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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이 회복될 때까지(Recovery Time)

Summary:

This is the translation of Recovery Time by Deiaiko
쿤은 혼수상태에서 막 깨어났으나, 치료 후유증은 생각한 것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Notes:

Deiaiko 님이 2019년 4월 즈음(3부 3~7화) 불 은어의 치유 능력이 나오기 전에 작성한 것으로 지금 설정과는 맞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 라쿤밤이 귀여워서 번역해 둔 것인데 백업으로 여기에도 올립니다.

Work Text:

"아아." 목은 나갔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팠다. 작게 소리를 내었을 뿐인데도 목이 탈 것같이 아팠다. 그래서 쿤은 지금 당장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는 어디야?

"파란 거북이!!" 악어가 소리 질렀다.

쿤이 움찔했다. 라크? 목소리 너무 크잖아. 라크의 외침에 머리가 울린 쿤은 귀를 막았지만, 손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쿤?" 전보다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하라는 쿤의 신호를 알아차린 게 분명했다.

이 목소리는... 이수인가? 그리고 하츠도 있군. 잠깐, 그럼... 쿤은 몸을 곧추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은?" 쿤은 곧바로 후회했다. 온몸이 타는 듯한 고통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뭔가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했다. 초점이 맞지 않았다. 모든 게 서리가 낀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처럼 흐릿했다.

"돌아와서 반갑다. 괜찮은 거야?" 십이수가 목소리를 여전히 낮춘 채 말했다. 쿤은 보지 않아도 라크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몸 전체가 정말 아팠고, 손은 뻣뻣했다. 게다가 목은 너무 건조했고 쇳소리만 났다. 움직일 생각만 해도 아팠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쿤은 눈을 감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안 괜찮아."

"그럼, 예상한 대로네. 연운님이 잠깐은 아플 거래."

수많은 질문이 물밀듯 쏟아졌다. 연 가문의 그 연운?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난 또 왜 여기에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러나 쿤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하나였다. "누구라고?"

"그분이 널 치료해 줬어." 십이수가 말했다. 쿤의 얼굴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십이수는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설명을 이어나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기억 안 나는 거지? 우리가 숨겨진 층에서 나온 뒤의 일인데. 위험에 빠지자 네가 너를 얼렸다고 하더라. 그런데 사실, 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

아 이제야 기억나네. 그년이- 그만하자. 뭐 지난 일인데. 과거를 후회해 봤자 뭔 소용이야.

말하는 내내 십이수는 초점이 없는 쿤이 걱정스러웠다.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피곤할 텐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십이수는 말을 이었다. "쿤, 나 좀 잠시 볼래?" 쿤은 흐릿한 파란 홍채를 굴려 다른 사람과 초점을 맞추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헉 쿤, 너 상태가...?" 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눈을 감고, 천천히 끄덕였다. "뭐, 하긴 몇 년이나 혼수상태에 있었는데 무리도 아니지. 아무래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가 봐."

잠시만, 몇 년?! 쿤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자고 있었다고?! 내가 없는 동안 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얼른 따라잡아야 하는데.

연운은 깜짝 놀란 듯 보였다. "그동안 왜 이 정도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해주지 않은 거죠? 열나는 것보단 심하잖아요. 그런데 당신도 인제야 생각이 난 모양이군요." 십이수의 말에 연운은 으쓱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다 끝난 거죠? 재회의 기쁨 나누라고요." 그는 솜털 같은 난쟁이를 데리고 가며 말했다. "우린 빠져줍시다. 망치 얘기마저 해야죠?"

연운이 떠나자 쿤은 잠긴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뭘 모르고 있는 거야?"

 

-

 

"쿤 씨?!" 밤은 서둘러서 방에 들어왔다. 파란 머리 남자가 침대에 앉아 있는 걸 보자마자 그를 향해 뛰어왔다. 밤의 심장은 기쁨과 안도로 터질 듯했다. "돌아와서 기뻐요."하고 살포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밤, 왔어?" 쿤은 아직 시력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목소리로 밤을 구분하였다. 말을 하면 목이 따가운 건 여전하지만, 저번만큼은 아니었다.

"괜찮은 거예요? 목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밤은 쿤에게 다가가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쿤은 분명 몸이 좋지 않았지만, 질문을 교묘히 피했다. "걱정 말라고." 그는 정말이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고하고 명령하길 좋아하는 쿤은 나약하고 연약한 지금의 제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런 모습은 특히 밤 앞에서는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더 걱정되는데요." 밤은 쿤을 살피더니 한숨을 쉬곤 자신의 손을 쿤 이마에 갖다 대었다. 그러더니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십이수 씨가 다 말해줬어요. 지금 엄청 몸이 안 좋은 거 아닌가요?" 쿤은 열이 있었고, 목소리도 잠겨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쿤은 밤과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다 나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려나? 쿤은 생각했다. 몇 주? 설마 몇 달 걸리면 어쩌지? 어쩌면 영영 이대로일지도. 그는 통제를 못할 정도가 되기 전에 생각을 멈추었다. 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공포는 여전히 남아 그를 죄었다.

