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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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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5-12-14
Words:
2,854
Chapter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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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츠다일지津田日紙

Summary:

KA-YU has had an ambiguous feeling about YOU since high-school-era.

Work Text:

츠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츠다, 본명 츠다 유타카. 요즘은 세간에서 유…뭐라느니 불려지고 있는 같은 밴드의 기타리스트. 나보다 한 해 빠른 1974년생. 약간 멍하고, 우주인같고, 천연에 기타밖에 모르는 녀석. 내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해봤자 고등학교를 다닌 기간은 일 년도 채 되지 않지만.

아무튼 그녀석과의 첫 기억은 내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때 츠다와는 같은 학교긴 했지만, 하야시나 다른 친구들의 입으로 건너건너 전해들어 존재만 알고 있었을 뿐으로, 하야시의 밴드에서 기타를 친다는 녀석? 정도의 인상. 그 외에는 전혀 정보가 없었고, 흥미도 없었다. 그녀석과 제대로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것은 결국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내가 하야시의 손에 이끌려 녀석의 밴드에 편입되었을 때였는데, 소문으로 듣던 그녀석은 뭔가 활기차지만 어딘가 순진한 느낌의 남자였다. 겉 흉내라고는 해도 어쨌든 록밴드라는 명목에 걸맞게 밀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어깨까지 대충 기르고 있었을 뿐, 별로 노는 녀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는 것이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기타 말인데—당시 짧은 기타 경력의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잘 치지는 않았다. 말하자면 딱 서투른 아마추어 정도. 본래 하야시의 밴드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이름이지만)결막염이라는 이름의 오합지졸 밴드였을 시기에는 나도 하야시의 형의 기타를 받아서 기타를 치고 있었고, 그러니까 다시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단연 하야시의 밴드에서 계속 기타를 치고 있다는 그녀석의 존재였다. 기타가 이미 있으니까 베이스로 들어오게 된 거란 말이다. 하야시의 권유를 줄곧 거절해왔던 것은 나였지만 왠지 2선이 된 것 같아 약간은 심술궂은 기분이 되어 있던 것이다.

그래, 처음 나의 츠다에 대한 시선은 말하자면 심술궂었다. 어쩌면 단짝인 하야시와 밴드를 오래 했다고 하니까 약간 그녀석은 뭔데?같은 마음도 있긴 했다. 밴드에 흥미 없어져서 한 번 걷어찬 것도 나였는데 말이다. 그렇긴 해도 츠다는 진짜 눈치도 없고 멍한 녀석이어서 내 그런 꼬인 마음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 기본적으로 성격에 모난 데 없고 좋은 녀석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밴드를 하면서 금세 평범한 동급생 친구 수준으로는 친해질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왠지 모르게 그 순진하고 어설픈 츠다라는 녀석을 조금 내 밑으로 보고 싶어 했다. 사춘기의 심술이라면 심술이었고, 역시 기타가 멋있다고 생각했으니까 할 수 없었다. 나도 눈에 띄고 존재감이 확실한 기타가 하고 싶었어. 결국 베이스를 선택한 것은 그거다, 기타보다는 좀 더 치기 쉬우니까. 그런 연유로 나와 그닥 차이도 안 나는 것 같은 츠다를 어떻게든 조금 위에 있는 시선으로 내려다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그 밴드에서 일단은 베이스 담당이었지만, 기타는 딱히 둘이어도 상관 없지 않은가? 같은 생각도 있었다. 멤버는 필요하면 더 들이면 된다—물론 키요세의 키보드가 너무나 핵심적이었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그건 그거로, 어쨌든 하야시의 형으로부터 받은 그 기타는 아직도 내 방에 잘 있었고, 나는 베이스를 치면서도 기타에 대한 미련은 줄곧 끌고 있었던 것이다.

