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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one You Loved

Summary:

2020년도 글. 기억상실 알파알파

Chapter Text

너 가즈랑은 언제 화해할래?

정운룡은 고개를 내저으며 점심을 먹으며 본 왕시의 메시지를 애써 털어냈다. 공연 전에 휴대폰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후회해봤자 늦었다. 왕시가 그런 메시지를 보낼 줄 알았겠는가. 애써 잊고 살았던 이름을 다시 보니 마음이 어수선해졌다.

다롱, 얼굴이 창백한데 괜찮아? 물 마실래?

매니저가 다가와서 물었다.

됐어.

정운룡은 손을 내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시하고는 이마를 짚었다.

아운가와 정운룡이 싸웠다. 대중에게 알려진 일은 아니지만 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정운룡은 아운가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말을 끊거나 화제를 돌렸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들은 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걱정했고, 정운룡에게 직접 사정을 묻기도 했다. 아마 아운가에게도 물어봤으리라. 하지만 정운룡은 그들이 아운가에게서 찾지 못한 답을 줄 수 없었다. 둘 사이의 일이었다. 둘만의 일이었다.

아무리 쉬쉬한다고 해도 워낙 각별했던 사이라 조금 소원해진 것으로도 티가 확연하게 난 모양이었다. 불화설은 언론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먹잇감이었기에 기자들은 뮤지컬 기자회견이든 뭐든 자리에 상관없이 정운룡에게 아운가를 언급했다. 두 분 사이에 불화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운가 씨가… 정운룡 씨는…. 대개 근거 없는 소문을 늘어놓으며 사실이냐고 따져 묻거나, 정운룡에게 묻기도 전에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각자 열심히 살고 있고 여전히 서로를 응원한다고 형식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도 한두 번이었다. 정운룡은 나중에 가서는 아운가의 이름만 나와도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렇게 석 달쯤 지났다. 이쯤 되자 정운룡에게 감히 아운가의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왕시나 되니까 꺼낸 것이다.

지금은 집중해야 했다. 이번 뮤지컬의 마지막 공연을 사적인 문제로 망칠 수는 없었다. 무대 뒤에 앉아 있던 정운룡이 일어섰다. 다른 때 같았으면 한두 마디 건넸을 스태프들도 오늘은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왕시에게 메시지를 받기 전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에 종일 예민하게 날이 서 있었고, 다들 알았다.

심리가 불안하니 향이 조절되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통제력이 흐트러지는 편은 아니었지만 향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 역시 그날 이후의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었다. 정운룡은 억제제를 털어 넣었다. 정량 이상이라는 건 알지만 자신의 몸에서 나는 이 냄새를 죽이고 싶었다.

정운룡은 종종 예민해졌고, 그럴 때면 다들 걱정 어린 시선만 보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그것대로 거슬렸지만 정운룡은 짜증을 눌러 삼켰다.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눈칫밥을 먹는 것 이상으로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자 큐 사인이 떨어졌다. 그는 다시 무대로 나갔다. 눈부시고 뜨거운 조명 아래 정운룡은 사라지고, 온전히 역할로만 존재한다.

무대를 뛰어다니고 노래를 부르고 대사를 던지면서도 천장을 살피는 것은 과거에 사고가 일어난 이후 생긴 버릇이었다. 오늘은 그 횟수가 더 잦았다. 공연 시작 전에 몇 번이고 기웃거리며 확인했지만 불안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약 기운까지 겹쳐 메스꺼웠다.

다행히 불안은 불안으로만 남았다. 끝을 향해 달려가던 극이 드디어 막이 내리고 커튼콜까지 무사히 마쳤다. 정운룡은 얼떨떨하게 남들이 안겨주는 꽃다발을 품에 안았고, 동료들과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고 포옹했다.

종일 고양이처럼 예민하게 날이 서 있더니, 별일 없었지?

동료 하나가 정운룡의 어깨를 꽉 잡았다. 힘주어 잡은 만큼 자신의 힘이 그에게 전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효과는 없었지만 마음이 어딘가. 정운룡은 미소를 지었다.

