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Text
“[사람을 찾아드립니다]가 언제 적 멘트인지 3번째 물어본다, 빈빈.”
“야, 이게 제일 할 만한 거거든? 넌 무슨 장기매매업체처럼 꾸며놓고 말 더럽게 많네.”
“아~ 존나 시끄럽네. 거기 둘 조금만 조용히 해봐~ 아무것도 안 들리네.”
21세기에, 그것도 중국 상하이 어느 골목길에 흥신소가 있다 하면 10명 중 8명은 헛소리하지 말라며 갈 길을 갈 것이다. 천쩌빈과 러원쥔 둘은 누구의 홍보 포스터가 더 나은지 겨루다 몸싸움까지 번졌다. 대부분 몸싸움으로 가면 천쩌빈이 이기는 편이지만, 문 앞쪽에 떨어져 있는 빗자루까지 동원하면서 반반까지 갔다.
이 난장판 한가운데에 펑리쉰은 아무렇지도 않게 밀크티 몇 모금을 마시며 뉴스 채널 서너 개를 돌렸다. 이 셋 중 누가 흥신소 주인이냐 하면─
이 자리에 없는 줘딩이었다.
본래 다른 친구들과 운영하던 곳이었지만, 갑자기 미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며 잠정적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이내 사건이 억지로 종결되어 다시 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날 이후로 줘딩은 가게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펑리쉰에게 마스터키에 준하는 열쇠만 넘기고, 가끔, 아주 가끔씩만 와서 청소만 하고 나가곤 했다. 흥신소에 찾아오는 인원이라곤 옆 놀이터 축구 골대에 낀 공을 빼달라는 초등학생이나 길을 물어보러 찾아온 외국인 말고는 없었다.
잊어버린 무언가를 찾기는 쉽고, 어렵다.
제3자가 남의 기억을 빌려 사람을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고, 더더욱 그랬다. 그러면 돈이 안 벌리느냐? 그건 아니다. 셋 입장에서는 적당히 동네 일을 해결해 주면서 돈도 받고, 줘딩은 급여만큼은 잘 주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느니 여기에서 시간이라도 때우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천쩌빈과 러원쥔은 대판 난리를 치다 갑자기 울린 종소리에 그대로 멈추었다. 줘딩은 항상 문 쪽에 작은 종 몇 개를 묶어놓았다. 줘딩은 선천적으로 잘 듣지 못하기에 이렇게 해서 손님이 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놓았다고 전해진다. 믿거나 말거나. 러원쥔이 천천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키가 적당히 크고 어딘가 허름한 정장을 입은 남성이 서 있었다. 딱 보아하니 그저 공을 빼달라는 시시한 일을 맡기러 온 사람은 더더욱 아닌 것 같았다. 내부를 쓱 훑어보더니 그가 입을 열었다.
“사람… 찾아주신다고.”
러원쥔은 금세 줘딩이 앉던 자리, 갈색 쿠션의 중역용 의자에 앉아 책상 아래에 놓인 아무 프린트 몇 개를 주워 소리 나게 올려놓았다. 물론 그 프린트는 이면지였고, 중식당 홍보 포스터였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러원쥔은 몇 개를 더 집어 올려놓았다.
“아, 잘 찾아오셨네요. 누굴 찾으러 오셨죠?”
“…죽은 사람도 찾으실 수 있나요?”
“…네?”
희한한 소리에 셋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하다 하다 죽은 사람까지? 보통 이럴 때 줘딩이 와야 하는데, 셋으로선 역부족이었다. 그냥 알바생 신분인 데다 아는 것도 정말 없었다. 우선 정말 사람을 찾으러 온 사람이기에 급하게 자리를 비켜 앉혀놓았다. 펑리쉰이 3잔 정도 시킨 밀크티를 찻잔에 조금 따라 그에게 건넸다. 물론 사은품 전용 밀크티였기 때문에 맛은 형편없었다. 몇 모금을 마신 그는 표정을 살짝 찌푸리며 이내 사무 가방에 들어 있는 물을 꺼내어 입을 헹구었다. 천쩌빈이 맞은편에 앉아 노트를 펴기 시작했다.
“아… 뭐부터 해야 하지. 일단 이름이랑 누구를 찾는지부터 알려주세요.”
“제 이름은 박도현이고요, 제 친구를 찾아주세요.”
“친구분 성함이 뭔데요?”
“…그걸 모르겠어요.”
“…..하?”
천쩌빈은 순간적으로 ‘뭐 하는 새끼냐’며 하려 했지만, 마주 앉은 사람은 러원쥔도 펑리쉰도 아니었기에 말을 고이 접어놓았다. 사람을 찾으러 왔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그럼 왜 온 거지? 질문을 몇 개 더 던져보자고 눈빛 교환을 빠르게 마친 뒤 삼색 볼펜의 펜촉을 빨간색으로 돌렸다.
“기억나는 특징 있으세요?”
“키가 저보단 작았고요, 또… 안경을 쓴 사람이에요. 이거밖에 기억이 안 나요.”
“…. 그 친구 주변인들과 연락은 되세요?”
“아, 한 명이랑은 됐었는데, 요즘은 안 되네요. 그 친구 집 주소는 알아요. 알려드릴게요.”
키가 도현보단 작고, 안경을 쓴 사람. 중국 전역을 뒤져도 저런 사람 7억 명은 나올 것 같다. 우선 자오리제라는 사람의 주소와 도현의 번호도 받았다. 러원쥔이 의뢰인과의 연락을 맡아 하기로 하고, 펑리쉰이 줘딩에게 오늘 일을 다 적어 위챗으로 보냈다. 벌써 오후 8시는 넘긴 시간이었다. 도현은 회사 일 때문에 매주 화요일에만 올 수 있다는 짧은 말을 건넨 뒤 조용히 흥신소를 나갔다. 거진 2달 만에 제대로 된 의뢰였기에 모두 모여 허튼짓 안 하기, 몸싸움 삼가기 등의 규칙까지 부랴부랴 정하며 헤어졌다.
[xun: K황! 대박 사건!]
[xun: 오늘 씨발 손님 왔거든? 아니, 이번엔 뭐 화장실 쓰게 해달라는 미친 새끼들 안 왔고]
[xun: 친구 찾아달라는 사람이 왔어~~ K황한테도 연락처 알려줄게.]
[knight9: 누군데?]
[xun: 박도현? 도훈이였나 기억이 안 나네]
[xun: 그나저나 내일 훠궈 먹을래? 버스터미널 근처에 새로 생겼다는데]
도현, 도현이라.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줘딩은 침대맡에 앉아 가만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 미제 사건 이후로 처음 찾아온, 의뢰인이라 할 수 있는 의뢰인이 왔다. 줘딩은 조용히 눈을 살짝 감았다.
그날, 어떻게 끝났는지를 조금씩 기억해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