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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ting:
Archive Warning:
Category:
Fandoms:
Relationships:
Characters:
Language:
한국어
Series:
Part 3 of 트릭스터
Stats:
Published:
2023-03-13
Completed:
2023-03-13
Words:
9,759
Chapters:
6/6
Kudos:
2
Hits:
80

사랑손님과 천호님

Summary:

대흉대악을 멸하고 반월당이 평화로워진 이후, 반월당에 손님과 함께 사건도 찾아옵니다.

Chapter 1

Notes:

(See the end of the chapter for notes.)

Chapter Text

유단은 비참했다.
그해 겨울 반월당은 무너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비유가 아니고 정말로. 그 초소형 수리공들을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씨도 알고 있어서 그나마 최악의 상황만 면했을 뿐.
맹세코 백란을 다시 부르기 위해서다. 반월당의 상황을 극한까지 몰아붙여서, 천호를 부르려는 모두의 바람이 하늘까지 닿도록.
물론 백란이 본다면 코웃음치며 어떻게 두 달도 못가 가게를 말아먹냐고 하겠지만 일부러 그런 거다. 그 얄미운 여우를 도로 이 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투덜투덜 하면서도 돌아와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곤란한 지경을 해결하고 못다 한 이야기도 나누기 위해.
그러나 백란은 오지 않았다.
유단 자신이 또 위험에 처하면 구하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팔목귀가 사라진 여파인지 그런 위기는 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스로 찾아 뛰어들 수도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위기를 달고 와서 도움을 구할 때마다 그 여우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투덜대고 인신공격 하면서도 자기 목숨까지 내던져가며 살려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았으므로. 자신은 정말로 백란에게 무거운 짐이었던 거다.
그래서 나중엔 방향을 바꿨다. 차라리 자신이 반월당을 제대로 근사하게 운영해보인다면, 더 이상 짐이 아니라고 보여준다면 다시 오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먹고 노력한 끝에 반월당은 겨우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재정난이야 백란이 있을 때도 똑같았고, 몰아치는 사건사고들도 제법 해결할 수 있게 되어 흑요가 세 끼를 요리하고 차를 준비할 여유는 생겼다. 천호가 없는 반월당에 와 봐야 소용없다고 소문이 나서 요괴 손님들이 뜸해진 탓도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여기는 전통찻집이니 차를 낼 여유는 있어야 했다.
그러나 가게가 평화로워진 건 다른 의미에서 식구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반월당은 영업을 계속할 것이다. 백란 없이.
더는 흑요도 고서를 찾아보지 않았다. 쌍둥이는 여전히 백란의 침실과 서재를 쓸고 닦지만 이전의 소망을 담은 활기가 없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백란 대신 개학이 돌아왔다. 그것도 고3 올라가는 개학.
이게 사는 건가.
새 담임은 수능이 어쩌고 내신이 어쩌고 열심히 떠들고 있지만 진지하게 귀를 기울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올해부터 죽어라 책만 들이판다고 해서 대학에 갈 수 있을 리도 없고 어차피 책만 들이팔 수도 없을 거고.
수업 끝나고 반월당 가서 할 일들만 생각하며 대충 시간을 때우는데 갑자기 창문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개구리 정승이었다.
창문 바깥에서 개구리 발로 찰싹찰싹 치며 다급하게 외치는데 유리에 막힌 데다가 자리도 멀어서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유단은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교사 밖까지 뛰어나오자 벽을 타고 다시 화단으로 기어내려온 개구리 정승이 폴짝폴짝 유단 앞으로 뛰어왔다.
“대체 무슨 일이야?”
“큰일났어! 너희네 가게의 그 도깨비 양반이 빙판길에 넘어졌느니라!”
“에엑?”
반월당 앞 회화나무길엔 그늘진 곳이 많아 늦게까지 눈이 녹지 않고 남아있곤 한다. 그래도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유단은 개구리 정승을 안아들고 헐레벌떡 뛰었다. 아니, 뛰려고 했다.
개구리가 또 순간이동을 해버렸다. 또다시 멀미라도 한 듯 속이 울렁거리며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반월당 앞 골목에.
“그러니까 미리 말 좀 해달라고!”
버럭 소리쳤지만 개구리와 싸우기엔 유단 자신의 마음이 급했다. 개구리를 안은 채 반월당으로 뛰어들었다.
“늦었군요. 그냥 돌아가버릴까 하던 참이었습니다.”
반월당의 나무 테이블에, 도씨와 흑요와 쌍둥이와 함께 앉은 여우요괴가 한 말이었다.
유단은 멍한 기분으로 천천히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가면서 자기 손등을 한 번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그새 자해하는 버릇을 들인 겁니까. 목숨의 위협이 뜸해지니 허전했나보군요. 어차피 이제 요괴들 사이에 점차 이름이 퍼지고 있으니 목숨의 위협은 뜸해질지언정 끝나지는 않을 텐데요. 굳이 자해까지 하지 않아도.”
“백란.”