어, 그러네.

의상을 갈아입고 분장실에 앉아 메이크업을 다 지워내고 나서야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는 실감이 났다. 왕시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까 하다가 말았다. 보낸 사람도 답장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막공 축하합니다!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모여서 막공 뒤풀이를 갔다. 거의 다 갔다는 얘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안주로 술을 마시니 분위기 때문인지 술이 쭉쭉 들어간다고 누군가가 너스레를 떨었다. 벽에 뒤통수를 기대고 와글와글한 소음을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 정운룡에게 후배 배우가 수줍게 웃으며 다가왔다.

정 선배, 건배 한번 하시죠.

정운룡이 인상을 찌푸리며 후배의 어깨를 밀었다.

너 술 너무 많이 마셨다. 향 좀 관리해.

아, 죄송해요.

됐어.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던 알파 향이 사그라들자 메스꺼움은 사라졌으나 두통은 여전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사람은 그였다. 억제제를 복용하고 술을 마시면 안 되지만 다시 잔을 비웠다. 뭐라도 이용해서 긴장을 풀고 싶었다. 잊고 싶었다.

천천히 드세요. 후배가 정운룡의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선배 같은 사람도 긴장을 하나 봐요.

매번 긴장되지. 긴장해야 하고.

이번에는 후배가 내민 잔에 자신의 잔을 맞부딪쳤다. 술이 넘쳐 손끝을 적셨다.

 

-

 

술을 안 마신 사람이 없어서 다들 대리운전이나 택시를 불렀다. 빗발이 제법 굵어져서 다 같이 삼삼오오 처마 밑에 모여 차를 기다렸다. 서늘한 비바람을 맞자 정운룡은 몸을 옹송그리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제법 취하기는 했지만 술기운을 빌려 전화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전화할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

정운룡이 부른 택시가 도착했다. 그는 만지작거리던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남은 이들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천장에 머리를 안 찍으려고 고개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몸을 잔뜩 구겨서 탔다.

목적지를 말하자 차가 출발했다. 창문에 이마를 기댔다. 차가운 창문에 뺨을 대도 택시 내부의 훈훈한 온기에 몸이 녹으면서 잠이 쏟아졌다. 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일기예보가 나왔다. 비는 내일 새벽까지 계속됩니다. 호우주의보가 내린 곳이 있겠습니다. 비가 온 후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내일 아침 기온은….

클락션이 울리는 소리에 까무룩 잠들었던 정운룡은 번쩍 눈을 떴다. 택시 기사가 욕설을 내뱉었다. 와이퍼가 삐걱삐걱 닦아낸 창문 위로 후두둑 빗방울이 다시 시야를 가렸다. 그 틈으로 저 앞에 빗길에 미끄러진 트럭이 보였다. 쾅 쾅 쾅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났다. 폭발하는 소리가 뭐였는지 그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죽음을 목전에 두면 주마등이 펼쳐진다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냥 머리가 새하얗게 비었다. 그가 탄 택시도 앞차를 들이받는 순간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죽기 전 마지막 생각이라기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미친 척 전화는 한번 해볼걸….

 

-

 

정운룡은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이 부셔서 다시 질끈 감았다. 온몸이 아픈 것 같으면서도 안 아픈 것 같았다. 존재하는 고통을 진통제가 억누른 감각이었다. 몸도 머리도 물먹은 솜처럼 둔했다. 이번에는 천천히 다시 눈을 떴다. 눈꺼풀을 몇 번 깜빡이자 흐릿하던 시야에 초점이 잡혔다.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괜찮다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자 누군가가 의사 호출 벨을 눌렀다.

진정해, 다롱. 괜찮아. 물부터 마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빨대가 입술에 닿았다. 물을 마시자 목의 통증이 가라앉았다. 큼큼 헛기침을 하니 목소리도 나왔다. 그제야 쿵쿵 뛰던 심장이 진정이 됐다.

정운룡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모님의 얼굴이 보였다.

