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Text
드레이코는 6주 동안 집에 갇혀 있었다. 6주, 그가 여름 방학을 싫어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니, ‘싫다’로는 부족했다. 그는 테오노르 노트를 싫어했고, 블랙 푸딩을 싫어했다.
그는 여름 방학을 증오했다.
1학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의 아버지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윽박질렀다. 더럽고 끔찍하며 한낱 찌꺼기에 불과한 친구들과 연을 끊지 않은 것부터(정말 안타깝게도 드레이코는 그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숭배하고 다녔던 미치광이 살인자로부터 아주 중요한 연금술 물건을 지키기 위해 그 빌어먹을 친구들과 금지된 복도에 들어가 거의 100개에 다다르는 학칙을 어긴 것과(그래, 솔직히 이건 혼날 만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그를 혼낸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혼났어야 했다), ‘잡종’보다 더 낮은 점수를 맞은 것(드레이코가 전교 2등인 점과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세기의 천재라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에 대하여 아버지는 실핏줄까지 터뜨리며 화를 냈다. 말포이 후계자로서 요구되는 모든 기대를 완벽하게 저버렸다나 뭐라나. 더 나아가 아버지는 여름 방학이 끝날 때까지 드레이코가 대저택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외출금지 명령을 내렸다. 드레이코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고, 퀴디치 경기를 보러 갈 수도 없었으며, 어머니와 다이애건 앨리로 쇼핑갈 수도 없었다. 그는 이 처벌이 아버지에게 도대체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막대한 저택에서 부모님과 집요정만 곁에 두고 2달 동안 지낸다고 해서 그가 예전의 불쾌하고 순진한 순혈주의 후계자로 교화될 거라고 생각했다면, 아버지는 단단히 잘못 판단한 것이다.
어머니는 당연히 아버지의 태도에 매우 불만족스러워했다. 드레이코가 학교에서 돌아온 지 겨우 이틀 만에 그들은 큰 싸움을 벌였다. 오래된 가보들이 벽에 던져져 와장창 깨졌고(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가보는 아버지의 가문 것들이었다), 그들이 싸우고 있는 거실로부터 한 층과 10개의 방만큼 떨어져 있는 드레이코의 방에까지 그들의 고함이 들렸다. 그 싸움 이후로, 부모님은 서로를 아주 딱딱하게 대했다. 오, 정말 숨쉬기조차 힘든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대놓고 싸우진 않았지만 서로를 지나치게 차갑고 어색하게 대하여, 드레이코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때마다 부르르 떨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어머니께서 남편보다 자기 편을 들어 주셔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냉랭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집에서 살고 싶진 않았다. 드레이코가 지난 1년 동안 슬리데린 기숙사에서 가장 미움받는 학생으로서 냉랭함에는 도가 트여서 다행이었다.
부모님이 암묵적 전쟁을 벌이는 데 더해, 드레이코는 여름 내내 해리에게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최악이었다. 헤르미온느는 매주 그에게 편지를 보냈고, 심지어 위즐리도 그에게 편지를 보냈건만, 해리는 쓰기도 쉽고 보내기도 간편한 빌어먹을 편지를 한 통도 보내지 않았다. 해리한테서 편지를 받지 못한 건 드레이코뿐만이 아니었다. 헤르미온느와 위즐리도 해리의 침묵에 고통받고 있었다.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수상한 건 둘째치고, 드레이코는 정말 미친 듯이 해리가 걱정됐다.
드레이코는 해리가 그의 이모와 삼촌 집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해리가 작년에 무심결에 내뱉은 발언들을 종합해볼 때, 그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드레이코는 그 작자들이 해리에게 한 짓을 생각할 때마다 피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래서 해리로부터 어떠한 소식도 없이 시간이 흐를수록, 드레이코는 해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더욱 걱정됐다. 위즐리와―비록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었지만, 해리를 걱정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드레이코는 그와 전략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해리를 구조하는 계획까지 논의할 정도였다. 드레이코는 걱정으로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해리의 생일날 드레이코의 불안감은 정점을 찍었다. 아버지가 직장에서 돌아와, 해리가 머글 친척의 집에서 ‘공중으로 물건을 뜨게 하는 마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마법부에서 공식 경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의 친구 보는 안목을 격하게 욕하며 이젠 익숙해진 설교를 시작했지만, 드레이코는 반쯤 흘려들으며 이 충격적인 소식에 마음속으로 기겁했다. 해리가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로부터 퇴학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니? 해리는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라면 절대 이렇게 위험천만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해리의 목숨이 위험했던 적이 꽤 많다는 불편한 사실이 드레이코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는 위즐리에게 해리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바로 편지를 보냈다. 위즐리는 해리가 괜찮은지 보러 가려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있다며, 만약 부모님께서 허락해주시지 않는데도 쌍둥이와 함께 해리를 구조하러 가겠다는 의지를 결연히 밝히는 답장을 보냈다. 드레이코는 이게 다행스러운 소식인지 불길한 소식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는 그들이 가는 곳마다 혼돈을 불러오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지금 해리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이 혼돈이었다.