“예.”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갈색머리 위에 솟은 여우귀도, 세상만사 자신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인 척하는 저 무표정도, 수묵 담채화에서 혼자 걸어나온 듯한 옷차림과 몸가짐도.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백란 옆에는 빈 의자와 찻잔이 있었다. 채설이 김이 솟는 차를 따르고 과자 접시를 앞으로 밀어주었다.
“천호님께서 천계의 차와 과자를 가져오셨어요!”
채우가 신나게 조잘거렸다.
“수업 방해하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천호님이 안 계셔서 그동안 얼마나 넋 나간 얼굴을 하고 다녔어요. 옛 원수를 갚는 일이 끝났으니 이제 천호님께는 아무 쓸모도 없고 귀찮기만 한 존재가 된 거라고....”
“내가 언제 그랬어!”
유단이 버럭 소리쳤다.
“허허, 말하는 것 좀 보게.”
도씨가 부채를 까닥거렸다.
“천안이 잠깐 고장났다고 당장 한강에 걸어들어갈 기세였다던 사공님 말씀 그대로였으면서. 저러다 말겠지, 저러다 말겠지, 해도 한 해가 다 가도록......”
“내가 언제! 아니 어디 나만 그랬어? 도깨비야말로......”
유단은 흠칫 해서 이 항아리 도깨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빙판에 넘어졌다더니.
“놀랐죠! 천호님의 묘안이었어요.”
채우가 활짝 웃었다.
“일초라도 더 빨리 오게 하려고 임시변통을 쓴 겁니다.”
백란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런 얕은 수를 가지고 묘안이라고 아첨해도 소용없습니다. 이번엔 사정이 있어서 잠깐 내려왔을 뿐, 볼일 끝나면 바로 돌아갈 겁니다.”
기가 막힌 나머지 한 마디 하려던 것이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졌다. 유단이 멍하니 물었다.
“돌아간다고?”
“예.”
“볼일 끝나고 바로?”
“예.”
유단은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백란을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그러고 서 있을 겁니까?”
태연히 찻잔을 입가에 대는 사람은 백란뿐이었다. 유단도 도씨도 흑요와 쌍둥이도 정지화면 같은 꼴로 백란을 보고만 있었다.
“처, 천호님.”
채우가 간신히 입을 떼었다.
“저희들 보고 싶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지금 보고 있지 않습니까?”
백란이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자리는 어차피 천계입니다. 여러분과의 인연이 깊다 한들 위치가 다르니 오래 이어질 수 없습니다. 그동안 성심껏 저를 보필해준 것은 기억하겠습니다만 여러분도 빨리 새 인연에 충실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층으로 통하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정지화면이 되었던 유단이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그 뒤를 따라갔다.
이층 서재로 올라가는 백란의 모습은 예전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백란 없이 보낸 지난 일 년이 꿈만 같았다.
백란은 서재에 도착하자 책상 앞에 앉았다. 유단은 그 앞에 앉았다.
이렇게 똑같은데. 자신이 괴이를 달고 와서 귀찮게 굴던 바로 그 모습으로 되돌아왔는데.
백란은 눈앞에 앉은 유단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책 한 권을 펼쳤다. 혹시나 해서 들여다봤으나 고금괴이전이 아니었다. 한자가 빽빽해 유단은 무슨 책인지도 알 수 없었다.
“저기, 그때 말인데.”
“팔목귀를 토벌하러 갔을 때 이야기라면 그만두십시오.”
백란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 유단은 굴하지 않았다.
“그때 페이스 무너뜨리고 벌벌 떨고 했던 거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창피해하지 않아도 돼.”
“제가 언제 그랬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그런 일 없었다고. 쪽팔릴 걱정 없이 돌아다녀도 돼.”
마침내 백란이 고개를 들고 유단을 바라보았다.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천계에서 사는 건 인간계에서 있었던 싫은 일이나 힘든 일 때문이 아닙니다. 제가 원래 천계의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물고기가 물에서 살고 길짐승이 땅 위를 걷는 것과 완전히 같습니다. 이렇게 조른다고 변할 일이 아닙니다.”
유단은 입만 뻐끔거렸다.
하려고 준비했던 말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대신 가장 두려운 가능성, 이제 현실로 떠오르기까지 한 발짝 남겨놓은 가능성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백란이 소중히 여긴 사람은, 대신 액을 받으려 하고 목숨줄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몇 번이고 온갖 수고를 수고로 여기지 않고 자해도 불사해가며 구해준 사람은 유단이 아니다. 신라의 왕자 비형랑이다.
“이번에는 볼일이 있어 특별히 내려온 것입니다.”
어쩔 줄 모르고 굳어있는 유단을 내버려둔 채 백란이 태연히 말을 이었다.
“가서 쌍둥이에게 손님방 하나를 마련하라고 하십시오. 아주 귀한 손님이 한 분 묵어갈 것입니다.”
“귀한 손님?”
유단이 기계적으로 물었다.
“누구 천신이라도 하나 오는 거야?”
“비슷합니다.”
잠시 기다려 봤지만 백란은 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뭐든 설명하기 좋아하니 좀더 길게 설명해주지 않을까 기대했건만.
유단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 방을 나왔다. 백란은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았다.

