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 Text:
“지도가 필요하십니까?”
엘론드가 갈라드리엘의 등 뒤 서고 입구에 서서 말했다. 갈라드리엘은 감시당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갈라드리엘을 감시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하는 일을 들킬까 불안한 탓이다.
“쉬는 곳에서는 쉬셔야지요.” 엘론드가 문틀에 기댄 채 말했다. 갈라드리엘은 불과 며칠 전에 제작 한 새 지도를 둥글게 말아 끈으로 고정했다. 전쟁의 상흔을 모두 기록한 지도였다. 에레기온을 둘러싼 강이 사라진 지도는 생경했다.
“고요한 곳에서 집중하면 좋은 방책이 나올 때가 있어. 지금은 그런 묘수라도 필요해.”
갈라드리엘은 걱정 어린 친구의 얼굴을 보며 몇 번째인지 모를 거짓말을 했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지도를 쥔 손의 반지에 맺혔다가 사라졌다. 그는 아다르에게 반지를 빼앗긴 이후 더는 반지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
에레기온 함락에 요정 모두가 충격받았지만, 엘론드는 그 타격이 더 컸다. 그와 약속한 난쟁이의 군대는 나타나지 않았고, 아다르에게 반지를 빼앗겼으며 에레기온이 오르크에게 무참히 모욕당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아야 했다. 엘론드는 린돈으로 돌아온 이후 며칠 동안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를 아는 모두가 걱정했지만, 누구도 차마 그에게 먼저 말을 건네지 못했다. 하지만 갈라드리엘은 그의 방문을 열고 다시 그를 밖으로 이끌었다.
이것이 끝은 아니기에.
갈라드리엘은 지도를 한 손에 잡고 서고를 나섰다. 엘론드가 그와 함께했다.
“린돈 숲 외곽에 오르크가 보인다고 합니다.”
“이번 전투에서 요정을 이겼다고 생각하니 겁도 없이 접근하는 게 분명해. 병사를 보내야겠군,”
“대왕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복도 끝을 보던 갈라드리엘의 시선이 엘론드에게 향했다. 엘론드보다 먼저 그 소식을 들어야 했을 위치는 자신이었다. 엘론드는 실패했고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그의 지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다. 갈라드리엘은 그들이 불신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서도 계속해 확인할 때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갈라드리엘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엘론드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럼 그것으로 됐어.”
갈라드리엘은 담담하게 말했다. 누구라도 그렇게 결정했을 테니까. 그렇게 자신을 위로했다.
“갈라드리엘.” 엘론드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지도를 쥔 그의 손을 잡았다. “호사가 사이에 무슨 말이 오가도 저는 갈라드리엘을 믿습니다. 그러니 부디… 자신을 챙기십시오. 저도 그러할 테니까요.”
요정의 언어로 물 흐르듯 나온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다. 갈라드리엘은 다른 손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걱정 말아.”
갈라드리엘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엘론드가 마주 웃었다.
해가 질 즈음 내리기 시작한 비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갈라드리엘은 망토의 모자로 얼굴을 그림자에 묻고 린돈을 나갔다. 반지는 목에 걸려있고 가방에는 남은 약과 음식, 지도가 들어있었다. 숲으로 접어드니 요정의 눈에도 앞은 까마득하게 보였고 나무와 풀을 때리는 빗소리와 비가 오는 와중에도 먹이를 찾아 헤매는 짐승의 소리만 이따금 들렸다.
오랜 전투 경험으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요정의 정신이 그가 깨닫는 것보다 빨리 긴장했고, 반지를 끼지 않은 손은 검 손잡이를 잡았다. 갈라드리엘은 걸음을 늦췄다.
오늘 낮 엘론드의 말이 떠올랐다. 린돈 숲 외곽에 오르크가 보인다고 하였던. 하지만 그가 아는 바로는 이 숲보다 남서쪽으로 두 세 시간은 더 떨어진 곳이었다. 갈라드리엘은 경계하며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동굴로 향했다. 그리고 저 멀리 검게 윤곽이 보일 즈음 숲 한복판에 멈추어 섰다. 발소리가 들렸다.
“이즈음이라고 했는데. 동굴에 버렸다고 했어.”
두 오르크의 등이 바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비 때문에 갈라드리엘을 눈치채지 못했다. 갈라드리엘은 검 손잡이를 그러쥐었다.
“동굴? 동굴에 버렸다고?”
“그래. 우모그가 다른 놈들과 함께 시체를 옮겼잖아.”
사우론을 따르는 오르크인가? 갈라드리엘은 그들이 대화하는 데에 정신이 팔린 사이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그들은 멈춰 선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까지 오고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비가 그친 뒤에 다시 오는 게 낫겠어.”