드레이코는 손톱을 깨물며 어머니께 우려를 표했지만,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드레이코의 손을 잡을 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내가 뭘 어쩌겠니, 아가?” 그녀의 눈빛에서 이미 체념이 느껴졌다. “그 아이의 머글 친척 집에 가서 얘 좀 보자고 말하련? 그들은 머글 오러를 부를 거고, 만약 들킨다면 네 아버지는 날 죽이려 들 거다! 안 된단다, 디키. 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렴. 그때면 해리를 확실하게 볼 수 있잖니.”
다행히 드레이코는 여름 방학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만약 그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면, 드레이코는 미쳐버렸을 것이다). 해리의 생일이 지나고 4일 만에, 마침내 헤드위그에게서 편지가 온 것이다. 새하얀 부엉이는 그를 보고 매우 반가워하였고, 임무를 완수했다는 뿌듯한 구구 소리를 내며 아퀼라와 함께 횃대에 앉았다. 드레이코는 헤드위그의 동그란 머리에 뽀뽀를 잔뜩 해주고 싶었다.
드레이코는 인생에서 그깟 편지 하나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열어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기대감에 떨리는 손은 편지 봉투를 거의 찢었고, 드레이코는 열띤 눈빛으로 편지를 읽었다.
‘친애하는 드레이코,’ 해리의 익숙하게 난잡한 글씨체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삼촌이 헤드위그 우리를 잠가버려서, 편지를 쓸 수 없었어. 네 편지도 받지 못했다? – 믿거나 말거나, 웬 집요정이 내 생일날 우리 집에 나타나서 호그와트에 돌아가지 말라고 부탁하는 거야! 올해 호그와트에서 ’아주 끔찍한 일‘이 있을 거라고 하면서, 내가 돌아간다면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거라고 말했어.’
드레이코는 여기서 잠시 멈추고, 문장을 두어 번 더 읽었다. 해리 목숨이 ‘또’ 위험하다고? 그는 눈을 잠깐 감고 흐트러진 숨을 골랐다.
“왜 너한텐 항상 이상한 일만 일어나는 거야?” 그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눈을 떠 편지를 읽어 내렸다.
‘그 집요정이 너희들이 보내는 편지를 전부 가로챘지 뭐야. 아무도 날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내가 생각한다면, 내가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나 봐.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야. 게다가 그 집요정, 마법으로 푸딩을 들어 올려서 거실에 있었던 삼촌의 중요한 사업 파트너의 부인의 머리에 쿠당탕 떨어뜨렸어. 날 호그와트에 보내지 않으려고 작정한 것 같아, 그 미친 집요정! 다행히 론, 프레드랑 조지가 날 구출했고, 난 이제 론네 집에 안전하게 있어.’
“‘구출했고’?” 드레이코가 소리 내어 말하고, 표정을 찌푸리며 헤드위그를 쳐다보았다. “으, 알고 싶지도 않다.”
헤드위그는 끽끽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왠지 모르게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어쨌든, 걱정시켰다면 미안. 난 정말 괜찮아. 넌 어떻게 지내? 아버지께서 널 힘들게 하니? 얼른 답장 보내줘, 보고 싶다. 해리가. PS: 19일에 다이애건 앨리에서 헤르미온느를 만나기로 했어. 너도 올 수 있으면 좋겠다.’
드레이코는 침대에 털썩 누워, 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달콤한 안도감이 그를 가득 채웠고, 얼굴에 흐물거리는 미소가 떠올라 도저히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집요정 이야기는 아주 불길했고 해리를 직접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들어야겠지만, 일단 해리가 안전하고 온전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이제 19일 날 다이애건 앨리로 몰래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어머니께 잘 말씀드려야겠지만, 드레이코는 어머니라면 무엇이든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하렴.” 어머니가 드레이코를 데리고 다이애건 앨리로 걸어 나오며 간결하게 말했다. 드레이코는 어머니의 말을 반쯤 무시하고, 어서 빨리 친구들을 찾으려고 고개를 높이 들고 요리조리 둘러보았다. “네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전에 집에 돌아가야 한단다. 그이가 어딨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만약 내가 포터, 위즐리, 그레인저를 만나는 걸 허락해줬다는 사실을 알면―”
“알아요, 어머니.” 드레이코가 태연하게 손짓했다. “다 괜찮을 거예요. 겨우 몇 시간만 있을 거잖아요. 아버지께선 제가 여기 온 걸 절대 모르실 거예요.”
