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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절대 웃지 않는다.
그녀는 서른쯤 되었지만 열일곱처럼 보였고, 그녀를 가르쳤던 레드룸의 교관들에게서는 더 배울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물론 윈터 솔져에 대해서도, 그가 얼마나 드물게 교육 목적으로 파견되는지도 들었기 때문에 훈련받기 위해 그에게 보고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만족감을 주었다.
그러나 그 충만한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그녀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복부를 걷어차 바닥에 등을 대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만약 그가 맨발 따위가 아니라 부츠를 신은 상태였다면 그녀의 아래쪽 갈비뼈는 부러졌을 것이었다. 지금 내일까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통증을 무시하며 양 다리를 그의 발목에 홱 휘감았다. 그가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그녀는 그가 매트 위에 착지할 때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을 굴렸고, 금속 팔로 발목을 붙잡은 그가 비틀어 버리기 전에 그의 등을 걷어찼다. 금속 판이 미끄러지며 그녀의 피부를 죄어온다. 그녀는 은빛 손목을 걷어차며 잡힌 발목을 그의 손아귀에서 잡아당겼다. 피부가 찢어졌다. 다시 사정거리 밖으로 몸을 굴린 그녀가 일어서자 그 역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가 디파인먼트 X의 기준으로도 불가해한 속도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휙 수그려 주먹을 피할 시간은 충분했다. 껑충 옆으로 움직이자마자 곧바로 뛰어오른 그녀가 그의 목을 허벅지로 휘감았다. 그들은 같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번에는 그의 등이 지면에 부딪혔고, 그녀는 왼쪽 소매에 감춰뒀던 나이프를 꺼내들어 피가 배어 나올 정도의 세기로 그의 목을 짓눌렀다.
그녀는 처벌을 예상했다—근접격투 훈련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고위 요원 대부분은 상급자와의 훈련에서 사용한 바로 그 무기로 자해하라고 명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느슨히 풀었다. 거칠고 쉬었으나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그녀는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섰지만, 나이프를 거두거나 경계를 놓진 않았다.
그가 미소를 보냈고, 이는 그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사냥꾼의 거친 눈동자는 이제 즐겁게 반짝였다. 그가 짓는 미소에는 온기가 스며 있었다. 인정한다는 뜻으로 비틀리던 다른 교관들의 입매와는 달랐다.
"아, 넌 아주 잘할 거다, 위도우."
"전 위도우가 아닙니다."
방 안의 거칠고 인공적인 빛을 쫓아 나이프를 기울이던 그녀는 그의 말을 정정했다.
"아직은 아니지."
그는 혼자 일한다.
두 사람의 첫 합동임무는 표면적으로는 훈련의 일환이었다. 위도우 훈련생들이 저격 장비와 저격술을 쓸 일은 극히 드물었으나 그녀가 일반적인 훈련생이 아니라는 게 명백해진 지 오래였다. 그녀는 무기 없이도 그와 호각으로 근접 격투를 벌일 수 있었다. 나이프나 와이어가 있다면 승률은 두 배로 뛰었다. 담당 관리자들은 윈터 솔져가 그녀의 교육에 기울이는 관심을 기꺼워했고, 그녀는 지정 타겟만을 사살하는 장거리 저격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들은 폴란드 국경 근처 칼리닌그라드주에 위치한 언덕에 있었다. 눈이 녹아 생긴 물웅덩이 탓에 젖은 채였다. 그는 그녀가 저격소총과 스코프를 조정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바람의 상태를 말하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감정없이 딱딱해 보였지만 최근부터 미묘한 차이와 변화를 읽어낼 수 있게 된 그녀는 무언의 단서를 따라 저격소총을 배치했다. 그가 승인한다는 뜻으로 목을 울리고 자신의 맞춤제작 총기를 나란히 배치했다.
타겟은 체제전복적인 글로 KGB의 주의를 끈 시인이었다. 그의 십대 딸 역시 반체제주의자인 듯 했지만 임무 매개변수로 지정되진 않았다.
그녀는 스코프를 통해 화려한 집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식사를 준비하는 두 사람을 찾아냈다. 그는 오른쪽에서 똑같은 자세로 그녀의 실패를 대비해 사살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실패하지 않았다.
