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Text
“하지만 당신은 프라임이지 않습니까! 리더십의 매트릭스로 저흴 이끌고 폐허밖에 남지 않은 사이버트론을 프라이머스의 뜻대로 일으켜야 하지 않습니까?”
자신을 스프링샷이라고 소개한 메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열변을 토하던 것을 넘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럼 황금기쟁이에 광신도이기까지 하다고 봐야겠군, 옵티머스 프라임은 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신의 권위를 대행한다 주장하지도 못하는 저 정부는 틀렸습니다. 남은 디셉티콘들을 전부 쓸어버리지 않고 오히려 재취업 자리를 알아봐 주다니요! 저희 같은 충성을 다한 오토봇들은 잔해에서 굶어가는데도요. 프라임께선 다르실 걸 압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 결단력이 있지 않으십니까!”
일단 새 정부를 변호하자면 그 정책 자체는 인구 절반쯤을 차지하는 디셉티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이들의 부서진 사이버트론을 재건하는 데 그 노동력을 쓸 수 없냐는 주장에서 나왔다. 그러니 일종의 노역형인 셈이었다. 그리고 많은 오토봇들도 거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둘 사이에 마찰이 심하지 않도록 봉급 등 불만 요소를 조정하고 있는 게 새 정부였다.
옵티머스는 이 자를 스펙옵스에서 처리하도록 좀 더 기다려 봐야 할지, 아니면 자신이 그의 믿음을 헛된 것이라 설득해야할지 고민했다. 아무리 인적 드문 곳으로 거주지를 옮겨도 이런 자들은 다짜고짜 현관문을 두드리며 그에게 자신이 빼았겼다 생각하는 것을 요구하곤 했다. 어디선가 정보가 흘러 나갔든, 자신이 충분히 주의하지 못했든 그는 한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없었다. 그도 알았다. 타의에 의지해 편해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 존재가 초월적이라 믿어지기까지 했다면 더욱더 당연한 행동이기도 했다. 옵티머스는 그들의 가능성을 믿는 만큼 그 가능성이 부정적으로 뻗어나갈 방향 또한 믿었다. 재즈가 부하들을 잘못 관리했다고 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그런 개체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가보게.” 프라임은 눈가를 누르며 지친 어조로 말했다. 오늘은 그의 수많은 최악의 아침 중 하나였다.
“난 새 정부를 믿고 그들이 잘 해내리라 생각하네. 만일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들에게 제안하게. 그들도 기뻐할걸세.”
그리고 옵티머스는 늘 하고 있던 생각을, 그리고 저런 부류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생각을 상대의 발 앞에 던졌다.
“이 세상은 더 이상 구세주도 신화적 존재가 있을 곳도 아니네. 자네들 안의 힘을 믿게.”
그대로 문을 닫아버린 옵티머스는 아이언하이드에게 통신을 보냈다.
“아이언하이드, 그쪽 일은 어떻게 돼가지?”
“별로 좋지 않습니다.” 통신 너머로 사람들이 소리치는 게 들렸다.
“재즈에게 말해 몇 명 보낼 테니 지금 짐 챙기십쇼. 더 늦기 전에 옮기는 게 낫겠습니다.”
옵티머스는 페이스가드 안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이언하이드는 그의 경호를 담당하고 있었고 그까지 동원되었다는 건 인파가 스펙옵스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었다. 지금 문 앞에서 난동 부리는 메크가 끌고 온 황금기쟁이 광신도들, 자신의 의지로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는 게으른 자들의 인파가. 옵티머스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원래 군중 통제는 경찰과 협업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직 마땅한 사법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사이버트론은 경찰이라고 불릴 것도 없었다. 일부 오토봇이 지원하거나 차출돼 눈에 보이는 다툼만 막고 있는 게 전부였고 그들을 검증할 여력이 없으니 프라임 관련은 스펙옵스와 전 오토봇 지휘부가 전담하고 있었다.
“그러지. 자네와 팀도 조심하게.”
옵티머스는 통신을 끊고 점점 갈수록 더 단출해져가는 개인 짐을 챙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즈의 부하 둘이 뒷문인지 창문인지를 통해 들어왔고 인사했다. 둘 중 더 안면 있는 쪽이 어깨를 으쓱하고 좌표를 보냈다.
“준비 다 되셨습니까? 경유지 위치는 이렇게 되고 중간에 흔적 지울 후속팀은 따로 도착할 겁니다.”
말 없는 쪽은 그의 뒤에 붙으며 뭔가 통신하기 시작했고 다른 쪽은 따라오라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예정된 루트로 그를 이끌었다. 샛길을 걷다가 대기하던 운송수단에 타고서 승객들 사이 감도는 적막을 그의 동행인 중 하나가 깨트렸다.
“그래도 저번 같은 테러보단 낫네요. 그때 왕창 깨지고 수습하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다른 쪽이 말하던 쪽을 주먹으로 찔렀다.
“윽. ...죄송합니다. 조용히 가죠.”
그리고 다시 운송수단이 내는 구동음만이 그들 사이를 메웠다. 옵티머스는 문뜩 지금 메가트론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자신은 이렇게 자신의 사람들에게 쫓기고 공격받고 있는데 디셉티콘의 리더였던 자는 어디에 숨어서 뭘 하고 있는지 같은 것 말이다.