“영원히 모르면 좋겠구나.” 그녀가 낮게 중얼거렸지만, 드레이코가 방방 뛰는 것을 보며 아주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난 네 2학년 준비물을 사고 있으마. 늦어도 4시에는 리키 콜드런에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
“네, 어머니.” 드레이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은 군중 속에서 엉망진창 검정 머리, 혹은 유별나게 새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5분 후 그의 친구들은 그린고트에서 나왔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드레이코는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남자답지 않게(그리고 말포이답지 않게) 꼭 껴안았다. 바깥에서 대놓고 애정을 표출한다니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었지만, 드레이코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 정말 기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도 못했다.
위즐리 씨는 헤르미온느의 부모님과 술을 마시러 떠났고, 위즐리 부인은 딸과 함께 옷을 사러 갔으며, 쌍둥이는 (드레이코는 그들의 행방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분명 혼돈을 자아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어딘가로 슬쩍 사라졌다. 남은 4명은 플로리언 포테스큐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하며, 방학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아주 평화로운 날이었고, 드레이코의 기분은 최상이었다. 해리가 갑자기 드레이코에게 이 말만 하지 않았으면 말이다. “맞다, 드레이코, 나 보긴 앤 버크에서 너희 아버지를 봤어!”
드레이코는 우뚝 멈춰섰다. 불안한 기분이 가슴 깊숙한 데 주리를 틀었다.
“네 말은, 아버지가 지금 여기 계시다고?” 그의 목소리는 나무토막처럼 딱딱했다. “다이애건 앨리에?”
“음, 아직도 여기 계실진 확실하지 않아.” 해리는 드레이코의 공포에 질린 반응에 표정을 찌푸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녹턴 앨리에서 본 거라서...” 드레이코는 해리에게 애초에 녹턴 앨리에 왜 있었냐고 추궁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왜?” 해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아버지는 모르시거든.” 드레이코는 깊은 한숨과 함께 사실대로 말했다. “어머니께서 몰래 허락해주신 거야. 만약 여기서 아버지와 만난다면...”
“지금쯤이면 가셨을 거야.” 해리가 그를 진정시키려는 헛된 노력을 하며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불법인 것처럼 보이는 어둠의 마법 물건들을 팔고 계셨어. 아직도 여기 계시진 않으시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드레이코가 암울하게 중얼거렸다. 아버지께서 집에 돌아가셔서 어머니와 내가 없어진 걸 발견하는 것도 나름대로 끔찍한데, 그가 조용히 생각했다. 심장이 규칙적이지 않게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기운 내.” 해리가 드레이코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볍게 찌르며 예쁘게 웃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자, 이제 네 여름 방학에 대해 말해줄래? 어땠어, 잘 지냈어?”
“그다지 말할 게 없어서.” 드레이코는 숨을 고르게 내쉬고, 요령 없이 주제를 바꾸려는 해리의 노력에 크게 코웃음을 쳤다. “네 여름 방학에 대해 듣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은데. 집요정이 정확히 뭐라고 말했다고?”
해리는 집요정이 그의 방에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무슨 말을 했는지 열심히 알려주었다. 해리의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치운 그들은 갬볼 앤 제이프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기로 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 집요정?” 드레이코가 표정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호그와트에 어떤 위험이 있길래 그러지? 덤블도어가 설마 또 새로운 무언가를 숨긴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헤르미온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말했잖아, 노트가 놀리려고 한 걸 거야.” 위즐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노트가?” 드레이코가 의뭉스럽게 말했다.
“론은 내가 호그와트에 가는 걸 막으려고 노트가 집요정을 보냈다고 생각해.” 해리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확실히 노트 취향의 장난이긴 한데...” 드레이코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집요정이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잖아, 해리.”
“음, 그렇지.”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집요정들이 완벽하게 명령에 불복하진 못하지 않아?”
