 구슬렸다.

“그렇게 됐으면 좀 자자. 나 담요 완전 큰 거 가져왔으니까.”

“안 자.”

“아 진짜로 잠만 자자니까? 팔짱만 끼고 잘게.”

“…손만 잡고 자는 것도 아니고 팔짱?”

“마후유도 그런 뻔한 얘기 아는구나.”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글쎄?”

마후유는 그런 맥없는 대화나 나누면서 에나한테 끌려가듯 누웠다.

“같이 누워서 자려면 떨어져버리잖아. 근데 그렇다고 우리가 막 엉겨붙어서 잘 사이도 아니고.”

여친도 아니고. 라는 말은 에나가 속으로 삼켰다. 겨우 달래서 눕혀놨는데 이상한 단어를 꺼내서 놓칠 수는 없었다. 팔짱을 낀 채로 마후유의 가슴 위까지 담요로 푹 덮어준 에나는 잘 자- 하고서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마후유는 그 모습을 보고서 이 세카이의 하늘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잠드는 건 빠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