츠다는 좀 빠진 구석이 있지만 그런대로 바보 같은 짓을 하며 몰려 다니기에는 재밌는 녀석이었다. 어쨌든 남자 고등학생 다섯 명이면 당연한 수순으로 대개 바보같은 짓을 하며 친해지고는 하는 것이다. 그런데 츠다는 기껏 들어온 고등학교를 1년도 채 다니지 않고 자퇴했다.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타에 진심이 된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고등학교는 그만두고 일을 병행하면서 야간학교를 다닐 거라고 했다. 그런 흐름이면 이대로 밴드도 그만둬 버리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츠다는 그런 말은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 마치 하야시의 밴드에 있는 것은 완전히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나도 바이크인지 밴드인지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말이다. 뭐 그때는 하야시에게 엄청 붙잡아졌고, 그런 주제에 있어서 하야시가 꽤 강단있고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 중요한 기억이다. 각설하고, 츠다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즈음부터 그녀석은 본격적으로 사차원같은 느낌이 강화됐다. 혼자만의 기타 세계에 빠져서 주위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느낌이 되었는데, 원래도 그렇긴 했지만 이 즈음부터 츠다는 완전히 기타밖에 모르는 바보가 됐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츠다가 얼마나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우든 큰 생각은 없었고, 나는 나대로 베이스도 기타도 계속해나가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기타, 멋있으니까.

 

내가 합류하고 얼마 안 됐을 당시 우리의 라이브는 오리지널 곡과 카피곡의 비율이 반반 정도였다. 원맨이 가능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으므로 라이브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도 않았거니와, 고등학생 밴드니만큼 연주할만한 곡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하야시는 음악적으로는 꽤 엄청난 녀석이었으므로, 나는 머지않았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오리지널 곡 외에도 유명 밴드의 카피 같은 것도 일단은 병행하고 있었다. 하야시랑 키요세가 좋아하는 데드 엔드나 츠다가 좋아하는 유니콘이나, 뭐 그랬다. 옛날에는 X의 카피밴드였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 얘기 아까 했던가? 아무튼 그때도 X의 위상은 대단했으므로 우리는 질리지도 않고 X의 곡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거, 다음에는 이거, 적당적당하게 노래를 정해서 각자 연습해와서 연습실에서 맞춰보고. 그런 다른 고등학생 밴드도 흔히 할 것 같은 일들을 했다.

언제는 X의 노래를 하기로 했는데, 기타 솔로의 난이도가 상당한 곡이었다. 츠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그때 츠다는 학교도 그만두고 주경야독하며 기타에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밴드 연습이 아닌 날에는 얼굴도 잘 볼 수 없었다), 내 안의 츠다는 아직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과연 가능하겠냐는 마음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츠다는 평소의 그 평온하고 산뜻한 얼굴로 자신감 있게 하자고 한 것이다. 조금 미심쩍게 생각하면서도, 츠다가 못하면 나도 조금 연습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지금은 베이스에 밀려 뒷방 신세가 된 우리 집의 기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뭐야, 츠다. 대단하잖아!"

"언제 이렇게 늘었냐? 너 이제 프로 수준이거나 한거 아냐?"

내 걱정과는 달리, 몇 주 후 츠다는 그걸 완벽하게 연주해내고 있었다. 첫 번째 레코딩을 끝낸 후 우리는 완전히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는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는 것이 진짜 심경이었다. 그 연주를 들은 순간, 나는 이제 기타로는 이 녀석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겠구나, 하는 실감이 단숨에 일깨워졌다. 츠다의 그 연주는 고등학생 수준으로는 정말 대단하게 들려서, 나를 포함한 모두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러나 나는 갑자기 깨달은 어떤 현실에 입안에 쓴맛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대단하네, 정말."

그 결과 나온 것은 칭찬치고는 약간 비뚤어진 말이었다. 제대로 웃음이 지어졌는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분명 아직도 나는 충격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 뻔했다.

"…헤헤."

내 그 비뚤어진 칭찬에도 츠다는 그렇게 쑥스러운듯 웃어보일 뿐이었다. 이 얼마나 순수하고 바보 같은 녀석인가. 그것조차 단숨에 깨달아버린 나는 어깨의 힘이 빠지듯이 단숨에 헛웃음과 같은 것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방금까지 느끼고 있었던 패배감과 비슷한 것을 숨기듯 온몸으로 츠다에게 달려들어 머리를 마구 헤집어줬다. 복슬복슬한 머리가 기분 좋다. 그러고 있으면 옆에서 하야시, 티바가 차례로 가세해와서, 우리는 연습실 바닥에 다같이 우당탕 넘어졌던 것이다.