“아니야, 집요정들도 강력히 반대하면 명령에 불복할 수 있어.” 드레이코가 차분히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집요정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한테 더 충성스럽거든. 그래서 만약 아버지께서 어머니나 나에 대해 이상한 명령을 내린다면, 집요정들은 충분히 불복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집요정에 대해 더 논의하기 전에, 그들은 장난감 가게의 불꽃놀이 코너에서 쌍둥이와 그리핀도르 친구들을 만났고, 아름다운 불꽃놀이에 해리의 녹안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바라보며 드레이코는 기존의 다소 진중한 대화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플러리시 앤 블러츠 서점에 들어갔다. 서점은 웬일로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었다. 길더로이 록허트가 신간 서적 사인회를 연 것이다. 드레이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헤르미온느는 흥분된 비명을 내질렀다. “록허트를 실제로 만날 수 있겠다! 저 사람이 바로 우리가 살 교과서들을 거의 대부분 쓴 사람이잖아!”
“오, 헤르미온느, 정신 차려.” 드레이코가 눈을 굴렸다. “유명인사가 되고 싶은 사기꾼한테 반한 건 아니겠지, 설마?”
“‘되고 싶은’이라니, 무슨 뜻이야?”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아주 차가워졌다. “이미 유명하신 분이잖아. 그의 책들은 전부 베스트셀러야!”
“모든 마녀가 그를 잘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책은 헛소리로 가득 찼는데도 말이야.” 드레이코가 비꼬았고, 위즐리는 웃긴 듯 조그맣게 콧방귀를 내뿜었다. “얼굴만 반반하지 머리는 텅 빈 놈이야, 헤르미온느. 저 작자의 외모에 넘어가지 마!”
“너무 크게 말하지 마.” 위즐리가 웃음을 참으며 힘겹게 경고했다. “우리 어머니, 록허트 좋아하셔.”
드레이코는 경악스러운 소식에 눈썹 한쪽을 올렸다. 위즐리는 동의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눈을 굴렸다. 두 사람이 뭔가에 동의하는 아주 희귀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위즐리 가족과 그레인저 가족 뒤에 줄을 섰다. 헤르미온느와 위즐리 부인은 록허트를 보려고 목을 길게 뻗고 까치발까지 들고 있었다.
드레이코의 록허트에 대한 인상은 다음 30분 동안 일어난 일들에 의해 더욱 확고해졌다. 록허트는 부끄러울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관심종자였으며, 이 많은 사람 사이에서 신묘하게도 해리를 콕 찝어서 그의 유명세까지 악랄하게 착취하였다. 드레이코는 해리가 얼떨결에 찍게 된 즉석 사진 타임에 코를 세게 찡그리고 불쾌한 티를 내뿜었다. 어머니라면 품위를 지키라고 혼냈겠지만, 드레이코는 도저히 표정을 관리할 수가 없었다. 저 작자를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안타깝게도 드레이코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리의 팔을 꽉 잡고, 록허트가 자신이 올해 호그와트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로 채용됐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드레이코는 토하는 시늉을 했고, 위즐리는 키득거렸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미워하는 듯, 그의 불운은 그 이후에 정점을 찍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해리가 서둘러 그들 곁으로 돌아와 록허트가 준 책을 전부 위즐리의 여동생의 냄비에 무작정 쑤셔 넣던 참이었다. 아주 차갑고, 칼처럼 날카로우며, 불길하게 익숙한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려왔다. 드레이코의 심장이 불쌍하게 펄떡거렸고,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해리 포터. 드디어 만나는군. 너에 대해 많이 들었다.”
드레이코의 아버지였다. 그는 특유의 고상함과 오만한 기색을 잔뜩 뿜으며 그들을 위압적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드레이코는 도망쳐서 위즐리 가족 사이에 숨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아버지께 들켰으니, 여기서 도망쳐봤자 겁쟁이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드레이코는 조금 더 곧게 서서, 눈빛에 반항심을 살짝 섞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나머지 아이들이 아버지와 그 사이를 왔다 갔다 바라보았지만, 드레이코는 분노로 타오르고 있는 아버지의 어두운 회색 눈만 오롯이 바라보았다.
“게다가 이게 누구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위험했다. 드레이코의 머리에서 경고음이 삐삐 울렸다. “여기서 만나다니 반갑구나, 드레이코.”
드레이코는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긴장되는 침묵이 흘렀다. 완벽한 타이밍에 위즐리 씨가 쌍둥이를 데리고 힘겹게 인파를 뚫으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고 있니?” 위즐리 씨는 아직 드레이코의 아버지를 보지 못한 듯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이 안은 너무 혼잡하니, 어서 밖으로 나가자꾸나.”
“이런, 이런, 이런. 아서 위즐리 아닌가?” 아버지의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얼음처럼 차갑고 전혀 온기가 없으며, 오로지 악의로만 가득 찬 서늘한 미소였다.
