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s

Work Header

수르코프와 리모노프, 그리고 정치

Summary:

러시아 정치의 흥미로운 인물인 수르코프와 리모노프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러시아 정치에 대한 팬픽입니다.

Notes:

작가는 아직 이 팬픽의 내용과 장르를 무엇으로 할지 정하지 못했다. 어떻게 정할지는 쓰면서 생각해볼 것이다

Chapter 1: 수르코프의 경우.

Chapter Text

블라디슬라프 유리예비치 수르코프는 더 이상 대통령에게 간언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정부 주요 관리인들 목록에서 완벽히 내쳐졌고,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상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만한 칼럼을 쓰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왕년에 했던 예술 활동을 다시 시작해볼까, 라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때 종종 연락을 주고 받았던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반체제 인사로 낙인 찍혔고, 아가타 크리스티의 멤버였으며 자신이 가사를 써주기도 했던 바딤 사모일로프는 늙은 퇴물 가수가 되었다. 그러니 지금 와서 자신이 책을 쓰거나 시를 쓴다 해도 실패할 게 뻔해 보였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발행은 하지 않는다 해도, 일단 뭐라도 기록으로 남겨둬 보는 건 어떨까?

나는 최근 알렉산드르 두긴이 암살 시도를 당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그와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었지만 같은 상사를 두고, 그 상사에게 아이디어를 제출한다는 똑같은 입장에서 서로를 꽤 많이 알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두긴의 암살 시도는 실패했고, 그의 딸 다리야가 죽는 참사만이 일어났을 뿐이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 규탄했지만...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그 테러는 대통령께서 사주한 것이다. 점점 길어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은, 크렘린의 빅 브레인들이 제시한 낙관적인 전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들을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것이 바로 내각 총사퇴에서부터 프리고진에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있어서, 작전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전면적인 침공에 내심 반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크림 반도 합병에 성공했고,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의 통제도 드디어 수월해지고 있던 참에 굳이 우크라이나 전 지역을 공격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그런 우리의 의중을 대통령께선 이미 파악하셨던 것이겠지.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언젠간 러시아의 지배 하에 놓일 것이라 생각했고, 그건 보좌관이었던 나 또한 동일하게 생각한 바이기에 그에 맞춰 여러 큰 그림들을 그려왔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당선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늘어가는 비이성적 나치즘을 굉장히 거슬려 했다. 뭐... 나는 대통령의 판단에 딴지를 걸지 않겠다. 나의 직무는 대통령의 의견이 우선이고 단지 그것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성공적이게 관철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통령을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각설하고, 대통령은 나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인 작전까지는 바라지 않았던 당시 내각과 측근들을 바꾸기로 결심했었다. 특히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총리에게 여태껏 있어온 정부의 무능력함을 전부 뒤집어 씌우고자 했었던 거 같다. 내각이 사퇴를 발표하기 전에, 드미트리는 크렘린에서 대통령과 꽤나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에 자신이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업보를 자신이 짊어지고 떠나겠다고 합의를 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드미트리. 아직도 나는 그와 가끔 연락하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기운이 없어지는 모습이 보여 조금 안타깝게 느끼고 있다. 아무튼 우크라이나 정책에 있어 구식이었던 내각과 나를 포함한 측근들은 이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몇몇 대체 불가능한 사람들-이를 테면 쇼이구나 라브로프-만이 남아 특수군사작전에 대한 계획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대통령의 그런 결정에 결코 반감을 갖고 있지 않다. 우리 대통령은 매우 영리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고 지시한 것은 반드시 이행되기 마련이다. 대통령은 내각의 교체를 단행해서 내부의 결속을 다졌고, 이제는 외부의 방해를 최소화 시켜야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내부의 일처럼 편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일단 첫번째. 많은 돈을 들인 여론전과 가짜 뉴스 뿌리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미국의 의중은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된 것. 두번째,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실패.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발니가 제 발로 러시아에 되돌아 와서 그를 투옥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고 작전을 시작했지만 — 만족스럽지 못했다. 3일만에 함락될 것이라 예상한 키예프는 아직까지도 건드리지 못하고 있으며, 어느샌가 전쟁은 1년을 넘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화가 난) 대통령은 이미 직책에서 물러난 나에게는 약간의 벌로 가택연금을 내린 것이고,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현역 브레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프리고진은 말할 것도 없이 암덩어리 같은 존재였기에 제거되었다. 내가 알기로는, 쇼이구가 원래부터 민간군사업체를 경계하고 있었기에... 대통령에게 프리고진의 부정적인 평가만을 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프리고진 또한 자신의 군대를 인정해주지 않는 쇼이구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러시아 정부가 그들에게 성과에 맞는 보상을 해주지 않는 이유는 다 쇼이구가 대통령에게 잘못된 말을 해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엇나가고 있던 둘의 관계는 로스토프 나 도누에서 발생한 프리고진의 반란 덕분에 결국 종식되었다. 쇼이구는 이 일을 전해 듣곤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는 푸틴에게 그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러시아는 프리고진에게 단순한 추방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비행기 폭발이라는 사망 원인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다른 일은 이보다 더 간단하다. 알렉세이 나발니는 화풀이로써 제거되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알렉산드르 두긴은 대통령의 분노 속에서 우연히 살아남았고 아마 살아남은 이상 다시 암살 시도가 행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의 암살 시도? 이것은 FSB로서 자존심도 상할 뿐만 아니라(대체로 FSB는 작전을 직접 만든다. 대통령은 단지 '예/아니오'로 결정을 내릴 뿐.)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는 변명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평생 동안 정권에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라고 다를 건 없지만... 그래도 나는 최근들어 가택연금에서도 풀려났고 자유롭다면 자유롭게 살고 있다. 내가 생명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대통령의 분노를 얻을 상대는 확실히 아니기 때문.