시인이 딸과 동시에 시체가 되어 못생긴 카펫 위로 고꾸라졌다.
이유를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시선을 돌리자 모락모락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 그의 저격소총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조심스럽지만 자랑스러워 하는 미소를 보냈다.
"좋은 동료가 됐어, 위도우."
"아직이거든요."
"내일이면."
그가 방아쇠에 걸쳐 놓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금속 손으로 감싸며 나직이 말했다.
"너는 위도우가 될 거다."
그날 누가 더 큰 기쁨을 느꼈는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는 결코 실수하지 않는다.
미국의 국외추방자로 위장한 그녀는 살아남은 반군들과 함께 세게드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헝가리의 시골을 짓밟고 다니는 소련 탱크를 피해서 말이다. 임무는 간단했다. 잘생기고 카리스마 넘치는 금발 타겟이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침략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기 전 그를 제거하는 게 다였다.
그녀는 헝가리어로 미국의 이상적 자유에 대해 부드럽게 속삭여 손쉽게 타겟을 유혹했다. 문법은 완벽했지만 거친 외국어에 묻어 나오는 억양은 의도대로 끔찍했다. 타겟은 그녀가 평소 임무에서 마주치는 호색한들보다 친절했지만, 그렇다 해서 새로 발굴된 블랙위도우의 세심하게 보정된 매력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타겟을 창문이 있는 곁방으로 이끌었다. 그는 춤추자는 제안을 흔쾌히 승낙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굽혀 춤의 시작을 알리는 인사를 하면서 곧 가해질 충격에 대비해 몸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신호에 따라 죽음이 발포될 것이다. 그 후엔 테러를 가장해 반군 지도자와 기지를 확고한 죽음으로 몰아넣을 불이 붙는다.
그러나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단순하나 우아한 발레 동작 속에 혼란과 놀라움을 숨겼다. 몇 분 후 타겟이 유혹적인 말을 속삭이며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바깥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녀는 몸을 뒤로 물렸으나 예상했던 총알은 없었다. 창문은 멀쩡했으며 그녀와 마찬가지로 충격에 빠진 타겟은 부상조차 입지 않은 채였다.
그녀는 도약해 남자의 목을 다리로 휘감고는 무게를 실어 바닥으로 쓰러트렸다. 목이 뚝 부러졌고, 그녀는 창문을 넘어 따뜻한 여름밤의 거리로 나왔다. 방화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솔져는 계획대로 옆 아파트 건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가 해야 하는 복귀 준비를 하고 있기는커녕 저격소총의 지지대가 설치된 방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왜 쏘지 않은 거야."
그녀는 그의 스코프를 통해 타겟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내가 해치워야 했잖아. 타겟은 당신 시야 안에 있었고—있었어야 했어."
그는 시선을 들지 않았다.
"쐈어. 비껴간 거지. 그럴 수가 없었어....... 그럴 수가 없었어. 너무 닮아서......."
그녀가 지금껏 배워 왔던 모든—그가 가르친 것을 포함한—지식이 그를 관리자에게 돌려보내고 그의 오류 행동을 교정해야 한다고 보고하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는 대신 옆에 앉았고, 위로가 되길 바라며 손을 그의 무릎에 조심스레 얹었다.
잠시 후 그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또 잠시 후 그가 그녀에게 입 맞췄다. 그들은 장전된 총 밑에서 느리고 조용하게 사랑을 나눴다. 톱밥 냄새가 났다.
그는 무적이다.
관측실에 있는 경비 네 명을 무력화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 너머의 보안 조치는 알 수 없는 위험 요소였다. 관측실에 들어오기 전 알몸 수색을 당했기에 그녀가 가진 무기는 주먹과 맨발뿐이었다. 그녀는 그녀를 억류하고 있는 경비들이 든 쓸데없이 강력해 보이는 총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그녀가 저항을 시도할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위도우 개개인이 프로그램보다 하찮다는 건 그녀를 포함한 레드룸 전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녀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기억할 수 있는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삶과 인격을 바쳐 가며 레드룸에 충성해 왔다.