위즐리 씨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루시우스 말포이와 눈을 마주쳤다. 위즐리 씨는 바로 꼿꼿하게 등을 폈고, 그의 표정은 드레이코의 아버지만큼 딱딱하게 굳어졌다.
“루시우스,” 위즐리 씨는 고개를 까딱 끄덕이며 인사했다.
“마법부에서 바쁘다고 들었네.” 그의 아버지가 느린 말투로 내뱉으며 눈초리를 살짝 찌푸렸다. 드레이코는 그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눈초리를 찌푸린다는 것은 아버지가 곧 누군가를 모욕할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많은 불시 단속들 하며... 초과 근무 수당은 받고 있겠지?” 그는 위즐리의 여동생의 냄비로 걸어가더니, 해리가 쑤셔 넣은 록허트의 그럴듯한 책들을 제치고 아주 오래되고 낡을 대로 낡은 책 한 권을 뽑아 들었다. “그렇지 못한 것 같군.” 그가 악독하게 비웃었다. “저런, 제대로 월급도 받지 못한다니, 이게 마법사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나?”
“아버지.” 드레이코가 이를 악물고 조용히 속삭였다. 분노와 부끄러움이 온몸을 타고 흘렀고, 드레이코는 부들부들 몸을 떨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만하세요!”
“감히 나에게 말대꾸하지 마라, 드레이코.” 그의 아버지가 경멸의 눈빛을 던지며 쌀쌀맞게 말했다. “이미 충분히 문제를 많이 일으켰잖니? 나에게 말대꾸해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지 말거라.”
“뭐하실 건데요? 또 외출금지인가요?” 드레이코가 눈을 굴렸다. 너무 화가 나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아니면 뭐, 지하실에 가두실 건가요?”
“내가 너라면 말을 조심할 텐데, 아들.”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아주 치명적이고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덤스트랭 교장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호그와트에서 널 빼내기엔 아직 늦지 않았어.”
드레이코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애써 침착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께서 절대 허락하시지 않을 거예요.”
“너희 엄마는 너무 심성이 고와. 그래서 네가 이따위로 막 나가지.” 아버지가 매정하게 답했다. 그는 드레이코에게서 위즐리, 그리고 헤르미온느에게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는 코를 찡그리고, 한층 더 고까운 태도로 내뱉었다. “확실히.” 그가 강조했다.
드라마틱한 손짓으로 그는 책을 냄비에 다시 떨어뜨렸고, 억센 손아귀로 드레이코의 팔을 잡아 제 편으로 끌었다.
“집에 간다.” 아버지가 명령조로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왔는데요.” 드레이코가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항의했다. “이렇게 가버리면 어머니께서―”
“그녀를 데리고 함께 집에 간다.” 그의 목소리는 확고했고, 반박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드레이코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에 가서, 네 ‘친구들’에 대해 논의해야겠구나.”
드레이코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모든 증오의 감정을 담아 아버지를 노려본 뒤, 그의 친구들에게 뻣뻣하게 몸을 돌렸다. 헤르미온느는 살짝 떨고 있었지만, 드레이코와 눈을 마주치자 힘내라는 듯 작게 미소 지었다. 위즐리는 그의 아버지만큼 빨개진 얼굴로 루시우스 말포이를 혐오스럽게 노려보았다. 해리는 간절한 눈빛으로 드레이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레이코의 팔을 잡고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해리의 기세에, 드레이코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하게, 끌어 올렸다.
“기차에서 보자.” 드레이코가 중얼거렸고, 그는 의도적으로 약간 거리를 두고 아버지를 따라 서점 밖으로 나섰다.
드레이코는 아버지가 이렇게 화난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은 거의 1시간 동안 악을 지르며 말싸움을 벌였고, 중간중간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날카롭게 핍박을 주며 끼어들었다. 아버지는 드레이코를 덤스트랭에 보내야겠다고 침까지 튀기며 고함을 질렀고, 어머니는 드레이코를 유럽 대륙 반을 건너야 갈 수 있는 학교에 보낼 생각이 전혀 없다고 호통쳤다. 아슬아슬한 싸움이었다. 어머니께서 드레이코를 데리고 짐을 싸서 대저택을 떠나버리겠다고 협박한 후에야 아버지는 드레이코를 덤스트랭에 보내겠다는 주장을 굽혔다.