그 날 부로 나는 기타는 그만두기로 했다. 어쩌면 베이스에 더욱 집중하게 해주었으니 츠다는 내 베이시스트로서의 인생에는 일등공신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날의 레코딩 필름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두 번 다시 듣는 일은 없었지만, 왠지 그것은 버리려고 꺼낼 때마다 손에 못이 박힌 듯 버릴 수 없게 되어 아직도 내 방의 책장 한 켠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하야시의 형으로부터 받은 그 기타도 지금은 어디 있는지 기억이 애매한데, 기타보다 한참 작은 그 레코딩 필름은 어째선지 저주처럼 내 시야 한구석에 달라붙어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을 재생하면 필시 지금도 그때의 츠다의 연주—지금 들으면 지리멸렬할지도 모르는—가 흘러나올 것이다. 지금은 그 연주의 주인공인 츠다가 아니라, 그것에 아직까지도 매달리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 싫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예전부터 무대 위에서 종종 키스하거나 수상한 손길로 매만지거나 다리에 매달리거나 했다. 키스는 닿기만 하는 귀여운 것일 때도 있었고, '진짜'일 때도 있었다.

하야시는 그런 '퍼포먼스'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단은 록밴드고, 일단은 비주얼계니까. 나도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사실 하야시가 그런 역할로 나를 편입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으므로, 그런 퍼포먼스는 별다른 말 없이도 암묵적 합의 하에서 이루어졌다. 뭐, 어쨌거나 상대는 하야시인 만큼 편하고 평소에 더한 것도 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있긴 했다. 볼 장 못 볼 장 다 본 사이인데 그 정도가 대수인가.

다만 내가 적극적으로 하야시에게 다가가는 일은 잘 없었다. 대부분은 하야시가 접근해오면 그녀석이 좋을대로 하게 내버려두고 전부 받아주는 식이었다. 가끔 분위기를 타면 내 쪽에서 조금 길게 끌어버릴 때도 있긴 했지만. 가끔, 정말 가끔이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후에는 사석에서도 그런 짓을 할 때도 있긴 했다. 순전히 재미로. 말해두지만 딱히 그쪽 취향인 것은 아니다. 당시의 나는 제대로 오래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도 있었다. 다만 밴드를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그녀와는 이별하게 되었는데—밴드 활동이 생각보다 즐거웠으므로 그녀에게 시간을 할애하기가 힘들었다는, 지극히 내 본위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가 하야시와 징그럽게 꼭 붙어다니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로서는 하야시는 하야시니까 카운트 하지도 않았지만 여자친구 입장으로서는 아웃이었던 듯하다. 그때의 하야시는 머리도 길고 약간 여자애 같긴 했으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실은 나도 가끔 그런 기분으로 대하고 있었고.

하야시와의 '퍼포먼스'는 주로 그런 식이었지만 그건 하야시와의 사이에서였고, 나도 그녀석의 흉내를 내서 나 나름의 퍼포먼스는 선보이고 있었다. 다만 그 대상이 츠다였을 뿐.

츠다는 자기 세상에 갇혀버리는 녀석이라 기타 연주 할 때는 주위가 안 보이는 녀석이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무대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액션을 취하는 하야시와는 달리, 츠다는 항상 적당한 정도로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좀 움직이는 편이었는데.

아무튼 그런 츠다는 본인이 먼저 '퍼포먼스'를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고정악기대의 두 사람은 제외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골고루 시선을 분배해줘야지. 직접 듣지 않았어도 하야시의 밴드에서 나는 그런 역할이라는 것 쯤은 알았다. 기타에 집중하고 있는 츠다는 가까이 다가가면 흠칫 놀라면서 몸을 빼거나 곤란한 듯 반응하지만, 그만큼 기습에는 약하다. 방심한 틈을 타 볼에 키스하거나 반사적으로 얼굴을 든다면 정면에서 입술도 노릴 수 있다. 그러면 츠다는 입으로는 웃으면서도 티나게 당황한 반응을 하지만, 기타는 쳐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반격도 못하는 것이다.

애초에 하야시는 노래를 불러야 하니까 아무때나 장난을 걸 수는 없고. 그래서 그런 '퍼포먼스'에서 츠다는 나에게 제일 만만한 타깃이었다. 능숙하게 받아버리는 하야시와는 달리 진짜로 당황하니까 솔직히 재미도 있었고.(뒤로 지나가면서 슬쩍 엉덩이를 만지면 진심으로 놀라서 고양이처럼 펄쩍 뛰는게 재밌다.) 츠다 본인도 퍼포먼스라는건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딱히 진심으로 화내지도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친해지기도 전에 그런 장난부터 시작한 셈이다.