무장 경비 한 무리가 그녀가 지켜봐야만 하는 연구실 내에 진입하자 상황은 더욱 명확해졌다. 상의가 벗겨진 그는 무기도 없이 경비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연구실 안에는 날카로운 기구와 중장비가 가득했지만, 경비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그의 기술을 자신이 쓰는 기술처럼 알고 있었다. 그가 저항하기로 한다면 억류자들은 숨 몇 번 쉬는 사이에 무력화될 것이다. 그는 그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를 깨트릴 수 있고, 그러면 그들은 즉흥적으로 결정됐음에도 빠른 속도로 탈출할 수 있었다. 둘이서 같이.
그들이 가는 길엔 시체가 쌓일 테고, 도주는 평생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의 얼굴에서는 저 표정이 사라질 것이다. 오직 패배와 복종, 그리고 그조차도 겪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수백 가지의 비참함만을 내보이는 저 표정이. 감정이 결여된 저 표정이 말이다.
그러나 그는 순순히 구속을 받아들였다. 기술자가 마우스피스를 내밀자 그는 흠씬 두들겨 맞은 개처럼 입을 벌려 그걸 물었다. 그녀는 처음 와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방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유물을 앗아가는 방에 대한 소문은 몇 년이고 떠돌아다녔다.
위도우는 기술을 벼리기 위해 자신의 실수와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끊임없이 배워야 하므로 기억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솔져는 훈련이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오직 명령만을 따라야 했고, 불복종한다면 처벌받아야 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관측실에 와야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시체처럼 가만히 관전했다. 그녀가 유리 너머의 남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몸 오른편에 숨겨진, 하얗게 질리도록 꽉 쥔 주먹에서만 드러났다. 그녀는 그가 비명을 지르기 직전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유리 반대편에 있는 그녀를 볼 수 있는지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유령이다. 누구도 그를 찾아낼 수 없다.
그녀는 타워 안에서 그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그는 아직 어벤져스가 아니었지만 그건 시간문제였다. 그 시간이 될 때까지 그는 팀의 임무를 보조했고, 다시 그와 함께 싸우는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그들은 전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호흡이 딱딱 맞았다. 그녀는 그가 인간성을 다시 배우는 걸 도왔다.
이제 그에겐 더 많이 웃을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그 절반이 자기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기 몫의 요리를 했고,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러 그녀의 방으로 들어갈 때는 아무도 참견하지 않았다. 아침에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상기된 얼굴을 하고 함께 나올 때면 몇몇이 놀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그를 멍청이라고 불렀고 그는 그녀를 사랑이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을 제임스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고 그 말은 눈폭풍이 지나간 후 피워 낸 불씨 같았다. 그는 그녀를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첫 이름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자아의 단 하나 남은 조각인 바로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걸 좋아했다. 그가 그녀를 나탈리아라고 부를 때면 마치 잔잔한 파도 위에 떠 있는 배의 갑판에 서 있는 듯했다.
둘은 게으른 아침과 바보 같은 농담과 팬케이크를 공유했다. 그는 도시 최고의 블리니를 찾아다녔고 그녀는 글렌 밀러의 음악을 연주하는 댄스홀을 찾아다녔다. 그녀는 그가 냉동되어 있던 동안 했던 모험과 속죄를 말해 주었다. 그는 그녀가 결코 가진 적 없는, 친구들과 우스운 별명으로 장식된 어린 시절을 회상했고 명확한 선악만이 있는 듯했던 전쟁에서 싸운 걸 기억해 냈다.
함께하는 삶은 열린 하늘 같았다. 꽤 어둡지만 별무리가 가득한. 그들은 죄책감을 감춰 둔 벽장 틈새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나와 밤을 지샐 때마다 그 하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그 모든 일이 없었다면, 우린 여기 있지 못했을 거야."
그러면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하고는 했다.
"지금 집이 있는 건, 네가 내게 돌아올 곳을 줬기 때문이야."
그녀는 그가 소문 그대로였던 때를 떠올리며 경이를 느꼈다. 그는 고독하고 인간성 없었으며 그를 규정했던 얼음만큼이나 차갑고 치명적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와락 웃음을 터트렸다.
"아, 나탈리아."
그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제게로 당기며 말했다.
"들리는 거라고 다 믿지는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