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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가 소란스럽다. 뭘까.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든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시선이 따라다닌다. 내 이름도 드문드문 들리는 것 같다.
왜지? 내 착각인지 다들 눈이 초롱초롱하다. 얼굴을 붉힌 애들도 있는 것 같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졌나? 무슨 일이지? 아이들 사이에서 모치즈키씨와 그 소꿉친구들을 목격했는데, 이쪽을 보고서 화들짝 놀라더니 인사만 하고 사라져버렸다.
“마후유~ 안녀… 헉.”
“안녕.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반에서 같이 다니는 무리의 친구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말 뭐지? 아무도 내게 뭐가 잘못됐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떨떠름하게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마치니까 마침 종이 울렸다.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더니 하는 말.
“아사히나… 너 뺨에 입술 자국은 뭐니?”
“…네?”
“어서 화장실 다녀와.”
“…세수하고 오겠습니다.”
반 전체가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목 근처가 근질근질하다. 귀가 좀 뜨겁기도 하고. 이게 무슨 느낌일까. 수치심?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보니 대놓고 입술 자국이 얼굴에 묻어있었다. 뺨, 그리고 턱, 입술도 비슷한 색이었다.
차가운 물로 얼굴을 벅벅 씻어냈지만, 희미하게 남은 붉은 기가 빠지지 않는다. 에나, 대체 뭘 바른 거야.
서둘러 에나한테 전화를 걸어봐도 받질 않는다. 그 틈에 집에 가서 잠든 걸까. 하는 수 없이 대상을 바꿔 걸었다.
“야호, 마후유~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미즈키. 얼굴에 립스틱, 아니면 틴트가 묻었는데 잘 안 지워져.”
“뭐? 아? 아… 근데 마후유 리무버 같은 거 안 갖고 있잖아? 반 친구한테 빌려야 할걸?”
내가 지금부터 가서 전해주기엔 지금 집이고. 미즈키가 그렇게 말했다. 평일인데? 그런 반박은 마음 속으로만 해두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끊었다.
서둘러 교실로 가서 화장을 즐겨하는 반 친구에게 부탁해서 리무버를 빌릴 수 있었다. …이거 가져오는 거 교칙위반 아닐까? 사실 화장을 하지 않는 마후유는 관련으로 걸린 적이 없기에 지식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마후유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관심도 없었다. 빚을 지는 입장에서 그런 걸 지적할 틈이 없었다.
결국 그 날 아침에 마후유는 총 5번 놀림받았고, 3번 세수를 해야 했다.
.
조졌다.
전날밤에 얼마나 밤을 새고 커피를 들이켰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로 인해 에나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신이 나서 마후유의 등교길에 불쑥 나타나서 뽀뽀를 갈겨준 뒤 집에 돌아왔다.
아니, 사실 그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또 커피를 마셨던 것 같은데 거기서 잠들었었나? 어떻게 돌아온 거지? 기억이 없었다.
하여튼 마후유가 이미 조례에 들어갔을 시간에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를 남겼고, 미즈키가 깐족거리며 명복을 빌어준 것을 목격한 뒤에 에나는 정신을 차렸다. 마후유가 하교할 시간에. 게다가 화장도 안 지운 채 자고 일어난 상태로.
바깥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에나의 엄마가 마중을 나가더니 곧이어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하겠습니다.”
발소리가 에나의 방을 향해 다가왔다. 사, 살려줘. 나 아직 상황파악도 덜 되고 잠도 안 깼는데.
“에나. 들어갈게.”
한차례 말을 건 마후유가 벌컥 방문을 열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에나가 올려다 본 마후유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 여기서 죽는 걸까. 여친한테 살해당하는 것이다. 솔직히 안 늙고 예쁜 채로 사랑하는 사람한테 죽는 거면 나쁘지 않을지도.
“기분 나쁜 생각하고 있지.”
“악, 아. 아아아악, 잘못했어! 아파!”
악력 60킬로그램. 언젠가 말해줬던 그 수치가 거짓이 아니라는 건 생활 중에 매번 실감했다. 그래서 더 깨닫고 싶지 않았다. 손이 뭉개져서 죽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에나는 생각했다.
그나마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에다 한 게 마후유 나름의 상냥함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에나 때문에 이제 나 학교에서 얼굴 못 들고 다녀.”
틈을 타 호나미와 에무한태 자초지종을 알아낸 에나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세상세. 마후유의 평판이… 망했다. 누가봐도 무결점인 마후유의 이미지가 오늘 하루 때문에 망한 것이다. 내가 했다는 게 드러난 상태면 몰라, 난 타교생이라서 마후유만 소문의 주인공으로 남았다. 에나는 막막했다.
“에, 어? 어떡하지. 어떡해. 미안해. 나 진짜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마후유의 기색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띠었다. 방에 들어온 이후로 마후유는 에나의 무릎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에나는 엉성하게 토닥거리거나 쓰다듬어주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소문이 크게 돌긴 했지만 나쁜 쪽은 아니었어요. 그런 장난도 치는 친구가 있구나, 하는 정도.’
호나미가 말해줬지만 쉬이 납득할 수는 없었다. 뭐 수습할 방도도 뭣도 없었다. 이미지는 단 한순간에 무너지는 법이었다.
그러나 마후유는 소문이든 이미지든, 지금 당장은 에나가 자신에게 건성인 것이 더 불만이었다. 그래서 상체를 일으켜 입맞췄다. 그러자 에나의 사고회로가 순식간에 멈췄다. 뇌가 흐물흐물해진 에나를 알아챈 마후유가 떨어져서 말했다.
“에나, 일주일간 뽀뽀 금지야.”
“어? 뭐어?!”
어떻게 그런 심한 처사를! 충격에 에나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있으니 마후유가 에나의 턱을 닫아줬다. 누구 놀리나.
“아니 뽀뽀를… 뽀뽀를 금지하면 어떡해?”
“뽀뽀를 자유롭게 풀어주니까 오늘같은 일이 일어난 거야.”
“그건… 어… 그건… 맞나?”
사실 아직 덜 잤다. 밤을 며칠 샜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걸 하루 잠으로 퉁치려니 회복 속도가 따라잡질 못했다. 마후유한테는 평소에도 말빨로 밀리는데 이러면 아무런 반론도 할 수가 없다.
“내가 하는 건 예외. 에나는 나한테 하면 안 돼.”
“뭐야, 뽀뽀 좋아하는구나. 귀여워.”
“또 신났지. 뽀뽀 금지 한달로 늘릴 거야.”
“아! 그건 봐줘. 제발.”
납작 엎드려 기어야 마후유의 기분이 금세 나아진다. 사실, 여자를 사귀는 사람이면 어쩔 때는 이렇게 무조건 져줘야 연애가 편하다. 자존심 세워서 뭐해. …음. 사실 에나의 자존심은 센 편이었지만, 어찌저찌 사랑이 자존심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는지 잘 굽혀주는 편이었다. 못 져주는 건 그림이면 됐지.
마후유는 그런 에나를 보는 척도 안 하면서 말했다. 야간제인 에나는 마후유가 끝난 시점이 등교시간이었다.
“에나, 오늘 학교 안 가?”
“아.”
하지만 말을 돌렸다는 것은, 역시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는 뜻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