얼마나 기억하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아? 아버지가 물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은 정운룡이 기억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빗길에 트럭이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 사고가 났다고 했다. 다행히 정운룡이 탄 택시 뒤로 차가 없어서 피해가 적었고, 택시 기사도 정운룡보다 좀 더 심하게 다치긴 했어도 회복 가능한 부상이라고 했다.

8시간이 지나도 네가 안 깨어나서….

아, 정운룡 환자분. 일어나셨군요.

그때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차트와 정운룡의 모습을 번갈아 보면서 볼펜 꼭지를 딸깍거렸다. 정운룡은 그 소리가 거슬려서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 운이 좋으셨어요. 내출혈은 없었고요, 외상이 전부입니다. 물리 치료 하면서 경과 지켜볼 거고요, 걱정되는 건 뇌진탕인데…. 일단 하룻밤 지켜봅시다. 이제 기억력 감퇴가 있는지 간단한 테스트 해볼게요.

네.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정운룡.

생일은요?

1990년 6월 27일.

그 뒤로도 오늘이 며칠이냐, 부모님 성함은 무엇이냐 질문이 몇 가지 더 이어졌다. 순조롭게 대답하자 부모님은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환자분 형질은요?

베타요.

볼펜 꼭지를 딸각거리던 손놀림이 멈췄다. 큰 부상이 없다는 소견에 화기애애해졌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얘, 다롱, 네가 왜 베타야? 넌….

아…. 보호자분 진정하시고요. 괜찮습니다, 가끔 있는 일이에요. 자, 환자분. 이거 맡아보세요.

간호사가 향수병 같은 것을 정운룡에게 내밀더니 칙 뿌렸다. 정운룡은 콧등에 축축한 액체가 닿자 코를 찡그렸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요?

아, 네. 아무 냄새도 안 난다고요. 그러면 다음 것도.

이번에도 칙 뿌렸지만 아무런 냄새도 느낄 수 없었다.

아무 냄새 안 나요.

그의 말에 알파인 엄마의 표정이 바뀌었다. 의사가 맹렬한 기세로 차트에 뭐라고 적고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렇군요, 네. 있는 일이에요. 네, 그래요.

의사가 다시 볼펜 꼭지를 딸각거리기 시작했다. 정운룡은 저러면 괜찮다는 말에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페로몬에 반응을 안 하시네요. 일단 1차 검사 결과로 형질에는 이상이 없다고 나왔는데 혹시 모르니 형질 검사를 다시 해보고요, 스캔 검사 추가하겠습니다. 이게 뇌 쪽에 형질을 담당하는 신경이 손상됐을 수도 있거든요. 뇌가 흔들리면서 며칠 기능을 잃었다가 자연스럽게 회복하기도 하니 이삼일 지켜보다가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형질 클리닉에서 전문 치료 받으면 됩니다.

형질이 바뀐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네, 형질에는 변화가 없어요. 검사 결과 여전히 알파입니다.

알파라뇨? 나 베탄데.

자기 형질을 헷갈리는 이런 일도 사고 때문에 생기나요?

본인 형질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건 외상과는 상관없고요, 심리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심리치료도 권해드리고 싶고요.

저는 베타라니까요.

보호자분과 환자분 얘기 충분히 나누시고 치료 방향 결정하도록 하죠. 그럼.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 밖으로 나갔다. 면회가 된다고 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과 동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더러 예민하다고 했던 동료도 있었다. 정운룡이 느릿하게 히죽 웃었다.

내가 뭐랬냐?

그래서 과일 바구니 제일 큰 거로 사 왔어.

생색은.

인마, 너 몇 시간을 못 깨어난 줄 알아?

나야 모르지.

자식이 한마디도 안 져요.

뭐래? 별 이상 없다고 하지?

치료받으면 다 낫는대.

하여간 튼튼한 놈. 운발 한번 끗발 나게 좋은 놈. 천만다행이야.

저는 커피 좀 마셔야겠어요. 드실 분? 어머니, 커피 드시겠어요?

서려동이 동료 몇과 함께 커피를 사러 나갔고, 정운룡은 류령비가 따준 파인애플 통조림을 포크로 찔러 먹고 있었다.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왕시였다.