드레이코의 남은 여름 방학이 더 지옥 같았다는 말은 그의 고통스러운 나날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다이애건 앨리에 가기 전까지 아버지는 그를 단순히 무시했었다. 이제 그는 드레이코를 매일같이 찾아와 자잘한 숙제를 내주고 혼냈다. 드레이코는 순수 혈통에 대한 책을 읽고 에세이를 써야 했으며, 아버지께 읽은 내용을 요약해서 말해야 했다. 나날이 드레이코는 아버지의 사상을 강요당하는 것에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그의 아버지가 드레이코를 처벌할 권위는 있을지라도, 드레이코는 절대 그에게 복종할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의 편협한 생각에 대놓고 반박하며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것을 삶의 낙일 정도였다. 그의 아버지는 말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드레이코가 그에게 또박또박 반대하며 ‘건방지게’ 굴면 육체적인 노동을 시켰다. 아버지의 개인 집요정인 도비가 그를 감시하였다. 드레이코는 셀 수 없이 많은 가보와 못생긴 조상들의 초상화를 닦아야 했다. 어느 날, 드레이코는 너무 피곤해서 도비에게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말고 남은 일을 해달라고 명령했다. 도비는 그의 명령을 따르긴 했지만, 손가락을 전부 불태우는 등 너무 격렬하게 자기 자신을 처벌하였고, 그 이후로 드레이코는 양심이 찔려 도비에게 도저히 부탁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순혈 가문의 친구들과 드레이코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도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어느 오후, 드레이코는 응접실로 호출받았다. 불길함을 느끼며 응접실로 내려가자, 슬리데린 6학년이자 퀴디치 팀 주장인 마커스 플린트가 차 한 잔을 홀짝이며 앉아 있었다. 그의 못생긴 얼굴에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가 서려 있었다.
“플린트 군과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드레이코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버지가 단언했다. “넌 올해 기숙사 팀에서 수색꾼을 할 거다.”
드레이코는 눈을 크게 뜨고 아버지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경악과 충격으로 차츰 물들었다. 물론 드레이코가 수색꾼이 되고 싶었던 것은 맞다. 아버지도 그가 수색꾼이 되고 싶어 하는 걸 알고 계셨다. 하지만 루시우스 말포이가 한 짓은, 이건, 용납할 수 없었다.
“선발 시험도 없이요?” 드레이코의 목소리에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후보자들 중에 팀의 스폰서의 아들이 있는데, 선발 시험은 단순히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지.” 아버지는 차를 홀짝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스폰서요?” 드레이코가 눈을 좁혔다. 설마. “돈을 내고 절 팀에 넣으신 거예요?!”
“난 내 아들의 기숙사가 올해 기숙사 우승컵을 이길 수 있도록 적합한 빗자루를 제공하기로 여기 플린트 군에게 제안한 것뿐이다.”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생각해서 한 건데 당연히 이해하겠지, 드레이코?”
드레이코의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수색꾼이 되고 싶었던 것은 맞지만, 그 자리를 정당하게 얻고 싶었다. 그는 빗자루를 잘 다루었고, 만약 기회가 주어졌다면 선발 시험을 통해 실력으로 정당하게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의 실력이 기숙사 팀에 들어가기 충분했는지 영원히 모를 것이고, 운 좋게 부유한 아버지를 둬서 팀에 자리를 사고 들어간 야비한 말포이 소년으로 알려질 것이었다.
드레이코는 학교가 시작할 때까지 남은 날을 세기 시작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정기적으로 보내는 편지만이 그의 암울한 삶에 빛이 되어주었다. 아마 그들은 드레이코의 아버지가 그를 죽이지 않았는지 확인하려고 편지를 자주 쓰는 것일 테다. 그래도, 드레이코는 자신을 신경 써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고마웠다. 드레이코는 고민 끝에 슬리데린 퀴디치 수색꾼이 되었다는 소식을 그의 친구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부끄럽고 치욕스러웠다. 웬만하면 해리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드디어 9월이었다. 드레이코는 감옥에서 빠져나가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실컷 만끽하였다. 반면 그의 아버지의 성질은 날이 갈수록 더러워졌다.
“만약 네가 그놈의 머글을 사랑하는 말썽꾸러기 잡놈들과 ‘모험’을 했다는 소식을 한 번이라도 더 듣는다면, 넌 바로 퇴학이다.” 드레이코가 트렁크를 들고 현관으로 내려갔을 때, 그의 아버지가 협박하듯 속삭였다. “네 어머니가 어떤 말을 해도 신경 안 쓸 거다. 내 인내심도 한계라는 게 있으니.”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전 제멋대로 살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드레이코는 옹골차게 답하고, 아버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어머니는 다행히 따라오겠다는 남편의 제안을 거절하고, 드레이코를 킹스 크로스 역에 데려갔다. 그녀는 노트, 크레이브 그리고 고일 가족의 언짢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헤르미온느의 부모님과 어색한 대화를 나누었다. 드레이코는 그녀가 끔찍이도 자랑스러웠다.