“멍청아! 비가 오니 오늘은 아무도 나오지 않을 거야. 아무도 우릴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먼저 찾는 쪽이 그 갑옷을 가진다.”
“그럼? 남은 건? 아무것도 없잖아!”
“머리라도 잘라서 매달던지! 그놈이 우리에게 하려 한 것처럼!”
우르크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저 두 오르크는 어둠을 틈타 이곳까지 몰래 나왔다. 즉 이 주변에는 저 둘뿐이다.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분명 그 모르온도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갈라드리엘은 혼란스러웠다 그것이 사우론에게 당한 뒤 버려졌다면 왜 오르크가 그것의 갑옷까지 빼앗으려 하는 거지? 머리를 잘라서 매단다니? 그것은 오르크에게 ‘아버지’가 아니었던가?
“그 자식만 아니었다면 사우론이 돌아오지 않았을 텐데!”
다른 오르크가 말했다. 어떤 상황이 건 저것들이 모리온도르를 찾아내선 안 된다. 갈라드리엘은 한가를 느끼며 천천히 검을 빼들었다. 활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요정은 빗소리에 발소리를 숨기고 천천히 나무 뒤를 벗어나 두 오르크의 뒤로 접근했다. 몇 걸음 남았을 때 오르크가 인기척을 눈치채고 갈라드리엘을 향해 뒤돌았다. 갈라드리엘은 조용히 검을 빼 들고 활을 메기려 하는 두 오르크에게 뛰어들어 간단하게, 그리고 조용히 목을 베었다. 검은 피가 튀어 갈라드리엘의 연한 녹색 망토에 검은 얼룩을 남겼다. 두 개의 머리통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머리 없는 몸체가 뒤로 쓰러졌다.
요정은 비의 도움을 받아 검날을 씻어내고 다시 검집에 넣었다. 갈라드리엘은 오르크의 사체를 뒤진 뒤 급히 시체를 높이 자란 풀숲으로 옮겼다. 살핀 사체에는 검은 피와 조악한 무기, 갑옷을 제외하고는 사우론의 상징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면.
갈라드리엘은 이를 물며 동굴로 향했다. 분명히 그것이 자신을 속인 게 분명했다. 사우론의 짓이 아니다. 그것은 오르크의 태어난 성정이 그러하듯 사우론에게 패배하자 나약한 지도자를 배신했다. 그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던 것을 자식이라 지칭하는 것들이 죽였음이 틀림없었다. 비열한 본능에 따라.
갈라드리엘은 동굴로 들어갔다. 요정은 더 어두워진 동굴 안을 채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추었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뛰어 들어갔다. 족쇄를 받아 넣은 곳은 구멍이 나 있고 모리온도르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핏자국만 남아있었다. 갈라드리엘은 비를 피하기 위한 모자가 벗겨지는 것도 무시한 채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몸으로는 멀리 가지 못한다. 아무리 그것이 요정의 몸을 타고났다고 해도 어떤 요정도 그렇게 빠르게 회복하진 않는다. 그것에겐 마법도 없었다.
갈라드리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하필 이럴 때. 불을 밝히면 어쩌면 멀리 떨어져 있을지 모르는 적이나 린돈의 정찰병이 불빛을 볼 수 있었다. 갈라드리엘은 온몸의 신경을 바짝 세우며 칼을 빼 들었다. 이곳을 빠져나간다면 어디로? 갈라드리엘은 동굴 입구에 선 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온통 나무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 버려지면서 왔을 만한 길을 고려하면…. 갈라드리엘은 가방 안에서 지도를 꺼냈다. 오르크가 에레기온 함락 후 요정을 쫓아 이곳까지 왔다면 바란두인 강을 넘어 산으로 들어와야 한다. 동굴 입구는 동쪽을 보고 있다. 갈라드리엘은 지도를 대충 발아 가방에 쑤셔 넣고 남쪽으로 향했다.
왼 다리는 부러졌지만 오른 다리는 발목만 다친 상태였다. 하지만 부러진 발목이 요정의 의술을 더했다 하더라도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갈라드리엘은 네냐의 치유 능력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모른다. 그에게 네냐의 힘을 써서는 안 됐다.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 갈라드리엘은 뒤돌아 동굴 입구를 보았다. 그것은 갈라드리엘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것이 가진 정보는 형편없거나 또 다른 거짓말일 수 있다. 단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협력을 가장한다. 갈라드리엘이 포로로 잡혔을 때처럼. 그의 상태라면 머지않아 숲을 헤매다 죽을 것이고 사체는 자연의 섭리로, 땅으로 돌아간다.
거짓일지도 모르는 정보 때문에 고민하는 편보다 그대로 두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예상한 바였지만, 그 예상이 좀 더 빠르게 일어났을 뿐이라고. 요정의 걸음이 느려졌다. 비에 젖은 어깨가 축축 하고 몸이 차갑다.