인마, 사람 놀라게 할래?

시거, 왔어?

먼저 정운룡의 부모에게 인사를 한 왕시가 정운룡에게 다가왔다.

그래. 늦어서 미안하다. 누구 좀 데려오느라.

누구?

왕시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어깨너머를 흘깃 돌아보았다.

미안해, 하지만 이게 어디 보통 일이야? 사고가 났다는데 가즈도 알 건 알아야지.

누구?

왕시의 시선을 따라 병실 문가로 눈길을 돌리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왕시 또래로 보이는 키가 큰 남자였는데, 정운룡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그의 눈이었다. 당장 누구 하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빛이 형형했다. 후줄근한 차림새와 눌린 뒷머리,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만 아니었어도 무서워 보였을 것이다.

다롱.

무시무시하게 들이닥친 기세와는 반대로 남자는 병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망설이는 것 같은 눈치였다. 정운룡은 왕시를 한번 쳐다봤다가 그가 말한 이름을 혀에 굴려보았다.

가즈?

정운룡의 불확실한 목소리가 허락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제야 문가에 서 있던 남자가 한 걸음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정운룡은 제 옆에 붙어 있는 왕시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은 누구야?

왕시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운룡은 웃지 않았다. 그러자 왕시의 얼굴에서도 서서히 웃음이 사라졌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뚫어지게 쳐다보아도 정운룡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자 왕시가 인상을 썼다.

정운룡, 재미없어. 장난치지 마.

화를 꾹꾹 참는 듯 억누른 목소리였다. 환자만 아니었어도 한 대 갈길 것 같은 기세였다.

가즈가 네 소식 듣자마자 쉬지 않고 몇 시간을 달려서 온 줄 알아?

시거, 그만해.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끼어들었지만 왕시는 진정하지 않았다.

뭘 그만해? 정운룡, 지금이 화풀이할 때야? 유치하게 굴지 말고….

내가 왜 화를 내?

왕시와는 얘기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정운룡은 친구들을 보며 물었다. 지금 무슨 장난 치는 거야?

그의 물음에 다들 쉽게 답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분위기가 더 살얼음판 같았다. 어째 정운룡이 아니라 낯선 남자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정운룡은 낯선 남자를 쳐다봤다가 자신을 죽여버릴 것처럼 노려보는 눈빛에 바로 시선을 회피했다. 남자도 당장에 하하호호 자기소개를 할 것 같은 분위기의 남자는 아니었고, 친구들도 대답을 바로 해줄 것 같지가 않아서 정운룡은 아예 한 사람을 콕 집어서 물었다.

리치, 뭔데? 왜 그러는데?

롱거…. 진짜 기억 안 나?

뭐가?

가즈거 말이야.

가즈가 누군데? 저 사람?

마침 커피를 들고 나타난 서려동의 손에서 커피가 떨어졌다. 철퍽하는 소리를 기점으로 모두 동시에 부산하게 움직이고 떠들기 시작했다. 가즈, 괜찮아. 다롱이 머리를 다쳐서… 뇌진탕 때문에 며칠 있으면… 당장 의사 선생님 불러서 검사를… 이건 무슨 장난… 설마 이 상황에 그런 장난을… 싸웠다더니 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럴 수가….

모두 한 번에 떠드니 정신이 없었다. 정운룡은 이마를 짚었다. 남자의 보풀이 일어난 추리닝 바지와 맨발과 슬리퍼가 눈에 들어왔다. 발가락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비가 온 후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네 소식 듣자마자 쉬지 않고 몇 시간을 달려서 온 줄 알아? 8시간이 지나도 안 깨어나서….

정운룡은 시선을 들었다. 남자의 굳은 얼굴을 보았다. 당신은 누구지? 병실에 있는 모두가 말은 하지 않지만 분위기로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저 남자를 기억하라고. 하지만 정운룡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눈이 마주치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이봐요.

정운룡이 불렀지만 남자는 돌아보지 않고 아예 병실 밖으로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