“위즐리 가족은 어딨지?” 11시가 가까워졌다. 드레이코는 주변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아직 안 왔나?”
“그런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표정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머리가 새빨개서 놓치기 힘든 사람들인데. 너무 늦게 오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기차가 떠날 시간이 되어도 해리나 위즐리 가족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기차는 출발하였고, 드레이코와 헤르미온느는 기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색하였다. 마지막 칸에 쌍둥이들과 그들의 친구인 리 조던 그리고 그들의 여동생이 앉아 있었다. 해리와 위즐리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론과 해리 본 적 있어요?” 헤르미온느가 머리를 빼꼼 집어넣고 물었다.
“승강장에 도착한 이후로는, 아니.” 쌍둥이 중 한 명이 고개를 저었다. 드레이코는 둘을 절대 구분할 수 없었기에, 구분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우리 꽤 늦게 왔거든. 알아서 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기차에 없어?”
“기차 전체를 수색했는데, 안 보여요.” 드레이코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서로 지나친 거 아니야?” 나머지 쌍둥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가 봐요.”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닫았지만, 드레이코에게 혼란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들은 기차를 처음부터 다시 수색했고, 한 번 더 수색하였다. 롱바텀이 앉아 있는 칸을 세 번째 지나갈 때, 그들은 포기하고 롱바텀과 함께 앉았다.
“여기 가만히 있으면, 론과 해리가 우리를 찾으러 올 거야.” 헤르미온느가 설득했지만, 그녀도 자기 말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갈색 눈에서 걱정이 잔뜩 비쳤다.
“걔들, 기차에 없는 거 같아.” 드레이코가 한숨 쉬었다.
“어딘가엔 있을 거 아냐.” 그녀가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고 집요하게 주장했다.
“기차를 놓쳤을 수도 있어.” 드레이코가 지적했다. “쌍둥이들이 늦게 도착했다고 했잖아, 안 그래?”
“...맞아.” 헤르미온느가 입술을 깨물며 동의했다. “기차를 놓치면 어떻게 돼?”
“나도 몰라.” 드레이코가 어깨를 으쓱였다. “플루 가루로 학교에 가려면 덤블도어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할머니는 기차를 놓치면 일 년 동안 집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롱바텀이 눈을 크게 떴다. “날 겁주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거겠지?”
“아마 그러셨겠지.” 드레이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답했다. “기차 하나 놓쳤다고, 덤블도어가 학생들을 학교에 받아주지 않을 것 같지는 않아.”
해리와 위즐리는 기차가 호그스미드 역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학생들이 기차에서 내려 호그와트 성으로 향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연회장에 있지도 않았다. 음식이 나타났을 때쯤, 드레이코는 속이 안 좋아서 뭘 먹을 수도 없었다.
도대체 그 두 명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들이 정말 기차를 놓쳤다면,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지 않나? 플루 가루는 기차보다 백배는 더 빨랐다. 학생들이 성에 올 동안 그들은 플루 가루를 통해 충분히 학교에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연회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또 무슨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드레이코는 목이 타서 호박 주스만 꿀꺽꿀꺽 마셔댔다.
연회 도중 스네이프가 맥고나걸과 덤블도어를 데리고 연회장 밖으로 나섰다. 드레이코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신입생을 반기는 연회에서 교장이 떠난다니?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롱바텀 옆에 앉아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시선을 보냈고, 그녀도 이 사실을 깨달은 듯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때,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날 수 있도록 마법이―”
“―나무에 박았―”
“퇴학당했으면 좋겠다!”
“포터도 벌을 받을 때가 됐지!”
“무슨 말이에요?” 드레이코가 가까이 앉은 4학년생들에게 재빠르게 물었다. 그들은 드레이코를 신발에 묻은 더러운 진흙인 것마냥 역겹게 바라보았고,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그를 무시했다.
드레이코는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았다. 덤블도어와 맥고나걸, 스네이프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맥고나걸과 스네이프가 매우 기분 나빠 보이긴 했다.
그래도 덤블도어는 언제나처럼 활기찼으며, 그는 어떠한 기색도 내비치지 않고 평범하게 연설을 전달하였다. 그 후 그는 학생들을 기숙사로 보냈고, 드레이코는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기숙사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는 해리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드레이코가 한 손을 들고, 다른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런다고 해서 두통이 덜 아프진 않았지만 말이다. “위즐리 씨가 불법으로 마법을 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고 런던부터 호그와트까지 날아와서, 커다란 버드나무와 충돌해서 나뭇가지에 맞아 거의 죽을 뻔했다고?”