무거운 침묵만이 흐르자 밤은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쿤씨, 괜찮아요. 금방 나을 거예요." 그러나 목소리에 담긴 걱정만은 숨길 수 없었다.

"..."
"..."

"... 미안." 쿤은 드디어 말을 꺼냈다. "짐이 될 생각은 없었는데. 네가 지옥을 걷고 있는 동안 내가 한 것이라곤-."

"아니에요." 밤은 끼어들었다. "쿤 씨는 짐이 아니에요.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기쁜걸요." 그는 미소를 유지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밤의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을 들으니 쿤의 심장은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안심이 되었고, 죄책감은 다소 줄었다. 그래서 마주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미열이 쿤을 감정적으로 만든 게 분명했다. 밤의 따듯한 말은 쿤 옆에 오래 남아 있었다.

"아 참, 수프 가져왔어요." 밤이 분위기를 띄우려 화제를 바꿨다. "먹을 수 있겠어요?" 그는 부스럭대며 말했다.

쿤은 요 며칠 동안은 계속 음료수만 마셨다. 숟가락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기에 그랬다. 쿤은 제대로 된 음식이 그리웠다. 한 번 먹어볼까? "아마 가능할 것 같아." 애매하게 대답했다.

밤은 탁자를 가져와 방 한구석에 놓았고, 그릇을 꺼내 수프를 부었다.

쿤은 아직은 사물 위치를 정확히 분간할 수 없었기에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숟가락을 쥐었다. 숟가락과 그릇 색이 똑같으면 어쩌자는 거야?! 하고 속으로 투덜댔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이내 숟가락이 닿았고, 쥐려 했으나, 힘이 부족해서 헐겁게 잡았다. 마디마디가 여전히 아렸다. 할 수 있어. 그는 손이 떨리는 걸 무시하며 자신을 북돋웠다.

쿤은 잘 보이지 않아 눈을 가늘게 떴다. 초록색 수프 사이로 둥근 주황색의 무언가가 보였다. 당근인가? 소시지?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으나, 눈에 띄어서 쉽게 뜰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을 앞으로 숙이며 먹으려 했으나, 숟가락이 손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처음부터 쿤이 모습을 지켜보던 밤은 숟가락이 떨어지기 전에 잡아 쥐었다.

"그냥 저에게 부탁하면 되잖아요." 밤은 새어 나오는 미소를 참으며 말했다. 이런 점조차 쿤 씨 답네요, 밤은 생각했다. "여기요. 입 벌려요."하고 쿤이 반대하기도 전에 수프를 떠서 입 앞으로 들이밀었다.

음, 이런 상황에서 까다롭게 고집부릴 수는 없지. 손을 제대로 쓸 수도 없는데. 그래서 쿤은 마침내 인정하고, 얌전히 받아먹었다. 부끄럽지만 좋기도 했다. 그가 기억하는 한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은 적이 없으니 말이다.

먹이고 받아먹는 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둘은 점점 익숙해졌다. 그들은 함께 있는 이 순간을 즐겼다.

 

-

 

일주일이 지나자 열이 가라앉았다. 쿤은 이제 혼자서 먹을 수 있었고, 조금씩 선명하게 보였다. 그전에는 서리 내린 창을 통해 봤다면 이제는 안개 낀 창을 통해 봤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서 걷는 건 힘들었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거나 앞에 있는 물건을 못 봐서 넘어지는 일이 허다했다. 그래서 어딜 가든 조심스럽게 걸었다.

"파란 거북이! 거기 있었군!" 라크가 먼 데서 소리 질렀다. "밖에 나와 있으면 안 돼!" 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방으로 돌아가라고. 안 그러면 검은 거북이에게 연락할 거야." 라크는 뒤에서 쿤을 밀었다.

다행히도 라크의 큰 목소리는 더는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았다. 그래도 성가신 건 여전했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 좀 마시자고. 침대에만 있는 게 얼마나 지루한지 알아?" 불만을 터뜨렸다. 벌써 몇 주째야. 너무 오래 쉰 쿤은 이제는 좀 몸을 단련하고 싶었다. 남들은 일하는데 자신만 뒤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좋아." 라크는 쿤을 발코니로 데려갔다. "그때 생각나네. 검은 거북이를 되찾으려고 했을 때 말이야." 라크는 쿤이 그 시절 이야기를 꺼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진이 빠진다나 뭐라나.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검은 거북이를 잃었다가 되찾았어. 그리고 이번에는 너를 잃을 뻔했지. 그러나 너도 역시 돌아왔어."

쿤은 미소를 지으며 지금 라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했다. 제대로 볼 수 있던 때가 그리웠고, 셋이서 탑은 신경 쓰지 않고 보냈던 시간이 그리웠다. 밤도 여기 있으면 좋을 텐데, 쿤은 생각했다.

"아직 살아있어서 기쁘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숨도 안 쉬고 있어서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나 걱정하는 거야?" 쿤은 짓궂게 물었다.

"당연히 아니지!! 난 그저 내 사냥감을 지키려던 것뿐이다. 나중에 싸우려고." 라크가 부끄러운 듯이 재빨리 말했다.

"알았어." 쿤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걱정 안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