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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한국어
Stats:
Published:
2025-07-27
Words:
504
Chapters:
1/1
Hits:
12

이별

Notes:

새벽 2시에 메써드 팬픽 없는 게 서러워서 썼읍니다
하... 효원님보고싶다

Work Text:

재하야. 나 담배 한 대만.

효원의 얇고 작은 목소리를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기타를 내려놓던 재하는 고개를 들어 효원의 검은 눈을 보고서야 그가 제대로 한 말임을 알았다.

담배 끊었잖아?
그냥, 좀... 일단 나가자.

고개를 살짝 숙인 효원은 다시금 중얼거렸다. 연습실 구석에서 종선과 완규가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냥 이야기해도 될 텐데? ...어쩌면 단 둘이서 해야 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하는 효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봄인데도 불구하고 더웠다. 재하는 반팔을 입었어야 했나, 생각하며 담배 한 개비를 효원에게 건네고 다른 한 개비를 제 입에 물었다. 불이 붙고, 연기가 하늘을 향했다. 효원은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가 3개가 될 때까지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재하는 기다렸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줄담배를 피우는 효원의 어깨 위에 큰 짐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올려다본 하늘은 불안한 재하의 마음을 모르는 듯 푸르기만 했다. 효원이 평소에 과묵한 편이기는 하지만, 할 말이 있다면 꼭 단호하게 말을 하는 편이었기에, 재하는 길어지는 침묵이 불안했다. 효원이 이렇게 뜸을 들일 만한 내용이라면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재하가 정말 두려워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효원아.

결국 재하가 먼저 침묵을 깼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완규가 올라와서 연습 마저 하자고 재촉하기 전에 빨리 말해라. 효원이 고개를 비스듬히 들며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재하를 쳐다보았다. 눈을 몇 번 감았다 뜬 효원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담배를 빨아들였다.

재하야. 나... 메써드를 탈퇴할까 해.

재하는 눈을 감았다. 고개를 돌리며 떼었던 담배를 입에 다시금 물었다. 늘상 쓰는 모자가 이번에도 그의 얼굴을 가려주기를 바랬다. 후우. 담배 연기가 하늘로 흩어진다. 그래. 재하가 짧게 대답했다. 더는 남아있을 수 없는 거지? 담담하게 답하고 싶었지만 재하의 목소리 끝이 떨려왔다. 재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마, 김재하.

응. 미안해. 가족 일이랑...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그냥, 뭐... 알잖아. 너라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해.

효원이 평소보다 작아진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는 곁눈질로 효원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함께 메써드를 만들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 옆에서 자신을 묵묵하게 받쳐준 베이시스트, 김효원. 재하는 자신이 앞으로 효원같은 베이시스트를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알았다. 효원도 그리 생각할 테다. 그런 그가, 재하를, 메써드를 떠나려 한다. 정말 길게 고민했을 것이다. 재하는 상상도 못할 고민을. 그렇다면.

재하는 아직 절반이나 남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신발 바닥으로 짓눌렀다.

효원아. ...고마웠다. 멤버들에게는 차차 말하자.

효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새인가 그의 줄담배는 멈춰 있었다. 고마워, 하고 말하는 효원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재하는 다시 연습실로 들어가자는 뜻으로 효원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재하의 뒤로 효원이 뒤따랐다. 과묵한 그의 심성처럼 그의 발걸음 역시도 조용했다.

재하는 문득 생각한다. 효원이 떠나면, 이제 메써드의 원년 멤버는 자신뿐이다. 그 순간 멈칫한 그의 발걸음은 효원이 고개를 들어 재하를 바라보게 만든다. 태연한 척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재하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에는 정말 끝까지 모두와 같이 할 줄 알았다.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오상, 학, 민, 인학, 용범, 정호, 이제는 효원까지. 재하는 문득 사무치는 외로움에 괜히 모자를 고쳐 쓴다.

재하 형, 효원 형. 담배 오래 피우셨네요? 효원 형은 끊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예, 합주 다시 하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종선이 실없는 목소리로 그들을 반겨준다. 재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기타를 든다. 그가 인생을 바친 밴드다. 밴드가 곧 그이고, 그가 곧 밴드다. 결국 재하는 혼자 남음으로써 그 문장을 완결한다. 모두가 떠나도, 그는 계속 연주할 것이다. 메써드를 결성할 때의 재하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재하는 작게 소망한다. 더 이상 떠나는 사람이 없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