“으, 응.” 해리가 조그맣게 내쉬었다. “나도 알아, 멍청하고 무모했다는 거.”
“알면서 왜 그런 거야?” 드레이코가 체념하여 고개를 흔들었다. 화를 내야 했지만, 궁금증이 더 컸다. “왜 승강장 입구를 통과하지 못한 걸까?”
“전혀 모르겠어.” 해리가 드레이코의 표정을 살피다가, 그가 화를 내지 않을 것을 깨닫고 아주 조금 어깨에서 힘을 풀고, 그들이 운동장으로 나오기 전 연회장에서 재빠르게 집어 간 샌드위치 하나를 베어 물었다. 저번 학년 이후로 오랜만에 단둘이서 나누는 대화였기 때문에, 드레이코는 이 소중한 시간을 화를 내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해리는 샌드위치를 와구와구 먹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지 않아? 저번엔 집요정이 날 찾아오더니, 이젠 승강장 입구가 막히고...”
“이상한 거로는 부족하지.” 드레이코가 비웃었다. “1년을 너랑 지내서 그런가, 내 이상함의 기준이 무척 상승했는데도 말이지. 다 너 때문이야.”
해리가 작게 키득거렸고, 그들은 호숫가를 거닐며 편안한 침묵을 즐겼다. 아침의 갓 떠오른 맑고 새초롬한 태양에 비춰 호수는 아름답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넌?” 해리가 드레이코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너희 아버지께서 널 살려 보내셨네? 많이 걱정했는데.”
“어머니께서 굳건히 버티시는 한, 아버지께선 절대 날 해칠 수 없으셔.” 드레이코가 어깨를 으쓱였다. “어머니께서 정말로 짐을 싸셔서 떠나시진 않을 거야. 순혈 가문에서 이혼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가되지 않거든. 하지만 내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머니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실 거 같아.”
“네 어머니잖아.” 해리가 매우 조용히 속삭였다.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뭐든 못하실까.” 짧은 침묵이 흘렀다. 해리에게 어머니의 사랑은 아주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에 드레이코는 대화 주제를 바꿔야 하나 고민했지만, 해리는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론의 어머니, 너희 아버지한테 단단히 화나셨다? 네가 네 아버지에게 대든 것만으로 위즐리 가족 전체가 널 좋아하더라.”
“어... 고마워라.” 드레이코가 놀라서 눈을 끔뻑였다. 위즐리 가족에 대한 그의 인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아, 물론 위즐리는 제외였다. 아무리 위즐리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더라도, 위즐리는 끝까지 짜증 나는 머저리일 것이다.
호그와트에서의 첫째 날은 꽤 평화로웠다. 수업과 숙제, 그리고 기숙사 동료들로부터의 익숙한 조롱을 받으며, 드레이코는 일상이 돌아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반면 해리는 아주 색다른 일상을 겪고 있는지 매우 신경질적인 모습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도서관에서 만났을 때, 해리는 록허트에 대해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격렬하게 숙제를 하였다. 헤르미온느는 눈초리를 찌푸리고 입술을 굳게 오므리고 있었으며, 위즐리는 부러진 지팡이를 울먹이며 쳐다보고 있었다.
“생각 없는 관심종자라고 했잖아.” 드레이코가 변환 마법 에세이를 위해 몇 가지 사실을 책에서 옮겨 적으며 중얼거렸다. “근처에 또 다른 유명인사가 있다는 사실에 위협받은 거겠지.”
“록허트 때문에 미치겠어, 진짜!” 해리가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작자, 날 생각 없는 관종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날 좀 내버려 두면 어디 덧나나?!”
“힘내.” 드레이코가 애정을 담아 해리의 손을 꾹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록허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 어떤 것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교수님인데, 너무하는 거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뾰족하게 내뱉었다. “시험을 통과하고 싶다면, 교수님 말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할걸!”
“만약 시험이 오늘 내주신 퀴즈 같은 거라면, <마녀 주간지>만 정기적으로 읽어도 통과할 수 있겠다.” 론이 두 동강 난 그의 지팡이를 겨우 하나로 묶고 있는 테이프를 쿡쿡 찌르며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지팡이 끝에서 빨간 스파트가 톡톡 튀겼다.
헤르미온느는 그를 노려보고, 약초학 책에 몰두하여 저녁 내내 그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래도, 비록 짜증 나는 관심종자 교수와 여러 가지 이유로 기분이 안 좋은 그리핀도르 친구들이 곁에 있었지만, 드레이코는 이 평화롭고 따스한 일상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호그와트에 다시 돌아와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