보통 그런 식으로 츠다에 대한 내 장난은 적중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인상적이어서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일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데뷔하기 1년인가 2년인가 전이었을거다. 그때 우리는 나름대로 원맨 라이브를 할 정도의 인지도는 쌓아 놓고 있었고, 고향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 무대 경험은 거듭되어 모두가 라이브에 조금 익숙해지고 있을 때였다고 생각한다. 그날은 평소보다 조금 규모가 있는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어둑어둑한 공연장에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와 흥분의 열기가 체온을 높이고 있었다. 기껏 세팅한 머리도 땀을 흘리고 헤드뱅잉을 하다보면 전부 엉망진창이 된다. 드럼 비트에 집중하면서도 손과 뇌가 분리되어 정신이 날아갈 것처럼 되었을 때, 옆에서 갑자기 손이 뻗어나왔다. 하야시라고 생각했다. 언제나의 퍼포먼스인가, 라고 생각하고 흐름을 받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어라?

하야시가 아니야.

츠다다.

츠다가 엄청나게 평온한 평소의 표정으로 슬쩍 다가와서, 눈을 감고, 입술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하야시처럼 마구잡이로 혀를 집어넣지는 않았다. 나는 당황해서 순간 반응하지 못하고 정지해버렸다. 아마 정말 잠깐, 몇 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을텐데 그때 나에게는 억겁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무대 위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어깨에 살짝 올려진 츠다의 손이 약간 떨리고 있던게 쿵쿵거리는 앰프의 진동 속에서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츠다로부터 키스받는 건 처음이다.

그걸 인식한 순간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나는 그쪽으로 한번 더 입술을 밀어붙여버렸다. '한 번 더'가 있을줄은 몰랐는지, 아까의 평온함은 어디가고 츠다는 또 당황한 것 같았다. 이건 익숙했다. 응, 내가 츠다를 곤란하게 하는 건 익숙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뭔가 안정되지 않았다.

보답(이라기보다 복수)에 만족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다시 베이스에 집중했다. 옆눈으로 슬쩍 본 츠다는 쑥스러웠는지 뭔지 다시 기타에 고개를 처박고 내 쪽을 봐주지 않았지만, 소리로 보건대 답지않게 손이 꼬이고 있었던 것 같다.

 

츠다는 겉과 속이 똑같다. 너무 솔직해서 가끔은 걱정될 정도다. 거짓말도 전혀 못해서 하려고 하면 전부 티가 나고, 키요세나 하야시 즈음한테는 말을 꺼내기 전부터 눈치만으로 전부 까발려지고 있을 터였다.

심지어는 잘 속기까지 한다. 어디가서 보증이라도 잘못 서는 것은 아닐지, 그것은 츠다가 이십 중반을 넘어서 서른에 가까워질 때에도 우리 사이의 꽤 진지한 걱정거리였다. 기타에 너무 매몰된 탓인지 나이에 비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는 느낌도 있는 것이다. 기타와 운명적 만남을 한 이후 그녀석의 시야에는 이제 기타밖에 없다는 느낌이다.

"츠다아, 어이, 츠다."

"응, 듣고 있어."

"듣고 있어~,가 아니야! 너 몇시간째 거기 앉아있는거야."

"……."

"어이."

츠다는 종종 대화 중에 자신과 기타만의 세계로 날아가 버린다. 손에서 기타를 뺏지 않으면 대화 성립이 잘 안된다. 이렇게 바보같은 주고받음을 한것은 츠다와 함께한 몇십년간에 너무나 많았어서 이제는 정확히 언제라고 특정하기도 어렵다. 헐렁한 트레이닝복에 바보같은 안경을 쓰고 기타를 손에 쥔 츠다는 무대 위의 그녀석과 동일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시험하듯 천천히 줄을 튕기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프레이즈를 연주하기도 하고, 중간에 멈추고 이것저것 어레인지를 넣어보기도 한다. 그것을 한참동안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그때의 나는,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님에도 짖궂은 마음이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기타, 옛날이랑은 완전히 다르네. 멋지잖아, 츠다."

괜한 말을 꺼냈다는 것을 자각했지만 그 다음 말이 나오는 것을 멈추기가 어려웠고, 결국 나는 끝까지 계속했다.