 

반월당의 사랑채에 있는 많은 방들 중 하나를 쌍둥이가 골라 청소했다.
“귀한 손님이니 알아서 잘 모셔야 한대.”
채설이 이불을 다독이며 말을 걸었다. 말 안 듣는 동물을 다루는 태도였다.
“그렇게 달래봐야 막상 손님이 들어가보면 싹 어디 숨어버리는 거 아냐?”
사몽 속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유단이 물었다.
“이번엔 아닐 거예요.”
화로를 가져오며 채우가 대꾸했다.
“천호님께서 귀한 손님이라고 직접 모셔오는 경우는 이제까지 없었어요. 여기서 묵어가는 경우는 더 없었고요. 여기 물건들도 다들 긴장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어느 정도기에 천호님께서 그 정도로 극진히 대접하시려는지.”
“천신 비슷하다더라.”
유단은 더욱 심사가 뒤틀렸다. 이런 세간들까지도 인간 꼬마는 우습게 보고, 지체 높은 신령은 귀히 모신다 이거지?
“잠깐, 그런데 직접 모셔와?”
“예. 좀전에 마중나간다고 나가셨어요.”
“무려 마중씩이나? 그 방구석 폐요가?”
유단은 입을 딱 벌렸다.
“도씨 아저씨는 천호님하고 같이 나갔고 누님은 그래서 지금 심기일전해서 부엌 청소하고 요리 준비중이에요.”
자신이 처음 반월당에 들어왔을 때가 생각났다. 무슨 안 나가는 점쟁이처럼 불길한 소리나 읊어대던 도깨비, 다짜고짜로 베어버린다고 날뛰던 구렁이, 사람 잡아 간 빼먹는 여우라고 자기소개를 하던 여우.
“차별대우도 정도가 있지! 어느 놈의 귀한 손님인지 반월당 이제 내 거니까 방세 받아버릴 테다!”
“이것이면 되겠습니까?”
뺨에 차가운 것이 와 닿았다.
뺨이 얼어붙는 기분에 유단은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천호님!”
쌍둥이가 벌떡 일어나 유단의 등 뒤를 향해 인사했다. 백란을 보며 밝아진 얼굴이 그 옆을 보더니 나란히 놀란 얼굴로 변했다. 누군지 굉장히 뜻밖의 손님인 모양이었다.
“그거 이제 적당히 떼.”
장난기 어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뜻인지는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어떻게인지 한국말을 쓰고 있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얼굴에 동상 걸릴라.”
“진짜 얼어붙고 있는 거였어?”
유단이 빙글 돌아섰다.
백란이 손에 시퍼런 얼음조각을 든 채 서 있었다. 얼음 때문인지 장갑을 낀 것을 빼면 평소나 똑같은 차림이었다. 손님 모시러 간다고 빼입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 옆에 선 ‘손님’을 보고 유단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월당에 신기한 손님이야 늘 찾아온다. 요괴나 신선이었다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손님은 녹색 포인트가 들어간 검은 양복을 구김살 하나 없이 차려입은 훤칠한 서양인이었다. 흑발에 녹색 눈, 창백한 피부가 뱀 같은 인상을 주는데 천안으로 봐도 둔갑한 뱀은 아니었다. 훨씬 더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였다.
동방청제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처럼 폴리스 라인을 치고 빛을 뿜으며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이 외국인에게선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무식한 데다 성질까지 급한 인간이라 예의범절이라는 걸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백란이 그 외국인에게 공손히 양해를 구했다.
“그냥 지나가는 고양이가 시끄럽게 굴었다 치고 너그러이 보아넘겨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외국인이 그 인상에 어울리는 미소를 지었다.