그 뒤로 어느 날, 수르코프는 책상을 정리하다 과거 문서들을 발견했다. 주로 나츠볼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얼마 전에 두긴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글을 썼던 것이 생각나 신기한 우연 같다고 느꼈다.

그 잔당들은 내가 바랬던 대로 힘을 잃었다. 그들의 해로운 사상과 행동 지침이 러시아 청소년들에게서 주류를 차지하는 일은 없었다. 그들의 당수는 얼마 전에 죽었다. 사실상 그 운동은 이제 몇몇 어른들의 철 없는 시절로만 회상될 것이다.
나는 에두아르드 리모노프를 기억하고는 있다. 그 남자는 경박하지만 바보는 아니였다. 그렇기에 내가 나츠볼을 반드시 분쇄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의 정신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의 정신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또 다른 정신이 아니다. 겉보기엔 같은 빛깔을 띄지만 그 내부는 무질서로 가득 찬 정신이다. 나는 일찍이 그것을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고, 그것을 배제하면 정책이든 사업이든, 중요한 계획들이 제대로 이행됨을 깨우쳤다.
에두아르드 리모노프... 그는 한 마디로 무질서한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순교자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나츠볼의 이념은 대부분 리모노프가 만들어낸 것이다. 애국적인 무질서주의, 또는 무질서적인 애국주의.
내가 딱히 정치에 관여하기 이전, 그러니까 90년대 초반- 이들의 세력이 커져나갈 때에 나는 모스크바에서 그 무질서함을 직접 보았다.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비참한 무리들. 그 당시엔 이 정도로 판단하고 무시하려 했지만, 00년대, 10년대가 되어서도 저들은 종종 나타났다. 후... 우선 저들의 당을 불법으로 규정한 뒤, 나는 '나쉬'라든지 대체할 만한 운동을 만들어도 보았지만 어째 잘 풀리지 않았었다. 그리하여 가장 일반적인 대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을 투옥하되, 단순한 범죄(절도, 횡령 등)로 기소한 뒤, 언론에서 최대한 그들 일당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무시하는 것이다. 이 계책은 다행스럽게도 잘 흘러갔고, 나츠볼은 힘을 잃었다. 과거에 이들 집단에 속했더라도 아직까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 에디는 죽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 사소한 이야기를 추가할 수도 있겠다. 둘이 만났더라면 무슨 대화를 나누었을지, 어떤 행동을 취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