"이제 진짜 나 같은 거랑은 비교가 안되네."

나온 것은 비꼬는 듯한 말투였다. 순간 실수했다 싶어 바로 입을 다물어보지만 불행하게도 이번 것은 제대로 츠다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었다. 츠다가 기타에서 눈을 돌리고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했다.

나는 츠다의 반응이 두려워서 그 눈을 은근히 피하고 있었다. 아무리 둔감한 츠다라도 지금 것은 알아차렸겠지. 언제까지나 어린애인것은 나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기분에 따라 쓸데없는 말을 전부 해버리고 마는 것은 내 안 좋은 습관이다.

"나는 맛층도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헤."

거기에 돌아온 것은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해맑은 대답이었다. 안심보다 먼저 기운이 빠진 나는 멍청한 소리를 흘렸다.

"베이스가 없으면 밴드 자체가 안 되는걸. 나는 테크닉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고…."

당연한 것처럼 오른손으로는 줄을 튕기며 츠다가 멍하니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베이스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단순히 본인의 솔직한 감상을 말하고 있을 뿐인 츠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좋아해, 맛층의 베이스."

"~~아아, 정말!"

이런 녀석을 상대로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깨달을 때마다 점점 자신이 저주스러워져서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땐 그랬다, 라고 회상하고 있지만 츠다에 대해 생각할 때의 나는 항상 이런 느낌이다. 그런 나를 츠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내 꼴사나운 모습을 얼른 숨기려고 언제나처럼 만면에 미소를 띠고 츠다 괴롭히기에 들어갔던 것이다.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는 것도 좋고 간지럼 태우기도 좋다. 큐트 어그레션 같기도 하고 화풀이같기도 한, 그 중간쯤의 무엇일 것이다.

 

츠다는 엄청난 허당이다. 겉보기엔 왕자님처럼 생겼는데 지나치게 어린애같고 주의력이 없다. 아마 우리 다섯명 중에 가장 어린아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츠다는 말주변도 별로 없다. 나도 하야시에 비하면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츠다보다는 낫다고 자신할 수 있다. 우리끼리 있을 때, 신나서 텐션이 올라가 있을 때는 나불나불 잘도 떠들지만 주도적으로 말하라고 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금세 침묵이 떨어지기 일쑤다. 그런 이녀석이 어떤 운명의 장난인지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은, 그때 몇 년 차였을까. 드물게도 츠다와 나 둘만 있는 행사였으므로 그때 나는 조금 기운을 빼고 있었다. 하야시는 친하고 그만큼 편하지만 일에 관련되면 의외로 칼같고 무서운 면이 있다. 스에마츠나 키요세와도 사이는 좋지만 역시 가장 만만한건 츠다. 이 느슨한 녀석과 함께 있으면 왠지 나까지 느슨해지고 만다.

"나는 카유를 위해서라면 수염 기르기도 염색도 피어스도 할 수 있는데?"

"정말? 기쁘다."

"음—… 그치."

그래서 무슨 상황이었냐면, 또 침묵이 떨어지고 말았다. 하야시가 없으니 대충 예상할 수 있던 전개로, 츠다도 여러 해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의 언변은 키웠으나 역시 오랫동안 이야기를 이끌어 갈 만큼 능숙하지는 않았다. 나는 거기에 여느때처럼 실없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고자 구원의 손을 건넸다.

"좋아해…, 유우짱, 좋아해."

제법 진지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이걸로 깔깔 웃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면 만사 오케이. 적당한 태클이라도 걸어줘.

"……아,"

그러나 츠다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쑥스러운 것 같은, 수줍어하는 것 같은. 내 눈을 보지 않고 어물어물 아래쪽으로 시선을 숨겼다.

"…고마워."

라니.

왜 그렇게 애매한 반응이야.

농담할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츠다의 그 과하게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에 괜히 나까지 민망해져서 나는 헛기침을 연발했다. 억지로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고 하는 내 목소리가 꼴사납게 갈라져서 완전 쪽팔렸다. 제발 티나지 않길. 그때는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츠다는 장난을 걸면 그대로 당한다. 가끔 어설프게 반격할 때도 있지만 적중률도 공격력도 약해서 다 빗나가고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츠다는 기본적으로 집에 앉아서 기타밖에 치지 않기때문에 아마 우리중에서도 힘으로는 꼴찌일 터다. 어쩌면 키요세보다 약할지도. 그래도 중학생 때까지는 꽤 유망한 투포환 선수였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얘기고 기타를 만난 후의 츠다는 완전히 히키코모리처럼 되어버렸기에 거기서부터는 거의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된다.