그를 찾아 살려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무가 드문드문 보였다. 숲 사이에 드물게 보이는 야트막한 초지대였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짐승이 보였다. 그 짐승은 검은 덩어리 위로 냄새를 맡다가 갈라드리엘의 기척을 느끼고 화들짝 놀라 숲속으로 도망쳤다. 요정은 의심하며 검은 형체에 다가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왼손의 족쇄였다.
갈라드리엘은 몸을 숙여 엎어져 있는 것을 뒤집었다. 그의 예상과 다르게 그것은 아직 끈질기게 숨이 붙어있었다. 갈라드리엘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며 검 손잡이를 잡았다. 지금 죽인다 해도 자신을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은 거짓말했고, 그 자체로 정보는 오염된다. 갈라드리엘은 그것을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요정은 그를 어깨에 둘러멨다.
갈라드리엘은 먼지 쌓인 낡은 야전 침대 위에 차가운 몸을 눕혔다. 족쇄를 찬 손이 침대 아래로 늘어졌다. 그는 짐승에게 당하지 않았다. 분명 채 회복하지 못한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여 쓰러진 것이 분명하다. 요정은 전부 젖은 가방과 망토를 벗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오래전 전쟁 때 쓰인 뒤 방치된 경비 초소는 좁고 먼지 쌓여 퀴퀴한 냄새가 났고 구멍 뚫린 지붕 덕에 이곳저곳 물웅덩이가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윙윙거리는 창문은 반쯤 깨져있었다.
갈라드리엘이 이곳을 찾은 건 지도 덕이었다. 전략을 위해 아주 세세히 만든 지도는 버려진 경비 초소를 포함했다. 물론 다른 요정들이 알게 될 위험도 있었지만 당장 갈 곳은 이곳뿐이었다.
갈라드리엘은 그가 망토처럼 두른 모포를 걷어냈다. 다른 상처는 없었다. 여전히 뼈는 전부 붙지 않았고 몸도 회복하지 못했다. 갈라드리엘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따위 것 때문에. 그는 일어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가슴께를 간질이는 네냐를 느끼며 흠뻑 젖은 상의 위로 손을 올렸다.
차가워진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불을 피우는 건 여전히 위험하다. 갈라드리엘은 망설였다. 하지만 요정에겐 선택권이 적다. 그러니 그를 살리기로 했다면 확실히 해야 했다. 지금은 어떤 정보라도 필요하다. 갈라드리엘은 계속해 되뇌었다. 돌아오지 못하는 정찰병에게 명령했던 자신과 그가 겪은 일을 의심하고 능력을 헐뜯는 작자들의 말을.
그러니….
갈라드리엘은 목에 건 끈을 벗어 반지를 빼낸 뒤 손가락에 끼었다. 그는 결심을 시행하기 전 손끝으로 반지를 만졌다. 그를 인도할 다른 환영이 보이길 기대하면서. 하지만 반지는 어떤 말도 그에게 건네지 않았다.
이 또한 반지가 건네는 말이겠지.
갈라드리엘은 의심하지 않으려 하며 그것의 팔을 잡았다. 아직 기이한 힘이 느껴졌다. 차가웠던 팔이 점점 따뜻해졌다. 반지의 영향으로 갈라드리엘의 체온도 함께 올랐다. 하지만 요정은 여전히 그것을 완벽하게 회복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죽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자 갈라드리엘은 팔을 놓고 반지를 다시 끈에 걸어 옷 안으로 숨겼다.
요정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동굴과 다름없는 어두운 공간 아래에서. 갈라드리엘은 그것을 살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후회가 아닌 혼란이 몰려왔다.
발치의 사슬이 절그럭거렸다. 모르온도르가 천천히 눈을 떴다.
“널 공격한 자는 사우론이 아니야.”
그는 막 깊은 잠에서 깬 것처럼 눈을 몇 번 깜박이곤 갈라드리엘을 바라보았다.
“이곳까지 온 걸 보면… 그 사실이 중요한가?”
“날 기만한다면 너에게 내줄 것은 없어.”
“그럼 당장 날 죽이면 되겠군.”
그는 요정을 조롱하며 몸을 일으켰다. 부러진 다리는 여전히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네냐의 영향으로 다른 부분은 회복되었다. 갈라드리엘은 반지의 힘을 조절하기 전까지 직접 쓰는 일은 더 없어야 한다고, 멀쩡해진 두 팔을 보며 생각했다.