“신경쓸 것 없어. 미드가르드 인이 원래 그렇지. 신세 지는 마당에 까다롭게 굴 수야 있나.”
그 미소 그대로 외국인이 유단을 보며 말을 건넸다.
“천호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과연 듣던 대로구나.”
“천신들한테 내 험담을 하고 다녔어?”
발끈하려던 유단은 백란이 다시 얼음조각을 들이대는 바람에 입을 다물었다.
“보고만 있지 말고 받아.”
외국인이 재미난 구경거리를 만났다는 듯이 말했다.
“미드가르드의 하찮은 얼음과는 다르니까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뙤약볕에 아무렇게나 굴려놔도 네가 늙어죽기 전엔 녹지 않을 거다.”
“흑요 누님이 좋아하시겠어요.”
보고만 있던 채우가 끼어들었다.
“부엌에 냉장고 있잖아?”
“부엌뿐이겠습니까. 여름이면 부채가 필요없을 겁니다.”
유단을 무시하고 백란이 긍정했다.
“여름엔 에어컨 있거든!”
백란이 놀랍다는 표정을 했다.
“저 없이도 알아서 잘 해나가고 있는 줄은 알았지만 여름철 전기세를 걱정할 필요도 없을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이건 그냥 제가 가져가도 되겠군요.”
그리고는 재빨리 비단 보자기에 싸서 품에 넣어버렸다. 유단이 말릴 틈도 없었다.
“뭡니까, 막상 안 준다니까 아쉬워하는 그 태도가.”
백란이 천연덕스럽게 약을 올렸다. 그 옆에서 채설이 중얼거렸다.
“유단이는 저대로 안 받을 거야. 저렇게 어마어마한 냉기를 품은 얼음인데 심술났다고 안 받다니. 이제 여름마다 저 냉기가 생각나겠지. 천호님께서 주시는 부채도 없는데. 더위에 늘어질 때마다 유단이가 얼음을 받았어야 한다고 우리 모두 유단이를 쳐다보게 될 거야. 언니는 냉차를 유단이 몫만 빼고 만들 거고, 그러다 유단이 혼자 더위를 먹을 거고......”
“받을게! 받으면 되잖아!”
다시 백란을 쳐다보았다. 백란은 여우다운 미소를 지으며 얼음을 다시 꺼냈다. 이 난리를 치는 동안 얼음은 정말 물기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빙하기 때부터 품어온 듯한 냉기를 뿜고 있었다.
‘설마 정말 빙하기 때 얼음인가?’
받아드는 순간 천안에 맘모스가 보일 것 같아 잠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기분나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선물을 보고 필요 없다는 소리부터 하는 인간한테 얼마나 귀한 물건인지 설명해가며 억지로 쥐어줘야 하다니. 이 인간이 방자한 건 너희가 너무 오냐오냐 해줘서가 아니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랬습니다.”
백란이 다시 공손한 태도로 돌아와 설명했다.
“액을 뒤집어쓰고 살려달라고 찾아온 주제에 오만불손하기 그지없었지요. 자기 목숨이 달린 일조차 그럴진대 평소엔 오죽하겠습니까.”
“그렇군.”
외국인은 재미있게 생긴 벌레를 보는 시선으로 유단을 훑어보았다.
“나는 본래 저런 인간을 용납하지 않지만 널 봐서 저 인간은 건드리지 않겠다. 복도에서 이러고 있느니 그간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감사합니다. 그럼 안으로 드실까요?”
얼음을 대충 떠넘긴 백란이 외국인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탁 닫았다. 유단과 쌍둥이는 복도에 남겨졌다.

Notes:

요즘 표기법은 매머드인 것 압니다만 어쩐지 유단은 맘모스라고 발음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냥 제 취향일지도 모릅니다.

 

이 크로스오버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토르 1, 망량선 -> 트릭스터 컨벤션 -> 어벤저 1 -> 환상열차 -> 아이언 맨 3, 토르 2, -> 동맹 성립 -> 윈터 솔져 -> 사랑손님과 천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