"으갹."

뒤에서 딱 붙어서 맨가슴을 주물러주면 츠다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 뭐 깡마르고 껌딱지라서 만질 것도 없지만.

기본적으로 이럴 때의 츠다는 그냥 당하는대로다. 왜 이렇게 경계심이 없는 걸까, 하고 가끔은 생각하지만 경계심이 강한 츠다는 츠다가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반응이 옅은 츠다를 기회삼아 일부러 오버해가며 그 등에 매달렸다. 얄팍한 등판과 뼈밖에 없는 것 같은 팔에 약간 공포심이 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키요세의 살을 이녀석한테 조금 양도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서 같이 웃통을 벗고 있던 하야시가 달려와서 힘껏 매달렸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셋이 온통 웃통을 벗고 비틀비틀. 이러다가는 진짜 부러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츠다를 안고 있던 팔에 약간 힘을 풀었다. 다같이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으니 약간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랑은 다르게 손바닥만한 라이브하우스가 아니라 엄청 큰 회장이지만. 하야시가 카메라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고 나자, 왠지 감격에 젖은 나는 다시 한 번 츠다를 세게 끌어안아보았다. 츠다는 또 "구엑"같은 이상한 소리를 냈다. 환호성이 난무하는 회장에서 그 이상한 소리를 나밖에 못 들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쁜 기분이 들었다.

 

츠다는 머리가 안 좋다. 바보다. 나도 남 말 할 처지는 못 되지만, 츠다는 레벨이 다르다. 내가 그것을 가장 체감한 때는 역시 이 때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히 언제지?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가 아직 둘 다 서른 언저리였을 때의 일인 것 같다. 나이를 먹어도 언제까지나 어린애 같은 츠다를, 나도 언제까지나 어린애같은 고집으로 괴롭혀버리고 만다. 그게 몇 번이고 계속되어도 츠다는 계속 처음같은 반응을 돌려주니까 그게 좋았다. 그때 나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츠다의 손끝이 굳은살로 딱딱해진 왼손을 이리저리 관람하고 있었다. 말랐지만 제대로 근육도 힘줄도 드러난 예쁜 손이다.

"츠다는 굉장하네."

"뭐가."

​ "하나에 집중한다던가, 그런 거."

츠다의 흐물흐물 녹아버린 얼굴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좋아하지만, 끝나면 금방 잠들어버리는(이럴 때는 놀랍게도 TV를 켜지 않아도 잠든다) 츠다와 이렇게 침대 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꽤 드문 기회였다. 내 말에 츠다는 피곤한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면서도 생각하듯 눈동자를 굴렸다. 피곤해서 그런지 얼굴이 시무룩하다.

"별로……. 그런 거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고."

"뭐야, 그런 거 신경 쓰는 타입이던가?"

"그렇진 않지만……. 맛층의 평가라면, 조금."

"나?"

순간 어리둥절해진 내가 그렇게 되물었다. 나는 언제부터 츠다에게 중요인물이었을까. 기타와 본인 뿐인 세상에서 사는 츠다의 세계관에 내가 큰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츠다의 관점에서는, 나 같은 건 거의 문외한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인간일텐데.

내가 벙쪄있는동안, 츠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층은 상냥하니까. 남자답고, 좋은 녀석이고."

"헤."

"그러니까 좋아."

약간 피곤함이 담긴 담담한 표정으로, 지나치게 솔직한 마음을 츠다는 그대로 말했다. 그리고 내게 잡혀있던 왼손을 빼서 눈을 비비고, "잘 자"라고 말한 뒤 꾸물꾸물 돌아누웠다. 굳어있는 나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츠다는 머리가 안 좋은 게 확실하다. 나는 확신했다. 내가 얼마나 꼬인 녀석인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지도 못한 채로, 어디까지나 허락해주는 걸 넘어서서 내가 좋다고까지 했다. 상냥하고 남자답고 좋은 녀석이라서 좋다고.

츠다는 바보다. 바보가 확실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