갈라드리엘은 바닥에 늘어진 사슬을 잡고 들어 올렸다. 그는 반항하지 않았다. 아니 반항할 수 없었다. 그가 도망친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늘 일로 아직 때가 아님을 알았으니 멍청한 짓을 더 하진 않을 테다. 갈라드리엘은 사슬 끝에 달린 못을 침대 옆 바닥에 두고 단검 손잡이 뒷부분으로 내려쳐 박기 시작했다. 그는 갈라드리엘의 행동에도 개의치 않고 주변을 살폈다.
“지난 전쟁 때 경계 초소로 쓰던 곳이군.”
그는 그렇게 말한 뒤 발치에 떨어진 갈라드리엘의 망토를 주워들었다. 오르크의 피로 얼룩덜룩했다.
“우루크를 만났군.”
갈라드리엘은 인상 쓰며 그에게 다가가 망토를 빼앗았다. 요정의 손에 검은 피가 묻었다.
“네가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시체를 찾고 있었다. 네 갑옷을 노리더군.”
“그래서, 그들이 날 죽였다고 생각했나?”
오르크가 그를 배신했다면, 그것들의 지도자를 죽였다면…. 갈라드리엘은 그들의 대화를 그에게 전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에게 확인받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반응과 말에 따라 유리한 방향으로 거짓말할 수 있다.
“…네가 …우르크의 머리를 매달려 했다고 하더군.”
그런데도 갈라드리엘은 그에게 말했다. 요정은 그가 거짓말을 할 가능성을 넘어 그의 반응과 대답이 궁금했다.
그는 갈라드리엘의 말을 곱씹는 듯 그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웃었다. 비웃음은 아니다. 이상한 회한이 느껴졌다. 갈라드리엘은 그가, ‘오르크’가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넌 사우론에게 졌다. 패퇴했지. 그래서 네 부하들이 널 죽이려 했나?”
갈라드리엘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 그를 죽이려던 자가 오르크든 사우론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모리온도르는 버려졌고, 살기 위해서는 갈라드리엘의 도움이 필요하다.
“남서쪽 외곽에 우루크가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가방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가방 안 지도를 꺼내 그의 무릎 위로 던졌다. 가죽으로 만든 지도는 비에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는 마구잡이로 뭉쳐있는 지도를 펼쳤다. 갈라드리엘의 망토에서 묻은 검은 피가 지도에 묻었다.
그는 지도를 한번 훑고는 단번에 이곳을 손으로 짚어냈다. 그리고 동굴이 있던 지점까지 쭉 연결했다.
“이 숲까지 왔다면 탈영병이군.”
그는 담백하게 말했다. 갈라드리엘의 미간이 좁아졌다. 오르크가 탈영할 수 있다고? 그들은 힘과 공포에 복종하는 존재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의 말대로 탈영병이 있다면 그가 오르크에게 배신당했다는 확신이 강해졌다.
“사우론에게 복종하지 않고 도망친 자들?”
“우루크가 사우론에게 불복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그는 갈라드리엘의 생각을 읽은 양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요정은 그렇다, 아니다.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는 대화를 주도하는 쪽이 모리온도르가 된다.
“그렇다면 사우론이 네 군데를 차지해 모르도르로 가겠지.”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단지 모르도르로 시선을 옮겼다.
“네가 만든 길.”
갈라드리엘은 복잡한 수식을 붙이지 않고 간단하게 말했다. 그는 대답 없이 모르도르라 쓰인 남부 한복판을 짚었다.
“화산을 에둘러 오른쪽으로 산을 지나서 로바니온 지역으로 들어가지.” 그가 화산의 오른쪽을 손끝으로 짚고 산맥의 모서리로 향했다. 손톱은 반절이 깨져있고 더러웠다.
“습지를 지나서 켈레나르돈으로 접어드는 길을 파고 있었다. 우루크를 위한 길.”
“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 한때는 그랬지.”
갈라드리엘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의 예상과 다르게 쓸모있는 정보는 아니다. 사우론이 그 계획을 관철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면 에레기온까지는 어떻게 온 거지?”
“산맥을 가로질러.”
그가 켈레나르돈 외곽으로 이어지는 산맥을 가리켰다.
“해를 피해서.”
갈라드리엘이 말했다. 그의 말은 거짓으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정보였다.
“오스트 인 에딜 까지는 에네드와이스를 통해서? 과슬로 강을 건넜나?”
“정찰병만 과슬로강을 건넜고, 닌 인 엘리프를 지나 글란두일 강으로 향했다.”
그들은 먼길을 왔다. 사우론 이후 탈영병이 있다면, 그리고 그가 배신당했다면 에레기온 이전에도 탈영병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린돈 남부 숲인 이곳까지 이곳저곳에 오르크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돌아간다면, 비슷한 길로 가겠지. 해를 피할 길이니.”
갈라드리엘은 그의 무릎 위에 있던 지도를 들어 다시 말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 천으로 감싼 음식을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